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이 주는 어감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적어도 미즈미는 그렇게 느꼈다. 지금껏 자신이 받아본 제물을 쑥 되짚어봤지만 마땅히 좋은 것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어째서 신에게 제물을 바친다면서 인간들끼리 국 끓여 먹는 건진 모르겠다만, 미즈미는 아무래도 좋았다. 저기 벚꽃나무에 깃들어있다던 신도 마찬가지였을 터였다. 중요한 건 인간이 품고 있는 믿음이지 그들이 들고 있는 물질적 무언가가 아니었다. 나베 먹으며 신에게 감사한다면 그것대로 좋을 일이다.
원점으로 돌아와 정리하자면, 미즈미는 뭘 가져가야 좋을지 고민했다. 한 3초정도... 삼고초려도 울고갈 삼초고려였다. 맛있게 먹을 법한 걸 가져가면 뭐든 괜찮을 거다. 생각을 마친 미즈미는 씩씩한 걸음으로 신사를 올랐다.
오늘도 거하게 하품을 하며 아미카는 집을 나섰다. 야미나베라, 아미카가 먹는걸 좋아하진 않긴 했지만 재밌어보이긴 했다. 그래서 '문화생활'로 해봐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만, 뭘 넣어야할지는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래서 일단 전골에 반드시 들어갈만한, 적당한걸 챙겨보기로 했다.
"최소한 먹을 수 있으면 좋겠네에.."
그렇게 혼잣말을 한 아미카는 신사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마치 알 수 없는 상대를 상대해야 하지만 일단 들어가야 하는 레슬러의 심정으로. 긴장감과 기대감이 공존한 상태로.
각자 신사로 왔으면 순서가 어떻게 되었건 비슷한 시기에 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존재를 모르던 이들도 여기서 처음 얼굴을 틀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저 위를 바라보면 학생회장인 아키라가 뭔가를 제단에 올리고 참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신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무녀는 이내 그 제물을 챙겨 안으로 가져갔고 다음 사람을 불렀다. 아무래도 이렇게 한명씩 한명씩 제물, 즉 공물을 바친 후에 참배를 하고 근처에 있는 천막으로 들어가는 구조인 듯 보였다. 실제로 아키라 역시 그 천막으로 들어갔으니까.
"자. 다음 사람. 올라와서 공물을 바치고 참배를 드려주세요."
다음 차례는 바로 당신이었다. 가지고 온 공물을 바치고 눈을 감고 참배를 드려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저 눈을 감고 조용히 있다가 가는 것도 좋고, 소원이 있다면 살짝 빌어보는 것도 좋을테고, 그것도 아니면 신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신사에서 모시는 신이 정말로 있을진 알 수 없었으나 여기까지 왔으니 뭔가를 하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테니까.
/뭘 가져왔는지는 아직 밝히지 말고 눈을 감고 소원을 빌던지, 잠을 잠시 자던지, 혹은 인사를 하던지. 그건 자유롭게 해주세요! 다만 여기서 소원을 빈다고 해서 사쿠라마츠리 소원 이벤트와는 별 상관은 없답니다! 여기서 소원 빈다고 해서 웹박수로 꼭 소원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나베 재료]라는 머릿말을 붙인 후에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말고, 반드시 '먹을 수 있는 것'을 작성해서 보내주세요! 다시 말하지만 반드시 '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해요. 먹을 수 없는 것을 보내면 바로 적용하지 않고 컷할 거예요!
차례가 되면 무녀의 안내를 따라 천막으로 들어간다. 처음 참여해보는 행사라 조금 낯설기도 했다. 챙겨온 재료를 다시 보니 공물이라고 하기엔 조금 뭣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그걸 바치고, 쇼는 잠시 어색한 몸짓으로 참배를 드린다. 그리고 소원을 잠시 빌어본다. 신 따위는 믿지 않으니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미카는 잠시 숨을 돌렸다. 체력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지만 아마 재료를 고르느라 잠을 좀 설친 탓이었겠지. 물론 낮잠을 한번만 잔 수준이지만 말이다. 약간 어색하게 아미카는 쭈뼛쭈뼛 들어가 재료를 바치곤 참배를 드리며 눈을 감고 소원도 잠시 빌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엄청 떨어지는 선물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묘한 불안감도 왠지 모르게 느껴졌다. 잠시 생각하던 아미카는 이러다 잠들까봐 다시 눈을 뜨고 자리를 떴다. 어디 앉아서 잘 곳을 찾아봐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오빠는, 오빠의 눈 색처럼 분홍색이 들어간 유카타를 입고 축제에 참여해줘! 라고 동생이 꼭 부탁을 했기 때문에, 좋아하던 파란색의 무난한 유카타에 벚꽃 자수가 들어간 연분홍색 허리띠를 동여매고 축제에 왔다. 정작 부탁을 한 동생을 친구들과 축제를 즐기겠다며 먼저 뛰쳐나가 옷에 대한 감상을 듣진 못했지만 말이다.
익숙한 얼굴들이 신사에 공물을 바치고 있었다. 집에서 부모님이 챙겨주신 재료가 있었다. 이걸 넣으면 되는 것이겠지. 나는 괜히 봉지에 잘 싸진 재료를 만져보았다. 맛있는 나베가 완성되면 좋겠다.
나는 들어가 소원을 빌며 공물을 바쳤다. 항상 참여하는 행사지만 그때마다 매번 재미없는 소원을 빌었다.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달라던가, 이번 학기도 친구들과 잘 지내게 해달라던가. 그러니 오늘은, 조금 재밌는 소원을 빌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