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484066> [1:1/일상] So Far Away #2 :: 1001

기망, 혹은 희망. ◆TrRj8FbhDE

2022-03-19 04:27:47 - 2022-04-19 21:05:39

0 기망, 혹은 희망. ◆TrRj8FbhDE (CSuuUhDSGY)

2022-03-19 (파란날) 04:27:47


Cause you're so far away from me.
You're so far away from me.

#1 >1596463088>

Perosa Montecarlo: situplay>1596463088>100
Michael Rosebud Winterborn: situplay>1596463088>145

308 페로사주 ◆uoXMSkiklY (CH6lgZWgWw)

2022-03-28 (모두 수고..) 04:11:58

날렸으면 무리하지 말아...!!

309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04:13:14

우엥 ;0; 서러워어 예쁘게 잘 써지고 있었는데 ;0;0;0;...
그리고 로로주도 푹 자두라구.. 나는 월요일..이라도..

...(수면시간 봄)(잠깐 현생을 떠올림)
.....
....

ㅎ..

310 페로사주 ◆uoXMSkiklY (CH6lgZWgWw)

2022-03-28 (모두 수고..) 04:21:37

어떤 글이라도 에만은 예쁠 테니까, 괜히 부담 갖지 마.
슬프지만, 우리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야 여기서 만날 수 있으니까.. (쓰담쓰담) 그나마 난 근무시간이 유동적이니까 에만주보다 오히려 부담이 덜한걸.
이제 자러 갈 거야?

311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04:47:33

:( 부담 갖지 않는게 좋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내용이 나와서 기뻤거든.. 이 내용만 해도 매끄러웠는데 우우웃..

그렇지, 현..생..🙄 자야하는데, 응. 자러 가야지.. 졸기도 했고.. 하아... 일하기 싫다..(널부랑납작쿵흐물흐물)

로로주 오늘도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로로와 로로주가 있어서 행복해. 월요일(꺄아악)이지만, 한 주의 시작이기도 하니 힘내자. 오늘도 많이 좋아하고, 해 뜨는거 보지 않게끔 어서 푹 자요. 좋은 꿈 꾸고.(쪽)

312 페로사주 ◆uoXMSkiklY (CH6lgZWgWw)

2022-03-28 (모두 수고..) 04:55:28

자고 일어나서 느긋하게 되새기면서 다시 써보자.. 88 졸았구나. 수면시간이 더 줄어들면 곤란해. 일하기 싫은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일하고 오면 다시 내가 맞아줄게. 이제 푹 자고, 월요일 하루도 힘낸 다음에 다시 만나자. (쪽)

나도, 이번 새벽도 같이 보내줘서 고마워. 에만주 덕분에 이번 한 주도 마음에 행복 담아놓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많이 좋아해. 같이 자러 갈 생각이니 걱정마. (에만주 안아들고 침대로 감) (뉘어줌) 에만주도 잘 자고, 좋은 꿈 꿔. (쪽쪽)

313 에만 - 페로사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13:49:34

제법 사랑스럽고 단 알맹이, 그리고 각자 보이지 않는 가죽. 어쩌면 그 가죽이 서로의 역린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이 알맹이로 만족하는 것 같다. 에만은 조금 더 욕심을 내볼까 생각한다. 처음 겪어보기 때문에 더 가져보고 싶었다. 그 껍질이 아무리 흉하더라도 이 도시에서 흉하지 않은 자 어디 있는가. 천천히 알맹이를 담아보며, 최악의 부분도 나눌 수 있을지 가늠하기로 했다. 다만 에만 걸리는 것 제법 있으니 자신의 껍질은 드러낼 수 없다는 점이다. 미카엘은 죽은 사람이니까. 죽은 사람을 어떻게 드러내야 할까? 이런 사정이 있었다 해도 도시의 그림자 그 자체가 되어버린 사람을 받아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말갛게 웃어 보일 뿐이다. 꼭 이 도시에 물들기 전에 사라져버린 작은 유령처럼.

