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빗나가는 느낌에 아키라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세 발, 그리고 그녀는 두 발. 이게 이렇게까지 안 맞는 게임이었던가. 이거 아무래도 뭔가 조작이 진짜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결론에 도다르지만 그렇다고 따질 순 없었다. 애초에 이게 다 장사속이라는 거니까. 물론 아키라적으로는 그런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조용히 숨을 죽이면서 아키라는 다시 한 번 자세를 취했다. 만약 이번에도 안된다면 바로 옆나라에서 대부분이 배운다는 총 잡는 자세부터 유튜브를 잠시 켜서 확인해보리라 다짐하며 그는 날카롭게 시선을 옮겼다. 타깃은 당연히 계속 노리고 있는 저 화구통이었다. 방아쇠를 가만히 당겼으나 너무 힘을 꽉 준 탓일까. 화구통의 위를 날아가버리는 모습이 보였고 아키라는 침묵을 지키면서 가만히 안경을 정리했다. 속으로 약하게 한숨을 내쉬지만 그렇다고 짜증을 내진 않았다. 나름대로 자신의 기분을 제어하듯이.
"남은 것은 각각 두 발뿐이네요. 남은 두 발은 한번에 발사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니까 호시즈키 씨가 두 발을 쏘고 저도 남은 두 발을 쏘는 방식으로 말이에요."
굳이 이렇게 한발한발 번갈아가면서 쏘기보단 어차피 두 발이 남았으니 한 번에 두 발을 쏘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제안했다. 혹시 아는가. 두 발을 한번에 쏘면 한 발이라도 명중해서 저 경품을 딸 수 있을지. 이어 아키라는 요조라를 바라보며 미소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격려했다.
문이 딸랑하고 열리면 내려다보고 있던 고개가 들렸다. 재잘재잘 하루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오빠의 등장에 쪼르르 코로리의 곁을 떠난다. 나도 오빠 있다 뭐ー. 말을 전달하러 왔다니 코로리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시킬 일이 따로 있다는 걸텐데 책을 정리해야 할까, 서점 앞 마당을 쓸어야할까, 아니면 서점 문 닫아버리고 마츠리 가고 싶다고 한 거 들킨거야?! 나 해고?! 츠무기를 올려다보는 눈빛에 어쩐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츠무기는 코로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
"하쨩, 유리구두 안 잃어버리겠다!"
살랑 바람이 불어와서 흔든 것처럼 들떴고, 목소리가 즐겁게 흘렀다. 긴장하고 있는 듯 했던 표정이 화사하게 웃음으로 바뀐다. 유카타 차림이 아닌게 조금 아쉽지만, 옷을 못 입었다고 마츠리를 즐기지 못할 리는 없다. 나갈 채비를 해야한다! 하루나를 내다보았던 창문의 걸쇠를 걸어 달칵 잠그고, 가방을 챙겨 어깨 한쪽에 걸쳤다. 교과서 한 권도 없고, 노트는 한 권 있을까 싶은 무게로 매우 가볍게 들렸다. 그래도 필통에 들어있는 필기도구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나서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공부하지도 않으면서 펜은 잘 챙기고 다니는 모범생이다.
"츠쨩이 나 대신에 벚꽃잎 갯수만큼 사랑한다고 전해... 드려야 해?"
할아버지께 대신 말을 전해달라고 하면서 낮춤말이 나올 뻔 해서는 작은 공백이 생겼다. 인간계에 내려온지 3년 째인데 아무래도 코로리가 신계에서 지낸 시간에 비하면 너무나도 짧다보니, 이렇게 조금만 부주의하면 반말이 나오려고 한다. 책방에서 손님들에게 말할 때가 제일 집중하고 있는 때였다. 지금은 마츠리에 집중했으니 용케도 높임말로 바꿔낸게 대단했다. 마츠리 갈거니까! 벚꽃 구름이 기다린다구! 코로리는 하루나를 안아 업고 있는 츠무기의 손을 잡고 책방 밖으로 나서려고 한다. 재촉하는 말 한 마디도 없었는데 바쁘기도 하다!
/ 아냐 불편하단게 아니라 저번에는 누나라고 했던거 같아서 내가 잘못 기억했나 하고 물어본거 뿐이야 ( ´∀`)
갱신해.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시니카주는 손에 맞지 않는다면 편한 캐로 가져와도 좋다고 생각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 손에 맞지 않는 걸 남들이 날 이런사람으로 보면 어쩌지, 이런 캐 좋아하실 분도 계시는데.. 하고 억지로 버틸 필요도 없고. 당장 우리 어장에도 손에 맞지 않는다고 바꾼 케이스도 있고, 그걸 캡틴이 나무라지는 않았잖아?
