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게 다시 길 위에 오르게 된 것은 가슴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에만과 함께니까 페로사도 기뻐할 거야. .. 어렵다거나 불가능하다거나 곤란하다는 건 아니야! 처음 돌려보는 거라 조금 낯설 수도 있다는 뜻이었어. 에만주가 생각한 게 센티넬버스라면, 새로운 유니버스에 도전해보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 될 것 같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누아르 배경의 범죄도시였다 보니..
기쁘다니, 에만도 기뻐할 거야.. 낯설다면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테니까. 나도 센티넬버스는 하도 오랜만이라 가물가물하기도 해서..(페로사주: 그럼 왜 말했어 이사람아) 페로사가 짐승같은 감이 있으니 페로사가 센티넬이지 않을까 생각은 해봤네. 히빌은 범죄도시에 확실히 맞기도 하지만 누가 히어로고 누가 빌런인지 잘 모르겠으니..🤔🤔 어떤게 괜찮을까.
(지퍼 앞섶 열고 부둥둥) 그러면 센티넬버스로 괜찮다고 생각해. 각인과 관련된 동의 없는 찌통서사만 없다면 말야. 히빌이라고 하면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관계성이 떠오르긴 하지만, 내가 히빌은 그렇게 선호하지 않아서.. 전 스레에서 멸망통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게 히빌 장르 커뮤에서 당한 거라... 좀... PTSD가......
(삑삑뽁삑) 센티넬버스가 괜찮다면야... 각인..은 조율해보도록 하자구. 0.< 히빌도 로줄.. 맛있긴 하지만... 앗..아앗.. 그런 일이 있었구나. (부둥) 그렇다면 이해하지. 응... 그렇지만 에만이라는 존재가 여기 있다는 걸 기억하라구. 네 캐가 내 관캐고 앤캐야! >:0!(당당)
>각인..은 조율해보도록 하자구.< (어마무시한 찌통의 전조를 느끼고 에만주를 부둥켜안은 채로 공포에 떰) 히빌로 해도 완전 로줄 느낌은 아닐 것이 히빌 세계라고 해도 페로사는 히어로/빌런 둘 중 어느 한 쪽에서 은퇴하고 바텐더를 하고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88 (꼬오옥) 페로사를 마음에 담기를 잘했다고, 앞으로 많이 느끼도록 해줄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야 쫄지 마! 괜찮아!(?) 센티넬버스로 간다면 가이드 에만은 처음에 페로사를 보고 이런 사람을 진정시키라고 파견시켰다고? 하여간 가이드 인권은 하나도 없지! 같은 마음으로 임하면서 처음엔 손만 툭툭 대주다가 급박한 상황에 갑자기 포옹하면서 진정 좀 하라고! 하고 외칠 느낌이고..🤔 히빌이라면 은퇴하고 바텐더를 한다는 소문에 히빌 에만이가 쫄래쫄래 한때 주름잡던 인물이 다시 활동하길 바라는 마음에 다가가서 내가 오늘은 누굴 잡아서 어떻게 했게? 얄밉지? 얄미울 거야. 이 구역 최고는 나니까!(페로사가 히어로일 경우) 하거나, 오늘은 내가 누구를 구했대요, 빌런 하나가 잽싸게 막아세우길래 어떻게 했대요, 부럽지, 얄밉지. (페로사가 빌런일 경우) 하고 툭툭 놀렸을 느낌이고..
스토리라인도 원래 세계선과는 다르게 하려구? (은근히 에만과의 첫만남을 다시 돌릴 생각에 기대에 부풀어있던 글러먹은 참치) 센티넬버스라면 에만에게 센티넬과 가이드로서의 관계뿐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 호감이 있었던 페로사인데, 에만이 틱틱거리면서 손만 툭툭 대주면 그래, 뭐 비즈니스니까... 하면서 일찍 마음을 접어버릴 거야. 그래서 가이딩 효과는 점점 떨어져버리게 되고, 가이드를 붙여줬음에도 전혀 가이딩이 되지 않아 한계치에 도달해버린 페로사를 꽉 안아주는 에만이라던가... 괜찮을지도(?) 접혀버렸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조금씩 다시 펼쳐나가는 그런 전개가 되려나?
히빌은.. 에만이 히어로인 모양이구나? 에만이 그런 말을 하면 히어로 하다가 은퇴한 페로사라면 오히려 뿌듯해할 것 같지. "그래- 구역 최고의 히어로님. 덕분에 밤에도 안심하고 두 발 뻗고 잘 수 있어. 그래서 오늘은 뭘 마시고 싶어?" 같은 말을 한다거나, 빌런 출신이었어도 "어, 그러셔.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주문은 뭘로 할래?" 하고 재미없게 나올 것 같은.. 아 이 여자 글렀다. 히빌 세계선에서 페로사를 자극하려면 에만에게 호감이 많이 쌓인 상태에서 에만이 어떤 사태에 휘말리는 수밖에 없어...
(뭐야 혼자만 보고 치사해) 히빌은 페로사가 히어로였다면 빌런이었을 거고, 빌런이었다면 히어로였을 거야. 아마도 과거의 영광에 매료되어 찾아온 손님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네. 구해줬다든지, 아니면 피해를 입었다든지. 그런 식으로 자라서 나름 얼굴 좀 보자~ 했더니 이미 은퇴 해버린지 오래고.. 그래서 찾아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센티넬버스의 경우에서는 칩거한다면 국가의 부름이 아닌 이상 다른 가이드에 손대지 않았을 것 같아. 아니면 뭐.. 센티넬의 폭주를 막지 못해서 각인까지 시도하려 했는데 실패했다든지, 그런 이유로 모종의 상처를 입었다든지?
도살자의 서커스는 사실 지하투기장일 뿐만 아니라 실험실이기도 했어. 아니 정확히는 실험실이였었지. 페로사가 도살자의 서커스에서 활동하던 시점에서는 이미 실험의 주목적이 달성된 상황이었고, 그 상황에서 도살자의 서커스는 순수히 흑막의 활동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 남겨두고 있었으니까.
"꿈의 교회 사건"
잊혀진 기술인 "용광로 시스템"을 이용해 뉴 베르셰바의 지배권 역전을 노린 사건. 용광로 시스템은 사용자의 정신에 간섭해 육체의 지배권을 강탈하는 특수한 세뇌 시스템으로, 현 시점에선 로스트 테크놀러지이다. 세뇌기술은 다음과 같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다. 세뇌의 매개체인 특별한 프랙탈 패턴과, 특수 음역대 주파수의 발신장치와 수신장치, 그리고 세뇌당한 이들의 의식을 동기화하기 위한 중앙 제어 장치.
1. 프랙탈 패턴 프랙탈 패턴은 세뇌의 주된 매개체로 이루어진다. 이 프랙탈 패턴을 약 0.2초 이상 시각적으로 투사당한 사람은 무의식의 기저에 세뇌가 각인되어 피세뇌자가 된다. 다만 이 프랙탈 패턴은 대단히 정교한 표현으로 가장 작은 곡선까지 표현되는 특수한 기법으로 생생히 봐야 세뇌 효과가 유효하며, 일반적인 모니터나 컴퓨터 등을 통해 살포할 때에는 이미지의 디지털자료화와 모니터의 픽셀 표현을 거치는 것만으로 이미 이미지의 세뇌 효과가 완벽히 소실되기에 특별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람의 눈에 직접 투사해야 한다.
2. 특수 주파수 특수 주파수는 중앙 제어 장치에서 내려지는 조종 명령을 피세뇌자들에게 전달하고 피세뇌자들의 감각에서 정보를 전달받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 주파수는 말 그대로 일반적인 전파 기술로는 도달은커녕 탐지도 할 수 없는 특수한 주파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주파수를 교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솜씨 좋은 메카닉이 있다면 이 주파수에 도달해 주파수에 간섭하고 재밍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암호학자가 있다면 주파수의 신호를 역해석하여 피세뇌자들에게 명령을 전달할 수 있다.
3. 제어 컴퓨터 "앤빌" 제어 컴퓨터는 피세뇌자들에게서 정보를 전달받고 피세뇌자들을 조종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이다. 슈퍼컴퓨터 자체로는 피세뇌자들에게 세밀한 명령을 내릴 수 없고 대략적인 명령만 내릴 수 있으며 피세뇌자들의 감각에서 제공받는 정보도 단편적인 텍스트의 형식인 등 그 기능에 큰 제한이 있으나, 뇌에 특수한 기질이 있는 사람을 중앙처리장치로 사용할 시 기능의 비약적인 증폭을 이룰 수 있어 모든 피세뇌자들의 몸 하나하나를 자신이 다루는 것처럼 세밀하게 움직일 수 있으며 그들의 몸이 받아들이는 정보들을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과 같이, 마치 자신의 영혼이 피세뇌자들의 몸을 모두 장악한 것처럼 피세뇌자들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고통이나 충격과 같이 위험한 정보는 적당히 필터링되고 완화되어, 사용자에게 위험한 부담을 주지 않는 편리한 기능도 있다.
페로사의 과거사 최종흑막은 상기 세뇌 기술을 우연히 손에 넣고 해당 세뇌 기술을 이용해 뉴 베르셰바에 자신만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야망을 갖게 되며, 그가 일으키게 된 "꿈의 교회 사건" 은 페로사의 과거사 독백 내에서 완전히 종결되고 끝을 맺게 된다.
최종흑막은 페로사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지하 콜로세움, 도살자의 서커스의 운영 최고 권한을 페로사가 도살자의 서커스에 끌려오기 전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구매했는데, 이는 인신매매 시장에서 사람의 표본을 최대한 다양하게, 최대한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도살자의 서커스의 운영에 개입해있던 조직들 중에는 유전공학기업 종사자들로 이루어진 조직도 있었는데, 최종흑막은 이들에게 3번에서 말한 특수한 뇌기질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거나 혹은 만들어낼 것을 요구하는 댓가로 도살자의 서커스의 단원들을 생체실험 및 개조의 실험체로 무제한으로 제공했다.
이는 그들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상기 세뇌기술의 제어 컴퓨터에 필요한 중앙처리장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함이었으며, 찾을 수 없다면 인공적으로 만들겠다는 계획 또한 있었기 때문이다. 도살자의 서커스에는 아직 유전자개조가 용이한 아이들도 많이 끌려오기에, 계획을 이룰 가능성이 다른 방법보다 현저히 높았다.
페로사의 독백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그 계획은 이미 성공한 상태였으며,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이 만든 인공 배아를 자신에게 직접 착상시켜 출산하고도 꽤 오랜 시점이 지나 미래에 제어 컴퓨터의 CPU가 될 자신의 아이가 페로사와 비슷한 연배로까지 성장한 시점이었다. 해당 시점에서 도살자의 서커스의 용도는 이미 계획을 위한 자금 충당 용도로 제한되어 있었다. (겸사겸사 매드 사이언티스트 집단이 CPU가 될 소질이 있는 희생양을 찾아내면 죽이게 명령하기도 했다. CPU는 하나면 충분했고, 누군가가 또다른 제어컴퓨터를 세우면 곤란하니까)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이 최종흑막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고 나자, 최종흑막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이 단원들을 가지고 좋을 대로 실험을 하도록 내버려두었고,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의 수장과 몇몇 핵심 인사는 더 퍼스트가 보여준 압도적인 강함에 경도된 이들이었기에 두 번째의 더 퍼스트를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최종흑막이 제공해 준 도살자의 서커스를 자신들이 만든 유전자 개조 인간들이 싸우는 실험장으로 삼았으며, 도살자의 서커스는 더 치열하고 더 처절해졌다.
정도가 있겠네. 1번은 페로사가 시력검사 장치나 VR 기계 같은 눈을 전부 가리는 전자장치를 눈에 쓸 때 불안해하는 이유였고, 3번은 앤빌이라는 이름의 유래야. 바의 전경을 묘사할 때 공장이었던 것 같은 구조물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이유는, 그 바가 있는 건물이 제어컴퓨터 앤빌을 제작하고 있던 공장이 폭발하고 남은 잔해를 기반으로 재건축한 건물이었기 때문이야.
>>19 모종의 이유로 폐쇄된 은거생활을 하며 얼굴마저 쉬이 내놓지 못하고 저격수의 경호까지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가이드 에만. 어느 날 어떤 키큰 바텐더에게 우연히 자신의 맨얼굴을 보여주게 되는데, 저격수에게 처리될 예정이던 바텐더는 저격을 간단히 무력화해 버리고 에만을 감싸고 안전한(?) 건물 안으로 도망친다. 보통 영문도 모르고 저격수의 총알로부터 간신히 도망친 사람은 충격과 공포에 빠져서 이게 무슨 일인가 어안이벙벙하고 있기 마련인데, 자신이 언젠가 저격을 당하리라 각오하고 있기라도 했던 걸까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괜찮냐고 물어보는 바텐더... 그리고 에만에게 센티넬/가이드 관리기관에서의 명령이 들어오는데, 활동을 그만둔 센티넬을 설득해 다시 활동을 재개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생소한 요구사항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찾아간 그 센티넬은 바로 그 쾌활한 미소를 얼굴에 달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시니컬해 보이는 바텐더... 에만은 그녀를 최대한 설득하려고 하나 바텐더는 전혀 다른 것을, 그것도 에만에게 바라고 있는 것 같고, 조금씩 그 바람에 설득되는 에만... 두 사람은 마침내 정부의 통제를 거부하고 기약없는 도피행을 떠나는데. (뇌절머신 과부하)
>>22 (어디서부터 눈치채였던 거지...!!) 우리의 삶은 평범하지만, 우리가 돌리는 캐릭터의 삶은 극적일수록 맛있는 법이니까 🙄 (손에 머리 부비부비) 두 번째 인생도 맛깔나게(?) 써 보려고. 불의 마녀와 용왕궁, 늑대에 얽힌 이야기.. 개인적으로 볼프강은 확실히 끝장내고 싶었는데 좀 아쉽네. 음, 질문을 던져보려고 해도 에만주가 그 동안 독백이라던가 티미 등으로 맛깔난 이야기를 많이 풀어주기도 했고, 지금으로서 궁금한 것은 에만과 용왕이 그로스만 패밀리를 어떻게 끝장냈을까 정도야.
페로사는 벗어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페로사주는 칙칙하고 칩칩하며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들이 내리누르는 무거운 공기 속에 잠긴 범죄도시의 삶에서 하루하루 어떻게 될지 모를 삶을 우연과 우연이 겹쳐 만난 인연과 함께 손잡고 너와 나, 이 세상에 우리 둘뿐이야... 같은 이야길 하면서 살아가는 게 너무 취향에 맞았기에.. 사실 기존의 스토리라인에 도시 설정만 바꾸고, 에만주 입맛에 맞는 센티넬버스나 히빌 설정 같은 것을 추가해서 페로사와 에만의 첫만남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25 글쎄.. 잡담?😉 그렇지, 극적일수록 맛있고.. 잘 부탁해요 셰프님? 0.< 나름 열심히, 단기간이 준비해봤단 말이지. 응. 나도 조금 아쉽지만 세계관 악역을 볼프강으로 두면 되는 일 아닐까?(급기야) 그로스만 패밀리를 끝장낸다, 라..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 2가지가 있어.
1. 용왕은 인형 출신이다. 짜쟌, 내가 이 얘기를 꺼내게 될 줄이야. 용왕은 시티 헌트 전쟁 당시 그로스만과 우호적 관계를 맺었던 조직 당문의 소속이자 보스의 친자야. 그로스만 패밀리가 통수를 치고 친누이와는 생이별을 했고, 본인은 요제프의 전리품으로 살았어. 내가 이전 독백에서 서술했듯 인형은 서커스 단원의 조롱의 용도로 사용됐고, 겉보기엔 호화스러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했지. 용왕이 통칭 요제프의 애첩이고, 요제프의 곁을 보좌하며 살았어. 보좌의 의미는 그렇게 좋은게 아니지만. 인간을 포기한 사람들이었으니.
직전의 독백에서 나왔던 하르트만의 실수만 아니었어도 용왕이 이렇게까지 어긋나지는 않았을 거야. 하르트만은 용왕에게 마약과 독의 내성을 늘리겠다, 그리고 자신도 즐기겠다며 여러 약물을 주입했고, 그 여파로 용왕은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어. 다른쪽 눈도 보조 도구가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지. 그래서 용왕이 지문에서 가끔가다 고개를 들어 개처럼 행동하는 이유가, 후각이나 청각을 발달 시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고 그 버릇인 거지. 로즈밀이 시력을 모조리 잃기 직전 막아세우고 의남매를 맺었기도 하고. 덤으로 에만이 독살 위협을 당했을 때 용왕을 불러오라 한 이유는 이 설정을 위한 작은 복선이기도 했네. 그로스만의 짓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가장 극단적인 인물상이 용왕이아.
2. 로즈밀은 알고 있었다. 로즈밀은 용왕과 더불어 정치적인 능력이 강한 사람이야. 용왕이 극적인 쇼맨십과 암투에 능하다면 로즈밀은 대외적인 정치적 활동이나 동향의 파악에 강하다는 설정이지. 사실 독백 중에 어린 에만이 쿠키를 사러 나갔다가, 작은 마찰이 있는 부분을 쓰려고 했어. 그 부분은 아쉽게도 이후의 독백을 위해 삭제 되었지만. 로즈밀은 그걸로 볼프강이 살아있음을 알았고 아이를 이용하겠거니 싶어 후계자 교육에 나섰던 거야. 언젠가는 자신이 없어도 해내야만 한다 생각했을 거고. 에만이 좋은 삶을 살길 바라지만 그럴 수 없는게 셰바였던 것도 한 몫을 했네.
내가 늘 말했지만 로즈밀은 자상한 어머니였으나 망가진 사람이야. 사랑하는 법이 잘못 되었고, 용왕과 함께 지나치게 정치적인 사람이지. 결론만 말하자면 로즈밀은 볼프강이 오게 두었어. 후계 교체를 위해서였고, 볼프강 정도는 홀로 처리할 수 있었지. 그렇지만 잘 안 풀렸어. 볼프강이 미카엘과 똑 닮은 애를 데리고 왔거든. 눈을 가려놓고 결박했기 때문에 몰랐을 거야. 결국 로즈밀은 방심하다 찰나의 틈으로 밀렸고, 적어도 네놈에게 죽진 않겠다며 눈앞에서 몸에 불을 붙였지. 그 사이에 용왕이 건물 안으로 뛰쳐 들어와 그 광경을 목격했고, 볼프강은 아이가 쓸모가 없었다며 총살했어. 이 과정에서 에만이 죽은 걸로 알려져있고.
여러모로 오해와 치정이 얽혀있었어.
이렇게.. 넘어가자면, 그로스만의 자금과 연줄을 대주는 하르트만은 용왕의 원수니 그쪽은 용왕이 박살내고, 에만에게 윈터본의 길을 터줬겠지. 사실 마오가 엉엉 울고 연 씨와 연 지가 대치하는 독백 조각글이 그거였어. 경고하는 의미로만 찾아가 연 지를 눈앞네서 살해 했겠지. 이거 말해도 되나 싶지만 그 독백에서 마오는 그로스만의 복수로 인해 죽고.. 용왕이 그 이후로 제대로 결심해서 하르트만이 아닌 그 연계되는 조직까지 다 쓸어버렸을 거야. 용궁의 구호처럼 악을 뿌리채 뽑았겠지.
그리고 볼프강은.. 연플이 없었다는 가정하에 에만과 짤막한 대화를 나눈 뒤(일방적인 질의응답이지만) 누구보다 비참하게 죽었을 거야. 불러도 아무도 오지 않고, 용왕이 하르트만의 목을 들고오고. 그리고 에만이 볼프강의 배에 한 번, 그리고 머리에 세 번 총을 쐈을 거야. 아버지가 그렇게 살해 당했거든. 그리고 시체를 불태웠겠지. 답지 않게 눈이 왔을 거고. 그 이후로 총기를 내팽개치며 떨다 울었을 걸. 다만 페로사가 있으니 이제 도움을 받아 총을 극복한다는 서사가 추가됐을 거고.
용왕이 인형 출신인 건, 왠지 모르게 내심 그렇겠거니 하고 있었지만 말야...... 정장을 입은 그 인형이 에만의 어머니가 아니라 용왕이었으려나, 아니면 로즈밀도 용왕도 둘 다 인형 출신이었으려나.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빚어낸 괴물에 목을 물려 죽은 셈이 되어버렸네, 그 쾌락중독자들은.
좀더 썰을 풀자면 부캐가 풀리면 다니엘레는 모브로 남겨두고, 블랙 코핀 코퍼레이션의 사장인 "일리야 무로메츠"를 낼 생각이었어. 전직 배틀리언이자 비밀 정부요원 캐릭터로 내서, 자신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다고 생각한 페로사에게 페로사의 아버지가 남긴 유산과 관련한 새로운 서사를 부여해서, 제대로 엔딩을 맞이했다고 하면 엔딩 시점에서 페로사가 베르셰바 밖에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개연성을 부여하려고 했었어.
>>42 아니긴 뭐가아냐 정답입니다. 역시 맛잘알. 맛은 하나로 통하는구나. 에만이 눈을 떠보니 눈앞에 디즈니랜드가 진짜로 있을 때의 반응도 실시간으로 보고 싶었어. 어안이벙벙한 에만 머리에 쥑쥑이 머리띠도 씌워보고 싶었고 ㅋㅋㅋㅋㅋ 젠...장......맛있는 썰들이 너무 많이 늘어가서 >>26이 멀어진다...... (어질) 당신 내 PTSD를 치료할 셈인가
맛있어어어어어 ;0; 최고야 진짜! 우우 디즈니랜드가 눈앞에 있다면 눈 둥글게 뜨구 어안이 벙벙하다 못해 벙쪄버릴 걸? 쥑쥑이 머리띠.. 씌우는 순간 페로사 와락 끌어안고 여긴 천국이야! 하고 외치면서.. 김에만씨 천국에 갔구나 결국(?) 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야 PTSD 치료사 에만주! 0.< 물론 >>26 설정처럼 첫만남부터 다시 하는 것도 동의해. 조율하면 되니까! >:3
고된 여정이었다..(폴싹) 메로나가 왔어!🍈🍦 도시 설정을 짰구나..?😲 나는 고담시티 같이 누구 죽어도 아.. 히빌이나 센티넬이 임무 수행하러 다녀갔구나.. 그리고 충돌 금지인 그레이존이 있다..정도만 생각해둔지라. ㅎㅎ; 그렇다면 어떤 설정인지 들어봐도 될까? >:3
고생했어.. 88 (지퍼 앞섶 열어줌) 메로나는 잘 먹을게. 에만주 것도 있지? 아참, 저녁식사는 했어?
"엔데버 카운티(이름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라는 해안도시로, 마이애미나 플로리다에 마닐라 혹은 홍콩을 섞어놓은 것 같은 화려한 해안 관광도시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대기업이 정부와의 거액의 협상에 성공해 경제특구라는 명목으로 통치권을 확보하다시피 해서, 관광수익에 방해되는 이런저런 법령이나 규제를 없애버리고, 경찰이나 군대도 빼버리고 그 빈자리를 사설 경호업체로 채우는 등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 통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카운티로, 부패한 기업가들과 결탁한 범죄조직이나 악당들이 그늘 속에서 암약하는 화려한 신 시티라고 설정해두었어.
세부 지역도 몇 군데 설정해뒀는데, 관광객들이 엔데버 카운티에서 가장 먼저 접하고 가장 많이 찾는 몇몇 구역의 경우는 암묵적으로 충돌이 금지되어 있으니까 에만주가 말한 그레이존이라는 설정과도 부합하겠네. 설정해놓고 보니 이전 도시 못지않게 상당히 느와르적인 도시네... 페로사주가 좀 느와르 팡인인 편이라 ◑◑ 우선 도시 이야기부터 맞추어보고 여기에 히빌이 어울릴지 센티넬버스가 어울릴지 이야기하는 게 좋으려나?
도시 야경이 굉장히 화려할 느낌이 드네. 파랗고 분홍색 색조의 네온사인이 검은 바닥을 환하게 물들일 것 같아. 골목으로 들어가면 늘어진 전선도 그렇고, 비오는 날이 장관이겠는 걸... <:3 경제특구라는 명목으로 국가가 개입할 권한이 없으니 독재나 그런 일이 더 비일비재 할 것 같고. 화려한 신 시티, 너무 좋다고 생각해. 그레이존 설정도 암묵적 충돌이 금지되어 있고.. 느와르적인 도시라고 해도 좋답니다. 그런 느낌이 좋아.🥰 이정도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
내가 생각했던 건, 으음, 그레이존과 더불어 블랙존이 있다는 설정이야. 왜, 관광지도 그렇고.. 도시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다가가서는 안 될 곳이 있다, 그런 느낌으로. 그쪽이 제대로 된 느와르 느낌이라고 해야할지...법도 사람도 없는 인외마경 같은 느낌이지.🤔 밤에는 도시가 붉은 야경 때문에 검붉은 하늘을 보이고, 아침에는 파란 해를 보여주는 곳.
페로사주의 설정은 히빌이 조금 더 어울릴 것 같은 느낌도 없잖아 있네. 사설 경호업체를 센티넬로 쓴다는 것도 매력적이겠지만, 그런 도시일수록 은근슬쩍 법을 어기는 빌런은 넘쳐나기 마련이니까.
방금 먹고 오는 길이야. 짜불에 군만두를 먹자길래 유혹에 당해버려서... 평소 식사량보다 좀 더 많이 먹어버렸네...
말했듯 실질적 통치권을 쥐고 있는 기업이 이런저런 법이나 규제를 대단히 느슨하게 풀어놓아서, 전국적으로 관광객도 많이 몰려들지만 도망자나 범죄자도 많이 온다는 설정이야. 현실의 라스베가스에도 하수도에 사는 떠돌이들이 있으니까, 그런 느낌이겠지. 분명히 블랙존이라고 할 수 있는 구간도 있을 거야.
저번 도시와 다른 점은, 일단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이름마저 도시전설로 취급되는 비탄의 도시와는 달리 짐짓 밝아보이는 모습도 있다는 거야. 그래도 역시 에만주가 말한 블랙존 같은 것은 관광객들에게 있어서는 도시전설처럼 취급될 것 같아.
생각해보면 도시를 점거하고 있는 대기업이 금융 관련 기업이고, 금융 기업이 발급해주는 카드가 신분증처럼 쓰여서, 여행객이 아닌데 카드가 없는 사람은 그레이존으로 진입하지 못한다던가 하는 설정도 흥미로울 것 같고.
단순 히빌도 센티넬버스도 어느 쪽이건 좋다고 생각해. 대기업 경호업체에 소속된 센티넬도 있을 테고, 범죄조직에 소속된 센티넬도 있을 테니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많이 이야기해두고 싶어서.. ◐◐ 일단 지금은 느슨하게 쉬면서 소화시키고 있어. 그렇지 않을까. 도시 자체가 적대적 협력관계의 대기업과 범죄조직의 대립구도로 나뉘어있다는 느낌이지. 범죄조직도 단일 범죄조직이 아니라 이런저런 크고작은 범죄조직들이 여럿 있어서 또 범죄조직들끼리의 알력다툼도 있다거나. 대기업은 또 범죄조직들끼리 은근슬쩍 이간질을 시켜서 범죄조직의 과한 팽창을 견제한다던가.
히빌 그 자체가 싫다기보단 히빌 배경 커뮤에서 안 좋은 일을 좀 겪었을 뿐이니까, 에만주가 히빌이 더 편하고 좋다고 하면 나도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어.
그렇군 호에~◐▽◑(댕청해짐)(?) 범죄조직은 대기업의 묵인으로 이득을 챙기고, 대기업은 그런 범죄조직으로 나름의 이득을 챙기고. 대립하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상호적인 느낌도 날 것 같네. 히빌에서 안 좋은 일을 겪었다고 해도 여기엔 에만주가 있으니까 걱정 말아요. 으음,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조심조심 하고 있었어.(포옥) 만약 히빌로 한다면 어반판타지 요소를 넣을 생각이야? '0'?
(쓰다담) 범죄조직들도 제각기 범죄조직 나름이라 우선은 대기업에 충성하는 자세를 취하지만 뒤로는 자기 잇속을 챙기는 평범한 범죄조직에서부터, 대기업의 개를 자처할 정도의 충성파도 있고, 대놓고 대기업과 대립각을 세우는 범죄조직(물론 이 경우엔 대기업과 정면으로 대립할 만한 규모와 힘이 있는 범죄조직이어야겠지. 어쩌면 도시가 경제특구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이라던가도 있을 수 있겠지.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부둥) 그런 것에까지 조심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이야기해줘.
어반판타지 요소는 에만주의 의사에 따를 생각이야. 있어도 좋고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해. 다만 어반판타지 혹은 SF 등의 비현실적 요소가 아주 없을 수는 없는 게, 원래 페로사도 인체개조를 받았다는 설정이었으니..
이히히..(부빗부빗) 늦어버렸네, 잠깐 전화 좀 받고 오느라.. 친구가 약속을 잡고 싶다고 해서.
그런 설정 정말 좋아! 계속 좋다고 말하지만, 정말 좋은 걸 어떡해..🥺 하나하나 세계관이 넓어지는 그 느낌을 참을 수 없이 좋아해. 로로주가 이렇게 도와주고 같이 얘기해주니 너무 좋은 걸. 나야말로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아무래도 에만주도 센티넬버스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조금 자제하지 못하는 편이기도 하고 깊숙하게 파고들수록 더 혼란스럽게 감정선 잡길 어려워하는 타입이라. 로로주가 좋다면 히빌로 가고 싶네.
으음, 어반판타지..는, 아무래도. 페로사도 개조를 받았다..는 설정이었고, 에만의 해킹 실력도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는 SF요소니까.. 혹시 원하는 요소 있을까? 초능력이라든지, 소소한 사이버펑크적 요소라든지, 그런 거.
... (결국 잔소리주머니 자극당함) 즐기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야. 적당히 즐기다만 온다니 안심이네. 같이 자러 가는 건... 거의 항상 그랬잖아. (꼬옥) 일단은 바빌론 시티라고 이름을 정해두고 설정을 쓸 텐데, 혹시 더 좋은 이름이 떠오른다면 기탄없이 말해줘.
에만... 아이언맨 되는 거야? 로미로부터 이어져내려온 스타크의 의지를 계승하는 거야? (동공 쉐킷) 페로사는 발톱없는 울버린 느낌일 것 같은걸. 원 세계선에서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도시에서 항상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당시 받았던 시술 중에 초재생능력과 관련된 시술도 있었거든.
우에엥 ;0; 잔소리 잘못했어요 ;0;0;.. 안심하라구! >:3!!! 히히. 늘 기쁜 걸 어떡해?(맞꼬옥)(부비쟉) 하루하루가 근사하다구. 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안돼 3000만큼 사랑해를 쓸 수 없어! 아이언맨 취소! 취소!🥺 '0' •0• ○0○!!! 그런 거였어?! 우우 로로...그런 시술을 받고 굴렀을 거야..(꼬옥)(토닥) 그래도 여기서는 조금.. 괜...찮겠지?🤔 에만이는 어떤 능력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네. 윈터본이니 컨셉질 하게 얼음능력 줘도 재밌겠지만..🤔 어쩐지 숨어사는 것 때문에 변신도 재밌어보이구..🤔🤔🤔
에만주 덕분에 나도 하루하루가 근사한데, 내가 에만주한테도 그렇게 해줄 수 있어서 정말로 기뻐. uu (쪽)
내가 스레가 닫히기 전에 독백을 다 썼더라면, 그야말로 처절하게 구르는 페로사를 볼 수 있었을 거야... 어쩌면 이번에도 처절하게 구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음, 이번 세계선의 에만은 해커가 아닐 수도 있는 거려나. 해커여도 아니어도 에만이니까 좋아...... (중증)
대충 정리해본 설정이야. 지역 설정도 기본적인 뼈대는 다 정리되어 있으니, 정리되는 대로 보여줄게. 수정하거나 추가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말해줘.
바빌론 시티 연합국 최고의 휴양지로 일컬어지는 관광도시. 긴 여름과 짧은 겨울을 갖고 있는, 아열대와 온대의 중간적 특징을 보여주는 기후를 띈 해안가 도시로, 지리학적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접근이 용이한 위치에 있어 관광산업은 물론 유통업으로 많은 부를 축적해 풍요롭고 번화하게 발전한, 바빌론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아름다운 도시다. 유통의 중심지들 중 하나로도 자리잡고 있지만 역시 바빌론 시티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관광산업으로, 여름의 바빌론 시티의 끝없는 해안가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찬란한 백사장과 아름다운 비취색의 바다를 자랑하며, 바빌론 시티는 누구에게나 꼭 한 번은 방문해보고 싶은 최고의 휴양지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 으리으리한 호텔과 카지도노, 각종 식당과 이름높은 바 등등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유흥시설이 관광객들에게 환락을 팔기 위해 들어차 있는 도시로, 현재를 즐기면서 흥청망청 살아가는 방탕한 생활풍조가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곳이기도 하다. 바빌론 시티가 이렇게까지 고도로 발달한 향락의 도시로 자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의 특별 정책으로 바빌론 시티와 바빌론 시티가 속한 카운티 전체가 경제특구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 실상은 국제적 위상을 가진 에누마 신용금융그룹과 정치인들의 야합의 결과물로,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이 게으른 정치인들에게 충분한 후원금을 대가로 이 도시의 실질적인 통치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벌이에 방해되는 거의 대부분의 법령과 규제를 없애거나 느슨하게 풀어버렸고, 지역의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 역할도 사설 보안업체에게 맡길 정도이다. 그 결과 바빌론 시티는 최고의 관광도시 중 하나로 거듭났지만, 그 그늘에는 부패한 정재계가 드리운 탐욕의 뿌리 사이에서, 그들과 결탁하거나 대립하는 범죄조직이나 불한당들이 한 몫 잡기 위해 암약하고 있는 신 시티이기도 하다.
에 구르지 마세요 안대요 하지마세요 ;0; 맛있긴 하지만 앗 그렇지만 그게 그(고장남) 우에엥!! 이번 세계선은..🤔 대학..생..? 항상 고통받는 공학과일 느낌이 들지..?(?) 해커일을 하는 능력자 꼬맹이일지, 아니면 능력 자체가 해킹일지, 그것도 아니면 다운그레이드(?) 당해서 고통의 교수님 제발 B라도 주세요 수강신청 하게 해주세요 서버 왜 마비되냐 학교 서버 관리 1도 안하지 안돼 내 학점 개망했다의 대학생일지 아직 고민중이니까 응응.. 나도 어느 세계선의 페로사든 페로사라서 좋아..(데굴데굴)(중증22)
자세한 설정 좋아요 구독 알림설정 꾹꾹 눌렀다구! 오늘만 사는듯한 방탕한 도시.. 환락적인 풍조.. 매력적이야..;0; (팝콘 무한소비중) 더 추가할 사항은 없을 것 같네.🤔
페로사: 그래, 힘들고 아프고 외로웠어. 페로사: 힘들게 고생하고 너무 멀리 와버렸는데 결국에는 그런 건 아무짝에 상관없었으니까.* 페로사: 그렇지만 이제 네가 나와 같이 있잖아. 페로사: 그러니... 이번에도, 날 사랑해줘. 응?
*in the end, 린킨 파크
페로사는 이번에도 지쳐서 은퇴한 빌런 출신 히어로이자, 과거사를 묻어두고 조용히 살아가는 바텐더일 테니 어떻게 다가와줘도 좋아.. 기대하고 있을게. 대학ㅋㅋㅋㅋ생ㅋㅋㅋㅋ 아 PTSD 올라와...... (욱신)
카지노라~ 실제로 오리엔탈 타운 느낌의 구역(이름을 "뉴 주룽"과 "아카디아" 중에서 고민하고 있어)도 있을 것이라 용왕님까지 모셔와도 문제없을 거야. 사실 지금 만지고 있는 바빌론 시티의 설정은 내가 옛날에 스레를 세우려고 준비했었던 설정을 리파인하는 거라, 에만이 어떤 캐릭터가 되더라도 배경설정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한 소재가 준비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에만: 외로웠지. 응, 아팠을 거야.. 에만: 여기 있어. 앞으로도, 지금도. 에만: 누가 널 사랑하지 않을까? 나는 어떤 모습이든, 어떤 상황이든.. 그 모든 널 찾아서 사랑할 건데.(꼬옥)(도담)
우엥 빌런 출신 히어로 우엥 ;0; (에만 설정 구상하던 거 봄)
에만: 부모는 히어로였는데 자식이 빌런이라고? 에만주: ㅎ 에만: 넌 진짜 용서못해..(주먹 쥠)
대학교는 만인의 PTSD 유발기라구..😧 교수님..(파르르) 우왓 진짜? •0• 용왕님을 모셔..🤔 아주 가끔만 모셔와야지(끄덕) 어장 세우려 했었구나. 예비 캡틴이었던 로로주.. 멋있어~ 어장을 세우고 싶었으나 낡고 지친 에만주는 그런 거 절대 못하니까..응.. 배려 고마워!😘(음쫩)
오늘은 핸드폰을 안 떨궜어..! 모로 누웠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손에서 미끄러져서 내 코앞으로 엎어지네..🤦♀️ 우우. 슬슬 들어가봐야겠다..🥺🥺 오늘도 대화해줘서 고맙고 늦게 자면 침대에서 들어올 때까지 안 자구 기다릴 거야 >:0!! 그러니까 푹 자자구, 예쁜이. 0.<♡ 내가 많이 아껴요♡ 좋은 밤 되길 바라🥰(쪽!)
이번 도시도, 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구역은 저번 도시 수준의 마굴이기도 하니까... 응, 옛날에는 그랬었어. 사람이 모이지 않아서 그만뒀지만. 이젠 나도 캡틴이 된다거나 할 기력은 없는걸. 다인스레에 참가하거나 일대일 스레를 세우는 정도가 한계인 것 같아. 배려라니... 에만주는 나에게 있어 소중한 참치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지.
나야말로, 오늘도 함께 보내줘서 고마워. (쓰담쓰담) 에만주도 푹 잠들어. 나도 이제 누워야겠다... 나도, 에만주가 많이 소중해. 에만주도 편안한 잠자리 되길 바라... (뽀다담) 윽 당하니 부끄러워... (토마토색 됨) (바닥에 나뒹굼)
나는 악마가 아니랍니다..😊 확인했어. 굉장히.. 세세하고 매력적이라 활동할 무대가 많아보이네. 이런 설정들 정리해주고 만들어줘서 고마워.🥰 노력하고 마음 써준게 보여서 행복하다. 로로주도 오늘 하루 힘내는 거야.
말이 좀 많이 짧은 것 같네.. 미안,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서 타자 치는것도 힘들어서.. 응.. 갑자기 위경련이 온지라 새벽에 한숨도 못자고 토했지 뭐야..😂 덕분에 약속은 파토나고.. 일단 제출할게 있어서 출근만 해두려고..응. 어떻게든 되겠지.. 부디 건강 조심하길 바라..
•0• 그건 로로주 아니었어?!😳 나는 사소한 부분만 덧붙이는 편이니 걱정 마세요.😘 현지 맛집 중에 당근 케이크를 기가막히게 만드는 베이커리가 있다..(중요 별표 메모하는 덧붙이기 설정)(에만: 으웩!)
방금 링겔 맞고 오는 길이야. 우우 걱정시켜서 미안..😂 제출하고 방금 집에 왔으니 푹 쉴게요.(꼬옥) 오늘 하루랑 내일 점심까지는 아무것도 안 먹는게 좋고 약이랑 물만 챙겨먹으라는데.. 구토억제 주사 맞았으니 괜찮겠지.. 저녁에 조금 회복하면 다시 만나요...🤦♀️ 아우우..
쓰러져도 내 품안에 쓰러져주세요. (지퍼 앞섶 지익 열고 끌어당겨안음) 해줄 수 있는 게 빨리 나아지기를 빌어주는 것 말곤 없네.. 배를 조금 따뜻하게 해보는 건 어때? 아, 에만이 너무 아메리칸이라 귀여워. 마구 쓰다듬어주고 싶어..
페로사: 조금이라도 내가 널 사랑하지 않을 틈 같은 건 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 페로사: 정말이지..
그리고 에만주에게 몇 가지 질문.. 1. 내가 제공해준 바빌론 시티에 대한 이야기가 시트를 쓰기에 충분해? 2. 이번 세계선에서도 에만은 얼굴을 가리고 다니려나? 3. (시트를 다 쓰고 나서야 나눠볼 만한 이야기지만) 이 세계선에서 첫 일상을 시작할 때, 페로사와는 첫만남부터 돌려보고 싶어, 아니면 서로 안면이 있는 상태에서 돌려보고 싶어?
힝힝 로로주가 내 심장을 때렸어..🥺(부비쟉)(맞꼬옥) 마침 장판 틀었어! >:3 약도 먹고 왔답니다.😉 페로사는 어떨까? 에만이는 따끈하게 수프 데워서 먹여주려 할 거라구. 후후.. 쓰다듬 받으면 수줍어서 아프지 말라고 말한 뒤에 쓰다듬어준 손 잡고 뺨을 부빌 거야~
에만: 으음, 내가 욕심이 많은 걸 어떡해.. 에만: 싫은 건 아니지..?(부빗)
으음.. 1. 시트 쓰기는 충분한 것 같아. 쓰기도 편한 것 같고. 그렇지만 시트 양식을 서로 조율해 보는 게 어떨까? 한마디 이름 나이 성별..? 외모 능력 등등등.. 2. 본 얼굴을 가리고 다닐 생각이긴 해. 평소에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이면 위조된 모습으로 다닐 것 같네. 3. 첫만남.. 재밌겠다..😶 로로주는? 안면이 그렇게 깊지는 않다~고 해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쓰담담) 그래도 푹 쉬고 있다니 다행이야. 페로사는.. 일단 연차 쓸 거야. 평소에도 에만의 생활습관이 영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신경이 더 쓰이지 않을까. 병원에 데려갈 수도 있고, 병원에 데려가지 않더라도 하루종일 에만을 간호해주고 있을 거야. 따뜻한 물을 채운 보온병을 안겨주거나, 평소에 뭘 잘 못 먹는 에만을 위해서 포타주 수프를 준비할 테고.. 에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네. 에만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서 에만 손 꼭 잡고 하루를 꼬박 보낼 것 같지. 같이 좋아하는 영화 같은 걸 보면서. 그리고 여기서 에만의 디즈니 취향이 긁혀나오고 마는데
시트 양식은 기존 시트 양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마디”
이름 : 나이 : 성별 : 외모 : 성격 : 능력 : 특이사항 :
정도로 쓰면 될 거라 생각해!
난 원 스레에서 에만주와 선관으로 짰던 그 모먼트(우연히 에만의 가면 너머 얼굴을 보고 말았는데, 그 때문에 저격수에게 공격당했음에도 저격을 피하고 에만의 얼굴에 가면을 씌워준)가 너무 맛있어서, 거기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어. 😊
“그래. 이건 내가 선택한 지옥이야.” “삶에 의욕 같은 걸 갖기에는 너무 열심히 살아서 말야. 나쁘지 않잖아? 소소한 행복을 찾아다니면서 느긋하게 죽어가는 거.”
이름 : 페로사 몬테까를로 Perosa Montecarlo 나이 : 29 성별 : 여
외모 : Picrewの「욤크루」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gH5Y1TzXc0 #Picrew #욤크루 (리터칭 가능) 188센티미터에 달하는 훤칠한 장신이 가장 먼저 돋보인다. 위로 훤칠하게 뻗은 글래머러스한 골격에는 살집뿐 아니라 단단한 근육이 짜임새있게 들어차있어 여성스러운 곡선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몸매다. 옷차림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몸매만으로도 매우 잘 단련되어 있음이 느껴진다. 그 덕분에 체중은 87kg에 달하지만 페로사는 자신의 몸무게를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상쾌한 미소가 걸려 있는 얼굴은 전형적인 블론디. 쨍하니 푸르른 눈동자는 마치 말간 오후 하늘을 한 숟갈 떠온 것 같고, 짙은 쌍꺼풀과 오똑한 콧대를 위시한 서구적인 이목구비, 붉은 기가 도는 피부를 갖고 있다. 자연스러운 컬이 가득 담겨있는 밀짚빛의 금발머리는 한 갈래로 묶어서 날개뼈 아래까지 곱슬곱슬 물결치며 타고 내려간다. 특이하게도, 왼쪽 어깨의 상당 부분을 덮는 켈틱 매듭무늬 문신이 et dimitte nobis debita nostra, Sicut et nos dimittimus debitoribus nostris(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준 것과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소서)라는 라틴어 경구와 함께 새겨져 있다. 기존에 한 번 새겨졌던 문신을 덮어버리려고 새긴 문신처럼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옷차림은 단출하다. 질박하다 못해 투박하다고 해도 될 수준. 면이나 린넨으로 된 셔츠에 바지를 입는 게 전부이며, 그나마도 청바지이기 일쑤디. 악세사리를 차거나 해서 꾸미는 일도 거의 없다. 짧은 겨울이 찾아올 때 걸치는 외투도 여성적인 매력이라곤 없이 투박한 파카나 점퍼 같은 것들이다. 예쁘게 차려입는 데는 서툰 편이다. 무엇보다 체격 자체가 곱게 꾸미는 데에는 불리한 체격이기도 하고.
성격 : 낙천적인 비관주의자. 쾌활하며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 다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 쾌활함과 느긋함은 여유가 아니라 어떤 체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고 결심했을 때는, 원래 성격이었을 호쾌한 모습과 함께 시원스런 추진력을 보여주곤 한다.
사람을 달래는 데는 위로의 말이나 동감해주는 자세보다 좋은 술 한 잔과 편안히 쉴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음악, 그리고 소화 잘되는 고기(중요함)가 더 효과있다고 믿는 미묘한 현실주의자이기도 하다. 가치관을 생각함에 있어 그 선택을 함으로써 행복해지는가? 를 우선된 가치로 삼는다. 또한 타인을 존중하고 신뢰를 중시하는 성격이기도 하며, 입이 무겁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에도 능숙하기에 한결 편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이기도 하다.
뒤끝이 별로 없는 성격이지만 호이가 계속되니 둘리인 줄 아는 사람에게 계속 호의를 줄 정도의 호구는 아니다. 책임감과 추진력이 뛰어나 한번 마음먹고 일을 추진하면 놀라운 실행력을 보여주지만 그만큼 정신적 부하도 정직하게 100% 다 받기에 세서 뭔가 하나 작정하고 버닝하면 반작용으로 한동안 탈력감과 귀차니즘에 절어 건어물 비슷한 무언가가 되는 경우도 있다. 멘탈이 강한 것과는 별개로 의외로 자존감이 낮아 자기 스스로에게는 비관적이기도 하며, 이는 낙천적인 기질과 맞물려 이따금 유쾌하고 거리낌없는 자폭성 농담의 모습으로 튀어나오곤 한다.
능력: 아우라 자신의 신체를 매개체로 삼아, 신체에 에너지를 투사하고 덧입혀 신체를 강화시키는 형태로 발현되는 이능력. 아우라 능력은 사용자의 신체를 극적으로 강화시켜,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하게 해준다. 체내에 단련되듯이 차곡차곡 쌓이는 에너지는 평상시에도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순발력, 오감, 신체 내구도 등의 신체능력을 인간의 한계 이상으로 강화시키며, 사용자가 원할 시 체내에 쌓인 에너지를 활성화시켜 인간의 몸으로 일으키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파괴적인 위력과 놀라운 저항성을 발휘할 수 있다. 체내의 에너지를 활성화시켜 외부에서 가해지는 이능력에 의한 물리적 오류나 정신 간섭 역시도 저항하고 차단할 수 있으며, 아우라를 극단적으로 단련했을 시에는 아우라를 체외로 뿜어내 에너지 장벽을 만들거나, 가까운 거리에서의 에너지 투사 공격까지 가능하다.
특이사항 : 직업은 바텐더. 미각이 섬세하고 센스가 좋으며 기본기가 탄탄해 칵테일을 엉터리로 만드는 일은 절대 없지만, 자기 주관이 강한 탓에 오마카세를 시키면 취향이 아닌 칵테일을 영업당할 수도 있다. 취미는 헬스와 오토바이 운전. 바에 출퇴근할 때도 오토바이를 즐겨타는 얼죽오(얼어죽어도 오토바이). 물론 짐을 옮기거나 할 때 쓸 픽업트럭도 한 대 있긴 하지만 픽업트럭을 끌고 다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또한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로, 오로지 신체의 근력만으로 3대 700을 달성한 스트롱우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당 기록을 경신했을 때 그녀의 표정이나 움직임 등으로 미루어보아, 아마 그것보다 더 높은 중량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트레이너의 추측이다.
지금은 일개 바텐더일 뿐이며 기복 없는 생활에 반은 만족하고 반은 체념한 듯 살아가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일선에서 뛰는' 일을 한 것이 분명하다. 자연스레 주변을 경계하는 버릇이나, 바에서 난동을 피우는 손님을 제압하고 쫓아내거나 혹은 '처리하는' 동작 등에서 숨길 수 없는 업계 종사자의 관록이 묻어나온다. 또한 능력과 별개로 급소, 무기, 사물, 환경 등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는 훌륭한 전투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위험을 감지하는 뛰어난 직감 또한 가지고 있다.
한때는 “세크메트”라는 이름의 히어로로 활동했으나, 그녀는 자신의 과거사를 철저히 감추고 있기에 충분한 정보력이 없으면 한때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지레짐작만 할 수 있을 뿐 그녀의 과거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세크메트는 빌런 출신의 히어로였으며, 어떤 연구기관에서 인위적으로 연구되어 만들어진 이능력자이다. 대중들에게 공개가 금지되어 있는 사건이자 EK급 범인류적 의식 찬탈 시나리오가 실제로 발생할 뻔한 "니오베 프로토콜" 사건 당시 니오베 프로토콜을 무력화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공헌을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현 시점에서 에만이 페로사에 대해 조사할 시 알 수 있는 정보)
현재는 뉴 고모라에 위치한 가장 유명한 바들 중 하나로 손꼽히는 엘리시온의 바텐더들 중 한 명으로 일하고 있다. 엘리시온은 규모 있는 클래식 바로, 일반적으로 몇 명의 바텐더가 여러 명의 손님을 서빙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정된 요금을 지불하면 바텐더를 지명해서 일대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듯하다.
그러게. 이집트 신화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부둥둥) 응, 편히 쉬어.. 꼭 안아줄게. 이번의 페로사도 에만주의 마음에 드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에만주 컨디션이 안 좋은 건 알고 있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시트는 천천히 써서 줘. 에만주가 기다릴 수 있는 만큼 나도 기다릴 수 있으니까.
페로사: 그러면 방금 한 말은 취소. 아침이면 다시 쌩쌩해질 테니 걱정 마. 페로사: 그러니까... (뽀뽀 받아줌) 지금이 네가 우위를 점할 기회라는 거야. (눈웃음)
데차는 해본 적은 없고 일러스트나 데차 사건사고 짤로밖에 못 봐서 잘 몰라.. (세크메트 검색해봄) (오우.) 내가 가챠겜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은 차치하고라도, 플레이어를 딱히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게임은 접는 게 맞지. (쓰담담) 잘 접었어. 상태가 좋아져도 느긋이 써줘.. (털빗어줌) (부비) 에만주도 항상 날 기다려주잖아. 나도 그렇게 하는 것뿐이야.
페로사: 네가 예뻐해주니까, 네게 예쁜 사람으로 남고 싶은 거야. (팔 감아옴) 페로사: 마음껏 사랑해줘.
라투디가 썩 예쁘지도 않던걸..(흐릿) 읍읍 제작사가 버린 겜 하니까 최근에 트릭스터M에 진짜 영혼까지 데였던 거 생각난다.. (이빨뿌드득)
페로사: 네가 내 삶에 의미를 찾아줬어. 페로사: 음...! 음... (에만의 키스를 받아줌) (누가 빨리 너굴맨을 불러와)
어른이기도 하고, 아이이기도 하고, 어른같기도 아이같기도 하고, 어른같지도 아이같지도 않은... 그런 메르헨하면서도 성숙한 분위기가 에만의 매력이야, 정말.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응, 잠이 올 때 자야지. 잠드는 타이밍 놓치면 난 아침까지 방황하게 되더라.. 나도, 오늘도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 에만의 시트는 부담없이 써주길 바라. 페로사가 에만과 에만주에게 어떻더라도 예쁜 캐릭터이듯 에만도 페로사와 페로사주한테 그런 캐릭터니까. 나도, 많이 아끼고 좋아해요. (쓰담담) (뉘어줌) 응, 같이 자자. 나도 이제 자러 갈게. 잘 자요.
저번에 에만주가 페로사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싶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그렇지만 금방 그릴 순 없을 것 같아.. 손이 많이 굳어있네...!
쌍방구원서사라는 것도 있잖아요.. 0.< 예전에 겪었던 사건에 에누마 그룹과 깊게 연관되어 있어서 아직도 예의주시 대상이라거나, 아니면 페로사의 양심적 가책을 교묘히 이용하거나 아니면 과거와 관련된 어떤 약속이 있어서 그 약속을 빌미로 페로사를 자신들의 계획에 이용하려 한다거나. 에만이 페로사를 구해주는 서사도 좋을 것 같지 않아? (유혹) (사실 뭔가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무더운 아열대 기후라 여름으로 들어서면 날씨도 변덕스러워 스콜이 종종 찾아오는 바빌론 시티.. 예상못한 소나기를 흠씬 두들겨맞고 처마 아래에서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짜내면서 눅눅하게 젖은 푸른 눈으로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페로사를 발견한 에만의 반응이 보고 싶다(오후의 뜬금없는 후레앓이).
물 열심히 마시고 있다구 0.<! 이제 토하지도 않으니 더 자주 보충할 수 있게 됐어..(은은히 스쳐가는 지난 새벽의 고통)
로로 진지한 표정..? •0•!!! 느긋하게 그려달라구~ 손 굳으면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니까. <:3
쌍방구원...에누마 그룹이 건드린다면 범죄조직을 은근슬쩍 잡는 에만쪽에서도 예의주시 할 테니까.. 로로를 구해주는 서사라니 최고야 ;0;.. 거기다 후레앓이라니.. 소나기에 젖은 페로사를 보면 가만히 쳐다보다 근처 가게에서 수건이라도 얻어서 건네줄 것 같네.. 초면에 데면데면한 사이라면 그냥 건네주고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가겠지만 어느정도 얼굴 익히고 조금 호감이 있다면 "비가 변덕스럽죠.. 참 변덕스러운 도시야." 하고 자기도 변덕스러운 사람이란 양 직접 닦아주려 할 거구.😉
히어로-빌런이라고 했지만, 바빌론 시티에서의 이야기는 선악의 구분이 흐릿한 피카레스크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어. 에누마 그룹은 범죄조직이 아니라 엄연히 전세계적 금융 그룹이고(현실의 비자나 아멕스 등을 생각하면 될지도), 바빌론 시티의 경영도 겉보기에는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 편이고. 악한 질서라고나 할까. 다만 그 질서가 혼돈을 의도적으로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지만 말야. 페로사에게 족쇄를 채운 조직이 에누마 그룹이 아닐 수도 있지. (지금으로서는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아닐 확률이 더 높아)
사실 급하게 정할 마음은 없어. 원 스레에서의 도살자의 서커스 서사도 에만과의 첫일상에서 즉흥으로 만들어버린 거라.. ◑◑ (이제 와서 수줍은 고백)
에만도 비를 좀 맞았으려나? 아직 데면데면한 관계면 "어딜 가, 비가 거센데." 하고 붙잡고는 콜택시를 부른다거나 할지도. 에만이 물기를 닦아주면 페로사도 수건 받아들고 에만을 닦아주려 할지도 모르겠네.
(로로 귀엽잖아) 맞다, 로로가 만약 동물잠옷을 입으면 어떤 동물인 편이야? 갑자기 궁금해졌어.. •0•.. 에만이는 투슬리스 잠옷이라구. 크왕 >;3!
설명이 조금 덜했네. 에만은 본인 이득을 위해 정보를 팔고 범죄 코디네이팅을 해주는 등 범죄조직을 지원해주는 쪽의 빌런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라, 이간질을 벌여 모종의 견제를 하는 에누마 그룹과 뜻을 같이하면서도 달리하는 편이라고 설정을 짜두려 했거든.(혹시라도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부담없이 찔러주길 바라) 로로에게 족쇄를 채운 조직이라면..우우 ;0;
? 뭐야 로로주 설정 천재였어.. 나는 원래부터 있는 비설인 줄 알았는데.. ;0; 그리고 찐으로 그로스만이 조직견제를 위해 지하 투기장(로로주 오기 전 당시에는 견제+처벌용이었음) 만들었던 설정이 있어서 두 배로 동공지진했다구.. "0"...
조금 젖었을 거야. 물기 촉촉한 촉촉에만이.. 붙잡고 택시를 불러준다고..? 이거 심쿵죄로 고발당해!! >:0!! 닦아주면 눈 동그랗게 뜨다가 부스스 웃을거구.. "난 안 닦아줘도 되는데." 하고 물기 좀 닦였다구 복슬복슬 해지겠지..(?)
투슬리스라니...... (와락 참음) (못참음) (와락) 페로사가 동물잠옷이라? 상상이 안 가는걸... 페로사한테 다양한 옷을 입히려고 이래저래 뭘 그려본 적은 있지만 메론만한 어깨 때문에 뭘 입혀도.. (얼감) 음, 으음, 으으음... 역시 사자 잠옷이려나.
오호라, 그렇구나...! 아니, 전혀. 에만답고 어울리고 예뻐서 좋아...(중증) 로즈밀도 한때 그랬고 용왕님도 한때 그랬고 에만도 그런 처지였잖아? 페로사도 그런 상황이면 어떨까 싶어서 말야. 정해진 것은 없고, 에만주가 그런 것이 싫다고 하면 없던 이야기로 할 수도 있어.
당시에는 페로사의 과거사에 대한 몇 가지의 흐릿한 프리셋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지하 투기장 이야기가 제일 먼저 머릿속에서 구체화되더라구.
심쿵죄로 고발당해도 좋아.. 나를 에만이라는 감옥에 가두어주세요(미침) 그리고 마음속에서 치솟는 연애감정이 이게 무슨 감정인지를 몰라서 무덤덤하게 웃는 얼굴 뒤로 혼란에 빠져있을 페로사까지. 음 좋다.
○0○ 김에만씨.. 손톱 기르고 딱딱 맞부딪치면서 그 대사 할게 뻔하다구.."0" 🤔 그럴수도 있고, 붙잡은 과거를 본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전형적인 앞날과 현재만 보는 사람이지. 과거는 버릇을 만들지만 그렇다고 내 발목을 잡을 수 없다. 타입일까..🤔
우와악 맛있어...(옹냠냠냠) 과연 손만 잡아올까? 깍지를 끼겠다..(미침) 집이라고..? ○0○ 로로주가 여러모로 내 심장을 위험하게 만들어 >:0!!! 이 요망한!(꾸압!)
페로사: 아니- (저편의 거울 봄) 마냥 깜찍하진 않은가. 페로사: ...정말이지. 어쩌다 나같은 사람한테 눈을 주고 있는 건지. 페로사: (이마에 쪽)
기억하려나? 초기의 페로사는 "희망을 버려, 그거야말로 사람을 가장 효과적으로 죽이는 독이니까." 같은 말을 하는 캐릭터였다고.. 이번의 페로사는 초중반에 걸쳐 그런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있을 것 같네. 이젠 우리 둘뿐이고, 둘이 서로를 마음에 담아가는 과정을 더 느긋하게 쓸 수 있으니까.
앞날과 현재만 보는- 이전의 페로사가 그랬는데 말야. 정말로 에만주 말대로 이번에는 포지션이 바뀌겠구나. (쓰담담) 이번에도 재밌는 플레이가 될 것 같아.
