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의 의도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아키라는 이 꽃을 꺾을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고개를 힘껏 도리도리 저었다. 그 와중에 자신에게 내밀어진 벚꽃 가지를 그는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이건 또 어디서 가져온거람? 확실히 벚꽃이 필 시기이긴 했는데 이 근처 나무에서 꺾어온 것일까? 일단 이 부분은 주의를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키라는 그녀를 바라보며 가벼운 주의를 주듯 이야기했다.
"예쁘긴 한데 하지만 함부로 꺾거나 하면 안된다고요. 다음부터는 주의해주세요. 일단 이건 고마워요. 이미 꺾인 거니까 죽지 않게 최대한 보관해야겠네요. 얼마나 버틸진 모르겠지만."
화분에 물을 넣고 꽂아두면 되나? 아니면 화분을 하나 사서 둬야하나? 나중에 원예부 학생들과 만나서 조언을 구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정말로 조심스럽게 정성스럽게 그 가지를 꼬옥 잡았다. 아무튼 그녀가 자신의 소개를 하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리본 색에서 알 수 있었으나 역시나 1학년인 모양이었다. 카미야 마사히로. 그럼 카미야 씨라고 부르면 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럼 카미야 씨로 부를게요. 그보다 키라키라는 뭔가요? 확실히 한자로 쓰면 빛과 관련된 한자이긴 하지만...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1학년은 잘 모르죠. 그래도 이렇게 봤으니 기억은 할 것 같지만요. 이런 것도 받았으니."
선물인지, 아니면 그냥 주은 것을 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꽤 인상에 남는 사람이 아닐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자신의 안경을 살짝 손으로 올리면서 정리했다. 그 와중에 그녀의 말에 그는 살며시 도끼눈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어째서 선물을 안 한다는 것만으로 사랑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것이 되는건데요? ...혹시 1학년들 사이에 사랑이야기가 퍼지고 있나요? 어.. 이 근처에 사랑과 관련된 신사가 있었던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 연애 관련 프로그램이 유행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넌지시 그녀에게 물었다. 사랑에 관심이 많은 것이냐고. 한 번이라면 모를까. 두 번이나 관련으로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더욱.
화과자점 내부는… 뭔가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과자 올린 진열장들이 매장을 꽉 채우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는 모양이지. 달랑 두 개 밖에 없는 진열장을 가득 채운 화과자들을 보면.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카운터에 앉아있는 점원이다. 다크서클이 깊게 낀 눈에 피곤한 얼굴을 한 저 사람은, 아무리 봐도 쇼의 또래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였다. 뭐, 부모님 대신 가게를 보고 있기라도 한 거겠지. 쇼는 인사를 건네오는 점원을 보고 살짝 목인사를 해보인다. 그리고 입구에 놓인 쟁반과 집게를 들고, 진열장으로 향한다.
당고, 경단, 도라야끼 같은 전통 과자들부터 초콜릿, 사탕, 과자까지… 없는 게 없다고 해도 될 정도. 살짝 배가 또 주려온다. 얼른 사들고 기숙사로 돌아가야지.
진열대 앞에서 쇼는 긴 것도, 짧은 것도 아닌 시간동안 머무른다. 이윽고 진열대를 벗어난 쇼의 쟁반에는 여러 과자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저러다 떨어트리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카운터까지 걸어온 쇼가 약간 힘겨운 몸짓으로 쟁반을 그 위에 올려놓는다.
"이제 계산해주세요."
혹시 이 맹해보이는 점원이 계산하는 걸 까먹을세라 덧붙이는 말. 그새 쇼는 외투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낸다.
토미나가 후미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스스로_포기한_것은 -흠... 생각해봐도 딱히 없음!
자캐의_글씨체를_서술해보자 -샤프나 볼펜같은 현대 필기구로는 교과서에 나올 법한 정석적인 글씨? 초등학교 입학 때 궁서체 따라 썼던 것처럼... 정말 딱 폰트처럼 정석적인 필기체야. 붓글씨도 옛날 기준으로는 정석적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우와 고풍스럽다~😲 정도는 돼.
