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와가 잠시 바라보는 것을 작더라도 웃음꽃을 피웠으니 꽃으로 불러달라는 항의 정도로 받아들였다. 코로리는 보고서에 대고서 무언가 적고 있으면서도 시선이 느껴져 답할 수 있었다. 나 애벌레라고 한 것 치고는 개미잖아! 꿀벌이야! 정작 아직은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다 중간고사를 대체하는 짝지어 하는 과제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만 뿌듯함을 즐기는 중이라서 목소리가 상냥했다. 별명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풋사과를 사과꽃으로 바꿔줄 수 있단 작디 작은 아량을 베푼다!
"잠? 자장자장 잘 자라ねんねんころり 하는 그 잠?!"
지금 잠의 신 앞에서 잠을 줄이겠다고 한거야?! 착하고 예쁘고 좋은 풋사과씨라고 해줬더니 왜 못난 양귀비 하려는 거야ー! 순식간이다! 눈 깜빡하는 사이 표정이 참으로 불퉁스러워졌다.
"나 방과 후에는 개미야. 꿀벌이야. 오늘도 바쁠거야."
아르바이트 갔다가, 아르바이트 끝나면 그때가 정말로 본격적인 일의 시작이다. 자라고 해도 안 자는 인간들을 재우러 다니는게 주된 일인데 조만간 일하다가 토와를 보게 될 예정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서 토와를 지그시 쳐다보는게 불만 가득하다. 사과꽃이나 피우지!
"....그냥 토와라고만 불러도 괜찮아요." 물론 어떻게 부른다고 해도 토와는 포기한 헛헛한 웃음을 짓겠지만요. 보고서는 여러가지 잘 적어지고 있습니다. 캔버스 크기를 적는 칸에서 살짝 머뭇거립니다.
"그렇죠?" "그러니까 빠르게 일을 해결해야 잠을 줄이는 날이 줄어들죠." 대체 왜 불퉁한 건가. 싶은 토와였지만.. 음. 잠이라는 말에 그렇게 되었다면... 잠의 신님같은 존재인가? 같은 우스개소리가 생각나는 토와입니다. 진짜인지 의심은 진짜라는 걸 알게 되는 일이 생기기라도? 가 귀찮아서라도 하지 않겠지만.
"방과후에 바쁘시다면..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시간이 늘어지는 것도 감안하면.. 미대생들이 하는 것처럼 야작(=밤샘)을 할 수 밖에 없겠네요." 뭔가.. 채찍과 당근 전법처럼도 보이는데...?
그런데 가판대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여학생이 쇼의 손목을 휙 낚아챘다. 뭐 하는 거냐고 묻기도 전에, 쇼는 거의 끌려가다시피 그녀의 뜀박질을 따라가야만 했다. 슬슬 숨이 한계치로 차오르는데 이 여자는 멈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느정도 달려서 시내의 한복판으로 나와서야 여학생은 뛰는 걸 멈췄다. 그제서야 쇼는 그 자리에서 다리를 짚고 숨을 고른다. 얼굴도 새빨갛고 심장도 터질 듯이 아팠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메론빵은, 무슨, 얼어죽을…"
예민해진 탓에 날선 말이 튀어나왔다. 야쿠자 사기꾼(아니다)한테서 도망쳤는데 갑자기 메론빵을 먹으러 가자고? 빌드업이 뭔가 이상하잖아. 얘는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든 거냐!
"혼자서 실컷 드세요…"
대충 쏘아붙이고는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친다. 저질체력 탓에 아직도 헉헉대고 있는 쇼. 설마 이 기회를 틈타서 억지로 끌고 가진 않겠지, 생각했지만 상대의 의중은 모르는 법이다. 만약 정말로 그러면 저항도 못하고 질질 끌려갈 것이다.
"일단 저랑 같은 학교에 나이대도 비슷하고 무려 손도 잡은대다가 함께 고난과 역경도 거쳤잖아요? 이정도면 친구 아니에요?"
