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한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또한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게 된 2,3학년 학생들도 환영합니다. 모두 사이좋게 지내며 즐거운 학창생활 되기 바랍니다.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캡틴 역시 크게 보자면 참가자 중 한명이니 말이야! 충분히 즐기는 그런 일상물이 되었으면 좋겠네! 선관이라. 선관은 꼭 짜야 하는 거 아니면 잘 안 짜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뭔가 소꿉친구나 혹은 이웃집 선관 정도는 짜보고 싶기도 하네! 하지만 10시쯤에 외출해야하니 나중에 볼일을 다 마치고 돌아오면 그때 본격적으로 저 두개만 구해보는 쪽으로 해봐야겠어!
여러분들은 겨울 방학을 지나 이제 새학기를 맞게 되었겠네요. 당신은 2월에 중학생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해 낯설어하는 1학년일 수도 있고, 혹은 이제 학교는 익숙해졌을 2학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3학년이라고요? 그렇다면 처음으로 별관으로 들어가게 되었겠네요.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시작하는 조금은 작년과 달라진 공기를 느끼며 여러분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요? 새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 동아리를 알아볼 수도 있고, 아니면 좀 더 공부에 매진하거나, 새로운 취미를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왜냐하면 새학기에는 뭔가 새로 시작하기에 가장 알맞은 시기이기도 하니까요.
중학교 생활은 손연우에게 여러모로 인상깊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자신은 누구인가. 그것을 알지 못해 방황하던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해주었다. 조금 싫은 일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좋은 추억도 꽤나 많았던 것 같다.
자신의 기억하는 대로라면, 자신이 배정받은 고등학교는 해랑고였을것이다. 명문고등학교라며, 어머니께 추천을 받아 지원을 했지만, 합격할 것이라고 자만하지는 않았기에, 조금 놀랐다. 그래도 자유로운 느낌의 학교라고 하니, 적응이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아니, 자신도 그 곳에 가면 평범한 사람으로 봐줄 수 도 있을 것이다. 혹시, 마음이 맞는 동료가 생길지도. 풋, 하고 웃으며, 하늘을 본다.
딱히 자신이 특별하다라는 뜻은 아니다. 손연우도, 다른 사람과 같은 사람. 화가 날때는 얼굴이 붉어지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은 자신도 싫고, 울고 싶을때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태어나서부터 조금 다르다는것 때문에, 눈에 띄기 때문에, 더 단점이 잘 보일 뿐이리라. 그렇기에 3년간 최선을 다해 중학교때 이미지를 잡았고, 그렇게 했을 뿐이다.
역시 불안하다. 불안할수 밖에 없다. 3년간 있어온 중학교를 떠나 새로운, 고등학교라는 곳으로 가니. 적응을 못하지 않을까, 혹시 자신을 싫어하지 않을까, 예전처럼 싫은 질문을 물어오는건 아닐까, 불안하다. 그렇지만, 이곳이라면 조금 더 편하게... 자기 자신으로써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 불안은 덮을 수 있다. 자기 자신으로써 있을 수 있다면... 속마음을 드러낼수 있을, 진정한 친구도 찾을수 있지 않을까.
응? 혹시 나에게 직접적으로 선관을 찌른걸까? 음. 그런데 옆집 친구는 조금 애매하지 않을까 싶은데. 은우는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는 아이거든. 그래서 빌라나 주택단지에서 살고 있는 해인이와는 옆집 친구는 조금 힘들 것 같으니까. 음. 그래도 중학생 때 친구 그런 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드네. 음. 보니까 해인이도 토박이고 그러니... 혹시 해인이는 장난을 걸거나 조금 짓궂은 행동을 하거나 하면 그에 대해서 화를 낼까? 아니면 조금 껄끄럽게 생각할까? 물론 선은 넘지 않는 조금 약오르는 장난 정도일 때!
으아. 위에서 선관을 구한다는 레스를 쓴 것 때문에 헤깔려버렸어!! 8ㅁ8 (바둥바둥) 으음. 그럼 일단 서로 아는 사이 정도로만 일단 설정해도 괜찮을까? 사실 소꿉친구나 옆집 선관 정도는 구해보고 있기도 한데 해인이는 뭔가 조금 둘 다 성립하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뭔가 이거 어떻게 하면 티격태격하는 톰과 제리 느낌의 관계도 만들어질 것 같아서 조금 아쉽기도 하고....
캐가 서선생만 아니었어도 저 부서에 들어가는 건데 으윽 서브컬쳐연구부 탐난다,,,그치만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68 ㅋㅋㅋㅋㅋㅋ 괜찮아 ㅋㅋㅋ 아는 사이도 좋고~ 학년이나 여러가지로 동선이 겹치긴 힘들것 같네 그럼 어쩌다가 그냥 얼굴만 알게된 사이는 어때? 아니면 아예 0부터 쌓아가는 것도 좋아
가내수공업자 은우 대다내~ 미술수행은 압살할것 같은 고인물 등장인가() 미나랑은 도서관에서 오고가며 자주 만날것 같아. 왠지 모르게 어느새 받아 먹고있는 후배 ㅋㅋㅋㅋ 같이 눈치가 없어서 어쩌면 편할지도 모르겠네 너 그 선배랑 친하지 않아? 라고 묻는말에 그제서야 친했구나 하고 깨닫는 해인이
>>103 일부러 비틀기에 가까워! 딱히 그림체를 하나 더 만들었다기보다는 원래 진심으로 그리는 그림체만큼 노력을 쏟지 않고 조금 비틀어서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느낌으로 하거든! 사실 들켜도 큰 불이익은 없지만 주변 사람들이 작품을 의식해서 행동을 인위적으로 하면 소재가 안 나오니 말이야. 그 부분만큼은 진짜 철저하게 하고 있어.
>>105 친화력 없는 후배 특>>눈치없음 생각많음 낯가림없는척() 해인이 수치력 맥스 찍고 당황해버릴것 같아. 고마워요 선배~ 제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네요 ㅎㅎ...하지만 속으로 이런 바보 같은 나레기! 으헝헝헝 하고 있겠네 ㅋㅋㅋㅋ 눈물뿐만이 아니야...김칫국물일수도 있지(뇌절)
사실 다음주에는 한 주 동안 휴가나 마찬가지라서 일은 안 나가니까 조금은 여유가 있지만 말이야! 아무튼 먹는 거중에서 따로 가리는거라. 음. 아무래도 쓴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 이를테면 깻잎 같은 거! 먹으라면 먹는데 아무래도 조금 쓴맛이 강한 것들은 좀 가리는 편이야! 반대로 말하자면 쓴 것이 아니면 정말 어지간하면 잘 먹는 편이고!
비슷하다면 매우 비슷해! 물론 그래도 이것저것 해야할 것 같으니 마냥 집에만 있을 순 없을 것 같지만!! 아무튼 쑥이라면 확실히 은우가 싫어할 것 같아. 그래도 쑥'떡'이니까 그건 괜찮지 않을까 싶어! 그냥 먹으라고 하면 정말로 꺼려하겠지만 말이야! 사실 먹으라면 먹기 때문에 먹으라고 하면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을거야!
연우의 위 용적량은 최대 1.5인분... <<메모 중 좋아, 이걸로도 좋은 일상거리가 생기겠어. 미리 귀띔해주라는 것도 아주 좋은 팁이네! 실제로 미나라면 '밥 해줘?' 다음의 질문은 '뭐 해줄까?'니까!
사실 느낌표같은 악센트만 제외하면 평소의 미나 말투라 카더라. <<?? "얘, 너 배고프니? 이거 먹을래? 한창 먹을 나이잖니."라면서 표정 하나 안바뀌고 막 먹을거 쥐어주기... 즐거움을 추구하는 은우 귀엽다! 미나라면 언제든 장난을 받아줄거라구~ 물론 간간히 장난의 요점을 이해 못해서 멍청하게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147 슬쩍 지우개에 대한 미신을 이야기한 후에 아주 살짝 지우개의 껍질을 내려서 뭔가 쓰여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후에 차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화장실이라도 가는 척 하다가 몰래 지켜보고 상대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껍질을 더욱 아래로 내리면 쓰여있는 '훔쳐보는 너는 아니야' 라던가!
>>151 그럼 이제 나가려고 하는 연우를 바라보면서 은우는 지우개 훔쳐본 거 아니지? 음. 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만은 조금 곤란하긴 해. 너만은 말이야. 라고 마치 연우 이름 적힌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 슬쩍 웃으면서 들어가거나 하지 않을까 싶네! 사실 이것도 사람마다 조금 다르지만!
다녀왔어!! 원하는 상황이라. 일단은 첫만남이고 따로 선관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가볍고 무난한 첫만남이 좋을 것 같은데. 은우가 친구를 만나러 요리부에 왔다가 미나를 만나는 그런 상황이면 어떨까? 물론 고3인 미나가 동아리 활동이 조금 힘들 것 같다 싶으면 다른 것으로 해도 괜찮아!
미나의 하루일과는 비교적 루즈한 편이다. 학기초라 조금 이르다곤 해도 여느 3학년처럼 학업에 열중할만도 하겠지만 그건 대개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저마다의 확실한 목표가 있을뿐, 물론 그녀도 딱히 정해진 노선만 없을뿐 나름대로의 계획적인 스케줄이 있는지라 그나마 3학년 학생들 중에선 제 동아리 활동에 자주 참여하는 편이었다.
"응, 그거. ......고마워, 부탁할게. 늦는건 괜찮아. 내가 도와주면 되니까. 응. 기왕이면 스스로 하는게 좋겠지만, 코칭 정도라면..."
그나마도 자신의 재능과 일치하는 활동이었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게 이상했을까? 화기 앞에서 분주히 오가는 손, 스피커폰으로 들려오는듯한 누군가의 목소리에 프라이팬에서 멀찍이 떨어진 핸드폰 화면쪽으로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손만큼은 엇나가는 일이 없었다.
"그래. 조심히 와."
이내 화면이 꺼지고나서야 두어번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던 미나는 거의 다 익어가는 음식을 바라보며 무언가 오묘한 감정을 느끼는듯 옅은 화색이 얼굴에 비추어졌다. 고소하면서도 조금은 매콤한 향이 서서히 부실 안을 메우고 서서히 그 밖으로 새어나갈때까지,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거나 우두커니 서있는 고양이처럼 팬과 오븐 속 내용물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부실 문앞에서 누군가를 찾는듯한 인기척이 들리다가도 문이 열리기 전까진 그저 요리에만 시선을 뒀을지도 모른다.
"찾으러 왔어? 누구?"
당연하게도, 부실에 들어선 이는 미나에겐 익숙치 않은 학생이었기에 당연히 자신을 찾는건 아니겠거니,하는 생각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마 걔가 이 동아리였지? 지금 동아리에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요리부 근처를 기웃거렸다.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내긴 했으나 읽지도 않고 응답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지금 보기 힘든 상황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건 요리부에서 무슨 회의라도 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허나 막상 이 근처까지 와도 딱히 회의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밖에서는 알아보기 힘들지도 모르나 동아리 내에서 풍기는 분위기라는 게 있지 않던가. 아무튼 가만히 문을 바라보던 그는 큰 맘을 먹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딱히 잠겨있지 않고 천천히 열리는 것으로 보아 사람이 안에 있는 것은 분명했다.
뭔가 맛좋은 냄새가 풍기는 것을 느끼며 괜히 침을 꿀꺽 삼키던 그는 두 눈을 깜빡이며 자신을 바라보며 누구를 찾으러 왔냐는 물음을 하는 여성을 바라봤다. 당연히도 상대는 모르는 이였다. 표정을 읽기 힘든 무표정한 얼굴을 그 역시 눈에 담으며 그는 가벼운 목소리를 냈다.
"아. 아. 실례할게요! 그냥 친구가 여기 동아리라서 혹시 여기 있나 싶어서요! 그런데.. 어, 없네."
자연히 그의 시선이 빠르게 동아리 부실 내부를 스캔하듯 빠르게 훑어내렸다. 허나 자신이 찾는 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전화라도 해야하나 싶어 그는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을 괜히 손으로 만지다가 손을 주머니에서 빼냈다. 전화는 잠시 미루기로 하며 그는 막 생긴 '호기심'을 살며시 내비쳤다.
"아. 그런데 지금 뭐 만드시는 거예요? 꽤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와. 문 너머에서도 향이 풍기는 것 같더라니. 아. 아. 혹시 알려주면 안되는 거면 대답 안해주셔도 괜찮아요! 그냥 조금 궁금해서 물어본 것 정도니까요!"
다시 한 번 괜히 냄새를 맡으며 그는 이게 무슨 요리인지 나름대로 추리하려고 했으나 역시 냄새만으로 맞추기는 조금 힘든 모양이었다.
조심스럽게 열리는 문과 함께 들어선 남학생은 연갈색의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다. 어딘가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묻어나오는 인상이었지만 그런 외모를 가진 애들은 의외로 많으니까, 하는 생각으로 넘어가려 하던 찰나 가벼운 목소리와 함께 뒤늦은 인사를 하던 그는 제 찾던 이가 없는 모양인지 머쓱한 말맺음으로 무언가를 살피는 모습을 보이자 나무주걱을 내려놓은 미나는 그에게 여전히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익숙한듯 찬장에서 접시들을 꺼내고 있었다.
"예지는 혜연이랑 같이 장보러 갔어. 수환이는 오늘 집안일 때문에 못온다 했구, 재민이는 아직이야. 소영이는 조금 늦는거 같기도 하네. 그리고..."
이곳에 그의 친구가 있다는 이야기에 천천히 부원들의 이름을 읊어나가던 미나는 어딘가 머뭇거리는듯한 그에게 고개를 살짝 갸웃하는 것으로 의문을 표현하다가 뒤이어 들려온 말에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대답을 이어갔다.
"......쿠지라이식 라면. 그리고 칠면조 다리구이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하면서도 호기심을 보이는 그에게 미나는 별것 아니라는듯이 말을 하다가 갑자기 멈추어섰다. 무언가 생각하는듯 가운데로 몰린 눈이 잠깐 들고 있던 접시를 바라보다가 다시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을까.
"먹을래?"
꽤나 심플한 질문.
오븐에서 꺼낸 노릇하게 익어가던 '칠면조라 하기엔 조금 큰 다리들'은 서로 사이좋게 둘러쳐져 작은 탑을 만들고 있었다.
