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뭔가 그런 느낌이었어. 내 주변에서는 보기 힘든! 뭐라고 할까.. 착 하고 가라앉은 진정되는 느낌? 나랑 다르게 어른스러워~ "
스즈는 좋아하는 걸 말해보라는 질문에 빵? 과자? 사탕? 하고 여러개 중에 고민하는 듯한 대답을 던지곤 무엇을 주던 감사히 받겠다고 이야기했다. 스즈는 손을 내밀어보라는 말에 응? 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내밀었다. 후식 겸 먹을 수 있는 사탕이려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내밀어진 손에 담긴 작은 산호조각을 바라보던 스즈는 이게 뭐야? 하고 눈으로 말하듯 산호조각과 후미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 아.. "
오늘도 내일도, 어쩌면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있겠다는 말. 스즈는 삶의 절반 이상을 신사에서 보냈다. 신성한 것이나 영험한 것들을 평생 가까이 하며 지냈다는 이야기다. 영력이 강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무엇에 알지 못할 힘이 깃들었는지, 아니면 사람아닌 무엇인가가 사람인 척 끼어들어있는지를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그런 감각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는 레벨. 스즈는 자신의 손에 담긴 이 산호 조각이 그냥 평범한 산호 조각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게 무엇인지, 누가 준 것인지, 이 안에 담인 힘이나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바다에 굴러다니는 평범한 산호조각이 아닌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 네... "
이상한 위압감에 스즈는 저도 모르게 존댓말을 하며 손에 쥔 산호를 잠시간 바라보았다. 따뜻하면서도 안심되는 기분이었다. 스즈가 어릴 때 부적을 받은 적이 더러 있었다. 너는 신에게 예쁨받는 아이이니 부적을 지닌다면 신께서 지켜주시지 않을리가 없다며 받은 부적. 그 때 마다 정말 신께서 봐주시기라도 하듯 따뜻하고 안전하며 안정감이 들었었는데 그게 이 산호조각에서 느껴지는 듯 했다.
" 네.. 아니, 응. 응. 이제 슬슬 돌아가야지. 후미카도 조심히 돌아가! 내려가는 길이 어두우니까 조심해. 내가 여기서 신에게 기도드릴게! 네가 가는 길이 안전하도록! "
스즈는 금새 또 미소를 지었다. 손에 산호조각을 꼭 쥐곤 정말 고마워. 하고 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줄로 묶어서 목걸이로 만들어볼까-하는 생각이 든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곳에선 못할 것이 없었겠지. 곧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고, 마음이 원하고 욕망이 시키는 대로 놀 수 있으며, 질투가 나면 한걸음에 달려가 꽉 쥔 주먹으로 고양이든 뭐든 쫓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뭘 소유하게 되던 충만감 없는 소유라 그 이상의 욕망을 품게 될 수밖에 없었겠지. 무언가 천 개가 있으면 그 천 개를 다 자신이 가져야 하는 게 너니까. 네 욕망은 그 깊이를 모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뭐라 할 일이 아닐까. 누구나 그런 명쾌하고 단순한 욕구에 사로잡히고는 하니까. 본능적인 욕망이라는 것이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그것이 향하는 방향일까.
"지금은 별로 행복하지 않니?"
욕구를 내려놓고 무인지경 드넓은 들판에서 노니는 자신과 너는 다르니. 보건실 문을 발끝으로 밀어 열며 후유키는 너에게 그리 묻는다. 잠깐 자리를 비웠는지 보건실 내에는 아무도 없었을까. 후유키는 침대에 조심스레 널 내려놓고서 다정한 손길로 네 머리를 쓰다듬는다.
"세상이 네게 신당 하나 주지 않는다면, 시이 네가 직접 만들어 보는 건 어때?"
나도 도울 테니까. 예의 그 생글생글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없는 것이 나타나길 기다리기 보다,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빠를 테니.
봄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한창 힘이 나기 시작한 그녀는 모처럼 얻은 휴가를 하릴없이 마을을 거니는 데에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이곳에서 그녀가 급하게 꽃을 피워내야 할 일은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서 황천까지 직접 데리고 갈 정도로 마음에 드는 아름다운 사람 역시 아직은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는 익을 과일이 많지만-‘ 아직은 전혀 아니었죠, 그렇게 생각했다. 솔직하게 말해 네번째 후보지였던 탓일까? 그녀는 여전히 본인의 취미에 맞는 일을 하며 미적댈 뿐 개별적인 연을 맺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타인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말이다. 오랜 벗-최근에는 아버지라 부르고 있었다.-에게 물어보니 최근에는 그런 타인의 사랑이야기 조차도 책으로 엮여져 온 동네에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들은 그녀는 급하게 서점을 찾았으나, 아쉽게도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딱히 길치인 것은 아니다. 단순히 이 길은 예쁘네- 이 길은 마음에 드네- 하는 그런 단순한 취향에 따라서 걷다보니 멀쩡하게 있던 대형 체인점을 지나쳐왔을 뿐.
마사히로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은 채로 평상 앞에 선 채로 누워있는 이를 내려다 보았다. 본인이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곳은 서점이 맞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안쪽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점원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자면 감기에 걸린다구요?”
그녀는 양산을 기울여서 누워있는 이의 얼굴을 가렸다. 머리카락이 중력을 따라 슬쩍 땅으로 내려왔지만, 그것은 신경쓰이지 않았다.
