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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zhGzKKFLk

2022-03-13 05:34:05 - 2022-04-27 17:04:02

0 ◆rzhGzKKFLk (/vdHZFjZWU)

2022-03-13 (내일 월요일) 05:34:05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그대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 이유를

용혜원, <봄 꽃피는 날> 中

시트:
>>1
>>2

507 랑 - 현민 ◆76oY4.po8o (s8/GM6zNfA)

2022-04-08 (불탄다..!) 16:12:20

커플반창고네- 같은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던 랑은 네 반응이 없자 그제서야 너를 바라보았다. 똑같은 반창고를 붙이고 있으면 귀여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싶어서 조금은 늦게서야 시선이 너를 향한다. 그렇지만 시선이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네가 얼굴을 양손으로 폭 가리고서 있으니까 눈이 마주칠 수가 없다. 랑은 커플 반창고를 한게 그렇게 부끄러운가- 생각하다 문득, 방금 치맛자락을 걷어낼 때 옆에서 네가 흠칫거렸던게 생각났다. 분명 저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 야, 치맛자락을 그렇게 함부로...
- 누가 보면 아예 걷어버린 줄 알겠다!


작년, 너에게 넘어지며 처음 만났던 그 다음날- 등교길에서 깐쵸를 쫓아가다 너와 함께하게 된 등교길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랑은 그때 생각이 나서 까르륵 웃어버렸다.

"나 반바지 입으면 아예 못 보겠다~."

쿡쿡 놀리는 소리가 짓궂었는데 그러면서 랑은 움직였다. 바로 옆에 앉아있으니 보지 않더라도 랑이 움직이는걸 기척으로 느껴진다. 얼굴을 덮은 손을 코앞에 둘만큼 가깝게 다가가서, 쪽 그 손등 위로 입맞추었다.

"아까 고맙다며- 밴드 붙여줘서 고마우면 얼굴 가리는 거야?"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가깝다. 랑은 네가 손을 거두기를 기다리는 듯 좁힌 거리를 다시 벌리지 않았다. 네가 손을 거두면, 그때서야 원래 있던 거리만큼으로 돌아가서 방긋 웃어주겠다.

508 랑주 ◆76oY4.po8o (i.EDkj/tsg)

2022-04-08 (불탄다..!) 16:17:45

픽 잠들었다.... 현민주는 잘 잘을까
아참 내일 약속이 있어
오전부터 오후까지 걸쳤어 @@

응 그림 예쁘지
뻔한 클리셰지만 바닷가에서
밀짚모자 바람에 날라가는 것도 보고싶어
현민이 모자가 날라갔는데
마법처럼 랑이한테 떨어지면 좋겠다
반대도 좋아

509 현민 - 랑 ◆rzhGzKKFLk (H8ZFuHlqC.)

2022-04-08 (불탄다..!) 23:39:05

으악, 잔소리이이. 하고 놀리듯 질색하는 시늉을 내는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한 것 같았다. 문득 작년 늦가을, 너와 함께 걸었던 그 등교길이 새삼 생각나서 현민은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따뜻해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 얼굴 말고는 스스로의 체온을 실감해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왜인지 가슴 속이 따뜻한 것 같다. 다시 한 번 실감이 난다. 그리고 자신이 왜 자기도 모르게 자기 얼굴을 가려버렸는지도 조금 알 것 같다.

물론 그런 마음은 아랑곳없이 너는 반바지 입으면 아예 못 보겠다며 까르륵 웃기에 바쁘다.

"그게 반바지랑 같냐." 현민은 궁시렁댔다. 확 내가 치마를 입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손에 얼굴을 파묻고 궁시렁대느라 현민은 네가 너무 가까이 다가와서야 이 부시럭대는 소리가 너무 가깝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러나 눈치챘을 때는 이미 네 입술이 그의 손등 위에 따뜻한 흔적을 남긴 뒤였다. "......"

소근소근 장난스레 추근대는 목소리가 물러나지 않고 있다. 현민은 손가락을 삭 벌려 너와 눈을 마주쳤다. 네 푸르른 눈과, 손가락 사이로 그의 까만 눈이 보인다. 그러다 그는 불시에 얼굴에서 손을 뗐다. 그렇지만 그 손은 천만뜬금없이도 아래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네 양 볼로 쑥 뻗어왔다. 그의 오른손이 감싸안은 네 뺨에서 네가 붙여준 반창고의 감촉이 느껴진다.

그리고, 네 입술 위에 다시 한 번 그의 입술이 쪽, 하고 내려앉았다.

"이거 참았다, 왜."

온통 빨개진 얼굴로 툴툴대며 현민은 너를 놓아주었다.

510 현민주 ◆rzhGzKKFLk (H8ZFuHlqC.)

2022-04-08 (불탄다..!) 23:39:49

( x x) (철푸덕)

511 랑 - 현민 ◆76oY4.po8o (sT0Y4y1XK.)

2022-04-09 (파란날) 00:31:33

"다르지- 반바지가 훨씬 짧고 이게 훨씬 더 기니까."

