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h your heart and pull away, yeah 네 마음을 밀어내더라도 다시 당길테니 Be my summer in a winter day love 겨울 날의 사랑으로 내 여름이 되어줘 Be mine, be mine, yeah 내 연인이 되어줘 Anytime, anytime 언제, 언제든지
>>8 힛...(움찔)(꾸왑) 아스주 나빠요 힝힝... 어째서 에유 고르는 것까지 귀여운 건지..! ㅋㅋㅋㅋㅋ 서로 똑같은 생각 해버렸네요 ㅎㅎㅎㅎ 원래 아스주랑 저랑 잘 맞았으니까 그런거 아닐까요?(키득)(볼말랑) 그럼 다음에는 학생 에유 설정 가볍게 짜고 돌려봐요~~
>>10 언제나 그런 말로 저를 부끄럽게 하시고... 아스뿐만 아니라 아스주도 퐉스라니까요 정말. (키득)(볼쪼물) ㅋㅋㅋㅋㅋㅋ 어쩌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죠? 아스주가 생각하신 다른 일상이나 썰도 빼갔을지도 ㅎㅎㅎㅎㅎ 학생 제롬이라... 학교 내에서 모르는 애가 없는 느낌 아닐까요. 이름이랑 얼굴 잘 기억하고 연락처 수집하고 다녀서 인맥 쩌는?
여인에게 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태연한척 표정을 갈무리했지만 그는 알까, 이미 자신이 여인에게 감정을 들킨지 오래라는 것을. 그래서인지 그는 제 감정보다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를태면, 여인의 선글라스라던가. 벗어둔 선글라스를 끼지 않는 것을 보면 뭔가 이유라도 있는걸까. 잠시간 의문을 품은 제롬이었지만, 곧 아무래도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여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선글라스 안 끼니까 예쁜 눈 볼 수 있어서 좋다." 라고. 짓궂은 웃음을 지으면서 말이다.
더 가까운 거리. 부드러운 손의 감촉. 그리고, 조금 더 편해진 보폭. 아주 잠깐이지만 여인과 함께 걷는 시간은 두근거리면서도 편안했다. 도착하자 여인의 눈치를 살피듯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던 그는 그녀의 말에 환한 표정을 짓는다.
"당연히 예쁜걸로 골라줘야지. 벨라는 뭐든 잘 어울리니까, 고민되긴 하지만."
마침 마지막 한 칸이 빈 옷장. 제롬이 눈치가 없는 편이었지만 그 말의 의미까지 모르지는 않았다. 자신을 위해 순진한 척 마침 옷을 정리했다 말한다는 것. 그리고, 여인 역시 조금은 기대하고 있다는 것.
요망한 웃음기를 머금은 여인이 제게 다가오자 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여인에게 홀릴대로 홀렸는데, 더 홀리려고 하는건지. 느릿하게 손을 뻗어 몇번 여인을 쓰다듬다가 제 품에 도장을 찍듯, 여인의 머리를 품에 꾹 한번 누르고는 풀어주었다. 그리고 마주잡은 손을 이끌어 가장 가까운 매장으로 들어갔겠지.
그는 미리 봐둔 옷이라도 있는지 망설임 없이 발길을 옮긴다. 그가 고른 것은 벨벳을 사용한 뷔스티에 원피스. 검은색과 베이지색이 혼합되어 여인의 어른스러운 이미지와 잘 어울리고, 덤으로 그의 사심이 조금 담겨있는 옆트임이 난. 그런 종류의 옷을 가져오더니, 여인의 앞으로 가져와 조심스레 내밀었다.
"응. 이게 좋겠다. 한번 입어줄 수 있어?"
꽤나 기대하는 눈치다. 그렇게나 여인이 입은 모습을 보고싶은건지. 그의 부탁을 들어줘도, 조금 장난을 쳐도, 이 분위기에선 괜찮을 듯 싶었다.
>>12 인정하셔서 더 얄미워... 언젠간 복수할 거에요.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지롱.(볼쫩) ㅋㅋㅋㅋㅋ 아스주 머릿속의 위험한 정보들 잘먹었습니다...(?) 그렇죠. 정보상하고 비슷한 컨셉? 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롬이가 학교 친구들은 모조리 꿰고 있는데 아스 보고는 저런 애가 학교에 있었나? 하고 자기가 모르는 애가 있었다니 호기심도 들어서 접근하는... 환상의 동물이라 하니 이미지가 팍 떠오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 행동 안 해도 눈에 띄는데 정작 아스에 대해 뭔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ㅋㅋㅋㅋㅋ
>>15 으에엥 (볼 쭈욱) 어떻게 복수할지 기대 하면서 기다릴게. ㅎㅎㅎ 그걸 먹었어...? 히익! (거리두기)(?) ㅋㅋㅋㅋ 마음에 들었나보네. 그럴 줄 알았어. (찡긋) 그럴려면 아스랑 제롬이랑 동급생이어야 하려나. 선후배로 해도 될 거 같기두 하구. 음. 어느 쪽으로 해도 재밌을 거 같네.
귀여워~~~(볼냠!) ㅋㅋㅋㅋ 너무...기대하지는 마시고..! 언젠간 복수하러 갈테니까요~!(삼류악당)(?) 엣. 어째서(당황) 아스주는 제 취향을 너무 잘 아세요. 힝. (쥐구멍) 저는 선후배 사이가 더 좋을 것 같은데 동급생 사이도 좀 고민되긴 하네요. 본편이랑 다르게 둘이 친구라면..? ㅎㅎㅎㅎ
>>17 ㅋㅋㅋㅋ 그치. 나쁜 건 아니지~ 나도 아스도 솔직한 제롬이 정말 좋아해. (볼 홀쭉해짐) 히엥... 내 볼값만큼 기대할 거야... ㅋㅋㅋ 삼류악당 ㅋㅋㅋㅋㅋㅋ 진짜... 제롬주랑 제롬이 둘 다 귀여워서 단명할 거 같아... 취향 잘 아는 건 제롬주도 그렇잖아~ (안아서 품에 쏙)(토닥토닥) 흐으으음... 고민이네 고민이야... 둘 다 재밌어 보이는데... 에유니까 다른 맛 할 겸 동급생이 살짝 더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18 뭔가 어린애 취급당하는 것 같아서 얄미운데요...(빠안히) 흥 됐어요. 이렇게 된거 마구 취향에 솔직해져야지. 아스주도 솔직해지셨음 하지만(빠안22) ㅋㅋㅋㅋㅋㅋ 볼냠한 만큼은 돌려드리도록 노력할게요~ 어라 단명하시면 안 되는데 ㅎㅎㅎㅎ 귀여운 모습 앞으로 더 보셔야 하잖아요? 이정도로 만족하시고 단명하셔도 괜찮아요?(귓볼냠) 아스주가 몇배는 더 잘 아시는 느낌...? (품에 파고들기)(꼬물) 그럼 동급생으로 해요! 저도 동급생이 더 신선할 것 같구 ㅎㅎㅎㅎ 알고보니 눈치채지 못 한 같은반, 이라는 전개도 끌리고..?
여인이 제롬을 보고 있는 것처럼. 제롬 역시 여인의 작은 차이를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선글라스 없이 얼굴을 드러낸 여인을 보고 귓가에 그런 간질한 속삭임을 흘려주었으니. 일순간 간지러움에 어깨를 살짝 움찔한 여인은 제롬이 예쁘다고 해준 그 두 눈으로 바라보았다. 곧 소리 없이 눈웃음을 짓는 표정이 꼭. "보이지 않아도 내 눈은 너만 보고 있어." 라고 말 하는 듯 했다. 살짝 호선을 그린 입술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알고 지낸 시간이 길다는 건 곧 서로의 말에 설명이 적어진다는 것과 같았다. 제롬의 능청에 여인이 박자를 맞추니. 제롬도 자연스레 받아 대답을 해주었으니까.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대화 속에 서로가 서로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는게 불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여인은 제롬을 만나고 알게 되었다. 조금은 더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마음도. 이건 눈치챌려나 싶은 마음도.
"뭐든 잘 어울리니까. 뭐든 주는 대로 입어줄게. 제제가 보고 싶은 나로 만들어 줘."
그런 마음이 살그머니 보이는 말을 재잘거리곤. 가벼운 포옹에 호응해 한 팔로 제롬의 허리를 안고 놓았다. 조금 더 안겨있고 싶었지만. 그건 데이트가 끝난 후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지금은 참기로 하고 제롬을 따라 걸었다.
고민 없이 들어간 첫번째 매장에서 제롬이 꺼내온 건 벨벳 뷔스티에 원피스엿다. 의외로 차분한 디자인이라 의외라고 생각하다가 치맛단의 트임을 보고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에 키득 웃어버렸다. 웃는 얼굴을 한 채 제롬이 내민 옷을 받아들었다. 순순히.
"음. 그래. 입어보는거야 어렵지 않으니까. 다른 옷 보면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피팅룸에 들어가려면 손을 놓아야 했다. 그래서 여인은 기다리는 잠깐 동안 이걸로 참으라는 듯 제롬의 뺨에 또다시 짧은 입맞춤을 해주었다. 발돋움과 함께 뺨 위로 입술이 가볍게 스쳐 지나가며 깍지 끼워진 손이 풀렸다. 키득키득. 여인의 가는 웃음 소리가 지나간 자리를 멤돌고. 여인은 사뿐 걸어 혼자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 몇 벌이나 입어봐야 할지 모르는데. 첫 옷부터 시간을 너무 잡아먹으면 안 될 테니. 번거로운 옷도 아니라서 금방 입는게 끝나자 피팅룸의 커튼만 걷어두고 제롬을 불렀다.
"제제- 다 입었는데. 어때?"
제롬이 오면 팔을 살짝 벌리거나 자세를 요리 조리 돌려보기도 하고. 트임 사이로 매끈한 다리가 슬쩍 보이게도 하며. 감상을 들려주길 기다렸을 터였다.
>>19 ㅎㅎ 난 충분히 솔직하게 놀고 있는거야. 이 이상 솔직해지면 큰 일 나. (쓰담쓰담) 음. 괜찮아. 죽어도 제롬이랑 제롬주 귀여운 모습 보려고 부활 할 테니까. ㅎㅎㅎㅎㅎ (움찔) 요런 요망한 모습도 더 보고 싶으니까 말야. 절대 아직은 못 가지. (목 깨뭄)(따끔하게 입질) 그런가? 서로 비슷하게 아는 거 같은데. 아니려나아. (토닥)(꼬오옥) 오. 그래. 제롬주도 그러면 동급생으로 하는 걸로~ 제롬이 성격상 같은 반을 모를 거 같진 않으니까. 거리가 되게 먼 반의 숨은 한 명, 같은 느낌일려나. 소리 소문 없이 온 전학생이라거나? 뭘 생각해도 재밌을 거 같다. 고르기 정말 어렵네.
>>21 ㅋㅋㅋㅋ 그럼 어쩔 수 없죠... 완전한 솔직함은 숨겨야 하는 아스주도 귀여워 ㅎㅎㅎㅎㅎ(부비부비)(그르릉) 부활할 정도로 보고싶은 거에요? ㅋㅋㅋㅋㅋ 그럼 앞으로 더 보여드려야겠다. 귀여운 모습도 요망한 모습도, 그리고 더 다양한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네요. 노력할게요. (움찔)(파들) 으으... 짓궂어...(귓볼우물) 어쩌면 그럴지도요? 확실한건 아스주는 제 취향을 너무 잘 아신다는 점. (꼬옥) 진짜 어렵네요... 근데 아스는 전학생이라는게 더 어울릴 것 같고 ㅎㅎㅎㅎㅎ 학생들 사이에서 외모 때문에 이런저런 소문이 도는거죠. 어디 부잣집 딸내미라는 소문이라던가.
>>22 아닌데~ 제롬주가 훨씬 더 귀여운데~ (부빗)(골골) ㅋㅋ 그야 당연한거 아니겠어? 제롬주의 모든 모습을 보고 싶다는 작은 욕망이... 크흠. 호호호... 짖궂은게 나만 그런 건 아닌 거 같네에. (자국에 쪽) 귀여워 죽겠어. 아주. (소곤) 그야 제롬주가 숨기지 않으니까 그만큼 알 수 있는 거 같기도 하지만. (쓰담쓰담) 음. 전학 온 시점이 학기 시작 딱 직전이라 같은 반 애들도 우리 반에 저런 애가 있었나? 하는 느낌으로 갈까 싶어. 그야말로 환상의 존재... 아. 배경이 학교니 7대 불가사의 같은 느낌도 나려나. 아무튼 제롬이 관심을 끌 만한 소문이나 분위기는 팍팍 낼 듯? ㅋㅋㅋㅋㅋ 트임을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구 제롬주~ ㅋㅋㅋ
>>23 맨날 제가 더 귀엽다는 이야기 하시구... 우우...(부비부비) ㅋㅋㅋㅋㅋㅋ 얼마든지 보여드릴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볼쪽) 욕망을 드러내지 않으셔도 충분히 보여드릴테니. (키득)(움찔) 아스주가 더더더 귀여운걸요. ㅋㅋㅋㅋㅋ 이제부턴 좀 숨겨야 하나...(옆눈) 헉 설정 너무 취향인데요? 학교 7대 불가사의 ㅋㅋㅋㅋㅋㅋ 아스 학교에서 만날 생각하니 벌써 두근두근 거리는데요... 기대된다..! 트임은 정의라구요.(아님) 아스주도 트임 좋아하시잖아요!(아님22)
답레 쓰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답레는 쓰고 잘게요. 미리 안녕히 주무세요 아스주(쪽) 쫀밤쫀꿈이에요!
>>24 서로 더 귀엽다고 하니 이러다 자강두천 되겠는 걸. 그러니 귀염무새는 요정도로 해두자. 뭐. 나중에 또 하겠지만? ㅎㅎ 그래놓고 하나도 안 숨길 거 다 알거든~ 요녀석 요녀석. (볼 콕콕) 잔설정도 다 마음에 들어보이니 맘 놓고 환상의 학생 아스 굴릴 수 있겠다. ㅎㅎㅎㅎㅎ 나도 엄청 기대 돼. 학생 제롬이는 얼마나 풋풋하고 귀여울 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그래. 나도 트임 좋아하는 건 사실이기도 하고. 음. 맞아. 트임은 정의야. (키득)(쓰담)
천천히 써도 된다니까. 안 그래도 늦었는데. 너무 늦게까지 쓰지 말구. 졸기 전에 마무리 하구 자는거야. 알지? 제롬주도 좋은 밤 되고. 예쁜 꿈 꾸면서 푹 자기. 그리고 오늘도 무사히 보내기야. 미리 잘 자. (쪽)
간질한 속삭임을 들려준 것은 의도였을까, 아니면 그저 솔직한 말이었을까. 어느쪽이든 그 말이 여인을 자극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제롬은 어깨를 움찔거리는 여인을 보며 살짝 키득거리다가, 여인이 그 아름다운 시선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면, 순간 여인이 말하지 않아도 들린 말 탓에, 얼굴이 화악 하고 붉어졌을지도.
보이지 않아도 항상 자신만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쁘고 또 참기 어려워서, 여인의 눈을 흘긋흘긋 쳐다보며 부끄러움을 삭히는 중이었다.
"내가 이상한 옷을 건네줄지도 모르는데?"
