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단하게, 다소 상식적인 관점으로 볼 때 맨주먹, 맨몸은 약하다. 현대 의념 시대에 들어서는 개인의 단련에 따라 맨주먹으로 쉬이 사람이든 뭐든 깨부술 수 있다곤 하나, 일반인 둘을 두고 한 사람은 격투를, 다른 한 사람은 총을 쥐어준다면 총을 쥔 쪽이 이길 것이다. 꼭 총까지 가지 않더라도, 칼을 든 사람을 일반인이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거리도 차이가 난다. 무기로 사람을 죽이는 게 주먹으로 패 죽이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 과거 격투술이 호신의 영역에 머물렀던 것은 이런 이유가 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단순하게 몸으로 싸우는 것보다 총과 칼을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고 간단하고 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신'의 영역에 들어가있던 것은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어찌 되었든 몸을 지키는 데에 사용되었다는 건 그에 걸맞는 장점이 있다는 뜻이 된다. 이에 대한 것을 고민해보자면, 휴대성, 아니, 애초에 휴대할 것이 없으니 편리성을 생각해보게 된다. 몸을 쓰는 격투술을 행사할 때 가장 기초적인 준비물은 '없다'. 인류 최초의 무기인 손은, 신체는 대부분의 사람이 몸에 달고 있다. 검과 총은 여러 이유로 지참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특히 과거에 총과 같은 무기는 일반인들에게 아주 제한적으로만 허가 되었다고 들었지만 손과 발은 아니다. 아무런 준비도 필요 없다는 편리성은 훌륭한 장점이다. 경험을 예로 들자면, 헌터가 되기 전 평상복 차림으로 길을 거닐던 적이 있다. 그 날은 운이 나빠 스토커를 만났고, 나는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않았으나 명치를 후드려 까서 제압했던 적이 있다. 어라, 나 그 때부터 격투가가 될 운명이었나? 또한 흉기에 비해 살상력 모자라다는 점은 비교적 온건한 제압이 가능하다는 뜻도 된다. 물론, 사용법에 따라 온건이 아닌 폭력적이 될 수도 있지만, 대체로는 그렇다. 이렇게 격투술은 의념이 없던 과거 시대 호신술로써 이용되었다.
그리고 시대가 지나 현대로 왔을 때, 그러니까 대 의념의 시대가 되었을 때의 격투에 찾아온 변화를 생각해보자. 먼저, 위에서 말한 격투술의 무기로써의 단점. 그러니까, 병기에 비교해 비교적 약한 위력과 살상에 대한 비효율성, 사거리 등의 문제는, 의념의 존재로 인해 대부분 해결된다. 주먹으로 바위를 부수고 발차기로 사람의 머리통을 날려보낸다. 날아오는 탄환을 피하거나 막아내거나 잡고, 아예 그럴 시간도 없이 접근하여 묵사발을 만들어 낸다. 이런 일이 아주 쉬워진 것이다. 의념 속성에 따른 변화무쌍한 활용도는 단점의 희석을 더욱 쉽게 해준다. 본래의 장점인 별도의 준비가 필요 없다는 점 역시 없어지지 않았다. 격투가를 위한 여러 장비가 존재하며 그것을 사용하면 분명 더 좋기는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못한 상황에서 남들보다 조금은 더 나은 상황이 될 수 있다.
추가적인 의견을 더하여 결론을 정리하자면, 격투술이 과거 호신의 영역의 있었던 것은 살상력과 효율성이 다른 무기에 부족하지만, 그런 무기와 다르게 누구에게나 허락된 것이었고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현대에 와서 피살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 것은 의념의 존재로 인해 격투술의 단점이 보완되어 살상력과 효율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879 차디찬 바람. 추위를 느껴본 적이 언제였지? 하고 떠올려보더라도, 웨이는 그닥 추위란 감각을 느껴본 적이 없었음을 떠올려봅니다. 상허천원권을 배울 당시. 온 몸에 냉기를 새기는 듯한 감각을 느낀 적은 있으나, 그것도 잠시일 뿐. 추위라는 감각을 느낀 적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경계하듯 벌린 팔 틈새 사이를 간지르고 도망가는 것은 명백한 추위의 감각이었습니다. 마치 이런 추위를 견딜 수 없다면 오지 마라.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마라.. 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본능적으로 웨이는 느낍니다. 아직 아닙니다.
적어도 상허천원권이 B랭크에 도달하고, 레벨이 35를 넘은 뒤. 동료들의 도움이 없다면 이곳을 돌파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다행인 것은 위치가 어디인지 알았다는 것. 그리고 타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 정도가 이번의 소득이 될 것입니다.
>>880 경험. 기술에 있어 말하는 경험은 의념을 각성한 직후. 즉 의념 각성자로써 쌓아온 경험들에 대해 말합니다. 그 경험들에 빗대어 우리들은 깨달음의 벽에 도전하는 것이지 경험이 주가 되지 않는, 이론의 영역으로 도전하기에 벽은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닙니다.
여전히, 벽은 꿈쩍도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두 번의 진행이 지나기 전까지 깨달음의 벽을 돌파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진행을 참고하여 깨달음의 벽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아쉽다는 생각은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경험이 대단한 편도 아니니, 조금 천천히 고민하면서 걸어가 볼까. 꽃은 하루아침에 피지 않는다. 언젠가 만개할 날은 분명 다가올 테니까, 그 때를 위해 봉오리를 소중히 여기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양분(경험)을 쌓아가야겠지?
>>883 영월 기습 작전에서 큰 업적을 쌓았음에도 여전히 일반반의 학생들은 특별반을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일이 있어서, 일반반과 특별반의 유대가 깊어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네요...
>>884 [ 몸이 강해졌다. 육체가 강해졌다. 마음이 깊어졌다. 의념 각성자에게 따르듯, 그 힘은 무게를 가지며 그 마음은 깊이를 가집니다. 그러나 쉬이 깊어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는 칠판에 글씨를 써내린다. 명경지수明鏡止水. 네 글자의 한자를 그리고 다시 학생들을 바라본다.) 마음은 깊어질지언정 쉬이 강해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의념 각성자를 화약고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요소로 보는 시선들도 많습니다. 그런 시선들을 넘어서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엘터의 손이 인성학 교재에 있는 한 사례로 향한다.) 1세대에는 이와 같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불꽃을 내뿜고, 괴력을 부리며, 하늘을 날기도 하는 인류를 과연 같은 인류로 볼 수 있느냐고요. 그때 나섰던 것은, 의외로 과거 약자였던 이들이었습니다. 1세대에는 장애를 가지고 있던 의념 각성자들도 그 수가 적은 편이 아니었거든요. (엘터는 천천히 지문에 적힌 문장을 읽는다. " 내 오른손이 움직이지 않았던 때에 여러분은 내 오른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해서 저를 인간이 아니라 보셨습니까? ") 저는 이 문장에 많은 의미를 느낍니다. 우리는 다릅니까? 아니라면, 우리는 이들에 비해 팔이 한 세 개 정도 많거나, 눈이 한 일곱 개 많을까요? 아닙니다. 똑같이 피가 흐르고, 장기가 있으며,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여러분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여러분은 그런 의념 각성자 중에서도 강자의 반열에 걸친 만큼, 많은 이들이 여러분을 두려워 할 수도 있을겁니다. 그 순간에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하십시오. 내가 그들을 위협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비추도록 하십시오. 또한 마지막까지 기억하길 바랍니다. 우리들도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결국, 같은. 붉은 피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후천적으로 얻은 의념이라는 힘에 의해 달라졌을 뿐.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