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접근 권한을 취득한다. 1-1. 접근 권한에 추가적인 보안 작업을 한다. 당신은 정부 기관에 접근권한이 있는 계정을 해킹하는 위험천만한 작업을 했다. 접속기록을 데이터베이스 단위에서 위조하고, 가상 머신을 사용한 접속 지역 우회를 포함한 추가적인 다양한 작업 덕분에 당신이 접근권한을 얻은 이 계정은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아무 뒤탈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이 계정으로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지만, 다음에 시간이 날 때 이것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4. 페로사의 통화 내용을 감청한다 전자음으로 변조된 낮고 거친 남자 목소리. 여전히 페로사와는 상당히 긴밀한 관계인 듯하지만... 절대로 우호적인 관계는 아닌 듯하다. 말하자면 주인과 종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그녀는 그 사람에게 약점을 잡혀있는지도 모르겠다. 출신 이야기라고 하면, 역시 프로필에서 검열처리되어 있던 그 이야기일까? 당신은 이제 안전한 접근권한을 확보했으니.
(주사위 결과가 알려지는 건 에피소드 1에서만 튜토리얼 느낌으로 알려주었던 거야. 에피소드 2부터는 주사위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아.)
페로사는 어딘가 무거운 마음을 안고 돌아가려 했습니다. 우연치 않게 검은 세단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에만을 볼 수 있었지요. 한때 히어로였다, '불명예스러운 일'로 제명을 당한 뒤 불법적인 일에 손대기 시작한 용왕은, 페로사가 활동할 적에도 왕성하게 활동했으니.. 어쩌면 면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 둘, 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걸까요? 손님을 받는다니, 애가 탄다니.. 어쩌면 저 작은 인연은 용왕의 손에서 놀아나는 걸지도 모르겠.. 아, 그렇지는 않은 것 같군요. 일단 둘은 동등한 관계는 아니더라도, 모종의 인연이 있는 듯싶습니다. 용왕의 입에서 나온 어르신은 차치하고 문을 닫기 전 대화 내용에 귀를 기울여봅시다.
"아, 맞다.. 저격수는 찾았어..?" "못 찾았어." "..됐어." "자기 몸 사리기 바쁘던 애가 웬일로 화를 안 낸대." "누가 보냈는지.. 알 것 같거든." "아하. 진짜?" "아니."
용왕이 미간을 좁히다가 깔깔 웃습니다.
"이거 영악한 것 봐? 사기꾼 아냐?"
결과: 페로사는 에만 쪽에서 저격수를 보낸 사람을 찾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 엘리베이터 보이가 할 말이 있다던데요? Warning! 잔인한 묘사!
엘리베이터만큼 정보가 오가는 곳이 또 어딨을까요? 솔직하게 말해서.. 카페의 바리스타처럼 npc 취급이죠. 바텐더끼리의 소문도 있지만, 세간의 소식 중 정확하고 빠른 건 엘리베이터 보이 말고는 없을 겁니다.
"페로사, 그 얘기 들었어요? 세상 진짜 흉흉해!"
짧은 쉬는 시간, 엘리베이터 보이는 호들갑을 떨며 몸서리를 칩니다. 무슨 일인데? 오늘 끝나고 보드카로 데스매치나 하자던 다른 바텐더가 불쑥 고개를 내밀며 묻습니다.
"글쎄, 여기서 나가면 바로 건너편에 있는 바 있잖아요." "젊은 애들 엄청 가는 거기?" "응. 거기서 제일 잘 나가던 바텐더가 살해된 채 발견됐대." "며칠 전에 페로사 등짝에 구멍이 났는데 그게 별 일이라고!" "아니야, 그거 말고!"
엘리베이터 보이는 자신을 보라는 듯 눈짓합니다. 그리고 턱이 시작하는 부분부터, 배꼽 바로 밑까지 손가락으로 주욱 긋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찢어놓고 벌렸다던데?" "장기 털어간 거 아냐?" "아냐, 팔은 십자가처럼 나이프로 매달아놓고 나머지는 독수리 날개처럼 다 펼쳐놨다던데?" "으! 징그러워." "아무튼 다 조심해요! 그리고 페로사!"
엘리베이터 보이는 조심스레 묻습니다.
"며칠 전에 그.. 녹색 눈 여자 번호 알아요? 후드집업 입은!"
