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압감. 최근들어 위압감을 느끼는 일이 잦다. 스즈는 조금 어색한듯 아하하- 하고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잘못한 일이라면 없었다. 어느 동아리가 새로 들어오겠다는, 관심이 있는 사람을 내칠까. 스즈가 어색한듯 자신이 잘못이라도 한 듯 느끼는 것은 이 정체모를 위압감과 사람이 없는 곳에 몰래 들어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느끼는 것이 있다면 요 며칠 만난 사람들의 말투가 이상하리만치 오래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 네. 하가네가와씨! "
그래도 인사는 활기차게. 이 자리에 온 것도, 여기서 이 사람을 만날 수 있던 것도 극악의 확률을 뚫고 일어난 이를테면 기적이다. 그렇다면 기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스즈는 금새 웃는 낯으로 얼굴을 바꾸었다. 미소를 띄곤 자신보다 키가 많이 작았던 소녀에게 구태여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 네네. 오토하 쇼. 친구 이름도 아시네요? 벌써 소문이 그렇게 났어요? 부끄러워라!"
미즈미는 짐짓 부끄러운 척 몸을 배배 꼬았다. 그래봤자 저 창백한 피부는 달아오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미즈미는 몸이 차고 심장도 느리게 뛰인지라 쉽게 몸이 달아오르지 않았다. 미즈미는 물론 신이니 어찌저찌 잘 가장해보면 또 모르겠으나 그것까지 하나하나 신경썼다간 열의 잃은 미즈미는가사회를 등지고 자연에 은거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 일단 제가 갔을 때는 저 뿐이었어요. 참. 다들 사기 당하지 않는 멋진 현대인이네요. 가미즈미 마을에는 현명한 소비자뿐인가봐요. 와아!"
그야... 어떤 젊은이가 길거리에서 게르마늄 팔찌를 사겠냐. 미즈미는 축하한다는 듯 손을 들어 짝짝 박수를 친다. 좋댄다. 그러면서도 어렴풋이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은 미즈미의 입꼬리가 흐려진다. 으음... 뭐, 괜찮다. 인간미를 보여주는 것도 매력 어필 중 하나라고 들었다. 대체 그 인간미가 무엇인지 미즈미로서는 도통 모르겠다만 제 오랜 친우의 말에 따르면 실수를 하는 것이 인간미에 속한다 했다.
"네에? 진짜요? 그렇게 영악한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간단 말이에요? 큰일이네요."
그동안 인세가 많이 깐깐해지고 지킬 것도 많다 생각중이었지만 악인들은 항상 존재하구나 싶다. 하긴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제가 잘 태어났으니 어쩌면 감사해야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와 달리 제 앞의 인간은 선량한 편인 것 같아 다행이다. 이렇게 사기 당했다고 신경도 써주고 남 피해 안 입도록 신경쓰는 것만 봐도 그랬다. 지금 제게 청룡 팔찌를 내미는 폼이 전의 그 사기꾼의 그것과 겹쳐보였지만... 뭐, 됐다. 인간들은 까다롭고 쿨-하지 못한 사람을 싫어했다. 대체 쿨하다는게 뭔지는 확실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러면 그 청룡 팔찌도 손에 차면 막 기운이 좋아지고 피도 깨끗해지며 머리도 맑아지나요-?"
청룡팔찌의 미는 미즈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청옥도 마찬가지였다. 물욕은 희미했다. 미추에 대한 판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무언가가 결여된 여자의 관심은 오로지 원초적인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식탐. 미즈미는 채 씹지 않은 경단을 느릿하게 목 너머로 넘기다 뭔가 이상한 걸 깨달았다.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턱 막히는 게 과연 이게 사랑일까? 운명의 짝을 찾은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즈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평소처럼 반듯한 미소를 지으며 미즈미가 물었다.
넥타이를 맨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한 이름 없는 학생은 도서관 문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깨지 않을 정도로 주먹을 날카롭게 세워 캉, 캉 소리가 나도록 두드리기도 하고, 몸을 날려 어깨로 쿵 들이받기도 하고, 힘껏 달려 단단한 신발을 신은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그러니 청룡의 가호를 받기라도 한 것인지 매우 단단한 문은 학생의 요망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거 진짜야? 진짜냐고?!"
학생이 두드리고 있는 그 문엔 평범한 A4 용지가 붙어 있었다. 정말로 평범한 A4 용지이기만 했다면 좋았을 텐데, 학생은 잠시 문을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눈을 부릅뜨고 종이에 적힌 글씨를 노려보다가 마른 눈을 손바닥으로 덮고 마침내 문 옆 벽에 기대 고개를 수그렸다. 그저 책을 좋아해서 점심시간에 제일 먼저 읽으러 온 모브일 뿐인데 이 시련을 제일 먼저 겪게 된 것은 참 가혹한 운명이다.
[도서관 책으로 고구마 구워 먹습니다 도서부원 한정이기에 손님은 받지 않아요 - 도서부 올림]
"아니, 미치겠네. 진짜 이렇게 돼?"
만우절 장난? 그렇다고 하기엔 커튼으로 가려지지 않는 도서부 창문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새까만 연기가 매우 리얼하다. 저 안에서 책이나 고구마나 도서부원 중 하나는 타고 있을 것 같잖냐, 학생이 그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 연막탄을 구해서 이번에 도서부가 아주 작정하고 만우절 장난을 기획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책장까지 동원해 막아 놓은 이 문이 심상치 않다. 그리고 모브 학생이 떠올리기를, 적어도 작년까지는 만우절이라고 한들 도서부에 아무 일도 없었다. 단지 도서관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장르별 추천 도서에서 로맨스 소설이 '판타지', 연애 기술서가 'SF'에 들어가 있는 등, 장르를 바꿔놓는 사소한 장난을 쳤을 뿐이었다. 내성이 생기지 않은 탓일까, 엄청난 스케일로 도서관을 장식하고 있는 만우절 장난은 모브 학생의 정신을 완전히 갉아먹었다.
"...!"
그때, 문 안에서 어느 학생이 문을 막고 있던 책장을 옆으로 밀어서 옮겼다. 바로 모브 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가 도서부원으로 보이는 검은 포니테일 소년에게 항의하려고 하자...
"잠깐만,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문제를 풀어야 해." "하? 문제...?" "스피드 퀴즈."
포니테일은 바로 품 안에 쥐고 있던 스케치북을 꺼낸 다음 모브 학생 앞에서 펼쳤다.
[ 吝嗇 ]
"이 글자는 뭐라고 읽을까요? 3...2..." "너무 빠르잖아! 린쇼쿠!" "그럼 다음 문제."
[ 薬缶 ]
"가정용품으로 익숙한 이름입니다. 뭐라고 읽을까요? 3...2..." "TV 프로그램에서 봤어! 주전자(야칸)—!" "쳇. 다음 문제." "쳇이라고 했어~!!"
[ 傅く ]
"아—! 이거 알아! 카시즈쿠, 소중히 기른다, 돌본다는 뜻의 고어다!" "이번에도 정답. 고전 문학 수업 열심히 들었구나?" "아니, 수업이 아니더라도 난 고전 문학이 정말 좋단 말이야. 「겐지모노가타리」의 「나의 목숨을 걸고 지킨다我は命を譲りてかしづきて」라는 예문은 유명하지." "모브 씨 그런 거까지 외우고 있어? 옛날 사람 같아." "고등학교까지 올라와서 1학년 때 볼펜도 제대로 못 쓰던 너한테 듣고 싶진 않은데..." "기억 안 나. 금방 잘 쓰게 되었잖아. 그보다 문지기인 나를 통과했으니 이제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어."
그 말과 함께 포니테일은 선선히 모브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
"문지기...? 뭐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래,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 할 수 있다면 말이야."
안 쓰는 낡은 책장으로 문 앞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안이 보이지 않게 가려뒀기에, 모브는 당장 도서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포니테일은 모브가 들어가자 바로 책장을 밀어 또 다시 도서관과 문 밖의 시야와 그가 있는 공간을 분리했다. 문 쪽 책장에 귀를 대고 살며시 허리를 숙인 포니테일에게 도서관에 들어간 모브의 절규가 들리는 건 오래치 않았다.
"이, 이, 이, 이게 뭐야아?!?!?!"
큰 장난을 성공시킨 일원으로서의 자부심이 내비치는 포즈나, 곤란하게 만든 사람을 위한 한 점의 비웃음도 없이, 표백한 듯한 무표정으로 포니테일은 양손을 모아 합장했다. 그것은 출입자, 아니 침입자를 환영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것이었지만, '희생자'를 위한 것으로는 아주 잘 어울렸다.
"어서 오세요... 만우절 도서부의 책장 미로에."
그 안, 도서관에는 쓰지 않던 예비 책장과 책을 담은 채로 통째로 옮겨 놓은 현 책장들이 이루는 좁은 미로가 한 개의 해답만을 간직한 채 촘촘히 미로를 이루고 있었다. 모브, 그는 소년인가 소녀인가. 청소년이여 달려라. 도서관에서 일어난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기 위해, 진실을 찾아 달려라———! 그보다, 못 찾으면 못나간다—!
(※도서관에서 뛰면 안 됩니다.)
. . .
"...라는 꿈을 꿨습니다만." "만우절 당일날만 책장을 모두 옮겨서 미로를 만들고 다음날엔 모두 정리해 둔다고? 그런 쓸데없는 짓 할 정도로 기력이 넘칠 리가 없잖아... 벌써 늙었는걸." "도서부장님은 아저씨." "조용히 해!"
그래서, 이번 도서부의 만우절은 도서부원들이 메이드복을 입고 메뉴판에 있는 장르를 주문하면 낯부끄러운 주문과 샤방샤방한 포즈로 추천도서를 서빙해 주는 메이드 책집을 열기로 한 모양이라고 합니다. 물론 뻥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홀라당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은 역시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이 마을에는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그 중에는 사기에 특히나 취약하다고 하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존재했다. 물론 이미 사기에 당한 후고, 미즈미가 미처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는 애써 그녀가 처음 마주한 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자칫 잘못하면 정말로 큰 피해가 이미 왔다갔을 가능성도 크니까.
"아니요. 그런 효과의 팔찌는 이 세상에 없어요. 이건 그냥 단순한 장식이에요. 장식. 그러니까 선물용이나 기념품용으로 많이 사는 물건이에요."
절대 그런 것이 아니라는 듯 아키라는 황급하게 손을 휘저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효능을 그녀에게 소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잘못하면 이번엔 가격이 더 싸니까 이 팔찌를 사러 가겠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그것만은 막아야한다고 그는 판단했다. 죄송해요. 아버지. 어머니. 물론 팔면 우리 집에는 이득이지만 거짓말을 할 순 없었어요. 속으로 사죄를 하며 그는 괜히 당고 중 하나를 집어 입에 넣어 달콤함을 즐겼다.
"물 말인가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어 아키라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컵을 챙긴 후에 정수기에서 물을 가득 담았다. 지금 시기에 따뜻한 물을 주기보다는 시원한 물을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며 그는 방금 막 받은 시원한 물을 미즈미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어요. 아무튼 사기에 대해서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김에 묻는 거지만, 요즘 2학년은 어떤 분위기인가요? 1학년은 뭔가 사랑에 대한 것이 상당히 유행하는 것 같던데 김에 2학년은 어떤지 묻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이전, 화단에서 만난 1학년 여학생을 떠올리며 2학년은 요즘 어떤 분위기인지 알고 싶었는지 아키라는 그녀에게 넌지시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원래는 안되는 일이지만 지금 테이블에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이걸 남기는건 우리 가게에서도 좋은 일은 아니다. 이걸 다시 팔 수는 없으니 고스란히 버려야하는 일이니까. 아마 점장님께 말씀 드려도 이해는 하실 것이다.
" 이렇게 포장해서 가져가시는건 냉장 보관하셔도 2~3일 내로 빠르게 드셔야 ... "
그래도 한여름은 아니니까 그것보단 조금 더 오래 가겠지만 괜히 탈나면 우리만 손해니까. 그렇게 주의사항을 말해주고 있으니 눈 앞의 소녀는 방송을 보고 있는 사람들과 말싸움을 하는지 조금 언성이 높아졌고 무언가 서러운 일이 있었는지 코를 훌쩍거리다가 이내 내 앞치마를 붙잡고 눈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 저,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 ... "
이래서야 내가 울린것 같은 모양새잖아! 아까 쑥덕대던 그룹은 이쪽의 상황을 살피더니 또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쑥덕대고 있었다. 정말 내용은 하나도 안들리는데 어째서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되는걸까. 여기고 저기고 하나 같이 골치 아프단 생각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핸드폰을 던지려는 제스처를 보고선 떨어지는 것을 받아내기 위해 움찔했다. 물론 결국 테이블 위에 얌전히 엎어졌지만.
" 여기서 이러는건 좀 곤란하겠네. 잠깐 따라와봐요. 짐은 여기 둬도 누가 안가져가니까. "
다른 알바생에게 여기 짐 좀 잘 봐달라고한 나는 소녀에게 직원휴게실을 가리키며 저기로 잠깐 가자고 얘기했다. 여기는 사람들 이목도 너무 쏠리는데다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 다행히 사람이 엄청 많은 시간은 아니라서 내가 빠진다고 일이 밀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히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대답을 하자 렌은 그래도 조금 걱정했었는지 안도의 표정이 슬쩍 스쳤다 지나갔다. 렌은 히키와 발을 맞추어 걸으며 평소에 자주 가는 마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례라뇨. 사실 한 번 쯤은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음, 집이 조금 외진 편이라서 볼거리 같은 것도 없긴 하지만요. 히키 선배에게는 도움 받은 것도 많아서….”
렌은 조금 말을 하면서도 민망한 듯 볼을 긁적였다. 렌에게 집은 소중한 공간이고, 그런 공간을 공개한다는 것은 히키가 렌에게 소중한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것이기도 했다. 아무리 멘토 시스템으로 맺어진 것이긴 했지만서도 이것저것 알려주고 챙겨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도 했고. 그래서 평소에도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사야하는 건 돼지고기, 쪽파 한 줌, 숙주 나물 한 봉지 정도면 될 것 같아요.”
렌이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 정육점이 안에 있는 마트였기 때문에 따로 정육점을 들를 필요성이 없어서 이 마트에 자주 오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고기가 신선하기도 했고.
“사실 선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저야 집에서 자주 해먹기도 하지만 말이에요.”
마트에 들어서서 물건들을 바구니에 담고는 그렇게 말을 하며 빈 손으로 제 목덜미를 쓸듯 만졌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에게 요리를 해준다는 것이 민망하긴 한 모양이었다. 혼자 해 먹는 일은 많아도 남에게 대접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는 걸까. 살 물건이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바구니는 금방 채워졌다.
>>77 12시마다 신선한 질문 좋구 1. 좀 취한다 싶으면 아무도 없는 곳을 찾으려고 한다 >:3 애초에 마신다면 혼자 마신다는 느낌일까. 수학여행날 같은 날 객기로 마시는 걸 빼면 애초에 아예 안 마시지만. 시니카는 술에 취해도 행동이 좀 둔해질 뿐이지 정신은 말짱한 편.
미즈미는 가차가 없었다. 우디르급 태세 전환은 단지 아부성은 아니었고 '새로운 걸 알아갑니다, 하하하'의 의미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미즈미가 착실하게 경찰에 신고했다는 점일까. 잡혔는지 안 잡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가미즈미 마을이 마냥 녹록치 않다는 점은 깨달았을 것이다.
"네? 그렇지만... 의료 기술이 발달했잖아요? 100살까지 살잖아요?"
미즈미는 마치 '과학'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1800년대 사람처럼 굴었다. 그러면 제가 주문한 할인 특가 단돈 1990원짜리 게르마늄도 전부 거짓부렁이였단 말인가. 과연 인간놈들의 마음 알기가 바다 깊이 알기보다 어렵다. 대체 뭘 하고 살았길래 손만 대면 따뜻한 물 나오는 것도 발명하고 눈에 끼면 앞이 잘 보이는 투명 렌즈도 만들어내놓고 손에 차면 건강이 좋아지는 거 하나 못 만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금 불퉁해진 미즈미가 아까보다는 조금 덜 명랑한 얼굴로 물을 받아 마신다. 엉클어진 심사와 달리 감사하다는 말은 착실히 한다.
"사랑이 유행이라고요? 다들 벌써 손 잡고 얼굴 붉히면서 사랑을 하고 다닌단 말이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1학년 할 걸! 미즈미는 급격히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당고를 하나 더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저희는 잘 모르겠네요. 다들 뒷산에 꽃 구경 가자는 이야기는 하더라고요. 음, 그리고 반 내에서 사귀는 애들은 아직 없고... 아, 3학년은 좀 어때요? 듣기로는 3학년이 되면 다들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다던데요."
>>77 A1. 어느 감정 하나가 엄청나게 북받쳐오를 거 같아요. 과도하게 신나서 이미 취했는데 들어가는 대로 계속 마시거나, 울적함이 터져서 가방을 붙들고 하소연을 한다던가, 말하다가 갑자기 계속 화나서 허공에 대고 억울해한다던가...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말이 없어지고 평소같은 상대로 돌아오는데 일어서서 한 세 걸음 걸으면 비틀대다가 풀썩.