그렇기 때문에 네가 아예 못 보는 거 아냐- 하고 말했던 랑은 고개를 갸웃였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이는 것도 잠시뿐이었고, 네게 쪽 입 맞추고서는 너와 눈을 맞추며 웃는다. 쪽 하고 네게 노크를 한 것처럼, 네가 손가락 사이를 벌려 눈을 마주쳐오니 랑은 곱게 눈웃음지었다. 일부러 활짝 웃음짓지는 않고, 생글생글 너의 검은 눈을 조금 비치도록 남겨둔 호선 눈매가 초승달을 대신에 밤하늘에 떠올라도 될 것 같았다.

"잠-"

잠깐만- 전부 말하지 못하고 눈을 꼭 감았다. 랑은 네가 두 뺨을 쥐었을 때 점심시간의 일을 떠올렸고, 설마 하는 생각에 네가 가까이 다가올 때 눈을 꼭 감아버리고 말았다. 조금 몸을 떨었을지도 모르고 그만큼이나 긴장해버린 것이다. 너와 어색하게 굴고 싶지 않아서 다름없게 행동하지만 의식해버리면 순식간이었다. 다행이라고 해도 될지, 랑이 상상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김칫국 엄청 마셨잖아- 하고 랑은 새빨갛게 변했다. 물든다거나 번진다는 표현을 갖다붙이기에는 불타오르듯 화르륵 빨갛게 열이 올라버렸다. 이번에는 랑의 얼굴이 손 아래로 숨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 손과 얼굴색의 대비가 너무 뚜렷했다. 얼굴은 너무 뜨겁고 손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얼굴을 가리는 걸로도 모자른지 랑의 등이 동그랗게 굽는다. 고개를 떨구면서 어디에 숨고 싶은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럼 계속 참았어야지~."

랑이 먼저 네가 가리고 있는 얼굴 위로 입맞추어서 일어난 일인데도, 그런 오해를 해버린게 부끄럽고 민망해서 랑은 괜히 네게로 원망 아닌 원망을 한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지- 해주길 기대했다거나, 또 하고 싶었다거나, 사랑하는 기분이 사랑받는 기분이 좋았다거나 그럴듯한 이유를 머릿속에서 늘어놓고 찾아보지만 역효과였다. 이러다가는 머리에 열이 너무 올라 쓰러질지도 모를 것 같아진다.

512 랑주 ◆76oY4.po8o (sT0Y4y1XK.)

2022-04-09 (파란날) 00:32:30

오늘 많이 바쁘고 힘들었나보네 @@
고생많았어 고마워
쉬고 있으면 좋겠네

513 현민주 ◆rzhGzKKFLk (cXjpJbBscc)

2022-04-09 (파란날) 00:33:25

내 달아 내 태양아.........
(결국 주접이 폭발해버리고 마는데)

514 현민주 ◆rzhGzKKFLk (cXjpJbBscc)

2022-04-09 (파란날) 00:33:49

쉬고 있어 ( u u)
랑주도 고생많았어
어서와

515 랑주 ◆76oY4.po8o (HQR32nW5Gk)

2022-04-09 (파란날) 00:37:44

달도 태양도 랑이라니
태양은 현민이 하자
태양에 닿아 녹아도 좋아 @@
쉬고 있으면 다행이다
요즘 부쩍 바빠보였으니까....

516 현민주 ◆rzhGzKKFLk (cXjpJbBscc)

2022-04-09 (파란날) 00:43:21

...( 8 8)
생활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

현민이
좋아해줘서 다행이야
항상 늦어서 미안해

517 랑주 ◆76oY4.po8o (t2KwCQzYBQ)

2022-04-09 (파란날) 00:45:52

와줘서 고맙지 @@
오히려 여기 때문에 쉬지도 못할까봐
그게 더 걱정스러워
쉬어도 괜찮으니까 힘들면 말해줘

현민이?
안 좋아할 수가 없으니까 ㅎ.ㅎ

518 현민주 ◆rzhGzKKFLk (cXjpJbBscc)

2022-04-09 (파란날) 00:49:43

여기서 쉬고 있습니다만 (엄격, 근엄, 진지)
랑주야말로 현생 일이 너무 피곤해서
현민이가 아니라 잠이 더 필요하다거나 하면
얼마든지 쉬러 가
좋아하는 것과 필요한 건 다른 거니까

지금은 랑이가 필요합니다 (진지)

519 랑주 ◆76oY4.po8o (GREakJvLGg)

2022-04-09 (파란날) 00:56:37

내일 약속이 있긴 한데
아직은 괜찮아
랑이가 필요하다면

랑이 : (깜빡깜빡)
랑이 : (팔 벌리기)

520 현민주 ◆rzhGzKKFLk (cXjpJbBscc)

2022-04-09 (파란날) 01:07:11

자야 될 것 같다 싶으면 언제건 자러 가
나는 랑이랑 랑주 만난 것만으로 좋아

현민: (부둥)
현민: (볼부비부비)

521 현민 - 랑 ◆rzhGzKKFLk (cXjpJbBscc)

2022-04-09 (파란날) 01:12:58

길이의 차이가 아니라 형상의 차이다만 현민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말하기로 했더라도 말을 이을 수 있었을지는 불명이다. 네 눈웃음에 정신이 팔려버렸기 때문이다. 손가락 너머로 보이는 네 푸르른 눈동자가 곱게 눈웃음지어지니 포름했다. 떴을 땐 하늘이더니 살짝 감기니 달이다. 새삼, 생각했다. 예쁘구나, 너. 어쩌면 그가 얼굴에서 손을 치웠을 때 대뜸 네게 입을 맞춰버린 건 반격의 의미뿐만 아니라 새삼 다시 느낀 너에 대한 애정이 마음 속에서 넘쳐나온 걸 너한테 안겨주기 위함도 있었을 것이다. 너 예쁘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하늘같은데 눈웃음을 지으니까 초승달 같아... 같은 말을 하는 낯간지러운 재주는 현민에게 없었으니까.

