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빨간 빛이야 눈을 좀 가릴게, 자기야. 놀랄 것 없어 요즘에는 도무지 저것으로부터 숨을 곳이 없어 이것은 그저 우리가 굴러떨어진 또다른 막장의 날일 뿐이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세상은, 적어도 이 도시는 죽음에 대해 꽤나 가벼운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이곳을 비탄의 도시라던가 마굴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불렀겠지.
하지만 우습게도 그것은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한 경시가 대부분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죽이지 않을까 우려하며 의심되는 사람은 일단 죽이고 보았다. 이유는 없다. 그저 방해가 되기에 죽였을 뿐,
하지만 그런 이들도 알것이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건, 자신도 죽임당할 수 있다는 것. 생명에게 총구를 겨누는 것은 알고보면 상당히 무거운 일이라는 것.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선, 무덤 두개를 파놓아야 한다는 것...
베르셰바란 자신이 살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는 곳이었다. 모두는 아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인, 절도, 유괴, 밀매를 일삼으며 마치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기듯, 돈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 했다. 이곳에선 돈이 곧 제 명줄과도 연관되어 있으니까,
흐릿한 시선에서 그림자보다 더 어두운 것이 스쳐지나갔다. 계속해서 기울어지는 천칭,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것의 왼편이 기울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채워야 할 무언가가 오른편에 요구되는 법이었다. 그녀에겐 희미하게나마 그 형상들이 비추어졌다. 그것에 어떤 이름이 붙었건, 얼만큼의 무게가 붙었건, 그것까진 알지 못해도 그들의 절박함만큼은 확연히 느껴졌기에...
그 순간 그녀에게서 비릿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과연 이곳에서 남보다 자신이 먼저 죽길 바라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그리고 그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의식하지 않은 채 스스로만의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은?
"당장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건 당연해요~ 저 또한 계속 찾고 있으니 말이죠..."
나 자신을 아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지만 어째서 살아있는가를 아는건 그보다도 더 어려운 일, 혹은 일평생을 살아도 영영 깨닿지 못하는 일이라고 한다. 자아와 정체성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어찌보면 그보다도 더 상위의 단계... 아마 현재의 그녀가 별다를 바 없는 인간이었다 하더라도 깨닫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도 꾸준히 갈구하고 있는 지식의 욕구 또한, 이 세상엔 수도 없이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진다고 하니까.
"길바닥에 채이던 힘없는 들개조차도 최후의 순간에는 상대를 물어뜯을 송곳니를 드러낸다. 라는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하지만, 반드시 무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죠. 충분히 대화로 통제가 가능한 대상을 폭력으로 제압한다 한들,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있대도 결코 오래가지 못하니까요."
물론 그런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단 것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단지 이런 도시이기에 극단적으로 보이기만 할뿐, 그렇다곤 해도 그녀는 되도록이면 누군가의 피를 보는걸 원치 않았다. 만약 자신의 과거를 더 잘 아는 존재가 나타난다면 지금의 그녀에게 코웃음치겠지만,
어차피 지금의 자신에겐 그러한 기억이 없었다. 마치 영상을 잘라내며 가장자리에 조금 남게된, 그정도의 단편적인 조각으로 유추할 뿐...
"음~ 확실히 빨리 도착하긴 하는데... 딱히 습관처럼 달리고 싶은 구간은 아니네요~"
딱히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으나 무게중심이 곧잘 흐트러지는 체형이었기에, 더욱이 그녀는 자신만 아는 공간에 두는 경우가 있을지언정 어지간하면 제 살림살이를 전부 이고 다니는 성격이었기에 평상시에 사용할만한 경로는 아니라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특히나 저 좁은 샛길에선 짐까지 들고다닌다면 반드시 끼일테니까,
"다행히도 자리는 남았네요~ 이것만으로도 목적달성의 반은 해낸셈이죠~"
물론 남은 테이블은 한자리이긴 하지만, 애초에 서로 따로 왔다면 곤란한 상황이었을지 몰라도 지금만큼은 일행이었기에 그녀 역시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다. 당신이 옆 의자까지 끌어보이며 앉을 것을 권하자 조심스레 앉았던 그녀는 시선을 마주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수행목록은 무엇인가요? 분명 한정 디저트라고 하셨던것 같은데~"
이곳에 온건 당신의 개인적 미션에 그녀가 포함되어 어쩌다보니 공동목적이 된 것뿐, 사실상 '자신의 티타임에 어울려준다.'라는 그녀의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남은 것은 당신의 목적을 이루어주는 것 뿐이었다.
