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한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또한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게 된 2,3학년 학생들도 환영합니다. 모두 사이좋게 지내며 즐거운 학창생활 되기 바랍니다.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도서실이라고 하면 보통 책을 읽거나 공부를 위해 이용하는 곳이다. 그 말은 책도 공부도 관심 없는 사람은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고, 채린 또한 그랬다. 어느덧 학교에 입학한 지 1년이 지났건만, 채린이 도서실을 방문한 건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횟수였다. 그렇다 보니 어디에 어떤 책이 있는지 모르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좀 찾기 쉽게 해놓으면 덧나나.”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지루함이 묻어나왔다. 지금 찾고 있는 책이 부 활동에 필요한 것만 아니었다면 진즉 도서실을 떠났을 것이다. 설렁설렁 책장을 보며 걷던 채린은 앞에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하곤 멈추었다. 책 정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도서부일까? 마침내 저를 도와줄 이를 발견했다.
채린은 상대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힐끔 보았다. 파란색. 그렇다는 건 선배다. 호칭을 정한 채린은 만면에 붙임성 있는 미소를 띄며 상대에게 다가갔다.
>>759 좋아좋아!! 도서부에서 만난 중학교 친구이자, 알고보니 같은 동네 살고 있다는 관계일까? 해인이는 뭔가 입학식날 선서 준비한다고 교실에서 못 마주쳤을 것 같고, 나중에 같은 반인 것 알았을 때 하나가 연우를 소개해줬을 것 같아~ 그런데 해인이는 연우가 옆자리를 이미 차지한 것을 알고 라이벌 의식을 비추는 그런 적폐해석이 떠오르고....
부정을 하지만 되려 착하다고 곧이 곧대로 받아치는 태식 앞에서 해인은 "고마운건 고마운거고 사실을 따졌을 때 아닌건 아닌거니까요."라고 답할 뿐이었다. 중학생일적 짓궂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농을 걸며 즐기는 것은 동아리 활동등을 하며 많이 대처해 보았지만 대책없이 직구로 던지는 부류는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이게 장난인것 같지도 않으니 지나치게 막강하다. 해인은 결국 심부름 이외의 것을 생각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꽤 속물적으로 챙길것은 챙기고 버릴 것은 버리며 나름 잘 살아간다 생각해 은근히 자부심이 있었던 해인은 착하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묘한 감상에 잡힌 상태로 2학년 교무실의 행방을 바라며 태식을 바라보았지만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내가 직접 찾아봐야 하나. 하긴 솔직히 여기까지 행동한 것도 남의 시간을 빼앗는 민폐니까. 짧은 시간내에 여러생각을 정리한 해인이 자신이 혼자서 학교 도면을 보고 찾아갈 수 있다 말하려는 찰나에 바로 태식이 기억이 났다며 밝게 외쳤다.
태식이 자신감 넘치게 발을 옮기자 지나갈수 있게 복도로 걸음을 옮긴 해인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 사람은 귀찮지 않은건가? 중학생때도 신입생이 들어오면 좋다고 날라다니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눈 앞의 선배님이 그런 부류였다 보다. 따라오라는 말에 뒤의 웅성거림을 무시하고 잠자코 발을 옮겼다. 복도에 두 사람의 발소리가 울리고 해인은 규칙적인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서류에 쌍방이라 쳐도 밴드에다 길 안내까지 해주셨으니까 음료수라도 사드려야 하나. 동기간, 태식이 자신을 재밌다고 여기는 것도 모르고 선후배간 보은관계가 철저한 해인은 진지하게 보답을 고민하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 얼굴로 뒤를 따랐다.
"자! 여기가 2학년 교무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어느새 2학년 교무실이라 팻말이 적힌 문 앞에 와 있었다. 드디어 길고 긴 심부름이 완료 되었다는 생각에 해인은 저도 모르게 씩 웃었다. 조금 들뜬 얼굴로 돌아보며 몇 분전 부터 생각하던 답례를 말했다. "1학년 1반 서해인이라고 합니다. 고맙고 다음에 음료수라도 사드릴게요."
