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만들어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우리 인간들은 그런 생물이므로, 창작이라는 저주는 분명 곁에서 떠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걸로 됐다, 라고 까지도 나는 생각한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분명 그런 시절도 있었다. 여인이 조금만 옆에 가까이 가도 제롬의 얼굴이 빨개지고 숨쉬듯 하는 스킨쉽에 경계를 올리던 시절이. 분명 있었는데. 지금 여인을 내려다보는 제롬을 보면 그 시절이 거짓말 같이 느껴졌다. 그랬던 제롬이 맞나 싶을 만큼.
명백히 우위를 점한 이의 태세였다. 지금의 제롬은. 평소라면 조금만 목소리를 떨어도 손을 떼거나 안색을 살폈을 텐데. 지금은 여인의 그런 반응 하나 하나를 즐기고 있음이 피부로 와닿았다. 그런 제롬의 공간 깊숙히 갇힌 여인은 그 손 위에서 놀아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 마저도 놀아주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 여인이었으니까.
제롬이 일부러 귓가에 대고 속삭일 때마다 여인의 가는 몸이 떨렸다. 살짝 문 입술 사이로 소리가 가늘게 새어나오는 것을 제롬은 들을 수 있었을 터였다. 여인의 목소리나 움직임은 제롬의 정복감을 더욱 키워주기에 적절했다. 아주 가는 솜털로 자극하듯이. 살살 건드려가며 더 깊게 끌어들였다.
"하아. 제제.."
여인이 안아달라는 부탁을 하고서야 아이 달래듯이 안아주는 제롬이었다. 푹 하고 감싸오는 품에 여인은 가는 숨을 흘리며 파고들었다. 의도했든 어쨌든 다시 안기니 긴장이 풀리는 건 당연했다. 가볍게 팔을 둘러 안고만 있던 여인과 달리 제롬은 느릿하게 여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롬의 손은 거칠어도 손길은 부드러워서. 어둠 속의 편안함에 눈만 감으면 그대로 잠들 것만 같았다.
그러나 여인은 그럴 생각이 없었고. 제롬도 없는 듯 했으니.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느껴지지 않는 어두운 방 안에 문득 제롬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인은 대답 대신 고개를 들어 제롬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눈에 익은 캄캄함 속에서 제롬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들려온 그 질문이란 건 그렇게 놀랄 것도 아닌 것이었으나.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제롬의 손 때문에 반응은 제법 민감하게 나왔다.
흣. 하고 숨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여인의 손이 제롬의 옷을 쥐었다. 여인의 옷은 등이 훤히 파인 옷이었기에 제롬의 손은 맨살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게다가 시야가 어렴풋한 이 상황에 감각은 평소의 배로 민감했고. 그저 간지러움으로 지나갔을 손길조차도 마치 전신을 훑는 듯이 느껴지게 했다. 느끼는 만큼 나오는 소리와 행동이 제롬에겐 만족스러웠을까. 잠시 숨을 고른 여인은 자세를 추스르고 몸을 옆으로 빼는 척 하며 말했다.
"무얼 참는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이대로 있는게 좋지 않아? 나는 이대로도 좋아."
참는다는게 무얼 뜻하는 건지 여인이 정녕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모르는 척 했다. 순진하게.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굴며 제롬의 품을 벗어나 움직이려 했다. 이미 엉망이 된 옷을 괜히 한 손으로 끌어올려 시선이 가게 하면서. 몸을 일으키는 척 다리를 움직여 제롬에게 스치게 하면서.
"장난 그만 치고. 느긋하게 있자. 느긋하게..."
말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듯이 하면서도. 연이은 행동들은 아닌 듯 굴어대니. 마치 제롬의 자제력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흔들리는 숨결 뒤로 탄원한다. 탁하게 읊조린들, 숨이 꺼져가듯 작든, 혹은 무엇보다 농밀하든 천사는 들을 것이다. 듣고 답할 것이다. "여기 있어." 참 이상하다. 들을 때마다 고통스럽던 이름인데 당신이 한 글자씩 말할 때마다 그 상처가 녹게 된다. 밀랍이 녹아버리듯 어딘가에 굳겠지만 상처 있을 곳이 아닌 바닥으로 뚝 떨어진다. 탐욕스럽게 입을 맞추자 눈을 감았다. 목덜미의 온기가 떨린다. 입술을 떼자 이젠 머리까지 헝클어져 엉망이다.
"언제라도 의지해 줘. 이 도시에서 의지할 건 우리 둘뿐이잖아."
가는 숨 뒤로 온기를 느끼듯 손바닥에 고개를 맡긴다. 천천히 뺨을 비비고, 엄지로 입술을 만질 적 작게 벌어진 입술은 열감에 붉고 매끈하다. 자각하지 못하는 야릇함 묻어 나온다.
