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uplay>1596495086>992 situplay>1596495086>994 버블시기라고 하면 분명 거품경제 때를 뜻할텐데 왜 나는 비눗방울 부는 시이가 보고 싶은거야 ( ´∀`) 다들 카페인 수혈이라면서 커피 사면 코로리랑 시이랑 같이 노려봐주자구 (*´ω`*)
situplay>1596495086>997 코로리거까지?! 알바생 몫까지 사주는거야?! 3년 봤으니까 친하긴 할테지만 그래도 알바생인데! 코로리는 츠쨩 커피 마신다고 흘겨볼거 같지만 ( ◠‿◠ ).....
>>17 사쿠라마츠리면 우연히 만난 거로 해야할까, 아니면 코로리가 알바하고 있다가 마츠리 놀러가는 하쨩(츠무기 동생!) 보고 부러워해서 서점 일찍 닫고 같이 갔다거나?
저번에 새벽에 한 번 물어봤던 거긴한데, 사쿠라마츠리 이벤트 중이니까! 캐릭터 귓가에 벚꽃 꽂아준다면 무슨 반응일까?! (*´ω`*) 엄청 귀여울 거 같아서 보고 싶어~! 아키라(situplay>1596495086>307)랑 히키(situplay>1596495086>310), 요조라(situplay>1596495086>314), 시니카(situplay>1596495086>317) 반응은 잘 읽었다구 ( ´∀`)
>>39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 와 진지하게 결혼위해 동경대 준비한다. 떨어지겠지만 (웃음) ㅋㅋㅋ 약간.... 그런 거지 ㅋㅋㅋ 미즈미: 나 요즘 썸 타는 애(한 39명 있음) 있는데 진도 짱빨라~~~ 갸루 친구: 혼또혼또? 어디까지? 미즈미: 미적분 3단원까지 나갔어 나 이제 이 점에서 미분 가능한지 안한지 설명할 수 있어 갸루 친구:
>>4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원을 뛰어넘은 결혼 가능이지 가능가능 미즈미 범위는 한도 없이 넓으니까 웅웅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 오히려 여태껏 공부를 등한시하고 있다가, 밀린 진도를 쫓아가느라 힘든걸."
진실이다. 작년까지 공부를 등한시한 것도, 밀린 진도를 쫓아가느라 죽을 맛인 것도 사실이다. 다만, 겨울방학 내내 평균 수면시간을 4시간으로 단축한 결과 1학기 들어 가미아리 학원으로 전학을 오면서 치른 편입학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평균 96점대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드럼을 잘 친다거나 오토바이를 탈 줄 안다거나 하는 시시껄렁한 게 아닌 그런 실질적인 능력을 감추는 것은, 원만하지 못한 대인관계를 거치며 생긴 일종의 편집증적 습관이었다. 사람에 따라 가시를 잠깐 거두고 노가드 전법을 구사하는 것도, 충돌을 최대한 막기 위한 그런 습관 중 하나였고.
"그래도 영어는, 하나도 못한다고 해도 알파벳만 알고 있으면 어떻게든 돼."
알파벳 자체를 외우는 건 어렵지 않다. 히라가나 하나보다도 글자 수가 적은 게 알파벳이니.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시니카는 말했다. 가미즈미 학원 정도 되는 곳에 입학할 학력을 갖고 있으면 알파벳 정도는 알고 있겠지- 이 역시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균열로 인한 오해다. 미즈미는 신이며, 가미즈미 학원은 신들을 위한 특별 입학전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여태껏 신은 물론이요 어떤 비일상과도 일절 관련없는 삶을 살았던 시니카가 알 리가 없다.
미즈미의 말대로, 복잡한 생각은 모두 시니카의 몫이었다.
"부탁할게."
하고 대답한 시니카는, 팔랑팔랑거리며 다가와서는 낯선 어투로 주문을 받고 떠나는 메이드에게서 마지못해 시선을 뗐다. 이 가게의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을(다시 말해, 거의 대부분을) 억지로 무시하기로 한 듯한, 미즈미와 비슷하지만 다른 태도였다. 그러나 그 다음의 것은 방금의 것처럼 쉽게 무시하지 못했다. 미즈미가 어디로 시선을 돌리자 별 생각없이 미즈미의 시선을 따라 그리로 시선을 돌리다가 눈에 닿은 것. 행복해하는 사람들.
시니카는 턱관절에 무심결에 힘이 들어가려는 것을 억지로 막았다. 어린 아이를 쓰다듬는 부모 위로 넌 대체 뭐가 문제라 그 모양이니, 하고 자신을 구박하는 부모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삼삼오오 모여서 행복하게 떠드는 친구들은 마치 자신의 쪽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저 녀석 기분나쁘지 않아? 하는 말을 자신들끼리 속삭이는 것 같았다. 연인들 중 한 명은 시니카를 동정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기분나쁘고 꺼림칙한 시선- 마치 그때 자신이 몸을 던져 지켜주었던 그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어디선가 가가각 가각 가각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피부가 차갑게 얼어붙고, 그녀의 정신이 그녀의 육신 속에, 뼈다귀 골 하나하나에, 근육 사이사이 신경 가닥가닥에 편집증적인 날카로운 면도날을 세워내는 것 같았다.
행복이나 애정 같은 자신이 갖지 못한 그 모든 것들은, 시니카에게 있어 실패의 기록이고 치욕의 낙인이었다.
죽은 사람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보라색 눈을 들고, 시니카는 미즈미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웃었다. 아까의 미소에서 조금도 나아진 게 없었다. 아니 그것은 분명히 물리적으로는 입꼬리가 올라간 것이었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괴롭게 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할 것만 같은 그런 웃음이었다.
"딱히... 괜찮아."
터널 시야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시야 가장자리가 시커멓게 물들어 시야가 좁아진다.
# 미즈미 특유의 인간적 사고를 도외시한, 긴 세월과 높은 시야에서 내려다보는 마이페이스적 신님 느낌은 잘 살아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3 그리고 분량 컨트롤 안 되는 건 나도 마찬가지라..(무한점).. 더군다나 나는 시니카가 미즈미주한테 어떻게 느껴질까가 더 걱정이네 <:3 더군다나 이번엔 미즈미가 시니카의 지뢰를 제대로 꽝 터뜨려서 시니카의 정신적 HP가 걸레짝이 되는 바람에 얘를 어찌해야 할지
>>51 아앗 사실 나는 좋아해........... 딱히 문제될 것 없다~ 왜냐하면 나 시니카주 표현도 좋아하고 시니카란 캐릭터도 좋아니까 멋지잖아~~ 그러니 너무 걱정 안해도 된다~! 아앗 그리고.............. (다음 예정봄)(모에모에큥 하지 않으면 음식 먹게 냅두지 않는 상황)(안봄) 그렇지만 지뢰 밟은 건...... 오히려 좋아 우효~ 다만 시니카가 힘들면 모에모에큥 하다가 못견디겠다고 벌떡 혼자 나가도 괜찮아~!! 난 꼭 좋은 상황으로 안가도 되고 캐릭터 특성상 여기 더 안 있을 것 같다 아니면 잇기 힘들다 하면 그대로 막레 내도 좋거든 다음 일상거리 생기는거니까 >.0 다양한 관계 좋아해~~ 그러니까 편하게 해줘~
남몰래 허둥지둥 하는 와중 자세를 잡고 쏜 코르크 탄은 역시나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이번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지라 그러려니 했지만, 그렇다고 아쉽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남은 탄은 셋. 아직 스치지도 못 한 걸 보면 남은 수로는 가망이 없어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시무룩해져서 그게 표정에 살짝 드러났을지도?
마냥 실망한 요조라와 달리 아키라는 이것저것 생각을 한 듯 하다. 연속으로 화구통을 노리지 않고 그 옆 어딘가를 노리는 모습이 요조라의 눈에 비쳤다. 옆에서 지켜보던 요조라도 혹시 맞나 하는 생각으로 지켜보았지만 혹시나가 역시나. 또다시 빗나가는 탄을 보고 안도와 아쉬움을 담은 작은 한숨을 내쉬는 요조라였다.
"그러면, 좀... 맞으려나요..."
아키라의 조언에 요조라는 풀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아직 탄이 남았으니까, 비켜준 자리에 서서 총탄을 끼우고 겨냥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히루가... 있었으면... 낙승인데..."
히루, 요조라의 오빠는 요조라와 달리 이런 게임에 도가 텄기 때문에 벌써 따내고도 남았을 텐데, 꼭 필요할 때 없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요조라의 시무룩은 슬금슬금 짜증으로 변모해갔다.
"도움이 안 돼... 정말..."
쯧. 작게 혀를 찬 요조라가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딱 그 순간만큼은 화구통이 아니라 도움이 안 되는 오빠에게 쏜다는 기분이었다.
나도 캐릭터가 어렵다면 바꾸아도 된다고 생각해. 상횡극판은 즐겁기 위해 하는 취미잖아~ 하지만 음, 캐릭터성으로 인한 걱정 때문이라면 조금 더 보류해도 괜찮다고 봐. 시니카는 성장의 여지가 있는 친구고, 그 부분에 관해서는 진행하면서 조금씩 맞춰가도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
>>62 캐릭터성의 면은 후미카주가 잘 이야기해줬다고 생각해 주말에 사쿠라마츠리 일상을 구하지 못해서 침울했던 걸까 하지만 다들 본인의 일상이 하나씩 있었고 주말은 회사에서 지친 몸을 쉬게 하고 싶으니까 거절하게 된 것도 있다고 생각해 마침 시이주는 멀티를 돌릴 수 있기야 하지만 텀이 좀 길 거야 그래도 괜찮다면 시이는 어때?
시이주가 베테랑 참치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말야 즐거운 어장생활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의 요령이라면 캐릭터를 망가뜨리는 데 있어서 주저하지 않아 시니카는 사연이 있어서 마음의 문을 닫은 친구인 거지? 그렇다면 우연과 사고에 휘말리게 해서 정말 시니카를 가만두지 않는 우당탕탕 학창생활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싶어 너무 기 죽지 마 나도 슬퍼지는걸
마츠리까지 열릴 정도로 하늘이 옅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하늘에 분홍 구름이 떠나니고 코로리가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에도 그랬다! 벚꽃이 만개하여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책방 난 창 너머로 바라보았다. 신계에서 인간계에 내려온 이유부터 인간계에 놀러갈래! 였는데, 인간들이 노는 문화 중 하나인 마츠리라니! 색색으로 물들인 천에 각기 다른 무늬를 새긴 유카타가 하늘을 물들인 벚꽃에게 지지 않겠단듯 땅 아래를 물들였다. 하교하고 출석한 서점, 교복을 입고 있는 한낱 아르바이트생이 책방의 문을 걸어잠그고 축제 구경하러 놀러가버릴 수는 없었다. 한숨이 폭 나올락 말락 하는 때에 창 너머로 누군가 또 마츠리를 즐기러 간다.
"하쨩!"
9살 먹은 어린 아이, 코로리가 일하는 가미즈미 책방을 5대째 운영하고 있는 아오키 집안의 귀여운 공주님! 이번에 지나가던 마츠리의 멤버는 아는 얼굴이었다. 코로리는 창문에 대롱 매달렸고, 한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쨩, 오늘은 사쿠라마츠리에 가니까 벚꽃빛 꿈 꾸겠네ー 3년이나 봐왔으니 악몽을 꾸지 않도록 봐준지도 3년째였다. 그런 어린 아이에게도 마츠리에 간다는게 부러워서 눈썹이 추욱 처진다. 창문 턱에 얼굴을 괴고서 벚꽃이 만개한 만큼이나 시들어지는게 마츠리에 가고 싶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다.
"언니 버리고서 너무 많이 늦게까지 놀면 유리구두 잃어버릴거야ー! 그러니까 조심히 놀아야 해?"
신데렐라 이야기에 빗대어서 걱정과 투정이 섞였다. 마침 봄바람이 불어와 흔들리는 후링 소리가 유리구두의 또각이는 소리만 같다. 왜 신은 있는데 요정님은 없는거야ー 일할 생각은 없고 도회에 갈 수 있었던 신데렐라처럼, 마츠리에 놀러가고 싶기만 하다!
/ 좀 늦다 。゚(゚´ω`゚)゚。 어쩌다보니 하쨩하고만 대화하는 선레가 되었는데 상황이 애매하다면 말해줘! 다시 써올게
시니카의 답변에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다. 나도 공부에는 일가견이 없는지라 아는 바가 몇 없었다. 인간사부터 수학이니 영어니 모르는 것 투성이다. 도무지 견딜 수 없을때에는 그냥 덮고 무시해버렸다. 인간만큼이나 절박하지 않아서 그렇다. 진심을 살아가는 인간의 터전에 자리 잡은 신은 어딘가 외로된 구석이 있다. 기묘한 간극은 거기서 온다. 그리하여, 나는 말한다.
"그러면 나랑 같이 공부할래? 나도 공부 잘 못하거든. 있지~ 내가 지금까지 엉망진창으로 살아버려서 아는 게 하-나 없어. 이제라도 제대로 살아보려고. 알파벳도 잘 몰라. 외우긴 했는데 남의 것처럼 뒤죽박죽이야.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돼."
감히 인간의 얼굴과, 인간의 목소리, 인간의 절박함을 흉내낸다. 곤란한 듯 눈썹을 가지런히 모으고 입꼬리를 내려뜨렸다. 몹시 곤란한 듯 눈을 내리깔았으니 내가 지금껏 본 인간의 얼굴과 같기를 바랄 뿐이다.
"있지 시니카."
나는 몸을 낮추고 시니카를 바라본다. 이 작은 인간은 아무래도 이 상황이 괴로운 모양이다. 인간에게 서툰 나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엉망진창인 얼굴을 하고서, 괜찮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가만 보기 애처롭다. 나는 잘 닦지 않아 끈적거리는 테이블보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괴었다. 무엇이 칼날이 되어 시니카를 몰아세웠는지 몰라도, 이런 자들이 불행한 것쯤은 알고 있다. 그들 중 몇은 다리 위에서 힘껏 날았던 것 같다. 날개가 없어 내 구내에 처박혔다. 그렇게 내 피와 살이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사랑을 하러 온거지 사냥을 하러 온 것이 아니기에, 태도를 바꾼다. 쩍 벌어진 입을 다물고 두갈래 나뉘어진 혀를 내보인다. 인간에게는 오로지 하나로 보일 음흉한 혀를.
"우리 그냥 도망갈까?"
뱀의 혀가 두갈래로 나뉘어졌듯 나는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상관이 없다. 뱀이 내민 것은 선악과가 아닌 또 다른 미래였을 뿐인데, 후대의 사람들은 뱀이 못되었다 욕하니 억울하고 안타까울 일이다. 가늘게 뜨인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아직 음식은 나오지 않았다. 서비스를 잔뜩 즐겨놓고 값 치루지 않은 건 죄악일테지만 어차피 나의 근원은 죄악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는 한층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인다.
"내가 억지로 끌고와서 미안해. 그냥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버리자. 네가 즐겁지 않으면 나도 별로야."
즐거운 데이트나 즐길까 싶었는데 장소 선정 실패다. 그렇지만 난 내 잘 늘여진 꼬리만큼이나 유연한 신이었다.코스는 언제든 바뀌어도 괜찮다. 사랑의 도피라도 하는 것 같아서 제법 운치도 있는 것 같다.
캐릭터가 잘 안 맞으면 바꾸는 것도 좋겠지만 성격적인 문제라면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시니카가 시니컬한 캐릭터인 것도 하나의 개성이니까~ 이런 캐가 있으면 저런 캐도 있고 그런 거 아니겠어? 미즈미주도 말했듯이 관계를 꼭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법도 없고~ 물론 시니카주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좋겠지~
맞아맞아 다들 좋은 말 해줬네~ 내 생각에는 미즈미 성격이 무대포 노빠꾸 킵고잉이라 그랬던 것 같아. 그리고 청춘이잖아?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구. 아니면 캐릭터 설정이 조금씩조금씩 바뀔 수 있고. 사실 나도 맨날 외양 수정하고 위키 수정하고 슬쩍슬쩍 캐설정 바꾸니까 응응 시니카주가 시니카에 애정 쏟은 것도 충분히 보이니까 너무 기죽지 말고 좀 더 지켜보다가 천천히 결정했으면 좋겠어 ;ㅁ; 나는 시니카랑 일상하는 거 즐거웠으니까.... 너무 부담 느끼지 말아줘
다른 참치들도 많이 말해줬지만 시니카가 시니카주 손에 안 맞는다면 새 시트를 가져오면 되는 부분이지만, 캐릭터성이 문제라서 잘못 낸 거 같다고 생각한거라면.... 썰로 나온 이야기여도 벚꽃 꽂아준 코로리에게 마주 벚꽃 꽂아줄 면모가 남아있는 아이인데 캐릭터성이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 안 하는걸. 아직 고등학생이고 내면의 성장이 크게 있을 때니까! 물론 선택은 시니카주의 몫이니까 원하는 대로 하는게 제일 좋을 거일테고!
오후 5시 30분에 웹박수로 시니카주의 레스 중 저녁반에도 물어보고~ 부분이 협박처럼 들릴 수 있으니 저에게 주의를 주는게 어떻냐고 웹박수를 보내신 분이 계시기에 지금 퇴근만 기다리는 중이라서 일단 잠시 접속했어요. 물론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고 일단 어떻게 흘러갈지를 지켜보는 중이었어요. 저는 오직 그 레스 하나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차후 어떤 레스가 나오고 어떤 행동이 나오냐에 따라서 그냥 내부에서 조용히 해결하거나 제가 주의를 주거나 할 수는 있겠지요.
요는 이겁니다. 리부트 전에도 이런 식으로 저에게 00에게 주의를 줘야만 한다고 웹박수를 보내서 요청하신 분이 정말 많았어요.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금 이렇게 들어왔는데 제 스레의 문제는 그냥 저를 믿고 맡겨주셨으면 합니다. 레스 하나하나만으로 저는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사실 그렇게 따지자면 레스 하나하나로 저는 다 주의줄 수 있어요. 그래도 일단은 흘러가는 느낌이나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정말로 심각한 레스의 경우에는 제가 보고 바로 지적을 할 수 있는데 지금 것은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으니까요. 결론은 주의방침에 대해선 제가 생각하는 대로 할 생각이고 그게 정 마음에 안 들면.. 이 스레를 관전하지 않거나 혹은 시트를 내신 분 중에서 이것을 보낸 이가 있다면 저 캡틴은 정말 답답하고 말이 안 통하네 하고 시트를 내리셔도 저는 말리지 않을 거예요.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주의에 대해서는 제가 보고 판단할게요.
덧붙여서 시니카주에 대해서는 이미 이야기가 잘 해결이 되고 있고 저도 다른 참치분들과 의견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더 말하지 않을게요. 이것으로 시니카주가 죄책감을 느낀다거나 하진 않았으면 해요. 내부적으로 조용히 이야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제가 주의를 주거나 하고 싶진 않아요. 물론 그게 반복되거나 한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니까요. 이상입니다.
저번주까지 추운 감이 있었는데. 사쿠라마츠리 덕일까? 이번 주 날씨는 내내 따스하고 맑았다. 덕분에 이렇게 자전거로 동네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게 되었고. 물론 오늘은 사람이 많아 북적북적했기에 자전거를 타기보단, 그냥 옆에 끼고 다니면서 한가롭게 걸어야 했다.
평일인데도 서점에 향하는 이유는, 직원일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심부름을 위해서였다. 굳이 따지면 전갈을 전하기 위해서. 서점 안의 두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소식이었기에 내 발걸음도 덩달아 가벼운 느낌이었다. 나는 서점 앞에 자전거를 주차시키고 바구니에 넣어둔 체인으로 자물쇠를 잠궜다. 오늘 축제엔 자전거를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딸랑,하고 경쾌한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역시나 하루나와 코로리만 있고 다른 손님들은 없는듯 했다.
" 안녕. 할아버지한테 심부름을 받고 말 전달하러 왔어. "
나를 보자마자 안아달라며 달려드는 하루나를 가볍게 안아 업었다. 이렇게 안을때마다 하루나가 커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 하루나, 너는 혼자 가면 위험하니깐 나랑 같이 마츠리에 가야 해. 그리고 코로리, 할아버지가 오늘은 손님들도 다들 마츠리에 갔을테니깐 일찍 문을 닫고 너도 마츠리를 즐기라고 하셨어. "
후유키는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네게 그리 묻는다. 말한 상대가 누구인지 깊게 궁금한 것은 아니었지만, 분위기라는 말에는 결국 조금이나마 호기심을 느끼고 마는 것이다. 물론 네가 말하는 그 분위기라는 것이, 평범한 학생의 모습으로는 감춰지지 않는 세월을 말하는 건지는 불확실 한 거지만. 만약 맞다면, 저와 같이 그 기를 채 다 못 숨긴 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걸까. 생글생글 웃으며 후유키는 빛 아래 청록색으로 반짝이는 색을 본다.
"왜? 이 색 때문에?"
이제 브로치와 함께 떠나도 될 것인데. 후유키는 팔찌를 살피는 네 옆에서 떠나지 않고 그리 묻는다. 그리고 팔찌에 관심을 가지는 너를 따라놓인 다른 장신구들에 시선을 둔다.
이번에도 빗나가는 느낌에 아키라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세 발, 그리고 그녀는 두 발. 이게 이렇게까지 안 맞는 게임이었던가. 이거 아무래도 뭔가 조작이 진짜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결론에 도다르지만 그렇다고 따질 순 없었다. 애초에 이게 다 장사속이라는 거니까. 물론 아키라적으로는 그런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조용히 숨을 죽이면서 아키라는 다시 한 번 자세를 취했다. 만약 이번에도 안된다면 바로 옆나라에서 대부분이 배운다는 총 잡는 자세부터 유튜브를 잠시 켜서 확인해보리라 다짐하며 그는 날카롭게 시선을 옮겼다. 타깃은 당연히 계속 노리고 있는 저 화구통이었다. 방아쇠를 가만히 당겼으나 너무 힘을 꽉 준 탓일까. 화구통의 위를 날아가버리는 모습이 보였고 아키라는 침묵을 지키면서 가만히 안경을 정리했다. 속으로 약하게 한숨을 내쉬지만 그렇다고 짜증을 내진 않았다. 나름대로 자신의 기분을 제어하듯이.
"남은 것은 각각 두 발뿐이네요. 남은 두 발은 한번에 발사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니까 호시즈키 씨가 두 발을 쏘고 저도 남은 두 발을 쏘는 방식으로 말이에요."
굳이 이렇게 한발한발 번갈아가면서 쏘기보단 어차피 두 발이 남았으니 한 번에 두 발을 쏘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제안했다. 혹시 아는가. 두 발을 한번에 쏘면 한 발이라도 명중해서 저 경품을 딸 수 있을지. 이어 아키라는 요조라를 바라보며 미소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격려했다.
문이 딸랑하고 열리면 내려다보고 있던 고개가 들렸다. 재잘재잘 하루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오빠의 등장에 쪼르르 코로리의 곁을 떠난다. 나도 오빠 있다 뭐ー. 말을 전달하러 왔다니 코로리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시킬 일이 따로 있다는 걸텐데 책을 정리해야 할까, 서점 앞 마당을 쓸어야할까, 아니면 서점 문 닫아버리고 마츠리 가고 싶다고 한 거 들킨거야?! 나 해고?! 츠무기를 올려다보는 눈빛에 어쩐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츠무기는 코로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
"하쨩, 유리구두 안 잃어버리겠다!"
살랑 바람이 불어와서 흔든 것처럼 들떴고, 목소리가 즐겁게 흘렀다. 긴장하고 있는 듯 했던 표정이 화사하게 웃음으로 바뀐다. 유카타 차림이 아닌게 조금 아쉽지만, 옷을 못 입었다고 마츠리를 즐기지 못할 리는 없다. 나갈 채비를 해야한다! 하루나를 내다보았던 창문의 걸쇠를 걸어 달칵 잠그고, 가방을 챙겨 어깨 한쪽에 걸쳤다. 교과서 한 권도 없고, 노트는 한 권 있을까 싶은 무게로 매우 가볍게 들렸다. 그래도 필통에 들어있는 필기도구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나서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공부하지도 않으면서 펜은 잘 챙기고 다니는 모범생이다.
