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484066> [1:1/일상] So Far Away #2 :: 1001

기망, 혹은 희망. ◆TrRj8FbhDE

2022-03-19 04:27:47 - 2022-04-19 21:05:39

0 기망, 혹은 희망. ◆TrRj8FbhDE (CSuuUhDSGY)

2022-03-19 (파란날) 04:27:47


Cause you're so far away from me.
You're so far away from me.

#1 >1596463088>

Perosa Montecarlo: situplay>1596463088>100
Michael Rosebud Winterborn: situplay>1596463088>145

53 에만주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00:39:44

(꼬오옥)(삑삑뽁삑)(행복!)

에만이에게 안아줘요를 시전한다구? 에만이 눈 동그랗게 뜨다가 소맷단 안 흘러내리게 손으로 꾹 잡고 팔 쭉 뻗어서 끌어안을 걸? 참고로 김에만.. 로로 와이셔츠 입고 팔랑팔랑 하고 있었을 거야.. 👀

54 페로사주 ◆uoXMSkiklY (zNwJdB/lkU)

2022-03-22 (FIRE!) 00:43:48

55 에만주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00:47:55

(오늘도 로로주 살해에 성공!)

56 페로사 - 에만 ◆uoXMSkiklY (zNwJdB/lkU)

2022-03-22 (FIRE!) 01:42:27

이제 보면 그 데저트 이글은 좀 독특한 모양으로 개조되어 있다. 방아쇠를 둘러싸고 있는 방아쇠울이 크게 확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녀의 손이 상당히 큰 편이긴 했지만, 데저트 이글 역시 자동권총들 중에서는 가장 커다란 축에 속하는 물건이다. 굳이 방아쇠울을 확장시키지 않았어도 그녀의 손가락이 충분히 들어갈 텐데. 희한한 일이다. 핸드폰 화면을 두드리며 무심코 당신을 내려다보다, 당신이 소맷단을 팔락거리는 것을 보고 후후후, 하며 만면에 귀여워 죽겠다는 미소를 띄우는 것만큼이나. 기괴할 정도로 단순하고 알기 쉬운 감정이 거기 있었다.

"나쁘지 않네." 하며, 그녀는 당신을 들어안았다. "그래, 떨어지지 말아." 그러다 이런 식으로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쑥쓰러워하는 반응을 보이며 소맷단에 얼굴을 푹 파묻어버리는 당신을 보고는 "내려줄까?" 하고 묻는다. 그녀의 품에 안겨서 가건, 그녀의 품에서 내려 같이 나란히 가건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되겠다. 별 차이는 없을 테니까. 어느 쪽이건 그녀가 당신을 두고 갈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껏 그녀의 태도에서 그녀는 충분히 그런 의사를 피력했으니. "어쩌면, 더 멀리 떠나버리면 좋겠지만..." 하고, 무심코 감정에 취해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중얼거린다.

그녀를 따라 폐건물을 벗어나 조금 걸어서 차가 다닐 만한 너비의 골목길로 나가면, 지극히 평범해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세단 한 대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마치 지나가던 평범한 여행객의 차라는 듯 멈추어서 있다. 페로사는 딱히 그 차에 대해 경계하거나 의심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아니 저 차가 맞다는 듯이 당신을 이끌었다. 당신이 꺼림칙해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뒷좌석 문을 열어 당신을 먼저 들여보내고 그 뒤를 따라 당신의 옆자리에 탔을 것이다.

"항상 데려다주던 데로." 하며 그녀는 운전석에 주문을 건넨다. 운전석에는 안색이 나쁘고 수척해보이는 청년이 있다. 그는 "어어." 하고 착 가라앉은 칙칙한 목소리로, 페로사를 잘 아는 듯한 심드렁한 어조로 대답하다가 백미러를 힐끔 보고는 스스럼없이 물어온다. "뭐야. 애인이냐?" "신경 끄셔." 하고 페로사가 되받아친다. "출발이나 해." 운전수와 승객이라기보다는 서로에게 퉁명스럽게 구는 것도 스스럼없어졌을 정도로 막역하게 지내는 동네 친구 같은 태도다. "썸녀냐, 썸남이냐?" 시동이 걸려있던 자동차가 부드럽게 출발을 시작하며, 석양에 잠긴 도로로 달려나간다. "오늘따라 혓바닥이 왜 이리 길어?" 캘캘 웃는 소리. "너 얼굴색이 가관이라서. 뭐, 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동승자 분." 그가 지적한 대로 페로사의 얼굴에는 이 석양 한가운데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연연한 붉은색이 한 겹 얹혀져 있다. 거기에서 화제를 돌리고 싶었던 것인지, 그녀는 "신경쓰지 마. 이 자식이 택시비 입금된 거 확인하기 전엔 주둥아리가 가볍거든." 하고 당신에게 덧붙였다.

차는 에스플레네이드 방향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57 페로사주 ◆uoXMSkiklY (zNwJdB/lkU)

2022-03-22 (FIRE!) 01:43:07

큿... 이번 일상에서 리벤지할 거야..

58 에만주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01:51:11

로로... 로로야.. 택시 안에서 이런 대화는 김에만이 처음이라...

