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목만 길쭉 늘어난 타카기를 상상한 나츠키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냥 기린은 멋있어도 목만 긴 사람은 역시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기린말고 다른 기다란 동물이 뭐가 있을지 생각하다가, 기발한 생각을 했다는 듯 즐겁게 외치는 타카기를 본 나츠키가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아빠?“
생각해보면 확실히, 아빠는 키가 컸습니다. 타카기네 아빠는 잘 몰라도, 나츠키의 아빠 역시 키가 큰 편이었습니다. 기린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나츠키나 타카기에 비하면 확실히 거대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의 해답이라도 찾은 듯, 나츠키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당황한 타카기의 물음에 나츠키는 눈을 깜빡이다가 대답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랬습니다. 아빠가 되려면 결혼을 해야 하는데, 그럼 결혼을 하지 않으면 키도 커지지 않고 어른도 되지 못하는 걸까요. 열심히 생각해보지만 나츠키 혼자서는 아무리해도 알 수 없었습니다. 이건 직접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마침 나츠키의 아빠는 네르프 유치원의 원장 선생님이니, 직접 찾아가서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응! 그래!!“
그림이나 그리자는 말에 조금 전까지 고민하던 것도, 생각하던 것도 전부 날아가버린 모양입니다. 결혼하지 않으면 키가 자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따윈, 놀이와 장난감 앞에서는 한주먹거리도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까 전까지 크레파스를 쥐고 그림을 그리던 곳으로 한달음에 뛰어간 나츠키는 새 종이를 집어들었습니다.
평화로운 네르프 유치원......이어야 하지만 오늘의 물방울반은 다소 아수라장인 분위기였습니다. 낮잠 시간임에도 잠을 안 자고 떠들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어서 재우려고 하는 보조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로 물방울반 안은 한참 시끄러웠습니다. 물론, 교실 안이 어지러운 것과 반대로 저 뒤편에 뒷짐을 지고 서 있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그분께서는 아이들을 재우려들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아이들을 바라보고만 계셔서, 덕분에 보조 선생님만 엄청 고생하고 계셨습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보조선생님과 담당선생님께서 한바탕 싸우다 오셨다고 하는데, 무슨 연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물방울반 아이들만이 알겠지요.
- 드르륵....
한창 재잘대는 소리가 들리는 동안 뒷문이 열리고, 헝클어진 더벅머리를 한 선생님이 물방울반을 나오려 하였습니다. 물방울반 담당 선생님, 미즈노미야 슈이치입니다. 하품을 살짝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나오던 그는, 복도를 거닐고 다니는 한 아이를 발견하고는 입꼬릴 올리며 물으려 하였습니다.
살금살금, 까치발을 들고 조심조심 복도를 걸어가는 나츠키. 다소 소란스러운 반도 있지만 지금은 낮잠을 잘 시간입니다. 나츠키도 원래는 자기 반에서 이불 속에 들어가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간인데... 어째서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는 걸까요. 아직까지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아서인지, 나츠키의 얼굴엔 의기양양한 웃음까지 걸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입니다.
"앗...“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츠키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더벅머리를 한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바로 정면에서 선생님과 마주친 나츠키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떡하니 벌리고서...
"―들켰다!! 아하하하!!!“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있는 힘껏 전력질주라도 하려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나쁜짓을 하다 들켜서 도망간다는 것보다는 어째서인지 술래잡기에 가까워 보입니다.
>>689 저 너머로 꼬마 친구가 뛰어가는 것을 본 선생님은 과연 어떻게 대처하였을까요? 그대로 멈추라고 외치려 하였을 수도 있고, 안절부절하지 못하였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다짜고짜 '너 어느 반이니?' 하며 물어보려 하였을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미즈노미야 선생님은 달랐습니다. 이 선생님이 어떻게 대처하였냐면.....
"아니~! 얘야! 그렇게 뛰면 안되지~!! "
그렇습니다. 그냥 꼬마 친구 따라 뛰셨습니다. 다급하게 뛰어가는 발자국소리로 복도는 한창 시끄러워지려 하였습니다. 한참 낮잠을 자야할 시간에 이렇게 시끄러워서야 다른 아이들이 잠을 잘 수가 있으련지 모르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미즈노미야 선생님은 금방 꼬마 친구를 따라잡으려 하셨지요. 제아무리 친구가 빠르다 해도 어린아이와 어른이 낼 수 있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물론, 완전히 따라잡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언제든지 도망칠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Well, well... 꼬마 친구? 복도에서 다짜고짜 뛴 거에 대해 설명을 좀 해줄래? "
간신히 꼬마 친구를 거의 다 따라잡고는, 미즈노미야 선생님께선 꼬마 친구를 향해 말을 걸으려 하였습니다. 만약에 뒤로 고개를 돌려보았다면, 나츠키는 그저 웃는 낯을 하며 이리로 오라는 듯 손짓하는 선생님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