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금만 버티면 닿을 수 있는데 아슬아슬한 곳에서 언제나 너는 용서없이 이별을 고하지 그리고 나는 떨어져 가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그 장대비가 내리는 날에도 이런 광경이었던가. 폭주한 그녀가 장거리에서의 사격을 목적으로 하는 저격총으로 근거리에서 모든 것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이성을 잃은 괴물이 되어있었다. 천성이 그랬는지 후천적이유로 그랬는지는 관심도 없고 알 생각도 없었다지만, 방탄복이 만신창이가 되고 내부에 피멍이 잔뜩들때까지 그 이성잃은 괴물을 저지하기 위해 담판을 벌였던 빌어먹을 경험이 역겨움을 선사했다.
"목표강탈.결과적 문제없음."
상황은 분명 목표를 빼앗기는 그런 결과였지만 이쪽에서 손해본 것은 없었다. 오히려 빨리 이 미치광이 여자와 조우하지않게 처신했던 자신의 판단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먼저 갔다면 어떤 꼴을 당했을지 나는 장담할수가 없었다.
"두번째. 강탈. 유감."
분명 유감이었다. 하지만, 눈 앞의 히메라기 요시코는 옛 모습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이성적이었다. 아니였다면 지금쯤 미친듯이 달려들어 나를 곤죽으로 만들려고 했을것이다. 어떠한 결과가 그녀의 고삐를 쥐게 만들었는가. 도시의 독기어린 광기가 광기를 정제시켰으리라 생각한다. 마이너스와 마이너스를 곱하면 플러스라고 했던가. 수학은 별로 관심이 없지만 그 정도의 지식은 있었기에 나는 그녀가 도달한 결과를 그렇게 판단했다.
"동일.타겟.우연.조우."
그녀의 질문에는 동일한 타겟을 노렸는데 우연히 조우했을 뿐이라고 평소처럼 말했다. 나는 일단 그녀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것에 조금은 안도하면서도, 어떤 움직임이 있을지 곧바로 대응할 수 있게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그녀가 몸을 던져 무언가 행동하려고 했을 때 재빠르게 들고있던 VSS(건물 내부로 들어오며 SVD와 매는 것을 교체했다)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동시에 양손에 자유를 주고 그대로 물흐르듯 그녀의 팔을 잡고 관성으로 관절을 꺾이는 방향으로 돌려 저지하려고 했다.
자신이 흐름을 느끼고 있던 아니던 시간이란 녀석은 참 잘도 달려나갑니다. 핸드폰 액정에 비치는 시간을 단순한 숫자의 나열로 바라보고만 있는 사이. 날이 벌써 일주일이나 지나버렸다고 하더군요.
사실 알고 있긴 했습니다. 지나간 날만큼 쌓인 술병의 숫자가 있었거든요. 잡화점 한켠에 놓인 빈 박스 안, 정성스럽게 담겨 있는 빈 병을 못 보고 지나칠 만큼 머릿속이 흐려진 건 아니라서요.
한 술 더 떠서 어제도 새로이 빈 병을 그 안에 넣어주었으니까요.
지긋지긋한 하루는 앉아만 있어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갑니다. 일에 익어 버린 몸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여 준 덕분에 문제는 없었다 하더이다. 그대로라면 오늘도 새하얀 벽들 한가운데에 앉아 황금술을 기울였을 터 였습니다.
"벨라." "...왜."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중이었습니다. 언제 올라갈까 시기를 잡던 도중에 누가 불러옵니다. 대답을 하며 고개를 돌리니 키가 훌쩍한 사내가 거기 서 있네요. 라 베르토의 회계 담당 로노브가 종이 한 장을 들고 서서 말을 합니다.
"미수금이 좀 생겼는데."
