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무시무시한 당근의 존재를 알지는 못했지만 주방 모험은 즐거웠고, 앞으로 에만이 청경채에 손을 베인다며 출입을 금지 당한 용왕의 주방에 출입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좋은 기회였다. 아마 요리는 이탈리아풍이지 않을까? 여인의 억양에서는 이탈리아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날 적부터 히어로 부모 밑에서 자라 비일상적인 삶을 살았으니 제대로 된 일상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으나, 여인을 통해 하나하나 알아간다. 조금씩 더 알아간다면 아까 여인이 욕실에 들어가기 전 지었던 행복한 미소의 의미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윈터라는 새로운 자아가 생기는 걸까, 미카엘이라는 자아로 남아있을까.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찰나의 안온하고 느긋한 일상을 뒤로하며 창고로 향한 것은 현재로서는 비일상이 더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벽면을 차지한 것부터 이 도시의 성향을 알려주지 않는가. 흥미가 생겨 사진을 하나하나 훑어본다.
아는 사람이 몇 보인다. 여기 이 남성은 갑자기 사라져서 에만의 계획을 수월하게 해준 존재고, 여기 이 여성은 중요한 순간에 사라져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끔 만든 존재다. 붉은 X표가 그려진 것은 죽였다는 뜻인가? 혹은 복수에 성공한 건가? 오늘 맡은 피비린내도 이 사람들 중 하나인 건가.
아무리 이 도시에서 보기 드문 온기를 품었다 해도 정착한 곳이 이곳인 이상, 보통의 것을 기대해서는 아니되며 비일상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에만도 잘 아는 사실이었으나 오늘따라 조금, 아니. 제법 냉소가 스민다. 결국 우린 바빌론 시티의 사람이다. 붉은 X를 지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사람의 사진에 시선이 멈춘다.
그리고 이 사람은..
자연스레 입으로 엄지가 간다. 반듯한 오른손 엄지를 잘근잘근 물기 시작했다. 에만은 특이한 분위기가 있는 사람이었다. 차가운 냉기가 함께 하는 것 같고, 품에 안으면 온도가 현저히 낮은 사람이다. 몸의 온도는 여전하나 주변을 감싸는 것 같은 차가운 공기가 가라앉는다. 잘근잘근 씹던 엄지는 반듯하던 손톱이 온데간데없다. 본래의 손은 제법 엉망이다. 겨우 자란 것 같은 손톱이 딱 소리가 나서 다시금 부러졌다.
"...하."
안드라스 레저. 이 새끼가 왜 여깄지? 홀린 듯 낯익은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다 휙, 아래를 본다. 뭐라도 있는 건 아닐까. 이 사람이 여기 있는 이유 같은 것 말이다. 그렇지만 보인 것은 낯선 약이다. 향락을 위한 것인가? 지병이 있나? 아니면.. 에만은 잠시 고민한다. 피가 나기 직전까지 엄지를 물다 멈춘다. 냉기가 몸을 감싸며 오른손 엄지손톱이 원래대로 자란다. 약과 레저. 둘 중 하나는 용기 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소비했다. 쓸데없는 모험에 도전했다가 여인과의 시간이 흐트러지면 도망치는게 더 나을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아무리 에만이 겁이 없다 해도 맹수의 홈그라운드에 발을 내디디는 건 지하로 충분하다. 이런 일상적인 곳이 아니라.
에만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천천히 자리를 빠져나오려 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소파에 앉아 발을 꼼질대려 했을 것이다.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보자마자 답레를 쓰고 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순진무구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당신을 뒤로하고 당신이 이 방에 찾아왔다는 흔적을 찾아내는 것과, 당신이 이 방을 탐험해보고 있는 순간을 그녀에게 들켜버리는 것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라는 문장을 쓰고 있어.
페로사(전자): ...자기. (싸늘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음) 지금 뭐 하는 거야?
페로사(후자): (자려고 누웠을 때) 자기. (입술에 쪽) 창고에는 가지 마. 페로사: 거긴 아직.. 보여줄 준비가 안 됐어. 응?
