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다란 하늘도, 새하얀 구름도, 귀를 메우는 이 건널목의 타종음도, 조금씩 기울어져 가는 태양도, 이 가미즈미 마을도, 이 순간을 이루는 모든 것이 내가 보고 느끼기에 존재하는데,
그럼에도 내가 없어지더라도, 이 순간은 한 치의 변함도 없이 그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생각이.
시니카는 주머니를 뒤적여 전자담배를 꺼냈다. 선선한 봄의 저녁 공기가 무화기의 벤트로 들어가면, 그녀의 입에서 새하얀 사과향의 날숨이 흘러나온다. 그래봐야 사라질 용기도 자신에겐 닿을 수 없는 사치라는 것을 아니까. 살아갈 인내심도 없으되, 이 순간을 끝낼 용기도 없다. 살아가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 살아질 뿐이다.
>>260 (이 독백은 코세이주가 저녁식사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264 역시 풍어신님 ... 무언가에 초탈한 느낌이 인상적이에요. 개미취라는 꽃이 뭔지 찾아봤는데 꽃말이랑 상당히 느낌이 비슷 ... 길거리에서 한번쯤은 봤을만한 꽃 같기도 하네요. >>269 일단 공식 안경캐라서 알이 큰 사각 금테 안경을 끼지만 ... 흔히 김구 안경이라 불리우는 것도 갖고는 있답니다.
>>268 후미카라면 방금 농담도 😐oO(요즘에는 이런 농담이 먹히나?)하고 배울지도 모른다구~ 앗 정답~ 나도 그 생각 하고 있었는데!! 후미카한테 치마 없는 기모노는 뭔가 허전해...🤔 현대 사복도 늘 치마 입고 있을 것 같구 흠...흠.... 그... 그거 이름이 뭐더라 잠시 안경 형캐별 명칭 검색하고 올게!
>>269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열받으라고 쓰는 건데~~~~~ 같은 빨간 안경이라도 시이라면 사진 같은 안경도 어울릴 것 같아. 시이는 귀여우니까 다 어울려~~
302 자캐는_자신의_치부나_약점을_소중한_사람에게_끝까지_숨기는가_솔직하게_드러내는가 끝까지 숨기지도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지도 않는다! 상대가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말하겠지만, 딱히 상대에게 말해줄 필요없는 건 굳이 말하지 않지. 입 다물고 있다가 상대가 알게 되면 그 때 시인하는 타입이야. 434 어린_자캐는_천둥번개를_무서워했는가 이래봬도 시니카가 어릴 때에는 지금보다 훨씬 활달하고 생동감있는 아이였기에.. 천둥번개도 무서워했습니다 >:3 469 자캐는_거울을_보면서_무슨_생각을_할까 '......뭐, 이상있는 데는 없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가급적 빨리 시선을 떼려는 편. 오래 보고 있으면 거울 저편의 시니카도 이쪽을 들여다보기 시작하기 때문에... (※ 신이란 것은 아니며 시니카의 심리상태를 비유적으로 빗대는 표현) 시니카,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시니카 TMI 주세요! 우리 시니카... 책은 좋아하나요? 좋아한다 싫어한다 둘 중에서 고르라면 좋아하는 축이지만, 그렇게 적극적으로 좋아하진 않아. 이따금 갈 데가 마땅찮으면 도서실에도 가는 정도?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변할까요? 혹시 안 변하나요? 아마 사랑에 빠지면 제일 많이 변화하지 않을까. 건조한 성격은 그대로겠지만 많은 것이 변할 거야. 어떻게 변하는지는 그런 만일의 경우가 생겨봐야 알겠는걸 >:3c 잊지 못할 기억이 있을까요? 역시, 처음으로 출석한 학폭위원회에서의 그 날이 아닐까? 자신이 옳은 일이라고 배워 마지않았던 것이 와르르 무너져내리기 시작한 그 날 말야. #shindanmaker #님캐TMI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84363
>>281 ... 미안합니다 여고에는 꼭 교복바지를 입고 숏컷한 느낌의 왕자님들이 계시는데 왠지 내가 학교 다닐 시절엔 그런 갈~검정색 뿔테 네모 안경을 쓴 ...그런 왕자님들이 많았어... 꼭 교복만 입는 건 아니고 체육복으로 대체 하기도 했는데 렌은 그.. 그부류라구... 아.. 부끄러워
해줬어! 따라 해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정말 해주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니 코로리의 눈이 놀란 토끼처럼 동그랗게 뜨였다가, 반갑단 듯 화색을 띄운다. 웃으면서 활짝 핀 쪽은 토와보다 코로리였지만, 옅은 미소만으로도 상했다는 말은 충분히 취소 가능했다. 볼을 찔러 올렸던 손가락을 내리고도 생글생글거린다. 즐거운 목소리에 음 높낮이가 실려 흥얼거리듯하다.
"이제 안 상한 풋사과씨야."
