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12시마다 신선한 질문 좋구 1. 좀 취한다 싶으면 아무도 없는 곳을 찾으려고 한다 >:3 애초에 마신다면 혼자 마신다는 느낌일까. 수학여행날 같은 날 객기로 마시는 걸 빼면 애초에 아예 안 마시지만. 시니카는 술에 취해도 행동이 좀 둔해질 뿐이지 정신은 말짱한 편.
미즈미는 가차가 없었다. 우디르급 태세 전환은 단지 아부성은 아니었고 '새로운 걸 알아갑니다, 하하하'의 의미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미즈미가 착실하게 경찰에 신고했다는 점일까. 잡혔는지 안 잡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가미즈미 마을이 마냥 녹록치 않다는 점은 깨달았을 것이다.
"네? 그렇지만... 의료 기술이 발달했잖아요? 100살까지 살잖아요?"
미즈미는 마치 '과학'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1800년대 사람처럼 굴었다. 그러면 제가 주문한 할인 특가 단돈 1990원짜리 게르마늄도 전부 거짓부렁이였단 말인가. 과연 인간놈들의 마음 알기가 바다 깊이 알기보다 어렵다. 대체 뭘 하고 살았길래 손만 대면 따뜻한 물 나오는 것도 발명하고 눈에 끼면 앞이 잘 보이는 투명 렌즈도 만들어내놓고 손에 차면 건강이 좋아지는 거 하나 못 만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금 불퉁해진 미즈미가 아까보다는 조금 덜 명랑한 얼굴로 물을 받아 마신다. 엉클어진 심사와 달리 감사하다는 말은 착실히 한다.
"사랑이 유행이라고요? 다들 벌써 손 잡고 얼굴 붉히면서 사랑을 하고 다닌단 말이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1학년 할 걸! 미즈미는 급격히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당고를 하나 더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저희는 잘 모르겠네요. 다들 뒷산에 꽃 구경 가자는 이야기는 하더라고요. 음, 그리고 반 내에서 사귀는 애들은 아직 없고... 아, 3학년은 좀 어때요? 듣기로는 3학년이 되면 다들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다던데요."
>>77 A1. 어느 감정 하나가 엄청나게 북받쳐오를 거 같아요. 과도하게 신나서 이미 취했는데 들어가는 대로 계속 마시거나, 울적함이 터져서 가방을 붙들고 하소연을 한다던가, 말하다가 갑자기 계속 화나서 허공에 대고 억울해한다던가...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말이 없어지고 평소같은 상대로 돌아오는데 일어서서 한 세 걸음 걸으면 비틀대다가 풀썩.
A2. 맨 처음으로 나서서 병나발 부는 퍼포먼스를 해요. 신이라면 숙취도 없을테니 무책임하게 마시고 먹이는 참여자겠죠?
"...의료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안 나오는 것이 나오거나 하진 않아요. 그건 연금술의 영역이잖아요."
끼기만 해도 건강이 좋아지는 팔찌라니. 정말로 그게 나오면 그 사람은 노벨상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아키라는 생각했다. 물론 자신이 모를 뿐, 어딘가에는 있을지도 모르나 적어도 아키라는 그런 팔찌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광고로는 그런 효능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기도 하고. 그 사실이 불만족스러운걸까. 방금과는 다르게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는 미즈미를 바라보며 아키라는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양옆으로 휘저었다.
"아뇨. 아뇨.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1학년생 중에서 엄청 사랑에 관심이 많아보이는 애가 있어서. 어쩌면 그 애만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뭔가 분위기를 보면 정말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있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였거든요. ...뭐, 누군가는 이미 사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그도 그렇지 않은가. 봄은 사랑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었다. 자신이 모를 뿐이지. 어쩌면 학교 뒷뜰에서 누군가는 벌써부터 고백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연인이 탄생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동급생, 혹은 선후배. 참으로 다양한 조합이 이뤄질 것을 생각하며 아키라는 자연히 교내 연애를 허락할지, 막아야할지를 고민하다 자신이 너무 막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별 말 없이 넘기기로 마음 먹었다.
"어쨌든 2학년은 그럭저럭 평화롭다는 이야기로군요. 3학년은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 애들은 많아요. 물론 수험 때문에 다들 바빠서 힘들어하는 것 같지만 어떤 애들은 올해야말로 후배를 꼭 꼬셔서 연인으로 삼고 말겠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고. 그러니까 그런 꼬임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사이카와 씨도."