대신에 그는 팔을 벌렸다. 이번엔 자기 차례라는 듯 손에 얼굴을 파묻고 계속 참았어야지, 하고 툴툴대는 네 어깨를 감싸안아 품 안에 기대어누이려 한다. 어디에 숨고 싶어하는 너를 위해 너에겐 항상 숨을 곳이 있었다. 다만 그 숨을 곳이 이번에 너를 숨고 싶게 만들어버렸다는 게 문제겠다. 현민은 나무꾼처럼 널 숨겨주려 했다. 숨을 곳이 수풀이 아니라 그의 품이고, 네가 사슴이 아니라 선녀였다는 게 동화와는 조금 다르지만. 네가 안겨들어온다면 현민은 널 품에 마음껏 기대게 두고 벤치에 기대었겠다.

"미안. 못 참았어."

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전에는 이렇게 자신이 내어놓는 반격에 네가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면 이쪽도 한방 먹였다는 통쾌함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보다는 그런 네가 사랑스럽고 귀엽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역시 병에 걸려도 단단히 걸렸다. 평생을 걸려도 낫지 않을 병에 걸렸다.

"-집에 갈 준비 되면 말해줘."

522 랑주 ◆76oY4.po8o (0uWk2LZnps)

2022-04-09 (파란날) 01:14:39

응 그럴게 고마워

랑이 : (말랑)
랑이 : (말랑말랑)
랑이 : (고개 옆으로 돌리면 현민이 뺨에 쪽)

523 현민 - 랑 ◆rzhGzKKFLk (cXjpJbBscc)

2022-04-09 (파란날) 01:18:18

볼부비부비 좋아...... (행복)

현민: 웃.
현민: (이마에다 쪽)
현민: ...좋아해.

524 랑주 ◆76oY4.po8o (4jKOOF6..Q)

2022-04-09 (파란날) 01:24:08

답레 쓰다 잠들 상태라는게 싫다 ㅠ.ㅜ
약속이 오전에 걸쳐서.....
답레는 못 쓸 거 같아

현민이 랑이가 격하게 빨개진 이유는
모르는 거려나

랑이 : 알고 있어.
랑이 : 다 티나. (베시시)
랑이 : (뺨 말고, 이마 말고, ...)
랑이 : (코끝에 쪽)

525 현민 - 랑 ◆rzhGzKKFLk (cXjpJbBscc)

2022-04-09 (파란날) 01:37:59

일부러 서술안했지롱(악마)

무리하지 말구 이제 자러 가자
느긋하게 줘 느긋하게

현민: (눈 꼭감고 쪽 받아준 다음 눈 뜸)
현민: ...나도라곤 안 해줘?

526 랑주 ◆76oY4.po8o (GNMYfjLbZQ)

2022-04-09 (파란날) 01:44:10

랑이 : 다른 거 할래.
랑이 : 사랑해-
랑이 : (또 남은 곳이-)
랑이 : (목덜미에 쪽)

웅 고마워
내일 밤에 볼 수 있으면 보자
잘 자..... 자러가볼게

527 현민 - 랑 ◆rzhGzKKFLk (cXjpJbBscc)

2022-04-09 (파란날) 01:45:20

잘 자
좋은 꿈 꾸고 ( u u)

현민: ... (빨개짐)
현민: 나도.
현민: ......여기도 남았잖아.
현민: (버드키스 쪽)

528 랑주 ◆76oY4.po8o (GpzK9.7.oU)

2022-04-10 (내일 월요일) 00:43:37

예상외로 술 엄청 마셨어
이렇게 마실 생각 없었는데 ㅠ.ㅠ
기다렸을까봐 미안해
쉬고 있길 바라고 잘 자며 좋겠다
내일 답레랑 올게

529 랑 - 현민 ◆76oY4.po8o (nPsqQdavKQ)

2022-04-10 (내일 월요일) 16:49:39

네 손길에 이끌려서 랑은 네 품으로 폭 빠졌다. 너를 마주 끌어안아주지 못할만큼 부끄러워서, 랑은 네게 꼭 기대기만 한다. 네가 말한 집에 갈 준비는 얼굴을 가릴 만큼 열이 올라버린게 어느정도 가라앉으면 알려달라는 것일텐데, 금방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처음이라는 건 쉽사리 소중하고 애틋하게 여겨졌고, 랑도 그랬다. 이미 너이기 때문에 잊을 수 없을 일인데, 너와 함께 하는 처음은 너무나도 많았고 오늘도 새로운 처음을 하나 새겼다. 그 때문에 발갛게 익어있자니 네가 안아주었던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이었고, 지금 네가 안아주는 것이 그때와 흐름이 똑같아서 더 똑똑히 기억나고 만다. 맞닿아서 느껴지는 랑의 심박이 너무 빨랐다. 손은 얼굴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고, 대답도 전부 고갯짓으로 대신했다. 그나마도 한번 뿐이었다. 집에 갈 준비 되면 말해달라니 끄덕거린 한 번이 전부였다.

