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스스로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기에 그들은 반성하는 대신 짐승들을 탓했다 그러나 그들은 짐승의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그것에 대해 거짓말 할 수 없었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그대로 나가지 못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추운 자로 서있을 당신의 모습을 좀처럼 머릿속에서 떨쳐 낼 수가 없어서였다. 그렇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순간이 후회로 남지 않길 바라면서 당신에게 향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을까. 취한 것인지, 아니면 이제서야 당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기라도 한 것인지. 시안은 거부 없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 위스키 병을 약통이 놓인 테이블에 내려놓고서, 여전히 굳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본다.
"왜요?"
아무런 말도 행동도 없다, 침묵이 길어질 무렵, 쏘듯이 시안은 되묻는다. 그저 궁금할 뿐이다. 왜 그리 모든 것에 등을 돌리고, 호의적이지 않은 것인지. 모든 것을 소모하여 지칠 대로 지쳐 보이는 듯 느껴지는 당신의 모습. 공허하게만 보이는 눈동자를 보고서 당신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시안은 당신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 한다. 닿으면 시안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을까. 그대로 시안은 당신을 응접실 소파를 향해 살짝 밀어내려 한다.
"피곤해 보이니까 쉬어요."
다시는 돌아서지 않겠다는 듯 말하며, 위스키 병을 챙겨 천천히 돌아서는 시안의 얼굴은 슬퍼 보인다.
쥬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는_좋아하는_사람이_행복하다면_자신과_이어지지_않아도_좋은_쪽_그렇지_않은_쪽 》이어지지 않아도 좋은쪽? 혹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얼마든지 자신의 감정을 포기할 수 있는건 미련한 행동이라고 꼬집었지만, 만약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과 이어져서 불행해진다면, 그게 더 미련한 행동 아닐까?
아야: 037 특별한 성적취향이 있나요? 아야주: 특별한 취향이라... 있네요! 그러니까... 누군가 자신을 길러주기를 바란다거나, 음음, 자세한 건 시크릿! 144 생일 선물로 받고싶은 것은? 아야: 편지? 아니면... 모르겠네요 아야야야. 사실, 선물을 챙겨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데. 127 냉장고는 하루에 몇 번 여닫을까요? 아야: 모르겠네요 아야야야. 집에 있어도 평소에 안 여니까 하루에 10번을 넘어가지는 않을 거 같네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아야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정신은_그대로이고_몸만_어려진다면 딱히 바뀌는 건 없을 것 같네요. 평소처럼 출근하고 평소처럼 다니고... 어라 위험하겠는데. 자캐가_새벽까지_깨어있다면_그_이유는 그날따라, 꿈꾸기 무서워서. 혹은, 새벽에 여러 생각들을 감당하지 못해서 자캐가_질색하는_것은 불닭볶음면, 진상중의 진상인 고객, 그리고 새벽의 자신.
위스키병을 응접실 테이블 위로 올리는 시안의 행동을 따라, 브리엘의 구리색 눈동자가 비스듬히 움직였다. 타인의 목숨은 생각하지만 자신의 목숨이나 건강에는 무지한 부류는 스스로 생각해보면 의사라는 직업밖에 없었다. 그 수많은 되돌리기에는 늦어버린 죽음과 어떻게든 되돌려놓은 생명의 경계선에 서있는 사람들. 느릿하게 구리색 눈동자가 깜빡여지더니 곧 굳어있는 시안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키 차이가 조금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선처리였을 것이다.
왜요 라고 쏘듯이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에 지끈지끈 울리는 두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눈가 사이를 한번 문질렀다가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늘 하던 버릇이라서 이상할 건 없었다.
"왜, 이제 좋아하지 않을거라면서?"
어깨에 손이 얹어지기 직전, 질문에 대한 대답을 브리엘이 내놓았다. 어이없다는 식의 헛웃음도 없이 무감한 목소리로 대답을 내놓던 브리엘은 시안의 손이 어깨에 얹어지자 반사적으로 그 손을 밀어내듯 치워내려는 것처럼 자신의 손을 올렸다. 하지만 그 행동은 곧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다. 장갑을 끼지 않은 무방비한 맨손을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리엘의 몸은 이어지는 행동을 피하거나 거부하지 못한 채 주저앉았을 것이다. 그냥 그대로 몸을 돌린 채 나가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왜 그렇게 다시는 돌아서지 않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걸까. 사람이란 어째서 이다지도 귀찮은걸까.
