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려서 뭔가 답을 찾은 거 같은데 2초만에 까먹어버렸지 뭐야 내 인생이 그렇지 뭐 이따 보자고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평소였다면, 여기에서 조금은 물러났을 것이다. 순수한 분노에 분노로 답할 정도로 그는 어린 사람이 아니었다. 최대한 정보를 뽑아내고자, 조금이라도 상대의 기분에 맞춰 행동했겠지. 문제는 지금 그는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일주일 동안이나 수없이 한 연락을 받지 않았던 자신, 그리고 연락했으나 받지 않는 아스타로테. 이 일련의 상황은 그의 불안에 부채질을 했고, 망상이나 다름없는 그 생각은 가속화한다.
"아스타로테는, 어디 있냐고."
씹어뱉는 말에 제롬은 포레를 노려보며 낮게 뱉어낸다. 그러던 찰나, 로노브가 제지하자 제롬은 로노브 쪽으로 시선을 돌렸던가. 금빛 시선. 기억에 있다. 분명 저번에 마주친 적 있었지.
"좋아. 그럼 나도 하나만 물어보고, 여기서 사라져줄게."
얼음처럼 차가운 축객령에도, 제롬은 무표정하게 그를 응시한다. 방금처럼 감정적으로 대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저쪽도 자신을 고깝게 생각하는 듯 싶었으니까. 제롬의 안에서, 눈 앞의 사내들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하나뿐이었다.
"아스타로테의 위치. 알고 있어?"
알고 있다. 이 둘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아스가 어떤 모습이었을지도, 어느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기회가 있기를 그는 바랄 뿐이었던가.
"......" 아스타로테가 얼굴을 파묻은 손에서 간신히 얼굴을 들었을 때, 아스타로테의 얼굴에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공기의 온도가 바뀌고 있었다. 마치 활활 타오르던 아궁이의 문이 갑자기 열리기라도 한 것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 용광로를 목전에 두기라도 한 것처럼 뜨거운 공기가 훅 끼쳐오는 것을 아스타로테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열기가 뻗쳐오는 쪽은, 아스타로테의 친구가 있는 곳이다. 눈을 들어보면 페로사가 있다.
그녀가 저렇게까지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던가?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마치 새파란 화염 같았다. 격앙된 얼굴에는 힘줄이 와락 솟아올랐고, 힘이 들어간 미간은 나찰의 그것으로 변했다. 더 이상 평범한 표정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입술 사이로 내보이는 깔쭉깔쭉한 이빨들은 그녀가 한때 즐겨 착용했던 도깨비 마스크의 그것보다도 더 험상궂었고, 마치 그녀의 금색 머리카락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처럼 나부끼는 것 같았다.
그러나 페로사가 한숨을 후, 하고 내쉬자, 그 모든 것이 일거에 가라앉았다. 작렬하는 감정이 한 순간에 소강하고, 그녀의 얼굴에는 새하얀 재 같은 걱정만이 남았다. 주머니 한켠에서 위잉 하고 메시지가 오는 진동이 오는 것 같았지만, 페로사는 그것을 묵살했다. 지금은 뭔지도 모르는 메시지를 확인하기보다는 친구를 달래주는 게 급선무였다. 페로사는 위스키 병을 덜컥 하고 바 위에 내려놓고는, 서두르는 걸음으로 바 옆을 돌아나왔다. 그리고는 잘게 떨기 시작한 아스타로테의 어깨를, 팔을 뻗어서 꼭 감싸안아 주었다. 페로사의 손바닥이 어깨 한 켠을 부드럽게 토닥이는 게 느껴졌다.
그와는 달리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일순간 그 뺀질이의 답잖은 자기혐오가 기어이? 하고 치솟아오른 감정을 꺼뜨리고 나자, 그 뒤에 많은 것들이 놓여 있었다. 얼마 전에 제롬이 와서 아스타로테에 대해 이런저런 착잡한 푸념을 한 것과, 자신이 제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아스타로테의 사람 대하는 습성들이 있었다. 페로사는 그것들을 차분히 대조해보았다. 그렇지만 역시 아직 수많은 경우들 중에서 하나를 확정짓기에는 단서가 모자라다. 아스타로테의 어깨를 끌어안고 도닥여주며, 페로사는 아스타로테의 감정의 격류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아스타로테가 푸념처럼 던진 어떡하지 하는 질문에 페로사는 조금 늦게 대답해야만 했다.
곁눈질로 보면 시안은 자못,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니 그 모습은, 진지해 보이려 노력하는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다. 모르겠다고 하는 당신의 냉담한 말, 그 한숨 같은 숨소리는 날카로운 얼음덩어리로 자신에게 날아온다. 마음속까지 번지는 차가운 통증을 느낀다.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일까. 당신은 저번의 제 답을 기억하고 있는 듯. 이런 방식으로 제게 호의를 베풀고 있는데. 짐짓, 평이한 표정을 지으려 하며, 시안은 놓인 물 잔의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훑는다. 그리고서 느리게 제 고개를 끄덕인다. 한 모금 물을 마셔 넘기며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처럼. 이렇게 작은 부분으로요. 그리고 천천히 마셔요. 그러다 금방 취하겠어요."
그렇게 살짝 걱정을 내비친 시안은 찌푸린 당신의 표정을 본다. 한없이 차갑거나, 구겨지기만 하는 표정을. 그 말을 생각하면 정말 웃는 법을 잊어버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