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버스같은 거 귀여워서 더 찾다가 포메가버스라는 걸 봤는데 너무 귀여워 지치면 폭신폭신한 포메라니안이 되어버리고 둥기둥기 우쭈쭈받아야 다시 사람으로 돌아간대 그래서 시험기간에 어떻게든 컨디션관리하고 마지막 시험 시간 끝나자마자 하얀 포메라니안 되어버리는 랑이가 생각났어
보통 축구부는 내신을 포기하기에 시험기간에는 그다지 스트레스받지 않는 게 보통이지만, 어째선지(우리는 아는 이유로) 축구부 내에서 에이스로 꼽히는데도 시험기간에 랑이와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는 현민이...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나서도 인간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현민이가 랑이 오구오구우쭈쭈해주고.. 사실 수면부족과 스트레스 등등을 여태껏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기에 랑이가 사람으로 돌아온 거 보고는 기절잠에 들면서 포메인지 오브차카인지 모를 까만 털덩어리로 변하는 현민이
생각해보니 둘다 포메가 된 상태라도 서로 부비부비 꽁기꽁기하다 보면 사람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나
둘다 포메가 된 상태 너무 귀엽다ㅋㅋㅋㅋㅋㅋ 현민이는 오브차카인지 모를 까만 털덩어리라고 한거보면 포메가버스임에도 커다란 느낌인가보네 랑이 돌아갈 생각없이 현민이 털속에 숨어서 숨바꼭질하고 있을거 같아 축구부 아침 훈련에서 현민이 퐁 변해버려서 랑이 수업받다 말고 축구부에 출석하러 가기 랑이가 포메 되면 사람되는데에 현민이 부둥부둥이 제일 효과가 빠를테니까 현민이도 랑이 부둥부둥이 제일 효과가 빠를거라고 맘대로 정하기
현민은 의미 모를 코대답을 하고는, 그 대신에 손을 내밀어서 네 머릿결을 따라 머리를 부드럽게 삭삭 쓰다듬었다. 네가 더 이상 이야기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기에, 앞으로 시간을 내서 더 이야기할 틈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적어도 오늘 성탄절 하루는 네가 있어서 내게 행복한 하루인 만큼 너에게는 내가 있어서 행복한 하루이기를 비는 게 현민이 할 수 있는 전부다.
네가 상자 안을 내려다보다가 이 쪽을 올려다보자, 현민은 평소의 그 무심해 보이는 다정함이 담긴 무표정으로 너와 눈을 마주쳐온다. 상품 상세 페이지에 그렇게 써있었던 게 기억난다. 고래의 꼬리는 행운의 상징이라고 했던가. 너는 그것을 집어들고 네 상징을 상자 안에 남겨놓았다.
여우 꼬리도 어떤 의미가 담겨있다고는 했는데, 그것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현민의 눈에는 그게 〈어린 왕자〉의 한 구절로 읽혔기 때문이다. 한때는 그가 너에게 날 길들여줘, 라고 은연중에 말해왔었다. 이제는 네가 말하는 것 같아서. 날 길들여줘- 축구공은 나와 아무 것도 상관없는 것이지만 네가 날 길들여주면 난 축구공만 봐도 널 떠올리게 될 거야, 하고.
하루아침에 너처럼 그렇게 할 자신은 없어서, 현민은 너와 오랫동안 함께할 생각이었다.
자기 목걸이를 집어들려던 현민은, 랑의 손에서 목걸이 상자를 받아들고는 서랍에 올려둔 뒤 고래꼬리 펜던트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뒤로 돌아 내보이는 네 뽀얀 목을 감싸고 있는 북슬북슬한 울 둘레로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니트 위에 고래 꼬리가 드리워진다.
현민이는 둥기둥기보단 앉아있는 랑이 무릎위에 올라가서 쓰다담받는 거 좋아할 텐데 서로 꼭 안고 한숨 푹 잤더니 분명 안고있었을텐데 안겨있는 현민이 올려다보면 현민이도 눈 떠서 랑이랑 마주볼텐데 지금 호감도면 얼굴빨개지면서 호다닥 물러나는 게 아니라 얼굴 빨개지면서도 무방비하게 웃으면서 더 꼭 끌어안을 것 같아
랑은 네가 쓰다듬는 손길에 응했다. 조금 더 머리를 네 손길이 향한 곳으로 기울이는 듯도 하다. 머리 쓰다듬어도 좋아- 쓰다듬어주면 좋겠어, 그런 의미였다. 쓰다듬고 지나가는 손길에 부드럽게 머리카락이 흔들리면 랑이 품고 다니는 향이 났다. 햇살, 비누, 이불, 파우더, 가볍되 달콤한 향이 네 손 끝에 옮겨간다.
"...나 이거 절대 안 푸를래."