A2. 맨 처음으로 나서서 병나발 부는 퍼포먼스를 해요. 신이라면 숙취도 없을테니 무책임하게 마시고 먹이는 참여자겠죠?
"...의료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안 나오는 것이 나오거나 하진 않아요. 그건 연금술의 영역이잖아요."
끼기만 해도 건강이 좋아지는 팔찌라니. 정말로 그게 나오면 그 사람은 노벨상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아키라는 생각했다. 물론 자신이 모를 뿐, 어딘가에는 있을지도 모르나 적어도 아키라는 그런 팔찌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광고로는 그런 효능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기도 하고. 그 사실이 불만족스러운걸까. 방금과는 다르게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는 미즈미를 바라보며 아키라는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양옆으로 휘저었다.
"아뇨. 아뇨.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1학년생 중에서 엄청 사랑에 관심이 많아보이는 애가 있어서. 어쩌면 그 애만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뭔가 분위기를 보면 정말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있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였거든요. ...뭐, 누군가는 이미 사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그도 그렇지 않은가. 봄은 사랑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었다. 자신이 모를 뿐이지. 어쩌면 학교 뒷뜰에서 누군가는 벌써부터 고백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연인이 탄생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동급생, 혹은 선후배. 참으로 다양한 조합이 이뤄질 것을 생각하며 아키라는 자연히 교내 연애를 허락할지, 막아야할지를 고민하다 자신이 너무 막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별 말 없이 넘기기로 마음 먹었다.
"어쨌든 2학년은 그럭저럭 평화롭다는 이야기로군요. 3학년은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 애들은 많아요. 물론 수험 때문에 다들 바빠서 힘들어하는 것 같지만 어떤 애들은 올해야말로 후배를 꼭 꼬셔서 연인으로 삼고 말겠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고. 그러니까 그런 꼬임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사이카와 씨도."
혹여나 여자면 아무나 상관없다. 라고 생각을 하는 선배진들에게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그는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물론 딱히 그녀가 지금 생각하는 것을 아는 것은 아니라 일반론적으로 선배에게 잘못 걸리면 골치가 아파지는 것을 아키라도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103 와아~ 미즈미주다! 별다른 건 아니고, 렌의 어머니가 500세 정도 되는 신인데, 태어나길 흐르는 강물에서 자연발생한 물의 신이고, 그 강을 다스리는 강의 신의 권속이었다가 독립했다는 설정이 있거든. 혹시 미즈미주만 괜찮다면 그 강의 신으로 선관을 짤 수 있을까 물어보고 싶어서! 물론 거절해도 괜찮음!
>>106 허거덩 그런 설정이 있었구나?? 나는 좋아! 와! 권속 생겼다! 그런데 렌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잘 모르겠네? 일단 임시스레에서 이야기 하고 렌주의 결정에 맡겨봐도 될까? 내가 지금 일상중이라 좀 걸릴 것 같은데 시트에 안 써진 설정이랑 어떤 성격인지 대충 정리해서 갱신해둘게~!
시이는 얌전했다. 눈물댐을 열고 나니 발악할 기운도 없는 듯이 잠자코 코세이를 따라갔고, 앞치마는 계속 잡고 있는 채였다. 코를 훌쩍거리며 울먹거리는 꼴은 분명 인간이면 인간이었지 신은 아니었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쾌락신이란 말을 전혀 믿지 않는 것이겠지. 보이지 않을 때는 멋대로 믿다가, 보이고 나면, 신의 실체를 보여주고 나면 믿지 않는 것들이 인간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곱절로 억울해져서 시이는 울컥, 입술을 앙다물었다.
"사람들 눈에 띄어서 일단 여기로 데려왔어요."
이 종업원도 분명 날 바보로 생각할 거야. 젠장, 오늘은 정말 정말 기분 좋은 최고의 하루였는데... 낭패야 낭패. 이렇게 만들어진 머리가 나도 싫어... 그렇게 생각하며 훌쩍거리는 소리가 커질 무렵. 종업원이 의외인 말을 건넨다.
"당신, 신이죠? 느껴지는 기운이 너무 익숙해서."
카페에서 냅다 울어버리다니, 당신 상식이 있는 겁니까? 해도 모자란 상황이었다. 분명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고개를 들면 보이는 얼굴은 분명 웃고 있다... 뭐, 뭐야 이 사람. 아니, 이 신! 신이 아니라 천사 아냐? 어쩌고엘 하는 이름을 갖고 있는 거 아냐? 팔백만의 신이 있다면 팔백만의 엔젤도 분명 가능하니까?!
"갑자기 일하는 곳에서 이런 해프닝이 발생해서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뭐 큰 소동은 아니었으니까 딱히 신경은 안써도 괜찮아요. 서로 상부상조하는게 좋잖아요? 그래서 이름이 뭐에요? "
신이라고 인정해줬어... 시이는 금세 마음이 풀려선 입꼬리를 움찔거렸다.
"나, 나 그러니까... 아메이로누시라구 해. 사탕의 아메여도 좋구, 비의 아메여도 좋아. 아메리카노의 아메도 좋고... 헤헤... 아, 아니. 이런 걸 물어본 게 아니구나! 그러니까 말이지, 난 아타마오카 시이. 헤, 외우기 쉽지? 직업은 쾌락신이야..."
미즈미는 모르쇠 일관했다. 아니 연금술도 그렇게 치면 화학의 영역 아닌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미즈미는 눈치 좋게 입을 다물었다. 오랜 시간 침묵하며 살아왔기에 힘든 일은 아니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해보니까 신 입장에서 무슨 건강을 신경쓴다고 열 올렸나 모르겠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생명의 염원이었으니 어쩌면 미즈미도 그 영향을 받았을지 모르겠다. 미즈미는 금세 무던해졌다.
"아하. 사랑꾼인가봐요- 사실 제 나이대 동년배들은 다 사랑에 심취해있을 시기잖아요. 안 그래요? 선배도 고등학교 다니면서 연애에 몰두한 적이 있지 않나요?"
보통의 고등학생은 동년배라는 말을 잘 쓰지 않지만... 미즈미는 그걸 몰랐다. 직감적으로 그 아이가 신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미즈미는 거기다 대고 '아 별 건 아니고 신들이 인간 좀 꼬셔야해서요'라고 말할 순 없었다. 눈 하나 깜빡 안하고 거짓말 하는 모습이 가증스럽다. 게다가 미즈미가 본 드라마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은 죄다 사랑에 미쳐있었으므로 퍽 괜찮은 변명이었다 사랑을 위해 사람도 때리고 학교도 째고 집도 나가고 그랬다. 사실 미즈미가 주로 보는 장르 태그가 #로맨스 #고등학생 이었기 때문이었지만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니 잠시 넘어가자.
"부럽네요- 저도 사랑을 하고 싶은데 말이죠. 그렇지만 선배의 말대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있다면 저도 가능성 있겠죠?"
와하하, 분위기 심각한 줄 모르고 미즈미가 웃는다. 저 태연한 낯짝 보라니. 뭘 캐내려한듯 웃음으로 슬쩍 넘어갈 것이 분명했다.
"엇, 정말요? 그것 참 좋은 소식이네요. 개이ㄷ, 네? 왜 조심해야해요? 연애하면 좋은 거 아닌가요?"
미즈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길다란 머리카락이 가닥가닥 흩어졌다. 연애를 한다 => 나를 사랑한다 => 무사히 결혼 골인 => 상급신이 된다 여자면 아무나 상관없다한들 무슨 소용인가. 미즈미는 인간이면 아무나 상관 없었다. 자기가 한 번도 사랑해 본 적 없는 게 좀 걸리지만 뭐 어떤가. 천천히 노력해보면 될 일이다. ...인간이 늙어 죽지만 않는다면. 아차. 생각해보니 상대는 인간이었다. 미즈미는 잠시 웃고는 검지를 올렸다. "농담이었어요." 저 뻔뻔한 얼굴을 보니 진담인지 농담인지는 모를 일이다.
"네! 최종적으로 짝, 아니 결혼을 목표로 하고 있답니다. 선배도 사랑에 관심 있으신가요?"
말소리가 점점 작아졌고 아키라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아애로 푹 숙였다. 그와 동시에 역시 알게 모르게 학교 내부에서 연애 관련으로 뭔가 이야기가 떠돌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아키라는 생각했다. 그때 그 1학년도 그렇고, 지금이 2학년도 그렇고. 다음에 3학년을 만났는데 연애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하고 합리적 의심을 해보기도 하며, 다음에 3학년을 따로 만날 일이 있으면 연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아키라는 다짐했다. 만약 거기서도 연애 이야기가 나와버리면 학생회장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를 조금 고민해볼 필요가 그에겐 있었다.
"가능성이야 있겠죠. 사이카와 씨를 좋아하는 이도 분명히 있을테고 말이에요. 네? 아뇨. 아뇨. 아뇨. 아뇨!! 안 좋죠!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이와 연애는 안되죠!! 물론 하던지 말던지는 자유롭지만, 그런 이들이 사이카와 씨를 진심으로 좋아할리가 없잖아요!"
이 후배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가 싶어 아키라는 다급하게 두 손을 휘젓고 고개도 빠르게 양옆으로 휘저었다. 잘못하면 진짜 못된 마음을 품고 있는 이에게 잘못 걸려서 큰일이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선도부에게 당분간 순찰을 더 빡세게 돌도록 지시를 내려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농담이라는 말이 들려오자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와중, 아키라는 자신에게 온 물음에 두 눈을 크게 깜빡였다. 역시 학교에 무슨 연애 관련 이야기가 퍼진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하며 아키라는 일단 날아온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관심이 있냐, 없냐로 물으면 관심이야 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시작할 생각은 없지만요. 시미즈 가문의 사람으로서, 신중하게 하고 싶거든요. 무엇보다... 저보다는 상대 쪽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고... 그건 싫거든요. 네. 그것만큼은 정말로 싫어요."
중학생때의 일을 떠올리며 아키라는 괜히 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좋건 싫건 그건 자신에게 채워진 족쇄나 마찬가지였다.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고 끊어서도 안되는 자신의 족쇄를 떠올리며 그는 애써 다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사이카와 씨는 왜 그렇게 연애를 하고 싶으신건가요? 그러니까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말이에요. 그냥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니 괜히 궁금해서요. 답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셔도 괜찮고요."
스즈의 이름을 작게 되아리며 중얼거린다. 외기 어려운 이름도 아니건만. 헌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그녀는 어딘지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검도부란 다들 이런 것일까.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이내 허리를 숙여가며 인사하는 스즈덕에 잠겨있던 생각 속에서 깨어난 시로하는 잘 부탁한다, 라며 그것을 받아준다.
"으음... 하지만 곤란하구나. 견학이라고는 해도 보다시피 현재 검도부는 나를 제외하고 텅 비어있는 상태이니 말이다."
확실히 그럴 것이다. 이 공간을 압도하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은 둘째치더라도 여기에 있는 것은 정작 스즈의 앞에 서있는 그녀, 시로하뿐이었으니 검도부 감독사범으로서의 그녀를 1:1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그다지 흔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래서야 확실히 견학은 어떠려나... 그런 그 때에 시로하는 무언가 생각이라도 난듯 그렇지, 라고 말하며 고개를 틀어 스즈 쪽을 바라보는 것이다.
다행히 따라가자는 말을 했을때는 얌전하게 따라오고 있었다. 어린애 마냥 떼쓰면서 난리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다행히도 이 소녀가 일말의 상식도 통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한다. 휴게실에 데려오니 아직도 울음의 잔재가 남아있는지 표정도 울상이었다.
" 아메이로누시라 ... 처음 들어보네요. 그래도 웬만한 신들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
언제 울었냐는듯 울상이었던 표정에 금세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웃어버린다. 감정의 진폭이 이렇게나 큰 사람이 있을수가 있나, 싶을때 소녀의 이름이 들려왔다. 아메이로누시, 아타마오카 시이 ... 아마도 전자가 신일때의 이름일테고 후자가 인간계에서의 이름이겠지. 들어보지 못한 신이라서 비교적 최근에 신이 된걸까 싶었지만 그런게 중요한건 아니다.
" 아타마오카 시이 ... 그럼 아타마오카 양이라고 부를께요. 내 이름은 이자요이 코세이에요. 부르는건 크게 신경쓰지 않으니까 편하게 불러도 좋아요. "
여동생의 존재 때문에 이자요이 군이라고 보통 많이 부르곤 하지만. 내 성만 오롯이 부르면 그게 날 부르는건지 내 여동생을 부르는건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주변에 그렇게 불러달라고 부탁해놓기도 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나를 어떻게 부르던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
" 그리고 나는 ... 밤하늘의 별들을 관장하는 신이랍니다. 혹여 밤하늘에 관심이 있나요? "
하, 오늘은 정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날이네. 금방 기분이 좋아진것 같아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 여전히 미소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나저나 인간계에서 방송하는 쾌락신님이라니 ... 컨셉은 정말 잘 잡긴했지만 본인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긴하다.
처음 들어본다는 말에는 자연스레 노 코멘트였다. 시이는 신당도 신관도 새전함도 없는 아주 어린 신이다. 물론 그가 자란 곳이 곳이니만큼 어디가서 으름장으로는 지지 않았지만, 시이는 존재도 흐리며 쌓인 시간도 적어 결국 늙은 신들 앞에서는 맹렬히 짖는 강아지 정도로 하찮다. 아직 눈앞의 존재가 어떤 급인지 몰라서 시이는 건방지게 이름부터 불렀지만.
"아, 코세이 군이구나. 맘대로 불러도 된다니까, 나는 코-쨩이라고 불러도 되지? 응? 싫다면은, 코세이라구 부르겠지만. 그건 좀 아쉬워서."
겁먹은 개가 짖는 것과 똑같은 이유이기에 더 했다. 늙은 신들은 번듯한 신당도 있거니와 신관들도 여럿 데리고 있고, 새전함에는 언제나 쩔렁거리는 소리가 멎질 않으니까. 그들이 압박하려 하지 않아도 자의식과잉인 시이는 이미 눌려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밤하늘의 별들을 관장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헤벌쭉 웃던 얼굴이 굳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목에 소름이 끼치고 얼굴색이 웃는 그대로 창백해진다. 밤하늘? 그거 쾌락이랑은 비교도 안 되지 않아요? 물론 고댓적에도 하렘은 존재했지만 일본에서 완전히 정립된 건 최근의 일이니까요? 저기, 체급이 안 맞지 않아? 전산 실수하지 않았어? 왜 그정도 신이면서 알바나 하고 있는 거냐고-
어이-
"에..."
시이는 헤벌쭉 웃던 그대로 다시 후둑후둑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
"지, 짓,지금 그거, 죽기 전에 목을 베어줄 무사의 이름을 알고 가라는 그거?"
이래서 쇼군체제에 머리가 절어버린 녀석은 안된다. 가선 36인의 목을 벤다거나, 할복이 점잖은 처사인 에도에서는 무례를 끼치면... 그런 결말이니까.
네 대답 어찌 보면 타인에게는 안도할 기회였던 것인지, 발맞춰 걷는 것은 네 쪽에서 보폭 작은 탓도 있겠지요. 다만 네 보폭 늦추는 연유는 초대하는 사람이 당신이 아니거니와, 어린 인간 가는 길 모르기 때문이렵니다.
"…초대하는 것 자체로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렌 군의 집이 어떠한들 내게도 기쁘고 좋은 곳입니다."
네 손 모으며 차분히 답합니다. 아무렴 네 웃지는 않았으나, 네 입에서 기쁨 소리가 나올 정도면 감정을 제법 표현한 것 아니겠습니까. 당신, 공허라는 존재가 그만큼의 신뢰를 얻었다는 것을 알기나 할지는 차치하고, 짐승 된 감으로 말하자면 무리에게 인정받았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였을 텝니다. 언젠가는 당신도 집에 초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당신의 집은 신사요 네 기거하는 곳은 재앙신의 진노로 저주받았기에 금줄에 둘러둔 나무 아니덥니까. 아마 안 될 겁니다.
"돼지고기, 쪽파 한 줌, 숙주나물 한 봉지.."
네 되뇌며 마트에 들어섭니다. 고기는 잘 모르겠으나 쪽파나 숙주나물 담긴 봉지 찾는 것은 쉽기에, 네 썩어버린 것 찾는 재주 역으로 이용하여 신선한 것을 쉬이 집어와 바구니에 넣는 것 돕습니다. 고기는 죄 신선하기에 고르는 것 어린 인간에게 맡기듯 하며 적긴 하지만 오늘의 저녁 재료로는 알맞게 채워진 장바구니를 한 번, 어린 인간을 한 번 쳐다보고는 옅은 미소 얼굴에 덧그립니다.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요리가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안심하고 평소대로 만들어도 좋을 테지요."
아무렴 진실이렵디다. 네 먹는 것에 가림 없기에. 네 교복 위에 걸친 하오리의 소맷단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작은 지갑이요, 계산대로 향하면 뭐라 할 새도 없이 네가 계산하려 했을 겝니다.