아. 한동안 잠잠하더라니. 어디냐고 물으니 모 조직의 이름을 불러줍디다. 8천, 아니, 최근에 갱신되서 7천위로 올라 온 조직이었죠. 단번에 순위가 오를 만큼의 뭔가가 있었으니 대금을 지불할 돈이 없는 건 절대 아닐 텐데. 손짓을 하자 로노브가 들고 있던 종이를 건네줍니다. 그 간의 거래 내역과 납부 현황, 현 시점 미수금 등등이 적혀 있었어요. 이거 참. 기묘하게도 순위가 오른 후로 대금 지불이 일절 없었네요.
"배가 불렀다 이거지. 주지 않으면 받으러 가야지. 어쩌겠어. 벨프 부르고. 나갈 준비해." "무장은." "1단계로." "차는 뒷문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오케이. 30분 후에 출발이야." "예."
그런 대화가 오고 간지 30분 후. 준비를 마치고 뒷문으로 나갑니다. 라 베르토의 정장을 입은 로노브와 포레가 대기 중인 차에 오르면 차는 바로 출발하죠. 셋이 모이면 브리핑도 조율도 필요 없습니다. '옛날부터' 그래왔으니까요.
가는 동안 차 안은 별세상인 것처럼 조용합니다. 그 정적을 깨듯 핸드폰을 한 번 봅니다. 오전 2시가 갓 넘어가고 있는 시각이네요. 문득 잠그고 온 잡화점이 떠올라요. 오늘은 혹시 왔을 지도 모르는데. 닫혀 있어서 돌아갔으면 어떡할까.
"..."
탁. 소리나게 케이스를 덮고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습니다. 지금은 그걸 생각 할 때가 아니죠. 지금은, 일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차는 조용히 달려 서쪽 구획을 벗어납니다. 그리고 북쪽 구획으로 들어갑니다. 북쪽에서도 외곽으로. A-13에게 밀려 난 조직들이 밀집한 곳으로. 밀렸다고는 하나 여기도 제법 있습니다. 목적지는 그 중에서도 세력이 좀 되는 약 관련 조직이죠.
아. 말하는 동안 도착했나 봅니다. 차가 멈췄어요. 열어주는 문 밖으로 나오자 불 꺼진 거리의 스산함이 뺨을 스칩니다. 찬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위를 봅니다. 그 조직이 소유한 건물 역시 빛이라곤 한 줄기도 나오지 않는 군요. 하지만, 무릇 상자란 열어봐야 안이 보이는 법. 더 살필 것도 없이 걸음을 뗍니다. 로노브는 옆에서, 포레는 묵직한 케이스를 메고 뒤에서 따라옵니다. 당당히 눈 앞 건물로 들어 가는 세 사람의 구두소리는 기묘하리만치 적막했을 테지요.
1층. 아무도 없습니다. 패스. 2층. 역시 아무도 없지만. 누군가 있었던 흔적은 확실합니다. 패스. 3층. 명백히 인기척이 느껴지는 문이 있습니다.
손을 들어 손짓을 하자 로노브와 포레가 뒤로 물러납니다. 역시나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올려요. 그리고 자세를 잡고 한 발을 들어 체중과 함께 문을-
쿠당탕!
아하. 여기가 잭팟이었네요. 열린 문 안은 바깥과 달리 환했어요. 열댓, 아니, 스물은 넘나. 그 아래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을 보고 절로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그들은 당황해 우왕좌왕 했지만.
"누, 누구냐!" "어머. 나를 보고 누구냐니. 그러면 서운해. 그대여." "네, 가 어떻게 여기에." "내가 못 올 곳을 온 건 아닌 거 같다만. 거기다, 내가 온 이유가 짐작가지 않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러, 그렇지. 그, 일단 앉아서 얘기하지. 커피라도." "음. 아냐. 얘기만 듣겠어." "그..러지..."
그들은 감히 라 베르토의 대금을 떼어먹은 조직의 그들입니다. 수장도 포함해서요. 가장 먼저 상황 파악이 된 수장이 어설프게 하려는 접대를 끊고 내부에 놓인 자리에 앉았습니다. 로노브는 뒤에 서고 포레는 밖에서 대기. 적진 한가운데에 앉았지만 표정도 행동도 여유가 넘쳤죠. 다리를 꼬고 턱을 괴며 그들의 수장을 바라보니 떠듬거리며 얘기를 합디다.