"당신이 있어서 더 피곤할거라고는 생각 안하나봐. 볼일이 끝났으면 그만 돌아가줄래? 조금 쉬고 싶은데."
A-13 구역 분수대를 중심으로 북쪽엔 커다란 신문 회사가 있다. 불의 마녀 로즈밀을 필두로 한 구획의 지배 조직, 13일의 금요일이다. 말이 신문사지 그 누구도 쉽게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사람만 모였고, 그만큼 비인간적인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보스인 로즈밀이 이전 지배자인 요제프 그로스만을 산 채로 불태웠다는 사실은 구획에 파다하게 퍼져있다. 보스부터 말단까지 비인간적이란 특성을 따랐기 때문인지 건물도 사람 사는 곳 같지는 않았다. 정갈하다 못해 칼처럼 반듯한 각도로 지어진 건물엔 늘 가면 쓴 사람이나, 얼굴을 드러내되 본인의 얼굴이 아닌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아무리 신원을 특정해 보려 해도 이 사람들이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실존하는지도 모를 인물만 가득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킬러가 모인 건물의 7층에는 소회의실이 있다.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무시무시한 킬러들의 신원을 전부 가려버린 와일드카드이자 아이가 있기 때문인지 유일하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다. 오늘도 방은 너저분하다. 푹신하지만 싸구려인 침대, 그 위에 널브러진 토끼 인형, 쪽지를 접어둔 도리토스 빈 봉지, 윙윙 돌아가는 환풍 팬 소리, 구석에 처박혀 때타지 않은 장난감 상자, 키보드.. 그렇지만 오늘은 키보드 소리가 나지 않는 대신 평소보다 배는 소란스러웠다. "아저씨, 나- 아-파!! 살살해!" "귀청 떨어진다!" "그렇지만- 아프단 말이야! 좀 더 살살 빗을 수는 없어?" 아이가 울상을 지으며 빽빽 뱉는 소리에 얼굴에 큰 흉터가 있는 남성이 머리에서 빗을 떼고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다름 아닌 신입사원 일라이 빌이다. 그는 어느덧 13일의 금요일에 입사하게 된 지 반년이 넘어가 신입사원에서 정사원이 됐다. 지금은 척 모리슨이 처형으로 죽은 뒤 새로 편성된 킬러 부서, 하트의 일원이기도 하다. 여전히 사람을 쏘는 일을 망설여 내부 처형자로 일하긴 하지만, 어느덧 이 도시에 적응한 사람이라 자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둘도 없는 친구기도 하다. 척 모리슨이 처형으로 죽기 전 모종의 유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적어졌다지만, 그와 아이는 허구한 날 사소한 이유로 다투는 것이 일상이었다. 보다 못한 누군가 나잇값 좀 하라며 일라이를 나무라려 해도 아이가 먼저 '우리는 척 모리슨으로 이어진 친구-'라며 일라이를 먼저 비호했다. 서로 자주 다투긴 해도 온정이 싫지는 않았나 보다. 비록 둘의 나이 차이는 3배가 났지만, 좋은 친구였다. "그러니까 요 맹랑한 꼬맹이, 누가 머리 안 말리고 자래?" "나는 앤데 새벽에 자는게 말이 돼? 피곤해서 쓰러진 거야!" "셰바에서 흔한 일이잖아!" "안 흔해! 아저씨는 바깥 사람이 무슨 셰바 얘기야!" 지금 그와 실랑이하는 조그마한 아이는 꼭 커다란 털 뭉치를 뭉쳐놓은 것처럼 생겼다. 거대한 고양이 같기도 했다. 처음 보던 날에도 아이의 머리카락은 풍성하고 길었지만, 성장기이기 때문인지 반년 새 머리카락이 훌쩍 자랐다. 그 때문에 아이의 머리카락이 엉키기라도 하는 날엔 여간 곤란한 게 아니었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일라이는 아이의 머리를 빗어주며 골머리를 앓았다. 끝단이 엉켰지만 아무리 살살 빗질을 해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잘라버리면 끝날 일이지만 그럴 수도 없다. 