보고 싶은 나로 만들어달라는 말이 분명 국힘에서는 금지당한 말이나 다름없을텐데, 왜 또다시 심장이 뛰는지. 여인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모습을 보여줄 걸 생각하니 심장이 다시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조금 장난기 짓은 말을 속삭이며 여인의 반응을 보려고 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여인이 제롬의 손을 놓기 전, 뺌을 스치듯 키스하자 그는 잠시 혼란스러운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여인이 들어간 탈의실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정말... 퐉스라니까. 방심한 틈을 타서, 라니."
잠깐 기다리고 있어라는 말이 들려온 이후로, 여인을 기다리는 시간은 왜이리 긴건지. 그는 여인의 입술 촉감이 남은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매만지며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기도 했다. 영화관에서도 그렇고, 짧은 키스들이 너무나 감질나서, 아쉬웠을까.
꽤나 길게 느껴지던 잠시가 흘러가고, 결국 탈의실에선 여인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전체적인 모습은 제롬이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여인의 옆에 난 옆트임은, 예상을 벗어나는 자극이었다.
"...정말, 난 운이 좋은 사람이야. 이런 아름다운 사람이, 오직 나만의 것이라니."
넋이 살짝 나간 듯, 여인의 모습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여인의 다리를 몇번 흘깃거리며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고. 그 말은 진심이었을까. 남자라면 모두 꿈꿀 법한 아름다운 애인님이, 자신이 해달라는대로 하겠다고 속삭여주고 있으니.
제롬의 장난기 짙은 말에 여인은 태연하게 그리 대꾸하며 또한 덧붙였다. 자신만만하게. 여인이 입지 못 할 옷은 없을테니 뭐든 가져와 보라고. 장난에 당황하지 않고 그에 맞는 장난기 어린 대답을 이렇게 능숙하고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필시 여인 뿐일 것이 분명했다.
또다른 작은 장난을 남긴 여인이 피팅룸으로 들어가고. 옷을 다 입은 뒤 커튼을 열자 제롬은 들어가기 전 보았던 곳에 있었다. 덕분에 여인도 제롬을 따로 찾거나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다시 마주해서 여인이 옷 입은 태를 이리 저리 보여주자. 제롬이 넋 나간 표정으로 작게 중얼거리는 말이 있었다. 용케도 그 중얼거림을 들은 여인이 키득거리며 제롬에게 몸을 살짝 기울이고 속삭였다.
"이미 가질 만큼 가져놓고. 또 새삼스럽게 그러네."
그 한 마디만 속삭이고 떨어질 듯 하다가. 달리 생각난 말이 있는지. 다시 발돋움을 해 제롬의 귓가로 다시금 소곤거렸다.
"그 이상 귀엽게 굴면 오늘은 집에 돌려보내지 않을 거야."
후. 하는 짧은 숨결 뒤로 쿡쿡. 웃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잽싸게 제롬에게서 떨어진 여인이 혀끝을 살짝 빼물어 보이곤. 다시 피팅룸 안으로 들어갔다. 커튼을 닫기 전에 그런 말을 남기고서.
"이거 말고 골라둔 거 있으면 얼른 가져와. 이거 한 벌로 만족해도 되긴 하지만. 제제 욕심에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으니 말야."
얄밉게 말한 여인이 두터운 피팅룸 커튼 뒤로 숨어버렸다. 아마 다시 갈아 입는 것도 오래 걸리진 않을테니. 여인이 나오기 전에 다음 옷을 가져다 주던지. 아니면 나오길 기다려 다른 매장으로 가던지. 그래야 할 듯 싶었다.
태연한 여인의 대꾸에 그는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여인의 옷차림을 상기했다. 그러고보면 평소에도 꽤나 면적이 적은 옷을 곧잘 입곤 했으니까... 이런 말에 당당히 대꾸할 수 있는게, 어쩌면 여인답기도 했다.
...그거랑은 별개로 조금은, 아주 조금은 못마땅했지만.
"그렇게 말하니 또 정상적인 옷만 주고싶어지네."
살짝 삐친 듯한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레 답하고는 여인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갔다. "이상한 옷은 나만 봐야하니까. 그치?" 라며, 마치 대답을 종용하는 듯한 웃음을 여인을 향해 지어보이기도 했다. 나름의 질투였다. 여인이 그런 옷을 입는 건, 다른 사람들에겐 보여주기 싫었으니까. 여인의 의지라면 모를까 제롬의 손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 옷이 입혀질 일은 없겠지.
피팅룸에서 나온 여인의 모습은 아름다워서 그만 넋 놓고 중얼거리게 만들 정도였다. 심지어 말한 그조차도 말하고 난 뒤에야 제정신이 들었는지 입을 만지작거렸나? 이어진 여인의 속삭임이 안 그래도 정신없는 그를, 더 어지럽게 만들었고.
"벨라가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벨라는 모르니까... 읏."
속삭임에 답하듯 작게 미소짓다가 또 한번, 속삭이며 이번에는 짧게 숨결까지 귀에 불어넣자 살짝 뒷걸음질치며 볼을 화악 붉힌다.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여인은 짓궂게 혀를 내밀며 다시 피팅룸으로 들어가버려 제롬은 빨개진 얼굴로 멍하니 커튼을 보고있을 뿐이었나.
얄미운 동시에,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 훅 다가와서 머릿속을 헤집어 더 빠져들게 만들고는 유유히 빠져나갔으니. 그는 커튼을 잠시 바라보다가 여인에게 안 들릴 목소리로 누가 할 소리를. 이라며 중얼거렸다. 여인이 이렇게까지 도발했으니, 데이트가 끝나면 반드시 복수하리라 생각하는 그였으니까.
그것과는 별개로 당장 복수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여기에서 여인에게 '장난'을 칠 수는 없으니, 대신 다른 것으로 복수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럼 이걸로 입고 나와줘. 꼭."
여인이 나오기 전에 커튼 사이로 옷을 든 손만 쑥 넣어 옷을 건네고는 다시금 피팅룸에서 살짝 떨어져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가 여인에게 건넨 복장은 꽤나, 곤란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엄한 의미에서 곤란하다는게 아니라 너무나 소녀스러운 것이여서. 흰색 프릴이 달린 블라우스에 허벅지까지 오는 검은색 스커트. 그리고 블라우스의 목 부근에 달린 검은색 리본 하나. 연상의 연인에게 줄 옷이라기보단, 자신보다 어린 연인에게나 줄 법한 옷. 그의 장난기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여인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는 바깥에서 즐겁게 기다리고 있었을까.
>>49 어머. 그런 거야? 욕심만 있는 줄 알았더니 기회를 제때 잡을 줄 아는 야망도 있었네. 요건 좀 멋진 모습이려나. ㅎㅎ (볼콕)(뽀쪽) 음. 과도하게 하면 졸려서 그런 줄 알고 이불로 말아서 재울 거야. ㅎㅎㅎㅎ (쓰담) 불공평보다는 힘듬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른거지. 나는 문제에 대해 앓기보다 빠른 해결을 보고 쉬는 타입이라. 고민하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말을 안 할 뿐인 거야. (꼬옥)(토닥토닥) 그리고 제롬주한텐 예쁘고 좋은 말만 하기도 시간이 모자른데. 별거 아닌 일로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 그런 것두 있지이. (쪽)
>>50 ㅎㅎㅎㅎ 그렇게 훅 칭찬으로 들어오시면 심장에 안 좋아요... 항상 귀엽다는 말만 듣다가 다른 칭찬을 들으니 뭔가 색다른 기분이기도 하지만. (볼부풀림)(입술 깨물) 의외로 졸려서 그러는거.. 맞을지도.. 그런 의미에서 좋은 대처방법이라 생각해요(?)(부비쟉) 음. 사람마다 푸는 방법이 다르니까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라면 아무말 않겠지만, 대신 저희 둘이나 제롬아스에 관한 힘든 일이라면 꼭 말해주시기에요. 일대일이니까, 고민도 함께 나누고 싶은걸요.(꾸왑)(이불말이) 아스주가 그걸로 걱정이 던다면 시간낭비가 아니라 생각하지만요. 그래도 예쁘고 좋은 말만 하고싶다는 마음은 무지무지 기뻐요. (방긋)
>>51 늘 말하지만. 좋은게 좋은 거야. 그치? (키득)(꾸왑) ㅋㅋ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이불 돌돌 말아서 품에 꼬옥 안고 재워줄게. (볼부빗) 어쩔 수 없다, 보다는 이런 방식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게 좋겠지. 다름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중요하니까. 응. 어장과 관련한 거라면 고민하지 않고 얘기할게... 으에엥. (이불에 갇힘)(꾸물) 고민이든 불만이든 불평이든. 부정적인 말은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말의 대부분을 차지해 버리는 걸 제법 가깝게 봐서 그래. 특히 개인적인 일을 상대 고려하지 않고 늘어놓는 건 정말 보기 안 좋더라구. 그래서 적어도 나는 되도록 그러지 않기로 했어. 지금처럼 좋은 말만 해주고 싶은 상대가 있을 때는 조금 더 신경 쓰는 거고. (쓰담쓰담)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내 얘기일 뿐이야. 제롬주는 제롬주가 하고 싶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하면 돼.
>>52 몰라요. 좋으니까 된 건가... 흐으으. (꾸와압)(볼쪽) ㅎㅎㅎㅎ 좋아요~ 그으럼 오늘도 그렇게 재워주세요. 오랜만에. 네? (팔벌림)(부빗) 이런 방식도 있구나... 네. 어쩔 수 없구나보단 이쪽이 더 낫네요. 어쩔 수 없구나는 상대방을 이해 못 한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러면 정말 안심이에요~~~(마구부빗)(머리 헝클며 쓰담)
음. 어... 저는 옛날부터 고민 들어주는걸 꽤 자주 해서 그런지 그게 더 익숙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부정적인 말을 해서 상대가 시원해진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하고, 저도 그런건 보통 한귀로 듣고 흘리니까.. 음.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잘. 고민되네요. 그냥 그런 거에요. 전 아스주가 뭔가 현실에서 하긴 힘들지만 털어낼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되어주고 싶어요. 걱정이든 고민이든, 뭐든요. 좋은 말만 해주시려는건 정말 기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요. 적어도 전 그렇게 생각해요. 그니까 아스주가 만약에라도 필요하시다면, 뭐든지 부담없이 말해주시길 바래요. 전 어떤 내용이라도 기쁘게 들어드릴게요.
가볍게 했던 대꾸에 질투의 기색이 내비칠 줄은 몰랐던지라. 여인은 놀람 반 새로움 반의 기분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제롬이 직접적으로 질투를 드러낸 적은... 적어도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런데 이런 뜻 밖의 부분에서 그걸 드러낼 줄은. 아. 어쩜 이렇게 보고 또 봐도 새롭게 사랑스러운지. 여인의 생에 이런 사람은 제롬이 유일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지금의 대답은 별개였지만.
"후후. 글쎄."
짧은 웃음과 짧은 대답은 제롬의 질투심을 깃털로 간질이는 듯 했을 터였다. 다 알면서. 모르는 척. 간질간질하게.
잠시 넋을 놓았던 제롬이 정신을 차리고 여인의 장난에 반응을 보이자 그것이 또 즐거워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얼굴 붉힌 것 좀 보라. 온 도시에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토록 매력적인 사람이 제 것이라고. 그러니 함부로 손 대지 말란 경고도 함께.
"그런 제제도, 제제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를 테니. 서로 같네."
그런 부분 마저도. 라는 말을 하기 무섭게 커튼이 여인을 감추었다. 그 안에서 여인은 입었던 옷을 벗어두고 잠시 기다렸다. 분명 새 옷을 가져올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오래 걸릴 것 없이 제롬의 손이 옷을 들고 커튼 안으로 들어왔다. 여인은 손에서 옷을 받고 빈 손을 잡았다. 이런 기회를 놓칠 여인이 아니었다.
어떻게 할까. 찰나의 고민 끝에 제롬의 손을 들어 검지 끝을 아프지 않게 살짝 물었다 놓고 손바닥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입맞춤은 입술을 살짝 문질거려 간질함이 조금 강하게 했다. 그런 다음 휙 밀어 내보내고 들으란 듯 키득키득 웃었다. 웃음의 여운을 머금고서 새로 들어온 옷을 입기 시작했다.
"제제. 거기 있어? 나, 다 입었는데."
이번에도 옷 입는 시간은 짧았다. 시간은 좀 전과 비슷했으나. 다른 점은 모습보다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는 점이었다. 커튼이 걷히기 전에 제롬을 찾는 목소리가 먼저 나더니. 여인의 하얀 손이 나와 커튼을 살며시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커튼을 걷어 입은 모습을 제롬에게 보였다. 커튼을 쥔 손을 꼼지락 거리며. 온순해진 표정과 다소곳한 자세가 부끄러워 하기보다 옷에 맞춰진 듯한. 그런 느낌으로.
"어때? 잘... 어울려?"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감상을 묻는 말 역시 좀 전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마치 이 순간만큼은 여인이 제롬의 연하가 된 것처럼.
>>53 그럼~ 좋으면 된 거지~ ㅎㅎㅎ 어라. 벌써 잘 시간이었던가? 제롬주가 원하면 물론 그렇게 해주지. (이불로 돌돌 말음)(꼬오옥)(토닥토닥) 이대로 자자~ 귀여운 제롬주야~ ㅎㅎ 응. 듣기에 긍정적인 말이 하는 사람한테도 영향을 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더 좋을 거야. (머리 산발됨)(키득) 요녀석. 장난치는 거 봐. 에잇. (목 깨물)
제롬주의 의도는 알겠어. 음. 그래. 필요하다면 기꺼이 제롬주에게 의지할게. 그래도 행여나 그러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해하거나 속상해 하진 말아. 내 현생에 하소연을 할 만큼 큰 문제가 없거나 문제가 있어도 순조롭게 잘 해결해 가고 있다는 의미일 테니. (쓰담) 답레 쓰느라 벌써 이런 시간이네. 슬슬 자야지.
>>57 흐음. 그러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는데. ㅎㅎ (꼬오옥) 그걸로 안심된다면 다행이구. 고마울게 뭐 있어. 해준 것도 없는 걸~ ㅋㅋㅋ 은근슬쩍 재울려고 했더니만. 이걸 실패하네. 음. 그렇지만 난 이제 내 할일 하러 가야 하는 걸. 안 자고 버티지 말고 일찍 잤으면 하는거지. 주말이래도 아무 일도 없는 건 아닐테고. (볼콕) 그래도 안 잘 거야?
>>59 나 못된 거 몰랐던 건 아니잖니. 귀엽긴. (흐뭇) ㅎㅎ 늘 좋게 받아들여줘서 고마워. (쓰담) 그래. 시간은 지금 뿐인게 아니니까. 잘 자고 일어나서 각자 하루 보내고 다시 보면 되는 거야. 제롬주도 날 추운데 이불 걷어차지 말구 꼭꼭 덮고 잘 자기야. 좋은 꿈 예쁜 꿈 꾸고. 날씨가 궂은 주말이지만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꼬옥) 응. 잠들 때까지 안아줄게. 그리고 다시 제롬주 옆에서 잠들 테니. 일어나서 보자. 잘 자.
여인이 일부러 제롬의 질투심에 부채질하는 줄은 전혀 모른채, 그는 미간을 좁히며 여인을 빤히 노려보았다. 그게 여인이 원하는 반응이었겠지만. 질투심에 따른 일종의 소유욕인지, 여인을 잡으려는 듯 손을 뻗어보기도 했고.
