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보고 있었어! 첫눈에 반했어! 사귀어 줄래?" 카나가시마 렌코: (전부터 나한테 보이고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무슨?) 카나가시마 렌코: (첫눈에 반하다니, 그럼 두 눈째에는 어떤 감상이 들었다는 거야?) 카나가시마 렌코: (애초에 사귄다는 게 뭐지? 손 잡고 입 맞추면 사귀는 사이인가?) 렌코는 묻는 말에는 대답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생각에 빠진 채로 집까지 걸어 돌아갔다.
"널 믿지 않아." 카나가시마 렌코: "미안한데, 네가 믿어야 되는 건 내가 아니라 '사실'이야. 그리고, 사실이 그래..." 카나가시마 렌코: "...나, 신뢰도가 좀 낮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주는 제일 큰 애정 표현은?" 카나가시마 렌코: "그런 건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이 정하는 거... 라고 생각해." 카나가시마 렌코: "아, 내가 정하라고 한다면..." 긁적긁적 "뭐가 있지? 등에 기대게 해 주는 거 정도... 웃지 마. 웃지 마."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시이의 속에 만 송이 꽃이 피었다가 만 되의 우박이 쏟아졌다가 만 길 파도가 쳐오고 만 길 벼락이 치고 있는데, 이 애늙은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이를 그 평온한 미소가 살짝 얹어진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머리 위에 우산 그늘을 드리워준 채로. 신이라는 작자들이 다 그렇듯이,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사고의 궤도에 있는 그녀의 행동은 종잡을 수 없었다. 시이에게는 더 어려울 것이다. 시이 역시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사고의 궤도를 갖고 있으되, 그 궤도는 이 아메미야라는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는 신과는 겹치지도 접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녀는 그 궤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구름과 날씨의 신이기에, 구름이 떠가는 높이에 떠서 천하를 굽어살피고 구름과 비를 부리는 소임을 맡은 소녀는 아무리 그 발을 땅에 딛고 있어도 남들과 같은 눈높이를 갖는 것은 불가능했다. 궤도를 떠날 수도 벗어날 수도 없었고, 그래서 시이의 궤도에 발을 맞추어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애껏 건넨 위로의 말은 헛돈다. 헛돌다 못해 오히려 시이가 화를 냈으면 냈을까. 자상함은 동정이 되고 안심시키는 말은 조롱이 된다. 그대를 놀리는 이 없노라고 발언의 목표를 확실히 해둔 것이 그나마 시이가 화를 덜 내도록 만들어준 것일까.
그러나 그래도 이 정도라면, 손을 내뻗어 눈물을 닦고 우산을 씌워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일도.
"빗속에서 퍽 쓸쓸했겠구나."
주머니에 손수건을 쏙 집어넣은 류카는 시이의 친구 없다는 말에 아무것도 없는 빈 손을 뻗어왔다. 뭔가 달라고 내미는 손이라기에는 뻗어오는 궤적이 좀 높았다. 하얀 고사리같은 손이 시이의 비 맞은 머리를 살며시 퐁퐁 두드리곤 쓰다듬어준다. 이제 괜찮다,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머리에서 떨어져내려온 손은, 물러가지 않고 이번에는 확실히 시이에게 내밀어져왔다.
"하면, 여도 쓸쓸하던 참인데, 같이 가주겠느냐? 그대 집까지 데려다주겠느니라."
신이 신에게 건네는 정중한 요청이었다. 투명한 비닐우산은 아직도 시이의 머리 꼭대기 위에 드리워, 물방울을 머금고 주변의 풍경을 깨어진 보석함처럼 비추고 있다. 이 손을 잡으면, 익숙했던 귀갓길은 잠깐이지만 낯선 궤도 위에 걸리게 된다.
>>663 선관은 무리하게 짤 필요는 없죠! 도시락파라면 어느 날 교실이 아니라 다른 데서 밥을 먹어보자 하다가 우연히 마주쳤다... 같은 건 바로 전 일상도 식사중이었으니 좀 힘드려나요? 토와가 기숙사생이니까 야사이가 다른 선배한테 볼 일이 있어 방과후에 3학년 기숙사 쪽으로 와서 만난다, 같은 게 떠오르는데 어떤가요?
>>674 일단 용건이 끝난 후에도 개인적으로 말을 걸 생각이지만 대화가 더 이어질 만한 게 없으면 끝내는 식이 될 것 같아요. 그랬을 때는 서로 안면을 익혔다 정도의 느낌? 무언가 해프닝을 벌려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괜찮다면 제가 선레를 써도 괜찮을까요?
낮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하지만 저녁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6시쯤, 2학년의 파란 넥타이를 한 소년이 기숙사 복도를 떠돌고 있다. 기숙사가 익숙치 않은 듯 떠도는 모습은 둥실둥실, 또는 안절부절이라는 효과음을 떠올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팔 안에 안고 있는 것은 종이 몇 장이 대충 끼워져 있는 차트와 너덜한 책 몇 권이라, 적어도 목적 없이 온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만.
"곤란하네, 곤란하네..."
확실히 말하는 만큼 곤란해 보이는 모습이고, 곤란하다. 어딘가에 길을 잘 잃는 학생을 위한 지도가 붙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를 만큼 이곳을 모르니까. 결국 소년이 선택한 건 적당히 길 가는 사람을 잡아서 물어보는 거였다.
"그쪽 분, 혹시 3학년들이 있는 기숙사는 어느 쪽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토와가 교복을 입고 있었다면 3학년의 빨간 넥타이를 보고, 그쪽 분이라는 불확실한 호칭 대신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썼을 것이다. 조금 헤매서 현재 위치는 대략 걸으면서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목적지에서 많이 멀어진 정도일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