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금만 버티면 닿을 수 있는데 아슬아슬한 곳에서 언제나 너는 용서없이 이별을 고하지 그리고 나는 떨어져 가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기시감을 따라 최상층으로 향하며 내려쌓힌 시체들의 향연은 분명 그 날의 향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 날도 분명 이렇게 비가 왔고 짐승이 지나간 것만 같이 무언가에 분쇄된 듯한 시체들이 즐비했다. 내가 만났던 인간 중에서 가장 최악인 몇몇을 제외하고 다시 동료로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인간의 기억이 선명하게 회상되었다. 살아있었던건가. 그나마의 최악은 아닌 것이 그 녀석은 이 도시에 있다는 점이다. 세상 밖에서 아직 활동했다면 죽으면서 까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었지 않았을까.
"비스트팀.건물전방 1km 내외. 신속후퇴바람."
녀석이 살아있다면 더할나위없이 다른 인적손상은 없어야만 했기에 한번 더 무전을 통보한다. 그것은 사람이지만 맹수이며, 맹수이지만 사람인 그런 녀석이었으니까.이 도시에 들어오기전 그 맹수는 나와 한 번 일했기에 나는 그 맹수를 알고있다. 그 녀석이 박았던 탄환의 흉터는 아직도 어느 자리인지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살아있었나. 히메라기."
그건 반가운 감정도 아니였다. 재회하기는 싫은 인간을 재회했을때의 미묘함. 내 머리속에서는 이미 죽었겠지라고 판단한 인간이 눈앞에 있어서 나오는 기이한 감각. 그것이 냉정을 잃게했고 문장으로서 나는 눈앞의 금모를 가진 맹수. 히메라기 요시코와 뜻 밖의 장소에서 재회했다.
하나 짚어두고 가야할 점이 있다. 프로스페로, 곤충을 닮은 남자는 항상 경계선 위에 서 있었다. 광인과 정상, 상식과 비상식, 우애와 집착, 괴물과 인간, 사랑과 증오, 생존 본능과 자살 충동. 발을 헛디디면 어느 한 쪽으로 추락하는 줄타기 공연이다. 하여 프로스페로는 의식적으로 '선한 쪽'을 향해 자신을 밀고 있었다. 스텔라한테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돼. 나는 죄인이니까 생각을 버려야 해. 스텔라 솔로몬스를 화나게 해서는 안 돼. 상처를 줘서는 안 돼. 내 동생은 결코 아파서는 안 돼.
하지만 신이시여, 줄 위의 악마가 추를 당깁니다. 나약한 저로서는 저항하기가 힘에 부칩니다.
"네가 안 그래도 평생 그럴 작정인데."
공허한 눈으로 스텔라가 방아쇠 당기는 것 바라보았다. 네가 나 하는 생각들 죄다 읽을 수 있었다면 나 사람 취급도 안 해줄 것이 분명하다. 스텔라 손에서 총 낚아채려 했다. 그리고 제 이마를 겨누고 빠르게 방아쇠를 여러 차례 당겼다. 탄환 수 만큼 당겼다. 신경질적으로 총을 저 멀리 던졌다. 멀리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으나 개의치 않았다.
"이거 비어 있잖아, 스텔라. 뭐하자는 거야."
메마른 한숨을 쉬었다.
"네가 죽으면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에 네 살인죄를 물을 거야. 내가 네 '가족'에게 죽임당하더라도, 널 살해하라 시킨 사람이 블라인더스 안에 있다고 떠들고 죽을 거야. 그럼 네가 끔찍하게 아끼는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이겠지. 네 이름을 내걸고서."
부드럽게 스텔라의 뺨을 감싸쥐었다. 다른 팔로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꾹 안았다. 미안, 너 이제 못 가. 다정하지만 끔찍하게 웃었다. 가슴 위로 날붙이가 긁고 지나가는 기분이다. 악마가 추흘 당긴다. 낄낄대며 추를 당긴다.
"내가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널 사랑하는 걸 합친 것보다 더 널 사랑하는데. 이래도 내가 싫어? 이래도 내가 네 가족이 아니야?"
사랑하는 내 동생.
"나의 뭘 믿고 그렇게 죽어버리려 그래.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개자식인데."
제 스승의 웃음과 어투를 흉내냈다. 사내가 아는 이 중 가장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 줄 알고, 악한 이가 그였으므로. 그리고 사내는 그 악마가 가장 귀애한 애완동물이었으므로.
안 그래도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이었는데. 저런 모습을 더욱 입맛이 떨어지는 것일까. 당신에게 반응하기 않기 위해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미세하게 눈썹이 일그러지는 걸 보면 불쾌하단 기색을 감추기는 힘든 모양이다. 시안은 이어진 거래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는다. 제 생각과 달리 위법적이지 않은, 오히려 준법적이라 문제인 물건.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시안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 얼굴이 된다. 그렇다면 제 원칙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준법적이라 하여도 그런 물건을 들여올 방법은 많다. 별다른 조건도 없고, 제가 손해를 볼 것 역시 없을까. 당신의 제안은 심히 달콤한 것이다. 지원을 받는다면 조직의 규모와, 상권 네트워크 확장에도 도움이 될 테니. 장기적으로 보면 상당한 영업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었다.
"... 당신 세력으로 들어가진 않을 거예요?"
가늠하듯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당신을 보며 그리 묻는다. 어디까지나 상호 협력. 누구의 아래로 들어가는 것은 바라지 않는 것이다.
무릇 살아있는 존재는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때때로 다른 무언가, 누군가와 협력하고 때로는 그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인간에게만 있는 개념이 아니었기에 네발을 사용하는 짐승들도, 하다못해 한번 뿌리를 뻗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에게조차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인공적으로나마 살아숨쉬고 움직이는 자신에게도 그런 개념이 있을까? 끊임없이 피를 흘려보내는 심장이, 쉴새없이 호흡하는 폐가, 무수한 생각을 떠올리는 뇌가 그저 전기적 자극으로 움직일 뿐이라 하더라도 그 개념은 자신을 수용해줄 수 있을까?
비록 되살려낸 존재라 할지라도? 그것을 진정한 자신이라 할 수 없다 해도?
"후후후... 방문 기념품치고는 꽤나 호사스런 물건 아닌가요~?"
옛말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라던가? 과한 포상은 되려 어울리지 않는 인상을 주기 쉬웠다. 물론 그녀가 당신의 부탁을 제대로 완수하기만 한다면 딱히 돼지라 하대될 것도 없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기준에선 주어진 일을 꽤나 느긋하게 수행하고 있었지만 당신이라 해도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에 대해선 알지 못할 것이다.
어찌되었건 지금의 일도 딱히 보상을 바란 것은 아니었으며, 그녀는 평소에 자신이 이곳의 사람들에게 그래왔듯 그저 도울 뿐이었다. 그저 소소한 보상만 손에 쥐어주면 될 일이니까, 그런 행동이 계산적이고 기계적이라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그녀는 인간이 아니니까,
그저 인간의 몸을 입은, 인간 언저리의 무언가일 뿐이니까. 그정도가 그녀에게 합당한 대우일 뿐이었다.
어쩌면, 당장에 이곳에서 끌어내쳐지지 않는 것 또한 감지덕지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무렴 어떠랴.
"즉석에서 만드는 건가요? 뭐, 그것도 썩 나쁘진 않네요~"
앉아있던 자리에서 폴짝 뛰어내린 당신이 옆자리까지 다가와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에게로 시선을 옮기자 그녀는 그 눈길을 따라 맞추다가 싱긋 웃어보였다.
마치 동생을 어르듯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당신이 잠시 술을 찾는가 싶다가도 뒤에서 자신을 끌어안는 형태로 어깨에 머리를 기대자 목소리가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흐릿했던 시야의 안개도 잠깐은 옅어졌을까? 싱글거리는 웃음과 함께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가볍게 볼을 부비적대던 당신이 다시금 뒤로 물러나며 보상에 대해 다시 내걸자 그녀는 마치 웃음을 참는 사람처럼 어깨가 약간 들썩이기 시작했다. 물론 실제로도 참고 있었지만,
"어째 처음 조건보다 보상이 더 늘어난거 같지만... 그것까진 따지려 하지 않을게요~ 그만큼 이게 중대사항이란건 확실히 알것 같네요~"
세 사슬로 묶어 단단히 봉해둔 자물쇠와 그에 맞는 열쇠 하나, 어차피 열쇠는 당신의 몫이었으며 그녀는 흐트러진 것을 갈무리해 재정돈 했을 뿐이었다.
그녀의 세계는 수천리 낭떠러지보다, 수백갈래 산길보다, 열길 물속보다도 쉬운 곳이었다. 그저 하나의 통로만 존재할 뿐, 0과 1로 이루어진 세계는 그렇게나 단순한 곳이었다.
한 획, 한 획 새겨져서 당신이라는 이름을 써갔지만 언젠가 흐려질 때, 그때는 내가 새롭게 그어줄게. 미카엘은 상냥하게 입질을 하고는 긴 속눈썹을 내리 깐다. 당신을 한가득 담고는 투박한 손길에 마냥 좋은지 몇 번 오물거릴 뿐이다. 셰바에서 보기 드문 약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이 있었다. 적어도 에만이라는 존재는 그랬다. 실제로도 약한 사람이 맞기도 했다. 사람으로 암만 포 뜬다 하여도 한 명 써는 것도 젖 먹던 힘 다 하고 모든 용기 다 쏟아야만 했지만 그로스만을 마주한 지금은 용기 따위 쏟지 않아도 된다는 차이가 있다. 한 몸 스스로 지킬 수 있다고 한들. 도톰한 입술이 뺨에 닿자 눈을 꼭 감고 으응, 하고 짧은 앙탈을 부렸다. 싫지는 않았다.
"네 집으로..?"
미카엘은 고개를 기울이려다 멈춘다. 목가에 남은 멍은 조금만 쓸어도 쓰리다. 목을 가볍게 움츠리곤 눈을 감았다 떴다. 배 정도면 괜찮았지만 목은.. 미카엘은 그로스만의 사생아가 자신의 목을 조르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아무리 허용하였다 한들 그마저도 참지 못하고 주머니의 나이프를 꺼낼 뻔했던 그 순간을. 늑대처럼 그르렁대며 바른대로 불라고 했을 때, 미카엘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려달라고만 빌었던 것 같다. 감히 이 내가, 그깟 쭉정이에게. 살벌한 열기에서 미카엘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갔다.
"..미안해.."
그렇지만 아까처럼 짜증을 내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잔잔한 사과를 뒤로 미카엘은 눈동자에 그래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을 담았다. 가장 먼저 하멜슨 씨에게 얘기하고, 이자벨라 씨에게도 얘기하고.. 감사했다며 은혜를 갚을 날을 기다려야겠다. 그리고 또.. 미리 연락을 넣으면 되지만 그래도 되나? 어쩌지? 조만간에 리아나, 제롬, 아스타로테 세 사람이 만나면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좋은 친구니까. 프로스페로는.. 그 친구는 늘 카페에서 만났으니 괜찮을 것이다. ..그래도 말은 해야겠지. 페퍼에게도 말 해야 하는데..
"으응. 언젠가는 꼭 소개해 줄게. 좋은 친구들이니까.. 너와도 친해질 수 있을 거야."
머뭇거리다 팔을 벌려 다시금 페로사를 끌어안으려 했다. 당신의 열기를 진정시키려 했던 의도도 있지만, 얘기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넘겨버리자니 앞으로 영영 그럴 것만 같았다. 새파란 멍을 쓸어내는 손길에 흠칫 떨며, 미카엘은 날카로운 미소를 마주했다. 그리고 심호흡을 했다.
"..안토니 디트리히. 별 볼일 없는 4천 위대 조직의 말단 킬러로 알려졌지만, 본명은 볼프강 그로스만. 요제프 그로스만의 사생아. 그리고 내.. 철천지원수."
한 번도 남에게 털어놓은 적 없었기에 이다음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무진 고민한다. 입술을 오물대며 한 단어씩 고르고 골라 더듬더듬 뱉을 적에, 얼굴이 점차 파랗게 질려갔다. 우린 아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나는.. 이 계획을 아주 예전부터 준비했어. 5년이면 많은 시간이지. 어디부터 악연이 이어졌을까. 내가 여기로 오기 전에는.. 어머니가 나를 과보호하셨어. 그로스만에게 아버지를 잃었으니까. 또래라고는 훨씬 나이가 많은.. 외숙부가 전부였고, 신문사로 위장한 건물 7층 소회의실이 내 방이었지. 그런 내게 친구가 될 거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어. 트톡에서 시작해서 끝내 이메일까지 교류한 친구라고 해도.. 많은 의지가 됐지. 그 친구는 제법 재밌었어. 그리고 내 사정을 털어놓자 탈출할 방법을 알려줬지. 그렇게 내가 탈출하던 날.. 소식이 끊겼어. 이쯤되면 알겠지."
미카엘은 쓰게 웃었다.
"그 녀석이 볼프강이야. 그래, 아마.. 아주 예전에 한 번 나갔던 날에, 잔당과 대치한 날이 있는데.. 그 녀석이 그때 내 존재를 알고.. 어머니가 무너지도록 노렸던 것 같아. 그, 그래서 나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내 세력을 열심히 키웠어.. 지금 와서야.. 용기를 내서.. 미네르바의 부엉이에 올 수 있게끔 먹이를 던졌고.. 외숙부인 용왕을 끌어들였어. 외숙부도 그로스만의 피해자라서.. 나를 도와주신댔어."
미카엘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공포로 시작된 떨림은 사시나무 떨듯 커져갔고, 종극엔 분노와 형용할 수 없는 혐오로 얼룩졌다.
"그리고 나는.. 줄곧 봐줬어. 계속해서 신뢰를 주고, 그 녀석이 말했던 좋은 친구가 되던 날에. 그 녀석의 조직이 커지고 커져 다른 세력도 집어삼킬 때.. 조직은 용왕의 손에 던져버리고 머리는 내가 치자고 생각했거든."
미카엘은 미소 지었다. 역설적이게도 분노에 몸 떨면서 맑고 사랑스러운 미소였다.
"짐승새끼는 살찌우고 살찌워서 걷지 못할 때, 숲에 사냥개를 풀어두고 몰아 사냥하는 것이 유희잖아. 난, 난 틀리지 않은 거잖아.. 그렇지?"
권총을 쓸만한 것으로 하나 구해줘야겠다고 페로사는 생각했다. 총알만 있다면 나이프보다 훨씬 품이 덜 드는 게 권총이니까. 물론 쓸 일이 없는 게 가장 좋았지만 여긴 뉴 베르셰바가 아니던가. 오히려 지금껏 당신이 흔한 권총 한 자루 없이 나이프로 해결을 해왔다는 게 페로사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오랫동안 인적은커녕 나뭇잎 한 장 떨어진 적 없는 호수였다. 어느덧 물가에 조그만 여우 한 마리가 와서 퐁당대고 찰랑거리기 시작했다. 파문이 이는 모양이 예쁘고 마음에 들어, 호수는 여우가 오래 머물렀으면 했다. 조그만 앙탈을 부리는 모습에 페로사는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곤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한다.
