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이냐 초콜릿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화이트데이는 전통적인 사탕이지! 하는 입장과 사탕보다는 초콜릿이 더 맛있다! 하는 입장의 싸움이 시작되는데.... 사탕 VS 초코 그 세기의 싸움이 시작된다. 커밍쑨....
자, 잠깐만 이 스레 대립 스레 아니지 않아???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아진의 힙하다는 표현에, 앉은 의자에 조금 편하게 기대고 눈을 가늘게 접어서 키득거리는 웃음을 터트리며 혼잣말을 흘려냈다. 혼혈일 때 얻을 수 있는 재능은 뭘까. 곧 있을 3월 모의고사 영어 영역이 조금 강하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데 장벽이 낮다는 것 정도라고 유정은 생각하면서 고개를 가로저어보이고는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궁금하기는 하지만 반응이나 대답을 끌어오기엔 처음 본 이 방송부 소속인 후배에게는 실례일테니.
" 난 개인적으로 겨울의 교토를 좋아하지만 여름의 교토는 한번 가보는 건 추천할게. "
다른 건 몰라도 풍경은 끝내주거든. 하고 유정은 아진의 반응에 숟가락을 얻는 것처럼 반응을 보였다. 자세를 고쳐 앉아서 그런지 발끝이 닿을 것 같아서 앉아있는 의자를 살짝 뒤로 빼냈다. 그러고보니 그다지 돌아다니지는 않았네. 가끔 대회때문에 이동하는 와중에 몇번- 정도였을테고. 이제는 아주 작아진 사탕을 이로 깨물어서 부숴버린 입안에 남은 건 사탕이 붙어 있던 막대 뿐이라, 유정은 의자가 굴러가는 소리에 그 행동을 가만히 볼 뿐이었다. 듣는 걸 좋아한다는 건 커뮤니케이션 쪽 이야기였는데. 조금은 당혹스러울지도 모르는 상황에도 유정의 표정은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 내가 좀 막귀여서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지만- "
연주가 끝나자 언제 의자를 거꾸로 돌렸는지 모르겠지만 등받이에 양팔을 걸치고 거꾸로 앉아있던 유정은 진심을 담아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 서정적인 음계가 복잡할 것은 없었지만, 피아노 위를 노닌다기보단 거문고 줄 위를 노니는 것에 더 가깝게 건반의 완급을 조절하는 손가락이 우아하게 춤을 출 때면 거문고 줄 뜯는 소리가 났고, 피리를 부는 악사의 숨결이 그녀의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마치 이름을 잃은 옛 신이 학의 깃털로 짠 옷을 입고 이 순간 잠깐 건반 앞에 내려와서, 녹색 눈을 빛내며 오래전에 잊힌 곡조를 한 소절 연주하는 듯했다.
"여름의 교토는 이런 느낌이려나?"
하고 정을 웃으며 돌아보았을 때, 녹색의 눈을 빛내던 이름 잃은 신은 다시 차분하고 후줄근하게 내려앉은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되돌아왔다. 정의 박수 소리에, 아진은 의자에서 일어나 한쪽 발을 뒤로하고 치맛단 양끝을 잡고 살짝 들어보이며 꽤 고풍스런 답례를 취했다.
"막귀면 어떻고 금귀면 어때- 듣기 좋았다면 그걸로 됐어."
생각해 보면, 학교 라디오 방송에서 진행하는 컨텐츠 중에는 익명 사연 낭독이나 DJ의 독백 외에도 DJ가 골라서 재생해주는 노래들 또한 있었다. 누구나 다 알 만한 명곡도 있는가 하면, 선율은 좋은데 누구의 노래인지 모를 곡들도 있었다. 그 노래들 중에, 이 후배가 작곡해서 연주하는 곡도 있었던 걸까?
"다른 곡들도 더 들어보고 싶으면, 유튜브에 Plaster wing이라고 검색해봐."
제법 유튜브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의외로, 정말로 그 채널명을 검색해보면 각종 음악 장르 카테고리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그 채널에 92만 명이나 되는 구독자가 몰려있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의자를 돌려서 등받이에 상체를 기대앉아서 등받이를 안는 것같은 자세를 취한 채 연주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유정은 속을 알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클래식하지 않은 건 처음 듣는 걸지도 모르겠다. 제쪽으로 옮겨지는 아진을 보고 생각한 것이었다.
" 겨울이랑 여름 중에 여름을 좋아하나봐? "
교토라고 이야기한 뒤에 보인 아진의 반응으로 유추하기는 했지만 기분나쁘지 않도록 주의깊게 살피며 던진 질문이기도 했다. 유정은 아진의 답례에 박수를 쳤던 팔을 올려서 등받이에 올려놓고 그 위에 턱을 괴며 독특하게 웃음을 터트린다. 아아- 하고 상체를 조금 더 가까이 해서 끼익 하는 소리가 능글맞아보이는 웃음과 비슷하게 울렸다.
" 이정도로 굉장한 연주를 들었는데 딱히 이쪽에서 보답해줄게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멋진 연주였어. 다른 사람처럼 보일 만큼. "
교내의 방송이 울려퍼질 때는 언제나 친구라고 부르는 몇명의 인원들과 시끌벅적하지 않더라도 늘 시시하기 짝이 없는 수다를 떨기 때문에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 가끔씩 귀에 익은 곡들 사이에서 처음 듣는 곡이 들렸던 건 이 후배의 데모 곡이었을까. 다른 곡이라고 하는 거 보니 진짜인 모양이다. 유정은 아진의 말에 치마 주머니에 넣었던 핸드폰을 꺼냈고, 읽지 않은 라인은 제쳐두고 유튜브에 검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