당신은 지나친 모험을 지양하기로 하고, 당신이 눈에 담은 단편적 정보만을 담아두기로 했다. 약들... 마법의 우표나 수상한 가루 같은 것은 아니고, 제대로 된 알약 블리스터와 주사용 앰플 병에 든 것들. 몇몇 개는 이미 사용했는지 이미 개봉된 블리스터도 있고, 빈 앰플도 있다. 트란작, 브로말, 베이로스라는 약의 이름. 제조사의 로고나 정확한 성분표 같은 것은 없이 약의 상품명과 QR코드 정도만 찍혀있는 라벨들. 그 QR코드를 찍어보면 뭔가 알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나 여기서 괜히 알아보는 것은 시기상조다. 집에 가서 검색해봐도 늦지 않을 것이다. 안드라스의 사진 아래에는, 메모지 수십 장이 꽂혀 있었다. 일일이 들추어볼 시간은 없을 듯하다. 괜히 건드려서 누가 들추어본 흔적을 내기도 그렇다.
애초에 그녀는 냄새만으로 당신이 이 방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챌 테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순진무구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당신을 뒤로하고 당신이 이 방에 찾아왔다는 흔적을 찾아내는 것과, 당신이 이 방을 탐험해보고 있는 순간을 그녀에게 들켜버리는 것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이름 모를 약들. 그리고 킬보드. 그녀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광기의 도시의 그늘.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지나쳐 욕실로 들어갈 때, 당신에게 보이던 그 애착이 어린 행복한 미소... 과연 그녀는 당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바라고 있는 그 이름모를 것을 당신에게 안겨줄 수 있을 만한 존재일까. 당신은 그녀에게서 무엇을 바라고 있고 무엇을 얻게 될까. 그녀는 당신에게서 무엇을 찾고자 하는 것일까. 아직은, 모른다.
거실로 나오자, 욕실에서는 어느덧 물 쏟아지는 소리가 뚝 그쳐 있다. 아마 샤워를 끝내고 몸을 닦고 있거나, 아니면 옷을 입고 있는 모양이다. 다행히, 그녀가 당신에게서 감추고 싶어하는 것을 당신이 뒤져보고 있는 장면을 그대로 들키는 건 면했다. TV의 불빛이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방을 오렌지색과 군청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낮은 음질의 음악과 함께, 앵커도 캐스터도 없이 이미지와 글자로만 진행되는 일기예보 방송이 켜져 있었다. 어느덧 슬슬 올해 첫 장마가 찾아올 때가 된 모양이다. 바빌론 시티의 빠르게 찾아와 늦게 떠나는 여름은 시도때도 없이 열대성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4~5일 단위의 장마도 일 년에 몇 번인가 찾아오곤 했다.
욕실 문이 덜컥 열리더니, 페로사가 나왔다. 허벅지를 살짝 덮는 딱 달라붙는 스포츠용 레깅스에, 민소매 크롭티, 그리고 그 위에 후드집업을 대충 걸친 모양새다. 금발의 머리카락은 수건으로는 전부 다 말리지 못한 물기가 축축하게 남아 그녀의 어깨와 등으로 아무렇게나 쏟아져 있다. 페로사는 손을 뻗어서 어깨에 쏟아져있는 머리카락들을 목 뒤로 넘긴다. 욕실에는 헤어드라이어도 있고, 당신도 헤어드라이어를 썼을 수도 있지만 페로사는 헤어드라이어를 쓸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하긴, 저 머리숱에 저 길이에 심지어 곱슬머리이기까지 하니 머리를 말리려면 오랫동안 고생을 해야 할 모양이다.
"생각해보니 일단 씻기부터 하자고 생각하다가 손님 대접을 못 해줬네. 간식이라도 좀 먹을래?"
당신의 침입을 눈치채지 못한 듯이, 당신이 소파에 앉아 TV를 얌전히 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듯 페로사는 당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기의 도시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범죄도시의 그늘 사이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피어난 조그만 민들레 같은 소박한 일상이 이 크지 않은 집에 가득 펼쳐져 당신의 저녁을 물들이고 있었다.
부엌이 좋은 것을 알게 된 모험이었다면, 창고는 의문만 가득 남는 모험이었다. 이름 모를 약과 킬보드의 존재. 그리고 에누마 그룹의 개입. 에누마 그룹 소유의 카드도 가지고 있었던 걸 보니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걸지도 모른다. 사람이 비밀로 남기고 싶어 하는 일이 있으며, 에만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앞만 보며 살았다. 그렇지만 단 찰나의 우연으로 만난 인연인 여성 앞에서 에만은 물렀다.