"응. 내 집인데, 우리 집이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말해놓고 잠깐 뜸을 들인다. 스스로 되새겨보자니 쑥스러웠던 걸까 명백히 분노는 아닌 다른 감정으로 페로사의 귓가에서부터 뺨까지 혈색이 쭉 올라온다. 그녀는 시선을 쏙 피했다. "그, 당장 강요하는 건 아니고. 아무튼 네가 거처를 바꿨으면 해서. 슬슬 한 번쯤 거처를 바꿀 때도 됐잖아." 피한 시선이 닿은 곳은 레이스 호텔의 객실이다. 잠깐 말 돌리려 피한 시선인데, 왠지 사람이 살아가는 흔적이랄 것이 없는 것 같아서, 마치 이삿짐을 아직 풀지 않은 공실 같아서 적잖이 쓸쓸해보이는 게 마음에 켕겼다. 페로사는 다시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는 사과하지 않아도 돼. 네 잘못이 아니니까." 멍에 손을 대자 움찔하는 당신의 모습에 페로사는 바로 손을 떼었다. "그 놈 잘못이지. 그 놈이지? 네 룰을 무시하고 널 괴롭힌다는 진상이." 하며, 페로사는 팔을 벌려 당신을 품 안에 꼭 안아들이고는 등을 토닥토닥 쓸어주었다. 그리곤 당신의 말을 경청했다. 물론, 당신이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극단에 달한 부정적인 감정은 일차적으로 그걸 품은 사람부터 먼저 좀먹어들어가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당신이 힘겹게 이야기를 끝냈을 때 문득 당신은 당신의 손이 커다랗고 따뜻한 무언가에 감싸이는 걸 느꼈다. 페로사의 손이 덜덜 떠는 당신의 손끝을 꼭 맞잡고, 흔들리는 당신의 어깨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아프지 않게, 상냥하게 죄여드는 느슨한 압박감이 이상하게 편안했다. "역시 전부 다 그 망할 놈이 너한테 협잡질을 한 탓이잖아." 하고 페로사는 낮은 목소리로 확언하듯 말했다. "네 분노가 거기서 끝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 가장 높은 데서 목을 치고 싶은 네 마음... 아주 잘 알아. 네 계획은 틀리지 않았어."
"그렇지만 그 짐승을 살찌우는 데에 네 목을 뜯어먹여서는 안되지. 앞으로 그 녀석, 너 혼자서는 절대 대면해주지 마. 핑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잖아? 최근에 너희 외삼촌네 부하가 앤빌에 도청장치를 깔다 걸렸는데, 그 때문에 르메인의 주의를 끌게 돼서 몸을 사려야 한다던가..." 하던 페로사는 자신의 몸에 남은 숱한 흉터들 중 손등에 남은 흉터를 힐끔 내려다보았다.
"내 복수명단에서 그로스만의 이름은 사실 빠졌었어. 도살자의 서커스의 붕괴는 요제프 그로스만의 죽음이 그 신호탄이었으니까, 내가 복수를 생각할 여유가 생긴 시점에서 요제프 그로스만은 이미 산 사람이 아니었지. 그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것은 몰랐고. 그렇지만, 그로스만이라는 작자들이 또다시 내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가겠다면─ 말했듯이, 난 두 번 다시는 안 뺏겨."
"미카엘, 나는 네 사자야. 네 방패가 될 수도 있고 네 검이 될 수도 있지. 그 짓 하면서 벌어먹고 살았으니까. 아직까진 쓸만하다구."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네가 그놈을 대면해야 하겠다면 날 불러."
"아니면 그놈이 한동안 네 목에 그 더러운 손 갖다대지 못하도록... 손을 좀 봐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하고 말하던 페로사는, 문득 당신의 얼굴에 걸려있는 맑고 사랑스러운 미소와, 아직도 품 안에서 조금씩 떨고 있는 당신의 몸에 시선을 두었다. 페로사는 당신을 바라보고 마주 웃어주었다. 생각한 것처럼 완전히 웃는 표정이 아니라 조금 슬프게 웃는 표정이 되어버린 그것은, 당신을 위한 다정하면서도 약간 애틋한 미소였다. 그녀는 당신을 끌어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많이 힘들었겠네." 미워하는 감정은 커지면 커질수록 마음에 품기 힘드니까. 분하고, 이가 갈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겠지. 목구멍으로 밥 넘기기도 힘들었을 거야. 누군가를 그토록 미워하게 되는 감정이 사람을 얼마나 좀먹는지 나도 너무 잘 알아. "그렇지만 이제 네 스스로를 미워할 필요는 없어, 미카엘. 내가 여기 있으니까."
시안은 상인이다. 상인은 사업가와 다르다. 어떤 의미로 다른가. 사업가와 상인은 그 자질부터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계속 해왔다만, 그 중 두드러지는 것은 사고방식의 차이다. 상인은 결국 거래가 노동의 본질이다. 주고 받아 공평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그들의 일. 공평하지 못한 거래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사업가는 공평하지 못한 거래를 창출해내는 것이 그들의 본질이다. 노동도 하지 않으며, 그 불공평에서 이득을 얻어내는 잔머리만 굴려대는 것들이다. 그 본질을 유려한 말솜씨, 비즈니스매너, 시안이 겪어보았듯 흐름을 풀어주고 잡아주는 완급으로 가리는 것이 그들의 자질이다.
지금 오가는 거래는 분명 불공평한 거래. 그 불공평은 진에게 날을 향하고 있지만, 진은 그것을 반기고 있다. 사업가는 결국 -에서도 +를 얻어내도록 만드니까. 시안의 마음 한 구석을 찜찜하게 만들어, 은혜를 입힌다.
"물론~ 당신과 나 공동 명의로 만든 회사에서 나온 이득은 제가 양심적인 개런티를 좀 가져가겠지만요? 세력으로 들이겠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아요."
당신은 내가 달라고 하는 물건만, 큼직한 것들 사이에 잘 숨겨와주면 되는 거예요. 감언이설이었다. 그러나 분명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진은 손을 내밀었다. 가죽장갑이 없으며 반지가 손가락마다 끼워져있는, 고생이 어린 손바닥이었다.
총이라는 것은 본래 원거리 교전을 위한 직사무기. 그 중에서도 장거리 사격을 위해 고도의 정밀함을 가진 무기는 저격총. 그리고 그러한 저격총 중에서도 장비의 무력화를 상정한 특수한 목적으로 설계 된 대전차 저격총.
"후후... 후후후~"
그렇기에 사수가 타겟의 혈흔으로 점철 될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금색 머리칼, 흰 피부, 휘날리는 옷자락에 곳곳에 묻어나 나타내는 명백한 살육의 흔적들. 무엇보다 저 섬짓하리만치 즐거워보이는 웃음. 지금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맹수가 바로 캄파넬라의 수많은 악몽 중 한 부분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여자-
"오늘도 늦었네? 하얀 꼬마 마녀 아가씨~?"
히메라기 요시코가 여전히 살가운 목소리로 과거의 전우를 맞아주고 있었다. 이번엔 총부리가 아닌, 제대로 사람의 말을 하면서.
"후후, 이런 곳엔 무슨 일? 길을 잃은 거야? 여긴 바깥이랑 달라서 어린이들이 놀만한 곳은 못 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이내 한 걸음씩 바로 앞까지 다가와 캄파넬라의 눈높이에 맞추듯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는 것이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없어보였지만 무언가가 확실히 달랐다. 그 검붉은 눈동자에는 군으로 일했을적 아주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인간으로서의 편린은 온데간데 없었고, 이젠 아예 다른 무언가로 탈피한 듯이 이질적인 광채만이 그득히 들어차있었다. 무엇보다 캄파넬라를 죽일듯이 덤비지 않았다는 것은- 그녀는 이제 눈에 뵈는 것 없이 팀마저 물어뜯는 맹수 대신에, 그나마 과거의 연 정도는 알아 볼 수 있는 인간분쇄기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캄파넬라가 정할 몫이지만, 이 도시가 그녀에게 퍽 잘 어울리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미친 사람들 사이에 정상인이 있으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 것처럼, 이 도시가 그녀를 키웠고, 이 도시의 무언가가 그녀의 억눌려있던 살의를 밖으로 꺼내고 정제시켰다.
"앗, 그럼 설마 이 언니가 보고싶어서 온 거야? 그런거야~? 꺄아~★ 이리 와, 안아줄게!"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미친 여자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요시코가 갑자기 팔을 뻗어서 캄파넬라에게 몸을 던지다시피 해 자신의 품으로 냉큼 끌어안으려 하는 것이었다.
그 장대비가 내리는 날에도 이런 광경이었던가. 폭주한 그녀가 장거리에서의 사격을 목적으로 하는 저격총으로 근거리에서 모든 것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이성을 잃은 괴물이 되어있었다. 천성이 그랬는지 후천적이유로 그랬는지는 관심도 없고 알 생각도 없었다지만, 방탄복이 만신창이가 되고 내부에 피멍이 잔뜩들때까지 그 이성잃은 괴물을 저지하기 위해 담판을 벌였던 빌어먹을 경험이 역겨움을 선사했다.
"목표강탈.결과적 문제없음."
상황은 분명 목표를 빼앗기는 그런 결과였지만 이쪽에서 손해본 것은 없었다. 오히려 빨리 이 미치광이 여자와 조우하지않게 처신했던 자신의 판단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먼저 갔다면 어떤 꼴을 당했을지 나는 장담할수가 없었다.
"두번째. 강탈. 유감."
분명 유감이었다. 하지만, 눈 앞의 히메라기 요시코는 옛 모습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이성적이었다. 아니였다면 지금쯤 미친듯이 달려들어 나를 곤죽으로 만들려고 했을것이다. 어떠한 결과가 그녀의 고삐를 쥐게 만들었는가. 도시의 독기어린 광기가 광기를 정제시켰으리라 생각한다. 마이너스와 마이너스를 곱하면 플러스라고 했던가. 수학은 별로 관심이 없지만 그 정도의 지식은 있었기에 나는 그녀가 도달한 결과를 그렇게 판단했다.
"동일.타겟.우연.조우."
그녀의 질문에는 동일한 타겟을 노렸는데 우연히 조우했을 뿐이라고 평소처럼 말했다. 나는 일단 그녀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것에 조금은 안도하면서도, 어떤 움직임이 있을지 곧바로 대응할 수 있게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그녀가 몸을 던져 무언가 행동하려고 했을 때 재빠르게 들고있던 VSS(건물 내부로 들어오며 SVD와 매는 것을 교체했다)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동시에 양손에 자유를 주고 그대로 물흐르듯 그녀의 팔을 잡고 관성으로 관절을 꺾이는 방향으로 돌려 저지하려고 했다.
자신이 흐름을 느끼고 있던 아니던 시간이란 녀석은 참 잘도 달려나갑니다. 핸드폰 액정에 비치는 시간을 단순한 숫자의 나열로 바라보고만 있는 사이. 날이 벌써 일주일이나 지나버렸다고 하더군요.
사실 알고 있긴 했습니다. 지나간 날만큼 쌓인 술병의 숫자가 있었거든요. 잡화점 한켠에 놓인 빈 박스 안, 정성스럽게 담겨 있는 빈 병을 못 보고 지나칠 만큼 머릿속이 흐려진 건 아니라서요.
한 술 더 떠서 어제도 새로이 빈 병을 그 안에 넣어주었으니까요.
지긋지긋한 하루는 앉아만 있어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갑니다. 일에 익어 버린 몸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여 준 덕분에 문제는 없었다 하더이다. 그대로라면 오늘도 새하얀 벽들 한가운데에 앉아 황금술을 기울였을 터 였습니다.
"벨라." "...왜."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중이었습니다. 언제 올라갈까 시기를 잡던 도중에 누가 불러옵니다. 대답을 하며 고개를 돌리니 키가 훌쩍한 사내가 거기 서 있네요. 라 베르토의 회계 담당 로노브가 종이 한 장을 들고 서서 말을 합니다.
"미수금이 좀 생겼는데."
아. 한동안 잠잠하더라니. 어디냐고 물으니 모 조직의 이름을 불러줍디다. 8천, 아니, 최근에 갱신되서 7천위로 올라 온 조직이었죠. 단번에 순위가 오를 만큼의 뭔가가 있었으니 대금을 지불할 돈이 없는 건 절대 아닐 텐데. 손짓을 하자 로노브가 들고 있던 종이를 건네줍니다. 그 간의 거래 내역과 납부 현황, 현 시점 미수금 등등이 적혀 있었어요. 이거 참. 기묘하게도 순위가 오른 후로 대금 지불이 일절 없었네요.
"배가 불렀다 이거지. 주지 않으면 받으러 가야지. 어쩌겠어. 벨프 부르고. 나갈 준비해." "무장은." "1단계로." "차는 뒷문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오케이. 30분 후에 출발이야." "예."
그런 대화가 오고 간지 30분 후. 준비를 마치고 뒷문으로 나갑니다. 라 베르토의 정장을 입은 로노브와 포레가 대기 중인 차에 오르면 차는 바로 출발하죠. 셋이 모이면 브리핑도 조율도 필요 없습니다. '옛날부터' 그래왔으니까요.
가는 동안 차 안은 별세상인 것처럼 조용합니다. 그 정적을 깨듯 핸드폰을 한 번 봅니다. 오전 2시가 갓 넘어가고 있는 시각이네요. 문득 잠그고 온 잡화점이 떠올라요. 오늘은 혹시 왔을 지도 모르는데. 닫혀 있어서 돌아갔으면 어떡할까.
"..."
탁. 소리나게 케이스를 덮고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습니다. 지금은 그걸 생각 할 때가 아니죠. 지금은, 일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차는 조용히 달려 서쪽 구획을 벗어납니다. 그리고 북쪽 구획으로 들어갑니다. 북쪽에서도 외곽으로. A-13에게 밀려 난 조직들이 밀집한 곳으로. 밀렸다고는 하나 여기도 제법 있습니다. 목적지는 그 중에서도 세력이 좀 되는 약 관련 조직이죠.
아. 말하는 동안 도착했나 봅니다. 차가 멈췄어요. 열어주는 문 밖으로 나오자 불 꺼진 거리의 스산함이 뺨을 스칩니다. 찬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위를 봅니다. 그 조직이 소유한 건물 역시 빛이라곤 한 줄기도 나오지 않는 군요. 하지만, 무릇 상자란 열어봐야 안이 보이는 법. 더 살필 것도 없이 걸음을 뗍니다. 로노브는 옆에서, 포레는 묵직한 케이스를 메고 뒤에서 따라옵니다. 당당히 눈 앞 건물로 들어 가는 세 사람의 구두소리는 기묘하리만치 적막했을 테지요.
1층. 아무도 없습니다. 패스. 2층. 역시 아무도 없지만. 누군가 있었던 흔적은 확실합니다. 패스. 3층. 명백히 인기척이 느껴지는 문이 있습니다.
손을 들어 손짓을 하자 로노브와 포레가 뒤로 물러납니다. 역시나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올려요. 그리고 자세를 잡고 한 발을 들어 체중과 함께 문을-
쿠당탕!
아하. 여기가 잭팟이었네요. 열린 문 안은 바깥과 달리 환했어요. 열댓, 아니, 스물은 넘나. 그 아래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을 보고 절로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그들은 당황해 우왕좌왕 했지만.
"누, 누구냐!" "어머. 나를 보고 누구냐니. 그러면 서운해. 그대여." "네, 가 어떻게 여기에." "내가 못 올 곳을 온 건 아닌 거 같다만. 거기다, 내가 온 이유가 짐작가지 않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러, 그렇지. 그, 일단 앉아서 얘기하지. 커피라도." "음. 아냐. 얘기만 듣겠어." "그..러지..."
그들은 감히 라 베르토의 대금을 떼어먹은 조직의 그들입니다. 수장도 포함해서요. 가장 먼저 상황 파악이 된 수장이 어설프게 하려는 접대를 끊고 내부에 놓인 자리에 앉았습니다. 로노브는 뒤에 서고 포레는 밖에서 대기. 적진 한가운데에 앉았지만 표정도 행동도 여유가 넘쳤죠. 다리를 꼬고 턱을 괴며 그들의 수장을 바라보니 떠듬거리며 얘기를 합디다.
라 베르토를 통해 입수한 재료들로 신종 마약을 만들었는데 이게 수익이 좋지 않다. 곧 대금을 맞춰드릴테니 조금만 시간을 달라. 그 이자로 상품의 일부를 제공하겠다.
