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다 가져오지 못할 양이라 다른 알바생까지 데려와서 음식을 가져다준다. 멀리서 봤을땐 무언가 세팅하는 것 같다싶더니 가까이서 보자 그것이 방송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터넷 방송이라고 하던가, 누구나 자유롭게 방송을 할 수 있고 그것을 시청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음식들을 다 내려놓고 트레이들을 챙겨 떠나려는 찰나 내 손목이 붙잡히고 우려했던 말이 들려와버린다.
" 아까 주문하실때 포장은 안된다고 말씀 드렸는데 ... "
그래 이렇게 주문할때부터 알아봤지. 나랑 같이 돌아가려던 알바생은 난처한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내 눈치만 보고 있길래 눈짓으로 먼저 돌아가라고했다. 주문이 좀 밀려있기도 했고 이런 일을 맡을 정도로 멘탈이 좋은 아이도 아니다.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잔뜩 늘어져있는 케이크들을 보다가 말했다.
" 식품이라는 특성상 환불도 불가능하시지만 ... "
그냥 쌩판 일면식 없는 사람이었으면 도와주지도 않았을테고 이 소녀는 그런 류의 사람이기도 했지만 몸에서 피어나는 기운 때문인지 결국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쾌락신이라고 했나. 딱히 들어본적은 없는 신이었지만 최근 인간들의 행보를 본다면 쾌락이라는 것도 분명 신성을 가질만하게 되긴 했다.
" ... 곤란해보이니까 약간 도와줘보도록할까. "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얘기한 나는 포장을 안하게 된 이후로는 안쓰게 된 포장용기들을 가져와서 음식들을 반 정도 잘라서 넣어주기 시작했다. 최근에 본 적도 없고 들은적도 없으니 꽤나 어린축에 속하는 신일 것이란 짐작이 들었으므로 도와주는 것이기도 했다. 인간계에선 신이 소수니까 신끼리 돕고 사는 것이다.
사람의 모습을 입고, 엉성한 말주변으로 사람인 체를 하는 이 신은 엉뚱한 행동을 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철저한 구석이 있다. 스즈의 농담 같은 이야기에 그는 묵묵하게 눈을 깜빡일 뿐이다. 제 행동이 평범한 십대 인간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만했나, 를 고민하는 중이다. 학년이 다르더라도 우정사탕이나 우정초콜릿, 같은 걸 주는 듯하니 괜찮을 것 같았는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려니 곧바로 받겠다는 답이 이어지는 것이다. 역시 가볍게 하는 농담이 맞았나 보다. ……신은 어깨 넘어 앞으로 흐른 제 머리칼을 손으로 빗어 내렸다. 어려운 일, 이를테면 사회적인 소통의 벽에 부딪혔을 때 습관처럼 나오는 행동 중 하나였다. 사람이든 신이든, 그들이 말하는 직설 없는 비유나 해어 같은 복잡한 화법은 1500년을 배워도 통 익숙해지질 못한다.
"별달리 점잖게 행동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그리고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무언가를 생각하듯 산중의 먼 곳을 바라보다, "얘, 손 좀 내밀어 보겠니?"하고 물었다.
풍어신은 무릎 위에 얌전히 내려두었던 손을 조용히 내밀었다. 몸을 움직이면서도 옷자락 쓸리는 소리조차 나지 않으니 기이한 광경이다. 무언가를 주려는 듯 손이 말아쥔 모양이었다. 손바닥을 펴 물건을 받는다면, 손 안에는 반질반질한 광택을 띠는 무언가가 놓여 있을 것이다. 받지 않았다면 제 옆의 마루에 내려둘 테고. 그가 놓아둔 물건은 사슴의 뿔처럼 갈라진, 붉은 산호 조각이었다. 손가락 두 마디보다 조금 작은 정도의 크기.
영문 모를 행동을 한 신은 느른하게 눈을 깜빡이다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일도 이곳에 있을 거란다. 어쩌면 10년 후에도, 그보다 더 긴 시간을 머물지도 모르지. 믿기 어렵다면 내일 해가 뜰 때 이 물건이 사라졌는지 확인해 보렴."
赤보다는 깨끗한 紅의 빛으로 반짝이는 물건에는 은은한 신성이 서려 있다. 간단하게 만든 부적인 셈이다. 갑작스런 행동에 이유라도 말해주면 좋을 텐데, 그는 "이미 손을 떠난 물건이니 처리는 마음대로 해도 좋단다."라며 저 역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산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계절은 어느덧 완연한 봄이 되었지만, 산중에 부는 밤바람이 아직 차다. 그에 불현듯 신은 오늘의 만남을 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늦었구나. 나는 이제 돌아갈 생각이란다. 감기 걸릴라, 너도 이제 쉬어야 하지 않겠니?"
정답! 완강하게 싫다고 안 한다면, 확실하게 선을 그어주지 않는다면, 꿈에서 방금 깨어나 경계가 모호한 잠결처럼 코로리는 자유롭게 넘나든다. 거절당해도 새로운 별명을 지을 쪽이었다. 무엇보다 제대로 잠을 자지 않아서 피곤해하면 맡아지는 꽃단내가 옅었다. 잠을 통해서 제대로 쉬는 아이는 잠의 신이 마음에 들어할 수 밖에 없다! 착한 풋사과, 예쁜 풋사과, 좋은 풋사과!
"으아, 상했다ー"
토와가 미묘한 표정, 자신없는 말투로 무언가 제안한단들 코로리는 과제에 대해 태평하기만 했다. 그런 토와를 보며 상했다고 방글방글 웃는게 왜 애벌레라고 소개했는지 알겠는 부분이다.
"바늘이 붓이 되는거야? 풋사과 농장 만들자!"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고서 자수와 뜨개로 포인트를 준다거나, 토와의 의견을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코로리는 어떻게 할 지보다는 무엇을 할 지에 관심이 지대했다. 풋사과를 빨갛게 칠하는 카드 병정, 풋사과는 편식하는 백설공주, 포도 대신 사과 농장에 숨어든 여우, 어느게 좋을까ー.
/ 오전에 올린다고 했는데 조금 늦었다 。゚(゚´ω`゚)゚。 / https://class101.net/products/5U65bkL5BxcBnZYv3tsS 캔버스 위에 넓은 면은 물감으로 칠하고 실로 포인트를 주는 건 링크 속 작품이 예가 될 거 같아 (*´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