관서의 풍어신 말인가. 그 이름 참 오랜만에 듣네그려. 아암, 그와 인연이 있기로는 나만한 신이 없으니 그에 관해 물으려 내게 온 것은 탁월한 선택일세. 그자는 해안을 따라 제 태어난 일대의 바다를 두루 총괄하고, 나는 그 인근에 자리잡은 지방을 지키는 신이었으니 예로부터 그와 나는 면당하는 일이 잦았다네. 처음 만나게 된 것도 지리적인 이유 때문이었고 말이야. 내가 아주 원초적인 의미의 씨신氏神이었을 적부터 나를 보아왔고 나도 그가 미숙했던 시절을 아니 서로 부끄러운 꼴 아닌 꼴 다 보며 산 셈이라네. 연이 꽤 깊었다 할 수 있지. 예전엔 귀찮을 정도로 부대끼면서 지냈지만 말이야, 내가 수련에 정진하기 시작하고 그에게 어느 사정이 생긴 뒤로부터는 자주 만나지 않았으니 어느새 안부 묻지 않은지가 천추는 된 듯하군.
……아, 이런. 나도 모르게 딴소리를 하고 말았네그려. 반가운 이름을 들으니 말이 새는 것이 참, 나도 그사이 늙은 것 같아. 아무튼간에 이야기를 계속하겠네. 자네는 아직 젊으니 잘 모르겠지만 서쪽에 사는 이들, 그중에서도 바다에 접한 지역의 사람들이라면 그곳의 신인 후나가츠히메를 모르는 이 드물다네. 이언하여 나는 그와의 친분이라면 자랑할 만치는 있다 호언하는데, 우선 이야기 하기에 앞서 내가 그 후나가츠히메 신을 업다시피 해가며 키운 신이라는 사실을 짚어두어야 하네. 자네는 알까 모르는데― 그 신은 성격이 참 특이해. 지금이야 그도 나이를 먹었으니 전만큼은 못하겠지만, 예전에 비하자면 사람이 된 것이나 다름없지.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 ………………. ……………….
……내가 아까는 그자 얘기를 하니 반갑다고 했었나? 그 말 다시 주워 담아야겠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일이 기억 난 참일세. 그 녀석 아주 망나니였어! 하이고, 망나니가 뭔가. 아주 멧돼지였지! 첫낯에 대뜸 주먹질을 해대는데 양반이 될 리가 있나! …하여튼, 그래서 내가 어디까지 말했었지? 그래, 성격. 뭐, 이렇게 말했어도 지금에 와선 그리 험한 성정이 아닐 테니 걱정할 것 없네. 오히려 자네가 부러 무례를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웬만한 실수는 눈감아줄 걸세. 워낙에 무던하니 말이야. ……무던하다는 이에게 왜 맞았느냐고? 예끼, 늙은이 부끄러운 일을 구태 들춰 봐야 하는감? 이리 끝내려니 선겁긴 하니…… 좋아, 내 옛이야기 하나 해줌세.
과경에 말하였듯 내가 젊은 신이었을 적의 이야기라네. 그때 내 신위는 지금에 비하면 보잘것없었지. 스스로 이르기 민연하게도 가진 힘 역시 약했어. 그때만 해도 그 땅 일대는 벽지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네. 그런즉 나는 그때에…… 속되게 말해, 큼, 쪼들리고 있었다는 뜻일세. 믿는 사람 하나하나의 머릿수 지키기만 해도 고달픈데, 어느날부턴가 믿음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게 아닌가. 나는 그때 직감했지. 아, 인간들이 다른 신을 믿고 있는 게로구나! 우리네 일이 그리 딱딱 정확히 나뉘어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나와 다른 신을 동시에 섬겼더라면 다른 신앙 쯤이야 있더라도 무방했겠지만 어째서인지 인간들은 나를 내팽개치고선 다른 신을 찾아가더군. 남의 신자를 뺏어가는 신에게 고까운 마음도 드는 한편, 그 얼굴도 모를 신이 얼마나 영검하기에 이 외진 곳에까지 명이 전해지는가 하여 나는 그자를 찾아가기로 하였네. 그래, 그 신이 바로 후나가츠히메였다네.
멱거하는 길에 인언 들어보자니 그 신 참 어진 성정일레. 뭇사람을 지키고 주리지 않게끔 먹이는 신이라면 내 딱한 사정을 애련히 여겨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런가? 그런 기대가 없었다 하면 가짓불이겠지. 참, 그때는 나도 생각이 짧았어. 막상 대담하게 된 그는 내 짐작과는 딴판으로 달랐다네. 인사치레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날 바라보기만 하는데……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고서도 그 눈빛이 죽일 듯 살벌하더군.
단지 이야기를 나누러 왔을 뿐인데도 그리 나오면 나로서도 기분이 좋을 수 없지. 한 일이라고는 짧은 말 몇 마디를 나눈 게 전부였건만 정말 급시에 화가 치솟더군. 내가 점차로 언성이 높아질 때에도 그는 여일하게 처음과 같은 태도였지만 말이야. 눈조차 깜짝이지 않고 묵묵하게 바라보기만 하던 그 모습이 어찌나 사늘하던지, 그때 그에게서 매정을 느낀 것이 아니라 내가 일시에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면 믿겠는가? 그러다 어느 순간 그가 물었네. "네 말인즉 지금 나와 싸우겠단 뜻인가?"라 하였고, 나는 평소대로였담 그것은 아니라 점잖게 타일렀겠으나 그만 노한 결에 그렇다 답했다네. 그때는 나 역시 한창 혈기가 왕성한 젊은이였으니 얼결에 외치고 만 게지. ……그때 그렇게 말해선 아니되었던 걸세.
그렇게 되니 그 신은…… 정말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한 치 주저함 없이 주먹을 들더군. 나는 정말로, 하늘에 맹세코 신으로 태어난 이래 그렇게나 우악스럽고 난폭한 짓거리를 본 적이 없었어……. 부끄럽게도 그 시절의 나는 내 땅을 떠나지 않는 한 어디에서나 극진하게 모심 받는 신이었으니, 스스로 주먹 들어보기는 커녕 발치에 머리 굽히기 바쁜 인간들만 보아온 애송이에 불과했다네. 즉시에 달려들어 마구 패대는 주먹질이며 발길질 하고, 패대기로 집어던지는 싸움 같은 것은 단 한 번도………… 아아, 괴로워 더는 말 못하겠구먼……. 참 아팠어…….
……흠, 흠. 여하간 자초지종은 이렇게 된 것이고, 어찌저찌 진정시키는 데 성공하여 대화란 것을 해보니, 알고보니 후나가츠히메라는 자가 성미 고약하여 그리 군 게 아니라 많은 일에 무지하여 그따위로, 아니,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더구먼. 그에 나는 그가 터득하지 못한 세상의 아주 많은 지식을 알려주기로 하여 이후로는 자주 보는 사이가 되었어. 그러한 연유로 내가 후나가츠히메와 지구간이 되었다는 이야길세. 신이 나 떠들어대었지만 그다지 재미난 일문은 아니지? 그래도 자네 덕에 그리운 이 추억하려니 흔연하군그래.
과연 미운정이란 게 있기는 한가 보구먼. 내가 좀 전에 그 녀석 몹쓸 자식이다, 아주 망나니 녀석이다― 그런 소릴 하긴 했어도 격조한지 오래라 때로는 걱정이 되기도 하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가르친 친구인 데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아차, 사설이 길었어. 아무튼 그 친구, 요즘엔 잘 지내는지 몰라. 혹시라도 그와 마주치게 된다면 대신하여 안부 전해줄 수 있겠는가? 아, 물론 농으로라도 그 양반한테 싸우잔 말은 절대 하지 말고 말이야.
새근새근, 검은 머릿결의 아기 토끼를 닮은 그 아이의 숨소리를 따라 불그스레한 뺨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게 정말 소동물이 따로 없다. 몸집도 조그마 하고. 침침한 탓에 히로가 그냥 깔고 앉았다면 창고 안은 분명 비명 소리로 가득 튀었을 테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아이에게서 나는 포근한 체취를 모른척 할 순 없더라고. 가벼운 미동과 웅크리는 행동에 히로는 그녀를 찢어진 눈으로 내려보다 주위를 더 둘러보았지만 이 매트를 제외한 공간은 죄다 먼지 투성이라 눕기엔 마땅찮았다. 결국 다시 그녀에게로 시선을 떨어뜨리니 반짝. 저와 정반대의 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고 히로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래 그럼."
셋을 센다던 히로는 말과 달리 너무 쉽게 포기해 버렸다. 앉았던 것도 관두고 금방 몸을 일으켜 우두커니 서있으니 타이밍 좋게 그녀도 몸을 일으킨다. 고래가 무엇을 뜻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뜬구름 잡는데엔 일가견이 있어보이니 그녀가 무슨 말을 이어갈지 잠시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도 고질적인 버릇이 돋아 자연스럽게 소매를 더듬었으나 닿는 건 부드러운 면의 감촉 뿐이고. 차선책의 팔짱은 내려다보는 위치가 오묘해 관두었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의구심으로 인해 미간이 찌푸려졌던가.
"토끼는 너를 위한 말 같은데."
작고 조그만 붉은 눈의 검은 토끼 말이다. 히로네 집 근처 눈 덮힌 산 속에서 눈토끼를 종종 본 적이 있긴하나 본인이 그렇게 작고 연약한 생물을 닮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그 아이들은 경계심이 강해 금방 도망치곤 하는데, 히로는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존재니까. 다르지, 그래. 그래서 사실은 그녀가 그를 부르는 것이 아닌 3인칭을 사용하는 줄 알았다. 그녀가 점을 잇는 손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별자리. 어디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들어 본 적이 있는 말이다. 정말 그녀와 구면이었던가 싶어 잠깐 허리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살폈지만 그럴 리가 없지. 그녀는 곧 방긋 웃는다.
"당근 안 먹어."
딱히 편식을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편식을 한다면 잔소리를 할 테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당근이 가득한 꿈은 조금 괴로울지도 모르겠다고. 히로는 고개를 내저으며 매트 주위를 반바퀴 정도 빙 둘러 그녀와 마주보던 반대편에 섰다. 고래의 단위가 5에서 100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면 충전 수단을 그런식으로 부르는 것인가 싶은데. 맞든 틀리든 딱히 히로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그대로 매트리스 위에 풀썩 누워버렸다. 그녀의 바로 옆, 끄트머리의 구석자리에. 히로는 두 손을 올려 뒤통수를 삐딱하게 받친 자세로 뭐 문제있냐는 듯 앉아 있는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고 곧이어 무심히 눈을 감아버린다.
"싫은가?"
불편한가. 실눈을 감고 한쪽만 능청스레 눈을 뜬 히로가 그녀의 기색을 살피며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몸을 그녀의 쪽으로 돌려 누웠다. 무표정이지만 뻔뻔스럽기 그지 없는 얼굴이다.
그림처럼 뭉실뭉실 떠가는 구름 아래, 산들바람이 스치는 가미즈미의 푸르른 논밭 위 저 멀리 수평선을, 전차가 스치고 달려 지나가며 지평선을 그린다. 시이카는 문득 전차가 스치고 달려지나가는 그 풍경을 보면서, 오늘 선생님이 수업의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이야기해 주셨던 트롤리 딜레마 이야기를 떠올렸다. 풍경을 스쳐가는 열차의 긴 몸뚱이를 보며 시니카는 문득 생각했다. 멀리 떠나버릴까.
그러나 그녀는 이내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멀리 떠나서 도착한 곳이 이 곳이다. 여기서 더 멀리 어디로 떠난단 말인가. 떠난다고 해봤자 달라질 것은 있겠는가. 여기서 더 멀리 떠나보았자, 자신은 결국 비슷한 결말에 도달할 것이다.
내 여행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일은 없을 거야. 하고 시니카는 생각했다. 애초에 그녀에게는 남아있는 티켓도 없었다. 무임승차. 자신의 인생에 자신이 무임승차를 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게 조금 웃겨서, 시니카는 눈을 뜨며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그렸다.
코-쨩이라. 이건 또 새로운 느낌이네. 아무래도 이 소녀, 그러니까 아타마오카 양은 무언가 거리낌이 없는 느낌이었다. 좋게 말하면 쾌인쾌사(快人快事)요, 나쁘게 말하면 방약무인(傍若無人)이다. 하지만 그녀를 나쁘게 볼 이유는 하등 없었기에 그저 내 눈엔 귀엽다고 느껴질뿐이다.
" 그래, 그럼 그렇게 불러. 나도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지? "
자연스럽게 말을 놓으면서 대답한 나는 조금 진정이 됐나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휴지를 가져오려고 했다. 사실 아까부터 말은 안했지만 우는 바람에 얼굴이 조금 엉망이었으니까. 보기 안좋은건 아니지만 여자애한텐 조금 민감한 사안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금세 자리에 앉아야했는데,
" 이게 무슨 센고쿠 시대에나 들을 법한 말이야 ... "
갑작스럽게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다시금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물어오는 것이 여간 황당한게 아니라서 나는 이 소녀를 어떻게 해야할까, 하고 고민을 거듭해야했다. 그렇다고 화를 낼수도 없고 결국 달래줘야겠다는 생각에 도달한 나는 아까 목표로 했던 휴지를 가져와서 눈물을 닦아주며 얘기했다.
" 나는 그렇게 대단한 신이 아니니까. 그리고 그렇게 했을꺼면 아까 울때 진즉에 그랬겠지. 나는 그냥 도와주는 것뿐이야. "
미즈미는 실없는 소리를 하며 웃음을 유지했다. 주저리주저리 곧잘 말 늘여놓던 여자가 입을 다문다. 단순히 상대의 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눈꺼풀로 잘 가려놓은 눈동자가 굴러간다. 감 좋은 인간이다. 아까부터 연애 관련해서 집요하게 묻는 눈치였으니 무언가 걸리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그시 감은 눈 위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간다. 하기사, 이 학교는 신이 많았다. 다들 잘 섞이려 노력하는 모양이었지만 툭 튀어나와버린 사랑니처럼 위화감이 느껴지는 순간은 필연적이다. 턱을 두드리던 손 끝을 움직여 입꼬리를 그대로 끌어올렸다. 양 옆으로 길게 찢어진 입이 순간 뱀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눈 깜빡일 찰나에 미즈미는 평소의 그녀로 돌아와있었다. 손가락도 무릎위에 곱게 올려진 상태였다. 인간들은 예쁘게 웃는 사람을 좋아한다 했으니까 활짝 웃는다. 여느 인간과 같은, 같을 여자다.
"으음, 그건 곤란해요.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으면 로맨틱하지 않잖아요?"
아키라 속을 알았다면 미즈미는 진지하게 아키라를 홀라당 납치해다가 인간 아무나 골라 잡아 결혼하기 전까지 훼방 놓지 못하게 가둬놓을 고민을 했을지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제 사업을 방해하는 건 아무래도 곤란했다. 애석하게도 미즈미는 양심이 없는 편이었으므로 그런 고민을 할 수 있었다. 둘이 같은 상황에서 다른 꿈을 꾸고 있으니 실로 동상이몽이란 말이 어울리는 둘이었다.
"가벼운 게 뭐가 문제예요? 가볍게 시작한 관계가 나중에는 진지해질 수 있잖아요. 그리고 상대방이 힘든 게 그렇게 문제인가?"
미즈미는 아키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즉 사랑 받아온 적 없고, 사랑해 본 적이 없었다. 물 위에 둥둥 떤 송장만큼이나 중요하지 않은게 타인의 고통이었다. 미즈미가 눈꺼풀을 부르르 떨며 속삭였다.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좋잖아요. 사랑 앞에 눈 머는게 뭐가 나빠요? 어차피 고등학생인데 불장난정도는 칠 수 있잖아요. 아파도 좋은 게 사랑이라는데 한여름밤 꿈처럼 즐기면 어디 덧나나?"
뱀의 혀가 두 갈래로 갈라졌고 강의 갈래가 여덟 갈래로 갈라졌듯, 여자는 그저 여러가지를 보여줄 뿐이다. 하하하. 웃음 소리가 청량한 방울 소리가 되어 꿈을 깨웠다. 이크, 놀리는 것도 그만해야하는데. 미즈미는 비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까부터 슬슬 무언가 캐보려는 낌새가 영 마음에 걸린다. 자신은 인간에 대해 잘 모르니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저는요- 고등학생이 되면 꼭 연애를 해야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고등학생때 하는 연애 다들 한 번쯤 꿈꾸잖아요? 낭만적이지 않아요? 젊은 청춘끼리 얽히고 설키는 게."
드라마 소개글이 이랬던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여자는 평소처럼 밝고 명랑했다. 터벅터벅 학생회실의 문을 열며 미즈미가 등을 돌렸다. 열린 복도 창문에서부터 바람이 끼쳐오자 여자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것은 거짓의 그림자는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밝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제 꿈은 첫사랑이랑 결혼하는 거라서요."
미즈미는 사랑에 빠진 여자처럼 중얼거렸다. 어른이 채 되지 못한 철없는 고등학생의 얼굴이었다.
"용건 끝나신 것 같아서 이만 가볼게요.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요. 이야기 즐거웠어요."