그러면 페로사는 움찔 놀라서 손 한번 보고, 에만 한번 보고... 에만이 왜 싫어? 같은 말 하기 전에 에만이 깍지낀 손 꼭 마주잡으면서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그런데 귓바퀴는 빨개져있고.. 소나기의 그림자가 이른 어스름을 드리운 눅눅하고 차가운 오후의 택시 뒷좌석, 모든 색채가 소나기에 칙칙하게 씻겨나가는 그 순간에도 여인의 귀는 선명히 빨개져 있었다. (돌음)
에만주가 내게 소중한 참치니까 나도 에만주에게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어 uu.. (꾸왑당함) (마주 꼬옥)
에만: 왜에, 마냥 깜찍하게 봐주면 기쁠 텐데.. 에만: 그건 내가 할 말인 걸. (부스스)
냉소적인 그 말.. 정말 좋아해. 느긋하게 적어가면서 변화하는 모습.. 이게 1:1의 묘미지. 느리겠지만 1:1 제안에 선뜻 따라와줘서 기쁜 걸.
하.. 진짜 너무 귀엽다.. 귀엽고 귀엽다.. 눅눅한 공기 사이의 뭉근한 바람이 불고 말지.. 에만도 슬쩍 곁눈질로 바라보다 시선 돌려서 내름 무심한 척 다른 손으로 핸드폰 만지는데 집중 하나도 안 되니까 결국 폰 끄고 창가만 바라보고..(기사: (비 오는 날 염병하네 서러워서 살겠나 커플xx들)(?))
페로사: 귀엽다니. (홍당무) 페로사: 누가 나한테 그런 소리 하는 거.. 익숙하지 못해서, 부끄럽네. 페로사: 넌 나한테 익숙하지 않은 것들 투성이야. 페로사: ...그래서, 싫지 않아. (눈 꼭 감았다가) 페로사: (에만의 말을 뒤늦게 이해하고 눈을 뜨며 당황) 어, 사, 사 사진? 그, 괜찮지만... 대체. 페로사: 알다가도 모를 취향이네, 정말.
(얼굴색이 비트색 돼있음) ... (부둥) 여러모로 절대 완벽하지 않은 참치이고, 모자란 점도 많지만, 다시 한 번 잘 부탁해. 마지막을 조금 더 미뤄주기로 해서, 더 오래 있어주기로 해서 고마워.
페로사: 손. (에만과 마주쥔 손을 들어보임) (솥뚜껑만하고, 굳은살투성이에, 흉터투성이고, 관절마디가 검붉게 툭 불거져있는 험상궂은 손... 손길이라기보단 손아귀, 손아귀라기보단 연장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손이다. 그렇지만, 그 손은 따뜻하다.) 페로사: ...난 오늘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네 손이 기억날 것 같아.
(드디어 사와서 깨작깨작중인 에만주) 파인애플 두 조각 먹었는데 울렁거려서 천천히 씹는 중인게..서럽다..🤦♀️ 다음엔 후르츠믹스 사서 체리부터 다 조질 거야..(굳은 다짐)
로로.. 사진.. 우우..🥺 그렇지만 김에만씨도 본인 셀카보다는 다른 사진 찍는 것에 익숙할 것 같고~ 물론 이번 세계관은 사진을 너무 자주 찍어서 문제겠지만.. 본인 sns에 치덕치덕 올라가있는..타인의 모습을 뒤집어 쓰고 본인인 양 행세하는 사진...본모습은 페로사만 볼 수 있겠네.🤔
에만이랑 페로사랑 찍은 사진은 두 사람만 보는 걸로 하자. uu 페로사도 sns를 하긴 하겠지만, 주류 제조사나 유통사에 컨택하기 위한 용도가 더 클 것 같지. 그 외에도, 이번에 페로사가 일하게 된 바는 바텐더가 여럿 있는 큰 바이고 지명제이기도 하니까 (에만과 단둘이 보낼 시간을 만들기 위한 검은 계략) 리큐르나 칵테일 사진 정도는 올리려나?
... (와락당함) (마주 꼬옥)
잡담에서 너무 다 풀어버리면 본일상에서 돌릴 게 없잖아.. 0.< 시트는 천천히 짜와줘. 가볍게 짠다고 해도 돌려나가면서 살을 붙이면 되는 거니까 너무 부담갖지 않아도 돼.
두 사람만 보는 걸로.. 그러고 보니 sns 팔로우 했을 때 지금 시트랑 비교하면 페로사가 미심쩍어 할 수도 있겠네.. 에만은 페로사 앞에서만 본모습을 드러내거나 할 건데,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일 테니까.🤔 아니면 처음엔 본모습이 아니었으려나.. 어느쪽으로 하는게 좋을까? 이번엔 에만의 성별이 정말 에만일 수 있도록 능력을 변신으로 뒀답니다. 우와~ 이거 진짜. 우와. 욕망 채우기의 김에만주.. 갑자기 김에만 귀랑 꼬리 돋아나서 냥에만도 되겠는데 이거?🙄
우아아우아아아 ;0;...(부비부비부빗)(자연발화)(?) 거의 다 썼으니까. 느긋히 기다려주길 바라..! 0.<
그래도 뭔가 먹을 수 있는 걸로 봐서 이번 주가 지나면 나아지겠네. 그래도 한동안은 조심해야 해.
처음 마주친 게 에만의 본모습이라면, 에만이 자기 SNS를 페로사에게 알려줄 때쯤이면 페로사가 에만의 능력이 뭔지 이미 알고 있을지도...? 우와, 이번엔 진짜 공설로 에만의 성별이 에만이구나. (아찔) 에만주 좋을대로 가득 채워버려. 아니 잠깐만요 그런데 그건 반치이이이이익...! (유령 됨)
언젠가 이런 노래를 틀어놓고 이런 쿠페를 타고 에만과 함께 드라이브를 가는 페로사를 보고 싶다는 소소한 바람이 있어. 나른한 휴일, 거의 해질녘이 가까운 늦은 오후쯤에서나 두 사람 다 부스스한 머리를 붙잡고 말야. 딱히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냥, 둘 중 누가 입에서 꺼냈는지 모를 드라이브라도 갈까? 하는 별 의미없는 시답잖은 말을 빌미로 말야.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해질녘의 바빌론 시티를 돌아다니다, 어딘가의 괜찮은 카페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거나 했으면 좋겠다...
(결국 먹는 거 포기하고 다시 토하러 갔다가 지쳐 잠들었던 가람..) 우엥 내 몸뚱아리 환불해줘 하자처리 해줘..!! 인간 너무 나약해!! ;0;
나른한 휴일의 드라이브.. 부스스한 머리를 붙잡는 것부터 귀엽고 낭만적인 걸? 아무 생각 없이 나서는 것도 그렇고.. 느릿느릿 가다가 대충 아무곳에서나 저녁 먹고, 바다를 보다가 느릿느릿 싸구려 보드카와 레드불이나 사서 돌아오고는 엉망진창인 예거밤을 마시면서 특선이랍시고 틀어주는 재미없는 흑백 영화를 소파에 앉아서 보다 서로 기대서 잠드는..(적폐)
88 세상에, 세상에... 월요일 되면 병원에 다시 가봐. 빨리 나아져야 할 텐데.. (토닥토닥)
드라이브는 페로사가 차분한 종말을 서서히 맞이해가는 본인의 삶을 좀더 편한 마음으로 되돌아보고 싶을 때 종종 하는 행동이야. 그런 순간까지 모두 에만이 물들여준다면 페로사는 정말로 기뻐할 거야. 소박하고 조용하지만 분명한 기쁨이겠지. 아아 이것은 적폐가 아니라 오너피셜이라는 것이다.. 그런 모먼트도 꼭 보고 싶네.
에만주 컨디션이 안 좋다고 했으니까, 서두를 필요는 없어. 느긋하게 써도 좋아. 물론 이번 주말 내로 첫 일상을 시작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너무 피곤하다거나, 몸 상태가 안 좋다거나 하면 무리하지 말고 쉬러 가기야. 응?
페로사의 버릇 비슷한 거구나.. 그 순간까지 에만이 물들인다니, 에만도 좋아할 거야. 사소한 것까지 자신이 품을 수 있을 테니까. 어쩌면 그런 묘한 정복욕이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우.. 오너 피셜이라고? 맛있다.. 꼭 보고 말 테야..(메..모!!)
(부빗부빗부빗) 느긋하게.. 느긋하게 쓰고 있으니까 걱정 말아..🥺 무리하지도 않을게. 약속!☝ 앗.. 민간인으로 활동할 때의 가명을 못 정해버렸어.. 어쩌지. 이것만 쓰면 거의 다 쓰는데...🤔
이건 기다리는 동안 읽으라구 살짝 올려보는 성격 설명 0.<!
늘 알맞게 바뀌었으나 민간인으로 활동하는 모습과 본모습이 일맥상통 하는 면이 없잖아 있다. 기력이 있냐 없냐의 차이일 뿐이다. 두 모습 다 늘 그렇듯 넘어가는 면모가 강했다. 사소한 것은 사소한 것으로 넘어갔고, 큰일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친절하지만 상냥함은 또 다른 개념이라는 걸 알려주듯 친절하나 상냥하지는 않았다. 변덕스러운 면모도 있었다. (디폴트 네임)의 면모로는 그 모습이 경박할만치 가벼워 사람 좋고 느긋한 인상이었으나 미카엘의 면모로는 정 반대였다. 미카엘은 화내거나 웃지도 않았다. 흥미가 동하지 않아 감정을 소모해야 할 순간엔 바람 빠지는 한숨 내지 헛웃음만 한번 툭 흘리고 말았다. 말소리는 조근조근하니 소극적이라 보일법도 하다. 이 때문인지 가장 잡아먹히기 쉬운 존재라 생각될 법도 하지만 속내는 유능한 포식자였다. 이따금씩 경고하기 위해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친분을 쌓긴 하지만 그마저도 한정적이며, 호의에 쉽게 반응하지 않았고, 받아들이기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불의를 보면 나직이 부추겼다.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넘기는 모습은 짐짓 소름을 돋게 만들기도 했다. 망설임 없이 쓰면 버리고, 죽은 자를 보고 감흥없이 돌아섰다. "내 손에 의해 겸손의 미덕을 배우게 되었으니 됐잖아. 천국 가겠지."
(마주 꼬옥 도닥도닥) 정복욕이나 독점욕같은 거 내비치는 에만이.. 귀여운데 예쁘고 위험한 그 모습 정말 좋아해.
민간인으로 활동할 때의 가명? 🤔...!! 왠지 본명은 안 떠올랐는데 성은 화이트일 것 같은 느낌일지도...... 페로사주는 이름짓기에 약해서 도움이 안돼 88 느긋하게 천천히 쓰자.
오... 예전에도 느낀 적이 있었지만, 자신이 흥미를 갖지 못한 것에는 천사 석고상 같은 아이구나. 공략이라던가 마음의 간격을 좁혀나간다던가 하는 일이 쉽지 않을지도... (오늘 나눴던 잡담을 다시 훑어봄) (용기와 의욕을 되찾음)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가슴에 낯선 색채가 스며드는 이야기가 맛깔나기 마련이지.
"…지옥을 선택하면 그 이후의 삶은 내 몫이지. 남을 지옥으로 끌어들일지, 내 자신을 천국으로 올리게끔 써먹을지.. 둘 다 같다고?" "욕심이 많아.. 그렇지만 나쁘지 않아. 이 도시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잖아?"
이름 : 앨리스 화이트 Alice White / 본명 미카엘 R. 윈터본 Michel Winterborn 나이 : 20 성별 : 의미가 있을까?
외모 : https://picrew.me/image_maker/1453974 본 시트는 캐릭터의 본모습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도무지 신뢰 없는 모습을 가진 사람, 엄밀히 말하자면 전체적인 성격과 능력까지 알았을 때의 설명이었다. 어느 날은 늙은 여인, 어느 날은 근엄한 남성, 어느 날은 어제 칼에 목이 그여 죽었다던 유명한 배우.. 하물며 어느 날은 인간도 아닌 고양이나 새. 그런 여러 면모를 가진 빌런 '에만'의 본모습은 여리고 작은 인상이었다.
앳된 아이를 벗어나 사회의 일원이 될 준비를 하는 애송이. 아직 솜털 보송하며 늘 공부 때문인지 앉아있는 모습이 흔했다. 푹신한 의자에 나른하게 앉아있거나 혹은 피에타 상처럼 팔걸이에 등과 다리 대어 늘어져있다. 의자 밖으로 나오는 일이 적어 키가 큰지 작은 지도 구분하기 어렵다. 165 정도 됐나. 가끔가다 몸을 웅크리곤 했는데, 그 모습이 퍽 가련하다. 화려하게 꾸미는 걸 좋아하던 겉치레와 달리 주로 입는 것은 후드였다. 머리카락을 가린 후드티는 두꺼운 편이 아니다. 대신 품이 넓다 못해 어른의 옷을 입은 아이처럼 헐렁해서 허벅지를 덮는 길이에 다다랐을 뿐. 바지도 품이 넓어 어른 옷 뺏어 입은 애 인상이다. 뒷골목에서 만나는 흔해 빠진 시시껄렁한 잡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잡배는 절대 아니다. 후드의 손목에 밴드로 마감 처리가 되었다 한들 흘러내리며 드러나는 손목은 비쩍 곯았다. 손가락은 길고 뼈마디가 도드라졌다. 손톱은 단정하게 정리됐지만 엄지는 일이 틀어질 때마다 깨물어 엉망이었다. 본인도 흉하다 생각하는지 이따금 정상인의 손을 흉내 내곤 했다.
도저히 변신할 기력이 없어 이 모습으로 바깥을 나설 때면 단순한 스마일링 마크의 가면을 뒤집어쓰곤 했다. 한때 내부든 외부든 가면을 썼기 때문에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목젖도 후드티 사이로 가려져 여성인지 남성인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 신뢰하는 사람 앞에서 이따금씩 가면을 벗으면 옅은 금발이 보였다. 드문드문 붉은 머리카락이 비쳐 언뜻 보면 분홍빛 머리를 가진 것 같았다. 머리는 이제 막 뒷목을 넘어서 어깨를 덮을까 말까 한 길이다. 평범한 듯 어딘가 매력적이었다. 가령 미소가 그랬다. 천사처럼 보드랍고 순수한 웃음을 짓곤 했다. 그렇지만 눈은 아니었다. 풍성한 속눈썹 밑의 앨리스 블루 색 눈동자는 아무리 말갛게 웃어도 심연을 들여다보듯 어딘가 혼란스럽고 의뭉스럽다. 단지 그뿐이다. 그런 존재다. 드러나는 범위가 한정적이고 본인 자체가 신뢰를 보여줄 수 없는 사람.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누르는지 모르겠으나 그 사소한 모습조차 보일 기색도 없다. 가면에 손을 대면 조근조근 농담을 던졌다. "손 안 떼면 울어야지. 그랬다간 이 도시에서 과연 어떻게 될까?"
성격: 늘 알맞게 바뀌었으나 민간인으로 활동하는 모습과 본모습이 일맥상통하는 면이 없잖아 있다. 기력이 있냐 없냐의 차이일 뿐이다. 겉보기엔 그랬다. 늘 그렇듯 넘어가는 면모가 강했다. 사소한 것은 사소한 것으로 넘어갔고, 큰일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친절하지만 상냥함은 또 다른 개념이라는 걸 알려주듯 친절하나 상냥하지는 않았다. 변덕스러운 면모도 있었다. 앨리스의 면모로는 그 모습이 경박할만치 가벼워 사람 좋고 느긋한 인상으로 비쳤으나 미카엘의 면모로 보이는 분위기는 정 반대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미카엘은 화내거나 웃지도 않았다. 흥미가 동하지 않아 감정을 소모해야 할 순간엔 바람 빠지는 한숨 내지 헛웃음만 한번 툭 흘리고 말았다. 말소리는 조근조근하니 소극적이라 보일 법도 하다. 이 때문인지 가장 잡아먹히기 쉬운 존재라 생각될 법도 하지만 유능한 포식자였다. 이따금씩 경고하기 위해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친분을 쌓긴 하지만 그마저도 한정적이며, 호의에 쉽게 반응하지 않았고, 받아들이기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불의를 보면 나직이 부추겼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모습은 짐짓 소름을 돋게 만들기도 했다. 망설임 없이 쓰면 버리고, 죽은 자를 보고 감흥 없이 돌아섰다. "내 손에 의해 겸손의 미덕을 배우게 되었으니 됐잖아. 천국 가겠지." 그런 사람이었다. 변덕스러우나 그 변덕스러움에 각자의 페르소나가 묻어나나, 정작 본인은 자신에게 질려버려 감흥 없는 사람.
능력: 변신, Metamorphosis 자신의 신체를 매개체로 삼아 무엇이든지 변할 수 있는 능력. 상상하는 무엇이든지 본인의 모습에 덧씌울 수 있었다. 어제 만났던 여성으로도, 이미 지구에 없어지고 박제밖에 남지 않은 동물이라도, 처음 보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존재로도. 새가 되면 날았고, 고양이가 되면 높이 점프해 사람의 몸 위에 앉았으며, 불과 어제 죽었던 유명한 배우가 되면 찬란하던 연기를 다시 볼 수 있었고, 그 지문마저 일치했다. 다만 능력자의 능력은 따라 할 수 없었다. 겉껍질을 뒤집어썼기에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머지는 온전히 재량에 달렸다. 특히나 사람이 그랬다. 아무리 연기한다 한들 그 사람의 무의식적인 버릇까지 따라 하다 보면 자신이 가진 무의식적인 버릇은 무엇이었는지 잃어버리곤 했다. 무엇인지 당최 알 수 없으니 일단 되는대로 또 다른 버릇을 만들고 그게 맞을 때까지 흉내 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제대로 된 찾지 못해 꼬일 수밖에 없으며, 모든 것이 자신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의 특징이 있다면, 변신한 모든 모습의 온도가 조금 차갑다는 것과, 변신한 직후 주변에 남은 한기였다.
특이사항 : 1) 루키 빌런 갑자기 혜성같이 나타난 존재. 활동 시기는 반 년 전. 첫 범죄가 질서가 정립되었던 블랙 존의 권력구도를 마굴로 뒤집어버린 일이었고, 이로 인해 해당 범죄조직이 타 조직에게 제압되는 3달간의 시간 동안 범죄율의 폭등이라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본인이 직접 현장으로 나서는 일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로 막대한 정보량을 토대로 한 빌런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뉴 고모라의 뒷골목에 인접한 유곽의 9번 방에서 "키우던 부엉이가 죽었으니 위로해달라."고 접선 요청을 하는 것. 그나마 알려진 에만이라는 활동명도 Name을 뒤집었을 뿐이다. 만났을 때의 모습도 누군가는 여인이다, 노인이다, 혹은 허무맹랑한 아이다. 같은 정확하지 않은 말이 나돌아 대역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냔 의심을 받고 있다. 1-1) 히어로 붉은 마녀와 흰 손의 핏줄. . 로즈밀 H. 윈터본. 한 때 도시의 홍보대사로 활동할 정도로 정의롭고, 이 도시에서 제일 인간답던 여인, 그리고 도시를 향한 정보전에서 막대한 공을 세웠던 로이드 S. 헤이스팅스의 핏줄. 어머니는 비록 같은 히어로에게 팽 당해 현장에서 끔찍하게 사망했고(이미지를 위해 세간엔 자진하여 희생하였다 공표되었다.) 아버지는 비슷한 시기 모종의 사고로 사망했으나, 미카엘에겐 큰 상처가 되지 못했다..고 본인은 덤덤히 읊조리곤 했다. 어쩌면 빌런이 된 계기가 이 때문일지도. 다만 붉은 마녀의 자식이라 알려져 있던 '미카엘 윈터본'은 부모가 사망한 이후 얼마 못 가 시선을 견디기가 어려워요. 나는 히어로가 될 수 없는데 왜 다들 내게 강요하나요? 어머니와 아버지의 영광은 두 분의 것이지 제 것이 아니에요. 라는 유서와 함께 음독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 병약. 시선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단지 그뿐이었는데 여파는 제법 강했다.
2) 수준급의 해킹 실력. 정보를 팔고, 캐내고, 날조하였다. 능력은 없었으나 천재적인 머리를 가졌던 아버지의 재능을 착실하게 물려받은 덕분이었다. 이 재능을 가지고 코디네이터 일을 했다. 모든 것의 기초는 정보이며, 그 정보를 손에 쥔 사람은 힘이 없다 한들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하기에 자연스레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 정보는 직접 현장에 '변신'으로 나서 다가가며 지켜보기에 더 정확하다. 3) 앨리스 화이트. 미카엘이 만들어낸 대외적인 신분. 탈색한 테가 역력한 요란한 백금색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 요란한 피어싱과 트렌디한 옷차림이 특징. 한창 꾸미고 싶고, 평범하게 자취하고, 평범하다면 평범할 20세 공학과 대학생이나 특이사항이 조금 있는 편. 1년 일찍 입학한 것과 더불어 여러 동기의 선망과 교수에게 러브콜을 받지만 자발적인 아웃사이더인 면과 현재는 고작 2년만에 조기졸업을 앞둔 상태. 때문에 주립 아미티스 대학교의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취미는 SNS에 사진 찍어 올리기, 환락가에서 방탕하게 즐기기지만, 최근 뉴 고모라의 한 바에서 음주하기라는 취미에 크게 박차를 가하며 재미를 붙였다는 소문도 알음알음 퍼져있다. 4) 무기. 미카엘이 가진 한 자루의 카람빗은 호신용 도구에 가까웠으나, 목부터 턱까지 한 번에 그여 죽은 걸 본 사람은 호신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끌어안김)(맞꼬옥) 나도 페로사에게 50번은 더 반했는걸?🥰 원본보다 차갑지만 내 사람에겐 따뜻하겠지..(?) 아마 첫 일상 때는 앨리스 화이트로 가지 않을까 싶어. 앨리스일 때는 아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 모습일 때 여성인지 남성인지는 로로주가 편할대로 해도 좋아! 어차피 에만은 에만이고 사회적 교류를 위해 뒤집어쓰는 겉껍질 성별은 아무렇게나 해도 서사엔 지장이 없을 테니까..🤔
>>149 혹시라도 저격수를 생각하셨다면 김에만을 내보낼 생각이라구..!! 물론 바에 가는 건 앨리스겠지만. 아니면 바에 가는 것도 쭉 에만으로 있다가 sns 계정을 주고받았는데 막상 (에만주가 생각하는 빌런네임이 아닌 새로운 가명)이라는 애가 아닌 앨리스 화이트 사진으로만 가득한 것도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들어볼 수 있을까?
🤔🤔 난 >>91을 긍정적으로 보고있어! 그렇지만 이번엔.. 조금 비틀어서 에만 소유의 저격수가 아니라 찐으로 에만을 노렸던 저격수였다든지..?(이런 발언) 페로사가 구해주고 저격수 박살내기를 했다든지..?(후레발언) 그래서 미카엘이 페로사라는 존재에게 흥미를 가져서 바에 출입한다든지..????(천하의 막돼먹은 발언)
내가 생각했던 건 에만을 호위하던 저격수에게 저격을 당했는데, 그 저격수가 에만의 부하라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몸을 던져서 에만을 감싸안고 안전한 장소로 피신한 뒤 괜찮냐고 물어보는 페로사였지만... 거기서 저격수의 소속만 조금 바꾸면 될 문제네.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아. 😊
조율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콕콕 찔러달라구. 0.< 나는 늘 열린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바니걸은 한 10분 역바니 김에만과 로로도 괜찮지 않냐는 자아와 싸우고 이성을 다잡으며 오겠지만..(?)
졸려서 말이 아무렇게나 나오네.. 벌써 3시구나..🥺 우우.. 아쉽지만 지금은 여기까지 하고, 일어나고 좀 정리가 되면 마저 조율해보자.🥰 새벽까지 같이 있어줘서 고맙고, 오늘 하루도 정말 기뻤어. 로로주도 너무 늦지 않게 자고, 행복한 꿈 꾸기를 바라.. 움쫩!😘😘 좋은 새벽 되길!
응,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푹 자고 컨디션 회복한 다음에 마저 이야기 나눠보자. 오늘도 같이 있어줘서 행복한 하루였어. 나는 아까부터 눈이 껌벅껌벅 감기고 있던 참이라... 에만주가 자러 갈 때 자러 갈 생각이었으니까. 에만주도 푹 잠들고, 좋은 잠자리 되길 바라. 자고 일어나서 만나 😘
아 와.. 와와와.. 와...;0;.. 나 죽어도 여한이 없어..(품속으로 비척비척 들어감)(RIP...) 우리 로로는 화난 얼굴도 예쁘구나.. ;0;.. 어쩐지 경멸 어린 눈동자도 좋아.. 우우 예쁜 드림 보여줘서 고마워... 오늘 하루는 기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0;
잘.. 잤어! 그제보단 어제가, 어제보단 오늘 덜 아프다고 해도 방심하기 어렵지만서도..🥺 그래도 한결 나아.😘(부빗)
에만주한테는 아쉽게도(?) 에만한테 진지하게 저런 표정을 지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에만을 품에 꼭 안은 채로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저런 표정을 지을 일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고? ^p^ 에만주의 하루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다면 기뻐. 몸이 한결 나아졌다니 다행이네. (뽀쪽) (쓰담담)
그러면 이제 배경도 마련되고 시트도 마련됐으니 첫일상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에만주는 언제쯤 시간이 괜찮아? 나, 지금 밀린 집안일 하고 나면 2~3시쯤 될 것 같고, 물론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는 있지만 집안일이 끝나기 전까진 (그렇잖아도 긴 편인 텀이) 더 길 것 같아서... ㅇ<-<
선레 다이스는 일상 시작할 때 굴려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 3~40분 뒤구나. 내가 가져온 이게 에만주 기력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 이제 와서 말하지만 >>166 에만 예뻐요.. 느른하고 아방한 모습도 좋은데 이렇게 차가운 모습도 다 에만이같아서... 뭐라 딱 꼬집어 말하질 못하겠고 에만답다고밖에 말 못하겠는데 그게 너무 예뻐..
찬란하고도 삭막한 오후의 햇살에 잠겨 상앗빛으로 물들어 있을 뉴 고모라의 화려한 번화가를 뒤로 한 뒷골목은, 하늘에 뜬 햇살마저도 닿지 않아 말갛고 창백한 그늘 속에 잠겨 있었다. 철제 구조물로 만들어진 비상계단 너머로, 벌써부터 흥성대기 시작한 유흥가의 소음을 뒤로 하고 뉴 고모라의 그림자가 내다보였다. 깨어진 타일, 오래된 건물, 정비되지 않은 도로, 뒷골목의 하늘을 난잡하게 가로지르고 있는 전깃줄들과 흉측한 전봇대, 반쯤 부서진 담장, 윙윙대는 낡은 실외기들, 쓰레기통, 연식이 오래된 맨홀 뚜껑, 난잡하게 널린 쓰레기봉투들과 쓰레기들, 길고양이, 그저 잠에 든 건지, 아니면 시체인지 모를 담벼락에 기대어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남루한 차림의 노숙자. 그리고, 뒷골목을 조여들듯이 둘러싼 높다란 건물들 사이로, 고개를 높게 들어야 그 틈바구니로 보이는 푸르른 하늘.
달캉, 하고 어떤 기색도 없이 조그만 소음이 뒷골목 뒤로 툭 던져졌다. 그리고 달캉 하고 다시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열고 나온 것이리라. 그리고 그 출입구를 열고 나온 누군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신과 눈을 마주친 것이었다.
뉴 고모라의 뒷골목을 한가득 물들인 푸르스름한 그늘보다도 더 선명하게 파르란 눈동자가 당신을 응시했다. 키가 180센티미터도 훌쩍 넘을, 팔다리가 쭉쭉 뻗은 장신의 여인은 당신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넘게 커 보였다. 물이 빠진 청바지에, 새하얀 셔츠를 입고, 나슬나슬한 금발을 머리 뒤쪽 높은 곳에서 한 갈래로 질끈 묶어서 등 뒤로 보기좋게 늘어뜨린 시원한 인상의 여인. 그녀의 도톰한 입술에는 까만색의 궐련 한 개비가 물려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무심하게 당신을 잠깐 바라보고는 시선을 떨어뜨리며 주머니를 조금 뒤적였다. 입에 불도 붙지 않은 담배를 물고 있으니 당연히 라이터를 찾는 모양이겠지. 그러나 이내 자신이 어딘가 라이터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그녀는 다시 당신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건네어온다.
"저기." 허스키하면서도 쾌활한 음색의, 암사자를 연상케 하는 목소리다. "실례지만 불 좀 빌릴 수 있을까?"
삭막한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하게 뉴 고모라를 비춘다.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아 따뜻했고, 몇 발자국만 나가면 저 햇살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에만은 나가지 않았다. 높고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이 만들어 낸 어스름하고 창백한 그늘이 안식처인 것 같았다. 벽에 아무렇게나 기대 보인 전경은 화려한 도시의 뒷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곳저곳 널브러진 노쇠의 흔적은 오늘만 사는 사람의 최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건 결코 만족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에만은 이런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꿨다. 화려한 일면과 달리 조용하고 지긋지긋한 이면을 견디는 건 멍청한 짓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화려하면 내 삶은 편안해진다 믿었다. 잘 정립된 질서를 잠시 무너뜨린 것도 그 때문이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 당시엔 그게 최선이었다. 그런데 막상 결과는 망해버렸다. 다음 기회가 있을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에만은 가면을 올렸다. 평소 같으면 앨리스의 모습을 뒤집어쓰거나, 동네 고양이로 변해 가만히 있는 게 훨씬 낫겠지만 오늘 같은 날은 이 모습으로 있는 것이 낫다. 피곤하면 집중이 안 되기 때문이다. 천근만근인,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주제에 오늘도 피곤한 척하는지 모를 몸을 뒤로하고 고작 1mg인 담배를 입에 물었다. 사실 담배는 잘 손대지 않았다. 이따금씩 숨이 답답하기 때문이다. ..아닌가? 평소에도 몇 번씩이고 변덕을 부렸으니 오늘도 변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사람의 손에 소중하게 쥐여져 있던 라이터는 불이 잘 피어오른다. 이게 뭐더라? Zi-ppo? 무거우니 좀 쓰다 버려야겠다. 몇 번 당기지도 않고 단 한 번에 피어오른 불을 가까이 하고 기름내 밴 연기를 머금었을 때였다.
조그만 소음에 예민한 시선이 잠시 오간다. 도시의 아득한 그림자처럼 새하얄만치 색조가 옅은 파란 눈이 정 반대인 파르란 눈동자를 마주했다. 사실 키 차이가 있었기에 마주했다기보단 올려다봤다에 가깝지만. 에만은 여성을 잠깐 훑어보다 참 독특한 사람이거니 생각하고는 신경을 끄기로 했다. 아무리 여인이 훤칠하고 시원한 인상을 가졌다 해도 이 도시에 독특하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아마 여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른 옷 뺏어 입은 것처럼 헐렁한 옷차림에, 웬 가면인지 모를 것까지 머리 위로 대충 올려 걸쳤기 때문이다. 그래, 때아닌 가면 때문인지, 막말로 본인은 저기 뒷골목 근처 유곽에서 재미로 가면을 쓰고 일하는 창부 중 하나라고 생각해도 좋을법한 인상이었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모습에 자연스레 시선이 향한 에만은 다시금 눈이 마주치자 천천히 눈을 내리깔았다.
"…라이터가 좀 센데, 괜찮을까."
놀라울만치 어린 목소리다. 이제 갓 사회에 나온 솜털 보송한 목소리를 뒤로 손에 쥔 채 아직도 주머니에 넣지 못했던 라이터를 느릿하게 들어올렸다. 던져주기는 귀찮고, 자신은 지금 기대있는 자세가 편하니 네가 가까이 오라는 양 손짓하며. 다가온다면 뚜껑을 열고 부싯돌을 당겨 불을 붙여주려 했을 것이다.
고요히 뒷골목을 바라보며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던 당신의 조그만 안식처에, 낯선 손님 하나가 찾아들었다. 그래피티가 어지럽게 수놓인 뒷골목을 배경으로, 당신을 모르는 것이 분명해보이는, 당신도 누군지 모를 낯선 여인은 별다른 경계 없이 당신에게 다가왔다. 굽 낮은 구두가 철제 구조물을 캉캉 하고 울리는 소리가 난다. 딱히 당신의 옷차림이나 가면에 대해서는 별말 하지 않는다. 옷을 알맞게 입느냐 헐렁하게 입느냐는 말할 것도 없이 본인의 자유고, 바빌론 시티에서는 마스크 역시도 이상하달 게 없는 패션 소품이었다. 당신을 포함해서, 이 도시에서는 가급적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다니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으니까.
아직도 솜털이 가시지 않은 앳된 목소리에 조금 새삼 생경하다는 듯이 당신을 바라보긴 했지만, 그녀는 당신이 부르는 말에 별 이의를 표하지 않고 당신에게 저벅저벅 다가왔다. 그녀가 비상구 출입구를 열고 나왔을 때에는 알 수 없던 것들도 함께 당신에게 다가온다. 체격만큼이나 떡 벌어진 어깨라던가, 둥둥 걷어올린 소매 아래로 근육이 선명하게 갈라져 있는 팔뚝이라던가. 그녀는 아마 사설경호원, 그것도 클럽이나 바 같은 유흥업소의 바운서로 일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잘 단련된 몸도 몸이었던데다가, 그녀의 허리춤에 꽂혀있는 홀스터에 데저트 이글 한 자루가 꽂혀있었기 때문이다. 실용성보다 멋을 중시하는 그 커다란 권총은 보통 사설경호원들이 실전성보다는 위압감을 주기 위해 차고 다니는 물건이었으니까.
당신에게 찾아오는 손님들은 모두 어떤 목적이 있었다. 누군가에 대해 더 알고 싶다. 누군가가 숨기는 것을 알아내고 싶다. 누군가를 추적해주길 원한다. 내가 원하는 정보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퍼져나갔으면 한다. 그러나 지금 찾아온 이 기대하지 않은 손님은, 그 어떤 목적도 아닌, 그저 당신에게 불길 한 줌을 빌리러 왔다. 아마 요 근래 당신이 상대한 손님들 중 가장 시답잖은 용무로 당신을 찾아온 손님이 아닐까.
바빌론 시티의 공제선이 일렁인다. 어느덧 찾아온 초여름의 공기가 아지랑이치고 있는 것이다. 바빌론 시티의 산들바람이, 바빌론 시티의 냄새에 그녀의 냄새를 조금 곁들인 채로 뒷골목을 가볍게 쓸며 당신과 그녀 두 사람을 쓸고 지나간다. 당신의 코끝에 냄새가 걸린다. 희미한 알코올 냄새와, 데킬라 특유의 달큰한 냄새, 그리고 시트러스 계열의 냄새다.
비딱하게 꼬나물었던 담뱃개비를 입술을 실룩 움직여 입술 한가운데로 고쳐물고, 그녀는 당신에게 다가와서는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며 입에 문 담배를 들이밀었다.
창백한 연기가 골목을 수놓는다. 입에서 나가지 못한 흰색 연기가 작은 숨에 힘없이 퍼져 나갔다. 처음 보는 여성은 자신을 생경하다는 듯 쳐다보긴 했지만 눈길 한 번 주고는 궐련을 입에 대충 물었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떡 벌어진 어깨, 조각된 듯 정교하게 짜인 근육, 데저트 이글 한 자루까지. 사설 경호원스러운 모습이 눈에 인상적으로 담기긴 했지만 에만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어차피 담배 한 번 피우고 스쳐갈 사이니, 여기서 첫인상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흥미가 동했다. 지금껏 나타난 사람 중 제일 시시한 이유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어떤 정보를 원하고, 퍼지게 하고, 추적하고, 각종 더러운 모략을 짜주며 에만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제 악명을 조금이라도 이 도시에서 높이길 바라던 사람들과 달리 고작 불 한 번을 바라고 찾아왔으니 신선할 법도 했다. 다음 접선은 불에 관련된 걸로 해볼까 생각했다. 바빌론 시티의 바람이 불어온다. 희미한 알코올 향과 처음 맡는 술의 향, 그리고 시트러스 계열의 내음이었다. 에만은 괜히 얼굴이 아닌 궐련의 대에 가만히 시선을 맞추고 불을 댕겼다. 불을 댕겼다. 기름 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느긋하게 피어오른다. 이윽고 캡을 닫고 본인이 먼저 고개를 돌려버린다. 입에 머금던 연기를 돌린 고개 사이로 뱉었다.
"다음부터는.. 까먹지 마."
어조가 친절하지는 않았으나 흔한 일이지 않겠는가. 이 도시의 뒷골목에 있다는 뜻은 친절하게 대해주는 대상이 관광객 뿐인 사람이라는 뜻이 여실했으니. 아무도 빌런 에만의 얼굴을 모르니 더더욱 그렇게 보였으리라.
"고마워, 자기." 경호원이라기엔 퍽이나 무방비한 태도로, 그녀는 찡긋 윙크를 하며 당신이 내미는 불을 받았다. 불을 댕기자, 기름 타는 냄새 너머로 진한 담배향과 함께 달콤한 열대과일의 향기가 섞여 느릿하게 풍겨온다. "하하하, 조심할게." 뜻밖에 찾아온 낯선 손님은, 당신의 톡 쏘는 말에도 쾌활하게 웃으며 당신의 다소 불친절한 대답을 속좋게 받아넘겼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 특유의 포커페이스일까? 그렇다기에는 꾸밈없는 단순한 감사를 솔직하게 내놓는 그녀의 태도에는 뭐라 딱 꼬집어말할 수 없는 어떤 여유가 있었다. 바빌론 시티에서 사는 사람치곤 별난 사람이었다.
방금 불을 붙인 담배를 빼어문 채로, 그녀는 파이프 난간에 기대고는 뉴 고모라 뒷골목의 풍경을 바라본다. 입끝에 물린 연초 끄트머리의 불똥이 아릿하게 타오르다가 옅게 까스러지더니, 후우, 하고 그녀의 입술 사이로 창백한 연기가 새어나와 뒷골목의 풍경 위로 소리없는 중얼거림이 되어 퍼져나간다. 묘하게 향수를 자극하는 냄새다. 다시 한번, 뒷골목의 위로 가벼운 산들바람이 지나간다. 그녀는 잠깐 눈을 감았다. 낯선 여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창백한 연기와 함께, 낯선 여인의 머리카락이 말갛게 푸른 허공을 금빛으로 나부꼈다.
한 호흡을 내뱉고 그녀는 눈을 떴다. 나직이 적막한 뒷골목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무언가 걸리는 게 있었다. 저쪽 빌딩 옥상에서, 이상할 정도로 반짝이는 무언가.
저격조준경의 렌즈 반사광.
여인은 갑자기 난간에서 몸을 떼더니 반도 태우지 않은 꽁초를 입에서 떨어뜨리며 당신에게 달려들었다. "고개 숙여!" 하면서, 그녀는 당신의 어깨를 잡고 내리눌렀다. 그리고 바로 그 직후에, 씨우욱 하는 비과음과 함께 콰직 하고 방금 전까지 당신의 머리가 위치해있던 벽면에 총알자국이 패이며 퍽 하고 돌부스러기가 튀었다. 펑 하는 총성이 그 뒤를 곧장 따라왔다.
여인은 뒷골목의 풍경을 등진 채로, 당신을 막무가내로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안으려 했다. 당신이 여인의 움직임을 허락했다면, 그녀는 당신을 자신의 몸으로 가린 채로 당신을 품 안에 끌어안고 건물의 비상계단 출입구로 달렸을 것이다. 단단한데, 따뜻한 품이다.
총알은 한 발로 끝나지 않고, 거푸 서너 발이 더 날아왔다. 푹 퍽 하고 총알들이 또 주변 어딘가에 박히는 소리가 났다. 큭, 하고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억지로 내리누르는 소리도 난 것 같았다.
그녀는 출입구의 문을 반쯤 열고는 당신을 그 안으로 떠밀었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다음 발의 총알이 날아와 문에 가로막히는 깡 하는 소리가 났다. 문 바로 밖에서 발사하는 퉁, 퉁 하는 총성이 들렸다.
자기? 내가 언제 자기가 됐담? 참 별난 사람이다. 앳된 목소리에 애송이라 생각해서 이렇게 풀어진 건지, 아니면 원래 저런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방비한 태도가 어딘가 의뭉스러웠고, 그 의문만치 열대과일 향이 담뱃잎 타는 냄새를 뒤로 아릿하게 섞였다. 어련히 조심하시겠어, 속 좋은 대답을 듣고 에만은 평소처럼 그런 사람이겠거니 넘기려다, 불현듯 드는 생각에 홀로 의문을 품고 넘겨짚는 자신을 멈춰세웠다. 어딘가 미묘하지 않나? 정말 그냥 넘겨도 되나?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뱉는 동안 무엇이 잘못되었나 생각하던 에만은 머잖아 그 의문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경호원의 느긋함과는 다른 그 미묘한 어긋남이다. 그 어긋남은 또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었기에 묘하게 답답한 심정을 연기에 싣고 가볍게 불어 흩어지게 두었다.
산들바람이 연기를 흩어지게 한다. 다시금 담배를 물고 달라질 일 없는 멀쩡한 허공만 노려봤다. 그리고 어차피 스쳐 지나갈 사람이니 거슬리는 사람의 목록에 둬놓고, 자연스럽게 잊을 거라 생각했다. 감정과 생각에 체력을 소비하느니 조만간 터뜨릴 일이 중요하니까. 그렇게 무시하려 하던 답답함을 한순간에 해소하게 된 것은 다시금 연기를 뱉으려고 했을 때였다.
"..뭐?"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모습에 에만은 본능적으로 팔을 들었다. 여인이 자신의 어깨를 잡고 내리누르며, 총알이 벽에 박히고 돌 부스러기가 튀는 그 과정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에만은 한 마리 맹수가 되어 여인을 물어뜯고 도망쳤을 것이다. 벌써 입속에서 날카롭게 자랐던 송곳니와 머리카락 사이로 솟을뻔한 맹수의 털 뭉치 약간은 다시 인간의 것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느리게 지난 것 같았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는 걸 알려주듯 총성이 울리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격수다. 이 모습으로 다닌 기억은 없는데 누구지? 담배가 입에서 떨어진지도 모르고 기억을 더듬던 에만은 막무가내로 품에 안기자 사고를 멈췄다.
"잠ㄲ-"
이 작은 체구의 빌런이 여인의 품으로 붙잡히는 일은 휴지조각을 집어 손톱으로 죽 찢는 것처럼, 너무나도 가볍고 쉬운 일이었다. 품에 안기기가 무섭게 에만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럴 때는 본인만 도망가는 게 맞는 일 아니었나? 언제부터 이 도시의 치안과 정의관이 올바르게 됐는지 모르겠다. 단단하고 따뜻한 품 속에서 몸을 가누기도 힘든지 이리 비틀, 저리 비틀댔지만 표정은 딱딱했다. 눈은 홉뜨고 입술은 꾹 깨물고 있다. 그 와중에 총성이 더 울렸다. 쓰레기통에 맞기라도 했는지 캉 소리가 났고, 사람에 맞았는지 신음을 참는 소리도 들렸다. 에만은 그 순간 고개를 휙 치켜들어 여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이봐, 잠깐! 지금 뭐하는..?"
안으로 떠밀리자 눈을 둥글게 떴다. 총알이 문을 때리는 깡 소리와 총성이 울렸다. 에만은 안에서 어이가 없다는 듯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했다. 우스운 사람이다. 고작 누군지도 모를 사람을 지키겠다고 이렇게 희생한다는 모습이 저기 히어로인지 뭔지랑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시답잖은 영웅놀이가 하고 싶었나? 어차피 저격수라 해도 에만은 피할 방법이 있었는데 여인은 그걸 몰랐던 것 같다. 물론 알았더라면 살아남기 어려웠겠지만. 그 모습 때문인지 어딘가 흥미에 불씨를 붙이는 느낌이었다. 여인도 저격수가 자신을 노린다는 걸 알았을 테니 그나마 이런 것에 대해 얘기할 것도 생길 것 같다.
그러면 이렇게 또 한 명 끌어 내 놀이 삶에 당기는 것이구나.
에만은 그제야 자연스럽게, 긴장이 이제 막 풀린 사람처럼 털썩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여인을 기다리기로 했다. 흥미가 동했다.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동족일까?
자기, 하고 부르는 호칭에는 별 무게감이 없었다. 마치 당신과 이 여인 사이를 스쳐지나간 산들바람처럼. 그녀는 그런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럭저럭 넉살 좋고 붙임성이 좋아서, 누구에게나 쉽게 가벼운 애칭을 붙여버리곤 하는 그런 흔한- 바빌론 시티의 가벼운 공기에, 삶을 가볍게 맡기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 그래서 그녀는 당신의 삶에 그렇게 큰 의미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랬을 터인데, 상황이라는 것은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변해버리곤 한다. 양해를 구하는 일 따위 없이, 이쪽의 예상이나 준비 같은 것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녀의 품에 안겨서 여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을 때는, 그녀의 얼굴에는 아까의 느긋한 여유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표정이 바뀐 것만으로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당신은 전혀 알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몇 가지 알게 되었다. 얼굴에 잘 어울리는 느슨한 웃음이 얼굴에서 사라졌을 때, 그녀의 얼굴은 얼마나 사납고 단호한 모습이 되는가. 그저 말갰을 뿐인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빛을 띄게 되는가. 언제라도 그런 변화가 찾아올 거라고, 아까의 그 느긋함 뒤에 감춰놓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드러나는 모습. 당신을 비상출입구 안으로 던져넣을 때, 당신은 그녀의 얼굴에서 영문 모를 죄책감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저 저격수가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고, 당신이 무고한 희생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힌 진실은 아직까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또다시 한 번 이쪽에서 총알이 쏘아지는 소리가 들렸고,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러고 나자 비상출입구 문이 삐걱 하고 열렸다.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여인의 어깨 너머로, 여기서부터 오륙십 미터 떨어져있을까 한 저 뒷 블록의 한 건물 옥상 난간에 상반신을 걸치고 늘어진 새 시체 하나가 언뜻 보였다. 안으로 들어와서 권총에 안전장치를 채우고 문을 닫아버린 그녀는 당신이 아직도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란 듯이 눈을 깜빡이다가, 시선을 내리깔며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 하고 사과를 건넸다. 아마 아직도, 그녀는 방금의 그 저격수가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셔츠의 앞자락 단추를 위에서부터 툭툭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여인이 안에 받쳐입고 있던 까만 나시티 자락이 드러나보이기 시작했다. 그 저격수는 어떻게 된 걸까? 그녀도 한두 발인가 맞은 것 같은데 괜찮은 걸까? 왜 사과하는 걸까?
으응.. 병원 다녀왔는데 약이 늘었어..🥺 그래도 3일치니까 이것만 먹으면 싹 낫겠지 생각하고 있어..(맞꼬옥)(부빗) 일하고 있었으면 다 끝나고 주지. 나는 텀이 이틀이든 일주일이든 기다릴 수 있답니다..🥰 아마 저녁 정도에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오늘도 힘내기야!😘
😭 그래도 그 약 먹고 나면 싹 나을 수 있겠지. 무리하지 말고 느긋하게 푹 쉬는 거야. (고르릉 고르릉)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흐릿하다 보니, 답레를 쓰고 있으면 일이 하고 싶어지고 일을 하고 있으면 답레가 쓰고 싶어지고 그래서 오락가락하게 되네 ◑◑ 환상의 시너지인지 환장의 시너지인지. 응, 답레는 천천히 줘. 저녁까지 할일 하면서 기다리고 있을게. 에만주도 오늘도 힘내. 다녀와요. (쓰다담)
에만은 지나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 믿었다. 그 믿음을 깨부수듯 돌 부스러기가 튀었을 때, 세상은 절대 자신의 편이 아님을 깨달았다. 치미는 욕지거리를 삼켰다. 당장이라도 변해서 도망칠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여인의 얼굴을 올려다봤을 때, 놀랍게도 그 생각이 쏙 사라졌다. 여인이 마치 다른 사람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사납고 단호한 얼굴도, 익숙하다는 듯 푸른 눈동자에 서린 빛도. 이런 일은 수도 없이 겪었고, 느긋함은 그 일을 대비하기 위해 존재한 것 같았다. 물론 여인이 던져 넣듯 비상 출입구에 밀어 넣을 때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짜증이 훅 치밀어 올랐지만, 얼굴에 얼핏 서린 죄책감을 봤을 때 다른 것도 같이 치밀어 올랐다. 다름 아닌 흥미였다.
저 여인은 대체 무슨 삶을 겪었길래 그 쉬운 의심을 하나 하지 않을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저격수가 있었으리라 생각했을 건데, 마지막으로 본 여인은 마치 자신의 탓이라는 듯 죄책감이 서려있었다. 힘이 풀린 사람처럼 자리에 털썩 앉았다. 실제로도 힘이 없었고 더 서있을 여력도 없었다. 총격이 오가는 소리 속에서 에만은 생각에 잠겼다. 적어도 저 여인에게는 뭔가 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누가 죽든 말든 넘어갔겠지만 에만은 제법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저격수라고 한들 이렇게까지 나오진 않는다.
사설 경호업체의 사람인가? 좋지 않은 범죄조직과 휘말렸나? 아니면 그놈의 시답잖은 히어로, 영웅 놀이인가. 에만의 큰일에도 그러려니 넘어가던 삶에 흥미가 붙었다. 마지막이라 생각되는 발포음에 변덕스러운 짜증과 흥미가 동시에 치솟았다. 어느 쪽이든 스칠 인연은 아닐 것 같았다. 침묵 속에서 에만의 새하얀 눈동자가 결과를 확인하듯 비상 출입구 문을 향했다. 기름칠하지 않은 문이 열렸다. 도시의 뒷골목 서늘한 그늘 속, 역광 진 여성의 모습 뒤로 건물 옥상 난간에 상반신을 걸치고 늘어진 시체가 보였다. 오늘은 날도 날이라 신경도 안 쓸 텐데 용케도 봤다. 여인의 놀란 태도를 뒤로하고 확신하게 된다. 적어도 자신이 틀리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당신.. 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저격수가 붙은 거야..? 이 도시에서 저격수 보는 일이 얼마나 드문데.."
어쩌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정말 저 여인을 향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방금 전까지는 신경질이라도 내야겠다 다짐했던 것 같은데 이젠 기력이 없다. 셔츠의 앞자락 단추를 풀자 에만은 고개를 휙 돌렸다. 혹시라도 자신이 창부로 보였기 때문에 이렇게 무방비하게 확인하려 들었다면 그건 또 실례일 텐데! 그리고 눈만 흘겼다.
그 여자가 무슨 생각으로 당신 앞에서 셔츠를 당당히 벗어내리고 있는지는 모른다. 민소매 나시티 정도까지는 남들에게 보여줘도 OK인 건지, 아니면 당신이 흔한 창부처럼 보여서 별 상관없다고 생각한 건지. 그녀는 자기 셔츠 단추를 풀면서 당신을 바라보았다. -당신을 바라봐오는 그녀의 눈길이 띄고 있는 색채는 어쩌면 당신에게 극히 이질적인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그 어떤 감정도 아닌 걱정이었으니까. 누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이 도시의 그늘에서 누군가가 다른 사람한테 갖기에는 부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자신의 셔츠 자락으로 시선을 떨구고는, 바짓자락에서 셔츠 밑단을 빼냈다.
"나?" 당신이 던진 질문에, 그녀는 셔츠자락으로 떨어뜨렸던 시선을 다시 당신에게 들었다. 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하는 그 질문이 무언가 켕기는 데라도 찌른 걸까, 그녀의 눈빛은 조금 동요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의 회한이 그 뒤를 따랐다. 2~3초 정도의 침묵. 그리고 나서야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바텐더."
바람을 타고 그녀에게서 풍겨오던 알코올 냄새와 이질적인 리큐르 향기에 대한 해답이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술을 따르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대답하면서 그녀는 셔츠를 슥 벗어던지고 나시티 차림을 드러냈다. 그리고, 셔츠 아래에 숨겨져있던 그녀의 나시티 차림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나시티는 평범한 모양이 아니었다. 나시티 위로 몸에 맞춘 모양으로 재단된 얇은 카본파이버 방탄패드가 어깨와 몸통을 가로지르는 얇은 하네스와 함께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보이지 않는 방탄복을 원하는 사람들이 종종 찾는 방식이었다.
"맞았지." 그녀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손 뒤로 등을 뻗어 등 반쪽을 덮고 있던 패드 한 장을 지익 뜯어냈다. 움푹 패인 방탄패드에 총알 두 발이 방탄패드를 반쯤 꿰뚫고 박혀있는 게 보였다. "그래도 괜찮아." 보통 저런 방탄패드는 권총탄은 잘 막아도 소총탄을 막는 데에는 부적합할 텐데, 방탄패드가 열일한 덕인지 용케도 그녀가 그 총알에 치명상을 입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게 그녀가 상처를 입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던지, 방탄패드가 떨어져나간 티셔츠의 등판에는 강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옷감이 찢어진 자국이 두 군데나 나 있었고, 그 주변이 묘하게 익숙한 냄새가 나는 액체로 조금씩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것보다 자신이 벗어던진 셔츠의 등판에 난 총알구멍이 더 중대한 문제인 모양이다. 그녀는 방금 벗어던진 셔츠의 등판에 난 구멍을 보며 미간을 잠깐 찌푸렸다. 등에 난 상처같은 건, 이 정도 상처는 익숙하다 못해 대수롭지도 않다는 투였다. 그녀는 방탄패드에 박힌 총알을 탁 털어내며 당신을 돌아보고 반문했다. "너는 괜찮아?"
우와아아아악. (행복해서 죽고 행복해서 부활하는 이 내 운명이 에만을 사랑한 죄라고 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어...) (쓰다담) (지퍼 앞섶 열어줌)
페로사: 아아, 정말. 이상하다니까, 네 여행 파트너 고르는 안목은. 페로사: 응. 멀리멀리 가버리자. 너와 나 둘이.
기왕 놀러나온거 바닷가 펜션에서 하룻밤 묵고올수도 있겠네- 옷 쇼핑하고 바닷가로 나가서 간단한 안주랑 술을 마시거나 아니면 아예 해안 비스트로에 가서 공연을 보면서 저녁을 먹거나 하고. 해안도시의 잔잔하고 느른한 일상도 맛...있어...... 이게 초절미미극락지복천국인가
에만은 바라보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비록 미심쩍게 흘겨보던 눈이었지만 아예 피하는 것보다는 낫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만은 기운 없이 고개를 돌려 온전히 시선을 마주했다. 저 새파랗고 걱정 어린 시선이 익숙하지 않았다. 도시의 그늘 속에서는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강자와 약자가 없다. 죽을 사람과 죽은 사람으로만 나뉠 뿐이다. 그런데도 왜 저런 시선을 보여주는 걸까? 자신이 보호받아야 할 정도로 여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저 사람의 천성일까? 어느 쪽이든 익숙하지 않아 에만의 눈이 점점 가늘어졌다. 비록 에만은 기운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렇다고 이 도시에서 자기 한 몸 지키지 못할 사람은 아니었기에.
"응. 당신.. 구해줘서 고맙긴 하지만.. 대체 왜..?"
흘기지 않고 고개를 돌리길 잘했다. 에만은 여인의 눈동자에서 동요하는듯한 눈빛과 회한을 정확하게 마주 볼 수 있었다. 침묵의 시간 동안 마찬가지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작은 헛웃음이 흘렀다. "..바텐더?" 헛웃음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기운 없고 바람 빠지듯 숨 한번 툭 뱉는 소리였다.
"그냥 바텐더에게 누가 총을 겨눠..?"
이제 보니 평범한 옷이 아니었다. 방탄 패드를 본 에만이 더 수상하다는 듯 잠시 눈을 홉뜨고 여인을 똑바로 쳐다봤다. 한참이고 가늘게 눈을 덮을 듯 말 듯 하던 속눈썹이 위로 치켜올라간다. 세로로 비죽 선 동공을 담은 홍채가 둥근 모양새로 뜨였다. "..바텐더들은.. 늘 총 맞을 준비를 하고 사나봐.. 난 몰랐는데.." 하는 목소리가 짐짓 의심스러웠다. 그 의심에 박차를 가한 건 여인이 패드를 뜯어내고, 그 흔적을 봤기 때문이겠다. 소총을 막을 정도라고? 용케 치명상을 입히지 않은 게 신기한 건지, 아니면 저 패드의 성능을 신기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닌가? 피비린내가 익숙하게 코를 찔렀다. 에만은 자리에서 겨우 일어섰다.
"…피나는데 그게 괜찮은 거야..?"
도시에서 가져서는 안 될 것은 알량한 동정이다. 에만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는 않고 말로만 얄팍하게 물었다. 어떻게 보면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니 작은 도움 정도는 줄 수 있을 텐데도. 셔츠에 시선을 옮긴 에만은 여인의 표정을 보고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잠시 멈춰 섰다. 그냥 바텐더였다면 상처를 더 신경 썼을 텐데. 셔츠가 더 중요한가? 꼭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 같지 않은가. 제 이득 지키려 아득바득 기는 히어로와 빌런 어쩌고.
"…멀쩡해."
잠깐의 침묵 뒤로 덧붙인다. "덕분에." 하고는 앞머리에 손을 올려 살살 더듬었다. 머리 위의 가면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려 한 것이다. 손이 허공을 배회했다. 가면이 없었다. 품에 안길 적에 떨어졌나? 아니면 그 이전에 어깨를 누를 적?
펜션~ 쇼핑하고 저녁을 먹고.. 오션뷰 펜션에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다 바다를 바라보다가 잠들고,. 아침 해가 뜨면 리넨 커튼 사이로 눈부신 바다 햇살이 비쳐서 눈을 비비며 새하얀 침대에서 일어나고..초절미미극락지복천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오랜만에 듣는다.
으음~ 이번에는 몰라몰라! 그래도 김에만씨 늘 입버릇처럼 과거는 버릇을 만들지 날 막아세울 수단은 못 된다는 야망에만이니까~ 0.<
앗, 저 사진... 웰페이퍼.. 픽사베이.. 데비앙 아트.. 큭 머리가..(어질)(?)
피..픽크루 뭐야 너무 예뻐...;0;... 잊지 못할 저녁이지만 같이 지내는 시간이 더 좋아서.. 그..그런 대사 반칙이야..;0;..!!!!!!
"글쎄- 나한테 날아온 총알이 다른 사람한테 맞는 건 보기 싫거든." 쓴웃음과 함께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러면서 페로사는 방탄패드를 툭툭 털고는, 물기가 천천히 번지는 나시티 위로 방탄패드를 그냥 다시 붙였다. 하네스를 다시 조이던 바텐더(자기 주장에 따르면)는, 당신의 당연한 질문에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어지는 당신의 말에 손가락을 뻗었다. 당신이 피하거나 밀치지 않았다면, 그녀는 집게손가락을 세워서 당신의 입술 위에 살며시 갖다대어 조용히, 라고 하는 듯한 제스쳐를 만들어보였을 것이다. 그리곤 윙크했다. "여긴 바빌론 시티니까." 그러고서 그녀는 손을 거뒀다.
"다친 건 대충 소독하고 거즈 붙여두면 괜찮으니까." 하며 그녀는 셔츠의 소매를 팔에 푹 꿰었다. "나한테 있어서는 심부름 보낸 직원이 셔츠 등짝에 바람구멍 나서 온 걸 발견한 보스가 무슨 잔소리를 퍼댈지가 더 문제야." 그녀는 키득거렸다. 저격용 소총에 맞은 사람이 하기에는 가벼운 농짓거리다. 가볍게 웃던 그녀는, 멍하니 멈춰서 있는 당신을 바라보다가 좀 더 고약한 농담을 던졌다. "왜, 네가 도와주게?" 하고, 그녀의 얼굴에 장난이야- 하는 듯한 쾌활한 미소가 얼굴에 걸렸다. "농담이야. 뭐, 그래도 너라도 멀쩡하다니 다행이네." 결국 저격수가 당신과 그녀 둘 중 누굴 노리고 온 것인지는, 당장은 알 수 없게 됐다.