결과: 페로사는 바텐더 하나가 끔찍하게 살해 당했음을 알게 됩니다. 또한, 녹색 눈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렇게 느껴진다니 다행이다. 😊 나도 선택지 짜는 게 묘하게 즐겁기도..? (?) 썰풀이를 하다 보면 오너한테만 정보가 제공되고 캐릭터한테는 정보가 잘 안 전해지는 게 좀 그랬는데, 이건 캐릭터한테도 정보를 전해줄 수 있어서 괜찮은 것 같아. 그리고 에만같은 갓캐를 만든 에만주도 천재야. (쓰담담) 나도 에만주랑 같이 돌릴 수 있어서 행복해.
에만이 빌런이라는 건 일상 밖에서 페로사가 알아채고(+자신의 뒤를 캐이고 있었다는 것도) 머리끝까지 화가 난 채로 에만을 찾아와서 넌 누구야? 하고 따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기에......... (본스레에선 이루지 못했던) 그렇지만 에만주가 그걸 해보고 싶다면 그것도 좋겠다고 생각해.
그 외에는 위에서 말했던 >>805 상황이라거나, 아니면 전에 말했던 비 오는 가운데 마주친 페로사라거나...?
눈은 하늘을 담고 있었으되, 발은 그림자에 얽매여 하염없이 땅을 딛는다. 저벅, 저벅, 그림자에 잠긴 뒷골목이 마치 이 그늘을 두고, 네가 저지른 짓들을 두고 어디로 가려느냐고 조소하는 것 같았다. 발이 무거웠다. 술기운에 취해 자신의 주제에도 닿지 않는 머나먼 높은 곳을 잠깐 올려다보았으나, 자신의 손을 잡아주던 천사가 사라지자 그녀는 높은 곳에서부터 자신이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까지 비참하게 추락했다. 그것은 물리적 충격이 아니었으며, 그래서 그녀에게 더욱 효과적이었다.
저녁의 찬바람이 술기운을 쓸어냈을 때, 페로사는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뒤늦게 기억해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녀의 처지를 확실하게 기억나게 해 줄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마치 일순간 자신의 처지를 잊고 온기에 취한 것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자신에게 떨어진 지엄한 경고... 네가 그 도시 출신이라는 것을 감춰준 게 누구지? 네 옛날 이름을 감춰준 것은 누구고? 하는 말이 귓가에 쟁쟁했다.
그래, 삶을 보장받는 대가로, 그녀는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죄인에게 구원은 없다.
온 벽을 피로 물들인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 노인이 저주처럼 남긴 유언. 그 말대로였어, 하고 페로사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 오늘은 비번이다. ...또한, 달리 해야 할 일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녀의 바텐더 출근 시간표를 생각해보면 오늘 해두지 않으면 기간을 맞출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그리고, 지금은 그 일을 마저 끝내고 돌아나오는 길이기도 하다. 네가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아! 하는 처절한 단말마가 아직도 고막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강한 빛을 띈 물체를 잘못 바라보면 눈가에 그 물체의 상이 한동안 남아있는 것처럼. 페로사는 어두운 골목을 가로지르며, 무심히 생각했다. 무사할 리 없지. 잘 알아. 하고. 문득 이 그늘이 드리운 골목길이 끝도 없이 계속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녀의 마음은 그럴지언정, 물리적으로 현실에 실존하고 있는 건축물이 당연히 그럴 리가 없었다. 어느덧 그녀의 발걸음은 골목길이 끝나는 모퉁이에 접어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가, 햇살이 눈부셔서 눈을 찌푸렸다. 젠장맞게도 날씨가 좋았다.
페로사는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하박의 절반 정도를 덮을 만큼 소매가 길게 나와있는 축축하게 젖어있는 가죽장갑. 마침 모퉁이의 쓰레기통이 눈에 띄었기에, 그녀는 장갑을 벗으려고 했다. 잘 벗겨지지 않는다. 마치 자신의 운명에 달라붙은 자신의 죄악처럼. 페로사는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억지로 힘을 주어서 장갑을 벗어냈다. 거의 찢어지다시피 벗어낸 장갑 한 켤레를 쓰레기통에 대충 처박아버렸다.
어깨에 걸치고 있는 얇은 루즈핏 레인코트도 성가셨다. 그녀는 그걸 어깨에서 벗겨 대충 구겨버리고는 옆구리에 꼈다. 청바지와 셔츠 차림. 그리고 그 위를 마치 구속구처럼 덮고 있는 하네스의 벨트들. 허리춤의 벨트에는 레펠 밧줄을 이용하기 위한 고리와, 권총 탄창 홀스터와 권총 홀스터가 덜렁덜렁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하네스도 벗어버릴까 했으나 이걸 벗는 것도 퍽 성가신 일이 될 것 같아 포기했다. 대신 그녀는 주머니를 뒤적였다. 담배라도 한 대 필 심산이었다. 구깃구깃 구겨진 담배 팩이 하나 딸려나온다. 안에 든 담배는 달랑 한 대. 그나마도 허리가 반으로 꺾여 있어, 이걸 과연 제대로 필 수 있을까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단 이거라도 피우고 싶어서, 그녀는 허리가 꺾인 담배를 팩에서 뽑아 입에 꼬나물고는 다시 주머니를 뒤적였다.