"현민아."

실제로는 짧은 시간이었을텐데, 랑은 네게 오랫동안 기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손에 느껴지는 뺨의 온기는 뜨겁고, 심장은 쿵쿵 울리고 있어서 너를 살며시 불렀다.

"나, 준비가 안 돼-"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몰라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목소리가 작았다. 나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그래서 네가 편하게 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돼- 어떡하지- 네가 전부 말하진 못한 문장들이 애가 타서 발음이 또렷하지 않았다.

530 랑주 ◆76oY4.po8o (nPsqQdavKQ)

2022-04-10 (내일 월요일) 16:54:43

랑이 : 내 사랑은 너니까, 사랑해는 현민해라고 해도 되겠다.
랑이 : 현민해~. (까르륵)
랑이 :
랑이 : (빨간색)
랑이 : 입술은 마지막으로 남겨둔거였는데.
랑이 : (눈물점에 쪽)

531 현민 - 랑 ◆rzhGzKKFLk (.DfyWPcoIE)

2022-04-10 (내일 월요일) 21:10:24

갈팡질팡하는 목소리들 사이로 집에 가고 싶은데- 하는 말이 들렸다. 너희 집에 가고 싶은데, 라고 말했는데 너희라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걸까, 아니면 어느샌가 우리 집이 너희 집보다 더 중요한 의미로 너에게 남겨져버리고 만 걸까. 집이나 가족 이야기를 꺼내면 네 민둥민둥 해맑게 웃는 미소가 아무런 반응도 없었던 것을 현민은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집보다 더 집같은 존재가 된 것인지, 아니면 랑의 집이 자신보다도 덜 집같은 존재인 건지. 아니 어쩌면 둘 다일까.

"응."

그러나 그걸 굳이 꼬치꼬치 캐묻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아직 네게 아픈 상처다. 무릎에 아직도 자잘히 남아있는 상처나 자신의 손에 난 잔 상처보다도 훨씬 아프고 깊은 상처다. 괜히 건드렸다가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 혼자서는 너의 그 상처에 닿지 못한다. 그저, 준비가 안돼, 하고 허둥지둥하는 너의 목소리에 널 끌어안은 채로 어깨를 두드려줄 뿐이다.

"우리, 시간 많아. 천천히 가자."

침착하고 나직하게 그는 네게 속삭였다.

"다 괜찮을 거야."

532 현민주 ◆rzhGzKKFLk (.DfyWPcoIE)

2022-04-10 (내일 월요일) 21:11:52

돈은 벌었으나, 쉬지는 못했다..
숙취가 심하겠네
좀 괜찮아?

현민: ... (마주 빨간색)
현민: ......
현민: 나는 말하기 쉽네. 글자 하나만 빼면 되니까.
현민: (입모양으로만 사, 라고 말하고는 뒤의 두 글자는 소리내어)랑해.
현민: (눈꼭감) (뽀뽀당함)

533 랑주 ◆76oY4.po8o (lvx2pFgzHQ)

2022-04-10 (내일 월요일) 22:20:25

현민이 눈치빨라
랑이가 집이라고 하면
당연하게 현민이네 생각하는거
알아채려나 싶었는데
랑이도 자기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숙취... 그럭저럭 괜찮아 ㅎ.ㅠ
걱정해줘서 고마워

랑이 : ...이름 불러주는 거 좋아.
랑이 : 목소리도 좋아.
랑이 : 네가, (현민이 손 붙잡기)
랑이 : 좋은 거지만. (끌어올려서 뺨에 올리기)
랑이 : (따뜻) (말랑) (부빗)
랑이 : 오래, 오래 사랑해줘. (가져온 현민이 손바닥에 입술 꾹- 쪽)

난 랑이를 계속 랑이라고 불러서
랑이해- 라고 생각했어
사, 랑해라니 위험하다

534 현민주 ◆rzhGzKKFLk (.DfyWPcoIE)

2022-04-10 (내일 월요일) 22:48:00

( 8 8)... 으아아아앙
랑아 랑아아아아아아
(오늘도 결국 랑이를 부르짖고 마는)

어쩌다 무리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좀 괜찮아졌다니 다행이네

현민: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현민: 내 사랑은 너로 시작해 너로 끝나*.
현민: 나도 너한테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 사람일지가 걱정일 뿐이야.
현민: 너도 같은 걱정을 할까 봐 말해두자면, 너는 나한테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해.

*2NE1, "너 아님 안돼"

현민이가
언제는 안 위험했습니까

535 랑 - 현민 ◆76oY4.po8o (VI66a9jszc)

2022-04-11 (모두 수고..) 17:03:16

house와 home이 갖는 차이점이 있었다. 랑에게 home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너였고, 그래서 네 옆자리, 네가 사는 집- 너의 방을 더 편안하게 여겼다. 쉴 수 있는 곳, 돌아가야하는 곳에 랑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생각나지 않았다. 너무 당연하고 익숙하게 랑의 자리는 네 옆자리라고 생각했다. 의식하고서 생각하는게 아니어서 그저 랑은 네 토닥임에 드디어 손을 내렸다. 여전히 좀 따뜻하긴 하지만, 네가 얼마나 졸려했는지 알고 있고- 너무 유난떠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에 비해 너무 심하게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거나, 연인끼리 할 수도 있는 애정행각인데- 이제서 너를 마주 안았다.