잘린 머리카락을 버렸다가 신원이 특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이가 위험에 빠지거나, 아예 죽어버린다면 로즈밀은 무너질 것이고, 여왕을 따르던 조직의 궤멸로 이어질 것이 뻔했다. 일라이는 하는 수없이 빗을 내려놓고 그 커다란 손으로 아이의 엉킨 머리카락을 잡았다. 귀찮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손가락으로 미세한 가닥씩 집어 살살 당기자 머리카락은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며 툴툴댔다. "이러면 나갈 시간이 줄어드는데." "그래도 쿠키는 안 줄어드니까 걱정 말아." "치사해! 나는- 바깥공기가 마시고 싶은 거야!" "창문 열면 되잖아?" "그거랑 이거는 달라!" 평소 같으면 창문 공기로 만족하지 못한다 했겠지만 오늘은 말을 뚝 끊어버린다. 아이의 표정이 부루퉁했다. 오늘 아이는 달에 한 번 있는 귀한 날이기에 더 심통이 난 것 같았다. 다름 아닌 쿠키를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유일하게 셰바 안을 돌아다닐 수 있는 날. 일라이는 아이가 중요한 존재인 걸 알기 때문에 막연히 위로할 수는 없었지만, 내심 동정하고 있었다. "그래, 다르겠네. 거의 다 풀었으니까 얌전히 있어. 머리가 엉켰다고 둘러대면 10분 정도 늦는 것 정도야 하트께서도 봐주실 거니까." 그렇지만 그 동정심을 표하는 대신 엉킨 머리가 어느 정도 풀리자 다시 빗을 들어 머리를 매끄럽게 빗어주었다. 동정심을 표하는 건 셰바에서 사치이기 때문이다. 그건 일라이도, 아이도 잘 알고 있다. 아이는 얌전히 있는 대신 화장대에 턱을 괴며 한숨을 푹 쉬었다. 곧 8살이 될 아이인데도 10살은 더 먹은 것처럼 깊은 한숨이었다. 아이가 긴 속눈썹을 내리깔며 아랫입술을 비죽거렸다. "아저씨." "그래." "나, 바삭바삭 녹는 쿠키도 살 거야." "머랭 쿠키 말하는 거지?" "설탕으로 만든 쥐도 살 거야." "폰던트로 만든 쥐 말이지." "몰라, 그런 거. 이름은 잘 모르지만 다 사버릴 거야. 여기 망할 때까지 살 거야!" "그래,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오늘은 네 날이니까. 그런데, 설마 그만큼 산다고 해서 여기가 망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아저씨는 날 바보로 알아!" 아이는 빽 소리를 지르다 잠깐 망설였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정말 망할까 하는 눈치였다. "…2개씩 사면 망하지 않을까?" 일라이는 결국 크게 소리 내 웃었다. 머리는 어느새 단정하게 빗겨 엉킨 부분이 없었다. 일라이는 빗을 내려놓고 옆에 있는 리본을 집어 들었다. 새카만 리본은 며칠 전 로즈밀의 새 측근인 하트가 준 선물이다. 인형을 안고 있을 때면 어릴 적 본 영화가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영화 속 세계는 셰바만큼 이상하다 했고, 이 조직과 연관이 깊다 했다. 아이는 리본을 빤히 쳐다보다 오늘은 그 영화가 뭔지 물어보기로 다짐했다. "안 망해. 걱정 말고 맘껏 사." "진짜?" "나도 반년새 월급 많이 올라서 돈 많아. 폰던트 쥐는 열 마리도 살 수 있다고." "우와! 진짜?" "물론이지." "……그렇지만 다섯 마리만 살래." "왜?" 일라이는 머리 위에 리본을 얹어주며 매무새를 다듬었다. 아이는 고개를 올려 일라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리고 목소리를 확 낮췄다. "이건 비밀이야." "그래,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하나는 내 거고, 하나는 퀸 거야. 왜냐면.. 멀리 가셔서 당분간 오지 않을 테니까, 오면 맛있는 걸 드릴 거야. 그리고.. 하나는 당 오빠 거고, 하나는 하트 거야." "나머지 하나는?" "……비밀이야." 아이가 고개를 휙 돌리자 일라이는 귀엽다는 듯 킥킥 웃었다. 안 봐도 그의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이를 더 건드려보면 또 다툴 게 뻔하니 일라이는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서기로 했다. 