너처럼 랑도 무슨 표정을 지어야하는지 모르는게 분명했다. 놀라서 눈을 깜빡거리던 것 말고는 평소의 곧잘 웃어주는 미소 정도 외에는 변화가 없었는데- 네가 목걸이를 채워주었을 때 랑은 고개를 숙여서 목걸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목 아래, 가슴 위, 지느러미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 팬던트를 만지작거리면서 랑의 입꼬리가 조금씩 동그랗게 말린다. 입꼬리가 콕 들어가는데, 앙 다물고 있어 웃는다기보다는 웃음을 참는 표정이 되었다. 지금 느껴지는 기쁨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없어 어쩔 줄 모르고 있는 표정이다. 뒤돌았던 방향이 완전히 다시 너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돌아오면, 팬던트를 손에서 놓았다. 너를 바라보았다.
조그만 동작에 네가 실어보낸 의미를 현민은 잘 전해받았다. 구름처럼 떠돌던 너를 내내 쫓아온 소년은 네 조그만 손짓 하나 고갯짓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곧잘 읽었다. 그래서 소년은 자신의 손끝을 기꺼이 너로 흠뻑 적셨다. 네 머리에 자신의 손의 온기를 가감없이 전해준다. 그러고서야 그는 케이스에서 목걸이를 집어들어 네 목에 채워주었다. 잘 됐나 싶어 네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네 목 아래께에 매달린 펜던트를 바라보는데, 시선을 거두려다가 네 옆얼굴이 눈에 걸렸다. 웃음이 나오는데 지금 웃는 게 맞나 싶은 것인지 행복을 이렇게 표현하면 되나 싶은 것인지 흐물대는 표정.
─그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현민은 자기도 모르게, 네 뺨- 정확히는 뺨과 귀 사이에다, 조그맣게 쪽 하고 수줍은 입맞춤을 남기고 말았다.
"목걸이 정도는 하고 다녀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네 어깨 뒤로 쓱 도망가서, 아무 것도 모르는 듯이 평소의 그 얼굴을 하고 서 있다. 네가 뭔가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현민이 먼저 선수를 쳤다.
"나한테도 해줘."
현민은 목걸이 케이스를 내밀어왔다. 거기엔 아직 조그만 여우 꼬랑지가 달린 은 펜던트가 남아있었다.
쪽 하는 수줍고 조그만 소리를, 랑은 들을 수 없었다. 네가 닿았던 곳을 감싸쥐고서 너를 돌아보았다. 손가락으로 콕 찌른 것인지, 아니면 입 맞춘 것인지 모르겠어서 네 표정을 보고서 가늠해보려 했는데, 네 표정이 너무도 평화롭다. 입 맞추고 나면 늘 붉었는데, 그럼 손가락으로 찌르고 도망갔단 건가 싶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자니 네 숨결이 너무 가까이 닿았던 것 같다. 손가락으로 찌르는데 그렇게 가까이 올 필요가, 애매하게 볼과 귀 사이를 찌를 필요가 있는건지. 랑이 생각하기에는 몇 번을 되짚어보아도 네가 입 맞춘 것 같은데, 네 표정이 태연하니 갈피를 못잡고서 혼자 꽃봉오리가 핀다. 톡, 토도독. 네 눈에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바쁘게 하길래 혼자 빨개지는 모습일 뿐이다. 뽀뽀한 거냐 부끄러워 물어보지는 못하고 잘게 흔들리는 눈동자가 너를 비추었다.
채현민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좋아하는_날씨는 "눈 오는 날, 겨울에 맑은 날... 여름에 비 쏟아지는 날." 자캐가_슬픔을_감추는_방식은 "작년 11월에서 12월로 넘어오면서 기타 연주가 많이 늘었어." 자캐가_울먹거리는_연기를_한다면_왜_할까 "...내가? 글쎄. 그런 거 낯간지러워서 못 할 것 같은데..."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첫째. 무언가 네 뺨에 와닿는 순간 확실히 그의 냄새가 가까이 다가왔다. 둘째. 그의 손은 따뜻하고 손가락도 예외없이 따뜻하지만, 네 뺨에 와닿은 건 그것보다 더 따뜻했으며, 딱딱한 편인 그의 손가락보다 더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저 녀석, 귀가 빨갛지 않은가. 확신할 수 있는 증거는 없지만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모든 증거가 현민이 저지른 돌발행동을 고발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 녀석은 네가 이 녀석에게 당한 게 입맞춤인지 뺨콕인지 헷갈리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다만, 그저 네 얼굴에 곱게 톡톡 피어나는 발간 빛깔을 보고 순진하게도 눈웃음을 지으면서,
"응, 예뻐."
하고, 목걸이를 보고 말하는 건지 얼굴을 보고 말하는 건지... 예뻐졌어? 하는 네 물음에 대한 대답을 이제서야 내놓을 뿐이다. 예뻤다. 얼굴을 고운 빛으로 물들이고, 목에 지느러미 목걸이를 걸고 있는 모습이 언제나처럼 예뻤다.
"내가 또 그때처럼 가려줄게."
이렇게- 하고 덧붙이면서, 현민은 양 팔을 벌렸다. 네가 심술이 나서 통통대고 있기에, 그의 옅은 미소에 조금 미안한 기색이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