각자 쏜 탄은 세발씩 총 여섯발이었는데, 어떻게 여섯발 모두 빗나갈 수 있는 걸까. 이쯤 되면 안에 뭔가 장치가 된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요조라는 힐끔 경품대와 발사대 사이를 눈으로 훑어보았으나, 눈썰미가 그리 좋지 않아서 딱히 찾은 건 없었다. 그런게 있어도 눈에 띄게 두었을 리가 없을거고. 그러니 그냥 실력이 안 좋아서 못 맞추는 걸로 생각하기로 했다.
요조라가 남은 탄 두개를 쥐고 이걸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고 있으니 아키라가 말해왔다. 남은 걸 한번에 쏘아보는게 어떻겠냐고. 그 말을 들은 요조라는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곧 끄덕였다. 어차피 남은 건 두개니까 이걸로 될려면 되고 안 되면 안 되는거다. 한번 해봤으면 충분하달까.
"이걸로... 될 거면, 되는거고... 아니면, 아니겠죠..."
안 되면 아쉽겠지만 포기하던가 나중에 오빠에게 부탁...
"그건... 싫은데..."
작게 중얼거린 요조라는 고개를 몇번 도리질치고 다시 총을 들었다. 코르크 탄이 조금이라도 똑바로 나가길 바라며 끝에 꾹꾹 밀어넣고, 새삼 비장하게 들었다. 격려해주는 아키라를 보곤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자리를 잡았다. 이번엔 정면이 아니라 조금 더 옆으로, 측면을 노리는 것처럼. 오빠를 떠올렸더니 예전에 이렇게 했던게 기억이 나서 한번 시도나 해보려고 말이다.
"이..렇게... 하는 거... 였나...?"
정면을 노릴 때보다 어설픈 자세긴 했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이걸로 남은 탄들이 맞을지도. 아니면 돌아가서 오빠를 꼬집자, 라고 요조라는 생각하며 방아쇠에 검지를 걸었다. 방아쇠 당기는 소리가 찰칵, 찰칵, 두번 울렸다.
1. 막야 가 도가니에 뛰어들어서 명검을 만들었다는 설화를 렌코는 알고 있었지만, 전골에 개구리가 들어간 것을 실제로 마주하기는 처음이었다. 어느 쪽을 더 끔찍한 일이라고 보아야 할까. 개구리 의 「エ」 모양으로 사지를 쭉 펴고 푹 익은 채 국물에 잠겨 있는 개구리...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조금 거리를 두고 들여보았다. '으... 음... 그로테스크.'
이럴 때 렌코는 질색하면서도 앞서 급식으로 그다지 맛없는 음식이 나왔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이렇게 되뇌는 것이었다. '첫째, 내가 산해진미를 먹었더라면 지금 이 개구리를 씹으면서 그 요리를 그리워하며 서럽게 울고 말았을 것이다. 둘째, 내가 산해진미를 먹었더라면 곧 모조리 토해내게 될지도 모르니 심한 낭비다.'... 렌코는 우는 성격도 토하는 체질도 아니었지만 그런 식으로 고행을 정당화했다.
"... 잘 먹겠습니다."
렌코는 개구리를 입에 넣었다. 쫄깃한 개구리 살이 치아에 휘감겨 오거나, 상큼한 개구리 즙이 입 안에서 터지는 일이 있을까봐 조금 노심초사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잘 익은 개구리의 질감과 맛은 닭다리살 경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째선지 괜찮아서 열이 받는다고나 할까. 영문 모를 맛있음에 거북함을 느끼며 렌코는 벚나무 신사에서 받아 온 한 그릇을 모두 비웠다.
2. 쇠의 맛. 카지야히메는 이것이 피 맛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누구이길래 피를 흘려 공양하는가? 무엇을 원해 생피를 흐르게끔 하였는가? 순간 이것이 불경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마 신이 먹게 될 줄 알고서 그랬겠느냐고 뿌리쳐 버렸다.
3. 공양받은 물건을 남기거나 버리는 것은 신이라도 용납받기 힘든 일, 이라고 렌코는 믿었다. 승려들이 발우를 싹싹 닦아서 먹는 것같이는 하지 않더라도, 함부로 제물을 방기하거나 미워하는 티를 내보인다면 곧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경우처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지야히메 신사의 새전이나 공양물은 신사의 일몰 시각을 기점으로 렌코의 단칸방 3단 서랍 맨 아래 칸으로 전송되므로, 해가 지고 나서 서랍을 열어 보면 자연히 거기에 들어 있다. 카네야마 집안의 「고모」가 보내 주는 생활비를 빼면 렌코의 유일한 용돈인데, 쥐꼬리만 하기는 해도 생활비조차 안 쓰고 묵혀 두는 마당에 부족함이란 없다.
개구리 전골 식사를 끝내고 나서, 렌코는 서랍 두 번째 칸에서 서류철 무더기를 꺼내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셋째 서랍 손잡이에 매달아 놓은 금줄에 걸린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한 며칠 간을 5엔에서 50엔 사이의 새전만 들어오던 차라 별 것 없으리라고는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선반을 끌어당겨 열어 보았다. 그리고, 서랍 안에 똑같은 전골이 담긴 보존용기 한 통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짧게 '아'하는 탄식을 내뱉었다.