"응."

꾸욱- 하고 지그시 말랑거린다. 한 번 꼭 마주 안았다가 천천히 떨어진다.

"이제 우리 집 가자."

우리가 we로 쓰였는지, our로 쓰였는지는 미지수다.

"영화 볼 시간도 없겠다-"

오늘 방과후는 너와 영화를 보다가- 잠들어버리면 잠들어버리기로 약속한 날이었으니까, 랑은 너와 눈을 맞추고 배시시 웃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이제 가자- 하고 말하는 대신이었다. 가방을 다시 메고, 너와 손을 잡고, 교문을 벗어나 걸어가다보면 깐쵸가 어슬렁거리고, 랑이 집으로 돌아가는 하교길 풍경은 언젠가부터 그렇게 바뀌었다.

536 랑주 ◆76oY4.po8o (Q/Hiu10XfQ)

2022-04-11 (모두 수고..) 17:10:20

현민주야말로 바빴는데 쉬지도 못하고 ㅜ.ㅠ
괜찮아? 오늘은 좀 쉴 수 있었으려나

어쩌다 무리했냐면.....
친구의 전 애인 이야기를 듣다 속이 타는데
자리에 있던 모든 친구들도 같은 상태가 됐지 ㅎ.ㅋ.....
속이 탄다고 마신게 물이 아니었던 거지......

랑이 : 나는,
랑이 : (소근소근.) 너한테만 이러는걸.
랑이 : (빤히 쳐다보기)
랑이 : 너처럼 사랑스러운 사람 또 없어. (방글)
랑이 : (또 손에 뺨 부빗거리기)

언제나 위험했지
법과 도덕과 양심에게 고마워
늘 랑이가 현민이만큼 사랑스러울지 의문이야
랑이가 현민이만큼....? 현민이만큼?
가능한건가 그거

537 현민주 ◆rzhGzKKFLk (56Lz9U./.g)

2022-04-11 (모두 수고..) 23:32:48

아........니오.....

아, 그건 인정이지
어쩔 수 없네

현민: ...(꼬옥)
현민: 나, 평생을 너를 앓겠구나.

그건 랑주가 보는 랑이니까
그런 의문이 드는 거야
내가.. 왜 일댈을 찔렀겠나요
감사합니다 물어주셔서

>>>>>>우리가 we로 쓰였는지, our로 쓰였는지는 미지수다.<<<<<<
어우 진짜(죽음)

538 현민 - 랑 ◆rzhGzKKFLk (56Lz9U./.g)

2022-04-11 (모두 수고..) 23:32:56

현민은 네가 행복하길 바랐다. 정확히는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랐다. 자신이 최고의 행복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고 그렇게 되었지만, 유일한 행복은 아니었으면 했다. 너를 네 집에 바래다줄 때 네 표정이 좀더 밝기를 바랐고,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수다떠는 시간이 더 길었으면 했다. 그 정도는 충분히 양보해줄 수 있었다. 물론 자신같이 작년까지만 해도 고요한 인간혐오에 사로잡혀 차근차근 스스로를 고립해가던 녀석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너는 자신이 아니지 않은가... 네가 땅에서 무엇에 쫓겼길래 땅에서 발을 떼고 구름처럼 하늘에 둥둥 떠 있었던 걸까. 자신이 다 쫓아내주고 혼내줄 수 있을 텐데. 네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텐데.

그러나 현민은 과욕을 부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만족하기로 했다.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이 행복을 나누는 것.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품을 내어주는 것. 네가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 그것만으로 행복하기엔 충분하니까. 네가 자신에게 그렇게 되어주었듯이 자신도 네게 충분한 행복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그것은 못내 다행스럽고 행복했다. 품 안에 말랑말랑 와닿는 네 뺨이 따뜻해서 현민은 풀어진 웃음을 느슨하게 지었다.

"─그래, 우리 집에 가야지."

현민은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오전 영어시간에 중의적 표현에 대해서 배웠었던가. 현민은 너와 마찬가지로 we인지 our인지 분명하지 않은 대답을 함으로써, 너를 몸뿐만이 아니라 말로도 꼭 끌어안아 주었다. 다 괜찮다고.

"뭘, 아직 해도 다 안 졌는데."

하며 그는 너를 따라 벤치에서 일어섰다. 봄에 접어들며 해가 길어졌다. 하굣길의 태양이 이제서야 어물쩍거리며 간을 보고 있는 정도였으니. 어느덧 너와 함께 돌아가는 이 하굣길도 너무 익숙해져서, 어느덧 그것마저 자신의 일부가 되어있어서 현민은 조금 웃었다. 웃으며 깐쵸를 안아들어 어깨에 태웠다. 깐쵸는 이따금 네 어깨로 옮겨 올라타곤 했다. 하굣길의 끝에 너와 그를 반기는 건 항상 아파트단지가 아니라, 붉은 벽돌로 지은 꽤 클래식한 집들이 늘어서 있는 베드타운이었다. 집 앞 사거리 마트 앞에서 깐쵸를 배웅해주고, 현민은 언제나 그렇듯 익숙한 손길로 패드락 번호를 눌렀다. 이젠 너도 현민의 집의 패드락 번호를 알고 있을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그의 집이 너의 집보다 더 집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가 거기에 있고 네가 하굣길마다 그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서일 뿐은 아닌 것도 같았다. 그의 집의 인테리어는 대단히 안락한 편이었으니까. 기울어지는 햇살이 헤링본 패턴으로 시공된 나무 마룻바닥과 화려한 무늬가 수놓인 양탄자는 언제나 그렇듯 그 모양 그대로 어린 두 여행자를 반기고 있었다.

