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의 눈송이 이월처럼 따스한 마음 평소라면 북소리에 맞춰 행진하거나 만우절의 거짓말에 속지 않겠지만 유월의 결혼식에는 가장 멋진 춤을 추기를 의지의 힘, 줄리우스와 아우구스투스 아아 당신도 알지, 그저 우리 뿐이라는 걸 구월에 돌아온 새로운 학기에는 너도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이성과 비이성 맞물리지 않은 대화가 오고 가는 것에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지만 녀석을 상대하는 것으로 시간을 충분히 벌어놓은지 오래였다.몇년전을 생각한다면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짜놓은 내 전략이 가장 적절한 판단이었다. 눈 앞에 장난감이 놓여있으니 거기에 관심을 두게하는게 가장 좋겠지.
"누가 그걸 허락했지? 히메라기 요시코."
VSS를 들고있는 쪽과 반대쪽 손으로 쥐고 누르면 폭발하는 원격 스위치를 빙글빙글 돌려 보여주고는 안그래도 눈매가 날카로우니 인상쓰면 얼굴 못생겨진다던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며 인상을 쓰고는 요시코를 바라본다. 누군가는 그것을 매의 눈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던가. 그리고 또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눈을 가지고 그런 미친 작전을 혼자서 부담하고 그걸 미쳤다고 말할 수 밖에 성사해내기에 하얀 마녀라고 부른다고.
"행여나 내 허락없이 여길 나가려고 한다면 둘다 이 얄팍한 콘크리트 건물의 조난자로 전락하는 거다."
오늘은 정말 최악의 날이었다. 말을 많이하는 것 만으로도 이미 최악이지만, 녀석과의 조우도 최악이었고 날씨도 최악이었으며 임무가 끝나지 않았다는 그 사실도 최악이었고 가장 최악인 것은 이 미친 작전을 말하는 것은 세치의 혀로 만들어진 거짓말 뿐이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싫으니까.
A-13 구역의 지배 조직인 용궁의 막내는 명실상부하게 마오 란이다. 마오는 올해 정확하게 20살로, 멀리서 봐도 용궁 사람임을 짐작게 했다. 보드라운 꿀 빛 피부와 손을 완벽하게 가리고 붉은 천을 덧대 무늬를 낸 새카만 한푸, 꽃망울이 새겨진 비녀를 통해 양 갈래로 틀어올린 검은 생머리, 용왕이 친히 하사해 그 동그란 머리카락 주변에 달린 모란 장식까지. 마오는 용궁을 상징하는 전통적이고 고귀한듯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 우아한 여식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지만 도도한 외견과 달리 마오는 방방 뛰는 존재였다. 동글동글하니 사랑스러운 미소는 여러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고, 긴 소매를 파닥거리며 신나게 뛰어다닐 적이면 한창 세상이 신기해 이리저리 뛰노는 강아지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오가 품위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면 용궁 바깥사람은 대체 어떻게 저 여자가 그 차분한 성품을 추구하는 용왕의 최측근인지 의문을 품었다. 그렇지만 그건 용궁 바깥의 사람들이 가진 의문일 뿐, 용궁 안 사람은 그런 마오를 딱 용궁의 사람이라 평했다. 가장 먼저 용왕이 직접 데려왔으며, 전속 히트맨이고, 그 재능이 무시무시해 단 한 달 만에 용왕의 최측근이 되어 모란 장식을 하사받았으며, 무엇보다 용왕에게 충성도 아닌 맹종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작 한 달 용궁에 있던 것 때문인지 마오는 다른 사람에 비해 사고를 잘 치는 편이었다. 