냅다 팔 꼬옥이 하고 눈 둥글둥글 뜰 테니 각오해..(?)

59 페로사주 ◆uoXMSkiklY (zNwJdB/lkU)

2022-03-22 (FIRE!) 02:02:12

페로사가 '이 자식이 택시비 입금된 거 확인하기 전엔' 이라고 할 때 이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면 자식은 아마 brat으로 번역하는 게 가장 정확할 거야. 보다시피 페로사와는 개인적인 범위까지 신뢰관계가 구축돼 있는 드라이버. 이제 계속 두면 한없이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모양새를 구경할 수 있는...

60 에만 - 페로사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03:01:22

소맷단을 팔락이다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있다. 총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방아쇠울이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크다는 사실이다. 두 손가락을 모두 넣어 사용하나? 혹시 명중이 두려워 손을 떠는 것일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다. 에만은 시선이 마주치자 한 번 더 손을 까딱여 소맷단을 팔락였다. 멈추기엔 타이밍이 잘 안 맞았나 보다. 귀여워 죽겠다는 미소는 고양이로 변한 자신이나, 길가의 반려동물 카페의 쇼윈도를 보는 사람들의 것과도 비슷해 무엇인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지금 날 귀엽다 생각한 거야? 그런 불만을 표출하듯 눈만 끔뻑하고 감았다 뜬다. 어쩌면 저 눈썹이 미묘하게 좁아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 표정도 들렸을 적 눈이 동그래져 없어지고 말았다. 소맷단에 얼굴을 파묻자 페로사는 내려줄까 물었고, 에만은 틈을 살짝 벌리듯 얼굴을 덮은 소매를 내리고 가만히 여성을 응시했다. 눈만 빼꼼 나온 모양새로 천천히 시선을 굴리며 입술을 벙긋거렸다.

"……떨어지지 말라고 했으니까, 떨어지지 않을 테야.."

그리고 얼버무리듯 조그맣게 덧붙인다. "그리고.. 옷이 커서 질질 끌릴 거니까.. 더러워질 거야.." 씨알도 안 먹히는 변명을 뒤로하고 눈이 조금 커진 것 같다. 무심코 중얼거린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더 멀리. 그래. 에만도 멀리 떠나길 바란 적이 있다. 언젠가는 바랐지만, 이 도시에 얽매인 이상 그럴 수 없다. 이제 끝장을 보고 떠나야만 하는 신세가 됐다. 그리고 그 끝에, 당신과 함께 떠나고 싶단 욕망이 고개를 내민다. 에만은 당연히 그 욕망을 본 척도 하지 않으려 했다. 아직 이르고, 섣부른 것 같으며, 정의되지 못한 감정에 휘둘리면 그 끝은 파멸뿐임을 알고 있으니까.

품에 안겨 폐건물을 빠져나와 차도가 보일 적, 세단 한 대가 보인다. 에만은 세단이 익숙하다. 일단 신분의 위협이 없도록 이름만 법적 보호자인 용왕의 산책용 차 중 한 대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평범한 느낌이 없잖아 있기에 의아한 시선으로 페로사를 올려다본다. 택시는 보통 노란색이지 않은가. 하지만 경계하지 않는 모습에 일단 에만은 믿어보기로 했다. 서 푼도 못 될 믿음이지만 이마저도 기적이다.

뒷좌석에 탔으나 푹신한 시트에 몸을 맡기진 못했다. 소맷단 속에 가려진 손을 말아 쥐고 제법 빳빳한 모양새다. 옆에 앉은 페로사를 흘긋 쳐다보고, 운전석을 흘긋 쳐다본다. 안색은 나쁘며 수척한 청년이다. 익숙한듯한 주문을 하는 걸 보니 제법 오랜 시간 같이 일한 듯싶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애인?

에만의 눈이 동그래진다. 되받아치는 모습도 낯설다. 서로 티격대는 모습에 허리가 점점 빳빳하게 펴지는 걸 보니, 막역한 친구 같은 사이의 둘 사이에서 에만은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꼭 학교에 전학 갔을 때의 막막함처럼. 썸녀? 썸남? 대학생인 앨리스가 자주 듣던 말을 에만으로도 듣는다니. 혼란스럽다. 차가 도로로 나가는 것도 모르고 눈만 깜빡였다. 웃는 소리를 뒤로 가벼운 시과를 들었을 적, 에만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는 뜻이었다.

"..괜찮아요.."

작게 우물거리다 이내 페로사를 바라본 에만은 연한 붉은색이 얼굴에 덧그려진 페로사를 바라보다, 친근한 덧붙임에 조심스럽게 팔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주인의 팔을 안는 고양이마냥 당신의 큰 팔을 안았다. 그리고 순진무구하게 눈을 끔뻑인다.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 도시의 어두운 면도 모르며, 그저 이 상황이 낯선 아이 같은 태도다.

61 페로사주 ◆uoXMSkiklY (QH9VneiuOE)

2022-03-22 (FIRE!) 03:05:32

>고양이로 변한 자신이나, 길가의 반려동물 카페의 쇼윈도를 보는 사람들의 것과도 비슷<

(사망)

>>주인의 팔을 안는 고양이마냥 당신의 큰 팔을 안았다<<

((사망))

62 에만주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03:08:59

야옹 0.<!

