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이 좋으셔서요' 같은 말로 대답해야만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탓일까. '영혼이 맑으세요' 라든가. 사이비인지는 몰라도, 고사기에조차 적히지 않은 작은 신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마노이와토 전설과 그다지 깊은 연관으로 묶였는데도 줄곧 다른 기록에나 실렸지 않은가.
그렇더라도, 지닌 바 신위에는 한 점 부끄럼 없다.
"글쎄, 무릇 꿈이란 추상적이잖아? 만져지지 않으니 닿고 싶고, 그리 좇는 일을 각별하다고 사람은 이르고..."
뒷짐 그대로 쇼에게 몸을 기울였다.
"관망하노라면, 알게 되는 것은 별일도 아니야. 그리고 너, 간단하지 않은 얼굴 하고 있었거든."
이것 봐, 지금도- 하며 손을 앞으로 뻗더니 손마디로 살짝 뺨을 건드려 보려 했다. 사심이니 뭐니 따질 것도 없이, 감정도 뭣도 담기지 않은 깨끗한 손길이다. 뒤집어서 손바닥은 바깥, 손등이 뺨으로 향한 모양이었는데, 건드리는 데 탈이 없었다면 자개 같은 손톱이 뺨에 닿을락 말락 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녀는 깨끗하게 손을 거두며 몸을 바로 했다. 오래 안 사이처럼 가까이 말하는데, 그럼에도 본성처럼 낯에 깔린 권태는 짙기 그지없어 보기에 기이하기마저 하다.
"오히려 사람 물건 빼앗고 다 죽이고 재앙을 일으키는 것만 하다 보면 벚꽃잎을 팔랑팔랑 내리는 게 힘들지 않을까요?"
안 해봐서 모르는 주제에 무책임한 소년의 말이다. 벚꽃의 아름다움을 보러 온 사람들 앞에서 벚꽃잎 팔랑팔랑 내리기를 시도하다가 힘조절 실패해서 벚꽃잎 대폭발을 날리는 것보다는 시도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 마츠리의 사람들 중에 섞여든 신 중에 하나쯤은 그런 식으로 신력을 살짝 남용한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
"으음─ 아마 보면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신은 신의 천의 기운을 알아볼 수 있으니 아마 그러하겠지만, 모르는 입장에서 듣기엔 애매한 말이다. 소년은 토와의 가벼운 표정을 바라보다 머리 위의 벚꽃잎에 시선을 빼앗기다가 한 마디 한다. / "신 보고 싶었어요?"
"소원이라고 거창한 걸 바랄 필요는 없잖아요? 뭔가 즐거운 일이 생기면 좋겠다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빌고, 즐거운 일이 생기면 팔찌 덕이려니, 나쁜 일이 생기면 다음엔 팔찌의 힘으로 즐거운 일을 겪겠거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실망할 일도 없고요!"
살면서 어떻게 좋거나 나쁜 일만 겪을까. 대부분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일어나지만 나쁜 일을 더 길게 기억할 뿐. 그렇다면 좋은 일을 더 오래 기억할 수단을 쓰면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말이지만, 소년은 팔찌를 차고 불행만 겪게 된다는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하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가 많은 현실과 다르게 현실을 100% 구현할 수 없는 게임은 게임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정해진 목표를 빠르게 찾는 게 중요한 거겠죠."
별 중요하지 않은 잠깐의 화제로 시작된 이야기를 받아주는 토와의 말을 들으며 소년은 그런 것이 선배의 삶에도 적용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게임과 시험은 형태가 비슷하니 문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찾는다던가.
"세제거품? 으음... 맞아요. 냄비를 태워버릴 수도 있죠. 역시 이런 건 사먹는 게 편해요─." / 라고 남이 만들어준 요리를 먹는 쪽을 더 좋아하는 소년은 별 생각 없이 중얼거린다. 침묵하는 시선은 잘 모르는 듯 지나친다.
"아, 같이 들고 먹는 걸 먹어도 먹는 시간이 안 맞는 거군요..."
소년은 실망과 아쉬움에 의식을 빼앗겨 잠깐 발끝을 쳐다보다, 미타라시 당고와 야키소바 굽는 모습을 구경 가자는 말에 아직 시무룩해하면 좋은지 이제 즐거워해도 좋은지 헤매면서도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냄새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며 조금 빠른 걸음으로 앞서갔다가 멈췄다가 뒤쳐지면 또 빠른 걸음으로 앞서고, 반복해서 노점을 향하려 한다.
"이 냄새는 언제 맡아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말로 설명하기는 뭐하지만 끓이는 듯 태우는 듯 소스가 졸아들면서 조금 더 맛있는 냄새로 바뀌고... 정말, 링고아메 들고 있는데도 또 먹을 걸 사고 싶어져요! 그리고 넓은 철판 위에 뒤집개 두 개로 파도처럼 야키소바를 굽는 퍼포먼스도 대단해! 포장해서라도 사갈까요?"
기분전환이 빨라 가라앉을 틈이 없는 소년은 말소리를 들었는지 야키소바를 철판 한쪽에 몰았다 넓게 펼치면서 그 위로 흩뿌리듯 소스를 뿌리는 팬서비스를 보고 와─ 하는 관중의 환호성에 섞여 탄성을 지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말한다. 괜히 비밀이라도 얘기하는 듯 간신히 들릴 음량으로. / "누구는 축제에 오면 거기의 노점 야키소바는 꼭 먹어봐야 한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선배도 야키소바는 필수라고 생각하시는 파인가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완전히 아는 게 아니니 그냥 적절히 동의합니다. 소원 팔찌는 하는 것도 좋고 안 하는 것도 좋고... 사먹는 게 편하다는 말을 하자...
"사실 요리나 청소나 세탁은 가정부나 사용인이 하는 걸로 알았는걸요. 해주는 걸 먹는 게 가장 좋죠?" "그나마 해본 건 방을 쓸고, 물건 정리 정도네요"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토와주도 신경쓰지 않지만. 토와는 고향 집이나 도쿄에 있었을 때에는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는 도련님이었다..
"어디에는 야끼만쥬도 판다고 하더라고요" 된장과 설탕을 살짝 섞은 감칠맛 나는 소스를 발라 숯불에 굽는다던가- 하네요. 맞나? 라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아. 그 냄새.. 대충 마이야르 비슷한 반응 아닐까요?" 사람들이 그런 냄새나 그런 걸 선호한다고 하니까..
"야끼소바라.. 글쎄요? 제대로 큰 축제에 참여하는 건 거의 처음이라서요" 그정도의 경험은 없으니 말하기는 곤란해요 라는 말을 합니다. 그렇지만 야끼소바를 먹을 기회가 있는데 차버리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며 포장해서 사먹자는 말에 은근슬쩍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