미즈미는 정말로 개의치 않아했다. 무엇보다도 저렇게 짜증내면서 은근히 신경써주는 상대의 반응도 재미있었다. 오랫동안 교류 없이 살아온 신의 여흥이라면 여흥이었다. 라인 연락처를 얻은 게 일단 브레이크가 된 것인지 미즈미는 한동안 얌전해져있었다. 버스에 돈을 내고 가만히 선 미즈미가 쇼에게 슬쩍 말한다.
"쇼-군 이네요?"
장군다운 이름이다. 미즈미는 이걸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잠시 고민했다.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다. 인간을 화나게 하면 안되니까 입을 다물기로 결정한 것이다. 스스로의 눈치가 대견해져서 미즈미는 또 뿌듯해진다. 표정 관리에 일가견이 있는지라 별 다른 표정 변화는 없었지만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어서 수상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저는 미즈미에요. 라인 프로필 보셨을까요? 가미즈미의 미즈미-라는 느낌이죠. 제가 이곳에 전학온 것도 운명 아닐까 생각중이에요."
틀렸다. 이렇게 전혀 영양가 없는 말을 늘여놓는 걸 봐서는 라인 메신저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쇼는 이 일을 후회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진행된 일... 어떻게 되돌릴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힘내라 쇼... 둘이 대화를 하면서도 버스는 둘을 목적지로 보내주었다. 운송의 발전이 이렇게 편리하다.
"벌써 도착이네요. 과연 가장 빠른 지름길은 친구와 함께 걸어가는 길이라더니 딱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예고 없이 몰아치더니 떠나는 것도 참 예고 없이 떠난다. 버스에서 내린 미즈미가 손을 크게 흔들며 작별을 고했다. 바로 기숙사로 향했다면 좀 더 동행했을테지만 미즈미는 잠시 교실에 들려야했다. 종종걸음으로 교실로 향하던 미즈미가 허리를 돌려 외쳤다.
할아버지도 참. 나도 이제 공부를 해야하는 고등학교 2학년인데 이렇게 부려먹어도 되는거야? 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일단은 공부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나오긴 나왔다. 훔쳐갈 것도 없어 보이는, 낡은 책방인데도 자리를 비우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혹은 손님을 빈손으로 돌아가게 하기 싫은 모양이었던지. 나는 타고 온 자전거를 한 쪽에 주차시켰다. 오는 길에 땀이 조금 났지만 상쾌한 바람에 천천히 말라갔다. 안에 앉아있긴 싫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야, 봄이잖아. 너무 상큼하게 꽃이 피어서, 마음이 설레었는데 안에만 앉아있긴 싫었다고. 나는 서점 앞에 있는 작은 평상에, 편한 자세로 앉았다. 그러다, 결국 누워버렸다. 간간히 핀 꽃나무의 모습이 밑에서 보니 더더욱 거대해보였다. 잠이 왔다. 가끔 느리게 하늘에서 내려오는 꽃잎이 코 끝에 떨어지지 않았다면, 완전히 잠에 들어버렸을지도. 그냥 눈을 감고 있기로 했다.
" ...? "
눈을 뜨자 핑크색 머리의 소녀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카락의 일부가 내 뺨을 슬쩍 간지럽혔다. 아까 벚꽃이 얼굴에 떨어졌을 때 그 느낌. 마침 둘 다 핑크색이고. 나는 다시 자세를 바로했다.
>>425 아미카는 예쁜 딸을 낳고 싶은거군요!! 그리고..ㅋㅋㅋㅋㅋ 마취에 풀린 다음에 찾는 것이.. 귀여워요! 아무튼 방은 여동생과 같이 쓰고 있군요. 확실히 레슬링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것이 잘 느껴져요! 그 와중에 가방에 들어가는 이불이라니. 엄청나게 큰 이불인가! 또 갑작스러운 고백엔 상당히 약하군요!
그녀는 소년을 따라 서점을 가르키며 슬쩍 웃어 보였다. 여전히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 같은 모습으로- 봄이니까 조금 늦잠 자는 것 정도는 괜찮지요. 평소와 같은 어쩐지 힘 빠지는 말투였다.
“아하하~ 재미있는 표정이네요. 그렇게나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데. 모처럼 봄이지 않나요. 이렇게, 조금은 더 늘어져 있어도 된답니다?”
이쪽으로 들어가면 되는 걸까요? 그리 말한 그녀는 소년을 지나쳐 서점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된 가게의 탓인지 책의 향기에 조금 기분이 좋아진 그녀였으나 그것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일은 없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내 허리를 굽히며 고개를 돌려 다시 소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거기 서생군- 혹시 이곳에서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관한 책은, 취급하고 있지 않나요? 가능하다면 서역이든 구시대의 것이든 상관은 없지만- 잉그릿슈? 는 얼마 없는 그런… 비극적이면서도 행복하게 끝을 맺는 사랑이야기가 읽고 싶은데요.”
최근 세대의 것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많으니까요- 그런 생각을 거듭한 그녀는 이내 어느 책을 하나 꺼내 들었다. 최근의 액션 만화에 가까운 것이었으나, 그녀에게는 그것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눈치였다.
>>428 이불은 당연히 휴대용 좀 작은 크기의 이불이죠~! 만약 아미카를 당황시키고 싶다면 다짜고짜 고백하면 됩니다(?) >>429 물론 원서는 어쩔 수 없이 보는 느낌이지만..잠 관련 책은 아미카 나름대로의 조언을 얻기 위해서(?) 읽는답니다. >>430 "프로레슬러들은 다 짝이 있는데 난 없서어어.. 훅 같은 남친이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네에..!" >>431 잠이 취미인 아미카에게 그정도는 기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