"아. 누군지도 모를 이에게 그렇게 부원들 개인 사정을 이야기해도 되는 건가요? 아뇨. 아뇨. 악용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보통은 그렇게 하나하나 다 말해주는 것은 못 본 것 같아서!"
자신의 인상이 생각보다 좋은 것일까 싶어 그는 핸드폰을 꺼낸 후에 셀카모드를 작동시키고 가만히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확실히 험악하고 위험해보이는 인상은 아니긴 하지만 그럼에도 벽이 없다시피 한 사람이 아닐까하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나쁘게 보이는 것보다는 좋게 보이는 것이 좋으니 그에 대해서 딱히 더 할 말은 없었다. 일단 누군가에게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이 더 좋은 것은 사실이기에.
"쿠지라이식 라면? ...일본의 어느 지역인가요? 거기? 아. 칠면조는 알아요! 미국에서 먹는 그거 맞죠? 추수감사절이었나? 와. 영화에서도만 보던건데 여기서는 그걸 실제로 만들어요?! 아. 먹어도 되나요? 라면은 모르겠지만 칠면조는 진짜 영화 보면서 한번은 꼭 먹고 싶었는데! 그러면 조금만 부탁해도 될까요? 나중에 저녁도 먹어야해서."
여기서 뭘 먹고 들어가면 아무래도 나중에 집에서 밥 먹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어 그는 아주 조금만 요청했다. 한 입. 아니 그것보다는 살짝 더? 사실 아무리 그래도 동아리에서 만든 요리를 외부인인 자신이 많이 먹는 것은 조금 미안한 일이 아니던가.
"...근데... 크네요. 칠면조."
저거 진짜 칠면조 맞는건가? 뭔가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조금 더 큰 것 같은데. 좀 커다란 칠면조를 사용한 것일까? 아니. 그보다 칠면조 크기는 얼마나 되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 망설이다 괜히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했다.
"그럼 요리라도 나르면 될까요? 그러니까 옛 말에 그런 말이 있잖아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만화에서 나오는 라면이에요? 이거? 와. 만화에서 나오는 요리도 실제로 만들 수 있는 거였구나. 그러니까 저는 그런 건 어디까지나 만화적 허용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있잖아요. 그 요리왕 만화에서 나오는 것들. 그건 아무래도 좀 과장이 있고 그러니까. 아무튼 작가가 실제로 만들었던 방식이라면 확실히 만드는게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알려줘서 고마워요! 요리에 대해서 엄청 잘 아시나봐요?"
정말 대단하다는 듯, 그는 오른손 엄지를 위로 올린 후에 그녀를 향해 살짝 내밀었다가 다시 아래로 내렸다. 나중에 집에 가면 쿠지라이식 라면이라는 것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물론 실제로 만들 수 있다면 직접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어디까지나 조리법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는 가정하지만. 거기까지 잠시 생각을 하며 그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슬슬 자신이 연재해야 할 웹툰에 새로운 캐릭터를 하나 정도 내보내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를 등장시킬지에 대해서 잠시 고민했다. 물론 약간의 변경점은 들어가기야 하겠지만.
"하하하하. 그럼 정말로 조금만 들게요! 평소에 먹어보지 못하는 요리가 이렇게 눈앞에 있는데 안 먹고 가면 좀 아깝잖아요? 다음에 찾으러 온 애를 만나면 자랑 한 번 해봐야겠어요. 와. 요리부에서 요리 얻어먹었는데 되게 신선했어! 이런 느낌으로요."
일부러 조금 과장하듯 말하는 모습이 참으로 한없이 가벼웠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순간을 상당히 즐기는 것 같았지만. 아무튼 다시 한 번 생각보다 큰 칠면조 다리를 바라보던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요리를 나르는 것을 도왔다. 물론 맨손으로 잡으면 뜨거울지도 모르니 정말로 조심조심 올기면서 다시 한 번 맛있게 풍겨오는 향에 침을 꿀꺽 삼키기도 했을 것이다.
일단 요리를 다 나른 후, 그는 바로 근처의 자리에 앉은 후,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저는 정은우. 2학년이에요! 2학년 1반의 정은우!"
"조리과정이나 비주얼, 맛평가는 만화니까 과장되었긴 하지만 크게 다르지도 않으니까. 어려운 것도 아니니 가볍게 생각하고 먹기엔 좋을 거야."
라고는 하지만 미나 역시 라면은 의외로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있는 음식이란건 부정하지 않았다. 물론 인스턴트니만큼 '조리'에 가깝겠지만 세간엔 그것마저도 곤란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잘 안다기보단, 익숙하니까."
오른손을 들어 엄지를 치켜올려보이는 그의 반응에 미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채 가려지지도 않을 짧은 머리카락으로 제 얼굴을 숨기려 했다. 물론 시선은 여전히 그를 향했고, 살짝 발그레한 인상 역시 크게 달라지진 않은걸 보면 평상시의 '칭찬을 들어 부끄럽다'라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은듯 보였다.
"곧 무언가 먹을 거라면, 간단하게 들어도 괜찮으니까. 몇개 들고 간대도 상관없어."
그의 말대로 칠면조 같은 것은 평상시의 식재료보단 별미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나마 비슷한 오리라면 또 모를까, 하지만 세상엔 그 둘의 차이가 별로 없는 사람들도 존재는 하는 모양이었다. 더욱이 그런걸 혹시 모를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한 부원들을 위해, 혹은 그 이상을 위해 불특정다수를 생각한 양으로 준비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마냥 제집 주방처럼 다루는 일도 없겠지만...
부원 외의 인물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그렇게까지 흔하진 않은 일이었기에 미나는 테이블세팅을 마저 하면서도 행여나 그가 다치지 않을까 시선을 떼지 못했지만, 다행인지 큰 일은 벌어지지 않는듯 싶었다. 무엇보다 약간의 과장된 표현, 한없이 가벼운 분위기 덕분에 크게 염두에 두진 않는 모양이지만.
"......최 미나. 3학년이야. 아무렇게나 불러도 괜찮아. 이상한 별명만 아니면 되니까,"
무리가 안갈 정도의 적당량을 덜어내 그의 앞에 놓아주다가도 잠시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는지 조금 굼뜬 반응이 이어졌지만, 이내 말을 꺼낸 미나는 버릇인양 손 흔드는 고양이인형처럼 말아쥔 손을 허공에 몇번 까딱거리더니 모자랐던 말을 하나 더 덧대었다.
"응. 맛있게 먹어."
그러고선 자신 역시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물론 이때만큼은 그에게 시선을 향하지 않았다. 먹을 때 바라보는 것만큼 부담스러운 것은 없을테니,
"에이. 이상하게 안 불러요. 그런 건 이미 초등학생 때 졸업했어요. 물론 선배가 저와 엄청 친한 존재라면 또 이야기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그래도 초면인 사람을 그렇게 부를 정도로 예의없는 이는 아니거든요. 저."
물론 그를 가볍게 아는 이라면 거짓말 하지 마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그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초면인 이의 이름을 이상하게 바꿔서 부른다거나 그럴 생각은 없었으니까. 아무튼 3학년이라는 사실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거기에 덧붙여서 이름 예쁘네 정도의 생각을 아주 살짝 더. 이내 그의 관심사는 요리 쪽으로 향했다.
맛있게 먹으라는 말에 싱긋 웃어보이며 그는 칠면조 다리 하나를 집어서 천천히 씹었다. 조금 익숙한 맛 같으면서도 다른 맛이 묘하게 신선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상당히 잘 구워졌다는 것이었고 고기를 먹는 그의 입이 조금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상당히 맛있게 느껴지는 건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는 음식이기 때문일까.
"와. 이거 진짜 맛있네요! 아니. 이 요리를 먹는게 이번이 처음이라서 비교하긴 힘들긴 한데 그래도 맛있어요! 뭔가 구운 닭다리 같기도 한데 약간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우와."
먹으면서도 입은 쉬지 못하고 감탄사를 몇 번이나 밖으로 내뱉었다. 물론 어느 정도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기에 금방 다 먹는 일은 없었으나 그럼에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자연히 먹는 속도가 빨라지기 마련이었다. 이내 방금 집은 것을 다 먹은 후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요리부 음식이라서 그런지 진짜 너무 맛있는데. 와. 선배 요리 실력 엄청 대단하시네요! 순간 여기 가입해서 요리 배워볼까 싶은 생각도 했다니까요. 물론 조금 개인 사정으로 동아리 활동은 힘들어서 실제로 그렇게 하진 못하겠지만요!"
"말했다시피 이 요리를 먹는 것은 처음이라서 다른 케이스와 비교하긴 힘들지만 일단 제 입에는 맛있으니까 그걸로 된 거 아니겠어요? 천하진미도 입에 안 맞으면 아무 소용없다고 하니까 결국엔 입에 맞는 것이 최고 아니겠어요?"
확실한 건 자신의 입에 맞는다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자신이 작업하는 웹툰만 아니면 여기에 살짝 가입해서 시험기간 정도로 활동을 하다가 재밌거나 즐거우면 정착하는 것도 해볼만하다고 그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허나 웹툰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기에 결국 그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웹툰도 자신에게 있어선 매우 즐거운 작업이었으니까.
"어? 그럼 다음에 또 놀러와도 된다는 거죠? 에이. 아무리 그래도 자주는 안 와요. 자주는. 여기 동아리 사람도 아닌데 자주 오면 그건 뭔가 좀 아니잖아요? 요리부의 활동도 있을텐데! 그래도 가끔 심심하면 놀러올게요! 아. 요리 먹겠다고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선배와도 이렇게 알게 되었으니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요? 나만 그런가?"
쿡쿡 웃어보이면서 그는 여전히 표정을 알 수 없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래도 말하는 것을 보면 딱히 자신이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은 아니겠거니 생각하며 그는 칠면조 다리 한 조각을 집어서 다시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확실히 닭다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맛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에서 보이던 그 고기가 이런 맛이구나 싶어 괜히 신기하게 느끼면서 그는 다시 엄지를 위로 척 올렸다가 다시 손을 내렸다.
"아. 그래도 뭐 만들어준다면 거절은 하지 않을게요! 이거 굉장히 맛있거든요. 그러니까 가끔? 정말로 가끔? 세 달에 한 번 정도? 아하하하! 농담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정말로 뭐 먹으려고 오진 않을테니까요. 선배도 고등학교 3학년이면 굉장히 바쁜 시기일테고."
아무리 그래도 입시생에게 뭔가를 주기적으로 만들어달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고 그럴 사이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마저 구이를 한 조각 만족스럽게 입에 담았다.
"이런 거 만들려면 재료비가 얼마나 들어가요? 그러니까 칠면조 고기..이거 비싼 편이에요? 한 번 집에서 만들어볼까 싶어서!"
원래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만큼 첫맛이 중요하다 했다. 그 경험에서 죽을 쑤어버리면 그 뒤에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진 것을 다시 접한다 해도 당시 기억 때문에 꺼려한다는 말이 있으니까, 되도록이면 많은 것을 접하고, 접하게 해주고 싶어 동아리까지 같은 취향으로 들어선 그녀이긴 했지만 사람의 입맛이란 각자의 취향만큼이나 다양했고, 자신 또한 꺼려지거나 잘 찾지 않는 것들이 종종 있었다. 가령 어릴때 잘못 먹었던 떫은 감 때문에 아직도 감 종류는 피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건 그래. 누구나 싫어하고 좋아하고의 차이가 있는걸,"
아무리 그녀가 재료를 어르고 달래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 해도 스스로를 어르고 달랜다고 제 성격이 쉽게 바뀌진 않듯,
그러다가도 무언가 돌연 생각난건지 아쉬워하는 표정이 그의 얼굴에 비춰지자 미나는 의문을 품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 서글픈 일이라도 있는 걸까,하는 정도의 생각이 스쳐지나갔으려나?
"응, 자주 와도 상관 없어. 정 신경쓰이거든 동아리 활동 전이나 후에 와도 괜찮아."
그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물론 그의 말마따나 대입 준비도 있고 이런저런 일로 바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이렇게 빈둥거릴 수 있는 것도 그녀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까. 사실 지금은 엄연한 동아리 활동 중이니 마냥 빈둥거리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친하게 지내는 건, 좋다고 생각해. 응, 어떤 의미로든 심심해지면 찾아와. 내가 아니라 다른 애들이라도 이해해줄테니까,"
그나마 자신있는 표정인 웃음으로 긍정의 표시를 보내는 미나였다. 입이 심심해지면 간식거리를 내올것이요, 마음이 심심하다면 조금 부족한 말실력으로라도 누군가의 대화에 어울리는 것은 미나 역시 대환영이었다.
그정도로 친해졌으면 좋겠다. 라는 약간의 망상이야 있겠지만, 아마 그런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생각이겠지.
"칠면조는 생각보다 비싼 편은 아냐. 이것보다 조금 작긴 하지만 닭다리에 비교하면 네다섯배 정도인 것도 만원 안에서 살수 있으니까. 유통이나 보관문제 때문에 대개는 훈제된 것들이 많이 보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괜찮으면 비교적 선택지가 많을 거야."
다만 생고기의 경우는 꽤 까다로울 거라고 덧붙였다.
"정말 비싸다 싶은건 향신료지. 그나마 자주 쓰이는 파슬리, 바질, 후추, 조금 신경써서 사프란 같은 것들이면 몰라도...
......잘 모르겠어. 보통 요리하는 사람은 집에 어떤걸 들여놓는지."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미나였다. 그도 그럴게 이곳 부실에서도 그렇고, 집에서도 항상 따로 붙여진 라벨로 구분해야 할만큼 여러종류를 구비해놓다보니 일반적인 가정에 쓰이는 향신료는 어떤 것일지 쉽사리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앞서 말한 것들만 적당히 곁들여도 충분히 맛있는 한끼가 될거라 생각해. 무엇보다 중요한건 네 마음에 드는가니까,"
"그럼 조만간에 또 한번 올게요! 아. 물론 요리 때문이 아니니까 굳이 뭐 만들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여기 활동 구경 정도는 해보고 싶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웹툰 소재로 삼을 수도 있을테고 그런 구경 또한 그에게 있어선 즐거움의 일종이었다. 구경할 수 있다면 해서 나쁠 것이 없었다. 물론 너무 방해가 되지 않게 어느 정도 조심해야겠지만. 아무튼 이어지는 설명에 그는 조금 감탄했다. 칠면조가 비싼 것이 아니라는 것도 그렇고 만원 안에 살 수 있다는 것도 그로서는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몇만원대를 각오했기에 더더욱. 그러면 자신이 받는 원고료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설명을 들으며 꽤 전문가가 아닐까하고 그는 생각했다.