63 페로사주 ◆uoXMSkiklY (QH9VneiuOE)

2022-03-22 (FIRE!) 03:10:54

의도치 않은 지뢰밟음으로 1데스, 귀여움으로 1데스......
택시 내리고 나서 몰아서 귀여워해줄 거야.

64 페로사주 ◆uoXMSkiklY (QH9VneiuOE)

2022-03-22 (FIRE!) 03:12:15

아... 그러고 보니 벌써 3시가 넘었네. 자러 가야 되지 않아, 에만주?

65 에만주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03:15:36

지뢰, 라고..?(동공지진) 석고대죄를 올려야..;0;..

응. 자야..하는데....요즘 수면시간이 늦춰져서 이제 막 졸릴까 말까 하네... 으으...(얼감)

66 페로사주 ◆uoXMSkiklY (QH9VneiuOE)

2022-03-22 (FIRE!) 03:18:19

아니.. 페로사가 밟은 게 아니었어!? (동공지진)

저녁에 낮잠(?)을 자는 생활패턴이 우리 사이에 정착돼서 그런가 보다.. (얼감) 답레는 천천히 쓸 테니 일단 누워있어. 아니 누워있었으려나?

67 에만주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03:22:04

앗 로로주 지뢰가 아니었구나..! 새벽이라 그런가봐.. 에만이.. 눈치가 이런 곳으로는 없어서(?) 몰랐겠지만 순수하게 고양이랑 동물 보듯이 귀여워~ 하는 미소가 얼굴에 가득하니 로로가 날 귀여워 한다고..? >:0 하는 느낌이니까!(꼬옥)

저녁 낮잠(?) 때문인가봐.. 누워있을게요.. <:3 소파에서 그만 데굴거리고 침대로 가야지..(꾸물)

혹시라도 내가 말이 없거나 그렇다면.. 잠든 거니까, 로로주도 더 기다리지 않고 자도록 해요. 약속? 미리 인사도 할 거야. 오늘 하루도 힘내고, 어제도 고생 많았어. 좋은 새벽 되길 바라고 좋아해!(부빗)(쪽)

68 페로사주 ◆uoXMSkiklY (QH9VneiuOE)

2022-03-22 (FIRE!) 03:36:57

그렇구나. 그러면 마음놓고 토라진 것까지 귀여워해줘야지..(?)
아 소파에서 데굴대고 있었구나... (안아들어서 침대로 옮겨줌)

페로사: (소파에서 데굴거리는 에만 안아들고 침대로 옮겨줌)

응, 굳이 답레 기다리지 않고 자러 가도 돼. 나도 어쩌면 답레 쓰다 말고 자러 갈지도 몰라서... 나도 에만주랑 오늘 하루 같이 있어서 행복했어. 오늘 하루도 같이 힘내자. 잠든다면 좋은 잠자리 되길 바래. (쪽)

69 페로사 - 에만 ◆uoXMSkiklY (QH9VneiuOE)

2022-03-22 (FIRE!) 04:15:01

확실히 그것과 비슷했지만, 달랐다. 길고양이나 쇼윈도 너머의 고양이를 보는 막연하기 그지없는 애정보다 더 구체적이고, 가까웠다. 그러면 자신이 모시는 고양이 주인님을 향하는 것 같은 애정에 빗대면 될까. 아니, 그것과 비슷한 색채였지만 그것과도 또한 달랐다. 당신이 눈을 끔뻑이며 미간을 찌푸리자, 페로사는 후후후 웃다가 당신의 미간에 부드럽게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이것은 길고양이를 대하는 자세라거나, 창부를 대하는 자세라기엔 어폐가 있다. 어쩌면 그것은─

애인? 하는 말에 당신이 능청맞게 응수하거나 쉽사리 적응하지 못한 것도 어쩌면 그 낯선 촉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신이 부여잡을 수 있는 것도 그 낯선 촉감뿐이다. 그것은 당신에게 기꺼이 한쪽 팔을 내주었으니까. 그녀의 향기가 섞여, 그녀의 온기가 느껴진다. 때로는 바텐더고, 때로는 살인자였으며, 타고나기로는 괴물이었지만, 당신 앞에서는 사람이고 싶다는 듯이. 붉던 석양이 자색과 군청색으로 기울어가는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세단 안이 낯선 향수에 잠겨 있었다.

그녀의 팔을 꼭 끌어안는 당신을 보고, 택시기사가 문득 한 마디 던졌다. "감당할 수 있겠냐?" 페로사는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부당한 댓가를 치르는 데에는 익숙해." 그리곤 당신에게로 살짝 고개를 돌리며 덧붙인다. "나는 미친 여자잖아." 얼굴에 걸린 씁쓸한 웃음이, 조금 나른한 것으로 바뀐다. 택시기사는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으쓱한다.

