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한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또한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게 된 2,3학년 학생들도 환영합니다. 모두 사이좋게 지내며 즐거운 학창생활 되기 바랍니다.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추운 겨울도 끝나고, 파랗게 갠 하늘이 아름다웠다. 그것이 고등학교 첫 등교길의 감상이였다. 조금 일찍 출발해 걸어가며, 오늘 해야 할 일을 잠시 짚어본다. 입학식 전 미리 배정된 교실에 대기, 그 후 본격적으로 강당으로 가서 훈화말씀이나 애국가 제창같은 의례적인 행사를 거칠 것이다. 부모님도 앉아서 지켜보면 좋겠지만, 아마 두 분 다 일이 바쁘셔서 오기는 힘들 것이다. 자신이 배정된 반은 1학년 1반. 가장 첫번째 반이라니, 외우기도 쉽고 등하교도 편하다. 바로 옆에 계단, 입구도 꽤나 가까이에 있어서 교문을 제 때 통과하고도 지각할 일은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야 없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생각이 꽤나 길었는지, 주변에 하나둘 늘어나는 학생들 사이로 보이는 교문이 자신을 반긴다. 궁서체로 적혀있는 '해랑고등학교'라는 단어와, 그 위에 걸려있는 '신입생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라 적힌 현수막이 인상깊다. 사전에 조사한 대로라면, 왼쪽 입구 에서 오른쪽 복도를 이용해 한 교실을 가면 1학년 1반이 자신을 반길 것이다. 시간은 15분 전, 꽤나 여유있게 도착했다. 교실을 흘깃 본 결과, 반절 이상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 눈에 너무 띄고 싶지는 않기에, 그저 평범하게 지내고 싶기에 어느 자리에 않는게 좋을까 생각하는 도중, 안절부절 못하는 익숙한 햄스터... 아니, 친구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3년만이다. 저 금방이라도 도망갈것 같은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렇지만 자신의 기억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기에, 조심스레 다가가 옆자리에 선 후에 말을 걸어본다.
"...저, 하나 맞으려나? 이하나."
그리고 걸고 나서야 기억이 난 것은, 그녀가 자신을 기억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을 건 것은 그녀의 말더듬 증세를 심화시킨다는 것.
...아무래도, 자신의 평범히 눈에 띄지 않고 생활한다는 목표는, 시작부터 제대로 어긋난듯하다고 생각하며, 웃을 뿐이였다.
작게 읆조린 고맙다는 소리는 태식에게 아주 좋은 리액션이였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 둘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이제 여자에게 손을 대는 건가 저 양아치는! 뭐 이런 시선 다수 였다. 그런걸 태식이는 아는 지 모르는지 그저 웃고 있었다.
“.... ”
그리고 자신을 보고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자 머릿속으로 주마등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 할아버지! ’ 해인 그녀에게는 가벼운 미소였을지 모르겠지만 자신만 보면 울던 이성들에게 처음으로 받는 미소였다. 그렇기에 위력은 묵직했다. 입 밖으로 ‘ 아이구 손주 왔어 ’ 라고 말하기 전에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았다.
“ 와, 예쁘다.... ”
어딘가 본적 있다 싶었는데 입학식에서 대표로 선서 하던 후배가 아닌가! 예쁜 사람은 마음도 예쁜구만! 이라는 엄청 일차원적인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생각에만 멈추기에는 가속력이 너무 붙은 나머지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이거 누가 봐도 추파 던지는 거잖아 멍청아! 자신의 뺨을 다소 쌔게 후려치고 나서야 잡생각이 어느정도 날아갔다.
“ 그래? 내가 자주 다쳐서 밴드 같은 거 항상 가지고 다니거든 이거라도 할래? ”
아기자기하게 토끼가 그려진 밴드를 주머니에서 하나 주섬 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 아, 선생님이라면...... 일단 교실에는 안 계시네...? ”
사실 자신도 선생님이 어디로 간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그냥 계속 책상 위에 자는 척을 했기 때문에 관심도 없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관심 정도는 줘 볼걸 후회 하기 시작했다. 다른 애들한테 물어보자니 곱게 대답해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새 학기가 시작하고 며칠 정도 지나자 아이들은 제각각 자신과 성향이 비슷하고 말이 통하는 친구들을 사귀어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는 그들 끼리 모여서 왁자지껄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반면에 나는 아직까지 그렇다 할 상대가 없어 얌전히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지만 딱히 그들이 부럽다거나, 외롭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아니, 애초에 문제 거리로 삼지도 않았다. 우선 나 부터가 사교에 적극적인 성격이 못 되는 지라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을 뿐더러 3학년이 되어 맞이하는 학기 초반이 1, 2 학년 때와 크게 다를 게 없어서 변함없이 평탄한 일상을 추구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안심이었다.