그들의 수장은 그런 말들을 떠벌리며 조직원을 시켜 그 상품이란 걸 앞에 내놓았습니다. 투명한 비닐로 포장된 팩을 집어서 한 번 보긴 합니다. 겉보기엔 설탕 결정 같지만 섭취하면 기묘한 환각과 각성에 준하는 상태에 빠지며 효과는 미미하지만 중독성이 낮다, 라고 했던 가요. 뭐. 말하자면 반푼이란 의미입니다. 이런 약은 확실히 도시 내부에선 수익이 나지 않겠죠. 하지만.
"여기선 쓸모가 없어도, 밖은 모르지. 아니 그렇든." "밖...이라니. 말이 너무 비약적," "오. 오. 그대. 내가... 아무 조사도 없이 왔을 거라 생각하니.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아무런 명분도 가져오지 않았을 거라 여겼어." "크읏..." "그렇지만 착각하진 말렴. 그대가 나가든 말든 간섭할 생각은 없단다." "그러면!" "쉬이.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그대의 실책은, 감히 라 베르토의 대금을 치르지 않고 도망칠 생각을 한 것이란다. 이를 어쩌나. 그 한 번만 실수하지 않았으면 순조롭게 나가서 살 수도 있었을 것을."
애초에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지만요.
"지금이라도 자비를 베풀어 주마. 밀린 대금의 1할을 포함한 금액을 지금 당장 내놓는다면." "....그, 그거 아시나. 라 베르토의 보스 양반." "...무엇을?" "라 베르토의 보스가 '하우스' 소속이었다고, 하던데." "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만." "모르는 척 해도 소용 없어. 네가 '돌 하우스'의 소속이었고 무슨 짓을 했는지 난 알고 있다고." "이런. 거기까지 알고 있다니. 그러하신가..."
짐짓 곤란한 듯이 한숨을 내쉽니다.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난처한 표정도 지어요. 미간도 조금 눌러줄까요. 그리고 손짓으로 로노브를 방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제 오롯히 혼자 적들 한 가운데에 앉아 있게 되었네요. 로노브가 나간 뒤 기다렸다는 듯이 문 잠기는 소리가 납니다. 그렇게 밀어붙였는데 잠긴다니. 문 참 튼튼한 걸로 썼나 봐요. 참 든든하겠지요. 저런 문으로 막은 공간이란.
완벽하게 가뒀다고 생각할 테니.
"그래. 요구조건은 무엇인지." "말이 잘 통해서 좋군. 큰 건 요구하지 않겠어. 이번 대금은 없는 걸로 쳐 줘. 그리고 후일 바깥에서 장사가 시작되면 라 베르토가 도시 내부로의 유통을 맡아라. 리스크도 같이. 수익은 1:9로 그쪽이 1이다." "음. 그리고?" "그것 뿐이다." "정말 그것 뿐이더니." "그렇다니까 무슨 말을 더 하라는 거냐." "아니. 유언으로 남길 말이 더 없는가 해서 말이다." "뭐, 아니 잠깐!"
훅 소리와 함께 전기가 나가며 방 안은 암흑에 휩싸였습니다. 그들은 모두 다같이 혼란해하며 문을 열거나 불을 다시 켜려 하지만 무엇도 그들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거기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총성들은 혼란을 더욱 부추깁니다. 그 소란 속에 툭, 툭, 떨어지는 줄 모르고. 그들이 겨우 이성을 되찾고 총이든 뭐든 꺼내 들었을 때는 이미 절반이 떨어진 후였죠.
"ㅈ...젠장. 이게, 무슨....!" "조용히 해라! 그년도 아직 이 안에 있어. 당황하지만 않으면." "어머. 이 상황에서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 봐. 너 진짜 웃긴다. 하하!" "이 망할!" "그 이름을 입에 담고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냐. 어리석긴."
검은 그림자가 암흑 사이를 스쳐갈 때마다 하나 둘 떨어져 갑니다. 이제 슬슬 비명도 들리겠죠. 윽. 으윽. 칵. 으헉. 좁고 밀폐 된 공간은 금새 보이지 않는 혈향으로 가득 채워질 테고. 향과 소리로 인해 착란에 빠진 그들로 인해 결국 어둠 속 총성이 시작되었지만 오래 가진 않았습니다. 곧 모두가 조용해졌습니다. 그 사이에서 젖은 박수 소리가 두 번 울리자 사라졌던 빛이 방 안에 돌아왔지요. 그리고 문이 열리며 로노브와 포레가 모습을 보였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음. 바깥 정리는 다 됐어?" "예. 장부와 레시피, 샘플 입수 완료 했습니다." "오케이. 벨프 쪽은?" "숨은 놈들 정리도 끝났어. 이 새끼들 없는 줄 알았더니 잘도 숨었더만." "아. 어쩐지 시끄럽더라니. 그거 쓸 만 하든?" "쥐 잡는데 쓰기엔, 나름."
그거, 라고 지칭한 건 포레가 메고 온 케이스의 내용물이에요. 네. 일전에 로미에게 주문했던 그것이죠. 시원하게 갈기는 맛이 일품이라고 포레가 덧붙입니다. 두 번은 못 쓰겠다고도 했지만요.
"나중에 전달하지. 벨로. 내 폰 좀."
미리 맡겼던 폰을 받으려 손을 내밀었다가 시뻘겋게 물든 걸 보고 이크, 했습니다. 눈치 좋은 로노브가 내민 손수건으로 대강 닦고 전화를 걸죠. 누구에게요? 친애하는 벗이죠.
"아. 안녕. 필로. 혹시 자고 있었어? 아니야? 으응. 실은 방금 일 하나 처리해서. 응. 고기 신선한 거 많아. 어, 한, 스물? 응. 알았어."
전화를 끊고 돌아서다가 문득 벽에 걸린 거울에 시선이 갑니다. 비춰지는 부분만 봐도 온통 빨강. 빨강 일색. 검은 옷이 새빨개질 정도면 말 다 했죠. 옷은 몰라도 머리를 씻는데 고생 좀 하겠네요. 간만에 욕조에 몸을 담구는 것도 좋겠어요. 들어가서 위스키 한 잔 마시고, 나와서 누우면, 오늘 밤은 꿈도 꾸지 않고 잠들 테죠.
분명. 그럴 수 있을 거야.
"벨프. 지퍼 내려 줘." "오냐."
피와 고기로 가득찬 방에서 나가기 전에 한 겹 벗는 것도 잊지 않아요. 등 뒤의 지퍼를 내리면 검은 원피스가 그대로 흘러 내려가고. 멀쩡한 옷차림으로 바뀌죠. 블라우스와 미니스커트, 스타킹, 가터 정도지만요.
" 혹시 모르잖아. 한 발이라도 들어있을지. 그치? 여기서 팡- 하고 쏘면 네 얼굴에 내 피가 촥- 하고 튈텐데. "
자기 손을 떠난 리볼버를 보던 스텔라는 힉-힉- 하고 조금은 히스테릭하게 웃었다. 약에 취한것에 의한 부작용인지 그렇게, 히스테릭하게 웃었다. 그리곤 식은땀이 조금 더 났고 올곧았던 눈동자가 다시 조금 풀렸다. 힉-힉- 하고 히스테릭하게 웃던 웃음이 조금씩 안으로 들어간 것은 피피가 가족을 언급했을 때였으며 도망가지 못하게 하겠다는듯 꾹 안았을 때였다.
" 아파.. 아프다고..! 놔! 놓으라고! "
눌린 자리가 아파와 인상을 찡그렸고 다시 퍼지는 고통도 잊게 한 것은 가족,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이름이었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 있었던 덕이었고 그들은 스텔라에게 있어 무엇보다 소중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약에 취해 제대로 사리분별이 안되는 상태에서도 자신의 가족의 이름에 위해가 가해진다는 것은 확실히 전해져 '안돼' 하고 단호히 말했다.
" 안돼. 그러면 안돼. 내 가족은 건드릴 수 없어. 그 사람들은 내 가족이야! 안돼,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동자는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스텔라는 잠깐동안 머릿속에 많은 것이 지나갔다. 호라이즌 블라인더스내에 소문이 돌았다. 누군가가 스텔라 솔로몬스를 죽였다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가족'중 하나이고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사람이라고. 그 사람은 가족 회의에 들어갈 수 있는 징표인 단검을 지니고 있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 너는, 너는 날 버렸잖아. 내 가족들은 안돼. 그 사람들은 안돼. "
그리고 호라이즌 블라인더스는 분열했다. 어제까지 가족이었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눴다. 네가 스텔라를 죽였어. 아니야, 네가 언니를 죽였어. 아니야, 우리 누나를 죽인건 너야. 거짓말 하지마. 내 동생을 죽인건 너잖아. 서로가 서로를 믿었던 만큼 크게 돌아오는 배신감에 서로가 서로를 총질하고 한 순간에 와해되는 그림. 스텔라는 그 그림을 보곤 주르륵, 하고 눈물을 흘렸다.
" 너는 내가 죽으면 고통스러워 할거잖아. 아니야, 그래도 우리 가족은 안돼. 내 가족은 안돼. 그 사람들이 없으면 나는 안돼. 너랑 비교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 끝까지 내 옆에 있어줄 사람들이야. 너는 날 버렸지만 내 가족은, 그 사람들은 안돼. "
숨이 점점 거칠어졌고 곧이어 숨이 넘어갈듯이 헐떡이던 스텔라는 손을 뻗어 피피의 멱살을 쥐곤 두 눈을 노려보았다.
스텔라는 으흥~ 하고 한 번더 콧소리를 내고는 다가가서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는 화면과 코드들. 스텔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스텔라의 타고난 점이라면 사람을 잘 파악한다는 점이었다. 겉으로는 실없는 농담이나 하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속내로는 여러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스텔라가 지금의 상황을 보고 내린 판단이라면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으며, 자신이 어떻게 해도 알지 못할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는 아주 약간의 직감이 느껴질 뿐이었다.
" 오~ 다 된거야? "
스텔라는 어디보자~ 하고 가까이 다가섰다. 잠깐 비켜보라던가, 어깨를 툭툭 친다던가 하는 제스처를 취할 수 있었지만 스텔라는 굳이굳이 다시 뒤에서 끌어안고 어깨에 머리를 올려두었다. 슬쩍 볼을 부비적대면서 모니터를 보는 눈은 열심히 무언가를 보고 있었고 입으로는 '오~ 이렇게 됐구나~' 하고 말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봐도 모르겠다는것이었다. 그러니까 스텔라는 모르는 것을 아는척 하고 있었을 뿐이다.
" 뭐! 잘 됐겠지! 문제가 더 있다면 그건 그 때 가서 또 하면 될 일이고. 기특해 기특해~ "
스텔라는 볼을 또 부비적 대다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약속한 보상의 시간인가. 스텔라는 올라가볼까? 하고 말하며 먼저 일어섰다. 보상금으로는 150만벅 정도가 적당할 터였다. 그리고 럼과 위스키 한 병 씩과 하얀빵과 갈색빵 하나씩. 이 정도로는 별다른 타격도 없는데다가 성의를 표하기에는 딱 적당한 것이었다. 계단앞에 선 스텔라는 뭔가 잊었다는 듯 뒤를 돌아 빙글빙글 웃다가 두 팔을 벌려보였다.
캄파넬라의 기술이 자연스럽게, 또 완벽하게 들어먹힌다. 너무나도 간단히 무력화 된 요시코는 오랜 과거의 호칭을 부르면서 칭얼대듯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손에서 놓쳐진 바보같이 커다란 저격총이 절그럭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으아앙! 이런 건 너-무-해! 우리 예전엔 엄청 사이 좋았으면서! 싸움 때문에 이젠 그런 거 기억도 안 나는거야?! 같이 밥도 먹고~ 싸움도 하고~ 스킨십도 서슴없이 하던 사이였잖아! 아아- 그때 대장 생각하면 이 언니는 아직도 너무너무 설레는데~! 돌려줘! 나의 상냥한 대장을 돌려줘-!"
다 큰 25세 여성이 18살 소녀에게 붙잡혀 바둥거리며 징징대고 있다. 이 상황은 두 가지를 의미하는 거겠지. 하나는 그만큼 캄파넬라가 숙련된 전투원이라는 것이고, 하나는... 요시코가 그정도로 정신머리 없는 여자라는 것. 그 예로 대체 어떤 부분을 기억하는 지는 몰라도 지금 그녀가 하는 말만 해도 캄파넬라의 기억과는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상당수다.
"...후후...~"
그렇게 있는 호들갑은 다 떨던 요시코의 움직임이 사그러들기 시작할 때, 그녀는 조용히 고개만을 뒤로 틀어서 옆눈으로 뒤에 위치한 캄파넬라를 응시한다.
가지런히 놓인 젖은 각설탕과 브라우니, 그리고 월병. 편지를 쥔 손이 달달 떨렸다. 이 개 같은 새끼가. 용왕은 편지를 구겨 저 멀리 던져버렸다. 토기가 치밀어올라 헛구역질을 했다. 몇 번이고 헛구역질을 하다 결국 희멀건 위액을 토한 것 같다. 경황도 겨를도 없었다. 시야가 점멸했다. 당장 침소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리고 잠에 들어야만 했다. 아니면.. 아, 잠깐. 침소가 어디지? 북쪽이다. 북쪽은 또 어디지? 어디로 가야 북쪽이 되는 거지? 단내가 주변의 기감을 살피는 걸 방해했다. 손을 뻗어 주변을 더듬거렸다. 평소 같으면 뭐라도 잡혔을 텐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것 같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어찌저찌 걷기 시작했을 때, 순간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손 뻗어 더듬어도 잡히는 것 일절 없다. 고개를 쭉 빼들고 집중해도 이곳은 용궁이 아닌 것 같았다. 용왕은 악을 질렀다.
"여, 연 형제!!! 마오!!! 게 아무도 없느냐, 게 아무도.. 어디 계십니까? 어, 어디에.. 아아.. 아무도.. 아무도 없습니까..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토나온다... 진은 팔자눈썹을 짓고는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지 않는 눈물을 닦아대며 그런 역겨운 능청을 부렸다. 엘레나의 정신에 산업재해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짜증나는 말투. 하지만 거기 안에 의미있는 정보란 한 톨도 없다는 것이 더욱이나 짜증난다! 대수술하고 온 사람한테 뭐하는 거냐~
"저에게 피냄새가 난다고 한들 그런 것까지 품어주는 것이 사랑 아닙니까 전하~"
얼씨구 이젠 비련의 후궁 컨셉까지... 비틀비틀거리며 사랑에 취하고 인생에 취한 연기를 하던 진은 갑자기! 포맷이라도 한 듯 딱 멈추고 서서는, 진지하게 말했다.
"오늘 승부속옷 안 입고 와서 절대 안 돼."
그 이유냐고. 들을 가치가 없는 것 같다. 엘레나주가 100자 미만의 "아... 네." 로 끝나는 걸 막레로 하면 어쩌려는 건가? 정말 무지성과 무정신의 극치를 달리는 막장이 아닐수가 없다.
아스타로테 너무 멋지다... 그 와중에 제롬이 걱정해주는 거 너무 슬프네요 아스야 제롬이가 미안해.... 아스가 아직 본실력을 안 보인 것 같은데 무장단계 최상으로 올리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고 원피스 입은 모습도 보고싶고 그냥 아스주 필력이 쩌네요 덕분에 독백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퍽 건조하게 스텔라의 상처 부위 내려다보았다. 건조하게 보지 않으면 감정이 폭주할 것이 틀림없었다.
"죽으려고 했던 애가 이런 거 가지고 아파하면 어떻게 해. 참아."
내가 참 싫다.
"그치, 그건 무섭지..."