물론 아무리 마굴인 뉴 베르셰바라 하더라도 '멀티프로세서 CPU JAVA칩 파르페'라던가 '.50 BMG 시저 샐러드'같은건 팔지 않을테니 걱정할 것은 없겠지만 말이다.
"사람이 사는 이유를 찾는 것은 인간의 세대가 밀레니엄을 넘기더라도 찾기만을 반복하겠지."
누군가는 그랬던가 살아가는 이유, 삶이라는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죽기전까지 그것의 답을 찾는 여정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단순하게는 당장에 죽고싶지 않기때문에 사람은 살아가는 이유를 붙이게 되고 찾게되는게 아닐까. 그것조차도 없으면 애저녁에 다들 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기고도 남았을테니까.
"다만 그것을 업으로 삼는 이도 있어. 꼭 이 도시에 한정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자신의 작품이라 생각하고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이라는 캔버스에 검은색 물감을 덕지덕지 바르는 그런 인간이 말이지."
상대는 화가라고 했기에 거기에 적절한 비유로 나는 대답했다. 그것은 내 인생의 일부기도 했다. 나는 철저히 계획적으로 누군가의 작품으로서 지금의 나로 거듭났으니까. 민족을 잃은것도 전쟁에 끌려다닌 것도 누군가의 손바닥 안이었다. 그리고,
"물론 얻으려는 것을 얻었음에도 얻은 작품한테 물려서 죽었지만."
나는 그것을 알았을 때 복수를 했다.
"오퍼레이션 한정 디저트. 주문 실시."
테이블에 있던 벨을 눌러 서빙담당이 오는 것을 기다린다음 주문하시겠냐는 말에 자동적으로 대답한다.
여인은 스스로의 잔인함을 처음부터 숨길 생각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번 일로 인해 제롬이 여인의 잔혹한 면모를 살짝 엿보았다 해도 그걸 다른 것으로 무마하거나 희석시킬 생각 또한 없었다. 그러니 보았으면 본 대로. 아직도 눈치 채지 못 했다면 그건 그거대로. 여인은 여인의 태도를 고수할 터였다. 늘 그랬듯이.
옆에 앉아 여인의 장난에 너털웃음을 흘리는 제롬을 보며 여인은 다시금 피식거렸다. 동시에, 제롬이 다시 기회를 달라 말해서 안심하는 마음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데 라는 마음이 속에 공존했다. 이제부터는, 정말로 여인 때문에 다치게 될 지도 모르건만. 하지만 다시 받아들인 것도 여인이었다. 그것만큼은 여인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이자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잔인함이었다.
"음. 제제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화해 기념으로 같은 걸 마시고 싶다는 제롬의 말에 또다시 여인의 키득거림이 흘렀다. 그리고 조금은 고민해야 했다. 여인이야 누구 말마따나 걸어가니는 술독이라 얼마나 독하든 상관없었지만. 제롬은 아니었으니까. 제롬의 주량과 페로사가 내민 선택지를 둘 다 머릿속에 띄워 놓고 고민하는 시간도 잠시. 여인의 손에 닿는 제롬의 손을 보고 소리 없이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제롬의 손을 잡아 손깍지를 끼워 주고, 페로사를 보며 말했다.
"은은하게 향 좋으면서 첫 맛은 강렬하고, 끝 맛은 달콤한 걸로. 두 잔 부탁할게."
페로사가 내민 조건을 하나만 고르지 않고 전부 넣은, 어찌 보면 난해한 주문이었으나 그만큼 페로사의 역량을 믿는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그대로 주지 않아도 여인이 불평할 일은 없을테니. 무엇을 내어줄 지는 페로사가 정하면 될 것이었다. 이 자리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술이라면 무엇인 들 좋지 않을까.
//이담에 페로사가 술 내줬다는 걸로 하고 이제 마무리 하면 어떨까나. 페로사주가 미리 준비한 술이 있다면 그거까지 이어줘도 좋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