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스스로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기에 그들은 반성하는 대신 짐승들을 탓했다 그러나 그들은 짐승의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그것에 대해 거짓말 할 수 없었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너무 대뜸 말했나? 에만은 미리 연락이라도 넣었어야 했나 생각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미심쩍은지 말끝을 흐리는 카운터 데스크의 여성을 마주한 에만은 잠시 머뭇거렸다. 다행스럽게도 메뉴얼을 읊어주자 에만이 후드의 끈을 괜히 손가락으로 꼬았다.
"아, 그게. 죄송해요. 아무것도 준비 안 하고.. 대뜸 말했네요.."
저 메뉴얼에 부합하긴 하지만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 단어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조합한 에만은 일단 가까이 다가가기로 했다. 카운터 앞에 서서 잠시 주머니를 주섬 거렸다.
"본인은 아니지만..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어서요.. 저희 쪽 의뢰인이거든요.. 그런데.. 이쪽에서 상담받았고, 본인이 맞는지 저도 헷갈려서.."
의뢰인 머리가 반쯤 돌았다는 걸 완곡하게 돌려 말한 것이었다. 후드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작은 편지 봉투였다. 편지 봉투 안에는 본인을 '연 지'라 주장하는 남성이 이곳에서 상담을 받았으며, '미네르바의 부엉이'에게 자료를 위임하길 원한다는 자필 서명이 쓰인 서류와, 신분증이 들어있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한 번만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상담을 애초에 받았다고는 하는데, 찾아보기론 자료도 없는지라.. 도와주신다면.. 감사하겠어요.."
>>732 어 듣고싶다고 한건 아니었는데 (입안에 갑자기 쏟아진 꿀단지에 어안이벙벙) 페로사: ■■■, 안 자고 있었─ 페로사: ? (눈 깜빡) 페로사: 뭐야. 오늘따라 귀엽네. 오늘따라 외로웠어? (쓰담담) 페로사: 무슨 일이 있었더라면 네가 가장 먼저 알았을 거야. 네가 걱정할 일은 없었어. 달링. 페로사: 나는 오셨어요-보다는 잘 잤어요-를 더 좋아하지만, 오셨어요-도 사랑해줄 수 있어.
비록 지금은 전자화의 힘을 빌려 A.I.를 영혼으로 삼아 인간으로서의 구실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녀 역시 한때는 인간이었을테다. 지금은 잊혀진 기술의 복원력으로 성분만 약간 달라진 채 재구성되었을 뿐, 자신의 몸을 오롯이 가지고 있기에 어쩌면... 인조인간, 더 넖은 범위에서 쳐준다면 유사인간이란 명칭도 가능할 터였다.
...물론 그런것까지 구분할 정도로 감성적인 사람이 과연 이 도시에 남아있겠냐만은... 그녀가 인간에 매우 근접한 존재이면서 이상하게도 불쾌한 골짜기가 일어나지 않는단 것은, 의심이 곧 납득으로 화한다는 것은 당신도 부정할 수 없을 터였다.
인간의 신경다발과 유사한 생체조직은 그녀를 꿈꾸게 만들었으며,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나아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후후후... 지나가는 모기도 낚아챌 수 있을만한 동체시력을 가진다 해도 쉽게 구분 못할거라구요~? 애초에 전 그걸 목적으로 만들어졌는걸요. ...뭐어, '자기의 흥미가 동하면 뭐든지 만들고 보는 건샵 주인장'처럼 메카닉에 대해 정통하다면 또 모를까요~"
아마 지금쯤이면 당사자는 괜시리 귀가 간지럽거나 재채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시덥잖은 상상을 하며 화사하게 웃는 그녀였다.
"네~ 카페죠~ 얼른 나서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치고말거라구요~? 아, 기회는 고사하고 자리라도 남을지 모르겠지만요~ 거기,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사람이 꽤 붐비더라구요~"
이것 또한 넖은 범주에선 '도발'에 속할지도 모를 터, 좁은 범주에선 '재촉'이라고 하는 것에 더 가깝겠지만 말이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제 본체라 불릴 것이 지금도 0과 1로 이루어진 얊디 얊은 선을 빠르게 오가고 있었기에 '어째서 그 가게가 붐비는가,'에 대한 화제를 모를 리가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태연하게 모르쇠 하는 것 뿐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함부로 입에 올렸다간 그러잖아도 '깡통'인 호칭에서 '머저리 깡통'으로 더 격하될지도 모르니.
"에이~ 농담은 딱 그정도만 해주세요~ 저도 간은 있는걸요? 애초에 멀쩡하게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는데, 간이 없을 리가 없잖아요? 간을 냉장고에 넣었다고 거짓말하는 토끼도 아니고 말이죠~"
자연스럽게 자신을 지칭하는 당신의 언어가 '깡통'이라는 것은 분명한 멸칭이긴 하나, 지금껏 베르셰바에서 불려왔던 자신을 향한 음담패설보단 훨씬 나은 수준이었다. 가령 '멍청한 젖소'라던가 하는 인간성조차 추락시킨 멸칭보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