"어. 저도 요리하는 사람이 뭘 들여놓는지 잘 모르니까 쌤쌤이라고 쳐요! 애초에 저희 집에도 진짜 기본적인 조미료밖에 없으니까요. 소금, 설탕, 후추..또 뭐가 있더라. 아! 파슬리도 본 것 같은데! 다시마도 있었고."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세가며 당장 생각나는 것들을 말하는 그는 괜히 웃음소리를 냈다. 오늘 집에 가면 무슨 조미료가 있는지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곧 들려오는 제안에는 확실히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가르쳐준다라. 소재 이전에 꽤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그런 도전 또한 그에게 있어선 꽤 재밌을 것 같았으니까.
"그럼 거절은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바쁠 땐 바쁘다고 말하기에요! 알죠? 선배는 3학년이고 입시 때문에 바쁠테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을지도 모르고. 그런 말은 굳이 입에 담지 않고 조용히 생략했다. 귀찮게 해서까지 자신의 즐거움을 채울 생각은 그에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조만간 올 계획은 있지만 요리 때문은 아니다,라는 그의 말이 조금은 생소하게 들렸던 미나였지만 이내 그러려니하고 넘겼다. 꼭 이곳에 놀러오는데에 먹을 것을 이유만으로 올 필요는 없으니까. 가끔 부원들끼리도 단순히 시간을 떼우기 위해서, 회의나 단순한 스터디그룹 목적으로 모이는 경우도 많았기에 그가 단순히 놀러오든, 느긋하게 둘러보든 별 생각이 없던 미나였다. 물론 그의 입장에선 보는 눈이 많다면 조금 부담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미나는 그정도로까지 다른 사람의 심중을 파악할만큼 눈치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오, 그렇구나? 이제 조금은 알것 같아."
그가 하나하나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하는 것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귀에 담아두던 그녀는 어느새부턴가 앞치마에서 슬금슬금 삐져나오려 하던 작은 메모장을 꺼내 그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소금, 설탕, 후추, 파슬리, 그리고 다시마까지. 음식을 만들 때 빠질래야 빠질수 없는 조미료친구들이 하나 둘 손을 들어 제 순서를 말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 미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도 별안간 웃는 소리가 들려왔기에 눈을 깜박이면서 다시 시선을 마주했을까?
"응. 그건 걱정 마. 애초에 그정도로 바쁜 날이면 여기에 없을테지만,"
스스로 말하고서 스스로 깨달은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던 미나는 잠깐동안 말없이 자기몫의 음식에 전념하다가도 다시 들려온 물음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대답은 생각외로 빨리 튀어나왔다.
"잘 모르겠어. 그냥 두루두루 하니까, 디저트쪽도 같이 만들거든. 특별히 좋아하는 거라면 부침요리가 좋아. 전 같은 것들,"
누가 듣는다면 꽤나 구수한 대답이라고 놀리듯 말하겠지만, 어쩌랴? 그게 미나의 취향이었다. 요즘 별안간 트렌드가 되어버린 오코노미야끼도 노점상에서 쉽게 볼수 있는 흔한 음식이었고, 생선전, 야채전 같은 것들은 특히나 이곳에서 자주 봐온데다 그 전에도 자주 먹었기 때문이다.
저렇게까지 이야기를 할 정도니 아마 무리하게 뭔가를 만들거나 하진 않는 사람일 거라고 그는 어느 정도 확신을 가졌다. 조금 멍한 느낌도 들고, 표정을 좀처럼 읽기 힘들긴 하지만 아무렴 어떨까. 그는 자신의 삘, 즉 느낌을 믿기로 마음 먹었다. 어쩌면 재밌는 사람을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아주 잠시 그의 눈빛이 초롱초롱 반짝이기도 했고.
"선배. 만능이에요? 요리 관련으로?"
가장 잘하는 요리가 뭔지 모를 정도로 정말 두루두루 잘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 그는 살짝 놀라며 와- 소리를 냈다. 이게 천재인 것일까? 거기다가 디저트도 만든다는 것에 더더욱. 부침 요리를 특별히 좋아한다면 그것도 엄청 잘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그는 두 눈을 깜빡였다. 이건 반드시 웹툰 소재로 쓸 필요가 있겠다 싶어 그는 머릿속으로 그녀를 어떻게 캐릭터화해야할지 고민했다. 티가 나지 않게, 어느 정도 변형을 일으켜서, 그리고 어떻게 설정을 할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이미지를 어느 정도 그려낸 그는 나중에 집에 가면 꼭 메모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와. 친구 녀석이 순간 부러운데요. 이런 선배에게서 요리를 직접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와. 다음에 요리 해달라고 해봐야겠다. 그 녀석에게."
한번 슬쩍 요리를 비교해볼까? 같은 생각을 해보기도 하며, 결국 그는 그녀의 요리 실력을 띄웠다. 물론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아무튼 대접도 이렇게 받았고 슬슬 돌아가볼게요. 친구 녀석도 없는데 계속 여기에 있기도 조금 죄송하니까요. 다음에는 친구가 아니라 선배를 만나러 올게요. 괜찮죠?"
부모님의 일손을 돕거나, 부원들의 부탁을 듣고 도와주거나, 아니면 정말 진지하게 공부하거나... 그나마도 전자의 경우는 다른 누군가의 부탁이기에 진지했지만 후자의 경우엔 그렇게까지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졸지 않고 수업에 제대로 임하고, 가끔 함께 모여 공부하는 때 말곤 미나는 공부보단 으레 다른것에 신경을 쏟아왔으니까.
단지 조금 얼빠진 행동을 할뿐, 머리가 나쁜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편...일지는 모르겠지만 늘상 상위권에 머물러 있었으니까. 결국 성적이란 생기부에 적히는 것 말곤 큰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신경을 아얘 안쓰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잘 모르겠어. 그치만, 다들 좋아하니까."
부모님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은 덕인지, 확실히 요리만큼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녀의 나이를 생각한 관점에서겠지만, 비교대상을 여느 어른들과 견줄 정도라면 그래도 어느정도 잘하는게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이 머릿속에 어무를 뿐이었다. 미나는 그렇게까지 자신의 재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런 능력도 그저 유전이겠거니 하는 것이 전부일까? 물론 자부심을 가지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조금, 부끄러운걸.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기애들도 곧잘 만들곤 하니까... 이야기 해본다면 그래도 만족스럽게 만들어줄지도 몰라."
이번엔 정말 부끄러운 기분이라도 들었는지 무표정으로 붙박이였던 얼굴에 빨간색이 좀 더 번졌다. 누군가의 비교대치 대상이 되는 것은 미나에게 조금 생소한 일이었으니까,
"그래, 좋아. 오늘 네 친구를 찾지 못했단건 조금 유감스럽지만,"
그가 제법 신경쓰고있던 것만큼 미나 역시 뭔가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석연찮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걸 계기로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는 것은 꽤 기분좋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응, 그랬지. 친구 만나려 했던거 같았으니까. 조심히 들어가도록 해. 만약 뭔가 따로 할 말이 있으면 전해줘도 좋고,"
그 역시 선약이 있는듯 했기에 미나는 오래 잡아끌 생각이 없었다. 시간을 보니 장보기 조도 슬슬 돌아올 시간이고, 다른 부원들도 저마다 대화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니까,
미나는 평소와 같이 멍한 표정으로 장난스러운 시선을 마주보면서 손을 가볍게 흔들어주었다.
/맛있는거 많아서 행복하지! 그래서 인생은 즐거워! 슬슬 마무리지으면 이걸 막레로 해도 좋고 더 써줘도 좋다~ 가볍게 굴려보는 것도 역시 재밌네~!
아. 부끄러워하는구나! 그녀의 말과 붉은색이 물든 얼굴로 그는 그렇게 판단할 수 있었다. 이런 칭찬에 약한 사람인걸까? 무표정한 사람이지만 조금 귀여운 일면도 있다는 것을 느끼며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확실한건 이 선배는 요리 실력이 뛰어나고 여러의미로 정말 친근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무표정하고 멍한 모습은 있지만 그건 결국 겉보기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말을 해보니까 말도 잘 통하지 않는가.
"아. 괜찮아요. 괜찮아요. 여기에 없다면 다른 곳에 있을테니까요. 천천히 찾아보면 되는 문제고!"
별 상관없다는 듯, 그는 태연하게 두 손을 휘저었다. 그 와중에 자신을 배려해주는 듯한 그 말에 그는 미소를 싱긋 지었다. 뒤이어 살짝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 그는 다시 허리를 천천히 폈다.
"전해줄 말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내일 뭐할지에 대해서 그냥 이야기나 나누고 싶은 거라서요. 메신저를 보내봤는데 답이 없기도 하고 그래서 혹시 여기에 있나 싶어서 온거거든요. 물론 걔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선배를 알고, 맛있는 것도 먹었으니 된 거 아니겠어요? 그럼 또 봐요. 선배!"
다음에 또 언제 올진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가 졸업하기 전에는 또 볼 수 있겠거니,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주 살짝 다음에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기도 하며. 그렇게 많은 것을 기약하며 그는 천천히 문 밖으로 나섰다.
골든 리트리버 진짜 귀엽겠다. 산책하다가 해인이가 먼저 조심스럽게 만져봐도 되나요? 라고 물어봐서 알게되었을것 같네. 길이 겹쳐서 반복적으로 지인처럼 알게 된 경우면 조금 놀렸어도 조금 퉁거려도 나름 무난하게 친분있는? 관계가 되었을것 같아. 대화를 많이 했다면 조금 달라질수도 있지만
>>252 하지만 2명뿐인 3학년은 늙어서 힘이 없고.....2학년은 3명인걸!? 그러니 1학년 3명을 잘부탁해 o.< >>255 답 늦어도 ok! 나도 10시되면 새벽까지 할 일 때문에 사라져야해😥 활발한 애들이니 묻기도 전에 해인이한테 달라붙을 수도 있고, 신입생이여서 얼굴 못알아봤다는걸로 학교에서 일상 나눌 인연 생기면 좋을 것 같아~~헐 그러면 이정이 뿌듯한 얼굴로 반마다 돌아다니면서 등에 남은 손바닥 자국 자랑하고 다닐걸 "1학년한테 얻어맞은 3학년 본 적 있어?" 하면서.....(정말미안해해인아사랑해더때려도괜찮아) >>254 절대 후회안해 절대 후회안해~~~~~자 어서 후배를 귀여워해주세요! 라기엔 나이상 이정이가 더 많네...쭈륵 그래도 귀여워해줘 나도 채린이 귀여워할래(쭈물) >>256 앜ㅋㅋㅋㅋㅋㅋㅋ근데 이정이 리액션 끝내주니까 먹이는 맛 있을거야...동네 요리대회 심사위원(리액션담당) 역할 하고 있지 않을까 의심되기도 해
>>272 물론 은우도 그런 쪽으로 고민이나 걱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긴 해! 사실 이건 연재하는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는 것들일테니까! 하지만 그런 고민과 걱정보다는 이렇게 연재하는 게 재밌다! 즐겁다! 이 마음이 더 크니까 더 자부심을 가지는 것에 가까울 것 같아. 일단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니까 더더욱! 물론 실력도 어느 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고! 그리고 난 해인이의 철저함이 훨씬 더 멋지다고 생각해! 그러면서도 가지고 있는 소녀감성이라던가 낭만과 환상을 좋아하는 모습은 갭이 느껴져서 귀엽구!
<<<확성기 최고야 지금바로 구매하세요 3만9천800원>>> 방해한다니~~~~~~ 최미나씨 시무룩씨 되어버려~~~~~~~~~~ 하지만 이정이 하고 싶은거 다 해!!!!! <<?? 머리 위에 뿔 만들기라니 설마 사진찍을때 애들이 뒤통수에 손으로 뿔만드는 그건가! 맞아~ 패션팡인이지만 세상 알수없는 무표정과 브이는 절대 못빼지~~~~~✌ 브이 하지 않는 미나는 미나가 아니다! 파나다!!!!!!
그럼 서우주가 외롭지 않게 서우도 뺏어와주겠어.....결국 이정주가 바라는 대로 됐구나^_^ 그러게!! 나도 서우 시트 읽으면서 얘네는 뭘 해도 말 붙이겠구나 싶었어! 학교 운동장에서 서우 보드 타는 모습 지켜보다가 실수로 이쪽으로 달려오는 보드 이정이가 뺏어서 도망치는데 더럽게 못타서 3번 박차고 뒤로 넘어진다거나(머리 튼튼해서 ㄱㅊ) 사실 재밌는 상황은 많을 거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 튼튼해서 ㄱ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정이 머리를 소중히 여겨주세요..... 초면에 보드를 탈취........그리고 넘어지기..........서우가 볼때마다 비웃고 지나갈 거 같은데 이게....아게맞나.....이게맞나.....? 이정이 특성도 좀 살려서 뮤지컬 소품 중에 스케이트 보드가 필요했다거나?! 서우 보드를 소품인 줄 알고 뮤지컬부에서 가져가버렸다거나......?!!??