//막레 각~~~ 너무 일찍 끝낸 것 같아서 쬐끔 아쉽네~~~~ 여기서 막레 줘도 좋고 이걸 막레로 해줘도 돼~
>>77 아침에 대답하기! 1. 이전에 마취로 비슷하게 나왔는데 술버릇으론 정말 만취하지 않으면 프로레슬링을 막 꺼내고 주접떨고 하진 않을 것 같네요! 그냥 죽은듯이 잠 잘 것 같아요! 2. 아미카는 먹는데 관심없다 -> 술파티는 먹어야한다 -> 술파티에는 관심 없다. 이기 때문에 아마 애써 못본척하며 "난 그냥 자도 되지이..?" 하고 들어가서 잘 것 같네요!
한 번 입 안에서 다시 단어들을 굴려보고 나서야 아, 이게 말장난이구나. 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쩐지 성숙한 감성의 손님이었다. 나잇대는 나와 비슷해 보였는데도 말이다. 물론 아예 처음 만나보는 타입의 손님은 아니었기에, 응대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물론 전의 손님들은 나보다 더 나이가 훨씬 많은 이들이었지만 말이다.
" 싸움과 사랑, 모순적이네요. 손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에서 그 만화책 속 커플링도 꽤 인기를 끈 것일지도 몰라요. "
어쨌든, 내가 알기로 그 커플링 나름 인기가 좋았으니까.(라고 오타쿠인 친구들에게서 엿들었다.) 역시나 나에게는 조금 어려운 말들이었지만 최대한 맞춰가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래도 이 손님은,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중요시 여기는 듯 했다. 연애에 관한 책을 찾는 것도 그렇고,
" 뭐.. 아무래도 꾸준한 스테디 셀러는 <러브 레터>. 꽤 예전 소설이지만 영화의 인기 때문인지 잊을만하면 꾸준히 나가는 책이에요. 손님은 이미 읽어보셨을라나. "
잘 자고 있던 사자랑, 잠자는 사자를 건드린 토끼! 잠을 깨운 이유로 화내겠다고 생각했던 걸 기억은 하는지, 코로리는 또 다른 신을 만난게 즐거워보인다. 무슨 신일런지 모르니 맞추어보겠다고 우선은 토끼신님, 하고 불렀는데 아무래도 틀린 답이었나 보다. 어떤 신님일까 고민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면 겨울 향이 맡아졌다. 새싹이 움트고 꽃망울이 하나둘 입을 여는 봄내음이 만연한 계절에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 뚝 부러지는 향이 난다. 어디서 이런 향이 나는지 찾아보면 허리를 숙여 가까이 다가온 겨울 토끼신님? 이 주인이었다. 얼굴을 살펴보는 듯하니, 코로리는 최대한 사자처럼 보이겠다고 표정을 찡그렸다. 눈썹과 눈매가 둥그렇게 휘어있기 때문에, 위를 향하는 눈꼬리가 힘겹게 포악한 맹수 사자의 눈빛을 흉내내려 애쓴다. 그나마도 잠깐 살펴보는 동안만 찌푸리고 있었고 곧 다시 웃는 낯을 그린다.
"그럼 겨울잠쥐신님?"
당근을 안 먹는 토끼는 그저 당근을 싫어할 뿐일까, 아니면 토끼가 아닌걸까 고민하면 겨울 향이 계속해서 코로리의 집중을 흩트려놓았다. 한 번 맡고 나니 계속 코끝에 걸린다. 겨울 향과 사자를 건들였다가 큰 화를 입기 쉬운 동물, 두 가지 만을 생각하다가 방금 깨어 느껴지는 미약한 잠결까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동물을 찾아냈다! 이번에는 정답이지 않으려나 하는 기대를 목소리에 품었다. 답을 기다리면서 시선이 발자국처럼 겨울잠쥐신님! 을 쫓아간다. 위를 향하던 시선이 풀썩이는 소리와 함께 아래로 고꾸라진다. 눈을 감아버린다니, 당근은 안 먹는다고 했으니 '당근 제외 무엇이든 좋은 꿈 꾸게 해주고 고래 100마리 만나게 해주기' 라는 거래가 성사됐다고 확신했다!
"뭐가? 난 당근 안 먹는 토끼도 좋아해."
풀썩이는 소리가 한 번 더 났다. 코로리는 겨울잠쥐도 찍찍 쥐니까 치즈 좋아할까? 의 옆으로 조금 다가가 앉았다. 팔을 쭉 뻗지 않아도 손이 머리카락에 닿을 정도로만 거리를 좁혀 앉았다. 겨울 향을 맡다 잊은 꽃단내도 찾아본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는 못된 아이, 몸에 쌓인 피로도에 비해 너무 조금 자서 아직도 피곤한 아이에게서 맡아지는 향이 난다면 못난이 신님이라고 할거야!
그래서, 오늘은 3월 32일이 아니라 4월 1일, 만우절이다. 그래도 만우절의 기분은 느끼고 싶었던 아미카는 과연 어떻게 만우절을 즐길지 고심했다. 처음에는 https://youtu.be/CUDVhAmTLnc WWE에 나왔던 하이파이브 장난을 해볼까 했지만 그 근육질의 선수들도 고통스러워하는 장난을 친구들에게 하는건 당연히 미친짓이라는 생각이 들어 급히 수정했다. 자신의 잠을 이용한 장난, 잘 될지는 모르겠다만 해볼만한 가치는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미카! 같이 놀..어?"
아미카의 친구가 아미카의 책상에서 본 모습은 늘 그렇듯 엎드려 자고 있는 아미카였지만 어딘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평소라면 일어날 아미카가 여전히 엎드려있단 것이었고, 책상 옆에는 가방과 체육복 가방이 다 없었으며 결정적으로 아미카의 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자고 있는 척 위장하고 숨는 장난이겠지, 내가 장난 몇단인데, 아미카의 친구는 그렇게 생각하며 장난스럽게 가짜 아미카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머리를 내려칠 생각에 손을 들어올렸다. 그때였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아미카가 고개를 휙 돌리며 일어났다. 사실 손을 소매에 넣어놓고 있었고 가방과 체육복 등은 숨겨놨던 것. 고개를 돌린 속도는 평소와는 다른 민첩함이 느껴졌다.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을까. 그 말에 후유키는 아연히 너를 바라본다. 정원의 유령인 시절에도, 신이 된 이후에도 성장해오며 네가 겪었을 모든 시간, 쌓여왔을 모든 감정들이 어땠을지 알 것만 같았다. 외로움으로 이루어졌을 시간들. 곁에 아무것도 남지 않고, 다시 떠나가야 했을. 후유키는 고개를 아래로 떨군다. 영원의 시선에서 본다면 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옆에 누군가 있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냐는. 자신이 즐겨 말하는 낙관적인 무욕, 무위에 관한 말은 너에게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위로는커녕 네게 폭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러니 자신에게는 위로와 사랑을 기대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 고통을 혼자서 감내했을 너에게 무언가 위로가 될 말을 하고 싶었다. 후유키는 쪼그려 앉은 너와 눈을 마주하려 하려 했을까. 후유키의 얼굴에는 평소와는 미묘하게 다른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즐거울 때도 웃지만. 그와 반대되는 감정이 드는 때에도 후유키는 웃는 것이었다.
"시이"
웃음기가 가신 목소리로 후유키는 너를 부른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먼저 걱정하지 말아."
그리고 말했잖아. 내가 돕겠다고. 그건 나에게 맡겨. 이어 말하며 후유키는 네 두 손을 다정히 맞잡으려 들었다.
가미즈미는 옛부터 물이 상당히 좋은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실제로 일부 연구원들이 가미즈미에 흐르는 물을 조사한 결과, 다른 지역의 물보다 월등하게 생명체에게 있어 좋은 성분이 가득하다는 성분 결과 조사를 낸 적도 있을 정도로. 물론 아직까지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오래된 전승에 따르면 가미즈미는 원래 척박한 땅이었으나 푸른 청룡신. '아오노미즈류카미'가 가미즈미에 자리를 잡았고 자신의 힘으로 이 땅에 물을 내려줬으며 그 물은 성스러운 신의 힘이 깃들어있어 오늘날까지 가미즈미를 풍족하게 해주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 진의는 알 수 없었으나 신들은 아마 가미즈미의 물에 가득 녹아있는 천과 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물이 흐른 곳이어서 그런 것일까. 봄이 되면 그 물을 먹고 자라는 꽃들이 너무나 화려하고 생기있게 활짝 피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특히 가미즈미 곳곳에 심어져있는 벚꽃나무는 봄이 되면 그야말로 분홍색 눈을 하늘에서 내리게 하는 것으로 유명할 정도로 화사하고 부드러운 분홍빛을 곳곳에 뿌렸다.
그래서일까. 가미즈미 마을에 있는 제일 오래된 벚꽃나무에는 커다란 신사가 하나 세워져있었다. 이 벚꽃나무에는 신이 깃들어있고, 그 신이 해가 되면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워준다고 하여 가미즈미 마을에선 벚꽃이 활짝 피게 되면 사쿠라마츠리를 열어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온 것을 알림과 동시에 이 벚꽃나무 근처에 있는 신사에 와서 참배를 드렸고 신에게 제물을 바쳤다. 그리고 그 제물의 일부는 나베에 넣어 조리를 한 후에 모두가 나눠서 먹는 풍습이 있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분홍색 눈이 가득 땅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사쿠라마츠리의 분홍빛 분위기가 가미즈미 마을을 찾아온 것이다.
/4월 2일부터 4월 9일이 되는 순간까지에요! 그리고 내일은 야미나베 이벤트가 있으니까 참가하실 분들은 참여해주세요! 별 건 없고 그냥 넣고 나온 것을 먹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이벤트에요!
그리고 2번째 이벤트가 더 있는데 벚꽃나무에게 소원을 빌 수 있어요! 빌고 싶은 소원이 혹시 있다면 [사쿠라마츠리 소원] 이라는 머릿말을 '꼭' 달고 웹박수로 자신이 누구인지 밝혀도 좋고 밝히지 않아도 좋고.. 아무튼 소원을 넣어주세요! 한 캐릭터당 오직 한 개만 가능해요! 이건 4월 7일까지 넣어주세요! 그러면 4월 8일에 제가 무슨 소원이 들어있는지 공개하고.. 혹시 그 중에 몇 개는 이뤄질지도 몰라요!
>>316 아쉽게도 상상만 해야 하지만~ 앗 그걸 묻는건가! >:3 요조라는 유치원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어! 어릴때야 색연필 크레파스로 슥슥 긋거나 칠하는게 전부였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나~ 그뒤론 공모전이나 대회가 있으면 한번씩 상도 탓다지? 성적은 바닥이어도 그림 실력만은 최상이거나 아니거나~ ><
“후후, 잘 알고 계시네요? 반대된다고 생각되는 것은 언제나 붙어 있는 거랍니다. 봄과 겨울은 언제나 붙어 있지요? 저는 물론 더 꽃의 종류가 많은 봄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겨울이 싫은 것은 아니에요. 언제나 사랑스럽지요.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름답지 않나요?”
그것은 그렇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었다.
“라부-레타아? 으음, 바다 건너의 말은 잘 모르겠네요. 아쉽게도 국내의 고서적 말고는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으신가요?”
여인은 소년에게서 책을 받아 들고서는 한참을 앞뒤를 살피더니 이내 마음을 정한 것인지 품에 안았다. 분명 라부는 사랑이고… 레타아-… 는 무슨 말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먼 나라의 말을 배우는 데에는 익숙하다 생각한 그녀였지만 아직은 쉬운 단어도 익숙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인정하였다 함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도 분명 멋진 사랑을 한 것이겠지요.”
그대가 보기에는 어땠나요- 마사히로는 그렇게 말하며 츠무기를 가르켰다. 그렇게나 유명한 이야기라면 분명 읽어본 적이, 못해도 들어본 적은 있을 테니 어느 정도의 지식은 있을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직접적으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누군가의 입으로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은 분명 그녀가 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먹는 음식이라면 정갈하고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그는 아직까지 고등학생이었다. 저염식에 매운것은 먹지 않으며 평소에 사탕이나 아이스크림 같은걸 먹지 않는 그도 가끔은 특별한걸 먹고싶기마련. 그렇기에 얼마 없는 용돈을 투자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발견한 그는 가끔 매점에 가서 두 개의 음료수를 블랜딩하는 남모를 취미가 있었다.
"녹차 1개랑 탄산수 1개 주세요."
매번 와서는 탄산수를 사가는 그 기괴한 학생에게 점원은 뭔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녹차와 탄산수를 주었고, 그는 미리 준비한 개인 통에 녹차와 탄산수를 붓고, 마치 한 명의 세련된 바텐더와 같은 세련된 움직임으로 칵테일을 만드는 듯 그 액체를 섞었다.
아아, 여기에 얼음이 있었다면 더 할 나위 없건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영 안팔려 재고만 쌓이는 전병 1팩을 가리키고 다시 말했다.
"그것도 주세요."
탄산음료에는 그에 맞는 과자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에 전병은 완벽한 선택이었다. 그 광경을 근처에서 본 사람, 그 이름은 가나자와 오타루. 그는 전병을 만족스레 쳐다보는 그에게 다가가서ㅡ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스즈는 다시 온전히 자기 페이스를 되찾아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처음 들어와 본 부실에 처음 보는 사람이다. 어색할 수 있고 긴장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 찾아오고 여기서 이렇게 만날 수 있던 것은 분명한 행운이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말한 스즈는 잠시간 눈 앞의 소녀를 의도치 않게 내려다보았다. 작은 키. 1학년일까. 다음으로는 눈을 돌려 검도부라는 곳의 이곳 저곳을 눈에 담았다.
" 죄송해요. 느닷없이 불쑥 찾아와서. "
곤란하다는 말에 스즈는 고개를 살짝 숙여 사과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말 없이 불쑥 찾아온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확실히 가입할 것도 아니고 견학의 목적이라면 더더욱이. 스즈는 그럼 돌아가야하나 라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아직 신사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사의 그 향기가 묻어있는 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 에, 그래도 되나요? "
화색이 돌았다. 그래도 뭐라도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니. 마찬가지로 이런 기회를 잡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극악의 확률을 뚫고 일어난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렇다면 역시 물러설 이유가 없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스즈는 그럼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며 한 걸음 더 안으로 들어갔다. 본격적인 견학이라는 느낌이었다. 신사의 그 신성하고도 향기로운 느낌을 물씬 풍기며 스즈는 자연스레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 미나미 신사, 들어보셨나요? 저는 거기서 왔어요. 거기 산다는 건 아니지만 거기서 지내고 있지요. 에헤헤- "
Q1. if. 밴드를 하게 되었다! 라면 맡은 포지션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무대 매너라던가, 어떤 장르를 하고 있을지도 알려줘 (:D)~~ 포지션은 기타려나 매너의 경우는 보컬을 묻을 정도로 관종이라서 악개들에게 많이 물어뜯길 것 같지 그러다가 결국 탈퇴 선언~bad end~ 장르는 어쩐지 프로그레시브 록이나 메탈이려나
Q2. 가벼운 질문 하나! 햄버거(버거킹 콰트로치즈와퍼 기준) 몇 개 까지 먹을 수 있을까? 반 개 여자아이는 소식하니까(라고 시이는 주장) 그래서 감튀와 너겟만 먹는답니다
어릴 때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굴다리의 아치문을 지나면, 무언가 특별한 모험이 시작된다고. 스스로 정한 일종의 규칙이었다. 아마 그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아니었던가 싶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었던가. 굴다리를 무심코 지나 의도치 않게 신들의 영역으로 들어가버리는 부분부터 시작되는, 치히로의 모험 이야기. 딱히 왕자님이나 공주님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왕자님같은 녀석이 있긴 했다), 못된 마왕이나 마녀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아니 잠깐 마녀는 있었지. 마녀에게 빼앗긴 이름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되찾아가는 이야기.
지금 생각해보면 시니카는 그때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주체적으로 써 나가는 치히로의 모습을 동경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친구들의 도움도 받고 친구들의 고민도 도와주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이 이끌어나가는 모습. 싫어, 라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그 모습 말이다.
그래서 한때는, 굴다리를 지나갈 때마다 그렇게 설렜더랬다. 굴다리 너머에 있는 풍경은 언제나 자신이 기억하던 그대로의 동네 풍경이었지만, 왠지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기라도 한 것마냥 모든 것이 달라보이고 가슴이 뛰었었다. 자신이 써나갈 자신의 몫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 곳에는 자신이 살아나가는 자신의 삶이라는 모험이 있었으니, 그 당시에는 그게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지금은 아니다.
시니카는 눈을 감고 푸르른 녹음 속에 감싸인 굴다리를 지났다. 그리고 눈을 떴다.
역시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굴다리 너머에 있는 것은 항상 그래왔듯이 평범한, 이제 천천히 자신의 눈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가미즈미 마을의 풍경만이 내려다보일 뿐이었다. 이제 와서 뭔가 달라질 리가. 하고 시니카는 웃었다.
>>447 아앗 상처받지마 상처받지마 (뽀다담) 내갸 갸루 온나 좋아해서 괜히 말해봤어,,, 아앗... 시이야......... 그대로 집에 가서 침대에 슬라이드 죽은듯 엎드려 누워있기 시전할 것 같네 정말... 일본 멘헤라 일러스트 한 30개 본 것 같은 기분(좋아함)이 든다 신기하네 ㅋㅋㅋㅋㅋㅋ
오늘, 매점은 조금 소란스러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구석쪽. 그늘이 져 얼굴을 가리기 딱 좋은 곳 말이다. 햇볕과 그늘 경계 사이로 불량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하나, 둘, 셋.. 적어도 한 명이 풍길만한 냄새는 아니었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자리로 양키라 불리우는 것들이 몸을 꼬아댄다.