"나는 커다란 옷을 좋아하니까.."

에만은 진심으로 이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부끄러움이 많아 다리를 드러내는 것만 제외하면 마음에 드는 차림이다. 커다란 옷은 안정감을 주고, 체격을 가리기엔 안성맞춤이다. 앨리스는 이것저것 다 입어본다지만 에만은 꼭 하나의 스타일을 고집했다. 작은 차이점이 큰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법이기도 한다고 주장했으나, 직고하자면 사이즈에 맞는 옷도 마른 체형 때문에 품만 커다랗게 보일 뿐이었다.

에만은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옷만큼 좋은지 한 번만 짓던 말간 미소를 꽤 오래 유지한다. 오늘만 이렇게 쓰다듬고 안아주는 걸까? 나는 매일 밤이 외로울 텐데. 여인의 손이 멈춘 것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겠지. 그렇지만 말하지 않기로 했다. 입 밖으로 내기엔 제법 수줍다. 포옹을 거절하지 않고 폭 안겼다. 그게 기폭제였다. 따뜻하고 포근해서, 마치 온기를 찾는 병아리처럼 졸졸 쫓아와 등 뒤에서 폭 안지 않고서야 배길 수 없었다.

따뜻하다. 고개를 꾹 디밀고 있다 괜히 뺨을 비벼보던 에만은 파묻고 있던 고개를 빼꼼 들어 올린다. 눈을 크게 한 번 깜빡이는 모습이 자못 순진하다. "..다 주면 고맙..." 가벼운 말에 덧붙이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려다, 세상이 뒤집힌다. 말하던 도중이기 때문에 툭 끊겨 에븝, 하고 놀라는 소리밖에 나지 않는다. 익숙해진다 해도 갑작스러운 행동은 에만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더군다나 인형을 안듯 이리도 쉽게 안아 올린다면 더욱.

나는 같이 걷고 싶었는데! 그렇지만 안겨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포근한 온기가 가장 잘 닿으니까. 에만은 얌전히 품에 안겨 주방으로 향했다. 그래도 작은 불만은 가시지 않았는지 아랫입술이 자그맣게 비죽 튀어나온 모양새였다. 아, 아까 봤던 새 의자. 자리에 앉자 무릎을 끌어당겨 안으려다, 이내 내려놓고 다소곳하게 정돈한다. 의자에 앉을 때마다 생기는 버릇인가 보다.

"...딱히 없어."

다행스럽게도 안 맞는 식재료는 없다. 설겅설겅한 익힌 당근만 빼면 에만에게는 팔각과 고수 같은 향이 강한 향신료도 제법 잘 맞는 편이었다. 하나 있다면 약물 정도겠다. 에만은 알아채기 어렵게 표정을 잠깐 굳혔다, 다시 무표정으로 풀어낸다. 대신 페로사를 가만히 쳐다보며 주방에서 뭘 하는지 구경하려 했다.

314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13:50:36

출근 뒤에 확진자가 나와서 재택이 됐어. 뜻하지 않은 기회지만 우우..🥺 좋은 점심이야..!

315 페로사주 ◆uoXMSkiklY (alR64l6nEc)

2022-03-28 (모두 수고..) 14:01:28

에만주는 몸 괜찮아???

316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14:03:03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 아주아주 건강하고 멀쩡하다구! >:3(당당!)

317 페로사주 ◆uoXMSkiklY (alR64l6nEc)

2022-03-28 (모두 수고..) 14:11:14

그래도 잠복기도 있으니까 한동안 집에서 푹 쉬면서 몸에 이상 없나 건강에 유의해야 돼. 상비약 챙겨두고... 88
지금은 건강하다니 다행이다. (쓰담담) 밥은 먹었어?

318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14:13:19

응응, 유의할게요. 약속?🤙
정신이 없어서 간단하게 먹었네..😂😂 로로주는?