혹여나 여자면 아무나 상관없다. 라고 생각을 하는 선배진들에게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그는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물론 딱히 그녀가 지금 생각하는 것을 아는 것은 아니라 일반론적으로 선배에게 잘못 걸리면 골치가 아파지는 것을 아키라도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103 와아~ 미즈미주다! 별다른 건 아니고, 렌의 어머니가 500세 정도 되는 신인데, 태어나길 흐르는 강물에서 자연발생한 물의 신이고, 그 강을 다스리는 강의 신의 권속이었다가 독립했다는 설정이 있거든. 혹시 미즈미주만 괜찮다면 그 강의 신으로 선관을 짤 수 있을까 물어보고 싶어서! 물론 거절해도 괜찮음!
>>106 허거덩 그런 설정이 있었구나?? 나는 좋아! 와! 권속 생겼다! 그런데 렌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잘 모르겠네? 일단 임시스레에서 이야기 하고 렌주의 결정에 맡겨봐도 될까? 내가 지금 일상중이라 좀 걸릴 것 같은데 시트에 안 써진 설정이랑 어떤 성격인지 대충 정리해서 갱신해둘게~!
시이는 얌전했다. 눈물댐을 열고 나니 발악할 기운도 없는 듯이 잠자코 코세이를 따라갔고, 앞치마는 계속 잡고 있는 채였다. 코를 훌쩍거리며 울먹거리는 꼴은 분명 인간이면 인간이었지 신은 아니었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쾌락신이란 말을 전혀 믿지 않는 것이겠지. 보이지 않을 때는 멋대로 믿다가, 보이고 나면, 신의 실체를 보여주고 나면 믿지 않는 것들이 인간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곱절로 억울해져서 시이는 울컥, 입술을 앙다물었다.
"사람들 눈에 띄어서 일단 여기로 데려왔어요."
이 종업원도 분명 날 바보로 생각할 거야. 젠장, 오늘은 정말 정말 기분 좋은 최고의 하루였는데... 낭패야 낭패. 이렇게 만들어진 머리가 나도 싫어... 그렇게 생각하며 훌쩍거리는 소리가 커질 무렵. 종업원이 의외인 말을 건넨다.
"당신, 신이죠? 느껴지는 기운이 너무 익숙해서."
카페에서 냅다 울어버리다니, 당신 상식이 있는 겁니까? 해도 모자란 상황이었다. 분명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고개를 들면 보이는 얼굴은 분명 웃고 있다... 뭐, 뭐야 이 사람. 아니, 이 신! 신이 아니라 천사 아냐? 어쩌고엘 하는 이름을 갖고 있는 거 아냐? 팔백만의 신이 있다면 팔백만의 엔젤도 분명 가능하니까?!
"갑자기 일하는 곳에서 이런 해프닝이 발생해서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뭐 큰 소동은 아니었으니까 딱히 신경은 안써도 괜찮아요. 서로 상부상조하는게 좋잖아요? 그래서 이름이 뭐에요? "
신이라고 인정해줬어... 시이는 금세 마음이 풀려선 입꼬리를 움찔거렸다.
"나, 나 그러니까... 아메이로누시라구 해. 사탕의 아메여도 좋구, 비의 아메여도 좋아. 아메리카노의 아메도 좋고... 헤헤... 아, 아니. 이런 걸 물어본 게 아니구나! 그러니까 말이지, 난 아타마오카 시이. 헤, 외우기 쉽지? 직업은 쾌락신이야..."
미즈미는 모르쇠 일관했다. 아니 연금술도 그렇게 치면 화학의 영역 아닌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미즈미는 눈치 좋게 입을 다물었다. 오랜 시간 침묵하며 살아왔기에 힘든 일은 아니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해보니까 신 입장에서 무슨 건강을 신경쓴다고 열 올렸나 모르겠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생명의 염원이었으니 어쩌면 미즈미도 그 영향을 받았을지 모르겠다. 미즈미는 금세 무던해졌다.
"아하. 사랑꾼인가봐요- 사실 제 나이대 동년배들은 다 사랑에 심취해있을 시기잖아요. 안 그래요? 선배도 고등학교 다니면서 연애에 몰두한 적이 있지 않나요?"
보통의 고등학생은 동년배라는 말을 잘 쓰지 않지만... 미즈미는 그걸 몰랐다. 직감적으로 그 아이가 신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미즈미는 거기다 대고 '아 별 건 아니고 신들이 인간 좀 꼬셔야해서요'라고 말할 순 없었다. 눈 하나 깜빡 안하고 거짓말 하는 모습이 가증스럽다. 게다가 미즈미가 본 드라마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은 죄다 사랑에 미쳐있었으므로 퍽 괜찮은 변명이었다 사랑을 위해 사람도 때리고 학교도 째고 집도 나가고 그랬다. 사실 미즈미가 주로 보는 장르 태그가 #로맨스 #고등학생 이었기 때문이었지만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니 잠시 넘어가자.