- “근데 오다군은 언제까지 사양인거야?” - “후후, 미안한데. 난 누구처럼 바보는 아니라. 담배연기로 멋부려봤자 고릴라 같은 얼굴이 달라지진 않거든.” - “이자식아! 그러니까 해보라고 하잖냐~”
장난인지 뭔지 모를 험악한 말이 오가지만 느긋하게 처진 눈은 활짝 열린 문가로 기울어진다. 오타루는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는 둥 은근슬쩍 어깨를 돌린다. 너희 먹고 싶은 거 없냐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렇게 매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에도 다가오는 시선을 즐겼다. 친구들에게서 옮은 담배냄새 때문이라는걸 전혀 모르는듯한 표정이었다. 이제 간식을 고를 참이다. 눈에 집히는 걸 아무거나 잡을 생각이었다. 그 목소리가 들려올때까진.
“어이, 잠깐, 그거 내껀데?”
테츠야와 눈이 정확하게 마주치곤 눈가를 살짝 찌푸린다. 정확히는 ‘내(가 보고 있던) 건데?’지만. 선배라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무심히 간식을 고르고 있을 얼굴을 향해 당연하다는듯이 반말을 날려버린다.
>>469 아무래도 시이주는 진짜 같은 느낌이 있어... 이런말 해도 되나 ㅋㅋㅋㅋ 나도 멘헤라 좋아하지만... 시이주의 멘헤라 사랑과 디테일을 보면 내 어중간함이 어쩌고 같은 기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갸루,, 의도하지 않았는데 돌리다보니 점점 갸루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버렸지~~~~ 둘이 꼭 시내가서 키링 잔뜩 사고 돌아와야한다~~!!!
>>471 ㅇ우웃 마음 아픈 와중에 죽어간다는 표현 넘 좋아서 그저 오열중,,,,, 니카야 꼭 행복해야한다~! (수상한 동물농장톤)
토와주는 잘 자~!! 나는 사쿠라 마츠리도 열렸겠다.... 일상...을 구하기 전에 잠시 캡틴~ 사쿠라 마츠리면 등불도 달고 장터도 열리고 공연도 있고 그런 분위기인게 맞을까? 지금 서치중인데 확신하기 힘들어서 질문해봐
사실.. 시니카주도 없잖이 기대가 있기에 "굴다리를 무심코 지나 의도치 않게 신들의 영역으로 들어가버리는 부분부터 시작되는, 치히로의 모험 이야기"라는 대목이랑, 굴다리를 건너서 보이는 게 가미즈미 마을의 풍경이라는 점 등등 시니카의 심리만 빼면 이미 시니카가 맞이한 새로운 삶에 시니카 스스로만 알아채지 못한 변화가 한가득 담겨있다는 암시를 한가득 담아놨지만... :3 여러 사람이 참여한 일상스레인 이상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께
키가 큰 1학년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자신이 집으려던 전병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아직 돈도 내지 않았으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점원에게 가격에 맞는 돈을 줘야 전병을 얻을 수 있는건데. 설령 지불하려고 한다고 해도 전병을 먼저 선점한건 자신이었고 '녹차사와(내가 이름붙였다)' 에 어울리는 과자를 아무 이유 없이 건내 줄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 내것이 될거야."
말을 마치고 교복의 주머니에서 다시 돈을 꺼내었다. 전병은 재고가 별로 남지 않아도 인기가 없기에 추가주문을 덜 하는 편. 이 전병을 뺏기는건 다음 주문까지 먹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걸 이름도 모를 괴상한 냄새를 내뿜는 녀석에게 줄까보냐. 잘 생각해보니 이상한 냄새가 아니라 담배냄새인가.
:0 폰이 자꾸 올 가 나네...중고폰이지만 며칠 전에 갈아탄건데 왜 이래...( ˃̣̣̥᷄⌓˂̣̣̥᷅ )
>>441 1. 아마 기타 아닐까~~~ 스레에서 말한 적은앖지만 현악기 종류로 몇개 다룰 줄 알거든! 비파랑 기타를 연주할 줄 알아. 할 줄 아는 건 어쿠스틱 기타지만 일렉도 연습하면 되니까! 장르는... 내가 음악알못이라서 뭐라구 말은 못하겠구... 무대는 아마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게 정확한 연주? 기교나 퍼포먼스도 없이 딱 악보에 있는 걸 그대로 옮긴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2. 평상시에는 한 개. 작정하고 많이 먹으려면 10개도 들어갈 것 같지만...딱히 그 정도로 식욕이 있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소식하는 편이야.
이제 좀 짬이 나네. 다들 안녕👋 말랑이와 비닐장갑은 잘 받도록 할게. 앓이 남겨준 예쁜 친구는 라멘, 꼭 같이 먹자. 가리가리군도 먹고 차도 마시면 되니까.
아까 가져온다는 곡은 쏜애플의 뭍이라는 곡이야. 전체적인 멜로디 라인이나 사운드 효과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두운 밤, 깊은 바다 안에 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라고 생각해. 백마스킹이 공허하고 텅 비어있는 물 속에서, 메아리가 울리는 느낌을 줘서, 그런지 히키랑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네. 가사도 그렇고.. 그리고 거꾸로 하면 톰이지😉
할복은 분명 사형이지만 명예로운 사형이다. 일단 시이도 신이니까, 무례를 저질렀으나 그 신위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할복하도록 해라, 케이크를 상 위에 올려주고 내가 카이샤쿠가 되어주마.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버린 시이. 머리가 이상한 것은 정신병 뿐만 아니라 상식도 포함인 것이다. 시이는 날 때부터 예법과 암투가 오가는 복도 위에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시이를 구성하는 축 중 하나였던 여걸이 어떤 일을 겪고 살았는질 생각하면, 그건 분명 당연한 일.
조금 더 오래 살았더라면 이런 걸로 금세 사망을 예감하지는 않았으리라. 가미즈미를 관리하는 청룡을 알고 있다면 더더욱. 신이 인간을 해코지 하지 못하게 하는 만큼 신도 신을 해코지 하기는 어려울테니까.
시이는 여러모로 아는 게 없었다.
코세이가 쥐고 있던 휴지를 본인이 잡고서는, 훌쩍거리며 눈가를 찍어낸다.
"밤하늘의 신이잖아. 완전 초개념체잖아. 고작 나랑은 비교도 못할 정도로 슈-르 하니까. 훌쩍, 나 인간한테도 성가시단 소리 듣는 신이니까, 성가시게 구는 케밥이 신답지도 못하게 울고 있다구 혼낼 줄 알았어."
시이는 티슈곽에서 티슈를 벅벅 뽑아서는 흐응, 하고 코를 푼다. 어떤 신이 카페에서 울증이 도져서 울다가 휴게실로 끌려오는가. 스스로가 봐도 정말 한심한 작태다.
"코-쨩은 착하구나아... 머, 머라두 주고 싶은데. 나 새전함이 없어서... 돈이 없어. 뭘 해줘야 하지."
>>429 렌을 앓는 이가 있었단 말이야? 고마워~~ 행운의 500엔 동전, 델리만쥬, 보토모찌 받으니까 좋다~ 웹박수에 엄청 많이 들어왔는걸? 와아 정말 인원이 많은가봐.
>>441 오늘의 스즈즈 진단? 놓칠 수 없다. 1. 렌은 보컬? 세이렌이니까 노래를 잘 부른다는 몹쓸 뒷설정이 있으므로…. 보통은 발라드나 록발라드 느낌의 곡을 부를 것 같고. 조곤조곤하게 멘트를 이어나가거나 살며시 미소짓는 느낌으로 조금 차분하게 진행할 것 같은 기분이다~
2. 햄최몇?! 음, 대식가 설정이라 기본 3개 정도 먹고 최대 몇개냐!라고 한다면 6개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지? 물론 그정도 먹으면 너무 배불러서 좋아하는 기분은 아니겠지만?
히로주가 말씀하신대로 아무래도 지금 시즌에는 서로 이런저런 만남을 우선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벤트적으로 달달한 것을 밀어준다 그런 것은 없어요. 아마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하나씩 나올 것 같긴 한데... 사실 이 스레는 청춘 스레기도 하니 연애만이 아니라 우정도 키우고 꿈도 키우고 그래봅시다! 신이라도 친구는 만들고 싶어! 라던가!
첫 연플은... 상판의 오랜 데이터베이스를 따져보면 보통은 한달 후에 생길 가능성이 크더라고요.
갑자기 할복 생각이 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런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뭐 인신공양을 받아본 것도 아니고 누군가 죽는거에 관여한적은 단 한번도 없다. 음 ... 내가 모르는 곳에서 그랬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니까.
" 뭐, 그렇다고 쳐도 낮에는 계속 잠들어있어서 학교에서 주의나 듣는 신인걸.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야. "
뭘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해본적은 없다. 그냥 어느날 눈을 떴더니 별의 신이 되어있었고 내 옆에는 여동생이 같이 있었으니까. 내가 선택하지 않은 운명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한다는걸 불평해본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반쯤 체념하긴 했다.
" 그렇게 위엄있는 신도 아니고 신도들을 짱짱하게 거느리고 다니는 신도 아니야. 신도도, 신당도 없는 이름없는 신이니까. 너는 신으로써 이름도 갖고 있잖아? 그럼 나보다 나은게 아닐까? "
이름이 없어서 불평해본적은 없지만 말이다. 드문드문 전해지는 기록에도 그저 별의 신이라고만 적혀있으니까. 후세의 인간들이 이름이라도 지어줄줄 알았는데 하도 나서질 않으니까 내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런걸로 따지면 티슈로 코를 킁, 하고 풀고있는 이 소녀랑 다를 바는 없다.
" 뭔가를 바라고 하지는 않아. 별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어주는거니까 말이야. "
내가 정한 규칙이니까 결국 신이 정한 규칙이다. 적어도 별들만큼은 따라주는 나만의 규칙.
" 그래도 정 미안하다면, 방송으로 우리 카페 홍보 한번만 해주는건 어떨까? "
지금도 사람이 적은건 아니지만 매출이 올라가면 분명 월급도 올려주실테니까. 바빠지는거야 ... 사람을 더 뽑으면 해결될 일이 아닐까?
>>529 뭔가 말해놓고 보니 거절하고 끊어버리는 것처럼 말이 됐는데 미즈미가 하교하는 시니카를 붙잡고 하나비마츠리에 끌고 가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학년만 같고 말도 붙여본 적 없는, 2학년 1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전학왔기에 1학년 때의 면식마저도 없는 완전 쌩 낯선 아이한테 그렇게 붙임성있게 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공손)
>>529 확실히 시니카주가 원하는 일상은 :3 얼마전에 한 것도 있기도 하고 시이주 아이디어라 함부로 사용하기가 좀 그렇네~ 만약 한다면 다음에 비슷한 시츄로 돌리고 싶어~
아앗 그러면 미즈미가 얼렁뚱땅 끌고가고 싶기도 하네 사실 시니카가 소원빌고 마츠리 구경하는 거 보고 싶어서 이러는 거 맞음! 하다못해 봄 벚꽃 분위기는 내고 싶어 응응 그렇지만 시니카 특성상 갑자기 들이대면 싫어한다고 했으니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미즈미가 가벼움 무장! 이라서 :D 그러면 혹시 아~ 축제 부스에서 혼자 들어가기 좀 부끄러운데 같이 가주실래요? 흑흑 하는 것도 괜찮을까? 생각나는건... 오리배 (ㅋㅋㅋㅋ)랑 혼자 가기 애매한 디저트 부스 이런 거 떠오르는데
>>540 (끄덕끄덕) 아무래도 그렇지 :3 이제 생각해보니 이야기 꺼낸것도 실례군 미안합니다 시이주!
아, 시니카 지금 시점에서는 절대 소원은 안 빌 거야. 그렇지만 소원 비는 곳에 데려가는 것은 마음대로 해도 좋아! :3 시니카의 시니컬한 반응을 볼 수 있다... 어쩌면 미즈미가 좋아하는 종류의 반응일지도? 그건 일단 호감도 깎이는 걸 감수하고 들이대는 쪽으로 공략한 다음에 축제에 끌고 가서 호감도를 쌓으면 되는 것이다 >:3 원래 시니카는 연애시뮬레이션 느낌으로 말해보자면 초중반 선택지에서는 호감도 깎이는 걸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 아이라구 (중요한 팁) 축제부스도 괜찮을지도! 아무쪼록 괜찮은 느낌으로 고진 선처 부탁드리옵나이다.. (큰절)
>>544 좋아좋아 그러면... 역시 대충 구상 나온 축제로 가볼까나~~~??? ㅋㅋㅋㅋ 그럼.... 메이드 컨셉 카페.......... 가자고 해도 될까...........? 축제 부스에 하나쯤 있잖아............ 미즈미는 그냥 밥집이라고만 이야기했는데 막상 가보니가 메이드 카페인.... 아무 생각 없는 미즈미랑 이 뭔 씹 시니카를 보고 싶었어....
코를 휴지로 문질문질하면서, 고개는 연거푸 끄덕거리면서, 무한 공감하고 있는 시이. 그 공감은 어떠한 말에 이르러서는 1000%에 달한다.
시이의 콤플렉스라고 하면 콤플렉스인, 무신당, 무신도, 무새전함!
게다가 상대는 밤하늘이라는 멋들어진 상징임에도 불구하고 이름도 없다고 했다. 시이의 눈이 반짝반짝거리며 휴지를 집어던지고(너무하네) 코세이의 손을 멋대로 잡아왔다.
"응, 응응! 나도, 나도 신당 없어-! 인간들 너무하지, 멋대루 만들어놓고는 신당도 안 세워주고. 돈도 안 주고..."
아아, 돈이 없는 신은 슬프지. 그래서 시이도 인터넷으로 신앙과 돈을 쫌쫌따리 벌어대는 것이다. 매일매일이 세일 상품. 노동은 싫으니까 그런 방법을 택했다지만, 코세이는 묵묵하게 노동을 하기로 했나보다. 정말 의젓한 신이라고, 시이는 생각했다.
시이도 이름은 스스로 지었으니까, 코-쨩의 이름도 지으면 어떨까 싶었다. 보답할 수 있다면 그런 것이란 느낌. 하지만 오래 살지 않아서 어떤 게 멋지고 짱간지인지 전혀 모르겠어. 그러면서 우물쭈물, 물어볼까 말까, 하던 중 카페 홍보의 이야기가.
"그야! 물론 OK구- 그, 그 있잖아? 코-쨩만 괜찮으면, 응, 내가 코-쨩 이름을 생각해 봐두 될까? 나도 말이야, 내가 직접 이름을 지었거든. 그러니까 코-쨩도 스스로 이름을 지으면 되지 않겠나? 싶고, 응, 그래서어... 내가 몇 개 생각해오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 하구."
기회를 잡은 김에, 시이는 용기를 내서... 제안했다. 물론 아메이로누시라는 허술한 이름이니만큼 채택해달라고 우길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후보군을 제안하는 것 정도라면.
>>548 푸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념무상 허탈한 얼굴로 오리배 페달 밟고 있는 시니카 생각했는데 더한게 있었닼ㅋㅋㅋㅋㅋㅋㅋ 재밌겠다 그걸로 해보자 (시니카: 내 의견은) 시끄러워 넌 내 종이인형이다 >:3 가보자고 대강 미즈미가 잠깐 학교 일로 하교가 늦어지는 사이에 주변 친구들은 이미 먼저 축제에 가버렸거나, 아니면 주변 친구들 중에 메이드카페 같은 취향 공유할 만한 친구가 없어서 낯선 애를 붙잡아보거나 하는 상황이면 되겠네! 선레는 어떻게 할까? 혹시 내가 써줬으면 하거나 미즈미주가 선레를 먼저 쓰고 싶거나 하면 이야기해줘.
>>550 계속 일관성이 없다면 그 자체가 하나의 일관성이지. 그만큼 시이가 다면적으로 잘 짜인 좋은 캐릭터라는 뜻이니까 >:3 으아악 나 얘가 뭘하는지 모르겠어! 하면 좋은 캐릭터, 얘가 움직이질 않아... 하면 나쁜 캐릭터라는 말이 있더라 <:3 (이하 스루하셔도 좋읍니다)
>>551 ㅋㅋㅋ 아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겠다!!!! 미안 시니카........ 미즈미는 사실 메이드카페가 극악 컨셉이라기보다는 음! 인간들은 역시 숭배 받는 걸 좋아하는구나 노예제가 폐지됐지만 높은 사람이 되고픈 욕망은 이해한다 같은 느낌이야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음음... 상황은 전자에 가깝지 선레는 내가 쓸게~! 후다닥 써올테니까 걱정마! 배경은 마츠리 참여 안 할 시니카를 위해 마츠리에서 좀 떨어지니 곳을 배경으로 할테니가!
>>563 언제든 들고 와. 다시 채워줄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멀티도 불사하겠습니다..
