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뭔가 지금 ‘해치웠나..?’라는 멘트를 입에 달고 사는 빌런이 된 것 같은 기분임다 X0 ‘(이 나메만 쓰면) 잘 수 있나..?’라고 생각한게 한 시간 전인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눈을 못감고 있네요 ㅜㅡ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치웠나..? 잘수있나..? >>889 그러게요 뭔가 고자세 양키st가 되어버렸네요 XD 다음에 또 봐요 시이주!
이것도 역시 암묵적 동의다. 눈을 꾹 닫고서 하는 퍽 뻔뻔스런 어조가 신빙성을 더욱 가중시킨다. 평소 직설적인 어투로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푹푹 찔러대는 그녀이니 오히려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흐응."
그리고 그런 시로하가 이번에는 한 쪽 눈만을 옅게 떠보인다. 난감해하는 코세이의 얼굴을 눈으로 제대로 담으려는 듯이 말이다. 적월이 으래 그렇듯, 뜨고 지는 것은 단지 한순간이었다. 눈꺼풀 하나로.
"...확실히. 드물게도 적극적이구나. 거절하면 적당히 그러려니 할 줄 알았거늘."
시로하가 아는 코세이는 그런 인상이었으니 말이다. 신의 책무를 하고 있을뿐인 적당주의의 인간같은 인상. 게다가, 그냥 하는 말인줄 알았던 것도 있었다. 이른바 체면치레라는 것으로 마음에 없는 소리를 상호존중의 의미로 내뱉는 관례인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 녀석은 그럴거라면 아예 말을 꺼내지 않는 타입이었던 것도 같다. 허나 의외이지 않던가. 잠이나 게임밖에는 관심 없어보이던 녀석이 이렇게 먼저 청해올 줄은...
"그렇다면 좋다."
그것이 지금의 물꼬를 트던 생각. 도검의 신이 이렇게 운을 띄운 것은 밥을 세 숟가락 할 정도로 꽤 한참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같이 가자꾸나. 사쿠라마츠리. 같은 신 나부랭이들끼리 잘 되었지 않느냐. 나도 축제는 서투르고... 말이다. 어차피 갈 거라면 동행하는 편이 낫겠지."
"공공장소에서 질서와 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하가네가와 시로하: 그대. 네녀석...! ...임마! 봐놓고 모른척 하지 않는게다!! ...흣. (연신 기침)
"가위, 바위, 보! 셋 중 뭘 낼래?" 하가네가와 시로하: 가위, 바위, 칼! ...은 역시 안되겠느냐?
"내게 복종해라." 하가네가와 시로하: 검객이 되어서 스스로보다 한참이나 뒤떨어진 주군을 어찌 섬길 수 있겠느냐. 그래서야 체면이 서지않는다. 그 전에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 순서겠지. ―자아, 꺾어보거라.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무상영령은 밤에만 오니, 참으로 수줍음이 많으신 신인 것이 분명하여요." "내 살며 무상영령에 대해 그리 말하는 자는 아가씨가 처음입니다." "그렇지만 달 뜨지 않는 날 나타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테니,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아 안심할 수 있지 않겠사온지." "참으로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아가씨, 무상영령을 만나려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기실 만나뵙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요." "어떤 연유로?" "그 수줍으신 신님의 얼굴이라도 뵈어 봐야 왜 숨는지 이유를 알지 않겠사와요. 단지 그뿐이랍니다. 정말 세간의 말대로 눈이 마주치면 미쳐버릴지, 아니면 뜬 소문일지.." "무모하고도 위험하여라." "이미 주체를 잃어 남에게 팔려갈 인생. 한 번 사는 삶 그리 미쳐 가치가 떨어진다면 자유를 얻겠지요."
흘끗 시로하를 바라보았다가 에휴,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고선 그저 별거 아니었다는듯 눈을 한번 감았다가 뜬다. 좀 적당적당하게 사는 느낌도 있기는 하지만 ... 언제부터 별의 신님의 이미지가 이랬냐 말이다. 별이라 함은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몽환적이라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수 있는 것인데.
" 뭐 내 잘못이 가장 크긴 하니까. "
누가 알아달라고 하는 일은 아니라서 억울하지는 않다. 진짜 낮에만 나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니까 말이다. 마지막 가라아게를 입에 한번에 넣고 금세 씹어 없앤다. 애초에 많이 싸온 것도 아니었는데 그마저도 시로하랑 나누고 나니 금방 다 먹어버렸다.