대체 본인도 왜 그런지는 모른다. 애착이 어려있던 행복하던 미소가 떠올랐다. 과거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보였던 비슷한 미소가 떠올랐으나 뇌는 긍정하지 않는다.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신도 모른다는 이유로, 고작 그런 심경의 변덕으로 더 파헤치지 않기로 했을 뿐이다. 언젠가 다시, 일할 시간이 찾아오면 여인에 대해 찾아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 그때 호기심을 해결하자. 물론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이 흔적은 남겠으나 손대지 않았으니 참작의 여지는 있을 것이라 믿었다.
나오길 잘했다. 물소리가 그쳐있지 않은가. 에만은 TV로 시선을 옮겼다. 어둑어둑한 방을 일기예보가 가득 채운다. 곧 장마가 온다. 에만의 눈이 가라앉는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리고, 눅눅하며, 축축하다. 감기에 제일 잘 걸리는 날씨다. 장마 때 찾아오는 감기는 보통 감기가 아니라 판단력과 사고를 흐리게 만들어 일을 방해했다. 그뿐일까, 비가 오면 올수록 미친 녀석들도 날뛴다. 날뛰는 것들이 균형을 무너뜨리려 들어 제압할 때면 에만도 다쳤다.
그렇지만 가장 싫은 것은 비가 오면 사람이 죽는다. 누군가 죽든 말든 상관없는 것이 이 도시의 삶이지만, 에만은 비가 오는 날 생기는 죽음을 싫어했다. 세상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비 오는 날 변덕이 광증 수준으로 심해져 오락가락했다. 사람이 죽는다. 에만이 죽일 것이다. 제법 많이, 비가 그칠 때까지. 날씨 얘기가 싫어 에만은 툭툭 리모콘을 들어 별 거 없는 영화나 보기로 했다. 저녁 시간대지만 아이들을 위한 시간을 주기 위한 편성표를 짰는지 가족 영화를 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했는지 가난한 아이가 초콜릿 속에서 금색 티켓을 발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초반부의 중요한 장면은 이제 중요치 않게 됐다. 욕실 문이 열고 나온 페로사 때문이다. 옷차림이 잘 짜인 근육은 물론이요 곡선까지 훤히 드러난다. 그나마 후드집업이 몸을 가린다 해도. 에만은 천천히 시선을 피했다. 어쩐지 부럽고 예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에만의 몸뚱이는 빈약해서, 곡선이라곤 허리밖에 없었으니까. 괜히 자신의 드러난 다리를 본다. 운동을 해야 할까. 물론 작심삼초다.
"..이렇게 편하게 있는 것도 대접받는 느낌인걸.."
당신 앞에선 무르고 물러서, 하지 않아도 될 얘기도 나오고 만다. 에만은 이 포근한 일상이 나쁘지 않았다. 현실을 내려둘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다음에 생각이 나서 일에 대한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게끔 헤어지면 오늘의 기억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한 걸음 더 앞으로 걸어보고 싶다는 충동도 들었다. 작고 흉포한 맹수가 작은 토끼가 되는 과정이었다. 에만은 다시 화면을 향해 눈 돌리며 다리를 올리고, 몸을 웅크린다. 큰 옷이 무릎을 덮었지만 올라간 다리 때문에 자연스럽게, 마치 짧은 원피스를 입은 것처럼 둥근 원형을 그리며 흘러내린다. 그 사이로 에만에게는 컸던 돌핀팬츠와, 희미하게나마 허리가 드러났다. 아마 이 꼬맹이는 자신이 지금 옷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자캐가_17살의_본인을_만나게_된다면 > 3년 전의 에만..? 우.. 우와..👀 김에만 그 나이의 자신을 붙잡고 이것저것 경고하지 않을까.
"너 절대 그 조직이랑 결탁하지 마, 그 다음 장마 때 통수 맞고 용왕까지 나서야 해결 됐어. 그 조직이 말썽인게 아니라 네가 야마돌아서 그 새끼들 다 죽이고 가족까지 손대려 했단 말이야. 인내심을 좀 길러." "너 대학 제때 가. 아니, 차라리 지금 가! 학점만 따면 조기졸업이고 너 5월 졸업 못하면 12월 졸업이야. 교수가 이 도시에서 가장 미친 새끼니까 잘난체 하지도 마. 차라리 대답을 마. 대학원 끌려가. 절대 현혹 되면 안 돼. 대학원 생각도 마!!!" "..너, 이번엔 뵈러 가지 마. ..가지 말라면 가지 마."