"아, 그래, 맞아. 이거, 아까 너 문간으로 들어올 때 떨어졌더라." 다시 단추를 잠그기 시작하던 여인은, 당신이 던진 질문에 그제서야 잊고 있었던 게 생각났다는 듯이 바닥에서 뭔가를 주워올렸다. 아까 셔츠를 내려둘 때 같이 내려두었던 그것은 틀림없이 당신의 가면이었다. 낯선 사람의 향기가 조금 묻어버린.
그녀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그것을 당신이 가져가도록 내미는 대신에- 그걸 돌려 쥐고는 당신의 얼굴로 가져다대어, 당신에게 다시 씌워주려 했다.
고작 그 이유로 남을 도왔다는 건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에만은 쓴웃음을 미심쩍게 바라보다 방탄 패드를 다시 붙이는 모습에 저래도 되나 생각했다. 자칭 바텐더인 여인이 손가락을 뻗자, 에만은 잠시 경계하듯 어깨를 움츠렸지만 입술 위에 갖다 대는 모양새에 손가락을 한 번, 여인을 한 번 쳐다봤다. 경박한 윙크를 뒤로 이어지는 당연한 말에 꾹 다물린 입술의 작은 틈새로 "퍽이나.." 하는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그렇구나."
총에 맞아놓고 이렇게 여유로운 사람은 처음 본다. 잔소리를 퍼대는 게 더 무섭다면 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지. 아무리 생명에 경시감 없는 에만이라도 충분히 이상함을 느낄 말이었다. 그 와중에 들리는 고약한 농담은 에만의 덤덤한 무표정 중에서 눈썹의 위치를 미미하게 바꾸기엔 충분했다.
"내가 그걸.. 어떻게 도와.."
장난이라는 쾌활한 미소에도 그 말은 꼭 하고 싶었나 보다. 에만은 구겨진 옷자락을 정돈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정말 멀쩡해서 다행인 걸까. 제 흥미를 불러일으켰는데 그게 정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저 여인이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면 쉬이 꺼질 수 없을 흥미일 텐데도. 생명의 위협을 받았음에도 가볍게 생각하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에만은 내리깐 시선을 들어 올린다. 바닥에서 위로 오른 시선은 이제 가면으로 향했다. 얇은 금이 가긴 했지만 쓰는 것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가면을 내밀까 싶어 손을 앞으로 모으고 제 손가락만 맞대 꼬물거린다. 여인이 돌려 쥔 뒤 제 얼굴에 가져다 대기 전까지는. 가면이 동그랗게 홉뜬 옅은 색조의 눈동자를 가리고, 기운은 없으나 놀란듯한 표정을 무미건조한 웃음을 그려낸 무기질의 플라스틱이 덧씌워진다.
흔히 바빌론 시티를 일컬어 사람들은 광기의 도시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관광객들에게 있어, 이 도시의 광기는 갑갑한 일상을 벗어나 억압되어 있던 삶의 활력을 각양각색의 형태로 유감없이 뿜어내는 그런 종류의 좀더 건전한 광기를 의미했다. 그러나 이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광기의 도시라는 말은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닌다. 얼간이들의 바다. 술주정뱅이, 마약상, 도박광, 침입자, 떠돌이, 미치광이 과학자, 미치광이 장의사, 미친 자들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무언가 주워먹을 것이 있나 돌아다니는 미치광이 승냥이들, 음악과 마약을 종교로 섬기는 미치광이 종교쟁이들과, 세상이 불타는 걸 보고 싶을 뿐인 그냥 미치광이들까지.
그런 당신에게 있어 지금 눈앞에 나타난, 그저 자신에게 날아든 총알에 다른 사람이 맞는 걸 보고 싶지 않다는 이 미치광이는 또 신선할 정도로 새로운 족속이었다.
"뭐, 솜씨좋은 의사라도 소개해주나 했지." 하며 그녀는 유들유들하게 웃었다. 당신이 지금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것만큼이나, 그녀 역시도 당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당신과 그녀는 서로에게 있어 이 광기의 도시에서 맞닥뜨린 두 명의 낯선 미치광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면, 당신의 흥미를 끌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면 그녀의 반응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러나 그것에 개의치 않고, 이 낯선 미치광이는 당신의 가면을 집어들어 굳이 당신의 얼굴에 직접 씌워주었다. "별말씀을." 그 행위는 어떤 은유적인 약속이기도 했다. 오늘 자신이 가면 뒤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말하지 않겠다는.
"아무튼... 난 방금 내가 당한 일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게 맞는지 확인해보러 가야겠네." 하며, 그녀는 주머니를 뒤적여 머니클립을 꺼냈다. 그리고 거기서 명함 하나를 쏙 빼어서는 당신에게 내밀어왔다. "자, 혹시나 오늘 일에 대해 더 이야기할 게 있으면 연락해."
내밀어져온 명함에는 뉴 고모라의 가장 유명한 바 중 하나인 엘리시온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그 아래에 작게 새겨진 연락처와 이름. 페로사 몬테까를로. 이탈리아계인가?
관광객과 현지인의 시선과 농도가 다른 광기의 도시. 관광객도 아닌 현지인 두 명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미치광이일 것이다. 에만은 지하에서 진정한 광기는 순진과 정의라 외치던 사람을 떠올렸다. 머잖아 시끄럽다는 이유로 맞아 죽긴 했지만 반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던 문장. 에만은 그날 날에 묻었던 피를 털며 죽은 자가 뱉었던 말을 믿지 않았으나 오늘 이 여인과의 만남으로 수긍하기로 했다. 어쩌면 이 여인을 두고 만들어진 문장일지도 모르겠다는 실없는 생각과 함께.
"…나는.. 이 곳에서.. 의사를 제대로 본 적이 없는걸.."
겉보기로는 의사를 불러주지 않는 곳에서 일한다는 뜻 같기도 하나 실상은 아니었다. 에만이 봐온 대다수의 의사는 의사의 탈을 쓴 미치광이뿐이었다. 숭고한 선서 따위는 집어치운 사람들. 병을 고치기 위해 갔다 새로운 병을 심겨주고 관찰하는 족속. 그런 모습에 질린 에만은 솜씨 좋은 의사를 찾기 위해 몸이 좋지 않을 때는 굳이 수고를 들여 재학하는 대학 근처의 그레이존으로 향하곤 했다. 그런 곳이라면 그나마 미치광이보단 덜한 놈들이 있기 때문에. 여인도 이 도시 사람이니 속에 담긴 이야기를 어련히 알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지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방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알량한 동정을 갖지는 않지만 제대로 되먹지 못한 녀석을 부르지 않는 정도의 선행 정도는 베풀겠다는 듯.
가면이 얼굴을 덮어 눈에 어둠을 드리운다. 오늘 이 얼굴을 보았는지 말하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행동에 에만은 손을 뻗어 잠시 가면을 더듬고 매무새를 고쳤다. 이윽고 에만은 명함을 받아들었다. 엘리시온, 페로사 몬테까를로.. 명함의 로고와 글자를 작게 소리 내어 읽은 에만의 고개가 올라가 여인을 올려다본다.
"…무슨 일이 있었어..?"
나른한 어조였다. 오늘 본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비단 이 솜털 보송한 아이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나는 오늘 술을 마시러 오라고 호객행위를 당한 것 같은데.." 하고 가면 너머로 종알대는 모습이 꼭 지갑 훔친 소매치기가 태연히 안 했다고 거짓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광기의 도시에 떨어진 한 명의 멀쩡한 사람이 아직도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상인인가. 아니면 다른 의미에서의 광인인가. 풀리지 않을 의문을 뒤로 한 채, 그녀는 당신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여기까지 제대로 된 의사를 불러오려면 돈깨나 써야 하니까." 뉴 고모라는 돈만 있다면 환락을 즐기러 오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동네였지만, 살아남는다거나 삶을 영위한다거나 안전하게 오래 머무르기에는 결코 좋은 동네가 아니었다. 고모라 지하의 수상쩍은 비밀 의사들의 악명은 관광객들에게는 쉬쉬하고 있었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선 유명한 이야기였다.
"-뭐, 다음번에도 또 담뱃불 좀 빌려줄 수 있냐는 거지." 당신이 나른한 목소리로 건넨 말에 페로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공범의 태도였다. 그녀와 당신은 암묵적 합의를 마쳤다. 그러나 그 암묵적 협의와는 별개로 당신에게는 아직 몇 가지 의문점이 남아있었다. 옷 안에 받쳐입은 방탄패드야 그럴 수 있다. 뉴 고모라의 그늘은 평범한 바텐더도 얼마든지 총을 맞을 수 있는 그런 동네였으니까. 그렇지만 당신을 비상문 너머로 황급히 떠밀어넣을 때 얼굴에 스친 그 표정이며, 제아무리 다른 권총보다 사거리가 긴 데저트 이글을 썼다지만 육칠십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저격수를 명중시킨 사격 솜씨라던가...
이 도시에 사연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 이 바텐더도 남들에게 쉽게 말하기는 싫은 사연을 품고 이 도시까지 흘러들어왔으리라. 어떤 이야기가 그녀를 여기까지 떠나오게 했을까. 어떤 이야기가 그녀를 여기까지 떠밀어넣었을까. 셔츠를 걸치기 전에 언뜻 눈에 들어온, 그녀의 왼쪽 어깨에 새겨진 노르딕 무늬매듭 문신은 어떻게 그녀에게 새겨지게 된 것일까.
"손님으로 찾아오려고?" 낯선 바텐더- 페로사는 당신의 종알거리는 소리에 의외라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본사 방침상 미성년자한테는 주류 판매 금지인데, 성년은 됐고?" 그러고 보니 당신이 그녀에게 보여준 모습은 앳되기 그지없는 당신의 원래 모습이었더랬다. 그래도, 당신이 찾아오겠다는 말을 건넨 것이 싫지는 않았던 것일까, 페로사는 이내 쾌활한 웃음을 지었다. "뭐, 언제든지 환영이야. 오기 전에 엘리시온에 예약 걸어둬. 네가 찾아왔는데 내가 바쁠 수도 있으니까." 명함에 적힌 연락처는 둘이었다. 하나는 to bartender라고 적힌 핸드폰 번호, 하나는 to elysion이라고 적힌 일반 전화번호.
"아무튼, 아까 불 빌려준 거 고마웠어." 페로사는 그렇게 말하며 셔츠의 단추를 마저 채웠다. 목 끝까지 다 채우지는 않고, 단추 두 개 정도는 풀어둔 채로 그녀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오늘의 짧은 조우는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아까 뭔가 확인할 게 있다고 했던가- 그녀도 조금 서두르는 기색이고.
에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마무리 짓는다. 의사가 이곳에 온다 한다면 돈을 얼마나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오는 길에 죽어버리면 어쩌냐며 생명수당을 요구할 것이 뻔하기에. 그렇지만 에만이 이 장소를 떠날 사람은 아니다. 이 작고 맹랑한, 갓 사회에 나온 꼬마가 지하에 기거하고 있다면 더욱.
"…으응."
이제 공범이다. 입을 다물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물론 찾아볼 것이 많이 생겼지만 나중의 일이다. 아무리 이곳이 총 맞는 것이 눈 감는 것만큼 쉬운 구역이라지만 저 페로사라는 이름의 바텐더가 가진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그렇기에 흥미가 동했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지만 이 흥미가 식을 정도의 사연을 가졌을 리는 없을 것 같다. 에만은 가면 속의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자기 자신에게도 질려 나가떨어진 것이 본인이었는데 어쩌다 이런 즐거운 일에 휘말려선. 조금만 더 감정의 변화가 큰 사람이었다면 웃음을 참지 못해서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왜..? 그러면.. 안 돼?"
가면을 쓴 고개가 천천히 모로 기울다 한 지점에서 멈춘다. 고개를 똑바로 가눌 생각도 못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가면 속에서 노려보는 게 분명한 모습이다. "..나, 이렇게 보여도 나이 많거든." 그래, 무려 20살이나 되었으니 나이가 많다고 자부할 시기였다. 남이 보기엔 아무리 미성년 같다 한들, 본인은 이제 당당히 카드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진짜 이름은 사망자로 등록되어 다른 위조 신분을 사용하고 있지만. 에만은 겨우 고개를 바로하고 시선을 돌려버린다. 쾌활한 웃음을 계속 마주했다간 또 휘말릴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예약 소리에는 대충 고개를 끄덕인다. 나중에 방문할 때 예약을 하고 가면 되겠지. 그때는 다른 모습으로 방문을 해볼까.
"고맙긴.. 난 먼저 갈게."
에만은 여인을 잠시 바라보다 천천히 여인을 스쳐 지나간다. 연하지만 보송보송한 향이 난다. 이 도시에서 답지 않은 포근하고 단 향이다. 순수한 샴푸 향일 테지. 그런 애송이 같은 내음을 풍기며 방금 전까지 누군가 죽었고, 죽을뻔한 뒷골목으로 향하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니까.. 나중에 봐, 몬테까를로."
그리고 문을 열고 나섰다. 여인이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이윽고 그 장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조금 추웠을 뿐이고,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양이 한 마리만 담벼락 위에 서있다 소리 없이 입만 벌려 보이다 그 너머로 뛰쳐갔을 뿐.
"뭐, 논알콜 칵테일도 많이 있으니까." 하던 페로사는, 붕엉이처럼 고개를 모로 기울이고 자신을 또렷이 노려보며 자기는 나이가 많다고 주장하는 당신을 보곤 그만 킥킥 유쾌하게 웃어버리고 만다. "그래그래, 알았어. 언제든지 오라구." 당신 딴에는 항의하듯이 취한 액션인데 그녀에게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가서 닿은 것 같다. 가면을 쓴 채로 고개를 기울이며 뚜하니 삐진 목소리로 웅얼대며 항의하는 게 뜬금없이 귀엽게 느껴졌던 것이다.
"아무튼- 그래, 앤빌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문을 닫고 나서는 당신의 등 뒤로 손을 흔들어보이며, 그녀는 당신을 배웅했다. "다음에 찾아오면 네 이름도 알려줘." 문이 닫히기 전에, 그 말이 당신에게 닿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단지 드물게도 순수히 포근하고 연한 향이 코끝에 남아있는 것이, 별나게 은은히 향기로워서 조금 멍하니 서있었을 뿐이다. 잠깐 눈을 감고 있던 페로사는, 퍼뜩 정신을 차린 듯이 눈을 뜨곤 이럴 때가 아니지, 하고 중얼거리며 주머니를 뒤적이고는 비상출입구가 아닌 복도의 반대편으로 바삐 걸어가기 시작했다.
- 별나군. 네가 나한테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이 있다니. "...그래, 이제 끝장내려고?" - 음? 갑자기 무슨 소리지? "네가 한 짓이 아냐?" - 무슨 짓 말인가? "저격수. 태핑턴 스트리트 3번가에 있던." -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어떻게 믿지?" - 두 가지 근거를 들어주지. 첫째, 내가 널 처리하려고 마음먹고 손을 썼다면, 처리에 실패한다고 해도 네가 그렇게 팔팔한 상태로 나한테 전화를 걸지는 못했을 거라는 점. 둘째, 아직 너와 내가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 "......" - 믿거나 말거나는 네 자유다만, 내가 아직 널 처리할 이유가 없다는 말은 납득해줬으면 좋겠군. "...그러면, 명백히 누군가를 처리할 작정으로 제대로 된 저격총을 들고 날 공격한 그 놈은 대체 뭐란 말야?" -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아닌가? 비슷한 사람을 헷갈렸다거나. 혼자 있었나? "...아니, 담배 피러 나온 곳에 사람이 여럿 있었어." - 재수가 없었던 모양이군.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 측 정보자산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 "됐어, 필요없어. ...적어도 네가 한 짓은 아니라고 생각해둘게." - 알아주니 기쁘군. 연락이 닿은 김에 말해두는데, 오늘 저녁 시간은 날 위해 비워두도록 해. 좋은 술이 그립던 참이니. "...어, 오늘 저녁은 이미 예약이 잡혀 있는데." - 취소시켜. 아니, 내가 취소하게 만들어주면 되겠군. "젠장. 알았어. 하지 마. 내가 직접 연락해서 예약을 다른 날로 옮겨달라고 할 테니까." -좋아. "하아...... 예약 받았습니다, 손, 님."
바빌론 시티에서의 에만의 삶은 녹록한 게 아니다. 학교 생활도 학교생활 나름대로 바쁘고, 에만으로 활동하는 시간까지 겹쳐 에만은 잠잘 시간도 빠듯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에만은 약간의 시간을 내어, 다음 행동들 중 두 가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1. 페로사 몬테까를로라는 바텐더의 뒷조사를 해본다. 결과: 그녀의 신상에 남아있는 증인 보호 프로그램의 뒷자취를 쫓아, 몇 년 전에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빌런에서 턴힐한 히어로 '세크메트'에 대한 정보에 접근한다. 부작용: 에만이 그녀의 뒷조사를 했다는 사실은 남을 것이고, 어쩌면 페로사가 누군가 자기 뒤를 캐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지도 모른다.
2. 잠깐 다른 용무가 더 있어 미적거리던 에만은, 우연히 페로사가 통화를 하는 것을 엿듣게 됐다. 결과: 에피소드 1에서 페로사가 나눈 전화에 대해 '페로사가 이야기한' 내용만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저격수가 페로사를 노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작용: 1~2 다이스를 굴린다. 공개되지 않는 특정 값이 나왔을 시 페로사가 에만이 통화를 엿들었다는 것을 눈치챈다. 지금 당장 통화를 끊고 당신을 추궁하진 않겠지만, 나중에 에만에게 따질 수 있다.
3. 그녀는 당신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당신은 페로사의 통화 내용을 감청해 보았다. 결과: 에피소드 1에서 페로사가 나눈 전화의 모든 내용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저격수가 페로사를 노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과, 그녀와 협력관계에 있는 누군가가 보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부작용: 1~2 다이스를 굴린다. 공개되지 않는 특정 값이 나왔을 시, 페로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사람이 누군가가 통화를 감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누군가가 에만이라고 특정하지는 못하며, 단지 자신들의 연락망에 손을 대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 알게 된다.)
4. 저격수에 대해 조사해 본다. 결과: 저격수에 대한 정보를 에만이 알게 된다. 부작용: 페로사주는 저격수에 대해 생각한 것이 없으므로, 저격수에 대한 이야기는 온전히 에만주의 몫.
5. 과제 하기도 바쁘다. 결과: 오늘 일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다른 일들에 충실한다. 부작용: 직접적인 부작용은 없음.
1. 페로사 몬테까를로라는 바텐더의 뒷조사를 해본다. 세크메트. 많은 것이, 심지어 본명까지 알려져있지 않은 히어로로, 정해진 복장마저 없이 특징적인 맹수 얼굴 가면만이 알려져 있다. 빌런 출신이었으나 턴힐해 히어로가 되었다고 한다. 다만 약 5년 전에 있었던 "니오베 사건" 이후로 실종되어, 현재로서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정확히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였었다. 이제 에만에게는 아니다. (세크메트를 키워드로, 에만주가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페로사주에게 물어봐줘. 다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면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어...!)
3. 그녀는 당신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당신은 페로사의 통화 내용을 감청해 보았다. 전자음으로 변조된 낮고 거친 남자 목소리. 페로사와는 긴밀한 관계인 듯하다. 통화 내역을 조회해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 저격수가 그가 보낸 것도 아니고, 그녀를 노린 것도 아니라는 사실과, 오늘밤 그가 엘리시온을 방문할 것이라는 정도는 알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히 수평적인 관계는 절대 아니라는 것도. 당신은 철두철미하게 통신사의 통화이력 조회 기록에서 당신의 흔적을 깔끔하게 없애는 데에 성공했고, 아무도 당신이 그 통화기록에 접근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세크메트는 MCU로 따지자면 인상은 윈터 솔저 느낌인데, 능력의 스타일은 캡틴 아메리카와 토르의 중간지점에 있는 피지컬형 히어로였어. 세크메트와 직접적 충돌을 빚은 빌런들 중에 아직까지 살아있는 빌런은 얼마 없어. (생각난 김에 적어두는)
사소한 생계범죄형은 잘 건드리지 않았어. 다만 다양한 범죄조직 소속이나 무소속 빌런들과 주로 대치했는데, 조사해보니 제각기 별 연관 없는 다른 소속일 줄 알았던, 세크메트가 상대했던 빌런들 중 대다수가 국제적 생명공학 기업인 '에덴'과 직간접적으로 모종의 커넥션을 갖고 있었다는 조사결과가 있었어. 이 조사결과 역시 일반인들은 열람할 수 없는 기밀이지만, 에만이라면 열람할 수 있을 거야.
사이버펑크 로키라는 거구나. (?) 조사 선택지에 따라 알게 될 사실이지만, 에덴 그룹은 니오베 사건의 주동자이기도 해. 사건, 그러나 그 너머에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이지... 페로사에게 목줄을 채우고 싶거든, 우선 채워져 있는 목줄부터 풀어보자. 바빌론 시티에 발을 들인 이상... 탈출할 수는 없어... 후.. 후후 (정줄놓) (꼬오옥) 응, 궁금한 게 있으면 생길 때마다 물어볼게.
앞서도 말했지만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반칙같은 것은 얼마든지 (정줄놓 2) 저 가면은 고정이지만 옷차림은 자주 바뀌는 편이었어.
멋있고 예쁘고 귀엽고 다 하는 우리 에만... (쓰담다담) 이번에는 페로사에게도 못다 끝낸 이야기를 쥐어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거든. 네 그렇습니다... 우리 같이 고통행 열차 가보자고 그래도 고통이 있으니까, 에만과 보내는 자잘한 행복들이 더 예쁘게 빛나는 거야. (쓰담) (빗질)
저번엔 상당히 냉철하셨는데 이번엔 상당히 화끈하시구나. 이런 대칭되는 변경점들도 흥미롭네.
응, 확실히 그렇겠지. 처음에는 기존 스레의 캐릭터며 스토리며 전부 그대로 가져오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이렇게 새로 처음부터 써나가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에만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는가... 으으음, 역시 내가 바라는 걸 묻는다면 에만의 모습으로 찾아오는 거지만, 어느 쪽이건 에만주가 이 쪽이 더 이야기 진행하기 쉽겠다! 하는 쪽으로 골라줬으면 해.
페로사: 네가 그럴 때마다 내 감정 때문에 혼란스러워. 페로사: 그리고 넌 전혀 도와줄 생각이라곤 없구나, 요 고약한 꼬맹이. (꼬옥 안아줌) (쓰담쓰담) 페로사: 넌 항상 수면이 모자라니까 널 재우고도 싶은데... 너와 같이 있고도 싶어. 페로사: 어떡할까. 페로사: 우리 같이 저녁이라도 먹으러 갈까? 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뭐 요즘 유행하는 아무거나 하러 갈 수도 있고.
아무래도 그로스만 패밀리는 아까웠고.. 마음 같으면 그러고 싶었지만.. 으응. 가급적 새 설정을 써달라 부탁했으니. 그래도 새로운 이야기도 매력적일 거야. 로로주가 같이 있으니까 더더욱.😊 에만의 모습이라면 자연스럽게 로로가 에만을 의심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술김에 sns 계정을 공유한다면 전혀 다른 사람일 테니까..🤔
에만: 혼란스러운지 몰랐단 말이야.(고개 파묻고 부비적)(부스스) 에만: 욕심쟁이.. 에만: 으음.. 에만: 나랑 영화 보러가자.(눈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봄) 에만: ((팝콘 먹다가 손 닿고 살짝 잡아채는 드라마 장면을 며칠전에 봐서 이러고 있음))
많이 노력할게. 예쁜 이야기들로 채워보자. uu 에만일 때 모습과 앨리스일 때 모습이 '전혀 다르다'고 할 정도면 앨리스의 모습으로 오면 페로사가 에만인 줄 전혀 몰라볼 것 같은데(에만이 냄새까지 완벽히 위장한다면). 페로사가 앨리스가 에만인 줄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두 번째의 첫만남을 갖고 싶은 거야?
페로사: 네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페로사: 내가 하는 모든 생각들에 네가 물들어 있어. 페로사: 영화... 싫지 않아. 좋아. 페로사: 지금 예매해둘까, 에스플레네이드 시어터는 크니까 우리 두 사람 들어갈 자리가 없을 리 없지만 미리 자리를 정해두는 게 좋겠지. 페로사: ...... (에만의 이마에 자기 이마를 맞댐) 잠깐만, 이러고 있자.
음, 원한다기보단... 에만이 자신이 에만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에 찾아오는 것을 통해서 페로사에게서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 이 경우에 페로사가 앨리스를 손님으로만 대할 것 같거든. 물론 페로사의 그런 모습을 보고 싶은 거라면 그렇게 해도 좋지만. 그러니 어느 쪽이건 에만주가 플레이하고 싶은 쪽으로 해줘.
페로사: 우리가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린 것 같아서. 페로사: 돌아가고 싶지도 않지만. 페로사: 내가 느끼고 있는 게 진짜인가... 싶어서. 그뿐이야. 페로사: 자, 어떤 영화를 볼지부터 골라보자. 그러고 보니 네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있네.
심연에서 누군가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등허리를 굽어타는 요란한 백금색 머리카락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규칙적으로 흔들렸고, 길고 큐빅이 박힌 연보라색 인조손톱이 앞으로 넘어온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요란한 힐 소리와 나부끼는 옷자락 소리, 생기 넘치는 녹색 눈동자가 지상에 가까워졌을 때, 일순 한기가 주변을 맴돌았다. 그렇게 희미한 거리의 빛에 반사되는 눈은 겨울을 닮은 색이었다. 체구가 작아 미성년으로 착각될법한 존재, 에만이 덩그러니 골목 속에서 환한 거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삭막한 오후의 햇살이 지고 세상이 어두워지면 뉴 고모라는 빛을 발한다. 어둠이 내려앉는 것을 종말이라 생각하기라도 했는지 온통 화려한 간판 빛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카지노의 간판 조명은 은은하고 옅은 노란색과 대비되는 쨍한 붉은색을 교차해 서커스를 연상케 했고, 저기 저 바는 심플하게 분홍빛 네온사인으로 칵테일 모양을 그려냈다. 검은 칠이 된 반투명 유리 너머는 보이지 않지만 겉에 여성을 형상화한 네온을 붙여두고 붉은 조명을 은은하게 비추는 걸 보니 좋은 곳은 아닌 듯싶었다. 시끄러운 웃음소리와 잔 부딪치는 소리, 각종 음악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우고, 바빌론 시티를 넘어 전 세계의 환락을 형상화한 장소이자 환락 그 자체가 됐다. 에만은 골목에서 빠져나와 그 거리에 발을 내디뎠다.
평소 같으면 이 모습이 아닌 앨리스의 모습으로 별 이유 없이 돌아다녔을 것이다. 아무 바에나 들어가 바텐더의 환심을 사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거나, 카지노에 들어가 적당히 즐겼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앨리스의 경박한 성격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같이 놀자 꼬드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주변 동기에게 그 모습이 발각되어 방탕한 녀석이라는 소문이 알게 모르게 퍼졌을 것이고. 그렇지만 오늘은 아니다.
요 며칠간 미친 스케줄을 불태우고 몸을 갈아낸 결과 알아낸 것이 제법 많았다. 통화 내용을 감청해 저격수의 표적도 알아냈고, 몬테까를로라는 이름의 바텐더의 주변 관계와, 그녀의 과거도 캘 수 있었다. 저격수를 보낸 사람만 알아내면 미리 코디네이팅 해둔 빌런을 써서 박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느라 하마터면 과제 제출기한을 놓칠 위기에 처해 학점을 조질 뻔했고, 체력을 갈아 수업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고작 바텐더 하나가 자신의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그거면 모든 일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오늘은 이 모습으로 엘리시온에 예약을 걸었다. 변명거리도 전부 생각해뒀으니 혹시라도 저격수에 대한 얘기를 꺼내 곤란할 일도 없다. 에만은 문을 열고 들어가 주변을 둘러본다. 지금껏 여러 컨셉의 바는 많이 가봤지만 클래식 바는 또 처음인지라, 이런 곳도 꽤 나쁘진 않겠거니 생각하며 한 발 앞으로 내디뎠다.
바빌론 시티에서의 낙일은 하루의 종료가 아니라 하루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했다. 사람들은 바빌론 시티의 아름다운 해안선에 대한 전설을 듣고 이 곳으로 모여들지만, 바빌론 시티에서 보내는 진짜 유흥과 환락은 밤부터 시작이다. 햇살 아래서 바빌론 쇼어라인이 그 뽀얗고 드넓은 백사장과 비취빛의 아름다운 바다를 자랑하는 동안 콘크리트와 철근과 유리들로 이루어져 있는 흉물스런 수용소처럼 보일 수도 있는 도심은, 해가 떨어짐과 동시에 그 몰골을 어둠 속으로 가리면서 떨어진 해의 파편들을 주워모아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환락의 불야성으로 변한다.
해가 졌는지도 분간하지 못할 화려한 간판들과, 네온사인들과, 그 많은 LED들과 조명들이 마치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흩어진 보석함처럼 반짝이는 도시. 여행객들과, 떠돌이들과, 예술가들과, 범죄자들 그리고 악당들이 저마다 원하는 것을 찾아, 환락에 듬뿍 젖기 위해, 환락을 팔기 위해 쏟아진 보석들 사이를 배회한다. 낮의 해안선의 열기와는 또다른 열기에 잔뜩 들떠 흥성이는 여행객들과, 그런 여행객들에게 자신의 가게에 준비된 환락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광고하는 호객꾼들, 골목 사이에 들어앉아 담배를 피우며 낄낄대는 불량배들과,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가면을 쓰고 그 사이를 가로질러 가는 이들...
그 사이를 가로질러, 당신은 광장을 끼고 있는 거대한 교차로의 모퉁이, 광장 쪽을 바라보고 있는 커다란 4층 건물로 들어섰다. 입구부터 화려하기 그지없는 고전적 양식의 대리석 석조로 장식된 커다란 아치를 가로지르자, 이 아치문 너머부터는 이 바깥 어느 곳보다도 격식있는 곳이라는 듯이 멀쑥하게 차려입은 온화한 인상의 직원이 당신에게 다가왔다. 시간과 예약을 이야기해 주자, 직원은 "앨리스 양이 맞으신가요?" 하고 확인하는 질문을 던지고는, 대답으로 돌아올 긍정의 제스쳐에 "확인되었습니다. 이리로 오시죠." 하며 당신을 커다란 홀의 안쪽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지극히 시대착오적인 르네상스식으로 치장된 백색과 금색의 홀을 가로질러, 직원은 엘리베이터 보이에게 당신을 인계하고는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간다. 호화로이 장식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곳에는 〈ELYSION〉이라고 쓰인 고풍스러운 간판이 걸려 있다.
엘리베이터 보이가 열어주는 문 너머에는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아니,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마저도 전혀 다른 축으로 뚝 떨어져나와 버린 것 같았다. 앞서 들어섰던 홀이 과거를 부유하게 재해석한 현대라면, 지금 들어선 이 공간은 정말로 옛 화려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살롱을 시간째로 떼어다 이 문에 접붙이기한 것 같았다.
가운데의 커다란 바를 마치 무대처럼 중심으로 하여 화려하게 조각된 고급 목재들로 이루어진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는 그 곳은, 상아색의 조명이 자줏빛의 목재들과 벽에 빛을 던져 만들어내는 알코올 냄새가 흐릿하게 어린 자색의 황홀한 공기에 푹 잠겨 있었다. 제각기의 빛과 형태를 띈 술병들, 잔들, 금속 집기들이 상앗빛 조명을 머금고 광택을 띄고 있는 모습은, 바빌론 시티의 그것과는 또 다른 어떤 새로운 야경 같았다. 마치 저마다의 설화를 하나씩 품고 있는 별자리들처럼.
그런 전경 위로 흐르는 전축에서 나오는 듯한 느릿느릿하고 철지난 노래는, 이 곳을 마치 지나가버린 옛 시간들이 이 곳으로 흘러들어 쌓인 퇴적지처럼 보이게 만들어주었다.
바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매니저는, 엘리베이터 보이에게 당신을 인계받아 "개인 서비스를 예약하셨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당신을 이끌어 바의 홀을 가로질렀다. 중심에 위치한 바 좌석에 앉아서 바텐더들과 농담을 하며 바를 사이에 두고 술잔을 주거니받거니 하는 이들도 있었고, 바와 떨어져 따로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서버의 시중을 받으며 위스키 잔을 굴리면서 자기만의 혹은 자기들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이들도 있었다. 술을 마시는 이도 있었고 담배를 곁들이는 이도 있었다. 어두운 흑자색의 카펫을 소리없이 가로질러 바의 뒷편으로 돌아가자, 칸막이 없이 오픈되어 있는 바와는 달리 개인 손님을 위한 칸막이가 마련된 바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바에 면해있는 개인 칸들 중 한 칸으로 당신을 이끌어준 매니저는 깍듯이 허리를 숙이며 물러났다. 그리고 거기에, 그 코코볼로로 만들어진 반질반질한 바 너머에, 은은한 상아색 조명을 무대조명처럼 받으며 서 있는 여인이 있었다. 페로사 몬테까를로. 당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보이는 키에,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당신에게 꽤 낯익은 새하얀 면직 셔츠와, 단정한 까만색의 면바지, 그리고 둥둥 걷어올려진 소매를 꼭 물고 있는 슬리브 가터. 그리고 느긋한 미소가 잘 어울리는 얼굴과 푸르스름한 시선 위로 쏟아지는, 뒤통수 높은 곳에서 질끈 매여 있는 나슬나슬한 금발까지. 입에 물려있는 콘콥 파이프에서는 열대과일을 연상케 하는 달큰하고 녹진한 향이 느릿느릿 올라오고 있었다.
술병들을 정리하느라 잠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던 그녀는, 당신에게로 시선을 맞추어오며 "어서 와요, 좋은 저녁이죠-" 하고 상투적인 인사를 건네다가, 당신이 얼굴에 쓰고 있는 그것을 알아보고는 "아!" 하고 반가운 듯한 감탄사를 내며 눈을 치뜬다.
환락 그 자체인 도시는 늘 새롭다. 밤이 되면 떨어져 버린 해의 파편을 주워 모아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불야성의 도시는 절대 조용할 날이 없다. 수많은 사람이 모이고, 수많은 사람이 살아간다. 그중 어둠이 두려워 환락에 취하는 장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그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곤 했다. 에만이 그런 사람이었다. 언제부터 이 도시의 환락을 당연하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도는 사람 중 흥미를 가진 부류에 속하지는 않았다. 그저 늘 그렇듯, 학교에 가듯 당연한 일상일 뿐이었다.
가면을 쓴 미카엘의 옷차림은 오늘 후줄근한 옷차림이라기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커다란 사이즈의 후드집업을 걸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허벅지를 덮는 크기의 후드집업, 마찬가지의 크기인 흰색의 박스 롱 티, 그리고 얇은 종아리 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레깅스와 발목을 드러내는 컨버스화까지. 이 건물의 사람들이 차려입은 만치 격식 있는 옷차림은 아니라지만 그나마 바깥 창부보단 나은 옷차림이었다. 에만은 고개를 끄덕인다.
"앨리스, 예약시 말한 키워드는.. 부엉이요."
확인 절차가 끝나고 직원이 안쪽으로 이끌며 인파 적은 홀을 가로지를 때, 잠깐 싸한 느낌이 났다. 다만 바람 탓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직원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여성을 돌아봤다. 저 여자, 머리가 원래 길었나? 후드 때문에 잘못 봤을지도 모르겠다. 엘리베이터 보이와의 어색한 침묵을 뒤로 문이 열렸다. 시간도, 공간도 다른 축으로 떨어진 모습에 에만은 잠깐 흥미를 가지나 싶었으나 금세 사그라들었다. 이마저도 만나러 가기 위해 자주 들리다 보면 질릴 것임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자색 조명, 시간이 퇴색된 곳. 과거의 잔재를 그러모아 불야성에 콕 박아둔 곳. 그 장소에서 매니저에게 또 인계를 받는다. 에만, 아니, 앨리스의 모습을 한 상태로 낭창낭창 홀을 가로지른다. 여러 사람이 보였고, 개중엔 본인에게 의뢰를 하기 위해 얼굴을 본 사람도 있었다. 정상인의 탈을 쓰고 이곳에서 환락을 즐기는 모습이 제법 우스웠으나 아는척하지는 않기로 했다. 흑자색 카펫을 가로질러 칸막이가 마련된 바가 드러났을 때, 여인이 허리를 숙인 매니저를 스쳐 지나갔다. 포근한 단 향과 한기가 함께 지나간다. 일개 사람이 갖기엔 지나치게 차가운 한기였으나 이미 여인은 에만의 모습으로 칸에 들어간 지 오래였다.
여인은 이 장소를 위해 존재한 것 같았다. 은은한 난색 조명과 반질한 바, 이전에도 봤던 모습. 다른 점이라면 이번엔 콘콥 파이프를 물고 있었다는 정도겠다. 에만은 머리에 뒤집어쓴 후드를 벗는다. 붉은 머리카락이 조금 섞여 분홍빛처럼 빛을 발하는 백금색의 머리카락이 드러난다. 상투적인 인사에 답하지 않고 자리에 앉은 에만은 가면 위에 손을 얹었다.
"이제 애가 아닌 건 믿을 수 있겠지..?"
가면을 벗자 앳된 인상이 드러났으나 어른이라며 말하는 모습이 퍽 우습다. 에만은 가면을 한구석에 엎어두고는 턱을 괸다. 빙긋 웃는 모습에 따라 웃을까 했으나 그만둔다. 잘 지냈냐는 말엔 어떻게 답해야 할까? 에만은 눈을 낮게 내리깔고 코코볼로 원목으로 짜인 바를 괜히 손가락으로 쓸었다.
안내받은 개인실은, 바로 통하는 창구가 있었으나 기본적으로는 하나의 작은 방에 가까웠다. 방음처리가 되어 있는지 문을 닫자 바에서 들려오는 나직하게 흥성이는 소음이 유리잔을 씌운 것처럼 줄어든다. 안에는 탁자와 안락한 1인용 소파 두 개가 있다. 개인실을 사용하고 싶은 손님이 두 명일 때도 있는 걸까. 바에서 내어주는 칵테일을 받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두 명이 담소를 나눌 수도 있겠다 싶다.
"뭐야- 그거 아직도 섭섭해하고 있었어?" 앳된 얼굴로 툴툴대는 당신의 말에, 페로사는 하이볼 글라스에 얼음 탄 탄산수 한 잔을 따라서 당신의 앞에 내려놓다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이빨 사이에 비스듬히 끼어있는 파이프가 그녀가 말할 때마다 조금씩 흔들렸다. 그녀는 손을 내뻗어서, 후드 너머에서 드러난 당신의 백금빛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려 했다. "애는 아니지만 애기네." 피해도 되고 밀어내도 되지만, 받아도 된다. 그녀의 손은 퍽 따스한 편에 속했다.
"맞다, 담배 냄새가 싫으면 말해." 하고 덧붙이는 그녀의 입에 물린 담뱃대에서, 대추야자 비슷한 달콤한 구름이 폭 하고 도넛 모양으로 솟아나온다. 확실히 인증은 됐을 테다. 엘리시온의 예약 시스템은 신용카드 번호 앞 2자리를 요구하는데, 그 정도면 이용객이 성인인지 아닌지 정도는 조회할 수 있으니까. 명목상으로는 논 알콜 칵테일만을 제공받는다는 조건하에 미성년자도 이용할 수 있긴 했지만, 일부 금연석을 제외하면 바 전체가 흡연 가능한 구역이라는 둥... 아무리 봐도 이 곳은 어른을 위한 공간이었다. 어찌됐건 당신도 법적으로는 어른이니 여기를 이용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다.
"뭐 바텐더 생활이 그렇지." 당신이 눈을 낮게 내리깔자, 그녀는 허리를 숙여 바에 팔꿈치를 괴고 턱을 받쳤다. 파르스름한 눈이 당신을 바라본다. "후배들 가르치랴, 말 안 듣는 후배 혼쭐내랴, 재고 정리하랴, 손님 상대하랴, 진상 처리하랴... 뭐, 그래도 나름대로 꽤 재밌긴 해." 하고 씨익 웃었다. 나름대로 현재의 생활에 큰 불만은 없는, 유쾌한 미소였다. "아무튼 그래서-" 하다가, 그녀는 잠깐 멈칫했다. 아직도 당신의 이름을 모르기에 당신을 뭐라 불러줘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하려던 질문을 마저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뭐라도 마실래?"
나직한 소음은 먹먹하게 줄어든다. 안락한 1인용 소파에 잠시 시선이 간다. 개인실을 이용하는 것이 비단 한 명이 아닐 때도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바텐더를 마주 앉게 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제법 신선한 발상이었다. 다만 소파에 앉기 보다는 바를 사이에 두고 바텐더를 보는 것이 지금은 더 익숙했다. 에만은 머리를 가볍게 손으로 쓸어넘겨 정돈했다.
"당연하지.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봤거든."
이 모습으로 다닌 적이 없으니 당연히 들을 일도 없었다. 미성년. 늙은 빌런일지도 모른다는 소리까지 들어본 에만에게는 새삼 새로운 충격인 단어였다. 탄산수를 바라만 보던 에만은 잔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가볍게 한 모금 마시자 청량감이 따라온다. 입술을 아직 잔 가장자리를 떼지 못했을 때, 커다란 손이 머리 위에 얹혔다. 에만은 잔을 내려놓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눈만 들어 올려 페로사를 가만히 올려다본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던 에만의 시선이 삐죽해진다. 애보다 더 어린 단어였기 때문이다. "애도, 애기도 아니라니까." 하고 잔을 내려놓는다.
"난.. 어르신이야."
아마 자신의 나이가 그만큼 많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 같기도 했으나, 빌런 코디네이터 에만이 양성해낸 빌런 사이에서 정신적 지주로 통하는 것을 은유적으로 돌려 말한 것이기도 했다. 아직 눈앞의 여성은 그 사실을 모르겠지만. "딱히. 원껏 피워도 좋아." 에만은 단 향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도넛 모양으로 솟는 것이 신기한지 잠시 그쪽으로 시선이 가더니, 이내 바로 향한다. 상아색 조명이 내리쬐는 코코볼로 원목으로 만들어진 바를 손가락으로 괜히 쓸어본다.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으니 이제 페로사가 답할 차례기 때문이다. 팔꿈치를 괴는 페로사를 흘끔 쳐다보다 다시 시선을 깐다. 바텐더의 삶도 그리 녹록지는 않는 것 같다. 어느 누가 녹록한 삶을 살겠냐마는, 그래도 이 사람은 불만이라도 없어 보인다.
"미카엘 윈터본?"
잠깐의 정적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아는 것 같다. 대서특필까지 난 고인의 이름을 툭 던진 에만은 조소했다. "농담이야. 내 이름은 윈터라서.. 가끔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거든.." 청산유수. 새빨간 거짓말. 없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카드에 적혔던 앨리스는 또 어딜 갔는지.
"글쎄, 아무거나 마시긴 하는데.. 마티니?"
에만은 턱을 괸다. 꺾인 손등에 고개를 기울이며 눈을 굴려 페로사를 쳐다봤다. 마티니는 가장 흔하지만 바텐더마다 맛이 다르다. 지금껏 맛본 마티니는 그럭저럭 마실만했으니, 이 사람은 과연 어떨지 한 번 볼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무언가 고민하다 툭 뱉었다.
그리고 삐죽해지는 것보다 로로가 애기라고 해주는 거에서 심장이 막! 막.. 아팠다구.. ;0;.. 내가 조금만 더 표현을 잘 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로로주에게 말해주는 것보다 몇 배는 더 기쁜 감정인데.. 내가 그걸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내심 아쉬워.. <:3
"ㅋㅎㅎㅎㅎㅎ..." 당신을 쓰다듬던 페로사가 웃음을 터뜨렸다. 빵터졌다고 할 정도까진 아니고 킥킥대는 웃음 정도였지만, 새파랗게 앳된 얼굴을 하고서 툭 삐져서 삐죽한 시선으로 어른도 아니고 어르신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 써 가면서 애 취급에 불만을 표하며 종알대는 게 우습기도 귀엽기도 했던 것이다. -그야 그렇겠지. 당신은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당신에 대해 당신이 보여준 만큼밖에 모른다. 당신이 에만이라는 사실도, 앨리스라는 사실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모른다. 당신이 그녀에게 보여준 것은 솜털도 가시지 않은 앳되고 보송보송한 얼굴을 한 갓 스물이 된 예쁜 얼굴뿐이다.
"─" 당신이 미카엘 윈터본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자, 페로사는 잠깐 눈을 깜빡인다. 흐릿한 기억 어딘가에서 그 이름을 본 것 같은 기억이 들기 때문이다. "어디서 들어봤더라-?" 그러나 지금까지 그녀에게 있어서 그 이름의 의미는 흐릿하게 스쳐가는 기시감, 그뿐이었다. 거기에서 더 무언가를 떠올리지는 못하고, 그녀는 당신이 건넨 윈터라는 이름을 받아들었다. "윈터라." 예약한 이름과는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바텐더에게 알려지는 것은 당신이 예약 암호로 걸어놓은 부엉이라는 단어 한 마디뿐이라, 그녀가 당신을 부를 방법은 방금 당신이 건네어준 짧은 가명뿐이다. "윈터라고 부르면 되지-? 그래, 만나서 반가워, 윈터."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당신이 알려준 이름을 되뇌어보았다. 진짜 이름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는 듯.
"마티니, 주문 받았습니다." 하면서 페로사는 화려한 크리스탈 조각이 새겨진 믹싱 글라스와, 심플한 마티니 글라스를 꺼내어 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술병 세 개를 꺼내어놓는다.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연상시키는 과장된 파도를 타고 위험천만한 서핑을 즐기는 서퍼가 그려진 라벨이 붙은 진 병과, 라벨이라기보다는 띠에 가까운 얄팍한 라벨 위로 밀랍 인장이 찍혀있는 베르무트 병이 두 개. 하나는 붉은 인장, 하나는 금색 인장이다.
그리고 반들반들한 얼음 스쿱으로, 마티니 글라스에 얼음 몇 알을 올려놓고 믹싱 글라스 안에 나머지 얼음을 다 쏟아붓고 나서, 그녀는 병을 열고 차례차례 내용물들을 따랐다. 지거도 없이 눈대중만으로 믹싱 글라스 안에 잘도 술들을 채워넣는다. 카랑카랑 하고 바 스푼이 믹싱 글라스를 휘젓고, 칠링이 끝난 마티니 잔의 얼음을 버리고 나면, 스트레이너를 통해 무색투명한 액체가 하얗게 김이 서린 마티니 글라스 안에 또르륵 따라진다. 넘치는 일 없이 딱 맞다. 칵테일 자체는 완성했음에도 가니쉬를 고민하던 페로사는, 이내 가니쉬 픽에 올리브 두 알을 푹 꽂아서 마무리하고 당신의 앞에 코스터를 깔고는 그 잔을 당신의 앞에 올려놓았다.
맑고 선명했다. 선명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알코올 향과 함께, 진의 풀향과 베르무트의 진한 향이 어우러져 입안에 느릿하게 퍼진다. 퍼져나가는 향이 너무 강해질라치면 올리브에서 나온 듯한 미세한 맛이 그것을 잡아준다. 선명하고 또렷하면서 청량하다.
에만의 삐죽한 눈이 웃음소리에 더 가늘어졌다. 점차 노려보는 모양새가 되더니 이내 맥없이 감겼다. 여기서 짜증을 내기엔 기력이 없었던 모양이다. 물론 기력이 있었다고 해도 짜증은 내지 않았을 것이다. 없느니 만도 못한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눈앞의 바텐더는 아무것도 모르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여기서 자신이 변신이라도 하거나 이름을 대지 않는 이상, 페로사의 눈에는 자신이 이제 막 성년이 되어놓고 몇 갑절은 더 산 어른이라고 우기는 아이로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아니라며 이름을 대고 싶지도 않았다. 자존심 때문에 허무하게 새로운 흥미를 잃고 싶지 않으니 결국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는 것. 비록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중에 얻을 재미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에만은 감았던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글쎄?"
의문스러운 답이다. 스쳐갔으나 흔한 이름도 아닌 것을 어디서 들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윈터라는 이름만 알려주고 반갑다는 인사엔 탄산수를 한쪽 구석에 밀어두며 마티니를 주문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나열되는 진과 베르무트를 유심하 쳐다보던 에만의 채도 낮은 눈동자가 믹싱 글라스에 들어가는 술을 본다. 눈대중으로 되는 일인가 생각하면서도 막상 마티니 글라스에 따라지는 술은 과하게 빈 공간이 남거나 넘치는 일 없이 알맞다.
똑. 검지가 바를 가볍게 한 번 두들긴다.
에만은 저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내심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앨리스의 모습으로 가던 바의 바텐더는 늘 마티니를 만들고 나면 양이 남았고, 앨리스가 권하지도 않았는데 건배사를 외치며 남은 술을 마셔버렸기 때문이다. 앨리스의 외형을 보고 노골적이게 친분을 쌓아보려는 그 점이 묘하게 신경에 거슬리던 차였다. 이곳의 마티니가 마음에 든다면 그 바텐더는 쓸모가 없을 테니 적당히 처리해야겠다.
에만에게는 마티니 글라스를 잡는 독특한 버릇이 있다. 다른 것은 지금껏 여러 사람을 흉내냈기 때문에 전부 잊어버렸지만, 유일하게 잊지 않는 버릇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진 손잡이를 잡는 건 같지만 새끼 손가락을 들었고, 다른 손으로는 잔의 넓직한 면을 받치는 것이다. 그렇게 독특하게 잡아 들고는 첫 모금을 목 뒤로 넘겼다. 선명하고, 또렷하고, 청량하기에 이 어린 폭군에게는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 더럽혀보고 싶은 맛이다. 환락가에 어울리지 않기에 입안을 휘젓게 내버려두고 싶었다. 그렇지만 잠시 인내한다.
"다른 곳은 못 가겠네.. 안타까워라.."
살 수 있었을 텐데. 결국 자주 가던 바의 바텐더는 죽을 운명이 됐다. 알 바인가? 죽을 자는 말이 없다. 에만은 고개를 들어 올려 페로사를 응시했다.
페로사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며칠 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녀는 당신이 떨어뜨린 가면에 대해 뭐라 묻거나 따지지 않고 당신의 얼굴에 가면을 다시 씌워주었었다. 바텐더의 철칙인 걸까, 그녀의 성격인 걸까. 당신 입장에서는 두 가지의 꺼림칙한 점- 그녀가 당신을 그저 성년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린 손님 정도로 보고(당신의 관전에서는 얕잡아보고) 있다는 점과, 당신이 자주 찾던 다른 바텐더처럼 추근거리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녀의 능청스럽고도 활달한 태도가 당신에게 종종 곤혹스러움을 선사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래도 이 쪽이 더 대하기 편할 것 같다.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다행이네." 마티니를 맛본 당신의 반응에, 페로사의 얼굴에 기쁜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당신에게는 생소한 미소다. 이 도시에서 누군가가 미소짓는 일을 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꽤 많을 것이다.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니다'라는 의미의 상대방을 안심시키려는 미소, 당신의 비위를 맞추거나 당신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애쓰는 알랑거리는 미소, 사업 간의 예의로 짓는 예절바른 미소. 자신의 음습한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에 짓는 비열함 섞인 기쁨의 미소-혹은 의기양양하고 교만한 미소, 혹은 광기에 절어 기쁨의 기준이 한참 어긋나버린 인간이 짓는 뒤틀린 미소.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 걸린 그 미소는 당신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그 어떤 미소와도 달랐다. 방금 입 안에 머금은 마티니만큼이나 색깔 뚜렷한, 순수한 기쁨이 담긴 미소다. 누구나 영위하는- 그러나 바빌론 시티의 그늘에 발을 담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런 유쾌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걸렸다. 당신이 내어놓은 만족을 뜻하는 표시가 누군가에게는 사형 선고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것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저 미소가 어떻게 일그러지게 될까? 그러나 그녀가 알 수 있을 리 없다. 당신이 말해주지 않고서야 말이다. 그녀는 그저 당신이 건네어온 질문에 잠깐 자신의 인생역정을 되돌아보느라 골똘히 고민하는 표정이 될 뿐이다. "언제?"
그래도 그녀의 일그러진 측면을 당신이 보고 싶었다고 한다면 당신을 목표를 이룬 셈이 됐다. -흘러흘러 들어온 도시가 이 바빌론 시티인 사람의 인생역정이 마냥 방금 얼굴에 걸렸던 그 미소마냥 말갛고 유쾌할 리가 있나. 그녀의 얼굴에 걸린 상념이 조금 착잡한 빛을 띄었고, 이내 쓴웃음으로 피어났다. "한 7년쯤 됐나? 여기서 일한 건 4~5년쯤 됐어."
가산점 추가. 더 캐묻지 않는 것은 그림자의 미덕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사장된 미덕이나 다름없다는 양 입을 나불대는 다른 사람들보다 차라리 활달한 당신이 훨씬 낫다 생각했는지, 에만은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아도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다. 잔을 내려놓는다. 일말의 흔들림이나 머뭇거림 없이 단번에 둥근 코스터 위, 중앙 정확한 자리에 마티니 글라스가 올라선다. 그 짧은 행동이 이 작고 맹랑한 손님의 일면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업종인가? 사소하게는 소매치기, 크게 보면 킬러로 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둘 다 갓 성년이 된 아이가 하기엔 좋지 않은 일이다.
"응.. 다른 곳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싶네.."
에만은 미소를 마주하고 잠시 어색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저 미소가 어떤 미소인지 가늠하듯 눈이 느릿하게 깜빡였다. 생소하다. 지금껏 본 미소는 전부 의도를 담고 있었다. 들어먹힐리 없는 안심, 비위, 예절, 살기 위한 발악, 교만, 목적의 달성… 에만은 마티니를 잠시 내려다본다. 그리고 다시 잔을 들어 한 모금 목뒤로 넘긴다. 비강에 남은 잔향과 페로사의 미소를 비교해 본다. 이제 알겠다. 참 순수하다. 유쾌하고 그늘지지 않은 미소였다. 여기서 에만은 페로사를 이 도시에 맞지 않는 순수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에만도 제법 순수한 사람이지만 과연 저 여인만큼 할지. 언젠가 자신의 미소로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까. 당신은 나와 다른 면모로 순수하니까 아마 일그러지지 않을까. 에만은 자신의 생각을 마음 깊이 숨겨내기로 했다. 저 미소를 따라 하듯 마주 미소를 지어 보인다. 눈에서부터 시작되고, 얼굴로 천천히 퍼진다. 말갛게 지어낸 미소가 마냥 순수하다.
"응.. 언제부터 바텐더 일을 했는지 궁금해졌어……."
고민하던 표정은 상념이 걸리더니 이내 착잡하고 쓰게 변했다. 에만은 아직 내려놓지 않은 잔을 들어 또 한 모금. 뭐라고 말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구나." 하고 상투적인 답만 내놓아본다. 얼추 5년 정도 되었다면.. 에만의 눈이 잠시 가라앉는다. 잔을 다시금 코스터 중앙에 놓고 가니쉬 픽에 꽂힌 올리브 하나를 집어 올려 입가로 가져다 댄다.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란 건 아닌가 봐.. 도시 바깥사람이 여기서 오래 일하는 건 처음 봐서 그런가.. 신기하네."
잠깐 고민한다. "조롱이나.. 그런 의미는 아니야." 그리고 올리브를 씹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이들이 과자를 씹을 때 머리에 고개를 기울이면 울릴법한 소리가 이 작은 손님에게서는 잘도 나고 있었다.
페로사: 어서와, 에만. 페로사: 응? 페로사: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요 꼬맹이. (머리 파바박) (다시 가다듬어줌) 페로사: 그런 걸로 미안해하지 마. 페로사: 네가 돌아올 곳이 나라는 사실을 잊지만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해. 페로사: 나도 잊지 않을 테니까. 페로사: (쪽)
"사람마다 입맛 취향이 다 다르니까. 그래도 지금까진 네 취향에 내 마티니가 가장 가까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데."
그녀의 얼굴에 걸린 미소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는 말은 빈말이 아닐 것이다. 다만 그것도 당신이 꺼낸 이야기에 과거회상을 하느라 잠깐 흐려지고 말았지만. 그녀는 대화의 주제를 바꾸지는 않았지만, 대화의 방향은 돌렸다.
"그러고 보니 희한하네. 사부를 만나서 바텐딩을 배우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 돌이켜보니 7년이나 흘렀잖아?"
페로사는 새삼스레 고개를 돌려본다. 그녀의 등 뒤에 있는 호화로이 장식된 거대한 아일랜드형 바에는, 그녀 말고도 여러 바텐더들이 손님을 상대하거나 오가고 있었고 아일랜드 안에서 바백들이 술병을 나른다, 계산서를 옮긴다 같은 일들을 분주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돌아보는 그녀의 눈길은 역시, 내가 여기까지 도달했다니 하는 탄복보다는 이렇게 됐구나 하는 회한에 가까웠다. 후회는 없다. 그러나 의미도 없다. 바텐더 일, 재밌다고는 했지만 과연 그녀는-
절인 올리브를 꼭 씹으면 짭쪼름한 감칠맛을 머금은 육즙과 기름이 입 안으로 흘러나온다. 마티니에 젖었음에도 그 기름진 특색을 잃지 않고 있던 올리브가, 입안에 맑고도 깊이있게 남아있는 잔향을 마구 어지러뜨리며 흩뜨려버린다. 입 안이 뿌옇게 되는 것 같다.
페로사는 당신의 코스터를 보지도 않고 정확하게 달칵, 하고 마티니 글라스를 정중앙에 맞추는 손놀림을 보고, "오.." 하고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손재주 좋네." 그녀는 당신의 손재주에 딱히 다른 의미를 부여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음?" 도시 바깥을 이야기하는 당신의 말에, 페로사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눈웃음을 지었다. "뭐- 처음엔 여기보다 훨씬 재미없는 도시에서 살았어." 세크메트의 프로파일에 신경쓰이는 점은, 당신이 애써 탈취한 권한으로도 접근할 수 없는 정보검열이 가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21세가 되기 이전의 행적은 모두 데이터 검열 처리되어 있었고, 그 말소된 데이터를 열람할 만한 권한을 탈취하려면 좀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연방정부의 비밀파일에서든, 엘리시온에서 그녀와 마주앉은 상태에서든.
취향에 맞는 걸까. 에만은 미소를 유지한다. 말갛게 지어 보인 미소를 뒤로 이게 취향이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알아가는 것이 하나 늘었다. 대화의 주제가 바뀌지는 않았지만 캐내지 않는 방향으로 돌아간다. 에만은 그 사실을 알긴 했지만 괜히 캐내는 쪽으로 다시 돌리지 않기로 했다. 기껏 공을 들인 탑은 모래 위에 지반을 다져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조금만 건드리면 무너질 것이다. 에만은 자신의 흥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인내하는 사람이었고, 기껏 생긴 흥미로운 일을 망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7년이면.."
에만은 잔을 쥔 손가락을 괜히 접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접을수록 언급하는 나이가 점점 적어진다. 열아홉.. 열여섯.. "내가 13살이네." 하고 입술을 달싹인다. 작게 조근거렸기에 지나다니는 다른 바텐더의 소음에 묻혔을까? 아니면 페로사의 귀가 그 소리를 정확히 잡았을까. 오로지 그녀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에만의 시선이 페로사의 얼굴로 향한다. 탄복보다 회한. 이 도시에 남겨진 사람이라면 당연할 반응이다. 에만은 그 반응을 또 다른 안주로 삼아 올리브를 씹었다. 깔끔한 마티니에 절어있던 혀를 진탕 헤집고 입안을 더럽힌다. 누군가 흙 발로 흰 눈더미를 짓밟는 것 같았다. 피에 절어 살아있는 사람에게 한 걸음 내딛는 것 같았다. 마치.. 에만은 올리브를 삼켰다. 마티니로 다시금 입가심을 한다.