"츠쨩이 나 대신에 벚꽃잎 갯수만큼 사랑한다고 전해... 드려야 해?"
할아버지께 대신 말을 전해달라고 하면서 낮춤말이 나올 뻔 해서는 작은 공백이 생겼다. 인간계에 내려온지 3년 째인데 아무래도 코로리가 신계에서 지낸 시간에 비하면 너무나도 짧다보니, 이렇게 조금만 부주의하면 반말이 나오려고 한다. 책방에서 손님들에게 말할 때가 제일 집중하고 있는 때였다. 지금은 마츠리에 집중했으니 용케도 높임말로 바꿔낸게 대단했다. 마츠리 갈거니까! 벚꽃 구름이 기다린다구! 코로리는 하루나를 안아 업고 있는 츠무기의 손을 잡고 책방 밖으로 나서려고 한다. 재촉하는 말 한 마디도 없었는데 바쁘기도 하다!
/ 아냐 불편하단게 아니라 저번에는 누나라고 했던거 같아서 내가 잘못 기억했나 하고 물어본거 뿐이야 ( ´∀`)
갱신해.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시니카주는 손에 맞지 않는다면 편한 캐로 가져와도 좋다고 생각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 손에 맞지 않는 걸 남들이 날 이런사람으로 보면 어쩌지, 이런 캐 좋아하실 분도 계시는데.. 하고 억지로 버틸 필요도 없고. 당장 우리 어장에도 손에 맞지 않는다고 바꾼 케이스도 있고, 그걸 캡틴이 나무라지는 않았잖아?
각자 쏜 탄은 세발씩 총 여섯발이었는데, 어떻게 여섯발 모두 빗나갈 수 있는 걸까. 이쯤 되면 안에 뭔가 장치가 된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요조라는 힐끔 경품대와 발사대 사이를 눈으로 훑어보았으나, 눈썰미가 그리 좋지 않아서 딱히 찾은 건 없었다. 그런게 있어도 눈에 띄게 두었을 리가 없을거고. 그러니 그냥 실력이 안 좋아서 못 맞추는 걸로 생각하기로 했다.
요조라가 남은 탄 두개를 쥐고 이걸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고 있으니 아키라가 말해왔다. 남은 걸 한번에 쏘아보는게 어떻겠냐고. 그 말을 들은 요조라는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곧 끄덕였다. 어차피 남은 건 두개니까 이걸로 될려면 되고 안 되면 안 되는거다. 한번 해봤으면 충분하달까.
"이걸로... 될 거면, 되는거고... 아니면, 아니겠죠..."
안 되면 아쉽겠지만 포기하던가 나중에 오빠에게 부탁...
"그건... 싫은데..."
작게 중얼거린 요조라는 고개를 몇번 도리질치고 다시 총을 들었다. 코르크 탄이 조금이라도 똑바로 나가길 바라며 끝에 꾹꾹 밀어넣고, 새삼 비장하게 들었다. 격려해주는 아키라를 보곤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자리를 잡았다. 이번엔 정면이 아니라 조금 더 옆으로, 측면을 노리는 것처럼. 오빠를 떠올렸더니 예전에 이렇게 했던게 기억이 나서 한번 시도나 해보려고 말이다.
"이..렇게... 하는 거... 였나...?"
정면을 노릴 때보다 어설픈 자세긴 했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이걸로 남은 탄들이 맞을지도. 아니면 돌아가서 오빠를 꼬집자, 라고 요조라는 생각하며 방아쇠에 검지를 걸었다. 방아쇠 당기는 소리가 찰칵, 찰칵, 두번 울렸다.
1. 막야 가 도가니에 뛰어들어서 명검을 만들었다는 설화를 렌코는 알고 있었지만, 전골에 개구리가 들어간 것을 실제로 마주하기는 처음이었다. 어느 쪽을 더 끔찍한 일이라고 보아야 할까. 개구리 의 「エ」 모양으로 사지를 쭉 펴고 푹 익은 채 국물에 잠겨 있는 개구리...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조금 거리를 두고 들여보았다. '으... 음... 그로테스크.'
이럴 때 렌코는 질색하면서도 앞서 급식으로 그다지 맛없는 음식이 나왔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이렇게 되뇌는 것이었다. '첫째, 내가 산해진미를 먹었더라면 지금 이 개구리를 씹으면서 그 요리를 그리워하며 서럽게 울고 말았을 것이다. 둘째, 내가 산해진미를 먹었더라면 곧 모조리 토해내게 될지도 모르니 심한 낭비다.'... 렌코는 우는 성격도 토하는 체질도 아니었지만 그런 식으로 고행을 정당화했다.
"... 잘 먹겠습니다."
렌코는 개구리를 입에 넣었다. 쫄깃한 개구리 살이 치아에 휘감겨 오거나, 상큼한 개구리 즙이 입 안에서 터지는 일이 있을까봐 조금 노심초사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잘 익은 개구리의 질감과 맛은 닭다리살 경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째선지 괜찮아서 열이 받는다고나 할까. 영문 모를 맛있음에 거북함을 느끼며 렌코는 벚나무 신사에서 받아 온 한 그릇을 모두 비웠다.
2. 쇠의 맛. 카지야히메는 이것이 피 맛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누구이길래 피를 흘려 공양하는가? 무엇을 원해 생피를 흐르게끔 하였는가? 순간 이것이 불경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마 신이 먹게 될 줄 알고서 그랬겠느냐고 뿌리쳐 버렸다.
3. 공양받은 물건을 남기거나 버리는 것은 신이라도 용납받기 힘든 일, 이라고 렌코는 믿었다. 승려들이 발우를 싹싹 닦아서 먹는 것같이는 하지 않더라도, 함부로 제물을 방기하거나 미워하는 티를 내보인다면 곧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경우처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지야히메 신사의 새전이나 공양물은 신사의 일몰 시각을 기점으로 렌코의 단칸방 3단 서랍 맨 아래 칸으로 전송되므로, 해가 지고 나서 서랍을 열어 보면 자연히 거기에 들어 있다. 카네야마 집안의 「고모」가 보내 주는 생활비를 빼면 렌코의 유일한 용돈인데, 쥐꼬리만 하기는 해도 생활비조차 안 쓰고 묵혀 두는 마당에 부족함이란 없다.
개구리 전골 식사를 끝내고 나서, 렌코는 서랍 두 번째 칸에서 서류철 무더기를 꺼내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셋째 서랍 손잡이에 매달아 놓은 금줄에 걸린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한 며칠 간을 5엔에서 50엔 사이의 새전만 들어오던 차라 별 것 없으리라고는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선반을 끌어당겨 열어 보았다. 그리고, 서랍 안에 똑같은 전골이 담긴 보존용기 한 통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짧게 '아'하는 탄식을 내뱉었다.
「사쿠라마츠리의 명물 전골이라고 합니다. 부디 흠향하시옵소서.」 '우리 신사 무녀가 또 불필요한 일을...!' 렌코는 전골보다 더 뜨겁게 부글부글.
4. 그래서인지 카지야히메는 자애로운 신에 가까운 편이다. 공물을, 제물을, 그리고 선물을 소중히 여기는 성격이니까. 책상 위에 해골 모양 피어싱 한 쌍이 가지런히 놓인 것을 보고, 잠깐 '신종 이지메인가'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카나가시마! 그 귀걸이는 뭐냐? 새로 뚫었어?" "또 뚫지는 않았... 는데요." "그 얘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임마. 학교에서 그 디자인은 아니지!"
"아침부터 절찬리에 벌 서고 계시네요, 카나상-. 어쩌다가 그랬어?" 그러자 렌코는 들고 있던 팔을 굽혀서 자기 귓불의 반짝임을 가리켰다.
"오, 해골이다! 터프!" "화려하구먼." "이미지 체인지네!" "그러게, 카나짱, 누구 하나 갈아 마시고 온 거야?" "자꾸 그러면 너를 마실 거야."
역시나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그저 말을 전달했을 뿐임에도 기분이 좋아져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유카타 가져오라고 말할걸 그랬나, 생각하며 안고 있는 하루나를 슬며시 보았다. 물론 나도 학교에서 집에 오자마자 심부름을 받고 방금 왔기 때문에 유카타를 입은 것은 하루나 뿐이었다. 교복을 입고 즐기는 마츠리도 꽤 색다른 맛이 있을지도 모르고.
" 그럼, 그럼. 꼭 전해줄께. "
어쨌든 일에 관해선 깐깐하지만 알바생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줄 수 있는 특이한 점장님이라니깐. 나는 걸을 때마다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나는 책가방에 킥킥 웃으며 나랑 가방 상태가 꽤나 비슷하네~ 라며 농담을 했다.
작은 책방이었으므로 자물쇠를 잠그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훔쳐갈까? 싶었으나 일단은 꼼꼼하게 창문까지 잠군 것이 감탄스러웠다. 이것이 3년 근속 직원? 물론 나도 낡은 자전거를 자물쇠까지 칭칭 두른 것이 마찬가지였지만.
" 생각해보니까, 마츠리에 같이 가는건 처음이네. 어때, 뭐부터 해보고 싶어? "
하루나가 땅바닥에 내려서 손을 잡아달라고 보챘기에 조금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으며 누나에게 물어보았다. 멀리서부터 축제 특유의 시끄럽지만 가슴을 뛰게 하는 소리들이 바람을 타고 전해져 왔다. 맘이 설레었기에 느릿한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헉 내가 일본 호칭 문화를 잘 몰라서 헷갈렸나봐 (ಥ﹏ಥ) 혹시 더 선호하는 호칭이 있으면 말해줘 일단 왔다리갔다리하는 중이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해(ಥ﹏ಥ)
탕탕 소리가 들려옴에 따라 아키라의 시선은 자연히 그녀가 노리고 있던 상품으로 향했다. 이번엔 제대로 명중했고 쓰러졌고 그것은 곧 그녀가 그 상품을 땄다는 것을 의미했다. 가볍게 두 손으로 손뼉을 치면서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축하했다. 그토록 노리고 있던건데 따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축하드려요. 그렇다면 같이 도전해서 따줄 이유가 사라졌으니 저는 뭘 해볼까."
굳이 저 중에서 노릴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아직 두 발이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일단 뭐라도 쏘는게 제일이었다. 어차피 맞지도 않을 것 같고. 적당히 노릴만한 것을 노려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눈으로 살며시 훝어보다가 저 편에 세워져있는 수건세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거... 어디서 많이 본 디자인인데? 순간적으로 아키라의 눈동자가 휘둥그래졌다.
"......"
그리고 자연히 그의 총구는 그 곳으로 향했다. 아니. 아닐거야. 아닐거야. 내가 착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꼭 확인을 해봐야겠어. 속의 불꽃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을 애써 잠재우려고 하며 아키라는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통통. 총알과는 다르게 코르크가 날아가는 소리가 뿅뿅 울렸고 아키라는 그 끝을 가만히 바라봤다.
만약 따낸다면 자신도 모르게 아자! 소리를 내면서 좋아했을 것이고 따내지 못했다면 정말 뚫어져라. 그 세트에 구멍이 날 정도로 아주 뚫어져라 빤히 바라봤을 것이다. 물론 딱히 말을 할 것은 없었다. 그야 확실한 증거가 없었으니까. 그저 아닐거라고 믿고 싶을 뿐이었지만.
흔쾌히 승낙을 받았내니 추가 조건이 붙는다. 둘째 손가락을 맞대고서 대칭으로 구부러진 지팡이를 그린다. 시작점에서 만났다가 떨어지고 다시 끝점에서 만난 손가락 둘이 그린 그림은 ♡ 하트였다! 하트가 부끄러우면 오동통하게 살찐 벚꽃잎이라고 해도 되니까! 방긋 웃고 있는데 왠지 짓궂어보인다. 츠무기가 이 조건도 함께 받아줄런지 기대되는 듯 바라보고 있다가, 가방으로 주제의 흐름이 바뀌면 갑작스럽게 어깨 한 쪽에서 힘을 툭 뺀다. 가방을 걸치고 있는 어깨가 기우뚱 기울어서 무거운 척을 하지만 흔들리는 가방은 가벼워 보이기만 한다.
"파란 나무 두 그루는 들어있는 것 같아."
흡! 기합 넣는 소리까지 내면서 제대로 가방을 고쳐 메었다. 아무도 속지 않을 거짓말과 장난에 제일 먼저 웃음 소리를 내는 건 코로리 본인이었다! 일부러 파란 나무 두 그루를 찾은 건 츠무기와 하루나를 가리켰다. 이 우스운 장난에 내는 웃음 소리 후에는 책방의 문이 잠기는 소리가 이어진다. 달칵 잠긴 책방의 문을 등지고서 마츠리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풍선 다트ー 알록달록해서 좋아!"
이런 저런 풍선들을 다트로 맞추면 터트린 갯수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 작은 인형 열쇠고리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어린다. 그러면서 코로리는 하루나에게로 손을 뻗었다. 키차이를 생각하면 츠무기보다는 코로리가 하루나의 손을 쥐는 편이 자세가 편할테니까, 선뜻 손을 내밀고 하쨩이랑 언니랑, 누가 더 손 오래 꼭! 잡고 있나 내기할까ー! 라고 하루나가 손을 잡도록 해본다. 하쨩은 하고 싶은 거 없어? 츠쨩은? 되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신경 안써도 괜찮아! 츠무기가 부를 것 같은 호칭으로 충분하다구 (´∀`) 늦는 건 나도 늦으니까 걱정마
사실 맞는다고 해도 맞은게 쓰러지지 않으면 따내지 못 했을 텐데, 요조라가 쏜 두발 중 한발이 제대로 맞았는지 화구통은 휘청거리다가 쓰러졌다. 처음으로 오빠의 도움 없이 경품을 따낸 것이다. 요조라는 자신이 쏴서 맞춰놓고도 믿기지 않는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옆에서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는 아키라의 말에 이게 꿈이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다. 노점상이 가져다 준 화구통을 받고나니 더욱 실감이 났다.
"...고마워요..."
뒤늦게나마 아키라가 도와주려고 했다는 걸 알았기도 해서 요조라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팔로 화구통을 안고 있어서 약간 가려진 얼굴은 웃을 듯 말 듯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졸다 깼을 때처럼 느슨하지 않으니 표정은 금방 담담해진다.
요조라는 화구통을 들고 아키라가 남은 탄 쏘는 걸 지켜보았다. 딱히 노리던게 없는 줄 알았는데, 둘러보니 뭔가 걸리는게 있었나보다. 정확히 경품대의 한쪽을 가리키는 총구가 그래보였으니까. 가리키는게 수건세트...인가? 그러나 남은 탄 두발로는 어림도 없었다. 노리는 것에 닿지도 못한 탄들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다 쏘고도 수건세트를 빤히 노려보길래, 어쩐지 그 눈빛이 심상치가 않길래 요조라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번... 더 할래요...?"
아예 깔끔히 끝났으면 모를까, 아키라의 목표가 남아있는데 이대로 요조라가 원하는 것만 따서 가기도 조금 찝찝했다. 어차피 시간은 요조라에게도 충분했으니 아키라가 한번 더 하자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아니라면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노점 앞을 떠났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두 발 다 확실하게 빗나갔기에 그것을 확인할 방도는 없었다. 총알은 닿지도 않았고 그저 스쳐지나갈 뿐. 완전히 기회가 날아갔기에 아키라는 작게 칫-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확인해볼 방도는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더 미련을 가져봐야 의미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는 그렇게 결론내렸다. 그렇기에 아키라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요. 조금 신경쓰이긴 했지만 그래도 굳이 꼭 확인해야겠다 정도는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지금은 안내를 하는 중이기도 하고."
나중에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말 정도는 해두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아키라는 깔끔하게 포기를 하기로 하며 우선 지금은 호시즈키당에서 부탁받은 것처럼 가장 큰 벚꽃나무가 있는 곳으로 다시 향하기로 했다. 노점 앞을 나온 후, 다시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던 그는 방금 전, 그녀가 화구통을 상당히 노렸던 것을 떠올리며 가만히 화구통을 챙기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역시 그림 관련인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림 그리시나봐요? 화구통까지 보통 얻으려고 하는 이는 잘 못 봐서. 잘 쓰길 바랄게요. 스스로의 힘으로 얻어낸거잖아요?"
싱긋 웃어보이며 아키라가 향하는 곳은 북쪽 산이 있는 곳이었다. 정확히는 그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근처까지였지만. 산으로 가는 길목인지 꽤 벚꽃나무가 많이 배치되어있었고 가는 곳마다 분홍색 눈이 하늘에서 살랑살랑 내려오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한번씩 털기도 하던 그는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신경 쓰인다고? 갖고 싶은게 아니라 뭔가 걸리는게 있었던 걸까? 아키라의 대답에 그런 생각이 들어 요조라는 경품대의 수건세트를 한번 보았다. 수건세트에 신경쓰일 일이 뭐가 있을지, 요조라로서는 감을 잡기가 어려웠기에, 더 묻지 않고 노점 앞을 떠났다. 화구통을 한팔에 고이 안고서 말이다.
다시 앞을 보며 걷기 시작하자 잠깐 멈췄던 듯한 시간이 재차 흐르는 기분이었다. 사격 게임에 어지간히도 집중했었나보다. 따낸 것도 그렇지만 오빠에게 부탁할 일이 없어져서 다행이라고 요조라는 생각했다. 부탁 한번에 어떤 조건을 내붙였을지 상상해보면, 어휴, 정말 다행이었지. 그렇게 생각하며 화구통을 소중히 안고 가는데 아키라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목소리도 들렸다.
"전에... 쓰던게, 너무 낡아서... 바꾸려던... 참이었어요... 네에... 아껴서, 잘 써야죠..."
요조라가 화구통에 꽂혔던 건 그런 이유도 있었다. 지금 쓰는게 너무 낡아서 새로 바꿔야지 했던 것. 이런 와중에 딱 맞는 물건이 눈에 들어오니 어찌 갖고 싶지 않을까. 게다가 스스로 따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덤으로 도와주려 했던 아키라에 대한 생각도 살짝 바뀌었다.
"아, 그게..."
꽃잎이 눈처럼 내리는 길을 걸으며 주변 풍경을 조금씩 눈에 담는 중에, 가벼이 던진 듯한 물음이 요조라에게 닿았다.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고, 대답도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요조라는 조금 망설였다. 가장 큰 벚나무를 보고 싶다고 말할 때처럼, 망설이다가, 화구통의 끈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가장 큰 벚나무를 보고 싶은 거라는게 요조라의 대답이었다. 가족 외의 사람에겐 이런 얘기를 한게 처음이라 어쩐지 좀... 그랬다. 긴장된걸까. 애꿎은 화구통의 끈을 만지작거리는 손은 멈출 줄을 몰랐다. 시선도 위가 아닌 애매한 아래쪽 어딘가로 숨듯이 내려가 있었다.
벽을 채울만큼의 크고 거대한 그림. 즉, 벽화를 그리겠다는 것일까? 어디에? 아마도 호시즈키당의 벽이겠지. 설마 연고도 없는 남의 집의 벽에 크게 그림을 그릴리는 없을테니까. 아키라는 그녀의 그림 솜씨를 알지 못했다. 그래도 화구통까지 챙길 정도이니 꽤 전문적으로 그리는 것은 아닐까. 그저 그렇게 추측할 뿐이었다.
"그래요? 그럼 완성되면 구경을 해야겠네요. 제가 소속된 학생회 멤버들도 함께."
김에 학생회 멤버들과 함께 학생회 간식으로 호시즈키당에서 이것저것 사면 딱 좋겠다고 아키라는 생각했다. 특히 예전에 학생회 멤버들이 당고를 엄청 좋아했던 것을 떠올리며 반드시 가리라. 그는 그렇게 속으로 다짐했다. 그런 생각을 마치며 그는 다시 한번 머리에 묻은 분홍색 벚꽃잎을 털어내고 땅에 밟히는 꽃잎을 살며시 가벼운 발걸음으로 밟지 않으려고 하며 절로 종종걸음을 유지했다.
"전에 추천해줬던 화과자 기억해요? 학생회 멤버들이 상당히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그렇게 추천해줘서 고마웠어요."
그녀는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나 자신은 그녀가 추천해준 것을 구입했고 그것을 학생회 멤버들에게도 나눠줬다. 감사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주 살짝 걸음속도를 높이던 그는 어느 한 나무 앞에서 멈춰섰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 바로 옆에 뿌리를 내린 벚꽃나무는 주변의 그 어떤 벚꽃나무보다도, 그리고 가장 오래된 벚꽃나무보다도 훨씬 거대했다. 그만큼 그 벚나무에서 떨어지는 벚꽃잎도 보통 많은 것이 아니었으며 멀리서 지켜보면 어쩌면 그야말로 분홍빛 무언가로 보이지 않았을까. 고개를 들어올려 가만히 벚나무를 바라보던 아키라는 고개를 돌려 요조라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게 가미즈미에서 가장 큰 벚나무에요. 이 가미즈미를 책임지고 있는 지하수의 일부가 이 길목으로 흐르고 있어서 그런지 특히나 성장에 영향을 많이 받은 모양이에요. 크죠?"
물론 벚나무인 이상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고개를 들어올려야 그 끝이 보일 정도로 그 나무는 거대했다. 이게 그녀가 찾을 정도의 거대한 벚나무일진 아키라로서도 알 수 없었으나 나름 기대를 하며 그는 미소지었다.
시이는 벼락치기한 숙제를 검사받는 초등학생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후미카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으나, 어쩐지 불편해진 기분이 들어서 시이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눈치를 살핀다. 바늘로 콕콕 찔러대는 느낌이다. 궁중의 암투로 빚어진 예리한 감은 느낌만을 잡아채고, 이내 놓친다. 시이는 아둔하니까.
"여, 역시 싫어? 그럼 내가 먹으면 되니까-"
하던 찰나, 손이 올라온다. 시이는 반쯤 긴장하고 반쯤 기대를 건 눈으로 손을 계속 바라봤고, 그것이 머리에 놓여 머리를 가볍게 쓸어주고나서야 눈을 감았다.
손을 잡는 건 좋다. 쓰다듬어주는 것도 좋다. 좋아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느낌이 좋아서 배알도 자존심도 없이 굽히고 마는 거겠지, 나는.
"나 말야, 미카쨩이 진짜 좋아. 물론 미카쨩은 말수도 없구,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은- 날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 그치? 그럼 된 거야. 난 그러니까 미카쨩을 좋아할 거야..."
쓰다듬이 끝나자 아쉽다는 듯이 머리를 내민 그대로 잠시 있다가, 꽃구경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화색이 되어선 콩고물 당고를 쥐고는 다시 재잘재잘 떠든다.
"나는 사실, 카스테라가 젤 좋아. 카스테라는 포실포실하구 재료 본연의 맛이 다 나오잖아. 딸기쉬폰케이크라던가, 몽블랑이라던가, 그런 것도 예쁘구 맛있지만은 카스테라가 제일 각별하단 말이지. 근데 그 전에는 당고가 제일 좋았어. 쫄깃하구 미다라시도 짭조롬하니 맛있잖아. 헤헤, 이거 혼자 먹기는 싫었어-"
운 좋게도 큼직한 벚나무 그늘이 마침 비어, 시이는 냉큼 미카의 손을 잡고는 거기로 이끌었다.
요조라의 말이 과연 벽화를 그리겠다는 의미일지는, 아마 다 그린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조라 본인도 그저 그런 큰 그림을 그리고 싶을 뿐, 아직 벽화로 할지 캔버스에 그릴지 정하지 않아서다. 단지 그리고 싶기 때문에 그릴 것을 찾는거라, 요조라는 고개를 갸울뚱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완성이... 언제일진, 몰라서... 기다리진, 마세요..."
그림의 완성이 당장 일주일 뒤일지, 계절이 바뀐 뒤일지는 요조라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러니 기다리지 말라고 하곤 자박자박 걸음을 옮겼다.
느릿한 요조라의 걸음은 굳이 신경 쓸 것도 없이 꽃잎 위를 사뿐히 걸었다. 소복히 쌓인 꽃잎길은 어지간해선 발자국도 남지 않았다. 멈춰서 뒤를 돌아봐도, 내가 저 길을 걸어온게 맞을까 싶을 만큼 말이다. 잠시 현실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기분으로 걷던 요조라는 아키라의 목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고맙긴요... 좋아했다니, 다행이죠..."