에스플레네이드의 외곽지를 차는 가로질렀다. 에스플레네이드에도 외곽지라거나 음습하다 할 만한 곳은 있었으나, 뉴 고모라에 비하면 그 곳은 훨씬 정돈되고 조용한 곳이었다. 도로마다 감시카메라가 있었고, 두엇이서 조를 짜서 순찰을 돌고 있는 중무장한 오디네이터들이 있었다. 그 외에는 자기 업무에 분주해보이는, 피로와 카페인, 니코틴 정도에나 취해 있는 화이트칼라들이 앞길을 바삐하거나 핸드폰에 두 눈을 박고 돌아다니는 정도였다. 그나마도 별로 없었다. 에스플레네이드의 사람들은 낮부터 밤까지 바빌론 시티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접대하느라 바쁜 이들이었으니까.

페로사는 주머니를 뒤적여서 웬 에누마 그룹의 로고가 찍혀 있는 사원증 비슷하게 생긴 물건을 꺼내 운전기사에게 넘겨주었고, 운전기사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사원증을 받아들었다. 이내 순찰하던 오디네이터가 차로 다가와 차창을 똑똑 두드리며 불심검문을 요청했으나, 운전기사가 차창을 살짝 열고 그 틈으로 페로사에게서 넘겨받은 사원증 같은 것을 내밀어주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순순히 물러갔다. 그녀는 다시 운전기사에게서 통행증을 넘겨받았다.

차는 이내 어떤 물류창고- 에스플레네이드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쇼핑을 위해 이런저런 재고들을 쌓아놓는 물류 단지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감시카메라의 눈길이 닿지 않는 어느 창고의 뒷편에서 차는 멈춰섰다. "다 왔습니다, 손님." 페로사는 문을 열고 발을 차 밖으로 내딛으면서 당신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내리기 좋도록 당신의 손을 잡아주려 하면서. "내리자. 다 왔어."

70 에만주 ◆TrRj8FbhDE (6uAAcHptus)

2022-03-22 (FIRE!) 13:18:53

갱신할게! 좋은 점심!😘

71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13:24:59

에만주도 좋은 점심이야 😚 오늘 하루도 별탈없이 잘 흘러가길 바라.

72 에만주 ◆TrRj8FbhDE (6uAAcHptus)

2022-03-22 (FIRE!) 13:29:56

로로주도 오늘 아무런 일 없이 평온히 흘러가길 바라.(쪽)(꼬옥)(부빗)

73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13:36:09

급하게 들어왔다 급하게 나가봐야 하는 길이라 점심을 식빵으로 때우곤 있지만 적어도 일이 순탄히 풀려가고는 있고, 점심때 에만주의 쪽도 받았으니까 오늘 하루는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아. (쪽) (쓰담다담)

74 에만 - 페로사 ◆TrRj8FbhDE (tRJYDfu6r6)

2022-03-22 (FIRE!) 18:10:21

눈썹 사이가 좁아진다. 미간을 느릿하게 찌푸리자 부드럽고 말랑한 온기가 닿는다. 눈이 동그랗게 뜨인다. 이걸로 자신을 귀여워했다는 사실에 대한 화를 풀 것 같냐면 맞는 말이다. 길고양이나 창부, 쇼윈도의 어린 고양이나 강아지를 보는 시선과는 어폐가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알 것 같은데, 막상 그 이름을 입에 담기는 어려운.
온기가 느껴진다. 밤에 덮고 끌어안은 이불과 인형보다 훨씬 따뜻하고, 자신과는 다른 냄새가 나는 팔. 에만은 팔을 끌어안은 모양새로 뺨을 느릿하게 비볐다. 온기가 느껴졌기 때문도 있지만 닟선 향수와 어색한 상황에 평범하게 대처하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앨리스라면 능동적으로 대처했겠지만, 앨리스와 에만은 형식상 다른 존재기 때문이다. 에만은 그 다른 존재를 진짜 있는 존재로 만들었기에 그 아이덴티티조차 다를 수밖에 없다. 하물며 동일 인물일지언정.

감당할 자신. 여인을 향한 말이지만 에만도 속으로 대답했다. 당연하지. 감당하지 못한다면 다 뒤엎고, 가질 수 없다면.. 에만은 순수한 눈망울을 감고 천천히 비비던 뺨을 기댄다. 미친 여자라는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아무것도 모르는 양 순수하게 미소 짓는다. 그리고 침묵. 외곽을 가로지르며 조용하고 정돈된 장소를 향한다. 순찰을 도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에만, 아니, 앨리스도 이곳에 자주 오니 치안 정도는 알고 있다. 얼마 없는 바쁜 사람을 스치면 보안을 확인한다. 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에누마 그룹의 인장을 발견하고 페로사를 쳐다본다. 당신의 목줄은 누구의 것인지. 도시의 이간질을 도맡는 협잡꾼의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뜻을 같이 하기에 서로 이득관계를 눈치껏 분배하며 건드리지는 않지만, 막상 탐탁지는 않아하는 사이기 때문이다.