"이건 비밀인데.. 내가 일하는 곳에서.. 돈을 잘 안 주는지라.. 대신 손님 물건을 좀 잘 훔치거든."
당연히 농담이었지만 기운 없는 어조 때문인지 웃음기가 배어나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인지 잠시 고민하다 "농담이야.." 하고 덧붙이며 당신에게 말을 돌리듯 주제를 바꾼다. 일전 언급한 도시 바깥사람에 대한 것. 눈웃음을 바라보던 에만은 다시금 마티니를 마시기 위해 잔 손잡이에 손을 대다, 재미없는 도시라는 말에 잠시 멈칫했다. 탈취한 권한으로도 접근할 수 없던데. 무얼 숨기길래 그렇게 둥글게 돌려 말할까. 에만은 다시금 잔을 쥔다. 지금 당장 대화로도 풀기 어려울 것임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간을 들이고 기다려볼까? 그래볼까? 아주 잘 하는 일이다. 지금도 기다리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기다리지 않고 행동할 날이 다가오는 것도 있다.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이번엔 자각 없이 마신다는 느낌이 강했다. 마티니를 몇 번 홀짝이다 보니 어느새 반절이 넘게 사라져있다.
"재미가 없어서 여기로 온 거구나. 이해해.. 재밌는 곳이지. 술도, 약도, 사람도. 전부 재밌어 보이잖아."
에만은 잔을 내려둔다. 빈 마티니 잔, 하나 남은 올리브, 중앙에 놓인 마티니 글라스. 이내 손가락으로 잔 가장자리를 훑는다. 다른 팔로는 턱을 괸다. 평범한 대화를 하는 것 같다. 이곳에 정착하려는 외지인은 환락 하나를 보고 올 때가 많다. 그렇지만 그 이면을 보고 난 이후로는 죽거나, 얼마 못 있어 도망치거나, 적응한다. 당신의 과거를 모르는 척, 적응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듯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자캐가_좋아하는_날씨는 > 어떤 날씨든 좋아해. 그렇지만 맑은 날씨를 유달리 좋아하는 것 같지..? 이번 에만은 능력 때문에 꽤 변덕스러운 면도 없잖아 있거든. 그래서 날씨가 나쁘면 변덕스러운 모습이 더 자주 보이곤 해서..
자캐가_가장_잘하는_요리는 > 홍차를 잘 우려!(당당) >:3 여기서도 요리는 그렇게 잘 하는 편은 못..되나? 앨리스는 나름 한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밀키트라서..🙄
자캐식으로_네_곁에_있고_싶었어 > 피묻은 칼이 떨어졌다. 당신을 보고 손에 쥔 칼을 떨어트렸기 때문이다. 왜 여기 있냐는 표정이었다. 천천히 에만이 걸어왔다. 도망치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이윽고 피에 젖은 손을 뻗었다. 작은 손이 당신의 양 뺨을 그러쥔다. 천천히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네가 아무것도 몰랐더라면, 네가 한결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하던 걸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없도록 하려 했을 뿐인데.
"ㄱ, 그냥, 네 곁에 있고 싶어서.. 그래서.. 그러니까, 그게.. 내가, 내가.. 나빴던 거야..? 왜..?"
말을 더듬는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뒤로 눈물이 후두둑 쏟아졌다. 작게 실소했다. 뺨을 그러쥔 손이 내려가 당신을 끌어안고, 고개를 파묻으려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뿐이라서, 그래서 그랬을 뿐인데.. 네 곁에 있고 싶어서 그랬어. 미워하지 말아줘. 나랑 있어준다며."
그 이후로는 깊은 침묵 뿐이었다. 아니, 입술을 달싹이며 소리없이 중얼거렸다. 이게 왜 나쁜 일이야, 뭐가 나빴던 거야, 난 틀리지 않았어, 내 방식은 잘못된 게 아니야..
내가 이 스윗하고 예쁘고 멋지고 로며들게 하는 페로사한테 어떻게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빌런 에만이는 말 그대로 이게 당연한 일이라고 믿고 있고, 하나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선악 구분이 희미하고 악이 몸에 배어있다 해야하나.. 이전보다 도시에 조금 더 깊게 스며들었다고 해야겠네.. "행복하려는게 뭐가 나빠.. 가질 수 없으면 쥐어야지, 그러니까.. 내가 도와줄게, 나랑 같이 있어..." 이런 말이나 할 것 같지, 응...
우우 로로 끌어안는 거 너무 좋다.. 에만주가 먹는 팝콘이 카라멜 팝콘인가요..(진단 대기하며 팝콘 와작와작)
"그러면 애기 맞네." 내가 13살이네, 하고 말이라기보단 입술의 달싹임에 가깝게 나직이 흘린 말에, 페로사는 아무렇지 않은 어조로 대답했다. 여러 손님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오픈 바가 아니라, 일대일로 서비스를 해주는 개인실이니 당신의 작은 말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흘린 나이를 역산하면 당신이 지금 스무 살이 된다는 것까지도. "뭐, 애기면 어때. 그래도 우리 바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나이니까." 페로사는 믹싱 글라스에 들어있던 얼음을 뒤늦게 버리며 덧붙였다. 어쩌면, 운명이 지금과 조금 달랐더라면 당신과 그녀는 조금 더 일찍 만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녀의 직장을 생각하면,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제때 만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입안에 녹진하게 퍼져있던 올리브의 풍미를 조화로운 주니퍼 향과 석류향을 머금은 알싸한 액체가 씻어내는 것도 같다. 이내 그 맛들이 입 안에서 어지러이 뒤엉키며 혼탁하고도 깊이있는 풍미가 된다.
"하?" 당신이 던진 농담에 페로사의 눈썹이 홱 치켜올라간다. 도둑한테 화라도 내려는 걸까? "돈 안 주는 직장에서 일할 이유가 어딨어." 아, 그쪽인가. "자기가 잘 하는 일은 공짜로 해주지 말라더라. 되게 유명한 사람이 한 말인데 누구더라-" 유명한 사람의 말이 맞긴 맞다.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의 대사였었지, 아마. 그나마도 당신이 농담이야- 하고 말을 수습하자, 치떠져 있던 그녀의 눈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리고 조금 걱정하는 듯한 표정. "어디까지가 농담이야? 손님 물건 훔치는 거, 아니면 네가 일하는 곳에서 돈을 잘 안 주는 거?" 대답을 하거나 말거나는 당신 자유다.
"너무 흥미진진해서 문제지." 페로사는 미간을 빡 구기며 >:D 모양 웃음을 짓고는, 한쪽 손으로 반대쪽 어깨 뒷편의 날개뼈를 툭툭 쳐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저 부분에 총을 맞지 않았던가?
이 도시는 사람을 집어삼킨다. 인어의 꼬리처럼 아름다운 해안선과 별자리처럼 아름다운 야경을 내걸고, 아프로디테의 혓바닥보다도 달콤할 환락으로 사람을 꾀인다. 그리고 집어삼킨다. 그 도시의 위장 속에서 녹아내려 버릴지, 그 도시의 일부가 되어버릴지. 이 도시에 잡아먹힌 사람들의 운명은 둘 중 하나다.
페로사는 올리브를 다 뽑아먹고 남은 가니쉬 픽을 보더니, 당신에게 질문했다. "안주 더 필요해?"
1. 『고독해』 페로사는 이어버드를 끼고 가만히 바에 앉아서, 바에 흐르는 노래와는 다른 노래를 듣고 있었다. 등받이 의자에 기대앉아서 신문을 한 장씩 팔락팔락 읽고 있는 그녀의 표정 없는 얼굴에서, 당신은 무표정과는 다른 어떤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당신이 개인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 페로사는 의자에 앉은 채로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곤 평소 하던 왔구나, 하는 인사도 없이, 경첩이 달린 바를 위로 젖히고 출입문을 열더니 개인실 안으로 쑥 들어와서는 의자를 끌어 당신 몫의 의자 옆에 붙여놓고는 거기에 턱 걸터앉았다. 그리고 당신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에 끼워져있던 이어버드 한 쪽을 내밀었다.
2. 『어째서?』 "......" 페로사의 얼굴에 어린 그 빛깔은, 다른 그 어떤 단어로도 변명할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 서린 것은 망연자실함이었다. 붉게 물든 풍경. 한때 그녀가 꿈꿨던 조그맣고 순수한 낙원이, 그녀가 절대 묻히고 싶지 않았던 진홍빛의 빛깔로 호득호득 물들어가고 있는데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비칠대는 발걸음으로 당신에게 다가올 뿐이었다.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양 팔을 벌려 당신에게 품을 내어주고 당신을 망연자실하게 끌어안았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기에. 피에 젖었음에도 그것은 낙원이었기에. "...그 피는, 나한테 묻는 걸로 충분했는데...... 왜 그랬어..."
3. 『구해줘』 "도망칠 곳이 있었으면 해." "돌아갈 곳이 있었으면 해." "언제 찾아가더라도, 여기가 내 집이구나, 내가 있어야 할 곳이구나, 하고 여길 곳이 있었으면 해."
1. 『돌아가게 해줘』 (얀데레 루트) "음- 또 엉뚱한 소리." "어디로?" "네가 돌아올 곳은, 여기잖아." 페로사는 얼굴에 한가득 행복한 미소를 띄며 당신의 손목을 들어보였다. 당신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수갑의 반대편에는 리드줄 손잡이가 꿰어져 있었고, 거기서부터 쭉 뻗어나간 리드줄은 그녀의 목에 걸린 굵직한 초커-아니, 초커라기보단 짐승용 목줄이라고 해야 더 걸맞을 굵은 벨트에 단단히 채워져 있었다. 그녀는 당신의 손등에 짙은 입맞춤을 남겼다.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는 거, 알잖아. 너도. 나도."
2. 『곁에 있어줘』 페로사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경첩이 달린 바를 위로 올리고 개인실로의 출입문을 슥 열었다. 바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바지 입은 다리와 구두를 신은 발이 보인다. 그녀는 또각또각 개인실 안으로 걸어들어와서, 당신의 옆에 항상 비워져 있던 그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이렇게 마시고 싶은 기분이야?" 그녀는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었다.
3. 『고생해』 "너도." 당신이 건넨 얄궂으면서 가벼운 작별인사에, 페로사는 당신이 익히 아는 그 쾌활한 웃음을 얼굴에 씨익 걸었다. 그러나 이내 그 웃음에는 조금 애틋한 감정이 느릿하게 휘감겼다. "죽지 마."
이 세 가지 입니다! 열심히 해주세요! #shindanmaker #당신의_대사 https://kr.shindanmaker.com/893746
솔직히 일댈로 떨어져나오면서 너무 수면 것들만 다루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 바들바들 떠는 에만을 느릿하지만 힘있게 꾸우욱 넌 못 벗어난다고 끌어안는 페로사.........(할많하않) 그렇지만... 또 수면에 있는 것들도 맛있어서 도저히 끊지를 못하겠고...... 네가 내게 돌아올 곳이 되어준다면 나도 너의 돌아올 곳이 되어줄 수 있어... 앓다 죽을 그 이름 미카엘아.............. 아 정말 중증이야 중증. 호감도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도 맛 아니겠어. 원한다면 시간을 조금 빨리 감을 수도 있고 색깔을 조금 더 짙게 바꿀 수도 있지만, 느긋하게 캐릭터한테 맡기면서 이야기 쌓아가는 것도 싫지 않으니까. 난 에만주와 에만에게 시간을 많이 내어줄 수 있어. 그러니 답레도 내일 천천히 줘. 좋아. 진단은 가볍게 돌려야 돼? 나도 슬슬 잘 준비 해야겠다아..
1. 『마음은 기쁘지만』 에만은 잠시 머뭇댔다. "오.. 그래.. 마음은.. 정말 기쁘지만.." 하며 느릿하게 밀어낸다. 아직은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기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 에만은 눈을 흘긴다. 잠시 고민하듯 허공을 흘긋 쳐다보다 의뢰인을 향해 시선을 옮긴다. 젊은 남성을 흉내낸 모습이 어두운 등불 하나에 의지하며 일렁였다. "제안이 흥미를 끌긴 했지만 네게 끌리진 않았네.. 유감스러운 일이지..."
2. 『두 번 다시는』 "..다시는.." 에만은 바르르 떨었다. 팔을 뻗어 꽉 끌어안았다. 힘없는 팔에 힘을 준다고 해서 감각이 남는 것도 아닌데 그리도 필사적이다. "두 번 다시는..." 하고는 침묵했다. * 에만의 옷 소맷단은 특수한 처리가 되어있다. 손을 털면 손목에 착용한 장치가 발동되는 형식이었고, 칼날이 튀어나오면 요긴하게 쓰욨다. 지금이 딱 그랬다. 에만이 손을 턴다. "기회는 한 번으로 충분해.. 알고 있지?"
3. 『아무 말도 필요없어』 천천히 몸을 기울인다. 작은 체구로 끌어안고는 어깨에 고개를 파묻는다. 몸을 웅크리듯 하며 뺨을 비볐다. 잠시간의 응석을 뒤로 에만은 몽롱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 알고 있어. 네가 바라는 것도.. 숨기는 것도.. 꿈꾸던 것도.. 그러니까.. 아무도 모를 거야. 쉬잇, 아무 말도 하지 말아.." * 깍지를 곱게 끼고 책상 위에 내려둔 손, 올곧게 앉은 자세, 입매만 기묘하게 휘어 올라간 지나치게 인위적인 미소, 끔찍하리만치 조용한 침묵. 에만은 반쯤 홉뜬 눈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밀랍 인형처럼 곧 죽을 사람을 응시했다.
원래 사람이 둘만 남으면 욕망이 치솟고 그런댔어(아무말) 몸에 안 좋고 자극적인 음식이 맛있듯이 심해가 맛있는 법이고 나이가 들수록 곱게 빻아서 먹어야지..(아무말22) 돌아올 곳이 되어줄 테니 나를 떠나지 말고.. 곁에 남아서 나의 안식처가 되어줘 페로사... 하루하루 별 헤아리듯 헤아릴 사자야.. 나도 중증이야.. 아니.. 말기인 것 같아..;0;.. 호감도는 그래도.. 천천히 쌓아가는 맛이 있으니까. 0.< 대화도 나눠보고.. 술도 기울이고..🤔 여담이지만 정말 고풍스럽네.. •0•.. 드레스코드 어쩔거야 김에만~!!!!!(에만: 그래서 오버핏 레깅스 입어줬잖아) 속터진다 용왕님 불러!!!!!!!(?)
나야말로 로로주가 걱정되는 걸.. 로로주 잘 자고 있는 거 맞지..? 피곤하면 기다리지 않구 먼저 자러가도 돼. 건강이 더 중요하니까.🥺
>>402 페로사: (부드럽게 감싸안고 안아들어줌) 페로사: (쪽) 페로사: 많이 걱정했구나. 페로사: 이렇게 아파할 정도로. 페로사: 미안해. 페로사: 널 혼자 두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페로사: 널 혼자 두지 않으려고 너를 잠깐 떠나야 하는 그런 엿같은 순같이 있더라. 페로사: 다 끝났어. 페로사: 돌아가자. 따뜻한 물에 씻고, 세탁해놓은 새 옷으로 갈아입고... 맛있는 거 먹고, 푹 자자. 페로사: 자는 게 싫으면... 마음껏 안아줄게. 응? (달래는 게 이상해)
>>403 드레스코드면 페로사도 만만찮은 것이 오늘따라 면바지에 구두차림이었을 뿐이지 보통은 청바지에 워커 신고 저 홀을 당당하게 뚜걱뚜걱 가로질러갈... 🤦♀️ 에만은 귀찮아서 대충 입는 것일 테지만, 페로사랑 페로사주는 둘 다 패션센스가 나락간 케이스라서... 😂😭 아유, 골고루 먹자 우리(?) 나이 들수록 골고루 챙겨먹어야 된다더라(?) 그러니 느긋하게, 두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천천히 지켜보자구. 안되겠다 싶으면 상황은 그때 만들어도 되니까.
페로사주는 평소에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업무 특성상 수면시간 선택이 널널한 편이라.. 그러니 에만주의 수면이랑 컨디션을 먼저 생각해줘. uu (지퍼 앞섶 지익 열어줌)
페로사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식으로_당신을_사랑할_수_있어_기뻤어요 "내가... 모든 것들 다 잃게 될 때도... 기억도 나 자신마저도 모두 잃어버린다고 해도..." "네 눈빛만은, 기억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 이기적인 날 한 번만 더 바라봐줘..." "다시 만날 때, 네 눈빛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오늘도 같이 있는 동안 행복했어, 에만주. 늦어도 2시쯤이면 에만주가 자러 갔으면 했는데 오늘도 3시까지 붙들어버렸네 😭 그래도 내가 행복했던 만큼 에만주도 행복했다니 다행이야. 이번 한 주도 수고 많았어. 마지막 날도 잘 마무리하고, 오늘도 행복한 날이 되기를 바라. 우왁... (쪽 2연타에 클린히트) 이제 자러 가는 거려나? 푹 잠들고, 좋은 잠자리가 됐으면 좋겠네. 잘 자요. (쪽)
"아니라니까." 에만의 눈매가 다시 삐죽해지려 했다. 비록 7년 전은 13살이었지만, 지금은 20살이다. 성인이 되었고 바에서 대접받을 수 있는 나이였다. 에만은 그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다행스럽게도 눈앞의 바텐더도 그런 것 같다. 만약 운명이 달라져서 일찍 만났더라면.. 에만은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지금이 제때 만난 것이지, 세크메트로 활동하던 여인의 활동 기록으로 보아 죽거나 죽였거나 둘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입가심을 한 마티니는 깔끔해지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혼탁하게 변한다. 깊이 있는 맛이 비강을 채운다.
에만은 눈을 둥글게 뜬다. 이런 면에서는 또 표정이 바뀌는 걸 보니 한소리 하려는 걸까 싶어 눈을 느릿하게 끔뻑이다 보니 초점이 도둑질이 아니라 돈으로 간다. 에만은 "맞는 말이긴 하네." 하고 출처 모를 명대사에 맞장구를 친다. 잘 하는 일은 공짜로 해서는 안 될 일이지. 치뜬 눈매가 완벽히 돌아오지는 않았다. 에만은 잔을 매만지며 고민한다. 어디까지가 농담이라고 해야 할까? 일단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겠다. 거짓 투성이인 꼬맹이가 주는 작은 답례다.
"돈을 잘 안 주는 거. 다들 내게 페이를.. 딱 맞춰주거든"
그게 농담이라면 훔치는 건 사실이란 말인가. 에만은 잠시 고민한다. "여기선 안 훔쳐.." 하고 농담을 던진다. 훔칠 일도 없다. 죽일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런담. 목숨을 훔치는 것도 물건이나 다름없으니 농담은 아니겠다. 쓸모가 없어지면 망설임 없이 버렸다. 그게 지금의 에만의 명성을 만들어낸 결정적인 계기기도 하다. 만일 빌런과 같이 은행을 털었다 치면 다른 빌런은 죄 죽이고 홀로 가져가거나, 도중 히어로에 의해 명을 달리해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체스 말로 쓰는 것에 능했고, 양성된 몇 빌런은 살아남기 위해 구른 결과 지금 블랙 존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존재가 됐다. 여인은 모르겠지만.
"..아, 이제 상처는 괜찮아..?"
너무나도 흥미진진한 결과 페로사는 다쳤다. 에만은 미소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인다. 도시에 집어삼켜진 결과 상처를 입어버린 흥미로운 존재. 지금은 괜찮을까, 하는 건 단순한 변덕이라 믿었다. 에만은 빈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필요해." 하고는 덧붙인다. "다음 잔도 필요하고." 다음 잔은 뭐가 좋을까..
"이번엔 단 걸로. 대신.. 코코넛이 들어간 건 싫어. 말리부가 들어가거나.. 피냐 콜라다나.. 그런 거.."
혀에 남는 그 끈끈한 느낌이 싫었다. 같은 이치로 지나치게 단맛만 추구하는 칵테일도 싫어했다. 소위 레이디 킬러 칵테일로 불리는 것은 모두 에만의 취향은 아닌 것 같았다. 어쩜 이리 까다로운 손님이 다 있는지.
"뭐, 일한 만큼 받는다면 다행이네. 무슨 일을 하길래?" 하다가, "대답하기 싫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좋고." 하고 가볍게 덧붙인다. 이번에는 대답하기 싫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녀가 직접 언급했다. 이 도시에 살다 보면 나 이런 일 하는 사람이요, 하고 공공연히 말하지 못할 직종에도 종사할 수 있기 마련이니까. 그 꺼림칙한 추론을 덮으려는 걸까 농담 한 마디가 더 따라온다. "직장이 돈도 제대로 안 준다 싶으면 견습 바백으로 들어오는 건 어떠려나 물어보려 했는데 아깝네." 지금 그녀는 당신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바텐더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싶어하는.
그렇지만 당신은 그녀의 과거를 안다. 세크메트가 전면에 등장했던 몇 가지 사건이 언급될 때마다 그녀가 이룬 일들을 안다. 지금 그녀가 다시 그 합금으로 된 맹수 가면을 쓴다면, 당신이 손을 대어 평형을 이룬 바빌론 시티의 그늘 속의 균형이 한 번 크게 요동칠 수도 있음을 안다. 어둡고 잔잔한 수면 위에 떨어질 가장 커다란 돌멩이. 평범한 일상이라는 밧줄에 꽁꽁 묶여있는, 은퇴 히어로. 그러나 지금은 당신의 농담에 "여기서 뭐 훔쳐봐야, 가져가기도 보관하기도 힘들고 전당포에 가져가도 몇 푼 못 받을 것들뿐이니까." 하고 마주 웃는 평범한 바텐더이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별 것도 아닌걸." 페로사는 왼손을 오른어깨에 올려놓고 팔을 구부린 채로 붕붕 돌려보였다. "소독하고 약 먹고, 약 바르고, 거즈도 붙여놨으니 얼마 안 있어 흔적도 없어질 거야." 그러나 결국 그녀는 평범하지 못했다. 방탄판에 반쯤 막혔다지만 새끼손가락만한 저격총 탄두의 절반쯤이 몸에 박혔는데, 그 정도 상처면 저렇게 종이에 손끝 살짝 베인 것과 동급으로 취급할 상처는 아닐 텐데 말이다.
"원래는 기본 안주가 있는데, 첫 잔으로 마티니를 시켰길래 잠시 미뤄뒀지." 페로사는 뒷편의 바에서 안주 접시를 전달받아 당신의 앞에 내려놓았다. 치즈 한 장을 올려놓고 동그랗게 썬 올리브와 방울토마토가 올라간 카나페가 몇 조각, 땅콩과 헤이즐넛과 캐슈넛, 그리고 말린 크랜베리가 있었다. "다른 안주도 필요하면, 메뉴판에서 보고 주문하고. 달면서 깔끔한 거 말이지?" 무엇을 내줄까 고민하는 걸까, 페로사는 당신의 시릴 만치 파란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딱 튕기고는 소서 글라스를 꺼냈다.
카라랑카라랑 하고 글라스와 셰이커에 얼음이 담기며 부딪혀 우는 소리가 맑다. 아까 마티니를 만들어줄 때 꺼냈던 진 병은 그대로 두고, 베르무트 병 두 개만 다시 가져가더니, 숙취해소제 병만한 작은 병 두 개가 그녀의 손에 쥐여 왔다. 어딘가의 수도원에서 만들기라도 한 걸까 경건한 인장이 라벨과 함께 찍혀있는 게 하나, 짚으로 엮어 짠 듯한 껍데기를 덮어쓰고 있는 게 하나. 지금 냄새를 맡아보면, 진의 뚜껑을 열 때는 그대로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좋을 듯한 부드러우면서도 상쾌한 향기가 난다. 짚 껍데기가 씌인 병을 열어 쪼르륵 따를 때는 체리를 방불케 하는 냄새가 조금 났고, 인장이 찍힌 병을 열어 예닐곱 방울을 톡톡 떨어뜨릴 때는 꽃향기 같은 게 나는 것 같았다. 레몬 한 쪽을 잘라서 주스를 꽉 짜넣고 나서, 셰이커를 한참 흔든 그녀는 셰이커를 내려놓고는 잔의 얼음을 버린 뒤에 잔 모서리에 남은 레몬을 짓이겨 문지르고는 앞접시 하나에 잔의 모서리를 굴렸다. 잔 모서리에 예쁜 얼음꽃이 핀다.
그제서야, 셰이커 안의 내용물이 쪼르륵 따라진다. 우연일까... 잔을 가득 채운 그것은 바의 따스한 조명 아래서 당신의 눈동자를 닮은 뿌옇고 신비한 푸른빛을 머금고 있었다.
"바텐더의 추천, 애비에이션입니다. 네 마음에 들 거야."
들어서 마셔보면, 입가에 닿는 결정이 약간의 새콤함을 품고 달게 녹아내리는 위로 진의 시원한 향이 쏟아져들어온다. 그렇지만 그것은 단지 진이라고는 할 수 없었고, 지나치게 달지 않은 상큼한 달콤함 또한 머금고 있었다. 이런 달콤함이구나, 하고 깨달을 때쯤이면 당신의 코를 은은한 꽃향기와 허브향, 체리 향기가 서서히 메워온다.
에만은 잠시 고민한다. 턱을 괴고 빈 잔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어쩔까 고민한다. 대답하기 싫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 했지만, 흥미를 끌었으니 이 정도는 대답을 해주고 싶었다. 에만의 눈이 천천히 휜다. 말간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작게 입술을 벌렸다.
"별 건 아니고.. 날 원하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야.."
도시에서 살다 보면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오지만,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부류였다. 모호했지만 해석은 페로사의 나름이다. 에만은 견습 바백 소리에 작게 웃는다. 기력이 없어 한숨에 가깝지만 표정을 보면 명백한 웃음이다. 술기운에 풀어짐이 틀림없다. 나긋하게 농담에 답한다. "첫손님에게 과한 농담이야.. 혹할 뻔했잖아."
그렇지만 당신처럼 이야기의 뒤편으로 사라지기엔 이룰 것이 많다. 손을 대 그늘 속의 균형을 맞췄더니 망쳐버리고 싶지 않다. 에만은 고개를 기울인다. 몇 푼 못 받을 것들뿐이라는 말에 바의 전경을 생각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뭐. 에만은 페로사의 어깨로 시선을 옮겼다. 평범하게 말하지만 그 속의 것이 전혀 평범하지 않다. 소총의 탄두가 박혔음에도 저렇게 쉽게 말하는 걸 보면, 지루하던 흥미에도 다시금 불이 붙어버린다. 당신에 대해 알고 싶다. 재밌을 것 같고, 어쩌면 이 균형을 더 크게 못박을수도 있겠다.
"..그렇구나."
에만은 안주 접시를 바라보다 가장 먼저 헤이즐넛을 집어 든다. 작은 입술에 쏙 들어간 헤이즐넛을 천천히 씹었을 때, 작게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제법 귀여운 소리다. "응.. 그런 거." 말리부는 잔향이 머리가 아프다. 피냐 콜라다는 느끼한 것이 싫다. 앨리스일 때는 이 악물고 어쩔 수 없으니 마셨던 것이지만 지금은 에만의 모습이다. 에만은 눈을 마주치다 페로사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일련의 과정이 지나고 나서, 에만의 눈이 동그래진다.
"아, 예쁘네.."
겨울을 닮은 색이다. 겨울 새벽을 담아낸 색을 가만히 바라보다 조심히 잔을 든다. 향을 먼저 맡아보고 입에 한 모금 조심스럽게 머금는다. 달고 새콤하다. 상큼하며 향긋하다. 이런 원색적인 것에 애만은 쉽게 반응하는 편이었다. 아까 따라 하듯 지어 보이던 미소와 다르게 눈가가 먼저 호선을 긋는다.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입가에서 잔을 떼 액체를 내려다볼 때, 그 작은 얼굴과 눈이 그려내는 감정은 컸다. 유심히 쳐다봤다면 순간의 깊은 수심이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는 환한 미소였지만, 분명히. 울 것 같았지. 어쩌면 통한이자 회한이었나. 에만이 작게 속삭이듯 입을 벌렸다.
"나처럼?" 페로사는 자신을 가리켜보인다. 과즉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그녀는 당신의 지명을 받아서 당신을 상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역시 농담으로 덮기에는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지, 페로사는 잠깐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칵테일을 만드는 동안 잠깐 옆에 내려두었던 콘콥 파이프를 다시 입에 물었다. 들이쉬어 보다가, "아잇, 불이 꺼졌잖아." 하고 궁시렁대며 그녀는 주머니를 뒤적였다. 얼마 안 가서 그녀는 자신이 목표한 것을 찾아냈는지 옳지, 하는 얼굴로 주머니에서 손을 쑥 뺐다. 이번에는 당신이 불을 빌려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주머니 속에서 나온 건 참 특이한 물건이었다. 지포도 듀퐁도 전기라이터도 아니고, 길다란 성냥갑이었기 때문이다. 페로사는 성냥 하나를 빼들어서 성냥갑 옆구리에 대고 칙 그었다. 미약한 유황냄새가 잠깐 피었다가, 가느다란 막대 끝에 붙은 불을 그녀는 파이프대 안에 쿡 찔러넣었다. 아까 그녀의 입에 걸려 당신을 맞이했던 연초향과 섞인 달짝지근한 냄새가 다시 그녀의 입에서 창백한 흰 궤적을 그리며 흘러나왔다. 그제서야 그녀는 바 너머에 있는 의자에 다시 털썩 앉아서는 팔꿈치에 턱을 괴고, 조금 홀가분한 얼굴로 자신이 만들어준 칵테일이 당신의 입맛에 맞는가 반응을 살폈다.
그래서, 그녀는 당신의 얼굴에 스쳐간 감정을 놓치지 않고 모두 읽을 수 있었다. 마치 영영 지나가지 않을 새벽에 눈을 떠버려 오지 않을 아침을 멍하니 기다리는 그런 표정이, 환한 미소 뒤로 어렴풋이 사라져가는 그 순간을. 그녀는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하는 대신에, 항상 그 얼굴에 짓곤 하는 쾌활한 미소보단 한층 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에게 말할 뿐이다. "그게 마시고 싶으면 언제든지 주문해." 하고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담배연기를 길게 뱉었다.
그리고 다음 숨을 들이키다가, 그녀는 갑자기 오만상을 쓰며 냅킨 한 장을 뽑아다가 거기에 자기 혀를 닦았다. ...일반적으로 사람 입에서 나올 리 없는 시꺼먼 회색의 물질이 냅킨에 묻어나왔다. 담뱃재가 입 안으로 튀어들어온 모양이다. 페로사는 맹물 한 잔을 따라서 몇 모금을 들이켜 가글을 한 뒤에, 잠깐 개인실 창구에서는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 고개를 틀었다. 물이 개수대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났다. 필터가 없는 파이프를 쓸 때, 연초가 거의 다 탔는데 과하게 팁을 빨면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자, 잠깐 소란이 있었어요." 페로사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는 얼굴에 덜렁뱅이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 종종 짓는 그런 어정쩡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녀는 콘콥 파이프를 한켠으로 밀어두고, 주머니를 뒤적여 뜯겨져 있는 담배 팩을 꺼냈다. 손목을 톡 털자 까만색의 담배 한 개비가 쏙 튀어나온다. NOSTALGA TROPIC─ 바빌론 시티에서만 유통되는 지역 브랜드 물건이다. 그녀는 또 성냥 한 개비를 꺼내서, 지익 그어 자기 담배 끄트머리에 불을 붙이고는 성냥을 탁 털어 불을 끈 뒤에 쓰레기통에 버렸다.
처음에는,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이 싫지 않다. 그러다가 유혹할 땐 뻔뻔하지만 자신이 유혹당할 때 고장나버린다. 마지막엔 자신을 걱정해주는 당신에게 작은 희열을 느낀다. #shindanmaker #당신을_사랑하는_방법 https://kr.shindanmaker.com/1043613
"틀린 말은 아니지. 음.. 차라리 취하는 게 더 나을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지만.. 익숙해지면 다 거기서 거기라서.. 나쁘지는 않아."
에만은 고개를 느릿하게 한 번 끄덕인다. 지명을 받아 상대하는 바텐더, 자신을 찾아와서 이름을 빌리고 모략을 주문하고 바라는 빌런. 차라리 취해버리면 시끄럽게 굴지도 않고 곯아떨어질 테니 좋을 텐데, 막상 대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에만은 시선을 가만히 응시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으나 파이프를 무는 걸로 봐선 좋은 생각은 아니겠거니 싶다. 불이 꺼졌다는 중얼댐에 불이라도 빌려주고 싶지만 이제 주머니는 비어있다. 처음 만난 날 주머니에 있던 지포 라이터는 다른 현장을 벗어나며 버린 지 오래다. 마지막 사용처는 블랙 존의 한구석이었는데, 증거를 불태울 때 요긴하게 쓰였다.
그렇게 불태우는 것에 대한 나름의 고찰을 마치며, 다시금 땅콩을 집어 들어 입에 쏙 넣을 때 본 것은 성냥이다. 저건 또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이다. 기껏해야 누군가의 케이크 양초에 불을 붙일 때 봤지 실생활에서 쓰는 건 거의 처음 본다. 잘 손대지 않는 파이프 담배도 그렇고, 성냥도 그렇고. 그 모습이 또 다른 흥미가 가기 때문인지 잔을 쥐기 전까지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참 재밌는 사람이다. 씹던 입이 느려진다.
에만은 후회하지 않는다. 이 길을 걷는 것은 당연한 순리였고, 이젠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한때는 다른 길을 간절히 바란 적도 있으나 세상을 겪어본 이상 다른 길을 바라던 자신이 너무나도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쥐었다. 군림했고, 선택에 한치 후회 없을 위치가 됐다.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았다. 어딘가 깨진 둑처럼 물을 채워도 새어나가 사라져버린다. 그래도 앞서 말했듯, 후회하지 않았다. 이젠 그래서는 안 될 위치까지 왔고, 당연한 대가다. 에만은 다시금 한 모금 입에 담아본다. 이번엔 잠껀 머금고 있다 향을 음미하고 삼켰다. 고개를 들어 마주한 미소는 한층 옅다. 에만은 느릿느릿 입을 뗐다. "...응." 그리고 잔을 빤히 내려다 보다 코스터 정 중앙에 올린다. 그리고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 말갛던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눈이 동그래진다.
"오.. 저런." 하고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회색 물질을 보니 담뱃재 같은데, 어쩌다 저런 게 입에 들어갔을까. 잠시 페로사가 입을 헹구는 동안 에만은 남은 땅콩 하나를 더 입에 던져 넣고 애비에이션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잘게 씹어도 혀에 남은 부스러기를 액체로 위장 속에 밀어놓고 나니 대답할 거리가 생겨 턱을 괴고 나른하게 답했다. "네에, 선생님." 하는 것은 작게 놀리듯 동조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아까 짓던 누그러진 미소와는 다른 어정쩡한 미소가 재밌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이젠 새 담배를 꺼낸대. 에만은 저 담배가 무엇인지 익히 알고 있다. 저 담배로 인해 흥미가 생겼던가. 에만이 다시금 애비에이션 잔을 들어 목뒤로 넘겼다. 천천히 장난을 치듯 물었다.
이불은 효과적인 것 같아.. 아무리 속으로 심란하니 고민하니 해도 덮으면 30~40분 안으로 잠이 쏟아지니..😫 오늘은 너무 늦어버렸어, 로로주도 어서 자야하는데. 내가 너무 늦게까지 끌어낸게 아닌가 미안해지네.. 어제도 정말 고생 많았어요. 기다려줘서 고마워.(쪽)(꼬옥)
그럼 슬슬 자볼..까..😂 지금도 충분히 늦었지만 더 늦지 않도록 해야겠어..(쓰다듬
에만: 정말이지, 응..(꼬오옥) 에만: 욕심이 참 많다니까. 싫지 않지만..(이마에 입 맞춰줌)(머리카락 맞쓰담) 에만: 어떻게 더?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속닥속닥)
지금 이야기할 필요 없는 부분은 잘라내어 간추린 당신의 이야기 위로, 폭, 하고 그녀가 내뱉는 숨이 흐릿한 원을 그리다 까라진다. 잘라낼 대로 잘라낸 당신의 이야기가 그녀에게 어떻게 가닿았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정량의 니코틴은 당신이 들려준 이야기에 대해 그녀의 판단력이 다시 균형을 가누고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된 모양이다. 담배에 다시 불을 붙이던 순간 왜인지 조금 내어보이던 초조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 느긋한 미소가 그 자리를 채웠다. 판단하고 정리하는 것은 그녀에게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익숙한 일이었다. 궐련에 불을 붙인 김에, 페로사는 물에 젖은 종이가 깔린 말끔한 디자인의 재떨이 하나를 바에 얹어놓았다.
그녀는 이제 후회마저 하지 못하게 됐다. 그녀가 지금 여기에 서 있는 것은, 그녀가 갈 수 있었던 수많은 지옥들 중 그녀가 선택한 지옥이 이 곳이라는 소리겠지. 그럼에도, 아니 그래서 그녀는 느긋하게 웃을 수 있었다. 이제, 싸우거나 폭력에 노출되거나 무력을 행사하는 일은 자기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인 것으로 족하다- 이제는 돈이나, 물질이나, 숭고한 신념이나, 의무 같은 것 때문에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된다. 엘리시온의 바텐더로 일하는 삶이 그녀의 선택이었으니까.
그러나 기분 탓일까, 술기운 탓일까. 그녀가 따라주는 칵테일을 마시며 당신이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종착점에 도달해 만족하여 느긋한 모습이 아니라 그 어느 곳도 아닌 도피처에 불시착하여 자신이 이제 더 이상 그 어디로도 갈 수 없음을 깨달아 초연한 모습에 더 가까워 보였다. 시작은 맑은 물이었으나, 이제는 딱히 맑지도 않았고, 이젠 더 흐르지도 못하고 어느 구덩이에 고여버리기리도 한 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말갛고 가장 감미로운 것을 아직 누군가에게 따라줄 정도의 여력은 남아있는 듯했다. 이제 더이상 그런 것에 미련이 없었기에.
혹시, 그것을 독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뭐, 인생 맛이지." 페로사의 얼굴에 걸려 있던 어정쩡한 미소가, 장난에 맞장구를 치며 키득거리는 웃음으로 변했다. 웃는 바람에 활짝 벌어진 도톰한 입술 사이로, 그 너머에 늘어서 있는 특이하게 뾰죽뾰죽한 치열 사이로 옅은 연기가 몽롱한 향을 띄고 뭉클뭉클 솟아나왔다. "왜... 어떤 맛인지 궁금해?" 문득 연기 사이로, 그녀의 혀가 쏙 튀어나와 그녀의 아랫입술 위에 빼어 놓였다. 짓궂은 눈웃음이 그 뒤를 따랐다. 맛이라도 볼래? 하고 묻는 것처럼.
어쩌다 우연히, 당신은 그녀가 원래 다른 사람에게는 딱히 보여주고 싶지 않아하던 혼탁한 부분을 약간 엿보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 발언에 문제가 있긴 했다. 그렇지만 에만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시선에는 익숙하며, 오해를 넘기는 것도 익숙하다. 캐슈넛을 들어 잇새에 물었을 때 눈을 느릿하게 내리감는다. 그 사이 페로사는 니코틴 덕분에 차분해진 것 같고, 에만은 애비에이션 잔의 손잡이에 손가락을 걸치고 매만지고 있었다. 느릿느릿 손가락을 쓸어내듯 움직이며 눈을 떴을 때 보인 페로사는 만족한 모습보다는 초연한 모습에 가깝다. 이 도시에 가라앉은 사람. 그리고 고여버린 구덩이에서 나올 수 없는 사람. 그럼에도 제 순수를 보이는 사람.
에만의 첫 잔은 마티니였다. 독한 술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와 잠시 탁해진 눈으로 페로사를 가만히, 한참이고 응시했다. 내가 이 여인에게 흥미를 가진 이유가 무엇이었더라. 그저 즐거움을 충족시키기 위함이었나. 과연 그것뿐일까.
어쩌면 더 깊은 욕망을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각하지 못하는 욕망을 찾을 수나 있을지. 에만은 다시 한 모금 목뒤로 넘긴다. 비강에 들어차는 향을 음미하다 뭐라 말하려던 찰나 눈을 홉뜬다. 세로로 죽 찢어진 동공이 일순 작아진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한참이고 그렇게 있었다. 아랫입술 위에 놓인 혀에 시선을 고정한 모습으로.
"...하."
작은 실소가 흐른다. 혼탁한 부분을 보고 힘없는 웃음을 흘리고는 턱을 괸다. 지금껏 살아오며 수많은 사람을 보고, 수많은 유혹을 겪었지만 그러려니 넘겨온 사람이었다. 에만의 한쪽 입술이 미미하게 올라간다. "..재밌네." 하고 짐짓 차갑게 중얼거리곤 턱을 괸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잔에 시선을 꽂는다.
너무 무리하지 않는 거야. 응. 혹시라도 내가 바빠보여도 부디 답레는 올려주길 바라. 답레가 올라가면 일을 하고 있더라도 잠깐 확인할 때 기뻐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거든. 로로주가 일을 하고 있다면 현생을 우선시 해주길 바라. 그리고 힘내기야, 늘 행복하길 바라고, 로로주가 컨디션 100%라니 기쁘다.
꽁초 끄트머리에 달라붙은 재가 너무 길어졌다. 그게 바 위에 떨어져 바를 망치기 전에, 페로사는 재떨이에 담뱃재를 툭툭 떨었다. 재 뒤에 파묻혀있던 팥알만한 불잉걸이 다시 주홍색으로 반짝인다. 담뱃재를 툭툭 털며 혀를 집어넣으려던 페로사의 파르란 눈이 당신의 시선과 마주쳤다. 쏙 들어가던 혓바닥의 끄트머리가 아랫입술을 넘어 이빨 사이에서 그 속도를 늦추더니, 그녀의 눈이 당신의 시선과 마주침과 동시에 이빨 사이에서 잠깐 멈춰선다. 당신이 하, 하고 실소를 흘려서야 페로사의 혓바닥 끝은 이빨 사이로 쏙 사라졌다.
"귀엽네." 당신이 느릿하게 내뱉은 말에 대한 그녀의 감상이었다. 깜찍한 손님을 향한 가벼운 애정이 담긴 눈웃음이 그녀의 푸르스름한 눈동자를 둘러싼다. "하하하, 스물아홉 된 아줌마가 이런 주책 부리는 걸 누가 좋아한다고 그러니. 아깝다니 립서비스도 적당해야지, 꼬맹아." 호칭이 한 단계 격상됐다. 애기보단 낫다만 그래도 역시 당신에게는 뭔가 좀 아닐지도 모르겠다. 페로사는 당신을 가만히 살피듯 바라보다가, 갑자기 한 마디 덧붙였다. "왜, 아깝니?"
남이 보기엔 아깝다, 고 은유적으로 3인칭을 이용해서 건넨 당신의 말을, 페로사는 3인칭을 떼어내어 2인칭으로 바꿔버렸다. 그리고 그 표현은 당신에게는 1인칭이 되어 날아왔다. 상아빛과 자줏빛의 난색 배경 아래에서도 선명히 푸르른 바닷가의 지평선 같은 색을 잃지 않아 마치 스스로 빛나고 있는 것만 같은 푸르른 눈이 마치 당신을 꿰뚫어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걱정마, 윈터. 이래도 별 뒤탈없겠다 싶은 사람한테만 이런 거 하니까. 다시 말해 거의 안 한다고."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이내 당신에게서 툭 떨어져나갔다. 그녀는 다시 입에 꽁초를 물었다. 꽁초에서 연기가 그치더니, 끝에 달라붙은 불잉걸이 반짝이며 재를 남기고 타들어간다. 그녀는 담배연기를 길게 뿜지 않고, 살며시 벌린 입술 사이에서 뭉글뭉글 흘려냈다. "이제 와서 이런 짓 해봐야 의미가 있겠냐만." 그녀의 말이 뿌연 연기가 되어 흘러나왔다. 노을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의 눈빛이다. 그러나 테라스석이 아니라 바 좌석, 그것도 개인실인지라 하늘 보기는 쉽지 않다. 지금 그녀의 시간은 엄연히 당신 것이기에. 그녀는 문득 다시 당신을 바라봐오며 질문을 하나 했다.
압생트가 난이도가 좀 높지. 진은 따위로 만드는 그 강한 풀향... 각설탕에 물을 태워서 압생티아나를 해야 그나마 먹을 수 있게 되는 정도니까. 대학교 시절에 딱 한 번 바를 가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겁도 없이 스트레이트로 한잔 달라고 해서 샷글라스로 반 잔을 털어넣었는데 두 가지의 잊지 못할 추억을 얻었어. 그 순간에 몰려오는 충격과 공포, 그걸 바라보는 사장님의 그걸 진짜 하넼ㅋㅋㅋㅋㅋ 하는 눈빛...(무한점)
로로주 진짜 겁없는 도전이었다 생각해.. 그걸 스트레이트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장님의 눈빛도 눈빛이지만 그 충격과 공포를 이해할 수 있는 걸..(끄덕) 그런뎈ㅋㅋㅋㅋㅋ 생각할수록ㅋㅋㅋㅋ 스트레이트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스트레이트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기운이 버거운 정도는 아니지만, 오늘도 도자기공이 되어 울면서 답레를 쓸 것 같아. 우에엥.. ;0;
내 생에 리스테린 후레시버스트보다 더 강한 걸 입 안에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지. 사장님, 왜 샷잔에 반씩이나 따라주셨나요.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답레를 쓸 때는 더 가벼운 마음으로 써줘도 돼. 1줄이어도 이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은걸. 그러니 부담갖지 말고 써줘. 이렇게 말해도 에만주 스스로가 만족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 마음은 알지만, 적어도 페로사주를 보고는 부담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귀엽다고?" 잔에 고정된 시선이 페로사를 향한다. 겨울 색 눈동자만 데구르 굴러 가볍게 흘기듯 쳐다보더니, 점점 눈이 가늘어진다. 가벼운 애정이 담긴 눈웃음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런 애정조차 귀하게 받아야 하는 법이지만 에만은 되레 애정을 내치는 것에 익숙했기에 그럴 사람이 못 됐다. 보지도 않고 내려놓은 잔이 다시금 코스터 정중앙을 향했으나 입안은 마티니 대신 새로운 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입술을 작게 다물더니 이내 픽 뱉는다. "..이 도시에서 취향 따지는 사람이 더 이상해." 이 도시는 취향이라 할 수 없을 것도 모여있지 않은가.
"……."
꼬맹이 소리도 싫은지 잠깐 인상을 구기다 천천히 표정이 변한다. 술기운에 힘없는 감정이 실린다. 독한 것을 좋아하되 잘 마시지 못하며, 잘 숨길 수 있으나 술 앞에서는 무용지물인 사람의 최후다. 옅은 흥미를 한 번, 즐거움을 한 번, 의문을 한 번, 그리고 영문 모를 울적함을 물에 타 희미하게 한 번. 그렇게 감정이 발리면 무표정이 가까운 얼굴에 희미하지만 느긋한 미소가 덧대어진다. 미미하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눈이 사르르 접힌다. "아깝냐고..?" 하고 나직이 묻는 목소리가 앳되다. 접힌 눈의 시선이 꿰뚫는듯한 시선을 피하듯 천천히 내리깔린다. 긴 속눈썹 사이로 희미한 눈동자만 비친다.
"글쎄……. 난 그런 건.. 잘 몰라서.."
이게 아까운 거라면 아까운 거겠지. 작은 중얼거림은 뭔가 배웠다는 듯 생경함을 담고 있다. 걱정 말라는 뒷말로는 묘한 감정이 스쳤다. 거의 안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보인 적이 있다는 건지. 뒤탈 없는 사람 중에 자신이 있다는 것은 제법 마음에 드는 일이지만, 그 부류의 사람이 자신 빼고 죄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에만은 변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에만은 욕심이 많은 존재고, 재밌는 사람은 독차지해서 혼자 보고 싶어 하는 작은 폭군이었으니 이번에도 그런 것이라 믿었다. 이 감정을 달리 설명할 말도 없었다. 뭉글뭉글 퍼지는 연기 뒤의 눈빛이 담은 감정을 읽기엔 어려웠던지라, 에만은 잔과 코스터를 살살 밀어낸다. 그리고 바에 편하게 팔 하나를 올려 그 위에 턱을 괸다.
"…상관없어. 어차피 뭘 해도 나는 터치하지 않으니까.. 마음껏 마셔도 좋아.."
그러려니 넘어가는 사람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에만은 의미 없이 안주 접시로 손을 뻗었고, 건조된 크랜베리를 손가락으로 집으려다 그만두었다. 이 귀찮음이 이젠 다시금 씹는 것에 당도한 것이 분명하다.
사랑하던_이가_죽은_후에야_자신이_그를_사랑했구나_깨달은_자캐는 > 아.. 아파..(뽀각) 김에만.. 사랑했구나 하고 깨달은 직후엔 멍하니 무릎 꿇고 시체 바라보고 있다가 손을 올려서 얼굴 덮어 가리고 주변 사람들이 와서 수습할 때까지 그러고 있을 거고.. 그 이후로는 애써 잡아둔 도시의 균형을 다 깨버리지 않을까.. 그러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니면 비어버린 감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그리고 아무런 일도 없으니 닳아 헤진 엄지는 살까지 전부 물어 뜯고, 둥글고 넓게 풀린 동공은 닮은 것만 봐도 한참을 시선을 떼질 못하고, 그러다 깨진 균형 속에서 자멸하겠지.
자캐의_선물에_대한_만족도_별_삼_단계_반응 > 🤔..
"아.. 고맙기도 해라.."
에만은 흥미가 떨어졌는지 형식적인 예의만 갖춰줄 뿐이었다.
"..그렇지만.. 뇌물은 받지 않아서.. 스스로 알아서 찾아오도록 해.."
그리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리를 떴다. -> 마음에 정말정말 안 드는 선물, 적대하는 사람이 줬을 때, 어중이 떠중이의 잘 보이고 싶은 무언가일 때. "..나쁘지 않네.. 고마워.. 잘 받을게."
에만은 선물에 시선을 두다, 조심스럽게 받는다. 아마 집에 가서 포장을 뜯어볼 생각인 듯싶다.
-> 어느정도 마음에 드는 선물, 호감이 어느정도 있는 사람이 줬을 때. "정말.. 나 주는 거야..?"
에만의 눈이 동그래진다. 잠깐 머뭇거리다 받고는, 수줍게 볼을 붉혔다. 입술을 작게 오물거리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 천천히, 우물거리듯 뱉었다.
"..기뻐.. 이런 선물을 받을 줄은 몰랐거든.. 오늘은 행복한 날이 될 거야.."
-> 마음에 들 때, 좋아하는 사람이 줬을 때.
자캐의_인생이_묻어나는_말은 > 아야..(뽀가각)
"지긋지긋한 나날의 연속이었지.. 하도 날 군림 시키려는 사람이 많아서.. 다 내치고 타국의 폭군이 되었더니.. 그래, 뭘 해도 지겨운 건 마찬가지네.."
자캐는_사진_찍히는_걸_좋아한다_싫어한다 찍은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다른데, 자신과 가깜게 지내는 사람과 사진을 찍는 건 좋아해. 전문적으로 카메라까지 동원하는 정도는 아니고 핸드폰 셀피 수준이지만.
자캐의_어렸을_때의_꿈과_현재의_꿈 어렸을 때의 꿈: 살아남는 것 현재의 꿈(>>458 시점의): 살아가는 것
자캐가_흑막으로_몰린다면 (에만과의 친밀도가 이전 스레 시점까지 쌓였다고 가정했을 때) 자신과 관련없는 엉뚱한 일의 흑막으로 몰렸을 때: 자신을 변호할 시간을 달라고 한 후, 정보상(에만?)에게 도움을 요청해 충분한 증거를 수집해 오명을 벗는다 자신이 약간 관여되어 있는 일이나 최종흑막은 아닌데 자신이 흑막으로 몰렸다면: 에만과 상담해본다
에만이 한 일을 자신이 뒤집어썼다면: "그래." (철제 맹수 가면을 꺼내어 얼굴에 쓴다) "용케도 그 결론까지 도달했구나."
"그래, 귀여워." 이 도시에서 누구보다도 위험한 그림자 속의 폭군이 불편한 심기와 함께 드러낸 욕망에 대한 대답이, 아무리 그녀에게 있어선 당신이 그저 (그녀가 생각하기로는)술이며 담배에 손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갓 스무 살 된 '꼬맹이'에 불과하다곤 하지만, 그걸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맹랑하기 그지없는 대답이다. 그녀는 눈웃음으로 시작되는 가벼운 웃음을 살풋이 짓는다. 이 도시에서는, 어쩌면 당신의 인생에서는 꽤나 접하기 힘들, 가볍고 부담없는 간단한 애정을 담아서. 그것이 잠깐 그녀의 눈에 스쳐간 착잡함을 덮는다. 그러나 그 욕망에 대한 대답은 그런 맹랑한 대답 한 마디로 끝나지 않았다.
"내가 너 말고 다른 사람한테는 이런 짓 안 했으면 좋겠어?" 농담만큼이나 가벼운 질문이 팔랑팔랑 날아와서, 당신이 그저 독점욕이라 규정하고 싶어하는- 어쩌면 당신 생각대로 정말 단순한 독점욕일지도 모를 그것을 톡 건드린다. "몰라도 괜찮아. 그런 것 좀 모른다고 술 마시는 데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가볍게 팔랑 흩날려 날아간다. "알고 싶다면, 천천히 알아가면 돼. 누군가한테 배울 필요도 없고... 배울 수도 없는 거니까. 뭐, 네가 예약만 제대로 잡고 온다면 난 언제든 네게 시간을 내줄 수 있으니까." 이것은, 어쩌면 유혹이라고 봐야 할까? 이 가볍게 팔랑팔랑 흩날리는 것을?
"고마워." 담배를 문 입으로 당신의 허락에 대한 감사를 가볍게 덧붙이고는, 그녀는 아까 당신에게 애비에이션을 만들어주고 남은 레몬조각을 평범한 하이볼 글라스 모서리에 문지르고는 그걸 웬 조그만 접시 위에 부드럽게 굴린다. 당신의 잔에 발라주었던 것보다 조금 더 굵고 각진 결정이 하이볼 글라스 잔 모서리에 반짝이며 남는다. 그러다 그녀는 크랜베리를 집으려다 말고 툭 놔버리는 당신의 힘없는 손짓을 보더니, 주머니에서 아까의 그 담배 팩을 꺼내서 흔들어보인다. "한대 할래?"
페로사는 아까와 똑같은 요령으로 담배 팩을 톡 털었다. 담배 한 개비가 뜯겨있는 팩에서 반쯤 빠져나왔고, 페로사는 그 팩을 에만의 앞에 놓아주었다.
에만이 담배를 집어들면, 페로사는 성냥불을 붙여주거나 라이터를 내밀거나 하는 게 아니라 불똥이 붙어있는 담배를 문 채로 에만에게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겠지.
오늘따라 처음 겪는 일이 많다는 둥, 이건 또 말도 안 된다는 둥, 이건 또 무슨 단어인지, 저걸 들어도 되는지. 이러저러한 투정을 입을 꾹 다물고 속으로 몇 번이고 되낸다. 꼬맹이에서 애기로 회귀하고 싶지 않으니 작은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이 불만이 기어이 다물린 입술을 비집고 비죽 튀어나와 "다 큰 녀석인데.." 하고 중얼거리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불가항력이었다.
에만은 뒤이어 떠오르는 생각을 도시의 짧은 욕망이라 생각하고 넘기려 했다. 그 순간 귀에 툭 하니 뭔가 거슬리는 질문이 오간다. 가볍게 날아온 질문에 눈을 치뜨듯 시선을 굴려 페로사를 쳐다본다.
"..."
뭐라 대답하려던 찰나 질문은 가볍게 귀를 떠나간다. 그것도 차라리 깔끔하게 떠나면 좋으련만, 질긴 여운을 남기고 살랑살랑 사라져버리지 무언가? 어떻게 답해야 할지 술기운 담긴 머리를 굴리며 속으로 애를 써본다. 겉으로는 무기력하게 "그런 걸까." 하고 중얼거리며 애꿎은 잔 손잡이만 툭툭 건드린다. 그리고 느릿느릿 입을 뗀다. "그러면 예약을 자주 해봐야겠네." 상술에 넘어간 고객처럼 굴기로 마음 먹었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잔에 리밍한 것은 설탕인가? 아니면 다른 것? 페로사의 행동을 느릿한 시선으로 쫓던 에만의 시선이 고정된다. 안주 접시의 손을 거두곤 담배 팩만 오매불망 쳐다본다. 고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좋아." 하고는 반쯤 빠져나온 궐련 한 개비를 집어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에만은 흡연을 즐기지 않았고,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으나, 지금 이 빙빙 돌며 페로사가 던진 가벼운 질문의 답을 찾으려 애쓰는 머리가 니코틴을 부르짖었다. 바에 고개를 기댄 채 연초를 입에 물 적, 모로 뉘인 에만의 고개만 돌아간다.
"..재밌네."
그리고 비스듬히 다가오는 여인을 받아들였다. 숨을 가볍게 들이마시자 맞댄 연초 끝이 타들어가며 창백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에만은 흐린 연기를 제대로 뱉지도 못하며 생각했다. 역시 남에겐 안 했으면 좋겠다. 그것도, 이것도. 전부 다. 긴 속눈썹을 내리깔며 다시 고개를 바에 무력하게 뉘인다. 그제야 연기를 폭 뱉는다. 흰 연기가 입을 타고 옅게 흘러나오다 공기중으로 흩어진다.
"그런 것도 좋지 않겠어." 클래식 칵테일의 알코올이 향취 뒤로 느긋하게 퍼진다. "평소 마시지 않던 칵테일을 마셔보거나, 평소 피던 것과 다른 담배를 태워보거나 하는 리스크 작은 모험들 있잖아. 그러다 보면 새로운 걸 발견할 수도 있고." 바 가운데로 느릿하게 피어오르는 달콤하고 뿌연 담배연기 뒤로, 이 이상한 바텐더는 조용한 혼란에 잠겨 바 위에 느릿하게 가라앉는 당신을 두고 다시 멀어져갔다. 당신에게 낯설면서도 낯익은 감정. 안개 뒤에 도사린 그 찬란한 금발을 한가득 늘어뜨린 여인의 얼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체념이었다. 이제 혼자서는 리스크 작은 모험에밖에 손을 뻗지 못하게 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싣고 타오른 끝에, 새까맣게 그을려서 더 이상 제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 무화기의 코일과도 같이.
"무엇보다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녀의 그 말은 왠지 비어있는 것만 같았다. 리스크 작은 모험- 당신의 담배 끝에 자신의 담배를 문질러 불을 붙여준 것도 그녀에게는 리스크 작은 모험에 불과했던 걸까? 내게 너무 친절한 거 아니야? 하고 당신이 툭 던져오는 질문에, 페로사는 반 넘게 타들어간 꽁초를 물고 눈웃음을 지었다. "난 모두에게 친절해." 그건 사실인 것 같았다. 그녀는 이 도시에서 꽤 친절한 축에 속했다. 그녀가 사람을 직접 대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것은 둘째치고, 그 천성이 친절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거기서 당신의 얼굴에 가면을 씌워주거나 하진 않았겠지. 그러나 방금의 이것은 친절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그녀는 한 마디 덧붙였다. "오늘따라 해본 적 없는 장난을 한번 쳐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러곤 웃는다. "기분나빴어?" 해본 적 없는 장난을, 당신에게... 그녀는 무심코, 의도하지 않고, 당신이 쉽사리 내비추지 않고 감추어둔 독점욕에 해갈의 물방울을 하나 똑 떨어뜨렸다.
