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푹 잔 모양이구나. 난 에만주의 평균 수면시간이 균일했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일주일 단위로는 충분히 쉬고 있다니 걱정은 좀 내려둘게. 나는 충분히 휴식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요즘 이상하게 자꾸 눈이 일찍 떠져서 난감하지만. (지퍼 앞섶 지익 열어줌) Q.페로사 후드집업 왜잠갔어요 A. 에만 손으로 내리라고
(욕심 많은 사람이라 미안합니다 ._.) 1. 고양이고 강아지고 일단 페로사를 보면 겁에 질리는 통에.. 😂 그래도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고양이려나? 2. 보통은 못 참지만 에만이라면 OK (이런 여자... 절레절레) 3. 짜두고 찍어먹는 편이 케첩의 양을 조절하기도 편하고 감튀의 질감도 살릴 수 있으니 좋아해. 4. 페로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페로사: (자와자와)꼭 둘 중에 하나여야만 해? (둘 다 좋아함))
에만의 피부는 제법 창백했기에, 그림자 지는 부분만 창백한 분홍빛을 어리곤 했다. 그에 비하면 제법 건강한듯한 피부 때문인지, 에만의 시선은 여성에게 닿고 말았다. 다만 지퍼를 채웠으니 더 볼 수는 없겠다.
페로사는 건강한 체형이었다. 건강함을 넘어 우월한 체격을 가진 멋진 사람이다. 에만은 징그럽다 생각하기보다는, 이 사람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혹자는 콩깍지가 깊게 쓰였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객관적이고 제멋대로인 앨리스의 시선으로 봐도, 냉정하고 미의 기준이 확실한 다른 아이덴티티의 시선으로 봐도 마찬가지였다. 에만은 이것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갖는 동경의 시선 때문이라 생각했다. 다음 모습은 저런 체격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니 말이다. 에만은 타인에게 부러운 점을 하나하나 모아 가져보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에만은 시선을 돌린다. TV 화면에 시선을 집중하려 했다. 유쾌하고 명랑하며, 한없이 따뜻한 세상이다. 티켓을 보며 기뻐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는 할아버지를 보던 에만은 인기척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린다. 페로사가 돌아왔다. 아마 영화 때문인 것 같다. 좋아하는 영화였구나, 에만은 제대로 본 기억이 없는 영화다. 늘 자고 일어나서 후반부만 잠깐 보다만 영화였던 걸로 기억한다. 시트러스 향기가 선명하다. 에만은 고개를 느릿하게 기울인다. 입을 다무는 모습이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왜 그래…?"
질문을 하기가 무섭게 손이 허리께로 뻗친다. 눈을 동그랗게 뜨다 옷을 정리해 주자 그제야 아, 하고 자신이 어떤 꼴이었는지 깨닫곤 눈을 동그랗게 뜬다. 바스스 웃어버렸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은걸." 하고는 가볍게 커다란 소매를 팔랑여 본다. 사람은 뜻하지 않게 시선을 알아채곤 한다. 그렇지만 넘기는 사람이 있고, 받아채는 사람이 있다. 에만은 의도 없이 넘기듯 받아 가는 사람이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그 예다. 에만은 서투르고 솔직한 애정을 받아 갔고, 머리를 손바닥에 가볍게 비비곤 말갛게 웃었다. 오늘만 이렇게 줄 거야? 묻지 않아도 눈길이 그랬다. 허리를 들어 올리려 하자 조심스럽게 따라 일어선다. 그리고 당신이 부엌을 향해 아예 몸을 돌려버릴 적, 팔을 쭉 뻗었다.
폭, 그게 정확한 단어겠다. 에만은 페로사를 뒤에서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등에 얼굴을 폭 파묻은 것이다. 멈춰 서면 파묻힌 품에서 "계속 가도 되는데.." 하고 부엌으로 같이 가기를 종용한다. 등에 고개를 파묻어 앞이 보이지 않으니 당신의 걸음에 이끌려 뒤뚱뒤뚱 느릿하게 걸을 것이 뻔하다.
아직 페로사는 에만에게 다른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에만의 이름이 에만이라는 것도 모른다. 윈터라는 가명의 꼬마- 그뿐이었다. 그녀와 당신은 오늘 하루 많은 것을 공유하게 되었으나, 서로의 알맹이만을 서로에게 보여주었을 뿐 껍질은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 당신은 운좋게 조금 엿볼 수 있었지만. 그렇지만 지금은 서로의 알맹이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것 같다. 당신도, 그녀도. 당신은 아닌가? 어쩌면 그녀도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그녀는 누군가를 마음에 담고자 하면, 전부 담고 싶어하는 욕심쟁이였으니까. 오늘 하루, 서로간의 암묵적이고 달콤한 협의 하에 보내게 된 이 시간은 어쩌면 일종의 탐색전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어디까지 나눌 수 있을까. 최고의 부분을 나눌 수 있다면 최악의 부분도 나눌 수 있을까? 오늘 처음 만났을 때 약간 나누었지만, 그것을 넘어서 그것보다 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녀의 강건한 신체는 그녀의 최악의 부분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 하고 페로사는 웃었다. 그러고 보면 당신이 즐겨입는 후드티도 딱히 당신의 몸에 맞는 사이즈가 아닌 헐렁한 오버사이즈 핏이었으니까. 그래도 왠지 자신의 옷과 자신의 향을 뒤집어쓰고 나쁘지 않은걸, 하고 팔랑팔랑 소매를 흔드는 모습이 퍽 귀여웠기에, 페로사는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손이 스쳐지나갔을 적 당신의 하얄 정도로 푸른 눈과 시선이 마주친다. 순진무구하면서도 탐욕스러운 시선... 잠깐 페로사의 손이 멈췄다. 어디까지 원하는 거니. 하고 말해보려다가, 페로사는 그만뒀다. 그 대신 당신을 한 번 가볍게 포옹하고는 놓아주었다. 그러고 나서 당신에게로 숙였던 허리를 세웠다. 그리고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딛는데, 무언가 뒤에서 폭 안겨온다.
페로사는 주방으로 가려다 말고 멈칫 멈추어서서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은 당신을 보며 눈을 깜빡인다. 그녀의 입가에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미소가 걸렸다. "정말이지. 어디까지 원하는 거니." 하고, 가볍게 말해본다. 가벼운 말이니 너무 진지하게 대답할 필요 없다. 페로사는 대답을 듣는 대신 당신에게로 돌아섰다. 그리고 또다시 한 번 당신의 어깨를 팔로 끌어안고는, 허벅지를 감싸안았다. 세상이 휙 뒤집히면서 몸이 번쩍 들려올라가는 감각이 이젠 좀 익숙하게 느껴질 것도 같다- 정신을 차려보면 당신은 또다시 그녀의 품에 들려안겨져 있다.
"응, 같이 가자." 계속 가도 된다는 말은 거절과 승낙을 동시에 받았다. 내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다면, 그녀는 곧 당신을 들어안은 채로 주방으로 걸어가서는 당신을 위해 마련해둔 새 의자에 당신을 앉혀줄 것이다.
"아, 맞다. 윈터. 혹시 뭐 알러지가 있거나 하는 음식은 없어? 새우라던가." 아, 새우 요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