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을 입맞춤 전에 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세상 감정 다 끌어모아서, 너에게 매몰돼서 널 함뿍 담은 눈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 두 사람 다 홍당무가 됐다.
그렇지만 꽃이 아니라 홍당무라도, 부끄러워도, 낯뜨거워도, 역시 행복한 건 행복한 거라서. 네가 쏘아볼 때 현민은 실없이 헛웃음을 웃었을지도 모르겠다. 너와 함께하면서 이상할 정도로 웃는 일이 늘어났다고 현민은 느꼈다. 다만 네가 한가득 토라져버리는 바람에 현민의 웃음은 곧 곤란한 기색을 머금었다.
"대신에 내 첫뽀뽀도 줬는데."
-내게 줬구나. 하는 말까지는 입밖에 내지 않는다. 사태를 악화시킬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콕 하고 아랫입술을 물어버리는 네 심술에 현민은 그만 깜짝 놀라서 움찔해버리고 만다. 아얏 하는 소리가 거의 목구멍까지 튀어나왔다가 흔적 없이 쏙 들어갔다. 랑이 아예 삐졌다는 듯 쓱 물러나서 일어나 앉아버리자 현민의 표정이 물벼락 맞은 강아지 같이 됐다. 어찌되었건, 그도 엉거주춤 일어나 앉았다. 널 바라보는 눈이 처량하다. 그러다 네가 단단히 토라졌다는 듯이 문제집을 주겠다고 못박아버리자, 현민은 완전히 풀죽은 표정이 돼서 시선마저 떨어뜨린다.
그러다 현민은 문득 네 머리 위에 뭔가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함박눈 송이가 하나 살랑 날아들어와 네 머리에 내려앉은 것이다.
"...문제집 줘도 상관없어. 네가 그걸 주고 싶다면 그렇게 해."
현민은 네 옆으로 팔을 쭉 뻗어서, "눈, 많이 온다." 하고 중얼거리며 창문을 드르륵 하고 닫았다. 현민의 말에 뒤돌아보면, 싸락눈 정도나 내리는 게 전부일 것 같았던 12월의 하늘이 설국의 풍경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이미 눈에 보이는 풍경이 절반 넘게 하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핸드폰이 진동하는 소리가 나서 보면, 폭설주의보 안내문자가 와 있다.
"선물 뜯어보기 전에, 나 네 머리에 손 잠깐만 대도 돼?"
현민은 네 머리의 한 지점, 정확히는 눈송이가 내려앉은 지점을 보며 네게 조심스레 질문했다.
오늘 안에 한 번 네게 입 맞추겠다는 뜻이었는데, 랑은 그 작은 심술로 네게 틱틱거리기 바빠 지금 하는 말이 선전포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말이라는 것을 몰랐다. 내가 뽀뽀하려고 했는데 네가 뽀뽀했다는게 크게 화를 낼 일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뾰루퉁한 뺨에 애써 눈을 가늘게 뜨고서 쳐다보는 랑이다. 그마저도 네가 그렇게나 처량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계속 그러고 있지도 못했다. 랑이 이만큼 작은 심술을 부린게, 너는 그렇게 크게 풀죽고 마는 일이라는 걸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 조심하라는 말은 절대 취소하지 않았다. 생각도 못할 타이밍에 놀래켜버리리라.
"받으면 기뻐야 선물이지이."
시험 끝나고서 수고했다, 잘해줘서 고맙다고 주는 선물이 문제집이면- 좋아하는 경우도 있기야 하겠지만 또 공부하라는 것처럼만 보이는 선물이니까. 랑이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정말 그럴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또 뽀뽀같은 걸 선물이라고 해도 될지가 망설여져서, 다른 선물이라면 무엇을 주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해한다고, 괜찮다고 해줬지만- 그래도 그 전에 네가 슬프다고 말했던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도움이 된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많이 와?"
입 모양을 읽은 랑은 고개만 살짝 돌려 창문 밖을 보았다.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가는 모습에 랑은 눈을 깜빡거렸다. 쌓인 눈을 밟았을 때 뽀드득거리는 소리는 못 들은지 꽤 되었지만, 눈을 밟아보고 싶었다. 랑에게 눈길은 위험한 것이어서 원래는 최대한 피하고는 했는데- 오늘은 네가 있으니까 넘어져도 괜찮을 것 같았다. 추위에 감기라도 걸려 열이 나는 일같은 건 상상하기조차 싫었지만, 깐쵸에게 줄 선물도 있으니까 마당 정도에서 눈 구경을 하는 건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응? 응-"
시선이 맞지 않고 머리를 바라보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 고개를 조금 갸웃거리려다, 머리에 손을 대겠다는데 고갯짓을 하면 피하는 것처럼 느껴질까봐 작은 고갯짓으로 끄덕인다.