"좋아하니까 서로 닮는 걸지도."
느릿하게 중얼거리고는 여인이 커튼 뒤로 숨어버리자 멍하니 커튼을 바라본다. 여인에게 자신은 무슨 의미일까. 자신이 여인에게 갖는 의미와 동일할지, 아니면 다를지, 비슷한 정도의 의미를 가졌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어차피 물어봐도 답해주지 않을 거고, 제롬으로써도 답을 원하지 않았으니까. 서로가 서로의 의미를 아는 연애보단, 모르는 연애가 더 두근거린다 생각했기에.
그런 생각을 하며 커튼 사이에 손을 계속해서 넣어두고 있던 와중 따끔한 감촉에 의식이 다시 집중된다. 반사적으로 손이 펴지자 손바닥에서는 간질간질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을까. 손을 확 빼내도 작은 이빨자국과 부드러우면서 간질거리는 촉감이 손에 남아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커튼 안쪽에서 들리는 키득거림은 그가 제 분에 못 이겨 얕은 침음성을 내게 만들기 충분했지.
"응? 아직 있어. 왜?"
잠자코 여인을 기다리던 그는 여인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필요한 거라도 있는건지, 목소리가 커튼 너머에서 먼저 흘러나온다. 빼꼼 나와 살며시 커튼을 쥔 가녀린 손가락이 모습을 보이자 그는 더더욱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을까.
잠시 뜸을 들이다 모습을 드러낸 여인의 모습은... 글쎄다. 제롬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았을까. 뭔가 강렬한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그는 여인의 모습을 보더니 입을 우물거리며 손을 꽉 쥐어 터져나오려는 감정을 억눌렀다. 잘 어울리냐고? 당연하다. 아니, 잘 어울리는 것을 넘어서, 어쩌면 그 옷에 딱 맞는 모습이었으니까. 여인이 제가 선물한 옷에 맞춰 장난을 치고 있다는걸 알았지만 그걸 알아도 감정이 몸을 지배했다. 둘만 있었다면 당장 달려가서 끌어안았을지도 모르겠다. 여인은 그정도로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잘 어울리네. 평소보다도 더 귀엽고.."
내려다보면, 요망했던 얼굴은 어디가고 부끄러운듯 온순해진 표정만 남아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요망했기도 했지만. 여인의 연기를 알면서도 그는 손을 뻗어 머리를 한번 쓰다듬으려고 했다. 귀여운 소동물처럼 온순해진 여인을 볼 기회가 얼마나 될까. 지금, 즐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그 옷 입고 데이트 할까?"
여인이 당황하는 표정은 못 봐서 아쉬웠지만, 이렇게 되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연상의 기분을 낼 수도 있을테니까. 여인이 연하 취급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보는 것도, 즐거우리라.
좋아하니까 닮는 것. 여인이 그 말을 들었다면 분명 그렇게 말했을 것이었다. 서로 다른 부분을 보고 좋아하게 되었으니. 남은 부분도 서로의 색으로 물들여가는 것이라고. 그것이 닮아가는 것처럼 보이고 완전히 물들었을 때 비로소 닮아있는 것이라고. 조곤히 말하며 특유의 키득거림을 흘렸을 터였다. 지금은 커튼 뒤로 숨어 그런 말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대신 손에 친 장난으로 인해 희미하게 들리는 제롬의 소리를 들으며 여인은 다시금 소리 죽여 웃었다. 이런 장난을 치는게 한두번도 아닌데. 매번 당하고 매번 반응을 보여주는게 어찌나 귀엽던지. 그 생각은 제롬이 준 옷을 보자 조금 더 강해졌다. 아무리 봐도 성숙함보단 귀여움에 가까운 그 옷은 의도가 여실히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여인이 누구던가. 지금까지 온갖 옷을 입어왔는데. 이런 보통 옷 한 벌 입는게 어려울까. 그래도 그냥 입고 보여주면 서로 재미가 덜할 것 같으니. 조금은 제롬도 보람을 느낄 만한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것이 커튼을 걷고 내보인 여인의 모습이었고. 여인을 본 제롬의 표정으로 목적을 달성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보이는 제롬이었으니까.
"으응. 다행이다. 별로면 어쩌나 싶었는데."
여인은 온순해진 표정 만큼이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긋하게 말하며 조금 더 생긋 웃었다. 제롬의 손이 머리로 오자 그 손을 따라 시선을 굴리다가 머리에 손이 닿는 순간 눈을 깜빡 감는 등의 자잘한 표현도 있었다. 그대로 쓰다듬을 받은 건 당연했고. 손이 거둬지면 아주 약간 아쉬운 시선이 손을 보았을 지도.
"이대로?"
제롬의 제안에 짧게 되묻더니 제 차림을 한번 내려다보았다. 이쪽 한 번. 저쪽 한 번. 고개를 살짝씩 돌려가며 보더니 피팅룸 안쪽 벽의 거울로도 여인의 모습을 이리 저리 비춰보았다. 꽤나 고심하는 것처럼 블라우스깃을 정돈하거나 스커트를 매만지거나 하는 것이 영락없이 순진함 그 자체였다. 그 과정은 제롬에게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었고. 그렇게 잠시 고민 아닌 고민의 시간을 보낸 뒤 제롬의 앞으로 돌아 온 여인이 블라우스 소매의 끝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제제가 그러고 싶으면. 그래도 좋을 거... 같아."
어느새 맞댄 손의 손가락들을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며. 여인은 가만히 제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수동적인 모습도 사뭇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91 적당히 홀린다 하니 또 아쉬운 기분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네요오. (부비부비)(꼬옥) ㅋㅋㅋㅋㅋㅋ 아스에게 너무 홀려서 자제를 잃어버린 제롬이라던가요. 미남 부하들 때문에 아스 출근할 때마다 신경 날카로워지고... 나중에 가면 우연히 아스 몸에 손끝이라도 닿은 부하 하나 몰래 묻으려고 하고... 그러다 아스에게 걸려서 이게 다 너 때문이라며 화내다가 나 미워하지 말라고 빌고 아 맛있다(???)
>>92 제롬주의 욕심은 밑 빠진 항아리였구나. ㅋㅋㅋㅋ 그런 부분도 귀여워잉. (꾸왑)(뽀쪽쪽) 호오. 충분히 그럴 법도 한데. 제롬이 질투심이 보통이 아닌 건 조짐이 보이고 있으니... 한 번 각 잡고 일상 한 편 돌리면 되겠는 걸? ㅎㅎㅎ 질투 스택 차차 쌓아둬야겠네. 호호... 앗. 설마 구운 가래떡? 맛있겠다. 속에 부담 안 되게 천천히 맛있게 먹구~ (쓰담쓰담)
>>94 어떡하긴. 잔뜩 귀여움 받으면 되는거얏. (마구 쓰담)(부빗) 음. 정사로 넣어도 어색할 건 없으니까. 난 좋아. ㅎㅎㅎ 아 스택 터질 날 기대 된다... 열심히 쌓아야지... ㅎㅎㅎㅎㅎ... 안 그래도 슬슬 하러 간다고 말하려구 했는데. ㅋㅋ 제롬주가 그러겠다고 했으니까~ 마저 먹고 답레 느긋히 쓰고 자는 거야~ 알겠지? (꼬옥)
여인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여인과 지내다보면 여인이 먼저 자신을 신경써주고 맞춰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그런 것이었다. 제가 고른 옷을 보고, 거기에 맞춰 연기하는 것. 그런데 문제는 그 효과가 너무나도, 크다는 것.
"벨라가 입는 옷이 별로일리가. 벨라는 항상 예쁜데?"
조금 더 생긋 웃는 얼굴에 그는 입을 꾹 다물고 우물거렸다. 위험하다. 조금만 더 자제력을 잃으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여인을 마구 귀여워 해버릴지도 모르겠다. 여인에게는 그럴 정도의 사랑스러움이 있었으니까. 자제력의 벽을 얼마나 세우든, 어느샌가 슬그머니 들어와서 짓궂게 등 뒤를 콕콕 찌르는.
눈을 깜빡 감는 것, 손에 따라 시선을 굴리는 것. 모든게 다 사랑스러웠다. 사랑받기 위한 존재가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느낌. 그 느낌에 결국 패배하여 여인을 조용히 몇번 쓰다듬다가 떼내었다. 약간 아쉬운 시선을 보며 아예 무릎 위에 올려두고 하루종일 쓰다듬고 싶기도 했지만 여긴 밖이었으니. 참을 필요가 있었다.
"이런 모습도 신선해서 좋네. 평소에도 귀엽지만, 지금은 훨씬 더 귀여워."
손을 꼼지락거리는 모습도, 자신의 스커트를 정돈하는 모습도, 순수하고 온순한 모습을 연기하며 자신에게 보람을 느끼게 하려는 숨은 모습까지도, 전부 귀엽다. 어떤 사람들도 여인의 이런 모습을 보진 못 했겠지. 앞으로도 안 보여주겠지만. 이런 모습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으니.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그럼 갈까? 옷 계산하고, 그거 그대로 입고서. 이제 다른거 사러가자."
평소의 적극적인 모습이 아닌 수동적인 모습인 것도 좋았을까. 그저, 여인의 모습이라면 뭐든 좋았던 걸지도. 그는 꼼지락거리던 손을 붙잡고는 제 쪽으로 가볍게 끌어당겨 여인을 이끌었다. 카운터로 가서 옷을 계산한 뒤, 매장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 다음은 뭘 해볼까. 아직 매장은 많았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그는 여인을 이끌고 다른 매장으로 향했다. 남성복을 주류로 판매하는 곳. 아까는 제롬이 원하는 옷을 샀으니, 그 반대도 있어야 공평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번에는 벨라가 보고싶은 옷을 골라줬으면 좋겠네."
맞잡은 손을 꾹 쥐고는 고개만 살짝 숙여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작은 웃음소리도 함께. 제 옷을 고를 때도 여인은 과연 온순한 모습을 연기할지, 아니면 원래 여인이 할 법한 것을 할지, 궁금했다. 그리고 기대되었다. 여인이 골라주는 옷을 한번쯤은 입어보고 싶었으니.
//>>98은 하이드 부탁드려요..! 내가 저런 글을 썼다고..? 자동완성인가...??? 그리고 이번에는 아스의 취향을 보는걸로 ㅎㅎㅎ
여인이 평소에 자주 듣는 말은 예쁘다, 라는 말이었다. 혹은 아름답다거나. 그도 그럴게 그렇게 보이는 옷들 위주로 입어왔으니 당연했다. 그 당연한 일상 속에 다른 말을 끼워넣기 시작한 사람이 제롬이었다.
귀엽다. 언제부터인가 듣기 시작한 그 말이 여인이 이런 모습을 낼 수 있게 해주었다는 걸 제롬은 알까.
"마냥 귀엽다고 하긴... 응. 가자."
연신 같은 감상만 늘어놓는 제롬에게 불만인 듯 입술을 비죽이다가. 가자는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제롬과 손을 잡았다. 계산하고 난 뒤 원래 옷들이 든 쇼핑백을 들고 제롬과 함께 매장을 나왔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옷이 다르니 어쩐지 이제 막 나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루 만에 두 번의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라니. 오늘 참 이런 저런 경험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며 제롬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다른 걸 사러 가자던 제롬은 딱히 생각한 건 없는지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고민은 짧았고. 금방 다른 매장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남성복 매장이었다. 옷 얘기를 꺼낸게 제롬 본인의 옷도 사려고 해서 그랬던 걸까. 여인은 매장 안을 가볍게 둘러보다가, 귓가에 들려오는 말에 움찔 했다. 동시에 그런 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같이 작게 웃었다.
"내가 보고 싶은 '옷'은 없는데. 음. 한 번 골라볼게."
그 한 마디를 중얼거리는 잠깐. 평소의 여인의 얼굴과 말투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곧 순진한 표정으로 바뀌어 제롬의 손을 놓고 매장 안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기다리라던가 그런 말은 없었으니. 제롬은 여인을 따라다녀도 좋고 기다려도 좋았을 테지.
그리 크지 않은 매장 안을 여인은 잘도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셔츠 코너에서 기웃. 바지 코너에서 또 기웃. 그저 둘러보는가 싶다가도 집어서 살펴보는 둥 했다. 중간에 한 번씩 제롬을 보고 든 옷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도 했다. 그렇게 매장 안을 돌고 돌다 보니 어느새 옷 여러 벌이 여인의 팔에 걸쳐져 있었다. 그것들이 최종적으로 고른 것인 듯. 든 옷과 제롬을 몇 번 번갈아 보더니. 그대로 제롬에게 내밀며 말해왔다.
"자. 다 골랐어. 오늘의 제제한테 어울릴 옷."
셔츠와 니트 베스트, 청바지라는 산뜻한 캐주얼 조합의 옷을 내민 여인은 어서 입고 나오라는 듯 눈을 반짝였다. 처음 한 말과 달리 고르고 보니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129 힝잉. 나빠요... 요새 보면 아스주가 점점 절 컨트롤하고 계신 듯한 느낌...!(?)(손가락 쭈웁)(베싯) 그런 거였어요? ㅎㅎㅎㅎㅎㅎ 아스 진짜 귀엽다... 연인 앞에서 다른 모습 보여주는거 너무 좋아요... 흥흥. 자꾸 그러시면 삐질지도 몰라요. (부비쟉)(함께 이불말이)
>>131 기분탓...?(빠안)(손 잡고 꼬옥) 저는 개인적으로 로노브랑 포레랑 아스가 함께 있으면서 하는 친구 모먼트가 너무 좋았어요ㅋㅋㅋㅋ 근데 이런 귀여운 모습까지 npc들에게 먼저 보여줬을지도 모른다니 가정이긴 하지만 질투심이 스물스물...(?) 므아아앙. (이불 돌돌 말아짐)(파닥)
혹시 내일 저녁에 학교에서 오자마자 이어도 될까요..? 뭔가 몸이 좀 피곤한 것 같은데 2시에 바로 자러 가야할듯...
>>132 (손깍지 끼워줌)(손등에 쪽) 음. 친구이자 친남매 같은 사이였으니까. 여기서도 비슷하긴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바로 제롬이었지. ㅎㅎ 먼저..라기보다 엔피시들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 되었을지도 몰라? ㅎㅎㅎㅎㅎ (질투심에 부채질)(살살)(?) ㅎㅎㅎ 귀여워 죽겠어 정말~ (꼬오옥) 그럼 당연히 그래도 되지. 2시까지 버티지 말구 슬슬 잘 준비 하자. 피곤하다 싶을 때 얼른 눕는게 좋아. (토닥) 누워서 조금 더 잡담하다가 자면 되니까. 응?