그러면서 그녀는 방금 집으려다 만 병을 집어들었다. 알로에를 닮은 식물을 등지고, 말을 타고 석양이 지는 사막 너머로 사라져가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소노라의 방랑자'라는 에스파냐어 상표가 쓰여있다. 병을 열자 알코올 향과 흐릿한 용설란 냄새가- 그녀에게서 시트러스 냄새와 함께 종종 풍기곤 했던 바로 그 냄새가 당신과 그녀 사이로 살며시 올라온다. 데킬라. 그러면 아까 잔 모서리에 바른 건 소금인 모양이다. 페로사는 잔에 데킬라를 쫄쫄 따랐다. "손님 앞에서 이런 모습은 안 보이는데. 오늘 나 좀 이상하네." 하고 웃으며, 그녀는 그 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잔은 반쯤 남았다. 한 팔을 올려놓고 그 위에 뺨을 가눌 때, 코코볼로 원목의 바가 머금은 눅진한 온기가 가까이 와닿는다. 이 장소는 도시의 내부 치고는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는 인상을 남긴다. 에만은 그 사이에서 귀를 기울인다. 리스크가 작은 일탈. 과연 좋은 것일까? 처음 피우는 담배는 낯선 향을 채워나간다. 이게 좋다고 가정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다. 창백한 피부만치 창백한 연기를 뱉던 에만의 시선이 여인을 한번 바라보고 느릿하게 내리감긴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 아직 잘 시간은 아니다. 페로사의 삶을 온전히 아는 것이 아니기에 체념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제 예전처럼 타오르지 못할 것임은 피부 너머로 느껴진다. 따스하고 눅진한 공기와 달리 꺼진 재의 식어가는 온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신기하네."
비어있는 것은 같은데 추구하는 것이 다르기에 툭 던진 말이었다. 서로 모르는 것이 많기에 이런 사람을 도시에서 볼 줄 몰랐다는 의미로 보였을 것이다. 에만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얼떨결에 모험에 어울려준 걸까, 남도 이런 모험에 어울리게 했을까. 비어있는 사람이 작은 모험을 추구하는 것부터 어딘가 제 사상에 툭 걸려 마음에 들지 않는데, 하물며 그 사람이 흥미를 끈 사람이라면. 에만은 이 친절이 어딘가 거북했다. 눈웃음도 어딘가 거슬렸다. 모두에게 친절하다는 말은 전혀 맞지 않는다. 진짜 친절은,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기댄 고개를 슬쩍 들어, 손가락 틈새에 연초를 낀 손을 느릿느릿 입가로 가져다 댄다. 한 모금, 그리고 재떨이에 재를 툭 털어 보이며 고개를 다시 바 위의 팔에 가누며 연기를 뱉는다. 창백한 연기가 아릿하게 흩어진다.
"…해본 적 없는 장난을 내게 쳤구나. 그렇지만.. 글쎄. 기분이 나빴더라면 자리를 떴을 테니.. 나쁘지 않았다고 해야겠네."
적어도 남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느낀 진절머리 나는 감정이 잠시 물러난다. 에만의 대답은 사실이었다. 기분이 나빴더라면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것이다. 아니면 지금 당장 담배를 비벼 껐을 테다. 그런 사람이었다. 도시에서 유달리 변덕스럽고 예민한 사람. 고작 흥미 하나를 끌었기 때문에 이 변덕도 참는 것이라 믿었다. 은퇴한 히어로라 해도 자신의 흥미를 충족시키고 이 균형을 조금 더 완벽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있는데. 그런 당신이 꼭. 에만은 잠시 바에 가누던 몸과 허리를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고 깊게 연초를 빨아들인다. 무언가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느릿느릿 연초 타던 속도가 일순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폐부 깊숙한 곳까지 연기를 채우고 나서야 그 흐린 연기를 뱉어낸다. 흐린 연기 속에서 깊은 감정 하나가 스치다 아릿하게 흐려진다. 환멸. 이 작은 아이는 무엇에 환멸을 느꼈나.
"Ms. 몬테까를로. 이상해도 좋아.. 이 도시가 언제는 이상한 사람이 없었을까."
저격수의 위협을 받던 날 났던 그 향이 아마 이것이겠다. 데킬라의 흐릿한 용설란 냄새를 입에 머금는 페로사를 쳐다보며 길게 드리운 재를 재떨이에 툭툭 턴다. 언제 또 허리를 세웠냐는 듯 다시 원목 바에 팔과 고개를 뉜다. 느릿한 단어 하나하나가 기운이 없다. "이상한 사람들로만 가득하니 이 사달이 난 거지.." 하고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뒤로 침묵한다. 반쯤 남은 연초를 다시 입가에 가져다 댄다. 새 신분의 이름을 앨리스라 지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곳에서 제정신으로 남을 수 없으니 차라리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1. 『내 마음이야』 "자, 바텐더의 추천인 ( )입니다." * 특별한 사람에게 추가 내용 (바텐더가 추천해준 것은 애비에이션. 아닌 듯 평소에 띄는 그 웃음을 띄고 있지만, 눈빛은 당신의 반응을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
2. 『정말?』 "흐음?" (페로사는 흥미로운 듯 콧소리로 대답하며, 바에 팔꿈치를 괴고 턱을 받쳐 당신을 주시한다. 푸르른 눈이 반짝인다.) * 특별한 사람에게 의미있는 말을 들었을 때 "..." (페로사는 당황스러운 듯 눈을 깜빡이다가 마른세수를 한다. 손이 떨어져나왔을 때에는 귀가 빨개져 있다.) "...바보같긴. 이런 아줌마한테 그런 소리 하면 안 돼."
3. 『널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해』 "이봐, 몸조심하라고. 난 당신이 내 바에 자주는 아니더라도 오래 찾아와 줬으면 좋겠으니까." * 특별한 사람에게 "...정말이지, 어떻게 이렇게 된 걸까. 나 같은 엉망진창인 여자랑."
로로.. 애비에이션이 추천인게 너무너무 스윗해.. 그게 마음인 것도 좋아.. 우우우.. ;0;.. 아줌마라니.. 오히려 좋아(?) 에만주는 로로가 아줌마라고 할 때마다 묘한 두근거림을 갖게 되더라고..우후후..😏(또 연상 센서 켜졌음) 입 맞추는 것도 그렇고.. 어쩌다 이런 요망멋짐뷰티풀 바텐더를 만나게 된 걸까.. 에만주 정말 복 받았어..;0;..
돼.. 히이이..(딸꾹)
에만주는 자유예요!(폴짝) 일주일 뒤부터 새 일을 시작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기뻐.😊 (부빗) 로로주도 피곤하거나 그러면 꼭 얘기해주기야. 푹 쉬는게 중요하니까. 만약 자게 된다면 꼭 얘기해줄게요.😚 음쫍!
복받은 건 나도 마찬가진걸. 에만... 귀엽고 요망하고 치명적이고 예쁘기까지 한 팔방미인... 호감도 높을 때 요망하게 말장난치면서 살랑거리는 모습만큼은 아니지만, 호감도 낮은 상태에서 바에 드러누워서 니힐하게 투덜거리는 것도 많이 귀여워. 키스는... 페로사가 입술이 좀 강조되는 캐릭터다 보니 ◐◐
손님들 중에서 페로사 입술 보고 키스 한번 해봐도 되냐고 추파를 던지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어. 에만이 와서 그렇지 에만 외의 다른 손님들에게는 의외로 선 확실히 그어놓는 편. 에만에게도 선 그으려고 했는데 선 긋다 말고 에만에게 정신이 팔렸어.
새 일터는 에만주에게 더 즐겁거나 적어도 더 편안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네. 길지 않은 여유지만 마음껏 즐겨두자.
차갑지 않은 원목 위에 뺨을 기댄 당신은, 이 곳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 곳은 피난처였다. 더 이상 어디로도 가지 못한다면 가장 안락하게 꾸미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이 도시에서 드물게도 안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장 안락하게 놓을 수 있는 장소를 고른 모양이다. 무엇인가가 결여된 것은 똑같았다. 그러나 그 결여된 부분이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 결여된 곳과 남아있는 부분이 왠지 퍼즐 조각처럼 맞물릴 것도 같았다.
"신기하다니." 어쩌면 그래서, 그녀와 당신이 자신의 비어있는 부분에 대해 취하는 태도가 달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무언가를 찾으려 했다. 무언가를 움키고, 손에 넣고 싶어했다. 거기에 채워넣을 뭔가를 찾아헤매기라도 하는 것일까- 당신에게는 아직 그럴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기에. 그러나 그녀는 그런 욕망과 탐욕을 모두 가지런히 내려놓고, 자신이 마땅히 죽음을 맞이할 만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찾아 고요히 안착했다.
"그렇게 됐어." 하고 그녀는 웃었다. 진절머리. 그것은 사실 당신보다 그녀가 먼저 느낀 감정이다. 당신, 아까 자기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하기로 했던가. 시선에는 익숙하고 오해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에도 익숙하다고 했던가. 그녀가 진절머리를 낸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바로 그 사소한 오해.
어느 피난처보다도 안락한 마지막 피난처에서 안착한 채로, 그녀는 느긋한 웃음으로 감정을 대체해가는 법을 배우고 있던 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게 잘 돼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오늘 당신이 찾아오면서 조금 흔들렸다. 페로사는 그 흔들림을 무시하기로 했다. 당신이 불러일으킨 사소한 오해 덕분에 그것은 더 쉬웠다. 욕망과 열망을 파는 이들은 그것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기에,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하는 자신은 결코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없다. 나로서는 채워주지 못할 부분이 있기에, 결코 내 것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그것을 독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 스스로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무의식 속에 자리잡아 그녀의 체념에 관여하고 있는 그것. 당신의 것에 못잖은 탐욕과 독점욕. 그 깊은 체념의 목줄에 숨통이 졸리고 비루먹은 초라한 몰골에 덮어씌워져 본인이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성공적으로 죽여가는 중이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자의식이 그녀의 체념의 근간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탐욕을 채울 길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체념한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속으로 여느 손님과 마찬가지로 당신과 그녀 사이에 선을 그어나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당신이, 당신이 내민 독하고 농밀하나 아직 풋풋한 독점욕이 슬며시 끼어들어 그녀가 선을 부드럽게 긋던 손을 덜컥 잡아채었던 것이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느꼈다.
"이상해도 좋다고?" 달그락 하고 반쯤 빈 그녀의 잔이 당신에게 가깝게 밀려온다. 아니 정확히는 그 잔을 쥔 그녀의 손이 당신에게로 밀려온다. 당신과 비슷한 자세로 허리를 숙여, 그녀는 자신의 상반신을 바 위에 뉘었던 것이다. 도톰한 입술에 지지 않도록 볼륨감있는 흉곽 때문에 썩 그렇게 편안한 자세가 되지 못했지만. 그리고 그녀는 당신에게 부러 장난스런 어조로 질문을 툭 던졌다. "너한테만이라면?"
1. 『사랑해』 "내게 행복할 기회를.. 네가 줬으면 좋겠어. 네 곁에 있을 기회도, 언젠가 같이 별을 헤아리며 잠들 날도. 부디 내게 기회를 줄 수 있을까?" "무엇이든 해줄 수 있어. 네가 바란다면.. 도시를 손에 쥐여줄 수도 있어. 가장 위로 올려줄 수도 있고,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밑바닥 구석까지 떨어지게 해줄 수도 있어.. 내게 말만 해.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2. 『준비는 끝났어?』 "준비는.. 다 끝났을까?" "..저어, 다 끝났어..? 들어가도 될까..? 그게.. 기다리라고 했지만.. 보고 싶어서.."
3. 『빨리 해』 "..너, 느리네. 날 지겹게 만들 참이구나." "정말이지.. 빨리! 치사해..!"
우습게도 피난처와 같다. 얼마나 고르고 골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에만은 천천히 눈을 굴린다. 겨울 색 애비에이션을 바라보다 상앗빛 조명을 한 번, 그리고 속으로 차게 웃었다. 본디 피난처는 간절할 때 나타나지 아니하고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야 보이기 마련이다. 에만은 그 점이 싫었기에 직접 개척했다. 누군가의 온기로 된 안식처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다. 결여된 부분은 겨울날 고드름처럼 꽁꽁 얼고 가시가 서게 됐다. 그렇지만 눈앞의 바텐더는 비어있는 부분에 대해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진 듯싶다.
"나는 커다란 위험을 떠안은 모험을 좋아하거든.."
에만은 작게 웃는다. 힘없는 웃음소리는 아무 감정도 담지 않았다. 의례적인 겉치레에 가깝다. 자신은 무언가를 쥐고 채워보려 했다. 만족할 때까지 찾아 헤맸다. 지금 자리를 갖게 된 이유도 그것이다. 너무 크게 잃었는데, 이 자리에 서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돌아오는 것은 없고 달라진 것이라면 그나마 남은 것마저 잃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끔 훔치면 안 될 것도 손에 넣고 그래보는데.. 이런 작은 모험은 또 처음이라 신기해.."
그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인간성을 잃고 도덕도 잃었다. 자각하지 못했다. 남의 목숨을 쥐고 흔드는 것은 놀기 전 주사위를 흔드는 것과 같았고, 쓸모 없어진 사람을 버림패로 쓰는 건 사탕의 껍질을 까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과 같다. 잃어버린 것은 자각하기도 전에, 너무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버렸다. 그래서 더 찾아 헤맸는데, 눈앞의 바텐더는 다 포기한 모양새다. 체념한 모습이 신기했다. 안식을 찾기 위한 모습이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더 남모를 독점욕이 솟았다. 저 사람의 안식을 방해해보고 싶다. 방해했을 때, 그 이유가 고작 자신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걸 알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까. 내가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어하는 것을 되돌려줄까? 아니면 다른 녀석들과 똑같을까?
"나쁘지 않았으면 된 거지.. 뭐."
느릿하게 답한다. 그렇게 됐어도 박차고 나가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다. 에만은 욕망과 열망을 파는 사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어쩌면 그런 부류와도 같았다. 흐릿한 연기를 뱉어내며 환멸을 감춘다. 원래대로 돌리고 싶던 것이 이젠 지나버린 자신의 유년 시절처럼 돌릴 수 없는 것임을 깨닫고 나서, 부족한 부분을 아무리 채우려 들어도 채울 수 없어도 행한다는 점에서. 마치 이 도시의 환락에 절다 못해 미쳐버려 몸을 팔고 팔아도 자신을 채울 수 없는 창부와도 같은 모양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을 채울 사람은 없으나 창부는 누군가 열락과 돈으로 채워줄 수 있긴 하다는 점이다. 단 한순간이지만 누군가 채워준다는 것이 어딘가.
"아무렴."
가깝다. 잔이 가깝게 밀려오는 걸 바라본다. 자신처럼 바에 팔을 가누고 엎드린 모습이나 차이점이 있다면 눈앞의 바텐더는 편한 자세는 못 된다는 점이다. "내게만..?" 에만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재떨이에 연초를 기댄다. 당신이 보기에 내가 창부라 한들 다를 바 없으니 오늘은 어울리겠다. 기운 없는 웃음도 더는 나오지 않았다. 연초를 잃어 갈 곳을 잃어버린 손을 들었다. 그리고 둘 사이를 가로막듯 손을 바 위로 올린다. 제 눈만 가려 보일 만큼만 손날을 세운다. 여인이 보기엔 이제 작은 입술만 보일 만큼의 위치까지 그리 세워놓고는 그 입술에 희미한 호선을 그었다. 작은 입술을 벙긋거린다. 방금 전까지 무미건조하던 어조와 달리, 이번엔 제법 사랑스러운 어조로, 그래. 앨리스가 자주 그랬듯이, 이번에는 에만의 목소리로 묻는다.
어쩌면, 당신과 소름돋게 닮아 있으되 당신에게 없는 부분을 닮아 있는 이 바텐더- 페로사는, 그래서 어쩌면 당신과 같은 전철을 밟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녀 역시도 당신처럼 자신의 손으로 진홍색으로 점철된 피난처를 만들게 되었을까. 피에 젖어버린 맹수 가면이 얼굴에 들러붙어서 완전한 그녀의 얼굴이 되어버린 채로. 이 도시에 자신의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워, 이 도시의 그늘 중 일부를 새로이 만들어내고야 말았을까. 그러나 그녀에게는 당신과는 달리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피난처가 나타난 것이겠다. 그래서 그녀는 더 이상 무언가 욕심부리며 찾아헤매지 않고, 자신의 무덤이 될 자리로 조용히 안주하며 침잠하여 지금 당신의 앞에 가만히 도사린 모습을 내어보이기까지 이르렀으리라. "나도 한때는 그런 모험에 뛰어들곤 했지... 아니, 떠밀리거나 끌려갔다는 표현이 어울리려나."
그래서, 발톱을 감추고, 이빨을 입술 속에 가지런히 품고, 그것을 당신에게 내어보이지 않는 이 지친 사자에게 남아있는 것은 따뜻한 품뿐이었다. 아직 누군가를 진심으로 품어본 일이라곤 단 한 번도 없는. 누구에게도 가치없을 거라 생각하기에 아직 그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은. 그녀는 당신의 비어있는 부분과 닮아있었고, 당신은 그녀의 비어있는 부분과 닮아있었다. "나쁘지 않았어?" 감정 없는 웃음을 푸스스 웃고 있는 당신을 바라보며, 페로사는 손을 살며시 뻗어왔다. 당신이 손을 떨치거나 피하지 않는다면, 그 가니쉬를 매만지고 주스를 짜내느라 시트러스 냄새가 묻어있는 손끝으로 당신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보고는 손길을 다시 거두어갈 것이다. 그녀는 거의 다 타버린 연초를 입에서 빼서는 재떨이 안에 무심히 던져넣었다.
다시 당신에게로 시선을 들어올리는 그녀의 태도는, 알코올 때문일까, 니코틴 때문일까, 평소의 느긋한 태도가 아니라 당신의 것을 조금 닮은 나른한 태도가 되어 있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이. 예쁘게 꼬리를 치는 어조로 자신의 눈만을 살며시 가린 채 얄궂은 질문을 던져오는 당신이었다.
"재밌는 질문이네." 눈이 가리워있기에 그녀의 눈은 보이지 않는다. 도톰한 입술이 움직이며 그녀의 말소리를 뱉어내는 모습만이 보일 뿐이다. 그때 손날을 세우고 있는 당신의 손목에 무언가 따뜻하고도 단단한 게 닿았다. 그녀의 손이었다. "이대로 조용히 살아가는 것 외에 다른 걸 바라는 법은 다 잊어버렸는데." 그녀의 손이 당신의 손목을 꾹 디밀고 있었다. 손을 치우고 눈을 보려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당신의 손을 당신의 눈가 가까이로 떠밀고 있었다. 당신이 그녀의 눈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하도록. 예컨대, 당신의 손이 당신의 눈가로 밀려남에 따라 그녀가 몸을 기울여 당신에게로 더욱 가까이 다가오면서 그녀의 얼굴을 당신의 얼굴 가까이로 가져오고 있는 것이라거나.
당신의 손날이 당신의 눈 바로 앞에 멈추어섰을 때는, 그녀의 입술이 달싹이면서 나직이 질문해오는 말소리에 실린 숨결이 당신의 입술 위에 와닿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네가 가르쳐줄래?"
안식처, 피난처. 전부 쓸모없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이리 보면 또 악착같이 찾아볼 걸 했나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든다. 진짜 찾을 생각은 없고, 단순한 변덕이다. 도시의 새로운 그림자는 이전에 거대한 그림자였던 존재를 목전에 두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직이 속삭인다. "모험의 계기는 원래 떠밀리고 끌려가는 거야.. 그 모험을 삼키느냐, 삼켜지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적어도 이쪽은 삼켰다. 그리고 살아간다. 천천히 죽어가는 자와 달리 언제 어떻게 죽어버릴지 모를 모험이라는 이름의 독을 입에 머금고, 모든 것을 내쳐가며. 오늘만 살아가기 위해. 그래, 오늘만 살아가기 위해. 다른 날은 전부 상관없다는 양.
"말했잖아.. 나빴다면.. 자리를 박차고 떠났을 거라고."
그러니까 나쁘지 않았어. 에만은 다가오는 손을 바라본다. 방금 전까지 나긋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일순 지독한 경계심이 어린 눈이었으나 그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그대로 보였다. 쌓인 오해처럼 평범한 창부였다면 그저 받아들였을 것을, 이 아이는 찰나였으나 제 눈을 홉뜨면서까지 경계했다. 그러나 머리카락을 쓰는 손길에 언제 그랬냐는듯 눈을 나직이 내리깐다. 니코틴은 술을 더 빠르게 돌게 했고, 인내는 가면의 일부를 부수고 그 속내를 드러낸다. 페로사는 찰나였으나 에만의 일부를 보았다.
찰나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누군가의 대처 능력을 보여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만은 어느새 나른한 태도를 취하는 당신에게 상냥하고 단맛이 나는 어조로 속삭이듯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언제 놀랐냐는 듯, 경계했냐는 듯. 페로사를 향해 질문하고 가려진 시선은 도톰한 입술을 향한다. "잊어버렸어..? 아니면 잃어버린 거야..?" 하고 아이가 질문하듯 조그맣게 되묻는다. 자신의 엄지와 검지로 감싸보면 엄지 한 마디가 남을 정도로, 그만치 가느다란 손목 위로 따뜻하고 단단한 것이 닿는다. 페로사의 손이다. 연약한 손목은 꾹 디미는 손길대로 움직인다. 눈가 가까이로 다가오는 자신의 손은 온기가 없었다. 점점 시야는 좁아진다. 작게 종알거렸다.
"아무것도 안 보여.."
그리고 눈을 지그시 내리감는다.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도 모르고, 손날이 눈앞에 멈춰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만 생각하며.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린다. 입술 위로 따스한 숨결이 와닿고 금세 식어버린다. 가르쳐달라 해도, 이 여성이 선을 긋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이건 당신이 말하는 작은 모험일까, 아니면 손님을 향한 의례적인 농담일까. 에만은 행동하는 대신 은유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가르쳐주기엔.."
작은 선홍빛 혀가 아랫입술 위로 빼어 놓인다. 당신이 멀지 않은 시간대에 자신에게 보여준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고는 혀를 입안으로 숨겨내며 천천히 입술을 휘었다.
"내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걸.."
// 우아아 갱신만 하구 갈게.. 일 많아..!! ;0;.. 답레는 편할 때 이어줘..!!!!
"그렇네. 사실 조금 불안했거든-" 다가오는 손길에 내비치는 새파란 경계심을 푸르른 눈이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잠깐 멈춰섰던 손은 이내 마저 뻗어와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었다. 그녀는 잠깐 끊었던 말을 덧붙였다. "이런 장난을 치는 건 처음이라서 말야." 부드럽게 쓸어주고, 놓는다. 어림짐작하기엔 아직 너무도 적은 단서였지만- 애초에 우리는 서로 적은 단서만을 서로에게 내어놓으며 스무고개 놀음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류의 모험은 내게 낯설어. 삼키게 될지 삼켜지게 될지 모르니까." 삼키기엔 너무 노쇠했고, 삼켜지기엔 너무 거대했다. 나직이 눈을 내리까는 조그만 여우를 보며, 곱슬거리는 금발을 늘어뜨린 여인은 손길을 조금 더 당신의 머리에 두다 떼어냈다.
"잊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글쎄, 어쩌면 내가 버림받았을지도 모르겠네." 하고 페로사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나 참, 이렇게 내 이야길 하는 것도 익숙지 않은데." 흐흥, 하고 자조적인 웃음을 흘려내며 그녀는 당신의 손목을 거머쥐었다.
당신이 느낀 것은 절반 정도는 맞았다. 그녀는 확실히 선을 그으려고 했었다. 그러려고 시도했었고, 그렇게 될 뻔했다. 그러나 당신의 얄궂은 욕심이 쏙 끼어들어서, 그 선이 당신과 그녀 사이를 가로막기 전에 그 선을 그어내는 손을 멈추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선을 긋기에는 당신이 이미 그녀가 보통 선을 긋는 지점을 넘어서 가까이 다가와있었고. 이젠 서로의 코와 입에서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깝지 않은가. 탐욕을 가진 채로 다가와서, 이제는 네가 탐욕을 드러내달라고 요구하는 당신의 자그만 숨결이 당신의 손 너머에서 그녀를 가볍게 간질렀다. "그래?" 독을 삼키려면 접시까지. ...어느 쪽이 삼키게 되고, 어느 쪽이 삼켜지게 될까.
모험.
페로사는 당신의 손을 가볍게 옆으로 치웠다. 당신에게로 숙이고 있는 고개가 당신의 얼굴 위로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늘 속에서 그녀의 푸르른 눈이, 속눈썹의 갯수를 셀 수 있을 만한 거리에서 당신을 향해 스스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처럼 반짝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눈 속에서 당신은 오랜 세월 꺼내거나 드러내지 않아 먼지가 얹은 것만 같이 뿌연... 그러나 그 곳에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는 탐욕의 빛을 볼 수 있었다. 페로사는 기꺼이 당신의 도발에 응했다.
"이제는, 보여?" 치워낸 당신의 손 뒤로 보이는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페로사는 자신의 얼굴을 모두 드러내고 나직이 말했다. 그녀의 숨결에 데킬라 향이 묻어난다. 취한 걸까, 겨우 담배 한 개비와, 채 한 잔도 다 못 마신 데킬라 때문에.
당신 같은 사람도 불안해하는구나. 에만은 멈춰 섰던 손이 머리를 부드럽게 쓸고, 도톰한 입술이 끊긴 말을 덧붙이는 걸 가만히 바라본다. 이런 장난을 치는 건 처음이라는 말이 지금까지 가시처럼 신경을 건드리던 무언가를 다시금 녹여낸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단순히 기분이 나빴다고만 생각했다. 그 작은 독점욕과 질투조차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시에 스며들고 공허하게 비어버린 채, 자신을 창부인 양 작은 단서만 내놓은 여우는 죽음을 기다리던 사자를 가만히 쳐다본다. "낯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다. 내리깐 눈길이었기에 긴 속눈썹이 팔랑이는 정도였다. 분명, 머리 위의 손길을 받아본 적이 있다. 그 당시처럼 부드럽고 가느다란 손길은 아니다.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박힌 감촉도 아니다. 수 년이 지나 잊어버렸던 온기는 거북하면서도 익숙하다. 그리고 생경하면서도 아프다. 흥미가 떨어지지 않을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버림받으면 뭐 어때.."
쥐고 흔들면 되었는데, 어쩌면 당신은 그러지 못했기에 이곳에 남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에만은 침묵한다. 나직한 중얼거림과 자조적인 웃음에 나른한 미소로 화답했을 뿐이다. 에만은 꼭 중요할 때만, 자신을 가리는 얄미운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은 아슬한 외줄 타기라고 볼 수 있겠다. 선을 그어내려는 페로사의 주변을 맴돌고 넘나들기 직전을 반복했다. 손에 쥐면 잡힐 듯 숨결이 가깝고, 이번엔 한 번 물러서는 척 앞으로 다가왔다. 모험은 크고 작은 독을 머금곤 한다. 이 독을 삼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뱉는 사람도 있고, 독이 든 잔을 전부 삼키는 사람도 있다.
삼키고 삼켜지는 작은 다툼 속에서 짙은 어둠은 가려지고 상앗빛 조명이 희미하게 드리우는 그림자가 드러난다. 에만이 감고 있던 눈을 느릿하게 떴다. 그늘 속에서 가깝게 보이는 눈동자를 마주한다. 거미줄이 앉은 듯 드러내지 않아 방치된 욕망이 보였다. 조금만 털어내도 그 가치를 충분히 발할 유물과도 같았다.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마티니 한 잔, 반도 마시지 않은 애비에이션, 연초 한 개비. 고작 그 정도의 만남. 그럼에도 도톰한 입술에 짧게 자신의 입술을 대었다 떨어진다. 어린 시절 잘 자라며 입을 맞춰주듯, 탐욕에 기름을 부어 안달이 나게끔 하듯 짧았다.
"……보여."
나긋한 대답. 에만이 천천히 몸을 뒤로 물린다. 그래, 에만이라는 존재는. 꼭 중요할 때만, 자신을 가리는 얄미운 사람이었다.
"몬테까를로, 당신에게도.. 내가 보여?"
에만의 나긋하던 미소가 천천히 변모한다. 눈을 휘자 이 도시의 향락 하나 튀지 않은 것 같은, 이질적인 순수한 미소가 드러난다. 지나치게 하얗고, 순수하다. 이 도시에서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더럽히고 싶다며 욕망할 미소였다.
스킨쉽을_하는_자캐의_자세 > 호감도가 없을 때는 거의 안 하는 수준이야.. 대신 지금처럼 짧게 입맞춰주거나 하지 않을까? 의뢰인에게는 그때마다 다른데, 목덜미를 손으로 가볍게 훑는 정도의 스킨십은 해. 이마저도 "살고 싶다면 잘 해내는게 좋겠지? 쓸데없는 생각 말고." 같은 말을 덧붙여서 그렇지..🙄 호감도가 어느정도 올랐을 때는 옷깃을 잡거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보려 하거나, 잡은 손을 뺨에 대보고 비비적 하는 정도..? 그 이후로는 뭐.. 끌어안는 걸 제일 좋아해서 하루종일 안겨있으려 할 걸.. 적폐 망상이지만 페로사의 뒤에서 꾹 하고 끌어안고, 로로가 가는 길을 아장아장 따라가는 그런 일이 많을 것 같아.. 백허그를 하면 시야가 안 보이니까 뒤뚱뒤뚱 걷는대로 일단 같이 따라 걸어보고..🤔
이건 어제자 진단이구.. 에만의 오늘 풀 해시는
가만히_있는_자캐가_생각하고_있는_것은 > 어..
에만: .oO(교수 자체가 폭탄인 거야.. 걷고 말하고 폭파하고.. 아, 교수 폭파 시켜버리고 싶다.. 그런데 그랬다간 내 학점도 터지겠지..) 에만: .oO(졸업 시켜줘 XX) 에만: .oO(역시 죽일 걸 그랬나..) 에만: .oO(칵테일 마시고 싶어..) 에만: .oO(부모님이 보고 싶어.. 후회하기엔 너무 늦어버렸어..)
자캐에게_푸딩만_먹여보자 > 뭐지? 이 해시.. 아방방과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유아퇴행수 만들기 프로젝트인가?(말넘심) 그렇지만 에만이 잘 먹지 않을까.. 씹기도 편하고.. 첫날은 정석인 커스터드.. 다음날은 초콜릿.. 그 다음은 말차.. 그 다음은 솔티드 캬라멜.. 한 5일차부터 슬슬 물리겠다.🤔 더 주면 무리라면서 엎어진 김에만을 볼 수 있을 걸..
자캐가_외로움을_타는_정도 > 우와앗..😳 본인은 외로움을 자각하지 못하지만 앨리스의 모습으로 술집, 시샤 바, 카지노.. 이곳저곳 향락을 찾아다니는 걸 보면..🤔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지금 당장 처음으로 떠오른 소원은? 쓸모없는 거여도 취소 불가능." 에만: 졸업 시켜줘. (당당)
"처음으로 죽여 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누구였어?" 에만: …글쎄.. 너무 많아서, 기억이 안 나.. 나는 여러명이고, 처음인 애들이 제법 많거든.. 아, 그래.. 이 모습으로 말이지. ……너무나도 많았어.. 너무나도. 그래도 슬프지는 않아. 이젠 내가 만드는 사건을 두렵다며 퍼나르잖아.
"생애 최악의 날과 그날 있었던 일은?" 에만: ……신만이 알고 계시지. 그렇지만 그 날 내가 신을 죽였으니 이제 아무도 몰라.. 알고 싶구나? 글쎄다.. 나는 선은 악이며, 악으로 이 도시의 선을 실천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지.. 아무렴, 공리주의라 해야할지. (에만은 조소했다.)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에만은 지금 나름의 신비주의(?)를 지키고 있..우우..우우우 로로가 너무 요망해서 하마터면 보통 버드키스가 아닐 뻔했어..(?) 천천히 주길 바라. 느긋하게!(쪽)
당신도 깨닫지 못했고, 그녀도 자각하지 못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이고, 무엇에 가로막혀 있다가 당신에게 흘러나왔으며, 그게 당신의 무엇을 녹여버렸는지. 그리고 그것이 녹아버리고 난 빈 자리에서 무엇이 흘러나와 그녀에게 닿았는지.
페로사를 아는 이들은, 예컨대 그녀의 바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그녀가 술이 아주 세다고 증언하곤 했다. 물론 술을 주로 다루는 바텐더들은 모두 괴물같은 주량을 자랑하는 주당들인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보드카 병을 산처럼 쌓아놓고 직원들끼리 벌이는 데스매치에서 페로사를 이기기는커녕 그녀가 취한 모습을 보이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는 알코올이 듣지 않는다고 주장하곤 했다. 그 말은 거의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녀도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알코올이 그녀의 정신에 영향을 끼치게 만드는 순간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는 술을 마셔도 술버릇 자체가 티가 거의 안 나는 이상한 케이스였다. 감정의 고삐가 느슨해지는 것이 그녀의 술버릇이었으니까. 그리고 감정은, 그녀가 이 안식처를 찾아 고요히 죽을 준비를 하면서 겸허히 내려놓은 것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제 당신이 그것을 건드리고 깨워버리고 말았지.
촐랑촐랑 오락가락, 현혹하듯이 오가며 꼬리를 흔드는 당신의 모습에 조용히 엎드려 눈을 감고 있던 사자가 눈을 뜨고 당신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몸을 일으켜세운 것이다. 마티니 한 잔. 반도 마시지 않은 클래식 칵테일 한 잔. 겨우 반쯤 비워진 데킬라 한 잔. 담배 한 개비. 당신이 데킬라 향을 입술 끝으로 감질나게 머금을 때, 그녀의 입끝에 애비에이션의 향기가 쪽, 하고 느릿하게 내려앉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길다란 속눈썹 아래로 잠깐 가려졌다가 느릿하게 다시 자취를 드러냈다.
"아주 잘 보여."
그녀의 눈에 당신의 새하얀 미소가 가감없이 보였다. 이상할 정도로 때묻지 않은, 마치 힘주어 표백한 듯한 뽀얀 미소. 그 푸르른 눈동자 위에 당신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그녀의 얼굴에 다시 나른한 미소가 걸렸다. 그렇지만 그 나른한 미소는 지금까지 그녀의 얼굴에 걸려 있던 나른한 미소와는 미묘하게 다른 것 같다. 무감정을 감추기 위해 화장처럼 얼굴 위에 걸고 있던 미소와는 다른... 기분이 동해버린 것을 어렴풋이 드러내는 그런 미소. 당신의 새하얀 미소와는 다른, 어떤 분명한 색채를 띄고 있는 미소였다. 그것을 알아챘을 때, 당신이 알아챌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을 것이다. ...당신이 물러선 거리는, 당신에게 충분치 못했다는 것.
페로사는 손을 들어 당신의 턱을 가만히 움켜쥐었다. 그녀의 엄지손가락이 당신의 입술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희미하게 허공을 가로지르는 무언가의 흔적이 그녀의 눈에 비치는 것 같았다. 그녀는 킥킥 웃고는, 이번에는 자신이 당신에게 더럭 입을 맞추어왔다.
당신이 방금 한 것처럼 부드럽게 쿡 찍고 떨어지는 그런 입맞춤이 아니었다. 훨씬 더 게걸스럽고, 탐욕스러웠다. 오랫동안 굶주리고 말라붙어 있던 만큼이나.
데킬라 향이 감질나게 닿았다. 에만은 취하지 않았다. 어쩌면 취했을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다만 확실하게 자각한 것은, 단순한 변덕으로 시작한 짧은 입맞춤으로 인해 자신이 페로사에게 바라는 점이 더 확고해졌다는 점이다. 흥미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서 균형을 완벽하게 채울 것이다. 자신을 완벽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이마저도 언젠가 사그라들 짧은 변덕이라 해도 괜찮았다. 에만은 언제라도 죽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미래보다 현재를 더 중요시했으니까. 순수한 미소를 마주하는 것은 나른한 미소다. 타인을 상대하는 자신처럼 의례적으로 걸던 영업용 미소와는 달리 어떠한 감정을 품고 있는 미소.
"잘 보인다니 다행이네.."
순수하다 못해 새하얀 미소와는 달리 확실한 색이 있는 모습이 짐짓 부러움을 솟게 한다. 당신에게는 내게 없는 색이 있다. 당신을 손에 쥐면 나도 완벽해질까. 지금껏 쥐어본 다른 사람과는 다를까. 그런 망상이 스쳤을 때, 어쩐지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술기운 탓이라 생각했다. 이 공간에서 거리를 재는 것은 짧은 거리면 됐다 판단했다. 턱을 움켜쥐자 새하얀 미소 사이로 긴 속눈썹이 팔랑 나부낀다. 엄지가 입술의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매만진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 생경한지 입술을 짧게 벙긋거린다.
"…몬테까를로?"
당신을 불러볼 적, 당신은 킥킥 웃을 뿐이었다. 바텐더가 고작 한 잔도 다 못 마신 데킬라에 취한 건가 생각할 적, 당신은 더럭 입을 맞춰온다. "으응." 하고 짐짓 놀라 침음했다. 부드럽게 찍었던 입맞춤과 달리 탐욕스럽기 그지없었다. 처음 겪어보는 아찔한 감각에 헛숨을 들이켰다. 결국 당신은 처음 보는 내게 욕망을 드러낸다. 에만은 허공에 손을 몇 번 더듬고 겨우 옷깃을 부여잡는다. 새하얀 손이 가느다랗게 떨렸다.
"잠, 으, 흐으.."
아마 이 어린 여우가 창부가 맞는다면, 제 입술만은 팔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깊은 욕망에 맞추는 것이 서툴기 그지없었기에. 작고, 가르랑대며, 가쁜 숨을 한차례 고르고 입술이 떨어질 때. 에만은 뒤로 조금 더 물러났다. 상기된 뺨과 흐트러진 머리카락, 열감에 붉어진 입술, 둥글게 뜨였으나 물기 어린 눈동자는 자각하지 못할 색기를 얼굴에 가득히 그리고 덧칠했다. 한참을 그렇게 쳐다볼 것 같더니만, 이 작은 여우는 자신의 가쁜 숨을 몇 번 더 고르기도 전에, 먼저 손을 뻗어 검지를 페로사의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Ms. 몬테까를로.. 한 번에 다 삼켰다간 만족하지 못하게 될 거야.."
바텐더와 손님으로서의 첫 만남이며 스쳐 지나가는 불장난이라는 양, 부드럽게 당신의 다음 행동을 막아세우듯. 도톰한 입술을 짓누르던 검지가 떨어졌다. 에만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확실히 각인시켜놓고 한발 내빼는 모습과도 같았다.
"그렇지만, 싫지는 않았어.."
사그라들 짧은 변덕이라도 좋다, 현재 자신을 채워줄 수 있다면 즐겁다. 그렇지만, 언제 죽을지 모를 인생이라도 약간의 미래를 기대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 이후 먹게 될 열매의 단맛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견디면, 언젠가 자신을 완벽하게 만들어줄 이 사람의 맛은 과연 어떨지. 아니면 역으로 그 맛을 알려줄 테니 참아보라는 양 짧은 도발이 오간다. 방금 전까지 페로사의 입술을 누르던 검지를 제 입술 위에 얹은 것이다. 그리고 눈웃음을 쳤다.
음~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다른 걸까~~😘 사실 잠깐 정주행 하고 잘 준비 마치고 있었답니다. 답레는 느긋하게 줘요.(꼬옥)
슬 자야하는데, 우우.. 로로 정말 요망해서 베개만 콩콩 때리고 있다구..;0; 우우... 그래도 자야겠지.. 응..
헉, 맞다. 오늘은 일을 느즈막하게 하는 대신, 11시 안에는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선거 당일에 새벽 4시 출근이거든... 이게 퇴사빵인가 뭔가 그거야..? 😂😂😂..그래도 오늘 열심히 핑퐁해볼게요.. 늘 좋아해. 항상 하루를 기쁘게 해줘서 고마워, 로로주.(쪽) 먼저 들어가볼게요, 무리하지 말고 푹 자구, 좋은 꿈 꾸기야.
하얀색 물체에 뚜렷한 색을 띈 물체를 가까이 갖다대면, 두 물체 사이에 빛이 난반사되면서 하얀 물체에 옅게나마 색을 띈 물체의 색이 어리게 된다.
힘조절에 익숙치 않아, 취하고 싶을 대로 취하고 탐하고 싶을 대로 탐하는 접문. 날것 그대로의 짧지 않았던 입맞춤이 끝나고 나자, 공기가 나른해졌다. 여전히 느슨한 분위기인 것은 똑같았지만, 아까의 느긋한 공기와는 또 다른 색을 띄고 있는 공기가 개인실에 감돌고 있었다. 그녀는 당신의 입술을 놓아주고, 자신의 옷깃을 놓고 숨을 고르며 물러나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바 위로 상반신을 기울여서, 바에 손을 짚고 상반신을 지탱하는 자세로.
그녀의 머리카락이 원체 곱슬곱슬한 편이었기에 얼마나 흐트러졌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당신의 흔적은 명백히 남아있었다. 등골에 가지런히 얹혀 있던 그녀의 꽁지머리가 어깨 앞으로 엉망진창으로 쏟아져 있었고, 와이셔츠 깃은 당신이 약한 힘을 쥐어짜내 한껏 그러쥐어 구겨진 자국이 남아있었으나 그녀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거나 하고 싶지 않아보였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아까의 나는 바텐더, 당신은 손님이라는 가볍고 공허한 이분법으로 당신과 자신을 갈라놓고 있던 그 느긋한 공기 아래에서는 띌 수 없는 빛을 띄고 있었다. 아니, 그래도 여전히 당신은 손님이었고 그녀는 바텐더였지만... 지금 당신과 그녀 둘이 있는 이 순간은 바텐더와 손님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조금 왜곡된 것 같았다.
이 공기가 낯설었다. 그렇지만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보다, 이 생소한 욕심이 그녀에게 더욱 진했다. 당신의 손가락이 페로사의 입술을 짓눌러올 때, 그녀는 당신의 손가락 끝에 쪽, 하고 다시 한 번 더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는 듯 입맞춤을 남겼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던 당신과 그녀 사이의 궤적을 관능적으로 덜어내고 나서, 그녀는 당신이 불러오는 자신의 호칭을 정정했다.
"페로사."
그게 내 이름이야- 라고 말하듯. 그리고 그녀는 그제서야 바를 짚고 있던 손을 다시 들어올리고, 의자에 앉아선 바에 팔꿈치를 괴고 그녀의 턱을 손바닥으로 받쳤다. 방금의 그 검지로 조심스레 자신의 입술을 누르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페로사는 눈웃음을 지었다.
"이게."
아직 페로사에게 당신은 손님이었고, 당신에게 그녀는 바텐더였다. 그 정의가 아무리 왜곡되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그녀는 아직 반쯤 남은 데킬라 잔을 집어들며 반문했다.
"한번에 다 집어삼키려 한 걸로 보이니?"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희미하게 걸렸다. 그러나 그 희미한 웃음이 걸릴 때는, 그녀의 눈웃음은 오히려 그 빛을 현격히 잃었다. 마치 그 탐욕스럽기 그지없었던 접문은, 불현듯 일어난 탐욕을 달래어 잠재우기 위한 제물이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집어삼키고 싶어한다면, 이런 원초적인 탐욕뿐만 아니라 모든 걸 집어삼키려 했겠지... 몸뿐만 아니라 같이 보내는 시간마저도. 마음마저도. 일상마저도. 내 삶에 너를 끌어들이고, 네 삶에 나를 밀어넣고 싶어했겠지. 내게 있어 한번에 다 집어삼킨다는 건 그런 거야. 하는 말들을 페로사는 데킬라와 함께 목구멍 너머로 넘겨버렸다.
지금껏 자신에게 욕망을 드러내는 사람은 없었다. 그 누구도 감히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그랬다. 취하고 싶을 대로 취하며 자신을 삼켜온다. 거대한 맹수에게 목이 물린 소동물처럼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옷깃만 쥐었다. 날것 그대로의 접문은 절대 짧지 않다. 그 긴 시간이 정신을 아찔하고 흐리게 만든다. 이 작은 여우는 사자에게 목을 물리고 성대를 잃었는지 말을 잃고 가쁘고 달뜬 숨만 뱉을 뿐이었다. 숨을 고르는 것도 겨우내 쉬는 것에 가깝다. 홉뜬 눈도 자세히 보면 풀려있다. 나른한 공기 속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흔적이 남아있다. 가령 자신도 흐트러졌으나 여인도 제법 흐트러졌단 점이다. 아까는 갖지 못했던 빛이 눈에 서려있다. 낯설고도 독점욕이 불쑥 치밀어 오른다. 에만은 참고자 했다. 참고자 하며 달뜬 숨을 가다듬었다.
손님이라는 벽이 허물어지지 않았지만 그 뜻이 왜곡된다. 도톰한 입술을 짓누를 때, 감촉보다 뜨겁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 닿는 진한 온기에 잠시 이성의 끈이 흔들린다. 관능적인 모습에 눈을 가늘게 뜬다. 삼켜지는 것은 이쪽이었나. 일순 드는 생각이 머리를 차갑게 꿰뚫고 지나간다. 잠시 흐려졌던 이성을 가다듬으며 정정하는 모양새에 천사처럼 나긋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입술을 지그시 누를 때, 그 온기는 이미 식었지만 다시금 아찔한 감각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손가락은 작은 입술을 누르며 천천히 턱을 타고 내려가, 바 위에 얹힌다. 손짓 하나하나가 느릿하며 곡선이 확실했다.
"…페로사."
정정한 호칭대로 불러본다. 빛 잃은 희미한 웃음을 마주하며 나긋하게 부른 목소리를 뒤로, 목이라도 축일 심산인지 칵테일 잔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향락 속에서 살아서 향락에 대해 오히려 무지해.."
익숙해지면 그것이 당연한 삶인지라 새로움을 느끼지 못한다. 하물며 향락에 절어있다면 더 큰 쾌락을 찾지 않는 이상, 타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상에 불과하다. "나는.. 당신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 에만은 한 번에 잡지 않고 잔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듯 쓸어 보이며, 천천히 손가락 틈새에 걸치듯 잔을 잡는다. 한 모금을 넘기는 잠깐의 침묵 동안 할 말을 골랐는지 잔을 떼자마자 나지막이 질문했다.
"……그렇지만 궁금하네.. 당신에게 있어 한 번에 집어삼키는 것은 뭘까..?"
그리고 부스스 소리가 나게끔 작게 웃었다. 지금까지 소리 내 웃은 것은 모조리 거짓부렁이와 기운 없는 조소에 불과했으나 이번만큼은 어딘가 옅은 색채를 가지고 있다. 옅은 색채일지언정 깊고 무엇보다 강렬하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과 이미 한차례의 죽음을 마주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던 작은 광기였다.
달이 정말 아름다워요...((((미쳐버렸음)))) 우아악 진짜.. 진짜 발린다.. 로로의 복수는 에만이가 도와주는 걸까, 아니면 로로에게 길만 열어줄까.. 그렇지만 자신에게 묻어야 할 것이 네 손에 묻는 걸 보고 싶지 않다는 그 말이... 지금 상황이 너무 좋아.. 에만이는 묻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로로가 필사적으로 막아세우는 적폐...(?)
그저 바텐더와 손님이었기에. 도시를 주름잡는 어둠 속의 부엉이와, 그림자 속에서 포효하던 파괴의 여신이 아니라 그저 바텐더와 손님이었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다. 당신은 누구에게도 쉽게 내어보이지 않던 말간 순수를 내밀었고, 그 대답으로는 어둡되 진한 그러나 아직 먼지가 앉아있는 탐욕이 당신을 물컥 덮쳐왔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페로사가 생각하던 손님과 바텐더라는 단어의 경계를 일부 허물어놓았다.
바 위에 팔꿈치를 괴고 턱을 손으로 받치는 동작이 느릿했다. 나른한 공기가 열기가 식어 곧 느긋한 공기가 될 것 같았으나, 당신이 그걸 원하지 않았다. 느릿하게 자신의 입술을 쓰다듬어보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푸르른 눈에는, 아까의 눈웃음은 흐려져 있었으되 그 눈빛은 여전히 나른했다.
"응, 윈터." 당신이 불러준 이름에 페로사가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데킬라를 몇 모금 더 홀짝였다. 스스로 향락과 광기 속에 젖어 살아가는, 다른 이들과 같은 바빌론 시티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당신의 모습에 페로사는 문득 잔에서 입을 떼고 자기 입술을 만지작거려 보고는 아직도 열기에 흐트러진 흔적이 남은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것만큼 곡선을 실은 관능적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방금 전의 예기치 못한 접촉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기엔 충분했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며 머리를 가다듬을 생각은 없어보이니.
"알고 싶어?" 하고, 그녀는 다시 느른하게 눈웃음을 짓는다.
"집어삼키려면... 난 같이 술을 마신다거나 몸을 섞는다거나 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해.
아침에 일어나서 서로 부스스한 몰골로 아침 햇살을 확인하면... 돈을 세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몸에 남긴 흔적을 세곤 서로의 몰골을 보며 잠깐 웃다가, 정욕이 아니라 애정으로 가볍게 입맞추고, 체크아웃을 하는 게 아니라 간단한 아침 간식과 차를 한 잔씩 가져와서 나누어마신다던가.
한가득 돌린 빨래를 같이 널다 말고 창문으로 기분좋게 햇살이 비쳐들 때, 아무런 걱정 없이 그저 온기만을 원해서 서로 꼭 붙어앉은 채로 소파에 기대어앉아서 같이 마음놓고 낮잠에 빠져든다던가.
문득 마음이 허전할 때, 서로 말없이 시선만 마주치는 것으로 함께 담배를 피러 나가서 담배 끝에서 끝으로 담뱃불을 옮겨 붙여주는 순간이라던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고 노을이 예쁘네, 하는 말을 꺼내고 그러게, 하는 대답을 받는다거나,
골치아픈 일이며 내일 일이며 하는 것들을 다 던져두고 기울어지는 노을 속으로 훌쩍 떠나는 드라이브라거나.
커튼을 치고 몇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고 넷플릭스나 비디오 대여점에서 잔뜩 가져온 DVD 따위로 함께 영화를 실컷 보거나...
그런 순간까지도, 전부 내 것이어야지."
그녀는 데킬라 향 어린 소원을 뇌까렸다.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평범한 삶. 누구나 맞이할 수 있는 인생의 평범한 순간. 평범한 사랑. 다시 말해, 그야말로 이 도시에서 가장 미치지 않고서는 빌 수 없는 소원의 나열들.
그렇게 지독할 정도로 평범하기에, 이 광기의 도시에서는 오히려 진짜배기 광기로 점철된 지독한 소망이 되어버리고 마는, 이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희귀한 사치.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삶까지도. 그녀에게 있어 전부 집어삼킨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누구보다도 잔인한 파괴의 여신이었던 페로사는 누구보다도 평범한 한 명의 여인이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의 동작도 느릿하고, 나른한 공기의 열기는 식지 않는다. 푸르른 눈은 흐려지고 눈빛이 나른하다. 에만의 새하얀 눈이 페로사를 향한다. 윈터, 하고 제 가명을 부르며 대답하는 목소리는 바에 당도하고 숱하게 들어왔는데 생경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러면 당신도 나를 낯설게 생각할까 하는 하나 남은 가시였다. 그리고 졌다. 역설적이게도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졌다는 사실에 만족한 것이다. 에만은 잔을 내려놓는다. 이번에도 잔은 코스터 중앙에 와닿는다. 그리고 페로사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흐트러진 모습과 시선을 마주했다. 상반신의 일부가 바 위로 허물어진다. 입을 맞추기 이전에도 그랬듯이, 나른하던 모습으로.
"응. 알고 싶어."
속삭이듯 답한다. 알고 싶었다. 당신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그 소망이 무엇인지. 이 작은 여우는 천사 같은 미소를 하고 악마 같은 제안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누군가의 욕망을 듣고 들어주는 일을 했기 때문에, 당신도 그렇게 쥘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걸로 쥐어보고 싶었다. 당신이라는 존재를 손에 넣고 달콤하게 속삭이며 날 완벽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느른한 눈웃음에 화답하듯 부드러운 미소가 점점 사르르 녹아내린다. 팔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눈만 빼꼼 드러내며 살살 눈웃음치는 모습이 더없이 사랑스럽다. 그리고 그 눈웃음도 얼마 가지 못해 천천히 홉뜬다. 일상의 순간마저 삼키고 싶어 하는 당신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지금의 에만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에만은 자신이 졌다 생각했던 것을 고치기로 했다. 참패했다. 그것도 처참하게.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평범한 인생 따위 버려버린 지 오래인데, 당신은 그 버린 것을 원하고 있다. 차라리 누군가의 죽음이었다면, 복수였다면, 아니면 물질적인 것을 향유하는 삶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줬을 텐데, 불가능의 영역을 넘보고 말았다. 그 소망이 지독하리만치 순수했기 때문에 더 광기롭다. 홉뜬 눈동자가 잠시 잘게 떨렸으나 그것도 한순간이다.
"재밌네.."
재밌다는 말, 아까 전에도 들었던 말 아닌가. 에만은 천천히 눈을 내리깔았다. 파묻은 팔 사이로 생긴 그림자, 그 속의 어둠을 엿본다. 상앗빛 조명을 피하듯 고개를 파묻어버린다. 해가 지는 걸 두려워하며 그 파편을 주워 모아 거리를 환히 비추는 고모라의 사람임에도 그 상앗빛 빛을 피해버린다. 내게 그렇지 못할 거잖아? 아무렴 지금으로선 당연한 소리. 필패요, 참패이며, 완패였다. 팔 사이로 고개를 파묻는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 어둠 속으로 숨어버렸기에 흐트러진 머리만 보였다. 백금색의 투명한 색조 사이로 붉은 색이 조금씩 섞여있는, 상앗빛 조명 아래에서 언뜻 분홍색처럼 보이게 되는 기이한 머리가.
"……나 같은 창부는 누군가를 만족시킬 수 없어. 내 자신조차 만족하지 못하는데.. 타인을 어떻게 채울까.."
에만은 창부다. 자신을 팔고, 정해진 수순으로 누군가에게 소망을 주며, 끝내 쾌락을 안겨주고 두 번 다시는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창부와 다를 바가 없다. 진작 알고 있던 사실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에 그러려니 넘어가던 것은 그 이유였다. 자신은 그런 취급을 받아도 싼 사람이다. 일상을 바라서는 안 되는 존재. 그렇기에 그 미친 독점욕이 불을 붙인다. 내가 만족할 수 없어도 당신을 쥐어본다면 채워지지 않을까? 나를 완벽하게 만들지 않을까. 끝내 돈을 뭉텅이로 쥐여줘 붉은 등이 있는 장소에서 자신을 꺼내갈 사람처럼 날 꺼내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게도 기회가.. 멍청하게도 짐승이 한 번 피 맛을 봤는데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해? 양극적인 생각이 한꺼번에 오간다. 우습게도 술기운 탓이라 생각했다.
"당신은.. 창부를 바란 게 아니잖아.."
성자이자 성녀를 바랐을 텐데. 에만은 그 어둠 속에서 작게 속삭였다. "오늘은 손님인 거야. 오늘은.. 나를 손님으로 봐줘.." 하고 또, 술기운 탓이라 생각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낙관론자를 봐왔지만.. 당신 같은 사람은 없었어. 내게 희망을 포교하기엔.. 그 희망 나부랭이에 지쳐 떨어진 사람인지를 먼저 고민했어야지."
"독은 적당히 써서는 안 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삼키다 어느 순간 죽어버리면 모를까."
"나는.. 그런 독으로 살아가는게 더 익숙해. 약을 먹어봤자.. 후유증이 남으니까."
우아악 ;0; 그래도 로로를 많이 좋아해!!!!😘 로로주도 너무 무리하지 않는 거야. 후우.. 출근.. 착잡하네. 예상치 못했던 거라 더 착잡해졌어.. 그래도 지금 자야 정말 못해도 3시간은 자겠지..🤦♀️ 어제도 오늘도 너무나도 즐겁고 고마워요, 로로주. 현생이 힘들 때마다 로로와 로로주를 떠올리며 위안을 얻고 떠올리는 매 순간이 행복할 수 있어서 기뻐.(쪽) 늦지 않게 자고, 답레는 천천히 주기야..! 좋은 밤 되길 바라!🥰
그래도 일찍 나가는 것만큼 일찍 들어오지 않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딱 하루만 고생하면 되니까. 나도, 에만주와 함께하는 매 저녁이 모두 행복해서 에만주에게 어떻게 감사를 표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에만주가 있고 싶어하는 만큼 함께해주는 것뿐이네... 나도 그걸 바라고 있으니까. (쪽) 내가 에만주에게 위안과 행복을 받는 만큼 나도 에만주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게 기뻐. 나도 곧 자러 가야 되니까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아. 에만주도 푹 자고, 좋은 꿈 꿔. 😊😚
"그래, 너도 그렇고, 모두가 그렇지. 우리 모두가 희망에 고통받는 죄인들이야. 우린 모두 X됐고, 꼬락서니는 엉망일 대로 엉망이지." "그래도 이 지옥 한가운데서라도, 우리는 그저 나름대로의 행복을 위해 살았을 뿐이잖아." "누구도 아,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구나, 하고 잠에서 깨어나진 않으니까." "우리의 죄는 그것뿐이야." "그러니, 정말로 손에 넣을 수 없어도 손을 뻗어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겠어. 말했잖아... 작은 모험이라고." "강권하진 않을게. 천천히 생각해봐. 네가 예약만 잡으면, 날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니까."
에만이 가시를 드러냈다면 페로사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답레 조금 만지다 자러 가야겠네 *.* 에만주도 푹 잠들었길.
"그렇지, 그치만 다른 사람의 온기를 느껴 보는 게 그립진 않아?" "그 사람을 베게로 쓰고, 서로의 향수 냄새를 섞는 거야. 너의 머리를 그의 가슴에 기대고, 그가 머리를 쓰다듬는 동안 숨 쉬는 소리를 듣는 거지. 그 사람이 거기서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 잠드는 거야. 너를 지켜주는 사람과 함께..."
VA-11 HALL-A의 등장인물 알마 알머스의 대사야. 어쩌면 이것도 페로사가 할 수 있는 하나의 대답이 되겠네. 사실 오늘 일찍 일어나야 하는 건 에만주뿐만이 아니었어... 3.3 일찍 투표하고 와서 좀 더 쉬어야지. 그런데 예상보다 너무 일찍 일어났으니 답레를 마저 써볼까나.
흐트러진 모습 그대로 소서 글라스를 거머쥐고는 애비에이션을 한 모금 넘기며 나른하게 바 위로 허물어뜨리는 상반신. 바 위에 엎드린 채로 나직이 청해오듯이 속삭이는 유혹. 거래의 제안... 그리고 자신이 내민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그러나 참혹하게 부서진 인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광인의 소원. 치떠지는 눈길. 그 미세한 떨림. 만족스럽다 못해 경악스러운 참패. 아직도 당신의 나른한 기색에 잠겨있는 눈동자는 당신의 모습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손님으로 봐줘, 하는 당신의 항복 선언까지 끝나고 나서야, 페로사는 입을 열었다.