정말 튼튼해서 괜찮아....공부 못하는 대신 튼튼한 머리를 얻은 셈 치자(응?) 아마 비웃을 때마다 할아버지 빙의해서 이~~천인공노할~~~하늘같은 선배 머리가 깨질 뻔 했는데 우서~~하면서 쫓아갈걸...헐 그것도 괜찮다! 근데 서우가 갖고있는 보드 소중하고 그런 건 아니야? 아니더라도 착각해서 미안하다면서 뮤지컬부 티켓 줄 거 같네(특: 손으로 직접 씀/2장 줄테니 애인이랑 오라함) 그 뒤로 궁금했는데 타는 모습 좀 보여줘!! 하고 조르기도 할거고 ㅋㅋㅋㅋㅋㅋ
이정이 두개골 안녕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두개를 합칠까~~ 뮤지컬부가 서우 보드를 실수로 가져가버리고~~ 이정이가 보드 보고 함 타다가 뒤로 나자빠지고... 그 타이밍에 보드 찾으러온 서우가 그 장면 목격!!! 서우가 학교에 가져왔다면 크루져 보드(일반 보드보다 쪼그만거!)일 거 같은데 이건 소중한 건 아냐!! 그래도 보드가 사라지면 허어어어어이잉잉ㅇ?!!! 되긴 할거 같다~~~~ 뮤지컬부 티켓 받고서 에엥 이게 무슨 티켓이여; 할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드 타는 거 보여달라는데 아니라 안녕히계셍요~~~ 하고 보드 타고 홀랑 가버리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해!!! 나도 미나주 이름으로 이름 장난칠래~~~ 하지만 센빠이인데?!!!>..!?!!! 라고 주장하는 서우 입 좀 닫고 왔어~~~~~~ 뿌염 안한 푸딩머리가 언제부터 패잘알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쓰다듬으면 열심히 뻗친다~~~ 다음 방학에는 어떤 맛 푸딩이 될지 모르니까 기대해달라구~~~~~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레미파솔라시나였냐구~~~~~ 미나야~~ㅋㅋㅋㅋㅋㅋㅋ!!! 깍듯하다기보다는...... 일단 선배니까 센빠이지만 만만한 부분을 보인다면............... 우리애가 좀 사고뭉치입니다......... 하지만 미나한테 일본어로 말걸어보고파~~~~~~~~머리띠나 머리핀 선물해주고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서우는 오리지널 커스터드 푸딩이지~~~~~~ 아주 맛잇습니다 17년동안 장인의 비법으로.... 요 망나니 망아지 한테....... 그런 깜찍한 별명을.........?!...../!.1/?!>!!?.... 너... 잘해라 하서우.....
>>330 합치니까 그럴싸해졌어! 그나저나 서우가 이정이랑 만나 한 말은 허어어어어엉 이랑 에엥 이랑 안녕히계세요~~~뿐인게 너무 웃겨 의성어로도 충분히 대화 가능한 사이.....이정이 바보라서 기다린다고....우와 보드 타는거 멋있다!! 하고 눈 반짝거리면서 언제쯤 돌아올까...~...멋진 기술 보여주겠지...하고 5분 정도 기다림(ㅋㅋ)
하나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계속 계속 점검하고 점검했다. 입학하기 전에 교복점에서 산 교복을 입었다. 흰 와이셔츠에 베이지색 니트조끼가 포근해보여서 마음에 들었다. 붉은색 리본도 예쁘다고 생각했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선배들을 보니 옷을 정말 자유롭게 입던데, 그래도 입학식이니 깔끔하게 교복을 갖춰 입었다.
“으, 으아, 떨려. 지각하지는 않겠지.”
같은 반에 어떤 친구들이 올 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이실지 너무 궁금하면서도 설레고 떨렸다.
‘혹시 친구도 못 사귀고 왕따가 되어서 괴롭힘 당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으아아앙거리다가 하나는 양 손으로 뺨을 톡톡 치며 정신을 다잡으려고 애썼다.
“가자! 힘내는 거야!”
하나는 거울을 보며 두 손으로 화이팅 포즈를 취해본다. 그리고 집을 나선 시각은 아주 아주 이른 시간이었고, 지각을 걱정할 시간은 전혀 아니었다.
/지각할까봐 걱정되서 아주아주 일찍 출발해버리는 하나… 아주아주 만약의 불상사로 지각에 이르는 것은 용납치 못한다! 라는 느낌이려나~!
이른저녁 먹은 캡틴 칭찬해~~~~~ <<칭찬도장 꾸욱 !!!! 그랬던 것인가!! 학생땐 잘자고 잘먹고 잘일어났기 때문이었구나!!!! 집 가고 싶어~~~~ 은우주도 얼른 밥 먹는 거야~ 그렇게 다들 릴레이밥을 먹는거지!! 누군가 밥을 먹고 바톤 넘겨줘서 받고 밥먹고~!!!!!
<<<무서워 다들 이상형 캐내기에 혈안이 되어있어>>> 흠~~~~~~~ 흐으으으으으으으음~~~~~~~~~~~ 미나의 이상형?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 사실 미나의 이상형이 정확히 누군진 테스형도 모른다고 하네요~~~~~~~~ 그냥 귀 두개 눈 두개 코 하나 입 하나 팔 두개 다리 두개 있으면 되는거지~ 가끔 뭐 하나 모자라도 상관은 없고~~~~~~~ 원래 요리하는 캐릭터는 잘 먹어주는 애가 이상형이라는 클리셰가 나름 존재하지만....... 얘 그런거 몰라... 미나주 스스로가 인정한 역대최고 망충걸입니다......
세상에! 이상형 강도들이야~! 채린이 이상형은 아직 생각해보질 않았는데, 대충 남들이 다 YES 라고 말할 때 같이 NO 라고 말할 사람? 미묘하네. 🤔 고백공격 받았을 때는 물음표 살인마가 되어서 상대 진저리나게 만들 것 같은 느낌... 왜? 내가 왜 좋은데? 로 시작해서~
아. 그리고 지금 사람이 많으니 미리 양해를 구하는건데..2학년 멤버 여러분. 그..시트에서도 봤다시피 은우가 되게 좀.. 막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서 먼저 말고 걸고 장난도 치고 그런 느낌이거든! 그래서 아마 같은 반 아이들에 대해서는 되게 빨리 파악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아마 첫 만남에도 얼굴이나 이름은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혹시나 그게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얘기해줘! 그럼 완전 초면인양 해볼테니까!
>>466 하지만 내 스레 경력 N년에 의하면 질문 받아요! 하면 다른 이들도 다 질문 받아요! 하면서 분위기가 복잡해지는걸! 그러다보면 놓치게 되고..(시무룩) 은우의 잠옷? 음. 그냥 평범하게 회색 파자마형 잠옷을 입고 있어! 막 특별한 것은 아니야! 장래희망은 현재로서는 웹툰 작가! 그렇게 돈 많이 벌어서 막 여기저기 여행다니고 엑티브한 거 즐기는 그런 삶을 꿈꾸고 있어!
>>476 좋다좋다좋다좋다(대흥분) 원체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해서 혼자 해결하려 하는데 영어를 도와달라했으면 나름 많이 존심 누르고 간걸텐데 거기서 저렇게 되었다? 그런데 연우는 고의가 아니다? 네이티브의 어쩔수 없는 바이브였다? 꿀잼. 서로 잘 알지만 해인이 쪽에서 조금 퉁- 하는 관계겠네
1학년이지만 왠지 3학년보다 성숙한 애어른이라는 느낌의 연우일지도 모르겠다는 연우예요- 선생님 AU 버전 연우는...음... 정말 안 좋은 선생님일지도? 이론보단 감으로 상위권에 들 연우라 "이게 왜 안되는걸까요"라고 하고 학생들은 "그것만 듣고 어떻게 알아들으라는 거죠"하는...(??)
연우:"그러니까... 어, 네. 이 문제는 이래저래해서 3번이네요." 학생:"...그래서 그 이래저래가 뭔데요...?" 연우:"그, 이걸 여기로 넘겨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1번이 아니라는걸 알수 있죠? 그리고 이걸 이거에 대입해서 해석해보면 4번도 아니죠? 그리고 2번과 5번은 이쪽에 이걸로 보면 바로 아니니까 답은 3번인거죠-" 학생:"...???"
은우의 슬럼프라. 물론 슬럼프야 얼마든지 있지! 묘하게 그림이 안 그려진다던가, 혹은 웬툰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른다던가 식으로 말이야! 그럴 땐 별 거 없고 그냥 잠시 웹툰을 쉬면서 즐겁고 신나는 것을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해. 영화를 보러 가거나, 혹은 장난도구를 만들거나, 그것도 아니면 오락실에 가서 신나게 놀던가. 그렇게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면서 슬럼프도 해결하는 편이야!
겨울방학이 끝나고 학생들이 들어선 교내는 금새 이야기 꽃이 피어난다. 처음에는 3학년이 되며 우연히 같은 반이 된 아이들 사이에서 방학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느니, 그동안에는 무엇을 하고 지냈냐는 둥 서로 안부를 묻는 대화가 오갔지만 현재 시점에서 가장 부각되는 화제거리는 발렌타인 데이에 관한 것이었다.
누군가 화두를 꺼내기가 무섭게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부터 교탁 앞에 진을 치고 무리를 이루고 있는 아이들 까지 서로 초콜릿을 선물 받았냐는 주제로 하나가 되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서운 청춘의 전파력을 실감한다. 오미크론이냐?
선물 받았다고 하면 누구에게 받았냐고 캐묻는 것도 빠지지 않았다. 그럼 그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쑥쓰러움에 어색하게 둘러대며 숨기는 아이도 있다.
반면 누구에게도 초콜릿을 선물 받지 못한 아이들은 그저 눈 앞에 펼쳐져있는 청춘의 광경을 바라보며 부러워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나도 그 부류 중 하나였다.
ㅡ 발렌타인 데이는 그저 상술일 뿐이라고. 학생의 본분인 학업에는 성의를 다하지 못 할 망정 연애질이나 하고 있다니..
같은 선택받지 못한 자의 비참한 항변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예정대로라면 방학동안 했던 공부의 복습을 하기 위해 펼쳐놓은 노트에 의미도 형태도 막무가내인 낙서를 끄적일 뿐이다.
평소 연애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매년 돌아오는 연례 행사적인 이 분위기에서 3년 간 소외당하는 입장이 썩 달가운 건 아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형식적인 우정 초코도 못받았다니까?
나는 나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내 침묵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눈치도 없이 너는 누구한테 받은 거 없어? 라는 극악무도하며 반인륜적이기 짝이없는 질문을 해오기 전에 자리를 피하자고 생각하고서 낙서를 끄적이던 노트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매점으로 향했다.
그러자 몇몇 아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쓸쓸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같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나는 너희들의 슬픔을 이해한다 동지들이여.
3학년이 되어 처음 만난 전우들과 비장한(?) 행진을 하며 동병상련의 연대감이 피어나는 새로운 아침이었다.
그리고 뜬금없지만~~~ 악우 느낌의 선관 맺고 싶어서 😋 서우와 함께하는.... 서로 못미더워 툭탁툭틱택거리고 눈 마주치면 뭐냐?; 뭘봐; 하고 시비트지만() 사실은 친한 친구 사이(특: 서로 친구 아니라고함)라는 약약혐친관(?)......... 하고 싶어.........!!! 물론 관심없으면... 없는... 부담주려는 건 아니니까 광고팝업이라고 생각해주~...
>>609 그렇다면 하나는 5학년에 올라왔는데 친구들하고는 다 다른 반이 되었고 어쩌다보니 친구를 못사귀고 있었는데 연우랑 수행평가를 계기로 친하게 지내서 6학년 때까지 같은 반으로 친하게 지내다가 중학생 때 다른 중학교에 가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우연히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같은 반이 되었다는 이야기일까?! 연우는 하나를 바로 알아봤을까? 연우는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으니 하나가 못알아볼수도 있을 것 같고~
진행이 필요한 이벤트가 있을 수도 있고 그냥 가볍게 배경만 설정되는 이벤트도 많으니 말이지! 사실 한 그룹으로 묶이기 힘든만큼 진행형으로 한다고 하면 그건 그거대로 여러모로 난해하지 않을까 싶기에 캡틴의 방식이 좋지 않을까 싶어. 왕게임이나 진실게임 같은 가벼운 것조차도 사실 여기 캐릭터를 모두 참여시킬 명분은 거의 없으니 말이야.
1학년때 학창생활은 정말이지 생동감이 너무 넘쳐 흘렀다. 삼재도 아닐텐대 미친 듯이 들러 붙었다. 입학시에 조금만 성격을 죽였더라면 달라졌을까? 아니 아마 화병으로 먼저 내가 죽었을 것이다. 죽이기전에 죽인다! 과거로 돌아갔어도 그 녀석들 때리고 있었을 것이다. 따로 불러서 때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너무 ‘쫌’스러웠다. 그래도 후배들 한테 웃으며 잘하면 나름 평판이 달라지지 않을까? 교실에 중앙에 중앙에 자리한 내 자리에서 업드려서 자는 척 하는 것도 1학년 때로 끝내고 싶었기에 뒤쪽으로가 사물함에 기댄 채로 교실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나를 처다보기는 거녕 무시하려고 열심히 있는 거 같았다. 투명인간 인건 조치만 이제보니 투명인간 이라기 보다는 포식자를 피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운동이나 하러 가고 싶다.... ”
기웃 기웃 거리는 애를 붙잡고 뭐라고 소리치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소문이 다시 발목을 잡고 작년처럼 억울하게 돈이나 물어주고 있을 것이다. 그건 너무 싫었다. 성격 죽이고 살아도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으니 그냥 세상이 정해준 평판 대로 살아갈까? 간혹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교실에 있어도 답답하고 생각 해봤자 답이 안 나오니 그냥 운동장이 뛰어 당겨야겠다. 싶어 교실 문을 열었고 무언가 하고 부딪쳤다.
간단하게 신입생들을 한명씩 불러 상담하는 자리에서 해인은 겸양의 미소를 지었고 최대한 모범적이며 유순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둔 모범 답안을 질답 도중 주고 받았다. 그 성과가 빛을 발했는지 임시 회장으로 임명된 해인은 새 학기의 시작을 완벽하게 끊었다는 성취감에 부풀어 의기양양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해인이는 똑똑하니까 잘 할 수 있겠지? 2학년 1반에 000선생님께 이거 전달좀 해줄 수 있겠니?
물론 할 수 있었다. 서류를 전달하는 정도야 중학생때도 반장과 부반장을 역임하며 여러번도 더 해봤었기에 익숙하기 그지 없는 일. 똑바로 자세를 펴고 금방 다녀오겠다며 서류를 받은 소녀는 정자세로 걸음을 옮기며 적당히 빠르지만 복도에서 달리면 안된다는 기본적인 교칙에 어긋나지 않을 속도로 2학년 1반을 찾아갔다. 무거운 서류를 들고 있어 혹시나 넘어질까 조심스러웠지만 슬쩍 창으로 바라본 2학년 1반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역시나 새학기의 학생들은 재학생이건 신입생이건 어색하기 마련이다.