창고의 뒷편에 도착하자 에만은 눈을 느릿하게 끔뻑, 감았다 뜬다. 창고의 뒤편에 도착하자 에만은 눈을 느릿하게 끔뻑, 감았다 뜬다. 도착했다는 기사의 말을 뒤로 페로사가 먼저 내렸고, 한때 뻗는 손을 바라보기만 하던 에만은 지금 선뜻 손을 내민다. 온기가 가시를 잠시 누그러뜨렸기 때문이다. 다만 의문이 있는 것은 당신도 자신처럼 떠돌며 사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 의문처럼 눈을 깜빡 감았다 뜬다. 차에 내릴 적에 깜빡하지 않은 것은 질질 끌리는 코트 자락을 잡는 일이었다.

75 에만주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19:56:45

갱신할게, 점심이 식빵이었다니.. 저녁은 맛있는 거 배부르게 먹는 거 맞지..?😢 (부둥부둥)(볼냠)

76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20:00:10

치킨 먹고 왔는데 어떻게 알았어? (볼냠당함) 갸아아 (꾸와압)

77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20:01:07

딱 밥먹고 뒷정리까지 하고 오니까 에만주의 갱신까지.. (행복) 답레는 곧 써올게.

78 에만주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20:15:10

이히히! 0.< 맛치했어?(볼냠냠냠)(쪽!)

천천히 주길 바라, 나도 로로주가 오자마자..(행복)

79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20:18:07

(볼냠당함) 갸아아아아 (쪽당함) 우아아아아 (보복의 쓰다담담담)

(문득 페로사한테 치맥 먹방을 시키면 아주 맛깔나게 조지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했음)

80 에만주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20:22:30

으갸아아아아..!! (머리방방)(정전기 톡톡)

로로.. 치맥.. 납득..(끄덕) 우앗 갑자기 치맥 땡겨~🥺 금요일에 약속이 잡혔는데, 파전에 막걸리 말고 치맥 조지자 해볼까..🤔

81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20:31:11

(빗질삭삭) (쪽) (쪽) (쪽)
그것도 괜찮지. 먹자고 하는 일인데 기왕 먹는 거 땡기는 걸 먹어야지 않겠어. 금요일에 혹시라도 비가 오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

생각해보면 에만은 입이 짧은 편인데 치킨도 잘 못 먹으려나 🤔

82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20:33:23

요즘 저녁에 자꾸 졸아대서 오늘은 돌아오는 길에 오래간만에 단골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 떠블샷 진하게 한잔 조지고 한잔 테이크아웃해서 왔다... 오늘 저녁은 쓸데없이 졸지 않을 거야.

83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20:37:11

내 꿈에 네가 나왔어.
꿈에서까지 날 원망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페로사은(는) 맺힌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shindanmaker #내_꿈에_네가_나왔어
https://kr.shindanmaker.com/1055307

(뭔가 빗나가긴 했는데 썰풀기에는 좋은 문장이구먼)

84 에만주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20:39:00

(쪽 3연타에 어질어질) 이럴수가.. 누가 이렇게 고수래..!!
그때 가서 정하는 걸로 해봐야 하나~🤔 에마니 입 짧은 편이니 치킨... 로로에게 다리랑 날개 주고 본인은 뻑살 좀 먹지 않을까.. 순살이라면 애기입맛이라 허니콤보 좋아할듯..(?)

커피로.. 속 조심해! ;0;!!

Picrewの「오뱅이어」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Yvndx3XKXc #Picrew #오뱅이어

85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20:42:05

(난타하려다 3연타로 참았으... 쓰읍)
(아 뭔가 엄청 귀여운 게 있어. 나 답레쓰다 죽었다)

생각보다 단련된 위장이니 걱정말라구~ 못 먹겠으면 냉장고에 있는 우유 부어다 먹어버리면 되니까.

86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21:01:19

다크서클이랑 목줄 디테일 뭐냐고으아아아아 (쾅쾅쾅)

87 에만주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21:42:13

우우.. >;0 (기습 쪽!)

다크서클도 다크서클이지만 로로 청바지도 고증이라구 0.<~ 댕로사 퐉에만.. 꼬리 붕붕 흔들 거라구~

내 꿈에 네가 나왔어.
날 지켜주지 않았어도 괜찮았는데.
에만은(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shindanmaker #내_꿈에_네가_나왔어
https://kr.shindanmaker.com/1055307

그리고 아야..

88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21:53:16

...... (홍당무) ((홍당무))

페로사: 어쩔 수 없어.
페로사: 내가 무언가를 아끼는 방식이 그런걸.
페로사: 내가 네 것이라면, 너도 내 것이어야지.

