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h your heart and pull away, yeah 네 마음을 밀어내더라도 다시 당길테니 Be my summer in a winter day love 겨울 날의 사랑으로 내 여름이 되어줘 Be mine, be mine, yeah 내 연인이 되어줘 Anytime, anytime 언제, 언제든지
소년이 여인의 틈새에 꼭 맞는 아이였던 것처럼, 여인 역시 소년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던 유일한 존재였을 것이다. 어쩌면 그랬기에, 아이러니하게도 2년이나 서로의 마음을 두고 그렇게 길게 끌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서로를 아끼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관계. 하지만 결국에는 이어졌다는 것이, 두 사람에게는 행운이겠지.
그의 짓궂은 장난에 여인의 마음 속에 심술의 싹을 틔워버렸다. 당연히 그것을 눈치채지 못 할 제롬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여인의 마음속에 피어버린 싹은 제롬의 노력에도 지지 않았다는 것일까.
"농담이라니까. 이런 곳에 함께 오는건, 오직 벨라 뿐인걸."
까칠하게 대답하자 제롬은 잠시 쓴웃음을 지었다. 곤란한 기분이었다. 어쩌면, 여인이 삐져버린 것일지도 몰랐으니까. 어떻게 풀어줘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와중 여인이 갑자기 품에 안겨들면, 제롬은 당황과,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그렇게 많이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이마에 몇번 입을 맞추고는 쓰다듬어주며 한껏 애정을 표하려던 찰나, 여인이 품에서 쏙 빠져나가 허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럼 지금 가자아. 벨라는 어떤 고기가 좋아?"
아쉬움이 가시지는 않았는지 조금 뜸을 들이기는 했으나, 결국 여인이 팔짱을 끼는 것에 만족하며 그는 여인과 조용히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여인의 위화감 없는 웃음을 보며 그는 다행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을까. 감정을 감추는 것은, 한 조직의 장이 될 정도로 능력을 갖춘 여인의 특기였으니. 다만 제롬도 한구석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집에 가면 한번 더 사과해야겠다 생각했을 것이다.
제롬이 팔짱을 낀채 여인을 이끈 곳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호텔이었다. 분위기를 자아내는 어두운 조명에, 다른 호텔에선 보기 드문 이색적인 인테리어. 그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제 동료에게 추천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입구로 들어가 바로 보이는 계단으로 내려가자 그곳에는 지하에 있는 넓은 스케이트장이 한 눈에 보이는 위치에 식당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가 예약한 자리는 식당의 창가자리. 예쁜 스케이트장의 광경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예쁘지. 벨라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었어."
여인의 맞은편에 앉으며 마치 소년이었을 때처럼 해맑게 웃어보였을까. 그러고보면 소년 시절에도, 가끔 예쁜 것을 보면 꼭 간직해 여인에게 보여주고는 했다. 그 시절의 마음을 아직 잊지 못한 것일까. 머릿속을 스친 추억에 희미하게 미소를 짓다 그는 미리 세팅되어 있던 메뉴판을 펼치며 여인을 바라보았다.
"가장 맛있는건 채끝살과 안심 스테이크라던데. 벨라는 어떤게 좋아?"
여인이 알고 있는 고기는 대부분 메뉴판에 적혀있었을 것이다. 정말로 희귀한 것이 아니라면야. 그는 메뉴를 고르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여인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여긴 내 지인이 쉐프로 있는 곳이니까, 걱정 안 해도 괜찮아." 라며 작게 속삭였다. 여인이 과거에 독에 시달려 아직까지 기미하지 않은 것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여인을 안심시켜주려 말한 것이었다.
>>353 엣 제 업보가 맞다고 그렇게 쉽게 인정해버리시다니 아스주 넘햇(울뛰)(?) ㅋㅋㅋㅋ 아스 질투심을 자극하다가 역으로 당하게 생겼네 아이고야... 항상 믿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아스주가 걱정 안 하시도록 잘 하고 있을게요. (베시시)(맞쪽) 아스주도 바쁘시겠지만 몸건강 관리 잘 하시기에요!
>>356 기대할 만큼 대단한 건 안 할 거야. (쓰담) 심술을 조금 더 드러낼 뿐일까.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놓이네. 응. 걱정 많이 안 할게. 현생에 부담 될 정도로 무리하는 일은 없기야. 다른 것도. 어장도. 오늘은 먼저 들어가볼게. 들어간대도 할 일 하러 가는 거지만. 미리 잘 자. 제롬주. 좋은 꿈 꿔. 내일도 좋은 하루 되고.
여인에 제롬에게 예고 없이 안겼을 때. 제롬도 여인을 안아주며 애정을 표하려고 하는 걸 여인이 몰랐을까. 몰라서 그렇게 빠져나간 걸까. 단언코 그럴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빠져나간 건 어째서였을지. 아마 제롬도 어렴풋이 알고 있을 터였다. 금방 아무 일 없던 듯이 웃으며 팔짱을 끼고 태연하게 말하더라도. 알고 지낸 시간이 있는데. 모르는게 이상했다.