" 축제라는건 같이 다녀야 재밌는거니까. 맛있는 것도 잔뜩 있고 말이야. 사복 차림이 궁금하기도 하고. "
확실히 이번엔 내가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긴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축제에 크게 관심을 가지진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갑작스런 심경 변화의 이유가 무엇이냐, 라고 물어본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같이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하면 될까? 근데 사복은 왠지 하카마를 입고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그럼 같이 가기로 약속한거다? "
허락을 구하는데도 이렇게나 긴 시간의 뜸을 들이다니. 또 싫다고하면 어쩌나 조금 걱정하는 마음도 들었는데 좋다고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그녀의 말대로 신 나부랭이 둘이서 같이 다니는 것도 꽤나 괜찮을 것 같으니까. 리리까지 붙으면 세명이 되려나?
" 무언가 기대가 되는건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인데. 이것저것 즐기면 분명 재밌겠지? "
축제 시즌에 맞춰서 유성까지 하늘에 수놓아주는 것은 어떨까하고 시로하에게 물어보면서 즐겁게 웃어보인다. 최근 몇년 들어서 이렇게 들뜨는건 또 오랜만이기도 하니까.
손을 봤다면 어떤 악기를 연주하는지 정도는 어림짐작할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시니카는 타인에게 그렇게 세세하게 신경을 쓰는 것을 포기해버린 지 오래였다. 애초에 쇼의 형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럴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고. 스쳐지나가는 경음부원생과의, 전학생과의 의문의 세션- 그래, 이 순간에 붙이는 이름도, 서로간의 거리도, 딱 그 정도가 알맞다. 그것 이상을 바라기에 시니카는 너무 닳았다.
"그렇구나."
시니카는 화제를 별로 이어나가지 않고, 대답을 대답으로 수긍했다. 기타 멋지네, 하는 감상은 있었다.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상징하듯, 선명하고 찬란한 붉은색. 이제 더 이상 시니카는 가질 수도 품을 수도 없는 마음, 이제 그녀에게 있어 드럼은 침전된 스트레스와 음습한 파괴충동의 배출구일 뿐인데.
"좋을 대로 해."
그래서 그녀는 연주를 거들어도 되겠냐는 쇼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손이 근질근질하다는 말에서 아닌 척 묻어나오던 열정과 열기를 막을 수도 꺾을 수도 없었으니까. 문득 시니카는 방금 전, 부실 비어있으니까, 원하면 들어가서 좀 쳐도 되고… 하고 말할 때 쇼의 눈에서 반짝이던 무언가를 기억해냈다. 자신은 이제 그런 눈빛을 할 수 없다. 부럽다. 질투나지는 않는다. 부러울 뿐이다.
시니카에게 남은 것은, 이런 것뿐인데.
"드럼이 곡을 골라도 되나 모르겠네. 알아? 마이클 잭슨."
하고 운을 뗀 그녀는, 대답을 기다릴 틈도 주지 않고- 아니, 대답은 음악으로 듣겠다는 듯이 드럼스틱을 홱 나꿔채듯이 잡더니 있는 힘껏 쾌앵!! 하고 심벌즈를 세게 후려쳤다. 마이클 잭슨의 호우! 하는 상징적인 기합성 대신이었다.
그리고 드럼 위로 천둥벼락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Smooth Criminal의 상징적인 베이스라인이 드럼에서 울려나오고 있었다.
드럼 연주라기보다는, 차라리 상처입은 짐승의 분노에 찬 파괴행각. 그녀의 드럼연주는 그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것이 음악성마저 결여된 무식한 난타냐고 한다면 아니었다. 그 폭타는 광포했으되 정제되었고, 날뛰었으되 박자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눈멀었으되 귀는 트여 기타에게 자리를 내어줄 줄 알았다. 그러면서도 박자를 잡는 드럼소리도 빠짐없이 울려주었고, 쇼가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베이스라인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기타에게 넘겨주고는 기타와 함께 합을 맞춰 리드미컬한 합주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그렇게 광포한 드럼소리를 쏟아내면서도, 시니카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 또한 무기력한 일상의 한 편린일 뿐이라는 것처럼, 쇼와 눈이 마주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냉랭하다 못해 평온하기까지 한 무표정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