안심한 소녀는 아무런 생각 없이 문을 열었고 단단한 무언가와 부딪쳤다. 앗! 단말마의 소리와 함께 서류가 후두득 떨어졌다.
아니 이게 무슨. 분명히 1초 전까지만 해도 완벽했던 일상이 무너졌다. 급한 마음에 소녀는 비틀거리다 문턱을 붙잡아 균형을 잡고 쏟아져 내리는 서류를 재빨리 잡아챘다. 그러나 이미 반 이상 바닥에 흩어졌고 가슴속에서 한기가 훅 돌아 아찔해지는 바람에 해인은 정신없이 상대를 보지도 않고 딱딱하게 쏘아붙였다. '저기, 선배님 죄송한데 이거 같이 도와주셔야 할것 같아요."
맨처음에는 문열자 마자 나한테 주먹이라도 날린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고 ‘앗’ 이라는 여성의 단말마가 귀에 스쳐지나갔다. 상황이 덜 된 나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윽고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부딪친 순간에 놓친 서류를 잡는 반사신경에 감탄을 했다. 아따 반사신경 좋네
“ 어, 선배? ”
선배라는 말을 들어보니 지금 자신의 앞에서 서류를 열심히 줍고 있는 친구는 후배라는 소리이다. 이소리는 이 후배에게 잘 보이거나 하면 좀 따듯한 이미지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그리 올래 걸리지 않았다. 오 개이득
“ 아이고 미안해라, 당연히 도와줘야지 ”
말투가 딱딱하고 사무적인게 다소 듣기 거북했지만 꾹 참고 커다란 손으로 재빠르게 서류를 모아 주기 시작했다.
“ 후배, 부딪친 곳은 괜찮아? 양호실 가야되는 거 아니야? ”
다소 오글거릴 정도로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하였다. 흡사 가끔 씩 짤로 올라오는 발연기하는 비연기자 출신의 연기를 보는 것 같았다. 태식이는 자신이 정리한 서류를 건네어 주며 눈웃음을 지었고 사람하고 대화 할때는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것이라 배웠기에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얼굴 들이 밀었다.
“ 여기 있어, 후배님! ”
나름 자상하게 잘대했다고 생각한 태식은 나름 뿌듯해 하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평판이 좋아지는 상상을 야무지게 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2학년 복도이고 2학년 반에서 나온 사람이니 당연히 2학년일 것이다. 라 재빨리 생각하고 선배를 붙였는데 다행히도 맞았던 모양이다. 혹여나 1%의 확률로 2학년 반에 놀러온 신입생이라는 불상사가 벌어져 흑역사를 적립할까 정신없는 와중에도 불안했던 해인은 그제서야 현재의 불안정도를 10%정도 낮추었다. 불안도가 낮아진 소녀는 그나마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정리할 여유를 가졌고 커다란 손을 움직이며 도와주겠다는 제스쳐를 보이는 커다란 남학생을 보았다.
아, 다행이다. 정신이 없고 첫 심부름을 망쳤다는 생각에 급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후배로서 사납게 대꾸한 것이 남아 거절당할까 미리 반론을 생각하고 있었던 해인은 작게 고맙습니다. 라 누그러진 말투로 감사함을 전했다. 힐끗 다시 보니 평소의 그녀로서는 왠만해서는 말을 걸지 않을, 꽤나 험악한 인상인데 겉보기와 다르게 기본적인 상식은 붙어있었나 보다. 재빨리 정신없이 무릎을 꿇고 스타킹이 헤지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으며 빠르게 서류를 주워담아 정리를 하던 찰나에 양호실에 가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다.
양호실? 그녀는 아무런 생각이 담기지 않은 눈빛을 돌려 손바닥과 무릎을 바라보았다. 서류를 무리하게 잡아채느라 생긴 생채기가 눈에 띠어 눈살을 살짝 찌뿌렸지만 이 정도 상처에 굴할 수는 없었다.
"걱정은 감사한데 이 정도는 괜찮아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무릎을 툭툭 털었다. 옆에 가지런히 정리된 하얀 종이가 빼앗긴 안정감을 돌려주었고 앞의 남학생이 도와준 덕에 시간도 크게 지체되지 않았다. 고마운 일이네. 소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도와주셔서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여기 000선생님 계신가요?" 사람은 겉보기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오랜 격언이 맞을 때도 있다며 올라가는 평판에 기뻐하는 태식의 속을 모르는 해인은 부드럽게 물어보았다.
추운 겨울도 끝나고, 파랗게 갠 하늘이 아름다웠다. 그것이 고등학교 첫 등교길의 감상이였다. 조금 일찍 출발해 걸어가며, 오늘 해야 할 일을 잠시 짚어본다. 입학식 전 미리 배정된 교실에 대기, 그 후 본격적으로 강당으로 가서 훈화말씀이나 애국가 제창같은 의례적인 행사를 거칠 것이다. 부모님도 앉아서 지켜보면 좋겠지만, 아마 두 분 다 일이 바쁘셔서 오기는 힘들 것이다. 자신이 배정된 반은 1학년 1반. 가장 첫번째 반이라니, 외우기도 쉽고 등하교도 편하다. 바로 옆에 계단, 입구도 꽤나 가까이에 있어서 교문을 제 때 통과하고도 지각할 일은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야 없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생각이 꽤나 길었는지, 주변에 하나둘 늘어나는 학생들 사이로 보이는 교문이 자신을 반긴다. 궁서체로 적혀있는 '해랑고등학교'라는 단어와, 그 위에 걸려있는 '신입생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라 적힌 현수막이 인상깊다. 사전에 조사한 대로라면, 왼쪽 입구 에서 오른쪽 복도를 이용해 한 교실을 가면 1학년 1반이 자신을 반길 것이다. 시간은 15분 전, 꽤나 여유있게 도착했다. 교실을 흘깃 본 결과, 반절 이상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 눈에 너무 띄고 싶지는 않기에, 그저 평범하게 지내고 싶기에 어느 자리에 않는게 좋을까 생각하는 도중, 안절부절 못하는 익숙한 햄스터... 아니, 친구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3년만이다. 저 금방이라도 도망갈것 같은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렇지만 자신의 기억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기에, 조심스레 다가가 옆자리에 선 후에 말을 걸어본다.
"...저, 하나 맞으려나? 이하나."
그리고 걸고 나서야 기억이 난 것은, 그녀가 자신을 기억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을 건 것은 그녀의 말더듬 증세를 심화시킨다는 것.
...아무래도, 자신의 평범히 눈에 띄지 않고 생활한다는 목표는, 시작부터 제대로 어긋난듯하다고 생각하며, 웃을 뿐이였다.
작게 읆조린 고맙다는 소리는 태식에게 아주 좋은 리액션이였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 둘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이제 여자에게 손을 대는 건가 저 양아치는! 뭐 이런 시선 다수 였다. 그런걸 태식이는 아는 지 모르는지 그저 웃고 있었다.
“.... ”
그리고 자신을 보고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자 머릿속으로 주마등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 할아버지! ’ 해인 그녀에게는 가벼운 미소였을지 모르겠지만 자신만 보면 울던 이성들에게 처음으로 받는 미소였다. 그렇기에 위력은 묵직했다. 입 밖으로 ‘ 아이구 손주 왔어 ’ 라고 말하기 전에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았다.
“ 와, 예쁘다.... ”
어딘가 본적 있다 싶었는데 입학식에서 대표로 선서 하던 후배가 아닌가! 예쁜 사람은 마음도 예쁜구만! 이라는 엄청 일차원적인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생각에만 멈추기에는 가속력이 너무 붙은 나머지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이거 누가 봐도 추파 던지는 거잖아 멍청아! 자신의 뺨을 다소 쌔게 후려치고 나서야 잡생각이 어느정도 날아갔다.
“ 그래? 내가 자주 다쳐서 밴드 같은 거 항상 가지고 다니거든 이거라도 할래? ”
아기자기하게 토끼가 그려진 밴드를 주머니에서 하나 주섬 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 아, 선생님이라면...... 일단 교실에는 안 계시네...? ”
사실 자신도 선생님이 어디로 간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그냥 계속 책상 위에 자는 척을 했기 때문에 관심도 없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관심 정도는 줘 볼걸 후회 하기 시작했다. 다른 애들한테 물어보자니 곱게 대답해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새 학기가 시작하고 며칠 정도 지나자 아이들은 제각각 자신과 성향이 비슷하고 말이 통하는 친구들을 사귀어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는 그들 끼리 모여서 왁자지껄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반면에 나는 아직까지 그렇다 할 상대가 없어 얌전히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지만 딱히 그들이 부럽다거나, 외롭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아니, 애초에 문제 거리로 삼지도 않았다. 우선 나 부터가 사교에 적극적인 성격이 못 되는 지라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을 뿐더러 3학년이 되어 맞이하는 학기 초반이 1, 2 학년 때와 크게 다를 게 없어서 변함없이 평탄한 일상을 추구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안심이었다.
설령, 3년씩이나 같은 반이라는 보기 드문 인연이 있다 한들, 그리고 이야기를 한마디도 나눠 본 적 없는 상대가 있다 한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쓸쓸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시간이 흐른 뒤에 '다 그런 거지 뭐.' 라고 회상할 일일 뿐이다. 1년 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내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특별히 눈에 띄지도 않거니와 결코 불량하거나 문제아도 아닌, 교실에 놔두는 이름 모를 관상용 화초 같은 존재로 무난한 학창 생활을 보내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공수래 공수거'
그래도 할 짓이 없다보니 거기에 비례해서 이런 쓸데없는 독백만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에잇, 그럴 시간에 영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라고!
데헷~☆
//사실 상판 돌리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일상으로 끌고 갈 자신..이 없어서 독백만 던지고 도망간다는 건 안비밀
주변에서 던지는 못마땅함과 걱정이 섞인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인은 평온하게 서류를 들어올렸다. 다행히도 선생님의 붙여놓은 포스트잇 색깔을 순서별로 외워놓았던 터라 섞이지 않게 정리가 잘 된 것 같았다. 마치 막 태어난 강아지를 마주한 것과 같은 흐뭇함에 빠진 소녀는 반 분위기를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긴장의 끈을 놓은 해인은 묘하게 감격에 빠진 표정의 선배님을 갑자기 무슨일이 있나 싶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저기 무슨 일이 있는지...라는 말이 끝나기 전 들린 한마디. "와 예쁘다."
물음표가 마구 새겨지는 의식의 흐름을 막으며 적절한 반응을 생각할 새도 없이 다시 탄환이 연사되는 것처럼 예쁜사람은 마음도 예쁘구만! 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마음이 예쁜 행동을 했었나? 학업에만 스킬을 찍어 이런 상황이 처음인 17세 인생 서해인의 머리가 빙글빙글 정신없이 돌아가고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친구들로 부터 서로서로 예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지만 초면에 이름 모를 선배님께 직구로 얻어 맞아보니 좋음보다는 쑥쓰러움과 민망함이 먼저 찾아왔다.
"아, 아니에요! 그 칭찬은 고맙지만 ,저 처음에 선배님께 막 쏘아붙이기도 했고 그렇게 착하지 않아요!" 결국 흑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쌓인 모양이다. 머리가 반쯤 표백되어 마구 생각나는 대로 상황을 수습한답시고 말을 내뱉었고 곧이어 태식이 자신의 뺨을 쨕 소리나게 치자 당황해 "선배님께 뭐라 한게 아니에요!" 라 다시 올라오는 대사를 다급하게 그대로 말했다.
여전히 서류를 든 채로 간신히 심부름을 해야한다는 대명제만 생명줄 같이 꼭 잡은 해인은 심호흡을 했고 어지러히 돌아가는 머리를 오로지 심부름에만 집중시켰다. 이 상황이 무엇이건 간에 나중에 집에가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것이다. 다소 핀트가 엇나간 결론을 내린 해인은 반쯤 얼얼한 상태로 태식이 주는 무언가를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받았다.
토끼? 물건과 주인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언발란스한 상황에 말을 잃은 해인은 귀여운 밴드에 좋아해야할지 황당한 표정을 감추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애매모호한 얼굴을 했다. 적절하게 다시 표정을 만들기 전에 선생님이 반에 없다는 말이 들렸고 다시 심부름의 연관어를 들은 머리가 자동적으로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아, 밴드까지 주셨는데 전 괜찮아요. 그럼..."
그러고 보니 2학년 교무실이 어디였더라. 드물게 곤란해진 해인은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저..2학년 교무실이 어딘지 아세요?"
>>750 어.. 그냥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혹은 부모님 중 한 분끼리 서로 친해서 어느 정도 친분이 유지되던 친구? 일단 그 정도의 가벼움을 생각하고 있긴 한데 딱 그 정도? 그 내부의 친밀도라던가 그런 것까지 굳이 정하는 것은 또 애매한 느낌이어서. 사실 은우주가 선관을 짤 때는 내부의 친밀도나 그런건 생각 안하고 그냥 말 그대로 딱 껍데기. 관계만 짜는 느낌이다보니! 뭐, 약간의 분위기는 조정해볼 수는 있긴 하겠지만 말이야.
역시, 햄스터처럼 귀여운 아이인 하나이다, 라고 생각하며 웃음짓는 연우. 초등학생때의 그 아이와 별반다르지 않다. 강아지상의 크고 파란 눈도, 곱스지만 지저분하진 않은 머리도 다르지 않다.
"후훗, 짝이 되어도 괜찮을까? 나야 좋지만서도... 하나는 어떻게, 잘 지냈어?"
하나가 이 고등학교였을줄은 몰랐다. 책상 옆 고리에 잠시 가방을 걸면서도, 눈은 하나를 향했다. 3년만의 재회, 그것도 예상치 못한 재회는 꽤나 감회가 새로웠다. 입학식이 끝나고, 둘이서 3년간 있었던 이야기를 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힘든 초등학교 생활에 처음으로 친구가 되어준 것이 하나였으니까.