>>133 (손등에 볼부빗)(했던 자리에 쪽) 간접...ㅎㅎ 그쵸. 여기에서는 제롬이가 어렸을 때부터 아스랑 있었으니까. 어쩌면 포레와 로노브의 자리를 제롬이가 뺏은 걸지도? ㅎㅎㅎㅎㅎ 갑자기... 엄청나게 분해지는데요... 안돼. 내꺼야. npc들이라고 해도 절대 안 넘겨줄 거에요. 이젠 엔피시들이 아니라 제롬이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으로 하죠. (부들) 어째서어어..???(꾸왑!)(품에 파묻어줌) 방금 씻고 누웠어요. 이제 이러다가 곧 잘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미리 잘자라는 인사 드릴게요. 잘자요.(쪽)
>>134 ㅋㅋㅋ 맞지. 로노브네랑 제롬이랑 만난 시기는 비슷하지만 여기서는 제롬이 쪽으로 애정이 조금 더 기울어진 걸로 시작했으니까. 음. 제롬주 반응 보니 질투 스택 쌓기 딱 좋은 걸 찾은 느낌인데? 호호호... 글쎄. 어떻게 될까나. (부비쟉)(품에 파고듬) 앗 이미 누웠구나. 잘 했어~ (쓰담) 그대로 자연스럽게 잠들면 딱인거지. 응응. 인사도 했으니 느긋하게 잠들어도 돼. (볼쪽)(입쪽)
>>135 뭔가 npc들 상대로 이긴 감정 느끼는게 묘한데... 그래도 아스를 차지했다 생각하니 기쁜 느낌. (부빗) 어라. 아스주가 질투 포인트를 잡아버렸어요..? 또 질투 포인트 살짝살짝 건드리면서 반응을 즐기시려구. (꼬옥)(둥기둥기)(코꾹) ㅎㅎㅎㅎ 이제 자야죠. 느긋느긋하게. 잠이 안 와도 피곤하니까. (베시시)(찐키갈)
사실 항상 생각해요. 일댈을 하며 상대가 내게 실망하면 어떡하지. 그게 너무 무서웠고 지금도 무서워요. 그래도 지금은 아스주가 예전에 말해준 것 때문에 괜찮아요. 고마워요. 항상 용기 내게 해줘서 고맙고, 많은걸 해줘서 고마워요. 정말 좋아하고 내일도 좋은 일만 있길 바라고, 잘자요 아스주.
>>136 호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건 제롬주 만이 아니라구. (쓰담) 응응. 이제 잘 시간이네. (생긋)(화악)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란 단언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같이 놀면서 실망한 적은 없었어. 앞으로도 그렇다면 제롬주가 무서워 할 순간은 오지 않을거야.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나도 노력할테니. 아직 오지 않은 순간을 너무 걱정하진 말아. ㅎㅎ 내가 해준 것도 없는데 뭐가 그렇게 고마운 걸까. 너무 과분한 칭찬인 걸. 나야말로 고마워. 제롬주도 푹 자고 좋은 꿈 꾸고. 한 주의 시작이 순조롭길 바라. 잘 자.
마냥 귀엽다고 한다며 입술을 비죽 내밀자 키득 하는 즐거운 웃음기가 새어나온다. 진짜로 귀여우니 어쩔 수 없는 건데.
"그러면 사랑스럽다는 어때?"
비슷한 거라 싫어하려나? 비죽 내민 입술도 마냥 눈에 귀여워보여서, 입술 위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 두드리려고 했다. 둘만 있었다면, 조금 더 애정표현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만. 밖이니까 이정도로만 만족하기로 했다.
대신 다른 행동으로 여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여인이 열심히 옷을 골라주는 모습. 지켜보기만 해도 귀여워 가슴이 콕콕 찔리는 모습이지만, 지금 뭔가를 하기보단 그저 조용하게 여인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행동 하나하나, 자신을 위해 옷을 고르는 모습 하나하나를 사진찍듯이 눈에 담는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여인과의 추억을 좀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이게 벨라가 바라는 거야? 흐응."
옷의 조합을 본 제롬은 여인의 반짝이는 눈을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 옷은 여인의 취향인걸까. 아니면, 여인이 정말 보고싶을 뿐이었던걸까. 어느쪽이든 상관 없었다. 그는 여인의 손에서 옷을 받아들고는 피팅룸 쪽으로 걸어가 커튼을 열어젖혔다. 금방 입고올게? 라는 말과 함께, 제롬이 커튼 안쪽으로 들어가고 시간이 조금 흘렀을 것이다.
다행히 오래 걸리는 복장은 아니었다. 캐주얼한 옷이었으니. 옷 갈아입는 것은 짧게 끝났겠지. 커튼을 열어젖히고 나와, 여인의 앞에 똑바로 선다.
"어때? 어색하진 않아?"
캐주얼한 복장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편했다. 그래서인진 몰라도, 제롬 역시 그 옷이 꽤나 마음에 든 눈치였고. 그는 여인의 앞에서 몇번 이리저리 살피며 자신의 옷 입은 모습을 바라보다가, 여인에게 성큼 가까이 다가온다. 살짝 고개를 숙여 귓가에 입을 가까이 가져다대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 "벨라가 골라준 첫 남친룩이라, 난 마음에 드네." 라며 작게 한번 속삭이고 고개를 든다. 조금 볼이 불그스름해진 것이, 남친룩같은 단어가 조금 부끄러운 모양이었을까.
그토록 화려한 패션을 즐기는 여인이었지만. 놀랍게도 남자의 옷에 대해선 지식이 없었다. 여인이 입을 일도 없거니와 이렇게 골라줄 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서 여인의 옷을 골라주는 건 일상이었지만. 여인이 직접 옷을 골라 누군가에게 입혀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옷 한 벌 한 벌 고를 때 마다 전에 없던 신중한 모습도 얼핏 비쳤을 터였다.
진지하게 골라 온 옷들을 제롬에게 넘겨주니 제롬의 유별난 시선이 여인에게 향했다. 바라는 거. 라. 그건 아니었다. 여인이 옷을 고를 때 한 생각은 무엇이 제롬에게 잘 어울릴까 였다. 그게 곧 여인이 보고 싶은 제롬이었는지는. 여인도 모를 일이었다.
"음. 응. 이쁘게 입고 나와."
잠시 다른 생각을 한 탓에 여인이 제롬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했을 때는 이미 피팅룸의 커튼이 걷힌 후였다. 제롬이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기 전에 얼른 말해주고 짧게 손을 흔들었다. 제롬이 보이지 않게 되자 다시 근처의 옷들을 들춰보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여인이 옷 갈아 입는 동안 제롬도 이러고 있었을까. 제롬도 이렇게 기대하거나 두근거렸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랬고.
"전혀 안 어색해. 사이즈도 잘 맞고."
제 앞으로 와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제롬을 보고 여인도 웃으며 말했다.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고. 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레 다가온 제롬이 귓가에 속삭이는 바람에 말 대신 뺨이 살짝 붉어졌다. 동시에 손끝도 간질간질 해져서. 잠시 말없이 두 손을 겹쳐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시선도 아래로 내리고. 연기보단 자연스러게 수줍은 반응을 보이며 머뭇거리다가. 이번엔 여인이 발돋움을 해서 제롬에게 속삭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어울려. 멋있어. 제제."
그 말을 입에 담고 나니 얼굴이 조금 더 붉어졌다. 어린애도 아닌데. 참. 여인은 얼른 뒤로 물러나 다른 옷을 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지금도 잘 어울리지만. 다른 것도 한 번 입어볼래? 옷이 이렇게 많은데 하나만 입고 마는 건 아쉬우니까."
사실 지금 입은 걸로 충분했지만. 어쩐지 곧이 곧대로 말하기가 부끄러워진 여인은 괜히 다른 옷들을 들추며 능청을 부렸다. 옷만 보고 제롬을 제대로 보지 못 하는 모습이. 식지 않은 얼굴이 여인의 속내를 모두 드러내는 줄도 모르고.
>>160 그건 곤란한데. 역시 아스는 가끔 귀여운 걸로. (볼뇸뇸)(쪽) 에이. 콩깍지 그런 거 없다니까. 콩깍지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거면 언젠가 빠질 날이 올 지도 모르는 건데. 그랬으면 좋겠는걸까? (소곤)(귓볼 깨물) 음. 단순히 나이만 반대일지 나이랑 위치도 반대일지. 조건에 따라서 다 다르겠는 걸.
>>161 앗 그건 제가 곤란해요(?) 아스 많이많이 귀여웠으면 좋겠어요!(볼늘어남)(쪽) 빠지는 날은, 음. 그건 싫어요(옆눈) 그럼 아스주가 너무 귀여워서 다른 사람들을 볼 때도 항상 귀엽다고 느끼는걸로 땅땅!(움찔) 읏... 짓궂어요.(코꾹) 위치는 그대로인데 나이만 반대인? 어렸을 때부터 제롬이가 아스의 오빠 포지션이었다거나 ㅎㅎㅎ
>>162 너무 귀여우면 금방 질릴 지도 모르는 걸. 적당히 귀엽게 할 거지롱. (쓰담쓰담) ㅎㅎㅎㅎ 그냥 내가 제롬주를 귀엽게 보는게 콩깍지가 아닌 걸로 하면 되지. 난 하나도 안 귀여운 사람이야. (손끝 쪽) 오빠 포지션. 음. 어릴 때 잠깐 같이 보육원에서 지내서 오빠동생이 됬다고 하면 될려나. 그런 느낌이었어도 재밌었겠네.
>>163 아스에게 질릴리가 없잖아요. 무슨 모습이든 어떤 성격이든 아스라면 절대 안 질려요. (그릉그릉)(손에 부비쟉) 흐응. 아스주도 충분히 귀여운 사람인걸요? 특히 술 마셨을 때가 너무너무 귀여우신데. (키득)(턱긁긁) 같이 지냈거나, 아니면 원래부터 아스랑 같이 자란 느낌? 호위병력 출신이라고 해도 재미있겠네요. 어느쪽이든 즐거운 상상이 될 것 같고.
>>164 흐음. 그래도 아껴둘 거야. 보고 싶어서 안달나하는 제롬주도 귀엽거든. (볼쪽) 술 마셨을 때...라고 해도 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은데. 제롬주는 역시 제롬주네. (골골)(베시시) 얼마간 같이 자랐다고 하는게 좀더 어울리겠지. 호위로 하기엔 나이차가 너무 적구. 음. 그러게. 생각할수록 이래저래 갈래가 많이 생겨서 즐겁다. 캐들끼리도 너무 잘 맞아서 떨어지는 건 상상도 안 돼. ㅎㅎ
>>165 짓궂어요... 흐응. 좋아요. 그런 저를 보고싶으시다면야. (빠안)(쪽) 아닌데요~ 그때의 아스주는 진짜진짜 귀여우셨는데 ㅎㅎㅎㅎㅎ 귀여워라. 고양이 같아요. (무릎 위에 올려주기)(쓰담) 같이 자란 것도 좋네요... 아니면 나이차 조금 더 벌려서 호위도... 이렇게 잘 맞는 오너랑 캐를 만나서 너무 행복해요.(방긋) 어떤 에유를 돌려도 이프를 돌려도 다 맛있으니까!!
>>166 (무릎 위에 식빵)(골골골) 우우... 계속 그러면 술 마신 날은 안 와버린다? 와도 술 깬 다음에 올 거야. 음. 호위로 하면 아마 연인 루트는 없었을 거 같아. 지금의 로보느나 포레 같은 포지션이 되어버릴텐데. 호호호. 나도 이런 썰들 얘기하는게 잘 맞는 파트너는 오랜만이라 정말 즐거워. 썰들도 아껴가면서 오래오래 재밌게 놀자아. (꼬옥) 그리고 귀가하느라 고생했어. 이제 씻고 쉬다가 자는 거야. (쓰담쓰담)
>>167 (털 빗어주기)(슥슥) 그건 곤란한데에. 귀여운 아스주가 좋을 뿐이니까요. 응. 놀리려는게 아니니까 와주세요, 네?(꼬옥) 갑자기 그런 말 하니까 질투심이 스물스물 올라오는데 역시 호위는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응응 좋아요. 사실 생각나는 썰은 이것저것 있는데 아끼고 있어요. 아직 고백하는 장면도, 학생 에유도 못 돌렸으니. (부비쟉) 네에. 적당히 씻었으니 이제 양치만 하면 돼요. 야식 먹으면서 답레 잇고 잘 생각이에요. (그릉그릉)
>>168 흐음. 놀리는 거 아니지? 정말이지? 놀리면 숨어 버릴 거야. (꼬옥)(부빗) ㅎㅎㅎ 썰이라도 연인 자리 포기 못 하는 제롬주 귀여워. (뽀쪽) 응응. 아껴둬도 괜찮아. 우리한테 시간은 많으니까. (토닥) 먹을 때는 먹는거에 집중해야지. 답레 지금 말고 이따 저녁에 줘. 괜히 시간 잡아먹고 늦게 자는거 보면 걱정된다구. 지금은 잡담하면서 놀고 답레는 천천히 쓰자아.
>>169 당연히 놀리는거 아니죠. 그런데 놀리면 진짜 숨을 거에요? 숨으려면 제 품으로 와요. (팔벌림)(꼬옥쓰담) 썰이라도 아스 연인 자리는 포기할 수 없어요... 제롬주 은근 소유욕 강한 편이라.(베싯) 아 그래도 가끔은 귀족 아스와 기사 제롬이 같은 연인 미만 관계도 보고싶을지도..? 시간은 많으니까요. 헤헤. 아스주랑 제가 이어나가는 한 시간은 언제까지나 있고.(끄덕) 으응...그래도 될까요? 답레도 좋지만 저도 내일 학교가기 전에 자기 전까지 아스주랑 같이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싶었어요.(끄덕)
>>170 흥. 품에 숨을지 다른데 숨을지는 몰라. 미리 가르쳐주기 없지롱. (품에 폭)(꼬오옥) 그런 소유욕도 정말 좋아해. ㅎㅎㅎ 연인 미만의 애틋한 관계도 나름의 재미가 있긴 하지. 하지만 일상 돌리면 못 참고 급발진 고백 해버릴 거 같은 걸. 나아중에 다시 얘기해보는 걸로. 음. 그치. 시간 많으니 안달날 거 없어. 당연히 그래도 괜찮지. 지금 쓰면 또 저번 같은 자동완성 답레가 올라올 지도? 나야 귀여워서 좋지만. 제롬주도 좋지는 않을테니까. ㅋㅋ 잡담 한두번 더 잇다가 자자. 시간 제법 늦었으니까.
>>171 어째서에요. 제 품에 안 오면 저 너무 외로운걸요. 그러지 마시고. (품에 파묻기)(이불 덮고 뒹굴) ㅎㅎㅎ 아스주는 정말 제 모든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코꾹) 급발진 고백 하는 아스주 귀여워..! ㅋㅋㅋㅋ 좋아요~ 재미있는 썰이 탄생할 것 같아서 벌써부터 두근거리네요. 하지만 안달날 필요는 없으니까... 으아악 그건 안 돼요 잊어주세요(쥐구멍) 우우... 좋아요. 잡담 조금만 더 잇다 2시에 자러갈게요.(쪽)
>>173 우으... 정말 못되셨어요. 하지만 그런 짓궂은 면까지 너무 좋아해요. 그치만 외로운 모습 안 보여줄거지롱. (뒹굴뒹굴)(쪼옥)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죠!!!! ㅎㅎㅎㅎ 아 진짜 너무 귀엽다 갭모에 미쳐... 도도까칠 왕녀님 뵐 생각 하니 두근두근... 울먹울먹하는거 일부러 모른척하고 고백 안 받아주고 싶다 ㅋㅋㅋㅋㅋ 한번 모른척 안들린철 해서 고백 두번 하게 만들기 너무 즐거울 것 같아요 어쩌다보니 벌써ㅜ이런 시간이네여. 자러갈게요 너무 졸려서ㅠ오늘은 글을 길게 못 써서 마안해요. 좋자요ㅡ
간질간질.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는 그 기분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여인이 귀여운 모습을 보일 때마다 들던, 좋은 기분. 꼼지락거리는 손을 당장 잡고, 붉어진 얼굴을 품에 파묻은채 쓰다듬고 싶었다. 가끔씩 여인이 드러내는, 연기가 아닌 진짜로 수줍어하는 반응. 오직 그에게만 보여주는 반응에 그는 당장이라도 여인을 안고 귀여워해주고 싶은 충동이 강렬하게 들었다. 주변의 눈치가 보여 가까스로 참아내기는 했지만.