>>565 츠무기도 잘 봤어. 극단적인 콘트라스트를 넘나드는 시이 옆에 일관되게 안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츠무기가 있어서 그 대비가 돋보인 덕에 일상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어 :3 언젠가 시니카 성격상 지독하게 짧은 일상이 될지도 모르지만 시니카가 한번 찾아가도 되겠습니까...
아~ 인간 너무 어렵다. 미즈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애꿎은 운동장 바닥을 턱턱 찼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봄은 사랑의 계절이라 했다. 거기에 사쿠라 미츠리까지 곁들어진다면 고백하기 딱 좋은 시기라 했지. 사실 미즈미는 한창 공략중인 친구가 있었다. 분명 '너 밖에 없어!' 라든가 '사랑해~!' 라든가 '우리 평생 가자.'따위의 말을 하는 통에 미즈미는 이번에야 말로 고백을 받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고멘고멘~ 나 오늘은 남친이랑 놀러가기로 했어.'
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지. 미즈미는 순간 인간 사회가 일처다부제 - 자신은 여성체이니 다처다부제인가- 체계로 이루어졌나 했다. 매콤한 헤녀(헤테로 여자)의 세계에 이제 겨우 발 디딘 미즈미는 속이 쓰리다. 문제는 이제 같이 축제를 즐길 사람이 없다는 데에 있다. 데이트하기 좋은 곳을 알아왔는데 같이 갈 인간이 없다니. 낭패였다. 그런 미즈미 앞에 자신과 같이 홀로 걸어가는 사람이 눈에 보인다. 그래 하늘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없을리 없지. 저 사람도 혼자 나도 혼자니까 마침 공통점도 있다. 원래 공통정 있는 사람끼리 잘 될 가능성도 높다.
"저기요~ 실례합니다~"
구렁이 담 넘듯 소리소문 없이 다가온 미즈미가 쭈욱 상체를 내밀고 말을 건다.
"혹시 시간 되시나요? 제가요- 너무너무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함께할 사람도 없어서요. 괴롭고 외로운데 그런 절 조금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분명 푸르게 빛나고 있던 하늘은 누군가 엎지르기라도 했는지 멀리서부터 주홍빛을 띄기 시작하며 천천히 물들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뒤로 원형으로 분명하게 빛나고 있는 태양이 그 모습을 숨기며 어둠이 찾아오기 전의 지상에 조금이라도 더 빛을 뿌려주고 있었다. 등에 봇짐을 가득 멘 아이는 그저 부지런히 발을 놀리는 것말곤 할 수 있는게 없었다.
' 마을까진 한참 남았는데. '
옆마을에 큰 시장이 열릴때마다 산에서 캔 약초들을 가지고 가서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소녀는 오늘따라 많았던 손님 때문에 평소보다 늦게 자리를 비울 수 밖에 없었다. 옆마을에서 자신이 사는 곳까지는 아무리 부지런히 걸어도 두세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잔뜩 팔아서 좋았던 기분은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에 잡아먹히듯 한움큼씩 사라지고 있었다.
'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주세요. '
그렇게 소녀의 소원은 태양이 마지막 빛을 뿌리고 산너머로 사라지자 계속해서 되뇌일 수 밖에 없었다. 달과 별빛에 의존해서 걸어야하는 밤길은 마을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장정도 결국 오금을 오므린채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 낮에 빠르게 걸어도 오래 걸리는 이 길을 그렇게 걸어가면 더욱 시간을 쓰겠지만 소녀에게 그럴 용기는 없었다.
' 저벅, 저벅, '
처음엔 자신의 발소리인줄 알았다. 자신의 봇짐은 무겁기 때문에 발소리는 더욱 울릴테니까. 하지만 자신이 걷는 걸음과 미묘하게 박자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건 금방이었다. 방금까지 걷던 걸음은 어디가고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지만 어째서인지 그 발소리는 멀어지는게 아니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게 해달라는 바램이 무색하게. 식은땀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고 조금씩 빨라지던 발걸음은 이내 한마디에 얼어붙은듯 멈출 수 밖에 없었다.
" 홀로 밤길을 걷는건 위험하단다. "
갑자기 귓가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소녀는 등에 멘 봇짐 때문에 엉덩방아를 찧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아얏, 하고 소리를 지른 소녀는 목소리의 주인을 황급히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어쩌면 밤하늘보다 더욱 어두운 머리를 가진 붉은 눈의 청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사람. 자신의 감정에 혼란을 가지면서도 소녀는 천천히 그를 향해 말을 걸었다.
" ... 누구세요? " " 나? 흠 ... 그냥 나그네라고 해둘까. 누가 시끄럽게 하길래 잠깐 나와봤지. "
씨익 웃는 모습에서 아무런 위협도 느낄 수 없자 소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이 근처엔 아무런 소리도 안들렸고 아무도 없었는데 어디서 시끄럽게 했다는걸까. 하지만 이런 무서운 밤길에 누군가 만났다는 사실에 소녀는 기뻐했다. 이런 밤에 만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 그래서 어딜 그리 바삐 가니? " " 마을에 ... 가야하는데 너무 늦어버렸어요. "
나그네는 소녀의 말에 흐음,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 그 마을은 여기로 가는 길이 아닌데.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나보구나. "
그 말을 듣자마자 소녀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둠이 켜켜이 내려앉은 지상은 주변을 분간하기 쉽지 않다. 어둠에 쫓기듯이 걷고 있던 소녀는 어느샌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이대로 더욱 갔으면 정말 길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소녀의 눈가에 없던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진다.
" 걱정하지마렴. 내가 길을 알고 있으니. "
우는 소녀를 본 나그네는 쪼그려앉아 고개를 숙인 소녀의 눈을 마주치며 하늘을 가리킨다. 수많은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에서 유독 밝게 빛나는 별이 나그네의 손가락 끝에 위치해 있었다.
" 혹여 밤에 길을 잃거든 저 별을 따라가면 너희 마을이란다. "
나그네는 웃으면서 얘기하고선 소녀의 봇짐을 갑자기 가져간다. 소녀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일텐데도 어째서인지 뺏긴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너무 무거웠던 어깨가 가벼워지자 울상이던 표정이 조금은 밝아지기만 할 뿐이었다. 갑자기 기운이라도 솟아났는지 소녀는 천천히 나그네가 가르쳐준 별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그럼 아저씨는 어디로 가시는건데요? " " 말했잖아. 잠깐 나와본거라니까. "
이 근처에 오두막이라도 짓고 살고 계신걸까. 소녀에겐 이해할 수 없는 얘기였지만 어른들은 그런가보다, 한 소녀는 언제 울었냐는듯 재잘대며 밤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등에 가득 봇짐을 멘 나그네는 그런 소녀의 옆에서 조용히 웃으면서 들어줄 뿐이었다. 생각보다 멀리 있을거라 생각한 마을은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 어귀에서 돌아오지 않는 소녀를 걱정한 마을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서있었고 소녀는 멀리 보이는 불빛에 기뻐하듯 말했다.
" 아저씨, 금방 왔어요! "
하지만 방금까지 들려오던 웃음소리와 나긋나긋하던 말소리는 들려오지 않았고 뒤를 바라보았을땐 소녀의 봇짐만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있을뿐이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아저씨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곧 달려오는 마을 사람들에 둘러싸인 소녀는 열심히 꾸중을 듣느라 지나가던 나그네에 대한 생각을 잠깐은 잊어버릴 수 밖에는 없었다. " ... 했더니 갑자기 나그네 아저씨가 사라졌다니까요? "
소녀는 집에 돌아와 할머니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린다. 그 밤길을 소녀 혼자 걸어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었기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정말 운이 좋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정작 소녀에게 동반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밤길의 공포에 헛것을 본거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 그렇다면 분명 신께서 도와주셨을게다. 가끔 밤길을 잃은 나그네들 앞에 나타난다는 신이 한분 계신단다. 이름도 없고 무슨 신인지도 모르지만 분명 그 분에게 닿은 것이겠지. 마주친 모두가 외모를 제대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정말 새카만 머리와 노을이 지는듯한 눈만큼은 다들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 " 이제야 좀 조용하네. "
소녀가 마을로 들어가는 것을 본 나그네는 한숨을 작게 내쉬고선 밤길을 다시금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늘도 밤하늘에 수놓아진 수많은 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그네는 손가락으로 아까 그 별을 조심스럽게 쓸어올려주었다.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심장은 딱지가 얹고 굳어져 질기디 질긴 흉터가 되어 이제 어느 것도 쉽게 상처입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가미즈미의 아름다운 하늘은 그런 시이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그녀를 한껏 동정한다. 이제는 세상 따위 멸망해라, 학교에 운석 안 떨어지나 같은 공멸적이고 중2병적인 소원을 빌기에도 너무 마음이 닳고 낡아버린 시니카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그런 시니카의 마음 따위 알 바 없이, 오늘은 등교길부터 학교까지 온 마을이 흥성거렸다. 그러고 보니 축제가 다가온다고 하던가... 하고 시니카는 생각했다. 사실, 바로 오늘이 축제의 첫날이었지만 그런 데에 억지로 귀를 닫아버리고 사는 시니카는 오늘이 축제의 시작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다만 피부로 온 마을이 흥성거리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게 와닿는 것은 꺼림칙했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도 외출을 한다고 하셨던가. 어딘가 내가 피신해 있을 만한 방음 잘 되는 조용한 데 없으려나, 시간을 보낼 만한 도서실이나 그런 데 처박혀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시니카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전자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고 과일향의 숨결을 깊이 들이켰다가, 길게 내뿜었다.
공교로운 우연이 얄궂게도 시니카를 덥석 덮쳐온 것이 그 순간이었다. 저기요- 하는 순간 아, 선생한테 걸렸나. 하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으나, 시야의 옆으로 쑥 끼어들어온 건 전혀 딴판의 존재였다. 빨간 리본/넥타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2학년생. 반에서는 본 적 없는 얼굴이다.
"응?"
뱀과 같이 찢어진 눈매에 담긴 차가운 보라색 눈이 미즈미를 물끄러미 주시해온다. 아직도 숨결에 파인애플향이 섞여있는, 미즈미보다 조금 눈높이가 높은 이 스카잔 차림의 학생은 곁눈질을 멈추고 미즈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미즈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 마디 한다.
그래도 위로가 조금은 통했는지 울상이던 얼굴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3년간 일하면서 이런 손님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같은 신이 이러고 있으니까 또 감회가 새롭긴하네. 하지만 눈물을 닦고 코를 풀던 휴지가 주변에 널부러져있는 상황을 보면 ... 작게 한숨이 나오려는건 어쩔 수 없다. 여기서 한숨 쉬면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니까 터져나오려는 숨을 간신히 참아냈지만.
" 모셔주는 사람이 있어도 좋겠지만, 없으면 자유롭잖아.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은 신이니까 알아볼 수도 없고. "
새전함으로 돈을 버는 것도 내 니트스러운 삶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분명 신관들에게 잔소리도 마구 들을것 같고 말이지. 주변의 신들을 보니까 막 그런걸로 스트레스도 받고 그러더라. 그러니까 누리기 위해서는 분명 포기해야만 하는 것도 있는 법이다.
" 내 이름? 내 이름을 지어준다라 ... "
눈을 뜬 그날부터 지금까지 이름도 없이 살아왔다. 알려지지 않으니 굳이 이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기 때문. 하지만 시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베풀어줄 수 있는 호의를 굳이 거절할 필요도 없었다. 이름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니까. 하지만,
" 내 여동생이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는걸. 내 여동생은 잠의 신이거든. 쌍둥이 신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적 없어? "
나만 이름이 생기면 또 세이세이, 나만 빼고 이름 생겼어! 하고 삐질 것 같단 말이지. 한날 한시에 태어나서 떨어져본적도 별로 없는 여동생이다. 나에게는 별거 아니어도 리리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 될지도 모르니까.
" 그래도 이름을 지어주면 그에 맞춰서 여동생한테도 지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네. 그러니까 부탁해도 될까? "
천천히 주변에 널부러진 휴지들을 주워서 쓰레기통에 던져넣으며 말했다. 나한테도 좋은 일이기도하고 이름이 생긴다는건 어쩌면 조금은 기대가 되기도 한다.
302 자캐는_자신의_치부나_약점을_소중한_사람에게_끝까지_숨기는가_솔직하게_드러내는가 (저번에 대답한 질문이므로 생략 >:3) 126 자캐의_건강도를_0부터_10까지로_나타낸다면 학생 평균을 5~6으로 놓는다고 한다면, 9! 시니카는 마음에 비해 몸은 상당히 건강한 축이야. 담배만 아니었으면 10일지도. 12 자캐는_고통스러운_기억을_단번에_잊을_수_있다면_잊는다_vs_그럼에도_간직한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단번에 잊는다... 고 하면, 고통스러운 기억 전부를 이야기하는 거라면 시니카는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과 기억을 잃은 후의 자신을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 (기억의 대부분이 지워질 테고.) 그래서 시니카는 그것을 일종의 자살로 받아들이겠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는 철학적인 사망을 맞이하고, 그 뒤에 남겨지는 건 존재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닌 다른 시니카일 것이라고. 그러니 그것은 시니카가 맞이할 수 있는 가장 상냥한 자살 방법이 되겠네. 시니카는 거리낌없이 전자를 고르지 않을까? 시니카,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600 아앗 적폐캐해 실패~~ 그렇지만 그런 쿨게열 요조라도 나는 좋아.... 아 정확해 ㅋㅋㅋㅋㅋ 그냥... 굳이 의식 없이 째는 느낌이라 ㅋㅋㅋㅋㅋ 어라? 이러다가 어장 최대 불량아 되는 거 아닌가
>>602 나.... 시니카주 캐해나 표현이나 키워드 내가 좋아하는 것들 투성이라..... 놀라.... 그럼에도 전자를 구한다니 큿소~ 절망적이야~~~~
>>606 그냥 이카리 신지 비명 냅다 발사~~~ 는 아니고 사실 의식 못하지 음.. 왜 빡치지... 이거 어덯게 하는건데 이거 뭔데 아 몰라 (잠수타고 100년후 모습 드러내기) 이런 느낌 ㅋㅋㅋㅋㅋㅋ ㅎ극한의 회피형,,, 혼란스러워할 것 같아 게다가 겪어본 적 없는 일이니까 조금 무서워도 하고?
시니카: 154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면? 적선을 한다면 얼마정도를 줄까요? "보통은 무시해." "그렇지만 나이든 분이나, 불편한 데가 있으신 분이 그러고 있으면..." "...그래도, 기껏해봐야 500엔에서 1000엔 정도려나. 그렇게 막 여유있진 않으니까." 022 왼손잡이 or 오른손잡이 "양손잡이." 324 하고있는 악세사리는? "딱히, 없어." 다 버렸거든.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이번 시험은 어땠어?" 시니카: "...그럭저럭일까. 딱히 어려운 건 없었네."
"어쩌다 그렇게 예의가 없게 된 거야?" 시니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위로해 줘." 시니카: "...위로할 사람을 잘못 골랐어." 시니카: (어깨를 토닥여준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건지는 모르지만. 고생했어." (if) 가챠겜 폭사했다는 말을 들은 시니카: (정색) "고생했어 취소. 바보같으니라고."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시니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자주_쓰는_이모티콘 "딱히 안 쓰는데." (라인을 트면 시니카주를 닮아 :3을 이따금 씀) 시간여행자_자캐는_언제로_가고싶어할까 "...딱히, 여기서 더 도망쳐도 바뀔 건 없으니까. 어디로도 가지 않겠지." 자캐의_춤_실력은 "...왜. 보고 싶어?" (시키면 상당히 잘 춤)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당차게 사자 흉내를 내는 모습이 재롱인지 애교인지 모르겠으나 상냥한 히로는 그 장단에 맞춰주기로 하여 잠에서 깨어난 사자-코로리-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려 했다. 조그마한 건 변함이 없는데. 안아 올리면 품 안에 폭 안길 것만 같은 게 아무리봐도 사자보단 토끼가 더 어울린다. 그런 말은 아이의 동심을 위해 넣어두었다. 그래봤자 저와 같은 신이었고, 또 어쩌면 이런 외형이나 행동거지 마저 흉내내기에 불과할 수도 있지. 속은 아주 오래오래 문드러진 영감님일 수도 있고. 이래나 저래나 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히로는 검은 토끼가 좋았다. 한밤중이 되면 영영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검은 아이가. 그래서 히로는 건조하게 뜬 눈으로 무해해 보이는 시야 안의 토끼, 혹은 사자에게 '먹는 법은 알아?' 라는 도발을 건네는 것이다. 그녀의 말 대로라면 히로는 좋은 먹잇감이 분명하다.
"뭐, 그래. 찍찍이."
동면쥐나 겨울이나 그게 그거겠지. 동면쥐를 겨울에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다만 그럼에도 마주친 당신은 동면쥐의 불청객이거나 혹은 우연찮은 행운을 가진 방랑자겠다. 어째서 굳이 제게 동물을 갖다 붙이는 지는 모르겠다만 상대가 그것을 원한다면 어물쩡 넘겨 줄 수야 있다. 본인은 이만치 커다란 사자고, 나는 땅콩만한 쥐새끼인가. 히로는 뒷머리를 긁적인다. 어두운 창고 속에서도 붉게 빛나는 그녀의 눈이 참 해맑다고 생각한다. 계절로 친다면 봄이겠다. 그녀는 꽃과 관련되었을까. 피어오르는 의문을 입밖에 내진 않는다.