라 베르토를 통해 입수한 재료들로 신종 마약을 만들었는데 이게 수익이 좋지 않다. 곧 대금을 맞춰드릴테니 조금만 시간을 달라. 그 이자로 상품의 일부를 제공하겠다.
그들의 수장은 그런 말들을 떠벌리며 조직원을 시켜 그 상품이란 걸 앞에 내놓았습니다. 투명한 비닐로 포장된 팩을 집어서 한 번 보긴 합니다. 겉보기엔 설탕 결정 같지만 섭취하면 기묘한 환각과 각성에 준하는 상태에 빠지며 효과는 미미하지만 중독성이 낮다, 라고 했던 가요. 뭐. 말하자면 반푼이란 의미입니다. 이런 약은 확실히 도시 내부에선 수익이 나지 않겠죠. 하지만.
"여기선 쓸모가 없어도, 밖은 모르지. 아니 그렇든." "밖...이라니. 말이 너무 비약적," "오. 오. 그대. 내가... 아무 조사도 없이 왔을 거라 생각하니.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아무런 명분도 가져오지 않았을 거라 여겼어." "크읏..." "그렇지만 착각하진 말렴. 그대가 나가든 말든 간섭할 생각은 없단다." "그러면!" "쉬이.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그대의 실책은, 감히 라 베르토의 대금을 치르지 않고 도망칠 생각을 한 것이란다. 이를 어쩌나. 그 한 번만 실수하지 않았으면 순조롭게 나가서 살 수도 있었을 것을."
애초에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지만요.
"지금이라도 자비를 베풀어 주마. 밀린 대금의 1할을 포함한 금액을 지금 당장 내놓는다면." "....그, 그거 아시나. 라 베르토의 보스 양반." "...무엇을?" "라 베르토의 보스가 '하우스' 소속이었다고, 하던데." "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만." "모르는 척 해도 소용 없어. 네가 '돌 하우스'의 소속이었고 무슨 짓을 했는지 난 알고 있다고." "이런. 거기까지 알고 있다니. 그러하신가..."
짐짓 곤란한 듯이 한숨을 내쉽니다.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난처한 표정도 지어요. 미간도 조금 눌러줄까요. 그리고 손짓으로 로노브를 방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제 오롯히 혼자 적들 한 가운데에 앉아 있게 되었네요. 로노브가 나간 뒤 기다렸다는 듯이 문 잠기는 소리가 납니다. 그렇게 밀어붙였는데 잠긴다니. 문 참 튼튼한 걸로 썼나 봐요. 참 든든하겠지요. 저런 문으로 막은 공간이란.
완벽하게 가뒀다고 생각할 테니.
"그래. 요구조건은 무엇인지." "말이 잘 통해서 좋군. 큰 건 요구하지 않겠어. 이번 대금은 없는 걸로 쳐 줘. 그리고 후일 바깥에서 장사가 시작되면 라 베르토가 도시 내부로의 유통을 맡아라. 리스크도 같이. 수익은 1:9로 그쪽이 1이다." "음. 그리고?" "그것 뿐이다." "정말 그것 뿐이더니." "그렇다니까 무슨 말을 더 하라는 거냐." "아니. 유언으로 남길 말이 더 없는가 해서 말이다." "뭐, 아니 잠깐!"
훅 소리와 함께 전기가 나가며 방 안은 암흑에 휩싸였습니다. 그들은 모두 다같이 혼란해하며 문을 열거나 불을 다시 켜려 하지만 무엇도 그들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거기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총성들은 혼란을 더욱 부추깁니다. 그 소란 속에 툭, 툭, 떨어지는 줄 모르고. 그들이 겨우 이성을 되찾고 총이든 뭐든 꺼내 들었을 때는 이미 절반이 떨어진 후였죠.
