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쏜 탄은 세발씩 총 여섯발이었는데, 어떻게 여섯발 모두 빗나갈 수 있는 걸까. 이쯤 되면 안에 뭔가 장치가 된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요조라는 힐끔 경품대와 발사대 사이를 눈으로 훑어보았으나, 눈썰미가 그리 좋지 않아서 딱히 찾은 건 없었다. 그런게 있어도 눈에 띄게 두었을 리가 없을거고. 그러니 그냥 실력이 안 좋아서 못 맞추는 걸로 생각하기로 했다.
요조라가 남은 탄 두개를 쥐고 이걸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고 있으니 아키라가 말해왔다. 남은 걸 한번에 쏘아보는게 어떻겠냐고. 그 말을 들은 요조라는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곧 끄덕였다. 어차피 남은 건 두개니까 이걸로 될려면 되고 안 되면 안 되는거다. 한번 해봤으면 충분하달까.
"이걸로... 될 거면, 되는거고... 아니면, 아니겠죠..."
안 되면 아쉽겠지만 포기하던가 나중에 오빠에게 부탁...
"그건... 싫은데..."
작게 중얼거린 요조라는 고개를 몇번 도리질치고 다시 총을 들었다. 코르크 탄이 조금이라도 똑바로 나가길 바라며 끝에 꾹꾹 밀어넣고, 새삼 비장하게 들었다. 격려해주는 아키라를 보곤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자리를 잡았다. 이번엔 정면이 아니라 조금 더 옆으로, 측면을 노리는 것처럼. 오빠를 떠올렸더니 예전에 이렇게 했던게 기억이 나서 한번 시도나 해보려고 말이다.
"이..렇게... 하는 거... 였나...?"
정면을 노릴 때보다 어설픈 자세긴 했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이걸로 남은 탄들이 맞을지도. 아니면 돌아가서 오빠를 꼬집자, 라고 요조라는 생각하며 방아쇠에 검지를 걸었다. 방아쇠 당기는 소리가 찰칵, 찰칵, 두번 울렸다.
1. 막야 가 도가니에 뛰어들어서 명검을 만들었다는 설화를 렌코는 알고 있었지만, 전골에 개구리가 들어간 것을 실제로 마주하기는 처음이었다. 어느 쪽을 더 끔찍한 일이라고 보아야 할까. 개구리 의 「エ」 모양으로 사지를 쭉 펴고 푹 익은 채 국물에 잠겨 있는 개구리...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조금 거리를 두고 들여보았다. '으... 음... 그로테스크.'
이럴 때 렌코는 질색하면서도 앞서 급식으로 그다지 맛없는 음식이 나왔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이렇게 되뇌는 것이었다. '첫째, 내가 산해진미를 먹었더라면 지금 이 개구리를 씹으면서 그 요리를 그리워하며 서럽게 울고 말았을 것이다. 둘째, 내가 산해진미를 먹었더라면 곧 모조리 토해내게 될지도 모르니 심한 낭비다.'... 렌코는 우는 성격도 토하는 체질도 아니었지만 그런 식으로 고행을 정당화했다.
"... 잘 먹겠습니다."
렌코는 개구리를 입에 넣었다. 쫄깃한 개구리 살이 치아에 휘감겨 오거나, 상큼한 개구리 즙이 입 안에서 터지는 일이 있을까봐 조금 노심초사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잘 익은 개구리의 질감과 맛은 닭다리살 경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째선지 괜찮아서 열이 받는다고나 할까. 영문 모를 맛있음에 거북함을 느끼며 렌코는 벚나무 신사에서 받아 온 한 그릇을 모두 비웠다.
2. 쇠의 맛. 카지야히메는 이것이 피 맛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누구이길래 피를 흘려 공양하는가? 무엇을 원해 생피를 흐르게끔 하였는가? 순간 이것이 불경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마 신이 먹게 될 줄 알고서 그랬겠느냐고 뿌리쳐 버렸다.