89 페로사 - 에만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22:57:59

에누마 그룹의 로고가 새겨진 카드. 아무리 봐도 신용카드는 아니다. 어떻게 그녀가 그것을 구할 수 있었을까. 그녀에게 오늘의 일을 맡긴 이와 연관이 있는 걸까. 그녀에게 다시 한 번 피를 끼얹어 그녀에게서 사람의 모습을 지워버리고자 하는 그 의도에 연관이 있는 걸까. 어쩌면 이 짐승을 온전히 당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손을 잡고 이끌어내리면, 당신이 당신에게는 긴 코트자락을 조심스레 집어올리는 게 귀여워서 페로사는 웃다가 한 마디 건넨다. "공주님 같네." 어느덧 태양은 군청색 끝자락만 남기고 기울어지고, 오렌지색 가로등 불빛이 켜진다. 문득 한 대 피고 들어갈까 했으나, 자신의 담배가 다 떨어진 데에 생각이 미쳤다. 아까 나눠핀 담배는, 어떤 향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당신의 입술의 감촉만 기억난다. 그래서 페로사는 당신을 잠깐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한 대 피고 들어갈까- 하는 말을 하는 대신에 멀어지는 자동차 엔진 소리를 배경으로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골목길에서 당신에게로 허리를 숙였다. 당신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다시금 한 번 그녀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 위로 내려앉을 것이다. 그녀의 입술 위에 당신의 모양이 남을 것이다. 그녀는 당신에게 결핍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녀가 호소하는 것은 간단하다. 당신에게도 모자란 것이긴 하다. 그렇지만 어쩌면 서로에게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퍽 유쾌하고 친절했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이 꿈꾸고 있는 무언가를 나눌 특별한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러고 나서야 그녀는 허리를 피고, 창고 건물 옆에 딸린 계단으로 당신을 이끌었다. 얼마 오르지 않아 문들이 늘어선 복도가 당신을 반긴다. 몰풍경한 복도다. 창고에 딸린 사무실들 같은 곳인 모양이다. 패널로 이루어진 벽들과, 패드락이 달린 철문들.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최고 효율이자, 사람이 거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공간. 리미널 스페이스라는 표현이 적합할 듯싶다. 복도를 가로질러서, 그녀는 어느 철문 앞에 도달해 패드락을 누른다. 버튼이 눌리는 소리도 없이, 흔한 삐리릭 하는 알람소리도 없이, 당신의 귀에 겨우 들릴락말락한 찰칵 하는 걸쇠 풀리는 소리가 날 뿐이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간 그 너머 어둠 속에서, 당신은 그녀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낯설다고 해야 할지 낯익다고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든, 흐릿한 시트러스향과 살냄새, 공기를 떠도는 희미한 알코올 냄새. 모션센서가 장착된 현관등이 켜지고 페로사가 손을 뻗어 전을 켜지면, 살풍경한 복도와는 전혀 딴판의 공간이 당신 앞에 펼쳐진다. 타일로 장식된 현관문과 나무 패널이 깔린 마룻바닥, 현관 매트와 그 위에 대충 팽개쳐져 있는 실내화 한 켤레.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거실. 바닥에 깔려있는 널따란 카페트와, 쿠션이 잔뜩 쌓인 긴 소파와 TV, 연식이 좀 된 게임기, 사용감 있는 테이블 위에 이리저리 쌓여있는 주류를 주제로 한 잡지들, 외투 몇 벌이 대충 걸려있는 옷걸이, 채광창으로 내어다보이는 초저녁의 밤하늘, 바닥에 널부러진 수건, 거실 한켠에 놓인 다트판,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바의 것보다 난잡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그녀다운 이런저런 술병들이 가득 늘어선 진열장, 낡은 냉장고와 오늘도 누군가 사용한 것 같은 주방...

떠돌이의 은신처라기엔 그 곳은 확고히 누군가가 오래 머물며 생활한 흔적이 가득 남아있었다. 조금 더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비록 완전한 집은 되지 못할지언정, 그녀는 자신이 머무는 곳에 애착을 붙이려고 최대한 노력한 모양이었다, 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녀는 당신을 위해 신발장에서 다른 실내화 한 켤레-그녀가 쓸 예비용으로 구비해놓은 것 같은, 당신의 발에는 꽤 클-를 꺼내어 마루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멋적게 웃었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니네." 그리고 그녀는 최대한 서둘러서 신발을 벗으려고 했다. 일단 저 바닥에 널부러놓은 수건부터 좀... 아 젠장 오늘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나올 때 정리 좀 하고 나올걸.

90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22:58:21

답레 텀......! (미간)

91 에만주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23:15:36

(수건이 너무 귀여워..)

92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23:21:11

수건 좀 줄래.. 하고 얼굴 파묻으면 당혹의 표정으로 바라보다 여기 있잖아... 하고 시뻘겋게 돼서 팔을 벌려보이는 페로사가(미친자)

93 에만주 ◆TrRj8FbhDE (kmjFNyQebM)

2022-03-22 (FIRE!) 23:40:28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이렇게 요망하랬죠..? 고소해야겠어...

용왕: 아~ 그럼 난 상ㅋ
에만: (진심으로 경멸하는 표정)
용왕: 너도 이 상황에 웃게 되는 나이가 될 거란다.
에만: (진짜 싫다는 표정)

94 페로사주 ◆uoXMSkiklY (6d.8CFRxws)

2022-03-22 (FIRE!) 23:43:22

깨 볶는 냄새가 아주 고소합니다... (?)

