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1. 🤔.... 후미카는 정말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화가 안 나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 치고 열씨미 생각을 해봤는데... 그 상황이 되어도 티가 안 날 것 같네... 마치 킬각 재는 동물의 신호를 인간이 못 알아채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겉으로 보이지가 않아. 진짜진짜진짜진짜 자세히 보면 동공이 슬슬 확장되는 게 경고신호지만? 눈색이 까매서 하나도 안 보여... :3
2. 절대절대 참을 수 없는 것... 음... 틱톡이나 유튜브 같은 데서 유행하는 개구리알 변기에 넣고 물 내리기, 슬라임 수영장 만들기 같은 수자원 오염#챌린지컨텐츠(찐)
시작은 그 질문부터였다. 학교가 끝나고 나면 보통은 신사로 향하고 그게 아니면 맛있는 걸 먹으러 가거나, 친구들과 놀곤한다. 그리고 그 외의 시간에는 할 게 없다는게 문제야~ 라는 것이 스즈의 고민이었다. 더 재밌게 지내보고 싶다는 스즈의 고민에 친구는 '동아리는 어때?' 하고 물었다. 동아리라.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이런저런 동아리에 들 때 까지도 스즈는 '귀가부'라는 명목으로 집으로 향하는 일이 잦았다. 들지 않은 이유라면 별로 관심이 없기도 했고 당시에는 신사 일이 여간 바쁜게 아니었으니까.
" 그리고 여기는.. 검도부? "
지금까지 이런 저런 곳을 돌아봤지만 이렇다할 수확은 없었다. 그리고 또 발걸음 닿는 곳으로 움직이다가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보자 하고 문 앞에 선 곳이 검도부였다. 스즈는 창문으로 슬쩍 고개를 내밀고 안을 바라보았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히 검이었다. 안에는 아무도 없는걸까. 스즈는 들어가도되는지 안되는지 한 참을 망설이다 발걸음을 돌리려고 했다.
"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가는건 실례지. 음. 그렇고말고!"
사실대로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곳에 확 들어가는 것이 조금 겁났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가는건 실례라는 것을 핑계로 발걸음을 돌리려했다. 그리고 생각을 바꾼 것은, 의외의 것 때문이었다. 신 님이 계신다면 여기서 뭐라고 답해주셨을까. 새로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지 모르면 가보는 것이 맞는것 아니니? 스즈는 다시 몸을 돌려 큰 각오를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조용히 노크하고 문을 슬며시 열어보았다.
" 어.. 계시나요..? "
막 신사에 들렀다 온 참이다. 신에게 예쁨받는 아이로 자라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온 신사에서 막 돌아온 스즈는 온 몸 가득 신사의 그 향기를 묻히고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도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와 함께 천천히 눈을 뜬다. 한참을 엎드려있었던 몸은 갑작스럽게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관성의 법칙이라도 만족 시키려는지 가만히 있으라고 비명을 질러댄다. 하지만 이미 이런 몸과 몇년을 함께 했는데 그런 비명소리와 타협은 없다. 작게 하품을 하며 이리저리 스트레칭을 하며 기지개를 펴자 곧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신다.
" ... 해서 전달 사항은 여기까지고 집에 조심히 들어가고. 다들 집에 가라. "
반에 들어올때 잠깐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왠지 눈빛이 조금은 경멸하는 느낌이었달까. 사실 선생님이랑 말을 섞어본게 지금까지 손가락을 한번도 펼 수 없을 정도였지만 이 학교에 다닌지도 벌써 3년차이다. 학교에서 잠만 자며 시간을 보내는 쌍둥이의 소문은 익히 퍼져있겠지. 하지만 그런 시선에도 개의치 않는다. 의외일지도 모르지만 살아도 내가 한참은 더 살았으므로, 연장자의 관용이다.
" 응, 그래. 내일 봐. "
그래도 애들 사이에서 평판은 나쁘지 않아서 가방을 메고 나가는 나에게 친구 몇몇이 잘가라고 손을 흔들어준다. 슬쩍 바라보며 마주 손을 흔들어준 내가 향하는 곳은 선생님이 말한대로 집이 아니라 또 다른 일터이다. 인간계로 내려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카페였는데 어쩐지 내가 면접을 보러 가자마자 단번에 통과 되었다. 별거 물어보지도 않은 것 같은데 ... 지원자가 별로 없었나 싶었지만 결과가 좋으니까 굳이 신경쓰지는 않았다.
" 안녕하세요~. "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급하게 표정을 바꾼다. 피곤에 찌들어서 뭐든 귀찮은 무표정에서 누구에게나 친절한 미소를 베푸는 카페 알바 모드다. 적어도 일하는 곳에는 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이라 적어도 여기에선 항상 이런 텐션을 유지해준다. 익숙하게 직원 휴게실로 들어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나는 앞치마까지 하고서 손님들을 응대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이 카페는 덕분에 일하기 참 좋았지만 면대면으로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업의 특성상 가끔, 아주 가-끔 힘든 일이 생기기도 한다.