319 페로사주 ◆uoXMSkiklY (alR64l6nEc)

2022-03-28 (모두 수고..) 14:27:31

약속🤙
나도 그럭저럭 간단하게 먹었어. 한동안 카레다... ^p^

320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14:46:30

한동안 카레.. 카레 했구나..🤔 양조절 어렵지..(끄덕)

321 페로사주 ◆uoXMSkiklY (alR64l6nEc)

2022-03-28 (모두 수고..) 14:50:46

이걸 실행에 옮겼더니... (머쓱)

322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14:52:31

>>내 카레엔 물보다 많은 고기를 넣을거다 멍청한 카레자식아<<

오~ 화끈한 걸.. 동경하게 돼..•0•...

323 페로사주 ◆uoXMSkiklY (alR64l6nEc)

2022-03-28 (모두 수고..) 14:56:19

욕망에 눈이 멀면 행복하다.
이걸 언제 다 먹나 걱정이 좀 되긴 하지만 오늘 점심은 행복했어. uu

324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15:16:11

행복하지.. 이제 셀렉션도 초코맛만 따로 모아서 파는 시대니 먹부림에선 더 행복해져도 좋지 않을까..🤔

325 페로사주 ◆uoXMSkiklY (AVD40LyRLY)

2022-03-28 (모두 수고..) 17:54:55

에만주도.. 쉬게 된 경위가 조금 그렇지만, 이 김에 맛있는 것도 많이 먹는 거야.

우와아 x_x 이제야 좀 쉴 수 있겠네

326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19:29:58

바쁜 일은 좀 해결된 걸까? 좋은 저녁이야!😊😊

327 페로사주 ◆uoXMSkiklY (AVD40LyRLY)

2022-03-28 (모두 수고..) 19:57:14

좋은 저녁이야 (쓰담담) 바쁜 일을 해결하고도 저녁밥까지 먹어야 했어. 오늘 난생 처음으로 명란젓을 먹어봤는데 인생 절반 손해봤다...!

328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20:01:38

(부빗부빗)(꼬옥) 헉, 명란젓을 처음 먹어봤다구? 맛있었겠다~~~ 명란젓 살짝 썰어서 참기름이랑 생와사비랑 김가루랑...🤤 나도 간만에 먹고싶어지네..😋😋😋

329 페로사주 ◆uoXMSkiklY (AVD40LyRLY)

2022-03-28 (모두 수고..) 20:03:42

파치를 낸 걸 사와서 뭐에 양념을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파랑 고추 들어간 것 같던데 맛있더라...... (명란 보관법 검색중)

330 페로사주 ◆uoXMSkiklY (AVD40LyRLY)

2022-03-28 (모두 수고..) 20:10:49

(그리고 자신이 생각보다 명란젓을 많이 사와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됐음)

(낮에 카레를 저질러놓고 저녁에는 명란젓을 저지르다니 나는 정말 바보...!)

331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20:13:36

명란은 크림파스타나 덮밥, 계란말이나 등등 해먹을 수 있으니까 괜찮다구 0.<~ 파랑 고추가 들어갔다면 간간하니 맛있겠다 진짜아아..🤤

앗~ 명란레몬크림파스타 땡긴다. 해먹어야하나!🤔

332 페로사 - 에만 ◆uoXMSkiklY (AVD40LyRLY)

2022-03-28 (모두 수고..) 21:06:31

"다 원하면." 일순간 세상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그 한순간에도, 흔들림이 끝나고 보면 그녀가 이 크지 않은 집 안에 꾸려놓은 하루- 이제는 당신도 기꺼이 함께 푸근히 감싸드는 이 하루는 무엇 하나 흔들리지도 무너지지도 않은 채 남아있다. 당신의 오늘 하루는 이 곳이라고 말하기라도 하듯이. 푸르스름한 눈으로 당신과 시선을 맞추어 내려다보며, 그녀는 입을 벙긋거려 당신에게 속삭였다. "너도 다 줘야지." 농담을 했다가, 제시를 받아버렸다. 정확히 당신이 내어주는 만큼 내어주겠노라고. 그러니 그것은 일종의 허락이나 다름이 없었다. 너는 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허락. 그러고 나서야 그녀는 당신을 의자 위에 내려놓았다.