아니라고 부정하는 와중에 칭찬은 고맙다고 하는 후배를 쳐다보며 말하였다. 착한 사람은 자신이 착하다고 떠들고 다니지 않는다. 무엇보다 진짜 나쁜 사람이였으면 방금 같은 반응은 안나오고 오히려 태연하게 받아 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 바로 내 걱정도 해주고! ”
시시각각 변하는 해인의 표정을 멍하니 구경하고 있었다. 맨날 자신을 보면 우는 표정 혹은 반짝 얼어 붙거나 겁먹은 모습 말고 본적이 없었기에 신기 했다. 그리고 뭔가 괴롭히고 놀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랬다가는 태식의 의도대로 평판 뒤집기에는 실패하기에 꾹 참았다. 충분히 당황할만 한 상황이였지만 빠르게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움직이는 것을 보니 더욱더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운동이나 스포츠를 하면 굉장히 잘할 정신관리 능력에 자신이 다니고 있는 체육관을 소개 시켜주고 싶었다. 대한민국의 론x 로우지가 나온다거나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2학년 교무실이 어디냐고 묻지 순간 굳어 버렸다.
“ 어..... ”
1학년 교무실은 거의 집처럼 들락 거렸기 때문에 잘 알지만 2학년 교무실이 어딘지 기억이 안난다. 아까 자신의 뺨을 너무 쌔게 때려서 단기 기억상실이라도 걸린 것인가? 여러 가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학생주임한테 학년 초부터 사고 치지말라고 훈계를 들었던 장소가 떠올랐다.
“ 아! 기억 났어! ”
태식은 핑거스냅을 한 뒤 자신의 머릿속으로 2학년 교무실로 가는 약도를 떠올렸다. 태식은 곧바로 조심스럽게 문과 해인을 지나쳐 복도로 나왔다.
“ 따라와 ”
뺨을 친 커다란 소리와 따라와라는 말 때문인지 교실에서는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전 대화 내용들은 그들에게 관심 밖의 일인 듯 하였고 정작 관심을 끌어간 단어는 따라와 랑 퍽 이라는 의성어 였다. 태식은 2학년 교무실로 가는 길에 단상이 서서 선서하는 모습과 방금전 모습들을 떠올리며 피식 한번 웃었다. 하얀 피부가 순식간에 붉어지는 모습이 퍽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자기 같은 안좋은 소문의 집합체 와 같이 다녔다고 이상한 소문이 나지 않길 바랄 뿐이였다.
“ 자! 여기가 2학년 교무실! ”
때로는 아무 이유없이 혼나는 것도 좋은 것 같았다. 이렇게 위치도 외우고 후배에게 도움도 주고 평판도 올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2학년과 3학년들 한테 평판 올리는 것은 이미 글렀어도 1학년은 다를 것이다.
도서실이라고 하면 보통 책을 읽거나 공부를 위해 이용하는 곳이다. 그 말은 책도 공부도 관심 없는 사람은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고, 채린 또한 그랬다. 어느덧 학교에 입학한 지 1년이 지났건만, 채린이 도서실을 방문한 건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횟수였다. 그렇다 보니 어디에 어떤 책이 있는지 모르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좀 찾기 쉽게 해놓으면 덧나나.”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지루함이 묻어나왔다. 지금 찾고 있는 책이 부 활동에 필요한 것만 아니었다면 진즉 도서실을 떠났을 것이다. 설렁설렁 책장을 보며 걷던 채린은 앞에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하곤 멈추었다. 책 정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도서부일까? 마침내 저를 도와줄 이를 발견했다.
채린은 상대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힐끔 보았다. 파란색. 그렇다는 건 선배다. 호칭을 정한 채린은 만면에 붙임성 있는 미소를 띄며 상대에게 다가갔다.
>>759 좋아좋아!! 도서부에서 만난 중학교 친구이자, 알고보니 같은 동네 살고 있다는 관계일까? 해인이는 뭔가 입학식날 선서 준비한다고 교실에서 못 마주쳤을 것 같고, 나중에 같은 반인 것 알았을 때 하나가 연우를 소개해줬을 것 같아~ 그런데 해인이는 연우가 옆자리를 이미 차지한 것을 알고 라이벌 의식을 비추는 그런 적폐해석이 떠오르고....
부정을 하지만 되려 착하다고 곧이 곧대로 받아치는 태식 앞에서 해인은 "고마운건 고마운거고 사실을 따졌을 때 아닌건 아닌거니까요."라고 답할 뿐이었다. 중학생일적 짓궂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농을 걸며 즐기는 것은 동아리 활동등을 하며 많이 대처해 보았지만 대책없이 직구로 던지는 부류는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이게 장난인것 같지도 않으니 지나치게 막강하다. 해인은 결국 심부름 이외의 것을 생각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꽤 속물적으로 챙길것은 챙기고 버릴 것은 버리며 나름 잘 살아간다 생각해 은근히 자부심이 있었던 해인은 착하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묘한 감상에 잡힌 상태로 2학년 교무실의 행방을 바라며 태식을 바라보았지만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내가 직접 찾아봐야 하나. 하긴 솔직히 여기까지 행동한 것도 남의 시간을 빼앗는 민폐니까. 짧은 시간내에 여러생각을 정리한 해인이 자신이 혼자서 학교 도면을 보고 찾아갈 수 있다 말하려는 찰나에 바로 태식이 기억이 났다며 밝게 외쳤다.
태식이 자신감 넘치게 발을 옮기자 지나갈수 있게 복도로 걸음을 옮긴 해인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 사람은 귀찮지 않은건가? 중학생때도 신입생이 들어오면 좋다고 날라다니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눈 앞의 선배님이 그런 부류였다 보다. 따라오라는 말에 뒤의 웅성거림을 무시하고 잠자코 발을 옮겼다. 복도에 두 사람의 발소리가 울리고 해인은 규칙적인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서류에 쌍방이라 쳐도 밴드에다 길 안내까지 해주셨으니까 음료수라도 사드려야 하나. 동기간, 태식이 자신을 재밌다고 여기는 것도 모르고 선후배간 보은관계가 철저한 해인은 진지하게 보답을 고민하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 얼굴로 뒤를 따랐다.
"자! 여기가 2학년 교무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어느새 2학년 교무실이라 팻말이 적힌 문 앞에 와 있었다. 드디어 길고 긴 심부름이 완료 되었다는 생각에 해인은 저도 모르게 씩 웃었다. 조금 들뜬 얼굴로 돌아보며 몇 분전 부터 생각하던 답례를 말했다. "1학년 1반 서해인이라고 합니다. 고맙고 다음에 음료수라도 사드릴게요."
우으으응, 폭신해보이는 솜이불이 조그맣게 앓는 소리와 함께 꿈틀거린다. 열린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작은 별을 하나 따와서 가루를 내어 뿌린 듯 짙은 남색보 위에 별이 총총 수놓아져 있다. 넘실거리는 것을 보니 바다에 비친 밤하늘일런지, 손이 하나 나올 때까지 몇 분 간 더 넘실거렸다. 손은 베개 옆을 더듬거리더니 충전기에 꽂혀있던 폰을 집었다. 까맣던 액정에 불빛이 들어온다. 여덟시 이십칠분, 잠금 화면이 현재 시간을 띄우고 아래에는 무시당하고서 꺼지고 만 알람들이 목록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누군가에게서의 부재중 전화까지 남아있다. 불안한 예감을 확실시하려는 듯 커튼 사이로 따스하게 내려오는 햇살과 개운하고 가벼운 몸, 어딘가 포근하게 느껴지는 방안의 상냥한 색감까지,
“*하서오 이 배신자야――!”
그야말로 완벽한 늦잠. 이불이 침대에서부터 펄쩍 튀어올랐다. 온 집안이 울리도록 소리쳤지만 집에는 지금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한 사람만 있어서, 제때 잘 일어나 등교한 동생을 향한 원망은 아무도 모르게 흩어졌다. 까치식구 대여섯마리가 집을 지은 듯 부스스하게 헝클어져 있는 머리. 소매가 손가락 끝을 남기고 내려오고 바짓단이 발등을 덮어 바닥에 끌리는, 한 눈에 보아도 편해보이는 잠옷 차림. 주말이었다면 훌륭한 휴일을 취하는 베스트룩이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지각하기 좋은 차림새일 뿐이다. 개학 첫날부터 지각했다가는 분명 담임 선생님한테 찍혀서 잔심부름 거리가 있으면 ‘하서우’가 제일 먼저 불릴 확률이 수직 상승하고 만다… 귀찮은 심부름은 질색이다! 그렇다면 아침은 포기, 곧장 화장실로 뛰어들어간다.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을 때는 십이분이 더 흘러서 삼십구분이었다. 등굣길에 보드는 위험해서 안 타고는 했는데, 오늘만큼은 사고치기로 했다.
크루저 보드, 일반 보드보다 작고 가벼우며 부드러운 바퀴를 쓰는 주행을 위한 보드로… (자세한 건 서우한테 물어보자.) …그래서 인파 속에서도 타기 쉽다고 한다. 발은 디디는 널빤지, 즉 데크의 윗면은 새카맣고 아랫면은 샛노란색 칠에 웃는 얼굴 이모티콘이 크게 그려져있다. 휠은 때가 탄 흔적이 남아 샛노란 색이었던 듯 하다고 짐작은 가능했다. 서우는 가방 한 쪽끈만 어깨에 걸치고 입에는 머리를 묶을 고무줄 두 개를 물고서 *노즈에 왼발을 올렸다. 오른발이 힘차게 땅을 구르면 휠이 도르륵 굴러가는 소리를 낸다. *테일에 오른발도 마저 올라오고 속도가 붙으며 이는 바람에 부스스한 곱슬머리가 뒷목을 간지럽힌다.
보드를 타면서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서는 여유롭게 머리까지 묶고, 간단하게 점프도 해본다. 하늘도 파랗고, 꽃샘추위가 있다고 해도 올망졸망 길에 핀 들꽃도 보이고, 가로수도 푸르르게 영그는 풍경을 지나쳐왔다. 이대로만 가면 유유히 지각도 피할 예정이었는데, 이쪽에서 저쪽으로 흘러가던 구름 모양이 시시각각 바뀌듯 예상치 못한 일은 언제나 일어난다.
“쌔앰―! 안녕하세요! 굿뭐얼니잉!”
교문 즈음에 다다라서 1학년 때 담임을 맡아주셨던 선생님을 발견했다. 오늘부터 2학년이지만 아직 2학년 담임 선생님은 만나지도 못했다. 서우는 보드를 멈추고 내려와 선생님의 옆으로 쫄랑쫄랑 걸어간다. 위험하다고 한 소리 들을게 분명한 보드를 숨긴답시고 뒷짐을 지어 들었지만, 서우가 숨겨야할 것은 그게 아니었다. 애초에 보드는 휠 굴러가는 소리 때문에 다 들키고도 남았다! 방학동안 뭐 하고 지냈냐는 가벼운 아이스 브레이킹 중, 싸늘하게 날아오는 선생님의 날카로운 지적 한 마디. 너 명찰 어디갔니?
“명찰 여깄……?”
교복치마는 잘 찾아 입었지만 급하다고 후드티 하나 뒤집어 쓰고 온 하서우, 명찰을 깜빡하고 말았다! 허망해진 서우의 표정과는 대비되는 선생님의 호승심 어린 미소.
“아니,아니, 쌤! 제가 오늘 늦잠 잤는데 2학년 첫날이라고 지각 안 하려고 안 타던 보드까지 타고 왔는데! 아, 선생니임!”
>>753 나도 딱 그 정도가 좋아! 구체적인 관계는 일상 돌리면서 맺어가는 게 재밌으니까~ 무난하게 같은 초등학교~중학교를 나왔다는 것도 가능하겠다. 같은 반이 된 적도 있고, 아닌 적도 있고? 아니면 부모님 중 한 분이 친한 관계라는 쪽이면 그분들끼리 동창이라든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 모임 같은 느낌으로 몇 번 만났다든지~
>>774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서 와! 서우주! 아. 서우..귀여워!! 뭔가 방방 뛰는 저 느낌이 너무 귀여워!!
>>775 채린주도 그렇구나! 관계를 넘어서서 그 안에서 친분이나 호감도나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던가 그런 것을 너무 세밀하게 정하면 아무래도 그 틀에 갇히게 되는 느낌이 있더라고. 물론 그렇게 정하는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나는 그런 건 살짝 피하는 편이야! 그럼 후자 쪽으로 가보는 것도 괜찮을까? 엄마끼리나 아빠끼리 동창이거나 해서 혹은 같은 학교 선후배나 같은 동아리거나 해서 교류가 있었다면 가족 모임으로 만났을 가능성이 크고 그럼 자연스럽게 자식들 쪽도 어느 정도의 교류는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사는 곳이 다르니까 막 놀이터에서 맨날 보고 노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자연히 서로를 알고 어느 정도 친분은 있다 정도?
‘고마운건 고마운거고 사실을 따졌을 때 아닌건 아닌거니까요.’ 태식은 해인의 말을 듣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더 말을 해도 부정할테니 말이다. 아마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긍정과 부정의 싸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양쪽다 원하지는 않을 테고 무엇보다 착하다는 것의 기준은 주관적 일수 밖에 없다. 착하다는 것을 수치화 시킬 수 있다면 그곳은 도대체 무슨 지옥일까?
“ 해인... 서해인... 오 우리 성씨 비슷하네! 기억하고 있을께 예쁜 후배 ”
뒤이어 감사인사와 함께 나중에 음료수라도 사준다는 말을 듣고 엄청 혹했다. 여기서 무언가를 받아가면 자신이 억지로 갈취한 듯한 느낌이 들것 같았다. 적어도 주변은 그렇게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실에서 교무실로 오는 그 몇 십분 동안 느낀 해인은 답례를 받지 않으면 꿍해하거나 어떻게든 다른 식으로든 보답하려고 할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받기로 한 태식은 다시 입을 열었다.
“ 오! 그럼 나야 고맙지! 뭐 반은 알고 있는 거 같고 이름은 나중에 음료수 사줄 때 말해줄게 ”
태식은 순식간에 자신의 명찰를 가렸다. 그전에 보고 이름을 외웠다면 어쩔수 없지만 말이다.
공식적인 동아리활동이라 할수는 없었지만 미나는 도서실에 자주 들르는 편이었다. 이유라 한다면 요리관련 서적 외에도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어서일까? 제 나라에서 십수년 가까이 살아도 모르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이곳에서 살아간 3년 사이에 모든 것을 알 수 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지금 이렇게 장서관리를 돕는것 또한 부족한 손길을 도울 겸 소소하게 신간의 정보들을 귀띔으로 듣는 것이 컸기에, 조금 과장시켜 말하자면 명예부원 같은 셈이었다.