코로리는 고개를 꾸닥거리면서 펜을 쥐었다. 계기가 무엇이냐고 하면 토와씨가 풋사과씨라서 사과를 만들어! 라고 밖에 답하지 못 하기 때문에 보고서에 관해서 도움될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이름은 적을 수 있다! 실의 종류와 색상도 상세하게 적을 수 있다! 공부는 안 하지만 글씨는 단정하고 조그맣게 적힌다.
"자전거를 3으로 타?"
잠과 관련된 이야기라고는 생각도 못하는 잠의 신님! 어젯밤도 달이 뜨든 별이 지든 밤에 잠을 안 자던 인간들 재우겠다고 얼마나 일을 열심히 했는지! 꽃단내 맡을 일이 머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고양이에게 음식 이름을 붙이면 오래 산다는 속설이 있었던가. 그 사실을 떠올리며 리코는 머릿 속으로 딸기와 망고, 포도 같은 과일 몇 가지를 떠올렸다. 이름을 과일 시리즈로 붙일 걸 그랬나? 나비나 용용이도 나쁜 이름은 아니지만. 유치한 작명 센스로 최대한 노력해낸 결과였다. 안타깝게도, 남들에게는 그저 단 몇 초만에 지어낸 이름으로 보일테다.
" 역사 좋아하시나봐요. 네로가 여기 대장 고양이거든요. 성격이 나쁘진 않지만! "
그리곤, 저 두툼한 볼살을 보라는 듯 작게 웃었다. 고양이들은 볼살이 많으면 많을 수록, 즉 쉽게 이야기해 얼굴이 크면 클 수록 그들의 세계에선 잘생기고 서열이 높은 개체라고 한다. 따지자면 근육 많은 마초맨 느낌이랄까. 아마 네로는... 최고의 꽃미남이겠지.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될 수록 볼살이 통통히 올라 왕대두가 된다던데. 어디서 알았냐고? 미안하게도... 심심할 때 툭하면 만져대는 스마트폰을 통해 습득한 지식이었다.
" 아, 네에. 그 편이 낫겠네요. 방해 없이 먹을 수 있어 애들도 편할테고. "
무엇보다 사람들 눈에 많이 띄어 좋을 것도 없으니. 오늘처럼 낯선 누군가의 방문을 맞이할 확률도 줄어든다. 뒷편에서 먹이를 챙겨준다면 그릇을 챙기고 치우기도 수월하고 말야. 리코는 알겠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레 먹이를 챙겨주는 장소를 바꾸면 아이들이 혼란스러워 할테니, 당분간은 이 근처를 떠나진 못하겠지만... 멋쩍어라. 혹시나 제 앞의 남학생과 또 다시 어색한 조우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 동아리 사람들에게는 조금 소란스러웠을지도 모르겠네요. "
미안함이 내비친다. 먹이를 먹다보면 고양이들이 보채며 울어댈 때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여태껏 아무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건 운이 좋았기 때문일까?
사실 미즈미는 쇼의 신경질적인 반응에도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 신경줄이 몹시 굵은 이 여자는 누군가 제게 패드립을 날린다 해도 하하 웃을 성정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무신경한 여자도 야쿠자는 좀 곤란하게 다가왔다. 대충 인간 생활 몇개월하며 몸소 느낀건데, 정장을 빼입고 문신도 잔뜩 한 성인 남성은 건드리면 일이 좋지 않게 끝나곤 했다. 그러니까 따지자면, 현대의 사무라이 같은 개념이다. 이런 부류는 신랑감으로도 적합하지 않았을 뿐어러... 뭐랄까... 그래, 많이 귀찮았다.
"참 사람 쑥쓰럽게- 친구 사이에 이정도는 해줄 수 있죠."
귀찮은 상황에 봉착한 것과 별개로 감사 인사는 착실하게 받을 줄 알아야한다. 사소한 것도 하나하나 신경써줘야 인간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법. 암암. 설마 쇼가 자신을 비꼰 것이라고 차마 생각하지 못한 미즈미였다.
"이크. 실례할게요."
아무튼 언제까지 미적거릴 순 없었다. 인간 사회에 내려와서 괜히 인간에게 해 끼치기도 싫고, 잘못돼서 신 자격 박탈되는 것도 싫었다. 미즈미는 쇼의 팔목을 덥석 잡고는 미즈미가 땅을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평소 굼뜬 것과 달리 도망갈 때는 또 속도가 빨랐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것 같다. 미즈미는 헉헉거렸다. 인간의 몸으로는 이정도 뛰어도 숨이 금방 차고 심장도 터질 것처럼 아파왔다. 잠깐. 이거 사랑 아닌가? 제가 본 로맨스 소설에서는 사랑에 빠지면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도 두근거린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미즈미는 인간과 손도 잡았고(지 멋대로 잡았지만) 도키도키한 상황(다른 의미로 심장이 두근거리긴 했다)도 연출했다. 게다가 제게 손 잡힌 이 인간도 숨을 헉헉거리고 얼굴이 붉은 걸 보아하니 이번에는 느낌이 좋았다. 기분이 좋아진 미즈미가 빙글 돌아 쇼에게 말했다. 검지 손가락을 쓰윽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