"지겹다 싶으면 언제든 다시 TV를 보러 가도 좋아. 바로 뚝딱 나오는 건 아닐 테니까." 하면서 그녀는 당신을 의자에 앉히고 고개를 냄비 쪽으로 돌렸다. 그 덕분에 당신의 얼굴 표정이 잠깐 굳어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냄비로 가서 푹 끓인 육수에서 육수재료가 담긴 망을 건져내어 싱크대 위의 선반에 올려두고는(거기서 아마 당신은 뒤늦게야 다른 재료들 사이에서 쏙 고개를 내밀고 있는 반토막난 당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벽에 걸려있는 까만색의 앞치마를 꺼내어서는 목에 걸쳤다. 그리고 허리끈을 뒤로 돌려 묶어보려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장난스레 웃으며 당신에게로 다가와서는 기볍게 뒤로 턴해서 당신에게 등을 내보여준다. 아까 욕실에 들어갈 때 그랬던 것처럼 당신을 돌아보면서, "네가 묶어줄래?" 하고 눈웃음을 짓는 그녀. 당신의 눈 앞에 까만 끈 두 개가 그녀의 허리에 걸쳐져 있다.

333 페로사주 ◆uoXMSkiklY (AVD40LyRLY)

2022-03-28 (모두 수고..) 21:07:29

요리하는 장면 길게 썼다가 문득 갑자기 생각나서 요리하는 장면은 뒤로 미루어두고 장난질을 좀 쳤다.. >.0

🤔 앞으로도 이 정도 분량이 에만주한테도 부담없고 좋을 것 같은데 쓰다 보면 밑도끝도 없이 길어진단 말이지. 에만이 너무 좋아서 그런 거려나.

334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21:09:31

>반토막난 당근<
>네가 묶어줄래?<

에만: 에우우(당근에 대한 배신감(마피아 보스가 쿠데타 당할때랑 비슷한 억하심정)과 요망함에 대한 두근거림이 함께함)

335 페로사주 ◆uoXMSkiklY (AVD40LyRLY)

2022-03-28 (모두 수고..) 21:15:43

에만이 자꾸 eww 하는 게 뭐라고 귀엽냐... 와랄라하고싶어죽겠어 정말

336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21:19:40

eww~ 0.< 와랄라 하면 눈 동글동글 해진다구.. 후후..

337 페로사주 ◆uoXMSkiklY (AVD40LyRLY)

2022-03-28 (모두 수고..) 21:26:31

페로사: (뺨에 쪽)
페로사: (쪽 한 자리를 핥)

앗 와랄라가 아니잖아... (얼감)

338 에만주 ◆TrRj8FbhDE (L69vI7ylEA)

2022-03-28 (모두 수고..) 21:29:53

에만: 아..?
에만: (뺨 핥은 페로사 꼬옥)
에만: (쪽)

와랄라가 아니라도 댕댕모먼트 너무너무 귀여워!!

339 페로사주 ◆uoXMSkiklY (AVD40LyRLY)

2022-03-28 (모두 수고..) 21:34:53

페로사: (쪽당함) 후우.
페로사: 너한테서 내 냄새가 나는 게, 좋아. (꼬옥)

에만이 페로사를 이렇게 만들어...

340 에만 - 페로사 ◆TrRj8FbhDE (VAFYnyKy.g)

2022-03-29 (FIRE!) 00:35:51

품 안은 여인의 보금자리처럼 푸근하고 따뜻하다. 흔들리고 무너지지 않는다. 옛 잔재처럼 망가져있지 않다. 이 하루는 온전하며 많은 것이 들어차있고, 여인이 내어준 하루이며, 자신의 속을 채워주는 기묘한 감정이 가득한 날이었다. 긴 속눈썹을 위로 들어 올리자 바다처럼 푸르스름한 눈동자가 보인다. 그 넘실거리는 눈동자 속에 온전히 자신이 담겨있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몰라 거울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았던 에만은 생경한지 여인의 눈만 물끄러미 쳐다본다.