현민은 별 대답을 않고 침울하게 고개만 끄덕인다. 평소라면 네 심통에 이렇게까지나 크게 풀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깜찍하게 통통대는 네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짓거나, 어쩌면 약올리듯이 메롱 하는 도발을 감행했을지도 몰랐을 일이다. 그렇지만 너와 이 소년 사이에 감정을 있는 대로 솔직하게 내보인 순간에 네가 보인 반응이 그것이었고, 현민도 그만큼이나 풀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되었건 말도 안 하고 입을 맞춘 건 자신 쪽이고, 자신이 먼저 입맞추고 싶었다던가, 첫 입맞춤이라던가 하는 그 말들이 현민에겐 상당히 무게감있게 다가오는 것들이었기에. 그는 아직 순수했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너에게 있어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네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 미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네가 톡톡거리는 게 귀여워서, 현민은 네 머리에 내려앉은 눈송이를 손가락 끝으로 부드럽게 쓸어서 떼어내고도 네 머리를 한번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는 손가락 끝에서 녹아가는 눈송이를 네게 보여주었다.
"눈이 묻어있었어."
하면서 현민은 네 뒤로 손을 뻗어서 커튼과 함께 살짝 열었던 창문을 탁 하고 닫았다.
"대설주의보래. 많이 오지 않을까."
많이 오지 않을까- 라고 추측할 필요도 없이, 뒤를 돌아보면 맑은 회색으로 물든 하늘 아래 나풀나풀 하얀 눈송이가 내리고 있는 설국의 풍경이 있다. 내일 동네 여기저기에 눈사람이나 눈오리, 눈곰 같은 게 속출할 정도로는 쌓일 모양이다. 넘어진다- 현민의 뒷마당에서는 넘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푹신한 흙바닥에 관리가 잘된 잔디가 깔려있으니(지금은 노랗게 말라붙었지만) 보도블럭 바닥에 자빠지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할 것이다. 선물도 열어보고 간식도 먹고 하면, 뒷마당에서 놀자고 이야기를 꺼내보자.
"-그러면,"
현민은 방 안을 둘러보았다. 네가 여기저기 예쁘게 배치해놓은 선물들이 보였다. 그 전에 현민은 너를 돌아보고 아직도 풀이 조금 죽은 표정으로 나직이 질문을 하나 던졌다.
>>695 나는 이런 거 전혀 못해봤는데 하나같이 귀엽고 행복하다 ( 8 8) 하나씩 차근차근 해보자
>>696 184랑 157이면 30센티미터 좀 안 되니까 이 정도 키차이려면 매너무릎....... 어...... 응 낭낭하게 해야겠다 그런데 현민이는 랑이랑 사진찍는다고 하면 별 자각없이 자연스럽게 무릎부터 수그리는 버릇 들었을 것 같지 이런 픽크루도 있었구나.. 예쁘고 좋아 ( 8 8)
음- 더 오래 더 많이 있어달란 뜻은 아니었어 현생이 있으니까 무리시키고 싶진 않아 내 문제가 맞는 거 같고 ㅇ.ㅇ 그말대로 푸쉬알람 같은게 없으니까 한 번 오면 엇갈릴까봐서 혼자 놀면서 기다리지 뭐 ㅎ.ㅎ 하고 여기에 신경을 다 쓰는 편이야 멀티가 잘 안 돼서 다른 걸 하면서 기다리질 못하거든 그래서 여기에 썰 풀고 픽크루 갖다놓고 하는데.... 당연히 반응이 없으니까 혼자 있는 거 같다 느낀거같아 @@ 어제는 일이 많고 피곤해서 그 시간에 쪽잠이라도 자든 일을 하든 할텐데 라는 생각에 들어서 더 그랬던 거 같고 그러니까 괜찮아 어제는 말도 못하고 잠들어서 미안 @@
깜짝 놀랐어....... 진짜라면 무슨 말을 해야할텐데 가짜라면 먹금을 해야하고 ㅠ.ㅠ.... 다행이다 아니라서.... 현민주가 올 시간이 아닌데...? 하고 있길 잘했다.... 아냐 사과는 진짜 괜찮아! 나야말로 찡찡거린거 같은걸 ㅠ.ㅠ 현민주는 괜찮아? 놀랐겠다...
나도 현민이 픽크루 자주 올리고 싶은데 얘가 세세한 데서 불효자라서 힘들다 ( . .) 내 맘에 들 만큼 컬 들어간 곱슬머리를 지원해주는 픽크루가 별로 없어 마음에 드는 곱슬머리가 있길래 보면 깜피없음+가공불가거나.. Picrewの「ぽんぽんぺいん」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c37eBTJ5k4 #Picrew #ぽんぽんぺい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