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다들 고백을 보겠다고. (흐릿) 저는 여러분들의 캐릭터가 고백하는 거 보고 팝콘 먹을 건데요! (쌓아둔 팝콘 탑)
>>264 아키라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 너무 지루한 다큐멘터리 계열의 영화만 아니면 어지간하면 좋아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것은 아무래도 액션 영화에요. 그리고 그 다음이 디즈니나 픽사가 만드는 그런 계열의 영화고, 그 다음이 이제 좀 대중적인 느낌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계열이 될 것 같네요. 너의 이름은이라던가 그런 것들이요.
유성우가 지나가고 어둑한 공원에 혼자 남은 요조라는 한동안 벤치에 기대 하늘을 바라보았다. 언제 그렇게 쏟아졌냐는 듯, 잠잠한 밤하늘엔 설탕조각 같은 별들이 사방에서 반짝인다. 반짝반짝, 반짝반짝. 눈으로 반짝임을 쫒고 있던 요조라에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내리자 보이는 얄미운 사람 한 명.
"요루~ 자냐?" "어어... 안 자거든..."
요조라와 같은 색, 같은 무늬의 유카타를 입은 마히루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지쳐서 못 걷겠으니 데리러오란 연락을 받고 온 것이다. 늘어진 요조라를 보고 자냐며 농담을 건넨 마히루와 아니라며 퉁명스럽게 대꾸한 요조라. 그런 서로를 보며 참나, 거 참, 같은 소리를 하는게 누가 뭐라해도 남매지간이다.
"안 자면 얼른 일어나. 이제 우리도 들어갈거야." "에... 못 일어나... 못 걸어..." "헛소리 말고 빨리 일어나. 자, 손 줄게." "안 돼..." "아니 그럼 뭐 어쩌라고?" "어쩌긴... 업어야지..." "이게 돌았나..."
못 걷겠다며 업으라는 요조라를 보고 마히루가 어이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재차 헛소리 그쯤 하고 일어나라고 했지만 요조라는 아예 벤치에 누워 시위 아닌 시위를 벌였다. 일어나서 걸어라, 못 걸으니 업어라, 남매의 티격태격은 한동안 이어졌다. 그래도 결국은 마히루가 져줘서, 요조라는 마히루의 등에 업혀 귀갓길에 올랐다.
"아씨, 개무거워. 무슨 여자애가 쌀 두 가마니 무게냐?" "그 정도로, 무겁지 않아... 엄살은..." "아니 진심 무겁거든? 솔직히 말해봐. 쪘지? 어?" "아니라고... 키, 때문이라고..."
걸어가는 동안, 툭하면 살찐 걸로 놀리는 마히루의 농담에 요조라는 건성으로 대꾸했다. 그러다 농담이 슬슬 선을 넘을 듯 하자 요조라의 팔이 마히루의 목을 슥 감싼다. 이 이상 하면 가차없이 헤드락을 걸어버리겠다는 무언의 경고에 마히루는 선이 아슬아슬하던 농담을 그만둔다. 그러면 요조라도 팔을 풀고 얌전히 마히루의 등에 업힌 채 데려가지고 있었다.
"아이고 내 팔자야~ 내 님은 어디 두고 이런 웬수나 업고 있다냐~" "노점에, 있잖아... 사요 언니..." "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라인, 왔었어... 오늘, 온다고..." "아 일부러 말 안 했는데. 그걸 그새 보냈네." "사요 언니니까..." "뭐, 그렇지. 사요니까."
남매의 대화에 나오는 사요는 마히루의 연인이자 약혼자다. 이치하라 사요코. 마히루가 딱 요조라와 같은 나이에 만나 사귀기 시작해, 얼마 전 대학의 졸업과 함께 약혼한, 요조라에게는 예비 새언니이다. 이미 인사 온 적도 여러번 있어 요조라와도 상당한 친분으로 가끔 라인을 주고 받는 사이기도 하다.