"나도..?"

대답 대신 눈을 감는다. 가만히 고개를 들어 올려 뺨을 비벼본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온정에 푹 담기며 일순 모든 것을 내어줄 뻔했다. 허락을 받긴 했지만 둘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페로사가 있는 세상은 진절머리가 날 만치 아름다웠고, 눈부셨으며, 어두컴컴한 그림자 속에 기거하던 에만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여인은 아마 다시 그림자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일이라 생각했다.

"으응."

고개를 돌렸기에 보이지 않았다. 다행인 점이다. 에만은 지겨운 걸까, 생각해 본다. 지겨운 것은 늘 있었기 때문에, 가끔은 새로운 지겨움이 필요한 법이라 생각했다. 에만은 뒷모습을 가만히 구경한다. 그 너머에서 육수 재료가 담긴 망을 봤을 때, 저 육수도 내가 모험 속에서 확인했지 하는 뿌듯함이 샘솟다 뚝 멈춘다.

당근! 저 극악무도한 녀석이 있었다니! 익힌 당근은 에만의 숙적이다. 날당근은 먹을 수 있지만 익힌 당근은 특유의 향이 강하고 물컹한 식감이 애매했다. 익을 거면 푹 익어야 하는데, 심지는 굳세고 겉은 부들부들한 그 느낌이 싫었다. 그런 끔찍한 녀석이 맛있는 냄새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니. 에만은 당근을 모난 눈으로 노려봤다. 그것 때문에 여인이 허리의 끈을 뒤로 돌리려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에만은 인기척이 느껴지고 나서야 고개를 든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유를 모르는지 멀뚱멀뚱 쳐다보다, 장난스레 웃으며 가볍게 뒤로 턴하는 모습에 상황을 파악하고 짧게 웃었다. 가볍고도 흐린 웃음이었으나, 확실한 사실이라면 이 작은 꼬마는 오늘이 에만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후로 가장 많이 웃어본 날이라는 것이다.

"응, 예쁘게 묶는 건 자신이 없지만.. 노력해 볼게.."

팔을 조심히 뻗는다. 잠깐 생각에 잠긴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라, 등에 폭 안기듯 팔을 뻗고는 끈을 쥐고, 느릿하게 떨어져 리본을 매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도 이마는 등에 툭 기댄 상태였다. 리본을 묶는 시간은 짧다면 짧았지만, 섬세하고 아주 희미하지만 온기가 묻어 나왔다. 애정이라 말하기엔 아직 수줍고도 작으며, 자각하지 못한 것 말이다.

"..다 됐어."

에만은 천천히 리본을 쥔 손을 놓는다. 손재주가 없다더니, 리본 하나는 참 예쁘게 매어뒀다. "뒤로 묶었으니 안 보여서 다행이다. 안 예쁘거든.."

341 에만주 ◆TrRj8FbhDE (VAFYnyKy.g)

2022-03-29 (FIRE!) 00:36:43

답레를 올린 줄 알았는데 테스트를 눌러둔 거였어... 미안해...(이마 팍팍)

342 페로사주 ◆uoXMSkiklY (RQWEWCNWgI)

2022-03-29 (FIRE!) 00:39:31

이 정도 기다리는 건 익숙하니까 괜찮아.

343 에만주 ◆TrRj8FbhDE (VAFYnyKy.g)

2022-03-29 (FIRE!) 00:43:55

;0;.. 답레는 느긋하고 천천히 주길 바라..🥺 다시금 미안해..😭

344 페로사주 ◆uoXMSkiklY (RQWEWCNWgI)

2022-03-29 (FIRE!) 00:47:52

에만주가 자러 가기 전까진 줄 수 있지 않으려나. 괜찮대두.