부모님이 하시는 접객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접객이었는데, 그럼에도 기다려주고 사간데다 좋은 평을 들려준 아키라에게 더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다음에 오면, 그 때에도 요조라가 있으면 덤을 좀 더 주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조라도 아키라를 따라 걸음을 멈췄고,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온시야를 가득 채우는 분홍빛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나무의 크기도 물론 주변에 비해 압권이었다.
"진짜... 크네요... 이런 나무는, 처음 봐..."
벚나무의 긴 행렬로 이어지는 풍경을 보고 장관이라 느낀 적은 있었지만, 단 한 그루를 보고 이런 전율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얼굴에서 잠기운이 싹 사라지고 그저 멍한 표정만 남았다.
요조라는 잠시 올려다보기만 하다가 돌아서 총총 걸었다. 나무가 간신히 시야에 다 들어올만큼의 거리를 두고 보다가, 다시 걸어서 나무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양 팔을 벌리고 감싸도 택도 없는 나무의 크기에 새삼 놀란 듯 눈이 동그래진다. 조금 떨어져서 나무 주위를 한바퀴 빙 돌고오자 어깨와 머리가 꽃잎으로 한가득이었다. 그걸 털어낸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는지, 그대로 아키라에게 돌아온 요조라가 말했다.
"정말, 딱, 생각하던... 상상했던, 그런 곳이에요... 오는 길도, 이것도... 고마워요... 덕분에,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겠어요..."
조곤조곤 말을 늘어놓은 요조라는 화구통을 만지작거리다가 희미하게, 옅은 미소를 보였다. 아주 잠깐이지만.
사쿠라마츠리가 될 때 아는 사람은 오는 명소 중 하나인 그 벚꽃나무를 바라보며 아키라는 살며시 손바닥을 내밀었다. 분홍색 꽃잎이 하늘하늘 춤을 추다 몇 개씩 그의 손바닥에 착지했다. 떨어지는 꽃잎이 많기에 잡을 수 있을 가능성도 높았고 가까이 가면 갈수록 잡을 수 있는 꽃잎 또한 늘어났다. 자신의 손바닥 위에 착지한 꽃잎을 역으로 후- 불어 저 멀리 날려보내며 아키라는 손을 아래로 내렸다.
"아까도 말했지만 저 산길로 올라가서 조금 가다보면 이 가미즈미에 흐르는 물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샘이 있거든요. 엄청 크고 넓은데. 아무튼 그 물의 영향으로 이렇게 자라지 않았을까 하고 어르신들은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실제인진 모르겠지만, 저는 그럴 것 같네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큰 벚나무가 있을 수 없지 않겠는가. 물론 있지 말란 법은 없지만 적어도 주변 나무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큰 그 나무를 바라보며 아키라는 괜히 살짝 흘러내린 안경을 위로 올렸다. 그 와중에 살짝 요조라의 모습을 보니 꽤 놀란 것 같은 모습이 보여 그는 괜히 소리없이 웃었다. 하긴 이 마을에 사는 이라고 해서 전부 이 나무를 아는 것은 아니니까. 여기에 올 일이 없으면 모른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래요? 그러면 그 그림을 역시 기대해봐야겠어요. 기다리진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그런 미소까지 보일 정도면 기다릴 수밖에 없잖아요?"
보여줄지, 보여주지 않을지는 모르겠으나 기다린다고 한들 나쁠 것은 없었다. 어차피 자신은 이 마을에서 나가서 살 일은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그것에 대해서 불만 또한 없었다. 자신은 이 마을을 좋아했고 이 마을에서 뼈를 묻기로 결심했으니까. 굳이 멀리 나가서 살 이유가 있을까. 그러면 자연히 얼마나 걸리더라도 그녀가 감추지 않는한 그리는 그림을 볼 수는 있지 않을까. 나름 추측할 뿐이었다.
"마음껏 구경하세요. 저도 조용히 구경할테니까요. 그림 그리려면 관찰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말을 마치며 아키라는 근처에 있는 나무에 살며시 등을 기대며 고개를 올려 그 거대한 벚나무를 바라봤다. 하늘을 분홍색으로 물들일 것처럼 무수히 많은 꽃잎을 떨어뜨리는 나무와 하늘하늘 춤을 추는 꽃잎들. 그 모든 것을 바라보다 아키라는 요조라를 바라보며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이름모를 신의 영체는 당신에게 철이 박혀있는 지팡이와 모양이 일정한 뾰족한 철조각 26개를 당신에게 건내었고, 당신을 그것을 받아들였습니다.
확인. 대상 물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확인을 위해서 해당 물품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십시오.
"무사여, 이 물건은 나와 계약을 맺은 보상이라고 생각하여라. 다른것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라 뭐라 지껄이겠으나 그대에게는 필요없는 말이겠지. 분명 이름을 높이고자 하는 그 행동이 나에게 득이 될 것이니.. 나는 그저 재미있는걸 구경만 하면 그만이니 그저 자네가 원하는 일을 하시게. 그 물건은 '무라타 소총 18년식' 이라네. 무슨 20년도 더 오래된 물건을 주느냐고? 크흐흐흐.. 오래된 물건이긴 하네만 성능은 좋을것이야. 철조각을 그 철을 덧댄부분에 넣고 뾰족히 튀어.. 에이 귀찮아. 나중에 쓰는법을 알려주도록 하지."
당신은 신의 영체에게서 '무라타 소총 18년식' 의 사용법을 익혔습니다. 이 무기의 숙련도는 다른 무기와 호환하지 않습니다.
일상 소재로 쓰려고 했지만 쓰지 못한 썰... 야사이는 오늘 벚꽃 사진을 찍으려고 벚나무가 있는 곳들을 부단히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사쿠라마츠리를 기념한 아마추어 사진 콘테스트에 출품할 사진을 찍고 싶었다나, 그래서 일상 상대를 대상으로 "벚꽃만으로는 승부를 못 보겠어! 내 사진의 스토리가 되어줘!" 라는 걸로 운을 띄우려고... 했는데... 밤이네요. 갱신합니다.
수요일에는 꼭 일상...을... 캡틴... 돌리다가 이벤트 기한이 초과한 경우엔 돌리던 것까지는 마저 돌려도 될까요...? (울먹)
벚꽃 피는 봄날에 열린 사쿠라마츠리는 꽤나 성대했다. 예쁘게 꾸며진 마을 정경이나, 노점과 부스가 와글와글 차려진 걸 보면 대도시의 축제도 남부럽지 않다. 오랜 겨울을 지낸 뒤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것처럼 봄이 찾아온 가미즈미에도 활기가 넘쳐흘렀다.
쇼는 어김없이 공연 준비로 바빴다. 올해의 사쿠라마츠리에도 선보이는 무대 공연은 지역 주민들의 재능과 특기를 내보이는 장이다. 인근 학교의 동아리들도 이름을 올리곤 했는데, 가미즈미고의 경음악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덕분에 쇼도 부지런히 리허설에 참가해 부원들과 합을 맞췄었다. 곧 다가올 공연이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잠깐의 휴식 시간. 모두가 연습으로 지친 몸을 달래는 중이다. 단상 아래 기대앉아 잠깐 졸던 쇼는, 예고없이 울리는 벨소리에 조금 놀라버렸다. 황급히 눈을 뜨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니 전화가 걸려왔음을 알려주는 화면이 나타나고 있었다. 발신자의 전화번호를 찬찬히 뜯어보던 쇼가 문득 얼굴을 찡그렸다. 익숙한 앞자리로 시작하는 그 번호는 분명, 어머니의 것이었다.
제일 먼저 한숨을 푹 내쉬는 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가족에게서 오는 전화는 그다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애초에 집에 잘 들어가지도 않는데 어머니와의 통화라고 반갑겠는가. 이걸 받을까, 끊어버릴까 생각하게 되는 건 역시 달갑지 않다.
쇼의 성가신 고민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 사이 시끄러운 알람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아쉽게도. 이렇게 된 거 무슨 말을 늘어놓을지 보자고… 그런 생각으로 통화를 수락한 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어머니가 먼저 말을 꺼내길 기다릴 뿐이다.
'넌 도대체 언제쯤 정신 차릴 거니?'
대뜸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나 어머니는 간단한 안부 인사도 하나 없이 바로 본론을 꺼내들었다. 달갑지도 않은 전화를 기껏 받았는데, 처음 듣는 말이 이딴 식이면 화가 나지 않을 리 없다. 참 어머니다운 행동이기에 역시 짜증난다.
"평생 정신 차릴 일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
정신 차린다는 것은 다시 부모에게 속박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정말이지 죽을 만큼 싫다. 그렇기에 날선 반응이 일말의 고민도 없이 튀어나갔다.
'참, 얘는 어떻게 사람이 달라지지를 않니.' "엄마가 뭘 안다고 그래."
따박따박 말대꾸하자 스피커 너머로 깊은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그 뒤에 이어질 잔소리는 보나마나 뻔하다.
"계속 그런 소리 할 거면 앞으로 전화하지 마."
그게 듣기 싫어서 냅다 쏘아붙였다. 그러자 기막히다는 듯 당황한 목소리가 몇 번 들려오고는. 어머니는, 쇼가 지독히도 듣기 싫어하는 말을 내뱉어버린다.
'우리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시끄러. 끊는다."
인상을 팍 구긴 쇼는 신경질적으로 통화 종료를 누른다. 홧김에 애꿎은 스마트폰도 내던져버리려다가 말았다.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곱씹어보니 더욱 화가 난다. 속이 부글부글 들끓는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도대체 부모란 작자들이 왜 그러는 거야? 자기 자식의 꿈을 응원해주기는 커녕, 짓밟을 생각뿐이 없잖아. 왜냐면 그들에게 있어 나는 말 안 듣는 반항아일 뿐이니까. 인형처럼 순종하는 아이야말로 그들이 원하는 '자식'이라고.
"……"
쇼는 외투 주머니에 손을 구겨넣고 몸을 일으켜세운다. 지친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앞선 참가자들의 무대가 끝나고 이제는 경음악부가 나서야 할 때. 분주히 장비를 옮기는 스태프들을 바라보며 부원들은 막이 내려있는 무대로 오른다. 쇼의 자리는 무대의 제일 앞, 이번에 서브 보컬을 맡은 부장의 옆자리. 본격적으로 마이크를 받아들고 나니 온 몸에 서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관중들 앞에 설 때의 떨림은 아직도 낯설게 느껴진다. 그건 아마 다른 부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에는 떠오르는 샛별! 천상의 하모니! 가미즈미 고교의 경음악부, 셀레스티얼의 공연이 있겠습니다!'
커튼 너머 사회자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던 건 긴장한 탓일까. 박수가 쏟아진다. 요란하고 우렁차다. 마이크를 쥔 손에서 땀이 축축히 배어나온다. 갈증에 침을 삼키자, 금세 텁텁해진 목에 자극이 느껴진다. 곧 무대의 조명이 꺼진다. 막이 오른다. 그와 함께 박수 소리는 점차 잦아들어간다.
탁 트인 시야 앞에 무수한 인파가 보인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무대 아래의 청중들을 쇼가 내려다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잔뜩 모여서는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 눈빛에 서려있는 것은 분명한 기대감. 모두가 나를, 우리를 보고 있어.
키보드 전주를 선두로 각자의 악기들이 음색을 자아내기 시작한다. 무대 앞으로 나아가니 스포트라이트가 이쪽을 비춰온다. 명멸하는 빛이 시야에 가득 담긴다.
돌연 가슴이 끓어오른다. 아까의 일이 응어리진 분노가 되어 속 깊은 곳에 고여있었다. 분명 이 자리에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다. 그런데도 쇼는 당신들더러 보라는 듯이. 쌓인 감정을 그러모아 터트렸다. 갈 곳 없는 분노가 목소리의 형태로 화한다. 그건 분명 자유를 갈망하는 외침이었다.
힘 가득 실린 보컬이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아버지는 검사, 어머니는 의사. 쇼의 부모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물질적으론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들은 자녀에게 정 주는 법을 몰랐다. 설령 그 방법을 알았더래도 크게 바뀌는 건 없었을 것이다.
부부의 욕심은 너무 지나쳤다. 이미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음에도 뭐가 그리 부족했는지. 그들은 자식에게까지 어려운 삶의 방식을 강요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명문대를 졸업해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지는 것. 그들은 항상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너는 우리처럼 살아야 한다. 이게 다 너를 위한 거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들의 알량한 만족을 위해서였다.
공부가 전부인 인생이었다. 그런 삶도 중학교에 들어가니 슬슬 진절머리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꾹 참았다. 부모님이 진정으로 나의 성공을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그때는 정말 철석같이 믿었으니까. 하지만 좋은 성적을 내도, 어른들의 칭찬을 받아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평소처럼 지친 모습으로 하교하던 어느 날이었다. 어둑어둑한 골목을 지나는데 저 뒷편에서 현란한 조명이 보였었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어째선지 기분이 요상해졌다. 어머니가 질 나쁜 사람들이 많은 길이니 들어가지 말라던 당부를 하던 곳이었는데. 그런 경고는 그땐 별로 와닿지 않았다. 그 불빛이 어찌나 밝고 환해보였는지, 같이 들려오던 시끄러운 소리가 얼마나 매혹적으로 느껴졌었는지.
이끌리듯 뛰어가 그 앞에서 마주한 것은. 화려한 밤거리에서, 젊은 어른들이 공연하는 모습이었다. 책에서나 본 악기들을 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적극적으로 열정을 노래하는 선두의 청년들. 그 무대가 가슴 속의 무언가를 깨운 것 같았다.
그렇게 지루한 일상에 변화가 찾아왔다. 공부는 뒷전으로 내팽개치고 여러 음악을 들었다. 그날 들었던 노래를 직접 불러보기도 했다. 그때부터, 마음을 묶은 사슬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 걸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에는 아버지에게 솔직한 심정으로 고백했다. 음악이 너무 좋다고.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 음악? 당치도 않는 소리 말아라. 넌 광대가 되고 싶은 게냐?
그러나 아버지의 불호령은 매서웠다.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인정해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사실은 조금이나마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 뒤로 구속은 더욱 심해졌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단단히 조여진 사슬을 내리쳐 억지로 깨부쉈다. 그래, 꼭두각시가 되느니 차라리 자유로운 광대로 살겠어. 학교도, 학원도, 과외도 전부 내던졌다. 시내로 나가 머리를 화려하게 물들이고 귀도 잔뜩 뚫었다. 그런 꼴을 하고 들어오니 어머니는 아연실색했다. 아버지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선 언성을 높였다. 전부 우습기만 했다. 그리고 후련하기도 했다.
연주가 클라이맥스로 달려간다. 그리고 끝에 다다라서는 뚝 멎으며 곡의 끝을 알린다. 빛나던 조명도 일제히 꺼진다.
산길을 올라가면, 이라는 말을 들은 요조라는 고개를 돌려 샘이 있는 산을 보았다. 어릴 적 들었던 신의 축복이란 그 샘일까. 그런 샘의 물이라면 충분히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고, 요조라는 생각했다. 어째서 이 근처의 모든 나무가 아니라 이 한 그루만 이렇게 컸을지는 요조라도 모르겠지만.
"물도, 물이지만... 신님이, 좋아하신 거, 아닐까요... 이 나무를..."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이 나무만 이렇게 큰거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보는 요조라였다.
그 멍한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는 한순간이었다. 요조라가 아무리 빨리 표정관리를 했어도 못 볼 순간은 아니었다. 그걸 본 아키라가 기대한다느니 기다릴 수 밖에 없잖느니 말하니, 요조라는 시선을 피하고 긴 앞머리로 가릴 수 있는 만큼 얼굴을 가렸다. 볼이나 귀가 붉어지진 않았지만 머쓱하거나 부끄러워함은 충분히 보이는 행동이지 않았을까.
"뭐어... 마음대로, 하세요..."
기다리든 조용히 구경하든,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겠지만 괜히 그런 말 한마디 툭 던져놓고 요조라는 큰 나무의 근처로 갔다. 꽃잎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자리에 서서 나무의 이모저모를 살피듯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하다가 아키라의 말에 고개만 돌린다.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뒤를 보곤, 그 탓에 머리에서 떨어지는 꽃잎과 어깨의 꽃잎을 발견했다. 그래서 손으로 툭툭 털었지만 금새 다시 얹어지는 걸 보고 이건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다시 쌓이든 말든 나무 주위를 돌아다녔다.
꽤나 한참을 나무 구경하는데 쓴 듯 싶다. 나무 주위를 서성거리고 한동안 목 아플 만큼 위를 보기도 하고, 주변이 온통 꽃잎 투성이인 걸 보고 샌들을 벗고서 맨발로 나무 주위를 한바퀴 돌기도 했다. 요조라가 나무 타기를 할 줄 알았다면 분명히 한번쯤 올라가봤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재주는 없었다. 그래서 기껏해야 나무 기둥에 착 붙었다가 떨어지는 것만 하고, 나무 주위를 두어바퀴 더 돌았다. 나무 뒤로 돌아갔던 요조라가 이쪽에서 기웃, 저쪽에서 기웃, 하는 행동이 아마 고스란히 보였을테지.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만족했는지 천천히 걸어 아키라가 있는 쪽으로 오는 것도.
Q1. 걸려오는 시비는 피하는 편인지 아니면 맞서는 편인지! 그리고 싸운다면 어떻게 싸우는지 알려줘! 피해야지~ 요조라 약골이에오 맞으면 아야해오 십중팔구 억지 시비일 테니까 그냥 흘려보내는 편~
Q2. 친한 친구가 저 녀석의 심한 말 때문에 울어버렸다. 이 때 어떻게 대처할지 알려줘 :D!! 일단 친구가 있는지부터 물어보는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어 만약이라는 가정 하에 생각해본다면~ 우는 친구를 달래주겠지? 대신 화를 내주거나 그럴 일은... 잘 모르겠다 :3
A1. 걸려오는 시비는 절~~~대 피하지 않는다! 무시당하는 것, 얕보이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없어! 뭔가 시비 걸리면 '하아?' 하고 고개 살짝 기울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가. '지금 나한테 한 말?' 하고 한 번 더 확인하고 바로 싸다구 때린다!!!!!! 그리고 이길 때까지 때려. 진짜 때려 >:3! 살벌하게 때린다구 스즈즈는~ 그.. 일본어 특유의 ㄹㄹㄹㄹ 하고 혀 굴리는거 있지? 그거 하면서 화낸다 >:3
A2. 제일 먼저 우는 친구 달래주기. 그리고 상황설명부터 듣는다. 확실하게 잘잘못을 따져서 사건의 원흉에게 가서 '사과해' 하고 세 번 요구하고 안한다 그러면 스즈즈 펀치야 (:D)
아오노미즈류카미. 적어도 자신이 집에서 들은 이야기에는 그런 말은 없었다. 물론 시미즈 가문이 그 신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리는 없지만 그래도 그런 정보가 없다면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으나 요조라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유난히 저것만 큰 이유는 없었으니까. 신이 좋아하고 신의 축복을 받았다면 정말로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모든 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었지만.
그녀가 나무를 구경하고 벚꽃을 구경하는만큼 아키라 역시 고개를 들어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봤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름답게 핀 벚꽃들은 그야말로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조만간에 이 꽃잎이 모두 떨어지면 벚나무는 자신의 소명을 다 하고 또 다음 해 이 맘쯤에 새로운 봄의 시작을 알리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자연의 신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매년 비슷한 시기에 이렇게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ㅅ애각하며.
아무튼 요조라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아키라는 절로 등을 떼어냈다. 보는 것은 이제 충분하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무리 봐도 피곤해보였다. 아무래도 체력이 좋지 않은 것인지. 잠 부족이 원인인 것인지. 일단 구경을 시켜달라고 했으니 적어도 마지막까지 데려다주는 것이 맞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자신의 어깨에 묻어있는 꽃잎을 털어내며 괜히 앞에 있는 벚꽃잎을 하나 잡은 후에 자신의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었다. 적어도 한 장은 기념으로 가져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부탁을 받았는데 여기에 더 있겠다고 할 순 없잖아요? 데려다줄게요. 호시즈키당까지. 저야 데려다준 후에 또 돌아다니면서 구경해도 되니까요."
일행이 있으면 일행과 같이 행동을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다. 그것이 바로 단체행동이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지금 이 상황은 단체행동이라고 하긴 애매했지만.
"올 한 해도 서로 힘내봐요. 벚꽃도 만끽했으니 말이에요."
/음. 상황상 막레에 가까울까요? 조금 더 잇고 싶다면 이어도 좋고 막레로 받고 싶으면 받아도 괜찮아요! 일단 돌아간다는 것 같으니!
남아있겠다고 하면 어떡할까, 하는 고민은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요조라가 올 때부터 등을 뗀 아키라는 요조라의 물음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건 조금 반가운 대답이었다. 이대로는 혼자 가는데 얼마나 걸릴지 예상도 되지 않았으니까. 걸음이 늘어지는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말이다.
"그럼, 부탁할게요..."
아키라가 꽃잎 챙기는 걸 물끄러미 바라본 요조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얼굴에 드러날 정도로 피곤하지만 결코 잠은 오지 않겠지. 돌아가면 밤새 스케치나 해야겠다고 생각한 요조라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그래도 대답은 꽤 긍정적이었다.
"네에... 분명... 좋은, 해가... 될 거, 같네요... 덕분에..."
그렇게 말하며 만개한 벚나무를 올려다보자, 분명 그럴 것만 같았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 뒤 돌아가는 길에 요조라도 떨어지는 꽃잎 한 줌을 쥐어 소매에 챙겼다. 처음의 기념이었다.
1 걸려오는 시비는 피하는 편이야. 무시하든 얕보든 어차피 할배, 신경쓰지 않는 타입이니까. 그렇지만 붙잡거나, 길을 막거나 등등.. 직접 해를 가하는 형식으로 시비를 걸면 맞서. 싸우는 건.. 가끔가다 뿔로 들이받긴 하는데.. 여기는 학교니까 그러진 않고 살벌하게 싸우시지, 할배..😶 눈 시퍼렇게 뜨고 주먹으로 코뼈 나갈 때까지 >얼굴만< 패셔. 가끔 진짜 짜증나시면 벼루나 석판으로 뚝배기를 깨버리고...
2. "그대, 당신이 울렸습니까? 말로 한 상처는 쉽게 낫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사과하시지요."
말로 풀어보려다, 사과하지 않거나, 안 되면 "말로 상처 받은 사람이 우는 만큼 울어보시지요." 하면서 저주를 걸 거야. 하려는 일이 수포로 돌아가고, 원치 않는 말실수로 타인을 상처입혀 인간관계마저 무로 돌아가 역으로 상처받게끔.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뉘우칠 때까지 끝나지 않으니 어떻게 보면 인과응보지.
렌은 조금 아쉽다는 듯 말꼬리를 늘였다. 더불어 눈썹도 조금 추욱 쳐지는 모습이다. 유학이라. 물론 자신도 수영선수 생활을 계속 한다거나 대학에 간다거나 혹은 가지 않는다거나 여러가지 결정되지 않은 진로들로 인해 졸업 후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기는 했다. 하지만 히키 선배가 내년에 졸업이라고 하니 멀게만 느껴지는 것들이 성큼 한 발짝 앞으로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히키가 흔쾌히 자리에 앉고, 렌은 재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렌은 대충 양을 4-5인분 정도로 생각을 하며 마트에서 사온 고기 덩어리를 적당히 큼직한 덩어리로 잘라 후라이펜을 달궈 굽기 시작했다. 치이익, 하는 고기 익는 소리와 그 틈에 대파를 큼직큼직하게 썰며 렌은 히키의 말에 답했다.
“거의 혼자 살다 시피 해서요. 매번 밖에서 사먹기에는 식비도 많이 들고요. 음, 사실 선배도 아시다시피 저, 좀 많이 먹는 편인지라…. 직접 해먹으면 먹고 싶은 만큼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 점도 좋구...”
