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무기의 손사래에 코로리의 고개가 갸웃거린다. 먼저 찍어달라고 한 건 츠무기였는데다가, 코로리는 이미 어느 모양으로 하는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갯짓이 꽤나 서운해보인다. 해를 못 봐서 시드는 꽃 줄기 같기도 하고, 쿠폰제를 도입해보는 건 어떻냐는 말은 들은체도 안한다! 츠쨩, 피노키오야? 결국 짧게나마 코를 찡긋거리면서 토라진 듯이 씰룩이는 표정을 짓고 만다! 무슨 꽃, 어느 색으로 그릴지 고민하고 있었던 딱 그만큼만 시무룩해하기로 했다. 코로리는 하루나를 바라보면서 서로 꼭 잡고 있는 손을 흔들거린다.
"하쨩, 언니 동생할까ー"
정말로 하루나의 언니가 되고 싶어서 그런다기보다는, 유치하지만 도장 이야기에서부터 이어지는 시무룩함이 이유였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코로리가 1등 경품을 타내면서 다 잊어먹는다. 다트를 던질 때마다 풍선들이 하나씩 팡팡 터져나갔다. 마지막 다트를 던질 때는 이번에도 풍선이 터지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손에서 다트가 떠나자마자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박수를 치고 있는 아오키 남매에게 뿌듯하게 브이를 그린다. 뺨이 상기되어 얼마나 신났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읽을 수 있다.
"아냐아, 나는 벚나무 신이 아니라,"
자장자장 잠의 신이야ー 라고 말할 뻔 했어!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스스로 신이라고 말했을 때 믿어주는 사람보다 장난으로 받아들이거나, 의심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혹시 모른다! 게다가 코로리가 신이라는게 탄로나면 쌍둥이 오빠까지 정체가 들통날 위험이 있었다. 말을 잇는게 어색하게 느껴지기 전에, 가방을 다시 메느라 그런 척 발치에 내려놓았던 가방을 들어올린다. 어깨에 걸쳐메면서 자연스러운 척, 그렇지만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풍선 다트의 신이야!"
심장이 회전컵에 타버렸어ー! 잘 둘러댔다고 믿으면서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까봐 조마조마한다. 태연하게 경품을 수령하는데, 제일 따기 어려운 1등 경품이니 만큼 가짓수가 적었다. 코로리는 커다란 봉제인형들을 둘러보다가 하나에 팍 눈이 꽂혔다. 커다랗고 새하얀 곰인형인데 귀 한쪽에 벚꽃 장식이 달린 리본을 묶고 있었다. 풍선 다트 노점의 주인에게서 인형을 건네 받아 안아들어보니까, 코로리가 보이지 않게 됐다.
"츠쨩, 츠쨩 가져!"
봄날의 산타클로스, 하루나에게는 츠무기가 인형을 선물했으니까 코로리가 딴 인형은 츠무기에게로 간다. 츠무기에게 커다란 곰인형을 보여주면서 말을 걸지만 신난 목소리만 들리고, 어쩐지 곰인형이 말을 거는 것 같다!
다 자장자장해버릴 수도 없잖아! 지금만 생각한다면, 제일 편하고 빠른 방법이었다. 방과후까지만 다 재워버리고 도망가버리면 당장 체육 선생님에게 혼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아마도 쥐구멍을 찾느라 바닥에 얼굴을 박고 있던 겨울잠쥐신에게도 희소식일테고, 조금만 더 잠에 취해있었으면 저질러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 노릇 3년차, 그랬다가는 후폭풍을 절대 감당할 수 없으리란 것쯤이야 잘 알고 있다. 코로리는 울상을 짓고서 자신을 부른 학생을 울먹울먹 쳐다보았다. 앞뒤 맥락을 끊고서 이 장면만 잘라내어 본다면, 누가 보아도 코로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이나 억울해했다. 눈가가 전혀 촉촉하지 않다는 점이 딱 하나 미스였다.
"탁구공도 산책하고 싶대ー"
탁구공을 줍는 여러 손들 중 제일 꿈지럭거리고 있는 손을 쫓아가 얼굴을 보면, 코로리였다! 고의로 엎었던 탁구공을 빠르게 주워담을 이유가 없다. 겨울잠쥐신님, 겨울잠쥐로 변해서 도망갔겠지?! 쥐구멍 찾았어야 하는데. 앨리스가 쫓던 시계토끼가 토끼굴로 쏙 빠졌던 것마냥, 겨울잠쥐도 쥐구멍으로 쏙 빠졌을 거라 믿는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끌어보겠다고 행동이 굼떴는데, 우당탕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느릿느릿 하나씩 줍고 있던 탁구공 하나가 다시 코로리의 손에서 바닥으로 톡 빠져나간다. 쥐구멍 못 찾았나봐!
"꾸깃꾸깃하면 종이학으로 접어버린다아."
