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게 좋은데. 랑은 네 품에서 고개를 들어보았을 때, 네 표정이 못내 아쉬웠다. 이건 랑의 잘못된 습관이기도 했다. 아직도 이해할 수 없지만, 괴롭힘을 받을 때 우는 것보다 웃는게 나았기 때문에- 그리고 웃는 사람이 이긴 거라던가, 그런 말들이 랑을 웃도록 했다. 또, 네가 웃는게 정말 예쁘다는 걸 알아버린 탓도 있었다. 강요를 하진 않아서, 네 표정이 지금 나를 좋아하는 표정이라는 걸 알아서, 그냥 다시 한번 네 품 속에 쏙 들어갔다. 꾸욱 품 속에서 네게 뺨을 디민다. 머리 위쪽에서 네 뺨이 닿아오는게 느껴졌다. 과분하게 행복하고, 따라 불안해진다. 랑은 네가 괜찮다고 몇번이고 말해주었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제일 좋아하는 목소리라고 해도 상관없을 너의 목소리. 안고 있는 팔에 힘이 실렸다.
"아, 네 거는-"
어느것부터 풀면 되느냐은 말에 랑은 네 품에서 쏙 나와 침대에서도 내려갔다. 문틀 옆에 놓여있었던, 제일 커다란 선물상자를 들고서 다시 침대로 올라온다.
"이거!"
랑의 몸집만한 상자였는지라 그렇게 큰 상자를 들고서 빨간 옷을 입고 오니 꼭 산타클로스 같기도 하다. 방글방글 웃고 있었기도 하다. 심지어 선물 자루처럼, 선물상자의 포장도 주로 빨간색이었다. 무튼 커다란 빨간 리본을 풀면 상자의 뚜껑을 열 수 있을테고, 그럼 범고래가 떠올르는 배색의 더플백과 키링으로 달린 털뭉치 북극여우가 너를 반겨줄 것이다. 랑은 상자를 네게로 내밀어 안은 채 꽤나 기대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좋아할지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이건 낯선 일에는 불안한 법이고, 현민과 네가 공유하고 있는 불안도 또한 있었다. 그렇지만 네게 있는 상처들 중에는 현민에게 없는 것도 있다. 그 중에는 현민이 모르는 상처도 있다. 천천히, 천천히 알게 될 테다. 그러니 성급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현민이 보여주는 표정은 웃는 표정보다는 우으으, 하고 부끄러움을 억누르라 조금 구겨진 표정이다. 마치 터지기 직전의 봉숭아 씨앗 꼬투리처럼.
불안감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 설레임이 더 소중했기에. 네가 힘을 실어서 끌어오는 만큼, 그도 너를 꼭 마주안아준다. 그러면서도 네가 품에서 몸을 빼려고 할 때는 널 부드럽게 놓아준다. 그는 너를 따라오려고 침대 위에서 엉덩이를 미끄러뜨려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고는 일어서려 했으나, 그가 일어서기 전에 네가 선물상자를 들고 오는 게 더 빨랐다. 빨간 옷을 입고 커다란 선물봉투를 끌어안은 채로 쫄래쫄래 오는 네 모습이 귀여워서, 현민은 자기도 모르게 희미한 눈웃음을 지으면서 후후, 하고 조그만 웃음을 흘리고 만다.
현민은 네게서 선물상자를 받아안아서 툭 끌러보았다. 그리고 뚜껑을 열었고... 잠시, 표정을 잃고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그것은 실망했다거나 하는 표정이 아니고,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서 이런 정성어린 선물을 받아보게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기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듯한 그런 무표정이었다. 백색과 흑색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배색의 더플백을 보고, 현민은 문득 자신의 엄청나게 낡아있는 더플백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더플백을 내려다보고, 너를 바라보고, 그리고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웃어버리고 만다.
속쓰려서 정신을 못차리고 답레도 못쓰고 있고....... 답레를 읽을 때마다 이런 부분이 있었네...? 하면서 읽지 못했던 부분을 찾고 잇어.... 죄송합니다..... 근데 현민이 너무 귀엽다 계속 행복하면 좋겠다 세상 모든 고난과 역경같은 거 다 나주고 행복해 현민아 자신의 엄청나게 낡아있는 더플백(새거) 자신의 더플백(랑이가 선물) 이 묘사 너무 좋아 랑이 선물 네거야 다 네거야
어느 걸 선물하면 좋을 지 정하는 것도, 무엇을 주겠다고 정한 후에도 제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느라 이리저리도 돌아다녔다. 평소에 랑이 걸어돌아다니는 정도나 운동량의 비하면 두배, 세배는 거뜬히 넘었을 것이다. 그래도 오로지 네가 선물을 받고 기뻐하기를 바라서, 랑은 힘들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서 제일 예쁜 것을 고를 수 있었다. 쇼핑을 끝내고 돌아오는 차 안, 조수석에 앉았을 때야 뒤늦은 피로감을 느낄 만큼. 그리고 그 피로감은 역시나, 네 웃음 하나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음에 드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더플백 안에 있는 편지-라고 하기에는 카드에 가깝긴 하지만-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양이 길든 짧든 편지를 쓴 사람 앞에서 그 편지를 받은 사람이 편지 내용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많이 부끄러웠다. '🎄Merry Christmas ⭐️ 원정가서도 가방보고 내 생각해! 🦊 열심히 공부해준 현민이한테 산타 랑이가 🎅🏻' 라고 적힌 내용들 중에, 손수 그려넣은 그림들도 왠지 부끄럽고,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적은 부분 외에는 모든 부분이 민망하게 느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