가령 저번에 앤빌에서 잔뜩 취해 돌아온 것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맛본 첫 술인데다 자신의 주량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인해 이리비틀 저리비틀대며 주사를 부리다 용왕이 직접 목덜미를 쳐 기절까지 시킨 것이다. 이정도는 조직의 위신에 큰 해를 입히지 않아 사고라고 평하긴 어려웠지만, 문제는 그 뒤였다.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난 마오가 옥체가 닿았다며 기뻐 방방 뛸 때 같은 조직원이 저급한 농담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란 자매, 이러다 승은이라도 입는 날엔 죽겠어?" "뭐라는 거람! 그거 희롱이에요!" 뭐가 재밌는지 껄껄대며 웃는 두 남정네를 노려보던 마오는 그날 처음으로 조직원에게 정색했다. 아랫입술을 내놓고 비죽대더니, 아예 툴툴대기까지 한 것이다. "그리고 천 형제는 바보예요? 아이돌을 팬사인회에서 만난다고 해도 날 봐주고 손 맞잡아주고 이름 불러주는 걸로 세상을 다 가진 가지 결혼까지 망상하지는 않잖아요! 남편 남편 해도 그거 다 최애라서 그런 거지! 내가 행복해 줄 재력이 있어 힘이 있어!!" "란 자매는 힘이 있으니까 가능성은 있지." "그래도 마오는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아, 아닌가? 일단 금단의 사랑이지만.. 나이차는 반발하는 사람을 전부 쏴버리면 되는 일이고.." "그래, 그래. 거기까지 하는 게 좋겠다." "천 형제가 먼저 시작했어요!!" "아니, 란 자매.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그리고 마오는 승은 입기보다는.. 따거나 행복하실 분이 승은을 입는 걸 구경하는 쪽이에요!! 그게 더-" "개호주 한 마리가 용을 넘보는구나." "헉, 따거." 마오는 용왕이 뒷짐을 지고 서있자 딸꾹, 하고 딸꾹질을 했다. 그 용왕이 친히 상태를 확인하러 왔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뒤에서 꿀물이 든 잔을 대접에 받쳐 가져오던 연 씨마저 황당하단 시선으로 마오를 쳐다보고 있었다. 피바람이 몰아칠 것 같은 살벌한 추위 속에서 용왕은 느긋하게 미소를 지었다. "란 자매는 당분간 경비일세." 용궁의 떠오르는 신예인 마오가 카지노 계단의 경비를 서는 것은 꽤나 드문 일이었다. 그것도 제일 아래, 1층에서 카지노 경비나 서게 된 것이다. 늘 계단 최상층에 있거나 용왕을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마오는 잔뜩 풀이 죽어있었다. 가장 고참인 연 씨에게 징징대봐도 달라지는 것이 하나 없었다. 그 당시의 떠올릴수록 마오는 몸을 뒤틀며 산 채로 손에 대못이 박혀 매달린 죄인들이 있는 카지노 옥상 외벽을 타고 그대로 뛰어내리고 싶었다. 쥐구멍이 있다면 그 안에 갇혀 영영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오는 숨지 않기로 했다. 용왕이 퇴출이 아닌 친히 경비를 맡긴 것은 그만큼의 신뢰가 있다는 뜻이고, 이런 일로 도망치면 남은 기회도 싹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되레 일을 더 열심히 해서 가산점을 얻고, 다시 히트맨 일을 복귀해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면 용왕님도 자신을 다시 귀여워해 줄 것이다. 아니면 정말로 승은을……. 헛된 망상에 마오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다 허리를 빳빳하게 세웠다. "열심히 하자!" 마오가 힘차게 외쳤을 때, 한 남성이 계단 근처로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드디어 첫 일을 할 때가 왔다. 