우으으응, 폭신해보이는 솜이불이 조그맣게 앓는 소리와 함께 꿈틀거린다. 열린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작은 별을 하나 따와서 가루를 내어 뿌린 듯 짙은 남색보 위에 별이 총총 수놓아져 있다. 넘실거리는 것을 보니 바다에 비친 밤하늘일런지, 손이 하나 나올 때까지 몇 분 간 더 넘실거렸다. 손은 베개 옆을 더듬거리더니 충전기에 꽂혀있던 폰을 집었다. 까맣던 액정에 불빛이 들어온다. 여덟시 이십칠분, 잠금 화면이 현재 시간을 띄우고 아래에는 무시당하고서 꺼지고 만 알람들이 목록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누군가에게서의 부재중 전화까지 남아있다. 불안한 예감을 확실시하려는 듯 커튼 사이로 따스하게 내려오는 햇살과 개운하고 가벼운 몸, 어딘가 포근하게 느껴지는 방안의 상냥한 색감까지,
“*하서오 이 배신자야――!”
그야말로 완벽한 늦잠. 이불이 침대에서부터 펄쩍 튀어올랐다. 온 집안이 울리도록 소리쳤지만 집에는 지금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한 사람만 있어서, 제때 잘 일어나 등교한 동생을 향한 원망은 아무도 모르게 흩어졌다. 까치식구 대여섯마리가 집을 지은 듯 부스스하게 헝클어져 있는 머리. 소매가 손가락 끝을 남기고 내려오고 바짓단이 발등을 덮어 바닥에 끌리는, 한 눈에 보아도 편해보이는 잠옷 차림. 주말이었다면 훌륭한 휴일을 취하는 베스트룩이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지각하기 좋은 차림새일 뿐이다. 개학 첫날부터 지각했다가는 분명 담임 선생님한테 찍혀서 잔심부름 거리가 있으면 ‘하서우’가 제일 먼저 불릴 확률이 수직 상승하고 만다… 귀찮은 심부름은 질색이다! 그렇다면 아침은 포기, 곧장 화장실로 뛰어들어간다.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을 때는 십이분이 더 흘러서 삼십구분이었다. 등굣길에 보드는 위험해서 안 타고는 했는데, 오늘만큼은 사고치기로 했다.
크루저 보드, 일반 보드보다 작고 가벼우며 부드러운 바퀴를 쓰는 주행을 위한 보드로… (자세한 건 서우한테 물어보자.) …그래서 인파 속에서도 타기 쉽다고 한다. 발은 디디는 널빤지, 즉 데크의 윗면은 새카맣고 아랫면은 샛노란색 칠에 웃는 얼굴 이모티콘이 크게 그려져있다. 휠은 때가 탄 흔적이 남아 샛노란 색이었던 듯 하다고 짐작은 가능했다. 서우는 가방 한 쪽끈만 어깨에 걸치고 입에는 머리를 묶을 고무줄 두 개를 물고서 *노즈에 왼발을 올렸다. 오른발이 힘차게 땅을 구르면 휠이 도르륵 굴러가는 소리를 낸다. *테일에 오른발도 마저 올라오고 속도가 붙으며 이는 바람에 부스스한 곱슬머리가 뒷목을 간지럽힌다.
보드를 타면서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서는 여유롭게 머리까지 묶고, 간단하게 점프도 해본다. 하늘도 파랗고, 꽃샘추위가 있다고 해도 올망졸망 길에 핀 들꽃도 보이고, 가로수도 푸르르게 영그는 풍경을 지나쳐왔다. 이대로만 가면 유유히 지각도 피할 예정이었는데, 이쪽에서 저쪽으로 흘러가던 구름 모양이 시시각각 바뀌듯 예상치 못한 일은 언제나 일어난다.
“쌔앰―! 안녕하세요! 굿뭐얼니잉!”
교문 즈음에 다다라서 1학년 때 담임을 맡아주셨던 선생님을 발견했다. 오늘부터 2학년이지만 아직 2학년 담임 선생님은 만나지도 못했다. 서우는 보드를 멈추고 내려와 선생님의 옆으로 쫄랑쫄랑 걸어간다. 위험하다고 한 소리 들을게 분명한 보드를 숨긴답시고 뒷짐을 지어 들었지만, 서우가 숨겨야할 것은 그게 아니었다. 애초에 보드는 휠 굴러가는 소리 때문에 다 들키고도 남았다! 방학동안 뭐 하고 지냈냐는 가벼운 아이스 브레이킹 중, 싸늘하게 날아오는 선생님의 날카로운 지적 한 마디. 너 명찰 어디갔니?
“명찰 여깄……?”
교복치마는 잘 찾아 입었지만 급하다고 후드티 하나 뒤집어 쓰고 온 하서우, 명찰을 깜빡하고 말았다! 허망해진 서우의 표정과는 대비되는 선생님의 호승심 어린 미소.