"...내 여친 존나 귀여워..."
이어진 것은 여인의 발돋움과, 속삭임. 그리고 소녀와 같은 표정. 이런걸 보고도 안 넘어가는 남자가 있을까? 그는 속삭임을 듣고 잠시간 얼어붙었다가, 여인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얼굴을 쓸어내리며 소리죽인 비명을 내질렀겠지.
잠시간 행복한 비명을 내지르고는 다시 시선을 여인에게 돌리자, 그녀가 열심히 다른 옷을 들추는 것을 보았다. 방금 그 얼굴을 똑똑히 봤는데, 저런걸로 감춰질 거라고 생각하는건지.
"당연하지. 벨라가 무슨 옷을 골라줄지 궁금하니까."
옷에 한눈이 팔린 틈을 타, 조용히 뒤로 다가가서 여인의 목에 팔을 둘렀다. 여인을 잡고 꼭 끌어안음과 동시에 제롬의 입술이 귓가로 가까이 다가갔다. 아, 원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라도 장난칠 생각은 없었는데. 이게 다 벨라가 나쁜 탓이다. 그렇게 귀엽지 않았으면 내가 이렇게 자제심을 잃을 일도, 장난을 칠 일도 없었잖아.
"하지만 정말, 다른걸 고르는게 맞아? 응?"
입을 뗄 때마다 살짝 뜨거운 숨결이 여인의 귓가를 간질였다. 일부러일까, 아니면 의도한 것은 아닌데 그런걸까. 어느쪽이든 상당히 짓궂은 결과였지만. 마치 여인이 다른걸 고르는게 아니라는걸 안다는 듯, 능청스러운 말투로 귓가에 속삭였다.
"벨라가 솔직해졌으면 하는데. 어쩔까. 그 전까진 장난을 그만두기가 싫네."
키득키득 웃는 목소리가 오늘따라 짓궂다. 그는 몇번 웃음을 흘리다가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여인의 귓가를 살짝 깨물었다. 자국이 남으면 곤란하니까 남지 않을 정도로 살살. 하지만 자극은 분명히 있었겠지.
제롬이 겨우 스스로를 추스른 것처럼. 여인도 옷을 고르는 척 하며 내심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붉어진 얼굴을 가라앉히는 것도 잊고. 급하게 돌아서야 할 정도로 평정심이 흐트러진 탓이었다. 평소엔 이보다 더한 애정행각도 하면서 의도가 아닌 흐트러짐이 없었는데. 어째서 오늘은 이렇게 흔들리고. 흔들리는지.
그래도 잠시만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옷을 보는데 집중하고 있었는데. 여인의 목에 둘러오는 팔이 있었다. 부드럽게 둘러오는 팔만 있었다면 아무렇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 팔만큼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가 속삭여오는 바람에. 애써 진정되었던 여인의 마음에 다시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숨기지 못한 파문이 떨리는 숨이 되어 여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다른 걸. 입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테니까..."
여인은 어떻게든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려 하면서 말했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떨림은 그대로 목소리에 실렸다. 그걸 깨닫자 여인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아. 진정 좀 해. 심장아. 혈압아. 그렇게 속으로 되뇌일수록 심장은 더 두근거렸다. 그러나 도움이 되어주지 않는 건 여인의 몸 만이 아니었다.
"...힉..!"
떨어지기는 커녕 더 달콤하게 속삭이는 제롬이 귓가를 건드리기까지 해서 여인이 작게 소리를 흘리고 말았다. 그 순간 손에서 놓친 옷이 달그락거리며 옷걸이에 도로 걸렸다. 이제 옷을 보기는 글렀다. 여인은 작은 한숨을 천천히 내뱉고. 고개를 살짝 돌려 제롬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누구한테 이런 못된 장난만 배워선. 응? 알았어. 그 모습이 제일 마음에 드니까. 그대로 가자."
솔직해지길 바란다고 하니까. 그 말대로 여인은 솔직하게 말하며 제롬의 팔 안에서 돌아섰다. 그리고 살포시 끌어안았다. 당장 안고 안기고 싶었던 건 제롬 뿐만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듯이. 순수하게 안고서 품에 이마를 톡 대고 웃었다. 후후. 하는 작은 웃음소리가 제롬의 품 안에 울렸다.
>>207 하지만 아스 성격상 쉽게 드러내진 않을 부분이기도 했으니까. 어떻게 그 부분을 콕 집어서 공략했나 몰라. (볼조물)(쓰담) 욕심도 많긴. 응. 그럼 원할 때마다 말 해 줘. 더 해줄게. (꼬오옥) 자제심이 위험하면 안 되는데. 진정하자아. (토닥토닥)(쓰담) 음. 집에는 잘 들어왔어? 씻고 잘 준비는 했으려나?
>>208 막연히 보고싶었을 뿐인 것도 있고, 아스가 잘 드러내지 않는 부분이라 오히려 보고싶었던 것 같기도요? (키득)(말랑) ㅎㅎㅎㅎ 더 해주는 거 좋아요... 으응 진정진정.(심호흡) 네. 아마 곧 자지 않을까 싶네요. 답레 쓰고 자려고 했는데 요새 수면패턴이 예전으로 돌아가서 밤샘이 불가능...
>>209 음. 제롬주가 제롬주 한 거구나. 알겠어. (키득)(볼쪽) ㅎㅎ... 정말 귀여워. 온종일 안고 있고 싶을 정도로. (꼬옥) 오. 괜찮아. 졸려지면 자야지. 수면패턴이 돌아왔다니. 나한테는 반가운 소식인 걸. 무리해서 밤샘 할 필요 없어. 어장이 있는 한 언제든 함께니까. (이불 덮어줌)(팔베개) 깜빡 잠들기 전에 인사하고 자자. 오늘은 제대로 안고 재워줄게.
>>210 그 제롬주했다는건 대체 뭐에요....(볼빵빵)(바람빠짐)(키득) 그럼 온종일 안고 있으면 되죠. ㅎㅎㅎㅎ(꼬옥)(부빗) 으응 어떻게 망가트려놓은(?) 수면패턴인데 이렇게 단시간에 원래대로 돌아오다니... 앗. 그 말 너무, 뭔가, 좀 두근거리는데요. 헤헤헤. 그쵸 늘 함께니까. (팔베개 베기)(품에 안기기)(꾸왑!) ㅎㅎㅎ 좋아요. 어제는 안고자기 전에 기절했으니까.(부비쟉) 그럼 오늘도 좋은밤 좋은꿈 제롬이랑 제꿈 꾸시고, 내일 하루도 힘내시길. 내일도 좋은일만 가득하고 잘 풀리시길 바래요. 잘자요 아스주. 오늘 하루도 고마웠어요.(소곤)
>>211 수면패턴이 다시 돌아온 걸 좋아해야지. 그래야 내가 걱정 덜 하는 걸. (볼콕) 호호.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제롬주 심장이 팔불출이라 쉽게 뛰는거지. (품에 폭 안아줌)(토닥토닥) 응. 제롬주도 예쁜 꿈 꾸면서 푹 자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길. 언제나처럼 별 일 없이 무난한 하루가 되길 바랄게. (쪽) 매일 함께 해줘서 고마워. 제롬주야. 잘 자.
>>223 그럼. 고기는 항상 옳지. 나도 제육볶음 맛나게 볶아 먹었거든. (턱 긁긁) 오늘 하루 뿐인데. 너무 아쉬워 말아. 노는 것도 현생도 잘 챙기기로 약속했지. 그치? 난 제롬주가 현생 챙기기 위해 일찍 들어간다면 얼마든지 보내줄 거야. 그리고 잘 보고 돌아오길 기다릴 거야. (쓰담쓰담)
살짝 떨리는 숨결, 그에 맞춰 조금씩 움찔거리는 몸. 여인의 마음에 파문이 일었는지 귀여운 반응을 보여주는 여인이었다. 덕분에 제롬 역시 놀리는 재미가 있었고. 제롬의 입가에선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귀여워. 오늘따라 더 귀여운 반응이네? 옷 때문인가?"
키득키득. 작게 목소리를 흘린 여인을 보며 제롬이 짓궂게 웃음을 흘렸다. 여인의 심장소리가 귓가에 스쳤다. 콩콩 뛰는, 귀여운 소리. 여인이 이렇게 귀여운 소리를 내는 사람이라는 것은 제롬만이 아는 사실이겠지. 그게 조금씩 제롬의 소유욕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여인은 알고 있을까. 여인에 대한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고, 독차지 할 때마다 여인을 향한 애정과 함께 소유욕도 커졌기에.
"누구에게 배웠겠어. 내 어렸을 때의 기억은, 대부분 벨라와 함께한 건데."
팔 안으로 돌아와 품에 꼭 안기는 여인을 느릿하게 끌어안으며 능청스럽게 대답을 했다. 사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제롬은 여인이 하는 장난(개중에는 꽤나 곤란한)들을 당하며 자랐으니까. 개중 하나를 여인에게 착실하게 써먹고 있을 뿐이었을까.
제게 안겨 기대고는 웃음을 흘리는 여인이 사랑스러워, 품에 꾹 안을까 고민하다가 여인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는 것으로 만족했다. 품에 꾹 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가 해도 괜찮으니까. 지금은 여인의 모습을 흐트러트리고 싶은 마음보단 이 예쁜 모습을, 사랑스러운 여인의 옷차림과 머리와 얼굴을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후후. 그럼 새로 옷 산 김에, 산책하러 갈까? 근처에 야시장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공원이 있기도 하니까."
어느쪽이든 벨라와 함께 가면 즐겁겠네. 하며 상상만으로도 좋은지 조금 풀린 표정을 지었다. 품에 안긴 여인의 턱을, 남들이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살살 긁어주면서.
>>227 오...(빠안) 방금 대사 너무... 좋았어요. 헤헤. (부비부비)(노곤) 사실 상판만 하는 것도 문제는 없지만 아스주가 걱정하실테니까... 요새는 아스주랑 보내는 것 외에는 상판 거의 안 하는 기분. (베시시)(맞쪽) 에. 그건 너무 이른데..! 1시에 들어갈래요. 헤헤.
>>228 음? 어느 부분이 좋았던 거지? 그건 모르겠지만 제롬주가 귀엽다는 건 알겠다. 에잇. (마구 쓰담)(꾸왑) 이것저것 다 하고 남는 시간에 여기 와도 괜찮아. 난 그저 이렇게 볼 수만 있으면 만족하니까. (부빗) 자정 하나도 안 일러. 그러니까 오늘은 자정에 자자. 답레도 미루고 그 때까지 놀아줄게.
>>229 음, 아스주가 자신 있어하는 그 당당한 모습이? 므와아앙 어째서 방금거랑 귀여운게 연결되는 거에요오(머리 망가짐)(품 안에서 꼬물) 그치만 저도 여기 있는게 좋아서 그런 거에요. 다른 것도 하지만, 꼭 해야하는 일 다 끝내면 여기 있을 거에요. 아스주야말로 다른거 하시면서 남는 시간에 여기 오셔도 괜찮아요. (맞볼부빗)(볼쫩) 너무 이른데에.. 그럼 조금 타협해서 반까지...는 안 될까요?
>>230 난 언제나 당당한데. 뭘 새삼. ㅎㅎㅎ 사실 제롬주는 다 귀여워서 그래. (머리 정리해줌)(쪽) 그럼 그렇게 하면 돼. 제롬주가 하고 싶은 대로. 나도 그러고 있으니까. 서로 편한대로 하자. (반대쪽 볼도 줌)(홀쭉) 음. 그럼 반까지로 하자. 자정 지나고 반 되면 자러 가기, 약속이야?
>>231 ㅎㅎㅎ 그래서 제가 아스주를 정말 좋아해요. 그건 제가 할 말인데에... 아스주야말로 다 귀여워요. (베싯)(맞쪽) 서로 편한대로 하는게 좋죠. 둘 다 즐기는게 최고니까. 한쪽이 부담되면 다른 한쪽도 힘들어지니까요. (반대쪽 볼도 쫩)(배빵빵) 약속이에요~ 새끼손가락 도장 꾹!
>>232 나 참. 난 하나도 안 귀엽다니까. 제롬주야말로 콩깍지 단단히 씌였어. ㅎㅎ (쓰담) 잘 알아주니 고맙네. 응. 서로 잘 챙겨가면서 이어가자. (배통통)(토닥토닥) 옳지. 약속했으니 시간 되면 칼같이 재워야지. 호호. 오늘도 고생했어. 얼른 씻고 잘 준비 하고 와. (쪽)
>>233 콩깍지가 아닌데.. 진짜인데 왜 안 믿어주시는 거에요. (볼빵빵)(빠안) 좋아요오오~ 헤헤. 계속 이렇게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말랑통통)(노곤노곤) 후후. 이미 씻고 왔지요. 이제 자기만 하면 되지롱요. 침대에 눕기도 했고. 조곤조곤 대화하다가 자야지~
>>235 저는 안 귀여우니까요... 막상 그런 말을 들으니 아스주와 똑같이 답하는 스스로를 발견했고(?)(말랑말랑)(베싯) 후후후. 아스주가 그렇게 말해주시니 믿음이 가요. 저도 아스주도 원하니까...(꼬옥)(이불 속에서 뒹굴)(뽀송!) 흐흥. 그럼 지금 잠들테니 안아주세요. 팔베개도 해줘요. 헤헤.(껴안) 아스주 품에서 잔다 생각하니 푹 잘 수 있을 것 같네요. 오늘도 안녕히 주무시구. 제롬이랑 제 꿈 꾸시구. 내일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잘자요 아스주.(귀에 후)(쪽)
>>236 나나 제롬주나 똑같다니까. ㅎㅎ 귀여워라. (꼬오옥) 응. 오늘도 팔베개 해줄게. 잠들 때까지 토닥토닥도 해줄게. 오늘 밤은 평소보다 더 푹 자길. (토닥) 읏. 자기 전에 장난이라니... 못된 제롬주는 장난 당하는 꿈 꾸기야. 꼭이다? ㅎㅎ 제롬주도 좋은 꿈 꾸고 일어나서 좋은 하루 되고. 잘 자.
여인도 알고 있었다. 누가 제롬에게 못된 장난을 가르쳤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게 여인이 아니었다면. 그런 말은 꺼내지도 않았을 터였다. 제롬이 여인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장난을 당하고. 그걸 다시 여인에게 쓴다는 건 상상 만으로도 심장이 미어지고 화가 솟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여인이 그렇게 말한 건 여인 자신이 제롬에게 그런 장난을 친 걸 인정함과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안도하는 이중적인 의미였다.
"그래. 다 내 업이다. 업이야. 그 조그맣던 아가가 이렇게 클 줄. 그 때는 몰랐는 걸."