"간식이라도 좀 가져올까? 두부과자 어때."

너와 함께 간식을 먹을 때면 그는 운동특기생의 본분을 종종 망각하곤 했지만, 오늘 점심에 먹부림을 하도 화려하게 부린지라 오늘은 좀 자중하려는 모양이다.

539 랑 - 현민 ◆76oY4.po8o (Adar26Vd7c)

2022-04-12 (FIRE!) 18:47:12

랑은 행복하다. 너로 인해 더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 랑에게는 네가 행복이었고, 아무런 행복도 쥐지 않고 있을 때 다가와준 너만으로 충분했다. 너를 욕심내는 것만으로도 과욕이라서, 랑은 다른 행복은 바라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는 이상 떠나지 않을테니까, 랑은 네 손을 쥐고 있는 것으로 괜찮았다. 네게 해줘야할 이야기들을 지금처럼 묻어버린 채, 모른 척 너하고만 있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어, 아무도 좋아해주지 않아, 너 하나밖에 없어- 라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건 입이 썼다. 가시공을 삼키는 기분이다. 말해야 하는데, 알려줘야 하는데- 지금 이렇게 행복하니까 조금만 더 나중에 말하자고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모른 척 묻어두고 지금의 행복을 누리고 싶은 겁쟁이었다. 굳이 힘들고 아파서 묻었던 이야기를 들추고 싶지 않았다. 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들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너에게 알려줘야만 하는 이야기라는게 괴롭다.

깐쵸가 어깨로 넘어탈 때마다 몸이 굳는다. 어깨에서 미끄러질까봐 겁이 나서, 어깨의 무게감에 놀라서 멈칫거리며 너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고개를 움직일 수도 없어서 길어진 그림자로 땅에 비추는 너와 랑의 모습 속에 고양이 그림자가 무사히 올라와있는지 확인한다. 네 손을 잡고 있으니까 넘어지더라도 랑은 네가 붙잡아주겠지만, 깐쵸까지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전에 폴짝 뛰어 내려간다면 다행이겠다. 긴장한듯해도 즐거웠다. 이 하교길이 즐겁다.

"응, 좋아-"

꽃샘추위가 남아있어도 봄이었고, 길어진 해가 따뜻하게 내려서 랑은 눈을 꾸욱 깜빡인다. 평소에는 공부하는 시간대인데도 유달리 졸려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자도 된다고 붙잡고 있던 자제력의 마지막 밧줄을 놓았기 때문이다. 영화 볼 시간도 없겠다는 말은 랑이 스스로에게 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너의 집에 발을 들였을 때처럼 신발 뒷축을 구겨 벗은 랑은 고개를 휙휙 젓는다. 그래도 영화는 봐야하니까 지금은 졸려하면 안 돼- 하고 두 손으로 두 뺨을 꾸욱 누른다.

"오늘 처음으로 간식 남길지도 몰라."

다 못 먹고 잠들 것 같았다. 랑은 간식을 가지러 갔을 네 뒤로 종종 쫓아가서 뒤에서 꼭 끌어안는다. 이유는 없고, 그냥 하고 싶었다.

540 랑주 ◆76oY4.po8o (wnq/RiWjWQ)

2022-04-12 (FIRE!) 18:49:57

어제 일찍 잠들었다
요즘 또 엇갈리네 @@.....
어제도 바빴구나 오늘도 바쁘려나
현민주한테 쉴 틈이 나면 좋겠는데 @@.....
너무 바쁘기만 한 거 같아서 걱정된다
몸 혹사시키는 건 아니겠지 ㅜ.ㅜ

541 현민주 (vGcxvH9VRw)

2022-04-12 (FIRE!) 21:16:48

오늘은 그나마 조금 여유롭게 보냈는데
엇갈리는 게 아쉬운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좋아
나는 계속 여기 있을 거니까

바쁜 건 사실이지만 랑이랑 랑주 보고 살아가유..
잠깐 갱신할게 답레는 조금 늦어질지도 몰라
좋은 저녁 보내고 있음 좋겠다

542 현민 - 랑 ◆rzhGzKKFLk (srEFgdbLNY)

2022-04-13 (水) 22:18:36

아무 문제 없다. 이야기를 하면 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대로 그는 너와 함께 있어줄 테니까.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라는 말은, 정확히 말하면 시간을 들여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뜻이다. 그와 함께 있는데 그것을 해결할 필요가 없기도 하하다. 그는 너와의 사랑을 이미 이루었고, 너의 삶에 묶여있는 그 매듭들은 그를 사랑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그가 너를 사랑하지 못할 이유가 되는 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그의 사랑과는 별개로 네 삶에 남아있는 흔적들일 뿐이었다. 너를 사랑하기 위해서 그것을 풀어내야만 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가 네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혼자서 바라고 있을 뿐이다.

