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한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또한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게 된 2,3학년 학생들도 환영합니다. 모두 사이좋게 지내며 즐거운 학창생활 되기 바랍니다.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1학년때 학창생활은 정말이지 생동감이 너무 넘쳐 흘렀다. 삼재도 아닐텐대 미친 듯이 들러 붙었다. 입학시에 조금만 성격을 죽였더라면 달라졌을까? 아니 아마 화병으로 먼저 내가 죽었을 것이다. 죽이기전에 죽인다! 과거로 돌아갔어도 그 녀석들 때리고 있었을 것이다. 따로 불러서 때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너무 ‘쫌’스러웠다. 그래도 후배들 한테 웃으며 잘하면 나름 평판이 달라지지 않을까? 교실에 중앙에 중앙에 자리한 내 자리에서 업드려서 자는 척 하는 것도 1학년 때로 끝내고 싶었기에 뒤쪽으로가 사물함에 기댄 채로 교실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나를 처다보기는 거녕 무시하려고 열심히 있는 거 같았다. 투명인간 인건 조치만 이제보니 투명인간 이라기 보다는 포식자를 피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운동이나 하러 가고 싶다.... ”
기웃 기웃 거리는 애를 붙잡고 뭐라고 소리치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소문이 다시 발목을 잡고 작년처럼 억울하게 돈이나 물어주고 있을 것이다. 그건 너무 싫었다. 성격 죽이고 살아도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으니 그냥 세상이 정해준 평판 대로 살아갈까? 간혹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교실에 있어도 답답하고 생각 해봤자 답이 안 나오니 그냥 운동장이 뛰어 당겨야겠다. 싶어 교실 문을 열었고 무언가 하고 부딪쳤다.
간단하게 신입생들을 한명씩 불러 상담하는 자리에서 해인은 겸양의 미소를 지었고 최대한 모범적이며 유순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둔 모범 답안을 질답 도중 주고 받았다. 그 성과가 빛을 발했는지 임시 회장으로 임명된 해인은 새 학기의 시작을 완벽하게 끊었다는 성취감에 부풀어 의기양양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해인이는 똑똑하니까 잘 할 수 있겠지? 2학년 1반에 000선생님께 이거 전달좀 해줄 수 있겠니?
물론 할 수 있었다. 서류를 전달하는 정도야 중학생때도 반장과 부반장을 역임하며 여러번도 더 해봤었기에 익숙하기 그지 없는 일. 똑바로 자세를 펴고 금방 다녀오겠다며 서류를 받은 소녀는 정자세로 걸음을 옮기며 적당히 빠르지만 복도에서 달리면 안된다는 기본적인 교칙에 어긋나지 않을 속도로 2학년 1반을 찾아갔다. 무거운 서류를 들고 있어 혹시나 넘어질까 조심스러웠지만 슬쩍 창으로 바라본 2학년 1반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역시나 새학기의 학생들은 재학생이건 신입생이건 어색하기 마련이다.
안심한 소녀는 아무런 생각 없이 문을 열었고 단단한 무언가와 부딪쳤다. 앗! 단말마의 소리와 함께 서류가 후두득 떨어졌다.
아니 이게 무슨. 분명히 1초 전까지만 해도 완벽했던 일상이 무너졌다. 급한 마음에 소녀는 비틀거리다 문턱을 붙잡아 균형을 잡고 쏟아져 내리는 서류를 재빨리 잡아챘다. 그러나 이미 반 이상 바닥에 흩어졌고 가슴속에서 한기가 훅 돌아 아찔해지는 바람에 해인은 정신없이 상대를 보지도 않고 딱딱하게 쏘아붙였다. '저기, 선배님 죄송한데 이거 같이 도와주셔야 할것 같아요."
맨처음에는 문열자 마자 나한테 주먹이라도 날린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고 ‘앗’ 이라는 여성의 단말마가 귀에 스쳐지나갔다. 상황이 덜 된 나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윽고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부딪친 순간에 놓친 서류를 잡는 반사신경에 감탄을 했다. 아따 반사신경 좋네
“ 어, 선배? ”
선배라는 말을 들어보니 지금 자신의 앞에서 서류를 열심히 줍고 있는 친구는 후배라는 소리이다. 이소리는 이 후배에게 잘 보이거나 하면 좀 따듯한 이미지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그리 올래 걸리지 않았다. 오 개이득
“ 아이고 미안해라, 당연히 도와줘야지 ”
말투가 딱딱하고 사무적인게 다소 듣기 거북했지만 꾹 참고 커다란 손으로 재빠르게 서류를 모아 주기 시작했다.
“ 후배, 부딪친 곳은 괜찮아? 양호실 가야되는 거 아니야? ”
다소 오글거릴 정도로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하였다. 흡사 가끔 씩 짤로 올라오는 발연기하는 비연기자 출신의 연기를 보는 것 같았다. 태식이는 자신이 정리한 서류를 건네어 주며 눈웃음을 지었고 사람하고 대화 할때는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것이라 배웠기에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얼굴 들이 밀었다.
“ 여기 있어, 후배님! ”
나름 자상하게 잘대했다고 생각한 태식은 나름 뿌듯해 하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평판이 좋아지는 상상을 야무지게 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2학년 복도이고 2학년 반에서 나온 사람이니 당연히 2학년일 것이다. 라 재빨리 생각하고 선배를 붙였는데 다행히도 맞았던 모양이다. 혹여나 1%의 확률로 2학년 반에 놀러온 신입생이라는 불상사가 벌어져 흑역사를 적립할까 정신없는 와중에도 불안했던 해인은 그제서야 현재의 불안정도를 10%정도 낮추었다. 불안도가 낮아진 소녀는 그나마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정리할 여유를 가졌고 커다란 손을 움직이며 도와주겠다는 제스쳐를 보이는 커다란 남학생을 보았다.
아, 다행이다. 정신이 없고 첫 심부름을 망쳤다는 생각에 급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후배로서 사납게 대꾸한 것이 남아 거절당할까 미리 반론을 생각하고 있었던 해인은 작게 고맙습니다. 라 누그러진 말투로 감사함을 전했다. 힐끗 다시 보니 평소의 그녀로서는 왠만해서는 말을 걸지 않을, 꽤나 험악한 인상인데 겉보기와 다르게 기본적인 상식은 붙어있었나 보다. 재빨리 정신없이 무릎을 꿇고 스타킹이 헤지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으며 빠르게 서류를 주워담아 정리를 하던 찰나에 양호실에 가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다.
양호실? 그녀는 아무런 생각이 담기지 않은 눈빛을 돌려 손바닥과 무릎을 바라보았다. 서류를 무리하게 잡아채느라 생긴 생채기가 눈에 띠어 눈살을 살짝 찌뿌렸지만 이 정도 상처에 굴할 수는 없었다.
"걱정은 감사한데 이 정도는 괜찮아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무릎을 툭툭 털었다. 옆에 가지런히 정리된 하얀 종이가 빼앗긴 안정감을 돌려주었고 앞의 남학생이 도와준 덕에 시간도 크게 지체되지 않았다. 고마운 일이네. 소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도와주셔서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여기 000선생님 계신가요?" 사람은 겉보기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오랜 격언이 맞을 때도 있다며 올라가는 평판에 기뻐하는 태식의 속을 모르는 해인은 부드럽게 물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