「사쿠라마츠리의 명물 전골이라고 합니다. 부디 흠향하시옵소서.」 '우리 신사 무녀가 또 불필요한 일을...!' 렌코는 전골보다 더 뜨겁게 부글부글.
4. 그래서인지 카지야히메는 자애로운 신에 가까운 편이다. 공물을, 제물을, 그리고 선물을 소중히 여기는 성격이니까. 책상 위에 해골 모양 피어싱 한 쌍이 가지런히 놓인 것을 보고, 잠깐 '신종 이지메인가'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카나가시마! 그 귀걸이는 뭐냐? 새로 뚫었어?" "또 뚫지는 않았... 는데요." "그 얘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임마. 학교에서 그 디자인은 아니지!"
"아침부터 절찬리에 벌 서고 계시네요, 카나상-. 어쩌다가 그랬어?" 그러자 렌코는 들고 있던 팔을 굽혀서 자기 귓불의 반짝임을 가리켰다.
"오, 해골이다! 터프!" "화려하구먼." "이미지 체인지네!" "그러게, 카나짱, 누구 하나 갈아 마시고 온 거야?" "자꾸 그러면 너를 마실 거야."
역시나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그저 말을 전달했을 뿐임에도 기분이 좋아져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유카타 가져오라고 말할걸 그랬나, 생각하며 안고 있는 하루나를 슬며시 보았다. 물론 나도 학교에서 집에 오자마자 심부름을 받고 방금 왔기 때문에 유카타를 입은 것은 하루나 뿐이었다. 교복을 입고 즐기는 마츠리도 꽤 색다른 맛이 있을지도 모르고.
" 그럼, 그럼. 꼭 전해줄께. "
어쨌든 일에 관해선 깐깐하지만 알바생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줄 수 있는 특이한 점장님이라니깐. 나는 걸을 때마다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나는 책가방에 킥킥 웃으며 나랑 가방 상태가 꽤나 비슷하네~ 라며 농담을 했다.
작은 책방이었으므로 자물쇠를 잠그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훔쳐갈까? 싶었으나 일단은 꼼꼼하게 창문까지 잠군 것이 감탄스러웠다. 이것이 3년 근속 직원? 물론 나도 낡은 자전거를 자물쇠까지 칭칭 두른 것이 마찬가지였지만.
" 생각해보니까, 마츠리에 같이 가는건 처음이네. 어때, 뭐부터 해보고 싶어? "
하루나가 땅바닥에 내려서 손을 잡아달라고 보챘기에 조금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으며 누나에게 물어보았다. 멀리서부터 축제 특유의 시끄럽지만 가슴을 뛰게 하는 소리들이 바람을 타고 전해져 왔다. 맘이 설레었기에 느릿한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헉 내가 일본 호칭 문화를 잘 몰라서 헷갈렸나봐 (ಥ﹏ಥ) 혹시 더 선호하는 호칭이 있으면 말해줘 일단 왔다리갔다리하는 중이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해(ಥ﹏ಥ)
탕탕 소리가 들려옴에 따라 아키라의 시선은 자연히 그녀가 노리고 있던 상품으로 향했다. 이번엔 제대로 명중했고 쓰러졌고 그것은 곧 그녀가 그 상품을 땄다는 것을 의미했다. 가볍게 두 손으로 손뼉을 치면서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축하했다. 그토록 노리고 있던건데 따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축하드려요. 그렇다면 같이 도전해서 따줄 이유가 사라졌으니 저는 뭘 해볼까."
굳이 저 중에서 노릴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아직 두 발이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일단 뭐라도 쏘는게 제일이었다. 어차피 맞지도 않을 것 같고. 적당히 노릴만한 것을 노려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눈으로 살며시 훝어보다가 저 편에 세워져있는 수건세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거... 어디서 많이 본 디자인인데? 순간적으로 아키라의 눈동자가 휘둥그래졌다.
"......"
그리고 자연히 그의 총구는 그 곳으로 향했다. 아니. 아닐거야. 아닐거야. 내가 착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꼭 확인을 해봐야겠어. 속의 불꽃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을 애써 잠재우려고 하며 아키라는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통통. 총알과는 다르게 코르크가 날아가는 소리가 뿅뿅 울렸고 아키라는 그 끝을 가만히 바라봤다.
만약 따낸다면 자신도 모르게 아자! 소리를 내면서 좋아했을 것이고 따내지 못했다면 정말 뚫어져라. 그 세트에 구멍이 날 정도로 아주 뚫어져라 빤히 바라봤을 것이다. 물론 딱히 말을 할 것은 없었다. 그야 확실한 증거가 없었으니까. 그저 아닐거라고 믿고 싶을 뿐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