자캐가_웬만해선_안_보여주는_표정 -애초에 표정변화가 없다……😐 그나마 쉽게 볼 수 있는 표정은 눈썹 들어올려서 의문 표하기, 그리고 미미하게 인상 찌푸리는 얼굴 정도? 웃는 얼굴은 본 사람이... 아니 신이라도 1500년 동안 세 손가락 안으로만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드물어🤔
"으음. 그런 거에 첨언해서 의도를 훼손시키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리고 학생회 산하라서 의무라는 얘기는 처음 듣네요 라고 말하면서 상당히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야.. 토와가 있던 고교는 학생수가 적었으니까... 당연히 동아리활동도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성이 토와에요." 가볍게 말하며 그러면 이번엔 이름을 물으신다면 엔이랍니다. 라고 하면 '엔'인지. '엔이'인지 헷갈릴지도 모르잖아.. 3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는 말에 야사이를 애매한 표정으로 잠깐 바라보다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니까요" 저는 입학 후에 2년동안은 엄청 긴 시간이라고 느꼈거든요. 라고 가볍게 말하다가 과감함이라는 말을 듣자.. 입을 가리며 쿡쿡 웃나요?
"아. 그거는 자의 반 타의 반이었거든요." 안타깝게도 시골의 분교라.. 학생이.. 별로 없어서 결국 폐교되는 것도 반이었고요. 라고 말하며 자의는 역시 도쿄같은 큰 도시의 고교로 가는 게 아니라 여기에 온 것도 있겠네요. 라는 말을 하는 토와입니다.
>>843 새학기를 맞아 마루가 이런 동아리 저런 동아리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 다니는데 생소한 TRPG에 이끌려 TRPG부 동아리실을 똑똑 두드리고, 부장인 테츠야한테서 TRPG 소개.. 괜찮다면 가벼운 실습(?)까지 받는 거가 일단 떠올랏어유 :3 테츠야주는 원하는 상황이 따로 계실가여? 부담없이 말씀주세여
“이름은 중요하니까요. 누군가에게 쉽게 불러지는 것 보다는 이렇게 귀여운 별명이 있는 편이 좋지 않나요?”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 다는 것은 그 사람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니까-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슬며시 그녀의 눈은 반달처럼 휘었다. 언제나처럼 환한 웃는 얼굴로 그녀는 기꺼이 질문에 답했다.
“아하하~ 무서운 얼굴이네요~ 자자 웃는 사람이 행복하답니다? 건강에도 좋아요- 그야 본격적으로 누군가를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런 느낌이 나니까요? 키라키라땅은 생각해본 적 없나요? 사랑은 맹목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무엇이든 하고싶어 지는 거랍니다- 그녀는 그리 말하며 조금씩 소년에게 다가가다가 다시 화단을 보며 쪼그리고 앉아서는 주위를 훑어보았다. 많은 사람의 손이 오간 덕인지 여러 꽃들은 서로의 자태를 뽐내듯 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래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키라키라땅은 여기에는 분위기를 보러왔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사람이 보이지 않더라구요? 키라키라땅은 학생회장이기도 하고- 어떤지는 알지도 모르니까 몰래 꽃을 가져가서 누군가에게 사랑고백을 하기에는 딱이 아닐까-해서? ”
정확히는 그녀가 오기 시작할때에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정확했을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기는 했으나 본격적으로 말할 필요도 없이- 그녀는 귀찮은 타입이었던 것이다. 단순히 말하면 대응하기가 귀찮으니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는것이다.
"그것도 있지만- 몇가지 부활동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딱 하고 오는 것은 없더라구요- 이정도의 원예는 애초에 만족할 수준도 아니기도 하고? 아, 맞다! 키라키라땅이 추천해주면 되는거 아닌가요! 회장이니까 무언가 잘 알지 않나요?"
Q.시이는 데코라 패션을 자주 하나요 A.일단은 응. 하지만 그건 단순히 요즈음 유행인 지뢰계 멘헤라 패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야(오너 취향 포함이지) 펑크에 데코라를 선택적으로 곁들이는 편이라고 생각해... 로리타도 별로 입지 않구 이 이야기를 언젠가 꼭 해야지 싶었어 물어봐줘서 고마워 마루주 쪽
이 1학년의 붙임성 보통이 아니네. 순수하게 아키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자신은 거리감을 주고 싶은 것은 아니었으나 일단 자신은 3학년이고 학생회장이었다. 그런데 초면인 1학년이 키라키라땅으로 부른다니. 생각도 못한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하면서 아키라는 애써 헛기침 소리만 낼 뿐이었다.
"아, 아무래도 좋잖아요?! 사랑을 해봤건 해보지 않았건. 이, 이래보여도 중학생 땐 사귄 사람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는거고! ...뭐, 상상에 맡기겠지만."