아이는 익숙하다는 듯 의자에서 일어섰고, 준비된 경호인력이 아이의 주위를 에워쌌다. 아이는 가장 중앙에 있는 일라이에게 번쩍 안겨선 그대로 7층 소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바깥은 늘 신기하다. 사람들이 많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저기선 또래 친구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 재밌나 보다. 지켜보는 보호자가 왜 웃는지도 모르겠다. 제과점으로 향하던 아이는 또래에서 한참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무도 아이를 위해 멈춰주지 않았다. 한 걸음이라도 늦었다간 총에 맞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는 일라이의 어깨에 손을 짚고 조금 더 고개를 쭉 빼들려다, 경호인력이 아이의 어깨 위에 손을 얹자 다시금 웅크리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마저도 제과점의 단내가 끼치자 사그라들었다.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빵이 발효될 때 나는 냄새, 달큼하게 오븐 속에서 구워지는 빵 내음, 이미 진열된 각종 빵과 쿠키의 고소한 향기가 코를 찌르고 비강을 타 폐를 듬뿍 적셨다. 언제 시무룩했냐는 양 아이는 냉큼 일라이의 품에서 내려와 진열대로 향했다. "오늘도 버터쿠키겠지?" "아니! 오늘은 저거랑- 저거!" 경호원의 질문에 아이는 투명한 비닐에 포장된 알록달록한 머랭 쿠키와, 분홍색 폰던트로 만든 설탕 쥐를 가리켰다. "그리고 쥐는 다섯 마리.. 아, 하나.. 둘.. 셋.. 아저씨!" "왜, 꼬맹이." "어쩌지? 저 아저씨들도 주려면 세 마리나 더 사야 해.." "사면 돼지. 아까도 말했지만 열 마리는 더 살 수 있다고."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새삼 일라이를 대단한 듯 쳐다보다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다.
"진짜?" "그래. 더 고를 거야?" "아니.. 아저씨 진짜 멋지다. 나도 저만큼 살 수 있는 사람으로 커야지." "그래, 그래. 어서 쑥쑥 크기나 해라."
아이는 트레이에 폰던트 생쥐 여덟 마리와, 머랭 쿠키를 올리고 계산대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오늘은 처음 보는 여성이 계산대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평소 같으면 살집 두둑한 아저씨가 라푼젤, 왔니? 라고 했을 텐데 그런 말도 없었다. 아이의 시선에 여성은 친절하게 웃었다. 어린아이를 좋아하는지 영업용 미소에 숨길 수 없는 웃음이 묻어 나왔다.
"오늘 삼촌이 아프셔서 내가 대신 일하기로 했단다." "진짜요? 아프면 안 되는데! 홉킨스 아저씨한테 아프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그래. 어디 보자.. 폰던트 생쥐 여덟 마리.. 머랭 하나구나. 다 합쳐서 9천 400벅이란다."
일라이가 1만 벅 지폐를 서스럼없이 내밀자 아이가 눈을 홉떴다. 나중에 자신도 크면 꼭 일라이처럼 망설임 없이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라고 다짐하며, 여성이 주섬주섬 작은 봉투에 담아온 것을 포장하는 것을 바라봤다. 여성은 그런 아이를 흘긋 보다가 봉투를 잠시 올려두더니 주방으로 덜컥 들어가 버렸다.
"잠시만 기다리렴."
아이가 기다리기도 잠시, 달그락 소리가 들리더니 머잖아 여성이 종이컵에 무언가를 담아 돌아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다 작게 속삭였다. 물론 일라이에게도 들릴 만큼 목소리가 작지만은 않았지만,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려는 것 같았다.