이게 친구가 아니면 뭐란 말이냐. 미즈미는 억지를 부렸다. 서로 이름을 모르는 것이 약간 흠이었지만 괜찮다. 원래 옛날에는 이름 몰라도 다 친구하고 그랬다. 그리고 통성명이야 차차하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지금 당장 이름을 말하기엔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일단 상대방이 숨 고르기까지 기다려야했다. 미즈미는 허리를 굽혀 헉헉거리는 쇼의 얼굴을 살폈다. 데롱데롱 미즈미의 긴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머리와 함께 흔들렸다. 팔자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해야할까.
"네에? 왜요? 제가 사드려도 같이 안 먹어줄거예요?"
미즈미는 울상을 지었다. 충격이다. 분명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은데 뭐가 문제였을까? 좀 더 질척거려볼까 싶었는데 듣기로 질척거리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했다. 그래, 쿨하게 보내주자. 어차피 시간도 많고 인간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연하고 명랑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상급 신이 될 수 있다 이 말씀. 미즈미는 다시끔 웃음을 되찾는다.
"그러면 여기서 헤어지죠."
터벅터벅 나의 일상. 갈 길 가기 위해 쿨하게 걸음을 옮기는 미즈미의 뒷모습은 그 누구보다 당찼다. 이렇게 이별인가... 생각하기도 잠시 미즈미가 다시 쭈뻣쭈뻣 돌아왔다. 그리고 몹시 난처한 얼굴을 지으며 묻더랬다.
들어줄 리가 없었다! 애초 지금 잠을 줄이겠다는 못난 양귀비가 하는 말을 곱게 들어줄 리가 없다. 안 그래도 꽃단내가 아예 안 나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향이 옅으니까 좋은 풋사과라고 했던 것이다. 이제는 짙어질 일만 남았으니까 순순히 토와라고 불러줄 일은 없겠다!
"야자악?!"
잠을 줄이다 못해 밤 새는 거냐구ー! 코로리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 밤샘이 거론되었다! 코로리는 위협을 느낀 복어마냥 볼을 부풀렸다. 위협을 느낀게 맞기도 했다. 잠의 신에게 잠을 줄이겠다는 말을 이어 밤을 새겠다는 선언까지 해버렸으니, 잠에 대한 위협이 되고도 남는다.
"빨간 날은!"
주말에는 코로리가 아르바이트를 안 하지만 반대로 토와가 바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 남은 선택지는 밤샘 밖에 없는데, 잠의 신 입장에서는 정말로 하기 싫은 고민인지라 고역이라고 미운 표정만 짓는다.
없단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라인에 '나쁜 새끼야'라는 친구의 새 메시지가 들어왔지만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쾌락신의 몸에 손을 대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지 못하다 카운터에서 급히 티슈 몇 개를 뽑아와 건넸다. 그 사이에 울음을 그친 것 같지만... 근데 눈물 자국이 없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 그렇게 말 안했어! 이거, 편집 편집! (손으로 가위 흉내를 냈다.) ..그리고 굳이 따지면 웃을 때 예쁜 사람 좋아해. "
그러니까 또 갑자기 울지 말아줄래..? 이상형은 들리지 않게 작게 말했다. 친구놈의 비웃음이 귀에 선했기 때문에.
" 건실? 말이라도 고맙네. "
나는 소년 점프 하나를 꺼내 봉투 드릴까요, 가격은 250엔입니다. 라는 형식적인 말을 하며 바코드를 찍었다.
" 그리고.. 그 전체공격? 뭐시기. 원하면 할아버지 몰래 들여와줄테니깐 신청하고 가. "
렌코의 경우에는... 해머 휘두르면서 적당히 농성하고 있다가 중과부적으로 더 버티지 못할 것을 알고, 기둥에 팔다리를 꽁꽁 묶어 놓고 한숨 자는 걸 택하지 않을지! 게임으로 따지면 비밀 루트로 들어가야 나와서 스토리 상 꼭 만나지는 않는데 쓸만한 아이템을 주는 조금 쎈 감염자 히든보스로 대장간에 가만히 앉아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