그에 대한 진실 여부는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며 아키라는 슬며시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보다 자신은 왜 이 1학년에게 사랑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역시 요즘 1학년들에게는 사랑이야기가 퍼지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면서 학생회실로 돌아가면 1학년들에게 넌지시 물어봐야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허나 음. 그러고 보니 요즘 사랑이야기가 퍼지는 것 같던데 다들 사랑에 관심있니? 그렇게 묻는 자신을 떠올리며 두 머리를 쥐어잡고 고개를 강하게 도리도리 젓는 것은 1분도 안되서 일어난 일이었다.
"당신이 있지 않나요. 지금 제 눈앞에. ...그리고 안해요. 사랑고백. 그런 것은 말이죠. 갑작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서로를 알아가고 조금 더 친밀해지고 그러다가 분위기가 무르익고 그러다보면..어흠. 쿨럭. 쿨럭. 아무튼 그런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넘어가고, 1학년생으로서 이 학교는 괜찮으신가요?"
물어볼 이가 없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1학년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페이즈에 넘어갈 것 같았으나 애써 정신을 가다듬으며 헛기침 소리를 여러 번 내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추천..이라고 해도 어떤 것을 좋아하는데요?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혹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혹은 익사이팅한 것을 좋아한다. 그런 것은 없나요? 제 개인적으로는 학생회에는 일손이 항상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이 들어와서 나쁠 것은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즐길게 많은 1학년들에게 바로 학생회에 들어오라고 권유는 못할 것 같네요. 빈말로도 재밌는 활동은 아니기 때문에."
요조라가 보기에도 아마 또래로 보이는 손님은 요조라의 인사에 고개만 꾸벅 숙인다. 그 반응에 요조라는 별 생각이 없었다. 이게 보통이니까. 하교 후 시간대에 오는 손님은 이 근처에 살거나 단골인 경우가 많아서, 어쩌다 요조라가 카운터에 있어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가만히 카운터에 앉아있기만 해도 손님 응대는 할 수 있었다.
오늘도 그러겠거니, 하며 요조라는 카운터에 기대서 조용히 과자를 먹었다. 뭘로 할지 묻지 않는 이상, 손님의 선택에 간섭하지 않는다는게 호시즈키당이라서, 요조라는 손님 혼자 쟁반에 이것저것 담는 걸 카운터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요조라라서 그냥 둔 거지 아니었으면 이미 나가서 설명도 해주고 고르는데 도움을 주었을테지만. 그 탓, 그 덕에 이것저것 한가득 담긴 쟁반이 카운터로 왔을 때는 요조라가 힐끔 하는 눈짓으로 손님을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저기... 이거, 이것들... 유통기한, 짧은데... 다 먹을 수... 있어요...?"
원래라면 유통기한이 며칠이고 보관을 어떻게 하고 다 설명해야 하지만 요조라는 그러기 귀찮았다. 일일이 설명이라니. 이 손님이 요조라의 참아줄지도 모르는데 괜한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달까. 그래도 최소한의 설명은 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구구절절한 설명은 생략하고 필요한 말만 꺼냈다.
"냉장보관, 으로... 사흘에서 일주일이라... 금방, 먹을 거, 아니면... 남을 거에요... 버려야 할 지도..."
그래도 사갈 건지, 아니면 오래 보관 가능한 것만 사갈 건지, 요조라의 말은 그런 속뜻을 담고 있었지만 지금 상태로 저 손님이 이해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금 더 설명을 하면 될 텐데. 요조라는 말 할 시간을 끌기 싫어 설명 대신 손님이 적당히 이해하고 대답해주길 기다렸다. 어차피 다 사갈 손님이라면 다 사가겠지, 라는게 요조라의 생각이었다.
게임은 언제나 생소한 것이다. 게임센터에 발을 들이고, 조이스틱을 현란히 조작하는 행위에 취미 붙이는 기회를 맞은 것은 굉장한 예외였다. 모바게는 조작하는 재미가 없고, PC 게임은 입문에 변변한 도움을 준 사람이 없다. TRPG 또한 애초에 접할 기회가 없었으며... 그러므로, 바퀴를 돌리던 손이 TRPG부 곁에서 멈추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TRPG 하고 머리로 발음하는 어감이 생경하다.
호기심은 사람을 움직인다.
"실례할게.. 있을까."
반쯤 열려 안쪽을 보이는 문을 손마디로 똑똑 두드렸다. 울리는 소리는 절제되고, 내부를 둘러보고 테츠야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소년은 외양이고 읊조리는 말씨고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