마지막 말은 민망한 양 웃음이 섞여 있었다. 냄비에 물과 간장 베이스에 방금 썬 대파와 마늘 등을 넣고 양 사면의 겉을 익힌 고기를 넣고 삶기 시작했다. 차슈용 고기가 삶아질동안 다른 화구로는 계란을 삶는다. 휴대폰을 꺼내서 시간을 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니면 매번 덜익거나 더 익거나 했기 때문이었다.
“히키 선배는 요리 좋아하세요? 다들 제가 요리를 해먹는다고 하면 좀 의외라고 하더라고요.”
전략, 어머니께. 키슈에서는 국화놀이를 하였습니까? 이곳의 국화는 정말 화려하기도 합니다. 한 송이 보내고 싶어질 만큼요. 노부는 잘 지내는가요? 제 이야기보다도 노부의 안부를 먼저 묻게 되는군요. 부디 건강히 무사로 자라나고 있으면 좋겠는데요. 저는 고후쿠노마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바느질에는 소양이 있다 생각하였는데 이곳에 와선 그렇게 서툴 수가 없더군요. 잠을 줄여가며 일을 배우는 통에 눈앞이 어지럽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건강하고 좋은 밥을 먹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총총. 겐로쿠 9년 9월 17일 오미즈로부터.
-라고 해도, 보낼 수가 없다. 이곳에서 보고들은 바는 부모형제를 비롯한 외부인에게 일절 발설하지 아니한다, 그것이 내가 들어오기 전 혈판을 찍은 서약서니까.
다른 노마들은 이미 그리움일랑은 다 버린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노부의 걱정부터 드니 갈길이 멀다 싶다. 내가 보태는 녹봉으로 좋은 쌀밥을 먹었으면 싶다만 그쪽의 소식도 들을 방도가 없으니. 그렇게 바랄 뿐.
마음을 그러모은다. 그리고 쓴다. 쓰인 편지는 담 너머로 나가는 일 없이 불태워진다. 다림질을 하기 전에 슬쩍 편짓조각을 화로에 던져넣기 때문이다. 이 일을 몇 번 해야 그리움이 가실런지. 하아.
"뭘 넣었어?"
"예?! 아무 것도 아닌-"
달궈진 인두가 화로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딪힌다. 저도 모르게 낸 큰 소리, 그리고 고개를 슬쩍 들자마자 보이는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오카이도리. 분명 높으신 분이리라 생각하고는 넙죽 고개를 숙인다. 이내 장난스러워보이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묻는다.
"뭘 넣었느냔 말이야."
"저, 저- 제, 가족에게 보낼 편지를..."
정적. 고후쿠노마들의 수다소리 한 점 없이 잦아들은 방. 넙죽 숙였던 고개를 들면 오카이도리는 온데간데 없다.
그리고 모든 고후쿠노마들이 본인을 바라보고 숨을 죽이고 있을 뿐.
"뭘 멍하니 있어, 이 녀석들! 빨리 손을 놀리지 못해?"
반장이 앙칼진 목소리로 호통을 치기 전까지. 그 정적은 계속 유지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반장은 인두를 떨그렁 소리 나도록 떨어트렸음에도 나를 책망하지 않았다.
뭘까.
-
"나는 오츄로인 아키노라고 하네. 자네를 찾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맡아줄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이제 고후쿠노마 일 대신 아소비코쇼가 되어주어야겠네."
"아소비코쇼라니... 유모의 보조라도 하는 건가요?"
"아니, 자네가 놀아주어야 하는 상대는 유령이야. 이 오오쿠의 골칫덩이지."
놀이시동. 쇼군의 자식과 놀아주기라도 하는가 싶었으나 설마 유령과 놀아주게 될 줄이야.
"뚫린 입으로 잘도 말하잖아, 아키노 녀석."
아, 목소리. 목을 뻣뻣이 세우고 귀를 쫑긋 세우면, 간드러진 악동같은 목소리가 말한다.
"난 유령이 아니란다. 신이야!"
신님.
"이 오오쿠에서 쇼군보다 높다구, 나는-"
머리가 좀 이상해보이는...
"포악한 성정인데다, 장난을 곧잘 치기에 시녀들이 일을 할 수가 없지. 그 장난을 자네가 받아줘야 하는 것이네. 자네 앞으로 방이 따로 생길 것이고, 아소비코쇼의 옷을 지어입게 될 거야. 이러니저러니해도, 특진이지않나."
Q1. 걸려오는 시비는 피하는 편인지 아니면 맞서는 편인지! 그리고 싸운다면 어떻게 싸우는지 알려줘! 에, 그거 나한테 한 말이야? 진심? 나 이렇게 귀여운 여자아이인데? 지금이라면 시정할 기회를 줄 수 있다구. 그런 심한 말은 하지 마아... 나 진짜 울 거니까? 울 거니까? 이러고 현실부정하다가 그냥 울어 왜 나한테 그런 심한 말 하는 거야~ 이러고 팔 흔들면서 찡찡대다가 울분을 못 견디고 소규모 액운폭탄을 터트려 스마트폰 메인보드쯤은 나갈지도
Q2. 친한 친구가 저 녀석의 심한 말 때문에 울어버렸다. 이 때 어떻게 대처할지 알려줘 :D!! 왜 내 친구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너무하잖아! 사과해 사과해 나쁜 녀석들아! 이러다가 한대 맞고 옆에서 같이 울어...
Q1. 걸려오는 시비는 피하는 편인지 아니면 맞서는 편인지! 그리고 싸운다면 어떻게 싸우는지 알려줘! 시비는 피하는 편이지 근데 이제 뇌텅텅 발언으로 상대방 뒷목잡게 만들지 않을까? 미즈미 : 그런데 왜 시비거시나요? 혹시 제가 싫으신가요-? 왜요? 웃는 얼굴로 진짜 궁금해서 묻는다는 듯이 물어볼것 같다 ㅋㅋㅋㅋ 어느정도 기분 나빠지면... 그날밤 침대에 뱀이 깜짝 등장할 확률이 높아져... 싸운다면 아무래도... 몸싸움하지 않을까? 감자기 몸 낮추고 눈 감고 표정변화 없이 올려다보기 = 사냥 직전 포즈 인거라서 ㅋㅋㅋㅋ 갑자기 달려들어서 싸우지... 신 모습이면 그냥 물에다가 얼굴 붙잡고 와르르르 해버릴듯 ㅋㅋㅋㅋㅋ
Q2. 친한 친구가 저 녀석의 심한 말 때문에 울어버렸다. 이 때 어떻게 대처할지 알려줘 :D!! 아아 그랬구나~ 하면서 상투적인 위로 해주지 않을까 등 쓰다듬어주고 왜 우는 건지 고민하다가 저쪽에서 잘못한 것 같다 싶으면.... 그날밤 침대에 뱀이 깜짝 등장할 확률이 어쩌고 (위와 동일)
>>348 일단 기모노 색상에 따라 다를텐데 봄에는 분홍 머리에 잘 어울리는 제비문양 연두색일 테니까 허리띠는 베이지색 칸자시 자체는 제비머리의 주홍색을 꽂지 않을까 일단 투사이드업이 중요한 포인트니까 틀어올리거나 하는 편은 아니고 큼직한 꽃 하나에 적당한 크기 둘셋 정도가 같이 있는 빗 종류로 할 거 같아
>>352 생각하니까 너무 귀여워졌다 시이는 분홍 머리니까 벚꽃 아래 서 있으면 진짜 잘 어울리겠다.... 거기에 연두색이면 확실히 벚꽃 같아 빗종류도 너무 좋아 나 빗 장식품 디게 좋아하거든 별건 아니고 중학교때 했던 게임 캐릭터 캐디라고 해야할까........ 지금은 봄이지만 여름 가을 겨울 것도 기대하고 있다고~~~
그 상대가 전 애인이라는 네 말에 후유키는 소리 죽여 난처한 웃음을 짓는다. 해봐야 같은 반, 아니면 같은 학교 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 "괜한 질문을 했네." 하며 말하는 후유키의 목소리엔 그런 난처함이 배어있다. 배려하듯 이어지는 네 말에 후유키는 고개를 내젓고선, 멋쩍게 웃는다.
"둘 다 같이 보내는 방법도 있으니까."
다시 나긋하게 바뀐 목소리로 고민하는 네게 그리 말했을까. 질문에 후유키는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낸다, 이내 답한다.
아쉬워하는 모습이 네 눈에도 확실하게 비쳤습니다만, 무상영령은 정을 쉽게 주지 않고 흩어지는 인연을 갖는다 하였지요. 그렇지만 네 한때 큰 은혜를 입었던 신의 자식을 보니 제법 고민하게 되는 겁니다. 결국 내린 결론은 호의입니다. 그 호의도 정을 과하게 주거나, 삶의 목적이라 할 것도 아닌 그것을 그만둘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연락 정도는 할 수 있게끔의 수단이라면, 이 정도는 베풀어도 좋으니까요. 네 마침 시대가 발전하여 라인이라는 좋은 통신 수단도 있으니 말입니다.
타인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제법 생경한 것입니다. 네가 한때 하던 모습이 겹치기까지 하였지요. 고기를 굽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익어가듯 좋은 냄새가 납니다. 대파 써는 서걱대는 소리를 뒤로 네 아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혼자 산다는 것 말입니다. 어린 신이 제 자식을 걱정하면서도 괴로워하였으니, 이렇게 지켜보던 자신이 나서지 않았습니까.
"…렌 군, 나는 렌 군이 대견하다 생각합니다. 먹고싶은 것을 혼자 만드는 일은 어려우니까요."
네 어린 인간이 민망한 양 웃음을 섞어도, 무안하지 않게끔 차분하게 칭찬합니다. 혼자 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 이렇게 쉽게 요리하는 것 같아도 그 이전에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까요. 네 조만간에 어린 신에게 아이의 안부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인간은 잘 자라고 있다고.
"글쎄요, 요리라. 좋아한다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저도 렌 군처럼 먹고 싶은 것이 생길 때면 가끔 만들곤 하지요."
요즘의 음식은 무엇이든 전부 맛있지만, 간혹 그런 요리조차 아무런 맛이 나지 않을 때. 그럴 때 너는 직접 요리에 나서곤 했습니다. 두루미 대신 닭으로 찜을 만들고, 다시마 육수를 쓴 폭신한 달걀찜을 만들고. 후식으로는 필히 버찌와 달게 조린 팥이어야만 했지요. 그러면 다시금 하루를 살아갈 식욕이 돋더랍니다.
"렌 군은 요리를 좋아하나 봅니다."
미소를 발견한 너는 탁자 위에 턱을 괴며 가만히 어린 인간을 바라봅니다. 웃는 모습이 엄마를 닮은 건가? 싶었던가요.
손가락으로 코로리 누나의 조건을 따라해봤다. 어렸을 때부터 많이 해온 손가락 하트 포즈지만, 할아버지에게 그렇게 많은 애정표현을 하지 않고 살아왔던지라 대상이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니 모양이 미묘하게 어긋난 하트가 만들어졌다. 누나의 하트가 오동통하게 살찐 벚꽃잎이라면, 내 하트는 살이 조금 쪽 빠진 토끼 같다고 해야할까. 오빠 그게 뭐야! 제대로!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서야 다시 제대로된, 누나의 벚꽃 같은 하트를 만들어 냈다. 꼭 전해줄께, 라고 하트를 코로리 누나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 그래도 두 나무 중 한 나무가 아직 막 자라는 중이라 그렇게 무겁진 않겠네. "
언어유희를 언어유희로 답하며, 누나를 따라 웃음을 가볍게 지었다. 내 쪽이 좀 더 실없는 웃음 소리였지만. 하루나는 알아듣지 못한 눈치였지만, 나중에 집에서 설명해주기로 했다. 실 없는 가벼운 농담에 길게 부연 설명을 하는 것이 싫었기에.
" 다트도 좋지. 난 항상 좋은 보상을 못 받았는데.. 올해는 괜찮은 보상을 받아서 하루나에게 주고 싶네. "
인형, 받고 싶어? 하고 하루나 쪽을 돌아보며 말하자 하루나가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힘내봐야겠네, 잘해서 코로리 누나한테도 좋은 보상을 따 주고 싶었지만 오히려 내가 보상을 코로리누나한테 받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나는.. 불꽃놀이! 올해야말로 카메라로 제대로 담을거야. "
항상 불꽃에 시선이 뺏겨 정작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불꽃놀이 특유의 시끌벅적한 탄성과 매캐한 화약 냄새, 들뜨는 분위기를 떠올리기만 해도 들떴기에 뺨이 조금 붉어졌다. 괜히 창피했는지 ' 나 왜 이리 들뜬거야...'라고 중얼거리며 코로리 누나의 배려 덕분에 남게 된 손으로 가볍게 부채질을 했다.
초조하게 전긍하는 누군가의 속을 알기는 할까. 후미카는 머리를 매만져주는 그 순간 한가하게도 머리결이 조금 상해 있는 것 같다는 새삼스러운 생각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달리 쓰담는 손길은 마냥 부드럽다. 정돈한 머리칼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쓸어준 후에야 손이 완전히 떨어졌다.
"내가 웃지 않는 건 싫어하거나 실망했기 때문이 아니란다. 나는 웃음짓기 어려워. 마음을 느끼는 폭, 그런 것이 다른 이들보다 무딘 탓이야."
그 말을 하며 후미카는 느릿이 눈꺼풀을 내리감고 들어올린다. 고개를 돌려 저편의 어느 곳, 흐르는 강 곁의 꽃잎 내려앉은 도랑을 응시하는 검은 눈동자에는 완연한 봄날의 상이 맺혀 있다. 그 온화한 청람 빛이 서려 있음에도 그로부터 엿보이는 의중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 시선이, 어느덧 정에 겨운 아이를 바로 향했다.
"그러니 널 싫어하는 일은 없을 테지. 안심해도 좋단다."
이 말을 달갑게 받아들여야 할까? 적어도 싫어하지야 않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시이가 바라는만큼 그를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어린 신이 바라는만큼 아껴줄 수도 없다. 무념, 무감, 무정. 떨치지 못할 본성이 정서를 흩트린다. 시이 뿐만일까, 풍어신은 생에 누구도 그토록 각별하게 아끼지 못했다. 부모와 같이 세상을 알려주었던 오랜 친우도, 짧은 인간의 시간으로나마 가약을 맺었던 남편에게도. 삶의 궤적을 기꺼이 따라주었던 그 누구에게도, 끝나지 않을 애상으로 남은 그 아이에게마저.
하지만 그런들 어떻겠나. 그렇단들 지금 이 시간이 무색해지는 것은 아니다. 지저귀는 새처럼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그는 곁장구를 놓았다. "그러고 보니 카스테라는 나가사키 것이 유명하다 들었단다. 그건 먹어 봤니?" 그러며 걷는 걸음이 하나, 둘. 멀리 가지 않았음에도 때마침 좋은 자리가 났다. 어디에서나 꽃이 눈처럼 내리고, 어느 곳을 보든 사방이 연분홍 천지라지만 제각각 비슷한 나무 중에 유달리 모양 좋은 것이 한둘은 있다. 높이 오른 꽃나무 남지(南枝)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후미카의 시선이 우연히 나들이를 나온 관광객들에게 닿았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은 모두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을 들거나 어떤 이는 휘황스러운 장비를 챙겨 연신 사진을 찍어대느라 바쁘다. 후미카는 고개를 돌려 제 일행을 바라보았다.
"너 사진은 찍니?"
사람이나 타인의 기질 같은 것을 확실하게 파악하진 못해도, 그런 풍어신이 보기에 시이는 오래 묵은 신들보다는 여느 십대 여자아이들과 닮아 보였다. 상대적으로 연로한 신의 고개가 갸울어지며 그렇게 물었다.
매니저님의 목소리가 반가운 소리를 전한다. 아마도 사쿠라마츠리인 것을 감안해서 배려해주신것 같았다. 평소보다 빠른 마감을 하고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핸드폰을 확인하자 리리한테 메세지가 와있었다. 책방도 오늘 일찍 마감하고선 축제를 즐기러 간다는 모양이라 오늘은 집에 꼼짝없이 혼자 갈 판이다.
" 이자요이군은 축제 안가는거야? 가면 되게 재밌다는데. " " 집에 가서 할 것도 있고 그래서요. " " 그래도 오늘 일찍 끝났으니 잠깐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태워다줄께. " " 음 ... 그럼 신세 좀 져도 괜찮을까요? "
기왕 일찍 끝났으니까 밀린 일이라도 좀 할까싶었지만 매니저님의 제안에 생각이 바뀌었다. 마츠리를 즐기러가는 다른 알바생들도 매니저님 차에 같이 타서 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성대하게 열리는 사쿠라마츠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들뜨게 만드는지 표정부터 상기된 것이 보인다. 벚꽃나무가 있는 신사 근처에 내려주신 매니저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다른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에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 상당히 성대하네. "
매년 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그 규모가 상당하다. 신사에 가서 참배를 드리려는 행렬도 있고 근처 가판에서 물건을 사거나 가벼운 먹거리를 사는등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그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신사에서 모셔지는 신님은 오늘 신앙을 아주 싹쓸이하고 계시겠네, 같은 생각도 하면서 사람들에게 부딪히지 않게 조심조심 걷기 시작한다.
하루나의 지적에야 꼭 닮은 하트가 허공에 하나 더 그려지는 모습을 보고서 웃는다. 하쨩 벚꽃 잘 피우네! 코로리가 할아버지에게 그렇게 삐쩍 마른 하트를 보낼 거냐고 한 마디 하지 않아도 다시 그려진 하트는 동그랗게 살이 올랐다. 허공에 그린 두 모양은 하트로 보든 동그랗게 살이 오른 벚꽃잎으로 보든 코로리에게 분홍색이었고, 두 남매를 푸른 나무라고 불렀지만 츠무기를 바라보면 보이는 눈동자의 색도 분홍이었다. 벚꽃색으로 만들면 칠해지는 색도 같을테니까, 예쁜 하트를 전할 수 있겠다!
"내일 확인할거야ー"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하교해서 책방에 들어서자마자, 할아버지에게 대뜸 하트는 잘 받으셨느냐 물어볼테니 기한은 그전까지! 코로리는 당부하듯이 말하면서 얄궂게 눈웃음 지었다. 속으로는 제대로 전해주지 못했을 때에 벌칙은 어느게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 얼굴이다.
"그럴리가! 다른 한 그루가 거인의 성까지 닿았다구. 처음 봤을 때는 이만했던 것 같은데!"
코로리의 시야보다도 훨씬 더 아래, 그 쯤에 손을 놓고 키를 가늠하는 듯 높이를 맞춰본다. 3년 전 처음 만났을 때, 14살 먹었던 츠무기의 키가 어느 정도였는지에는 관심없고 정말 작았다고 주장하고 싶은지 손이 놓인 위치가 낮아도 너무 낮았다. 하루나의 머리보다 살짝 더 위에 있는 손을 내려보다 츠무기를 향해 올려다보는 고갯짓이 길다.
"그렇다면 봄의 산타클로스 해볼까!"
두 남매에게 인형 하나씩 쥐어서 돌려보내고 말겠다고 의지가 활활 불탄다. 마츠리에 안 왔더라면 책방 계산대에 흘러내리듯이 엎드려 지루해하고 있었을텐데, 안 데려왔으면 어쩔 뻔 했는지!
"오늘 츠쨩한테는 꽃이 많네!"
마츠리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어느새 귓바퀴부터 가득 채우고 있다. 벚꽃이 만연하고 마츠리를 위해 준비한 노점과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북적인다. 부채질하는 츠무기를 보고는 하루나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몰래 웃으려는 듯 쿠쿠 소리를 낮춘다. 자아, 그럼 알록달록 풍선들이 어딨을까아. 웃지 않은 척, 딴청을 피우며 풍선 다트 노점을 찾는다.
사쿠라마츠리가 한창인 그곳에서 요조라는 어김없이 호시즈키당의 매점에 있었다. 번갈아가며 접객을 맡으시는 부모님 옆에 붙어서 손님이 주문한 걸 집어준다거나, 가지고 있던 색연필과 스케치북으로 간단한 그림을 끼적끼적 그려서 가판에 끼워놓거나 한다. 그러면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 한번이라도 더 띄고 그게 곧 매상으로 이어졌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은근히 매점에 도움이 되고 있었달까.
"자아~ 호시즈키당의 사쿠라마츠리 과자, 하나 어떠신가요~"
아버지가 잠시 집에 가신 사이 매점을 지키는 건 이번에도 어머니와 요조라였다. 어머니는 맑은 목소리로 행인들에게 매점의 과자들을 홍보했고, 요조라는 옆에서 가판의 빈 자리를 채우거나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번씩 보곤 했다. 북적이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요조라의 눈에 모두 똑같이 보일 뿐이었다.
"어머, 학생~ 그냥 다니면 심심하지 않아요? 도라야끼라도 하나 어때요?"
요조라와 달리 붙임성이 좋은 어머니느 마침 매점 앞을 지나던 코세이에게도 말을 걸었다. 자연스럽게 요조라의 시선도 코세이에게 향했지만, 그 시선은 완벽하게 낯선 사람을 보는 눈이었겠지. 어느 날 밤에 보았던 그 피곤한 얼굴을 하고서 코세이를 잠깐 스치듯 보고 마는게 전부였을 것이다.
속이 메슥거리는 것을 부여잡는다. 좁아지는 시야를 힘껏 가눈다. 자신이 들은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같이 공부할래? 도와줘. 우리 그냥 도망갈까?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버리자. 귀가 받아들인 청각 정보들을 머릿속에서 낱말로 조합하느라, 이 불쌍하고 비참하기 그지없는 조그만 생물은 방금 자신이 피식자를 바라보는 포식자의 눈으로 내려다보인 것도 몰랐다. 아니, 머리로는 몰랐으나 극도로 날카롭고 예민하게 단련된 신경은 알았다.
"잠깐만..."
맹독에 취한 것 같았다. 시니카는 얼굴에서 억지 웃음을 풀고, 한결 그녀의 얼굴에 어울리는 신경증적인 무표정이 되어 관자놀이에 지그시 손을 올렸다. 새삼 자신이 많은 부분이 망가져있구나 싶었다. 그와 동시에 피식자이기도 하고 포식자이기도 한, 족제비 같은, 먹이사슬의 최상위에도 최하위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그 중간을 떠도는 중간 포식자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선다. 이 밤을 무사히 넘기지 못하면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또다시 도망치게 되겠구나, 하고,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별 것 아니야. 그냥 조금, 편두통이 있어서."
최상위 포식자가 아무리 해칠 의도가 없다 해도 중간 단계의 포식자에게는 어떻든 그것이 위협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해서 시니카는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하기로 했다.
"차가운 물 한 잔이면 괜찮아질 것 같아."
한 번 거짓말을 시작하자 술술 나온다. 표정을 조금 풀고 시니카는 거짓말을 계속했다.
"여기라고 딱히 즐거운 건 아니지만... 여기가 아니라고 딱히 즐거운 데도 없거든."
...그러다, 진실이 조금 섞여나왔다. 상관없다. 틀린 말도 아니고, 거짓에 조금의 진실을 섞으면 더욱 효과적이기 마련이다. 그것이 그렇잖아도 좋지 않은 자신의 상태에 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어보이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카페인이 필요해."
이것도 진실이다. 시지 않은 괜찮은 에스프레소 도피오 한 잔이 가장 좋고, 몬스터 에너지 한 잔도 괜찮다. 여기서 주문한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가 없는 카페에서 제대로 된 커피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게 시니카의 지론이었지만, 일단 나와봐야 아는 것이니 각설하도록 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이런 데도 좋아하는 거야...?"
정신을 조금 차리고 가게를 한 번 둘러본 시니카의 입에서, 미즈미의 입에서 나와야 자연스러울 질문이 나왔다. 시니카라는 여자아이는 서브컬쳐라곤 락과 메탈밖에 접해본 적 없는 머글녀석이었기에, 이런 데에는 오히려 미즈미가 시니카보다 더 경험이 많지 않을까.