마오는 넓은 소맷단으로 입을 가리고 종종걸음으로 마주 다가갔다. 처음 보는 사람이다. 적어도 이곳의 단골은 아니란 소리다. 건전하게 즐기다 가는 사람도 많은 곳인만큼 마오는 어지간한 단골의 얼굴을 꿰고 있었다. 마주한 남성은 왜소했고, 피골이 상접했다. 눈가의 다크서클은 짙고, 머리는 부스스했다. 남성의 손에는 예쁘게 포장 된 상자가 있었다. 마오는 상자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폭탄일까? 아닐 것이다. 모두 밖에서 확인하니까. 그렇다면 이건 무슨 선물일까? 마오는 상자에서 단내가 나는 걸 깨달았다. 아! 간식인가? 그럼 누굴 주는 걸까? 마오는 남루한 행색의 남성에게도 친절하게 질문했다. "용무가아아, 있어요?"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보낸.. 선물입니다. 부디 따거와.. 여러분께 헌상하는 것이라고.. 위가, 연 형제와 란 자매에게, 아래가, 따거..께.." "부엉이가? 신뢰할 수 있어요?" "겨울.. 겨울밤을 언급하셨습니다.." "그러면 마오 주세요! 마오가 가져다 드릴 게요?" "그, 그리고.. 또.." "네에?" "……곧 올라갈 테니, 독대를, 요청하신다고.. 다만.. 그.. 그게.." "알겠어요! 비밀로 해달란 거죠?" 마오가 윙크하자 남성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예쁘게 포장된 상자 두 개를 마오에게 안겨주고는 도망치듯 카지노 깊숙한 곳에 자리하더니 상황을 보지도 않고 올인을 외쳤다. 아직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워가는 마오지만, 저 모습을 보아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인생을 망쳐버린 사람을 심부름꾼으로 보내 결국 지옥 끝자락에서도 밀려 떨어지게끔 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마오는 단내가 나는 상자에 코를 대고 흡, 하고 냄새를 맡았다. 초콜릿 냄새가 났다! 마오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다. 연 씨도 다크초콜릿을 좋아하니 같이 나눠 먹어야지. 마오는 상자를 높게 들어 올리며 다른 경호 인력에게 외쳤다. "마오 이제 올라갈 수 있는 기회 생겼지롱! 부럽죠! 이거 절-대 근무 태만 아니니까! 다녀올게요! 심부름하는 거야!" 다른 조직원이 뭐라 할 새도 없이 마오는 연 씨가 있을 최상층을 향해 상자를 안고 높은 계단을 신나게 두어 계단씩 겅중겅중 뛰어 올라갔다. 맛있는 초콜릿. 부엉이는 천사다! 맛있는 음식을 주면 모두 천사다. 그렇지만 심부름꾼은 악마 같았다. 어떻게 그런 악마 같은 생각을 하지? 자신이 아무리 뇌를 굴려도 그 정도의 수는 쓰지 못할 것 같았다. 마오는 결론을 내렸다. 부엉이는 대천사 미카엘도 기겁하며 도망칠 것 같은 사람이야! 아마 부엉이랑 나는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란 자매. 1층 경비인 녀석이 올라오면 어쩌잔 거야." "연 형제! 연 형제! 부엉이가 선물을 보냈어요! 편지도 있으니까 이건 심부름이고, 마오가 해도 되는 일이에요!" "내가 널 어떻게 말리겠니. 편지라도 읽어보렴. 네 글 읽는 솜씨를 오래간만에 점검해 봐야지." "이제 어려운 글자도 읽을 수 있거든요?" 마오는 용왕의 아량 넓은 마음 덕분에 이제 글을 떼 편지도 읽을 수 있다. 여전히 손자병법이니 삼국지니 그런 건 어렵지만, 성심성의껏 편지를 펼쳤다. 읽을 수 있는 한자는 단 한 줄로 충분했다. 나머지는 영어였다. 마오는 잠시 버벅거렸다. 편지 속으로 들어갈 기세로 노려보더니, 이내 충분히 정리가 되었는지 또랑또랑 톤 높은 목소리로 부엉이가 보낸 편지를 읽었다. "기체후- 일향만가앙! 집어치우고, 이 개쌍놈의 뱀 새끼를 위한 공물을 바치옵나이다아..? 연 사형, 개쌍놈이 뭐예요?" 연 씨는 표정을 구겼다. "몰라도 된다. 