제롬의 허망한 표정이나. 여인의 행동에 아쉬워하며 뜸을 들인 것도 평소라면 놓치지 않고 물어봤을 부분이었지만. 여인은 그저 곱게 웃으며 팔짱을 걸고 같이 걸을 뿐이었다. 어떤 고기가 좋냐는 물음엔 단조롭게도 가봐야 알겠지. 라고 대답했고. 시선도 산책로에 오기 전에 비하면 제롬에게 향하는 횟수가 줄었다. 조금 더 차분히 앞을 보고 있달까. 전혀 어색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신경 쓰일 지도 모르는. 그런 모습으로 여인은 제롬이 예약한 호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예약된 레스토랑은 스케이트장이 보여 제법 낭만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었다. 게다가 제롬이 고른 자리는 그런 풍경이 더 예쁘게 보이는 자리였다. 앉아서 고개를 돌리자마자 보이는 은은하고도 화려한 풍경이 있어. 여인은 그 쪽을 얼마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롬을 보고 미소와 함께 말했다.
"응. 예쁘다. 미리 찾느라 고생 좀 했겠는 걸."
해맑은 미소와 잔잔한 미소는 언뜻 보기에 잘 어울렸다. 언뜻 보기에는. 여인은 미소를 띈 채로 메뉴판을 집어 펼쳤다. 다양하게 늘어선 메뉴들을 눈으로 훑는 듯 하다가. 금방 닫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제롬의 말에 대답했다.
"그런 거라면, 뭐든 괜찮을 거 같네. 제제랑 같은 걸로 할게. 제제의 지인이 쉐프로 있다면 잘못 먹을 걱정도 없고."
메인 외의 것도 제롬과 셰프에게 맡기겠다고. 여인은 그리 말하고 테이블에 팔을 올리고 살짝 턱을 괴었다. 그대로 제롬을 바라보는가 싶었지만. 옆으로 고개를 돌려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스케이트장의 풍경으로 시선을 두었다. 스케이트장에 사람들이 있었으면 그들이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고. 없다면 없는 대로 희미하게 냉기가 흐르는 빙판을 지그시 바라보았을 것이었다. 어딘가 생각에 잠긴 듯 하면서도. 어쩐지 말이 적구나 싶은 모습으로.
>>364 아스주가 너무 귀여우셔서 저도 모르게(?)(부비쟉)(볼쫩) 앗.... 저도 작년까진 그런 신세여서 잘 알아요... 매점이 없거나 있어도 코로나 때문에 못 가는 심정이란...(토닥토닥) 아스주는 항상 잘 챙기실 거라고 생각해서 안심이에요. 오늘은 이래저래 할게 많아서 답레는 내일 드려야 할 것 같아요...죄송해요...!
>>366 ㅎㅎㅎ 전부 다 귀여운데. 아스주 말이나 반응이라던가. 제롬주라는 단어는 대체 무슨 의미에요 그거..! (볼오물) 코로나...(흐릿) 이것 때문에 제가 듣던 고등학교 생활이랑 생각보다 많이 달랐죠... 네에에. 아스주도 바쁜 현생 파이팅이에요. 그래도 과외 끝나면 여기 붙어있을지도 모르겠네요.(끄덕)
>>367 그야 제롬주니까 제롬주라는 건데? 으에엥. (파닥)(볼홀쭉) 코로나 때문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게 학교 생활 같긴 하더라. 등교를 안 하는 것 부터가 그렇지. 이제는 등교 하는게 어색해보이고. 너무 붙어 있지 말고. 좀 쉬기도 하고 그래. (쓰담)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도 중요한 휴식이니까.
>>368 분명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에... 넘어가 드릴게요. 아스주니까. 귀여우셔라... (꾸왑)(볼쪽) 작년까지만 해도 격주로 등교했는데 이젠 매일 등교하는게 어색해요. 그리고 귀 뒤쪽이 아파아.... ㅎㅎㅎㅎㅎ 항상 챙겨주셔서 고마워요. 진짜로. (손에 부빗)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도 조금씩 챙기고 있으니 괜찮아요!
>>380 요새 정말 바빠보이세요. 아이구...(꼬옥)(토닥) 응응 저녁에는 간단하게 맛있는거 드시고 다시 힘내시기에요. 앗 따땃하게 난방에 데워진 아스주 이불말이 해드리고싶어...! 사실 지금도 독서실이에요. 우산 챙겨왔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걱정해줘서 항상 고마워요(볼쪽)
여인의 사소한 변화에 그는 살짝 놀랐는지 열심히 여인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한다. 아니, 과연 사소한 변화일까.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라던가, 부쩍 줄은 자신에게 향하는 눈길의 횟수만 봐도 사소하지는 않은 변화였다. 여인이 이렇게 바뀐 이유는, 아마 아까 자신이 했던 장난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는 조심스레 추측했다.