가식적으로 슬픈 표정 지어보였다. 난 결국 네게 항상 개자식이어야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참 슬프다. 오히려 이러고 나니 후련하다는 게 참 밉다. 그저 조금만 스스로를 밀면 된다. 광인이 되는 것은 선인이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웠다. 사내는 멱살을 잡히자 슬픈 표정을 풀고 웃어보였다. 스승이 항상 짓던 다정하기 짝이 없는 웃음이다. 프로스페로는 그 미소를 사랑했고, 또 가장 공포스러워했다.
부드럽게 뺨을 감싸쥐고, 볼에 입을 맞췄다. 가끔은 다정이 폭력보다 더 공포스럽고 잔인하다. 사내는 그 사실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자랐다. 그리고 그것을 제 누이에게 쓰려하는 중이다. 나는 네 가족이지, 그렇지. 이제야 인정해주는구나. 협박과 폭력을 곁들어야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구나. 아아, 선생님, 미셸, 당신을 어렴풋이 이해할 것만 같은 것이 끔찍하기 짝이 없어...
날 죽이고 싶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러니까, 스텔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지. 네가 내 앞에서 자살하면 네 손으로 네 가족까지 죽이는 꼴이잖아."
귓가에 속삭인다. 떨어져서 환히 웃었다. 멱살 잡힌 채로, 그리고 누이를 끌어안은 채, 사내는 가볍게 누이의 어깨춤에 뺨을 기댔다. 거의 체중을 싣지 않았으나 접촉은 확실하다.
둘 다 상업적 이윤을 쫓는 것은 같다. 그렇지만 사소한 이득이나 손해에 신경 쓰며 균형을 중시하는 시안과, 웃음을 머금은 채로 말로 사람을 속이며, 흐름 속에서 기회를 잡는 당신과는 서로 그 행동거지와 사고방식은 다른 것일까. 당신이 바라던대로, 본래 시안이 가진 상인적 기질에 당신의 그런 사업가적 기질을. 둘을 동시에 함양할 수 있게 된다면. 단순히 돈을 넘어서는 이득을 보게 될 것은 자명한 것이다. 악수를 청하는 당신의 손을 시안은 물끄레 본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손바닥이다. 당신의 말에 시안은 고개를 끄덕인다. 개런티야 상인의 윤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당연한 것이었고, 그저 세력으로 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당신의 말로써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뭐, 그 정도는 당연하니까요."
마음 한구석을 찜찜하게 만들 당신의 계획은 성공한듯하다. 계산기를 두드리듯, 테이블을 두드리던 손을 들며 시안은 당신의 손을 맞잡는다. 고생한 티가 덜 나는 않는, 여린 손이다.
1. 대금 지불은 정해진 날짜를 넘기면 칼같이 독촉한다. 단, 사전 연락이 있을 경우 약간의 여유는 줄 수 있다. 연체금 물론 있다. 뭔가 뒤가 구려보이면 간부가 직접 조사한 뒤 면대면으로 족치러 간다.
2. 라 베르토는 일괄로 지급하는 조직원용 정장이 있는데 기술팀과 소재 연구팀의 (변태적)합작으로 만들어 낸 특주품이다. 어지간한 날붙이는 막아내고 총격도 관통은 피해준다. 대신 일반 옷보다 무겁고 마처럼 뻣뻣해서 내의 필수고 임무 시 아니면 착용을 비추천. 커스텀도 불허한다. 그리고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
3. 무기 관련 팀도 여럿 있어서 주문을 받기도 하고 별도로 나오는 것도 있다. 다소 괴랄한 주문도 받아준다. 독백에 나온 블레이드 역시 날에 특수한 진동을 일으키는 장치를 접목한 것으로 아직 시험작에 불과하다.
1. 헤이즈 데이드림이 아야에게 고백한 이유는 터무니없이 가벼운 것이다. 하지만 헤이즈 본인은 나름대로 처음부터 진지하게 연애에 임했다. 2. 아야가 시력을 잃은 사고가 일어난 원인은 약물 때문이다. 시력만 잃고 끝난게 천운이었다. 3. 아야는 외출 시에 모르핀 주사기와 후추 스프레이, 수면제 몇정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이유는 호신용이라고 본인은 말한다. 4. 헤이즈와 아야가 만난 첫날 아야는 취했고, 헤이즈는 취한 아야에게 흠뻑 반했다. 5. 아야는 의외로 깡따구가 있다. 위압에 굴하지 않는 면이 있다. 하지만 약한 면을 보여주는 이에게는 한없이 약하다
어느새부턴가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아버렸다. 주르륵 하고 눈물이 흘렀지만 스텔라는 두 눈을 부릅뜨고 피피를 노려보았다.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였다. 증오와 분노부터 시작해서 두려움과 공포, 연민과 애정따위의 것들이 뒤섞인 눈물을 흘리고 텅 빈 눈으로 피피를 노려보았다. 참으라는 말이 들려왔지만 이미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픈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상처난 곳이 아픈것보다 마음이 더 아팠기에, 가슴속에 박힌 가시가 마구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에.
" 난 죽을 수 있어. 하지만 내 가족은 안돼. 내 동생들은, 우리 언니랑 오빠는 나만 보고 살아. 내가, 내가 이 가족의 가장 큰 언니야. 그러니까 내 가족들은 내가 지켜야해 "
가족이니까 지켜야하는데 넌 날 버리고 도망갔잖아. 그런 마음에서 비롯된 증오가 치고 올라오면 그래도 우리 가족이었잖아. 하는 연민이 치고 올라오고, 그런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 머리가 어지럽고 구토감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걸 덮어주는 것은 약기운이었다. 스텔라는 그 시점부터 점점 더 눈이 풀리기 시작했다. 안광이 사라진듯한 눈을 한 스텔라는 머릿속에 '가족'이라는 말 밖에는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계속해서 '내 가족이야. 우리 가족,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야.' 하는 말만 고장난 인형처럼 반복했다.
" 히익.. 힉.. "
숨이 조금 더 거칠어지고 금방이라도 멎을듯이 보였고 숨을 쉴때마다 가슴팍이 요동쳤다. 이유라고 한다면, 역시 약 때문이었다. 스텔라는 원래 약에 손을 대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며칠 전에 가족의 오빠는 아편을 건네주었고 언니는 25초만 지나면 머릿속의 고통마저 사라질 것이라 이야기해 스텔라는 처음 아편에 손을 댔고 그 빈도가 점점 줄어들자 처음 약을 건네주었던 오빠는 몇 번이나 고민을 한 후에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술에 아편을 섞고 거기에 다른 약을 더 섞어주었다. 그리고 그 작용과 부작용이 이제서야 찾아오고 있었고 스텔라는 '추워' 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몸을 옅게 떨면서 안광이 사라진듯한 눈으로 피피를 바라보곤 그제서야 헤- 하고 웃었다.
" 오빠, 히익.. 우리 오빠야. 히익... 사랑하는, 힉- 우리 오빠, 히익.. 내 가족이야.. "
>>287 정말 깜빡이도 없이....(데굴데굴) 아스주한테 복수할 거에요...(움찔)(꼬오옥)
음 안 물었던 것 같네요! 처음에는 사기꾼인줄 알지 않았을까요? 한창 부상중인 조직 라 베르토의 수장이, 자신에게 접근해서 도와주겠다고 했으니까요. 모든 면에서 덜떨어진 자신과 달리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아스를 보며 질투, 선망, 그리고 의심 같은 갖가지 감정을 느꼈겠죠. 아스가 후원해주며 성장하고 개인적인 친분을 갖기 전까지는 아스에겐 부정적인 인식과 감정이 대부분이었을 거에요. 끝은 사랑으로 귀결되었다는게 재미있지만.
>>302 ㅎㅎㅎ 어떻게 복수할지 기대해도 되려나. (무릎에 제롬주 앉힘)(꼬옥)(목덜미에 쪽)
사기꾼 ㅋㅋㅋㅋ 수상할 정도로 좋은 제안을 들고 왔으니 그럴 만도 하지. 음. 초기의 제롬이도 귀여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아스의 흥미를 자극했겠는 걸. 그렇게 시작된 감정이 지금이 되었다는게 내가 생각해도 재밌네.
>>306 첫인상은 그냥 덜 자란 묘목 같이 보였지. 저기에 물을 주고 영양을 주면 어떻게 자랄까 하는 흥미가 생기는 존재 정도. 딱 그 정도였어. 처음은. 아마 밖에서 그랬을테니 요란스럽게 반응은 안 하고 그 자리에서 제롬이 옷 살짝 잡으면서 생긋 웃지 않았을까. 그리고 인적 없는 곳으로 잠깐 데려가서 끌어안고 짧게 키스해줬겠지. 그런 챙김 안 받아본 건 아니지만 제롬이가 해주는 건 다르니까. 엄청 기뻐서 말야.
문 너머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를 무시한 채 창밖을 보았다. 오늘도 우중충한 붉은 하늘이다. 바깥의 하늘은 다르다고 했던가. 푸른 하늘을 떠올려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본 적 없는 걸 생생히 떠올릴 만큼 상상력이 풍부하질 못했다.
실없는 상념을 깨트린 건 병실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문을 살짝만 열어 틈새로 정말 다 입었는지 확인한 후에야 활짝 열었다. 하도 장난을 치니 신뢰도가 살짝 떨어진 탓이다. 들어오며 당신이 둔 옷을 발견했다.
"갈 때 챙겨가요. 여기선 처리 못하니까."
이 병원에 세탁실 따위는 없다. 더러워진 환자복은 죄다 세탁업체행이다. 세탁기 하나 들여놓는 거야 어려운 일 아니지만, 그랬다간 제 일만 늘게 뻔하니 안된다.
당신 옆에 서서 수액을 맞출 준비를 시작했다. 팔뚝에서 혈관을 찾아 지혈대로 묶은 후 "따끔해요." 말하며 카테터를 삽입했다. 이대로 수액 세트와 연결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고 당신을 힐끔 보았다. 이대로 못 찾은 척 빼서 다른 곳 찔러버려도 모르려나. 못된 생각이 들었다.
"연결된 쪽 팔 움직이지 마시고, 어지럽거나 구역감 들면 말해요. 아예 한숨 자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때쯤이면 당신이 데려온 환자도 깨어날테고요."
사람의 약속이란 본디 한없이 가벼운 법이었지만 그만큼 간단하게 이루어지기도 했다. 물론 무거운 약속 또한 어렵게 이루어지란 법은 없긴 했으나 어찌되었건 달성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지금 또한 그다지 큰 차이는 없을것이라 생각하는 그녀였다.
이 세상에서 신용은 무엇보다 중요한 법, 감성적인 신뢰보다는 훨씬 더 잘 먹힐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둘 다 갖출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만...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사람은 항상 부딪히고, 갈등을 만들어내는 법이었다.
만약 정말로 그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라면... 어쩌면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상책이 아닐까?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드러난 그녀였다. 애초에 어떤 방법을 사용한다 한들 그녀가 직접 입을 열지 않는 이상은 어떤 것도 나오지 않겠지만,
"좀 깊숙히 들어가야 해서 말이죠~ 그래도 날아간 데이터는 없으니 안심하셔도 되어요~"
물론 자신이 한 것은 그저 데이터를 바로잡은것 뿐, 또다시 쉽게 감지할 수 없는 '천운'이라는 것이 생겨난다면 다시금 꼬일 수 있었다. 물론 훨씬 이전부터 꼬여있던 지금과는 다르겠지만...
참 우습게도... 그녀가 알고 있는 선에서의 이곳, '뉴 베르셰바'에서는 일단 그녀와 동급의, 혹은 그 이상의 고등적인 사고를 하는 개체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 베르셰바였으니 전혀 없다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그녀가 경험한 것들 내에선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쨌든 당신의 부탁은 완료했고,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살짝 일어날까 싶던 찰나에 방금전과 같이 한번 더 뒤에서 끌어안는 느낌이 들었기에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으로 그 반응을 대신했다. 모니터를 살피며 이해했다는듯한 반응을 보이는 당신이었기에, 그 이해했다는 것이 자신의 해결방식인지, 차후에 어떻게 해야할지를 이해했다는 것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그래도 당신이 만족했다면 그걸로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뭐, 저라고 완벽할리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아무리 철저해도 그 예상을 깨는 것이 곧 사람의 운인 거고 말이죠."
살짝 비릿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다시금 뺨을 맞대고, 쓰다듬어주기도 하던 당신이 올라갈 채비를 하며 먼저 일어나보이자 그녀 역시 뒤따라나섰다. 아무리 부탁받은 일이 있다 해도 기왕이면 이런 보안중시인 장소에 자신같은 외부인이 오래 머물러있는 것에 대해 달가워할 이는 없을테니...
먼저 발을 떼며 무언가를 생각하는듯했던 당신이 잊고있던걸 떠올리기라도 한 양 뒤돌아 빙글거리는 웃음을 보여주다가도 두 팔을 벌리자, 뒤에 이어진 말을 온전히 듣지 않았다치더라도 그 행동을 이해할수 있었던 그녀는 일전에도 그랬듯 가볍게 안기려 했다.
얼굴이 서로 교차하며 상대의 뒤편을 향할때 그녀가 무언가 말하듯 입을 벙긋거렸을까, 목소리도, 숨소리조차도 없는 한마디가 잠시 지나갔다. 보지도, 듣지도 못했으니 당신이 알 리야 만무하겠지만,
조그마한 앙탈에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자 작은 웃음을 흘렸다. 누군가 머리에 손을 대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일이었는데, 페로사는 전혀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예전부터 그랬다. 앤빌에 처음 갔을 때도. 이상하게도 당신이 무섭지 않았다. 미카엘은 뜸을 들이는 페로사를 가만히 쳐다보다, 부스스 웃었다.
"정말 괜찮겠어? 지금도 이렇게 부끄러워하면서.."
장난스럽게 말해놓고는 거처를 바꿔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요하는 것이 아님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 객실에서 쓸쓸하게 살아가기엔, 조금 마음이 걸리긴 했다. 그렇다고 옮겨버리기는 조금 그렇고.. 잠시 진지하게 중얼거렸을지도 모르겠다. "..스위트룸?" 거기서 거기인 답이다. 당신과 함께 있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은 시간도 있는 법이다. ..이기적인 발언인 것 같지만 아직 당신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당근 요정과 디즈니 공주님이 너무나도 많았다. 제법 동글동글한 이유였다. "..옆집?" 이건 제법 괜찮은 접근법인 것 같았다. 가까우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둘 수 있으니까. 그렇게 잠시간의 고민은 제쳐두고,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여전히 내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들으면 익숙지 않고 과분한 듯하다. 아마 오랜 악연을 끊어낼 때, 그제야 잘못이 아니라고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미카엘은 차츰 나아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겁 많은 아이 같은 면이 많았다. 사소한 배려에 뭉클했다. 룰을 무시한 진상. 미카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 파고들었다. 따스한 품 속에서도 한 단어씩 뱉을 때마다 몸이 떨렸다. 꽁꽁 얼어붙는 느낌이 다시금 드는 것 같았다. 얼음조각은 온몸의 혈관을 타고 심장도 다시 얼릴 것이다. 애써 지어낸 미소가 그리도 순수하고 예뻤는데, 몸은 파르르 떨렸다. 눈물도 꽁꽁 얼어버렸던 순간에 당신이 잡아준 손이 온기를 전했다. 온기가 얼음을 녹인다. 어깨를 끌어안고 손끝을 맞잡았기 때문이다. 편안함에 차츰 떨림이 잦아들었다. 다시금 그 살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틀리지 않았어.. 맞아. 틀리지 않았어."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그 빌어먹을 그로스만을 지워버릴 것이다. 찢어내며 불사를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고통스러운 밑바닥에서 기고 있을 때, 그 위에서 내려다보다 단 한 번 비호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더 아래로 걸어 내려가면, 그때 걷어차 떠밀 것이다. 심연은 그렇게 배를 불린다. 비호하는 사람이 단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 당연히 죄지은 자를 용서해서는 안 된다지만 가끔은 눈 감고 넘어가는 척해줄 때가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적으로 판단할 때다. 적으로 판명 난 사람이 아무것도 없어서 두려울 것도 없는 상황은 수세지만 아니라 최소한 하나의 비호하고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겉으로는 수세이나 그 희망을 붙잡고 나아가는 꼴이 열세이기 때문이다. 그게 이 작은 아이가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생각이었다. 자신이 썩은 동아줄을 잡은 지도 모르고 이래저래 기어오르다 기어이 떨어지고 깨달으나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울부짖는 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럴 힘과 권리, 그리고 명분이 있는데 뭐가 나쁘고 틀리겠는가.