"당근 대신 먹어줘 그럼."
당근 안 먹어도 좋아해 준다며. 히로는 얄궂은 얼굴로 그녀를 태연하게 바라본다. 매 급식 때마다 성가신 당근이 나온다면 제 앞자리에서 골라 먹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몇 퍼센트 정도 있다. 히로는 조금 뻗으면 닿을 거리의, 강물처럼 굽이치는 그녀의 검은 머리 끝에 검지를 대어 빙글빙글 꼬아내는 시덥잖은 장난을 시도한다. 토끼가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물결처럼 흐르는 머릿결이 눈길을 끈다. 눈 덮힌 산 속에 지내던 히로에게 강물이란 꽝꽝 언 모습이 더 익숙하다. 단지 그뿐이다.
"좋아해. 뭐든."
그러니까 이제 그만 재잘거리고 얌전히 눕는 게 어때. 히로는 그런 얼굴로 그녀의 옷깃을 매트리스 쪽으로 당기려 했다. 자다 깼으면서 기이하게 히로보다 발랄해 보인다. 먹는 행위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 나와도 그다지 호불호를 말 할 수 없었다. 이러다간 스무고개가 될 것 같다는 판단에 어서 누우라는 듯 제 옆의 매트리스를 미약하게 팡팡 쳐본다. 여지껏 딱딱한 책상에 앉아있다 푹신한 곳에 드러눕는 감촉은 없는 피로도 끌어낸다. 히로는 짧게 하품한다. 아직 체육시간이 끝나려면 멀었다. 시간이 모두 끝나 소란스러워지기 전엔 깨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안일함이 몰려온다. 어쩌면 옆에서 자꾸만 솔솔 풍겨오는 단내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토끼나 꽃 따위가 아니라 디저트이려나. 마시마로, 같은.. .본인과 별 관련은 없지만 나중에 깨어난다면 한번쯤은 물어보겠다고. 추위에 웅크리던 겨울쥐에겐 너무나도 사치스러운 내음이다.
233 네가_희생하면_세상이_멸망하지_않을_거라는_말을_들은_자캐는 : 아. 공허는 곧 멸망이니 소멸이 옳은 걸지도 모른단 뜻으로도 해석이 되네..😯 히키는 그게 순리라면 받아들이겠다 말하겠지만, 일방적인 비난이자 적대의 의미로 말한다면, 내가 멸망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이런 줄 아냐며 네가 뭘 아냐고 드물게 인상을 구길 거야.
252 길을_가다가_갑자기_뉴스_인터뷰를_하게_된_자캐의_반응은 : "아..." 주제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306 자캐에게_어울리는_건_장발_vs_단발 : 직접 보는 건 어때? Picrewの「やわらかめのネコヤギ」
>>619 1. 어둠의 다크커피!! 단 걸 정말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너무 단 건 먹으면 입 안에 끈적끈적한 단내가 나서 싫다구~ 쓴맛은 차라리 깔끔하니까 이쪽을 고릅니다
2. 간절히 바라는 것을 평생 갖지 못하기 아끼는 걸 부수는 건 파괴적이니 말이야. 무언갈 망가뜨리는 일은 필연적으로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해치게 되니까... 차라리 해치지 않고 영영 바라기만 하는 쪽을 고를 것 같네. 이래 보여도 누군갈 상처 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3
>>614 그야 초기에는 열심히 해야지! 하고 열정적으로 하던 시기도 물론 존재합니다! 한창 열심히 일할때도 있었고 ... 약간 신입사원이 일 열심히 하는 분위기였다니까요~~ >>619 엄청 쓴 커피!!!! 너무 달다구리한건 먹기가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아끼는걸 부술꺼에요~~ >>621 코세이가 남친감 ...? (절레절레)
"이 늙은이가 단순히 공허기에 타인의 행복을 해칠까 그러하였다?" "아무렴 이해합니다. 살던 낙원에 암운 드리우면 불안한 법이지요. 헌데 암운이 있고 비가 내려야 대지가 마르지 않는 법."
"그대.. 때려치지. 자네." "자네는 일차적인 것은 보고 부수적인 것을 보지 않으니 세상 만물이 모두 자네의 뜻대로 돌아가고 당연하다 생각하나 본데, 조금만 발상 달리하여도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가?" "내 이리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는가. 나라고 처음부터 이렇게.. 됐네, 뭘 더 말하겠나." "머리는 쓰라 있는 법이지. 용 써보게. 혹시 모르지." "답을 알게 되면 내 친히 당도하여 자네가 드디어 머리의 용도를 깨쳤음을 높이 살지."
할배가 그대를 쓰지 않는다는 건 존댓말을 버린다는 뜻이기도 해.😶
>>619 으음, 어려운 걸.
1. 1? 할배는 단 걸 좋아하거든. L이 먹는 만큼 각설탕을 넣어도 잘 드실 거야. 2. 1은 아주 익숙해. 재앙신이 손대면 늘 말로는 같은 법이지. 그런고로 2번. 아예 재앙을 차단하는 거니까.🤔
시니카가 등을 돌린다. 벚꽃이 화사하게 핀 하굣길에 꽃잎이 눈처럼 흐드러진다. 그럼에도 이 여자는 아름다운 광경에 어울리지 못하는, 퍽 이질적인 존재였다. 숨 막힐 듯한 생명력 사이에서 있기에 오히려 그림자가 짙어지는 사람이 있다. 시니카는 그런 종류의 사람처럼 보였다. 다리 위에 서서 하늘이 아닌 강물을 바라보는 자들이 주로 그랬다.
미즈미는 햇빛 받아 밝아진 얼굴을 내밀며 빵긋 웃었다. 반면에, 벚꽃이 만발한 풍경은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미즈미와 몹시 잘 어울렸다. 생명력 가득한 물을 머금고 자란 꽃들이니, 그 근원에 가까운 미즈미가 잘 어우러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그 것에도 감흥 없을 미즈미는 어떤 점에서는 시니카를 닮아있었다.
"에이-! 제 취향은 평범한데요. 여느 인간들이랑 똑같아요."
지레 놀라 미즈미는 황급히 변명한다. 일단 목표는... 평범한 온나노코니까. 처참히 실패했지만. 미즈미는 거기서 또 쑥쓰러운 듯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툭 튀어나온 뼈마디가 손끝에 걸렸다. 그 뱀 같은 시니카의 시선에도 미즈미는 겁 먹은 기색이 없다. 당연한 일이었다. 미즈미는 인간보다 뱀에 더 익숙한 존재였다.
"오늘 사쿠라 마츠리가 시작한 걸 아시나요? 거기에 연 분위기 좋은 밥집을 추천받았는데 세상에- 혼자 가기엔 너무 부끄러운 거 있죠? 같이 가주실 수 있을까요? 돈은 제가 내도 좋아요!"
그 분위기 좋은 밥집은 바로 메이드 카페였다. 시니카가 알았다면 뒷목 잡을 모호한 표현이었지만 미즈미는 진심이었다. 일단 그곳은 핑크핑크한 분위기에 소품도 아기자기 예뻤다. 거기에 음식에 캐찹으로 하트까지 써준다니 사랑의 기운이 싹 트기에 딱 좋은 장소 아닐까? 그랬다. 미즈미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429 https://postimg.cc/68YsyQxv 쪽지가 강렬해서 낙서할 수 밖에 없었다 ( ´∀`) 정사가 아니니까 실제로는 못 보겠지만 직접 선물해주러 온다면 예쁘게 머리 땋고 다닐거야~! 오백엔은 행운 부적으로 잘 챙기고, 델리만쥬와 초코바와 사탕꾸러미와 보토모찌는 다 먹어버렸어 행복해서 야옹할거야 (`・∀・´) 선물과 앓이 고마워!
그리고 갱신! 다들 좋은 새벽이야, 난 방금 일어난건데 지금 있는 참치들은 안 잔거겠지 (*´꒳`*).....?
스카잔 옷깃 사이로 빨간 리본이 언뜻 비치는, 미즈미와 같은 학년의 색의 넥타이를 하고 있는 소녀- 시니카는 미즈미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연스레 어우러지면서도, 기저에 깔린 묘한 위화감을 감고 있는 미즈미. 차분하게 감긴 채인 미즈미의 눈을 가만히 자색의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는 시니카.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눈을 감고 고즈넉히 서 있는 모습에서 무언가를 느끼기라도 한 걸까. 그럴 리가 없다. 저렇게 자기 자신에 매몰되어 모든 것을 잃어버린 까만 숏컷의 소녀가 다른 사람을 그렇게 눈에 주의깊게 담을 리가 없다. 그저 평범한데요, 하는 미즈미의 말을 되새기고 있을 뿐이리라.
"이상한데."
시니카는 정면으로 미즈미의 변명을 반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 시니카와 변변히 말을 섞어본 사람은 2학년 B반의 오토하 쇼라는 이름의 경음부원뿐이었다. 그 외에는 시니카에게 딱히 우호적이거나 적극적으로 대해온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었다. 모두가 시니카를 꺼려하고 있었기에. 그래서 자신의 취향을 평범하다고 칭하면서 자신을 지목해온 이 낯선 동년생에게 시니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다. 평범한 온나노코? 사람을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 스카잔을 껴입은 채로, 전자담배를 주머니 속에 쿡 쑤셔넣곤 길게 째진 눈으로 상대를 바라봐오는 모습이 평범할 리가. 자신이 평범했더라면 이렇게까지- 그만두자. 시니카는 생각을 억지로 중단했다. 스스로 익힌 자기보호기제였다.
그러나 도무지 형편이 좋지 않게도, 그 다음에 미즈미가 시니카에게 꺼내온 말은 시니카에게 더 낭패로운 것이었다. 사쿠라마츠리의 시작일이 오늘이라는 말에 시니카의 미간이 눈에 띄게 구겨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쉴 수 있는 곳을 원했는데, 그 반대로 그 소음의 진원지로 끌고 들어가겠다는 말이었으니.
"...어떤 곳이길래." 하고 중얼거리다가, 시니카는 미즈미를 똑바로 응시해오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왜 하필 나한테 말을 붙였는지 말해주면, 한번 따라가줄게."
네 차분히 미소 짓습니다. 얄밉기도 하여라! 먼저 계산하는 것은 오늘 아무것도 없이 집에 방문하는 실례를 대신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인간에게 공양 받을 것이기도 하기에 네 나서서 베푸는 것 또한 당연하기 때문이지요.
"렌 군, 그렇게 말하면 나는 기대할 수밖에 없어요?"
너 또한 입가를 휘어 작게 미소 짓습니다. 늘 차분한 미소 짓던 네게서 다른 미소는 으레 귀한 법입니다.
발맞춰 걸어가며 외진 곳으로 향하나, 위협은 없습니다. 어둠 속이 네 고향이요 네 자체니, 부정한 것 달라붙을 리 없습니다.
"..아, 벌써 마츠리군요. 마츠리가 끝나면 봄도 지나고 여름이 오겠지요."
생명이 움트는 봄은 빨리 지나가는 법입니다. 벚꽃이 활짝 핀 뒤 금세 시들 것이고, 여름이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걸 좋아하는 걸 보니, 어머니를 닮았단 생각이 듭니다. 물의 신은 물을 좋아했으니. 네 손 고이 모으며 작게 웃습니다.
"렌 군은.. 이번 마츠리 때, 벚나무에 소원을 빌 생각인가요?"
어린 인간이 신에게 소원을 빌지 궁금한 연유는, 네 존재가 신이기 때문이렵니다. 굳이 속된 말로 비유하자면 고인물이 뉴비 계정을 새로 파, 진짜 뉴비에게 이 게임 어떻게 생각해요? 하고 묻는 꼴이나 다름없습니다. 네 어린 인간의 대답을 들을 생각에 제법 흥미가 동하였습니다.
좋은 아침이네요! >>429 아미카를 너무 좋아해서 아미카의 기준으론 어중간한 수준인 8시간밖에 자지 못하다니..! 아미카가 좋아하는 레슬러중 하나인 오카다의 피니시인 레리어트를 먹여드리겠습니다! >>441 1. 밴드는 아마 락밴드일 것 같네요! 포지션은 베이스쪽이 어울릴 것 같고요. 무대 매너는 마치 레슬링 선수처럼 무대로 들어가거나 나갈때 관중들에게 손뼉처주기요!
목소리에는 온기가 없었지만, 맞잡은 후유키의 손은 놀라울 정도로 따뜻한 온기를 가지고 있었을까. 성 바깥을 보여줄 때에도 후유키는 이런 온기로 네 손을 잡아왔었지. 네가 맞잡으려는 손을 거부하지 않자. 후유키는 단단히 매듭지어 절대 풀리지 않을 것처럼, 그 가는 손가락을 네 손가락 사이로 넣어 손깍지 끼며 네 손을 좀 더 꽉 잡으려 한다. 이 모든 게 내가 너를 처음 정원 밖으로 데려갔을 때부터 생긴 일이니, 나는 너를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펴야 하겠지. 후유키는 고개를 든 너와 눈을 맞추고 이내 평소와 같은 웃음으로 널 마주한다.
"그래. 내가 해줄게. 그것 말고도 뭐든지 네가 싫은 것은 다 나한테 넘기렴. 뭐든지"
고개를 끄덕이던 시이는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는다. 문가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널 본다.
"보건 선생님이 오시는 모양이네." - 이러고.. 막레 내면 될 거 같네. 느린 나랑 돌려줘서 고마웠어 시이주.
'사쿠라마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조용했던 마을은 활기찬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전부터 가미즈미에서 살고 있던 이들이라면 최소 한번은 경험했을 마츠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분홍색 벚꽃잎과 함께 그 시작을 알렸다. 마을 곳곳이 분홍색 벚꽃으로 가득했고 노점과 가볍게 놀 수 있는 게임장, 그리고 그 외에 공연 등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첫날에 있는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벚꽃나무 근처에 있는 신사에서 제물을 일부 바치고 일부는 나베에 넣어 같이 조리를 해서 먹는 행사였다.
생명을 알리는 계절인만큼 그 생명을 시작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바쳐 먹을 수 있는 제물의 반을 신에게 드리며, 남은 반은 마을 사람들이 나눠먹는다는 전승이 있으나 대부분은 그냥 가지고 온 음식을 모아서 모두 다 같이 나눠먹을 수 있는 나베 형태로 바뀌었다 정도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전승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아무튼 오늘은 사쿠라마츠리의 첫 날이었다. 나베를 즐길 이들은 먹을 수 있는 것을 챙기고 신사로 향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뭘 챙겼는지는 밝히지 말고 신사로 향하는 레스를 쓰시면 되겠습니다. 자유롭게요! 시간은 8시 10분까지!
>>0 들고갈 것은 얼마 없었다. 야미나베에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행복해지자! 하는 나베였으니까. 모두가 해피해피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재료를 고민하자니, 조금 진지한 후보였던 미소녀의 양말은 기각되었다. 그걸로 행복해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시청자들이 말린 덕분이었다.
나베를 먹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다. 혼자 준비해봐야 그렇게 많은 양을 준비하지도 못할테고 생각하지만 혼자먹는 나베만큼 슬프고 허무한것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분명 엄청난 양의 나베를 먹을 수 있을테지. 나는 나베가 좋다. 나베는 최고다. 그 정갈하고 간단한 재료를 넣은 국물에 먹을것을 뎁혀먹는것이 좋다. 물론 재료의 맛이 담긴 그 국물도 좋다. 게다가 어쩌면 나베를 먹으러 가서 아는 얼굴을 볼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 그건 또 하나의 재미있는 이벤트가 되어 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준비해둔 한 가지의 재료를 들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신사를 올랐다.
마악 열린 사쿠라마츠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놀러온 사람과 매점을 연 사람들로 인산인해. 그 속에서 호시즈키당은 당당히 매점 하나를 열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호시즈키의 자제인 요조라도 이번엔 매점에 나왔지만, 어느새 매점 뒤로 빠져서 색연필을 들고 스케치북 위를 끄적이고 있었다.
"요루." "......" "요루?" "......" "요-루-우!" "꺅...!"
한창 그림 삼매경인 요조라를 누군가 부르며 어깨를 짚는 바람에 요조라는 그만 놀란 소리를 내고 말았다. 작게. 그리고 놀란 얼굴 그대로 뒤를 돌아보자, 같이 가족 유카타를 맞춰입은 오빠 마히루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마히루를 확인하자마자 요조라의 미간이 팍 구겨진다. 마히루는 그 미간을 검지로 꾸욱 누르며 말했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가서 나베나 먹고 와. 여기 넣을거 있으니까 가져가고." "나베...?" "어. 뭐더라, 공물을 바치고 남은 걸 나눠먹는거랬나. 아무튼 그래." "귀찮아..." "그럼 앞에 나와서 손님맞이 할래?" "으... 가면 되잖아, 가면..."
그리하야 요조라는 깨끗한 흰 천을 덮은 소쿠리를 들고 매점 뒤를 벗어나 밍기적밍기적 신사로 향하게 된 것이다. 유카타 차림이라 걸음이 평소보다 더뎌서, 제법 느즈막히 도착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지 않았을까.