"......?"
그렇게 평소처럼 책을 하나둘 정리하고 있던 사이에 누군가 자신을 불러세우자 미나는 그쪽을 돌아보며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붙임성 있는 웃음에 한눈에 봐도 예쁘다 할수 있는 외모가 먼저 눈에 띄었을까?
"딱히 아니긴 하지만, 응. 뭔가 찾는 거라도 있을까?"
그리고선 눈을 굴려 명찰을 보고서야 그녀가 2학년이란걸 알아챘을까? 아무래도 쉽게 눈에 들지 않는 것은 자주 봐왔던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단순한 학년 차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책 제목을 안다면 그걸로 말해줘도 좋고, 어떤 주제를 찾는 거라고 해도 대강은 알려줄 수 있어."
미나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를 향해 있었지만 책을 집은 손은 따로 노는것마냥 책들을 있어야 할 자리에 하나둘씩 넣고 있었다.
사태식, 당신은 청춘 순정만화의 주연! 수업시간에 그 아이를 빤히 쳐다보다 눈이 마주친 당신. 당신을 향해 씩 웃어주는 그 아이에게 정신이 팔려 그만 둘 다 남아서 청소를 하게 됩니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 당신과 그 아이 둘 뿐.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2769
역시, 하나는 예나 지금이나 착한 아이이다. 자신이 부탁하는 걸 듣고는 별 다른 질문없이 받아들여주고... 정말, 나쁜 사람에게 걸리면 어찌 하려는걸까, 아직도 보호본능이 발동되게 하는 하나였다.
"뭐어, 중학생때는 2학년때 음악쪽으로 동아리를 했었어. 그리고... 3학년때는 반 아이들에게 떠밀려서 반장일도 하고? 아직도 내가 왜 반장감이라고 생각한지는 모르겠어. 분명 부반장이 더 좋은 반장이 됬었을텐데... 너무 무르게 대해서 그랬던걸까 싶기도 하고. 하하..."
그렇게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다, 또 다시 생각이 부정적으로 흐르는 하나스파이럴이 시작되려 하자 새삼스럽게 추억이 샘솟아오르며 대답을 해준다.
"둘다 바빴으니까 말이지- 오히려 내가 미안한걸? 전화는 내쪽에서 해야 했는데-"
펑,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것만 같은 빨간 얼굴의 하나를 보고서는 푸훗, 웃으면서 팔을 괸다.
"응, 하나는 아직도 귀염둥이네- 후후훗."
초등학생때는 이야기 못한 것을, 못 꺼냈던 이야기와 생각을, 이번 1년에 마음껏 나눠보고 싶다.라고 다시금 생각하며 엎드린채로 눈웃음지으며 하나를 보는 연우였다.
"밴드였었지- 뭐, 지금은 다 해산했지만서도. 그래도 꽤 보람찬 느낌이였달까? 반장도 내가 원해서 한건 아니지만...그래도 해볼 만 했지? 응, 중학교때 꽤 많이 배웠으니까-"
그렇게 잠시 추억을 되짚어본다. 솔직히 최고의 반장도, 최고의 밴드멤버도 아닐거라고 생각된다.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천직은 아니였기에. 그리고 밴드가 해체될때 아무런 힘을 못 쓴 것도 사실이니까.
"그래도, 하나가 이정도로 대단해졌다니, 그때랑 비교하면 천지차이인걸-"
귀여운 자신의 첫 친구, 이렇게 평생토록, 이 우정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벌써 강당을 간다는 소리를 듣고는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즐거운 시간은 빨리 간다는 오래된 속담을 생각하며 웃어보인다. 역시, 하나를 만난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행운의 시작이였던 것 같다며.
"같이가자-"
조금의 신장 차이는 나게 되었지만, 마음만은 초등학생때... 아니, 그때보다도 더더욱 밝아진 손연우였다.
>>781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간단하게 정해놔야 어떤 관계든 될 수 있고, 어떻게 흘러갈지 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결국 취향 차이긴 하겠지만! 응, 그럼 부모 중 한 명이 친했다는 쪽으로. 일단 채린이네 부모는 아버지만 해랑시 토박이일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관계였는지 정하고 싶으면, 정해줘도 되고 아니면 다이스 돌려버려도 되고~ 가족 모임이라면 같이 외식을 한다던가, 한쪽 집에 가서 어른들끼리 이야기하는 동안 둘은 거실에서 TV나 봤다던가 그런 느낌일까?
“밴드? 와아, 그럼 연우는 어떤 역할이었는데? 막막 밴드하면 엄청 여러가지 파트들이 있으니까. 원해서 한 반장이 아니었다고 해도 연우였다면 잘 했을 것 같아.”
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나, 나는 대단해진 것도 없는 걸…. 뭔가 이뤘다거나 한 것도 아니고….”
하나는 아무런 이유 없이 연우가 추켜세워주는 것 같아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하나는 같이 일어나는 연우와 함께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와, 이렇게 서고 보니까 키 많이 큰 것 같아. 나는 얼마 안 큰 것 같은데….”
하나는 자신의 155밖에 되지 않는 키에 조금 아쉬움을 느끼며 종종 거리며 걸었다. 강당은 멀리 있지 않았고, 강당에 들어가는 길에 있는 선배들은 옷을 자유롭게 입은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입학식이라 긴장되어 교복을 갖춰입은 것이 신입생이라는 것이 한 눈에 보일 정도였다.
>>828 은우의 부모님은 다 토박이 설정이니까 음. 아버지끼리 서로 아는 사이라고 설정해두면 될 것 같아! 선후배인지, 아니면 동갑인지 그런 건 아버지들이 메인 캐릭터는 아니니까 그냥 적당히 그렇게 정해도 좋을 것 같고! 응! 일단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런 느낌이야! 혹은 같이 여행을 갔다거나 그랬을 수도 있을테고! 매일 혹은 자주까진 아니더라도 그냥 부모끼리 친해서 안면이 있어서 조금은 더 오래 본 사이 정도로 정리하면 되지 않을까? 사실 이렇게 정해도 은우가 뭐 특별히 더 친근하게 대하거나 하는 건 아닐 것 같고.. 그냥 소꿉친구? 비슷한 느낌이니 다른 이들보다는 아주 조금 더 신경 쓰는 그런 건 있을 것 같긴 하네. 그냥 곤란할 때 다른 이들보다는 조금 더 도와주거나 조금 더 말을 걸거나 그런 느낌? 물론 채린이가 은우를 어떻게 대할지는 자유롭게 해도 무방해!
>>830 응, 그럼 아버지끼리 아는 사이라고 하면 되겠다! 채린이도 비슷할 것 같아. 필요한 게 있을 때 가장 먼저 빌릴 수 있을지 물어보고, 뭔가 부탁받으면 귀찮아도 한번 정도는 더 생각해줄 수 있겠단 정도? 아무튼 이 정도면 대략 정해진 것 같은데, 혹시 더 필요한 게 있을까?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녀가 아니어도 그렇게 묻는 학생들은 꽤 많았으니까, 대개는 3학년이 도서실에 드나드는 이유를 먼저 꼽긴 하지만, 의외로 여기서 면학분위기를 내는 괴짜들도 많았으니까.
시선은 고정되어있다가도 이따금씩 책장에 눈길을 주었을까? 그 시선을 따라 미나가 빼내었던 책은 흔히 있는 '잘못 꽃힌 책들'이었다. 그도 그럴게 라벨에 적힌 분류표로 쉽게 알 수 있었으니까,
"마크라메 아틀리... 마크라메... 응, 수공예관련 도서구나. 기다리고 있어도 좋고, 따라와도 상관없어."
잠시 생각에 잠기듯 혼잣말로 제목을 곱씹던 미나는 높낮이 없는 대답과 함께 설렁설렁 움직여 관련 서적들이 있는 코너에서 발을 멈추었다.
허공에 손을 그어내리며 책들을 빠르게 훑다가 제 가슴께 높이에 있는 책 한권을 꺼냈을까? 재차 확인하듯 책을 몇번 뒤집어보던 미나는 책을 찾고 있던 이에게 그것을 건네주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질 사람은 극히 한정되어있을까? 그나마도 여학생들이 아니라면 쉽게 찾지 않는 책이었기에,
"특별히 만들려고 하는 거라도 있나보네?"
두서없이 던진 질문이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잘 분간이 가지 않는 미나였다. 그래도 눈앞에 보이는 학생이 그런것을 취미로 즐기기에 어울리는듯한 인상이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을까?
>>831 적어도 난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 그 이상으로 정하면 뭔가 캐릭터의 현 관계성까지 구체적으로 정하는 그런 느낌이 될 것 같아서! 채린주도 더 필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으니 일단 저렇게 가볍게만 잡고 남은 것은 일상을 돌리면서 직접적으로 보면 될 것 같아!
도서실과 상부상조한다고 무슨 이득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책이야 아무나 읽을 수 있는 건데. 노동력을 제공할 만큼의 무슨 가치가 있을까?
“알아요? 마크라메.”
상대의 입에서 수공예라는 말이 나오자 채린은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마크라메라고 말했을 때 단박에 알아채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그게 뭐냐고 물었다. 관심이 있거나, 도서실에 어떤 책이 있는지 잘 알고 있거나. 아무래도 후자려나? 생각하며 채린은 미나를 따라갔다. 가만히 기다리는 건 지루해서 싫었다.
채린은 건네받은 책의 표지를 보았다. 저자의 성씨는 김도 아니고, 이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지만.
“글쎄요. 아직 안 정했는데.”
채린은 설렁설렁 책장을 넘기다가 덮고는 미나를 보았다.
“뭐 만들까요?”
어차피 결국 무엇을 만들진 저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물어보는 건 순전히 상대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했을 뿐이다.
하나는 연우를 따라 걸으면서 연우가 자신을 다시금 추켜세우는 것을 들었다. 으아, 칭찬 수치가 맥스를 찍고 있어! 부끄러워!!
“하지만, 나도 더이상 안 클 거라는 거 알아. 으응… 상상만이라도 키가 컸으면 좋겠는데, 사실 160만 넘어도 감지덕지야.”
하나는 뒤엣 말은 비밀이라는 듯 소근소근 이야기했다. 어느새 강당에 도착해 1학년 1반의 위치에 마련된 플라스틱 행사용 의자에 연우와 나란히 앉았다. 1학년의 자리가 강당에 있고 양 옆의 2층 관람석에 2, 3학년 선배들이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입학식이라 신입생들이 주인공이라는 느낌일까. 그러면서도 이 많은 의자들은 누가 여기에 설치를 해둔 걸까 하는 호기심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선배들일까? 학생회 임원들?
조용히 행사는 시작했고, 잡담은 끊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행사가 진행되다가 신입생 대표로 제 소꿉친구인 해인이가 연설인지 선서인지 하는 것을 보고 하나가 와아, 하는 표정을 지으며 연우에게 소근거리며 이야기했다.
"요리부니까. 원래는, 대신 새로운 장서에 관련해서 곁다리로 듣긴 해. ...협력관계,인 셈이지."
앞뒤를 다 자르고 말하니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째서 이런 귀찮은 짓을 사서 하는지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이 되었으리라 생각하는 미나였다. 어디까지나 자기기준의 생각이겠지만?
"조금은 알고 있어. 인테리어에 종종 필요했거든,"
그래봤자 미나에게 있어선 행거라던지 커튼의 대용, 리스나 화분받힘대, 등갓에 꾸미는 정도가 그동안 살면서 본 마크라메의 종류 전부였다. 사실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 우스운 일이었다. 분명 요리만 하면 될거라 생각했지만, 알고보면 식당 안의 인테리어도 사람들은 꽤 신경을 쓴단 것을...
아무래도 찾고 있으면서도 가만히 있는 것은 좀스러웠는지 그녀가 따라오는게 보였고, 잠깐 흐리멍텅한 눈길을 주다가도 이내 다른칸의 책장에 꽂힌 엉뚱한 책을 집어들었다.
“매분매초, 초침과 분침과 시침에 난도질 당하는 기분이야.” 노인이 푸념을 했다. “시간에 쫓기고 계신 것 같군요. 떨쳐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의사는 펜을 돌린다. “내 이마를 봐. 시간에 베인 흔적들로 가득해. 이미 내 눈 앞에 있는걸.” 노인은 이마 주름을 만지작거린다. “그보다 더 빨리 달리면 되죠.” 의사는 핑거보드를 보여주다 창문 밖에 날려버린다.
~
“내가 보드를 탄다고 하니 말이야. 지나가던 개도 비웃고, 이미 저승 간 친구들도 관 속에서 틀니 빠지도록 웃는 것만 같아. 그렇지만 더 못참겠는건, 오히려 젊은 놈들이 나같이 허리 구부정한 노인보다도 바닥을 보고 다닌다고. 그러니까 나라도 앞을 보고 달려야지. 이젠 올려다볼 나이도 지났는걸.” “단순히 허리가 안펴지시는 거겠죠. 아니, 저도 꼭 해야해요?” “닥쳐, 이 놈아. 아이고! 나 아버지 곁으로 간다!”
~
이정이는 봄부터 지는 벚꽃들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3학년이면 봉사 점수도 채워야한다는 얄팍한 변명거리를 가진 채, 양로원을 가서 어르신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몰래 화투도 치고, 한국 전쟁 때 있었던 첫사랑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음 뮤지컬 연극에 쓸 자료를 채워나가고 있을 즈음이었다. 벚꽃을 하염없이 올려다보는 할머님이 계신 것을 보고, 눈을 게슴츠레 한 채 웃으며 다가가 휠체어의 손잡이를 붙잡곤 얼굴을 들이민다.
“아가씨, 봄바람이 이리 추운 데 뭘 그리 보고계셔. 그렇게 벚꽃이 보고싶으면 거울 보면 되는데?”
자신보다 예순은 연상일 어른에게 건방지면서도 허물없는 이정이의 반말은 건방진 손자 같다면서 양로원 내에서도 호평 일색이었다. 할머니 역시 웃으며 느릿하게 돌아본다. 귓속말을 전하려는 건지, 단순히 목소리를 전할 힘이 없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다가오라는 손짓은 은밀하면서도 신비로운, 묵직한 느낌이었다. 이정이는 괜히 호들갑을 떨며 “뭔데, 뭔데”라며 할머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할머니가 작게 속삭거리며, 이정이의 눈썹을 만지작거린다. 이정이는 입가 한가득 쓴웃음을 지으며 할머니의 양 어깨를 주물러준다.