"..알았어."
그렇지만 앞으로는 줄여나가야겠지. 미카엘은 "외숙부께 호위를.. 뭐?" 하고는 눈을 둥글게 뜬다. 외삼촌이 정보원을 잡것으로 쓰는 건 알았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라. 아마 그 마오라는 또래 아이가 앤빌에 가서 취하고 온 일도 그 때문이겠지. 이제야 퍼즐 조각 하나가 들어맞았으나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의할게.." 하고는 입술을 앙 다문다. 그로스만은 도살자의 서커스에도 관여했었지. 당신의 흉터라 한들 아팠던 것이 사라지지는 않을 텐데. 어머니가 요제프를 죽였던 것으로 일단락될 수 있었지만, 두 번 뺏길 기회가 생겨버린 지금으로서는.
"페로사."
미카엘은 가만히 품에 고개를 기댔다. 당신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그 심장의 고동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 당신과 함께 할 것이다. 하여 천천히 입술을 벙긋였다. 손을 봐주는 것은 지금 말해야 될 것 같았다.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야." 하고는 잠시 침묵했다. 애틋한 미소를 마주하며 더 밀착했다. 침묵이 가득했지만 충분한 대답이었다. 아이는 더는 울지 않았다. 단지 그뿐이다. 답해줄 수 있는 말이 이것뿐이나 그만으로도 제법 성장해버린. 아이가 천천히 입술을 벙긋거린다. 언제까지고 같이 있고 싶어라. 소리 없는 속삭임이었다. 그리고 눈을 내리감고 고개를 다시금 기대왔다.
귀찮게 안 군다고 한 지 10분도 안 지나서 이러고 있다. 하지만 더 조르지 않는 걸로 봐선, 얄미우라고 그냥 한 번 말대꾸한 모양이다. 진은 얌전히 누워있다가, 엘레나가 팔뚝을 걷자 불편하단 듯이 팔을 떨쳤다. 팔꿈치 안쪽부터 세로로 죽 이어지는 찢어진 흉터가 있었는데, 그 부근을 건드리면 그 선글라스 너머로도 보일 만큼 찡그리며 팔을 움찔거리는 것이다.
결국 그 밑 혈관에 카데터를 꽂는다. 진은 입꼬리를 예의바른 고양이처럼 죽 당기고, 싫은지 좋은지 모르겠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본인이 링거 얘기를 꺼내놓고 여기까지 진전시키곤 뭐하는 건가.... 그런 자연스러운 의문은 놀랍게도 진의 사과로 묻힌다.
"미안함다. 사실 링겔은 처음 맞아봐서요. 이쪽은 싫어요."
아까? 사과를 했어야 할텐데? 그것보다 이것부터 사과를 하는 것도 이상하다. 진은 심기가 불편한 초등학생처럼 온몸을 완전 긴장하고는 오른쪽 팔을 들었다. 하지만 아까도, 팔뚝만 좀 만지는데 팔을 치워대고 하는 것을 봐선 바늘이 부러질 염려도 있으니, 그러지 않는 편이 좋겠다. 그렇게 설명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말을 찾는 것처럼 어물거리다가.
"안 해줘도 돼요. 돈은 그, 많이 얹어줄테니까... 따로 받고 싶은 계좌가 있으면 연락하시고. 거, 미안합니다."
스텔라는 꼭 끌어안고 몇 번인가 등을 쓸어주었고,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토닥였다. 그리곤 뒤를 돌아 가자! 하는 한 마디와 함께 계단을 올라섰다. 지하 2층, 밀주를 만드는 곳. 스텔라는 나무 상자 하나를 열고 그 안에서 럼과 위스키를 하나씩 꺼내들었다. 자신의 이름인 스텔라를 박아넣은 스텔라 럼과, 스텔라 위스키. 자신의 이름을 넣어서 홍보효과를 노림과 동시에 스텔라라는 이름 뜻을 그대로 해석하면 별의 럼과 별의 위스키라는 뜻이다. 시적이고, 낭만적이다. 동시에 스텔라라는 단어에는 '최고의' 라는 뜻도 있으니 내면의 뜻도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 자~ 이건 포장해줄테니까 나중에 챙겨가고. 아, 언니! 이거. 럼이랑 위스키 하나씩 포장해서 1층으로 올려줘. 여기, 우리 동생이 가져갈거야. " " 응. 이 쪽은 새로 들어온 동생이야? " " 음... 아직은 아냐! 그냥 뭐, 내 동생 정도라고만 해둘게 "
스텔라는 미소를 지으며 계단을 타고 한 층을 더 올라갔다. 지하 1층. 빵을 굽고 있었다. 스텔라는 뭐가 좋을까~ 하고 흥얼거리면서 갓 구워져 나온 모카번 한 덩이를 자연스럽게 집어들고 뜯어서 입으로 가져가 우물거리며 손짓으로 '이거, 이거, 그리고 이거.' 하고 말했다. 빵을 굽던 남자는 '포장이야?' 하고 물었다.
" 응. 여기, 우리 동생이 가져갈거야. 지금 짚어준 빵들로 새로 구워서 가져다줘. " " 그러지 뭐. 갓 구운게 맛있으니까. 이 쪽은 새 가족이야? " " 아까랑 똑같은 질문이네. 아랫층에서 언니도 그런 얘기했어. 일단은 내 동생이라고만 해둘게! "
스텔라는 또 '가자!' 하고 말하며 1층으로 올라왔다. 오는 내내 만나는 사람들마다 가볍게 인사를 했고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자신의 가족을 바라보는 스텔라는 어딘가 흐뭇해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조금은 과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완벽한 가족에 너도 들어오고 싶지 않느냐는 무언의 과시. 스텔라는 1층에 도착해선 [BOSS] 라고 적힌 자신의 사무실로 쥬를 안내했다.
" 자~ 그럼 이제 중요한 보수의 이야기인데. 100만벅 정도면 충분하겠지? "
스텔라는 싱글싱글 웃으며 서랍을 열고 돈 봉투 하나를 꺼내 책상위에 올려두었다.
" 그리고 또 다른 보상도 줘야겠지. 음.. 그렇지. 벤치에서 자면 힘들지 않아? 마침 나도 혼자 자는거 질리던 참이었고. 어때, 오늘은 우리 집에서 같이 자고갈래? "
또 다른 과시였다. 네가 내 가족이 된다면 갈색 빵과 하얀 빵을 전부 줄 수 있고 이 구획에서 가장 좋은 집인 내 집에서도 잘 수 있어. 네가 원할때마다 언제든지. 하고 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까? 사과를 했어야 할텐데? 그것보다 이것부터 사과를 하는 것도 이상하다. 진은 심기가 불편한 초등학생처럼 온몸을 완전 긴장하고는 오른쪽 팔을 들었다. 바늘 위치를 바꿔달라는 듯이. 하지만 아까도, 팔뚝만 좀 만지는데 팔을 치워대고 하는 것을 봐선 바늘이 부러질 염려도 있으니 그러지 않는 편이 좋겠다. 그렇게 설명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말을 찾는 것처럼 어물거리다가.
>>320 본인의 돈이나 말빨이나 잔머리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를 마주했을 때!! 보통은 엄선한 따까리들이 그걸 해주는 편이지만 본인 혼자 있을 때에는 곤란하겠죠~!! 진은 어디까지나 일반인이고 신체능력이 좋은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전문적인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땐 진짜로 곤란해하면서 문제해결을 하러 머리를 굴리는 편~~
진주는 이만 자러갑니다~~!!! 엘레나주 답레는 느긋이 주셔도 될 것 같습니닷...!!!!!!! 감사합니다! 늘!!!!!!
>>323 페로사: 이해하지 못할 건 아냐. 페로사: 하지만 과거를 기억하는 것과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엄연히 달라. 페로사: 용기가 필요해. 네 현재를 청구하고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용기. 페로사: 그것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지는 내가 알려줄 수 없어. 그것은 본인이 스스로 찾아야 하는 거니까. 페로사: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경험자의 조언이나, 술 한 잔 따라주는 정도야.
흥미로 접근한 거였군요. 사실 제롬이는 그때 정말로 성장하지 않은 묘목 같은 느낌이었으니, 미래가 기대된다기보단 그냥 어떻게 성장할지 취미 삼아 지켜보자는 느낌이 강했으려나요. 엄청 기뻐하는 아스 너무 귀여워... 인적 드문 곳에서 짧게 키스해주면 잠시 놀랐다가, 떼면 아스 허리를 끌어안고 한번 더 키스했으려나요. 입술 지그시 누르면서 키스 말고, 대답은? 이라고 속삭였을지도.
헤이즈 데이드림. 내 첫사랑. 나이는 나보다 2살 연하. 키는 나랑 비슷했는데, 체형이 나랑은 반대였다. 성장도 잘되어 있었고, 보기 좋게 통통했던 모습. 성격은 적극적.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아이였다. 똑 부러지게 말한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다른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도 있었다. 웃음이 빛났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나한테, 내 생에 최초로 말해줬다. 듣고싶다, 다시 그 목소리를
(그 아래 한동안, 수많은 쓰고 또 지운 흔적이 가득하다)
생각보다 힘도 강했던 거 같다. 이건 근데 내가 약해서 그렇게 느꼈던 걸지도. 호신용으로는 권총을 들고 다녔는데, 본인 말로는 사람한테 쏴본 적은 아직 없다고 했다. 결국 한번도 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담배를 싫어하고 술은 좋아했다. 덕분에 담배를 끊었으니 건강조차 챙겨준 천사나 다름없다. 내가 주량이 약해서 같이 술을 마시는 일은 자주 없었다. 처음에 몇번은 같이 술 마시기도 했는데 어느날 언니 무리할 필요 없다고 술 안마셔도 된다고 했다. 난 너랑 같이라면 술 정도는 같이 마실 수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과거에 어떤 아이였는지는 전혀 모른다. 아마 우리 둘 간의 암묵적 약속이었던 거 아닐까, 과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나도 그날 우리가 만나기 전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고 말이다.
좋아하는 색은 주황색. 음악은 edm을 좋아했고 칵테일을 좋아한다 했지만 돈 아깝다고 본인이 직접 산 적은 없다. 한번 사준 적은 있는데, 진짜 좋아했다. 사준 날은 진짜 기억에 남는 날이었다. 다음날 외출도 못할 정도로 좋았었다.
더 적을 것들이 많은데, 일단은 여기까지
그 아이와 함께하는 동안 다시는 못올 그런 나날이 수없이 많았는데. (마지막 줄은 최근에 쓴 건지 글씨의 잉크가 다르다.)
"부끄러워하면 안 되냐." 페로사는 입을 삐죽이며 투덜댔다. 거친 삶을 지나오면서 남은 험악한 흔적과 사자의 형상은 분명히 그녀의 모습이었으나, 그것을 제쳐놓고 보면 그녀는 결국 한 명의 털털한-이따금 수줍은-여인일 뿐이었다. 부스스 웃는 당신의 모습에 페로사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휘적휘적 헝클어버렸다. 그나마도 금방 다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주며 다시 원형에 가깝게 정리해주었지만. "네가 거실과 침실만 봐서 모를 텐데, 서재와 안방도 있어. 거길 전혀 안 쓰거든." 그녀의 말에 기억을 되새겨보면 분명 그때 무슨 문인지 못 살펴본 문이 있었던 것도 같다. 혼자 쓰기에 집이 넓다는 건 그런 의미이기도 했던 듯하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나 동글동글한 이야기들에 대한 개인적 비밀 정도는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입주 신청과 동거인 등록 신청이 처리되는 속도가 크게 다르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놈이 여길 안다며. 그게 제일 큰 이유야." 물론 당신이 옆집을 적당한 거리로 결정한다면 그녀는 그것을 존중해줄 테고, 지금 당장 이사갈 것도 아니니 그것은 거처를 옮길 때 고민해봐도 될 문제다. " ..."
페로사는 당신을 품 안에 꼭 안았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당신의 얼어붙은 어깨를 감싸안고, 당신의 차가운 짐에 기꺼이 한 손을 뻗었다. 전부 다 떠맡아줄 수는 없었지만 손을 거들어줄 수는 있었다.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것. 잠자는 노예를 깨우는 것. 족쇄를 끊고 운명을 거머쥐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당신은 아직도 낫지 않은 상처를 안고 있었으며, 당신의 발목에 채워진 족쇄는 비탄의 도시를 살아가는 그 누구의 발목에 채인 것에도 못지 않게 무거웠다. 당신은 그런 쉽지 않은 일에 소중한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했고, 그래서 그 족쇄를 숨기고 상처를 혼자 무릅쓰며 나아가려고 했으나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새로 생긴 상처를 핥으며 조용히 도사리고 있던 당신을 그녀가 찾아내어 버리고 말았으니.
사실, 용왕의 '나도 조카와 연락이 두절됐다'는 편지가 아니더라도 어제 그로스만의 사생아가 새로 만든 멍자국이 낫기 전에는 페로사의 인내심이 폭발했을 테니 결국 이런 결과가 예정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결국 당신에게 좋은 일이었을까, 나쁜 일이었을까. 당신이 그녀에게서 두려워 숨기고 싶어하던 것마저 그녀가 당신을 바라는 마음에는 어떤 장해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게 되었으나, 그녀도 당신의 복수에 한 발을 담그게 된 셈이니.
그녀는 다시 한 번 당신에게 강조했다. "나 없이 그놈 만나주지 마." 여러 가지로, 쐐기를 박는 말이다. 그로스만의 사생아를 만나주지 말라는 말이기도 했고, 이제 더이상 돌이킬 수 없으며 자신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은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진심에서 우러난 조언이기도 했다. 그놈을 충분히 손봐줄 생각이지만, 목까지 조른 놈이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들지 말란 법도 없다.
"아무튼 말야." 품안에 고개를 기대어오는 당신을 바라보며, 페로사는 후후 하고 조그맣게 웃는 소리를 내었다. "이제 와서 물어보는 거지만- 이 꼴로 집에 가긴 좀 그런데, 혹시 여기서 하룻밤만 재워줄 수 있어?"
그렇다고 당신이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이따금씩 쓰다듬어주기도 하는 것을 싫어하진 않았다. 어째선진 몰라도, 그녀는 도리어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안기는 감촉이 좋았다. 안았을 때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가 좋았다. 안겨있는 이의 형태로 변하는 자신의 포근한 품이 썩 마음에 들었다. 미약하게나마 달라지는 호흡이 제법 신경쓰였다.
그러나, 단지 그것 뿐이었다. 지금 그녀가 알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인간의 온기라면 그녀 역시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타인의 것은 가질 수 없으니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것이었으니까...
타인에게서 온기를 빼앗으면 안되니까,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자 어느덧 지하 2층에 있다던 밀주를 만드는 곳까지 도달해있었다. 나무상자를 열었던 당신이 꺼내보인 것은 럼과 위스키, 과감하게 당신의 이름을 붙인 그것엔 분명한 자부심과 소소한 감성이 어려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렴, 당신의 조직원들 모두를 '가족'처럼 생각할 정도로 감성적이라면 그런 네임벨류는 당연하게 먹혀들 것이다.