"모처럼 사요가 놀러왔으니까 같이 마츠리 구경 하고싶었는데. 넌 도와주진 못할 망정, 불러내서 방해나 하냐." "그럼, 사요 언니가, 데리러... 와줬겠지... 그러면, 같이, 올 거, 면서... 투덜투덜..." "확 떨구고 가버릴까." "이를 거야..."
서로 옆눈으로 흘겨보는 모습도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판박이다. 먼저 흥, 하고 고개를 내려 마히루의 어깨에 기대는 요조라를 보고 마히루가 슬쩍 말을 던져본다.
"넌 뭐, 별거 없냐?" "별거 뭐..." "뭐 아무거나." "아무거나...? 어... 새 그림, 그릴... 거라는 거...?" "그러냐. 이번엔 뭐 그릴려고?" "꽃..." "벚꽃 또 그리게? 아까 본 유성이나 그려보지." "그건, 나중... 좀 더... 나중에... 지금은, 벚꽃이, 좋아... 아주, 아주... 큰 나무도... 봤으니까..." "그런 건 또 어디서, 아 그 도련님이 보여줬냐? 역시 도련님이네. 그런 것도 알고 있고." "응... 그래서... 다, 그리면... 보여주기로... 했어..." "별일이다? 네가 그런 약속을 하고." "도와줬으니까... 꽃도... 화구통도..." "화구통? 그건 또 뭐야." "그런게... 있어..."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새 저 앞에 남매의 부모님과 마히루의 연인이 같이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되는 거리를 남겨두고, 신호를 기다리며 남매는 조금 더 얘기한다.
"요루 너는, 그대로 있을거냐?" "몰라..." "모르긴. 그대로일지 나올지는 네가 고르는 거라고. 어딜 은근슬쩍 모르는 척을 해." "그게, 꼭... 내 마음대로... 는,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결국은 네 마음대로야. 얼마나 이기적이냐의 차이지." "이기적..." "어차피 가게는 내가 이으니까, 그쪽은 신경쓰지 말고 하고싶은 대로 해. 그대로 남는 편이 훨씬 안락하고 편한 건 나도 잘 아니까." "뭐... 고민은, 해볼게..." "어어."
반짝, 하고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뀌자 요조라를 업은 마히루가 횡단보도를 건넌다. 얌전이 업혀있던 요조라는 건너편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곧 만나게 되자 마히루의 등에서 내려와 부모님의 손을 잡았고, 정리가 끝난 노점을 남겨두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292 그 관련 설정은 일단 이 스레에서는 그렇게 크게 중요하게 다뤄지진 않고 일단은 설정으로만 존재하는 거지만... 정말로 오래전 과거에는 아오노미즈류카미의 명에 따라 가미즈미의 물을 지키는 그런 느낌의 하수인에 가까운 존재가 바로 시미즈 가문이었어요. 딱히 신관이라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고요. 물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제 점점 그 근본은 퇴색되긴 했지만 지금도 그 관련 일은 계속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294 어서 와요! 히키주!! 음. 그렇다면 감정에 휘둘러지면..(갸웃) 그런데 으아닛?!
그 의도를 쉬이 짐작하기 어려운 언행이다. 무녀가 가만 바라보는 것에 쇼는 시선을 피한다.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가야겠어요."
무녀의 말에 피로한 눈을 두어 번 끔뻑였다. 아직 밤이 깊진 않았지만, 서서히 피곤이 몰려오기에. 확신에 찬 말을 무녀가 건네온다.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무녀이기에 그런 것일까. 쇼는 잡생각을 거듭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신이란 게 정말 있으면, 그리고 그 신이 소망을 이루어준다면, 역시 감사해야겠지. 허무맹랑한 얘기지만.
잠시 벚나무에 시선을 준 쇼는, 몸을 돌려 돌아가는 길을 따랐다. 처음 그랬던 것처럼. 그저 스쳐지나가듯 말 없이 갈 뿐이다. 커다란 벚꽃나무가 점점 멀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