"이건 삼촌이 없으니까 주는 선물이야." "진짜요?" "물론! 밀크티 마셔본 적 있니?" "…아뇨." "홍차 전용으로 나온다는 특별한 티 허니도 넣었단다. 홉킨스 삼촌에겐 비밀이야?"
아이는 컵홀더를 끼워주며 밀크티가 든 종이컵을 건네자 말갛게 웃었다. 일라이는 그런 여성을 보며 감사하다 고개를 거듭 숙이고 제과점을 나섰다. 아이는 그새를 못 참고 작은 플라스틱 캡을 열어 냄새를 맡아봤다. 좋은 냄새가 났다! 아이가 고개를 캡을 다시 꽉꽉 닫고는 고개를 들어 일라이를 올려다봤다.
"10분도 아까운 것 같아! 나 어서 가서 먹어볼래!"
산책이랍시고 언제 어디로 도망 칠지 모르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 입장에서 모든 경호인력과 일라이가 간절하게 바라던 바였다. 일라이는 이름 모를 천사에게 속으로 감사를 표하며 아이를 번쩍 안아들고 다시금 건물로 돌아갔다. 건물에 돌아간 뒤 아이는 봉투를 뒤적거려 폰던트 생쥐를 경호인력에게 하나하나 쥐여줬다. 경호원들은 자신의 손바닥보다 작고 어린애들이나 먹는 설탕 쥐를 받았다며 그 모습을 보던 다른 부서원에게 놀림을 당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는지 아이의 리본이 흐트러지지 않게 한번 머리를 토닥여주고 자리를 떠났다. 오늘도 한 건 했다. 아이는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7층까지 올라갔다.
"손 먼저 씻어." "씻었어!" "옷도 갈아입고." "그건 싫어! 티- 타임을 가질 거란 말이야!"
아이는 서둘러 자리를 만들었다. 노트북은 구석에 치우고, 1인용 소파에 덜컥 앉아 폰던트 생쥐를 그 앞 싸구려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특별히 홍차 전용 티 허니를 넣은 밀크티를 다시금 열며 아이는 뿌듯한 듯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라이는 아이가 어서 맞은편에 앉으라고 성화를 내자 못 이긴다는 듯 털썩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아이는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밀크티를 맛봤다. 처음엔 혀만 살짝 담갔다가, 이내 한 모금 눈을 질끈 감고 입에 머금어 삼켰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양손으로 고이 잡은 종이컵을 내려다봤다.
"향긋해! 입안에서- 우유 꽃이 피었어! 나도 이제 어-른이 된 것 같아!" "아직 한참 멀었다, 꼬맹아." "그렇지만 이제 홍차도 마실 수 있으니까 어른인 거야." "그게 어딜 봐서 홍차야? 아직 한참 멀었지!" "아니야!"
투닥거리며 이따금씩 시시덕대던 아이는 홀린듯 설탕 쥐도 먹지 않고 열심히 밀크티를 마셨다. 그 사이 하트가 7층 소회의실로 들어섰고, 일라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트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그러든 말든 이제 밀크티에 푹 빠진 것 같았다.
"일라이 빌. 잘 있었나? 내게 보고도 없이 여기 있을 만큼?" "한 번만 봐주시죠, 하트.. 아이가 어서 티타임을 갖고 싶다고 졸라서요." "티타임?" "밀크티를 선물 받았거든요." "어쩐지 오늘따라 조용하다 했어. 그래서, 제과점에 왔으면 뇌물이 있어야지?" "폰던트 생쥐 어떠십니까?" "세상에! 아가가 그런 것도 사 왔니?" "욱."