"그런 말 들어봤어? 들어봤을 거야. 모두들 하는 말이니까. 희망은 독이라고." 그녀의 손이 느릿하게 뻗어왔다. 여성의 손이라기엔, 바텐더의 손이라기엔 너무도 투박한 손이었으며, 너무도 흉측한 팔이었다. 손톱이라곤 꾸밈없이 깔끔하고 짧게 정리되어 있었으며, 죽죽 갈라진 근육들과 그것을 얽매듯 하는 핏줄들, 그리고 그 위를 꾸미고 있는 흉터들. "이 도시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야." 그러나 그 흉터투성이의 손이 한 것은 어울리지 않게도 다정한 동작이었다. 그녀의 손끝이, 당신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지, 하는 나직한 중얼거림이 그녀의 입에서 흘렀다. 창부라기에는 너무도 순수했으며, 천사라기에는 이 도시의 색채에 너무 잠겨있었다. 하얗다고 느껴질 정도로 푸르른, 스스로 빛나는 것이 아닌가마저 생각되는 눈동자를 페로사는 자신의 눈에 담았다.
"그런데 말야... 독도 적당히 쓰면 약이라는 말은 들어봤어?" 하며, 페로사는 냅킨 한 장을 꺼내 바 위에 깔고는 각설탕 하나를 얹어놓았다. 그리곤 병 몸뚱이보다 더 위아래폭이 넓은 라벨로 감싸여있는 조그만 비터스 병 하나를 꺼내서 각설탕 위에 톡톡 떨어뜨리고, 인장과 리본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갈색 병- 그랑 마니에르를 열어서 몇 방울 더 떨어뜨렸다. 색이 강한 리큐르를 빨아들인 각설탕은 빠르게 황금빛으로 물들어갔다. 그리고 잠깐 몸을 돌려서 냉동실을 열어, 그 안의 랙에 진열되어 있던 글라스 하나를 꺼냈다. 길다랗게 길러낸 여인의 손톱을 연상케 하는 모양의 플루트 샴페인 글라스였다. 그녀는 집게로 그것을 집었고, 서서히 성에가 끼기 시작한 샴페인 글라스 안에 딸그랑 하고 굴려넣었다.
그리고 그녀가 다음으로 꺼낸 것은, 그녀의 눈빛을 닮은 액체가 가득 들어있는 리큐르 병이었다. 그녀는 당신의 머리를 가다듬어 주었던 그 투박한 손으로 샴페인 글라스의 넥을 쥐고는 살며시 기울였다. 힙노틱이라고 쓰여져있는 병에 담긴 파르란 액체가 글라스의 벽면을 타고 서서히 굴러내리며 각설탕을 집어삼켰다. 얼마 붓지 않아 그것을 내려놓고, 다른 병을 꺼냈다. 비터스 병만한 크기의 병에 담겨있는 그것은 샴페인이었다. 능숙한 솜씨로 철사를 풀어 샴페인 마개를 따고, 그녀는 잔의 남은 부분을 모두 샴페인으로 채워올렸다.
잔이 가득찼을 때에는, 하얀색에 가까운 청록색의 맑은 칵테일이 그 잔에 담겨있었다. 잔의 바닥 가장 깊은 곳에서 금색의 각설탕이 샴페인의 기포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새 코스터를 깔고 당신에게 세 잔째를 제안했다.
"이렇게 살아가기에는 나한테는 희망이 너무 많아." 입에 머금어보면, 톡 쏘는 샴페인의 풍미에 덧붙여지는 달콤한 과일 풍미. 그러나 그것이 너무 달콤하지 않도록 옅으면서도 명료한 존재감으로 신맛을 거머쥐는 희미한 쓴맛과, 리큐르를 머금고 서서히 녹아내리는 설탕의 단맛이 섞여 올라온다.
"잔인한 말일지는 모르지만, 네가 좀 가져갈래?"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언가를 손에 가득 안고 자신에게 가져다줄 누군가가 아니었다.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받아갈, 빈 손을 필요로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악마에게 제시되는 인간의 계약.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에게 건네어지는, 인간의 유혹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언가를 손에 가득 안고 자신에게 가져다줄 누군가가 아니었다.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받아갈, 빈 손을 필요로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악마에게 제시되는 인간의 계약.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에게 건네어지는, 인간의 유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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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언가를 손에 가득 안고 자신에게 가져다줄 누군가가 아니었다.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받아갈, 빈 손을 필요로 하고 있을 뿐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채워줄 이가 아니라 자신을 비워줄 이를 바라는 것이었다. 창부도 성인도 아니요 사람을 바라는 것이었다. 악마에게 제시되는 인간의 계약.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에게 건네어지는, 인간의 유혹이었다.
처참하게 져버렸다. 희망이고 뭐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다. 가지고 싶지도 않은 것이라고 수도 없이 되새기고 쥘 기회도 걷어찼는데 무슨 희망 같은 소리를. 고개를 파묻고 어둠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빛을 보고 싶지 않았다. 눈이 부신 수준이 아니었다. 고작 상앗빛 조명이, 이 장소의 별거 아닌 빛이 망막을 파고들고 태우는 것 같았다.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단지 그랬다. 그래야만 부정 당하지 않고 삼켜지지 않을 것 같았다. 목을 쥐어짜 내 소리를 냈다.
"모를 리가 없지."
그리고 침묵한다. 느릿하게 머리를 향한 손은 투박하다. 굳은살과 흉터가 온전히 느껴졌다. 그런 것은 흉하거나 끔찍하지 않다. 진정 끔찍한 것은 와닿는 다정함과 온기였다. 녹아내릴 것 같다. 지금까지 굳혀온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질 것 같다. 파묻었던 고개를 느릿하게 움직인다. 파묻은 고개를 돌려 한쪽 눈만 드러내고 시선을 마주했다.
"..약이 될 리가 없잖아.. 삼키면.. 아무도 모르게 쌓여서 아무도 모르게 죽어버릴 거야."
자조적인 시선이었다. 희망이라곤 일절 갖지 아니하고 체념한 사람의 눈이다. 가시를 세웠으나 앙칼지지 않다. 페로사를 노려보는 대신 각설탕과 샴페인을 노려볼 뿐이다. 푸른 색으로 물들어도, 그 색이 옅어진다 해도. 한참을 노려보다 입술을 벌렸다.
"지금 나한테 희망을 전도하는 거야..?"
한쪽만 드러난 눈이 참 모나다. 지금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릴까 하듯 눈이 점차 가늘어지다 이내 감긴다. 잔인하다. 이 도시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사람이다. 차라리 고문을 시키는 게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고작 하루, 흥미를 충족시키는 관계. 그렇게 선 그어버리려 했는데 또 독점욕에 불을 붙이고 승부심을 불태운다. 쥐고 흔들 수 없는 사람임을 보여주듯 빛이 나서 밉다. 에만은 굳이 말하지 않고 미적미적 손을 뻗었다. 참 우습다. 본디 사탄이 회유하여 인간이 선악과 베어 물고 죄지었다 하였으나 인간이 건넨 선악과 천사가 베어 물어 낙원 한가운데로 떨어지게 생겼다. 참으로 간사하기 짝이 없다. 차라리 나를 냉혹한 자로 만들지 굳이 감정 살려두고 이런 기회를 주는 이유가 무언가. 늦어버린 나를 재간질 하는 이유가 뭘까.
"본디 굴속에 살던 짐승에게.. 굴 밖으로 나오라 하면 쉽게 나올까.. 평생을 그 속에 있어야 했으니 빛에 적응해야 할 텐데.. "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며, 술기운 올라 취기 가득한듯한 나른한 손짓으로 잔을 집어 든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잔을 흔들다 나긋하게 미소 지었다. 사랑스러운 발음이 혀를 타고 흘렀다.
"페로사, 내가.. 잠시 손님으로 있을 시간을 주길 바라.. 물론 거절은 아니야.. 그 안에 열심히 포교하면.. 혹시 모르잖아."
그리고 잔을 입에 가져다 댄다. 오늘 밤은 마시고 취하라는 듯.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단숨에. 희망스러운 맛을 단숨에 머금고 삼키며 잔을 내려놓는다. 지금껏 정 중앙에 놓던 잔이 흐트러졌다. 부스스 웃으며 손 뻗는다. 꼭 뺨을 쓸어주려고 하듯.
"나는 매일 밤이 외로우니까.. 응. 네가 말하는 희망이.. 다른 의미로 있을 지도 모르지."
자신에게 항의하듯이 모난 시선을 앙칼지게 세우는 당신을 바라보는 페로사의 푸르른 눈은 퍽 느긋해보였다. 그녀는 상반신을 기울이며, 거의 직각에 가깝게 그녀의 턱을 받치고 있던 팔의 팔꿈치를 앞으로 밀었다. 그녀의 흉곽이 바 위에 얹혔다. 아까 당신을 따라 바에 엎드리다시피 할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얼굴이 당신에게 약간 더 가까워졌다. 이게 좀더 편하다는 듯 그녀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전도..." 당신이 꺼낸 낯선 용어를 입안으로 되뇌어보며, 페로사는 나른하게 웃었다.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신에게서 버림받은 이 도시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신을 섬기기 시작했다. 알코올을 신으로 삼는 자들도 있었고, 그렇게 따지자면 그녀는 알코올의 사제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러니, 그녀와 당신, 단 둘이서만이 있는 이 고해소에서 그녀가 뇌까리는 그것들은, 교리에 어긋난 이단의 속삭임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온기를 느껴보는 게 그립진 않아?" 신이 버린 도시에서 용인받을 수 없는.
"그래, 급하게 나올 필요 없어..." 하던 그녀는, 한쪽에 밀어놓았던 데킬라 병을 거머쥐고는 자신의 비어있는 글라스에 다시 꼴꼴 채워넣는다. "말했잖아. 작은 모험일 뿐이니까.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넌 여전히 내 손님이야." 하고, 그녀는 다시 채운 잔을 집어들려고 했다. 그러나 느긋하게 뻗어오는 손이 그녀가 잔을 잠깐 내려놓게 했다. 뺨을 쓸어주는 조그맣고 하얀 손길에, 페로사는 아무런 저항 없이 뺨을 내맡겼다. 아니, 오히려 당신의 손을 만끽하기라도 하듯 손에 뺨을 파묻으면서 눈을 감는 것이다. 그녀의 뺨은 퍽 따뜻했다.
매일 밤이 외롭다, 고 말하는 당신의 말에 대구하듯이 눈을 감은 페로사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오늘 밤에 자려고 누우면, 네 손이 기억날 것 같아."
풀어지는 표정과 달리 모난 눈은 감겨 뜨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눈을 뜨고 당신이 나른하게 웃는 걸 마주했을 때, 시선을 굴려 피해버린다. 저 미소를 마주하니 방금 전까지 있던 생각들이 또 뒤엉킨다. 고작 첫 만남, 고작 흥밋거리, 고작 완벽해질 매개체.. 그렇게 계속 수십수백을 되새기는데도 또 깨져버린다.
"…그립지 않아. 페로사, 당신이 뭘 안다고.."
온기. 기어이 당신이 역린을 건드렸다. 엎드린 몸이, 시선이 파르르 떨렸다. 온기를 느끼는 건 그립지 않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렇게 몇 년을 버텼는데! 감히 용인 받지 못할 발언이다. 에만은 아직도 따스한 온기를 기억하며 밤잠을 설친다. 어머니가 머리를 쓸어주던 손길을, 아버지의 품을. 매달려 안기며 구경하던 것을, 잡았던 손을, 안온하며 이 도시의 어떤 풍파도 막아세우고 우뚝 설 것 같던 그 온전하던 하나의 보호막을. "..그래도 모르는 게 낫지. 응.. 가르쳐 봐.. 전도하고.. 포교해줘.." 그럼에도 어조는 나긋했다. 사랑스럽고 달았다. 술기운 탓이다.
"나는 아직 어두운 그림자 속이 좋아.. 거긴 너무 밝아서 눈이 아파."
뺨을 쓸었다. 손에 파묻히는 뺨을 부드럽게 쓸어주다 쏟아지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다. 귀 뒤에 머리카락을 곱게 꽂아주고 엄지로 뺨과 입술 가장자리를 느릿하게 문지른다. 따뜻한 온기가 거슬렸다. 그렇기 때문인지 몸을 느릿하게 기울였다. 뺨을 쓸던 손이 머리카락을 향한다. 뒤통수를 쓸어내듯 느릿하게 손가락을 뻗는다. 눈을 감고 중얼거리는 페로사의 귓가까지 허리를 뻗어 보이고 속삭였다.
"있지, 손도 기억하지만 날 온전히 기억해 줘. 그러면 나는.. 정말 기쁠 거야.. 이 세상에서 날 기억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거든."
허리를 곧게 세운다. 그리고 뺨부터 머리카락을 나른하게 꼬아보듯 쓸어주던 손길도, 이젠 역순으로 머리카락에서 뺨을 다시금 쓸어주더니 떨어졌다. 에만은 자세를 다소곳이 한다. 술기운 탓이다, 모두 술기운 탓이다. 어서 도망치고 꼬리를 숨겨야겠다.
응앟. 매번 좋지만 익숙해지진 않아.. (쪽) 생각해보면, 추운 날에 꽁꽁 언 손은 그냥 미지근한 물에만 담궈도 따갑지. 이렇게 녹진하게 달아져도 좋고 무언가 크게 잘못돼서 사랑은 사랑인데 와장창 비뚤어져도 좋겠다.. (미친자) 물론 두 사람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가보자고
비? 바빌론 시티의 기후는 아열대성이라 스콜이 많이 오거든요... (여기서 이렇게 틀어버리는) 아 이게 아니고 (페로사: 그래,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이런 사랑뿐이라고 한다면... 오, 나를 네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철컥) 너도 내 것이 돼야지.) (이건 뭔가 더 아닌데에에)
당신이 파르르 경련하는 것이 보였다. 오랫동안을 겨울바람을 맞으며 걸어온 이의 얼어붙어 곱은 손이다. 보통의 손끝에는 오히려 시원하게까지 느껴질 미온수라고 해도, 그렇게 얼어붙은 손 끝에는 끓는 물에 담근 것이나 진배없이 저릿저릿하게 뜨거울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한 잔, 두 잔씩 마신 술기운 덕분에 평소보다 피가 더 빨리 돌아, 버럭 화낼 정도로까지 아리게 느껴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림자 속이라도 괜찮아. 그림자라면 나도 많이 헤매어봤으니까." 그러니 네가 다가오기 싫다면 내가 다가가면 돼, 하는 나직한 속삭임에 가까운 뒷말까지 당신에게 닿았을까. 그녀가 무엇을 바라는지는 그녀가 충분히 말해주었지만... 그녀는 어째서 하고 많은 이들 중에서 당신에게 그것을 바라게 된 걸까. 그녀는 당신에게서 무엇을 본 걸까.
거기까지는 그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아직 따뜻함이 익숙하지 않은 당신의 손길을 위해, 당신이 서툴게 내미는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만끽하듯이 마치 손길을 탄 맹수마냥 눈을 가늘게 뜨고는 손길에 얼굴을 꾹 들이밀 뿐이다. 적어도 그녀의 뺨은 손보다 훨씬 보드라웠다. 손가락 사이로 감기는 나슬나슬한 금발의 감촉은 썩 나쁘지 않았다. 당신의 손끝에 시트러스 냄새가 옅게 묻었다. 당신이 몸을 기울이자 그녀도 몸을 조금 더 기울였다. 그러다 귓가에 와닿는 당신의 속삭임.
당신의 속삭임이 끝나는 그 때, 페로사는 당신의 귀 옆에 조그만 입맞춤을 남겼다. 따뜻하고 말랑한 감촉이 인을 찍듯이 꾹 하고, 달콤한 술 향기를 남기고 떨어져간다. "네가 나를 기억한다면, 나도 그렇게 해줄 수 있어." 하는 속삭임이 그 뒤를 따른다.
취해서 나른해졌던 자세를 가누는 당신의 모습이 페로사에게도 명확한 메시지가 되었던 듯하다. 그녀는 앞으로 기울였던 상반신을 다시 의자 등받이로 당기며, 가늘게 떴던 눈을 바로 뜨고는 다시 당신을 시선에 담았다. "이제 가게?" 아직 많이 남은 데킬라 잔을 옆으로 밀어두며 그녀가 당신에게 질문해온다. "혼자서 갈 수 있겠어?"
전부 술기운 탓이라 믿었다. 화내지 않는 이유도, 소맷단 선득한 칼날을 꺼내지 않는 이유도, 맹수 송곳니 드러내 물어뜯지 않는 이유도. 온정에 넘어간 것이 아니라 믿었다. 지금껏 온정 준 사람 죄 목을 뜯었다. 자신에게 감히 온정을 알려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 쓸모없는 것을 알려주려 했으니 당연한 대가였다. 이 여인이 온정을 줬다면 똑같이 했을 테니, 적어도 이 가누기 어렵게 올라오는 술기운에 진 것을 온정이 아닌 다른 것 때문이라 착각하고야 만다.
에만은 그렇게, 술기운으로 살 에이는 고통을 참아낸다. 그리고 의문을 품는다. 그림자 속으로 다가올 필요는 없는데 왜 찾아오려 하는 걸까? 기다리는 인내는 싫은 걸까? 그러면 왜? 굳이 자신이라는 존재에게, 어째서일까? 설마, 고작 입맞춤 한 번으로? 저격수 하나 때문에? 그러면 참 무른 사람일 것이다. 무르고 낯선 사람. 완벽하게 만들어줄 것 같으면서도 불완전한 사람. 참 이상한 사람.
에만은 그런 페로사의 뺨을 더듬어본다. 불완전하고 서툰 손길을 만끽하듯 얼굴을 꾹 들이미는 것이 사람보다는 다른 무언가와 같다. 가늘게 뜬 파란 눈길에 시선을 뺏긴다. 쓸리는 모발의 감촉은 보드랍고도 묵직하다. 잔향을 남기는 머리카락을 가만히 헤집어보다 자신을 따라 몸을 기울이는 모습이 짐승과 유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잊지 말라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짐승과의 시간은 짧기 때문에, 잊어버리면 그걸로 끝이 나버린다. 밤마다 외로운 아이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 잊힌 사람이 되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따뜻하고 말랑한 감촉이 귀 옆에 닿는다. 기억할 수 있을까? 에만은 그저 눈을 감고 몸을 뒤로 물릴 뿐이었다.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옅게나마 했다. 이 변덕이 자신을 오락가락하게 만드나, 그것만은 잊지 않았으면. 이마저도 아무렴 술기운 탓이다.
눈망울은 흐려 초점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뺨은 복숭앗빛 발그레하니 새하얀 피부에 잘 맞는다. 발간 입술 누군가와 입맞춤 나눴기 때문도 있겠지만 술로 인한 미약한 열감 때문에 그렇다. 상냥한 목소리에 느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응." 이제 도망쳐버릴 시간이다. 혼자서 갈 수 있냐 묻는다면, 에만은 잠시 고민하듯 고개를 천천히 모로 기울인다. 과연 혼자 갈 수 있을까? 어차피 혼자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도시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가는데 벌써부터 들키고 싶지 않다. 아무리 술기운 올라온다 한들 에만의 직감은 신중했다.
그 누구도 완벽하거나 완전하지 않다. 누구나 결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드러내고, 누군가는 감춘다. 일부만 드러내고 일부는 감추기도 한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자신이 감추어놓고 있던 결함 중 일부를 당신에게 드러내보였다. 결과적으로 당신은 오늘 그저 흥미가 가는 바텐더를 찾아와 술 몇 잔을 마시려고 했다가 술 몇 잔보다 약간 더 많은 것을 마시게 됐다. 자신을 잊지 말라는 듯, 아까의 잠깐 동안 출처 모를 열기였던 그것은 온기가 되어 당신의 귀밑머리 옆에 남는다. 출처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도착점은 당신의 살갖 위였다.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고 잊혀질 얼굴 없는 소년의 얼굴을, 이름을 버리고 도망친 바텐더는 기억해주겠다고 맹세했다. 그 기억이 지켜질 수 있을까. 당신은 그녀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을까.
주제넘은 온기... 그 주제넘은 온기는,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려는 당신마저 쉬이 놓아주지 않았다. "중간지점까지는 데려다줄 수 있어." 사실 합리적인 이야기이긴 하다. 이 도시는 야수들이 사는 도시였으되, 모든 야수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그녀만큼 당신에게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그녀는 어두운 굴로 되돌아가려는 당신을 바래다주려 했다. 굴 입구까지 바래다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그 굴이 있는 어두운 그늘숲 입구까지만이라도... 그녀는 당신의 신중함과 자신의 걱정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다만, 그녀는 뒤에 예의 그 장난스런 웃음을 씨익 웃으며 덧붙였다. "손님 데려다주는 만큼 내 근무시간이 빠지니까 말야. 나는 농땡이부리면서 바깥공기 쐬고, 너는 교통비 아끼고, 좋지 않겠어." 이제 와서 참 뒤늦기 짝이 없는 행동이지만, 그녀의 배려심을 이기주의의 가면으로 슬쩍 덮는 것이다. 수락하건 거절하건 당신의 자유다.
나도 마찬가지야. 에만주가 무리할 때마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아파. 자신이 무리하는 건 자신이 감당 가능한 선에서 무리하는 거니까, 상대가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는 거지. 그래도 결과적으로 이렇게라도 같이 있을 수 있게 돼서 나도 행복해. 그러니까 얼른 씻구 양치하구 자! (안은 채로 지퍼 반쯤 잠가버림)
이 도시 사람들은 누구나 결함이 있다. 감추어 완벽한 양 행세하거나, 드러내어 자신을 수긍하거나, 그 중도에 서있거나. 에만은 페로사를 가만히 바라본다. 저 여인은 숨기고 있던 부류다. 그리고 자신은 감추던 결함을 엿보았다. 고작 술 몇 잔 치고는 값비싼 것을 알게 됐다. 마치 박물관 속 유물을 마주한 도둑과도 같은 입장이다. 값비싼 것인 만큼 유혹을 이기지 못해 손을 대려 했고, 이젠 그만큼의 대가를 치르게 생겼다. 가령 지금처럼. 얼굴 가죽에 닿았던 온기는 짧았는데도 멍한 눈빛으로 한참을 고민하게 만들지 않은가. 그래서 도망치려 했더니 이젠 또 그놈의 온기로 붙잡으려 한다.
"..중간지점?"
이 도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닌 살고 있는 사람이기에 제법 합리적인 제안이다. 취한 모습을 보고 입맛을 다시며 아가리를 벌릴 짐승 놈들이 판치는 곳이니 이런 제안이 오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도시에서 암묵적인 우호관계에 있다면 흔한 일이고, 당연한 일인데도 낯설기 그지없는 제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만 여인의 것은 좀 다른 것 같다. 암묵적인 거래와도 같은 행동이 아니라 배려였기 때문이다. 둘러댄다 한들, 이미 그 속내의 배려를 취한 상태로도 꿰뚫은지 오래다. 하지만 에만은 비웃거나 거절하지 않았다. 무언가 생각하듯 가만히 여인을 쳐다보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마음대로 해."
이 영악하고 작은 여우에겐 저만치나 작은 생각이 있다. 이 도시에서 지하로 통하는 길은 알게 모르게 많고, 앨리스의 신분으로 살고 있는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중간 지점에서 헤어지면 의심도 사지 않을 것이다. 아니다, 지하에서 해야 할 일이 있지만 그냥 오늘은 앨리스의 집에서 쉬어버리자. 자신이 하루 없다고 깨질 균형이면 전부 물갈이하는 것이 맞을 테니. 에만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품 넓은 후드 집업의 후드를 뒤집어쓰고, 금이 간 가면도 쓴다. 들어갈 때는 앨리스의 모습이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아니아니 너무 높이 가진 말구 (붙듬) 비윸ㅋㅋㅋㅋㅋㅋㅋ 애석하게도(?) 이탈리아식 토마토 수프 레시피를 찾아본 결과 당근이 들어가는 레시피는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0 페로사는 갈아서 넣지까진 않고 당당하게 넣을것.. 카레같은덴 좀 넣어도되잖아(?) 그런데 배신당한 표정도 보고싶은 나는 못된사람..
페로사: 싫지 않아. 좋아해, 이렇게 안고 있는 거. 페로사: 왜. 내가 뭐 당근을 잘게 갈아넣거나 할까 봐 그러니? (킥킥)
당신이 우연히 찾아낸, 그녀가 내어보여준 결함.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잠깐 손대는 데만 해도 오늘 밤을 흔들리며 치렀다. 더 가지려면 대가를 더 치르게 될 것이다. 당신의 결정이다. 그녀의 당연하다면 당연한 제안을 그렇게 복잡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은, 어쩌면 당신이 술 몇 잔을 대가로 엿볼 수 있었던 그녀의 그 깨어진 돌 사이로 보이는 보석 결정과도 같은 결함 때문이었을까.
당신의 심경이 그렇게 복잡한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그렇게 하자. 어디까지 데려다주면 돼?" 하는 말을 하며, 자기가 앉아있던 의자를 소리없이 뒤로 밀고는 빈 잔들을 정리해 싱크대에 모아둘 뿐이다. 그리고 바 밑에서 얇은 바람막이같은 외투를 쑥 꺼내들어 옆구리에 꼈다.
"일단 걸어서 갈 만한 거리는 아닐 테고." 그녀의 말대로다. 클래식 바 엘리시온이 위치하고 있는 화이트 나이트 호텔은 뉴 고모라 한가운데 있다. 뉴 고모라는 에스플레네이드와 바빌론 다운타운, 바빌론 쇼어라인에 모두 인접해 있었지만 어찌됐건 뉴 고모라 한가운데에서 다른 구역으로까지 걸어서 이동하려면 한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페로사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가면을 눌러쓰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가리고 숨겨도 균형이 묘하게 흐트러진 몸이며 가릴 수 없는 술냄새가 자신이 지금 노리기 쉬운 먹잇감이라는 것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런 당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무슨 빛을 띄고 있었을까. 그녀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난 어디가 네 집이고 어디가 중간지점인지 모르니까, 네가 데려다달라는 데까지 데려다줄 생각이야." 그녀는 다시 시선을 들었다.
"호텔 현관까지 먼저 나가 있을래? 오래 기다리게 하진 않을게." 그녀는 와투를 팔에 푹 꿴다. 아까의 나른한 분위기는 어디 갔는지, 데킬라 한 잔하고도 반을 마시고도 아주 멀쩡한 모양새다.
아직 머리가 덜 풀려서 그런가 답레가 느린걸.. (얼감) 눈 피하면서 안으려 들면 페로사가 눈 마주치라고 윽박지른다... 그래서 이제 에만이 조마조마해서 고개를 들고 눈 마주치면 키스부터 진하게 갈기는 페로사.. 그리고 나서 네가 누구 건지 잊지 말라고 으르렁대고 안아주겠지.. 털털한 바텐더 어디가고 집착녀만 남았다이 (빗질 삭삭삭)
페로사: (북실북실해진 머리 다시 손으로 가다듬어줌) 페로사: 야채육수를 낼 때는 당근도 넣지만. (킥킥)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어, 야채육수에 당근이 빠지면 맛에 균형이 안 잡히는걸.
에만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뜨인다. 흥미만 없었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 흥미가 집착이 되려고 이제 막 선을 넘으려 드는 것을 모르는 상태로, 그저 결함을 본 흥미랍시고 퉁쳤다. 그리고 고민하다 느릿하게 답했다. 어디까지 데려다주면 될까.. 아.
"글쎄.. 오늘은.. 다운타운 쪽으로 갈래."
의미심장한 말이다. 오늘은 다운타운, 그렇다면 내일은 어디로 갈까? 이 작은 아이에게 있어 진실한 안식처는 어디일까. 혹시 모른다. 이곳의 가장 깊숙한 곳 근처에 있는 유곽일지도. 에만은 발을 디디며 균형을 잡았다. 술기운이 열감과 함께 느긋하게 올라왔기 때문에 균형 잡는 일이 제법 어려웠다. 한 걸음을 내디디면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할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의 균형감각이 본인의 기준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정도였다. 에만이 고개를 똑바로 가누며 페로사를 가만히 쳐다본다. 데려달라는 곳. 어떤 눈빛인지 가면 너머로 확인해보듯 고개를 슬쩍 올려본다.
"여기서.. 중간이면.. 미드나잇 파크 앞까지만 데려다주면 돼."
미드나잇 파크. 낮에는 거주자와 더불어 관광객에게도 좋은 산책 공간이지만, 밤만 되면 치안도 별로인데다 향락을 채 못 뿌리쳐 남녀 불문하고 달라붙기에 조금만 깊숙하게 들어가도 미관상 좋은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절대 아니었다. 그렇지만 뉴 고모라에서 다운타운의 정확한 중간 지점이니 제법 머리를 굴렸다고 볼 수 있겠다. 에만은 느릿하게 시선을 마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 현관까지 먼저 나가있으라고 하면 오히려 환영이지. 에만은 천천히 걸어 나선다.
"기다리고 있을게.. 페로사."
당신의 이름을 불러준 에만이 문을 열어 몸을 내뺄 때, 이질적인 공기가 개인실의 나른한 열감을 단숨에 식게 만들었다. 한기였다. 더불어 포근한 단 향이 났다. 이미 한기와 향의 주인공은 나가버렸으니 페로사에게 보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에만은, 아니, 앨리스는 천천히 호텔 엘리베이터를 향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핸드폰은 투명 케이스였지만, 관리를 잘 했는지 때 하나 타지 않았다. 다만 깨진 액정 사이로 피가 스민 화면을 잠깐 몇 번 엄지로 두들겼다.
누가 누굴 조진다고. 앨리스는 이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며 주머니에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었다. 녹색 눈을 가만히 내리깔고 호텔 로비까지 나서서, 건물 밖까지 나서버린다. 그리고 다시금 한기가 치몰았다. 그리고 얌전히, 제법 얌전히. 의미라고는 단 하나도 없을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며 여인을 기다렸다.
1. 『이게 우리에게 내려진 벌이야』 "..너도, 나도.. 이 도시 사람이니 당연한 일이지.." "두 눈 뜨고 잘 봐.. 이게 우리의 삶일 수밖에 없어. 이 도시.. 아니, 우리 둘에게 어울리는 삶이라고.."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죄를 지은 벌을 받는 거야.. 행복한 벌이지. 하지만 두려우니 나와 같이 있어.."
2. 『가지마』 "어딜 가." "..나, 나는.. 여기가 무서워.. 그러니까.. 같이 있어줘.. 네가 같이 있어준다면.. 이 어두운 길이 더는 무섭지 않을 거야.. 아침이 오는 순간이 아프지 않을 거야.. 그러니 날 떠나지 말아줘.."
"위험해.. 가면 안돼.. 제발.."
3. 『빨리 해』 "너, 손이 느리네.." "..그 손목에 칼이 들어와도.. 느릴까..?" "정말이지.. 애태우지 말고.. 응? 이 정도면 됐잖아.." "나는 참을성이 없는 걸.. 안아줘.. 나는 매일 밤이 외로워.."
블루종을 입고 있던 페로사의 눈썹 한쪽이 실룩했다. 잠깐, 페로사의 시선이 당신에게 멎었다. ...무언가를 살피거나 추궁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내 눈을 뗐다. 그녀 역시도 화이트 나이트 호텔의 직원 전용 객실을 제외하더라도 두 군데의 안전가옥을 확보해두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이라고 기분 따라 거처를 정하는 당신의 모습이, 왜인지 모르게 자신의 집을 정하지 못하고 집들 사이에서 기분을 나침반삼아 헤메이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익숙해보여서, 페로사는 당신이 고개를 들어올리기 전에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아직 눈빛을 읽히고 싶지 않았다. 당신에게로 이끌리고 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미련부리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공연히 당신에게 이상하게 여겨지거나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자신은 바텐더고, 당신은 손님이다. 아까는 그 단어의 정의가 조금 흔들렸지만, 이제 당신은 이 자리에서 일어서야 하고, 자신은 당신에게 있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나온 친절을 빌미로 농땡이를 피우고 싶어하는 바텐더. 그뿐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조금 사무적인 태도를 취하려 했다... 그러나 당신에게 그녀의 옆모습은 조금 우울해 보이기만 했을 뿐일 것이다.
"...거기로 괜찮겠어?" 낮에는 관광객들의 산책로이지만, 밤에는 향락에 찌든 젊은이들의 주체할 수 없는 열기가 오가는 장소라는 것을 잘 알기에 페로사는 한번 되물어보았지만, 그래도 결국 페로사는 당신이 요구한 데까지 당신을 데려다줄 것이다. 당신이 어떤 대답을 하건 그녀는 자신의 셔츠에 팔을 꿰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미드나잇 파크까지 가지 않아도 이 도시는 충분히 문제아 투성이였다. 로비 밖으로 나온 지 일 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향락에 취해 뉴 고모라의 불야성을 헤매이며 와글와글 꺅꺅거리는 인파가 잔뜩 몰려다닌다. 그리고 그 정도의 경우의 수라면, 최소한 한 케이스는- 오, 이런. 술에 잔뜩 취한 젊은 남자 하나가 당신에게 음흉한 눈빛을 보내나 싶더니, 얼굴에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걸음걸이를 가누고는 당신에게 다가온다. 후드티 뒤집어쓰고 가면으로 얼굴 가린 얄쌍한 체격이 취향이기라도 한 건가, 그는 진부한 작업멘트를 늘어놓으며 지금부터 2차를 갈 생각인데 혼자 있지 말고 동석하는 게 어떠냐고 야단스레 당신에게 제안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갑자기 웬 블루종을 걸치고 헬멧을 쓴 거한이 당신의 시야 오른편에서 끼어들더니,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당신의 손을 잡고는 "가자." 하고 익숙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며 이끌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당신에게 수작질을 걸던 남자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든 거한에게 이건 또 뭐야? 하고 소리를 치며,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흔히 하듯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양팔을 반쯤 들어올리며 손바닥을 위로 올리는 제스쳐를 취해보이며 따지고 들었다. 거한이 쓰고 있는 헬멧이 그 남자를 향해 돌아갔을 때 남자는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로 헬멧의 바이저 너머를 노려보았으나, 바이저 너머를 바라보던 그의 표정이 멍해지더니... 겁에 질렸다.
그, 미안합니다. 하고 사과를 건네는 남자를 바라보던 거한은, 가라는 듯이 작게 턱짓을 해 보였다. 남자는 한번 손을 들어보이고는 뒤로 돌아서 걸음을 빨리 하다가, 급히 뛰어 그의 패거리가 있을 곳으로 도망쳤다. 그 거한은- 아니 그 여인은 그제서야 바이저를 올리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꼭 끼는 오토바이 헬멧 아래 짓눌린 금발 사이로 보이는 푸르른 눈동자는 오늘 당신이 마주했던 그 색깔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오래 기다렸어?" 하면서, 페로사는 당신의 손을 잡은 채로 당신을 가볍게 이끌었다. 그녀가 향하는 곳에는 시커먼 바버 오토바이 한 대가 주차된 채로 헤드라이트를 밝히고 서 있었다. 오토바이 핸들에는 헬멧이 하나 더 걸려 있었다.
그녀를 따라 오토바이 옆으로 가면, 그녀는 오토바이 핸들에 걸려있던 헬멧을 집어들어 당신의 머리에 씌워줄 것이다. "바에 예비 헬멧이 마련돼 있어서 다행이지."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그녀의 팔이 당신의 어깨와 다리를 감아안는 것 같더니- 순식간에 몸의 무게중심이 휙 바뀌며, 당신은 뭐라 할 틈도 없이 그녀의 품으로 공주님이라도 된 마냥 끌려올라갔다. 그녀는 당신을 안아들고서는 당신을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혀주려 했다. 당신이 오토바이 뒷좌석에 별 문제없이 앉았다면, 그녀 역시도 바로 오토바이 앞좌석에 올라타고는 당신을 돌아다보며 말할 것이다. "내 허리 꽉 잡아."
1. 『구해줘』 "아아... 젠장." (웃음) "이렇게 꼴사나운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이봐... 나 좀 도와줘."
"..." (페로사는 길게 담배연기를 뱉고는, 반쯤 비어버린 잔과 당신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눈을 내리깔아버린다.) "...그래, 우린 다 어딘가 조금씩 잘못돼있지만... 오늘따라 나 조금 많이 바보같네." (페로사는 한참을 눈을 내리깔고 있다가, 당신에게로 시선을 든다.) "...날 떠나지 마." (잠깐 눈을 깜빡이다가) "아니, 못 들은 걸로 해." (그녀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탁 던져버리고는 반쯤 비어있던 술잔을 송두리째 마셔버렸다.)
2. 『준비는 끝났어?』 "여기까지가 우리의 계획이야. 잘 이해했지?"
"그래. 이제 출발하면 돼?"
3. 『두려워』 "이러고 있는다고 상황이 나아지진 않을 텐데." (그녀는 초조하게 머리를 거의 헤집어놓다시피 벅벅 긁는다.)
도시에서 잊힌 사람에게 주어질 진정한 안식처는 없다. 앨리스는 제대로 된 곳이 주어졌다지만 에만은 하루하루 만들어갈 뿐이다. 어느 날은 앨리스의 집, 어느 날은 유곽 한구석, 어느 날은 죽은 사람의 집을 차지했고, 어느 날은 투숙객을 흉내 냈다. 평소엔 앨리스가 자신의 거처에 불청객이 있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다운타운으로 가지 않았지만, 오늘은 다운타운에서 쉴 것이다. 다만, 아침이 되어 눈을 뜨면 에만 대신 앨리스가 학교에 가야 한다며 머리를 부여잡고 앓을 것이다. 그건 에만이 아니다. 앨리스의 삶이다. 오늘 하루 정처 없이 기분대로 살면, 내일은 다른 삶을 살아야만 한다. 그것이 내심 두려웠던 것일까.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본능적인 거부감 때문인지 에만은 자신이 가겠다 뱉어놓고 다운타운에 가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괜히 여인을 쳐다본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시선을 돌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시선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저 여인이 무얼 알겠는지 자조적인 미소를 가면 속으로 지어 보였다. 우울한 것 같은 모습은 술기운 탓이라 제멋대로 단정 지었다. 당신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리는 없을 것 같았으니까.
"괜찮아. 귀찮은 사람이 없을 지름길을 알거든.."
법적 보호자를 부를 생각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법적 보호자가 있다 한들 보호받을 나이는 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보호자가 와줄지도 의문이고. 에만은 잠시 페로사를 쳐다보다 "걱정 말아." 하고 작게 속삭이고는 나가버렸다. 기다리고 있을게, 라는 말을 남기고. 그렇게 호텔 밑으로 내려가면 시간 여행은 끝이 나고 향락에 취한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어쩌면 구더기 떼일지도 모르겠다는 실없고 우스운 생각이 든다. 저 모든 사람들이, 이 도시가. 무덤이다. 구더기가 끓는 무덤이다!* 구더기와 같은 인파를 뒤로하고 핸드폰 화면만 보고 있을 때였다. 술에 잔뜩 취한 사람이 다가오자 에만은 가면 너머로 흘긋 쳐다본다. 유쾌한 미소를 짓고 있어도, 이 눈치 빠른 여우는 그 이전의 음흉한 눈빛도, 술에 찌든 모습도 전부 본 참이었다. 진부한 작업 멘트에 에만은 툭 던졌다.
"저런.. 난 더 마실 생각이 없는지라.. 다른 곳 가서 알아 보는 건 어때.."
그러지 말고, 로 시작되는 일장연설에 에만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 도시 사람인가? 관광객? 어느 쪽이든 질리지도 않나? 이런 몸이 취향인 것인가. 어쩌면 이렇게 생겼으니 만만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루 잠들고 사라질 사이로 보였다면 더 오산일 텐데. 남성을 쳐다보지도 않고 핸드폰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스와이프 하며 켜놓은 sns에 집중했다. 할애할 시간도 없다는 듯 그렇게 무시했을 때였다. 남성이 손을 뻗고 움직였다. 핸드폰 화면을 슬쩍 가리며 자신에게 집중해달라는 진부한 작업 멘트를 걸던 참이었다. 에만은 고개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술도 들어갔으니 주변 눈치도 볼 필요도 없으며, 실행에 옮기는 건 쉬운 편이다. 손목 한 번만 털면 되는 일이었다.
"…운이 좋네.."
작게 속삭인 소리가 자신을 뜻하는 것 같다. 오늘 내가 운이 좋네. 였을 것이지만 실상은 이걸 사는구나.. 였다. 에만은 자신의 손을 잡는 거대한 손을 바라보고, 남성을 한 번 쳐다본다. 고작 두 번 들어본 익숙한 목소리가 이리도 안심되는 적이 있었나. 따지려 들다 기라도 제압 당했는지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는 남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에만은 천천히 맞잡은 손이 있을 페로사의 팔을 끌어안듯이 하며 고개를 기댔다. 저 기선제압에 한술 더 뜨는 것이었다. 작은 소동이 일단락되고, 에만은 느릿하게 고개를 올려 여인을 마주했다. 오늘 본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눈동자인데 이 푸른색에 압도되기라도 한 걸까.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하고 또 실없는 생각을 한다. 에만이 눈을 나직이 내리 깐다. "…별로.. 그렇게 오래는 안 기다렸어." 그리고 천천히 끌어안았던 팔에서 몸을 뗀다. 손을 잡는 모양새로 페로사에게 이끌렸다. 살면서 별로 써본 적 없는 헬멧을 쓰고, 타본 적 없는 오토바이에 타야 했다.
"아……?"
에만의 눈이 둥글게 뜨인다. 다리에 있어야 할 중력이 반쯤 꺾인다. 무게중심이 바뀌고 품에 끌려 올라갔다. 에만은 "저기, 잠깐.." 하고 겨우 말을 꺼내다, 뒷좌석에 앉게 되자 눈을 멍하니 몇 번 깜빡였을 뿐이다. 가면 너머의 침묵을 보아하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술기운에 느릿하게 생각하던 것이 틀림없다. 앞 좌석에 올라타며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에, 에만은 가면 속 입술을 오물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몸집으로 커다란 사자를 끌어안듯 팔을 뻗어 여인의 허리를 안았다. 에만 자신은 모르겠지만 제법 사랑스러운 태도다.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는 건 고사하고, 작은 손으로 다른 손가락 끝을 잡으며 꼼질거리는 모습이나 발목을 한 번 까딱이며 긴장하는 모습 같은 것 말이다.
나도 에만 본명을 지을 때 크롬 탭이 한가득이었어..😂 이름 후보도 엄청 많았고.🙄 내가 이거 말했나..? 에만 본명 후보중에 미카엘 말고도 앨리스와 힐데가르트, 올리버, 아인이 있었어.. 로즈밀의 별명이 불의 마녀니 그 계보를 이어야 해서 불을 관장하는 천사의 이름으로 해버리자! 하고 정했지만 사실 그 이전엔 앨리스(도시가 이상해서 앨리스라 지어도 될 것 같았어)와 아인(세피로트로 가면 공허를 뜻하거든.)이 제일 유력한 후보였고..🤔
에만: 필요없다고 말해도.. 이미 다 가지고 있으면서.(눈웃음 치더니 다시금 쪽) 에만: 날 가졌으면 모두 가진 거야.. 응.. 에만: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날 원해줘. 계속.(살짝 다리 뻗어 올려서 허리 감싸안음)
그가 그 바이저 속에서 무엇을 봤는지 당신은 알지 못한다. 알 필요도 이유도 없고, 그걸 알게 되는 게 당신에게 그렇게 유쾌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녀가 당신을 바라볼 때면 그런 눈빛을 띄우지도 않을 테고... 그녀가 당신에게 그런 눈빛을 할 일을 만들고 싶지도 않지 않은가. 당신의 호기심은 그녀를 멀리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가까이에서 바라보길 바라고 있으니. 페로사는 자신의 팔을 끌어안은 에만을 바라보다가, 에만이 팔을 떼자 자신의 팔을 힐끔 내려다본다. 당신이 오토바이에 태워지기까지 일어난 일은 그뿐이었다.
헬멧이 잘 씌워졌는지 매만져보던 페로사는, 당신이 채 자신의 몸통을 다 못 부여잡고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것을 발견했다. 당신이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아방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바이저가 덮이지 않은 페로사의 눈가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스쳤다. 그러다 페로사는 자신의 눈가에 웃음이 걸린 것을 깨닫고는 자신의 헬멧 바이저를 툭 내려 닫아버렸다. 그 바람에 당신에게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먹먹해졌다. "허리를 다 못 잡겠으면, 벨트를 잡아." 하고 그녀는 블루좀 허리자락을 조금 들어올려준다. 바지에 매어져있는 두꺼운 벨트가 보인다. 그녀의 체형 자체는 퍽 날렵한 편이었지만, 체격 자체가 크게 차이나는 탓에 꼭 안는 것으로 쉽게 알 수 있는 근육질의 허리통은 당신의 크지 않은 체격으로 한번에 껴안기 조금 버거운 것이었다.
당신이 벨트나 허리 어느 쪽을 최대한 붙든 것을 확인하고, 페로사는 올렸던 옷자락을 내렸다. 옷자락이 당신의 팔을 부드럽게 덮는다. 꼭 끌어안고 있는 그녀의 탄탄한 몸이 따뜻하다. 밀도 높은 근육질의 몸이라 좀 울퉁불퉁할 줄 알았는데, 그녀의 등에 기대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그녀의 체형이 당신의 형상에 꼭 맞는 것 같다는 기분도 든다.
문득, 도로 저편의 어느 상점가에서 시끄럽게 틀어놓고 있는 노래가 당신의 귀에 들어온다.
Baby, let's drive into the night Just get up and go, leave our worlds behind It's so easy if you just say that you might Just get up and go, leave it all behind
노래를 배경으로, 페로사는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하고 시끄럽게 우는 통상적인 오토바이 엔진 소리와는 달리, 엔진이나 머플러에 무슨 짓을 하기라도 했는지 우우웅 하는 나직한 소리만이 난다. 이 시끄러운 번화가 속에서는 오토바이에 타고 있는 게 아니라면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나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위이잉 하는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뉴 고모라 번화가의 야경이 뒤로 주욱 밀려나기 시작했다. 마치 유령이 되어 밤거리를 내달리는 것 같았다. 네온사인, 향락에 취한 사람들, 거리의 소음, 음악, 화려한 불빛... 그 모든 것들이 흐릿한 선처럼 스쳐지나가며 밤의 터널을 이루었다. 나머지는 화려한 장식일 뿐, 이 순간에는 오토바이에 함께 탄 당신과 그녀만이 있는 것 같았다.
-뉴 고모라의 번화가를 빠져나와, 고가도로와 터널을 지나 다운타운과 에스플레네이드, 뉴 고모라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미드나잇 파크까지 도착하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단정하고 유쾌한 열대 신사 같은 에스플레네이드의 풍경이 옆에, 광란에 젖은 파티걸 같은 뉴 고모라의 야경이 뒤에- 밤이 내려앉은 숲임에도 음울하지 않고 각양각색의 공연과 향락이 묻어 아직까지도 빛나고 있는 공원의 풍경 너머로 조용한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는 다운타운의 풍경이 내다보이는 미드나잇 파크에 도착하기까진 약 20여 분이 더 걸린 것 같다. 다행히 그동안 그들을 멈춰세우고 총을 겨누거나 돈을 구걸하는 성가신 사건은 없었다.
"다 왔어, 손님."
하고 페로사는 공원의 한 변두리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스탠드를 발로 툭 찼다. 그녀는 미드나잇 파크의 풍경을 한 번 둘러보았다.
페로사의 아버지인 에두아르도 몬테까를로는 실제로 코사 노스트라의 조직원으로 베르셰바에 파견근무를 갔었다는 설정이니까, 응.
그런데 참 페로사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머릿속에 캐릭터가 쫘라락 떠오르더니 짠 하고 금발 꽁지머리 고양잇과 맹수상의 근육질 장신 바텐더 눈나가 나왔어... 상판 n년차 캐릭터가 내 뇌의 문짝을 까부수고 너! 날 내라! 하고 캐릭터가 쳐들어오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지... 그러니 이 만남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급선회)
에만주가 자러갔을 이틈에 슬쩍 써보자면... 거의 낮이 되도록 푹 잔 페로사가 엉거주춤 일어나서 목이 타서 1리터짜리 생수병 냉장고에서 가져다 벌컥벌컥 들이키며 방에 들어오는데 아까전까지 자고 있던 에만이 눈 비비며 비척비척 일어나는 거 보고 목말라하는 에만이 입에 생수병 갖다대주는 장면을 보고 싶다. (기묘한 취향)
허리를 채 다 부여잡지 못한 이유는 지금의 몸뚱이가 제법 작아서다. 날 적부터 작았다고들 하지만 성장한 이후 생활에 무리는 없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올 것이라 생각한 적도 없었다. 벨트를 잡으라며 허리 자락을 조금 들어 올리자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안는다. 여인은 보통 체구의 타인이 안는다면 자신만큼은 아니더라도 원활하게 안을 곡선을 가졌음에도. 옷자락이 팔을 부드럽게 덮자 스민다. 탄탄한 몸의 굴곡이 느껴진다. 불편할 줄 알았건만 자신만을 위해 준비된 듯 편안하다. 느릿느릿 고개를 돌린다. 세상이 너무나도 밝다. 밤이 두려운 것이다. 이제 두려운 밤길을 향해 달려나가야 했다.
도시의 어느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뒤로, 환락의 도시는 조용한 소음과 함께 순간의 모습을 비춘다. 그 순간 에만은 유령이 되었고, 스치는 불빛과 노래는 잔상이 되어 흩어진다. 밤바람이 옷깃을 가르고 목을 스친다. 밤공기 속에 녹아들어버린 사람이 되었다. 이젠 상념도, 후회도 없다. 둘만 있는 세상 속에서 에만은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등에 헬멧 쓴 고개를 조심스레 가누고 소리 없이 쓴 웃음을 지었다.
술기운이 올라온 몸, 생각하기엔 여유가 없는 머리, 속절없이 흘러버린 시간. 20여 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시간 동안 에만은 뜬 눈으로 세상의 흐름을 지켜봤다. 오늘 있던 복잡한 일도, 감정도. 전부 정리하고 외면할 유일할 시간이었다.
세상이 흐려지는 것을 멈추면 열락으로 빛나는 장소가 나온다. 그동안 자신을 멈춰 세운 사람은 없었으니 다행이지만, 그 사실이 자못 아쉽기도 했다. 때늦은 후회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게으른 변명이다. 다 왔다는 말에 에만은 고개를 뗀다. 미드나잇 파크는 여전히 향락적이다. 저 멀리서 심야랍시고 감성적인 공연이라도 하는지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멀지 않은 곳 풀숲에서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렸다.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근처에 주차된 것은 답지 않게 검은색 세단을 비롯한 다른 차다. 몇 차는 흔들리고 있으나 적어도 이 둘이 신경 쓸 것들은 없는 것 같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에만은 주변을 죽 둘러보다 헬멧을 벗는다. 답답했는지 가면을 반쯤 벗고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시선을 페로사를 향해 돌린다. 잠깐 할 얘기가 있으니 허리를 숙여보라는 듯.
밤바람의 차가운 공기가 두 사람을 감싼다. 오늘 밤이 뒤로 놓인다. 바의 개인실에서 한가득 묻혀가지고 나온 나른한 공기도 씻겨나가는 것 같다. 그러나 정말로 그게 다 씻겨나갔을까. 당신에게 충분치 않았던 시간이 그녀에게라고 충분했을까. 밤을 뒤로 하고 도착한 곳을 결국 또다른 밤일 뿐인데. 고작 20여 분의 질주로 밤에서 도망칠 수는 없겠지. 페로사는 시동을 걸어둔 채로 스탠드를 툭 걷어차서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헬멧은 벗지 않은 채다. 자신이 알던 것과 딱히 달라지지 않은 풍경들. 그것을 눈에 담고 있는 페로사가 어떤 표정일지는, 짙게 선팅된 바이저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별말씀을." 잠깐 미드나잇 파크의 광경을 돌아본 페로사는, 당신의 인사에 대답하며 당신에게로 돌아섰다. 당신이 오토바이에서 내리려는 것을 도와주려는 모양이다. 그러나 당신이 바라봐오는 시선에, 페로사는 다시 당신의 어깨를 감싸안으려다 말고 손을 거두고는 얼굴을 덮고 있던 바이저를 밀어올렸다.
뉴 고모라의 번화가만큼은 아니지만, 밤의 향락에 눈이 먼 이들이 반딧불이처럼 밝혀둔 각양각색의 조명 덕에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평소대로의 그녀다운, 느긋해보이는 표정이다. 그녀는 그 느긋한 표정을 하고선, 허리를 숙여 당신과 시선을 맞췄다. 그녀의 푸른 눈이 뭔가 할 말 있냐고 묻는 것 같다.
뉴 고모라보다 조용하지만 이곳도 결국 안식처는 되지 못한다. 어쿠스틱 기타 소리는 제법 먼 곳에서 들려와 먹먹하고, 풀숲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여전하며, 불빛은 여전하다. 우리는 완전한 어둠 속에 숨으려면 한참을 도망쳐야 할 거야. 그 아래로, 더 아래로, 내가 결국 주둔하는 곳도 어둡지는 못하니까. 이게 내게 주어진 삶이겠지, 빛을 피해 평생 기어 도망치겠지.
"페로사."
이 작은 여우는 무슨 생각을 했길래 당신을 불렀을까. 가면이 반쯤 올라갔다 해도 새하얀 눈동자는 드러나지 않아 감정을 알기 어렵다. 다만 에만은, 바이저를 밀어올리며 자신을 마주하는 페로사를 짧은 침묵과 함께 쳐다봤다는 점이다.
당신은 느긋하고 처음 만났던 얼굴 그대로다. 반쯤 드러난 얼굴이 천천히 무표정에서 색채를 담아낸다. 이내 옅은 호선을 그었다. 감히 생각하기를,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느긋한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도, 자신이 이 미친 도시에서 홀로 살아남겠답시고 인내하는 것도. 에만은 가면을 아예 벗어버렸다. 백금색 머리카락이 얼굴에 잠깐 달라붙다, 바람이 불자 흐트러져 떨어진다. 살짝 고개를 뻗고 떨어진 것은 순간이었다.
여우는 사자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세례를 하듯 나긋하며, 어떠한 욕정도 없는 순수함 그 자체였다. 어느새 얼굴은 미소로 가득 차 있다.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는 새하얀 눈동자가 꿈결처럼 몽롱하다. 아이처럼 해맑고 순수하다. 이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천사와도 같은 미소를 지은 채 어서 내려달라는 듯 팔을 뻗었다.
별말을. 응, 그 이야기.. 나 역시도 그런 수위 규정에 대해 반대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말야. 내가 생각한 바빌론 시티라는 도시(+두 사람의 이야기)는 느와르 배경이 다 그렇듯이 2232만으로는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우리가 그것을 감수하고 묘사에 주의해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적절히 잘라낸다고 해도 토의스레에서 이야기 나왔듯이 누군가에게는 기준을 넘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워. 우리가 레스로 작성한 글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는 거기도 하고. 말마따나 이 사이트는 전체 공개 사이트고, 미성년자도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다는 거니까... 그러면 상판의 수위 기준을 15세 기준으로 정한다 해도 15세 미만의 인원이 이 사이트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닿았거든. 그걸 감수하고 계속 이 플랫폼에 남을지, 아니면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지도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지. 배경이 배경이고 느와르는 비단 15세에 얽매일 수 없으니까. 당장 등장하는 환락가도 그렇고.. 피터지는 일도 많을 거고.. 사람들 시선마다 그 규제의 선도, 수위도 다를 테니까. 아마 지금도 기준을 넘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거야. 페로사주 말이 옳아. 더군다나.. 그렇네. 미성년자의 출입까지 생각이 닿는구나.. 좀 복잡하네. 응..
나는.. 그러게, 잘 모르겠어.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온전히 남기고 싶다면 옮길 필요성도 있겠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 플랫폼이 아닌 다른곳으로 이주하는 순간부터 친목으로 규정되는 일이 되는 거니까. 우유부단한 사람이라 미안.
다만 지금은 수위 부분만 2로 규정되고 있으니 남아야할까, 고민하기도 하고.. 어렵네. 나는 로로주의 의견도 듣고싶어.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컨텐츠가 불특정 다수에게는 정신적 피해를 호소할 만한 혐오물로 비칠 수 있다거나 하는 부분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고... 다른 참치들에게 미안해서 이런 이야길 꺼내봤어. 비단 성적 묘사뿐만 아니라 폭력성 면에서도 원래 스레에서 페로사가 주먹으로 사람 상반신을 ()한 것도 누군가에겐 정신적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부분이고, 아마 이번 이야기에서도 그런 묘사가 종종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는데, 다른 참치가 비유했듯이 참치게시판은 거의 공공장소나 다름없는 열린 어장이니까. (다른 참치들과 마찬가지로, 에만주 역시도 그런 묘사에 있어서 불쾌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말해줘)
그것도 그렇고 완전히 열려있는 사이트 특성상 익명의 사람에 의한 악의적 및 고의적인 사이버불링도 걱정돼. 지금은 좀 뜸하지만 예전에는 다인스레에 사람이 없을 때 noup 콘솔을 키고 험한 말로 스레를 다 도배해버리는 경우도 많았거든. 사칭 문제도 있고. 이건 얼마 전에 본 케이스인데 아무렇지 않게 참여자 참치 말투 따라하면서 사칭하는 걸 봤는데 소름이 다 돋더라..
조정스레가 다시 갱신된 김에 훑어봤는데, 이전 사이트와는 달리 캔드민은 이주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한 모양이더라구. 나는... 가능하다면 이주를 택하고 싶지만, 그보다 에만주의 의견을 우선하고 싶어.
첫째.. 상판은 공공장소지. 누구나 볼 수 있을 거고.. 나는 불쾌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잠깐 생각이 깊어지네.
두번째 사안. 지금만 봐도 그렇고, 이전의 수많은 피해자 중 하나가 나였으니 그건 누구보다 잘 알아. 그렇지만 그건 괜찮다 생각했어. 어쩌면 한참을 봤고 겪었으니 무뎌졌던 걸지도 모르겠네. 로로주가 걱정하는 바가 뭔지는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 맞아.. 그랬었지.
마지막으로.. 캔드민은 이주에 관대하지만, 상판 참치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명시하고 싶어. 아무리 이주를 한다 해도 그 이후의 사이버불링은 확실할 테니까.. 응. 로로주는 내게 있어 정말 소중한 참치고, 페로사라는 캐릭터는 내게 있어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야.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 ..솔직하게 망하자면 개인적인 욕심이 있기도 해. 인증감이라 얘기하지 않으려 했지만 엔딩을 보고자 하는 어장도 하나 있어서, 그 위험을 감수하기엔 내가 너무 겁쟁이네. 여기가 조금 날카롭고, 가시밭길 같다고 해도.. 조금만 버텨보면 안될까 하는 미련한 마음이 있어. 버티다가, 로로주가 더는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제대로 조율해보자.
아니, 에만주가 미안해할 필요 없어.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상처되거나 하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야. 에만주 말대로 아무리 우리가 주의해도 문제가 생기게 되면 그 때 다시 이야기해봐도 되겠지. 나 역시 에만주와 마찬가지로 에만이라는 캐릭터와 그 이야기가 내게 아주 소중해서.. 그리고 이런 이야기에 대해 참치들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해. 다인스레의 외부 친목 때문에 상판이 치른 고초가 꽤 많고, 나도 당시에 피해를 입었던 적이 있으니까. (그 이후로 다인스레를 잘 못 뛰고 트커로 옮겼다가 트위터에서 또 호되게 데여서..... 상판 복귀 이후로 용기내서 처음 참여해본 다인스레가 이전 스레네.) 나도 상판의 일원이고, 상판에 해를 끼치는 무언가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꺼낸 이야기야.
에만주가 그렇다고 하니, 나도 참치로서 내가 지킬 수 있는 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게. 오늘의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 나는 답레를 마저 써올게. 하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레스는 하이드해도 괜찮아.