자세한 상황은 보지 못했고 둘이 넘어져 아파하는 것부터 보았다. 같은 반 남학생이 인상을 구기는 것을 보았으니, 험악하게 그러지 말라는 듯 코로리는 한 마디 외쳐버렸다. 장난스럽기도 하고 어르는 듯도 했는데, 마냥 장난으로만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처럼 같은 반 친구를 눈을 가늘게 뜨고서 바라보았다. 후배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것처럼 보였을테지만, 실상은 집 가는 길 잃어버려서 슬플 거란 말야. 그랬다. 그래서 문득 눈이 마주쳤을 때 본 애처로운 표정을 제대로 오해하고 말았다. 코로리는 정말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찍찍이니까, 햄스터라고 하면 세이오빠가 속아줄까아. 아냐, 오빠도 겨울잠쥐신님인 거 알아챌텐데. 매번 세이라고 부르던 쌍둥이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며 고민할 만큼이나 깊은 오해는 계속 자라고 있다. 고민하느라 바쁜 코로리가 아무리 굼뜨게 움직인대도 손이 몇개인데, 탁구공은 금방 다시 상자에 담겼다. 코로리는 밖으로 쫓겨나다시피 체육 선생님에게로 향했다. 모른 척 반 아이들 사이에 섞이려고 해도, 체육 창고에서 나오는 순간 매섭게 바라보고 있는 체육선생님의 눈을 보아서 더 도망칠 궁리가 어려웠다.
"아, 아파ー"
이마에 딱밤을 맞았다! 혼잣말이었던 아프다는 소리에 트집을 잡혀서, 체육 선생님의 잔소리에 어디서 반말이느냐는 말도 추가됐다. 코로리는 이마를 두 손으로 감싸고서 최대한 둥글게 뜬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본다. 불쌍하게 보여야 덜 혼난다는 건 인간도 신도 다름없는 처지였다. 신의 존엄따위 찾아볼 수 없다. 오늘 체육쌤 꿈은 새끼 발가락 찧는 꿈으로 할거야! 수업 시간에 땡땡이 치고 자는 건 혼날 짓이 맞다.
"아마노가와, 넌 어디서 땡땡이 치다 왔냐!"
같은 반인 3학년 아이들 말고도, 합반 수업이었던 후배들인 2학년 앞에서도 혼나고 있던 중에 불린 이름. 코로리는 직감했다. 분명 겨울잠쥐신님의 이름일 것이라고! 그리고 체육 선생님이 이어하는 말에 확신한다. 체육선생님이 누군가에게 이리 오라고 까딱까딱 손짓하는 방향을 따라 쫓아가면 역시나 겨울잠쥐신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체육창고에서 땡땡이친 것은 코로리 뿐이라고만 아는 듯 하다. 코로리는 그 부분에 관해서는 입에 지퍼를 꼭 채우기로 했고,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반성문 쓰기랑 벌청소만 안 하게 해주세요!
/ 그래서 히로도 같이 걸리게 했다~! 히로도 딱밤 한대 맞고 둘이 방과후에 남아서 반성문/벌청소 하는 정도밖에 생각 안 나서 그 정도 상황 염두에 두고 썼는데, 히로주야말로 생각나는대로 편하게 이어줘! 필요하다면 방과후로 아예 시간 넘겨도 괜찮아 ( ´∀`)
이타니 아미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대학을_다닌다면_전공은 음..간호학과 아니면 영문학과? 잘 생각나지 않네요.. 수면학과 이런게 있진 않으니까.. 자캐이름_이렇게_지었다 랜덤으로 이름 생성해서 섞었어요 자캐가_커뮤를_뛴다면_장르는 가벼운 연애 상L일 것 같네요!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에, 미카쨩 초절귀여운아이인데 그걸 나만 보라니 야박해 야박해- 아깝다구. 좀 더 자기자신에게 당당해져도 좋다구 생각해. 반짝! 하고 웃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을 거라구. 그 사진 분명 귀여울... 알았어. 시이만 볼게. 힝."
후미카가 옆에 붙어 서자 시이는 후미카의 얼굴을 유심히, 빤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들여다봤다. 관상을 해체하여 낱낱이 캐릭터성으로 풀어내겠다는 의지의 눈은, 결국 어떠한 포즈를 결론으로 냈다.
아, 저 무표정한 눈-죽진 않았다-, 나보다 작은 키, 그리고 무엇보다 귀엽고 예쁜 얼굴- 그 옆의 나. 이건 그거지.
그걸 해야지. 그게 도리지.
"미카쨩, 그러면 내가 해달라는 포즈 해줄 수 있어? 예쁜 짓 안 해두 돼. 그냥 이렇게만 해줘, 응, 엄지만 들고 있으면 돼. 간단하지?"
그리고 그 옆에서 시이는 기분나쁘게 웃으면서 하트 반쪽을 그려보였다. 어떤 아이돌 같이 생긴 여자와 오타쿠처럼 생긴 남자의 사진이었는데, 오타쿠가 하트 반쪽을 내밀자 응해주지 않고 최고! 사인으로 대응한 유명한 사진.
오타쿠 문화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감성을 설명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시이는 꼭 이런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다. 두 사람의 손으로 완성되는 사랑이라니 그것도 멋지지만, 역시 이런 건 친구같아서 또 두근거려버리는 거야. 인화해서 펜으로 마구 낙서해버려야지, 스티커 사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