"로로, 페로사."
안타까운 내 사람. 어딜 가려고, 셰바에서 나고 자랐으면, 셰바에 발 들였으면 함께 해야지. 네 붉은 화장을 지운다고 해서 세상 사람들이 널 몰라볼 줄 아니?* 네가 품은 푸른 하늘을 나도 꿈꾸나 우리는 그 꿈을 품고만 살아야 함을 알면서, 죽어가는 삶 말고 여기서 살아야지. 죄다 뺏고 손에 쥐어 푸른색 되찾을 순간까지. 그 소소한 행복 사이로.. 망쳐버렸다는 말이 나오자 환히 웃었다. 엄지가 매만졌던 입술이 판판하게 펴지며 기이한 호선을 그었다.
"원망이 아니라 구원이길 바라."
감정 어린 눈동자를 마주했다. 천천히 손을 들어 뺨 위에 손을 얹으려 했다. 양 뺨을 소중히 덮고 눈가를 쓸어주고 그 긴 머리카락이 손가락에 얽힐 적에 눈마저 휜다.
"여기는 무섭고 추운 곳이지.. 푸른 하늘이 그리울 거야. 해변은 아름다운 곳이고, 가족의 웃음소리는 귀를 맴돌겠지.. 그렇지만 이미 우린 셰바 사람이고, 희망을 가지자 말해도 망해버렸다 한들 이곳의 다른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지.."
망가뜨리기엔 우리는 너무 망가져있고, 손안에 쥐기엔 이미 바스러졌으나, 그 바스러진 잔해가 폐부를 얼리고 혈관을 타며 돌아다녀 끝끝내 올라서겠지.
"나랑 같이 있자. 새로 살아갈 기회를 가져보자. 셰바에서, 같이. 오로지 나와 너, 오롯이 너와 나."
정말이지 난 이런 말 할 때면 마음이 급해서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안 된다니까.. 에만주의 글, 항상 예뻐서 좋아해. 매번 답레 써주고 어울려줘서 고마워. 페로사도 에만주에게 좋은 앤캐가 됐으면 좋겠는데 에만주가 답레 쓰기 좋은 글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슬프다.. 88 내가 좀 더 노력해볼게.
아냐, 아냐. 페로사주 잘못 아니니까 노력하지 않아도 돼. 나야말로 늘 고맙고 페로사랑 이렇게 서사 쌓을 수 있어서 행복해. 내가 글 못쓰겠다 한 건 현생 사정 때문에 그래. 개인적인 일이 오늘 점심에 너무 크게 치고갔는데.. 그걸 풀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서 그런 거니까. 페로사주는 충분히 잘 써주고 매끄럽게 잇도록 도와주니까 미안해하거나 그럴 필요 없어. 다들 많이 좋아해. 내 맘 알지. 힘낼게.
"헤, 형편 좋은 소리 하고 있기는. 이 도시에 진정한 의미의 인간이 얼마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죄다 사람 이하거나 이상인 녀석들 뿐이야."
비탄의 도시, 라는 것도 충분히 허울좋은 이명일테지. 살기 좋게 꾸려진 시궁창이 바로 현재의 뉴 베르셰바였다. 그리고 그런 곳으로 스스로 흘러들어오는 로미와 같은 군상도, 평범한 인간의 범주에 놓여있다고는 할 수 없을테다. 단지 그곳에 힘의 파편들이 묻혀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예를들면 눈 앞의, 잿빛색의 사람보다도 사람같은 기계인형처럼.
"~뭐어어. 난 그런거 조금도 신경 안쓰는 주의지만. 아무튼 방심하고 다니지 말라구우. 모처럼 직원으로 고용까지 해줬는데 나도 재미 좀 봐야하지 않겠어? 아, 그치만 산책은 됐어. 내가 무슨 개냐!"
로미가 키들거리면서 손에 들고있던 만화책을 거꾸로 엎어놓았다. 가게의 꼴부터가 어느정도 반증하고 있지만 물건을 퍽 함부로 다루는 여자다. 이 가게에서 주로 취급하는 품목. 무기라는 것은 정교하게 설계되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목표를 제거하기 위한, 말하자면 사용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물건. 어떻게 이런 사람의 손에서 그런 '무기'가 탄생하는 것인지 전혀 모를 일이다. 뉴 베르셰바에서 어쩌면 그런 이해관계 따위는 하등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이렇게 된 거 사장 분위기 좀 내볼까나~ 니히히- 그렇지그렇지, 마침 유니폼도 준비해 뒀는데 그거 한 번 입어볼래~?"
난데모 메카니컬 상점의 사장이 손을 마주치며 방글 웃었다. 쥬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눈매가 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