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3 언제든 들고 와. 다시 채워줄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멀티도 불사하겠습니다..
>>565 츠무기도 잘 봤어. 극단적인 콘트라스트를 넘나드는 시이 옆에 일관되게 안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츠무기가 있어서 그 대비가 돋보인 덕에 일상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어 :3 언젠가 시니카 성격상 지독하게 짧은 일상이 될지도 모르지만 시니카가 한번 찾아가도 되겠습니까...
아~ 인간 너무 어렵다. 미즈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애꿎은 운동장 바닥을 턱턱 찼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봄은 사랑의 계절이라 했다. 거기에 사쿠라 미츠리까지 곁들어진다면 고백하기 딱 좋은 시기라 했지. 사실 미즈미는 한창 공략중인 친구가 있었다. 분명 '너 밖에 없어!' 라든가 '사랑해~!' 라든가 '우리 평생 가자.'따위의 말을 하는 통에 미즈미는 이번에야 말로 고백을 받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고멘고멘~ 나 오늘은 남친이랑 놀러가기로 했어.'
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지. 미즈미는 순간 인간 사회가 일처다부제 - 자신은 여성체이니 다처다부제인가- 체계로 이루어졌나 했다. 매콤한 헤녀(헤테로 여자)의 세계에 이제 겨우 발 디딘 미즈미는 속이 쓰리다. 문제는 이제 같이 축제를 즐길 사람이 없다는 데에 있다. 데이트하기 좋은 곳을 알아왔는데 같이 갈 인간이 없다니. 낭패였다. 그런 미즈미 앞에 자신과 같이 홀로 걸어가는 사람이 눈에 보인다. 그래 하늘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없을리 없지. 저 사람도 혼자 나도 혼자니까 마침 공통점도 있다. 원래 공통정 있는 사람끼리 잘 될 가능성도 높다.
"저기요~ 실례합니다~"
구렁이 담 넘듯 소리소문 없이 다가온 미즈미가 쭈욱 상체를 내밀고 말을 건다.
"혹시 시간 되시나요? 제가요- 너무너무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함께할 사람도 없어서요. 괴롭고 외로운데 그런 절 조금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분명 푸르게 빛나고 있던 하늘은 누군가 엎지르기라도 했는지 멀리서부터 주홍빛을 띄기 시작하며 천천히 물들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뒤로 원형으로 분명하게 빛나고 있는 태양이 그 모습을 숨기며 어둠이 찾아오기 전의 지상에 조금이라도 더 빛을 뿌려주고 있었다. 등에 봇짐을 가득 멘 아이는 그저 부지런히 발을 놀리는 것말곤 할 수 있는게 없었다.
' 마을까진 한참 남았는데. '
옆마을에 큰 시장이 열릴때마다 산에서 캔 약초들을 가지고 가서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소녀는 오늘따라 많았던 손님 때문에 평소보다 늦게 자리를 비울 수 밖에 없었다. 옆마을에서 자신이 사는 곳까지는 아무리 부지런히 걸어도 두세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잔뜩 팔아서 좋았던 기분은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에 잡아먹히듯 한움큼씩 사라지고 있었다.
'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주세요. '
그렇게 소녀의 소원은 태양이 마지막 빛을 뿌리고 산너머로 사라지자 계속해서 되뇌일 수 밖에 없었다. 달과 별빛에 의존해서 걸어야하는 밤길은 마을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장정도 결국 오금을 오므린채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 낮에 빠르게 걸어도 오래 걸리는 이 길을 그렇게 걸어가면 더욱 시간을 쓰겠지만 소녀에게 그럴 용기는 없었다.
' 저벅, 저벅, '
처음엔 자신의 발소리인줄 알았다. 자신의 봇짐은 무겁기 때문에 발소리는 더욱 울릴테니까. 하지만 자신이 걷는 걸음과 미묘하게 박자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건 금방이었다. 방금까지 걷던 걸음은 어디가고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지만 어째서인지 그 발소리는 멀어지는게 아니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게 해달라는 바램이 무색하게. 식은땀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고 조금씩 빨라지던 발걸음은 이내 한마디에 얼어붙은듯 멈출 수 밖에 없었다.
" 홀로 밤길을 걷는건 위험하단다. "
갑자기 귓가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소녀는 등에 멘 봇짐 때문에 엉덩방아를 찧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아얏, 하고 소리를 지른 소녀는 목소리의 주인을 황급히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어쩌면 밤하늘보다 더욱 어두운 머리를 가진 붉은 눈의 청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사람. 자신의 감정에 혼란을 가지면서도 소녀는 천천히 그를 향해 말을 걸었다.