🤦♀️
이룰_수_없는_소망을_이루는_꿈을_꾼다면_자캐는 > 이거 희망고문이지..? 김에만 꿈에서 깨고나서 한참이고 눈 뜬 모습 그대로 있다가 몸 일으키면서 바로 새가 되어선 창문 밖으로 나가버릴 거야. 그렇게 바람 두어시간 쐬다가 돌아오면서 생각 정리를 하겠지..?
자캐가_자고_있는_모습을_서술해본다 > 세 가지 상황으로 볼 수 있는데..
1. 일하다 잠깐 여가시간이 생겨 잠드는 순간이면 용왕이 주변에서 경호해. 용왕이 자신의 모피 숄을 어깨에 덮어주고, 에만은 책상에 얌전히 엎드려 자고 있어. 대신 잠을 옅게 자는 편이라 낯선 인기척이 조금만 느껴져도 바로 눈 뜨면서 일어나. 용왕은 네 손님 아니니 더 자라고 하고.
2. 과제는 뭐, 대학에서 인재라 불려서 잘 내는 편이지만 일과 과제를 병행하며 나흘 밤 새다 결국 갔을 때.. 용왕이 경호하는 건 똑같지만 책상에 모로 머리 박고, 팔은 축 늘어져서 잠드는데 이게 앉아서 죽은 사람들 모습이랑 똑같은데다 옆에서 총격전이 벌어져도 못 일어나.. 용왕이 주기적으로 손가락을 코 밑에 대서 숨 쉬는지를 확인해. 이건 배터리 방전 수준이 아니라 일주일치 에너지를 다 끌어다 쓰는 거라 진짜 시체처럼 자거든.🙄
3. 로로의 품에서 잠들었거나, 옆에 있을 때. 아무것도 없을 때 혼자 잘 경우엔 인형을 끌어안고 자는데, 천장을 보면서 누운 채오 인형을 품에 가득 안은 자세라 가끔 인형에 눌려서 숨이 막히면 인형을 머리맡에 고이...굴리듯 떨어뜨림.. 로로 품에서는 온기 찾아서 파고들지도 몰라. 병아리들 따뜻한 곳 들어가 자듯이 에만도 따뜻한 곳에서 자는 걸 좋아하거든. 자세가 변하지 않기도 해. 한 번 안정된 상태로 잠들면 곤히 잠들어서 뽀뽀를 해도 안 일어나는게 흠이지만..
아무 일 없을 거야! 0.< 아마..도? 손.. 몹쓸 대사.. 안 되겠다 김에만 깍지 서비스 출동! >:3 에우우 ;0;..(쏙 들어가서 부빗)(꾸시꾸시)(꼬옥)
옆에 로로가 있으면..? 욕심쟁이~ 그렇지만 이런 질문 좋아해! 에만이가 숨을 잠깐 깊게 들이마시고 내쉰 뒤에 이게 현실이고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잠든 페로사 옆으로 조금 더 밀착하지 않을까.. 약간 살 닿기 직전에 온기만 닿듯이. 깨우지 않고 그렇게 온기에 의지해서 다시 잠들 것 같아. 아니면 손이라도 잡고 다시 잠들거나.
에만: 아.. 에만: 나, 과제, 해야 하는데..(품 속에서 꾸벅꾸벅) 에만: 당신이 자야 하는 거 아니ㅇ...(그대로 넉다운 해서 잠들어버림)
김에만씨.. 의외로 잠드는 건 한순간이라(이유: 교수의 횡포(?)) 말하다가도 품 속에서 조금만 따뜻하게 해주고 쓸어주면서 잠들 각 세워두면 툭 잠들어버린다구..