페로사: (에만 귀 막아줌)
페로사: ((겸사겸사 꾸왑))

95 에만 - 페로사 ◆TrRj8FbhDE (u0jcTQU6Uc)

2022-03-23 (水) 00:19:21

차에서 내리기 전까지 제법 보드랍고 얌전한 모양새로 자리에 있었지만 머릿속은 아니다. 에만은 에누마 그룹과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도시의 빛무리로 자신을 숨긴 채 어둠을 이간질 시키는 협잡꾼 녀석이라 생각했고, 에누마 그룹은 에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에만의 입장에서는 협잡꾼이라 생각하는 것은 같되 그림자에 숨은 녀석이겠거니 단정 짓고 생각할 뿐이다. 뜻을 같이 하지만 과정과 그 이후의 행보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지하의 일이다. 각 조직이 다툴 때 에만 쪽에서 나름대로 손을 뻗으며 균형을 잡고 견제하지 않도록 했다. 에누마 그룹은 그 과정에서 견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을 얻고, 에만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힐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 같은 저울에 놓되 중앙의 중심을 가까스로 잡았다 생각했다. 이득 아닌 이득을 추구했으나, 이 여인은 깃털이었다. 고작 깃털 하나가 내려앉는다 해도 아슬한 균형은 기울어질 것이다. 잘못 뻗었다가 공들여 세운 균형의 저울이 무너질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여인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지켜만 보는 것이 가장 옳은 판단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애매한 감정이 상황을 허용치 않는다. 지켜보기엔 또 잃을 것만 수두룩하다며 상실의 날마다 켜지던 본능의 빨간 신호등을 켰다. 가치가 있고 없고는 이제 이성이 아닌 과거의 경험으로 쌓인 본능이 판단할 것이다. 만일 미치고 잘못된 판단이라면 에만이라는 존재는 낡아 부스러진 퇴물에 불과할 것임으로. 에만은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내려야 할 시간이다. 괜히 또 생각에 잠겨 가시를 세우고 의심을 품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겐 왕자님이 없는걸.."

에만은 이 과정에서 자신이 왕자를 뱉어놓고 우스워 속으로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 탑에 갇히고, 계모에게 독이 든 사과로 죽을 위기를 겪으며, 무도회에 가지도 못하고 집안일에 시달리던 공주에겐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남이 본디 동화의 진행선이나 이 이야기에서 왕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도움을 바란 적도 있으나 머리가 커가며 인생에서 그런 건 사실 쓸모가 없는 부차적인 것임을 깨닫고 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공주는 왕자와 결혼하거나 옹기종기 모여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지옥불 가장 깊은 곳에서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두려워하는 마귀들의 극진한 시중을 받으며, 도시의 가장 빛나는 보물을 값어치 없는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렇지만 가끔은 정석적인 동화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페로사가 입을 맞추자 눈을 감고 옷자락을 한 손으로 모아 쥐듯 옮기며,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뺨 위에 얹었다. 겨울 색 눈동자에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잠시 일렁이다 사라졌다. 이 작은 여우가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순수라지만, 그 순수라는 가면이 아닌 진짜배기 순수를 언뜻 보였다. 새하얗다 못해 보기만 해도 다른 색으로 물들까 겁이 나는 그것을. 에만은 페로사의 이끌림에 천천히 발 디딘다.

"집이네."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은 삭막한 곳을 지나 희미한 걸쇠 풀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사람이 사는 곳에 당도한다. 비록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상냥한 집과는 거리가 있으나 애착을 붙이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곳이다. 집. 집이라고 명분은 붙일 수 있는 곳. 자신의 실제 거주처와 달리 제대로 된 사람 냄새가 난다. 에만은 주변을 둘러보다 수건에 시선을 고정하고 소리 없이 미소만 지었다. 예비용으로 구비한 실내화는 컸지만 나쁘지 않다. 조막만 한 발로 실내화를 신기 전, 서두르는 페로사를 보며 소매로 입을 가려 한껏 올라간 입매를 숨겼다.

"천천히 해도 좋아.. 하루는 아직 많이 남은 것 같거든.."

그리고 한 발 내디딘다. 옷자락이 끌리지 않게 코트를 조심스럽게 벗어 품에 가득 안고 눈을 느릿하게 끔뻑일 적, 코트에서 여인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잠시 옷자락에 뺨을 비볐다.

96 페로사주 ◆uoXMSkiklY (bE2SLApKy2)

2022-03-23 (水) 00:21:53

(답레 읽으면서 죽을락말락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줄에 확실히 죽엇따......)

97 에만주 ◆TrRj8FbhDE (u0jcTQU6Uc)

2022-03-23 (水) 00:22:42

(이미 입맞춤과 수건 모에로 죽어있는 에만주다)

98 페로사주 ◆uoXMSkiklY (bE2SLApKy2)

2022-03-23 (水) 00:24:07

페로사의 꿈꾸고 싶은 미래를 담은 비색 보석.

오묘한 그 빛깔이 누구라도 쉽게 홀릴 것처럼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가벼워 보이는 외양과 다르게 생각보다 많이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익숙한 향. 그 사람을 닮은 향입니다.

당신이 원하던 머리핀으로 만들어 드렸습니다.
마음에 드셨길 바랍니다.
#shindanmaker #마녀의_보석점
https://kr.shindanmaker.com/1055299

(첫째줄과 셋째줄에 늑골이 하나씩 부러짐) 악

페로사가 머리핀.. 🤔

99 페로사주 ◆uoXMSkiklY (bE2SLApKy2)

2022-03-23 (水) 00:40:06

생각해보면 페로사가 이번 일상에서 어느 순간부터 되게 무차별적인 애정공세를 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마음에 안 들거나 부담스럽거나 하면 말해줘.

