그러고보니 situplay>1596468073>463 에서 엘비토가 검 먹으려는게 저런 이유 때문이라면 역으로 엘비토를 정령계에 보내놓으면 빠른 성장이 가능하지 않..으려나요?
정령안 키고 봤을때 정령들이 사방에 가득한거보면 굳이 정령계에만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닌거같고.. 음.. 설마 모든 정령들이 정령계에 자기 본체 놔두고 이쪽에는 째깐이만 보내서 노는 그런건가..? 아니면 하급 정령만 오는게 가능하고 급이 어느정도 있으면 제한이 걸리나..?
>>273 아이가 있어야 할 집은, 거대한 불에 잡아먹혔다. 마치 집 지하에 기름 창고라도 넣어둔 것처럼 맹렬했다. 불이 제 붉은 손을 하늘로 뻗어서 하늘까지 잡아먹으려 하는 것처럼 크게 티올랐다. 마힌다르 서장은 눈 앞에서 일어난 초현실적인 광경에 잠깐 멈췄다가, 이런 현상에 책임이 있는 부류들을 기억해내고는 입 밖으로 꺼냈다.
"의념 범죄자, 의념 테러리스트... 맙소사."
서장은 수화기를 들어서, 불구경에 빠진 주민들에게 소리쳤다.
"당장 대피하세요! 당장 대피하세요!"
주민들은 불구경을 하다가, 경찰이 나서자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마힌다르 서장은 이 상황에 누구를 불러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그냥 다 부르는 것을 택했다.
마힌다르 서장은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을 불렀다. 순찰차들이 와서 주민들을 대피시킬 것이고, SWAT가 도착하면 상황을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악화는 통제할 것이다. 소방서 역시 의념범죄로 발생한 불을 완벽하게 끄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의념 방화에 대응하는 소방대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미처 부르지 못한 것이 하나 있는 것 같았다. 마힌다르 서장은 불타는 건물을 보면서 손가락을 꾸물거리다가, 자신이 진정으로 불러야 할 집단을 찾았다.
"어... FBI."
마힌다르 서장은 FBI에 연락했다. 그리고 상황을 설명했다.
"의념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연방수사국 초상대응국으로 바꿔주십쇼."
초상대응국에서 나온 수사관은, 마힌다르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더 평범했다. 너무나도 평범한 나머지, 오히려 그 평범함이 특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마힌다르 서장은 할리우드의 화신 같은 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불타고 있는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수사관님. 저건 어떻게 된 겁니까? 소방서에서 나온 친구한테 물어보니, 밑에 유전이라도 터진 게 아닌 이상에야 지금쯤 불이 꺼졌어야 한다고..."
"강한 의념 흐름이 느껴집니다. 느껴지는데... 저거, 뭔가 통제가 전혀 안 되고 있어요."
"...네?"
수사관이 손가락을 튕기자, 세상을 잡아먹을 듯 타오르던 불꽃이 작아져서, 집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여전히 뜨거웠지만 급박한 위기는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사관은 마힌다르 서장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소방관들 좀 불러주십쇼. 2000도 이내의 고열을 견딜 수 있는 방호복이 필요합니다."
마힌다르 서장과 수사관은 방호복을 입고 안으로 진입했다. 스와트가 말렸지만, 진짜 의념범죄자라면 다 타죽을 것이라는 경고로 물렸다. 마힌다르 서장은 그럼 자기는 죽어도 된다는 거냐고 내심 불평했지만, 아이는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마음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불타는 건물 속에서 본 것은...
붉은 머리칼의 아이였다. 아이는 깔깔 웃으며 집의 불을 제 손으로 늘렸다가, 줄였다가, 박수를 치며 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집에 낯선 두 아저씨가 들어오자, 불장난을 멈추고 물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
마힌다르 서장은 불러야 했지만 부르지 못했던 이들을 불렀다. 집에서 쉬고 있던 시청 복지국장, 워싱턴 D.C.에서 당직을 서고 있었을 초상능력자 자립지원청 담당자까지. 수사관은 불타버린 집을 보면서 혀를 찼다.
"부모가 죽었다고 했었나요?"
"교통 사고로."
"...불쌍한 녀석 같으니."
