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이냐 초콜릿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화이트데이는 전통적인 사탕이지! 하는 입장과 사탕보다는 초콜릿이 더 맛있다! 하는 입장의 싸움이 시작되는데.... 사탕 VS 초코 그 세기의 싸움이 시작된다. 커밍쑨....
자, 잠깐만 이 스레 대립 스레 아니지 않아???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서구적인 이목구비에서 보자면 영국 노팅엄이나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왔다고 하는 게 더 그럴싸할 텐데, 뜻밖의 출신지가 나오자 아진은 눈을 깜빡였다. 그러나 이내, "그렇구먼- 멀리서도 오셨네." 하고 너스레를 떨며 웃는 얼굴이 된다.
"해외라. 한 번은 나가보고 싶은데 나가볼 수 있으려나."
파스락, 하고 순식간에 노란색 알맹이를 드러낸 츄파츕스를 보고 아진은 오오, 하며 멋진 재주를 보았을 때 흔히 하듯 가볍게 박수치는 시늉을 하고는 유정이 내미는 츄파츕스를 받아들고 입에 쏙 물었다. 새콤한 맛과 어우러져 당이 슬며시 돌자, 그녀의 핏기없이 하얀 얼굴에도 입맛에 맞는 것을 입에 넣은 사람 특유의 이거지~ 하는 표정이 돈다. 아진은 안경을 고쳐쓰며, 방송부 테이블에 딸려있는 의자를 가볍게 슥 끌어내어 거기 걸터앉았다. 그러면서 정에게도 앉고 싶으면 앉으라는 듯이 허리를 숙여서 의자를 슥 끌어내준다.
"일본이라면, 일본 어디?"
하고 간단한 질문이 건네어져 온다. 하지만 그녀의 신체부위 중에서 유일하게 생기를 띄고 있다 할 만한 부분이었던 녹색의 눈동자가 반짝이는 것으로 보아, 아진은 정의 이야기에 흥미가 생기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뭐, 대답하고 싶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되지만. DJ 노릇 하다 보니 다른 사람 사연 듣는 취미가 생기더란 말씀이야─" 그러고 보면 교내 점심시간이나 방과후 방송 중에, 분명 사연 읽어주기 컨텐츠도 있었지.
아진의 의문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유정의 대답은 꽤 익숙해보였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이것보다 더 엄청난 반응이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와 비슷하게 입학했을 때의 반응도. 그렇다보니 익숙했다. 아진의 너스레에 예의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비행기로 몇시간 밖에 안걸리는 거리라는 대답까지 덧붙히며 유정은 포장지를 가디건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한꺼번에 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 해외에 나가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테지만. 진학이냐, 간단한 여행이냐, 아니면 취업이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네. "
한참을 입안에서 녹여내고 있는 바람에 금방 작게 줄어든 츄파츕스를 이로 물어서 바스라지는지 확인하고는 유정은 친절하게 꺼내지는 의자에 앉은 뒤에 아진의 혼잣말인지 질문인지 모를 말에 대꾸하고는 가만히 아진을 응시했다. 자신과는 좀 상황이나 사정이 다를 수도 있을테지만 그걸 감안하고 고르고 골라서 대답했다고는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른다. 유정은 바라보고 있던 밝은 하늘색 눈동자를 깜빡이던 것도 잠시 눈을 접고 키득거리는 웃음을 터트리고는 교토, 하고 짧게 대답을 했다가 텀을 두고 말을 이었을 것이다.
힙하다- 재밌는 표현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정의 인생사에 그런 수식어를 붙인 걸까가 궁금하지만, 이 나른하고 니힐하게 웃고 있는 DJ에게 그걸 물어보는 건 꽤나 시간낭비일 테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깡마른 몸을 하고 얼굴에 점이 많은 이 창백하면서도 나른한 후배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더 많아보이는 타입이니까. 이유가 있거나 코드가 맞아서 시간을 오래 보내야 정말로 친해질 수 있는 그런 타입이었다.
"진학이라던가 취업이라던가 하는 건 나한텐 너무 먼 얘기고, 여행이 적당하려나."
하며 아진은 씨익 웃다가, 교토, 라는 말에 반색을 했다.
"거긴 일본에서도 수학여행의 성지라며? 옛날부터 내려온 전통건축물들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던데."
여름의 교토라, 좋겠네- 하고, 가본 적 없는 풍경을 한번 제멋대로 머릿속에 그려보기라도 하듯 잠깐 눈을 감고 있던 그녀는 듣는 쪽이 익숙하다는 정의 말에 그럴 수 있지- 라는 말을 입을 벌려서 소리내는 대신에 씨익 웃는 얼굴 표정으로 말해보였다.
"듣는 쪽이 익숙한 것도 좋지.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게 되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걸."
하며, 아진은 의자에 앉은 채로 땅을 박찼다. 등받이에 바퀴가 달려있는 의자는 아진이 발을 박차는 발길질대로 툭 떠밀려서 아진을 싣고 어딘가로 데구르르 굴러갔다. 그녀가 굴러간 곳에는 방송부실보다 음악실에 있어야 더 적합할 것 같은 신디사이저와 믹서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뭔지 모를 음향장비들의 전원을 툭툭 킨 다음에, 정을 보며 질문했다.
"듣는 것은 좋아한댔지? 교토 말이야... 이런 느낌이려나."
하고 아진은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키보드 앞에 앉은 존재는 후줄근한 교복을 입은 창백한 얼굴의 고등학교 2학년생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무언가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