원인을 알았지만 눈치를 보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불안했던 탓이다. 여인이 제롬에게 가졌던 불안함처럼, 제롬 역시 여인에게 불안함을 가졌다. 그것은 여인이 자신에게 실망했을까 하는 불안함과, 오늘 일 때문에 더 이상 제 쪽으로 시선을 안 주는게 아닐까 하는 망상, 그리고 혹시나 여인이 이 일 때문에 자신과 말하는 것조차 싫어한다면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들. 제롬 스스로도 그것들이 비약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인이 잠시 시선을 거둔 것만으로도 그런 생각이 일순 스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제롬에게 있어 여인은, 이미 그런 존재가 되어있었으니.
불안감과 초조함에 가슴이 죄여왔다. 물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단조로운 대답뿐이라 더욱 그랬다. 그는 답답한 기분을 느끼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여인의 감상에 더더욱 낯빛을 어둡게 만들었다.
“벨라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었으니까. 별 고생은...”
아니었다. 그는 속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에 말을 멈추고 여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해맑은 미소는 잔잔한 미소를 마주하고는 순간 모습을 감춘다. 표정이 굳은 탓이었다. 여인의 잔잔한 미소는 여느 때와 같다. 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냉기는 분명 창문 밖의 빙판 때문이 아닐 것이다.
제롬이 입을 다물자 둘 사이에는 조용한 적막이 흐른다. 여인은 어쩐지 말이 적다 싶은 상태로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제롬은 그 모습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으니. 창문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미약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게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주변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이 식사하며 내는 조곤조곤한 이야기소리가 둘 사이를 채워나갔다. 서로의 소리가 아닌 타인의 소리가 둘 사이를 침범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던 그는 결국 입을 떼어낸다.
“많이 화났어?”
여인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확신할 수는 없었던 탓에 좀처럼 말을 꺼내지 못 하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으면 상황 역시 진전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결국 그는 조용히 이야기를 꺼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여인에게는 다소 뜬금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지금 이외에는 기회가 없다고 느껴졌다.
“아까 장난이 조금 심했지..? 미안해..”
제롬의 목소리가 살짝 기어들어갔다. 자신이 잘못한 일이라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또한, 아까부터 이어져온 그 ‘쓸데없는 망상’이 그의 불안감을 부추기기도 했고. 이런저런 생각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그는 조용히 여인을 쳐다보며 조심스레 사과를 건넸다. 그러면서도 여인의 눈치를 보는 것이 커다란 강아지가 주인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모습처럼 느껴졌을지도. 그것을 보며 어떤 감상을 느꼈을지는 오직 여인만이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사적인 자리든. 공적인 자리든. 여인은 자리의 분위기를 이끌곤 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자리에서건 대화를 주도하며 흐름을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한 조직의 장으로써 익혔고 타고난 재주였다. 그리고 여인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이끌던 분위기를 놓아버리면 어떻게 되는지.
호텔로 와서 식당에 들어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그나마 간간이 이어지던 대화는 제롬이 입을 다무는 것으로 끊겼다. 여인이 말수를 줄인 것도 이유였을 터였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진 공간은 일순 침묵하는 것 같았지만. 서서히 주변의 소리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차오르는 소리로 인해 점점 서로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여인은 그걸 묵과하고 있었으나. 제롬은 그럴 수 없었는지.
문득 들려 온 제롬의 목소리에 여인이 고개를 살짝 돌려 제롬을 바라보았다.
"음?"
화가 났던가. 여인은 잠시 생각했다. 자신이 화를 내고 있었던가. 그러는 사이에도 제롬은 시무룩한 표정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말해왔다. 미안하다며 눈치를 보는 제롬을 보고 여인은 그만 피식 하고 실소했다. 조금 전까지 화인지 무엇인지 났었을지도 모르지만. 저런 모습을 보면 났던 화도 사그라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인은 실소를 머금은 얼굴 그대로 고개를 완전히 돌렸다. 반듯하게 앉아 맞은 편의 제롬을 바라보았다. 웃는 듯 아닌 듯 미묘한 곡선을 짓던 입술이 천천히 움직여 말했다.
"어머. 그냥 미안하다면 다야? 뭐가 미안한지는 알고 미안하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네."
장난기는 거의 없고. 그렇다고 너무 쌀쌀맞지도 않아서. 말의 내용과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의 목소리였다. 평소의 제롬이라면 쉽게 눈치 챌 차이였지만. 아마 지금은 아니지 않았을까. 휴. 거기에 한 술 더 뜨듯 여인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시선을 슬쩍 아래로 내리깔며 중얼거렸다.
"됐어. 제제는 아직 어리니까. 미숙할 수도 있지. 그런가보다 할게."
그런 말을 하고 여인은 다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턱을 괸 손으로 입가를 약간 가린 모습이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보였지만. 실은 금방이라도 올라갈 것 같은 입꼬리를 가리려는 행동이었다. 아래로 내린 시선도 자꾸 제롬에게 향하려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