" ... 누구세요? " " 나? 흠 ... 그냥 나그네라고 해둘까. 누가 시끄럽게 하길래 잠깐 나와봤지. "
씨익 웃는 모습에서 아무런 위협도 느낄 수 없자 소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이 근처엔 아무런 소리도 안들렸고 아무도 없었는데 어디서 시끄럽게 했다는걸까. 하지만 이런 무서운 밤길에 누군가 만났다는 사실에 소녀는 기뻐했다. 이런 밤에 만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 그래서 어딜 그리 바삐 가니? " " 마을에 ... 가야하는데 너무 늦어버렸어요. "
나그네는 소녀의 말에 흐음,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 그 마을은 여기로 가는 길이 아닌데.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나보구나. "
그 말을 듣자마자 소녀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둠이 켜켜이 내려앉은 지상은 주변을 분간하기 쉽지 않다. 어둠에 쫓기듯이 걷고 있던 소녀는 어느샌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이대로 더욱 갔으면 정말 길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소녀의 눈가에 없던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진다.
" 걱정하지마렴. 내가 길을 알고 있으니. "
우는 소녀를 본 나그네는 쪼그려앉아 고개를 숙인 소녀의 눈을 마주치며 하늘을 가리킨다. 수많은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에서 유독 밝게 빛나는 별이 나그네의 손가락 끝에 위치해 있었다.
" 혹여 밤에 길을 잃거든 저 별을 따라가면 너희 마을이란다. "
나그네는 웃으면서 얘기하고선 소녀의 봇짐을 갑자기 가져간다. 소녀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일텐데도 어째서인지 뺏긴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너무 무거웠던 어깨가 가벼워지자 울상이던 표정이 조금은 밝아지기만 할 뿐이었다. 갑자기 기운이라도 솟아났는지 소녀는 천천히 나그네가 가르쳐준 별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그럼 아저씨는 어디로 가시는건데요? " " 말했잖아. 잠깐 나와본거라니까. "
이 근처에 오두막이라도 짓고 살고 계신걸까. 소녀에겐 이해할 수 없는 얘기였지만 어른들은 그런가보다, 한 소녀는 언제 울었냐는듯 재잘대며 밤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등에 가득 봇짐을 멘 나그네는 그런 소녀의 옆에서 조용히 웃으면서 들어줄 뿐이었다. 생각보다 멀리 있을거라 생각한 마을은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 어귀에서 돌아오지 않는 소녀를 걱정한 마을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서있었고 소녀는 멀리 보이는 불빛에 기뻐하듯 말했다.
" 아저씨, 금방 왔어요! "
하지만 방금까지 들려오던 웃음소리와 나긋나긋하던 말소리는 들려오지 않았고 뒤를 바라보았을땐 소녀의 봇짐만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있을뿐이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아저씨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곧 달려오는 마을 사람들에 둘러싸인 소녀는 열심히 꾸중을 듣느라 지나가던 나그네에 대한 생각을 잠깐은 잊어버릴 수 밖에는 없었다. " ... 했더니 갑자기 나그네 아저씨가 사라졌다니까요? "
소녀는 집에 돌아와 할머니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린다. 그 밤길을 소녀 혼자 걸어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었기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정말 운이 좋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정작 소녀에게 동반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밤길의 공포에 헛것을 본거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 그렇다면 분명 신께서 도와주셨을게다. 가끔 밤길을 잃은 나그네들 앞에 나타난다는 신이 한분 계신단다. 이름도 없고 무슨 신인지도 모르지만 분명 그 분에게 닿은 것이겠지. 마주친 모두가 외모를 제대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정말 새카만 머리와 노을이 지는듯한 눈만큼은 다들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 " 이제야 좀 조용하네. "
소녀가 마을로 들어가는 것을 본 나그네는 한숨을 작게 내쉬고선 밤길을 다시금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늘도 밤하늘에 수놓아진 수많은 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그네는 손가락으로 아까 그 별을 조심스럽게 쓸어올려주었다.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심장은 딱지가 얹고 굳어져 질기디 질긴 흉터가 되어 이제 어느 것도 쉽게 상처입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가미즈미의 아름다운 하늘은 그런 시이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그녀를 한껏 동정한다. 이제는 세상 따위 멸망해라, 학교에 운석 안 떨어지나 같은 공멸적이고 중2병적인 소원을 빌기에도 너무 마음이 닳고 낡아버린 시니카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그런 시니카의 마음 따위 알 바 없이, 오늘은 등교길부터 학교까지 온 마을이 흥성거렸다. 그러고 보니 축제가 다가온다고 하던가... 하고 시니카는 생각했다. 사실, 바로 오늘이 축제의 첫날이었지만 그런 데에 억지로 귀를 닫아버리고 사는 시니카는 오늘이 축제의 시작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다만 피부로 온 마을이 흥성거리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게 와닿는 것은 꺼림칙했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도 외출을 한다고 하셨던가. 어딘가 내가 피신해 있을 만한 방음 잘 되는 조용한 데 없으려나, 시간을 보낼 만한 도서실이나 그런 데 처박혀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시니카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전자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고 과일향의 숨결을 깊이 들이켰다가, 길게 내뿜었다.