3. 공양받은 물건을 남기거나 버리는 것은 신이라도 용납받기 힘든 일, 이라고 렌코는 믿었다. 승려들이 발우를 싹싹 닦아서 먹는 것같이는 하지 않더라도, 함부로 제물을 방기하거나 미워하는 티를 내보인다면 곧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경우처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지야히메 신사의 새전이나 공양물은 신사의 일몰 시각을 기점으로 렌코의 단칸방 3단 서랍 맨 아래 칸으로 전송되므로, 해가 지고 나서 서랍을 열어 보면 자연히 거기에 들어 있다. 카네야마 집안의 「고모」가 보내 주는 생활비를 빼면 렌코의 유일한 용돈인데, 쥐꼬리만 하기는 해도 생활비조차 안 쓰고 묵혀 두는 마당에 부족함이란 없다.
개구리 전골 식사를 끝내고 나서, 렌코는 서랍 두 번째 칸에서 서류철 무더기를 꺼내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셋째 서랍 손잡이에 매달아 놓은 금줄에 걸린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한 며칠 간을 5엔에서 50엔 사이의 새전만 들어오던 차라 별 것 없으리라고는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선반을 끌어당겨 열어 보았다. 그리고, 서랍 안에 똑같은 전골이 담긴 보존용기 한 통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짧게 '아'하는 탄식을 내뱉었다.
「사쿠라마츠리의 명물 전골이라고 합니다. 부디 흠향하시옵소서.」 '우리 신사 무녀가 또 불필요한 일을...!' 렌코는 전골보다 더 뜨겁게 부글부글.
4. 그래서인지 카지야히메는 자애로운 신에 가까운 편이다. 공물을, 제물을, 그리고 선물을 소중히 여기는 성격이니까. 책상 위에 해골 모양 피어싱 한 쌍이 가지런히 놓인 것을 보고, 잠깐 '신종 이지메인가'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카나가시마! 그 귀걸이는 뭐냐? 새로 뚫었어?" "또 뚫지는 않았... 는데요." "그 얘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임마. 학교에서 그 디자인은 아니지!"
"아침부터 절찬리에 벌 서고 계시네요, 카나상-. 어쩌다가 그랬어?" 그러자 렌코는 들고 있던 팔을 굽혀서 자기 귓불의 반짝임을 가리켰다.
"오, 해골이다! 터프!" "화려하구먼." "이미지 체인지네!" "그러게, 카나짱, 누구 하나 갈아 마시고 온 거야?" "자꾸 그러면 너를 마실 거야."
역시나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그저 말을 전달했을 뿐임에도 기분이 좋아져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유카타 가져오라고 말할걸 그랬나, 생각하며 안고 있는 하루나를 슬며시 보았다. 물론 나도 학교에서 집에 오자마자 심부름을 받고 방금 왔기 때문에 유카타를 입은 것은 하루나 뿐이었다. 교복을 입고 즐기는 마츠리도 꽤 색다른 맛이 있을지도 모르고.
" 그럼, 그럼. 꼭 전해줄께. "
어쨌든 일에 관해선 깐깐하지만 알바생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줄 수 있는 특이한 점장님이라니깐. 나는 걸을 때마다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나는 책가방에 킥킥 웃으며 나랑 가방 상태가 꽤나 비슷하네~ 라며 농담을 했다.
작은 책방이었으므로 자물쇠를 잠그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훔쳐갈까? 싶었으나 일단은 꼼꼼하게 창문까지 잠군 것이 감탄스러웠다. 이것이 3년 근속 직원? 물론 나도 낡은 자전거를 자물쇠까지 칭칭 두른 것이 마찬가지였지만.