상처가 되지 않았다면 다행이겠지만, 늘 노심초사하고 있어요. 우리가 조심해도 문제가 생기면.. 응. 그때 다시 얘기하고, 그때 정해버려요. 친목은 많이 민감하지.. 피해를 입었구나. 괜찮아. 이젠 괜찮을 거야. 이전 스레가 상판 복귀였다니 영광인 걸. 둘다 열심히 해서 해 끼치지 않도록 하자. 로로주는.. 지금도 충분히 잘 해줬으니까. 응..
집까지 가는 길은 아직 기약이 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니, 이 여행길에서 돌아갈 곳이 있기나 할까. 목적지가 있기나 할까. 자기의 색채로 환하게 빛나는 데에 여념이 없는 이 도시에게서는 그 대답을 들을 수도 구할 수도 없다. 이 도시의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당신도 그럴 것이고, 아마 그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 도시에 어두운 숲은 있었지만 당신을 위한 숲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떠돌이 바텐더는 어떨까.
"음?" 느긋한 눈을 치뜨던 그녀는, 숫제 바이저를 밀어올리던 손을 그대로 쥔 채로 다른 손을 올려 턱끈을 툭 풀어버렸다. 그리곤 헬멧째로 쓱 벗었다. 헬멧 안에 한가득 눌려있던 흐릿한 색의 금발이 아까처럼 묶여있지 않고 풀려 있었던 탓에 와르르, 그녀의 어깨와 등, 옆머리로 쏟아진다. 마치 물을 터는 짐승처럼 고개를 살래살래 털어 앞이마에 칩칩스레 달라붙는 머리카락들을 대강 떨쳐낸 그녀는, 당신이 가면을 벗어버리자 당신의 후드 그늘 아래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당신이 쓰고 있던 가면의 빈틈을 가려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당신이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알기라도 했던 걸까, 이마에 가볍게 쿡 눌리는 생소한- 그러나 기분좋은 감각에 그녀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문득 그녀는 철지난 옛날 느와르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이 눈앞에 스쳐지나가는 기분을 받았다. 아니, 콕 짚어서 어떤 장면인지는 모르겠다... 오토바이로 데려다준 낯선 사람에게 이마에 키스를 받는 장면은 없었으니까. 그냥 마치, 조금, 당신의 입술이 이마에 톡 닿는 그 순간, 이 도시를 무의미하게 방랑하고 있던 자신의 삶의 궤도의 공전축이 자신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조금 덜컥 하고 기울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기에.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신의 그 순수한 웃음이 어린 미소에서 페로사는 무언가를 찾아낸 것 같았다.
페로사는 눈웃음을 지으며, 한 손에 벗어든 오토바이 헬멧을 대충 손잡이에 걸어놓고는 당신이 뻗어오는 팔에 목을 내어주었다. 질긴 살결 아래로 느껴지는 단단한 목근육. 그리고 거기에 어린 따스한 온기. 그것과 비슷한 온기를 머금은 팔이 당신의 어깨와 다리를 부여잡고, 당신을 아까 했던 것과 같이 들어올렸다.
그러나 들어올린 당신을 다시 땅에 내려주기 전에, 그녀는 조그마한 표시 하나를 당신에게 남겨두고자 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불안했기 때문이다. 오늘이 마지막. 그녀는 당신을 잠깐 안아들고 내려다보다가, 눈을 감고는 자신의 입술을 당신의 입술 위에 겹쳤다. 따뜻한 온기와 데킬라 향기가 마치 어떤 표시처럼 당신의 입술 위에 짙게 남는다. 자신은 실존했다는 것처럼... 이렇게 표시를 남겨두면 우리는 계속해서 만날 수 있다는 것처럼.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 아니길... 언제든지 다시 찾아와."
하고, 페로사는 다시 평소의 그 느긋한 미소를 띈 얼굴 뒤로 숨어버리곤 당신을 땅에 내려주었다.
이렇게 헤어지고 나면, 평소의 무덤과 다름없는 어두컴컴한 안전가옥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게 영 마음에 안 들었다. 오늘은 바의 직원 숙직실에서 자야겠다, 하고 그녀는 무심히 생각했다.
기다림은 짧고 침묵 또한 짧다. 가면을 벗는다고 해서 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쏟아지는 페로사의 머리카락 사이로 시트러스 향이 한가득이다. 그 향 너머로 입술을 가볍게 쿡 누른다. 개인실에 있었을 때, 부모가 자식에게 잠들기 전 해주던 입맞춤과 진배없다. 다만 이전과 다른 것은 위치의 차이다. 개인실에서는 입술, 그리고 여기서는 이마. 고작 위치의 차이일 뿐인데 드러나는 감정은 판이하다. 욕망과 애정은 한 끗 차이이자 평행선을 걷되 마침내 꺾여 교차하는 것이기에. 지금은 애정이었다. 순수하게 웃으며 도시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작은 애정을 드러냈다. 경애, 신뢰, 우호. 미약한 것들이 모조리 섞여있는 작은 애정을.
에만은 눈웃음을 짓는 페로사에게 팔을 뻗었고, 페로사는 에만에게 쉽게 목을 내주었다. 안기는 건 고작 두 번이었는데 익숙하게 목을 끌어안는다. 짧은 시간 동안 온기를 머금듯 고개를 느릿하게 기울였다. 자신의 불안함을 당신도 가지고 있나 보다. 눈을 감고 입술을 겹치자 가볍게 눈을 내리감았다 뜬다. 입술을 겹칠 적 포근한 단 향이 난다. 에만의 것이다. 짧다면 짧은 시간, 말랑한 감촉과 함께 따뜻한 온기와 데킬라 향기가 짙게 남았다. 당신은 여기에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에만은 천천히 땅에 발을 디딘다.
"다음에도.. 찾아갈게."
이건 약속이야. 작게 속삭이며 손을 뒤로 모은다. 수줍은 아이와도 같은 모양새였다. 그 모습만치 수줍게 미소 짓는다. 다른 것은 술기운 탓이 아니라 해도 이것만큼은 필히 술기운 탓이다. 열심히 살아남아야겠다. 다음에도 찾아갈게, 라고 했으니까. 살아남지 못하게 방해한다면 어쩔 수 없이 썰어버릴 명분이 생겼다. 순수한 얼굴로 불온한 생각을 하며 다운타운 쪽을 쳐다봤다.
"그럼 나.. 정말로 갈 테니까.. 조심해서 들어가기야."
어쿠스틱 공연 소리가 먹먹하다. 아마 이 작은 아이는 그 먹먹한 소리를 벗 삼아 가려는 듯싶다. 필히 그럴 것이다. 당신을 잠깐 미련 있게 쳐다보다,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걸어가며 이내 차들이 주차된 곳을 향해 걸었으니까.
일단... 여기 배경은 느와르야. 보통 느와르가 아니라 히빌, 갱스터 느와르, 그 외의 여러 장르가 섞여있기 때문에 우리의 서사상 과격한 묘사는 어쩔 수 없고, 앞으로도 일상이나, 독백, 진단, 그런 곳에서도 자주 묘사될 예정이지.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엔.. 방통위 기준 4등급이지 않을까 생각해. 뭐! 19금이야? 라고 묻는다면 아니..🙄 당장 영화에서도 15금인데 손발톱을 뽑는 고문장면이 나온답니다.. 막상 폭력은 실제 영화에서도 그 심의가 들쭉날쭉하지.
다만 이 경우에는 묘사를 지나치게 하거나(누군가의 내장이 쏟아지고 그걸로 DIY 5분 유튜브처럼 예쁜 리본으로 변신시켰다 같은 자세한 묘사) 캐릭터의 행동을 미화할 의도는 없어.
상황극판에서, 정확히는 자캐와 자캐의 서사를 쌓으며 노는 거지 이걸로 상업적인 일로 틀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겠다. 라고도 생각하지 않기도 해. 일과 취미는 별개니까.
당연히, 몹시도 당연하게도. 비윤리적인 묘사가 나올 수 있으나 캐와 오너는 별개고, 그 사상에 동조하거나 미화하지는 않아. 그 점을 확실하게 알아줬으면 해.
요약하자면..
1. 캐와 오너는 별개고 2. 그 사상에 동조하거나 3. 미화하지 않아! 4. 그럴 의도가 없어! 5. 제발 알아주길 바라.. 6. 관전하는 참치들 늘 고마워! 0.<
미약하고 작은 것들을 끌어모아 이마에 작게 남겨놓는 당신의 입맞춤과 코끝에 걸리는 달콤한 향기. 페로사는 눈을 부드럽게 감고, 당신이 남겨주는 그것을 축복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가볍게 받아들였다. 왜인지 문득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그것은 분명 그녀의 어린 시절과는 조금 다른 색채를 띄고 있었지만, 그 색채에 어딘가 자신이 잃어버린 것과 꼭 같은 모양의 무언가가 있는 것만 같았기에. 페로사에게 비어 있는 완벽하지 못한 부분과 당신의 모습이 너무도 닮아 있었다. 당신에게 비어있는 부분과 이 여인이 닮았듯이. 그래서, 당신과 그녀는 전혀 같지 않았으되 닮아 있었다.
그녀는 당신에게 다음을 기약하는 대신, 당신의 입술 위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두는 것으로 담보를 맡겼다. 나를 잊지 말아요, 라고 말하기라도 하듯이. 그녀는 나를 잊지 말아요, 하는 말을 조금 비틀어서 당신에게 덧붙였다. "...이 향기는, 오랫동안 잊지 못하겠네." 하고, 혼잣말하듯이 나직이. 그러나 당신에게 충분히 들리도록. 그 속삭임이 조금 애틋하게도 들렸다. 그녀는 당신이 땅에 발을 디디는 것을 도와주었다. 당신을 땅에 내려놓을 때 그녀의 얼굴표정은 다시 원래의 느긋한 빛을 되찾고 있었다. "예약만 잡으라구." 하는 말을 태연하게 웃는 얼굴로 농담조로 할 수 있을 만큼.
그 순간 페로사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자신이 완전한 자유의 몸이 아니라는 것. 그녀는 마음속의 수심이 간신히 얼굴에 덮어쓴 느슨한 표정 박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애를 썼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그렇게 찾아헤매던 것일지도 모를 무언가에 닿은 것 같은데- 자신은, 이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런 자신이 감히, 감히 누군가에게 자신이 잊히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다니. 페로사는 불안감을 애써 삼키며, 당신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너야말로 조심해서 들어가라고." 하며, 페로사는 주차장 쪽으로 멀어져가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고서야, 페로사는 흔들던 손을 떨어뜨리고는 얼굴을 싸쥐었다. 혼자 남겨지자, 자신이 해선 안될 짓을 하게 만들었던 감정을 지지해주던 무언가가 사라졌고, 감정의 둑이 우르르 무너져버린 페로사에게 차가운 현실이 덮쳐왔다.
에만이랑 페로사 체격차이 얘기가 일상에서 짧게 나온 이상.. 어쩔 수 없는 살해였다구? 산책 나가거나 하면 그대로 허리 앞으로 숙여서 목욕하다 주인 냅다 끌어안는 고양이처럼 꽉 달라붙을 걸..? 당연하지.. 누군가의 앞에서 저렇게 끌어안기고 다닌다면..🤔 부끄럽다는게 김에만의 주장입니다..
그것보다 하이틴 au.. 중세 au.. 잠깐, 마비노기 에레원이라면 츤데레 공주님이잖아..?(곰곰)(납득)(?)
아니 산책을 저 자세 그대로 가겠다는 말은 아니야......(상상해봤다가 토마토 됨) (페로사도 토마토될 듯) 평범하게 손잡고 나가는 걸로 충분해... 페로사는 고양이귀 머리띠 쓰고, 응, 어울리겠네.
제국의 황태자(황태녀? 황위상속인이라고 하자 응)로서 어린 나이에 성별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선대 황제의 요절로 인해 황위를 물려받게 된 에만과, 누명을 쓰고 모든 명예를 잃어버린 채 감옥에 투옥되어 있던 전 황실기사 페로사... 황제가 될 준비는 충분히 되어있었고 본인도 어린 황제로서 소임을 다하려 하나 아무리 유능한 에만이라도 나이가 어린 이상 간신들과 황족들로부터 왕위를 위협받고, 마침내는 황실군의 실권을 쥐고 있던 신하의 쿠데타 성공으로 실권을 잃고 폐위될 위기에까지 몰리게 되는데, 마침내 신하가 보낸 암살자에게 쫓기던 에만은 황궁 지하 감옥에까지 도달하고, 거기에서 무심코 어떤 수감자를 풀어주게 되는데 그것이 페로사였고(기어이 미쳐버린)
그렇지만 저 자세로도 나가보고 싶은게 사람 마음 아니야? 아니라고? 왜?(뒤틀린 욕망) 페로사도 토마토.. 귀엽다.. 냥로사로 가는 거나구..ㅋㅋㅋㅋㅋㅋ 평범하게 손 잡고 냥로사 퐉에만.. 바빌론 시티 안에 놀이공원이 있다면 거기로 가도 괜찮겠는걸..?🤔
맛있다.. 소재 맛있다.. 황실 기사단의 실권을 쥐고 있는 신하라면 기사단장이거나 무가일 확률이 크고 그마저도 직함이 공작정도는 되어야 할 거고.. 그렇다면 선황의 요절에 관한 것도 이녀석들이 어느정도 예측을 해서 줄을 다른곳에 댔다는 거고.. 쿠데타도 정당하지 않고 명분을 뒤집어 씌운 것일수도 있겠..(직업병) 어아아 잠깐 진정하고...😇 암살자에게 쫓기면서 수감자를 풀어줬더니 페로사.. 우와악 벌써부터 카카페 기준 1화(프롤로그) 다 봤다..(?) 마지막 장은 뭐..
"나를 도와다오."
나는 일면식도 없는 기사에게 매달렸다. 살고 싶었다.
같은걸로 임팩트랑 절단신공 남겨주고 다음화 기대되게 해서 5화까지 쭉쭉 보게 만들겠지(??)
(모로 누워있다 또 핸드폰 엎어짐) 우아악.. 하마터면 이대로 잠들뻔했다.. 로로주한테 오늘은 꼭 인사하려 했단 말이야..🥺 요즘 기절잠이 많아졌지만, 오늘은 말할 수 있어. 어제 하루 정말 고생 많았어요.(쪽) 약식의 짧은 막레도, 선택지도, 후일담도. 오후 중에 줄게요.. 푹 자구 보기야. 좋아해.. 무리하지 말구 피곤하면 잠들기...(꼬옥)
(쓰담쓰담) 앗.. 그래도 오늘은 얼굴에는 안 떨어졌구나. 응, 피곤하면 언제든지 말하구 자러 가. 휴일이었는걸, 고생은. 다음 에피소드는 에만주가 후일담을 올리면 따라 올리려고 쓰고 있었는데, 그러면 내일 오후에 올려도 되겠네. 나도 많이 좋아해. 슬슬 자러 가려던 참이야... 에만주도 잘 자요. (부둥기)
닮되 닮지 않은 둘. 어쩌면 잊지 말아야 할 사람. 흥미로 이루어진 관계. 에만은 당신의 시트러스 향을 잊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비슷한 향만 맡아도 당신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에만은 예약만 잡으라는 말에 부스스 웃고는 천천히 발을 뗀다. 먹먹한 음악 벗 삼아 가며, 주차장 근처로 갈 때.
그리고 마침내 사라졌을 때. 정적과 함께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어쩌면 이 작은 여우가 가는 길마다 차가운 북풍이 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바람이었다. 그렇게 몇 걸음 걷고나서, 검은 세단 앞에서 멈춘다. 에만은 고개만 뒤로 슬쩍 둘린다. 얼굴을 싸쥐는 모습을 못 본 척하며 열리는 운전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미드나잇 파크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차량은 검은 세단이다. 선팅도 짙게 되었고, 어쩌면 방탄 유리로 튜닝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에만이 세단 앞에 멈출 적, 운전석에서 한 사람이 내린다. 새하얀 머리카락을 세간의 남성보다는 길게, 그렇다고 여성만치는 아닌 적당한 단발로 쳐낸 남성이었다.
지금은 고작 후드티에 슬리퍼, 특유의 눈동자를 가리기 위해 이 어둠 속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내렸지만 귀의 피어싱이나 손등의 문신으로 미루어 보아 남성은 평상시 제법 화려한 차림을 할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누군가는 아는 얼굴일지도 모른다. 소문으로만 존재하는 아르카디아 지하투기장의 오너이자, 한 때 히어로로 일했으나 규칙을 어겨 자격을 상실한 통칭 '용왕'이다.
"일찍 왔네, 법적 보호자."
에만은 조근조근 속삭이듯 얘기한다. 용왕이 역정을 내듯 낮게 으르렁댔다.
"1분만 늦어도 역정을 내잖냐." "잘 아네.. 그러니까 오늘은 다운타운." "내가 아주 전속 기사지?" "난 면허가 없거든." "기사 붙여줬잖아!" "음.."
에만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잘 썼어. 대금은 어디로 보내야 하더라."
용왕이 앓는 소리를 냈다.
"네가 오늘 해야 할 일이 몇 개인진 알고?" "음... 하나." "3개야, 3개." "그래? 내일로 미뤄." "아, 제발. 미루면 안 될 일이잖아?" "그딴 손님.."
에만은 슬쩍 고개를 돌린다. 얼굴을 싸쥔 여성을 못 본 척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알아서 해결도 못 하면.. 내 숙취보다 중요할 사람일 리가 없잖아.." "..너무 빡센 거 아냐?" "빡센 맛이 있는 법이지. 다들 그런 거 좋아하잖아.. 애가 타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잠깐, 주어를 좀.." "주어가 뭐." "..아니다."
용왕이 뒷좌석 문을 열고 한숨을 푹 쉬었다.
"가시죠, 어르신."
찬 바람이 불었다. 문이 닫혀 그 안은 볼 수 없었으나, 흐릿한 인영은 절대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야?" - 언제나와 마찬가지다. 누군가 확실하게 흔적 없이 사라졌으면 해서 말이지. "...이봐, 나 그런 일은 이제 더는 맡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 언제부터 너한테 거부권이 있었지? "......" - 넌 나한테 감사해야지. 너를 우리 패밀리 휘하에 두어서 네가 그 도시 출신이라는 것을 감춰준 게 누구지? 네 옛날 이름을 감춰준 것은 누구고? "......" - 네 옛날 이름에 아직도 이를 갈고 있는 이들이 많지. 네 출신지 이야기까지 나오면 정부까지도 눈에 불을 킬 텐데. 넌 적이 많아. 그 적들에게서 내가 널 감추어주고 있고. "......그렇지." - 그 댓가로 이따금 청부 한두 건씩을 해달라고 하는 게 그렇게 값비싼 비용은 아닐 텐데? "이봐, 차라리 내가 돈을 낼게. 믿음직한 킬러를 고용해서-" - 말했잖나. 나는 그가 누군가의 눈앞에서 죽거나 죽은 시체로 발견되는 게 아니라 흔적 하나 단서 하나 없이 실종되길 원해. 네가 직접 하면 간단한 일이지만, 누군가를 사서 하려면 훨씬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어갈 텐데? "......좋아. 알았어. 정보는?" - 항상 두던 데드드랍에. 내일 오후 1시쯤에.
바빌론 시티에서 당신의 삶은 여전히 쉽지 않다. 당신은 1인분의 시간으로 여러 사람 몫의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당신은 새로이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고... 다음 행동들 중 최대 3가지를 할 수 있다. 당신이 직접 할 수도 있겠고, 쓸만한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려서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행동 포인트: 3
1. 접근 권한을 취득한다. 결과: 페로사의 검열되어 있는 과거사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취득하기 위해, 위험도 높은 공작을 수행하여 접근 권한을 취득한다. 부작용: 접근 권한의 취득 자체만으로는 별도의 불이익이 없으나, 접근 권한을 이용한 행동을 했을 시 정부 기관의 경계를 사게 된다.
1-1. 접근 권한에 추가적인 보안 작업을 한다 요구 사항: 1 결과: 취득한 접근 권한에 대해 추가적인 작업을 하여, 에만이 해당 접근 권한에 무단으로 접근했다는 흔적을 숨길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후에 접근 권한을 이용했을 때 1회에 한해 정부 기관으로부터의 경계와 접근 권한의 소실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부작용: 없음.
1-2. 페로사의 검열된 정보를 열람한다 요구 사항: 1 결과: 페로사의 프로필의 검열된 부분을 열람할 수 있다. 페로사가 도시괴담으로만 전해져오던 최악의 도시, <뉴 에덴>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페로사주에게 뉴 에덴에 대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 요청할 수 있다. 부작용: 접근 권한의 이용으로 인해 정부 기관에 경계를 사게 된다. 에만의 소행일 것이라곤 특정하지 못할 테지만, 보안상 헛점이 발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접근 권한은 다시 취득하기 전까지 소실된다.
2. 정보를 수집한다 결과: 페로사에 대해 알고 싶은 정보를 수집한다. 페로사주에게 페로사의 프로필에서 검열된 내용 이외에 페로사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부작용: 1~5 다이스를 굴린다. 공개되지 않는 특정 값이 나왔을 시, 페로사가 누군가가 자신의 뒤를 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누군가가 에만이라고 특정하지는 못하며, 단지 자신의 정보에 손을 대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 알게 된다.)
3. 정보를 수집한다 2 결과: 페로사의 주변 인물들 중, 저번에 감청한 전화에서 페로사와 대화를 나눴던 인물(이하 반동인물)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페로사주에게 해당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부작용: 1~4 다이스를 굴린다. 공개되지 않는 특정 값이 나왔을 시, 반동인물이 누군가가 자신의 뒤를 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첫 번째 다이스에서 특정 값이 나왔다면 1~2 다이스를 굴린다. 임의로 지정된 숫자가 나왔을 시 그 사람이 당신의 소행이라는 것을 특정하게 되며, 아니라면 당신의 소행일 것이라곤 특정하지 못한다.
4. 페로사의 통화 내용을 감청한다 결과: 에피소드 2에서 페로사가 나눈 전화의 모든 내용을 알 수 있게 된다. 반동인물이 페로사와 완전한 협력관계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부작용: 1~4 다이스를 굴린다. 공개되지 않는 특정 값이 나왔을 시, 반동인물이 누군가가 통화를 감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누군가가 에만이라고 특정하지는 못하며, 단지 자신들의 연락망에 손을 대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 알게 된다.)
4-1. 페로사에게 떠맡겨진 청부업에 대해 방해공작을 한다 요구 사항: 3, 4 결과: 에만의 방식대로 의뢰에 방해공작을 펼친다. 의뢰인을 먼저 제거하거나, 데드 드랍에 첨부된 정보를 빼돌려 의뢰인에게 제공하거나. 부작용: 페로사가 반동인물에게 화풀이를 당하게 된다. 3과 4에서 에만의 행동이 발각되지 않았다면, 주사위 굴림 없이 반동인물이 누군가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경우 그 누군가가 에만이라고 특정하지는 못하며, 단지 자신들을 타겟으로 정보를 제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 알게 된다.)
5. 페로사의 핸드폰에 백도어를 심는다 결과: 이후 제공되는 에피소드 중 반동 인물과의 통화는 별도의 행동 포인트 소모 없이 자동으로 에만에게 제공된다. 부작용: 반동인물은 알지 못하지만 페로사는 바로 누군가가 자신을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누군가가 에만이라고 특정하지는 못한다.)
6. 건너뛴다 행동 포인트 3점을 모두 소모해도 되지만, 행동을 두 가지나 한 가지만 해도 좋다. 다만 에피소드에서 사용하지 않은 행동 포인트는 그대로 소멸되며 다음 선택기로 이월되지 않는다.
1. 접근 권한을 취득한다. 1-1. 접근 권한에 추가적인 보안 작업을 한다. 당신은 정부 기관에 접근권한이 있는 계정을 해킹하는 위험천만한 작업을 했다. 접속기록을 데이터베이스 단위에서 위조하고, 가상 머신을 사용한 접속 지역 우회를 포함한 추가적인 다양한 작업 덕분에 당신이 접근권한을 얻은 이 계정은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아무 뒤탈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이 계정으로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지만, 다음에 시간이 날 때 이것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4. 페로사의 통화 내용을 감청한다 전자음으로 변조된 낮고 거친 남자 목소리. 여전히 페로사와는 상당히 긴밀한 관계인 듯하지만... 절대로 우호적인 관계는 아닌 듯하다. 말하자면 주인과 종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그녀는 그 사람에게 약점을 잡혀있는지도 모르겠다. 출신 이야기라고 하면, 역시 프로필에서 검열처리되어 있던 그 이야기일까? 당신은 이제 안전한 접근권한을 확보했으니.
(주사위 결과가 알려지는 건 에피소드 1에서만 튜토리얼 느낌으로 알려주었던 거야. 에피소드 2부터는 주사위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아.)
페로사는 어딘가 무거운 마음을 안고 돌아가려 했습니다. 우연치 않게 검은 세단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에만을 볼 수 있었지요. 한때 히어로였다, '불명예스러운 일'로 제명을 당한 뒤 불법적인 일에 손대기 시작한 용왕은, 페로사가 활동할 적에도 왕성하게 활동했으니.. 어쩌면 면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 둘, 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걸까요? 손님을 받는다니, 애가 탄다니.. 어쩌면 저 작은 인연은 용왕의 손에서 놀아나는 걸지도 모르겠.. 아, 그렇지는 않은 것 같군요. 일단 둘은 동등한 관계는 아니더라도, 모종의 인연이 있는 듯싶습니다. 용왕의 입에서 나온 어르신은 차치하고 문을 닫기 전 대화 내용에 귀를 기울여봅시다.
"아, 맞다.. 저격수는 찾았어..?" "못 찾았어." "..됐어." "자기 몸 사리기 바쁘던 애가 웬일로 화를 안 낸대." "누가 보냈는지.. 알 것 같거든." "아하. 진짜?" "아니."
용왕이 미간을 좁히다가 깔깔 웃습니다.
"이거 영악한 것 봐? 사기꾼 아냐?"
결과: 페로사는 에만 쪽에서 저격수를 보낸 사람을 찾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 엘리베이터 보이가 할 말이 있다던데요? Warning! 잔인한 묘사!
엘리베이터만큼 정보가 오가는 곳이 또 어딨을까요? 솔직하게 말해서.. 카페의 바리스타처럼 npc 취급이죠. 바텐더끼리의 소문도 있지만, 세간의 소식 중 정확하고 빠른 건 엘리베이터 보이 말고는 없을 겁니다.
"페로사, 그 얘기 들었어요? 세상 진짜 흉흉해!"
짧은 쉬는 시간, 엘리베이터 보이는 호들갑을 떨며 몸서리를 칩니다. 무슨 일인데? 오늘 끝나고 보드카로 데스매치나 하자던 다른 바텐더가 불쑥 고개를 내밀며 묻습니다.
"글쎄, 여기서 나가면 바로 건너편에 있는 바 있잖아요." "젊은 애들 엄청 가는 거기?" "응. 거기서 제일 잘 나가던 바텐더가 살해된 채 발견됐대." "며칠 전에 페로사 등짝에 구멍이 났는데 그게 별 일이라고!" "아니야, 그거 말고!"
엘리베이터 보이는 자신을 보라는 듯 눈짓합니다. 그리고 턱이 시작하는 부분부터, 배꼽 바로 밑까지 손가락으로 주욱 긋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찢어놓고 벌렸다던데?" "장기 털어간 거 아냐?" "아냐, 팔은 십자가처럼 나이프로 매달아놓고 나머지는 독수리 날개처럼 다 펼쳐놨다던데?" "으! 징그러워." "아무튼 다 조심해요! 그리고 페로사!"
엘리베이터 보이는 조심스레 묻습니다.
"며칠 전에 그.. 녹색 눈 여자 번호 알아요? 후드집업 입은!"
결과: 페로사는 바텐더 하나가 끔찍하게 살해 당했음을 알게 됩니다. 또한, 녹색 눈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렇게 느껴진다니 다행이다. 😊 나도 선택지 짜는 게 묘하게 즐겁기도..? (?) 썰풀이를 하다 보면 오너한테만 정보가 제공되고 캐릭터한테는 정보가 잘 안 전해지는 게 좀 그랬는데, 이건 캐릭터한테도 정보를 전해줄 수 있어서 괜찮은 것 같아. 그리고 에만같은 갓캐를 만든 에만주도 천재야. (쓰담담) 나도 에만주랑 같이 돌릴 수 있어서 행복해.
에만이 빌런이라는 건 일상 밖에서 페로사가 알아채고(+자신의 뒤를 캐이고 있었다는 것도) 머리끝까지 화가 난 채로 에만을 찾아와서 넌 누구야? 하고 따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기에......... (본스레에선 이루지 못했던) 그렇지만 에만주가 그걸 해보고 싶다면 그것도 좋겠다고 생각해.
그 외에는 위에서 말했던 >>805 상황이라거나, 아니면 전에 말했던 비 오는 가운데 마주친 페로사라거나...?
눈은 하늘을 담고 있었으되, 발은 그림자에 얽매여 하염없이 땅을 딛는다. 저벅, 저벅, 그림자에 잠긴 뒷골목이 마치 이 그늘을 두고, 네가 저지른 짓들을 두고 어디로 가려느냐고 조소하는 것 같았다. 발이 무거웠다. 술기운에 취해 자신의 주제에도 닿지 않는 머나먼 높은 곳을 잠깐 올려다보았으나, 자신의 손을 잡아주던 천사가 사라지자 그녀는 높은 곳에서부터 자신이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까지 비참하게 추락했다. 그것은 물리적 충격이 아니었으며, 그래서 그녀에게 더욱 효과적이었다.
저녁의 찬바람이 술기운을 쓸어냈을 때, 페로사는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뒤늦게 기억해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녀의 처지를 확실하게 기억나게 해 줄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마치 일순간 자신의 처지를 잊고 온기에 취한 것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자신에게 떨어진 지엄한 경고... 네가 그 도시 출신이라는 것을 감춰준 게 누구지? 네 옛날 이름을 감춰준 것은 누구고? 하는 말이 귓가에 쟁쟁했다.
그래, 삶을 보장받는 대가로, 그녀는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죄인에게 구원은 없다.
온 벽을 피로 물들인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 노인이 저주처럼 남긴 유언. 그 말대로였어, 하고 페로사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 오늘은 비번이다. ...또한, 달리 해야 할 일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녀의 바텐더 출근 시간표를 생각해보면 오늘 해두지 않으면 기간을 맞출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그리고, 지금은 그 일을 마저 끝내고 돌아나오는 길이기도 하다. 네가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아! 하는 처절한 단말마가 아직도 고막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강한 빛을 띈 물체를 잘못 바라보면 눈가에 그 물체의 상이 한동안 남아있는 것처럼. 페로사는 어두운 골목을 가로지르며, 무심히 생각했다. 무사할 리 없지. 잘 알아. 하고. 문득 이 그늘이 드리운 골목길이 끝도 없이 계속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녀의 마음은 그럴지언정, 물리적으로 현실에 실존하고 있는 건축물이 당연히 그럴 리가 없었다. 어느덧 그녀의 발걸음은 골목길이 끝나는 모퉁이에 접어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가, 햇살이 눈부셔서 눈을 찌푸렸다. 젠장맞게도 날씨가 좋았다.
페로사는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하박의 절반 정도를 덮을 만큼 소매가 길게 나와있는 축축하게 젖어있는 가죽장갑. 마침 모퉁이의 쓰레기통이 눈에 띄었기에, 그녀는 장갑을 벗으려고 했다. 잘 벗겨지지 않는다. 마치 자신의 운명에 달라붙은 자신의 죄악처럼. 페로사는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억지로 힘을 주어서 장갑을 벗어냈다. 거의 찢어지다시피 벗어낸 장갑 한 켤레를 쓰레기통에 대충 처박아버렸다.
어깨에 걸치고 있는 얇은 루즈핏 레인코트도 성가셨다. 그녀는 그걸 어깨에서 벗겨 대충 구겨버리고는 옆구리에 꼈다. 청바지와 셔츠 차림. 그리고 그 위를 마치 구속구처럼 덮고 있는 하네스의 벨트들. 허리춤의 벨트에는 레펠 밧줄을 이용하기 위한 고리와, 권총 탄창 홀스터와 권총 홀스터가 덜렁덜렁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하네스도 벗어버릴까 했으나 이걸 벗는 것도 퍽 성가신 일이 될 것 같아 포기했다. 대신 그녀는 주머니를 뒤적였다. 담배라도 한 대 필 심산이었다. 구깃구깃 구겨진 담배 팩이 하나 딸려나온다. 안에 든 담배는 달랑 한 대. 그나마도 허리가 반으로 꺾여 있어, 이걸 과연 제대로 필 수 있을까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단 이거라도 피우고 싶어서, 그녀는 허리가 꺾인 담배를 팩에서 뽑아 입에 꼬나물고는 다시 주머니를 뒤적였다.
아이덴티티가 여러 개라는 것은 그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과 같다. 앨리스는 도시의 가장 밝은 빛인 대학생활을 보내느라 여념이 없고, 에만은 가장 어두운 그림자에서 암약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개처럼 공부하고 몰두한 결과 앨리스는 곧 120학점을 이수한다는 것이었고, 5월에 있을 졸업 행사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란 점이었다. 앨리스는 당분간, 그나마 에만에게 시간을 넘겨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문제는 에만이었다.
"균형이 깨졌네."
뉴 고모라 지하, 인외마경이나 다름없는 블랙 존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고작 하루 온정을 나누느라 균형을 잡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균열은 이전부터 존재했고, 물갈이를 할 시간이 왔을 뿐이다. 저격수의 일을 뒤집어 씌우며 지금 머리가 되는 존재를 쳐낼 명분을 만드는 일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앨리스가 아무리 시간을 준다 한들 에만에겐 제법 빠듯한 시간이었다. 머리의 목숨은 타인을 써서 거두고 싶었으나 그럴 인력이 없기에 직접 나섰다.
네가 이런다 해도 내 뜻을 이을 자는 많다. 멍청한 지껄임은 친히 모습을 드러내 물어뜯는 걸로 보내주었다. 거대한 악어는 한때 뉴 고모라의 지하에 군림한 왕을 두 동강 냈고, 새 균형의 추가 올라섰다. 이번 왕은 에만이 양성한 빌런이자 좋은 꼭두각시다. 지하에서 올라오던 에만은 잠시 멈춰 기지개를 켰다. 온기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지도 못할 만큼 바쁜 나날이었다. 오랜 기간이 걸렸던 만큼 바에 가지도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오늘도 가기는 글렀다. 술로 달래기엔 너무나도 지쳤고, 피곤했다. 그나마, 아주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오늘은 공강이요, 내일은 교수님께서 세미나에 가셔야 할 일이 생겨 휴강이라는 것이다. 만약 앨리스의 삶까지 살았더라면 에만의 닳고 닳은 체력은 더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을 것이다.
지하에서 올라오면 맞은편에 다른 골목이 있다. 그쪽을 통해 가로지르고, 복잡한 건물 틈 골목으로 다시금 들어가면 에만이 가끔 쉬는 장소가 나온다. 아무도 찾지 않는 폐건물이나 다름없으나 오늘은 그 장소에서 하루 종일 잘 예정이다. 지하는 새로운 블랙 존의 지배자 얘기로 시끄럽고, 앨리스가 사는 다운타운은 지나치게 활기차다. 그렇다고 아르카디아로 가기엔 피곤했다. 살랑대며 마지막 계단을 오를 적 한기가 스몄다. 눈부신 햇살과 함께 치즈 고양이는 가면 쓴 사람이 되어 지상에 발을 디뎠다. 이제 맞은편 골목으로 가기 위해 햇빛을 넘었을 무렵이었다.
"..아."
마주한 것은 익숙한 얼굴이다.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는 듯 에만의 향을 기억하던 여인이고, 온기를 자각하게 해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바텐더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이 가졌던 무의식적인 행동이 무엇인지도 까먹어 새로운 것을 만들던 에만이건만, 용케 그 이름을 까먹지 않았다. 페로사다. 본디 성인 몬테까를로라 불렀으나 본인이 이름으로 불러달라 하였다. 에만은 가만히 멈춰 선다. 대략 네댓 걸음 정도의 거리를 뒤로하며 고개를 느슨하게 기울인다. 오늘은 여성의 옷차림이 좀 다르다. 이 바텐더의 이중생활을 아는 에만이지만 제법 새롭다.
"또 만나네.."
에만은 가면을 벗지 않고 뒷짐을 진다. 손을 뒤로 모으고 고개를 기울인 모습이 마냥 순진했다. 기운이 없어 보였고, 목소리도 힘이라곤 일절 없었다. 첫 만남도 그랬지만 오늘은 더욱 그랬다. 그런 에만이 갈 곳은 저 골목 안,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공간인 듯싶었다. 미리 막지 않는다면 대화가 끝나고 안으로 들어가 버릴지도 모르겠다. 에만은 입에 물린 담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직이 물었다.
바텐더의 일과도 꽤 녹록찮지만, 그래도 최악은 아니었다..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혹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9시간의 근무와 7시간의 취침을 상정하면 6시간이라는 그럭저럭 일상생활을 영위할 만한 시간이 있다. 요 며칠 동안, 페로사는 그 순간을 자신의 '아르바이트'를 위해 투자했다. 계획을 짜고, 동선을 파악하고, 타겟을 꾀어낼 그럴싸한 미끼와 뒷처리를 맡길 인원을 섭외하고...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비번 날, 페로사는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24시간 이상의 넉넉한 시간을 정했으나, 페로사가 짜둔 계획은 한 치 틀림없이 들어맞았고, 실행에 옮기는 순간부터 일을 마무리하고 뒷골목으로 걸어나오기까지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 댓가로 그녀는 이 도시의 불안한 균형에 기반한 평화로운 생활을 얼마간 더 연장할 수 있었다.
회의감이 든다.
이렇게 살아봤자 이렇게 살 가치나 있는 걸까.
결국 손끝에 피가 마르지 않는 삶. 평생을 죄악에 발목을 잡혀 살아가는 삶. 그래서 그 무엇에도 함부로 손을 뻗을 수 없는 삶. 허리가 반쯤 분질러진 담배의 몰골이 오히려 자신보다 나아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페로사는 착잡했다. 문득 며칠 전에 바에서 만났던 어느 고객이 생각났다. 자신에게 뜯어져나가 결핍된 부분을 모아놓은 것 같이 순수히 웃던 그 얼굴이 떠올랐다. 어찌나 선명히 떠올랐는지 저 지하도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마치 그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
당신의 눈에 비친 여인의 차림은 퍽 낯설었다.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그 곱슬곱슬한 금발을 뒤통수 높이 올려 묶은 그 머리고, 그 푸르른 눈이고, 그 우뚝한 콧대와 두터운 입술에, NOSTALGA TROPIC에, 거친 면직 셔츠. 그러나 청바지며 워커화는 처음 보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온몸을 구속구처럼 감싸고 있는 하네스, 그리고 하네스에 주렁주렁 매달린 권총 탄창집이며 권총집은 당신의-머리로는 알고 있었을지언정- 육안에는 상당히 생경한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생경한 것은 그녀의 얼굴에 걸린 표정이었다.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을 들킨 사람 특유의 흠칫 놀라 굳어버린 표정. 그것도,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들켰을 때의 경악과 죄책감. 입에 꼬나물고 있던 접질린 담뱃대를 툭 떨어뜨리지 않은 게 놀라울 정도였다.
차라리 당신처럼 여러 얼굴, 하다 못해 여러 자아라도 있었다면, 하다못해 레인코트에 달린 후드를 덮어쓰고 있기라도 했더라면 이 상황을 훨씬 더 가볍게 넘길 수 있었을 텐데. 페로사는 어디까지나 페로사 몬테까를로 그녀 혼자였다. 그녀는 날씨가 좀 후덥지근하다고 레인코트를 후떡 벗어버린 자신을 원망했다. 지금 그녀가 쓸 수 있는 가면은 평소의 느긋하게 웃는 얼굴뿐이다.
그러나 결국 그마저도 제대로 되지 못해, 그녀의 얼굴에 씌워진 것은 결국 자조적인 씁쓸한 미소가 될 뿐이었다. "그러게. 별난 데서 만나네."
그녀는 담뱃불도 채 붙이지 못한 채로, 당신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골목길을 힐끔 돌아보았다. 주문받은 것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타겟을 처리하는 것. 그 작업은 이미 끝났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향하려고 하는 이 골목길은, 이 뉴 고모라의 흔하디 흔한 아무것도 없는 그늘에 잠긴 뒷골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당신을 걱정하기엔 충분했다. 저번의 그 저격수, 당신을 노리고 있던 게 아니었던가. 그렇지 않아도 위험한 뉴 고모라의 골목길인데, 당신은 누군가에게 돈으로 저격수를 사서 보낼 정도로 누군가와 내막 모를 원한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목소리에 걱정이 어린다. "어디 가던 길이야?" 하면서 그녀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레인코트를 뒤적였다. 주머니에 성냥갑이 없으면 거기 있겠지. 그런데 그 서슬에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담뱃대 반쪽이 결국 똑 분질러져서 땅바닥으로 툭 떨어져버렸다. "하, 젠장." 그녀는 기가 막히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반은 무슨. 반 갑은 피고 싶은데. 아- 돛대였는데 오늘 참 재수가 없네." 비단 돛대가 부러진 것뿐 아니라, 여러 의미로 재수 없는 하루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자신처럼 여인도 제법 낯선 모습이다. 기억하고 있는 모습은 같지만 옷차림이 달랐다고 해야겠다. 가령 지금의 에만에게 있어 페로사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텐더들의 지정 복장, 셰이커와 콘콥 파이프였으나, 지금 두르고 있는 것은 하네스와 권총 탄창집, 그리고 권총집이었다. 그렇지만 시선을 올렸을 때, 여인의 표정은 에만이 아주 잘 아는 표정이었다. 비밀을 가진 사람들이 무언가를 들켰을 때의 얼굴이다. 에만은 저 얼굴을 아주 많이 봤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며 경악하고 죄책감에 어린 표정을 지었다. 에만은 그러니까 내게 들키지 말았어야지, 하고 속삭이며 비웃는 부류의 사람이었으나 흥미를 가진 사람에게 그리 박하지는 않았다. 에만은 손을 뒤로 모으고 아이처럼 고개를 느릿하게 갸웃 기울일 뿐이었다.
"무슨 일 있어..?"
별난 데서 만난다는 말에 주변을 둘러보고는 쓴웃음을 발견해 묻는 모습이 자못 순수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면서도 순수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이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처럼 굴었다. 모르는 척은 에만의 특기였기 때문이다. 골목길을 흘끔 바라보자 발걸음을 멈춘다. 우리는 이런 곳에서도 다르다. 에만은 피비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앨리스가 꼴 보기 싫다 했기 때문에 에만이 대신 처리해 준 바텐더는 벽은 고사하고 튀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곳에도 피가 튈 정도였다. 앨리스는 치워버리면 된다 했지만 에만은 절대 그 말을 듣지 않았고, 그 반면 당신은 제법 명령대로, 깔끔하게 처리하는 편이었다. 에만은 질문에 천천히 웃었다. 힘없는 웃음이었다
"나..? 쉴까 해서.. 여기 근처의 휴식처로 들어가는 길이었어. 시끄러운 곳은 질색이거든.."
걱정 어린 목소리와 달리 에만의 목소리는 평온하다. 어차피 이 부근에서는 후드 입은 꼬맹이의 뒤통수만 보일 것이니 가면을 벗으려다 멈칫한다. 피, 닦았나? 닦았던 걸로 기억한다. 윗입술 가장자리를 슥 찍어보듯 혀로 살짝 훑어본다. 비린 맛이 안 나는 걸 보니 닦은 것 같다. 방금 전까지 한 마리의 악어가 되어 말 그대로 사람을 두 동강 내고 오던 참이었으니 말이다.
에만은 가면을 벗었다. 머리는 늘 그렇듯 부스스하고, 눈은 겨울 색 그대로나 평소보다 그 밑 그늘이 짙고 가뜩이나 희던 얼굴은 창백하다. 잠을 며칠은 고사하고 만난 뒤 한숨도 못 잔 사람의 모양새다. 잠시 그늘 너머로 들어오는 볕도 따가운지 손을 들어 눈 주변을 덮어 가리다, 아예 시선을 내리 깐다. 타이밍 좋게 떨어지는 담뱃대와 짧은 욕짓거리, 그리고 코웃음 소리에 에만은 손으로 만든 그림자 속에서 빛이 눈에 익을 때까지, 눈만 슬쩍 드는 걸로 시선처리를 대신했다.
(쓰담담) 늦을 수도 있지. 어서와. 늑대인간으로 바꾸면 이런저런 전개의 빈 부분이 다 깔끔하게 채워지는 것도 있고... 나 욕심이 너무 많다고, 사람 거죽을 쓴 괴물이라고, 네가 너무 예뻐서 잊고 있었다고, 내 욕심이 널 다치게 할 수도 있을 거라고, 미안하다고, 나는 괴물이니까 너도 날 싫어할 거라고 펑펑 우는 장면이 나올 수 있을 것도 같다는 페로사주의 뒤틀린 욕망도 있어서... 👀 무언가 아주 잘못돼버린 빨간 망토 이야기 느낌으로.
사실, 경악이라고 해도 모자랄 정도였다. 그 곳에 나타난 것이 정말로 당신이라는 것을 안 순간, 페로사는 그야말로 자기 자신의 육체가 자신의 심장을 전력으로 꽉 죄여드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으니까. 이게 왜 진짜야,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네가, 왜 하필 여기.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였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가장 추했던 모습이 당신에게 들켜버릴까 봐 온 몸을 죄여드는 공포가 엄습했다. 다행히도 방금 한가득 끔찍한 식탐을 충족한 무시무시한 괴물이 당신의 앞에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지는 않았지만, 자기 자신도 잘 제어하지 못하는 이 예측불허의 괴물이 문득 변덕을 부릴까 두려웠다. 당신의 순수하기 그지없는 웃음에마저 속이 울렁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초조한 손짓으로 몸통에 씌워진 하네스를 매만져보았다. 그걸 벗어내고 싶어 안달하는 움직임 같았지만, 그 손짓은 결국 조금 쏠린 하네스를 고쳐매는 동작으로 끝나고 말았다.
확실히, 그 골목 너머에서는 피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의 코끝에는 명백히, 옅고 희미하지만 피비린내가 걸려 있었다. 예컨대 그녀의 옆에 자리도 좋게 놓여있는 쓰레기통에서라던가... 어쩌면, 그녀의 숨결에서도. 당신의 힘없는 웃음에 맞춰, 페로사 역시도 최대한 평범한 미소를 띄워보려고 노력했지만 어정쩡한 웃음이 될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차라리 화제를 돌리기로 택했다. "휴식처?" 다행히도 그 화제는 충분히 페로사가 조마조마한 두려움에서 고개를 돌릴 만큼 집중을 할 수 있는 종류의 화제였다. 세이프하우스를 만들어놓기에는 나름대로 좋은 장소지만... 그만큼 위험성이 있는 장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람을 숨기려면 사람 사이에 숨기라지만, 뉴 고모라 뒷골목이라니. "이 근처에?"
하고 되물으면서, 말 몇 마디를 더 덧붙이려던 그녀는 당신이 가면을 벗자 말을 멈췄다.
다시 그 가면 아래서 드러나는 얼굴. 피로에 한가득 절어 있는 그 모습에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퇴폐미가 느껴져, 페로사는 하려던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뒤적거리다 만 코트 주머니를 마저 뒤적거렸을 뿐이다. 그 동안, 당신은 페로사에게 자신이 하나 주겠다는 제안을 건넬 수 있었다. 당신을 바라보다가 쓰게 대답했다. "괜찮겠어?"
코트 주머니를 뒤적이던 손이 뽑혀나온다. 그녀의 손끝에는 예의 그 성냥갑이 들려있었다. "아니, 불은 괜찮아..." 그러다 그녀는 "나참." 하고 자조적인 웃음을 얼굴에 띄었다. "너랑 담배를 필 때는 꼭 담배나 불 중에 하나가 없네."
"......미안해." 여인은 고개를 푹 떨군다. "그렇지만 꼬맹아, 내 사랑은 널 다치게 할 거야..." 쏟아지는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을 가린다. 머리카락 사이로, 무언가 반짝이는 게 하나 굴러떨어진다. 목소리가 떨린다. "괴물의 사랑 같은 걸 누군가한테 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페로사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겪은_최악의_경험 "하하하... 글쎄. 최악이 아닌 걸 세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 "최악의 어린 시절.. 최악의 성장기... 최악의 성년기. 이제는 그 최악의 과거로부터 도망치려고, 최악의 인생을 살고 있네." "누가, 제발 나를 구해줘..."
에만은 독심술사가 아니기 때문에 페로사의 속을 완벽하게 읽어볼 수 없다. 그렇지만 사람은 눈빛과 몸짓, 어조와 시선으로 지금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초조한 손짓도, 굳어버린 표정도. 많이 봐왔고 많이 만들어본 모습이기 때문에 아무리 숨기려 해도 익숙하다. 하네스가 목줄이라도 된 것마냥 벗어내려 안달이 난 몸짓은 매무새를 고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아마 마음을 진정시키려 한 행동 같았다. 에만은 가면 속에서 흥미로운지 눈웃음을 친다.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는 안다. 하지만 에만이 궁금한 것은 그게 아니다. 이 도시에서 사람 죽이는 일이 대수라고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쩔쩔매는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아니, 자신처럼 정체가 들키면 곤란한 입장이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고작 이런 무방비한 꼬마에게도 숨길 정도인 걸까? 들켜봤자 죽였다고 말하고 일상을 살면 되는 것이 아닐까? 이 도시에 섞이고 싶지 않아 발악하는 것일까. 에만은 굳이 궁금증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골목 안으로 피비린내는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코 끝으로 걸리는 미묘한 철 같은 서늘한 비린내는 분명 피 냄새다. 대체 어디서 나는 걸까? 에만은 곁눈질로 쓰레기통을 한 번 쳐다보고, 페로사를 쳐다보다 힘없이 웃을 뿐이었다. 나중에 확인해 봐야지. 그 이유는 순전히 지금은 피곤하지만, 일단 재밌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정쩡한 미소를 못 본 척하며 화제에 순순히 응했다. 앞서 서술하였듯 피곤하기 때문이다. 휴식처. 참 우스운 얘기다. 사람을 숨길 것이면 차라리 사람 사이에 숨는 것이 낫지, 어둠 속이나 다름없는 이런 뒷골목 근처에 안전한 곳이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에만은 손을 천천히 앞으로 모은다. 가면을 벗기 위함이다. 가면에 손을 얹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곳이 제일 안전할 때가 있거든..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고.."
여기는 너무 시끄러워.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덧붙인 에만은 후드의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Malice Rose. 처음 보는 상표의 담뱃갑은 검붉은 장미가 새겨져있다. 저번에 피울 때는 이게 아니었는데. 금세 취향이 바뀐 건지, 아니면 선물 받은 건지, 그마저도 아니면 실제로 피우는 것이 이건지 알 수 없다. 툭 손목을 흔들자 한 개비가 털리듯 나온다. 검은 담뱃대와 어두운 선홍색 필터. 에만은 갑을 입가로 가져다 대 하나를 입에 물더니 손목을 터는 행위를 반복했다.
"어차피.. 나도 한 대 태울 생각이었어."
이번엔 상황이 반대인 것 같다. 에만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자조적인 웃음에 부스스 웃었다. "다음엔... 둘 다 없을지도 몰라." 하고는 한 걸음 페로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무방비하고, 지나치게 순진했다. 아까 전의 표정을 다 봤는데도 이러는 걸 보면 속이 좋은 건지, 아니면 눈치가 없는 건지도 모를 지경이다. 에만은 입에 문 것 자세 그대로, 손만 들어 손가락 사이에 궐련을 끼웠다. 그리고 빛이 눈에 익었는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쩌면짧은 발돋움도 같이.
물론 그녀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당신이 고작 술 한 잔보다 훨씬 거창한 용무가 있는 손님들을 받는 사람이고, 업계에서는 유명해 누군가가 저격수를 고용해 노려올 정도까지, 당신이 바빌론 시티의 그늘 속에서는 거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가슴으로는, 당신은 그저 외로이 떨어져 누군가와 함께 술 한 잔을 나눌 시간을 원하는 손님이었으며, 또한 애껏 힘들여 잠재웠다고 생각했던 탐욕을 자기도 모르게 동해버리게 만든, 무엇이라 한 마디로 규정하지 못할 수수께끼같은 사람이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처지로는 넘볼 수도 없고 넘봐서도 안 되는 사람이었다. 당신의 무엇이 자신의 탐욕을 동하게 만들었는지 당신과 함께 알아가는 것 같은 호사는 바라지 않았다. 적어도 당신에게 좋은 바텐더로 남았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아니 최소한, 자신의 처지를 자신에게 가장 확실히 실감시켜 주는 끔찍한 행위를 하고 난 모습만큼은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당신의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다는 말에 애써 태연하게 "내가 방해했어?" 하고 말하는 모습도 당신을 배려해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할 구멍을 만들려는 것처럼 보였다. 약간의 어색한 침묵. 당신의 담뱃갑에서 담배를 받아드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보였다.
그래서, 당신이 부주의하게도- 어쩌면 의도가 다분하게도 한 발짝을 내딛어오는 순간, 페로사가 애써 얼굴에 감은 자조적인 미소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데킬라 냄새는 어디로 씻겨가버리고, 파르르 발버둥치는 시트러스향 사이로 혈향이 조금 더 분명해진다. 그녀가 저도 모르게 내비치고 있는 죄의식과 공포는, 단지 당신에 대해 가슴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미지 때문도 아니었고, 이 도시에 섞이고 싶지 않아하는 이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것은 스스로가 여기기에 이 도시에서마저 섞이지 못하게 될 짓을 저지른 이의 모습이었다.
...물론, 잠깐 이 상황을 제쳐두고 이 도시의 심연으로 들어가면 그녀가 그렇게 두려워하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자들도 있다. 탐욕스런 아귀같은 작자들도 있고, 미식가라도 되는 마냥 사람과 부위를 골라서 우아하게 냅킨을 두르고 품평을 하는 작자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광기의 도시의 그늘에 잠식될 대로 잠식되어 뒤틀려버린 자들의 말로이다. 그런 극단의 말로에나 치달아 도달할 끔찍한 그것을, 그녀는 저주받은 본성처럼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앞서 말한 뒤틀려버린 자들에겐 없는 것이 남아 있었다. 사람으로서의 양심과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들이다. 이 도시의 광기에 뒤틀려버린 자들은 그런 말로로 치닫는 동안 그런 것들을 잃거나, 아니면 성품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광기에 오염되어버리거나 해서 그런 것들이 그런 행동에 전혀 방해되지 않을 테지만, 그녀는 그런 것들을 온전히 보존한 채로 저주와도 같은 괴물의 본성을 품고 있기에 광기 어린 본성과 아직 사람이고자 싶어하는 성품이 충돌하여 이러한 행동을 저지르는 것에 스스로 그렇게도 괴로워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괴물이 되길 선택한 이들과 반대로, 괴물로 태어나 사람이고 싶어하기에.
더더군다나, 굳이 그런 짓을 할 것도 없이 충분한 식사를 배불리 하는 것만으로 그녀의 괴물의 본성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식탐 정도는 잠재울 수 있는데도...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죽을 때까지 멀쩡히 사람인 척하며 일생을 살다가 죽고 나서까지 사람인 척하는 데에 성공할 수 있을 텐데도,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덮고 이 도시에서나마 살아가기 위한 조건으로 이런 끔찍한 일을 주기적으로 강요받고 있는 것이었다.
(# 회색으로 쓰인 문단의 내용은 이번 일상 이후, 에만이 페로사의 프로필의 검열된 부분을 조회할 시 그녀의 심리 프로파일링 결과에서 세계관 내의 인물에게 맞게 가공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혹은, 아래에 제공되는 '세계관 중간 변화 특전'을 통해 지금 이 일상에서 이미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고 해도 된다.)
어차피 나도 한 대 태울 생각이었어, 하는 말에, 그녀의 얼굴에 걸린 웃음에 힘이 풀렸다. 자조적인 미소에서 자포자기한 미소가 되었다. 차라리 조금 자포자기하고 나니 오히려 이 상황이 우스워서, 페로사는 담뱃대를 문 채로 후후후 하고 웃음소리를 냈다. 그녀는 이빨로 담뱃대를 물고 입술을 벌렸다. "뭐, 다음번에 둘 다 없으면... 그러면 담배가게에 데이트나 하러 갈래?" 하고 장난스레 덧붙이고는, 데이트 코스치곤 최악인데, 하는 자학개그를 덧붙이면서 성냥갑에서 성냥을 꺼내 칙 하고 성냥갑에 그슬러 불을 피웠다. 당신이 입에 문 담배 끝에 조심스레 붙여주고는, 그녀는 성냥을 자신이 물고 있는 꽁초로 가져가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자기 담배 끝에 성냥불을 붙이려 할 때, 인이 다 타버렸는지 성냥불이 팩 꺼졌다.
그녀는 잠깐 주저하다가, "잠깐만." 하고는 입술을 꾹 다물고 당신이 물고 있는 담배의 끄트머리에 당신에게서 받은 담배를 가져다대려 했다.
<메인 캐릭터의 러닝 도중의 설정 변경을 감안하여, 캐릭터 간의 서술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특전입니다. 해당 특전은 거절할 수 있습니다.> 저번 에피소드 선택지에서 습득한 권한 있는 계정의 보안작업을 소실하는 조건으로, 다음 두 가지 정보 중 하나를 이번 일상 이후에 행동력 소모 없이 접할 수 있다. 혹은 원한다면, 이번 일상이 시작되기 전에 해당 정보를 접했다고 할 수도 있다.
1. 페로사의 프로필에서 검열되어 있던 '뉴 에덴'과 '심리 프로파일링' 부분. 2. 페로사의 프로필에서 검열되어 있던 '늑대인간'과 '심리 프로파일링' 부분.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손으로 쓸어 넘길 적, 에만은 고개를 기울였다. 방해했냐 묻는 말은 배려 같지가 않았지만, 괜히 왜 그러냐 물었다가 페로사의 깊은 속내를 건드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자중하기로 했다. 대신 에만은 처음 보는 연초를 꺼내주며 침묵했다. 단 향과 장미 향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꽤 고급진 취향의 것이지만 에만은 이 연초를 한 번도 피운 적이 없다. 페로사가 담배를 받아들일 때, 에만은 천사처럼 눈을 휘어 웃었다. 오늘의 전리품을 당당히 꺼내 남에게 공유한 것이 나름 뿌듯했던 것이다.
한 걸음. 에만은 미소가 흔들리는 걸 보며 발돋움을 한다. 발꿈치를 천천히 들어 올리자 피비린내가 코에 물씬 끼쳤다. 왜 이런 냄새가 나는 걸까, 당신의 데킬라 냄새는 어디 있을까? 아무리 시트러스 향이 발버둥 쳐봤자 이 영악한 여우의 코는 당신에게서 나는 기이한 냄새를 맡은지 오래다. 죄의식과 공포가 꼭 소리로 들려오는 것 같다. 어쩌면 교향곡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감정이 섞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이 도시에서 섞이지 않으려 든다 한들 이미 당신은 그것보다 더한 일을 한 것 같은데. 듣기 좋다. 당신의 감정을 더 들어보고 싶어졌다. 궁금하고 또 궁금하다. 자포자기한 미소와 대비되는 천사 같은 미소는 이제 입매까지 끌어당긴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뜬다.
"데이트라기엔.. 무드가 없는걸.."
에만은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다. 잠시 말의 이상함을 떠올린 것이다. 그리고 되묻는다. "…그런데, 데이트..?" 에만의 눈길이 페로사를 잠시 빤히 쳐다본다. 동글동글한 눈동자 사이의 길쭉하게 뻗은 동공이 빤히 페로사를 쳐다보다, 이내 눈을 천천히 내리 감는다. 긴 속눈썹이 눈을 덮어 가린다. 불을 붙인지 얼마나 되었다고 진한 장미 향이 난다. 발꿈치를 내릴까 하다, 가늘게 뜬 눈 틈새로 성냥불이 꺼지는 걸 바라본다. 잠시 숨을 들이마시려다 멈춘다. 당신이 다가와 담배의 끝이 서로 맞닿았을 때 불을 붙이기 수월하도록 숨을 짧게 들이마신다. 창백한 연기가 아릿하게 피어오를 적, 페로사의 눈에는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 예민한 후각이 알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닦아낸다 한들 드러나는 것이 있다. 에만의 얼굴이 새하얗기 때문에 더욱.