아닌것 같아도, 모두가 부정해도 이 세상은 일말의 정 없이는 굴러가지 않았다. 그것이 생명체의 본질이자 인간의 본질이었다. 단지 사람에 따라 그것을 신뢰관계라는 이름으로 예쁘게 포장하거나 관심, 호감, 애정 등으로 꼬리표를 붙여 분류할 뿐이었다. 모든 것에 호의적으로 다가가는 그녀의 특징인 것일까? 아니면 그녀 자체가 계산적이어서 모든 행동기전을 도표화 하는 것일까? 확실한건 아무도 모르고, 그녀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무언가였다.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눈이 마주친 이들이 있다면 그녀는 차분하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그것은 계단을 올라 갓구운 빵의 향기가 퍼져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곳에서도 딱히 다르진 않았으리라,
새 가족, 새로운 이해관계, 협력, 때로는 야욕을 위해서, 때로는 의무감으로, 때로는 큰 의미를 담지 않은 선행으로... 사람들의 삶은 이렇게나 복잡했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그에 적응하며 뭉쳐왔다. 좋게 생각하건, 나쁘게 생각하건, 그것은 분명하게 서로를 잇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제 아무리 가족이라 한들 온전하게 선한 마음만 품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그것을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이라 치부하며 타인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할뿐,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게 되면서, 당신의 개인 집무실까지... 마주치는 모든 이들을 친근감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녀에겐 이곳의 사람들은 지독하게도 연에 얽매여있다는 것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세상임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한켠으로는 그런 이들을 어떤 연유에서든 한데 묶어둔 당신이 조금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을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당신은 그에 대해 과시욕을 가진다 해도 딱히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당연히 과장된 이야기겠지만, 당신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취하려 해도 당신보다 강한 이가 아닌 이상 아무도 무어라 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의 당신의 입지란 그러한 것이니까,
하지만... 그녀는 사뭇 다른 개념이었다. 당신에게 속해도 될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그러기엔 너무나도 위험했다.
"쥬, 너는 보조 목적으로 만들어진 첩보용 개체지?"
머릿속에 각인되는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곧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는 행동양상을 보이는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생물체는 음수를 먹고 살며 양수를 뿜어낸다. 평범한 음식물을 취식하듯 정보를 취득하는 자신 역시 그곳에서 놓여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자신을 제어하려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의 명제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었다.
정체성
인간이 아니라는 그녀의 정체성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있었다. 하여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음~ 보수치고는 좀 많지 않은가 싶네요? 그게 합당한 가격제시라 하신다면 납득할만도 하지만..."
과연 당신은 그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그녀는 당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당신과 무수한 사람을 잇는 것 또한 이해관계라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신이 그 이해관계에 얽힌다 한들 과연 '정체 모를 무언가'를 쉬이 받아줄 수 있을까?
설령 당신의 명령으로 어떻게든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진정한 이해관계가 될 수 있을까?
이해와 납득은 다른 것이라며 구름과 안개로 가려진 보랏빛 하늘에 그런 자욱함을 미처 꿰뚫지 못하는 빛이 산란되었다. 생각에 잠긴듯 가슴 위에 손을 얹던 그녀가 살며시 검지를 들어 버릇처럼 제 아랫입술 언저리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누구보다 그녀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계산적이었다. 지독하게도 계산적이었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대개 타인을 위한 계산에서 그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줄곧 떠들고 다니는 '로봇의 3원칙'따위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 스스로 정한 것이었다.
"아무리 세상에 대해 당당한 언니라도, 이제 몇번 만났을 뿐인 정체모를 외간여자에게 그리 쉽게 옆을 내주고 그러시면 곤란하다구요~? 동생 되는 자로서 납득하지 못하니까요~"
품위있는 보스는 그러면 안된다며 당신을 나무라다가도 악의는 없다는듯 차분하게 눈을 휘어보이며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그러고선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 닿을듯 말듯한 거리에서 저보다 약간 높은 시선을 올려다보았을까, 만약 당신이 타인의 변화하는 기운을 쉽게 파악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줄곧 안개 속에 모습을 가리고 있던 묘령의 여인이란, 제게 드러난 실루엣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475 >>477 크리스천 집안이라 제사는 드리지 않는데, 명절음식은 계속 하시는데.. 집에 사람도 별로 없는데 음식은 산더미같이 하셔서, 돈은 돈대로 쓰고 굽는 건 굽는 것대로 힘들고 음식은 음식대로 상해서 못 먹는 일이 허다해서 명절음식 할 돈으로 맛있는 거 사먹자고 작년부터 쇼부를 봤는데... 그래도 설에는 명절음식 있어야 한다고 꾸역꾸역 뭔가 하시네. 연근전이야 맛있으니까 명절 기간 내로 동나긴 하는데, 고구마전은 우리 집에서 먹는 사람 없는 거 아시면서 왜 하셨나요 정말... 이 한을 담아서 앤빌에 방문해서 맥주를 주문하는 다음 고객님에겐 안주로 연근전을 내놓겠어.
예전이야 같은 전장에선 동료에 해당했으니, 대장이라는 호칭은 분명 틀리지않았지만 지금에 와서 나와 요시코는 별반 관계없는 남이었기에 그 호칭은 부적절했다. 무엇보다 이 도시에 있다는건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각자의 조직이 있는 법이니 더더욱 나는 대장은 아니였다.
"허언증삼가."
성장이 다끝난 양반이 바둥거리며 징징거리는건 둘째치더라도,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어디 지구-2(나는 요즘들어 만화도 보고있다)에서 다른 경험이라도 했는지 스킨십이니 상냥한 나와 거리가 6만광년정도 떨어진 경험의 허언을 내뱉고 있었다. 사적으로 나는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전혀할 생각이 없다. 오로지 공적으로 임무수행에 있어서만 신뢰와 책임의 관계로서 직무를 다했을 뿐이니까.
"그런거?"
솔직히 그녀의 과거 광기는 기억에 분명 선명하게 새겨진 부분이었지만, 겨우 그런거 라고 말하는건가. 나는 그점이 오히려 거슬리는 발언이라고 생각했다. 임무가 엉망진창이 된 부분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경험이었으니까. 그 실패를 겨우 그정도로 본다는 것이 역시 근본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히메라기 요시코라는 여자에 대한 평가를 고쳐지지 않게했다.
>>521 최신판으로 한국어패치 된 롸벗입니다. 그러하다. 후후, 나는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고 위대하게 후레를 치지. 사람들은 거기에 성의를 담아 진정한 후레의 후손, '후레자식'이라는 칭호를 주었지. (?) 헉, 세상에. 내가 곰이어도 좋아한다니, 이런 휴먼 처음이야~ 두근♡ 아니, 꾸웡☆
으으 차 안이라 그런가 정신이 없어서.. 독백도 중구난방해서 결국 던져버렸어.. 조금 다듬고.. 조금.. 다듬고..
순간 작은 아이의 손아귀 힘이라 상상할 수 없는 것이 턱을 틀어쥐었다. 그 가느다란 검지와 엄지가 용왕의 턱을 틀어 억지로 틈을 벌렸다. 능숙하게 검지와 중지로 입을 벌린 미카엘은 엄지로 용왕의 혀를 꽉 짓눌렀다. 그리고는 다른 손가락으로 턱을 틀어쥐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언제 당신에게 발언권을 주었죠?"
마음 같아선 깨물 수 있었으나 힘이 죄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치욕스러운지 몸을 가늘게 떠는 모습을 보며 미카엘은 제 외숙부이자 한 구역의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지배자를 감흥없이 내려다보았다.
>>537 아야. 아야야. 이미 쥬주가 혼내시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아야야야야. (피토하는중) 이러다가... 쿠마펀치 맞고 다 죽어..!(파들)
>>538 (브주 토닥토닥)
힘이 부족해서 총 놓쳐도 안전장치가 걸려있어서 총이 브리엘의 얼굴을 때리거나 하진 않았겠지만 제롬이 그거 보면서 오늘부터 운동하는게 어때? 라고 조용히 말한다거나... 혼자 충격에 빠진 브리엘 눈치채고 브리엘 등 한번 팡 치면서 너무 긴장할 필요 없다고 할 것 같네요. 어차피 이 도시에서 살인은 한번쯤 다들 거쳐가는 과정이니 너무 신경쓸 필요 없다고 하고...
>>546 사실 힘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그 흉터 때문에 더 힘이 딸리는 브리엘이었다. 운동하라고하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차피 호위 생겨서 괜찮다고 할 것 같은데. 이거 카두세우스에 들어간지 얼마 안됐을 때 배워도 괜찮을 듯? (그럼 약 2년쯤 배운건가. 1년?) 살인 한번쯤 다들 거쳐간다고 하는 제롬한테 약간 토하고 싶은+욕하고 싶은 표정 짓고 F★★K 할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이 그런 말 하는 것도 어차피 거짓말일테다. 틀림없이 거짓말일테다. 사람이 한 인간만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뒤틀리도록 웃었다.
"나도, 너만 보고 산다 하면은.. 나도 그렇게 여겨줄거야?"
사내는 제 누이 눈에서 기어코 눈물이 흐르게 만들었다. 이 순간이 최초가 아니므로 감흥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거짓말이다.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다. 하지만 내가 슬퍼한다 하여 이 모든 것이 달라지나? 내가 아무리 고통받아도 넌 만족하지 못할 것이 틀림없다. 내가 절규하고 신음해도 넌 성에 안 차 하겠지. 호라이즌 블라인더스가 싫다. 내가 당신들보다 얘를 더 사랑해. 당신들은 이 여자애를 살고자 붙들었지만 나는 살지 않아도 붙들어.
"너 아파?"
숨소리에 당황해 바라보았다. 마주친 것은 또 다른 약품의 증거다. 탄식하듯 스텔라 머리 끌어안았다. 그런 눈을 마주하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도 와닿는 사랑한다는 말과, 가족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달큰하기도 하다. 달다 느끼는 자신이 미워서 미칠 것 같았다.
>>548 흉터...아이고 맞다 그럼 멀쩡한 왼손(맞나..?)용 총을 추천해줄 것 같은데요? 글록이라거나. 진짜로 글록 추천해줬을 것 같은게 얘는 반동도 방아쇠 압력도 다른 총에 비해 적당한 편이라... 호위 때문에 안 해도 된다고 하면 할말하않의 표정으로 바라볼지도 ㅋㅋㅋㅋㅋ 앗 그래도 좋겠네요. 평소에 생존확인(?) 할 때에 뭐 먹이거나 아니면 사격장 데려가서 훈련시키는 제롬이... 그럼 브리엘 지금 총이 꽤 능숙해졌으려나요? 브리엘 ㅋㅋㅋㅋㅋㅋㅋㅋ 제롬이는 그래도 표정 하나 안 바뀌면서 누굴 죽이기 싫으면 그냥 죽던가. 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할지도요. 고아원에서 본 누구 죽이기 싫어하던 상냥한 친구가 가장 먼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던가...
>>551 크아아아악 이 제롬주가... 이 제롬주가..!(DIO톤)(디스크 팡팡되서 사망)(?)
>>559 멀쩡한 오른손. 왼손잡이인데 총은 오른손으로 사용하니까. 진짜 나중에 날 잡아서 위키 정리해야겠다. 아이고 난...() 총이 능숙하다못해 특기가 사격이니까. (놀랍게도 제롬이랑 사격장 갈때 빼고는 총을 쏴본 적이 없다) 그렇게 팩트 이야기하면 브리엘 대꾸 안하고 고개 돌려버릴 것 같은데......(그런 이야기를 하면 되려 브리엘이 총을 안쏠 계기가 될지도.)
>>560 귀여워... (토닥토닥)(쓰담) 예전에 선관 짤 때 아스가 이것저것 가르쳐준 걸로 했었으니까 그래도 무방하겠지. 라 베르토의 사격장에 데려와서 자세랑 지법이랑 알려주는데 백허그하고 손 겹치고서 일케 잡아준다거나 하지 않았을까. 에 이건 건전한 교육일 뿐입니다만(?)
>>561 친척도 아닌 꼬맹이에게 줄 돈은 없셔! 약간 시골풍 동네라 마당 있는 집이 몇 있는데 애들이 무단으로 들어가서 놀고 있었더라고.
>>563 아, 상상되는 풍경인가......확실히 그런 풍경이면 옷차림부터가 프리할테니..음흠.
oO(그리고 쥬주의 말에 웃어버려서 분하다.) 브리엘이 누구를 가르쳐줄 사람이 아니지 않을까. 얘는 여차하면 지 목숨 가지고 협박할 것 같은데.
브리엘:첫번째 너희들은 카두세우스를 얕봤어. 두번째,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겁먹을거라는 판단을 한 게 잘못된거야. 브리엘:세번째, 너희들에게 순순히 이용 당할거라고 생각했다는 것. 브리엘:(자기 관자놀이에 총구를 댐) 인질이라는 건 스스로 죽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했어야지. 멍청이들.
>>561 위키 정리... 제롬주도 해야하는데 안 하고 있네요... 으으 해야해 하지만 너무 귀찮아... 아이고난1 아이고난2 역시 브브도 재능충이었다!!! 제롬이가 그거 보면서 부러워한다!! 고개 돌려버리면 한숨쉬면서 브리엘 어깨 토닥여주지 않을까요. 사실 살인이 힘들면 그냥 호위에게 맡겨도 된다고. 하지만 네가 사격을 가르쳐달라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말하고... 회피하는 브리엘을 보며 어째 자신의 모습이랑 겹쳐보이는게 있을 거에요 제롬이는.
>>562 (부비부비)(손에 쪽) 15살에 키도 아스보다 작았을 제롬이... 아스가 백허그로 손 겹치고선 파지법 알려준다니 어머어머(?) 그 당시 제롬이는 완전 어려서 아스 품에 쏙 안겨가지고 교육받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건전한 교육일 뿐이니 문제 없음이다(???) 그래도 그 딱 한번 가르쳐준걸로 끝내고, 이후에는 자신이 스스로 연습했을 것 같아요. 애초에 제롬이도 사격이라면 재능있는 편이니까요. 나머지 재능이 다 평범에서 그 이하라 글치.
>>574 앗 이런 귀여운 짓을 (기습뽑) 쪼꼬미 제롬이도 귀여워어어엇 왠지 열다섯의 제롬이는 아스에게 좋은 껴안기 인형이지 않았을까 하는 후레망상이...크흠 한번 가르쳐 준 걸로 재능이 보였다면 아스의 흥미를 더 돋구기에 충분했겠는 걸. 더 가르쳐달라고 안 해서 아쉬워 했을지도.
>>577 제롬이는...브리엘이 부럽다..... 하여튼 이렇게 선관 아닌 선관을 마무리하면 되려나요~?
>>579 아이구 우리 냥주(턱긁긁)
>>582 (기습뽑에 흐물거림)(입술과 볼에 버드키스) 후레망상이 아니지 않을까요(???) 제롬이가 찾아와서 뭐 가르쳐달라고 하면 아스가 품 안에 두고 가르쳐주고.. 신입 들어왔을 때처럼 아스 품에 파묻혀 있기도 하고..(?) 대신 제롬이가 크면서 이젠 반대로 제롬이가 아스를 품에 묻어두기도 하고 그렇겠죠 ㅎㅎㅎㅎㅎ 다른걸 가르쳐달라 했을지도 모르니까요~ 회계 관련 지식이라던가 조직 운영하는데 필요한 지식들...
"흐응~? 허언증? 자꾸 그러면 나 섭섭해진다~? 대장 몸에도 있지 않아? 나는 항상 샤워할 때마다 보면서 생각하는데~ 그게, 어깨였나? 아니면 옆구리~? 으음~ 가슴 아래였나~? 후후, 어쩌면 전부일지도!"