캡틴께서는 죄의식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지만, 저번의 극단에 치달은 행동으로 스레의 분위기를 다운시킨 점은 죄송합니다. 시니카를 최대한 안고 가기로 결정했으며, 캐릭터의 처우는 제 스스로 결정하기로 하고 다시는 이런 물의를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또다시 분위기가 다운될까 봐 짧게 말씀드립니다. 또한 이 내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지적사항 이외에는 언급하지 마시고 스루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으로 썰어서 말린 표고버섯을 넣고 라면을 끓여먹었는데, 라면에 표고버섯 넣을 때는 안 말린 걸 넣던가 물에 불리던가 더 잘게 썰던가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3 설익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럭저럭 맛있었는데, 찌개에 넣을 때의 그 푹 익은 말캉말캉한 식감이 안 나오고 조금 질기네 <:3
시끌시끌한 길거리의 분위기는 들뜬 사람들의 목소리도 있겠지만 역시 호객행위를 하는 노점들의 것들도 다수 섞여있었다. 큰소리로 외쳐 사람을 불러모은다던가, 아예 옷을 잡아끄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축제라는건 상인들에게는 대목일테니까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런 분위기는 변한적이 없다. 그렇게 혼자서 천천히 걷고 있으니 나에게도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호시즈키당 ... ? "
들어봤던 이름이다. 분명 화과자점의 이름이었지. 카페에 들르는 손님들도 저 가게의 이름이 적힌 봉투를 손에 들고오곤 했다. 한번도 사먹어본적은 없지만 익숙한 이름이라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돌려서 진열된 제품들을 살펴본다. 그러다 노점에 앉아있는 소녀에게 눈이 갔고 밤산책에서 만났던 소녀라는 것을 깨닫고서는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 여기서 또 뵙네요, 호시즈키양? "
그날 밤에 보았던 피곤한 얼굴을 하고서 앉아있는 소녀는 내 얼굴을 봐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뭐, 누군가에게는 스쳐지나간 하나의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그런건 딱히 신경쓰진 않지만 여기서 다시 마주쳤다는건 중요한 사실이다. 뭐가 중요하냐고? 그런건 별로 중요치 않다!
" 여기서 가장 맛있는게 뭘까요? 집에도 가져가서 나눠먹고 싶은데. "
여러가지 팔고 있어서 고르기 어려웠기에 추천을 부탁해본다. 이런건 가장 비싼게 좋은 법이겠지만 그렇게 사기에는 이번달 생활비가 조금 빠듯한것도 있었기에.
>>438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언제 뒤에 나타나서 쳐다보고 있을지 몰라요! >>439 귀엽다는 말로 봐주지 않는 코세이라구요~~ >>440 (나중에) 라는 말을 봐버린 세이는 그저 가늘게 뜬 눈으로 리리를 바라보고 있을게 분명해요 >>441 네코미미 요조라 ... 이건 히트다!!! >>445 후미카 왤케 귀엽게 나왔냐구욬ㅋㅋㅋㅋ >>451 도장에서조차 쿨시크함이 풍겨나오는 시니카 그녀는 도덕책 ... >>452 이것도 귀엽네요! 독서록을 써오면 찍어주는 도장 같은걸요~
나는 깍지를 빼고 무릎 위에 손을 올린다. 앞으로 기울어졌던 몸이 제자리도 돌아간다. 인간의 흉내를 내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심혈을 기울여야하는 일이었지만 인간의 행동과 말을 이해하는 건 그보다 훨씬 어려웠다. 때문에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생각을 정리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을 해야할지 전혀 모르겠다. 도망가자 제안하는 게 아니라 위로를 했어야 했을까.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면 소나기라도 불러 전부 쫓아냈어야 했을까.
"그러면 이따가 물도 부탁하자."
지나간 일을 물고 늘어져봐야 좋을 일 없다. 네가 내게 괜찮다고 한다면 나는 그리 믿을 수 밖에 없다.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심층에 깔린 복잡한 감정이나 기류는 아직 내게 너무 버거운 일이었으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웃어주는 것 뿐인가. 나는 얼굴 근육을 잘 움직여 환한 미소를 보인다.
"나쁜 앙금은 커피 한 잔과 함께 목너머로 넘겨버리고 얼른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오늘 넌 여러모로 피곤해보여."
이정도면 괜찮은 위로였을까?
"SNS에 많이 올라오던데? 메이드카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석 맞춤!"
요즘 이색 카페로 한창 떠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분명 제 인간 친구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뒤에 '야배요-'라든가 '에- 무리무리'라는 말이 덧붙여지긴 했지만 뭐, 요지는 젊은 인간들이 전부 알 정도로 유명하다는 점에 있다.
때마침 눈치 좋게 음식이 나왔다. 갓 만들어 김 오르는 포실포실한 오믈렛이 볶음밥 위에 올려져 있다. 칼로 반 가르면 부드러움을 자랑하며 옷자락처럼 흘러내릴 계란 덩어리의 자태란. 나는 진심으로 감탄을 내뱉으며 포크와 나이프를 준비했다. 네 앞에는 카푸치노를 한 잔, 내 앞에는 오무라이스 하나를 올려둔 여종-여기서는 메이드라 했나-이 칼질하려던 내 손을 저지한다. 영문을 몰라 고개를 드니 어째선지 무시무시한 기운을 흩뿌리며 여종이 말하는 것이다.
"음식이 맛있어지는 마법을 걸어드릴테니 주인님들도 같이 부탁드립니다."
여종이 웃는다. 내가 요즘 인간의 얼굴에 익숙해져서 드는 생각인데 서비스 직종의 종사하는 인간 대부분은 저런 웃음을 지었다. 분명 입꼬리는 올라가있지만 눈이 전혀 웃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째서인지 아직도 의문이다.
"오이시쿠나레- 모에모에 큥♡ 자, 따라해주세요."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도장을 찍듯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는 몸짓이 눈을 어지럽힌다. 요즘 인간들은 이런 말뿐인 주술을 아직도 믿고있냔 말이냐? 과연 컨셉 카페라더니 냅다 오컬트적인 마법 주문을 알려주는 것도 비범하기 짝이없다. 여종이 우리를 지그시 바라보는 게 어째서인지 따라하지 않으면 내 식사를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든다. 나는 이것도 여흥삼아 하기에 좋은지라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손으로 하트를 만들엇다. 다만 제 눈 앞의 동행자는 그러지 않는 것 같아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460 시이 증말 기엽다 ... 제 하트 다 가져가세요 >>461 여러분의 할 일을 재촉하는 재촉의 신님이에요~ >>465 뭔가 간단한 그림체인데 미즈미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 있는 표정 ... >>473 죽은 눈으로 영업미소 지으면서 어서오세요 ○○카페입니다 ^^ 라고 말하는 코세이 ... 주로 학교에서 자지 못했을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네요~~
>>489 가장 무난한 것은 마츠리 기간이니까 마츠리가 낫겠지요! 개인적으로는 공연 독백을 올리셨으니 그거 끝난 후도 괜찮을 것 같은걸요? 무대에 내려온 후에 가볍게 인사 나눈다던가? 아. 참고로 아키라는 전의 그 사기사건에 대해서 일단은 들은 게 있어서 아마 쇼를 (아마도 일방적으로) 알고 있을 거예요.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쇼와 부원들은 우렁찬 박수 소리를 맞으며 퇴장했다. 무대 뒤로 돌아오니 그제서야 피로감이 몰려왔다. 쇼는 마련된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불러대서 목이 칼칼한 느낌이 들었다. 생수를 연거푸 마시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그들이 무대에서 내려간 뒤에도 공연은 계속 이어졌다. 그 뒤로는 지역 주민들의 장기자랑이나, 인근 학교 동아리들의 춤, 노래, 연극 따위가 있었다. 무대 뒷편에서 여러 장면들을 지켜보던 쇼가 느낀 것은. 역시 가미즈미고 경음악부의 공연을 따라올 사람은 없을 거라는 점이었다. 조금 건방지고 오만한 생각일까…
공연이 완전히 끝나고 무대는 막을 내렸다. 그 뒤 공연장의 인파는 한순간에 빠져나갔다. 그 많았던 사람들이 전부 저마다의 축제를 즐기러 돌아간 것이다.
무대 뒤를 나와서 경음악부는 다시 흩어진다. 해산하는 부원들을 지켜보던 쇼가 느긋이 공연장을 돌아본다. 남은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소수의 관객들과 스태프만이 있을 뿐이었다.
당연하지만 아키라는 마츠리의 그 공연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자리가 있다면 가능하면 구경하는 성향이기도 하나 자신의 학교의 경음악부인 셀레스티얼이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애초에 학생회장으로서 동아리의 활동 내역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듣는 것이 많았으니까. 무엇보다 이전 '사기 사건'에서 학생을 구해준 전적도 있다고 하니 오토하 쇼라는 인물은 한번 만나보고 싶었기에 그는 시간을 내서 공연을 구경했다.
실력이 꽤 괜찮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사로잡는 분위기가 있다고 해야할까. 장차 음악으로 진출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관객으로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무대였다. 아무튼 공연이 다 끝났으니 잠시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아키라는 근처에 있던 노점에 잠시 들린 후, 벚꽃 모양의 틀에 크림을 넣어서 만든 벚꽃빵을 한 봉지 산 후에 다시 무대 쪽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돌아간 것은 아닐까 싶었으나 이내 공연장을 둘러보고 있던 쇼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쇼에게 다가간 후에 말을 걸었다.
"오토하 씨죠? 가미즈미 고등학교 2학년인 오토하 쇼 씨. 이렇게 인사를 드리는 것은 처음이네요."
일단 자신을 인지할 수 있도록 그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은 그를 알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후, 아키라는 살며시 목례를 하며 그에게 말을 이어나갔다.
"가미즈미 고등학교 학생회장인 시미즈 아키라에요. 공연이 있다고 해서 구경왔는데... 과연 소문대로네요. 셀레스티얼의 실력은 꽤 유명하니까요. 구경 잘 했어요."
코세이가 매점에 들리자 자연스럽게 인사가 이어진다. 물론 요조라는 하지 않고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 가만히 코세이를 보다가, 코세이가 아는 척을 하자 어머니를 끌어당겨 그 뒤로 숨었다. 앉아서 어머니의 유카타 소매를 잡고 팔 뒤에서 눈만 빼꼼 내민 요조라와 그런 딸을 보고 면목없는 미소를 지은 어머니가 코세이에게 대신 대답했다.
"어머, 미안해요. 우리 애가 낯이 좀 가려서. 아는 사이인가 봐요~ 아, 학교 친구?" "친구 아니야..."
어머니 특유의 수다에 요조라가 작게 중얼거리자 어머 그러니, 하고 요조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전형적인 모녀의 모습일까. 어머니는 다시 코세이의 접객으로 돌아가 가판의 먹을거리들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가장 맛있는 건 먹는 사람의 혀가 정하는 일이니, 저희는 그저 추천을 할 뿐이랍니다. 자, 이쪽은 찹쌀경단을 바로 구워서 꿀과 콩가루, 혹은 부순 견과류나 건과일을 뿌려주는거고, 이쪽은 마츠리 동안에만 맛볼 수 있는 벚꽃 도라야끼와 벚꽃 앙금과자에요. 그리고 이쪽은 산딸기가 들어간 초콜릿과 같은 아이싱으로 장식한 쿠키네요."
초콜릿과 쿠키도 벚꽃 모양이라 가판은 온통 벚꽃 모양이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맛있어보여서 쉽게 고르기 어렵기도 하다. 호호, 웃은 어머니는 개별 포장된 도라야끼와 앙금과자, 초콜릿과 쿠키 쪽을 가리키며 말을 덧붙였다.
"가져갈 거라면 이쪽을 추천할게요. 하나씩 되어있으니 원하는 갯수만큼 담을 수 있고, 따로 꺼내먹기도 편할거에요."
친절한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요조라는 뒤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챙기며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여전히 숨은 채로, 한번씩 가판 쪽을 힐끔대면서 말이다.
"지금까지 만나 본 인간 중 네가 제일 인정한 사람은?" 이자요이 코세이: 옛날 큰 전쟁이 있을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도망치고 있었어. 밤을 틈타 도망치는 그들에게 금세 적의 추격이 따라붙었고 변변찮은 장비도 없던 그들이 추격을 뿌리치는건 무리였어. 그래서 그 무리의 대장처럼 보이는 사람이 적들을 유인하여 다른 사람들은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지. 그 사람은 적의 공격으로 죽어가는 와중에도 하늘은 수놓은 별들을 보면서 빌었어. 다른 사람들이 무사히 도망칠 수 있기를 말이야. 멋있는 사람이지, 그치?
"네 생김새 중 가장 특이한 점은?" 이자요이 코세이: 눈이 아닐까 싶네. 내 눈은 언뜻보면 그저 붉어보이지만 사실 노을빛처럼 색이 계속 변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내 여동생과 나만 가지고 있는 특이한 눈이야.
"어떻게 하면 널 죽일 수 있어?" 이자요이 코세이: 내가 신의 자리를 버려야할만큼 자극해봐. 그리고 천의 기운을 잃었을때 죽이면 ... 죽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내가 네가 할 수 있는 하찮은 도발에 넘어갈지는 둘째치고 말이야.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169 자캐의_그림_그리는_실력 >글 쓰는 실력과는 반대로 그림은 영 소질이 없다고 하네요 ...
381 일_년_중_자캐에게_가장_특별한_날은_언제인가 >1년 365일이 특별하지 않다고도, 특별하다고도 할 수 있어요. 별들이 더이상 보이지 않을때까지 말이에요.
122 자캐의_일상_속_소소한_기쁨_세_가지를_고른다면 >유성우가 떨어지는걸 구경하는 것, 학교에서 상쾌하게 잠을 자고 일어난 것, 레몬 사탕을 선물로 받았을 때.
이자요이 코세이,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이자요이 코세이: 187 춤에 대한 호불호와 춤실력은? >춤을 추는 것 자체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 춤실력은 보통? 어느정도 출 수는 있지만 잘 추는 편은 아니라고 해요.
257 좋아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제일 소중한 것을 포기하라하면 그것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하겠지만요.
>>517 우와. 멋진 대장님! 하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슬플 거예요. 그리고 확실히 예쁜 눈일 것 같아요! 아무튼 그림은 못 그린다라. 괜찮아요!! 다른 재능이 많고 신이니까!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레몬사탕을 정말로 좋아하는군요! 음. 소중한 것이 곧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흐릿) 아무튼 그게 그런 거겠죠!!
"알고야 있죠. 셀레스티얼의 실력도 있고, 무엇보다 이전에 사기 사건에서 같은 학교 학생을 도와준 적도 있었죠? 그래서 어떤 학생일지 조금 알아봤거든요. 오토하 씨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어요."
사실 셀레스티얼보다는 역시 후자가 이유로서는 더 컸다. 그렇다고 전자가 아예 적용이 안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가볍게 손뼉을 몇 번 친 후, 아키라는 방금 전 자신이 샀던 벚꽃빵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 빵은 그의 것이었기에.
"이거 드시겠어요? 공연 수고했다는 의미로 주는 선물이에요. 사쿠라마츠리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 중 하나인데 벚꽃빵이라고 해서 커스타드 크림이 들어있는 빵이거든요. 상당히 부드러워요."
말을 하면서도 그 맛이 상당히 좋긴 한 모양인지 아키라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것을 인지하며 곧 무안한 웃음소리를 내던 아키라는 헛기침을 한 후, 다시 표정을 관리하며 쇼를 바라보면서 아주 가벼운 질문을 하나 던졌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묻는 것은 조금 애매할지도 모르나 그래도 기왕 만났으니 잠깐 묻는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다고 판단한 탓이었다.
"괜찮다면 그때 사기 사건에 대해서 조금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정확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라던가 말이에요. 일단 저희 쪽에서 아는 것과 비교도 하고 싶고요."
거기서 잠시 말을 끊은 그는 조금 이상한 느낌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는지 뒷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
"딱히 추궁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냥 그런 사기 사건이 있었으니 전교생에게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고 그것에 참고할까 해서요."
"시내에서 사기꾼이 게르마늄 팔찌를 팔고 있었고, 그것을 사려고 한 사이카와 씨를 도와줬다. 이렇게 알면 될까요? 물론 저도 일단은 이렇게 알고 있지만요."
자세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당사자에겐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누군가에는 커다란 일이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이 아니겠는가. 일단 자신도 학생회장이 아니라면 크게 관심 가질 일은 아니기도 했고. 학생회장이기에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서 이렇게 묻는 것이기에 아키라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 사람은 아는 수준이 아닐까요? 일단 전 소문으로 들었어요. 그래도 아마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하고."
그의 반응을 보면 주변에 그렇게 소문이 난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판단했다. 만약 소문이 날 정도라면 저렇게 이야기를 할 리는 없을테니까. 어찌되었건 학생회장으로서 이야기할 것은 하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하며 아키라는 가만히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다시 들어올리면서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무튼 피해자가 될 뻔한 학생을 도와줘서 감사해요. 오토하 씨. 표창장까진 아니더라도... 이사장님이나 교장 선생님이 미담으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어찌되었건 높으신 분들은 이런 미담을 상당히 좋아하지 않던가. 그렇기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예상하며 아키라는 가만히 떨어지는 벚꽃들을 바라봤다.
"사쿠라마츠리의 벚꽃. 꽤 예쁘지 않나요? 아. 머리카락에 떨어지신 것 같은데. 위쪽에."
아는척을 하자 어머니의 뒤에 숨는 모습이라니. 영락없는 꼬맹이 아가씨의 모습이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아무래도 저쪽은 날 기억 못하는것 같지만 ... 뭐 상관없나. 가판에 늘어져있는 여러 과자들을 보면서 설명을 듣는다. 다른건 평소에 먹어볼 수 있는거지만 아무래도 마츠리 기간에만 먹어볼 수 있는걸 먹는게 낫겠지.
" 벚꽃 도라야끼 하나 주시고, 초콜릿 10개랑 쿠키 10개 담아주시겠어요? "
들고 다니면서 먹을 도라야끼와 집으로 가져갈 초콜릿과 쿠키를 구매한다. 리리와 남아먹고 몇개는 따로 챙겨서 친구들도 나눠줄 생각이다. 하나씩 먹고 리리한테 반 정도 주면 리리도 친구들한테 선물로 줄 수 있겠지. 주문을 하고서 포장하는걸 기다리는 사이에 아주머니 뒤에서 무언가 하고 있는 호시즈키양을 슬쩍 바라보았다.
" 혼자 돌아다니기도 뭐한데, 호시즈키양도 할거 없으면 같이 다닐래요? "
상대방은 날 모르는데 이렇게 말할 수 있는건 다년간 살아오면서 쌓인 철면피와도 같은 것이겠지. 물론 상대방이 거절한다면 잠자코 사던 물건만 사서 돌아갈 생각이었다.
작은 얘기가 있던 것 같은데, 저는 그런 모습이 5히려 좋다는 의견이에요 ☺ 시간에 묶여서 돌리잔 말씀을 못드리고 있는거지.. 도비에서 벗어났음 진작 일상이든 선관이든 요청 드렸을거에요!! 시트 봤을때도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재밌는 관계를 만들어 봤으면 한다는 욕심도 들었구요. 한참 끝난 이야기 같아서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지금이 이야기 드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같아서 말씀드려봐요! X0
그의 머리에 벚꽃잎이 떨어진다는 것은 자신의 머리에도 벚꽃잎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키라 역시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에 묻어있을 벚꽃잎을 가볍게 털어냈다. 분홍색 눈이 땅에 떨어져 주변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그러는 와중 자신에게 빵을 반으로 쪼개서 자신에게 주는 모습에 아키라는 두 눈을 깜빡이며 생각도 못한 행동에 쇼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 곧 무슨 상황인지 인지하고서 그는 빵을 받았다.
"제가 사서 선물로 준건데 이렇게 반으로 주면 어떡하나요? 그래도 감사히 받을게요."
받은 빵을 한 입 베어무니 커스터드 크림이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이 맛이 있어서 사쿠라마츠리가 되면 이 빵을 도저히 끊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기분 좋게 또 한 입 천천히 베어먹었다. 그러다 입가에 묻어있는 크림을 조심스럽게 닦아내며 다시 한 번 머리 위에 떨어져있는 벚꽃잎을 털어냈다. 가만히 고개를 들어올리니 근처 나무에서 떨어지는 벚꽃잎이 살랑살랑. 그야말로 끝도 없이 떨어졌다. 매년 그랬지만 올해도 청소부 사람들이 꽤 고생 좀 하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럼 오토하 씨는 차후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꽃구경 하실 생각이신가요? 아. 김에 다음 공연이 잡혔으면 언제 잡혔는지도 물어봐도 될까요? 일단 학생회장으로서 동아리 공연 계획이나 그런건 미리 파악을 해둬야하거든요."
그래야 예산이나 그런 것을 지원할 수 있고, 차후 감찰때도 도움이 된다고 말을 덧붙이며 아키라는 다시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근처에 있는 벗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며 아키라는 다시 입을 열었다.
"마을 북쪽에 있는 벗나무가 가미즈미에서 제일 큰 벗나무인데 거기로 가면 정말 예쁘게 볼 수 있을 거예요. 벚꽃. 혹시나 생각 있으면 지기 전에 한번은 가보는 건 어떨까 해서요."
>>561 어서 와요! 미즈미주!! ㅋㅋㅋㅋㅋ 아앗. 결혼각 잡는 미즈미 귀여워요!! 그리고 어째서 주관식 0%?! 고, 공부를 해랏!! (안됨) 그리고 결혼에 진심인거야 캐릭터 개성 아니겠어요? 물론 그걸 가지고 막 캐릭터 침바르고 그러는 것은 안되지만 딱히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다음에 부장 분에게 공연 날짜가 잡히면 학생회에도 가르쳐달라고 전해주시겠어요?"
사실 이렇게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전해주러 오지 않을까 싶었으나 미리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어쨌건 학생회장으로서 대충의 움직임은 알고 있어야만 하니까. 아무튼 축제를 즐기겠다고 하는 그의 말에 아키라는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자신도 조금 같이 보는 것이 좋을까. 꽃도 김에 구경하고. 어차피 자신은 이번에도 일정은 없었으니까.
그가 먹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바라보며 아키라 역시 집어들고 있는 빵을 먹으면서 천천히 씹었다. 크림이 터져나올 때마다 몸이 부르르 떨리는 부드러움이 너무 좋아 그는 정말로 환한 미소를 지었으나 곧 표정을 관리하며 애써 태연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평정을 보이려고 했다. 물론 그것이 상대 눈에도 그렇게 보일진 알 수 없었지만.
"공연 연습이라는 거 꽤 길게 하죠? 그럼 지금 이 순간은 정말로 편하게 노세요. 같은 반 아이랑 노는 것도 좋을테고, 혹은 신경쓰이는 사람이 있었다면 슬쩍 데이트 신청해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고요."
그보다 툴툴거리는 것이 꽤 귀여운 후배라고 아키라는 생각했다. 혹시 반에서 나름 인기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나 굳이 그런 생각을 입에 담을 필요는 없었기에 아키라는 그저 내면으로 조용히 웃을 뿐이었다. 그러다 아! 소리를 내며 아키라는 살짝 장난끼를 담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학교 1~2학년 사이에선 사랑이 꽤 유형하고 퍼지고 있다는 것 같던데. 오토하 씨도?"
푸슈... 하는 콧바람을 피우고는 그 과자를 줄곧 바라보다가 그만두었다. 어차피 이미 낸 돈이었으니 과자를 가진 사람은 저 사람이었다. 새치기를 한 것은 비난당해 마땅 할 일이지만 선점은 상대가 했으니 얌전히 포기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저 이런 비열한 행동에 대해서 제재를 하지 않는 점원을 쳐다 볼 뿐.
"이캬멘?"
순간 무슨뜻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중얼거리다 '이케멘' 을 이상하게 부른거라는걸 깨닫고 표정이 더욱 일그러진다. 어쩜 저리도 뻔뻔스러운 사람이 있단말인가.
"뭐어어라고?! 나보다 손이 더 빠른 이케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말인가아아아!!"
마치 연극이라도 하는 것 처럼 과장된 목소리로 그는 오타루(이케멘)을 손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과연 기억을 못 하는 걸까, 아니면 또 모르는 척을 하는 걸까? 요조라는 보기와 다르게, 아니, 어쩌면 보이는 만큼 발뺌을 잘 했다. 어쩌면 매사에 관심이 없고 그게 사람을 상대로라면 더더욱 도드라져서 그럴지도 모른다.
