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마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조용했던 마을은 활기찬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전부터 가미즈미에서 살고 있던 이들이라면 최소 한번은 경험했을 마츠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분홍색 벚꽃잎과 함께 그 시작을 알렸다. 마을 곳곳이 분홍색 벚꽃으로 가득했고 노점과 가볍게 놀 수 있는 게임장, 그리고 그 외에 공연 등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첫날에 있는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벚꽃나무 근처에 있는 신사에서 제물을 일부 바치고 일부는 나베에 넣어 같이 조리를 해서 먹는 행사였다.
생명을 알리는 계절인만큼 그 생명을 시작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바쳐 먹을 수 있는 제물의 반을 신에게 드리며, 남은 반은 마을 사람들이 나눠먹는다는 전승이 있으나 대부분은 그냥 가지고 온 음식을 모아서 모두 다 같이 나눠먹을 수 있는 나베 형태로 바뀌었다 정도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전승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아무튼 오늘은 사쿠라마츠리의 첫 날이었다. 나베를 즐길 이들은 먹을 수 있는 것을 챙기고 신사로 향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뭘 챙겼는지는 밝히지 말고 신사로 향하는 레스를 쓰시면 되겠습니다. 자유롭게요! 시간은 8시 10분까지!
>>0 들고갈 것은 얼마 없었다. 야미나베에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행복해지자! 하는 나베였으니까. 모두가 해피해피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재료를 고민하자니, 조금 진지한 후보였던 미소녀의 양말은 기각되었다. 그걸로 행복해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시청자들이 말린 덕분이었다.
나베를 먹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다. 혼자 준비해봐야 그렇게 많은 양을 준비하지도 못할테고 생각하지만 혼자먹는 나베만큼 슬프고 허무한것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분명 엄청난 양의 나베를 먹을 수 있을테지. 나는 나베가 좋다. 나베는 최고다. 그 정갈하고 간단한 재료를 넣은 국물에 먹을것을 뎁혀먹는것이 좋다. 물론 재료의 맛이 담긴 그 국물도 좋다. 게다가 어쩌면 나베를 먹으러 가서 아는 얼굴을 볼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 그건 또 하나의 재미있는 이벤트가 되어 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준비해둔 한 가지의 재료를 들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신사를 올랐다.
마악 열린 사쿠라마츠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놀러온 사람과 매점을 연 사람들로 인산인해. 그 속에서 호시즈키당은 당당히 매점 하나를 열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호시즈키의 자제인 요조라도 이번엔 매점에 나왔지만, 어느새 매점 뒤로 빠져서 색연필을 들고 스케치북 위를 끄적이고 있었다.
"요루." "......" "요루?" "......" "요-루-우!" "꺅...!"
한창 그림 삼매경인 요조라를 누군가 부르며 어깨를 짚는 바람에 요조라는 그만 놀란 소리를 내고 말았다. 작게. 그리고 놀란 얼굴 그대로 뒤를 돌아보자, 같이 가족 유카타를 맞춰입은 오빠 마히루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마히루를 확인하자마자 요조라의 미간이 팍 구겨진다. 마히루는 그 미간을 검지로 꾸욱 누르며 말했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가서 나베나 먹고 와. 여기 넣을거 있으니까 가져가고." "나베...?" "어. 뭐더라, 공물을 바치고 남은 걸 나눠먹는거랬나. 아무튼 그래." "귀찮아..." "그럼 앞에 나와서 손님맞이 할래?" "으... 가면 되잖아, 가면..."
그리하야 요조라는 깨끗한 흰 천을 덮은 소쿠리를 들고 매점 뒤를 벗어나 밍기적밍기적 신사로 향하게 된 것이다. 유카타 차림이라 걸음이 평소보다 더뎌서, 제법 느즈막히 도착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지 않았을까.
후미카는 낮은 계단의 앞에 잠시 멈추었다. 준비해온 통의 손잡이를 쥔 손이 한 차례 곰질거리다 힘이 들어간다. 손잡이를 고쳐쥔 후 계단을 마저 오른다. 오늘은 봄을 맞아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날로, 신이 신에게 먹을 것을 바치는 것은 진상이라기보단 대접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후미카가 이 마을에 지낸지도 제법 긴 시간이 흘렀으니 같은 지역에 거하는 신에게 선물을 바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그런 생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과연 벚나무의 신이 이것을 좋아할지는 알 수 없지만…… 신에게 바칠 물건이니 재료를 허투루 챙기지는 않았다. 그러니 그 신도 어련히 성의 정도는 느끼리라. 들고 온 통 안에서 무언가가 굴러다니는 듯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