마저 읽으렴." "초콜릿은 란 자매와 연 형제를 위한 것이며.. 아래의 것은 용왕을 위해 헌상하는 것이니.. 모쪼록 즐기었으면 합니다? 또한 오늘은 용왕과의 독대가 있는 날이며,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남은 경비를 물러주시기르을, 간절히 청하는 바입니다아. 추우시인.. 우호적인 자에게 마땅히 갖추어야 할.. 겨엄손과아.. 순종의.. 미덕을.. 잊지 마시길..?" "쉬운 말로 입 다물고 있으라는 뇌물이구나." "그러면 따거께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연 씨는 간식이 담긴 포장을 풀었다. "일단 먹고 생각하자. 부엉이는 따거께서 직접 바래다줄 정도의 우호적인 인물이니. 오, 좋은 초콜릿이구나." "헉, 파베 초콜릿이다! 마오 이거 다 먹어도 돼요?" "다섯 개만 먹어. 이 썩는다." "치사해!!" "그럼 일곱 개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 내가 이 선물을 따거께 바치고 올 때까지 초콜릿을 단 하나도 먹지 않는다는 조건이야." "절 뭘로 보는 거예요?! 버틸 수 있어요!!" "어디 두고 보자고." 연 씨가 상자를 주섬주섬 챙겨 알현실로 걸어 들어갈 때, 마오는 포장이 코코아파우더가 곱게 뿌려진 파베 초콜릿을 흘끔 쳐다보고는 고개를 휙 돌리며 침을 슥 닦았다. 고작 5분 남짓한 시간일 텐데 이 시간이 평생일 것 같았다. 문이 닫히자 마오는 침을 삼켰다. 딱 하나만, 하나만 먹어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연 형제, 내가 침대도 아닌 소파에 누워있는 것 말이더니?" "아뇨, 마오가 초콜릿을 다 먹어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요." "귀여운 것, 여섯 개만 먹게끔 해." "형님, 너무 무른 것 아닌가요?" "어쩌겠어. 하는 행동거지가 애완동물 키우는 느낌이 들어서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으니 말이야." "그러다 잃는 날에 또 울면서 못 놓겠다 하시면 두 번 다시는 투기장의 짐승을 빼오지 못하게 할 겁니다." "형제, 자네도 참 나쁜 사람이야. 스마일리도 없는 판국에 내 남은 여흥마저 없애려 든다니. 그리고 내 상품을 내가 본다는데, 무엇이 문제라고?" "본인의 업보가 있으신 것이지요. 아들 삼는 건 괜찮지만 이젠 조직원으로 들이다니. 용궁의 격이 떨어집니다." "내 결정에 반항하는 건가?" "충신의 쓴 말이라 생각하시지요." "형제가 늘 그렇지. 한데, 그 상자는 무얼까?" "부엉이의 앞으로 온 공물입니다." "흥미가 동하니 두고 가거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연 씨는 잘 포장된 상자를 테이블 위에 두고는 알현실 문을 굳게 닫았다. 연 씨는 문을 닫기 전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내가 이럴 줄 알았지. " 하고 중얼거렸다. 용왕은 그 모습에 마오가 안 봐도 초콜릿을 하나 먹었겠거니 생각했다. 그래도 죄 먹어치우지 않고 하나만 먹은 것은 장한 일이니 그가 지시한 대로 다섯 개는 더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용왕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사랑스러운 조카가 대체 무얼 준비했을까 싶어 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인 편지를 향해 가장 먼저 손을 뻗었다. 정갈한 필기체를 보니 딱 봐도 아버지를 닮았다. 로즈밀은 고고한 인상과 달리 글씨를 개발새발로 썼기 때문이다. 즉견, 친애하는 외숙부께. 지난번 의뢰도 있었고 한두 번 본 사이가 아니라 서로의 상태를 어련히 잘 알고 있을 테니 안부는 이만 말 줄입니다. 본론. 외숙부께서 편지에 그런 내용을 쓰실 줄은 몰랐습니다. 