"네~ 잠시만 기다려요~"
어머니는 여전히 살가운 접객으로 코세이의 주문을 받고 작은 박스를 꺼내 쿠키와 초콜릿을 담기 시작했다. 한번 먹기 좋은 크기로 담긴 투명 포장지들이 하나둘 하얀 박스 안에 담기고, 도라야끼는 박스 위에 얹어진 채로 박스에 맞춘 봉투 안에 넣어졌다. 어머니가 포장하는 동안 어딘가 갈 채비를 마친 요조라는 또다시 들려온 코세이의 목소리에 힐끔, 돌아보며 말했다.
"있어요... 할 거..."
그렇다. 요조라는 무려 뭔가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게 뭔지 알려줄 의리는 없었지만. 용돈과 약간의 간식이 든 주머니모양 가방을 손목에 걸고서 요조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요조라의 어머니가 포장을 마친 봉투를 코세이에게 내밀었다.
"자, 여기 있어요. 덤을 좀 넣었으니 맛있게 먹어요."
봉투엔 코세이가 주문한 것 외에도 도라야끼가 하나 더, 앙금과자도 작은 것 두봉이 더 들어있었다. 가격은 딱 코세이가 주문한 만큼만 얘기한 어머니는 나가려는 요조라를 보고 잘 다녀오렴, 하고 손을 흔들었다. 요조라는 그 모습처럼 기운 없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느릿한 걸음으로 매점에서 멀어져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라? 하는 것은 쇼만이 아니었다. 아키라 쪽에서도 자연히 그런 표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랑 타령을 하고 있던 자신이 만난 1~2학년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냥 우연히 그런 성향을 가진 이들을 봤다고? 그것도 두 명이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보다 뭔가 사랑 분위기가 떠돌고 있다고 봐야 합리적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눈앞의 그의 태도는 전혀 그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단순히 이 학생이 그런 소식이나 소문에 무지한 것일까? 하지만 보통은 같은 학년에서 그런 분위기가 떠돌거나 하면 모르기도 힘들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일단은 확답은 피하면서 아키라는 괜히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이야기했다.
"오토하 씨는 관심이 없다는거죠? 아니. 별 건 아니고 최근 사랑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봤거든요. 우리 학교 학생들인데."
몇학년 누구인지까지는 굳이 그는 밝히지 않았다. 그런 프라이버시적인 것을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고, 잘못 이야기하기에는 아무래도 그들은 나름 진지해보였으니까 더더욱.
그렇기에 아키라는 쇼에게 괜히 질문이 하나 더 생겼다. 물론 이것에 답해줄지는 모르겠으나 잠시 말을 가다듬던 아키라는 쇼를 바라보면서 살며시 물었다.
와. 지금 질문이 그렇게나 당황스러운건가? 관심이 없으면 관심이 없다고 하고, 관심이 있으면 있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게 그 유명한 새침떼기 성격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두 눈을 깜빡였다. 말까지 얼버무리면서 대답을 회피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답이 아니겠는가. 괜히 귀여운지 소리없이 그는 웃었다.
허나 곧 자신에게 돌아온 반격과도 같은 질문. 그 질문에 아키라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전혀 피하는 일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관심이야 있죠. 다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을 뿐이지. 적어도 제 나이 -2살까지라면 괜찮아요. 전."
적어도 아키라는 이런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숨기거나 하는 타입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태연하게 자신의 세이프존까지 밝히면서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 너무 그를 붙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이내 자신의 뒷머리카락을 긁적였다.
"그건 그렇고 공연이 막 끝나서 피곤할텐데 제가 너무 길게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네요. 뭔가 대화를 하다보니까 계속 이런저런 말이 나와버려서. 오토하 씨가 생각보다 귀여운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꽤 유익한 시간이었지만요."
대놓고 웃진 않으며 그저 입꼬리만 살짝 올려 훈훈한 뭔가를 봤다는 것마냥 표정을 짓던 그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쇼를 바라보면서 엄지를 내밀면서 이야기했다.
>>629 으아닛?! 그렇게 아쉬워하시다니!! 그래도 딱히 비밀은 아니니까 알려드리자면 [자기보다 키가 작고 정말로 자기 주관이 뚜렷하면서도 소심하거나 적극적이거나 그런 건 상관없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이야기하고 자신과 관련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랍니다. 사실 스레 초기때 이미지게임을 하면서 이미 밝힌거니!
Q1. 걸려오는 시비는 피하는 편인지 아니면 맞서는 편인지! 그리고 싸운다면 어떻게 싸우는지 알려줘! -피하는 편인데, 자리를 피해서 여지를 차단하는 것보다는 기를 죽여놓고 '내가 봐준다'하면서 떠나주는 쪽이야. 어떻게 하냐면 빤히...아주 빤히 쳐다보는데 왠지 모를 위압감이 들어서 웬만하면 이 단계에서 기 죽고 상황 종료. 드물게 여기에서 안 끝난다면? 후미카는 자기한테 덤비는 녀석은 가만히 안 두기 때문에... 에잇 어쩔 수 없지 후미카 펀치!\\( •̀ω•́ )//
Q2. 친한 친구가 저 녀석의 심한 말 때문에 울어버렸다. 이 때 어떻게 대처할지 알려줘 :D!! -일단 위로부터 해줘. 위로를 잘 하는 편이 아니고 본인도 그걸 알아서... 그냥 토닥토닥 정도만 해주겠네. 복수를 해줄 것 같진 않아. 그건 당사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 자기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번화가, 골목길 스즈도 스즈의 친구들도 이런 골목길을 유달리 좋아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주저앉아서 울고있는 친구를 스즈는 '하룻치'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울고있는 한 명을 다른 한 명이 달래주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인상을 살짝 구기고 팔짱을 끼고 섰다. 스즈는 다시 한 번 '누구야?' 하고 물었고 팔짱을 낀 친구가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사랑싸움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소중한 친구의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웠단다. 그리고는 그 책임을 자신의 친구에게 덮어씌웠다고. 스즈의 눈썹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쪼그려 울고있는 친구의 촉촉하게 젖은 울음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있던 스즈는 옆 자리에 쪼그려 앉아 뭔가 중얼거리며 이야기하곤 어깨를 톡톡 치며 일어섰다.
" 쟤야? "
사람이 많은 번화가였다. 그 중에서 스즈는 당당하게 한 명을 손가락질 하며 가리켰고 두 말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 스즈! 기다려! 잠깐만! 야! 스즈! "
팔짱을 끼고 서 있던 친구가 스즈를 말리겠다고 나섰고 울고있던 하룻치와 그걸 말리던 이도 고개를 들고 스즈를 바라보았다. 스즈는 당당하게 앞으로 나가서 그의 친구들과 이야기중이던 무리의 남자에게 다가가선 당돌하게 올려다보며 말했다.
" 사과해, 하룻치한테. " " 뭐? " " 두 번 째야. 하룻치한테 사과해. " " 뭐야 넌? 너 누군데? 너 나 알아? " " 세 번 째야. 네가 하룻치를 울렸잖아. 하룻치한테 사과해. " " 하룻치? 아~ 아아~! 안돼. 난 사과못하겠는데? 내가 왜 사과해야해? 전부 저 쪽에서 먼저 잘못한걸 " " 세 번 끝. "
컬러풀한 색조화장에 밝게 염색한 머리.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악세사리까지 찰랑거리는 스즈는 누가 봐도 '불량한'아이였다. 그래도 심성만은 곧은 스즈였다. 잘잘못을 따져보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별했다. 사과할 기회도 세 번이나 주었다. 그래도 친구는 울고있고 가해자는 사과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번화가는 사람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있지만, 그래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돼.
" 죽어 쓰레기야!! "
뺨을 후려치는 소리와 스즈의 높은 고음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시선이 주목되었고 스즈는 몸을 던졌다. 다시 뺨을 때리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당연히 몸싸움으로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있다. 그래도 때려주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골목길에 있던 친구들이 달려나와 이름을 부르며 뜯어말렸고 그 남자의 친구들도 뜯어말려 거리가 벌어졌다.
" 열 받으면 찾아와 새끼야!! 가미즈미 고등학교 2학년 B반 미나미 스즈다!! 죽어 쓰레기야! 죽어!! "
뜯어말려지면서까지 악!!! 하고 소리를 지른 스즈는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마스크를 벗고 파우치에서 새로운 검은색 마스크를 꺼내 쓰곤 울고있던 친구의 머리를 톡톡 쳐주었다.
" 스즈가 이겼어, 하룻치. "
몇 대 맞은 것 쯤은 아무렇지 않다. 뺨을 때리고 뺨을 맞았다. 주먹을 날렸고 주먹을 맞았다 그럼에도 스즈는 '스즈가 이겼어.' 하는 말로 충분했나 보다. 헤헤~ 하고 웃으면서 스즈는 온 사방의 주목을 받으며 다시 무리를 이루고 움직였다. 다음에 만나면 또 때려줄거야. 하는 생각과 함께.
선뜻 선의를 내보이는 미즈미의 태도에, 시니카도 더 이상 자리를 망치고 싶지 않은지 마음을 다잡는 것 같다. 다만 옆자리나 바깥 풍경으로 시선을 돌리는 일 없이, 말을 걸어오는 미즈미를 마주보아올 뿐이다.
"커피가 좀 많이 필요하겠네."
시니카는 쓰게 웃었다. 신이 보기에는 우스운 일일 것이다. 그 짧디짧은 생애에 뭘 움키겠다고 그리 많은 것을 왁왁 우겨쥐려 들고, 무얼 그리 복잡하게 담아놓고, 무얼 그리 복잡하게 사고하고, 무얼 그리 고뇌하다가 이렇게 절망하는지. 한없이 기나긴 삶을 사는 신들이 보기에는 우스울 것이다. 필멸의 굴레라는 것이 그렇다. 스스로의 삶에 의미를 담고자 발버둥치는 것이 우습기 짝이 없다. 굳이 제안하니 위로하니, 소나기로 쫓아내니, 결국 비슷비슷한 결말을 맞았을 것이다. 스스로의 불행을 한탄하고 남의 행복을 질투하면서 그럼에도 자신이 남의 행복을 망치는 것은 바라지 않는, 솔직하지 못한 모순된 미물이다. 좋은 의미를 담지는 못할망정 나쁜 의미는 담고 싶지 않다는 것일까. 참, 오늘이 아니라 인생이 피곤하겠다.
"...피곤한 유행이네."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피곤한 인생이 할 말은 아닌 듯싶지만.
의외로 메이드 카페치곤 꽤 퀄리티 높은 오므라이스와, 적어도 빙초산 커피의 맛을 감추려고 헤이즐넛 향을 쏟아부은 건 아닌 듯한 그럴싸한 카푸치노가 나온다. 우유거품 위에 시나몬 가루가 뿌려져있는 게, 모양뿐 아니라 냄새도 그럭저럭 합격점이라 시니카는 조금 놀랐다. 그녀는 잔으로 손을 뻗으려 했으나- 미즈미와 똑같은 사유로 가로막혔다.
그리고 떨어진 말은 시니카에겐 청천벽력이었다.
"하?"
앞서 말했지만 시니카는 이런 가게에 대한 지식이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한 내성도 없다. 시니카의 눈이 부릅떠졌다. 순간 보랏빛 눈이 흉광을 발하는 것 같았다. 미즈미에게야 강아지 앙앙대는 것만큼이나 귀엽고 하찮아보이겠으나 여종업원은 움찔한 듯싶다. 시니카는 여종업원의 기색과 미즈미의 기색을 한 번씩 번갈아보고는, 역시나 여기서는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했던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장단 맞춰줄게."
시니카는 손으로 어설프게 하트 모양을 만들어보였다. 얼굴은 싸늘한 우거지상이 됐고, 어설프기 그지없이 찌그러진 하트 같기도 하고, 네 두개골을 반으로 갈라버리겠어 사인 비슷한 게 된 것 같기도 하지만. 한심한 주문을 미즈미가 따라하면, 시니카도 마지못해 싸늘한 목소리로 따라할 것이다.
"─된 거죠?"
# <83 할 수 있는 게... 떫은 반응밖에 없다.... 줄 수 있는 게... 이런 답레밖에 없다...
진심으로 믿었다는 듯, 후유키는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표정이란 가끔은 불확실 한 것이라. 네가 웃는 낯으로 말했다 한들 그 표정 뒤가 정말 어떠한지는 읽을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 말이 농담일지 진담일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을까. 그러니 그 상황에 따라 달리 이해하며, 그렇겠다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주인에게서 네가 답을 듣기까지 후유키는 놓인 다른 세공품들을 살핀다. 그리고 네가 주인과 대화를 끝내면 브로치를 계산하려 하며, 네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주인에게 네가 사는 것도 같이 계산해달라 했을까. 후유키는 고갤 돌려 널 보고선 생글생글 웃는다.
>>700 시니카: 쏘리. 응, 코우사카 시니카. 시니카: ...해봐야 츄하이나 호로요이. 거기다 가끔 객기부리는 애들이 싸구려 주제에 도수만 높은 술을 들고 와서, 별로. 시니카: 이거라도 마실래? (콜라병 흔들) 대신 조금 나눠마시고 가서 자는 걸로. 시니카: 이것도 그렇게 비싼 걸 넣은 건 아니지만, 잭콕 좋아해?
>>713 스즈즈 : 카쨩~ 얌전한 고양이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스즈즈 : 잭다니엘.. 아,알지! 알아! 그거 그거잖아! 그.. 그거! 그 왜.. 그거! 알지! 우리집에도 몇 개 있어! 나도 가끔 하고 그래..!(유행에 민감한 JK는 뒤쳐질 수 없다) 스즈즈 : 그 말썽이라는게 재밌는건데~ 있지, 카쨩도 같이 놀자니까? 으히.. 으히히.. 재밌을거야 분명~ 거기 가면 다 같이 놀고.. 으히히.. 재밌을거라니까~~ 이이쟝~~~
히키는 또 토리이 위에 앉아있다. 신관장은 곤란한 듯 뒷목을 긁적이며 허공을 올려다본다. 오늘은 기분이 나빠보이지 않고, 공복도 아닌데 왜 저렇게 꿍한 건지 도통 이유를 모르겠다.
"그대야말로 먼저 잠에 들지 아니하고 왜 나를 찾으십니까." "저번에 숲길을 산책하시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들켰던 것 때문에 그렇지요. 마을에 소문이 났는데 어찌 걱정이 안 되겠습니까." "내 인두겁을 들킨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잘각대는 소리가 유독 크다. 곰방대 꺼내어들고 검지와 엄지 맞대어 딱 소리가 나자 엄지 위로 불꽃 피어오른다.
"연초는 200년 전에 끊으셨다면서." "하여 쑥 피우지 않습니까." "기관지에 해로우니 효과 일절 없습니다." "그대는 그냥을 안 넘어가."
아이의 모습으로 흡연은 영 그런지 몸이 뒤틀리며 모습 바뀐다. 긴 머리 틀어올리고 우치카케 차림이나, 여성인지 남성인지 도통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리 화려히 차려입고 남성일지도 모를 일이다.
"일개 인간이 말씀 올리오나 그 모습은 너무 경박하지 않습니까?" "할 말은 다 하시면서 일개 인간은 왜 붙이덥니까."
히키는 끌끌 혀를 차듯 웃으며 연기를 뱉었다. 허공을 수놓는 창백한 숨이 길었다. 그때도 이 소리를 들었건만, 이젠 들을 수 없다. 히키는 천천히 몸을 돌려 신관장을 내려다본다. 전통을 중요시하지 않아도 된다 닦달을 하였기에 이런 사이가 되었으나 이 인간은 알까.
"따님 키우는 건 요즘 어떻습니까?" "하나비는 학교에서 자주 보는 거 아닙니까?" "글쎄요, 저번에 500엔을 빌려간 이후로는 집에서밖에 못 봤습니다." "또 시부야로 놀러 갔구만, 이 녀석이." "자식 키우기는 힘든 일이지요." "그렇지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꾸미는 것이 즐겁다,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아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 전통적인 것도 싫다, 신을 모시는 일은 싫다, 엄마도 그렇게 하길 바랐을 거다..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죄 싸우니.. 타협을 하고 싶지만 마음이 현실이 되지는 않지요." "여간 힘든 일이 아닌가봅니다." "..그래도 이 험난한 세상에서 건강히 살아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히키는 곰방대를 물고 습, 숨을 들이마신다. 뱉는 숨과 함께 토리이에서 툭 내려오는 모습에 흔들림 일절 없다. 여덟 팔자 그리며 한 걸음씩 다가가더니, 위로라도 하듯 히키는 신관장의 어깨를 두어 번 툭툭 쳤다.
"아무렴 그렇지요. 자식이 부모를 잃으면 천붕이나, 참척은 천붕도 모자라니.."
그 공허를 이루 말할 수 있겠습니까. 히키는 옅게 웃었다. 도깨비 발걸음 하듯 비척대며 걷는 걸음에 신관장이 따라 나선다.
"이번엔 또 어딜 가십니까?" "밤 벚꽃 보러 갑니다. 먼저 들어가 주무시지요." "..늦지 않게 돌아오셔야 합니다." "이번에는 인간의 시간을 잘 맞춰보도록 하렵니다."
우치카케 화려히 두르며 오비 반대로 걸치고, 여덟 팔자 걸음 걸으며 게다 끌리는 소리 나니.
" 미안해 스즈.. 나 때문에 스즈가.. " " 에헤헤~ 괜찮아 하룻치! 스즈가 이겼잖아~ 신경쓰지말고! 또 덤벼들면 그 때 내가 또 처리해줄게! "
스즈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짓으로 얼른 데리고 나가라고 말했다. 흥분한 탓에 학교까지 말해버렸고 주변의 시선이 잔뜩 꽂힌 이 상황이 스트레스까지 주고있다. 스즈는 괜찮다고 몇 번이나 더 말하며 눈짓을 주었고 그제야 혼자 있을 수 있게되었다. 친구들이 빠지고 혼자 남은 골목길은 왠지모를 공허함이 덮쳐오기 마련이다. 스즈는 터덜터덜 골목길을 빠져나와 깊게 한 숨을 내쉬었다. 지친 느낌이 역력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일을 했고 소중한 친구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한 녀석을 때려줬으니 화도 풀려야 할 일이건만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 읏.. 따거라... "
적당히 벤치를 찾아 앉은 스즈는 파우치에서 거울을 꺼냈다. 다행히 파우치 안에 있는 물건은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더 다행인 것은 옷에도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는 것. 꺼낸 거울은 조금 망가진 스즈를 비추고 있었다. 때린 만큼 맞았기에 자신도 성한 꼴은 아니었다. 눈이 조금 부어있었고 마스크를 살짝 내려보자 입술도 터져있었다. 색조 화장에 빨갛게 부어오른 것이 뭔가 어울려서 푸흐흐.. 하고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파우치에서 새 마스크를 꺼내 갈아끼운 스즈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 지쳤다.. 지쳤어.. "
배도 고프지만 이 꼴로 집에 들어가긴 무리지. 스즈는 이제부터 뭘 할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고민도 있었다. 싸울 때는 몰랐었는데 싸움이 끝나고나자 여기저기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았다. 얕보일 수 있었고 무시당할 수 있었다. 스즈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친구와 무리까지 전부 다. 그 상황을 무마할 수 있었고 오히려 다시 한 번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미나미 스즈는 함부로 건드려선 안된단 인식을 심어주었고 호불호가 확실하여 옳고 그른 일에 대해 확실히 처리해야하는 자신의 성격에도 한 점 부끄럼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도 지치고 피곤한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약한 탈진이 찾아왔다. 스즈는 벤치에 기대고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곤 눈을 감았다. 이대로 있으면 잠들 것 같았다. 여기서 잠들면 영락없이 노숙하는 가출 청소년이 되어버릴테니 잠들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으로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그 쯤에서 스즈는 멍하니 있다가 좀비처럼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무언가를 톡톡톡 하고 적기 시작했다. 자판을 누를 때 마다 느껴지는 약한 진동이 기분이 좋았다. 마스크를 얼굴 아래로 내려 으레 말하는 턱스크를 하고 있던 까닭은 입술이 터져 피가 조금 난 탓에 마스크를 썼다간 따갑기도 하고 안 쪽에 피가 묻어 굳이 새 마스크를 꺼내 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칠대로 지쳤다. 게다가 싸웠던 후유증에 오랜만에 본 친구의 눈물이라는 스트레스 탓에 스즈는 푸 - 하고 한숨만을 내쉬었다. 그러면 안된다는 건 알고있지만 이대로 조금 자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깨워준건 어디서 들린 목소리였다. 이어폰을 끼진 않았는데, 스즈는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 싶어 '에?'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 아~ 내가 이겼으니까 괜찮아! 제대로 때려줬다구~ 그러니까 괜찮아~ "
누군가를 만나자마자 스즈는 금새 기운을 차린듯 이야기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한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게 스즈는 여전히 지쳐보였고 눈도 살짝이지만 피로에 풀어져있었다. 약이라던가, 여자아이는 싸우면 안된다는 이야기들. 스즈는 오랜만에 조금 당황스러워져서 '에, 에에' 하고 저도 모르게 당황한 티를 내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쳐있기 때문이다. 심한 스트레스와 급박한 상황변화를 겪었다. 스즈는 자신의 성격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그렇기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시비를 거는 것이냐며 또 싸울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얼굴이 엉망이라는 말에 파우치에서 다시 거울을 꺼내 이리저리 얼굴을 비춰보는 스즈였다.
" 정말이네. 그래도 괜찮아. 하룻치를 울린 녀석은 가만 둘 수 없으니까. 다 잘 된 일이야! 그렇고 말고! "
스즈는 그 또래 몰려다니기 좋아하는 여자아이들 특유의 어딘가 장난끼 넘치는, 그러면서도 화장기가 있는 미소를 지었다. 다음으로 눈이 향한 곳은 셀카봉이었다. 무언가 물어보려다가도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푸흐흐, 하고 웃었고 터진 입술이 아파와 '아야야..' 하고 얕게 신음했다.
" 에- 데이트 신청이야? 음.. 으으음... 뭐, 그럼 그럴까? 마침 배도 고팠고. 혼자있는건 이제 싫기도 하고. 미나미 스즈야~ 만반잘부~ "
그렇게 말하며 스즈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 다음으로는 셀카봉에 달린 카메라를 보았다. 이 쪽을 찍는 모습. 스즈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방송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미쳤고 고개를 한 차례 갸웃하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다가 브이 사인을 만들어 볼에 가져다댔다.
"하룻치? 아, 알았다 알았다- 분명 하룻치가 사귀고 있던 남자가 바람을 핀 거야. 그래서 때려준 거지? 혼내준 거지? 이건 좋은 폭력이야. 여자아이는 싸움하면 안되지만, 복수는 해도 된다구. 눈물나게 만들었으면 토혈로 돌려주는 것이 그래, 온나노코니까."
무슨 논리일까. 일반인들이 듣는다면 그렇지, 하면서도 기이하게 느낄 법한 말. 시이는 그런 말을 해놓고 자랑스럽다는 듯이 응응, 하고 자기 말에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에, 근데 데이트 신청이라니 나 보코보코한 얼굴의 상대와 데이트하는 취미는 없어. 지금은 그렇네에- 풍기위원과 문제아의 관계려나. 잠시 이야기 좀 해줘야겠습니다 인 거지. 그런 관계로, 잠시 동행해주셔야겠습니다."
잠시 장바구니에 꽂아뒀던 셀카봉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래서 오늘 스키야키의 게스트를 초빙했습니다. 이름이이-"
쵸로쓰~ 미나미 스즈임당~ 만반잘부! 눈치 좋게 브이를 해보이는 스즈. 애칭은 뭐가 좋으려나. 아, 스즈라는 이름 좋은데에- 왠지 없애고 싶지 않은 이름. 그냥 스즈쨩으로 괜찮을지도.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ㅇㅇ : 만반잘부~] [ㅇㅇ : ㅁㅂㅈㅂ] [ㅇㅇ : ㅁㅂㅈㅂ] [ㅇㅇ : ㅎㅇ]
"그래, 스즈쨩! 오늘은 이렇게 꼬질꼬질한 고양이 스즈쨩을 주워서 잔뜩 나데나데하고 배도 불린 후에 방생해줄 계획이라구. 그럼 잠시 안녕, 식사시간에 또 봐☆"
방송은 잠시 종료. 그리고 잠시 걸어서 도착한 곳은 콘포토 Comfort 아파트. 지은 지 좀 되어보이는 2층이 고작인 아파트다. 목걸이로 만든 열쇠를 꽂아넣고 돌리면 아늑해보이는, 의외로 정돈이 잘 된 실내가 보인다. 밖은 벌써 해질녘이라, 장판 위에 시뻘겋게 해가 드리우고 있다.