요시코가 기억하는 것은 분명 사실이었다. 캄파넬라에게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만, 작전을 망치고, 타겟을 거의 몰살한 것도 모자라 서로를 거의 죽일기세로 쏘고, 때리고, 물어뜯으면서 뒹구는 것도 스킨십으로 쳐준다면 말이다. 그 부분만큼은 명백한 차이였다. 그 당시의 저격수 요시코는 그래도 당시엔 얌전히 작전을 수행하는 척은 하는 잠재적 위험분자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완전한 광인이 되어있었다. 캄파넬라가 그런 금모의 야수를 내팽겨치자 '으와와-'소리 내면서 관성에 따라 춤추듯 한 쪽 다리로 주춤거리며 잘도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바로 잡아섰다.
"아하하! 부끄러워하긴★ 여전하네!"
차갑기 그지없는 반응에도 요시코의 눈엔 캄파넬라가 귀엽게만 비춰지는 것인지 여전히 쾌활한 목소리였다.
"그래도 안심해!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에게 빅 뉴스! 이 언니는 드디어~! 아무나 마구 죽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답니다~! 우와- 이 무슨 장족의 발전! 박수 주세요!"
짝짝짝짝짝- 이곳저곳이 결손된 채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체의 밭에서, 빗소리에 섞인 박수소리가 어둡고 붉게 물든 복도에 흐른다. 과장된 목소리와 몸짓으로 말을 이어가던 그 장본인인 요시코가 베싯하고 웃음지었다.
"그래서 그냥 아무나 죽여도 괜찮은 도시로 오기로 해버렸어★ 정확히는 누가 날 데려온거지만, 이 도시에는 죽일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모양이라서~ 그런 녀석들을 해치워 줄 누군가가 필요하대! 결과적으론 내가 좀 더 잘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은거니까, 이게 윈윈이라는 거지?"
이렇게 사고방식이 흘러가는 여자는 아마 이 세상에 요시코가 유일...이라곤 단언할 수 없겠지만, 분명 하나같이 머리가 어떻게 된 녀석들일테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쪽으로.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캄파넬라의 눈 앞에 있는 셈이었다. 요시코는 허리를 굽혀서 무장한 소녀와 눈높이를 맞춘다.
"후후후... 그래도 설마 여기서 꼬마 마녀 대장을 보게 될 줄은 정말 저언혀~ 몰랐지만. 아마 이것도 운명이 아닐까!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전부 다 이유가 있는 법이거든! 아까 보니까 친구들도 벌써 엄청 사귀었던데~ 관광 목적으로 온 건 아닐거고...~"
>>622 일단 카두세우스는 정량 이상은 안파는 특이한 마약 사업을 하는 조직이라서. 브리엘도 그건 지키는 편이고 브리엘이 카두세우스의 판매담당 간부가 된건 3년 전. 진통제를 사려고 했을때 브리엘이 차라리 의사를 찾아가라고 했을거야. 진통제라고 하고 마약이니까. 일단 카두세우스랑 브리엘은 이런 느낌.
>>605 (꼬오옥)(너무 좋아서 사망 직전) ㅋㅋㅋ 그거 전에 라 베르토 신입들한테만 해준다니까 이 기회에 제롬이도 받은 걸로 하는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아. 뭐 아스도 제롬이가 거부 안 했으면 실컷 자기 맘대로 굴었을 거긴 해. 그래도 아마 신입들 대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지 않았을까. 근데 제롬이가 안으려고 하면 쪼금 거리를 두려고 했을 수도 있겠다. 티 안 나게 움직여서 옆에 앉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이래놓고 장난은 칠대로 쳣겠지 에잉 쯧쯧(?)
>>628 음음- 그러면 아야는 아마, 자기가 아는 데로면 여기가ㅜ제일 효과 빠르고 확실한 걸 파는 곳이라고 들었다고, 말이에요. 아예 축객령 내리지 않는 이상, 평범한 약은 이제 듣지도 않는 아이를 위해 약을 사러 온거니까- 그렇게 온 다름에 한동안 꼬박꼬박 오다가 갑자기 어느날 약 달라고 한 다름에 거기에서 바로 자기한테 투여하는 날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평범하게 진통제 안정제 계열로 사러 왔을 거네요.
>>637 음음- 찍혔다면 그건 그거대로 흥미롭지 않을?까요. 본인은 아마 이후 브리엘에게 자기가 실례될 행동을 했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그리고 왜 문제인지는 모르고) 다음부터는 더 조심했을지도요. Pl적으로는 마약 복용자 맞기도 하고 아야. 그리고 처음 만날 때 계속 거절해도, 아야는 이런쪽으로 바보니까, 포기하지는 않았을 거고- 그저 약 줘서 감사하다고 마지막에 웃지 않았으려나요.
>>630 (베시시)(목에도 쪽)(살짝 깨물) ㅌㅋㅋㅋㅋㅋ 그으을쎄요. 기분탓만은 아닐지도..? 자기 마음대로 굴었어도 아마 별다른 저항은 없었겠지만요. 근데 아스 ㅋㅋㅋㅋㅋ 제롬이가 어렸을 때부터 퐉스였군... 그렇게 슬쩍슬쩍 피하면 아스를 빤히 바라보다 짜증의 의미로 볼을 잡아당기려 하는 제롬이가 있었다(?) 그래도 아스가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걸 모르진 않아서 그 이후로는 제롬이도 일정 거리를 지켜줬겠지만요~
>>671 난 가끔 진주에게 브리엘은 어떤이미지인건지 생각해. 의료서적은 옛날에 읽어 버릇해서 버릇으로 읽는거고. 책 장르는 안가리는 편. 로맨스는 제외하더라도 소설도 읽고..추리 장르나 난해한 철학적 의미가 담긴 인문학이나. 에세이는 손 안대는 편인걸. 남의 에세이보다 지금 자기가 에세이써도 될 판인걸.
>>675 그거야 당연히 공주님 아닙니까.(농담) 개인적으로는 말로는 싫다 짜증난다 너 진짜 쓰레기다 하면서도 위기에 처해 있으면 혀 차고 도와주러오는 타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본인이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근데 그 외에는 찬바람 쌩쌩불지만 그 가슴속에는 한 조각 따스한 마음이
상대의 머리속을 관점으로 보는걸 잊었다. 예전에 한 동료가 너무나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 사람 관점에서 돌려보라던가.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건 스킨십..이긴 강아지풀 뜯는 소리고. 그걸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해야하는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
"노코멘트."
이 도시는 분명 인간이라는 이름의 독으로 가득하기는 했다. 누구하나 죽는다고 해서 이상하지도 않은 그런 세상이었으니까. 바깥은 바깥나름대로의 지옥이 있었지만, 이곳은 인간이 만들어낸 만마전과도 같았다.(요즘에 읽은 서적의 표현이 나오는거 같다.) 그게 그녀에게 있어서는 원석에서 제련되듯 이성있는 광기가 된 것인가. 결과적으로는 도시가 괴물을 한층더 괴물로 만들었다. 지금은 되도록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쪽이 현명한가.
"..."
비스트팀은 해체하고 다른 곳으로 흩어지게 하는게 좋겠군. 약점이 되는 것도 싫고. 서로 피해주지 않기위해서 조치를 미리 처리해두는 편이 좋았다.
"내가 친구라는 존재를 만든적이 있었던가? 히메라기."
이 부분에 있어서는 문장형의 질문이 필요했다. 나는 언제든 사적인 관계를 만든적이 없으니까.
>>739 맞아~~ 스킨십 짱 좋아해~~ 그래서 상대방이 허락하고, 자기도 그럴 생각이 충분히 있다면 노빠꾸야~~ 그냥 질러~~ 끝장보는 거야~~ 대신 그만큼 엄격하기도해서 정해진 선만 오케이하기도 하지~~ (맞쓰담쓰담쓰담)
>>740 맞아~~ 브리엘주 귀여워~~ 음~ 평소에도 물론 귀엽긴 했지만~ 글쎄? 오늘은 블링블링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더 그럴지도~~ 그도 그럴게 15도짜리래~ 응, 귀여워. 무진장 귀여워서 잔뜩 귀여워해주고 싶어~~ 물론 난 전부 다 귀여워하지만~~ 그래도 대충 뭔진 알지~? 다들 브브주주 귀여워하는 것처럼~~
>>766 히잉. 힝잉잉. 응? 나 사실 가끔 엄청 귀여운걸 못참아서 잔뜩 귀여워해버리고 싶을 때도 있는걸? 사실 평상시에도 참고 있어~~ 그치만 너무 오버 떠는거 같아서 안좋게 보일까봐 그런 거야~~ 그러니까 브브브주 이뻐~ 브는 못안긴다 하더라도 브주는 안아줄게~ 자아~ 할모니한테 안기려무나~~
>>767 진주도 잔뜩 쓰담 받아라~~ 하하하하하~~ (쓰담쓰담쓰담쓰담쓰담) 일상 구하는 진주 귀여워~~ 다들 어디갔는가~~
>>773 할머니면 더욱 못안기는데요. 사실 그런거 낯간지러워해서 말이야. 평상시에도 모두를 귀여워하고 싶은 걸 참고 있다는 말이지? 나 말고 차라리 브리엘을 예쁘다고 해줄래. 전혀 예쁜 사람이 아니니까..응. 그리고 브리엘이 못안겨도 호감도 올리고 브리엘한테 안겨도 되잖아? 겸사겸사 쥬주가 나한테 안겨도 되고.(웃으며 후레대사)
"으음." 미카엘은 머리를 휘적휘적 헝클 적에 "그럼 나만 볼래." 하고는 당신의 부끄러움에 대해 당당히 선포했다. 나만 볼 거야. 머리를 쓸어주는 손길에 작게 웃는 모습이 자못 아이 같다. 그때 그 방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미카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개인적 비밀인 동글동글한 취미를 들키지는 않겠지만, 미카엘은 골똘히 생각했다. 잠시 동거하다, 그 장소가 마음에 들면 그때 입주를 신청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새 이웃이 되는 건 늘 기쁜 일이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건 모든 사람이 다 알걸?" 물론 이어지는 말에 미카엘은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레이스 호텔 204호는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산다는 사실 정도야. 물론 당신의 조그마한 중얼거림엔 말없이 미소 지으며 마주 본다. 사랑스럽고 수줍은 내, 커다란 사자. 아침에 네가 있으면 나도 기쁠 거야. 이 도시에서 결정하는 일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비탄의 도시, 미치광이만 모인 도시 속에서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일은 쉽지만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당신과 함께하기로 결정한 이상 생겨난 상처를 하나하나 아물게끔 해야 했다. 가령 두 번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가장 먼저, 솔직해져야 하는 것도 있겠다. 아마 당신이 돌아가고 나서 무진 고민하며 애를 쓸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고 가장 나은 수를 찾을 것이다. 당신은 든든하지만, 무엇보다 큰 약점이다.
"으음, 두어 번은 더 만나야 하는데.." 강조했을 때 어딘가 아쉬운 양 속삭였지만 그 위험함과 당부 정도는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 당신의 품에 고개를 기대고, 가볍게 명치 위에 검지와 중지를 올리더니 성큼성큼 손가락이 움직여 볼까지 타고 오른다. 그리고 볼을 쓸어주고는 눈을 크게 한 번 깜빡였을 뿐이다. "언니 말 안 들으면 또 혼날 테니까, 홀로 만나지 않을게요." 하고는 배시시 웃는 것이다. "..그렇지마안.. 아마 외숙부가 호위를 붙여줄 건데, 누나 성에는 차지 않겠지.." 그 용왕이 호위를 어떻게 붙이겠냐마는, 조만간 만나 친히 교육할 것이 있으니 어련히 붙여주리라 믿었다.
작은 웃음소리에 미카엘은 고개를 파묻은 채로 시선만 올려 눈을 마주했지만, 이윽고 들려오는 제안에 그 새하얀 듯 채도 낮은 시선이 긴 호선을 그었다. "정말이지." 그리고 작게 키득키득 웃었다.
>>837 앵커실수같은 건 약간 졸린걸... 같은 상태에서 많이 하거나 나한테 앵커 달릴 때 실수하니까. 노림수는 절대로 아니야 그런걸 노릴리가....(단호) 쥬주는 왠지 예고도 없이 답레로 후려칠 것 같아서 미리 긴장해 놓기 위해서도 있지만 브리엘에게 사심이 안들어가도록 조심하려는 것도 있어. 건장하지 못합니다.......(주워담아짐)
>>846 이건 확실하게 역린이야!! :0!!! 그 상황에서는 확실히 역린이었을 거야..🤔 지금 그렇게 말하면 "서로 잃은게 너무 많다. 그렇지.." 하고 꼬옥 안아주겠지만 제압 됐을 때 들었다면 두려움에 젖던 웃음도 싹 가라앉고 눈 서슬퍼렇게 뜨더니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랑스러운 입 다무는게 좋았을 테지." 하고 냅다 제 혀 깨물었을게 틀림없다..(창백)
식사 중 뜬금없이 나온 소리에 아무리 여인이라도 깜짝 놀란 표정이 지어졌다. 지금 쉬라고 말한 건가. 매일 일 하라고 갈구지 못 해서 안달인 로노브가? 뭘 잘못 먹은 걸까. 자연스럽게 시선이 먹고 있던 달걀토마토 볶음으로 내려갔다. 한입 떠서 입에 넣자 고소한 달걀과 달콤한 토마토 맛이 일품이었다. 어라. 전혀 안 이상한데. 기묘한 냄새를 맡은 고양이 같은 표정을 하고 있으니 또 한마디 툭 들려왔다.
"최근 계속 안에만 있었잖아. 밖에 나가. 앤빌도 슬슬 가고."
아무리 봐도 일부러 꺼낸게 틀림 없는 이름에 움찔 반 뜨끔 반 했다. 주에 한 번씩 가던 곳을 벌써 몇 주 째 안 가고 있으니 저런 말을 할 만 하긴 했어도. 그래도 모양으로나마 자존심은 있어서 쯧 혀를 차며 대꾸했다.
"거기서 앤빌이 왜 나와. 아. 나가면 될 거 아냐. 나가면. 하루 종일 안 들어 올 거니까 알아서들 해. 부르지도 찾지도 말고." "분부대로."
그런 연유로 생긴 휴일이었다.
흑-청 세로 줄무늬 셔츠에 검은색 데님바지, 낮은 굽의 구두, 그리고 최근 입었던 것과 디자인은 같지만 검은색인 야상 자켓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차림으로 밖에 나온 여인이 제일 먼저 고민한 건 어디를 가야 하나 였다. 돌아올 걸 생각하면 가까운 구획 내가 좋지만. 부르지도 말고 찾지도 말라 했으니 서쪽 구획에 있을 수는 없었다. 왜 그런 말을 해가지고. 언제나 만악의 시작은 이 혓바닥이었다.
"어쩔 수 없나..."
여인은 답지 않게 기운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도중에 택시를 불러 향한 곳은 번화가였다. 내리기 직전에 선글라스를 껴 가장 눈에 띄는 눈과 인상을 가렸다. 오늘은 라 베르토의 수장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으로써 돌아다니고 싶었다. 그래도 간간히 거래처 사람이 보이면 피하고 그랬지만.
하루 종일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특별히 한 건 없었다. 걸으면서 스쳐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지치면 근처 카페나 벽에 기대서 사람을 보고. 싸움이 나면 먼발치에서 구경하고. 그러다 또 걷고. 그냥 걷는 하루였다. 애초에 이런 식으로 휴일을 보내 본 적이 없어서 뭘 해야 할 지도 몰랐다. 혼자가 아니었으면 좀 달랐을까. 뇌리를 스쳐가는 면면들에 어쩐지 쓴 웃음이 흘러나왔다.