어차피, 이 하교길을 같이 공유하는 데에 그런 것은 중요치 않으니까. 현민은 네 손을 꼭 잡고,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하교길을 함께했다. 네가 균형을 잃을라 치면 붙들어줄 테고, 깐쵸도 네가 넘어진다 싶으면 알아서 뛰어내리겠지. 그도 그럴 것이 고양이니까. 그래도 결국 깐쵸가 네 어깨에서 내려갈 일은 없었다. 현민은 이 하굣길을 좋아했다.

"너도 되게 피곤해보인다."

현민이 그런 말을 한 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현민은 자신이 피로하면 피로하다고 그때그때 어필하는 타입이었고, 오늘 휴식시간을 갖기로 한 것도 현민의 주장으로 악해서 이루어진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민은 너를 보며 한 마디 한다. 네 꾸욱 감기는 눈꺼풀에 숨길 수 없는 피로가 묻어있었던 탓이다. 평온하고 잔잔한 영화를 보자고 생각하면서 현민은 간식을 가지러 가려 했으나-

백허그를 당했다.

차마 몸을 뒤로 돌리지도 못하고, 현민은 팔만을 뒤로 돌려 네 머리를 슬슬 쓰다듬었다. 그의 울퉁불퉁한 등에서 따뜻하게 그의 체온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시선을 들어보면 귀가 조금 빨개져 있고. 심은 지는 3개월이 훌쩍 넘었고 꽃을 피운 지는 이제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수줍고 풋풋하다.

543 현민주 ◆rzhGzKKFLk (srEFgdbLNY)

2022-04-13 (水) 22:18:52

오늘은 잘 보내고 있으려나 ( @ @)
답레가 많이 늦었지

544 랑 - 현민 ◆76oY4.po8o (qJuthVlqsw)

2022-04-14 (거의 끝나감) 11:51:03

"그런가-"

공부 밖에 안하는데- 공부는 랑에게 있어서 가치 증명의 수단이었기 때문에 공부로 인한 피로를 신경써야한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저 꼭 너를 안는다. 따뜻해- 너를 뒤에서 안은 적보다 마주보고 안은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품에 안겼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면서도 똑같았다. 똑같이 따뜻했고, 네 향기가 나고 있고, 언제나 그랬듯이 다정하다. 서서 잠들 수도 있겠구나 싶어져서 랑은 또 고개를 휙휙 저었다. 방금 잠이 달아나라고 고개를 저은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너를 꼭 끌어안은 채로 고개를 저은거라 부빗거리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점이었다. 이어서 두 손으로 뺨을 누르는 대신에 한쪽 뺨을 네 등에 맞대고서 꾸욱 디민다. 말랑했고, 어쩐지 랑은 잠이 더 오는 것만 같았다. 포근하기만 해서 잠을 쫓아내려고 한 행동인데 의미가 없어졌다.

"귀 빨개졌어, 채부끄럼쟁이씨~."

쿡쿡 웃는 소리가 나면서 너를 놓아주었다. 그러고보면 랑은 네 전화번호를 채부끄럼쟁이라고 저장해두었다. 연인이 된 이후로 바꿔서 저장해보려고도 했지만 남자친구니, 하트 모양 이모티콘을 붙이느니 하기에는 손가락 움직이기가 그렇게 무거웠다. 네게 연락이 올때마다 알림창에 그렇게 보이게 될텐데, 전화가 오든 문자가 오든 카톡이 오든 이름란에 그렇게 적혀있을텐데- 연락도 제대로 못하게 될 것 같았다. 휴대폰 붙잡고 앓는게 더 잦아질텐데, 감당불가였다. 그래서 여전히 채부끄럼쟁이로 저장되어 있는데, 그게 지금 보니 바꾸지 않은게 맞는 것도 같았다. 마냥 부끄럼쟁이라고만 부르기에는 더 부끄러운 짓도 서슴없이 하고는 했던 너라서 알쏭달쏭하기는 하지만, 귀여운 별명이라고 생각하니까 일단은 고정이다.

"얼굴은 안 빨개?"

짓궂게도 뒤에서 네 옆으로 다가와 선다. 네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머리카락이 흔들리면, 머리카락 너머 귓가에서 범고래가 수영하고 있고 언제 셔츠 안에서 도망나왔는지 고래 지느러미가 살랑거린다. 네가 남을수록 연하게 말갛던 뺨이 상기되어서, 랑도 지금 뺨에 떨어지는 노을빛을 칠한 것만 같았는데 그걸 모르고서 네게 묻는 말이 그랬다.

545 랑주 ◆76oY4.po8o (qJuthVlqsw)

2022-04-14 (거의 끝나감) 11:52:26

요즘 너무 일찍 자 @@.....
현민주도 좋은 하루 보내
점심 때인데 맛있는 거 먹고
오늘은 술 약속이 있어서
밤에 올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온전한 정신이 아닐 거 같네 @@.....