" ... 이거 다 드실 수 있으신가요, 손님? "
문이 열리고 평소와 같이 인사를 하던 나에게 보인건 일단 딱보기에도 요란해보이는 패션.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길을 지나가다가 곁눈질로 보기만 해도 기억에 남을법한 그런 패션이다. 거기에 풍겨오는 이 기운은 ... 이 소녀가 같은 신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런건 개의치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 앞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주문을 늘어놓는 것이다.
112, 112... 연신 중얼거리며 미즈미는 착실하게 번호를 쳤다. 자, 이제 경찰이 오기만 기다리면...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미즈미는 경찰한테 신고를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아니 직접 말로 여기가 어디고 상황설명까지 해야한단 말인가? 이렇게 귀찮은 절차가 또 어딨냔 말이냐. 차라리 신에게 이놈 벌주십사 기도하면 신이 알아서 '아 그래그래 옜다 신벌' 하는 게 더 편하겠다. 어라? 아는 신이 몇 있으니 기도라도 해볼까. 미즈미는 가볍게 생각했다.
"싸움 못하신다고요? 큰일이네요. 혹시 모르니까 119도 불러드릴까요?"
뚫린 입이 못하는 말이 없다. 진짜로 분위기 파악을 못해서 이러는 건지 단순 유희라 생각해서 이러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확실한 건 이 여자가 상당히 얄밉다는 점이었다. 마침 타이밍 좋게 112와 연결도 됐다.
"아, 저 경찰이랑 전화 좀 하고 올게요. 두 분 부담 없이 이야기 나누세요."
? 미즈미는 무슨 업무차 전화 받는 것처럼 하고 자리를 피했다. 그렇게 자리를 피한 미즈미는 착실히 경찰에게 위치와 상황을 설명하고 핸드폰을 끊었다.
"후, 큰일날뻔 했네요. 이제 집을 가보실까."
전화를 핑계로 곤란한 상황에서 빠져나가겠다는 계책은 제가 생각해도 대단했다. 이래서 신이라 한들 학문의 정진을 그만두어서는 안된다 이 말이다. 게다가 경찰도 불렀겠다 양심상 찔릴 일도 없다. 그러나 미즈미는 급하게 생각을 고쳐먹었다. 갑자기 없던 양심이 생긴 건 아니었고, 생각해보니 미즈미는 인간에게 작업을 걸어서 새로운 역사든 뭐든 써재껴야하는 입장이었다. 어느새 쇼의 옆에선 미즈미가 쇼에게 목소리를 낮춰 은밀하게 묻는다.
"근데요. 저 이제 도망갈건데 같이 가실래요?"
생각해보니까 나 지금 썸타는 걸까? 이즈미는 제멋대로 생각했다. 썸은 아니고 싸움은 할 수 있을 듯하다.
"응응! 분명 먹을 수 있다구~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배 엄청 고프니깐은, 물론입니다-"
본인이 먹겠다고 하니 별 수 있나. 말차 롤케이크, 바스크 치즈케이크, 레몬 타르트, 초콜릿 무스, 딸기 크레페, 딸기 타르트, 딸기 쇼트케이크를 지목했다.
"아, 그리고 이 쿠키두."
아몬드 쿠키랑.
"아, 아. 그리고 이 티라미슈두~ 이건 직원분 몫이니깐요. 아, 아참. 그리구 곁들여 마실 생딸기 주스도 부탁해요!"
도합 6천 8백엔... 단순히 식사로 쓰기에도 과한 돈. 이 돈이면 그럭저럭인 파인다이닝을 갈 수 있을텐데. 동네 카페에 쓰는 것이나, 눈을 반짝거리며-마치 박애주의를 형상화한듯, 본래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어떠한 하트까지 보이는 듯 했다- 행복에 젖은 표정으로 돈을 펑펑 써대는 거. 이거 괜찮은 걸까.
물론 괜찮다. 어차피 시이 돈이고, 카드 값이 닥쳐올 말일이면 시이는 구독자들에게 싹싹 빌든 똥꼬쇼를 하든 하여 돈을 마련하리라.
...그런데 이 여자, 저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다수의 케이크와 생딸기 주스를 쟁반으로 옮길 수 있을까? 그것은 괜찮지 않았다. 엎어지기라도 하는 순간 연약해보이는 멘탈이 산산히 부서져 옆에서 삽질을 하고 있을 것이며, 철저한 서비스업 정신의 코세이는 고참 신임에도 불구하고 그 뒤치닥거리를 해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