슬슬 갈까 싶어 시간을 보니 이제 막 오후 6시쯤 되어 있었다. 가기 전에 가볍게 한 잔 하고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마침 저 앞에 바의 입간판이 보였기도 했고. 여인은 자켓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걸어가 그 바 안으로 들어갔다. 낯선 곳이었지만 머뭇거림 없이 바의 좌석을 하나 차지하고서, 바텐더에게 여인이 자주 마시는 위스키가 있는지 물어 보고 그걸 온더락으로 한잔 주문했다.
곧 밋밋한 종이 코스터에 올려져 나온 잔을 받아 들었다. 바로 마시지 않고 달각달각 흔드며 얼음이 술에 녹아들어가는 걸 멍하니 보고 있었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마실 생각이 없는 사람마냥.
>>845 그건 그렇네~ 나도 살짝 맹할땐 앵커실수 잦은 편이니까~ 물론 오타쪽이 더 잘나지만~~ (매일 같이 맹한 사람이다.) 응? 답레로 왜 후려쳐? 그런거 안해~ 할만한 명분이 없으면 안하구, 일단 그동안 일상하면서 후려칠만한 대사를 쳐본적도 없구~~ 그냥 살아있는 롸벗이라는 신비함과 약간의 블러핑을 더한 허세? 그런거 뿐이지~~ 브의 사심은 뭔가 흥미로운 주제긴 하지만~~ 건장하지 못한 브주 귀여워~ 허리라도 튼실해야지~ 그래야 살아남아~~
>>847 그건 그렇네~~ 오랑이도 잡식이니까~ 오랑이~ 호랑이~ 호랑이 탈 쓴 오랑이~~
그것은 진주의 발언이 아니라 진이 문을 열고 들어온 소리였다. 얼마나 소리가 컸는지. 바의 직원은 바 밑에서 손을 움직이다가, 진임을 확인하고 손을 다시 바 위로 올린다.
"얏호 얏호~ 안녕~ 나 왔어~"
대꾸하지 않는 직원. 진은 이미 한 잔 걸친 사람처럼 시끌벅적했다. 시간은 6시, 사람이 얼마 없을 때. 그렇기에 별 말 않는 것도 있지만 진이 늘 매상을 톡톡히 올려주기 때문이었다. 진은 익숙한 듯 바 근처에 앉으려다, 평범한 차림의 아스타로테를 뒤늦게 발견한 듯 뒷머리를 긁으며 사과했다.
"어이쿠, 미안함다. 사람이 없을 줄 알고요."
선글라스 너머로 바라본 얼굴은, 마찬가지로 선글라스를 쓰고 있음에도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하관만으로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부유감 있는 태도, 진은 익숙해한다. 1초도 안 되어 시선을 돌린다.
'예쁘장한걸. 어느 조직네 영애님이라도 되나.'
그리곤 한 자리 건너뛴 곳에 앉아, "에스프레소 마티니 한 잔 부탁해." 하고 5만벅을 선뜻 내밀었다. 술에 비해 터무니 없이 큰 지폐. 바에서는 지폐를 깨지 않는 것도 모르는 듯 했는데, 직원은 조용히 그것을 주머니에 챙기곤 거스름돈을 주지 않았다. 진도 그것이 자연스럽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849 어째 불길하더라니. 몇 번 지뢰를 밟아터뜨렸더니 미약하게나마 지뢰감지센서가 생겨난 모양이야. 더군다나 이게 쏟아낼 게 아직 꽤 많이 남은 초반쯤에 위치했던 대사라.. (흐릿)
>>850 부 에두아르도 몬테까를로. 모 일라리아 몬테까를로. 에두아르도 몬테까를로는 시칠리아 마피아의 일원이었으며, 구 베르셰바로 일종의 파견근무를 가게 돼. 아내와 자식들에게는 자신이 무역회사의 직원이라고 속였던 모양. 키가 2미터 14센티미터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인상의 거한이었지. 짤은 오토 슈코르체니라는 사람인데, 저 사람과 인상이 꽤 비슷했을 거야. 페로사는 아버지 유전자를 좀 많이 물려받았어. 일라리아 몬테까를로는 평범하고 온화하며 나긋나긋한 전업주부였지. 한때 유치원 교사였고, 그 이전에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했어. 매우 상냥하고 온화한 성격이었다고 해.
"...요녀석, 당돌하기는." 당신의 당당한 선포에 페로사는 발간 뺨을 하고 뚱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았으나, 이내 그 표정은 느릿하게 미소짓는 얼굴로 바뀌어간다. "그래. 너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직, 아직 많을 거야." 이제 당신의 사자니까, 서두를 필요 없다. 오늘만 해도 당신은 당신만이 알 수 있는 그녀의 모습 몇 가지를 알게 되었지 않은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낼 수 있는 성화라거나, 알게모르게 당신에게 한가득 품고 있었던 마음들, 그리고 당신에게 갖고 있던 걱정들. "고객들과는 유선상으로도 만날 수 있지 않아? 해커들 중에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쉽게 접선해주는 사람이 더 드물 텐데." 하는 것들.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당신의 삶에 끼어든 가장 큰 돌발변수. 언젠가 레이스 호텔 근처의 한 으슥한 골목에서 가면을 벗고 담배를 빼어물고 있던 시리도록 하얗게 푸른 눈과 짙푸른 눈동자가 마주쳤을 때 당신은 그 짙푸른 눈동자가 당신에게 이 정도의 의미가 되리라고까지 짐작할 수 있었을까?
"그러면 그 두어 번 동안 너한테 손가락 하나 못 대도록 확실히 해둬야겠네." 페로사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당신의 손가락이 뺨에까지 타고 오르자, 그녀는 뺨을 쓸어주는 당신의 손길에 아예 눈을 감고 얼굴을 기댄다. 고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도 착각할 만큼 유순하고 살가운 태도였다. "홀로 만나지 않는다는 약속만으론 불충분하지만─ 널 믿을게, 미카엘." 하며 그녀는 눈을 떴다. 그리곤 키들대며 웃었다. "네 거처에는 초대받아서 오고 싶었는데,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미안하네." 페로사는 당신의 어깨를 감싸안고 있지 않던 손으로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주고는, 그 손을 당신의 무릎 뒤쪽 오금에 밀어넣었다.
"지금 바쁘다거나 다른 할 일이 있다거나 하진 않지?" 그러다 뭔가 생각난 듯이 그녀는 되묻는다. 그리곤 조금 쑥스럽게 웃는다. 욕심이 가득한 눈웃음과는 그 결이 분명히 다른 그런- 그녀의 삶에서 모두 몰수당한 것만 같았던, 순진한 소녀심이 담긴 쑥쓰러운 웃음이다. "네 옆에서 푹 잠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
뉴 베르셰바에서 가장 호화로운 사치이자, 가장 정신나간 짓. 그녀는 문득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이 뉴 베르셰바에서 보내는 시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문 밖의 차가운 세상과는 명백히 다른, 그러나 그녀가 빼앗겨버린 세상과도 다른 세 번째의 세상이었다. 언젠가 레이스 호텔 근처의 한 으슥한 골목에서 가면을 벗고 담배를 빼어물고 있던 시리도록 하얗게 푸른 눈과 짙푸른 눈동자가 마주쳤을 때 그녀는 그 말간 눈동자가 자신에게 이 정도의 의미가 되리라고까지 짐작할 수 있었을까?
/ 찐막레를 가져왔습니다. 오랫동안 돌려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 여기서 끊어도 좋지만 혹시나 찐찐막레를 쓰고 싶거나 한다면 그것도 괜찮아.
아버지는 로이드 S. 헤이스팅스, 13년 전 사망 당시 31세, 하버드 출신에, 컴공이긴 해도 프로그래밍에 해킹까지 섭렵하는 등 박사과정까지 순탄대로를 밟아서 22세에 박사과정을 따버린 젊은 천재라고 불렸다는게 특징. 자기는 너드가 아니라고는 했지만 원체 기행이 많았던지라 MIT에서 교환학생으로 왔든지 아니면 학교 착각한거 아니냔 소리 많이 들었던 분이셔. 실제로 2지망이 MIT기도 했고. 183cm에 온화하고 청초한 느낌이 많이 드는 사람이었어. 감성적인 사람인데다 어딘가 병약한 느낌도 있었는데 아마 보기 드문 백금발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올리브색 눈에, 그리고 웃으면 보조개가 패이곤 하는데 그중 청초한 느낌에 백금발, 거기다 보조개를 에만이가 물려받았고. 셰바에 오게 된 계기는 역시 저놈의 똘끼 때문인데(?) 전설만 듣고 무작정 찾아 헤맨거지. ..모 기업의 보안 자료가 대체 뭘까 싶어 털어보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면 되는데, 그걸 또 실행에 옮기는 사고도 좀 치기도 했고..
아무튼 어찌저찌 A-13 구역에 도착했다가 혼자 비 맞고 울고 있는 로즈밀을 발견했다가 그 자리에서 살해 당할뻔 했는데,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던 로즈밀에게도 바깥 사람처럼 대해주는 과정에서 사랑이 싹텄고. 미카엘이란 이름은 로이드가 지어준 거야.
어머니는 로즈밀 H. 윈터본, 5년 전 사망 당시 36세. 셰바 토박이에다 시티 헌트 전쟁을 겪은 사람이고, 이 과정에서 그로스만에게 가족을 잃고 남동생과 생이별했어. 요제프 그로스만이 남동생을 찾아줄 테니 자기 밑에서 일하라 했고, 그렇게 그로스만의 킬러로 살았던 분. 그 과정에서 비슷한 피해자(라기엔 용왕이 더 굴렀지만)인 용왕과 의남매를 맺었고, 사람들은 입 무거운 로즈밀을 폭군의 가신이니, 수집품에게 가짜 정을 줘서 자신의 없는 욕구를 채우려니 했니 뭐니, 마녀니 뭐니 하면서 피했지. 비 오던 날에 서럽게 운 적이 있는데 뭣도 모르고 달래주는 로이드가 짜증나기도 했고 멍청한데 귀여웠다는 평을 남겼고..(?) 아무튼 남몰래 식도 올리지 못하고 형식적인 결혼을 한 이후로는 최대한 자기가 가진 아이의 존재를 숨기려 했어. 그 과정에서 어느새 간부가 되어 13일의 금요일이라는 독립적인 조직을 설립했고, 요제프와 충돌이 있었지. 산하 조직이라 해도 불안한 싹인 거니까. 이건 나중에 독백으로 풀 거니까 킵. 166cm에 확실하게 미인이다! 싶은 사람이었어. 꿀 빛 피부, 끝이 올라가서 도도한 느낌을 주는 앨리스블루 색의 눈동자, 거기다 치렁치렁한 붉은 머리카락에, 목소리도 우아한 느낌이었거든. 눈동자와 붉은 머리카락의 일부를 에만이가 물려받았는데.. 목소리는 글쎄다.. 김에만 개빡쳐서 목에 힘주고 존댓말 하면 들을 수 있을지도..
조용한 바 안을 큰 굉음이 울렸다. 아무리 봐도 문을 여는 소리라기엔 너무나 요란한 소리였다. 느긋하게 잔을 흔들던 손이 멈추고 자연스레 시선이 돌아갔다. 검은 렌즈 너머로 보인 건 여인처럼 선글라스를 쓴 여성이었다. 그녀, 진은 뒤늦게 여인을 발견하고 사과를 해왔다. 여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괜찮단다. 아직 마시기 전이라 술맛을 망치지는 않았으니."
미소를 짓지는 않았지만 딱히 날 선 것도 아니었다. 여인의 말은. 그저 어쩌다 마주친 우연한 상황에 감정을 소모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담담하고 차분했다. 내려놓은 술잔의 수면이 평온한 것처럼.
여인이 진을 본 건 그 잠시 밖에 없었다. 진이 한 자리 비운 곳에 앉아 술을 주문하고 터무니없는 금액을 내어도. 바텐더가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 챙기는 모습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선글라스로 눈이 가려져 있었으니 보긴 했는지 알 수도 없었을 터였다. 다만 조용히 잔을 입가에 대고 얼음에 희석된 위스키를 마실 뿐 이었다. 그리고 잔이 비자 빈 잔을 내밀며 같은 걸로 다시 주문을 했다.
"그리고 치즈 플레이트도."
돌아갈 정신을 챙기려면 빈 속에 술만 부을 수는 없었다. 간단히 집어 먹을 것을 같이 주문하고 나오는 걸 기다리다가. 고개를 슬쩍 진 쪽으로 돌리고 지나가듯 말을 걸었다.
"여기 단골인가 보구나. 그대."
여전히 쓰고 있는 선글라스에 한 손으로 받친 고개가 비뚜름히 기울어져 있었으니. 다소 건방진 느낌이 들었지 않을까. 그걸 상대가 신경 쓸 지는 모르겠지만.
>>909 찌통이니 인성질이니 고고한 자존심이니 고압적 태도 같은 자극적인 캐릭터를 굴리는 데에는 약해서, 페로사가 너무 밍밍하거나 재미없지는 않나 고민하고 있었는데(그래서 이번 일상에 무리수를 좀 두기도 했고) 에만주에게 마음에 들게 가닿았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 에만주도 다시 한 번 일상 돌려주느라 수고했고, 고마워.
옆의 여성을 말로 하자면 그래, 돈이 많아보였다. 진은 깡패 부락에서 목 늘어난 티샤쓰를 입고 살기도 했고, 학교의 고급 옷감을 걸쳐보기도 했으며, 지금은 값 나가는 것들을 기꺼이 걸치고 살고 있다. 그런 만큼 옷을 보는 시선은 재빠르고도 예리한 것이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셰바의 캐주얼 복장이 어떤 마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떠올리면, 이는 특출나게 질이 좋다. 게다가 재단은 어깨에 딱 맞았으며 감각도 틀리지 않았다. 옷감의 질이 좋음은 당연하다. 게다가 선글라스도 진의 것에 맞먹도록 맵시를 지녔으니, 이미 옷에서 경제력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게다가 푸석하지 않지만 길다란 머리카락. 셰바의 빈민들이 머리카락을 잘라 파는 것을 떠올리면 저 머리 길이 그 자체가 계급의 증빙이다. 결정적으로 거만한 말투. 그리고 돈을 쓰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태도. 진은 이것들에 익숙했다. 그러니 여타 셰바인을 대하는 것과 다르게 비즈니스적 자아를 먼저 꺼내드는 것은 틀린 판단이 아니었다. 다만 모든 성격들이 그러하듯, 진은 꾸며내지 않았다.
"단골이랄까~ 그저 몇 번 드나든 것입죠. 바텐더들은 팁 나오는 주머니를 잘 분간하는 거고요."
이 대화를 듣고도 기억하지 말라는 듯, 진의 주머니에서 또 지폐 뭉텅이가 나왔다. 직원은 눈을 굴리다 뒤돌아 잔을 닦기 시작한다.
"그러는 선생님께서는 여기 처음 오십니까? 그렇다면 제가 술을 한 잔 사도 될깝쇼?"
말투는 값싼 구석이 있었으나 존칭을 제대로 지켰으며, 먼저 내미는 호의의 표시까지 완벽했다.
… 미워할게, 페로사. 있잖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었어 왜 그랬어 나만 간절했던 거 알면서 왜 그랬어 나만 힘들어지는 거 알면서 왜 손 뺐어 왜 그랬어 왜 …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44259
어...뭐........뭣 뭣 뭣이라 뭣? 페로사: 손... 절대 안 놓을 거니까.
… 우습지 않니, 페로사. 만약에 내가 사라지면 그때는 찾지 말아 줘. 보이는 것에서 고개를 돌리고 행복할 거라고만 생각하자. …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44259
… 오, 페로사. 슬퍼서 울부짖는 건 편지로 표현할 수 없잖아. 다행이야. 너한테 그런 모습까지 보이지 않아도 돼서. …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44259
..........시리어스한 거 그만나오고 좀 웃기거나 해피한 이야기도 나와줘.......... (눈물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