붉은 피가 튀었을 것이 분명한 흔적이 턱과 뺨 가장자리에 선을 긋듯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아마 거칠게 닦아냈으나 되레 번진 흔적일 것이다. 이 아이는 모르는 것 같다. 에만은 천천히 발꿈치를 바닥에 대며 연기를 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오른쪽 아래를 향해 눈을 흘겼다. 아무것도 없을 곳을 쳐다보며 남몰래 혀를 찼다. 이런 쓰레기 같은 걸 잘도 피웠구나. 에만에게 이 담배는 제법 독했다.
당신의 세로로 죽 찢어진 동공과 곱게 피어난 웃음에는 마치 만찬을 눈앞에 둔 미식가나, 좋은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사색가,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탐미하는 품평가의 그것과도 같은 빛이 있었다. 그것 역시도 페로사를 크게 뒤흔드는 데에 한 몫을 했다. 너마저도 그들과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구나. 그리고 그것은 페로사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툭 분질러져버리는 데에 더 큰 몫을 했다. 물론이지- 이제 와서 뭐가 다를까. 페로사는 실소를 흘리면서 당신이 내미는 담배를 받아들고 입에 물었다.
"그런가?" 하고 담배를 문 채로 대답하면서, 차라리 자포자기하니 덜 초조해보이고 좋다는 생각을 하며 페로사는 불이 꺼진 성냥을 쓰레기통에 대충 던져넣었다. 고급 담뱃잎에 구아버향을 섞어 장미향과 어울리는 단맛을 첨가한 고급스런 연초. 입에 무는 것뿐만으로 퍽 독하다. 문득 네가 좋아할 것 같기에는 너무 간드러진 취향인데- 하고 그녀는 무심결에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곧 머리 속에서 밀려났다. 담배 끄트머리와 불똥이 맞닿는 순간, 후각과 미각을 씻어내리듯 입 안으로 새로이 쇄도하는 낯선 향기가 일깨워준,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냄새가 그녀의 코끝에 걸린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전까지 그녀의 온 입과 코를 가득 채우고 있었기에, 그 첨예한 감각마저 기진맥진하게 만든 그 냄새였다. 그것을 낯선 담배향기가 잠깐 환기시킨 탓에, 다시 그 냄새를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니, 굳이 냄새로 느낄 필요가 있었을까. 당신의 뺨 한 쪽에 그 궤적이 마치 화장처럼 은은히 남아있는데.
페로사는 당신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킥킥대고 웃었다. 오, 나 설마 방금, 안심한 건가? 안심? 안심이라니... 무엇을 두고 안심을 한 걸까? 이 짧은 순간에 한때 자신의 탐욕이 그렸던, 자신이 절대 닿을 수 없는 고운 빛깔의 어떤 순간들이 산산이 무너져버린 것 같아서? 그것들은 겨우 허상이었을 뿐이라고, 네게 주어진 현실은 이 정도라고,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그 말이 안심이 되어서? 자기 자신을 향한 샤덴프로이데. 그 느낌이, 견딜 수 없는 실소를 그녀의 입가에 치밀게 만들었다.
더 우스운 사실은, 자신의 환상이 무너진 순간에 오히려 당신에게 며칠 전 바에서 같이 보냈던 그 밤에 느낀 그 감정이 다시 동했다는 사실이다. 이따금 갖고 싶은 것이 눈앞에 보이면 자신의 처지마저 잊어버리도록 만드는 어지러운 탐욕. 니코틴도 알코올도 이 도시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마약을 가져와도 전혀 취하지 않을 정도로 발달한 내부순환계와 신경계에 담긴 정신마저 취하도록 만드는 이 탐욕. 오오, 너도 결국에 그 정도라면... 적어도 그 정도에는, 내가 손을 뻗어볼 수 있지 않을까?
페로사는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입가로 치미는 실소를 그저 얼굴에 칠칠맞게 뭘 묻히고 다니는 아는 동생을 본 연상의 여인다운 미소로 꾸며 자신의 얼굴에 걸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얼굴에 이건 뭐야... 토마토주스?" 하며 떠는 능청은, 나 이거 뭔지 알지만 뭔지는 말 안 할게, 라는 말에 더 가깝게 들렸다. 그녀는 손수건을 들어 당신의 뺨을 문질러닦아주며 말했다. "네 친구도 이게 금방 질렸나 보네." 담배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어디까지나.
아저씨나 아줌마는 완곡히 돌려 말하면서도, 에만은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스럽게 미소를 유지했다. 고급 담뱃잎, 장미향과 잘 어울리는 단맛은 물론이요 독하기 그지없음에도 표정에는 일절 흔들림이 없었다. 둘 중 하나였다. 독한 것도 잘 받아들이거나, 이 정도도 쉽게 감수하는 연기력을 가졌거나.
어찌 되었든 이 작은 여우는 자신의 얼굴에 남은 흔적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멍한 시선에도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알지 못하고 까치발을 내렸다. 킥킥 웃을 적에는 천천히 연기를 뱉으며 커다란 눈망울만 깜빡 감았다 뜰 뿐이었다. 천사는 실존한다. 어느 도시에나 천사가 있다. 아름다움으로 천사가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품성으로 천사가 된 사람이 있다. 무한한 선의, 자애, 용맹함, 순수함,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찬 구원과도 같은 행보.
에만도 천사였다.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착각하는 점이 있다면, 에만은 바깥의 천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작은 아이는 이 도시에서 보일 수 있는 무한한 선의와 자애를 비롯한 구원을 보였다. 바깥의 따스함을 기대하였다 한들 허상이고, 차갑고 날선 선의는 남의 목을 서늘하게 죄며 바깥만치나 순수하게 웃었다.
에만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독한 연초를 입에서 떼 손가락 사이에 끼워두었다. 다른 팔은 팔짱을 끼듯 상박에 손을 올려둔, 제법 권태로운 모양새였다. 담배를 잘못 샀다. 그래놓고 몇 개비는 피운 흔적이 있는 담뱃갑을 꺼내며 피우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손님을 상대하는 창부로 보였으나 이젠 뺨에 피가 묻어있다. 저격을 페로사의 것으로 착각하였으나 본인을 향한 저격이었다. 순수한 모습을 보이나 타인을 아래에 두는 그림자의 거장巨匠과 상하의 관계가 없이 지내는 사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모를 사람이었다. 어쩌면 도시에서 흔히 보이는 청부업자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차라리 그러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청부업자라면 이 피도, 가면도, 모든 것이 퍼즐이 들어맞듯 딱딱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연기를 뱉던 와중 손수건을 꺼내는 모습에 에만은 고개를 느릿하게 기울였다. 연상의 여인과도 같은 미소에 눈을 깜빡인다. 뺨을 닦아주며 떠는 능청에 세로로 죽 찢어진 동공이 점점 작아졌다. 작게 벌린 입이, 설마 했더니 진짜 흔적이 남았겠거니 하던 표정이다. 다른 점이라면 들키고 싶지 않았음은 페로사와 같으나, 죄의식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요리를 배우는 중이라.."
결국에는. 이어지는 말에 에만의 눈이 반으로 접히고 입술이 길고 매끈한 호선을 그었다.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 여우라기엔 뱀인, 사람이라기엔 그것이라 불러야 할 것이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미소를 낯짝에 그렸다. 더없이 순수하고 깨끗하며, 말갛다. 그럼에도 달콤한 목소리보다 쉭쉭대는 소리가 더 어울릴 것만 같았다. 그것이 이 도시의 천사가 낼 소리에 걸맞기 때문이었다. "페로사." 하는 소리는 뱀의 소리보다 바깥의 달콤한 어조였다. 사탕처럼 단 목소리가 아이의 입을 타고 흘렀다. 이곳의 천사로서, 지나치게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저번처럼 입 맞춰주지 않을래…?"
뱀이 여자에게 물어 이르되,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중략)…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그러면 생각이 정리가 될 것 같거든.. 친구가 질린 이유를..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 응?"
"하긴 구멍가게에서 담배도 사고 싸구려 군것질거리도 사고 하는 걸 데이트라고 하기엔 너무 늦었지." 하며 페로사는 그 달면서도 차갑고 독한 연기를 쉬이 머금고 길게 내뿜었다. 그녀의 파르란 눈에 회한이 걸렸다. 조용히 사람으로 살아가다 사람으로 죽고 싶었으나, 그 조건으로 괴물의 행동을 할 것을 강요받는 삶 끝에, 시선 너머에서 너무도 뽀얗고 맑게 웃고 있는 네 얼굴에 눈이 멎어서는. 그녀의 푸르른 눈이 넋을 놓고 당신을 담았다. 니코틴의 진정효과 따위는 물 건너간 지 오래였다.
창부나 다름없이 요염했고, 살인자나 다름없이 냉혹했으며, 천사와 다름없이 순수했고, 사람과 다름없이 탐욕스러웠다. 그런데도 눈앞에 놓인 당신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 인간도 짐승도 되지 못하는 자신과 같이. 그런데 그런 모습을 하고서는, 너는 내게 뭘 바라고 그렇게 아름답고 무섭게 웃고 있는 거니. 꺼내지 못한 질문에 대답이 돌아올 리 없다. 그녀는 느릿하게 허리를 숙여 당신과 눈높이를 맞추며, 깊게 숨을 들이쉴 뿐이다. 두꺼운 입술 사이에 물린 새까만 담뱃대가 지지직 타들어간다.
그녀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인간의 것이라기엔 비정상적으로 깔쭉깔쭉한 치열 사이로 창백한 안개가 물컥물컥, 장미 향과 담배 향, 그리고 그것으로도 쉬이 감출 수 없는 비릿한 악취를 품고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그러면 꼬맹아, 어디로 가면 좋을까... 나한테서 뭘 원하는 거니." 천사처럼 순수한 당신의 것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인간도 짐승도 되지 못한 채로 입안에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을 한가득 머금은 괴물의 미소였다. 자신에게로 서서히 채워져오는 두 번째의 목줄을 보는 것만 같은.
여인은 고개를 더 숙였다. 그녀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 목전까지 다가왔다. 입안에 실려 흘러나오는 꺼림칙한 안개가 당신의 입술에 닿을 정도로까지 가까이 다가가서, 인간의 것이라기엔 비정상적으로 뾰죽뾰죽한 치열 사이로 연기를 흘리며 그녀는 당신에게 확인하듯 되물었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어?"
아니라고 말해. 냄새난다고 밀어내줘... 너도 이 냄새가 뭔지 알잖아. 맡을 수 있잖아. 하다못해, 리스테린으로 가글이라도 좀 하고 오라고 당신이 면박을 주기를 바랐다. 원한다고 말해. 내게 탐욕을 부려줘. 내가 네게서 맡은 냄새가 틀리지 않다고 해줘. 나를 받아줘.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결국 이런 것들뿐이야.. 하고 당신이 입맞추어 주기를 바랐다.
밀쳐내거나 멀어지거나, 허락하거나 다가가거나.
어차피, 어느 쪽을 선택해도 당신의 욕망이 그렇게나 확고하다면 결국에 결말은 하나일 텐데.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페로사는 직감했다.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기억들과 고통스러운 일들을 딛고 적어도 인간 가죽을 뒤집어쓰고 인간인 척하면서라도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의 삶이, 당신이 맞추어온 균형보다 훨씬 소박하고 보잘것없고 아슬아슬한 자신이 맞추어온 균형이 지금 이 순간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 무너지려 하고 있다는 것을.
담배를 사며 군것질거리를 사기엔 우리는 너무 늦어버렸다. 중의적인 말이다. 이 도시에서 그나마 즐길 수 있는 풋풋하고 어린 시기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순간도. 놓치고 늦어버린 지 오래다. 페로사의 눈에 회한이 걸렸을 때, 에만의 눈에는 짧게나마 조소가 스쳤다. 새삼 늦었다는 사실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날 적부터 사람답게 살 수 있음을 포기해야 했는데 어떻게 늦고 빠름을 정할 수 있으랴. 아마 그런 의미였던 것 같다. 에만은 창백한 연기를 입에서 뭉글뭉글 쏟아지게 두려다, 이내 날숨과 함께 뱉어버렸다.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 차라리 가장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저건 새일까, 쥐일까? 박쥐는 어디에도 낄 수 없었듯 에만 또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그 그림자 속에서 우위에 있음은 확실했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천사처럼 웃을 여유가 있었다.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손에 쥘 수 있게끔 끌고 오는 재주가 에만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에만은 시선을 맞추자 들었던 눈동자를 마찬가지로 맞췄다. 바다처럼, 하늘처럼 푸르른 눈을 마주했다.
에만이 손을 뻗고자 하는 여성이 침묵 끝에 입을 연다. 인간이라기엔 비정상적으로 날카로운 치열 사이로 창백하기 그지없는 안개가 새어 나왔다. 아무리 향으로 가려본다 한들 그 안의 피비린내를 에만이 모를까. 말라붙기 시작해 점점 더 그 비린내가 강해지는 걸 모른다고 하기엔 이 도시에 너무 깊이 발 들였고, 당신에게도 너무 가까이 와버렸다. 죄악을 한가득 머금은, 인간이라기엔 괴물에 가까운 미소에 에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어디로 가면 좋을지 고민하듯,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듯 수줍게 시선을 내리깔다 들어 올린다.
"나는..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아. 그러니까.. 원하는 건 아주 적어."
어쩌면 가장 클지도 모르는 것. 에만은 잠시 눈을 흘겼다.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 라고 말하기엔 조금의 욕심이 더 있었고, 당신을 휘두르고 싶어. 라고 말하기엔 그 욕심이 더 심하다. 자각하지 못하는 것을 함부로 말할 수 없기에, 짧은 침묵만 오갈 뿐이다.
도톰한 입술이 다시금 가까이 다가온다. 그때와도 같은 감각이다. 숨결이 손에 잡힐 듯한 거리. 인간이 아닌 것 같은 피비린내와 날선 치열을 뒤로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다.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냐는 듯. 그리고 짧게 입을 맞췄다. 다른 것은 하지 않았다. 그때처럼, 아이가 부모에게 입을 맞추듯 가볍게 말랑한 감촉만 남겼다. 에만은 고개를 잠깐 뒤로 물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당신에게도 피 냄새가 나."
에만의 손에서 힘이 풀린다. 아슬아슬하게 손가락 틈새에 걸쳐있던 반쯤 피운 연초가 바닥에 허망하게 떨어진다. 천천히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가볍게 양손으로 감싸쥐려 했다.
"나도 그런데."
우린 닮은 점이 참 많은 것 같아. 에만은 다시금 말랑한 감촉을 입술 위로 남겼다. 짧지만은 않은, 버드키스라고 하기엔 긴 무언가. 탐하지 아니하고 고작 입술 겹치는 것을 오랜 시간 하였을 뿐인데도, 욕망을 담되 담지 않았다. 지나치게 순수하고, 그로 인해 안달이 나게끔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다만 이로 인하여 확실시되었을 것이다. 이 아이의 입술에서도 피비린내가 난다. 무엇을 잡아먹었을지, 아니면 물어뜯었을지 모를 일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입술을 떼며 바스스 웃었다.
한 발짝 내닿아 입술 끝에 톡 하고 달라붙은 온기가, 마치 바닥에 고여 있던 기름에 튄 한 점 불똥과도 같이 그녀에게 튀었다. 기름과 같이 바닥에 고여있던 탐욕에 후르르 불길이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 머리가 띵할 정도로 자신을 치우고 있던 비린내가 숨막히는 장미향에 흐려져 있는 사이에 당신의 냄새가 코끝에 걸린다. 피비린내를 전혀 떠올릴 수 없지만, 피비린내와 마찬가지인 또다른 냄새를 싣고. 무게감이라곤 전혀 없는 버드키스일 뿐인데, 마치 불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두 번째의 키스는 당신이 다가와서 한 것인지, 그녀가 당신에게 다가온 것인지 모르게 되었다. 불타지 말았으면 했던 것들이 불길에 휩쓸려 사라져가는 것만 같았다. 아찔하게 기울어지고,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며칠 전의 작별 때, 어딘가로 미세하게 기운 공전축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저 서로의 입술이 마주닿았을 뿐, 그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내가," 입술이 떨어져나가고, 당신의 입가에서 싫지 않다는 말이 흘러나올 때 여인은 허탈하게 말했다. 원하는 건 아주 적다더니. "탐나는구나."
마치 이제야 알아채기라도 했다는 듯한 새삼스러운 말이다. 무언가를 탐하고 무언가에 탐해지기엔, 너무도 결함투성이의 삶인데. 결함을 메꾸느라 급급하게 꾸며내어 덮어둔 것들도 이제 모두 불길에 이들이들 휘말려 사라져가고 있는데. 페로사는 웃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페로사가 저렇게 말한다고 거창한 데 데려갈 필요도 없어. 에만이 가려고 했던 곳에 데려다가 무릎베개를 시키고 같이 잠드는 것만으로도 페로사는 좋아할 테니. 낮잠 좀 잤다가 가볍게 저녁 외출이라던가. 예를 들어 에만이 저녁 먹겠다고 인스턴트를 뒤적이는 걸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페로사가 에만 데리고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저녁밥을 해먹인다던가.. (일상마)
구글에 abandoned house inside로 검색하니까 이것저것 많이 나오네. https://www.google.com/search?q=abandoned+house+inside&tbm=isch&ved=2ahUKEwj2l7-_usr2AhXiz4sBHR0PCCkQ2-cCegQIABAA&oq=abandoned+house&gs_lcp=CgNpbWcQARgBMgcIIxDvAxAnMgUIABCABDIGCAAQBxAeMgYIABAHEB4yBggAEAcQHjIGCAAQBxAeMgYIABAHEB4yBggAEAcQHjIGCAAQBxAeMgYIABAHEB5QAFgAYKAOaABwAHgAgAF2iAF2kgEDMC4xmAEAqgELZ3dzLXdpei1pbWfAAQE&sclient=img&ei=hsAxYva8DOKfr7wPnZ6gyAI&bih=950&biw=1920&rlz=1C1CHZL_koKR712KR712
환락의 도시에서 입맞춤은 흔하지만 순수한 입맞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누군가의 생명을 뺏어놓고 순수하게 입 맞추는 것은 더욱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전혀 없었을지도 모른다. 무게감이라곤 일절 없으며, 피비린내를 머금고, 백합 한 송이를 입술에 얹은 듯 순수한 입맞춤. 에만에게 있어 가벼운 것이었건만 눈앞의 여성은 흔들리고 무너진 듯싶다. 입술을 떼고 뺨을 천천히 쓸었다. 소중한 것을 다루듯 조심스럽지만 서늘하다. 꼭 모든 것을 쥐어봤으니 수틀리면 뒤엎어 깨트릴 것만 같다. 에만은 페로사가 허탈하게 말할 적,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며 엄지로 뺨을 곱게 눌러본다. 생경한 눈빛이었다.
"조금 달라."
피곤한 탓이다. 피곤한 탓에 이 작은 천사는 제정신보다 살짝 어긋난 상태였다. 평소에도 제정신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미쳐있었다. 작은 입술을 벙긋거렸다.
"이게… 탐나는 걸까. 아니야. 그랬더라면 나는 정말 슬플 거야.."
탐나는 건 다 부서졌거든. 내 손에. 에만은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엄지로 한 번 볼을 쓸어 보이고 천천히 떨어지는 손길이 자못 서늘했지만, 페로사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깊은 탄식과 회한이 담겨있었다. 어쩌면 지독한 한이 담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에만은 이미 바닥에 굴러 꺼져버린 연초를 발로 비비듯 밟았다.
"탐내면 안 되는 이유가 뭐야..?"
역시 부서지니까 그런 걸까. 자못 쓸쓸하게 중얼거리다 작게 실소했다. 힘없는 웃음이 흘렀다. 나도 참 피곤한가 봐, 그래서는 안 되는데. 천천히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넘기며 숨을 고른다. 전부 피곤해서 그렇다. 피곤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에만이 겨우 정신을 차리듯 속삭였다.
"난 또.. 페로사.. 여기 사람들은.. 전부 그런 걸. 당신도 다를 바 없는 바빌론의 사람인 거야.."
그리고 고개를 기울였다. 가면을 쓰지 않고 손에 툭 떨어트리고 그대로 밟아 깨트렸다. 순간의 일이었다.
"괜찮은 곳은 몰라. 조용한 곳밖에 알지 못해. 그래도.. 따라올 거야?"
담배를 파는 가게니 뭐니 했는데, 훨씬 무드 없는 데이트네. 에만이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탐낼 것들을 잃어버린 아이와, 탐내는 마음을 잊어버린 여인이 있었다. 불타지 말았으면 했던 것들이 불길에 휩쓸려 사라지자, 비어 있는 것들이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의 뺨에 와닿는 손길이 서늘했다. 손끝에 닿는 인간도 짐승도 되지 못한 여인의 뺨이 따스했다. 그녀는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뺨에 서린 온기는 당신을 다시 한 번 더, 하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 맘껏 움켜보렴. 이미 부서질 대로 부서졌는데 더 부서질 데가 어딨다고 두려워할까. 하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온기와는 달리 뭔가 조금 어긋난 것 같다, 고 그녀는 생각했다. 당신에게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오늘 자신이 어긋나버린 것 같다고 새삼스레 느끼는 것이다. 아까 자신이 저지른, 자신이 평범한 사람과는 한참을 어긋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그 일을 포함해서, 그 일을 준비하느라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고, 하필이면 그 일 직후에 당신을 마주친 것과, 당신과 함께 나누는 낯선 향기, 뭐라 형용하지 못할 서늘함이 어려 있는 당신의 손길, 그리고, 이게 탐나는 것은 아니라는 당신의 말까지. 어쩌면 지금 탐을 내는 마음을 품은 건 당신이 아니라 그저 자신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씁쓸했다. 기적적으로 서로의 빈 부분이 서로와 꼭 같은 줄로만 알았는데 군데군데 어긋난 틈새들이 새삼 눈에 띄는 것 같았다.
바빌론 사람. 당신이 웃으며 꺼내는 말이 그걸 확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입을 맞출 때 당신의 회한이 그녀의 입가에 옮아간 걸까. 그녀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꼬마야... 나는 사람조차도 되지 못해." 그러나 그 미소는 곧 조금 놀란 표정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가면을 땅바닥에 내던지는 소리와, 그게 당신의 발끝에서 짓이겨지는 소리. 그녀는 부서진 가면과 당신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얼굴에 한결 가벼운 미소를 띄었다.
"이 도시에서 조용한 곳이면, 아주 괜찮은 곳이잖아?"
그래, 됐어. 네가 그러겠다면... 골치아픈 자책 따위, 잠깐 미뤄두자.
"네가 나를 데려갈 거면."
여인은 말했다. 조금 그런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 불길 속에서도 타지 않고 내 모가지에 남아있는 목줄, 내 몸 전체에 얽혀있는 이 개줄을 너와 같이 있으면 조금 잊을 수 있겠다고.
애초에 당신의 손길이 닿지 않았더라도 부서져있기에, 이젠 더 이상 부숴도 의미가 없는 부숴진 여인. 그녀는 당신에게 자신의 하루를 맡기기로 했다. 같이 가자면 같이 갈 것이요, 꺼지라면 물러나겠다.
"후회하지 마.. 나는 욕심이 많거든." "오늘 내게 시간을 내어준댔으니까.. 이제 내 곁에 떨어져서는 안 돼.." "가면이 없는 나는.. 나를 노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쫓기고 말 거야. 혼자 있는 낮은 상처가 나서 아파. 밤이 되면 벌어져서 피가 뚝뚝 흐르겠지. 아침은 영영 찾아오지 않을 거야." "네가 떠나면 난 그렇게 될 거야.. 그러니까.. 이건 네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거야. 오늘은 내 곁에 있어."
응, 생활패턴 항상성 유지는 중요하지... 잘 생각했어. 응, 이제 같이 자려구. 오늘도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잠... 문제는 이제 누워볼 생각이긴 한데, 잠이 다 깨서 다시 잠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 그래도 에만주랑 에만 생각하면서, 일단 누워서 눈 감아보려구. 에만주도 고생 많았어. 푹 쉬고, 잘 자. 😊 (쪽)
모래알을 움켜쥐면 다시 부서질 일은 없다. 그렇지만 손아귀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흘러내리고 떨어져 백사장 위로 쌓여버리면 다시는 그 모래알을 완벽하게, 온전히,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쥘 수 없다. 에만은 그것이 두려웠다. 자신이 쥐면 전부 부서지고 망가진다. 인생이 그랬고, 가족이 그랬으며, 그 이후의 삶도 그랬다. 모조리 부서지고 망가지며 에만을 떠났다. 더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영원히. 유혹하는 듯 따스한 온기를 한 담아 쓸어내며 멈춘 것은 그 탓이다.
애당초 이건 탐욕과 달랐다. 직고하기 부끄러운 일이나 조금 더 짙고 깊다. 부끄러울 것 하나 없는 이 도시의 사람인데도 드러내서는 안 될 것만 같아 감추게 만든다. 이것이 무엇인지 감히 정의를 내릴 수 없어 입을 다물고 지켜보게만 된다. 명칭을 정하기에는 거창한 것이요, 그렇다고 입다물기엔 안달이 나는 감정을 도통 모른다. 때문에 에만은 침묵한다.
쓴 미소를 마주하며 에만이 가면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다분히 고의적인 행동이다. 얼굴을 가리던 가면을 바닥에 떨군 척,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발 내디뎌 부서지게끔. 금이 절묘하게 갔기 때문인지 발이 누를 적 두 동강이 나더니 재주 좋게 파사삭 소리를 내며 여러 조각이 나버린다. 마치 에만의 자아와도 같다.
"사람이든 아니든.. 후회하지 마."
나는 욕심이 아주 많거든. 새하얀 눈동자가 페로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조용한 곳은 괜찮다며 미소를 그리자 더 가까이 다가간다. 물러난 만큼, 다시 가까이.
"오늘 내게 시간을 내어준 댔으니까.. 이제 내 곁에 떨어져서는 안 돼.."
손을 뻗어 당신의 가슴팍 위, 쇄골에 얹고 천천히 몸을 기울이려 했다. 눈을 가련하게 내리깔며 작은 입술을 달싹였다.
"가면이 없는 나는.. 나를 노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쫓기고 말 거야.. 혼자 있게 되는 낮은.. 상처가 나서 아플 거야. 밤이 되면 그 상처가 벌어져서 피가 뚝뚝 흐르겠지.. 그리고 아침은 영영 찾아오지 않을 거야."
가면을 깨버린 것은 이 도시로 치면 무언의 협박이었으나,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는 신뢰의 표시였다. 당신의 무른 행동이 날 죽일 거야. 뺨을 툭 기댔다 느릿하게 떼며 스치듯 지나가려 했다. 어서 따라오라는 듯.
"네가 떠나면 난 그렇게 될 거야.. 그러니까.. 이건 네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거야. 협박일지도 몰라.. 오늘은 내 곁에 있어줘."
그렇게 에만은 골목 깊숙하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체가 있었어야 할 깔끔한 장소를 지나고, 그 안의 골목에서 또 세부적인 곳으로 들어간다. 이내 반 년 전 뉴 고모라의 지하를 지배하던 누군가 목을 매달고 죽었다는 소문이 도는 허름하고 낡아빠진, 황폐한 도시의 잔해로 들어갔다. 아마 이곳은, 한때 무엇보다 찬란했거나, 지금의 엘리시온이 있는 호텔에 준하는 곳이었던 것 같다. 이젠 갱이 한 번 지배해 보려고 방탕하게 휩쓸었다 피바다가 되고, 집 없는 자들이 잠깐씩 묵고 가려다 또 죽임 당하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을씨년스럽고 허름하지만 방마다 그 흔적이 남아있다. 어린 자녀와 장성한 자녀가 각 하나씩 있었는지 어느 방에는 갱단이 심심풀이 삼아 쏟은 총알 세례에 솜이 죄 터져 속을 드러내는 인형이 있었고, 어느 방에는 깨진 모니터가 여러 대 있었다. 하나씩 지나치며 에만은 그나마 온전한 문을 열었다.
햇빛이 찬란하게 안을 비추는 곳이 있다. 전 지배자가 여러 사람을 끼고 놀았을, 총알이 박힌 고급 소파, 고작 반 년 사이 피가 굳고 썩은 뒤, 마침내 짓밟혀 가루가 되어 희미한 흔적만 남긴 러그와 카펫, 박살 나 한구석에 치운 테이블, 창문 가까이로 누군가 삶을 비관하며 매달렸을 매듭진 밧줄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유리가 반쯤 깨진 진열대에는 분명 비쌌겠지만 이젠 깨져 내용물도 남지 않은 술병과 누군가 구비해둔 과자 따위가 들어있다. 먼지가 햇빛을 타고 흐르는 것이 보이고, 가장 환한 빛은 안락해 보이는 침대를 비춘다. 그나마 신경을 썼는지 침대만은 새 커버다.
"조용하지.. 아무도 안 올 테니까.. 편히 있어."
에만은 페로사를 돌아보며 침대 가장자리에 털썩 앉았다. 이 작은 여우는 이 자리에 앉는 것이 익숙해 보인다. ..에만으로 살면서 처음 얻은 안식처였기 때문이다. 이내 작게 흥얼거렸다. my bitterish, very bitterish home.. 본디 my sweet home일 텐데도. 이곳도 여우에게 안식처는 못 되는 것 같다.
페로사: 074 여행해본 나라는? "다 기억하진 못해." "바텐더 일을 시작하고 나선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을 많이 찾네."
232 히어로or빌런 "아. 어느 쪽도 아냐. 난 평범한 바텐더야." "그렇게 알고 있는 게 좋을 거야. 그렇게 생각해줘."
323 연상과 연하 중 더 편하게 대하는 쪽은? "어느 쪽이건 괜찮아. 신사적인 사람이기만 하다면." "사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에는 연하가 좀 더 많은 편이네. 뭐.. 애초에 내가 발 담근 판이 다들 평균 연령대가 어린 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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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면 안 돼!" 페로사(동료가 어디선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을 때): 뭐야, 누가 엘리시온에서 싸움박질을 하려는 거야? 페로사(동료가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을 때): 싸우다니 무슨 소리야. 손님한테 나가는 길을 정중히 안내해드리는 것뿐이야. 페로사(???): ...자기. 물러서 있어.
"배우고 싶은 외국어 있어?" 페로사: 지금으로선 딱히? 페로사: 아시아권 언어 하나를 배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있지만, 생각일 뿐이야.
"샤워 시간은 어느 정도?" 페로사: 아, 머리카락 때문에 말이지. 좀 오래 잡아먹어. 페로사: 그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지?
"후회라면... 어떤 후회?" 이상하고 낯설었다. 그런데 동시에 낯익기도 했다.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무언가 많이 잘못되고, 비틀린 것 같다. 자신이 어떻게 손쓸 새도 없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어긋나버린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싫지는 않았다. 한 칸 비뚤어지게 다물던 턱을 난생 처음으로 제대로 맞추어 다문 것만 같은 묘한 안도감이 있었다. 그래서, 몸을 기울여오는 당신을 품에 받아안으며 페로사는 대답했다. "됐어, 상관없어. 네가 내 후회를 잊게 해준다면." 입가에 옅은 웃음이 걸린다. 당신이 손을 얹으며 기대어오자 당신과 옷가지 위로 끼이는 하네스의 감촉이 껄끄럽다. 적당한 때에 벗어야겠다, 하고 페로사는 생각했다.
품에 푹 기대면, 따스한 온기가 치밀어온다. 몸을 묶고 있는 하네스 사이로 느껴지는, 당신은 편안히 받아안아주는 그녀의 근육으로 들어찬 살갗에서 흐릿한 피냄새를 뚫고 코끝에 걸리는 시트러스향, 데킬라 향기... 그리고 여인의 살냄새. 아직도 나는 흐릿한 피냄새는 그녀가 당신과 같은 세계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으되, 그럼에도 아직도 그녀의 몸에 남아있는 여인의 냄새는 당신이 누구의 품에 기대어있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녀는 품에 기댄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누군가에게 다양한 형태로 원해져본 적은 많았으나, 벌써부터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의 빛나는 것처럼 투명하게 하얀 눈동자가 그런 순간들을 덧칠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오늘 하루를 부스스하게 요구해오는 당신의 모습에, 뭐라 딱 꼬집어말할 수 없는 낯선 충족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싫지 않다. 떨어져서는 안돼, 하는 순진무구한 욕심에, 페로사는 대답 대신 당신의 어깨를 가볍게 끌어안고 다독여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뉴 고모라의 뒷골목에서 보기에는 퍽 낯선 장면이었다.
"욕심이 많네." 상처도, 밤도 자신에게 기대어오는 당신의 말에, 페로사는 푸르른 눈으로 자신의 품에 기댄 당신 옅게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의 상처를 핥아주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외로워하는 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것도 익숙한 일이다. 그러나 당신과 함께 있으면, 그 익숙하던 일들이 조금 낯선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페로사는 그것이─ "싫지 않아." 그녀는 당신의 어깨를 놓아주고 당신의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한때 뉴 고모라의 중심가로 통했던 곳이 있다. 화이트 나이트 호텔이 있는 체스보드 광장에 비해서 대단히 구석진 곳에 있었지만, 한때는 이 곳이 뉴 고모라를 대표하는 명소 중 한 군데였던 곳이라는 것을 페로사는 떠올렸다. 찬란한 흔적만 남긴 채 옛날 사진처럼 을씨년스레 쇠락해버린 풍경들을 페로사는 가로질렀다. 당신은 이 곳을 거처로 삼고 있는 걸까.
페로사의 눈이 술병을 한 번 바라보다 저런 아까울 데가 있나 하듯 눈살을 찌푸렸다가, 그 옆에 구비되어 있는 과자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항상 지내는 건 아니지?" 가벼운 질문과 함께 그녀는 당신의 옆자리에 앉았다. 여기서 제대로 쓰인 흔적이 있는 것이라곤 침대뿐이다. 침대 머리맡에 대충 코트를 얹어두고는, 그녀는 찰칵찰칵 하고 몸에 채워져있던 하네스를 벗어내리기 시작했다. 벨트가 몸에서 흘러내리는 것이 생소한 느낌이다. 그게 벗겨져봤자 그 너머에 남는 것은 단순히 셔츠에 바지 차림인데. "─피곤하면, 지금 여기서 잠깐 눈 좀 붙였다가 내 집에 갈래?"
비틀린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후회해서는 안 된다. 두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위험한 일을 하다 온 바텐더를 모른척하며 함께하는 것도, 대체 뭘 하다 온 건지 피를 묻혀 돌아온 아이에게 삼켜질 듯한 것도. 에만은 품에 기대며 이 어긋난 만남에 대해 생각했다. 손 뻗으면 쥘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잘 안된다. 대체 이 감정이 뭔지도 모르겠고, 안다고 해도 인정할 수 있을지 막상 겁이 났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도시의 그림자가 두려워하는 것이라. 역설적인 자신이 우스웠는지 속으로 차게 웃었다.
품에 기댄 에만은 차갑다. 성격이 아닌 체온을 일컫는 말이다. 페로사의 품에 온전히 기댈 적, 따스한 몸에 한기가 스몄다. 마치 몸을 조이는 하네스를 처음 착용할 적 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과도 같았다. 사람이라기엔 눈사람에 가깝고, 스네구로치카와도 같았다. 조금의 온기가 이 몸을 흩어지게 만들고, 끝내 연기가 되어 사라질 것만 같았다. 에만은 사라지지 않고 눈을 잠깐 감았다. 흐릿한 피 냄새가 났지만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다. 그것이 어찌나 부럽던지. 아무리 포근한 냄새가 난다 해도 자신은 자신으로 남을 수가 없는데. 그렇지만 이 온기와 페로사라는 사람에게서만 나는 이 냄새가 자신을 굳게 남게끔 하는 착각이 든다.
"..나는 욕심이 많은 이 도시 사람이니까.. 당연한 거야."
그렇게 에만은 안식처로 떠났다. 혼자가 아닌, 처음으로 누군가를 데리고. 쇠락, 그리고 몰락한 현장이었다. 고작 반 년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아직 폐병원이나 폐교와 같은 오래된 묵은 때와 낡아빠진 음산함으로 비롯되는 공포는 없었다. 그저 지나치게 조용하고, 벽에 이따금 튄 피의 흔적이나 구석에 모아둔 빈 탄피, 빈 방 속의 흔적 같은 것이 지나치는 것만으로도 다른 공포를 심었다. 이곳에서 죽은 사람이 제법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 작은 아이가 있다. 이 장소가 죽은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찾지 않는 것이라면 횡재한 것이나, 이 장소를 죽여서라도 지킨 사람이 아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어느 쪽인지는 알려주지 않았으니 상상은 자유다. 침대는 답지 않게 푹신하고, 베개는 새것이다. 피가 아직 지워지지 않고 스민 가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침대는 누가 쓰긴 했어도 아주 상태가 좋은 것이다. 에만이 고개를 돌려 페로사를 쳐다봤다.
"..항상은 아니지만 자주 있어.. 여기는 밤에도 아주 조용하고.. 안전하고.. 눈을 붙이고 싶을 때면 여기서 자고 가거든.."
과연 안전할지는.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던 걸지도 모른다. 에만은 하네스를 벗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처음 만났을 때는 셔츠, 그다음은 하네스, 어째 밖에서 볼 때마다 이 여인은.. 에만의 생각이 멈췄다. 눈이 둥글게 뜨이며 눈만 도르륵 굴러간다.
"..네 집..?"
누군가의 집. 앨리스도 친구의 집에 잘 가지 않는데, 에만이라고 갈까? 잠시 경계하듯 둥글게 뜨인 눈이 가늘어진다.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다. 집이라는 단어를 싫어하게 된 지 오래인데도, 당신의 집은 어쩐지 안락한 발음이다. 에만은 잠깐 고민하다, 그 이전의 문장을 떠올렸다. 눈을 붙이면 많은 것이 사라진다. 집에 가자고 해놓고 자신을 버리고 가버리면 어쩌지, 상반된 생각은 피해 망상이다. 장례식 예절이니 뭐니 꼰대들 말 싸가지 하고는.. 피곤하지? 한숨 자렴, 미카엘. 일단 집에 가서 기다리면 네 아버지도 곧 오실 거야.
"잠깐 눈을 붙이면.. 떠날 것 같아."
에만은 천천히 손을 뻗는다. 셔츠 자락을 잡기도 애매해 어딜 잡아야 할지 머뭇거리다 당신의 새끼손가락을 감싸 쥔다.
에만: 249 욕구를 잘 참나요? > "..잘 참아." "나는 인내심이 아주 깊거든." "...아마도."
012 혈액형성격론, 별자리별 성격 같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안 믿어. 그런 거.. 비효율적이야."
339 기습적으로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 (에만은 표정을 찡그렸다)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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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어떻게 할래?" 에만: 아. 조졌다.. 에만: 출석 안 해서 F라고..? 에만: ...출석 했는데.. 교수님께 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메일이라도 보내봐야지..
"용건이 있는데, 시간 있어?" 에만: 있어도.. 안 내주겠지. (의뢰인이 사적인 용건을 언급할 경우.) 에만: ..무얼 바라? (의뢰인이 공적인 용건을 언급할 경우) 에만: 응? 미안! 교수님이 부르셔서.. 그래도 디엠 하면 들어줄 수 있으니까 연락해!(앨리스의 모습) 에만: 없는 거 알면서 시비를 털어..(용왕)(용왕: 싸~가지 없는 쉐리...) 에만: ...네게 줄 시간은 이 우주만큼 많아..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
버려진 안식처. 치워지지 않은 채로, 황폐하고 조용한. 저 피들은 이 곳을 남긴 이들의 것일까, 이 곳을 빼앗긴 이들의 것일까... 혹은 이 곳을 빼앗거나 되찾거나 멋모르고 헤매어들어온 이들의 것일까. 묻지 않는다. 페로사는 거기까지 캐묻고 싶지 않았다. 본디 꼬치꼬치 캐묻는 성격이 아니었고, 그녀 역시도 반 년 전에 있었던 일들은 딱히 떠올리고 싶은 것이 아니었기에. 그저, 지금 당신과 자신이 이 곳에 있다는 사실에만 주목하기로 했다. 그래서 당신의 안전하다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있노라면, 자신이 이 집의 이 침대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해칠지에 대한 방법이 잠깐 동안에도 십여 가지는 간단히 떠오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귀가 맛이 갔거나 무언가 착각했거나 못 써먹을 정도로 늙어버린 게 아니라면, 딱히 이 집에 별다른 장치가 되어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확실히 조용하긴 조용하네."
페로사는 침대에 앉은 채로 한쪽 다리를 들어, 허벅지를 꽉 조이고 있던 하네스를 끌러 풀어냈다. 나머지 다리를 들어 반대쪽도 풀어내자, 그녀의 몸에서 하네스가 전부 떨어져나왔다. 옷에 몇 군데 구겨진 주름이 남았을 뿐, 그녀는 평소의 그녀다운 평범한 셔츠에 청바지 차림이 되었다. 흡사 케블러 벨트 몇 개를 기괴하게 뭉쳐놓은 것 같은 하네스 뭉치를 아까 올려둔 코트 위에 올려두고, 페로사는 침대 머리맡에 앉은 채로 양팔을 쭉 뻗어 으으으 하고 기지개를 켜다가 네 집? 하는 방문에 기지개를 풀며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려 푸르른 눈을 맞추어온다. "그래, 내 집. 그렇게 고급스러운 곳은 아니지만 말야." 하고 페로사는 버려진 안식처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화로웠을 정경을 돌아보았다.
새끼손가락을 쥐어오는 당신의 손길에 페로사는 천장을 올려다보던 그대로 눈을 살며시 감았다. 새삼 방 안으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이 눈이 부시기라도 했던 걸까? 눈을 감고, 입술을 얇게 벌려 조그맣게, 한숨을 내쉰다기보단 숨을 고르는 것 같은 호흡. 그리고 눈을 다시 뜨고는 당신을 보며 웃는다. 당신에게 익숙한 미소를. "그건 걱정 마... 난 버리는 쪽이 아니라, 버림받는 쪽이니까." 그녀의 손이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맞잡아왔다.
그러다 그녀는 좋은 생각이 났는지 반대쪽 손을 뻗어서 당신의 어깨를 잡고 끌어당긴다. "그러면 이렇게 해." 그녀가 어깨를 잡아당기는 대로 딸려가면, 당신의 몸이 옆으로 뉘어져서 그녀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올리게 될 것이다. 여기서 좀 자고 가자고 했던가... 그래, 그래도 상관없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지금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 침대에 있는 사람을 해치는 방법들 중에서, 그 사람과 자신이 함께 있다고 가정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조용한 곳은 안전하지 않다. 이 도시에서 조용한 곳이라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곳이 된다. 그럼에도 에만은 안전하다 언급했다. 지금까지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지금까지 자신이 해둔 일이 있으니 안전하다 한 건지는 알 수 없다. 대신 "조용하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이 된 거야." 같은 소리를 지껄였을 뿐이다. 조용하면 아무도 알지 못한다니 뭐니, 이 도시에서 통용되는 말이 아닌데도. 자신도 말의 어폐를 아는지 침묵하고 다시금 덧붙인 말은 제법 신빙성이 있다. "여기의 흉흉한 소문 때문에.. 안 오니까."
이내 하네스가 떨어지는 것을 가만히 본다. 사람의 몸을 잡아먹을 듯 휘감던 검은 뱀이 떨어져 나간 것 같다 생각했다. …진짜 뱀인가? 뱀이 뭐더라? 헛된 망상이다. 에만은 시선을 맞추자 가만히 페로사를 바라본다. 새하얀 눈동자는 집이라는 단어가 생경한 듯 이질적이고, 어딘가 놀란 듯 둥글다. 본디 에만에게 있어 집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도 고급스러운 곳이든 아니든 그 근처로도 가고 싶지 않은 효과가 있었다. 그럼에도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가 무엇보다 편안한 느낌이다. 같은 단어가 맞나 싶을 정도다.
에만은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은 페로사의 새끼손가락을 딱 맞게 잡을 수 있었다. 만일 검지를 잡는다면 여백이 남을 것이다. 그만치 여리고 작은 사람이었다. 에만은 눈을 감고 숨을 고르듯 하는 호흡이 생경하다. 지금까지 봐온 의뢰인들은 전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대놓고 행동했지, 이렇게 천천히 인내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에만은 아마, 지금 이 여인이 왜 이러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익숙한 미소를 마주하며 손에 온기가 닿는다. 버리는 쪽이 아니라 버림받는 쪽. 만약 당신이 버림받는다면, 내가 데려갈 거야. 에만은 그 말을 천천히 삼키다 결국 뱉어냈다.
"나는.. 날 버리지 않는 사람은 버리지 않아.."
타인에겐 새빨간 거짓말이지만 당신에겐 한없이 진실이다. 버리지 않고 신뢰하는 사람이라도 쓸모없는 자는 죽으라지.. 가 본인의 가치관이었다. 기초적인 신뢰라는 것은 에만에게 있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신에겐 한없이 무르고 가치관 자체가 되지 않는다. 여인이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듯 에만도 여인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줄이고 줄여 말하자면 탐이 났다. 갖고 싶어 안달이 났다. 피비린내가 더 끼쳐도 좋다, 누군가 더 죽어도 상관없다. 가질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에만의 생각을 멈추게 한 것은 페로사의 행동이다. 어깨를 잡고 끌어당기자 그대로 딸려간다. 반항 한 번 하지 못했다.
가질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에만의 생각을 멈추게 한 것은 페로사의 행동이다. 어깨를 잡고 끌어당기자 그대로 딸려간다. 반항 한 번 하지 못했다.
"……이게 뭐야..?"
허벅지에 머리를 뉘자 눈을 크게 한 번 깜빡인다. 탄탄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온기가.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다. 누구에게 이걸 받았더라. 에만은 천천히 생각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헛된 망상이고 과거일 뿐이다. 따뜻함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불과는 다른 온기다. 에만은 천천히 손가락을 잡은 손을 입가로 끌어당기고, 자신의 다른 손도 들었다. 이내 보인 것은 양손으로 페로사의 손바닥을 잡은 모양새였다. 그리고 에만은 왜 이렇게 했는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잠시 고민하다, 어색하게 뺨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려 했다. 그리고 손바닥에 뺨을 비볐다. "…따뜻해." 하고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 쪽의 장치였나. 실재하는 부비트랩이나 알람이나 CCTV나 동작감지기, 폐쇄 격벽 같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장치가 아닌 사람들의 관념에 뿌려진 장치. 어설프고 약해서 사람이 한 번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 간단히 파훼될 만한 그런 장치다. 정적이 그 곳에 숨어있다 하면 모략가는 암살자를 보낼 것이고, 목표가 그 곳에 숨어있다 하면 암살자는 폐건물의 음산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침입해 오리라. 그러나, 왜인지 당신이 해둔 장치가 그것으로 끝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로사 역시도 당신을 꼬맹이, 같은 호칭으로 부르곤 하지만, 저번에 의도치 않게 들은 이야기도 그렇고, 은연중에 당신의 태도나 행동에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창부나 꼬마 따위가 아니라, 이 도시의 그림자 속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몇몇 사람들 중의 하나라고.
-그러나 상관하지 않는다. 이 도시의 그늘 속 세계가 사람이라고 한다면 당신과 같은 이들은 머리이고 자신과 같은 이들은 손끝-이른바 말단이지만... 지금 이 순간, 당신과 자신은 그림자 속의 위계질서를 따지려고 여기에 있는 게 아니니까. 사람을 잡아먹은 괴물과, 그런 괴물의 하루를 갖고 싶다는 철없는 꼬마. 그뿐이다. ...그 수식어가 더 간결해지면 좋을 것 같다고 페로사는 생각했다. 푼수떼기 바텐더와 친한 꼬마 정도로. 바텐더와 꼬마. 나쁘지 않은걸.
그늘의 가장 깊은 곳에 몸이 잠겨있었지만, 그녀가 갖고 있는 바람은 여전히 순진하고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당신이 들려준 대답만큼이나 말이다. 그늘 속에서 바빌론 시티의 암흑가를 주름잡고 있는 에만이 아니라, 우연한 곳에서 이상하게 마주친 잘 아는 나어린 동생으로서 건넨 그 말. 대답으로는, 당신의 머리를 받쳐주는 따뜻한 허벅지가 돌아왔다. 눈을 깜빡이며 반문하는 당신을 내려다보던 그녀는 가볍게 웃는다. "뭐긴. 자러 왔다며." 하며 페로사는 당신의 손에 기꺼이 자신의 손을 내어주었다. 자기 손을 들어다 그 안에 뺨을 파묻는 당신을 페로사는 잠깐 내려다본다. 희미하게 나는 술 냄새, 가죽 냄새. 그녀는 잠깐 고민했으나, 이내 그 손으로 당신의 뺨을 감싸쥐어 어루만져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눈을 감는 당신을 보며, 페로사는 나직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신이 무의식 속으로 멀어지기 좋은 음량으로, 천천히.
Feet don't fail me now 발아, 조금만 더 버텨줘. Take me to your finish line 나를 결승선까지 데려다 줘. Oh my heart it breaks every step that I take 내가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내 심장을 부서져가고 있어 But I'm hoping that the gates, they'll tell me that you're mine 그렇지만 나는 문 앞에서, 그들이 너는 내 것이라고 말해주길 희망해 Walking through the city streets 도시의 길을 가로질러 Is it by mistake or design? 실수인 걸까, 설계된 걸까? I feel so alone on a Friday night 금요일 밤, 나는 혼자 외롭게 있어 Can you make it feel like home if I tell you you're mine? 내가 넌 내 거라고 말하면, 집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줄래? It's like I told you, honey 내가 너한테 말했던 것처럼, 자기야 Don't make me sad, don't make me cry 나를 슬프게 하지 마, 날 울리지 마 Sometimes love is not enough and the road gets tough, I don't know why 가끔은 사랑은 충분치 않고, 길은 거칠어져만 가. 왜인지는 모르겠어 Keep making me laugh 날 계속 웃게 해줘 Let's go get high 같이 취해버리자 The road is long, we carry on 길은 멀고, 우린 계속 가야 하니까 Try to have fun in the meantime 그 동안 즐기려는 것뿐이야...
얼마나 잠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눈을 떠보면 붉다는 게 느껴진다. 다행히도, 무의식에서 방금 깨어난 흐리멍덩한 눈으로도 그것이 피의 꺼림칙한 붉은색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녁 7시가 훌쩍 넘어서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완전히 끝나는, 바빌론 시티의 기나긴 일몰이 막 시작하여 당신이 잠든 이 뒷골목을 포함한 온 바빌론 시티를 황홀한 붉은빛으로 감싸고 있는 것이리라.
따뜻했다. 바빌론 시티 특유의 찐득한 무더위와는 다른 종류의 온기였다. 바빌론 시티는 한여름의 열대야 기간을 제외하면 일교차가 큰 편이다. 해가 떨어지면서 공기가 서서히 쌀쌀해질 때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파묻혀있는 곳은 여전히 따뜻했다. 눈을 떠보면 당신이 잠든 순간과는 상당히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게 그녀의 셔츠 차림의 품이었기 때문이다.
당신과 그녀의 몸에는 담요가 덮여 있었고, 당신의 머리를 받치고 있는 것은 그녀의 허벅지가 아니라 팔뚝이었다. 당신의 머리를 팔로 괴어주고 다른 팔로는 당신의 어깨를 감싸안은 채로. 그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머리끈은 풀어버렸는가, 그녀의 길다랗고 곱슬거리는 금발이 베개 위로 온총 쏟아져 있었다. 길다란 속눈썹은 감겨있었고, 오뚝한 코와 두꺼운 입술은 옅은 숨을 무방비하게 쉬고 있었다. 어떤 표정도 없이, 완전히 풀어진 채로. 당신이 죽이려 들면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고, 탐하려 들면 마음껏 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페로사: 021 곱창, 막창, 내장탕, 닭똥고집 등을 먹을 수 있는지? "곱창? 막창?" "아... 내장이구나. 요리만 잘 하면 먹을 만하지. 피렌체에선 소 내장을 요리해서 파는 람프레도토가 있고, 피렌체가 아니라도 양 내장을 요리해서 먹는 트리파가 있어." "그러니 내장으로 스튜를 못 만들 것도 없지? 손질만 잘하면 말야." "어? 이게 뭐야?" "아하, 닭의 모래집이구나. 쫄깃한 게 먹을 만한데?"
198 캐릭터의 친한 사람의 기준은? 1단계: 바에서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2단계: 바 밖에서도 서로 약속을 잡고 만나는가
315 생모에 대한 생각 "─글쎄... 이젠 얼굴마저도 어떻게 생겼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걸." "이제 와서 명확히 기억나는 거라고는 손목에 채워져있던 실 팔찌뿐이야."
지금은 에만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도시의 아이다. 송곳니를 드러내기엔 작은 새끼 동물에 불과했고, 거대한 맹수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여우와도 같다. 에만은 따뜻한 체온이 낯설었다. "베개에 누워도 되는데.." 작게 종알거린다. 손에 와닿는 체온이 실재하는지 확인하듯 뺨을 비벼보고는 눈 감은 그대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설계된 행동이 아닌 본능적인 것이었다. 희미한 술 냄새, 가죽 냄새, 그리고 온기. 에만은 뺨을 감싸 쥐며 어루만지는 손길 그대로를 받아들이듯 고개를 천천히 움직였다. 차가운 뺨이 당신의 온도로 물들고, 포근한 머스크 향을 품은 샴푸의 단내는 당신의 손가락에 물든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온도에 익숙해진 나머지 눈꺼풀이 무겁다.
이대로 잠들어버리면 안 될 것 같은데, 꿈에 빠져버리면 당신이 없을 것 같은데 헛된 망상과 피해의식이 오락가락하는 그 와중에도 포근하다는 감각이 몸을 짓누른다. 천천히 들리는 음색은 에만의 정신을 무의식 깊은 곳으로 부드럽게 안내하고, 에만은 마지막으로 느릿느릿, 끝으로 갈수록 몽롱하게 가늘어지는 목소리로 입술을 달싹이며 잠에 빠져들었다. "너마저 떠나면 안 돼……." 꿈은 이 도시에서 함부로 꾸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헛된 꿈이 정신을 해이하게 하고 가져서는 안 될 기대를 품게 해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희망 또한 마찬가지다. 에만은 평소 꿈을 꾸지 않았고, 희망 또한 가지지 않았다. 다만 오늘은 꿈을 꾸었다. 앨리스의 모습이 아닌 에만의 모습으로 대학을 가고, 혹시라도 깊게 엮여 정신을 해이하게 할까 일부러 다가가지 않았던 친구를 사귀며, 타인의 온기에 기대는 평범한 삶에 대한 것이었다. 에만의 눈이 가늘게 떠진 것은 꿈의 말미에서다. 이내 붉게 물든 전경을 담는다. 저녁이다. 오전의 시간을 푸르게 보냈으니 붉게 물들 밤을 미리 보여주듯 태양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 틀림없다.
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것 때문인지 따뜻하다. 습기로 가득 찬 무더위와는 달랐기에, 에만은 가늘게 뜬 눈을 느릿하게 끔뻑, 하고는 겨우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쌀쌀해야 할 텐데도 왜 이리 따뜻한 건지, 싶었으나 뭔가 다르다. 아까는 여인의 허벅지에 있지 않았나. 정면에 보이는 것은 셔츠다. 에만이 시선을 돌린다. 몸에 덮인 담요 자락을, 머리를 받친 팔뚝을, 어깨를 감싸 안은 손을, 끝내 여인의 얼굴을 향한다.
잠들어있다. 긴 머리에 담긴 시트러스 내음이 코를 콕 찔렀다. 에만은 천천히 여인의 얼굴을 관찰했다. 기다란 속눈썹, 무방비한 숨…… 처음 보는 무방비함. 이대로 손 뻗는다면 당신이 나의 것이 될 텐데, 어째서인지 당신을 지금 취해버리기엔 못내 마음이 걸린다. 망설인 적 한 번도 없는 자신이 이럴 수 있나, 싶어도 이미 굳혀져 목으로 시선을 향하기도 어렵다. 몽롱한 잠기운과 달리 머리는 차게 웃는다. 이제 흥미가 떨어졌다며 도망칠 길은 없겠다.
에만은 몸을 움직였다. 마치 잠결에 온기를 찾아 헤매는 척, 여인의 품 속으로 파고들기 위함이었다.
마구마구 절여준다 >:3 응. 답레는 느긋이 써둘게. 오늘은 잠 조심해야지. 😂 날 위해서도 에만주랑 같이 있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도 수면 습관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큰일났네... 오늘 하루도 같이 보내줘서 고마웠어. 에만주도 에만도, 같이 보내는 시간도. 나도 좋아해. 푹 잠들기를 빌어.
애초에 송곳니가 있다 해도 드러냈을지는 의문이다. 그녀도 당신에게 송곳니를 들이밀지 않았다. 그야, 지금 이 순간 서로가 찾는 것은 서로의 몸에 상처를 내어줄 송곳니나 싸움 같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당신이 그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당신과 그녀가 같은 것을 바라고 있는지는 모르나, 지금 이 순간에 서로의 이빨이나 발톱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그저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만나서, 시답잖은 로맨스 영화라도 되는 것처럼 함께 있어줄 누군가의 존재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서 확인했을 뿐이다. 상처를 핥아주고, 따뜻한 품을 내어줄 뿐이다. 버림받아오기만 한 짐승과, 잃어버려오기만 한 아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잠에 잠깐 빠지고 나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겨우 세 번째, 그나마도 두 번은 우연히 만났을 뿐인, 이 도시에서 그런 말을 건네기에는 짤막하고 얄팍하기 그지없는 인연이었을 텐데, 너마저 떠나면 안 돼, 하는 그 말이 낯설지 않았던 걸까. 꿈이나 다름없는 허황하고 가볍기 그지없는 만남이었는데도, 기적적으로 그녀는 떠나지 않았다. 꿈도 아니었고, 거짓도 아니었다. 지금 당신의 머리를 괴어주고 어깨를 감싸안아 당신을 품어주고 있는 그것은 너무도 실재감이 있었다. 시트러스 냄새, 흐릿한 술 내음, 그리고 살 냄새가 섞인 따뜻한 온기. 그녀는 정말로 자신의 하루를 오롯이 당신에게 내어놓은 것이었다.
오늘 하루, 당신의 것인 여인이 거기 있었다.
몸을 움직여 그 품에 더욱 깊게 파고들면, 그녀의 강철과도 같은 몸뚱이 중에서 몇 안 되는 푹신한 부분이 당신을 부드럽게 받아안아준다. 온기가 더욱 분명해지고, 살냄새가 좀더 짙어진다. 오히려 쌀쌀해지는 초저녁의 바람이 거짓말 같다. 잠결에서도 품 안에서 꼼지락대는 당신의 어깨를 느낀 걸까, 그녀의 팔이 당신이 어깨를 좀더 꼭 안아온다. 그러다 문득 당신의 이마보다 조금 위, 정수리에서 느껴지는 한 점 따뜻한 감촉. 그녀가 당신의 정수리에 입을 맞춘 것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면, 살며시 뜨인 속눈썹 사이로 당신을 내려다보는 눈동자가 보인다. 눈꺼풀에는 잠이 묻어있을지언정 눈동자는 선명히 초점을 잡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품 안에 기대인 작은 것을 바라보는 눈빛에 담긴- 그 푸르르고 드센 눈에 조금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것은 평범하고 상냥한 애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