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랑 같은 학교에 나이대도 비슷하고 무려 손도 잡은대다가 함께 고난과 역경도 거쳤잖아요? 이정도면 친구 아니에요?"
이게 친구가 아니면 뭐란 말이냐. 미즈미는 억지를 부렸다. 서로 이름을 모르는 것이 약간 흠이었지만 괜찮다. 원래 옛날에는 이름 몰라도 다 친구하고 그랬다. 그리고 통성명이야 차차하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지금 당장 이름을 말하기엔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일단 상대방이 숨 고르기까지 기다려야했다. 미즈미는 허리를 굽혀 헉헉거리는 쇼의 얼굴을 살폈다. 데롱데롱 미즈미의 긴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머리와 함께 흔들렸다. 팔자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해야할까.
"네에? 왜요? 제가 사드려도 같이 안 먹어줄거예요?"
미즈미는 울상을 지었다. 충격이다. 분명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은데 뭐가 문제였을까? 좀 더 질척거려볼까 싶었는데 듣기로 질척거리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했다. 그래, 쿨하게 보내주자. 어차피 시간도 많고 인간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연하고 명랑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상급 신이 될 수 있다 이 말씀. 미즈미는 다시끔 웃음을 되찾는다.
"그러면 여기서 헤어지죠."
터벅터벅 나의 일상. 갈 길 가기 위해 쿨하게 걸음을 옮기는 미즈미의 뒷모습은 그 누구보다 당찼다. 이렇게 이별인가... 생각하기도 잠시 미즈미가 다시 쭈뻣쭈뻣 돌아왔다. 그리고 몹시 난처한 얼굴을 지으며 묻더랬다.
들어줄 리가 없었다! 애초 지금 잠을 줄이겠다는 못난 양귀비가 하는 말을 곱게 들어줄 리가 없다. 안 그래도 꽃단내가 아예 안 나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향이 옅으니까 좋은 풋사과라고 했던 것이다. 이제는 짙어질 일만 남았으니까 순순히 토와라고 불러줄 일은 없겠다!
"야자악?!"
잠을 줄이다 못해 밤 새는 거냐구ー! 코로리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 밤샘이 거론되었다! 코로리는 위협을 느낀 복어마냥 볼을 부풀렸다. 위협을 느낀게 맞기도 했다. 잠의 신에게 잠을 줄이겠다는 말을 이어 밤을 새겠다는 선언까지 해버렸으니, 잠에 대한 위협이 되고도 남는다.
"빨간 날은!"
주말에는 코로리가 아르바이트를 안 하지만 반대로 토와가 바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 남은 선택지는 밤샘 밖에 없는데, 잠의 신 입장에서는 정말로 하기 싫은 고민인지라 고역이라고 미운 표정만 짓는다.
없단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라인에 '나쁜 새끼야'라는 친구의 새 메시지가 들어왔지만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쾌락신의 몸에 손을 대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지 못하다 카운터에서 급히 티슈 몇 개를 뽑아와 건넸다. 그 사이에 울음을 그친 것 같지만... 근데 눈물 자국이 없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 그렇게 말 안했어! 이거, 편집 편집! (손으로 가위 흉내를 냈다.) ..그리고 굳이 따지면 웃을 때 예쁜 사람 좋아해. "
그러니까 또 갑자기 울지 말아줄래..? 이상형은 들리지 않게 작게 말했다. 친구놈의 비웃음이 귀에 선했기 때문에.
" 건실? 말이라도 고맙네. "
나는 소년 점프 하나를 꺼내 봉투 드릴까요, 가격은 250엔입니다. 라는 형식적인 말을 하며 바코드를 찍었다.
" 그리고.. 그 전체공격? 뭐시기. 원하면 할아버지 몰래 들여와줄테니깐 신청하고 가. "
렌코의 경우에는... 해머 휘두르면서 적당히 농성하고 있다가 중과부적으로 더 버티지 못할 것을 알고, 기둥에 팔다리를 꽁꽁 묶어 놓고 한숨 자는 걸 택하지 않을지! 게임으로 따지면 비밀 루트로 들어가야 나와서 스토리 상 꼭 만나지는 않는데 쓸만한 아이템을 주는 조금 쎈 감염자 히든보스로 대장간에 가만히 앉아있지 않을까요?
잔소리 듣는 철부지 막내처럼 미즈미가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딴 생각을 하는데, 대충 '이 사람 역시 츤데레 타입이구나'따위의 생각들이었다. 사실 츤데레라는 말도 최근 알게 된 단어라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뻤다. 아무튼 앱을 열어서 자신에게 설명하는 쇼의 모습에 미즈미는 지치는 줄 모르고 재잘거렸다.
대충 앱이 좋아보인다부터 시작해서 집이 어디인지, 기숙생활은 안하는지 이거저것 꼬치꼬치 물어봤지만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묻는 걸 봐서는 딱히 대답을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렇게 떠들어대면서도 학교 가는 방향만은 정확히 기억했다. 제 아무리 단순한 미즈미라해도 집 가는 길 잃을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다. 저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이리저리 앱을 다운받고는 자연스럽게 묻는다.
"아차, 저랑 라인 교환하지 않을래요?"
확답도 듣기 전에 이미 라인을 켜서 qr까지 보여준다. 이 불도저 같은 여자는 확실히 제멋대로인 구석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친구도 사귀고 이름까지 아니 일적이조의 기회였다. 미즈미가 확실히 머리를 썼다고 할 수 있겠다.
"제가 라인 친구 100명 사귀는 걸 목표로 하고 있거든요."
부담스럽지 않게 하기 위해 미즈미가 급하게 덧붙인다.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슬 라인까지 따내면 오늘은 이걸로 만족이다. 기숙사로 돌아가서 혼자 메론빵 먹어야지.
굳이 따지자면 역사를 좋아하는게아닌 trpg를 위한 사전지식이지만 그런걸 설명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상대방도 그런 지리멸렬한 이야기를 원하지는 않을거다. 역시 그냥 단순히 힘이 센게 정답인걸까. 그 큰 고양이는 당연한 섭리라는듯이 그 무리에서 대장노릇을 하고 있었다. 네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그렇지 않으면 그것대로 웃기는 일이지만 하필 그 많은 이름중에 네로라니.
"별로 신경쓰지 마세요. 동아리사람이라고 해도 정기적으로 근처에 있을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trpg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은 적고 그 중에서 직접 플레이를 하겠다는 사람은 더더욱 적다. 몇 사람이 테이블 위에서 시간이나 때우는데 고양이소리를 듣는들 무슨 불편함을 느낄까.
>>354 >>364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아직 꽤 남았군요! >>346 아미카라면.. 아마 리더를 잘 따르고 잘 도와주는 평범하지만 착한 캐릭터를 맡을 것 같네요. 물론 비중이 그렇게 높진 않아서 워킹데드로 치자면 길어야 시즌2쯤에 악역에게 잡혀서 좀비 밭에 던져지는 식으로 최후를 맡을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