아이덴티티가 여러 개라는 것은 그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과 같다. 앨리스는 도시의 가장 밝은 빛인 대학생활을 보내느라 여념이 없고, 에만은 가장 어두운 그림자에서 암약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개처럼 공부하고 몰두한 결과 앨리스는 곧 120학점을 이수한다는 것이었고, 5월에 있을 졸업 행사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란 점이었다. 앨리스는 당분간, 그나마 에만에게 시간을 넘겨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문제는 에만이었다.
"균형이 깨졌네."
뉴 고모라 지하, 인외마경이나 다름없는 블랙 존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고작 하루 온정을 나누느라 균형을 잡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균열은 이전부터 존재했고, 물갈이를 할 시간이 왔을 뿐이다. 저격수의 일을 뒤집어 씌우며 지금 머리가 되는 존재를 쳐낼 명분을 만드는 일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앨리스가 아무리 시간을 준다 한들 에만에겐 제법 빠듯한 시간이었다. 머리의 목숨은 타인을 써서 거두고 싶었으나 그럴 인력이 없기에 직접 나섰다.
네가 이런다 해도 내 뜻을 이을 자는 많다. 멍청한 지껄임은 친히 모습을 드러내 물어뜯는 걸로 보내주었다. 거대한 악어는 한때 뉴 고모라의 지하에 군림한 왕을 두 동강 냈고, 새 균형의 추가 올라섰다. 이번 왕은 에만이 양성한 빌런이자 좋은 꼭두각시다. 지하에서 올라오던 에만은 잠시 멈춰 기지개를 켰다. 온기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지도 못할 만큼 바쁜 나날이었다. 오랜 기간이 걸렸던 만큼 바에 가지도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오늘도 가기는 글렀다. 술로 달래기엔 너무나도 지쳤고, 피곤했다. 그나마, 아주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오늘은 공강이요, 내일은 교수님께서 세미나에 가셔야 할 일이 생겨 휴강이라는 것이다. 만약 앨리스의 삶까지 살았더라면 에만의 닳고 닳은 체력은 더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을 것이다.
지하에서 올라오면 맞은편에 다른 골목이 있다. 그쪽을 통해 가로지르고, 복잡한 건물 틈 골목으로 다시금 들어가면 에만이 가끔 쉬는 장소가 나온다. 아무도 찾지 않는 폐건물이나 다름없으나 오늘은 그 장소에서 하루 종일 잘 예정이다. 지하는 새로운 블랙 존의 지배자 얘기로 시끄럽고, 앨리스가 사는 다운타운은 지나치게 활기차다. 그렇다고 아르카디아로 가기엔 피곤했다. 살랑대며 마지막 계단을 오를 적 한기가 스몄다. 눈부신 햇살과 함께 치즈 고양이는 가면 쓴 사람이 되어 지상에 발을 디뎠다. 이제 맞은편 골목으로 가기 위해 햇빛을 넘었을 무렵이었다.
"..아."
마주한 것은 익숙한 얼굴이다.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는 듯 에만의 향을 기억하던 여인이고, 온기를 자각하게 해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바텐더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이 가졌던 무의식적인 행동이 무엇인지도 까먹어 새로운 것을 만들던 에만이건만, 용케 그 이름을 까먹지 않았다. 페로사다. 본디 성인 몬테까를로라 불렀으나 본인이 이름으로 불러달라 하였다. 에만은 가만히 멈춰 선다. 대략 네댓 걸음 정도의 거리를 뒤로하며 고개를 느슨하게 기울인다. 오늘은 여성의 옷차림이 좀 다르다. 이 바텐더의 이중생활을 아는 에만이지만 제법 새롭다.
"또 만나네.."
에만은 가면을 벗지 않고 뒷짐을 진다. 손을 뒤로 모으고 고개를 기울인 모습이 마냥 순진했다. 기운이 없어 보였고, 목소리도 힘이라곤 일절 없었다. 첫 만남도 그랬지만 오늘은 더욱 그랬다. 그런 에만이 갈 곳은 저 골목 안,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공간인 듯싶었다. 미리 막지 않는다면 대화가 끝나고 안으로 들어가 버릴지도 모르겠다. 에만은 입에 물린 담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직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