345 에만주 ◆TrRj8FbhDE (VAFYnyKy.g)

2022-03-29 (FIRE!) 00:49:42

오늘은 늦게 잘 가능성이 있으니까 여유로이 줘..(꼬옥)

몰아자는 건 익숙하다 쳐도 집이니 밍기적대며 일 안할게 뻔해서 수면패턴을 정상화 시켜야 하는데..우우😂

346 페로사주 ◆uoXMSkiklY (RQWEWCNWgI)

2022-03-29 (FIRE!) 00:53:52

괜히 나 때문에 생활패턴이 흔들리는 것 같네. 😥

347 에만주 ◆TrRj8FbhDE (VAFYnyKy.g)

2022-03-29 (FIRE!) 00:59:09

어? 아니야!! 절대 아니야!!! >:0

최근 일 비축분을 쌓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고.. 그러다 보니 수면시간이 늘어나더라고..😂 로로주는 잘못 업눈뒈 '3'

348 페로사주 ◆uoXMSkiklY (RQWEWCNWgI)

2022-03-29 (FIRE!) 01:04:12

힘내. 항상 응원하고 있어. 다 잘 될 거야.

내가 잘못하는 일이 있거나 하면 꼭 말해줘.

349 에만주 ◆TrRj8FbhDE (VAFYnyKy.g)

2022-03-29 (FIRE!) 01:06:25

로로주가 하는 일도 다 잘 될 거야! >;3

나야말로 꼭 말해달라구.

사실 로로주 잘못은...앙큼한 것이다! 멋진 페로사로 내 맘을 낚아챘어! 0.<

350 페로사주 ◆uoXMSkiklY (RQWEWCNWgI)

2022-03-29 (FIRE!) 01:09:57

페로사: 누가 나 같은 여자한테 그렇게 빠지래. (쪽)

351 에만주 ◆TrRj8FbhDE (VAFYnyKy.g)

2022-03-29 (FIRE!) 01:32:15

에만: 빠지게 만드는 걸 어떡해..(꼬옥)(쪽)
에만: 그래서.. 싫어..?

352 페로사주 ◆uoXMSkiklY (RQWEWCNWgI)

2022-03-29 (FIRE!) 01:35:35

페로사: 이제 와서?
페로사: 널 싫어한다는 선택지는 네가 뺏아갔잖아. (웃음)

353 페로사 - 에만 ◆uoXMSkiklY (RQWEWCNWgI)

2022-03-29 (FIRE!) 02:07:36

"당장 달라고 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해." 천천히. 하고 그녀는 입모양으로 말했다. 잘 알았다. 아직 서로에게 알아가야 할 것이 많다는 것도. 서로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도. 겨우내 차갑게 얼어붙은 손은 미지근한 물에 담궈도 따끔따끔 아리다. 그러니, 그녀는 서두르지 않는다. 당신에게 문은 열어주었으되, 당신을 그 안으로 억지로 잡아끌지는 않는다.

아주 망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망가진 것들 사이에서 온전한 것을 주워낸 것이고, 얻어오거나 산 것도 있다. 어쩌다 보니 훔치다시피 갖게 된 것도 있다. 망가진 것을 고친 것도 있다. 그런 것들이었다. 그녀의 삶 중에서, 가장 온전한 것들을 끌어모아 구성한 것 한가운데로 그녀는 당신을 기꺼이 이끌어왔다. 마치 종종 그러는 것처럼, 당신을 끌어안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기서 보내는 시간은 어떤 의미에서, 그녀의 더 크고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포옹인 셈이었다. 바깥의 걱정거리 따위는 잊고, 마치 매일 이랬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느긋하게 보내는 보통의 일상이 가득한 하루. 이 하루가 지나면 당신은 또다시 광기의 도시의 그늘 한복판으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아직 지나지 않았으니 지금은 즐겨도 괜찮겠다.