수사관과 서장은, 구급차에 실리는 아이를 보면서 혀를 찼다. 수사관이 적시에 개입한 덕분에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의 힘이 다해서 타죽거나, 각성하자마자 망념화하거나. 하지만 살아남았다고 해도, 그 이상은 어떻게 해줄 수 없었다. 마힌다르 서장의 마지막 업무는, 그렇게 씁쓸하게 끝났다.
퇴임하면서 여러 소식을 들었다. 부모를 잃은 의념 각성자들은, 최소한의 조건을 맞춘 여러 가정을 돌아다니며 미국을 본다고 들었다. 다양한 삶을 보고, 이해하게 만들기 위해서. 마힌다르 서장은 그것이 아이에게 무슨 영향을 끼칠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빈센트라는 아이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2입니다... 좀 씁쓸한 느낌 주려고 했는데 아닌거같네요
돌겠네. 희고 텁텁한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한 첫 번째 생각이다. 두 번째는 이걸 어떻게 치울까였으며 세 번째는 아깝다였다. 큰일을 하려던 건 아니다. 그냥 수제비가 먹고 싶었고, 의념 사용자의 피지컬로 반죽을 하면 매우 쫄깃거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반죽부터 직접 할 생각이 들었고, 마트에서 아무 밀가루나 집어 들고 와서 개봉했다.
근데 터졌다. 대체 왜? 멍하니 밀가루 봉투를 보자 이상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개봉 시 일정 확률로 터집니다’ 참으로 이상한 문구다. 내가 산 게 밀가루가 아니라 폭탄이었구나.
애초에 머리도 하얗고 피부도 하야니까 크게 눈에 띄는 건 역시 옷이다. 편한 옷 아무거나 입고 온 거라 그나마 다행인가. 펄럭이는 소매를 대충 털어내면서, 느릿느릿 다가오는 발소리에 귀를 쫑긋했다. 아, 지한이 누나다.
"아닌데요."
밀가루 미백이요? 재수없는 말을 하자면 나는 굳이 미백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이런 말을 함부로 했다가는 얻어 맞겠지. 나를 빤히 바라보던 누나는 이제 분진폭발을 언급했다. 나는 빈센트 형이 아니라서 그런건 관심 없어요 누나. 머리에 쌓인 밀가루를 탁탁 털어내는데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왠지 눈 앞의 누나가 사앙당히 큰 뭔가를 터트린 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영향이 나한테 까지 처들어올 것 같은 느낌이 왠-지? 아니, 뭐, 그것보다. 이유가 어떻듯 부엌에 희고 텁고 녹지도 않는 눈이 내린 건 변하지 않는다. 아무튼 난 대략 정신이 멍하다.
"의념 각성자의 스펙으로 반죽한 수제비?"
분명 쫄깃하겠지. 맛있을 거야. 제대로 된 수제비 국물이 아니라 떡볶이 국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고. 하지만 지금은 치우는 게 먼저지.
"바람이나 청결 같은 의념이 있었으면 편했을 텐데!"
털어낸 다음에 치워야겠다는 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괜시리 투덜거렸다. 청소기를 끌고 와서 전원을 켰다. 위이이잉 하는 소리가 난다. 머리에 얹어져 있던 밀가루가 몸이 흔들리며 투두둑 떨어지는 게 보였다. 청소기 전원을 끄고.. 먼저 몸에 묻은 것 먼저 털기 시작했다.
토고는 손새라래를 쳤다. 음료를 거의 마시지 않는 토고는 명진이 말한 오렌지 휘발유가 자동차 애니메이션과 콜라보 하여 만들어진 상품이란 것도, 휘발유란 이름이 어떻게 붙었는지도 몰랐다 차라리 샐러드유 라고 했다면 토고는 저탄고지인가 뭔가 하는 고거가? 하는 식으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아이야."
토고는 대충 대답하며 명진을 따라갔다. 그리고 조금 뒤에 멀쩡해 보이는 자판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점마 요상한 단물 뽑아 묵을지도 모르니 내가 뽑아야것다.'
토고는 명진이 오렌지를 먹고 싶다고 하였으니 오렌지맛 탄산음료 한 캔과 본인이 마시고 싶은 초코우유 한 팩을 선택하고 칩을 이용해 계산했다. 자판기에서 나온 캔과 팩을 집어들고선 캔을 명진에게 건네주었다. 머리에 뒤집어 씌워진 헬멧의 검은 앞유리를 살짝 들어올려 입만 노출하여 토고는 팩에 달린 빨대를 꽂아 초코우유를 마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