만담을 깨는 소리는 헛구역질로 시작됐다. 두 사람이 아이를 돌아봤다. 토기가 치밀었는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던 아이는 멍하니 손을 내렸다. 토했다. 뭔가, 토했다. 아이는 자신의 두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새빨갛다. 방금 손바닥 위로 또 뚝뚝 뭔가 떨어졌다. 익숙한 냄새가 났다. 코가 따끈따끈했다. 속도 뜨겁다. 밀크티를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그렇지만 이렇게 새빨간 색이었나? 아까 본 밀크티 색은 연하고 예쁜 곰돌이 색이었는데……. 아이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두 사람을 쳐다봤다. 하트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로즈밀을 부르짖고, 일라이가 아이를 덥석 잡기 위해 다급하게 성큼 뛰는 것을 뒤로 아이의 시야가 멀어지고 이내 빙글 돌았다. 그리고 세상이 뚝 끊겨버렸다.
"퀸!! 퀸! 아이가 눈을 떴습니다!" "맙소사, 아가, 내 얼굴 보여? 누군지 알아보겠니? 응?"
아이가 눈을 뜬 것은 닷새가 지나고 나서였다. 아이가 눈을 뜨자 검은 고양이 가면을 쓴 하트가 다급하게 아이에게 말했고, 아이는 정신을 차리기가 무섭게 숨을 들이켜다 몸을 웅크렸다. 몸속이 불타는 것처럼 뜨겁고 아팠다. 아이는 양팔로 자신을 부둥켜안더니, 그대로 빼액 울음을 터뜨렸다. 로즈밀이 다급히 아이를 안아주며 달랬지만 아이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이가 몸을 떨며 울자 하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 발만 동동 구르며 옆의 토끼 가면을 쓴 남성을 쳐다봤다.
아이가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자 로즈밀은 아이의 등을 쓸어주며 품에 안았다. 아이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참담했다. 지킨다고 해놓고 아이마저 잃어버리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로즈밀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렇지만 그 생각보다 아이가 아프다고 우는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로즈밀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아이를 토닥여주며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달랬다. 아이는 훌쩍거리며 품속에서 뜨거운 이마를 기댔고, 연신 콜록댔다.
한참을 어르고 달래자 아이는 고통에 지쳤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다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적은 양의 아편이라도 구해야 할까 깊게 고민하던 로즈밀은 기절한 아이를 다시 눕히며 파르르 떨리는 숨을 가다듬었다. 순식간에 다시 사랑스러운 여왕처럼 표정을 가다듬었지만 목에 잔뜩 선 핏대와 하얗게 질린 주먹에 주변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불안한 듯 서로 가까이 붙어있던 하트와 클로버는 자연스럽게 손을 뒤로하며 명령을 기다렸다.
"주동자가 킬러였다고요." "가족으로 사칭하기 위해 홉킨스 씨를 납치한 뒤 폭행하고, 고문해 정보를 얻은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킬러는 붙잡았나요?" "진작 붙잡았습니다. 연루된 조직도 지하 2층에 가둬둔 상태입니다." "내가 없어도 일처리 하나는 빠르군요. 클로버, 내 아이가 왜- 해독했음에도 아프다 하는 거죠?" "…아기씨가.. 독에 면역이 없기 때문입니다. 독으로 해독해야 했던지라.. 곧 괜찮아지실 겁니다."
로즈밀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온몸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결단을 내린듯 차분하게 입을 뗐다.
두 사람이 나가자 로즈밀은 숨을 가쁘게 색색대는 아이를 바라보며 무릎을 꿇더니 그대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킬러를 비롯한 연관 조직은 그 아이가 알아서 가지고 놀 것이다. 겸손과 순종의 미덕을 부르짖겠지. 그렇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아이를 노리는 손이 생겼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로즈밀은 셰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바깥의 좋은 어머니가 되고 싶었다. 로이드가 말했던 상냥하고 자상한, 아이에게 어떤 때도 묻지 않은 순수함을 안겨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미 늦어버린 것 같다. 로즈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숨죽여 울었다. 셰바에서 나고 자란 이상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비참했다.
>>848 둘 다 맛있는데...?!? 둘 다 아스에게 너무 어울려요 으윽 퐉스.... 아스는 사귀기 전엔 전자 사귀고 난 다음부턴 후자가 아닐까 생각중 제롬이가 씌워주는 건 우산 없어보이는 아스에게 어느 쪽으로 가? 하면서 살짝 우산 기울여주는 거라던가... 모른척 아스에게 우산 씌워주는 거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