제롬의 능청스런 대답에 여인도 짐짓 한탄 하듯이 답했다. 말투는 그래도 표정은 세상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으니. 제롬의 행동이 전혀 싫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손길에 작은 숨을 내뱉고. 주변 몰래 턱을 긁어주는 손길에 제롬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앓는 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숨김 없이 제롬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새로 옷 산 김에, 라며 제롬이 한 말에도. 여인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자연스레 고개를 약간 숙여 턱 간질이던 손에 입술을 댔다. 손가락과 손등 그 사이에 입술을 부비는 듯 하다가. 손끝을 아프지 않게 입술에 걸치게 하고서 힐끔 제롬을 보았다. 순진한 눈망울이 돌연 히죽 웃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따끔할 정도로 물었다 놓고서 작게 속삭였다.
"나도 제제랑 함께라면 다 좋아. 산책도. 야시장도. 공원도. 제제의 집도."
역시 당하기만 하진 않는 건지. 예상치 못 한 장난을 친 여인은 얼른 발돋움을 해서 제롬의 뺨에 짧은 입맞춤을 했다. 쪽 소리 선명하게 남기고서 살짝 떨어져선 제롬의 손을 잡고 아이처럼 흔들거렸다.
"산책 조금 하고. 뭐라도 먹으러 가자. 우리 나와서 여태 먹은 거 팝콘이랑 음료수 밖에 없다? 설마 데이트 코스에 식사는 깜빡한 건 아니지?"
>>246 항상 말하는 거지만, 이정도로도 너무너무 충분하고 감사한걸요. (부비쟉)(턱긁긁) 오히려 행복해서 죽을 것 같은데요...?!(베시시) 저녁 챙기셨다니 다행이지만 할게 밀려있다니. 현생이 바쁘시군요...파이팅이에요(꼬옥) 저도 저녁 방금 먹고 왔어요~ 히히. 오늘은 공부 쉬엄쉬엄하더 저녁 늦게 자야지.
>>247 음. 제롬주가 그렇게 느낀다면 나도 기뻐. (손등쪽)(부빗) 보고 있는 나도 행복하고. ㅎㅎ 귀여운 제롬주... 곧 좀 큰 일 하나 치러야 해서. 그 일 치르고 마무리 될 때까지는 계속 정신없을 거 같아. (꼬오옥) 공부 쉬엄쉬엄 하는 건 좋지만 늦게 자는 선 안 되는 거 알지? 응? (볼콕콕) 평일엔 무리하지 말고 일찍 자자.
>>248 아스주가 기쁘고 행복하시다면 더 좋아요. 저만 그런거라면 오히려 더 슬플지도. (키득)(입술꾹)(쓰담) 으으으 또 귀엽다는 이야기...!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현생이 바쁘시다면 현생을 우선으로 챙기시기에요? 저보다 아스주가 더 잘 아시고 알아서 잘 하시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두. (꼬옥) ...어째서에요 어제도 엄청 일찍 잤는데(드러눕)(말랑) 늦게 잘래요 힝힝 아스주가 안 놀아주면 혼자 소설이랑 유튜브 봐야지(?)
>>249 정말로 귀여우니까 귀엽다고 하는 거야. (소곤)(쪽) 충분히 현생 우선으로 챙겨가면서 하고 있으니까 염려 말아. (옆에 드러눕)(부빗) 음. 제롬주가 일찍 잤으면 하는 것도 있지만. 새벽에 할 것도 늘어서 그래. 원래 하던 일에 다른 일이 늘어서. 낮에 하던 걸 새벽에 해야 하거든. 같이 못 놀아주니까. 제롬주 혼자 휴식시간을 갖는다면 말리지는 않을게. (쪽)
>>251 ㅎㅎ 부끄러워하는 제롬주는 더 귀엽네. 좀 더 부끄러워 해보련? (턱 긁긁)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볼쪽)(이불 속 꼬옥) 티가 나긴 났구나. 이 때만 지나면 괜찮을 거 같지만. 나중 되서 안 그럴 거 같기도 해서. 두고 봐야겠네. (부빗) 그래도 무리는 안 할게, 걱정 말아.
짐짓 한탄하는 말투에 제롬 역시 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자랄줄은 여인도, 심지어는 제롬 자신도 몰랐지. 자라는 것 뿐일까. 이런 관계가 될 것도, 이렇게 장난을 돌려주게 될 것도, 이런 일상을 가질 것도... 몰랐을 것이다. 바라기만 했을 뿐.
"잠깐, 아가라니. 단어가 부끄럽잖아."
한탄하듯 말하는 것에 키득키득 웃다가도 뒤늦게야 아가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왔는지 조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가라니, 그 때는 확실히 아가였을지도 모르겠다만... 어감이라는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여인을 열심히 쓰다듬고, 턱을 긁어주자 귀여운 반응을 비춘다. 귀여움이라 간단히 표현할 뿐이지만 사실 전부 다 다른 느낌의 귀여움이라는게 그의 애정을 더욱 키웠다. 손을 멈추고, 결국 참지 못 하고 여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렇게 잠시간 애정을 표하고 있던 와중 여인이 입술로 손가락을 물자 고개를 갸웃거린다. 입가를 부비더니 입술로 손가락을 물고,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살짝 깨물고는 놓아준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리고 너무나 행복한 장난이라 반응이 늦었을까. 여인이 귓가에 속삭이면 그제서야 읏.. 하고 작은 소리를 내뱉었다.
"우리 집도 오게? 나야 좋지만, 우리 집에 한번 들어오면 내일 아침에나 나갈 수 있을텐데."
예상치 못한 장난은 당황스러웠다만, 제롬 역시 의미심장한 표정과 말을 해보이며 여인의 말을 받아쳤다. 촉, 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볼에 잠깐 느껴진다. 입술이 닿았던 자리에선 촉촉한 느낌과 함께 여운이 감돌았다. 조금만 더 오래 하고 있었으면. 하지만 밖이니까 그건 어렵겠지.
"설마. 근처에 식당도 예약해뒀어. 벨라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메뉴는 고기로 해뒀는데 괜찮아?"
여인이 원한다면 취소하고 다른 식당을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코스를 짜며 예약을 안 해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그렇다고 파스타처럼 너무 식상한 것은 고르기 싫었으니 결국 메뉴는 고기로 귀결되었다. 호불호가 거의 없으면서 데이트 분위기도 낼 수 있는 스테이크 전문점으로.
"그럼 일단 산책부터 가자. 빨리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거든."
이렇게 예쁜 여인이 내 연인이고, 그런 여인이 이런 귀여운 옷을 입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제롬은 여인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그러고보니 여인과 그저 걸을 뿐인게 대체 얼마만인지. 어렸을 때 이후로는 거의 없었지 않았나. 오랜만에 옛날 생각이 나, 가슴이 더 뛰었다. 멀지 않은 곳에는 그가 말한대로 산책로가 있었다. 큰 호수를 중심으로 그 주위를 도는 루트의 산책로가. 가로등과 주변 건물의 불빛이 밤거리를 환하게 밝혔고, 듬성듬성 심어진 나무는 꽃봉오리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봄이 다가오고 있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260 좋은게 좋은 거죠. 음. 문제가 어려웠던 것 같으니 그러려니 하지만(?)(꼬옥부빗) 아스주가 없어도 혼자 잘 쉴 거에요. 하지만 아스주가 있다면 더더 잘 쉬는 거구.(키득)(에치) ㅎㅎㅎㅎ 그 말 들으니 뭔가 안심되는데요? 오늘은 일찍 졸려서 그만 들어가볼게요. 오늘은 대화 많이 못 해서 아쉽다. 내일은 아스주 일이 잘 풀리셨음 하지만 그렇지 않으셔도 저는 기다릴테니 괜찮아요. 좋은밤 좋은꿈 저랑 제롬이꿈 꾸시고 내일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잘자요.(꾸왑)
>>261 안심되면 좋은 거지. 나도 제롬주가 안심된다니까 같이 편안해지네. 고마워. 늘 그런 말 해줘서. (쪽) 내일도 모레도 계속 얘기할텐데 아쉽긴. 시간은 많고 나는 어디 안 가니까. 천천히 오래 얘기하자. 낮에도 밤에도. (쓰담) 응. 기다려줘서 고마워. 매일 함께 해줘서 고맙구. 제롬주도 예쁜 꿈 좋은 꿈 꾸자. 푹 자고. 이번주 마지막 평일 잘 보내고 와. 잘 자. (꼬옥)
아가라는 표현을 쓰기에 제롬은 너무 커버렸지만. 여인은 종종 그 단어를 썼다. 특히 제롬이 평소보다 성숙하게 굴 때. 오늘처럼 은근히 여인을 쥐고 놀려고 할 때마다 한 번씩 꺼내면 보여주는 반응을 좋아했다. 지금도 부끄럽다며 입술을 비죽이는게 귀여워서. 여인은 작은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제 연인이라니. 매 순간 믿을 수가 없었다.
"응. 맞아. 내일 아침 느즈막히 나갈 생각 하고 간다는 거야. 좀 더 느긋하게, 점심 때까지 있어도 되면 있겠지만?"
의미심장한 대화가 오가고. 여인의 입술이 제롬의 뺨에 감촉을 남겼다. 제롬이 조금 더 오래 그러고 싶었던 것처럼 여인도 그대로 끝내기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오늘 밤은 제롬과 함께. 오래오래 있으리라고. 다시금 속삭이고 싱긋 미소지었다.
여인이 식사에 대해 언급하자 제롬은 기다렸다는 듯 식당에 예약을 해두었다고 말해왔다. 메뉴가 고기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키득 웃어버렸지만. 필시 식상한 메뉴로 하긴 싫어서 나름 고심한 결과일 터였다. 그 노력을 무시하고 싶지 않았기에. 여인은 기쁘게 웃는 얼굴을 지으며 말했다.
"제제가 골랐으면 분명 내 입에도 잘 맞겠지. 도착할 때까지 기대할게."
식사에 까탈스러운 여인이었지만. 사랑하는 연인과의 식사에서까지 까탈을 부릴 이유는 없었으므로. 여인은 제롬의 고심을 기대한다 말하고 같이 매장을 나왔다.
손을 잡았던가. 허리에 팔을 둘렀던가. 아니면 둘 다 했을까. 어떤 식으로든 여인은 제롬의 옆에 가까이 붙어서 걸었다. 옷을 갈아입었을 뿐인데 어쩐지 하루가 새로 시작된 듯한 기분이었다. 밖은 이미 어둑했지만. 그래서 제롬이 말한 산책로에 다다랐을 때 더욱 분위기가 살았다. 잔잔히 내려앉는 어둠과 가로등과 건물 불빛이 섞여 낮도 밤도 아닌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산책로는 마치 별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이런 곳은 어떻게 알았대. 흐음. 혹시 나 몰래 같이 온 사람 있었던 거 아닌가 몰라."
제롬과 함께 산책로를 걸으며 여인은 짐짓 캐내듯이 말했다. 옆을 보면 고개를 갸웃 기울인 여인이 밉지 않게 눈을 흘겨 제롬을 보고 있었다. 눈은 흘기고, 입술은 장난스레 웃으면서. 장난기 가득한 난관을 제롬이 어떻게 넘길까 기대하는 것처럼.
>>281 계속 들어도 들을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에요. 아스주가 말해줘서 그런가? (갸웃)(헤실) 짓궂은 아스주가 요망하네요... 이 요망함을 어찌해야 할까요. 흐음. (쓰다듬) 사실 내일 가족여행이라...ㅎ... 내일 조금 마신 채로 이곳에 올 거에요 아마. 부모님이랑 같이 저녁 먹으면서 마시고...? (맞부빗)(볼쫩) 안 놀리는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안 놀릴게요. 그러니까 알려줘요. (꼬옥)(뒹굴)
>>282 콩깍지인지. 팔불출인지. (볼콕) 그래도 난 제롬주가 그렇게 말 해줄 때마다 기분 좋아지더라. ㅎㅎ (쪽) 요망한 건 타고난 거라 어쩔 수 없어. 받아들이면 나아질 지도. (골골골)(꺄륵) 여행? 좋겠다. 괜히 무리해서 오지 말구. 재밌게 놀고 편히 쉬다 와. (볼 쭈욱)(베시시) 음. 제롬주가 안 놀린 댔으니까 안 숨길게. (같이 뒹굴) 내일 여행이랬으니 조금 일찍 자는 건 어떨까. 준비할 시간도 필요할테니 말야.
여인이 작은 웃음을 흘리면 제롬은 그것을 빤히 바라보다가, 살짝 삐진 척 고개를 돌려 일부러 여인을 안 바라보려는 듯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 했겠지. 여인을 시선에 담지 않고 있으면, 손해를 보는 것은 제롬의 쪽이었으니. 얼마 안 가서 다시 능글맞게 웃으며 여인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을가.
"이미 늦게까지 우리 집에 있을 생각하고 나온 거야? 벨라도 참."
파렴치해. 키득거리는 웃음과 함께, 여인의 볼을 가볍게 한번 콕. 찔러본다. 하지만 그 말이 싫지는 않았으니 그건 본인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여인도, 자신도, 결국 서로를 원하는 마음은 같았으니까. 그의 뺨에 감촉을 남긴 여인을 한번 쓰다듬으려고 하고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오늘 밤은 그냥 보내주진 않으리라고.
기대하겠다는 말을 듣자 제롬은 여인을 빤히 바라보다가 빙긋 웃어주었다. 여인의 입맛에 맞을까 걱정하는 마음은 있다. 하지만 여인이 저런 반응을 보인다면, 그런 걱정을 티내서는 안 되는 거겠지. 긴장하면서도 웃음을 머금고, 걱정과 두근거림이 공존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여인과 함께 산책로를 거닌다.
"-글쎄. 벨라는 어느 쪽이라고 생각해?"
짐짓 캐내듯이 말한 것에, 제롬 역시 지지 않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본다. 정말로 여인의 장난기에 지지 않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평소 짓궂은 장난을 치는 습관대로 반응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반쯤 감은 눈으로 여인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285 (꼬옥) 헤헤. 잘 잤어요. 아스주는 잘 주무셨나요? 여행은 아직 안 출발했어요. 그리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본격적으로 관광하러 가는 여행도 아니라서. 너무 걱정 안 하셔도 괜찮아요? 바깥 돌아다니는 건 정말 조금만 하고 나머지는 캠프파이어에 시간 쏟을 예정이라(부비쟉)
본디 계획은 그러했다. 저녁이 되었든. 조금 늦은 밤이든. 제롬과의 데이트는 밖에서 끝내려고 했다. 코앞의 일들을 일단락 지어 놓았을 뿐이지. 완전히 끝내고 나온 건 아니라. 늦더라도 돌아가서 마저 일처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꾸 간질간질하게 해오는 통에 여인은 이대로 돌아가기 싫어졌다. 그리 된 것이 제롬의 계획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여인의 마음이 바뀐 것도 맞긴 했으니.
이런 여인을 제롬이 파렴치하다고 해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농담 같은 말인 걸 알고 있었고. 제롬에게 마음을 숨길 이유는 없으니. 볼을 콕 건드리고 한 번 쓰다듬으려 하는 손길을 받으며 여인은 생긋 웃어보였다.