" 생각해보니까, 마츠리에 같이 가는건 처음이네. 어때, 뭐부터 해보고 싶어? "
하루나가 땅바닥에 내려서 손을 잡아달라고 보챘기에 조금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으며 누나에게 물어보았다. 멀리서부터 축제 특유의 시끄럽지만 가슴을 뛰게 하는 소리들이 바람을 타고 전해져 왔다. 맘이 설레었기에 느릿한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헉 내가 일본 호칭 문화를 잘 몰라서 헷갈렸나봐 (ಥ﹏ಥ) 혹시 더 선호하는 호칭이 있으면 말해줘 일단 왔다리갔다리하는 중이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해(ಥ﹏ಥ)
탕탕 소리가 들려옴에 따라 아키라의 시선은 자연히 그녀가 노리고 있던 상품으로 향했다. 이번엔 제대로 명중했고 쓰러졌고 그것은 곧 그녀가 그 상품을 땄다는 것을 의미했다. 가볍게 두 손으로 손뼉을 치면서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축하했다. 그토록 노리고 있던건데 따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축하드려요. 그렇다면 같이 도전해서 따줄 이유가 사라졌으니 저는 뭘 해볼까."
굳이 저 중에서 노릴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아직 두 발이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일단 뭐라도 쏘는게 제일이었다. 어차피 맞지도 않을 것 같고. 적당히 노릴만한 것을 노려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눈으로 살며시 훝어보다가 저 편에 세워져있는 수건세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거... 어디서 많이 본 디자인인데? 순간적으로 아키라의 눈동자가 휘둥그래졌다.
"......"
그리고 자연히 그의 총구는 그 곳으로 향했다. 아니. 아닐거야. 아닐거야. 내가 착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꼭 확인을 해봐야겠어. 속의 불꽃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을 애써 잠재우려고 하며 아키라는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통통. 총알과는 다르게 코르크가 날아가는 소리가 뿅뿅 울렸고 아키라는 그 끝을 가만히 바라봤다.
만약 따낸다면 자신도 모르게 아자! 소리를 내면서 좋아했을 것이고 따내지 못했다면 정말 뚫어져라. 그 세트에 구멍이 날 정도로 아주 뚫어져라 빤히 바라봤을 것이다. 물론 딱히 말을 할 것은 없었다. 그야 확실한 증거가 없었으니까. 그저 아닐거라고 믿고 싶을 뿐이었지만.
흔쾌히 승낙을 받았내니 추가 조건이 붙는다. 둘째 손가락을 맞대고서 대칭으로 구부러진 지팡이를 그린다. 시작점에서 만났다가 떨어지고 다시 끝점에서 만난 손가락 둘이 그린 그림은 ♡ 하트였다! 하트가 부끄러우면 오동통하게 살찐 벚꽃잎이라고 해도 되니까! 방긋 웃고 있는데 왠지 짓궂어보인다. 츠무기가 이 조건도 함께 받아줄런지 기대되는 듯 바라보고 있다가, 가방으로 주제의 흐름이 바뀌면 갑작스럽게 어깨 한 쪽에서 힘을 툭 뺀다. 가방을 걸치고 있는 어깨가 기우뚱 기울어서 무거운 척을 하지만 흔들리는 가방은 가벼워 보이기만 한다.
"파란 나무 두 그루는 들어있는 것 같아."
흡! 기합 넣는 소리까지 내면서 제대로 가방을 고쳐 메었다. 아무도 속지 않을 거짓말과 장난에 제일 먼저 웃음 소리를 내는 건 코로리 본인이었다! 일부러 파란 나무 두 그루를 찾은 건 츠무기와 하루나를 가리켰다. 이 우스운 장난에 내는 웃음 소리 후에는 책방의 문이 잠기는 소리가 이어진다. 달칵 잠긴 책방의 문을 등지고서 마츠리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풍선 다트ー 알록달록해서 좋아!"