"ㅈ...젠장. 이게, 무슨....!" "조용히 해라! 그년도 아직 이 안에 있어. 당황하지만 않으면." "어머. 이 상황에서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 봐. 너 진짜 웃긴다. 하하!" "이 망할!" "그 이름을 입에 담고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냐. 어리석긴."
검은 그림자가 암흑 사이를 스쳐갈 때마다 하나 둘 떨어져 갑니다. 이제 슬슬 비명도 들리겠죠. 윽. 으윽. 칵. 으헉. 좁고 밀폐 된 공간은 금새 보이지 않는 혈향으로 가득 채워질 테고. 향과 소리로 인해 착란에 빠진 그들로 인해 결국 어둠 속 총성이 시작되었지만 오래 가진 않았습니다. 곧 모두가 조용해졌습니다. 그 사이에서 젖은 박수 소리가 두 번 울리자 사라졌던 빛이 방 안에 돌아왔지요. 그리고 문이 열리며 로노브와 포레가 모습을 보였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음. 바깥 정리는 다 됐어?" "예. 장부와 레시피, 샘플 입수 완료 했습니다." "오케이. 벨프 쪽은?" "숨은 놈들 정리도 끝났어. 이 새끼들 없는 줄 알았더니 잘도 숨었더만." "아. 어쩐지 시끄럽더라니. 그거 쓸 만 하든?" "쥐 잡는데 쓰기엔, 나름."
그거, 라고 지칭한 건 포레가 메고 온 케이스의 내용물이에요. 네. 일전에 로미에게 주문했던 그것이죠. 시원하게 갈기는 맛이 일품이라고 포레가 덧붙입니다. 두 번은 못 쓰겠다고도 했지만요.
"나중에 전달하지. 벨로. 내 폰 좀."
미리 맡겼던 폰을 받으려 손을 내밀었다가 시뻘겋게 물든 걸 보고 이크, 했습니다. 눈치 좋은 로노브가 내민 손수건으로 대강 닦고 전화를 걸죠. 누구에게요? 친애하는 벗이죠.
"아. 안녕. 필로. 혹시 자고 있었어? 아니야? 으응. 실은 방금 일 하나 처리해서. 응. 고기 신선한 거 많아. 어, 한, 스물? 응. 알았어."
전화를 끊고 돌아서다가 문득 벽에 걸린 거울에 시선이 갑니다. 비춰지는 부분만 봐도 온통 빨강. 빨강 일색. 검은 옷이 새빨개질 정도면 말 다 했죠. 옷은 몰라도 머리를 씻는데 고생 좀 하겠네요. 간만에 욕조에 몸을 담구는 것도 좋겠어요. 들어가서 위스키 한 잔 마시고, 나와서 누우면, 오늘 밤은 꿈도 꾸지 않고 잠들 테죠.
분명. 그럴 수 있을 거야.
"벨프. 지퍼 내려 줘." "오냐."
피와 고기로 가득찬 방에서 나가기 전에 한 겹 벗는 것도 잊지 않아요. 등 뒤의 지퍼를 내리면 검은 원피스가 그대로 흘러 내려가고. 멀쩡한 옷차림으로 바뀌죠. 블라우스와 미니스커트, 스타킹, 가터 정도지만요.
" 혹시 모르잖아. 한 발이라도 들어있을지. 그치? 여기서 팡- 하고 쏘면 네 얼굴에 내 피가 촥- 하고 튈텐데. "
자기 손을 떠난 리볼버를 보던 스텔라는 힉-힉- 하고 조금은 히스테릭하게 웃었다. 약에 취한것에 의한 부작용인지 그렇게, 히스테릭하게 웃었다. 그리곤 식은땀이 조금 더 났고 올곧았던 눈동자가 다시 조금 풀렸다. 힉-힉- 하고 히스테릭하게 웃던 웃음이 조금씩 안으로 들어간 것은 피피가 가족을 언급했을 때였으며 도망가지 못하게 하겠다는듯 꾹 안았을 때였다.