식사 전 걷게 된 산책로에서 여인이 장난스레 말을 꺼내자 제롬도 비슷하게 장난기 어린 말을 돌려주었다. 이럴 때 보면 정말 능청이 많이 늘었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예전엔 장난 조금만 쳐도 부끄러워 하고. 어쩔 줄 몰라 했었는데. 아까 옷 매장에서도 그렇고 여러모로 어른스러워졌다는 느낌이 새로웠다. 그렇다면 여인도 좀 장단을 맞춰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머. 그 말의 의미는 뭘까. 응? 설마 나 이전에 누군가랑 여기 먼저 왔던 거야? 설마 여자랑?"
여인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은 제롬을 바라보던 여인의 얼굴이 살짝 샐쭉해졌다. 도톰한 입술이 꾹 닫히고. 눈썹을 일자로 내리며 시선이 쨍하게 제롬에게 향했다. 영락없이 의심하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베시시 웃는 얼굴로 돌아오더니 키득키득 웃음 소리를 내었다.
"라는 건 농담. 설마 제제가 나 말고 다른 여자랑 왔을 리가 있겠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제인데."
웃으며 하는 말은 제롬을 향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는 듯한 말이었으나. 잠시 지나서 여인은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그... 아니지? 응?"
말로 꺼내고보니 새삼 느낌이 달라졌는지. 의심 보다는 불안한 기색이 여인의 얼굴에 슬그머니 드리워졌다. 여인은 제롬의 손을 더 꼭 쥐며 제롬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대답을 기다렸다.
>>318 정말 예쁜 말만 해주시고... 너무 좋아해요..!!!!(꾸왑)(품에 파묻기) 나중에 술 마실 수 있게 되면 아스주에게 이것저것 물어봐야겠다...(?) 헉 취해서 무방비해진 것도 보고싶은데 아스보다 제롬이가 먼저 취하겠지... 날카로워진 아스는 귀하다..! 하지만 그렇다면 제롬이가 드물게 아스 눈치 볼 것 같고 ㅎㅎㅎㅎ
>>319 (품에 파고듬)(부빗)(골골) 물어도 그닥 도움은 안 될 거야. 워낙 개인적으로 마시는 편이라. ㅋㅋㅋ 그치. 십중팔구 제롬이가 먼저 취할 테니까. 아스가 무방비해질 쯤엔 제롬이 이미 뻗어있을 거 같고. 음. 눈치 보는 제롬이도 귀한 걸. 너무 까칠해서 눈치 보다 우는 거 아닌가 몰라. 보고싶긴 하다. 우는 제롬이.
>>321 에이. 재미없어. 취향이 너무 개인적으로 확실해서. (부비쟉) 그래도 좋으면 물어보는 것에 대답은 해줄게. 같이 술 마시면 아마 제롬이 취한 모습 보려고 아스 마시는 속도 조절할 걸. 음. 우는 제롬이는 아스를 다치게 하면 된다... (메모)(?) 호호... 일단 그런 걸로. (꼬옥) 저녁은 먹었어? 공부 중이려나?
>>322 ㅎㅎㅎ 괜찮아요. 그래도 아스주랑 이야기하는 건 좋으니까. (쓰담쓰담)(볼조물) 헤헤. 벌써 수능 끝나고가 기대되는(?) 이런 요망한... 아스 마시는 속도 조절하면, 어떻게든 아스 더 먹이는 제롬이 생각나네요. 아스에게 걸려서 당황하는 모습도 생각난다. ㅎㅎㅎ 어라 그거 메모하시면 안 되는데... 아앗 아스 다치면 안 된다..!!!!(아스 꾸왑) 저녁은 먹었어요. 헤헤. 지금은 공부하면서 대학 모의지원서 쓰는 중인데 여러모로 귀찮네요...
>>323 나도 얘기 자체가 좋으니까. 제롬주가 그걸로 좋으면 됐지. (볼말랑)(부빗) ㅋㅋㅋㅋ 너무 일러. 벌써부터 딴짓할 생각 하면 안 되지. (목 깨뭄)(입질) 어떻게든 더 먹여도 주량 자체가 다르니까. 어느새 취해있는 제롬이 아닐까. ㅎㅎ 에이. 한 번쯤은 괜찮아. 제롬주도 할 거잖아. 안 그래? (아스 : (제롬이에게 도망감)) 모의지원서라. 그거 써본게 언제더ㄹ.. 크흠. 미리 써보면 감 잡고 좋지. 음. 답레는 천천히 써줘. 나도 지금 이것저것 병행 중이라. (쓰담)
>>324 아스주도 좋아하신다면 더 꺼릴게 없네요 ㅎㅎㅎ 저만 좋으면 그건 좀 꺼려지니까...(볼쪽)(오물) 어차피 8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구.. 읏. (화악)(움찔) 자꾸 이렇게 벌을 주시면 버릇 나빠질지도 몰라요. 다른 의미로. (부비쟉) 아스 먹이다가 자기도 함께 먹어서 결국 아스보다 먼저 취해버린 제롬이... 한번쯤..은 괜찮지만 그래도 끝나면 꼭 아스 애껴줘야 해요. 히잉. 아스가 도망갔어...! (제롬: 내꺼라니까. (아스 꼬옥)(토닥토닥)) ㅋㅋㅋㅋㅋㅋ아스주... 이미 대학 졸업하신 것 같으니... 사실 학교에서 써오라고 한건데, 너무 귀찮네요... 응응. 항상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손에 쪽)
>>325 매번 그렇게 신경 써주는데. 꺼릴게 뭐가 있겠어. (맞쪽) 그 8개월이 세상에서 제일 길면서 짧은 8개월이 될 걸. ㅎㅎ 괜찮아. 나빠지면 다시 교정해줄게. (꼬옥)(쓰담) 음. 내가 아껴주지 않아도 제롬이가 많이 아껴줄 테니까 괜찮지 않을까. ㅋㅋ 아스는 제롬이 거니까. 당연히 도망가지. 제롬주는 나로는 부족해? (빤히) 대학 가본 적도 없지만. 그 시기는 겪었으니까. 음. 지금이 그나마 여유로유니까 써오라는 한 걸 거야. 귀찮아도 조금만 집중해서 쓰자. (토닥) 고맙긴. 나도 늘 신세지는 걸.
>>326 혹시라도 제가 신경 못 써드리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베싯)(부빗) ㅎㅎㅎ...ㅎㅎ... 지나갈땐 긴데 돌이켜보면 짧은... 지금도 체감하는 중이지만요(흐릿) 교정해주시는 건가요? 흐응. 어떻게 교정해주시려나. (빠안)(손 깨물) 제롬이도 아껴줄텐데, 아스주도 아껴주시면... 그럴리가 없잖아요(파닥파닥) 아스주만으로 충분해요. 아스주만 있으면 돼요. (꾸왑) 모든 학생이 겪는 시기니까요. 지금이 그나마 여유로운건 맞지만... 그래도 쓰기 귀찮아서... 결국 이제야 다 했네요. 아니 가중치 계산 때문에 머리 아파...(지끈지끈) ㅎㅎㅎ 그래도 고마운건 고마운 거에요.
>>327 적어도 여기서 신경 못 써준 부분은 없었어. 걱정 말아. (쓰담)(움찔) 흐음. 일단 요 입버릇부터 고쳐야 할 것 같은데. 요걸 어떡하지. 응? (볼꼬집) ㅎㅎㅎ 응. 알고 있어. 알고 잇지만 그럼 귀여운 반응이 보고 싶었지. (맞꼬옥) 이제 다 썼어? 머리 아프겠네. (쓰담토닥)(이마쪽) 시간도 늦었는데 답레는 내일 쓰자. 이제 월요일이니 늦지 않게 자야지.
샐쭉해진 여인의 표정을 보자 제롬은 생경한 기분이 들었는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였을까, 여인이 나를 놀리고, 내가 저런 표정을 지었을 때가. 여인의 장난에 당하기만 했던 때가. 그 때는 여인에게 많이 당했다. 사격을 가르침 받을 때, 붙어오는 여인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굴만 붉혔을 때라던가.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니 키득. 하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조금 전 말했던 파렴치하다는 말에 여인이 생긋 웃을 뿐인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그것이 농담이었던 까닭도 있지만, 결국 여인도 자신과 비슷한 마음이었을테니. 서로에게 조금씩 장난치며, 애정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가능하다면 조금 더 가까이 붙어있고 싶은 마음. 예전에는 여인이 그런 것을 바라지도 않았고, 설령 바란다고 해도 그 바람에 답해줄 수 없었다. 나는 어렸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여인의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들어 제 곁에 있고 싶도록 만드는 것도, 여인의 능청스러움에 반응해 더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가능하다. 여인의 바람에 답해줄 수 있다.
내가 여인에게 받은 두근거림의 크기만큼, 이젠 여인에게도 돌려주고 싶었다. 똑같은 두근거림을, 간질간질함을, 애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을 뿐이었을까.
"후후. 과연 어떨까. 다른 여자랑 같이 다니는 취미는 없지만, 여긴 상가가 많으니 동료들하고는 왔을지도 모르겠네에."
무한한 신뢰에 조금 뿌듯해졌기는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불안한 기색을 내보이는 여인이 귀여워 다시 한번 능청을 떨었다. 믿고는 있어도 불안한 거겠지. 어쩐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인의 감정이, 꼭 쥐어진 손을 통해 느껴졌으니까. 몇번 정도 여인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피한 채 대답해줄 듯 말 듯 여인을 놀리다가 결국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리며 여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을 것이다.
"벨라도 참, 귀엽기는. 내가 다른 여자랑 이런 곳을 와봤을리가 없잖아."
"내게서 처음을 뺏어간 사람은 유직 벨라뿐인걸.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라고, 귓가에 작게 속삭이고는 숨결을 불어넣으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인은 내게서 많은 처음을 뺏어간 사람이니까. 첫사랑, 첫키스, 첫날밤까지도. 그런데 첫 데이트를 누군가에게 빼앗겼을까 걱정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을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어차피 처음은 모두 여인이 될텐데 말이다.
"그럼 슬슬 저녁 먹으러 갈까? 사실, 이 근처이긴 하지만."
어느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 여인도, 그 자신도 배가 고플 때였을까. 예약해둔 식당이 이 산책로 근처에, 정확히는 여인과 자신이 있는 곳 근처에 위치해있기도 해서, 여인을 향해 가볍게 물어보았다.
>>328 다행이다. 헤헤. 미안해요 항상 이런 걱정 하고 있어서. (부비부빗)(키득) 으에에에. 이게 다 아스주에게서 배운건데 어째서어어(바둥바둥)(말랑) 아스주는 못된 사람이에요... 절 놀리는걸 너무 좋아하셔. (품이 파고들기) 아무리 그래도 2연속으로 이틀 텀은 좀 그래서 ㅎㅎ...(베싯) 슬슬 자야죠. 오늘은 3시에 잘 예정이에요.
문득 제롬과 처음 만났을 즈음이 여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때는 여인도 어렸다. 겨우 후계자 자리를 인정 받고 한시름 놓았던 때이기도 했다. 약간 내려놓은 마음에 틈새가 생겼었고. 그 틈새는 무엇으로도 누구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어린 여인은. 소녀는 생각했었다. 이것은 소녀가 이 자리를 얻기 위해 치른 대가라고. 그러니 영영 채워지지 않을 거라고.
그 얼마 뒤에 틈새에 꼭 맞는 아이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서조차 알지 못 하고.
여인이 일말의 불안함을 내비치는 것을 제롬은 분명 알았을 것이었다. 제롬이 하는 말이 능청인 것을 여인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알면서 저러다니. 그것이 능청임을 알면서도 여인은 조금 섭섭함이 들었다. 이 정도는 바로 대답해줘도 되지 않나. 그래서 조금 후에 제롬이 여인의 기분을 풀어주려 했어도. 아주 작은 심술의 싹이 이미 여인의 마음 속에 돋아버린 후였다.
"으응. 뭐. 동료들이랑 온 건 데이트가 아니니까. 그런 의미인 걸로 알게."
귓가로 불어지는 숨결에 어깨를 움찔 떨면서도. 약간은 까칠하게 대답한 건 그 때문이었을 지도. 여인은 숨결에 움찔거리느라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 김에 몸을 살짝 돌려 제롬의 품에 안겨들었다. 아무 말 없이 안겨서 품에 뺨을 부비며 몇 초간을 보냈다. 그리고 제롬이 뭔가를 하기 전에 쏙 빠져나와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어보였다.
"그래. 종일 걸었더니 다리도 좀 지치고. 지금 가면 딱 좋을 거 같아."
현재의 제롬이 능청을 잘 부린다면. 여인은 예나 지금이나 감추는 것이 능했다. 아무리 제롬에게 드러내는 부분이 많아졌다고 해도. 타고난 것을 벗어나지는 않는 법이었다. 지금처럼 어색함도 위화감도 없는 웃음을 지으며 제롬의 팔을 휘감아 팔짱을 끼는 모습처럼.
소년이 여인의 틈새에 꼭 맞는 아이였던 것처럼, 여인 역시 소년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던 유일한 존재였을 것이다. 어쩌면 그랬기에, 아이러니하게도 2년이나 서로의 마음을 두고 그렇게 길게 끌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서로를 아끼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관계. 하지만 결국에는 이어졌다는 것이, 두 사람에게는 행운이겠지.
그의 짓궂은 장난에 여인의 마음 속에 심술의 싹을 틔워버렸다. 당연히 그것을 눈치채지 못 할 제롬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여인의 마음속에 피어버린 싹은 제롬의 노력에도 지지 않았다는 것일까.
"농담이라니까. 이런 곳에 함께 오는건, 오직 벨라 뿐인걸."
까칠하게 대답하자 제롬은 잠시 쓴웃음을 지었다. 곤란한 기분이었다. 어쩌면, 여인이 삐져버린 것일지도 몰랐으니까. 어떻게 풀어줘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와중 여인이 갑자기 품에 안겨들면, 제롬은 당황과,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그렇게 많이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이마에 몇번 입을 맞추고는 쓰다듬어주며 한껏 애정을 표하려던 찰나, 여인이 품에서 쏙 빠져나가 허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럼 지금 가자아. 벨라는 어떤 고기가 좋아?"
아쉬움이 가시지는 않았는지 조금 뜸을 들이기는 했으나, 결국 여인이 팔짱을 끼는 것에 만족하며 그는 여인과 조용히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여인의 위화감 없는 웃음을 보며 그는 다행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을까. 감정을 감추는 것은, 한 조직의 장이 될 정도로 능력을 갖춘 여인의 특기였으니. 다만 제롬도 한구석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집에 가면 한번 더 사과해야겠다 생각했을 것이다.
제롬이 팔짱을 낀채 여인을 이끈 곳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호텔이었다. 분위기를 자아내는 어두운 조명에, 다른 호텔에선 보기 드문 이색적인 인테리어. 그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제 동료에게 추천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입구로 들어가 바로 보이는 계단으로 내려가자 그곳에는 지하에 있는 넓은 스케이트장이 한 눈에 보이는 위치에 식당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가 예약한 자리는 식당의 창가자리. 예쁜 스케이트장의 광경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예쁘지. 벨라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었어."
여인의 맞은편에 앉으며 마치 소년이었을 때처럼 해맑게 웃어보였을까. 그러고보면 소년 시절에도, 가끔 예쁜 것을 보면 꼭 간직해 여인에게 보여주고는 했다. 그 시절의 마음을 아직 잊지 못한 것일까. 머릿속을 스친 추억에 희미하게 미소를 짓다 그는 미리 세팅되어 있던 메뉴판을 펼치며 여인을 바라보았다.