조금의 거짓이 용납되는 셰바라 하더라도 방금 본 사이가 행방을 모른다고 대뜸 말한다면 조카의 입장에서 얼마나 당황스럽겠나요? 그렇지만 자비로운 마음을 담아 이렇게 외숙부께서 좋아하는 간식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어렵게 구했으니 부디 입맛에 맞으셨으면 합니다. 이만 말 줄입니다. 나머지는 직접 해드릴 테니. 용왕은 상자를 풀었다. 리본이 풀리고 보인 것은 가지런히 놓인 젖은 각설탕과 브라우니, 그리고 월병이었다. 어렵게 구했으니.. 용왕은 이 뜻을 알고 있었다. 편지를 쥔 손이 달달 떨렸다. 어찌할 줄 모르며 속절없이 떨리던 손이 편지를 구겨 저 멀리 던져버렸다. 용왕의 세상이 1년씩 뒤로 가고 있었다. 1년, 2년.. 순간 토기가 치밀어올라 용왕은 허리를 숙여 헛구역질을 했다. 몇 번이고 헛구역질을 하다 결국 희멀건 위액을 토했다. 역겹다는 생각도, 경황도 겨를도 없었다. 순간 시야가 아찔하게 점멸했다. 당장 침소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리고 잠에 들어야만 했다. 평소에 그랬듯 늘 잠에 들면 모두 없던 일이 될 것이다. 연 형제가 알아서 치울 것이다. 용왕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 잠시 멈춰 섰다. 침소가 어디지? 북쪽이다. 그런데 북쪽은 또 어디지? 어디로 가야 북쪽이 되는 거지? 혼란스러웠다. 고작 간식 몇 개로 벌써부터 세상이 빙 도는 느낌이었다. 기감을 살피려 들었으나 단내가 주변의 기감을 살피는 걸 방해했다. 하는 수없이 용왕은 손을 뻗어 주변을 더듬거렸다. 평소 같으면 뭐라도 잡혔을 텐데 오늘따라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용왕이 욕을 속으로 씹어뱉었다. 벌써 세상이 10년 전이 되었다. 더 뒤로 가면 안 된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틴다 한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어찌어찌 걷기 시작했을 때, 순간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헛발을 디딘 것 같았다. 손을 뻗어 더듬어도 잡히는 것이 일절 없었다. 점점 세상이 바뀌고 들리지 않을 것들이 들렸다. 고개를 쭉 빼들고 집중해도 이곳은 용궁이 아닌 것 같았다. 용왕은 악을 질렀다. "여, 연 형제!!! 마오!!! 게 아무도 없느냐, 게 아무도.. 어디 계십니까? 어, 어디에.. 아아.. 아무도.. 아무도 없습니까..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나를 두고 대체, 어디로.." 용왕은 몸을 웅크렸다. 버틸 수 없어 세상이 암전 될 것이다. 그러면 그는 또 어린 시절로 돌아가야만 한다. 아마 연 씨가 상황이 이상함을 직감하고 오기 전까지는 계속. 세상이 빙글 뒤집혀 과거로 돌아가기 직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연 씨인가? 아니다. 용왕은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쭉 빼들었다. 문이 닫히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누군가 걸어오는 건 확실했다. 이렇게 소리 없는 발걸음이 익숙했다. 이제 다시는 없을 발걸음 소리와도 같았다. 허공을 경황없이 훑는 눈동자가 용케 소리가 난 방향을 향했다. 정면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용왕을 끌어안았다. 다독여주는 온기 가득한 행동과 달리 용왕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숨이 점점 가빠졌다. 