후미카는 낮은 계단의 앞에 잠시 멈추었다. 준비해온 통의 손잡이를 쥔 손이 한 차례 곰질거리다 힘이 들어간다. 손잡이를 고쳐쥔 후 계단을 마저 오른다. 오늘은 봄을 맞아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날로, 신이 신에게 먹을 것을 바치는 것은 진상이라기보단 대접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후미카가 이 마을에 지낸지도 제법 긴 시간이 흘렀으니 같은 지역에 거하는 신에게 선물을 바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그런 생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과연 벚나무의 신이 이것을 좋아할지는 알 수 없지만…… 신에게 바칠 물건이니 재료를 허투루 챙기지는 않았다. 그러니 그 신도 어련히 성의 정도는 느끼리라. 들고 온 통 안에서 무언가가 굴러다니는 듯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제물이 주는 어감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적어도 미즈미는 그렇게 느꼈다. 지금껏 자신이 받아본 제물을 쑥 되짚어봤지만 마땅히 좋은 것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어째서 신에게 제물을 바친다면서 인간들끼리 국 끓여 먹는 건진 모르겠다만, 미즈미는 아무래도 좋았다. 저기 벚꽃나무에 깃들어있다던 신도 마찬가지였을 터였다. 중요한 건 인간이 품고 있는 믿음이지 그들이 들고 있는 물질적 무언가가 아니었다. 나베 먹으며 신에게 감사한다면 그것대로 좋을 일이다.
원점으로 돌아와 정리하자면, 미즈미는 뭘 가져가야 좋을지 고민했다. 한 3초정도... 삼고초려도 울고갈 삼초고려였다. 맛있게 먹을 법한 걸 가져가면 뭐든 괜찮을 거다. 생각을 마친 미즈미는 씩씩한 걸음으로 신사를 올랐다.
오늘도 거하게 하품을 하며 아미카는 집을 나섰다. 야미나베라, 아미카가 먹는걸 좋아하진 않긴 했지만 재밌어보이긴 했다. 그래서 '문화생활'로 해봐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만, 뭘 넣어야할지는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래서 일단 전골에 반드시 들어갈만한, 적당한걸 챙겨보기로 했다.
"최소한 먹을 수 있으면 좋겠네에.."
그렇게 혼잣말을 한 아미카는 신사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마치 알 수 없는 상대를 상대해야 하지만 일단 들어가야 하는 레슬러의 심정으로. 긴장감과 기대감이 공존한 상태로.
각자 신사로 왔으면 순서가 어떻게 되었건 비슷한 시기에 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존재를 모르던 이들도 여기서 처음 얼굴을 틀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저 위를 바라보면 학생회장인 아키라가 뭔가를 제단에 올리고 참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신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무녀는 이내 그 제물을 챙겨 안으로 가져갔고 다음 사람을 불렀다. 아무래도 이렇게 한명씩 한명씩 제물, 즉 공물을 바친 후에 참배를 하고 근처에 있는 천막으로 들어가는 구조인 듯 보였다. 실제로 아키라 역시 그 천막으로 들어갔으니까.
"자. 다음 사람. 올라와서 공물을 바치고 참배를 드려주세요."
다음 차례는 바로 당신이었다. 가지고 온 공물을 바치고 눈을 감고 참배를 드려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저 눈을 감고 조용히 있다가 가는 것도 좋고, 소원이 있다면 살짝 빌어보는 것도 좋을테고, 그것도 아니면 신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신사에서 모시는 신이 정말로 있을진 알 수 없었으나 여기까지 왔으니 뭔가를 하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테니까.
/뭘 가져왔는지는 아직 밝히지 말고 눈을 감고 소원을 빌던지, 잠을 잠시 자던지, 혹은 인사를 하던지. 그건 자유롭게 해주세요! 다만 여기서 소원을 빈다고 해서 사쿠라마츠리 소원 이벤트와는 별 상관은 없답니다! 여기서 소원 빈다고 해서 웹박수로 꼭 소원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나베 재료]라는 머릿말을 붙인 후에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말고, 반드시 '먹을 수 있는 것'을 작성해서 보내주세요! 다시 말하지만 반드시 '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해요. 먹을 수 없는 것을 보내면 바로 적용하지 않고 컷할 거예요!
차례가 되면 무녀의 안내를 따라 천막으로 들어간다. 처음 참여해보는 행사라 조금 낯설기도 했다. 챙겨온 재료를 다시 보니 공물이라고 하기엔 조금 뭣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그걸 바치고, 쇼는 잠시 어색한 몸짓으로 참배를 드린다. 그리고 소원을 잠시 빌어본다. 신 따위는 믿지 않으니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미카는 잠시 숨을 돌렸다. 체력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지만 아마 재료를 고르느라 잠을 좀 설친 탓이었겠지. 물론 낮잠을 한번만 잔 수준이지만 말이다. 약간 어색하게 아미카는 쭈뼛쭈뼛 들어가 재료를 바치곤 참배를 드리며 눈을 감고 소원도 잠시 빌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엄청 떨어지는 선물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묘한 불안감도 왠지 모르게 느껴졌다. 잠시 생각하던 아미카는 이러다 잠들까봐 다시 눈을 뜨고 자리를 떴다. 어디 앉아서 잘 곳을 찾아봐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오빠는, 오빠의 눈 색처럼 분홍색이 들어간 유카타를 입고 축제에 참여해줘! 라고 동생이 꼭 부탁을 했기 때문에, 좋아하던 파란색의 무난한 유카타에 벚꽃 자수가 들어간 연분홍색 허리띠를 동여매고 축제에 왔다. 정작 부탁을 한 동생을 친구들과 축제를 즐기겠다며 먼저 뛰쳐나가 옷에 대한 감상을 듣진 못했지만 말이다.
익숙한 얼굴들이 신사에 공물을 바치고 있었다. 집에서 부모님이 챙겨주신 재료가 있었다. 이걸 넣으면 되는 것이겠지. 나는 괜히 봉지에 잘 싸진 재료를 만져보았다. 맛있는 나베가 완성되면 좋겠다.
나는 들어가 소원을 빌며 공물을 바쳤다. 항상 참여하는 행사지만 그때마다 매번 재미없는 소원을 빌었다.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달라던가, 이번 학기도 친구들과 잘 지내게 해달라던가. 그러니 오늘은, 조금 재밌는 소원을 빌어볼까.
미즈미는 경건한 신사에서 굳이굳이 경박스럽게 입 밖으로 내뱉었다. 짝짝, 작게 손뼉치는 소리와 목소리가 맞물린다. 미즈미는 눈을 슬쩍 감고 -이미 감고 있어서 티는 안나지만-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신이 신에게 참배를 한다니 난생 처음 있어본 일이었지만 미즈미는 기꺼이 감사를 표하기로 했다. 나베 맛있잖아. 응. 얌전히 있다 갈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신사 안으로 들어가서 그저 목례를 하고 잠시 눈을 감다가 공물을 바치고 밖으로 나갔다. 많은 사람이 보였고, 그 수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공물이 모였겠지. 과연 어떤 나베가 완성될까. 궁금한 마음이었으나 그 결과는 어차피 나중에 알 일. 지금은 근처를 보는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어제는 다른 반의 낯선 여자애를 따라 사쿠라마츠리에 끌려갔다가 차마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해괴한 저녁을 보냈다. 그런데 오늘에는 너도 야미나베 행사에 갔다오라고 외할머니께서 보따리를 쥐어주시는 바람에 시니카는 억지로 집 밖으로 떠밀려나오게 됐다. 오늘도 저 소란스럽게 흥성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안식처를 찾기는 글러먹은 모양이다. 문득 보자기 안에 들어있는 게 뭐건 그냥 왁 쏟아버리고 대충 다녀왔노라고 둘러댈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외할머니께서 정성스레 준비한 것을 그렇게 함부로 다루기에는 허허벌판 꼴의 가슴팍 한가운데 남아 있는 한 그루 썩어빠진 나무 그루터기 같은 양심이나 예절, 염치라는 녀석들이 그래선 안 된다고 왁왁대는 통에 그러지도 못할 것 같았다.
하릴없이 시니카는 다시 사쿠라마츠리로 향했다. 자신의 발로. 그나마도 어제의 그 기괴한 하루가 예방접종과도 같이 되어 견딜 만했으나, 여전히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 골이 울리는 것 같다. 얼른 해치우고 돌아가야지. 뭐가 들어갈지 어떻게 알고. 야미나베 재료를 넣는 곳에 가서 할머니께서 마련해주신 보따리 안에 있는 조그만 병과 작은 되 안에 든 것을 부어넣고 돌아나왔다.
새전함에 가서, 새전도 바쳤다. 박수 두 번을 짝짝 치고, 합장한다.
그런데, 딱히... 뭔가 빌 게 없었다.
무엇을 빌면 좋을까.
소원이 없는 제게 소원으로 삼을 만한 걸 주세요.
신님이 그게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되묻는 것 같아서, 시니카는 돌아나오면서 소리없이 웃었다.
서로서로 천막 안엔서 얼굴을 텄을지도 모르고 혹은 천막에 들어가지 않고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시간은 그럼에도 분명하게 흘러갔고 이내 그나마 최근에 넣은 재료들끼리 모아서 만든 나베가 드디어 조리되었다. 하얀색 냄비에서는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고 무녀는 조심스럽게 천막 안에 그 나베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나베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하얀색 김이 파앗, 하고 올라오며 잠시 주변의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그 연기가 걷히자 보이는 것은 누군가는 경악할지도 모를 무언가였다.
선지로 보이는 뭔가가 떠 있었고, 너무나 많은 두부가 아주 한 가득 들어있었다. 하얀색 두부가 절대 다수였으며 그 중에는 연두색 두부도 들어있었다. 허나 국물은 뭔가 모르게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향으로 보아 인스턴트 가루라도 들어있었던 것일까? 그 와중에 옆구리가 터진 찹쌀 경단이 동동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부근에선 꿀 향기가 가득 나고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는 맥반석 계란으로 보이는 삶은 계란이 들어있었고, 풍미가 절로 돋는 향신료 향이 솔솔 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맛술도 조금 들어갔는지 그 향도 살짝 녹아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가운데에는 정말로 싱신한 대게가 있었으나 그 옆에는 식용이 가능한 개구리도 들어있었다. 그 와중에 무슨 버섯은 이리도 많은지. 새송이 버섯, 만가닥 버섯, 참타리 버섯, 팽이 버섯은 특히나 더 많이 들어있었다. 이내 아키라가 국물을 한 모금 떠마시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지. 피로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아무래도 드링크 같은 것도 들어간 것이 아니었을까?
일단 무녀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베를 나눠줬다. 개구리나 대게는 확실하게 잘라서 나눠줬고 누구 하나에게 불공평하게 더 많이 가는 일 없이 정말로 다양하게 재료들과 국물을 나눠줬다.
"많이 드세요. 여러분."
싱긋 웃는 무녀의 표정이 무섭게 보이는 이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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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간 재료는..
맥반석 계란, 피, 대량의 두부, 네모난 두부(기본 두부+말차 두부), 라면스프, 꿀이 들어간 찹쌀경단, 맛술과 향신료, 식용 가능한 통개구리, 홋카이도산 대게, 홍삼정 농축액 다섯 병, 모듬 버섯(새송이, 만가닥, 참타리, 팽이버섯), 팽이버섯 이상 12개랍니다.
외할머니가 무엇을 주었는지는 냄새로 대충 짐작하고 있었고, 결과물이 나왔을 때에는 국물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풍미가 그것을 확신케 했다. 외할아버지의 지인 되시는 분이 아주 유명한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기에, 명절마다 거기서 요리술에 쓰기 아주 좋은 정종이 들어온다던가.
그러나 한 입 떠먹어 봤을 때에는......... 도저히 그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비주얼만 놓고 봤을 때에는 꽤 훌륭한 나베다. 커다란 대게가 들어간데다, 무난하게 두부도 있고, 풍미 좋은 버섯들도 있고, 무엇으로 간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적당하게 매콤한 감칠맛에, 심지어 개구리라고 해도 일단 먹어서 맛이 있다면 시니카는 식재료가 얼마나 불쾌한지에 대해 크게 따지는 성격이 아니었다. 루왁 커피는 아웃이었지만, 식용 개구리 정도라면 납득가능한 수준이었다. 이상한... 선지같은 것은, 잘 모르겠으니 패스.
..... 그렇지만 대체 혀끝에 와닿는 이 눈치없는 단맛은 무엇이며, 거기다가 대체 누가 뭘 넣었길래 이렇게 떫고 쓴 맛이 난단 말인가.
일단 시니카는 딱 하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꿀경단을 넣은 게 누군지 알게 되면 아마 야구배트를 집어들게 될 것 같다고.
시니컬한 시니카 양은 평온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이 도저히 시니카 양을 가만 놔두지를 않습니다.
일단 피부터 먹어보는 게 순리겠지. 개구리의 입에 반절 가른 선지를 집어넣고, 머리째로 우물우물 먹으면 느껴지는 건 초-HAPPY-랄까. 아, 역시 쾌락신의 피는 이런 맛이지! 하게 되는 맛. 순식간에 HIGH해져서 꿀경단도 버섯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감칠맛은 좋지만 그 이외의 다시는 부족하달까. 피만으로 보충할 수는 없었던 거겠지. 아무도 다시마나 가다랑어 넣지 않은 거냐구, 2%의 불평이 생기는 맛이었습니다. 그래도, 완식.
미즈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뽀얀 김이 얼굴을 한창 때리고 지나갈 때에도 미즈미의 웃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 모습이 의미심장한지라 누가 보기에 따라 미즈미는 신실한 고행자가 되었다가도 고심에 빠진 수행자가 되기도 했다. 나베를 들어 코를 킁킁거린 미즈미가 작게 중얼거렸다. 영문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기울인다.
"인신공양?"
낯선 시대와 땅에서 느껴지는 이 익숙한 내음이란............. 그렇지만 미즈미가 알기론 피와 살을 제물삼는 일은 이제 사장된 원시 문화였다. 체감으로도 느끼고 있지 않는가. 그 외에 알 수 없는 잡다한 것들이 마구 섞인 탓에 알 길이 없다. 되었다. 미즈미는 강에 살면서 온갖 것을 먹어봤는데 그걸 감안한다면 이정도는 무척 맛있는 한끼인 셈이다. 미즈미는 아까 그 번듯한 웃음을 그만두고 활짝 웃었다. 상기된 볼이 몹시 장난스럽다.
"잘먹겠습니다-"
고기가 적은 게 좀 아쉽지만 좋아하는 재료가 많으니 괜찮다. 역시 고기를 가져오길 잘했다. 그렇게 단백질만 쏙쏙 골라먹은 미즈미의 그릇에는 버섯이 잔뜩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와- 메데타시 메데타시.
>>972 아앗 앞뒤가 달라~ 라는 뜻이었다고 ㅋㅋㅋㅋㅋㅋ 쫄지마 쫄지마 시이주~~~~~~!!! 앗 그렇구먼 ㅋㅋㅋㅋㅋ 그래도 신의 피라... 귀하다........ (미즈미 : 오랜만에 맛보는 개꿀맛이었습니다.) 먹어서 해피해진다니 마약성분같이 들리잖아 ㅋㅋㅋ 그렇지만 그마저도 멘헤라 같아서 어느정도 예측했다 사실 식재료에 피 있는거보고 바로 화장실 앞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을 시이 생각해버렸다고
완성된 전골의 비주얼에도 후미카는 느릿하게 눈만 깜빡이고 평온한 낯을 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그도 조금 놀랐다. 현재까지도 입맛에 동물적인 부분이 조금쯤 남았다지만 풍어신은 엄연히 정상적으로 조리된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의 입을 가진 신이라 이 말이다. 맛의 조화가 무엇인지 알고 풍미가 어떻게 어우러져야 하는지를 안다. 그런 의미에서 정체를 드러낸 나베의 흉흉한 몰골은 그의 사고를 순간적으로 정지시키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냄새만 맡기에도 맵고 짜며 달고 쓴 맛이 한꺼번에 난다니 어떤 의미에서는 식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나 다름없다.
"……."
후미카는 조용한 동작으로 그릇을 받아들었다. 음식의 모습에 눈을 의심하긴 했어도 여기까지 온 이상 음식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는 국물을 조금 홀짝였다. 즉시에 무슨 일이 있어도 반반하던 미간이 미미하게 좁혀들었다.
"……고향의 맛이 나는데."
홍삼에 에너지드링크에 게에 개구리에 버섯과 피와 두부… 신에게도 아득한 지구의 과거, 태초에 약동했던 생명과 같이, 자양강장의 극치를 달리는 생생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메뉴였다 이 말이다. 야생의 맛이 넘치다 못해 풍어신의 위마저 꿈틀꿈틀 살아 움직일 것 같아─ 후미카는 남몰래 제 배에 펀치를 먹였다. 위장이 뭐라고 항변하는 듯하더니 곧 잠잠해졌다. 아무리 혐, 아니 맛이 없는 음식이라 해도 다른 신이 주관하는 행사에 와서 싫은 티 팍팍 내는 무례를 보여서도 안 된다. 게다가 예로부터 기근에 반대되는 역을 맡은 신으로서 음식 버리는 짓은 용납하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