공교로운 우연이 얄궂게도 시니카를 덥석 덮쳐온 것이 그 순간이었다. 저기요- 하는 순간 아, 선생한테 걸렸나. 하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으나, 시야의 옆으로 쑥 끼어들어온 건 전혀 딴판의 존재였다. 빨간 리본/넥타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2학년생. 반에서는 본 적 없는 얼굴이다.
"응?"
뱀과 같이 찢어진 눈매에 담긴 차가운 보라색 눈이 미즈미를 물끄러미 주시해온다. 아직도 숨결에 파인애플향이 섞여있는, 미즈미보다 조금 눈높이가 높은 이 스카잔 차림의 학생은 곁눈질을 멈추고 미즈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미즈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 마디 한다.
그래도 위로가 조금은 통했는지 울상이던 얼굴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3년간 일하면서 이런 손님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같은 신이 이러고 있으니까 또 감회가 새롭긴하네. 하지만 눈물을 닦고 코를 풀던 휴지가 주변에 널부러져있는 상황을 보면 ... 작게 한숨이 나오려는건 어쩔 수 없다. 여기서 한숨 쉬면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니까 터져나오려는 숨을 간신히 참아냈지만.
" 모셔주는 사람이 있어도 좋겠지만, 없으면 자유롭잖아.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은 신이니까 알아볼 수도 없고. "
새전함으로 돈을 버는 것도 내 니트스러운 삶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분명 신관들에게 잔소리도 마구 들을것 같고 말이지. 주변의 신들을 보니까 막 그런걸로 스트레스도 받고 그러더라. 그러니까 누리기 위해서는 분명 포기해야만 하는 것도 있는 법이다.
" 내 이름? 내 이름을 지어준다라 ... "
눈을 뜬 그날부터 지금까지 이름도 없이 살아왔다. 알려지지 않으니 굳이 이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기 때문. 하지만 시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베풀어줄 수 있는 호의를 굳이 거절할 필요도 없었다. 이름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니까. 하지만,
" 내 여동생이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는걸. 내 여동생은 잠의 신이거든. 쌍둥이 신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적 없어? "
나만 이름이 생기면 또 세이세이, 나만 빼고 이름 생겼어! 하고 삐질 것 같단 말이지. 한날 한시에 태어나서 떨어져본적도 별로 없는 여동생이다. 나에게는 별거 아니어도 리리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 될지도 모르니까.
" 그래도 이름을 지어주면 그에 맞춰서 여동생한테도 지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네. 그러니까 부탁해도 될까? "
천천히 주변에 널부러진 휴지들을 주워서 쓰레기통에 던져넣으며 말했다. 나한테도 좋은 일이기도하고 이름이 생긴다는건 어쩌면 조금은 기대가 되기도 한다.
302 자캐는_자신의_치부나_약점을_소중한_사람에게_끝까지_숨기는가_솔직하게_드러내는가 (저번에 대답한 질문이므로 생략 >:3) 126 자캐의_건강도를_0부터_10까지로_나타낸다면 학생 평균을 5~6으로 놓는다고 한다면, 9! 시니카는 마음에 비해 몸은 상당히 건강한 축이야. 담배만 아니었으면 10일지도. 12 자캐는_고통스러운_기억을_단번에_잊을_수_있다면_잊는다_vs_그럼에도_간직한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단번에 잊는다... 고 하면, 고통스러운 기억 전부를 이야기하는 거라면 시니카는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과 기억을 잃은 후의 자신을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 (기억의 대부분이 지워질 테고.) 그래서 시니카는 그것을 일종의 자살로 받아들이겠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는 철학적인 사망을 맞이하고, 그 뒤에 남겨지는 건 존재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닌 다른 시니카일 것이라고. 그러니 그것은 시니카가 맞이할 수 있는 가장 상냥한 자살 방법이 되겠네. 시니카는 거리낌없이 전자를 고르지 않을까? 시니카,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