“그러게말입니다. 꽃잎들이 춤을 추네. 진짜 봄인가봐.”
자자, 얼른 들어갑시다. 나 추워. 이정이는 연신 호들갑을 떨며 휠체어를 붙잡고 속도를 내려다 지팡이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건 덤.
채린주 캡틴주 은우주 잘자~~~~이정주 꿈 꿔 쪽♡ 선우주 반가와~~~~~~~~~헉 나 이렇게 귀엽고.똑똑한.후배와.선관을 짜도 괜찮을까??? 시트 읽어봤는데 지능차이가 너무 날까 무서워 이정이가 조금 몽총해도 너그럽게 봐줘......첫만남은 어땠을까?? 아무래도 이정이가 먼저 선우가 타고있는 휠체어에 흥미를 표했을 것 같은데 옆에서 조잘조잘 해도 괜찮을까?
악!!! 이름 실수ㅜㅜㅜㅜㅜㅜ 태식법사 진짜 허를 찌르는 별명이다 아 귀여워 ㅠㅠㅠㅠㅠㅠㅠㅠ 할머님이 하신 말씀은 우리 손자 얼굴에도 벚꽃이 묻었네~~~ 였을지도?? 벚꽃 닮았다고 하는 것도 귀엽다 후헤헤 서우주의 의견 채택하겠습니다 (땅땅) 미나주 팝콘 훔쳐먹기 호로록
>>917 채택 당햇어!!!!! 채택 당햇어!!!!!!!!!!!! 내생애 최고 업적을 달성햇다; 사실 이정이랑 선관 맺으려고 시트 보면서 계속 선관 어떤 식으로 맺을지는 생각안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정이 눈썹..... 꽃잎 두개 뚕뚕 있는거 같당........... 이러고 잇어갖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정이 눈썹 움직이는거보고 꽃잎이 춤춘다하는 줄 알앗어~~~~ 암튼무튼쨋든!!!! 이 영광은 깜찍한 쪼막눈썹을 가진 이정이에게 돌리겟습니다.......
아놔 눈썹만 보고있음 어케요 서우주님!!!!ㅋㅋㅋㅋㅋㅋ깜.쪼.눈썹 좋아해줘서 뭔가 기쁘네 헤헤 나중에 서우주에게도 서우에게도 만질 기회가 올거라 믿어....사실 만지게 해달라 하면 괜히 팅기면서도 만지게 해줄걸....?? 아 그리고 tmi인데 위에 쓰인 뮤지컬 스토리는 서우주가 말해준 비품인줄 알고 가져간 보드가 실은 귀여운 푸딩금발 후배의 보드였다는데요!? 선관에서 떠올린 스토리야! 소재 던져줘서 아리가또!
>>920 뭐...........???...................... 서우가 이정이 벚꽃잎 영.접.을 할 기회가 온단 말야??????? 지대한 충격을 먹어버렷어 살짝 사고가 굳은 거 같어........ 심지어.... 뮤지컬 스토리에 보드.... 그 보드....?!!??............. 보드 이야기 보고 헤헷ㅎ헤 하고 잇엇는데 저야말로 선관을 이렇게 사용해주셔서 아리가또고자이마스 땡큐베리마치 셰쎼입니다............ 야 하서우 티켓 꼭 쥐고 뮤지컬 보러가 애인대신 보드라도 안고가
사실 서우랑 첫 일상을 돌린다면 보드 알려줘~~~찡찡우엥 안알려주면 선배가 복도에서 추하게 우는 모습 보여준다~~로 시작하려했어 벚꽃잎 만지는 정도면 싸게 먹히는 것 같은데?? 아우 아닙니다 고민중이었는데 소재가 팟~ 들어와서 넘 편했지뭐에용 스파시바 무챠그라시아스~~아 진짜웃기다 보드 옆자리에 있는 거 보고 처음뵙겟습니다 서우의 선배 도이정입니다.서우 많이 아껴주십쇼. 눈물 흘리게하면 가만 안둬 당신 하고 보드 멱살잡고 깝치는 이정 미나 진짜 쩐다 저런 멀티가 되는 게 부러워.......셰프모자 잘 어울릴 것 같으니까 하나 구해와야겠어요 (총총)
신체가 독립한다니 그거 뭔가 위험한 징조같잖아요ㅜㅋㅋㅋㅋ 미나주의 능력을 믿지만 위험한 도구 쓸 때는 꼭꼭 집중해주기!!!! 아놔 서우 딜 너무 잘넣어 칼딜폭딜 넣을 때마다 응 안해~~~인생 망했어~~책임져줘~~~ 하고 로이퍼디 춤추는 이정(답없음) 이정도면 거의 무엇이든 뚫는 창과 무엇이든 막는 방패 대결이네......아ㅠ글고보니 훔쳐갔었지 그럼 이제 보드에 대고 귓속말한다 서우가 못해주면 나한테 와....잘해줄게^^쪽 하고 보드에 키.갈 (하는 시늉입니다)
나는 낯선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었다. 바보처럼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특별히 뭔가 하지도 않고 그저 벤치에 앉아있었다. 공원 이전에 이 공원을 행정 구역으로 포함하고 있는 동네 자체가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평소에 소리 강 건너편 까지 다녔던 기억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무언가 확고한 목적이 있어서 이 공원에 온 게 아니라 단순히, 기분 내키는 대로, 발길 가는 대로 걸어가다 보니 이 공원에 도착한 것이다. 어디 까지나 그것 뿐이었다. 그럴 때 있잖아. 문득 평소에는 가보지 않았던 곳을 개척해보고 싶은 모험심이라해야할지. 그런 기분도 없잖아 있었다.
물론 그 탐험의 결과 도착한 곳이 평소 가보지 않았던 강 건너의 랜드마크나 핫 플레이스 같은 곳이 아니라 그저 고즈넉한 공원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재미없는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렴 뭐 어때, 나 혼자 온 건데.
잡념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고즈넉] 고요하고 아늑하다. 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꽤 넓고 조용한 공원이었다. 아늑함을 넘어서 왠지 모를 공허함까지 느껴질 정도지만, 단순히 놀이기구가 적은 탓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쪽 구석에 그네와 자그마한 모래밭이 있을 뿐, 시소도, 구름다리도 심지어는 그네와 함께 공원 놀이기구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미끄럼틀 조차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나에게 공원이라는 장소는 본래 좀 더 향수를 불러일으킬 좌표일지도 모르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오히려 그것과 완전히 반대의 감정이 일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혹은, 뭐랄까, 그런 게 아닐까. 옛날부터 설치 돼 있던 다양한 놀이기구를 위험성과 어린이의 안전을 지킨다는 빌미로 철거해 버린 형태?
확실히 요즘 공원에는 옛날에는 흔히 보였던 정글짐이나 구름다리 같은 놀이기구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걸 생각하다 보면 내가 어린아이였을 무렵에는 여러 가지로 말도 안 되는 짓을 했구나.. 라는 감상이 스친다. 구름 다리 위를 걷거나 뛰어다닌 다거나, 정글짐 꼭대기에 다리 만을 써서 거꾸로 매달려 있는 다거나.
지금 자신의 몸이 멀쩡하다는 기적 같은 것을 통감하는 노스텔지어와는 다른 감각이 소름 돋게 뻗쳐왔다.
아마, 성향의 변화일까. 때때로 부럽다, 귀엽다 라고 이야기하던게, 이제는 계속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때, 도와준 것은 하나였으니까. 자신이 나쁜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하나가 정말 싫어한다면, 자신이 알아챌 수 있을테니.
"그리고 혹시 몰라, 계속 잘 자고 잘먹으면 어떻게 10cm가 훅 자랄지도?"
허황된 소리라고 생각될수 있지만, 중학교 1학년의 겨울방학때 급격히 자란 연우였기에 하나에게 그렇게 이야기해본다. 그러다, 어느새 강당에 도착한 걸 알고 주위를 둘러본다. 역시나 계속 해오던 행사라서 그런지 선배들 중 반절 이상이 떠들거나 폰을 보고 있는게 보인다. 뭐어, 당연하겠지. 머리의 색도, 각자의 개성도 꽤나 다양하기에 웬만한 것이 아니고서야 집중시키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선생님에게 찍히길 원하는 것도 아니기에, 행사의 시작전에 하나와의 이야기는 아쉽게 끊긴다.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 애국가 제창... 역시라면 역시일까, 집중 안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신입생 대표, 서해인의 선서가 시작됨과 동시에, 분위기는 달라진다. 해인의 분위기, 기세에 압도되어, 조용해지는 강당. 해인의 한마디 한마디마다, 완벽함이 표출된다. 아마도 해인 나름대로의 연습을 한 결과겠지. 역시나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역시 부반장이...에?"
서해인의 짧은 연설이 끝나고 그렇게 중얼거리려는 찰나,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인이 하나의 소꿉친구라니, 처음 알았다. 그야, 해인과의 이야기는 계속 공부나 공적인 이야기만 했지, 서로의 소꿉친구같은 사적인 이야기는 하려 한적이 없었으니. 그래도 꽤나 의외이다. 전부터 아는 사이라니.
- 어이~ 미나미나~ 잘 살아는 있고? - 요새는 숨쉬기운동 좀 하냐? - 타케, 넌 숨만 쉬잖아. - 그런건 신경 쓰지좀 마라 짜샤, - 그럼 저번에 빌려줬던 공책 돌려줘. - 어... 그거~? 알았어~ 내일 줄게~ - 전혀 펼쳐보지 않은 사람의 말투닼ㅋㅋㅋㅋ - 너 내일 등교 즉시 C반으로 와라. - ...아니다. 학교 뒷뜰에 무덤 파놨으니 아얘 그냥 거기 미리 들어가있던가, 너 좀 묻어주고 수업 들어가게. ^^ - 암ㅋㅋㅋ맼ㅋㅋㅋ장ㅋㅋㅋ - 그거 타케놈이 들어갈 자리였냐궄ㅋㅋㅋㅋㅋ - 난 또 나무 하나 심는줄ㅋㅋㅋㅋㅋㅋㅋ - 타카하시 타케루, 그는 참으로 게으른 남자였습니다. - 캐비닛으로 관까진 안짜놓은거 보면 히메라기가 많이 참았나보네~ - ㄹㅇㅋㅋ - 히메라기~ 교실 들어가기 전에 흙은 완전히 털고 들어가라~ 오늘 복도청소 내가 하는 날이니까? - 시꺼 짜식들아! 누구 맘대로 들어가라 마라야!!!!!!
- 아직도 반응 없는거 보면 숨쉬는거 까먹은거 아님? - 이녀석ㅋㅋㅋㅋㅋ 결국엔 죽었엌ㅋㅋㅋㅋㅋ -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 인터넷 장례식을 치루면 된다고 생각해. - 야, 까짓거 그냥 우리가 갈까? - [원정 장례식 파티원 구함! - 한국행 (자비부담) 너만 오면 바로 출발~]
'(액정을 부수고 나오는 흰토끼 스티커) 안 죽었어.'
- 미나코씨 부활했닼ㅋㅋㅋㅋㅋㅋ - 어이어이, 어떻게 된 일이야~ 저놈의 몸에 생기가 돌아오고 있지 않나~ - 그나저나 저 스티커 아직도 잘 쓰고 있네.
'응, 하나에가 사준거니까.'
- 이열~ - 유열~ - 오오~~~~ - 5555~ - 역시 그거냐? 히메라기랑 츠구나가랑 뭐 있는거 아님? - 오늘도 꽃피는구먼, 새하얀 백합이... - (식칼을 든 검은토끼 스티커) 아무래도 뒷뜰에 자리가 모자랄거 같네~ - 어? 무슨 일 있었음? - 판사님, 저희집 고양이가 폰을 만졌습니다. - 루리 너네집 강아지 키우지 않냐? - 타케 때문이네. ㅇㅇ - ㄹㅇ. 타케놈이 히메라기한테 필기노트만 제대로 줬었더라도 여기까진 안번졌음;;;; - 니들은 내가 동네북이냐?!?!
'여전하네. 다들, 5년전하고 다를게 없어.'
- 알면 연락 좀 자주 달라고~ 직접 찾아가서 깜짝파티 하기 전에, - 어? 그러고보니 츠구나가 곧 생일 아님? - 아직 멀었어 임마~ 넌 뭐 한달도 넘게 남은 얘기를 벌써 하고 앉았냐? - 짜샤! 한달 남짓밖에 안남은 거야~ - 너네들 다 아웃이야. 나랑 하나에만 갈거니까, - 여자애들만 재미보겠다 그거냐~ 우리도 좀 존중해줘라~~~~ - 맞아~ 미나 관광지에서 산다며~ 방학때 들러서 나쁠건 없잖아? - 나 작년에 가봤는데 개쩔더라 - ???? - ????????? - 이게 왜 진짜임? - (화난 갈색토끼 스티커) 헐, 배신맨. 우리집 로토가 짖고 있잖아. - [히메라기 하나에 레이드 파티원 구함! - 반상회 (대국민사과) 너만 오면 바로 출발~]
그것은 분명 똑같은 하늘이었다. 화사하게 꽃피는 계절은 바람을 타고 흘러 그녀의 코를 간질이다 떠나가길 반복했고, 따사로운 태양 아래의 계절은 한껏 달아오른 열병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내 사라졌다. 수확의 금빛 물결에 젖어든 계절이 잠깐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다가도, 새하얗게 바래어 눈이 내리던 계절은 변함없이 그녀를 따뜻하게 품어주다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명 똑같은 달이었다. 뜨고 지는 오차는 있을지 몰라도 어차피 그녀에겐 가까이 와닿지 않을 세차였다.
하지만 분명 또다른 풍경이었다. 익숙하되 익숙하지 않은 장소, 속속들이 아는 곳이되 정작 길은 찾지 못하는 장소, 본적은 있되 가보진 않은 장소. 아름드리 나무에 기대어선 그녀에게 세번째 계절로 접어든 봄은 오늘도 어김없이 코를 간질이다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