"가장 맛있는건 채끝살과 안심 스테이크라던데. 벨라는 어떤게 좋아?"
여인이 알고 있는 고기는 대부분 메뉴판에 적혀있었을 것이다. 정말로 희귀한 것이 아니라면야. 그는 메뉴를 고르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여인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여긴 내 지인이 쉐프로 있는 곳이니까, 걱정 안 해도 괜찮아." 라며 작게 속삭였다. 여인이 과거에 독에 시달려 아직까지 기미하지 않은 것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여인을 안심시켜주려 말한 것이었다.
>>353 엣 제 업보가 맞다고 그렇게 쉽게 인정해버리시다니 아스주 넘햇(울뛰)(?) ㅋㅋㅋㅋ 아스 질투심을 자극하다가 역으로 당하게 생겼네 아이고야... 항상 믿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아스주가 걱정 안 하시도록 잘 하고 있을게요. (베시시)(맞쪽) 아스주도 바쁘시겠지만 몸건강 관리 잘 하시기에요!
>>356 기대할 만큼 대단한 건 안 할 거야. (쓰담) 심술을 조금 더 드러낼 뿐일까.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놓이네. 응. 걱정 많이 안 할게. 현생에 부담 될 정도로 무리하는 일은 없기야. 다른 것도. 어장도. 오늘은 먼저 들어가볼게. 들어간대도 할 일 하러 가는 거지만. 미리 잘 자. 제롬주. 좋은 꿈 꿔. 내일도 좋은 하루 되고.
여인에 제롬에게 예고 없이 안겼을 때. 제롬도 여인을 안아주며 애정을 표하려고 하는 걸 여인이 몰랐을까. 몰라서 그렇게 빠져나간 걸까. 단언코 그럴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빠져나간 건 어째서였을지. 아마 제롬도 어렴풋이 알고 있을 터였다. 금방 아무 일 없던 듯이 웃으며 팔짱을 끼고 태연하게 말하더라도. 알고 지낸 시간이 있는데. 모르는게 이상했다.
제롬의 허망한 표정이나. 여인의 행동에 아쉬워하며 뜸을 들인 것도 평소라면 놓치지 않고 물어봤을 부분이었지만. 여인은 그저 곱게 웃으며 팔짱을 걸고 같이 걸을 뿐이었다. 어떤 고기가 좋냐는 물음엔 단조롭게도 가봐야 알겠지. 라고 대답했고. 시선도 산책로에 오기 전에 비하면 제롬에게 향하는 횟수가 줄었다. 조금 더 차분히 앞을 보고 있달까. 전혀 어색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신경 쓰일 지도 모르는. 그런 모습으로 여인은 제롬이 예약한 호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예약된 레스토랑은 스케이트장이 보여 제법 낭만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었다. 게다가 제롬이 고른 자리는 그런 풍경이 더 예쁘게 보이는 자리였다. 앉아서 고개를 돌리자마자 보이는 은은하고도 화려한 풍경이 있어. 여인은 그 쪽을 얼마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롬을 보고 미소와 함께 말했다.
"응. 예쁘다. 미리 찾느라 고생 좀 했겠는 걸."
해맑은 미소와 잔잔한 미소는 언뜻 보기에 잘 어울렸다. 언뜻 보기에는. 여인은 미소를 띈 채로 메뉴판을 집어 펼쳤다. 다양하게 늘어선 메뉴들을 눈으로 훑는 듯 하다가. 금방 닫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제롬의 말에 대답했다.
"그런 거라면, 뭐든 괜찮을 거 같네. 제제랑 같은 걸로 할게. 제제의 지인이 쉐프로 있다면 잘못 먹을 걱정도 없고."
메인 외의 것도 제롬과 셰프에게 맡기겠다고. 여인은 그리 말하고 테이블에 팔을 올리고 살짝 턱을 괴었다. 그대로 제롬을 바라보는가 싶었지만. 옆으로 고개를 돌려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스케이트장의 풍경으로 시선을 두었다. 스케이트장에 사람들이 있었으면 그들이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고. 없다면 없는 대로 희미하게 냉기가 흐르는 빙판을 지그시 바라보았을 것이었다. 어딘가 생각에 잠긴 듯 하면서도. 어쩐지 말이 적구나 싶은 모습으로.
>>364 아스주가 너무 귀여우셔서 저도 모르게(?)(부비쟉)(볼쫩) 앗.... 저도 작년까진 그런 신세여서 잘 알아요... 매점이 없거나 있어도 코로나 때문에 못 가는 심정이란...(토닥토닥) 아스주는 항상 잘 챙기실 거라고 생각해서 안심이에요. 오늘은 이래저래 할게 많아서 답레는 내일 드려야 할 것 같아요...죄송해요...!
>>366 ㅎㅎㅎ 전부 다 귀여운데. 아스주 말이나 반응이라던가. 제롬주라는 단어는 대체 무슨 의미에요 그거..! (볼오물) 코로나...(흐릿) 이것 때문에 제가 듣던 고등학교 생활이랑 생각보다 많이 달랐죠... 네에에. 아스주도 바쁜 현생 파이팅이에요. 그래도 과외 끝나면 여기 붙어있을지도 모르겠네요.(끄덕)
>>367 그야 제롬주니까 제롬주라는 건데? 으에엥. (파닥)(볼홀쭉) 코로나 때문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게 학교 생활 같긴 하더라. 등교를 안 하는 것 부터가 그렇지. 이제는 등교 하는게 어색해보이고. 너무 붙어 있지 말고. 좀 쉬기도 하고 그래. (쓰담)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도 중요한 휴식이니까.
>>368 분명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에... 넘어가 드릴게요. 아스주니까. 귀여우셔라... (꾸왑)(볼쪽) 작년까지만 해도 격주로 등교했는데 이젠 매일 등교하는게 어색해요. 그리고 귀 뒤쪽이 아파아.... ㅎㅎㅎㅎㅎ 항상 챙겨주셔서 고마워요. 진짜로. (손에 부빗)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도 조금씩 챙기고 있으니 괜찮아요!
>>380 요새 정말 바빠보이세요. 아이구...(꼬옥)(토닥) 응응 저녁에는 간단하게 맛있는거 드시고 다시 힘내시기에요. 앗 따땃하게 난방에 데워진 아스주 이불말이 해드리고싶어...! 사실 지금도 독서실이에요. 우산 챙겨왔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걱정해줘서 항상 고마워요(볼쪽)
여인의 사소한 변화에 그는 살짝 놀랐는지 열심히 여인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한다. 아니, 과연 사소한 변화일까.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라던가, 부쩍 줄은 자신에게 향하는 눈길의 횟수만 봐도 사소하지는 않은 변화였다. 여인이 이렇게 바뀐 이유는, 아마 아까 자신이 했던 장난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는 조심스레 추측했다.
원인을 알았지만 눈치를 보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불안했던 탓이다. 여인이 제롬에게 가졌던 불안함처럼, 제롬 역시 여인에게 불안함을 가졌다. 그것은 여인이 자신에게 실망했을까 하는 불안함과, 오늘 일 때문에 더 이상 제 쪽으로 시선을 안 주는게 아닐까 하는 망상, 그리고 혹시나 여인이 이 일 때문에 자신과 말하는 것조차 싫어한다면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들. 제롬 스스로도 그것들이 비약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인이 잠시 시선을 거둔 것만으로도 그런 생각이 일순 스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제롬에게 있어 여인은, 이미 그런 존재가 되어있었으니.
불안감과 초조함에 가슴이 죄여왔다. 물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단조로운 대답뿐이라 더욱 그랬다. 그는 답답한 기분을 느끼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여인의 감상에 더더욱 낯빛을 어둡게 만들었다.
“벨라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었으니까. 별 고생은...”
아니었다. 그는 속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에 말을 멈추고 여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해맑은 미소는 잔잔한 미소를 마주하고는 순간 모습을 감춘다. 표정이 굳은 탓이었다. 여인의 잔잔한 미소는 여느 때와 같다. 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냉기는 분명 창문 밖의 빙판 때문이 아닐 것이다.
제롬이 입을 다물자 둘 사이에는 조용한 적막이 흐른다. 여인은 어쩐지 말이 적다 싶은 상태로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제롬은 그 모습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으니. 창문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미약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게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주변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이 식사하며 내는 조곤조곤한 이야기소리가 둘 사이를 채워나갔다. 서로의 소리가 아닌 타인의 소리가 둘 사이를 침범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던 그는 결국 입을 떼어낸다.
“많이 화났어?”
여인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확신할 수는 없었던 탓에 좀처럼 말을 꺼내지 못 하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으면 상황 역시 진전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결국 그는 조용히 이야기를 꺼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여인에게는 다소 뜬금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지금 이외에는 기회가 없다고 느껴졌다.
“아까 장난이 조금 심했지..? 미안해..”
제롬의 목소리가 살짝 기어들어갔다. 자신이 잘못한 일이라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또한, 아까부터 이어져온 그 ‘쓸데없는 망상’이 그의 불안감을 부추기기도 했고. 이런저런 생각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그는 조용히 여인을 쳐다보며 조심스레 사과를 건넸다. 그러면서도 여인의 눈치를 보는 것이 커다란 강아지가 주인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모습처럼 느껴졌을지도. 그것을 보며 어떤 감상을 느꼈을지는 오직 여인만이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사적인 자리든. 공적인 자리든. 여인은 자리의 분위기를 이끌곤 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자리에서건 대화를 주도하며 흐름을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한 조직의 장으로써 익혔고 타고난 재주였다. 그리고 여인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이끌던 분위기를 놓아버리면 어떻게 되는지.
호텔로 와서 식당에 들어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그나마 간간이 이어지던 대화는 제롬이 입을 다무는 것으로 끊겼다. 여인이 말수를 줄인 것도 이유였을 터였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진 공간은 일순 침묵하는 것 같았지만. 서서히 주변의 소리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차오르는 소리로 인해 점점 서로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여인은 그걸 묵과하고 있었으나. 제롬은 그럴 수 없었는지.
문득 들려 온 제롬의 목소리에 여인이 고개를 살짝 돌려 제롬을 바라보았다.
"음?"
화가 났던가. 여인은 잠시 생각했다. 자신이 화를 내고 있었던가. 그러는 사이에도 제롬은 시무룩한 표정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말해왔다. 미안하다며 눈치를 보는 제롬을 보고 여인은 그만 피식 하고 실소했다. 조금 전까지 화인지 무엇인지 났었을지도 모르지만. 저런 모습을 보면 났던 화도 사그라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인은 실소를 머금은 얼굴 그대로 고개를 완전히 돌렸다. 반듯하게 앉아 맞은 편의 제롬을 바라보았다. 웃는 듯 아닌 듯 미묘한 곡선을 짓던 입술이 천천히 움직여 말했다.
"어머. 그냥 미안하다면 다야? 뭐가 미안한지는 알고 미안하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네."
장난기는 거의 없고. 그렇다고 너무 쌀쌀맞지도 않아서. 말의 내용과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의 목소리였다. 평소의 제롬이라면 쉽게 눈치 챌 차이였지만. 아마 지금은 아니지 않았을까. 휴. 거기에 한 술 더 뜨듯 여인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시선을 슬쩍 아래로 내리깔며 중얼거렸다.
"됐어. 제제는 아직 어리니까. 미숙할 수도 있지. 그런가보다 할게."
그런 말을 하고 여인은 다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턱을 괸 손으로 입가를 약간 가린 모습이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보였지만. 실은 금방이라도 올라갈 것 같은 입꼬리를 가리려는 행동이었다. 아래로 내린 시선도 자꾸 제롬에게 향하려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이었다.
여인의 웃음은 다양한 의미를 품었다. 무릇 집단의 장이라고 하면 하나의 행동에도 다양한 뜻이 깃드는 법이었으니까. 그것은 조용한 기쁨의 표현일 수도, 어색한 상황을 넘기려는 능청스러움이었을 수도, 아니면 상대를 비꼬는 조롱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제롬이 보는 지금 여인의 웃음은 그 어느쪽도 아니었다. 자신이 화났다는 것을 드러내지는 않되, 숨기지도 않는. 한마디로 말하면 제롬을 책망하는 듯한 미소였다.
물론 그렇게 느낀 것은, 전적으로 제롬이 착각했던 탓이지만.
실소가 내뱉어지는 것에 그는 몸을 움찔거렸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뒷세계에 살며 그는 평범한 소년이라면 겪지 못할 것도 숫하게 겪어왔다. 개중에는 죽을 뻔한 고비도 당연히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순간, 그 사람은 제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인 동시에, 가장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애인이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을까, 늘 마음을 졸이는 본인을 발견했으니.
“알고는... 있어.”
말의 내용과 목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평소라면 알아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그는 한껏 여유가 없어진 상태였다. 눈치채기는커녕 여인의 눈치를 보듯 힐끔거리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가보다 할게. 라는 목소리가 떨어지자 그의 몸이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표정이 더더욱 굳어지고, 살짝 하얘지기까지 한다. 정작 여인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너무 심한 장난 쳐서... 화나게 만들어서 미안해... 난 벨라가 조금, 아주 조금 질투하는걸 보고싶어서...”
작게 중얼거리던 그는 여인이 고개를 돌리자 테이블 위에 올려둔 손을 꼼지락거렸다. 다시 저 시선을 제 쪽으로 향하게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여인의 팔을 향해 손을 뻗으며, 손 끝으로 여인의 팔을 가볍게 쥐려고 했다.
“...미워하지 말아줘...”
다급해진 마음에 나와버린, 어쩌면 제롬이 가진 가장 날것의 감정. 여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내뱉으며, 그는 살짝 물기어린 눈으로 여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많이 바쁘신 것 같으니 답레는 일 다 끝나시고, 푹 쉬고 힐링하신 다음에 천천히 주세요. 아직 밤샘하시고 계시려나요. 오늘 일도 힘내시길. 그리고 조금이라도 좋으니 눈 붙이고 쉬실 수 있으시길 바랄게요.
원래라면 답레를 가져왔을 타이밍이지만. 답레 대신 이런 말을 꺼내서 되서 미안해. 제롬주. 본론만 풀자면 나는 더이상 이 어장을 이어갈 수 없어졌어. 더는 아스타로테와 제롬의 장면이 떠오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야. 답레를 쓰기 위해 한시간을 앉아있어도. 첫 줄도 못 쓰게 되어버렸어. 최근 내 현생 일을 치르면서 머리가 정말 복잡하고 그랬는데. 그것 때문에 둘에 대해 이 이상 그려내지 못 하게 된 것 같더라. 음. 전적으로 내 탓이라는 거야. 그러니 제롬주가 자책하거나 하진 말아. 제롬주는 정말 아무 잘못도 없으니까. 마음껏 나를 탓하고 원망해. 그리고 내가 한 말들도 못 지켜서 미안해.
그렇군요... 최근에 아스주가 많이 바빠보이셨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스주랑, 아스랑 그동안 돌려서 즐거웠어요. 저도 모자란 점이 많았어서 죄송한 만큼 아스주를 원망하지도 않으니까, 아스주도 자책 안 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스주. 그동안 바쁘셨던 만큼 당분간 푹 쉬실 수 있길 바라고, 몸조심 하시길. 그리고 나중에 또 익명으로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