“아니,아니, 쌤! 제가 오늘 늦잠 잤는데 2학년 첫날이라고 지각 안 하려고 안 타던 보드까지 타고 왔는데! 아, 선생니임!”
>>753 나도 딱 그 정도가 좋아! 구체적인 관계는 일상 돌리면서 맺어가는 게 재밌으니까~ 무난하게 같은 초등학교~중학교를 나왔다는 것도 가능하겠다. 같은 반이 된 적도 있고, 아닌 적도 있고? 아니면 부모님 중 한 분이 친한 관계라는 쪽이면 그분들끼리 동창이라든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 모임 같은 느낌으로 몇 번 만났다든지~
>>774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서 와! 서우주! 아. 서우..귀여워!! 뭔가 방방 뛰는 저 느낌이 너무 귀여워!!
>>775 채린주도 그렇구나! 관계를 넘어서서 그 안에서 친분이나 호감도나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던가 그런 것을 너무 세밀하게 정하면 아무래도 그 틀에 갇히게 되는 느낌이 있더라고. 물론 그렇게 정하는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나는 그런 건 살짝 피하는 편이야! 그럼 후자 쪽으로 가보는 것도 괜찮을까? 엄마끼리나 아빠끼리 동창이거나 해서 혹은 같은 학교 선후배나 같은 동아리거나 해서 교류가 있었다면 가족 모임으로 만났을 가능성이 크고 그럼 자연스럽게 자식들 쪽도 어느 정도의 교류는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사는 곳이 다르니까 막 놀이터에서 맨날 보고 노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자연히 서로를 알고 어느 정도 친분은 있다 정도?
‘고마운건 고마운거고 사실을 따졌을 때 아닌건 아닌거니까요.’ 태식은 해인의 말을 듣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더 말을 해도 부정할테니 말이다. 아마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긍정과 부정의 싸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양쪽다 원하지는 않을 테고 무엇보다 착하다는 것의 기준은 주관적 일수 밖에 없다. 착하다는 것을 수치화 시킬 수 있다면 그곳은 도대체 무슨 지옥일까?
“ 해인... 서해인... 오 우리 성씨 비슷하네! 기억하고 있을께 예쁜 후배 ”
뒤이어 감사인사와 함께 나중에 음료수라도 사준다는 말을 듣고 엄청 혹했다. 여기서 무언가를 받아가면 자신이 억지로 갈취한 듯한 느낌이 들것 같았다. 적어도 주변은 그렇게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실에서 교무실로 오는 그 몇 십분 동안 느낀 해인은 답례를 받지 않으면 꿍해하거나 어떻게든 다른 식으로든 보답하려고 할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받기로 한 태식은 다시 입을 열었다.
“ 오! 그럼 나야 고맙지! 뭐 반은 알고 있는 거 같고 이름은 나중에 음료수 사줄 때 말해줄게 ”
태식은 순식간에 자신의 명찰를 가렸다. 그전에 보고 이름을 외웠다면 어쩔수 없지만 말이다.
공식적인 동아리활동이라 할수는 없었지만 미나는 도서실에 자주 들르는 편이었다. 이유라 한다면 요리관련 서적 외에도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어서일까? 제 나라에서 십수년 가까이 살아도 모르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이곳에서 살아간 3년 사이에 모든 것을 알 수 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지금 이렇게 장서관리를 돕는것 또한 부족한 손길을 도울 겸 소소하게 신간의 정보들을 귀띔으로 듣는 것이 컸기에, 조금 과장시켜 말하자면 명예부원 같은 셈이었다.
"......?"
그렇게 평소처럼 책을 하나둘 정리하고 있던 사이에 누군가 자신을 불러세우자 미나는 그쪽을 돌아보며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붙임성 있는 웃음에 한눈에 봐도 예쁘다 할수 있는 외모가 먼저 눈에 띄었을까?
"딱히 아니긴 하지만, 응. 뭔가 찾는 거라도 있을까?"
그리고선 눈을 굴려 명찰을 보고서야 그녀가 2학년이란걸 알아챘을까? 아무래도 쉽게 눈에 들지 않는 것은 자주 봐왔던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단순한 학년 차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책 제목을 안다면 그걸로 말해줘도 좋고, 어떤 주제를 찾는 거라고 해도 대강은 알려줄 수 있어."
미나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를 향해 있었지만 책을 집은 손은 따로 노는것마냥 책들을 있어야 할 자리에 하나둘씩 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