"다녀왔습니다- 라고 해도, 아무도 없지만. 편하게 있어, 나 혼자 살거든. 그러니까 또 싸움하구 오면 언제든 신세져두 돼. 혼자서 사는 건 쫌 외로우니깐. 불법침입도 환영이야-"
" 풍기위원장하고는 사이 안 좋은 편인데~ 화장에 교복에 치마에.. 잔소리꾼이라니까. 유행에 민감한 JK라면 이 정도는 기본인데 말이지.. "
말로는 풍기위원장이라지만 풍기위원장의 느낌을 잘 알고있는 스즈는 전혀 그 쪽 계열 사람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있었다. 이 쪽은 굳이 따지자면 전파계 쪽인 것 같았다. 스즈는 올라오는 채팅창을 보며 '응응. 만반잘부~' 하고 말하며 꺄르륵 하고 웃었다. 동시에 입술이 따가워 인상을 구겨버렸다. 분명 또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은 알지못할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까 받은 스트레스가 차올라서 카메라가 꺼진 후엔 잠깐 동안 멍하다면 멍하고, 울적하다면 조금은 울적한 표정을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 실례함다- "
스즈는 짧고 단편적으로 인사했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인사는 하는게 예의니까. 스즈는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정리하곤 안내를 받듯 따라서 안으로 얌전히 들어섰다.
" 혼자 산다고? 그건 좀 외로울 수 있겠다. 그래도 혼자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이쟝~ 하고 싶은 대로 눈치 안보고 사는 거야! 친구들도 잔뜩 부르고~ "
스즈는 소파를 찾아 앉고는 언제든 찾아와도 된다는 말에 그으래~? 하고 말하며 조금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따라오길 잘했다. 벌써 재밌는 일이 생기려고 하잖아. 그 쯤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스즈는 '잠깐 실례' 하고 말했다.
" 여보세요~ 아, 응. 하룻치는? 괜찮아? 다행이네. 잘 달래줘. 그 쓰레기는 내가 만나면 또 패버릴테니까. 나? 나는 잠깐.. 음.. 으으음.. 아! 데이트! 데이트 중이야~ 그런게 있어. 학교에서 보자구~ "
전화를 끊은 스즈는 잠깐 방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혼자 사는 건 외로운 일이다. 잊혀지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남들과 거리가 멀어지면 그들이 뭘 하는지 알 수 없게된다. 멀어지고, 잊혀지고, 도태된다. 안돼. 그건 안돼.
" 그나저나, 이름이 어떻게돼? 나는 아까 말했지만 미나미 스즈. 스즈는 이거랑 같은 한자~ "
스즈는 그렇게 말하며 초커에 달린 방울을 톡 건드렸다. 귀걸이와 체인으로 연결된 초커. 딸랑- 하는 소리가 울리자 스즈는 문득 꼬질꼬질한 고양이라는 말이 생각나 또 푸흡 하고 웃어버렸다.
"사진? 물의 론! もち の ろん! 나 방송하거든- 채널 이름은 쾌락신이구, 만든 지는 반년 정도인데 구독자 수는 만 명 조금 넘어. 슈퍼챗이라던가 그럭저럭 들어오는데 방송 켜면 늘 봐주는 건 300명 남짓이려나- 이상하게도 이 이상 늘지 않아. 슈-르하지이. 앗, 말이 샜네. 그러니까아, 사진은 내 특기이자 생계라는 말씀."
그제야 생각난 듯이 스마트폰과 셀카봉을 꺼내어서 당고를 찰칵찰칵 찍어댄다. 심지어 한 입 먹은 당고까지. 그리곤 후미카를 한 번 쳐다보고, 스마트폰을 보고, 번갈아 보다가 바보같이 웃었다.
"미카쨩은 어때? 사진 말이야. 같이 찍지 않을래? 나, 보정이라던가두 잘하니까 굴욕적으로 찍힌 것두 인생샷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구. 물론 미카쨩은 귀여우니까 그럴 일 없지만. 마음에 안 든다면 스티커로 가려줄 수도 있구... 라인으로 보내줄게. 그러니까- 어때?"
후미카를 본다. 농담으로도 밉다 말할 수 없는 얼굴. 차분해보이는 인상, 잘 익은 복숭아처럼 발그레한 뺨과 둥그레한 얼굴. 앙증맞게 생겼으나 무감하게 닫혀있는 입술이라던지. 귀엽지 않은 구석이 없다. 많은 오츄로들을 보았으나 역시 신의 얼굴이란 걸까, 극상이지.
하지만 저 눈이 어떤 생각을 할지 몰라서 시이는 불안하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마음을 걸고 그게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하고.
싫어하지 않는단 말은 결국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말. 사랑받고 싶어. 관심을 받고 싶어. 쇼군이 나를 봐줬으면 좋겠어.
그 일념의 집합체는 만들어진대로 행동한다.
불안감을 지우고 해맑게 웃는 것이다. 아둔해 보이고, 뇌까지 말갛게 지운 여자처럼 보이도록, 사랑받기 위해 꾸민 얼굴로 생긋 웃어보인다.
나는 여전히 널 이해하는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습다는 감상은 놀랄만큼 들지 않는다. 그들이 우스웠으면 나는 탐구 하지 않고 조롱했을 것이며, 그들이 가엾었으면 나는 몸을 낮추지 않았을 터였다. 나는 다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열중할 뿐이다. 다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붙잡고 끙끙거리며 전전긍긍하는 데에도 내가 이 일을 놓지 않는데에는 너희 인간들에게 있다. 그리하야, 나는 너와 시선을 맞춘다. 너의 표정을 살핀다. 다소 어설픈 구석이 있었기에 나는 이 관계가 몇 차례 기워진 상태라는 것을 안다. 곧 찢어질 천을 붙들고 있는 것은 나고, 그 천을 열심히 봉합하는 것은 네 몫인 듯 싶다. 어느쪽이건 손 놓으면 엉망이 될테였지만 나는 이 천을 계속 붙잡고 싶었다. 내 욕심이 그랬다.
"그래."
피곤한 유행이라는 말에 순순히 동감한다. 사실, 인간이 하는 행동 대부분은 피곤한 일들이었다. 인간들은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이루어 내야 하기에 스스로 피곤한 존재 아니던가. 내가 감히 사견을 얹어보건데, 적지 않은 수의 신들은 그러지 못했다. 특히 자연물에 대한 믿음과 공포가 사라지기 전까지 사라질 일 없는 나는 더더욱 그랬다. 애석하게도 삶에는 열정도 목표도 없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목표를 따라 온 곳이 가미즈미라 할 수 있겠다. 나는 희미하게 진실로 웃으며 속삭인다. "그렇지만 난 그렇게 피곤하게 사는 것도 괜찮아보이더라." 인간에게는 죽일 놈의 말일지 모르겠다.
본론으로 돌아와 나는 시니카를 마주보며 하트를 만들고 있었다. 어라, 서로를 바라보면서 하트를 만든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썸을 타고 있다? 서로... 사랑을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느낌이 좋았다. 보편적으로 말하는 사랑의 감정과는 결이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원래 사랑은 필설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라 그랬다. 나는 제 앞에서 하트를 만들고 눈을 이글거리는 시니카도 귀여웠고 장단을 맞춰주겠다는 대답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어린 인간들 사이에서 이런 귀여운 주문을 외우고 있으니 나 마저도 어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줄줄 늘여놓았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조금 기쁜 것 같다.
"모에모에큥-! 와아-! 맛있어졌다-"
대체 무슨 의미를 지닌 주술인지는 몰라도 자주 해봐야할 것 같다. 내가 마구 박수치자 죽은 눈을 한 여종이 -어째서인지 시니카와는 눈 마주치고 싶어하지 않았다- 나만을 바라보며 케찹을 뿌려주었다. 사랑해♡ 라고 접시에 써준 후에 오믈렛에는 귀여운 고양이를 그려준다. 이거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요즘 인간들은 진도가 빠르다더니 겨우 30분 만난 사람에게 사랑고백도 하는거냐? 나는 경우를 알 수 없고 혼란스러워 다급히 사랑해 캐찹을 계란으로 가렸다. 슬쩍 시니카의 눈치를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는 짓만 보면 난잡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도 일단 일부일처제를 채택하고 있으니까.
"...시니카, 나는 아무것도 안했어."
괜히 변명을 해본다. 역시 인기가 많으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
#....일인칭의 단점 미즈미한테 츳쿠미를 못담............. 오너가 사과할게.... 그냥 개그성으로 봐줘.... 3인칭이였으면 '미즈미는 개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를 꼬오옥 추가했을텐데...
"맞아 맞아, 엄-청 외롭다구. 이런 해질녘에는 방송도 화면이 안 예쁘니 할 수가 없지. 그럼 완전히 혼자인 거야.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 그런 건 슬퍼."
슬픈 건 싫어. 매일 달콤한 것으로만 배를 채우고 싶어. 매일 쌍륙만 하며 즐겁게 살 수는 없는 거야?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때론, 어떤 역사적 사건은 신에게도 차별없이 닥쳐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스즈쨩이 와줘서 기뻐."
캐비넷을 달그락거리다가 꺼낸 것은 구급상자. 쓰지 않은 새 것의 연고들이 가득하다. 마치 지금을 위해 구비해두었다는 듯이, 언제고 베풀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베풀겠다는 듯이, 유통기한이 지난 새것의 연고들이 굴러다녔다.
시이는 그 중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것을 꺼내놓고, 솜에 소독약을 적신다. 알싸한 냄새가 금세 코를 찌른다.
"눈 감아, 감고서 들어."
쓰라린 소독약이 눈두덩을 가볍게 두드린다. 눈꺼풀 위는 여전히 해질녘으로, 낮과 밤의 경계선으로 뜨겁게 빨갛다. 차갑고 쓰린 감촉, 그걸 달래듯이 이마를 문질러주는 따듯한 손. 새빨간 적막 위로 내려앉는 목소리.
"나, 가미즈미고교 1학년 C반인 아타마오카 시이. 머리가 이상한 여자애라고 외우면 편할 거야. 끔찍한 이름이지? 나도 딸이 있다면 분명 아타마오카 시이같은 이름을 붙여주겠지만 말야. 그래도 가끔은 스즈같은 예쁜 이름을 갖고 싶다구 생각해버려-"
플라스틱 선반에 연고가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 쓰려서 움찔거리는 얼굴을 상냥하게 붙드는 따듯한 손, 그리고 어쩐지, 환청처럼. 베란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듯한 방울소리. 축제를 여는 북소리와도 같은 소리. 입술 너머로 느껴지는 떫은 에탄올의 향. 피가 말라붙은 입가를 닦아내는 손길.
>>779 괜찮아 우리에게는 왜놈이지만 일본에게는 애국신이니까 국민들도 좋아할 거야 미즈미는 어쩐지 사냥하는 뱀의 이미지가 정말 맞다고 생각해 사자가 얼룩말을 사냥할 때랑 뱀이 도마뱀을 사냥할 때랑 모션이 다르잖아 뱀은 좀 더 자기 몸을 출렁출렁하면서 온몸을 던진단 느낌 딱히 바라는 거 없는데도 고위 신 되고 싶어서 인간 몸을 하고 인간이랑 말 섞고 관용베풀어주는 거 너 출세에 진심이구만 어이<싶어져 하지만 그런 미즈미에게 출세 이외의 진심 사랑이 찾아오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한걸 고위신 되는 건 모르겠고 얠 보면 가슴이 두근거려서 심장 토할 거 같아 소화안된 쥐가 날뛰는 거 같아 이 쥐새끼같으니... 한다던지(농담)
>>780 시이주가 캐해하는거 나보다 잘하는것 같다 그냥 오너권 넘길뻔 해버렸다 후 큰일이네; 그렇지 미즈미는 출미새니까 근데 딱히 출세해서 뭐 할 거 없는 것도 맞고 ㅋㅋㅋㄱㅋㅋㅋ 사랑은 나도 잘 모르겠다 애초에 사랑을 할까 가정 안하고 데려온 애라 그때그때 급하게 캐해해서 하려다가 캐붕나겠지 난 그걸 인간미라 부르겠어
"오랜 시간을 살면 그런 편인가요?" "저는 나이를 헛으로 먹었는가.." 물론 고 3이 오래 살았다기엔 그렇긴 하고.. 정말 오랫동안이라고 해도 청소년같은 분들도 있겠지만요? 라는 말을 하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토와입니다. 소원 팔찌를 사려 할 때 브로치와 같이 값을 치르자 이럴 필요까지는 없는데요.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그럼 가벼운 사탕이라도 하나 사드릴게요" 배답을 받기는 했지만 그냥 보내기에는 애매했던 걸까... 싶어 토와는 저쪽에서 사탕 노점을 봤다면서 가리킵니다. 사쿠라마츠리인 만큼 벚꽃을 예쁘게 만드는 사탕노점도 있다. 스테디셀러는 동물이겠지만.. 벚꽃의 섬세함을 만들어내는 것도 있으니.. 맛보단 모양으로 먹는 걸까.
"아니면 사진을?" 한 장 찍어드릴까요. 라면서 카메라 가방을 들어올립니다. 폴라로이드 계열인 만큼 찍으면 바로 나오겠지.
주문한 것들이 포장이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을 바라본다. 리리는 잘 놀고 있는지 그새 몇장의 사진이 더 와있었고 잘 놀다오라고 답장하고선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친구, 연인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무척이나 신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도 다음엔 리리랑 같이 놀러올까.
" 아 감사합니다. 꼭 많이 파시면 좋겠네요. "
건네받은 봉투 안에는 내가 산 것 이외에도 덤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더 들어있었다. 호시즈키당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화과자점이 된 이유를 조금이나마 본 것 같아서 작게 미소짓는다. 답례라고 할만한건 없지만 별빛이 호시즈키당 매점을 조금은 더 많이 비추게 해준 나는 매점을 나와 걸어가는 요조라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 뭐하러 가는데요? 실례가 안된다면 따라가도 괜찮을까요~? "
축제 구경은 같이 즐기기로한 약속도 있었으니 나중에 해도 괜찮았다. 지금은 느릿하게 걸어가는 저 소녀의 뒤를 따라가는게 더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이유는 ... 그냥 재밌을것 같으니까?
필연적으로 왜곡이 발생하게 되는 글과 회화의 묘사와는 달리, 사진은 선명한 상을 보존하는 기록이다. 그 어떤 것보다도 현실의 생동을 훌륭하게 담아내는 기술. 사진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되도록 카메라 화면을 벗어나 피해 있곤 하는 까닭은 그것이다. 조부의 지인이었으며, 어머니의 유년을 함께 보낸 친구, 아들의 학우로서 생애 한순간을 짧게 스쳐갔던 누군가. 그 어렴풋한 어린 날의 추억들. 풍어신은 자신이 남긴 순간들이 기억되지 않기를 바랐다. 세월에 녹아 자연스레 흐려질 한순간의 잔류라면 충분했다. 사진은 기시감을 줄 만치 서로 닮아 있었던, 언제라도 사라질 듯 희미했던 누군가가 그곳에 실재했었다는 사실의 증거가 된다. 그러므로 그는 조금 머뭇한 채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후미카는 멋쩍다는 뜻을 알아보기 쉬운 신호로 보내기라도 하듯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가볍게 꼬았다. 진갈색이던 머리결이 햇빛을 받아 노랗게 빛났다. 그만큼 날씨가 좋은 날이니 사진 찍기엔 제격이다.
"싫지 않지만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나는 찍히는 것도 찍는 것도, 사진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단다. 좀 어색해서 말이야."
개인적인 이유를 제하고서도 사진이 어색하다는 것도 이유가 맞긴 했다. 엄숙하고 무표정한 사진이 유행이었던 시절을 지나, 일률적으로 웃는 낯에 브이 포즈를 정석으로 여겼던 시기가 한때는 있었더란다. 억지웃음 짓기에는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는 관계로 그 시기에 찍었던 사진들은 사진사를 참 난감하게 했던 경험이 있다. 그렇지만 요즘 정서가 어떤지 알아보는 셈이라 치면 나쁠 것도 없다. 잘 모르면 최신 유행은 모두 섭렵한 듯한 시이에게 물어보면 될 테다. 후미카는 졸래졸래 다가와 시이 옆에 붙어 섰다.
"대신 다른 사람 보여주지 말고 너만 가지고 있으렴."
물끄러미 위를 올려다 보며 후미카는 나른하게 눈을 깜빡거렸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그도 참 순진해 보였다. 애타는 누군가의 마음은 끝끝내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했다.
" 알지알지~ 혼자인건 외롭지~ 나도 혼자있는 건 별로 안 좋아해. 그러니까 계속 친구들을 부르는거고 계속 같이 있는거고.. 그러다 잊혀지면, 도태되면 어떡해 "
남들이 나아가는동안 정체되어 있으면 도태된다. 남겨지고, 썩는다. 그리고 썩어사라져 잊혀진다. 그러지 않으려면 잊혀져선 안된다. 더 노력해야하고 남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더 많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입지를 다져야한다. 그리고 같이 있는게 더 좋고, 더 즐겁기도 하고. 스즈는 자신이 와주어서 기쁘다는 말에 그런 말을 들으니 자신도 기쁘다며 웃었다. 이렇게 놀러와서 대접만 받아도 되는걸까 하는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 앗, 잠깐만, 화장이, "
소독해도 되려나. 스즈는 아무래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으로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따랐다.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코를 찌르는 소독약의 냄새에 눈을 살짝 찡그렸다. 상처난 곳에 솜이 닿자마자 스즈는 읏- 하고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입술을 살짝 물었다. 물자마자 느껴지는 아련한 통증에 물었던 입술을 놓았고 양반다리를 틀고있는 허벅지를 달달달달 떨기 시작했다. 스흐으으으으읍- 하고 애정을 들이마시고 후우우우우- 하고 고통을 뱉었다. 따끔거리고 얼얼한 것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따가워.. 엄청 따가워.. 생각보다 아프네. 으으- "
손가락을 들어 반대쪽 눈에 살짝 맺힌 눈물을 훔친 스즈는 자신의 얼굴을 붙드는 손에 왜인지 모를 안심을 느꼈다. 그리고는 한 대 세게 맞은 입술. 여기도 색조화장을 한 것 마냥 빨갛게 되어선 데코레이션이라도 한 듯이 빨갛게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알콜이 닿을 때 스즈는 똑같이 들숨에 애정을 마시고 날숨에 고통을 뱉었다. 그래도 이렇게 아프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살아서 활동하고 있고 더 많이 노력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니까. 입술 사이로 느껴지는 떫은 맛이 지나가고 스즈는 들려오는 자기소개에 찡그렸던 눈을 떴다.
선배가 되어서 후배에게 케어를 받는다는 것은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텐데. 스즈는 그런 생각이 스쳤어도 지금 당장은 상관없겠다 싶었는지도 모른다. 석양빛이 빨갛게 들어오는 창가와 조금은 가라앉은 공기, 살짝 떫은 알콜의 맛과 병원의 냄새와 같은 약냄새 그리고 후배임에도 어딘가 안정이 되는 느낌에 정말 그 때 이야기한 '꼬질꼬질한 고양이'처럼 쓰라려 움찔거리던 볼을 붙들어주던 손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부볐다.
요조라의 걸음은 언제나처럼 느렸다. 오늘이라고 특별히 기운이 넘치거나 하지 않았으니, 손목에 건 작은 가방을 달랑달랑 흔들며 나아가는 걸음은 앞서 출발했더라도 따라잡기에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그 말은 곧 뒤늦게 매점을 나온 코세이에게 따라잡혀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거다.
자박자박. 곱게 차려입은 유카타에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샌들이 일정한 보폭으로 걸음을 옮긴다. 저 앞의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지, 노점 쪽의 사람이 줄어 요조라 혼자서도 걷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제법 한산해진 길가를 따라 걸으며 요조라는 뒤를 한번 힐끔거렸다.
"마음대로, 하세요..."
오지 말래도 올 것 같아서 그랬는지, 달리 말하기가 귀찮았던 건지, 의중을 알 수 없는 멍한 얼굴이 코세이를 힐끗 보고 앞으로 돌아갔다. 달리 말을 걸지 않았다면 그대로 앞만 보고 계속 걸었겠지.
그저 앞만 보고 걷는다기엔 요조라의 걸음은 일정하게 따라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꽃잎이었다. 노점보다는 길가의 벚나무들 쪽으로 걸으며 지나치는 나무를 손으로 슥 훑거나 그대로 손을 들어 떨어지는 꽃잎들을 스치거나 했다. 그러다 제법 큰 나무가 나오면 멈춰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나무가 있는 쪽으로 좀 더 가까이 가서 고개를 들고 잠시 동안 물끄러미 관찰했다.
"어떻게... 하려나..."
어느 한 나무 앞에 선 요조라는 꽃잎 가득한 가지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개를 갸우뚱 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하고, 생각에 빠졌는지 얼마간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다행히도 소녀의 발걸음은 나보다 한참은 느렸기에 따라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곱게 차려입은 유카타에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가고 있는 그녀의 뒤를 조금의 거리를 둔채 조용히 따라간다. 맘대로 하라고 했으니까 따라가는 것도 내 마음이다. 어차피 이 축제에서 일행도 없어서 할 것은 없었으니 이런거라도 한다면 조금은 시간이 더 잘 갈지도 몰랐다.
" 사람들이 많으니까 조심해요. "
라고 말해도 걸음이 느릿느릿한 것도 있고 알아서 잘 피해가는 것 같긴 했지만. 처음엔 목적없이 그냥 걷는줄 알았는데 잘 살펴보니 떨어지는 벚꽃잎들을 따라 걷는듯 했다. 정확히는 길가의 벚나무들을 따라서 걷고 있었는데, 꽤나 큰 나무가 나오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서 나무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 흠 ... 혹시 뭐하고 있는걸까요? "
원래 이런 오지랖은 잘 부리지 않지만 이런 행동은 호기심이 생기니까 결국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그녀가 어디로 가던지 계속 따라다닐수는 있을테고 그렇다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도 있겠지만 ... 결국 제일 빠른건 직접 물어보는 것이니까. 나도 그녀를 따라서 나무 근처로 갔지만 조금 거리를 둔채 서서 나무를 바라보았다. 다른 벚꽃나무들과 큰 차이는 없는데.
모하~ 오늘은 활력 만땅입니다! 뭐... 어차피 내일도 일이지만요... 흐흑 일상이나 선관 온이에요. 아마 도중에 내일로 킵 될 것 같긴 한데 괜찮으시다면...
01 자캐는_사춘기를_어떻게_보냈나요 노파로 둔갑해서 마을의 의원이나 장의사들을 탐문하고 다녔습니다. 이때 수집한 정보를 아직까지도 보관하고 있죠...
50 자캐는_자전거를_탈_줄_아는가 못 탄다. 진짜. 완전. 제로. 불가능. 꽈당. + 의외로 캐릭터 구상 윤곽이 잡히자마자 거의 제일 처음으로 생각해 뒀던 설정이 -자전거 못 탐-이었어요. 너무 TMI라 시트에는 안 썼지만. 자전거 정비&수리는 (대충) 할 줄 알지만 운전은 못 한다는 갭이 좋기도 했고... 또, 다른 아이가 운전하는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가는 장면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에. 의미불명이지만(๑´灬`๑)
297 눈이_펑펑_내리는_날_자캐의_하루 일단 집앞을 쓸고, 식사를 우동 같은 걸로 때워요. 눈사람은 만들면 왠지 슬프다고 안 만드는 타입.