설령, 3년씩이나 같은 반이라는 보기 드문 인연이 있다 한들, 그리고 이야기를 한마디도 나눠 본 적 없는 상대가 있다 한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쓸쓸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시간이 흐른 뒤에 '다 그런 거지 뭐.' 라고 회상할 일일 뿐이다. 1년 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내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특별히 눈에 띄지도 않거니와 결코 불량하거나 문제아도 아닌, 교실에 놔두는 이름 모를 관상용 화초 같은 존재로 무난한 학창 생활을 보내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공수래 공수거'
그래도 할 짓이 없다보니 거기에 비례해서 이런 쓸데없는 독백만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에잇, 그럴 시간에 영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라고!
데헷~☆
//사실 상판 돌리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일상으로 끌고 갈 자신..이 없어서 독백만 던지고 도망간다는 건 안비밀
주변에서 던지는 못마땅함과 걱정이 섞인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인은 평온하게 서류를 들어올렸다. 다행히도 선생님의 붙여놓은 포스트잇 색깔을 순서별로 외워놓았던 터라 섞이지 않게 정리가 잘 된 것 같았다. 마치 막 태어난 강아지를 마주한 것과 같은 흐뭇함에 빠진 소녀는 반 분위기를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긴장의 끈을 놓은 해인은 묘하게 감격에 빠진 표정의 선배님을 갑자기 무슨일이 있나 싶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저기 무슨 일이 있는지...라는 말이 끝나기 전 들린 한마디. "와 예쁘다."
물음표가 마구 새겨지는 의식의 흐름을 막으며 적절한 반응을 생각할 새도 없이 다시 탄환이 연사되는 것처럼 예쁜사람은 마음도 예쁘구만! 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마음이 예쁜 행동을 했었나? 학업에만 스킬을 찍어 이런 상황이 처음인 17세 인생 서해인의 머리가 빙글빙글 정신없이 돌아가고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친구들로 부터 서로서로 예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지만 초면에 이름 모를 선배님께 직구로 얻어 맞아보니 좋음보다는 쑥쓰러움과 민망함이 먼저 찾아왔다.
"아, 아니에요! 그 칭찬은 고맙지만 ,저 처음에 선배님께 막 쏘아붙이기도 했고 그렇게 착하지 않아요!" 결국 흑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쌓인 모양이다. 머리가 반쯤 표백되어 마구 생각나는 대로 상황을 수습한답시고 말을 내뱉었고 곧이어 태식이 자신의 뺨을 쨕 소리나게 치자 당황해 "선배님께 뭐라 한게 아니에요!" 라 다시 올라오는 대사를 다급하게 그대로 말했다.
여전히 서류를 든 채로 간신히 심부름을 해야한다는 대명제만 생명줄 같이 꼭 잡은 해인은 심호흡을 했고 어지러히 돌아가는 머리를 오로지 심부름에만 집중시켰다. 이 상황이 무엇이건 간에 나중에 집에가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것이다. 다소 핀트가 엇나간 결론을 내린 해인은 반쯤 얼얼한 상태로 태식이 주는 무언가를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받았다.
토끼? 물건과 주인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언발란스한 상황에 말을 잃은 해인은 귀여운 밴드에 좋아해야할지 황당한 표정을 감추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애매모호한 얼굴을 했다. 적절하게 다시 표정을 만들기 전에 선생님이 반에 없다는 말이 들렸고 다시 심부름의 연관어를 들은 머리가 자동적으로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아, 밴드까지 주셨는데 전 괜찮아요. 그럼..."
그러고 보니 2학년 교무실이 어디였더라. 드물게 곤란해진 해인은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저..2학년 교무실이 어딘지 아세요?"