앨리스.. 대학원은 지하보다 두려운 곳임을 알게 되었다나봐(?) 분명 대학 입학할 때는 .oO(앨리스는 대학원도 졸업해서 착실한 사회의 일원이 될 거야) 같은 상상을 했겠지만 역시 상상은 상상이었고 심슨 짤처럼 빵 조각 던지면 주워먹는 대학원생의 삶은 참혹했던 거지..(대체)
라고 말하자마자 예고도 없이 졸아버렸네. 아마 답이 없다면 잠든 걸지도 모르겠다.. 미리 인사할게. 어제 하루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기뻐요.😊 오늘 하루는 푹 쉬고, 잠든다면 부디 좋은 꿈 꾸면서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 평안한 새벽 되고, 좋아해요.🥰🥰
우왓.. (홍당무) 얼마든지 욕심부려달라구. 요망.. 요망할 수밖에 없지.. 에만이 얼마나 요망하게 요훅하는데!!
페로사도 피로가 쌓여있었던데다 에만이랑 같이 있으면 여러모로 좋은 감정들(그 중엔 편안함과 나른함도 있음)이 증폭된달까 한결 편안해져서 쉽게 잠들 것 같지. 햇볕 들어오는 마룻바닥에 웅크려 자는 페로사랑 옆에 쏙 끼어드는 에만이 보고 싶다(?)
>>사실 앙큼한 나년이 화려하게 방으로 들어온 거임 야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꼭 보고싶닼ㅋㅋㅋㅋㅋㅋㅋㅋ
페로사: (뜻밖에 유머코드가 적중해서 끽끽대고 웃음)
앗... 졸아버렸구나. 얼른 잠들어. 답레를 금방 쓸 것 같진 않으니까. 나도 오늘 밤에도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어. 에만주도 충분히 쉬고, 푹 잠들고 개운하게 일어날 수... 앗 똑같은 문장이네. 우리 어느새 인삿말이 꽤 닮게 됐구나. 나도 많이 좋아해. 잘 자. 😊😘
그녀의 피부는 붉은 편이었다. 코카서스계 인종의 피부 중에선 어두운 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에만의 시선이 이리로 닿아오는 걸 의식한 걸까 타이밍이 안 좋았던 걸까,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하니 그녀는 후드집업의 지퍼를 채워서는 지익 하고 올려버린다. 그러나 꽤 품이 큰 후드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상반신의 체격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한다. 떡 벌어진 어깨라던가, 당신의 허벅지보다도 더 두꺼울 상박이라던가. 하반신은 애초에 후드집업이 가려주지 못했기 때문에, 타이즈 아래로 굵은 실루엣과 쩍쩍 갈라진 근육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보였다.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조금 징그럽겠다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타이즈 아래로 드러난 분홍색의 맨살 여기저기가 이런저런 흉터 투성이여서 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부엌으로 향하려던 그녀는 TV 화면을 스치고 있는 장면을 보고는 방향을 틀어 당신이 앉은 소파로 다가왔다. "오, 내가 좋아하는 영화잖아."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신이 눈을 뗀 영화가 그녀를 끌어왔다. 가까이 다가선 그녀의 몸에서, 아까 길거리에서 맡았던 것보다 더 선명한 시트러스 향기가 난다. 살 냄새는 한결 옅어졌지만, 한결 더 따뜻하고 맑아진 향기였다. "정확히는 움파룸파들이 춤추는 장면을 좋아하는 거지만..." 하며 운을 떼며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린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손이 당신의 허리께로 쑥 뻗어온다. 무엇을 하려는 걸까-
놀라서 보면 별 것 하지 않는다. 그저 당신의 무릎에서 스르륵 흘러내린 옷자락을 정리하고 추려줄 뿐이다. 돌핀팬츠까지 감추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살며시 드러난 허리는 감추어주고자 부드럽게 옷매무새를 다듬어주고, 그녀는 됐다, 하고 미소지으며 당신과 시선을 마주쳤다. "옷이 너무 큰 게 흠이네. 네 옷부터 건조기에 넣어놨는데, 다 마르면 돌려줄게." 당신을 주시하는 눈에 담겨있는 열기띈 빛은 어쩌면 이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어하는 듯했지만, 그녀 스스로는 이것을 아직 따뜻한 목욕물의 열기가 덜 빠진 탓이라고 규정짓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서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삭삭 쓰다듬어주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손길에 담긴 것은, 오늘 몇 번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의 것이었다. 아직 서투르지만 솔직하기 그지없는 그것은 애정이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녀는 다시 당신에게로 숙였던 허리를 들어올리려 했다. 요리를 마저 하러 갈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