어서 와요! 렌코주!! 이전의 사춘기는 그렇게 보냈다면 이제 제대로 된 청춘을 즐기면 되겠군요!! 그리고 자전거...ㅋㅋㅋㅋㅋ 그래도 그런 것이 괜히 귀여운걸요?! 그리고 뭔가 평온하게 일상을 보내는 편이로군요! 전 지금 슬슬 저녁을 먹으러 갈 생각이어서. 제가 저녁을 먹고 와도 돌릴 분이 없다면 손을 들어보겠어요! 그런고로 저는 식사를 하고 올게요!
밥을 다 먹고 다시 갱신!! 비설을 풀고 말고는 렌코주의 자유니까요! 어차피 이 스레는 아직 끝나려면 멀었고 아직 봄이 끝나려면 멀기도 했고! 너무 급하게 마음을 먹을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돌릴 분는 없으신 것 같은데... 저랑 돌려볼래요? 선관은 아무래도 접점은 없어보이기에.
>>827 반대로 저는 3학년과는 정말 오랜만에 돌려보는 것 같네요. 아무튼 사쿠라마츠리니까 마츠리 상황도 좋고 그외 다른 것을 원하시면 다른 것도 좋아요! 일단 아키라는 이것저것 하기도 했으니 렌코가 사쿠라마츠리 때 뭘 하고 있다가 아키라와 마주치는 것은 어떨까요? 혹은 정말 아무것도 안 떠오르면 그냥 벚꽃나무 아래에서 아키라가 도시락 까먹고 있을테니까 저거 뭐지? 하고 다가와도 오케이에요.
>>829 그럼, 사쿠라마츠리가 열리는 신사에서 참배? 일정? 을 마치고 읍내로 가는 길이 겹쳐서 좀 같이 걷는다... 정도로 괜찮을까요? 겸사겸사 편의점도 좀 들르고(´•灬•‘) 학교 업무가 엮여 있으면 상황이 수월하게 나올 것 같은데 가미즈미고가 마을에서 열리는 마츠리 관련해서 하는 일이 뭐가 있는지를 모르겠네유
>>844 괜찮을 것 같네요! 일단 가장 오래 된 벚꽃나무 근처에 있는 신사에 참배를 하러 오거나 하는 이들이 많기도 하고 아키라도 관련으로 참배를 하고 소원을 빌러 왔다가 렌코와 마주쳤다고 해도 좋을 것 같고요. 딱히 학생회 일정은 아니고 가미즈미 고등학교가 굳이 하는 활동이라면 희망자에 한해서 봉사활동은 할 수도 있겠네요!
아키라는 아주 살짝 왼쪽으로 자신의 몸을 꺾고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왼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 순간 그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했다. 아니. 아마 앞으로도 쭉 진지했을 것이다. 이런 춤에서 가장 중요한건 NG를 내지 않기 위해서 표정을 끝까지 진지하게 유지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내 그는 몸의 방향을 번갈아가며 꺾으며 손의 움직임을 번갈아 움직였다. 한쪽으로 얼굴을 가리면 또 한 쪽을 올리고, 또 한쪽을 내리면서 또 한쪽을 올리고.
"사랑은 스릴, 쇼크, 서스펜스~"
뒤이어 손을 살며시 올려 원을 그리다가 오른쪽으로 밀치는 동작을 하며 이어 전방으로 물장구를 치듯 왼쪽으로, 그리고 오른쪽으로 허우적거렸다. 이 과정에서 그의 모습은 상당히 어설픈 모습이었으나 놀랍게도 표정은 처음 지었던 굳어있는 표정 그대로였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는 표정을 그대로 굳히며 몸을 양옆으로 흔들흔들 움직이며 왼손을 원을 그리듯 공중에 휘저었고, 이어 오른손을 원을 그리듯 공중에 휘저었다. 그러다 전방으로 손을 가로 형태로 원을 그리면서 행동을 반복했다.
여전히 몸을 흔들흔들, 정말로 격하게 흔들흔들하며 자신의 안경 렌즈 위치 부분에서 손을 번갈아가며 휘저었고 올렸다내렸다를 반복했다. 이 과정 속에서 카메라로 찍고 있던 임원이 풋- 소리를 내긴 했으나 아키라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무표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 이후는 그야말로 처음의 행동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이후 행동이 살짝 달라지며 아키라는 정말로 힘차게 팔로 X 형태를 그렸고 다시 손을 만세 자세로 올렸다가 다시 교차해서 X를 그려냈고 또 다시 맨 처음의 자세, 허리를 굽힌 후에 얼굴을 가렸다 내렸다, 가렸다 내렸다. 그리고 또 다시 손을 올려 원을 그리다가 왼쪽으로 힘차게 미는 모습을 보였고 다시 팔을 휘저으며 나름대로, 정말로 나름대로 열심히 몸을 양옆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손을 휘저으며 한번씩 X를 그려다가 마지막으로 살며시 몸을 왼쪽으로 숙이고 허리를 굽힌 후에 왼손을 자신의 턱에 올리고 오른손을 힘껏 위로 뻗어내며 마무리 동작을 취했다.
물론 이 과정 속에서 영상을 찍고 있던 임원이 나중에 뒷배경으로 가미즈미 스파를 CG 배경으로 넣었다는 것은 아직 아키라는 모르는 비밀이었다.
/
아키라:그래서 이렇게 하면 우리 가미즈미 학교에 학생들이 더 온다고요? (뚱한 표정) 임원1:....... 임원2:....... 아키라:저기요. 왜 다들 시선을 피하고 웃어요? 뭐가 문제에요? 뭐가 문제냐고요! (///)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렌코답게, 오늘은 봉사활동이다. 편히 앉아서 꽃놀이를 하는 명리를 마다하고 손수 집게와 봉투를 들고 나서는 학생은 가미즈미고에 넘쳐나게 많다만, 렌코가 그 사이에 껴 있는 이유는, 물론 선생님이 부탁한 것도 있지만, 다소 불순하게도 '그냥 집에 가도 드러누워 잘 텐데 까짓거 고생하고 말지'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렌코는 종일 간 쓰레기 줍기를 마쳤다.
해가 뉘엿뉘엿하고 넘어가려는데 구름 때문엔가 하늘은 붉은빛보다는 분홍빛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색으로 물들어 있다. 참배객들은 이제 전등이 하나둘 켜져 일렬로 늘어선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돌길에 굽이 따각따각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내려가고 있다. 마츠리 때문엔가 손에는 솜사탕이나 인형 등 신사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이 더러 들렸다.
'나도... 갈까.' 하고 렌코는, 봉사활동의 보답으로 받은 사쿠라마츠리 기념품이 담긴 봉투를 챙겨들었다. 봉사자들은 모두 같은(혹은 적어도 엇비슷한) 구성의 봉투를 들고 있으므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알아볼 수 있었다.
뭘까, 하고 곁눈질로 살펴본 바 팸플릿인지 브로마이드인지 모를 동그랗게 말린 종이가 한 장. 그리고 사쿠라마츠리 티셔츠... 티셔츠? 타올인가? 하여간 비닐에 네모나게 싸인 면제품 두어 장. 사탕이나 그런 군것질거리가 안에 들어 있는 것도 같은데 나머지는 열어보지 않고는 보이지 않을 듯했다. 집에 갈 때까지 참기도 어려울 정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곧장 렌코는 신사의 토리이를 지나, 등에 분홍색 눈 세례를 맞으며 석계를 내려갔다. 운동화라서인가 돌바닥을 밟는데 푹신푹신한 소리가 났다.
>>872 중매뿐 아니라 '중개자로서 어떤 인간이든 아무튼 연결해줄게!' 하고 굉장히 설칠 것이기 때문에........ 미즈미 보고 잼 바른 식빵 물고 지코쿠다~ 지코쿠~ 하며 모퉁이를 돌라고... 그딴 조언도 하겠다 싶어지고 그만 눈앞이 캄캄해졌는데(? 망한 상황 재밌지 재밌지요
사쿠라마츠리도 슬슬 그 마무리를 향하고 있었다. 며칠씩 하는 마츠리라고는 하나 결국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었으니까. 아무튼 아키라는 자신의 일을 마친 후, 가장 오래된 벚꽃나무 근처에 있는 신사에 도착해서 세전을 넣고 참배를 올렸다. 김에 자신이 바라는 소원도 하나 빌어보고. 물론 이런다고 소원이 이뤄질리는 없을 거라고 믿지만 바라는 것 자체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건 정말로 자신이 바라는 소원이기도 했기에. 가능하면 큰 시내로 안 나가고 여기서도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랬기에. 물론 이런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겠나 싶어 그는 헛웃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아무튼 참배를 올린 후, 그는 슬슬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 그 전에 꽃이나 더 보고 갈까 싶어 일단은 신사 밖으로 나서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 시행하는 봉사활동이 오늘이었던가? 잘 보니 기념품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여럿 보였다. 아마 자신이 알기로는 봉사활동을 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었다. 학생회장으로서 괜히 뿌듯함을 느끼며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는 와중, 저 앞에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그렇다는 것은 저 학생도 그런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봉사활동 한다고 수고 많으셨어요. 가미즈미 학교의 분이시죠? 아니라면 죄송하고요."
아무리 그래도 학생회장으로서 이 정도 격려는 문제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말을 하면서도 앞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의 속도를 조금도 줄이지 않았다.
미즈미가 그 천을 붙들고 있는 심정은 욕심이었다. 그 천을 열심히 기우고 있는 시니카의 심정은 무엇일까. 친해지고 싶은 걸까, 스스로를 극복하고 싶은 걸까,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걸까. 어찌되었건 이것이 찢어지길 바라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같다고 말할 수 있겠다. 미즈미가 속삭인 말에, 시니카는 눈을 깜빡이다 나직이 말했다.
"여유만만이네."
글자로만 쓰고 보면 비웃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대답이다만, 시니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혀 비웃는 어투가 아니었다. 조금의 회한, 조금의 자책, 그리고 조금의 질투. 말에서 맛있는 향이 난다고 하면 이상한 표현일까? 애초에 미즈미가 그 향을 어떻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그렇고, 여유만만이라는 말이 묘하게 정곡을 찌르는 것 같기도 하다. 미즈미는 확실히, 시니카보다 시간적 측면에서 훨씬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조그만 손짓과, 괴상한 주문과, 그에 따라 일희일희가 피어나는 미즈미의 표정을 시니카는 가만히 보고 있었다. 부러워하는 것도 같았다. 안도하는 것도 같았다. 그나마 찢어지는 건 면했나. 애쓴 보람이 없지는 않아. 그러나 맛있어졌다- 하고 확 피어나는 미즈미의 얼굴을 보고, 시니카는 결국 타고난 성정에 이끌려 태클을 걸어버리고 만다.
"...이런 걸로?"
시니카의 눈빛에 잠깐 시선을 돌렸던 메이드는, 여유를 되찾았는지 용기를 냈는지 다시금 시니카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분명 맛있어졌을 거에요,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시니카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미즈미의 오믈렛 위에 메이드가 케첩으로 글자를 쓰는 동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저녁노을 아래로 흐드러지는 벚꽃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쪽을 힐끔 바라보는 미즈미의 시선에 ?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온다.
"무슨?"
미즈미의 오므라이스 위에 무슨 글자가 쓰였는지 알아채지 못한 걸까, 봤지만 별 감흥이 없는 걸까. 일부일처... 라고는 하지만 확실히 시니카가 미즈미를 처나 부의 범주에 들여놓을 생각은 아직 없는 듯했다. 인간이란 참 번거롭다. 마침 그 마음에 어떤 모양의 사랑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의 모양에 꼭 들어맞는 사랑이 나타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리는 있는데 모양이 맞지 않아 그 모양을 맞추느라 시간을 소모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마음에 그런 자리마저도 없기에 사랑을 맞이할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마음을 비우느라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어떤 이는 포기하기도 한다. 사랑을 위한 자리를 만들기에는 마음에 올려둔 것들이 사랑보다도 값지다고 생각해서 포기하거나, 혹은 가슴에 쌓인 묵직하고 구슬픈 노폐물들을 들기도 버거워 도무지 치울 수가 없는 경우다. 그런 이들을 사랑하게 된 이는, 오랜 시간을 그들의 옆에서 함께 보내어주면서 그들이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것을 거들어주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게 되기도 하겠지.
시니카의 경우에는 마음에 너무 많은 노폐물이 쌓여 마음의 그릇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진 경우였다. 그릇을 다시 붙여주던가, 새 그릇을 만들어줘야만 한다. 쉽지 않다. 그런 마음을 하고, 시니카는 이젠 제법 아무렇잖은 얼굴을 하고는, 오히려 메이드가 떠나간 것이 홀가분하다는 듯이 카푸치노 잔을 들어올리는 것이었다.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아........." 하고 조금 갈라진 목소리의 대답을 한 렌코는 이어서 말했다. "학생회장."
그것이 '아, 학생회장님' 하고 부른 호격이었는지, '아, 학생회장이다' 하는 술어였는지 아니면 그저 눈 앞의 '학생회장'을 보고 그대로 읊은 낱말이었는지는 뉘앙스에 드러나지 않았다. 이윽고 렌코는 자기가 굉장히 묘한 투로 대답했다는 걸 깨닫고 이어 말했다. "...이시죠." 이미 한 문장으로 성립하기에는 너무 오랜 휴지가 있었지만.
"... 카나가시마입니다, A반의."
그러고서 렌코는, 자기가 그다지 학교에서 눈에 안 띄고 있다는 사실에 깊이 안심했다. 그보다 봉사활동을 하다가 뜬금없이 학교의(그리고 마을의) 높으신 분의 시야에 들어 버렸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몹시 쑥스럽게 느껴져서, 봉투를 든 손을 주머니에 깊이 찔러넣고 돌계단의 가 쪽으로 어정버정 걷기는 했지만 말이다.
먼저 말을 걸어 왔으니 통성명만 하고 매정하게 쌩 가 버리는 것도 아니다 싶어 조금 대화를 이어 갔다.
"회장은 봉사활동... 은 아닌가. 혹시 소원이라도 빌러?" 라면서 존댓말도 반말도 아닌 애매한 말투로. 학교라면 사무적임을 가장해서라도 눈치를 덜 보고 경어를 쓸 수 있지만 이렇게 독대하는 자리에서는... 렌코에게 대화란 어려운 것이다.
학생회장이라는 말을 듣자 자연히 그는 그녀가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학생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돌계단의 가로 걷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키라는 혹시 자신이 그 짧은 순간, 혹시 학교에서 뭔가 실수라도 한 것이 있나 싶어 가만히 생각을 했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고 학교 안에서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진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사자에게 바로 물을 수는 없으니 나중에 학생회에서 넌지시 임원들에게 물어보는게 좋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아무튼 자신에게 묻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녀가 예상한대로 그는 참배를 드리러 온 것이었으니까.
"네. 물론 첫날에 나베를 만들 재료를 바치러 올 때 여기에 오긴 했지만 그땐 뭔가 행사라는 느낌으로 온 것이 강했기에 따로 이렇게 드리러 왔어요. 개인적으로 빌고 싶은 소원도 있었고요.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말이 있거든요. 이 시기에 말이에요."
물론 다른 신사도 다 비슷비슷한 말이 있을테니 이 신사만의 특별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괜히 웃음소리를 내며 그는 바로 앞에 떨어지는 벚꽃잎을 후- 불어 저 편으로 날려보냈다.
"봉사활동이 오늘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활동 내역은 아는 것이 없네요. 괜찮다면 가르쳐줄 수 있을까요?"
조심하라는 말이 무색하게 요조라는 잘 걸었을 것이다. 일부러 사람이 적은 쪽으로 걷고 있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원하는 나무 앞에 서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무 앞에 제법 한참을 서 있어도, 그 상태로 생각에 빠져 있어도 말이다.
요조라가 나무를 관찰하는데에 문제는 없었지만 약간의 귀찮음은 있었다. 마음대로 하라니까 정말로 따라오고 있던 코세이 때문이다. 그러라고 했으니 따라오는 건 상관없지만, 뭐하는 거냐고 묻는 건 조금 귀찮다. 대답을 해야 하니까. 짧은 한 순간, 요조라는 대답을 하지 말까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전 호시즈키당의 노점에서 간식거리를 제법 구매한 사람의 질문을 무시하긴 좀 그랬다. 인간적으로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서. 그래서 한껏 위로 향하던 고개를 내려 휴, 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코세이 쪽을 보면서 말했다.
"꽃, 이랑... 나무... 보는 중... 이죠... 보시다시피..."
정확히 둘러대기 귀찮아서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꽃과 나무를 보고 있었으니까. 일부러 사람이 줄어들은 시간에 혼자 나올 이유가 뭐가 있을까. 달리 만날 약속도, 만날 사람도 없는 요조라인데. 그런 요조라에게 남는 건 그림 뿐이라, 그림을 위한 풍경 관찰을 하러 나온 거다. 생각하다보니 그것도 물을 거 같아 요조라는 짧게 덧붙였다.
"그림... 그릴, 거라서요..."
이러면 대부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마 코세이도 그 대부분에 속할 거라고 생각한 요조라는 다시 가던 길 쪽으로 돌아섰다. 이 나무는 다 봤으니 다른 나무도 보러 갈 심산이다. 잠시간 멈췄던 걸음이 다시금 자박거리며 폭신하게 쌓인 꽃잎 위를 걷는다. 그 동안에도 꽃잎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으니,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요조라의 머리와 어깨에도 드문드문 쌓이고 있었다.
이타니 아미카: 102 고백할 때 신중한 편? 사실 아미카는 즉흥적인 면도 있어요. 잠이 많다는 점에서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려다 잠시 잠을 자고 일어나니 바로 이성적으로 행동할수도 있지만 피곤해서 막나갈수도 있어서 꽤나 양날의 검이죠. 그러니까 아미카가 노빠꾸 돌진 고백을 하길 원한다면 안 재우고 굴리시면 됩니다(?) 119 필기구 취향은? 적당한 샤프, 주황색 지우개. 339 기습적으로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로만 레인즈" (로만 레인즈는 프로레슬러로 아미카가 4월 4일에 봤던 대규모 이벤트에서 여전히 기술 건다고 달려가서 안기는 수준의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도 월드 챔피언을 통합시켜서 결말을 망쳐 아미카가 한동안 분노에 찼었다)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모두가 즐거워하는 축제에 'trpg' 라는 괴상한 간판을 쓴 부스에 올 이유는 없다. 특히 누군가와 같이 즐기기위해 온 장소에 와서 굳이 trpg같은걸 누가 할까. 하지만 분명 하는 사람이 있을거라 확신을 가지고 부스를 만든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trpg 동아리의 부장인 그였다. 너무나도 사람이 안 와서 지루하다 못해 눈이 감길 것 같은 시점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지자 겨우겨우 흐를 것 같던 침을 삼키며 엎드리려던 몸을 정자세로 바꾸며 상대방을 바라보고 그는 외쳤다.
"찾아라, 점심도둑놈!!"
이벤트의 이름을 외치고는 시간이 아깝다는 듯 눈을 부라리며 설명을 이어간다.
"사쿠라마츠리를 즐기고자 돗자리와 점심도시락을 가져온 당신! 유부초밥과 맛있는 가라아게, 그리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광어초밥! 따끈하고 짭짤한 미소국을 아름다운 벚꽃나무 아래에서 먹으려던 찰나! 오호 통재라! 누군가가 많은 음식중에 유부초밥만 쏙 훔쳐가버린게 아닌가! 가아암히 새콤달콤 맛있는 유부초밥만 훔친 범인은 누구냐! 이 신성한 신사에서 도둑질을 한 녀석에게 벌을 줘야한다!! 아아, 하지만 주변에는 사람이 가득, 맛있는 냄새가 한 가득! 설령 개가 온다고 하여도 초밥의 냄새는 모르고 매의 눈을 가진 사수가 온다 하여도 많은 인파속의 범인은 못 찾을터! 그렇다면 이 순간부터 당신의 선택이 유부초밥의 생사를 가른다!
>>928 사실 그 연애도 시대적인 이유로 어찌저찌 성공했다는 설정!으로 밀어붙이고 있어...ㅋㅋㅋㅋ 대충 그 시대에는 결혼해도 각자 별거하는 게 원칙이었고 연애도 편지 쓰면서 했으니까, 직접 면대면하는 것보다는 보통 사람처럼 말하는 데 성공해서 일코가 먹혔기 때문에...그렇게 됐다! 후후후... 그럼 이제 연애수업 멤버가 하나 더 느는건가?? 좋아요 수칙 1번입니다... 연인 될 상대보다 강해야 관계의 주도권을 잃지 않습니다. 나약한 정신과 몸으로는 연애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정진하여 미래의 연인을 압도하세요(?)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접하는 어린 시절엔 상대적으로 시간을 빠르게 느끼기 때문에, 정신적 시간은 어릴 때가 빨리 가고 육체적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빨리 나아간다던가. 언젠가 누군가의 말을 접하고 나서 개인적으로 찾아본 바를 떠올리며 소년은 생각했다. 역시 시간은 제멋대로라고 생각해. 그야, 완전 즐겁고 신나고 최고인 축제의 시간들을 내가 놓칠 리가 없는데, 벌써 중반도 넘어가고 있다니 무슨 불합리.
그래서 더 이번엔 들떴는지도 모르겠다. 눈처럼 오래 날려 쌓인 벚꽃잎을 한가득 날리며 그 위에 뛰고 뒹굴던 모습은 흡사 개다래나무를 발견한 고양이. 벚꽃나무가 마시고 자란 물 때문인지 떨어져 날린 꽃잎이라도 생기있는 것이 막 떨어져내린 것과 다르지 않다. 그 위를 지나가며 행복하게 담소했을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소년은 내심 이런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참이다. 그때 접한 건 벚꽃비가 내리는 동안을 기한으로 잡은 아마추어 사진 콘테스트. 좋겠다, 끼고 싶어, 라고 생각하고 냉큼 신청서에 이름을 적었건만 사진은 이다지도 마음에 드는 게 없다. 결국 벚꽃잎을 끌어모아 모찌처럼 둥글게 몸을 말고 있던 게 누군가의 눈에 띈 헛것의 전말이다.
"아? 아아─! 토와 선배니임─!"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벚꽃더미를 헤치고 소년이 불쑥 뛰쳐나온다. 그 순간 셔터를 눌렀다면 무슨 짐승이라도 뛰어나오는 듯한 순간이 찍혔을 것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에 반응하고 냉큼 기세높여 뛰쳐나오곤, 그 모습을 확인하자 알고 있는 이름을 외친다. 저번에 만났을 때의 평범한 거리감을 한순간에 바짝 좁히는 듯 이유모를 친밀감이 묻어난다.
"선배님도 사쿠라마츠리, 즐기러 오셨나요? 여기 꽃이 좋아요. 굉장히 예뻐요! 좋네요, 보러 와주셔서~!"
남을 놀라게 할 만한 일을 했다는 자각은 없는가 소년은 제 즐거움을 나눠주기 위한 말을 꺼냈다.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작고 따뜻한 분홍빛 눈송이들이 사람의 눈을 사랑스러움으로 감싸안으며 몰아치는 춥지 않은 눈보라의 모습을 뭔가 대단한 것인마냥 발갛게 물든 얼굴로 예찬하고 있다.
에, 정말 그거야? 그게 올바른 선택인거야? 라는 표정을 짓다가 한차례 심호흡을 했다. 여기에서 그냥 끝낸다면 그건 trpg동아리 부장으로써 체면이 서지 않았기에 그 짧은 시간동안의 대응을 필사적으로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이럴수가. 이야말로 인간이 대응할 수 없는것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대안인것은 아닐까! 번개, 태풍, 쓰나미와 같은 인간이 대응못할 모든 재앙은 그저 지나가기를 바라며 신에게 비는 행위와 같은 당신의 행동은 어쩌면 이 신사에서 그 누구보다 올바른 행동을 하는걸지도 모른다!"
심지어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행동이기도 했다. 당연히 이 부스에 온 사람 자체가 적었으니 의미가 있을지는 몰랐지만.
"아무도 모르게 뭔가를 가져간 것은 진실로 신의조화란말인가? 신의 장난을 꿰뚫고, 구태여 반응하지 않는다는것으로 그 장난으로부터 벗어난 당신에게 아무도 받지 못한 선물을 프레젠트!!"
어떻게든 잘 넘어갔다고 생각하며 그는 쇼에게 미리 준비해둔 밤양갱과 사이다를 쇼에게 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