>>750 어.. 그냥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혹은 부모님 중 한 분끼리 서로 친해서 어느 정도 친분이 유지되던 친구? 일단 그 정도의 가벼움을 생각하고 있긴 한데 딱 그 정도? 그 내부의 친밀도라던가 그런 것까지 굳이 정하는 것은 또 애매한 느낌이어서. 사실 은우주가 선관을 짤 때는 내부의 친밀도나 그런건 생각 안하고 그냥 말 그대로 딱 껍데기. 관계만 짜는 느낌이다보니! 뭐, 약간의 분위기는 조정해볼 수는 있긴 하겠지만 말이야.
역시, 햄스터처럼 귀여운 아이인 하나이다, 라고 생각하며 웃음짓는 연우. 초등학생때의 그 아이와 별반다르지 않다. 강아지상의 크고 파란 눈도, 곱스지만 지저분하진 않은 머리도 다르지 않다.
"후훗, 짝이 되어도 괜찮을까? 나야 좋지만서도... 하나는 어떻게, 잘 지냈어?"
하나가 이 고등학교였을줄은 몰랐다. 책상 옆 고리에 잠시 가방을 걸면서도, 눈은 하나를 향했다. 3년만의 재회, 그것도 예상치 못한 재회는 꽤나 감회가 새로웠다. 입학식이 끝나고, 둘이서 3년간 있었던 이야기를 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힘든 초등학교 생활에 처음으로 친구가 되어준 것이 하나였으니까.
아니라고 부정하는 와중에 칭찬은 고맙다고 하는 후배를 쳐다보며 말하였다. 착한 사람은 자신이 착하다고 떠들고 다니지 않는다. 무엇보다 진짜 나쁜 사람이였으면 방금 같은 반응은 안나오고 오히려 태연하게 받아 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 바로 내 걱정도 해주고! ”
시시각각 변하는 해인의 표정을 멍하니 구경하고 있었다. 맨날 자신을 보면 우는 표정 혹은 반짝 얼어 붙거나 겁먹은 모습 말고 본적이 없었기에 신기 했다. 그리고 뭔가 괴롭히고 놀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랬다가는 태식의 의도대로 평판 뒤집기에는 실패하기에 꾹 참았다. 충분히 당황할만 한 상황이였지만 빠르게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움직이는 것을 보니 더욱더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운동이나 스포츠를 하면 굉장히 잘할 정신관리 능력에 자신이 다니고 있는 체육관을 소개 시켜주고 싶었다. 대한민국의 론x 로우지가 나온다거나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2학년 교무실이 어디냐고 묻지 순간 굳어 버렸다.
“ 어..... ”
1학년 교무실은 거의 집처럼 들락 거렸기 때문에 잘 알지만 2학년 교무실이 어딘지 기억이 안난다. 아까 자신의 뺨을 너무 쌔게 때려서 단기 기억상실이라도 걸린 것인가? 여러 가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학생주임한테 학년 초부터 사고 치지말라고 훈계를 들었던 장소가 떠올랐다.
“ 아! 기억 났어! ”
태식은 핑거스냅을 한 뒤 자신의 머릿속으로 2학년 교무실로 가는 약도를 떠올렸다. 태식은 곧바로 조심스럽게 문과 해인을 지나쳐 복도로 나왔다.
“ 따라와 ”
뺨을 친 커다란 소리와 따라와라는 말 때문인지 교실에서는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전 대화 내용들은 그들에게 관심 밖의 일인 듯 하였고 정작 관심을 끌어간 단어는 따라와 랑 퍽 이라는 의성어 였다. 태식은 2학년 교무실로 가는 길에 단상이 서서 선서하는 모습과 방금전 모습들을 떠올리며 피식 한번 웃었다. 하얀 피부가 순식간에 붉어지는 모습이 퍽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자기 같은 안좋은 소문의 집합체 와 같이 다녔다고 이상한 소문이 나지 않길 바랄 뿐이였다.
“ 자! 여기가 2학년 교무실! ”
때로는 아무 이유없이 혼나는 것도 좋은 것 같았다. 이렇게 위치도 외우고 후배에게 도움도 주고 평판도 올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2학년과 3학년들 한테 평판 올리는 것은 이미 글렀어도 1학년은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