100 에만주 ◆TrRj8FbhDE (u0jcTQU6Uc)

2022-03-23 (水) 00:42:17

로로의 머리핀.. 귀여울 것 같은데?

에만의 원망을 담은 개나리색 보석.

......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가게에서 원망을 담은 보석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여기는 보석세공점이랍니다. 저주용품점이 아니라.
#shindanmaker #마녀의_보석점
https://kr.shindanmaker.com/1055299

악(다발적 골절로 사망)

로로의 애정공세 귀여우니까 걱정 말라구! 나야말로 에만이를 너무 말랑보들하게 내놓는게 아닌가 걱정 되네..;0;..

101 에만주 ◆TrRj8FbhDE (u0jcTQU6Uc)

2022-03-23 (水) 00:43:07

(오타봐.. 다발성 골절...)

102 페로사주 ◆uoXMSkiklY (bE2SLApKy2)

2022-03-23 (水) 00:46:12

보석점이 아니라 발골점이야 88
말랑말랑해서 진짜 좋아...... 지금 답레도... (봄) (안봄)

103 페로사 - 에만 ◆uoXMSkiklY (bE2SLApKy2)

2022-03-23 (水) 01:30:07

그러나 그 애매한 감성과 코에 익어가는 향기는, 에누마 그룹의 심볼이 가져다 준 차가운 이성이 당신을 바로잡도록 결코 내버려두지 않았다. 결국 또다시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는 골목 한가운데에서, 그녀의 입술이 상한선을 넘어버린 애정을 담고 당신을 엄습해온다. 당신은 마음을 차갑게 가다듬으려 했거늘 그녀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입술 위로 다시금 따뜻하고 약간 촉촉하게, 옅은 피향과 술 향기가 내려앉아 버리고 만다.

"그래... 아무도 없어. 왕자님도 왕도 주인도." 입술을 떼어내면서 그녀는 당신의 입술 위에 그렇게 속삭인다. "너와 나 둘뿐이야." 순수의 위에, 그녀는 푸른빛의 애정을 얹어버렸다. 푸른 유리와 같은 그것은 순수를 덧칠하거나 물들이지는 않았지만, 오렌지빛의 가로등을 여과하여 투명한 푸른빛의 그림자를 그 위에 드리워 버린다. 이것도, 물들인다고 표현하려면 할 수 있을까. 맑게, 그러나 선명하게. 어느샌가, 그녀의 애착은 당신을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당신의 손에 자신의 뺨을 기대고 잠깐 눈을 감았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이러고 있어달라는 듯이. 얼마 지나지는 않았다. 그녀는 다시 손을 내밀어서, 뺨 위에 올라와 있는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거머쥐었다. 이대로 이 문턱을 넘어버리면, 그녀의 더 많은 부분을 알아버리면, 이제는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리고 당신은 그녀의 집으로 들어섰다. 고무판 위에 얄팍한 스펀지를 채우고 천으로 덮어 박음질해 마무리한 어디에나 있을 법한 슬리퍼는 방의 공기만큼이나 편안했다. 이 놈의 신발끈이 왜 이리 안 풀려, 하는 표정으로 신발을 벗던 페로사의 미간에 서린 주름이 당신의 말에 펴진다. "-그건 좋네." 하고 여인은 씨익 웃었다. 그제서야 그녀의 발에서 워커 한 켤레가 덜컥 떨어져나가서는 현관 마루 위에 떨어진다. 그녀는 그걸 평소처럼 그대로 내팽개쳐둔 채로 들어올까 하다가, 평소에는 안 하던 정리를 가지런히 했다. 그 외에도 운동화며, 샌들이며 하는 것들이 다 제멋대로 흩어져 있고, 바텐더 일을 할 때 신는 구두 두 켤레만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게 평소에는 눈에 짚이지도 않던 게 눈에 짚여 다 정리해두었다. 정리라고 해봐야 신발을 나란히 세워두는 것뿐이라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어깨에 대충 걸쳐놓았던 하네스를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자신의 슬리퍼-당신에게 내어준 것보다 좀더 낡은, 사용한 흔적이 역력한 슬리퍼에 발을 꿴 페로사는 자신의 옷가지에 뺨을 부비적거리고 있는 당신을 보다가 당신에게로 손을 내밀어서 자신의 코트 옷가지를 받아들었다. 당신이 그것을 내어주면, 그녀는 그것을 소파 쪽으로 아무렇지 않게 휙 집어던지고는 당신에게로 두 팔을 벌려보였다. 그리고 그 푸른 눈에 조금 뾰루퉁한 눈빛을 띄고 당신을 빤히 바라본다. 그녀의 뺨이 조금 붉다. 당신이 눈을 마주치면 시선을 조금 옆으로 피한다. 그리곤 조그맣게, "...여기 있잖아." 하고 입밖에 꺼내버리고 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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