546 현민주 ◆rzhGzKKFLk (AZCZ2eu9Zs)

2022-04-14 (거의 끝나감) 13:05:01

랑주도 좋은 하루 보내
내일은 조금 일찍 올 수 있을지도 몰라
오늘도 그렇긴 한데..
저런
조심히 다녀와

547 랑주 ◆76oY4.po8o (oe.0DV75EE)

2022-04-14 (거의 끝나감) 17:46:20

ㅜ.ㅠ 현민주가 일찍 올 수 있는 날
내가 엇갈리네.....
10시에 자리 뜨는게 목표야...
현민이랑 현민주 보고 싶다

메이드 현민이랑 랑이 집사
황진이 현민이랑 랑이 호위무사
반대도 좋지만 현민이 부끄러워하는게 보고싶어
현민아 미안

548 현민주 ◆rzhGzKKFLk (AZCZ2eu9Zs)

2022-04-14 (거의 끝나감) 18:32:5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민이 여장시킬 생각이 가득이구나

느긋하게 다녀와
며칠 시간이 안 맞아서 보는 시간이 짧다고 해도
우리한텐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답레는 지금부터 천천히 쓸게

549 현민 - 랑 ◆rzhGzKKFLk (AZCZ2eu9Zs)

2022-04-14 (거의 끝나감) 21:09:36

"공부도 많이 하면 피곤하잖냐. 뇌는 몸보다도 더 잘 쉬어줘야 돼."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물론 네가 훨씬 잘 알고, 너와 현민 두 사람 중 누가 더 똑똑한지를 물으라면 당연히 너겠지만, 자기증명을 위한 자기계발과 휴식 간의 중요성에 대해서만큼은 현민이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는 체육특기생이고, 그 분야는 무리하면 즉각 몸에 피드백이 오는데다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휴식을 통한 몸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껏 결코 남의 생활에 이 정도의 간섭을 한 적이 없었다. 해봐야 운동부 후배에게 한두 마디씩 지나가는 말로 해주는 정도였나. 그러나 네가 첫 예외였다. 현민은 너와 몇 개월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까지 사랑에 깊이 빠지는 데에는 이례적으로 짧은 시간이었으나, 네가 스스로를 상당히 혹사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제 네가 공부하자고 잔소리를 하면, 현민은 네게 쉬자고 잔소리를 할 생각이었다. 평일에 하루 정도는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게 좋다는 것이 현민의 지론이었다. 그러니 이젠 채잔소리꾼이라고 불러고 될 것 같다. 물론 배잔소리꾼이라는 반격이 돌아오겠지만.

"...빨간데."

후디를 벗어던지고 티셔츠 바람이 된 현민의 가슴팍에는 새하얀 여우 꼬리가 매달려 흔들거리고 있었다. 하얀 목걸이와 까만 셔츠, 붉은 기가 올라온 까만 피부가 더해져 묘한 트리콜로르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현민의 빨간데, 하는 주어 없는 대답은 네 얼굴을 보고 나온 말이다. 그러다 역시 주어가 없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현민은 손을 뻗어서 미간을 찌푸리며 네 뺨을 쪼물딱거렸다.

"너도 빨개, 배사과."

? 이름이 과일 조합이 되어버렸다? 뺨을 가볍게 쪼물쪼물거리고 나서, 현민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올려놓고는 간식을 꺼내려 찬장에 손을 뻗었다. 그러고 보면 현민은 널 핸드폰에 뭐라고 저장해놓았을까? 배하랑? 랑이? 아니면...?

메시지 하나를 보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550 랑주 ◆76oY4.po8o (Yrg4txvH2s)

2022-04-14 (거의 끝나감) 22:55:10

막차 핑계로 탈출했어
힘들다 @@
현민주는 쉬고 있으려나
푹 쉬어

551 현민주 ◆rzhGzKKFLk (AZCZ2eu9Zs)

2022-04-14 (거의 끝나감) 23:07:57

어서와 랑주
오늘도 고생했어 uu

552 랑주 ◆76oY4.po8o (Hs5buKa0Sk)

2022-04-14 (거의 끝나감) 23:14:16

탈출을 하긴 했는데
아직 집 가는 길이라 @@
답레는 무리야....
랑이가 현민이한테
메세지를 보낼려나

553 현민주 ◆rzhGzKKFLk (AZCZ2eu9Zs)

2022-04-14 (거의 끝나감) 23:28:45

항상 말하지만 답레는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들어가고 나서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느긋이 끝내구 와
피곤하면 내일 줘도 되구

가볍게 점 하나만 찍어보내도 화면에 톡 뜨니까 말야
풋풋하기 그지없는 걸 볼 수 있습니다

554 현민주 ◆rzhGzKKFLk (AZCZ2eu9Zs)

2022-04-14 (거의 끝나감) 23:48:51

오늘은 언제쯤 자러 갈 거야?
나 12시~1시 넘으면 잠들 것 같아서 ( @ @)
들어와서 답레나 응답을 올렸는데
내가 별 반응 없으면 기다리지 말구
랑주도 자러 가

랑이가 휴식 도외시한다고 랑주도 그러는 건 아니지? (주시)

555 랑주 ◆76oY4.po8o (gohZwrGkD2)

2022-04-14 (거의 끝나감) 23:51:04

아직 집에 안 들어갔어 @@
자러가.......

556 현민주 ◆rzhGzKKFLk (fXnXqkuw5Y)

2022-04-15 (불탄다..!) 00:00:18

랑주가 들어오는 건 보고 ( v v)

557 랑주 ◆76oY4.po8o (f9EAZDJw9k)

2022-04-15 (불탄다..!) 00:01:06

타이밍 좋다
방금 들어왔어 ㅎ.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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