"왜, 육수 재료에 뭐 들어가면 안될 거라도 있어?" 거름망을 뜨악한 배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쏘아보는 당신을 보고 페로사가 긴 속눈썹을 깜빡이며 물었다. "딱히 문제되는 건 없다더니- 걱정 말라고. 맛있을 테니까." 앞치마를 내리면서 뒤따라오는 그녀의 말소리에 웃음기가 어린다. 그리곤 당신에게 등을 들이댄다. 이마를 등에 툭 기댈 때에는, 그녀의 등근육이 이마에 와닿았다. 리본을 묶어달랬더니 머리를 기댈 줄은 몰랐는지 그녀는 뒤를 돌아다보았지만, 뭐라 따지지는 않았다. 당신이 기대어오는 감각을, 그녀는... 그래,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서늘한 몸에 자신의 온기가 스멀스멀 옮겨붙는 그 순간을. 그녀의 몸은 밀리지 않고 당신의 머리를 받쳐주었다. 여전히 따뜻하다. 당신이 아까 썼던 것과 같은 바디샴푸 냄새와 섬유유연제 냄새가 은은하게 난다.

"안 예쁘면 어때." 하고 그녀는 웃었다. "이 매듭, 아까워서 못 풀겠는걸..." 풀어달랄 때도 당신에게 맡길 것 같다. 까만 앞치마를 한 채로, 그녀는 다시 스토브로 다가갔다. "바로 되는 건 아니니까, 지겹거나 하면 다시 거실에서 TV라도 좀 보고 있어. 넷플릭스는 확실히 있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프라이팬에 익숙한 솜씨로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세 알을 던져넣고는 페퍼론치노를 부수어넣는다. 조금 볶아 기름에 향을 우려내고, 토마토 페이스트 깡통을 열어 토마토를 부은 그녀는 냉장고에서 팩에 포장되어 있는 조개며 새우들을 넣어준 다음 찬장에서 화이트와인을 꺼내 붓는다. 팬을 흔들자 후르륵, 하고 팬에 불길이 일어나는데 그녀는 이게 아주 당연한 일인지 태연한 표정이다. 잠깐 화륵 일어난 불은 급히 일어난 만큼 급히 꺼졌다. 페로사는 태연하게 에만을 돌아보며 말을 꺼냈다.

"아, 맞아... 식전주를 잊었네. 윈터, 혹시 괜찮으면 거실에 있는 술 진열장에서 팔리니라고 쓰인 병 하나 찾아줄 수 있어? 나 레몬이요- 하고 온몸으로 어필하고 있는 병인데."

작고, 평화로운, 어쩌면 당신에게는 낯선, 그녀의 저녁. 그녀는 이런 순간들을 당신과 만끽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354 페로사주 ◆uoXMSkiklY (RQWEWCNWgI)

2022-03-29 (FIRE!) 02:10:23

'나 레몬이요- 하고 온몸으로 어필하고 있는 병'

355 페로사주 ◆uoXMSkiklY (RQWEWCNWgI)

2022-03-29 (FIRE!) 02:29:57

아참참... 이제 슬슬 잘 시간 됐지 않아? 피곤하면 답레는 오후로 미루고 자러 가자.

356 에만주 ◆TrRj8FbhDE (VAFYnyKy.g)

2022-03-29 (FIRE!) 02:33:05

(답레 봄) 리몬첼로! 역시 이탈리아 사람 맞구나.. 식전주인 걸 보니 스트레이트가 아니라 토닉 워터나 진저 에일로 희석해서 마시는 걸까🤔(두뇌 풀가동)(?)

오후로.. 오전으로 미룰 거야..>:0!!!!(갑자기)

357 페로사주 ◆uoXMSkiklY (RQWEWCNWgI)

2022-03-29 (FIRE!) 02:40:24

당연히 스트레이트는 아니고, 뭘 만들어줄지는 비밀 >.0
그런데.. 오전이라굽쇼? 지금이 오전인데......?
...아니지? (파드메 짤)

358 에만주 ◆TrRj8FbhDE (VAFYnyKy.g)

2022-03-29 (FIRE!) 02:41:35

우우 기대할게 0.< (찬장에 있는 리몬첼로 봄)(레시피 따라하려 대기탐)(???)


우우👀👀👀👀 바, 반만 쓰고 잘게. 약속..?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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