이런 저런 풍선들을 다트로 맞추면 터트린 갯수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 작은 인형 열쇠고리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어린다. 그러면서 코로리는 하루나에게로 손을 뻗었다. 키차이를 생각하면 츠무기보다는 코로리가 하루나의 손을 쥐는 편이 자세가 편할테니까, 선뜻 손을 내밀고 하쨩이랑 언니랑, 누가 더 손 오래 꼭! 잡고 있나 내기할까ー! 라고 하루나가 손을 잡도록 해본다. 하쨩은 하고 싶은 거 없어? 츠쨩은? 되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신경 안써도 괜찮아! 츠무기가 부를 것 같은 호칭으로 충분하다구 (´∀`) 늦는 건 나도 늦으니까 걱정마
사실 맞는다고 해도 맞은게 쓰러지지 않으면 따내지 못 했을 텐데, 요조라가 쏜 두발 중 한발이 제대로 맞았는지 화구통은 휘청거리다가 쓰러졌다. 처음으로 오빠의 도움 없이 경품을 따낸 것이다. 요조라는 자신이 쏴서 맞춰놓고도 믿기지 않는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옆에서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는 아키라의 말에 이게 꿈이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다. 노점상이 가져다 준 화구통을 받고나니 더욱 실감이 났다.
"...고마워요..."
뒤늦게나마 아키라가 도와주려고 했다는 걸 알았기도 해서 요조라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팔로 화구통을 안고 있어서 약간 가려진 얼굴은 웃을 듯 말 듯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졸다 깼을 때처럼 느슨하지 않으니 표정은 금방 담담해진다.
요조라는 화구통을 들고 아키라가 남은 탄 쏘는 걸 지켜보았다. 딱히 노리던게 없는 줄 알았는데, 둘러보니 뭔가 걸리는게 있었나보다. 정확히 경품대의 한쪽을 가리키는 총구가 그래보였으니까. 가리키는게 수건세트...인가? 그러나 남은 탄 두발로는 어림도 없었다. 노리는 것에 닿지도 못한 탄들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다 쏘고도 수건세트를 빤히 노려보길래, 어쩐지 그 눈빛이 심상치가 않길래 요조라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번... 더 할래요...?"
아예 깔끔히 끝났으면 모를까, 아키라의 목표가 남아있는데 이대로 요조라가 원하는 것만 따서 가기도 조금 찝찝했다. 어차피 시간은 요조라에게도 충분했으니 아키라가 한번 더 하자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아니라면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노점 앞을 떠났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두 발 다 확실하게 빗나갔기에 그것을 확인할 방도는 없었다. 총알은 닿지도 않았고 그저 스쳐지나갈 뿐. 완전히 기회가 날아갔기에 아키라는 작게 칫-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확인해볼 방도는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더 미련을 가져봐야 의미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는 그렇게 결론내렸다. 그렇기에 아키라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요. 조금 신경쓰이긴 했지만 그래도 굳이 꼭 확인해야겠다 정도는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지금은 안내를 하는 중이기도 하고."
나중에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말 정도는 해두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아키라는 깔끔하게 포기를 하기로 하며 우선 지금은 호시즈키당에서 부탁받은 것처럼 가장 큰 벚꽃나무가 있는 곳으로 다시 향하기로 했다. 노점 앞을 나온 후, 다시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던 그는 방금 전, 그녀가 화구통을 상당히 노렸던 것을 떠올리며 가만히 화구통을 챙기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역시 그림 관련인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림 그리시나봐요? 화구통까지 보통 얻으려고 하는 이는 잘 못 봐서. 잘 쓰길 바랄게요. 스스로의 힘으로 얻어낸거잖아요?"
싱긋 웃어보이며 아키라가 향하는 곳은 북쪽 산이 있는 곳이었다. 정확히는 그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근처까지였지만. 산으로 가는 길목인지 꽤 벚꽃나무가 많이 배치되어있었고 가는 곳마다 분홍색 눈이 하늘에서 살랑살랑 내려오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한번씩 털기도 하던 그는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