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었습니다. 매점 옆 거대한 벚나무에 벚꽃이 만개하자 그 근처 벤치에는 사람이 늘 앉아있어 자리가 없네요. 이미 돗자리를 펼친 학생들도 보이는군요.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이곳에서 고백을 한다면 공개 고백이 되어버리겠어요. 음음. 귀신 들린 나무라는 소리는 역시 헛소문이겠죠?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정말로 그렇게 말하는 이가 있냐는 물음에 은우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꽤 순진한 1학년이 아닐까 생각을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장점이었다. 돈을 본다고 무작정 자기 꺼라고 우기는 이들보다 훨씬 낫지 않겠는가. 그렇게 속으로 정리하며 그는 이내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설마 저렇게 올망올망한 표정으로 바라볼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기에 아주 살짝 당황하는 모습은 보였으나 이내 그의 표정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물론. 괜찮아. 괜찮아. 나야 여러 장 있으니 말이야. 거짓말 안 하고 정직한 후배에게 한 장 준다고 큰일 날 것도 아니고 여러 개 가지고 있어도 뭔가 되게 애매하잖아? 응? 그런데 사탕? 오! 땡큐!"
츄파춥스 사탕을 내미는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나 이내 그는 알았다는 듯이 웃으면서 사탕을 받았다. 지금 당장 먹을 생각은 없었기에 그는 사탕을 살며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음. 나중에 장난으로 이 츄파춥스를 입에 물고 반에 가만히 앉아있어볼까? 누군가는 당황해서 입의 그거 빼라고 말하지 않을까.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장난이 떠올랐는지 그는 키득키득 작게 웃었다.
허나 그것도 아주 잠시. 일상툰이 보는 장르에서 나오지 않자 그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보는데 왜 내 껀?! 조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곧 표정을 관리하며 그는 곧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좋아하지. 보는 거 재밌잖아? 그 외에도 재밌는 느낌도 많고 말이야. 이래보여도 집에 가면 유명 작가들 싸인도 여럿 있는걸."
물론 자신도 했으니 결국엔 교환이라는 느낌에 가까웠으나 굳이 그런 것은 말하지 않으며 그는 두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 살짝 주변 눈치를 보다 목소리를 낮추며 그는 그녀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저기. 혹시 일상툰이나 그런 쪽은 안 보니?"
아주 약간의 희망을 걸어보며 그는 살짝 기대하는 눈빛을 반짝반짝 빛냈다. 물론 꼭 봐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궁금증은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캡틴도 어서 와라! 안녕안녕이야! 별 건 아니고 그냥 친구들끼리 놀러가기로 한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그래서 2박 3일로 가게 되었다!! 그래서 답레는 사실 내일 줘도 아마 내가 못 이을 것 같은데. (시선회피) 아무래도 내가 바로 이어줄 수 없으니 그냥 저기서 조금 더 이야기하다가 헤어졌다로 처리해도 난 괜찮아!
하나는 은우가 사탕을 받아주자 안도한 듯 웃었다. 게다가 여러 장 있어서 괜찮다는 말에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이야기해주는 것을 보니 이런 장난을 많이 했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쿠폰도 그렇게 많이 있었던 것일까? 하는 의문점이 잠깐 고개를 들었지만 하나는 그 생각을 다시 집어넣었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나는 은우가 뚱한 표정을 짓자 머리 위로 물음표를 세 개나 띄웠으나 은우의 표정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혹시 자신이 말한 웹툰 중에 싫어하는 웹툰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곧 그러한 표정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하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와아, 정말요?!”
하나는 은우를 반짝거리는 눈으로 올려다봤다. 하나는 이 해랑시라는 곳을 여행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었기에 당연히 서울도 혼자 가본 적이 없었고, 서울에 있는 본사에 여러번 가서 이벤트에도 참여하고 유명 작가의 싸인도 받고 하는 모습이 정말로 어른스럽게 보였다. 이것이 바로 선배의 위엄이라는 것일까? 나도 내년이 되면 이 선배님처럼 후배들에게 당당한 어른같은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까?
“어, 일상툰이요? 음….”
하나는 눈을 깜빡깜빡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하나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풀롯과 서사와 그런 것들이 짜임새 있는 것들. 일상툰이 그런 것들이 없냐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런 툰들을 보지 않다보니 잘 모르는 것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하던 중 하나의 부활동 신청서를 날렸었던 봄바람이 한차례 후웅, 하며 불어왔고, 이번에는 종이가 아닌 벚꽃잎을 후두두둑 떨어뜨렸다. 벚꽃 비를 보며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다가 이내 둘은 조금 더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다 되어서 헤어졌을 터였다.
그 이야기 중에는 하나가 은우에게 소심하게 어떤어떤 작가님의 싸인도 가지고 있으신지 묻는 내용이나 은우가 이런 일상툰은 어때 하고 가볍게 추천하는 내용도 있었을 터였다. 하나는 속으로 그 제목을 기억하고 있다가 쉬는 시간에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