" 아파.. 아프다고..! 놔! 놓으라고! "
눌린 자리가 아파와 인상을 찡그렸고 다시 퍼지는 고통도 잊게 한 것은 가족,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이름이었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 있었던 덕이었고 그들은 스텔라에게 있어 무엇보다 소중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약에 취해 제대로 사리분별이 안되는 상태에서도 자신의 가족의 이름에 위해가 가해진다는 것은 확실히 전해져 '안돼' 하고 단호히 말했다.
" 안돼. 그러면 안돼. 내 가족은 건드릴 수 없어. 그 사람들은 내 가족이야! 안돼,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동자는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스텔라는 잠깐동안 머릿속에 많은 것이 지나갔다. 호라이즌 블라인더스내에 소문이 돌았다. 누군가가 스텔라 솔로몬스를 죽였다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가족'중 하나이고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사람이라고. 그 사람은 가족 회의에 들어갈 수 있는 징표인 단검을 지니고 있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 너는, 너는 날 버렸잖아. 내 가족들은 안돼. 그 사람들은 안돼. "
그리고 호라이즌 블라인더스는 분열했다. 어제까지 가족이었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눴다. 네가 스텔라를 죽였어. 아니야, 네가 언니를 죽였어. 아니야, 우리 누나를 죽인건 너야. 거짓말 하지마. 내 동생을 죽인건 너잖아. 서로가 서로를 믿었던 만큼 크게 돌아오는 배신감에 서로가 서로를 총질하고 한 순간에 와해되는 그림. 스텔라는 그 그림을 보곤 주르륵, 하고 눈물을 흘렸다.
" 너는 내가 죽으면 고통스러워 할거잖아. 아니야, 그래도 우리 가족은 안돼. 내 가족은 안돼. 그 사람들이 없으면 나는 안돼. 너랑 비교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 끝까지 내 옆에 있어줄 사람들이야. 너는 날 버렸지만 내 가족은, 그 사람들은 안돼. "
숨이 점점 거칠어졌고 곧이어 숨이 넘어갈듯이 헐떡이던 스텔라는 손을 뻗어 피피의 멱살을 쥐곤 두 눈을 노려보았다.
스텔라는 으흥~ 하고 한 번더 콧소리를 내고는 다가가서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는 화면과 코드들. 스텔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스텔라의 타고난 점이라면 사람을 잘 파악한다는 점이었다. 겉으로는 실없는 농담이나 하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속내로는 여러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스텔라가 지금의 상황을 보고 내린 판단이라면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으며, 자신이 어떻게 해도 알지 못할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는 아주 약간의 직감이 느껴질 뿐이었다.
" 오~ 다 된거야? "
스텔라는 어디보자~ 하고 가까이 다가섰다. 잠깐 비켜보라던가, 어깨를 툭툭 친다던가 하는 제스처를 취할 수 있었지만 스텔라는 굳이굳이 다시 뒤에서 끌어안고 어깨에 머리를 올려두었다. 슬쩍 볼을 부비적대면서 모니터를 보는 눈은 열심히 무언가를 보고 있었고 입으로는 '오~ 이렇게 됐구나~' 하고 말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봐도 모르겠다는것이었다. 그러니까 스텔라는 모르는 것을 아는척 하고 있었을 뿐이다.
" 뭐! 잘 됐겠지! 문제가 더 있다면 그건 그 때 가서 또 하면 될 일이고. 기특해 기특해~ "
스텔라는 볼을 또 부비적 대다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약속한 보상의 시간인가. 스텔라는 올라가볼까? 하고 말하며 먼저 일어섰다. 보상금으로는 150만벅 정도가 적당할 터였다. 그리고 럼과 위스키 한 병 씩과 하얀빵과 갈색빵 하나씩. 이 정도로는 별다른 타격도 없는데다가 성의를 표하기에는 딱 적당한 것이었다. 계단앞에 선 스텔라는 뭔가 잊었다는 듯 뒤를 돌아 빙글빙글 웃다가 두 팔을 벌려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