"부럽네요- 저도 사랑을 하고 싶은데 말이죠. 그렇지만 선배의 말대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있다면 저도 가능성 있겠죠?"
와하하, 분위기 심각한 줄 모르고 미즈미가 웃는다. 저 태연한 낯짝 보라니. 뭘 캐내려한듯 웃음으로 슬쩍 넘어갈 것이 분명했다.
"엇, 정말요? 그것 참 좋은 소식이네요. 개이ㄷ, 네? 왜 조심해야해요? 연애하면 좋은 거 아닌가요?"
미즈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길다란 머리카락이 가닥가닥 흩어졌다. 연애를 한다 => 나를 사랑한다 => 무사히 결혼 골인 => 상급신이 된다 여자면 아무나 상관없다한들 무슨 소용인가. 미즈미는 인간이면 아무나 상관 없었다. 자기가 한 번도 사랑해 본 적 없는 게 좀 걸리지만 뭐 어떤가. 천천히 노력해보면 될 일이다. ...인간이 늙어 죽지만 않는다면. 아차. 생각해보니 상대는 인간이었다. 미즈미는 잠시 웃고는 검지를 올렸다. "농담이었어요." 저 뻔뻔한 얼굴을 보니 진담인지 농담인지는 모를 일이다.
"네! 최종적으로 짝, 아니 결혼을 목표로 하고 있답니다. 선배도 사랑에 관심 있으신가요?"
말소리가 점점 작아졌고 아키라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아애로 푹 숙였다. 그와 동시에 역시 알게 모르게 학교 내부에서 연애 관련으로 뭔가 이야기가 떠돌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아키라는 생각했다. 그때 그 1학년도 그렇고, 지금이 2학년도 그렇고. 다음에 3학년을 만났는데 연애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하고 합리적 의심을 해보기도 하며, 다음에 3학년을 따로 만날 일이 있으면 연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아키라는 다짐했다. 만약 거기서도 연애 이야기가 나와버리면 학생회장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를 조금 고민해볼 필요가 그에겐 있었다.
"가능성이야 있겠죠. 사이카와 씨를 좋아하는 이도 분명히 있을테고 말이에요. 네? 아뇨. 아뇨. 아뇨. 아뇨!! 안 좋죠!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이와 연애는 안되죠!! 물론 하던지 말던지는 자유롭지만, 그런 이들이 사이카와 씨를 진심으로 좋아할리가 없잖아요!"
이 후배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가 싶어 아키라는 다급하게 두 손을 휘젓고 고개도 빠르게 양옆으로 휘저었다. 잘못하면 진짜 못된 마음을 품고 있는 이에게 잘못 걸려서 큰일이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선도부에게 당분간 순찰을 더 빡세게 돌도록 지시를 내려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농담이라는 말이 들려오자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와중, 아키라는 자신에게 온 물음에 두 눈을 크게 깜빡였다. 역시 학교에 무슨 연애 관련 이야기가 퍼진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하며 아키라는 일단 날아온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관심이 있냐, 없냐로 물으면 관심이야 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시작할 생각은 없지만요. 시미즈 가문의 사람으로서, 신중하게 하고 싶거든요. 무엇보다... 저보다는 상대 쪽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고... 그건 싫거든요. 네. 그것만큼은 정말로 싫어요."
중학생때의 일을 떠올리며 아키라는 괜히 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좋건 싫건 그건 자신에게 채워진 족쇄나 마찬가지였다.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고 끊어서도 안되는 자신의 족쇄를 떠올리며 그는 애써 다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사이카와 씨는 왜 그렇게 연애를 하고 싶으신건가요? 그러니까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말이에요. 그냥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니 괜히 궁금해서요. 답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셔도 괜찮고요."
스즈의 이름을 작게 되아리며 중얼거린다. 외기 어려운 이름도 아니건만. 헌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그녀는 어딘지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검도부란 다들 이런 것일까.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이내 허리를 숙여가며 인사하는 스즈덕에 잠겨있던 생각 속에서 깨어난 시로하는 잘 부탁한다, 라며 그것을 받아준다.
"으음... 하지만 곤란하구나. 견학이라고는 해도 보다시피 현재 검도부는 나를 제외하고 텅 비어있는 상태이니 말이다."
확실히 그럴 것이다. 이 공간을 압도하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은 둘째치더라도 여기에 있는 것은 정작 스즈의 앞에 서있는 그녀, 시로하뿐이었으니 검도부 감독사범으로서의 그녀를 1:1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그다지 흔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래서야 확실히 견학은 어떠려나... 그런 그 때에 시로하는 무언가 생각이라도 난듯 그렇지, 라고 말하며 고개를 틀어 스즈 쪽을 바라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