과거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온기도, 소리도 있어서는 안 될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용왕을 겨우 과거에서 끄집어낸 건 익숙하지 않지만 누군가를 많이 빼닮은 낭랑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아무도 없어요.. 내가 다 물렸거든요." "미카엘,..? 미카엘, 너니? 네가.. 네가 어찌.." 웅크려 앉은 미카엘은 용왕을 끌어안던 팔을 풀고 양 뺨 위에 손을 얹더니 그대로 마주 봤다. 정확히는 내려다봤다. 용왕의 눈은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이다. 용왕의 눈가는 붉었다. 미카엘이 걸어오며 봤던 것은 구토의 흔적이었다. 먹은 것도 없이 구토를 하면 나오는 희멀건 위액. 이 정도로 용왕이 심각할 줄은 몰랐다. 아니, 알았다. 알면서도 그랬다. "가엾기도 해라.." 뺨을 쓸던 손 중 하나가 움직였다. 가느다란 검지와 엄지가 턱을 틀어 억지로 틈을 벌렸다. 작은 아이의 손아귀 힘이라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능숙하게 검지와 중지를 입술 틈새를 비집어 쑤셔 넣은 뒤, 입을 억지로 벌린 미카엘은 엄지로 용왕의 혀를 꽉 짓눌렀다. 다른 손가락으로는 턱을 틀어쥐어 제압했다. 짐짓 능숙한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언제 당신에게 발언권을 주었죠?" 용왕은 눈을 홉떴다. 마음 같아선 지금 이 엄지를 힘껏 깨물 수 있었으나 힘이 죄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용왕은 숨을 씨근대며 치욕스러운지 몸을 가늘게 떨었다. 거친 숨이 엄지를 간지럽혔고, 혀는 분노에 꿈틀댔다. 미카엘은 그럴수록 엄지에 더 힘을 줬다. 그리고 제 외숙부이자 한 구역의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지배자를 감흥 없이 내려다보았다. 이렇게까지 제압 당할 정도로 큰 상처를 받은 같은 피해자 주제에 남을 이간질하는 그 꼴에 짜증이 치밀었다. 그래서 오늘, 미카엘은 천천히, 자못 익숙한 어조로 용왕에게 고하기로 했다. "그 입 다물고 잠자코 들어요, 오라버니. 오라버니와 달리.. 나는 인내심이 깊은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나왔으리라 생각하나요?" 용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손톱 없는 엄지가 혀를 짓누른다 한들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겠지만은, 턱을 틀어쥐며 짓누르는 강도가 세 엄지가 혓바닥에 파고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섣불리 얘기했다간 혀가 동강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초점 없는 눈을 반항적으로 치켜뜨기만 할 뿐이었다. "오라버니께서 감히, 겸손과 순종의 미덕을 잊었기 때문이에요." 용왕의 몸이 우뚝 멈췄다. 수치심에 떨리던 몸도, 반항적인 눈도, 꿈틀대던 혀도, 대리석 바닥을 부러질 듯 박박 긁어대던 잔뜩 날이 선 손톱도 모두 멈췄다. 모든 것이 멈춘 용왕과 달리 미카엘은 멈추지 않았다. 턱을 틀지 않은 손으로 뺨을 쓸어주었지만 용왕은 그 손길이 사무치게 차갑다 생각했다. "어찌 같은 사람끼리 이리도 험하게 굴까요? 굳이 내 사자에게 불안감을 더 크게 심어줬어야만 했나요..? 혹시라도 내가 아래에 있다 착각한 건 아니겠지요.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의 은혜를 입은 사이인데.." 미카엘이 나긋하게 한 단어씩 뱉었다. 용왕의 눈을 마주했지만 용왕은 초점을 아직도 맞추지 못했다. 가엾은 사람이었다. "부디 내 이름이 미카엘, 로즈버드, 윈터본임을 반드시 그 머리에 새기도록 하세요. 오라버니의 해이해진 정신머리에.. 내가 직접 새겨주는 영광을 바라는 건 아닐 거 아니에요." 턱을 상냥하게 놓아주며 미카엘은 상냥한 웃음을 흘렸다. 얼이 빠진 용왕을 가볍게 끌어안으며 낭랑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보기보다 제법.. 자비로운 사람이랍니다. 가엾은 오라버니의 체면이 있으니 오늘은 넘어가 주도록 할게요. 비록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거나 다른 일을 행하지는 않겠지만.." 끌어안은 팔이 사무치게 차가웠다. 겨울밤이 천천히 떨어져나갔다. "내 사자를 건드린다면 두 번은 없을 거예요.." 미카엘이 자리에서 일어섰으나 용왕은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미카엘이 이번엔 구둣발 소리를 명확하게 내며 한 걸음씩 멀어져 갔다. 혀가 자유로워졌으나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던 용왕이 입을 몇 번 더듬거리다 겨우 단어를 뱉었다. "너도 결국, 결국 윈터본이었구나. 하, 하하.. 반쪽이 아니었던 게지. 너도.. 너도 이 셰바의.. 기쁘기 그지 없다. 기쁘기 그지 없.." "그리고 부디 화내지 말아요. 그 간식에는 아무것도 안 들었거든요. 조금 이따가 진정 된다면.. 맛보는 것도 좋겠지요."
용왕이 악을 지르며 머리를 움켜쥐고 웅크렸다. 가히 울부짖음에 가깝던 광소를 듣던 미카엘이 알현실 문을 열어젖혔다. 문을 부수듯 두드리며 인간의 말을 잃고 낑낑대던 마오가 안으로 뛰쳐 들어옴과 동시에 미카엘은 여유롭게 가면을 뒤집어쓰고 알현실 밖으로 나섰다. 보아라, 우리는 상처받았음을 핑계로 셰바가 아니라 부정하나 결국 누구보다 깊게 발 들인 셰바의 사람일 뿐이다.
우우🥺 에만주는 이x도 쌤 말처럼 내가 써놓은 글이 읽기 편하고 이해가 잘 된다면 그건 내가 잘 써서가 아니라 머릿속에 전용 참고서나 상세 주석서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가끔 의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의 의심해야 할 사람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늘 질문해줘도 좋아..!!🥺🥺🥺
아직 풀리지 않은 설정이지만 아주아주 싫어하는 부류라고만 말해둘게. 이건 용왕님 입에서 직접 나와야 재밌는 일이기도 하고.😉 용왕님 성격에 분명 엿좀 먹어봐라~ 가 나오겠지만 에만이가 두 번은 없겠다 했으니..🤔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되갚을지도 모르겠지..(에만: 아 왜 또 아!!!) 마오는! 흐음.. 마오는 입다물게 될 거야.. 망마라마오망은..독백에서 작게나마 흘렸지만 입다물 사람이거든..😊
>>229 그렇게 보채지 않아도 이미 매일 보러 와주잖니. 지금으로 부족하다 하면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귓볼에 쪽)(소곤) 알려주지 않으련? 개인적으로 생각한게 이것저것 있긴 하지만 따로 보고 싶은게 있으면 말해도 괜찮은 걸. 내가 생각 못 한 것일수도 있으니까.
>>233 그런 나쁜 아스주 좋다는 사람이 누구더라 ㅎㅎ (쓰담쓰담) 뭐 한번 꼬옥 해주고 도망가는거야 어렵지 않으니까(?)
ㅋㅋㅋ 나도 그 의미인거 알지 (소곤) 하지만 아스는 어릴 적 그 날 이후로 자신에게 그런 일이 있을거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거든. 자신이 그런 걸 입고 누군가와 맹세의 서약을 한다? 그것만큼은 인생에 있을 수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 그러니까 놀이로라도 입은 적이나 찾아본 적도 없어. 아예 논외였어. 그렇지만 이제 제롬이가 있으니까. 사이가 좀 더 진전되면 '그런 의미'로 관련 잡지를 들여다보거나 할 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